목록2021/08/18 (88)
건빵이랑 놀자
모심기 노래 5장 앙가오장(秧歌五章) 이학규(李學逵)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今日晴復陰 雨脚來輕颸 新秧𦦔𦦔稞 駄向前陂時 娟娟新嫁娘 姊妹相携持 揷秧亦有法 男前而女隨 男歌徒亂耳 女歌多新詞 新詞四五闋 次第請聞之 稍揚若風絮 轉細如煙絲 若是乎怨思 怨思將爲誰 →해석보기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儂家雒東里 三男美須髭 儂生三男後 父母之所慈 千錢買長髢 百錢裝匳資 一棹便斷送 送嫁江南兒 兼是暮春日 回頭何限思 愔愔白茅屋 歷歷靑楓枝 江南異江北 事在鹺魚鮞 三月送郞行 九月迎郞期 江潮日兩回 燕子春深知 潮回復燕去 敎人長別離 鮮鮮皷子花 蔓絶花亦萎 阿姑自老大 言語太差池 出門試長望 涕泗霑兩腮 隔江父母家 烟波正無涯 哀哀乎父母 生儂太不奇 當日不生儂 今日無儂悲 →해석보기 3. 친정집에 오랜만에..
해설. 모심기 노래로 서민의 애환을 담다 이 시는 민요의 일종인 ‘모심기 노래’를 취재하여 창작한 것이다. 시인이 김해지방에서 유배 생활을 할 당시 그 지방에 유행하여 들었던 노래로 추정된다. 고정옥(高晶玉)은 “민요의 중심은 노동요이고 노동요의 핵심은 역사적 지역적으로 보편적인 ‘모심기 노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다음, “‘모심기 노래’의 멜로디는 ‘보리타작 노래’가 그 노동의 리듬을 좇아 급템포인 것과 반대로 대단히 유장하다”라고 특징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심기 노래’는 소위 ‘정구지’(또는 정자ㆍ정지ㆍ둥지)라는 장르를 형성하는 것인데 작업과정에 따라 ‘모찌기 노래’ ‘모심기 노래’로 대별할 수 있으며, 작업의 시종, 점심시간의 노래 등에 의해서 노래 종류를 달리 한다”라고 해설하였다.(『..
6. 그댈 향한 그리움에 눌려 죽는대도 그대가 좋은 걸 請將馬州秤 秤汝憐儂意 청컨대 마산의 저울 가져와서 당신이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아보자. 請將海倉斛 量儂之恩義 청컨대 해창의 섬을 가지고 나의 사랑을 재어보소. 不然並打團 十襲褁衣帔 그렇지 않는다면 모두 하나로 뭉쳐 열 겹으로 싸서 縈之復結之 裝作一擔蕢 얽어매고 다시 묶어 행장으로 한 괴나리봇짐으로 만들어 擔在兩肩頭 千步百顚躓 두 어깨에 메고서 천 걸음에 백 번 넘어져 寧被擔磕死 此心無汝媿 차라리 멘 것에 눌려 죽는대도 이 마음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리. 『洛下生集』 冊十九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
5. 주흘산 아무리 높다 해도 낭군님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오르리 曾聞主紇嶺 上峯天西陬 일찍이 주흘산에 대해 들었네. ‘최정상봉은 서쪽 모퉁이에 닿아 雲亦一半休 風亦一半休 구름이 쉬어 넘고 바람도 쉬어 넘으며 豪鷹海靑鳥 仰視應復愁 보라매와 해동청도 우러르다가 응당 시름겨워하지.’ 儂是弱脚女 步履只甌寠 나는 약한 여인네라 다만 적은 구역만 걸었지만 聞知所歡在 峻嶺卽平疇 남편 있는 곳 알기만 한다면 험준한 고개도 곧 평지이니 千步不一喙 飛越上上頭 천 걸음에 한 번 숨 쉬지도 않고 날 듯 정상에 오르리.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5. 주..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纖纖雙鑞環 摩挲五指於 섬섬옥수 쌍가락지 다섯 손가락에 갈고 닦아. 在遠人是月 至近云是渠 멀리 있으면 사람들이 달이라 하고 지극히 가까우면 동그랗다고 하네. 家兄好口輔 言語太輕踈 우리 형님은 예쁜 입 가졌지만 말이 매우 경솔하네. 謂言儂寢所 鼾息雙吹如 내 침소에 숨소리가 둘이라니 儂實黃花子 生小愼興居 “저는 실제론 처자로 어려서부터 일상생활 삼갔어요. 昨夜南風惡 紙窓鳴噓噓 어제 밤엔 마파람이 거세더니 종이창이 밤새도록 울고 떨었던 것뿐이랍니다.”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5. 주흘산 아무리 높..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今日不易暮 努力請揷秧 오늘은 날도 쉬 저물지 않으니 힘써 모내기하길 청하네. 秔秧十万稞 稬秧千稞強 메벼는 십 만 포기를 심고 찰벼는 천 만 포기 심어보세. 秔熟不須問 稬熟須穰穰 메벼 익는 거야 물을 필요 없고 찰벼 영그는 건 풍성하리. 炊稬作糗餈 入口黏且香 찰밥 지어 인절미 만들어 입에 넣으면 찰지고 향기롭겠지. 䧺犬磔爲膗 嫰鷄生縛裝 수캐는 잡아서 고깃국 끓이고 영계 산 채로 묶어 持以去歸寧 時維七月凉 가지고 떠나 친정을 가니 때는 7월의 서늘할 적. 儂是預嫁女 総角卽家郞 나는 민며느리로 총각은 곧 낭군님이네. 儂騎曲角牸 郞衣白苧光 나는 굽은 뿔 달린 암소 타고 낭군이 입은 흰 모시 옷 빛나네. 遅遅乎七月 歸寧亦云忙 길고 긴 7월인데 친정 나들이 어찌 이리 빨리..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儂家雒東里 三男美須髭 우리 집 낙동리에 있어 세 명의 오라비 아름다운 수염이 있네. 儂生三男後 父母之所慈 나는 세 명 오라비 뒤에 태어나 부모님은 자애로웠네. 千錢買長髢 百錢裝匳資 천 냥으론 긴 다리를 사주셨고 백 냥으론 경대 장만해주셨지. 一棹便斷送 送嫁江南兒 배에 태워 보내 강남사내에게 시집보냈는데 兼是暮春日 回頭何限思 겸하여 이때 늦봄의 날이었으니 고개 돌리더라도 어찌 그리움 그치리오. 愔愔白茅屋 歷歷靑楓枝 적적해라 흰 초가집, 선명해라 푸른 단풍 가지, 江南異江北 事在鹺魚鮞 강남은 강북과 달라 소금 만들고 물고기 잡는 게 일이라네. 三月送郞行 九月迎郞期 3월에 서방님 전송하면 9월에야 낭군의 돌아옴 기약한다네. 江潮日兩回 燕子春深知 강물의 조수 하루에..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今日晴復陰 雨脚來輕颸 오늘 갰다가 흐려지더니 빗발이 가벼운 바람에 흩뿌리네. 新秧𦦔𦦔稞 駄向前陂時 신선한 벼의 많고 많은 모판 앞 언덕으로 실어낼 적에 娟娟新嫁娘 姊妹相携持 곱디 고운 새색시 시누이들이 손을 맞잡네. 揷秧亦有法 男前而女隨 모 심을 때 또한 법이 있으니 남정네가 앞서고 여인네 뒤따르며 男歌徒亂耳 女歌多新詞 남정네의 노래 다만 요란만 한데 여인네 노래엔 새 노래 많아 新詞四五闋 次第請聞之 새 노래 너덧 가락을 차례대로 청하여 듣네. 稍揚若風絮 轉細如煙絲 조금 뽑아올릴 땐 바람에 날리는 솜이듯 전환시켜 가늘게 뺄 땐 안개 속 버들인 듯. 若是乎怨思 怨思將爲誰 이와 같구나 원망스런 생각이여. 그 원망 장차 누구 때문인가? 인용 목차 전문 1...
봉사에게 시집 가 매질 당한 아낙의 이야기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정약용(丁若鏞) 산문. 「여강소부행(廬江少婦行)」을 따라서 이 시를 짓다 此嘉慶癸亥事也.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一日, 觀楊升奄詩集,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旣擬「廬江少婦行」而作. 於是, 取道康瞽婦事, 編綴成文, 凡百八十韻. 雖造語寫情, 不失古人本意, 而風格漸下, 何得不然. ⇒해석보기 1. 갈림길에서 잡혀가는 꽃같은 여자를 보다 入門采綠葹 出門見茳籬 娟娟芍藥花 零落在塗泥 有女顔如花(玉) 仳離泣路岐 頭上黃荂笠 腰帶木綿絲 脰間百八珠 薏苡當摩尼 微微露朱脣 隱隱藏翠眉 蟬鬢削已平 不復施膏脂 呑聲不能語 琅琅雙淚垂 二厮隨其後 咆哮執長笞 催行赴縣門 一步一悲噫 問汝何村女 女爺云是誰 年復幾何歲 云何速訟爲 ⇒해석보기 2. 완..
다산시(茶山詩)의 현실주의에 대한 재인식 「소경에게 시집간 여자(道康瞽家婦詞)」를 읽고 『창작과비평』 1988년 겨울호에 발표할 때 지은 소개글로,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307~316쪽에 수록되어 있다. 임형택 1. 지방민의 이야기를 담다 다산 선생이 귀양살이로 강진땅에 당도한 때는 1801년 추운 겨울이다. 복풍이 나를 날리는 눈처럼 몰아쳐서 남으로 강진읍내 매반가(賣飯家)에 닿았도다. 北風吹我如飛雪 南抵康津賣飯家 - 「客中書懷」 그는 국왕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자기의 개혁적인 이념을 현실정치에 적용해보려 했다. 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정국이 뒤바뀌자 그는 두 차례나 투옥되었다. 그리고 간신히 형륙(刑戮)을 면하여 시골 주막 노파에게 의탁하는 신세로 낙착(落..
4. 여유당전서가 아닌 한객건연집에 실린 이유 나는 이 자료를 한 필사본 책에서 발견하였다. 겉에 ‘사대사(四大家)’라 씌어 있는 내표제는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이라 했다. 이 책은 연암의 제자로 나란히 문명(文名)을 날리던 이덕무(李德懋)ㆍ유득공(柳得恭)ㆍ이서구(李書九)ㆍ박제가(朴齊家)의 시 모음인데 이미 간행되어 널리 보급되었으며, 필사본도 더러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런데 끝에 부록으로서 남상교(南尙敎)ㆍ이학규(李學逵)ㆍ이가환(李家煥)ㆍ이용휴(李用休)의 시 한두 편과 함께 마지막 몇 장에다 정약용의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라는 제목의 장시가 씌어 있었다. 이 부록에 다산과 함께 들어간 다섯 분은 기호지방(畿湖地方) 남인 계열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이 책을 베껴서 꾸민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길..
3. 목도한 내용을 담은 현실주의 인식 작품은 앞에 짤막한 머리말을 붙이고 있다. 작가의 자서인 것이다. 그 머리말에서 작가가 분명히 밝힌바, 작품은 실재 사실에서 취재하였는데, 양승암(楊升庵)의 「한단재인(邯鄲才人) - 마부의 아낙이 된 여자」라는 시로부터 창작과정에 촉발을 받았다는 것이다. 작품의 소재와 관련된 특수성을 검토해보아야겠으며, 양승암의 그 시에 대해서도 한번은 짚고 가야겠다. 양승암의 시는 중국의 전국시대 고사에서 취재한 것이다. 조(趙) 나라 왕이 연(燕) 나라에 포로로 잡힌 것을 일개 마부가 기발한 변설로 구출해와서, 그 마부는 궁중의 일등 미녀를 아내로 맞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고사는 원래 『사기(史記)』 「장이진여열전(張耳陳餘列傳)」에 끼여 있다【이 「한단재인(邯鄲才人) - 마..
넷째, 표현상의 몇 가지 특징 위에서는 대개 작품의 골격과 전반에 걸친 사항을 검토했는데, 이제 언어표현의 수법에 속하는 세절(細節)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을 열거해본다. ① 사건이나 정황의 묘사가 생생하게 되어 있는 점 혼례를 치르던 날 신랑 행차가 신부집에 당도했을 때의 장면을 보자. 동리사람들 눈이 휘둥그레 서로 둘러보고 가까운 손들 낙심해서 도로 마루에 오르고 이모님들 차마 못 봐 달아나더라 신랑의 의외의 생김새에 놀라 일으키는 반응이 이처럼 친소 관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남을 포착해 그려서, 우리가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가령 청순한 여성이 음흉한 늙은이에게 유린당하는 첫날 밤의 상황은 “신방에서 소곤소곤 소린 들리질 않고 한바탕 요동치는 소리뿐일러라[].”라고 간결하게..
셋째, 인물 형상의 대립과 전형성 혼인 비극으로 엮인 이 서사시에서 갈등의 축은 젊은 여자와 늙은 소경이 인연을 맺음에 있는데, 거기에 친정어머니와 아버지가 주요 인물로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각기 나름으로 성격을 지닌 생동하는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주인공은 시의 서두에서 벌써 비상한 관심을 끌도록 인상적으로 등장하지만, 서사적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개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 여자는 지아비에 대해 무조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도덕률을 거부한다. 이 측면에서는 확실히 저항적이다. 한편으로 어머니가 개가를 권유하자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식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뇌리에 개가란 금수의 행동으로 비쳐진 듯싶다. 어쨌건 그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여자의 도리를 거역하는 대신 신앙생..
둘째, 주제사상과 그 표출상의 특징 다산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가? 위에서 지적한 대로 시인 자신의 의사는 전혀 표명되어 있지 않다. 대사 속에 잠재되어 있을 뿐이다. 대사에 의해서 인물의 형상화가 이루어지고 사건이 드러나므로, 그 인물 형상과 사건을 분석해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사건은 주인공이 소경에게 시집가는 데서 일어난다. 육신이 멀쩡한 여자가 불구자를 남편으로 만나는 거기에서 문제가 그치지 않는다. 신랑 명색이 앞을 못 보는 봉사에다 추한 몰골의 늙은이다. 소경은 이미 나이가 높아 칠칠에 사십구 마흔아홉이라오. 전에 벌써 두 번 초례를 치러 내 아이는 이제 세 번째 여자라. 초취에서 두딸을 낳고 재취에서 아들 하나를 얻어 사내자식도 이미 다 큰 아이요, 작은딸이 지금 스물세살이랍디..
2.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 이 작품은 360행의 장편 서사시다. 다산시 가운데에서 최대의 작품이다. 문제는 길이에 있지 않다. 하나 시인이 주어진 사건에다 주제를 부여해 엮어가는 데 그만한 분량이 소요되었을 것이므로, 길이는 거기 상응하는 비중과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본다. 물론 작품에 대한 결정적 평가는 앞으로 충분한 논의와 분석을 기다려서 내려질 것이다. 나는 처음 소개하는 입장에서 이 시의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에 관해 몇 가지 측면을 언급해두고자 한다. 첫째, 작품 구성상의 특징 이 시는 한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내용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이야기를 시형식으로 엮은 셈이다. 그런데 어디에 이런 여자가 살았는데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더라는 식으로 풀어나가지 않고 서술 공간과 시간이 한 지점 한..
1. 강진에 유배하며 지방민의 이야기를 담다 다산 선생이 귀양살이로 강진땅에 당도한 때는 1801년 추운 겨울이다. 복풍이 나를 날리는 눈처럼 몰아쳐서 남으로 강진읍내 매반가(賣飯家)에 닿았도다. 그는 국왕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자기의 개혁적인 이념을 현실정치에 적용해보려 했다. 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정국이 뒤바뀌자 그는 두 차례나 투옥되었다. 그리고 간신히 형륙(刑戮)을 면하여 시골 주막 노파에게 의탁하는 신세로 낙착(落着)이 된 것을 천행(天幸)으로 여겨야 했다. 그가 느꼈던 좌절감과 적막한 기분이 위의 시구에 잘 드러나 있다. 바로 이때 그는 「탐진촌요(耽津村謠)」, 「탐진농가(耽津農歌)」, 「탐진어가(耽津漁歌)」 같은 연작시 3편과 「애절양(哀絶陽)」 등을 짓는다. 이들 작품..
11.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 聽者如堵墻 喞喞復咄咄 듣는 사람들이 담장 같으니 재잘재잘 다시 속닥속닥. 哀哉彼姝子 夫豈瞽之匹 ‘슬프구나! 저 어여쁜 아이 어찌하여 봉사의 배필 되었나?’ 骨肉忍相詐 錢糧是何物 ‘골육지간인데도 차마 서로 속이다니 돈과 곡식 이게 무슨 소용인가?’ 利欲令智昏 恩愛乃能割 ‘이익과 욕심이 지혜를 어둡게 하니 은혜와 애정 이에 잘라버릴 수 있네.’ 嗟嗟汝家翁 厥罪合日撻 ‘아! 너희 집 할배의 그 죄는 날마다 매질 당해도 합당하리.’ 腐魚尙可啗 瞽夫誰能暱 ‘섞은 물고기는 오히려 먹을 만하나 봉사 남편 누가 친하게 여기리?’ 豈若靑山中 閒自守甁鉢 ‘어찌 너는 푸른 산 속에서 한가롭게 스스로 수절하며 바리떼 잡으려 하는가?’ 女子皆褊心 立志詎能奪 ‘여자들은 모두 치우친 마음이니 뜻..
10. 두 번이나 절로 도망쳤지만 잡히다 阿母起搥胸 抱衣之瞽家 제가 일어나 가슴 치며 옷을 안고 봉사의 집으로 갔죠. 阿阿今作僧 瞽瞽將奈何 ‘아이가 이제 비구니 되었다니 봉사여 봉사여 어이할 거나? 兒實無罪愆 逼迫兼箠撾 아이는 실로 잘못 없는데 핍박하고 매질하여 그리하네. 鬅鬙一掬髮 是兒如雲髮 헝클어짐 한 줌의 머리, 이것은 아이의 구름처럼 풍성하던 머리였네. 瞽瞽將奈何 何不直我殺 봉사여 봉사여 어이할 거나? 어찌하여 곧장 나를 죽이지 않는가?’ 瞽起走縣門 訴牒恣搆捏 봉사 일어나 현의 문으로 달려가 소장 방자하게 날조하여 구성했죠. 判詞嚴如雷 緘辭(臂)發健卒 사또의 말 엄하기가 우레 같아 공문서로 건장한 졸병 보냈죠. 黑夜打山門 麻衣被曳捽 어둔 밤에 사찰의 문을 치고 스님옷 입은 이 끌어다 잡아댔죠. 前..
9. 비구니 찾아와 딸의 근황을 알려주다 瞽去僅數日 有一女僧來 봉사 간 지 겨우 며칠에 한 비구니가 와서 云有一少婦 獨行到僧房 말했죠. ‘한 어린 아낙이 혼자 와서 승방에 도착했죠. 長跪禮房長 揮涕敷肝腸 길이 무릎 꿇고 방장에게 예를 갖추고 눈물 흔들며 속내 펴냈어요. 我本貧家女 不幸早迎郞(婦) 저는 본래 가난한 집 딸로 불행히 일찍이 낭군을 맞았지만 郞死姑亦殞 又無爺與孃 낭군은 죽고 시어머니도 또한 돌아가셨고 또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으니 一身靡所賴 惟有託空門 한 몸 의지할 곳 없어 오직 공문에 의탁하려 합니다. 自拔鞘中刀 剪剪已成髡 스스로 칼집에서 칼 빼내 자르고 잘라 이미 민머리 만드니 倉卒莫能救 遂與爲弟昆 창졸지간에 구제할 수 없어 마침내 형제지간이 되었답니다. 法名是妙靜 燃臂受戒言 법명은 묘정이..
8. 도망간 딸과 분개한 봉사 阿兒去數日 瞽來話紛紛 딸이 돌아간 며칠에 봉사가 와서 말하는데 떠들썩했죠. 朝起見空衾 新婦尋不得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 비어 신부 찾아도 안 보입니다. 諒與母有謀 非走又非匿 어머니와 이야기해 도모함이 있었을 것이니 도주한 것도 아니고 또 숨은 것도 아니며 弱脚不遠步 焉能有羽翼 연약한 다리로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니 어찌 날개가 있었으리오? 分明適他人 我筮原不忒 분명 다른 사람에게 간 것이니 나의 점괘는 원래 어긋남이 없지요. 吾今去申官 豈得任胸臆 나는 지금 가서 관아에 알릴 테니 어찌 속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오?’ 嘻嘻此何言 夢寐所未測 내가 말했죠. ‘하하! 이게 무슨 말이오? 꿈에서라도 헤아리지 못한 것이오. 爾自薄恩情 日夜有驅逼 그대가 홀로 은정에 박하여 낮밤으로 구..
7. 어머니의 만류에 맘을 접다 阿母失聲哭 作計何不良 저는 실성하고 곡하며 말했죠. ‘계책을 내었는데 어찌 불량한가? 油油此鬢髮 何忍着剃刀 유들유들 부드런 너의 귀밑머리와 머리를 어찌 차마 칼로 자르겠으며 娥娥此紅顔 何忍加緇袍 아리따운 붉은 얼굴에 어찌 차마 스님옷을 입히리오? 歲月方如花 胡爲空門逃 세월이 지금 꽃다운 좋은 시절인데 어찌 사찰로 도망치려는 게냐? 汝家本寒微 未聞門閥高 우리 집 본래 한미해 가문이 높다는 건 듣지 못했으니 便可適他人 此讎寧再遭 곧 다른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이 원수를 어찌 다시 만나리오? 人生如石火 是非如浮雲 인생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으니, 시비 따지는 건 뜬구름 같은 거란다.’ 阿兒急塞耳 謂言不忍聞 딸은 급히 귀를 막으며 말하네. ‘말을 차마 듣지 못하겠으니 天只..
6. 시댁에서 도망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 送兒之夫家 心懷久悽弱 아이를 시댁으로 보내니 마음이 오래도록 서글프고 위약했죠. 未至二三月 兒還自西郭 2~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는 서쪽 성곽으로부터 돌아오니 衣帶忽已緩 肌(肥)膚盡瘦削 옷과 띠는 문득 이미 늘어지고 피부는 모두 수척졌죠. 問汝何所悲 而自受銷鑠 물었죠 ‘너는 무슨 슬픈 일이 있어 스스로 삭고 야위었느냐? 苦梨嚼亦甛 豈全少歡樂 쓴 배도 씹으면 또한 달아지니 어찌 온전한 즐거움이 적겠느냐?‘ 阿兒含淚答 兒誠命道惡 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죠. ‘저는 진실로 운명의 도리가 사나워요. 擧眼魂已飛 何以念依託 눈을 들어 남편 보면 혼이 이미 날아가니 어찌 의탁할 생각하겠어요? 縱欲回心意 常如怯彈雀 가령 마음 돌리려는 뜻 있었대도 항상 소중한 것을 버리..
5. 희극이 비극으로, 경사가 애사로 顔貌黑如炭 險惡不可當 신랑의 얼굴색 검기가 숯 같고 험악하여 감당할 수 없을 지경. 藤葛交頤脣 窩窞滿鼻傍(方) 등나무나 칡 같은 주름이 턱과 입술에 교차하고 움푹 패인 곳이 코 곁에 가득하였죠. 還(遙)看是瞽人 白膜蒙兩眶 다시 보니 이 사람은 봉사라 흰자가 두 눈자위를 덮었고 年可五六十 皓鬚如飛霜 나이는 5~60살에 흰 수염이 서리 날리 듯하니 里人瞠相顧 親賓還上堂 마을 사람들이 놀라 서로 돌아보고 친척들은 도리어 마루에 오르며 諸姨走且匿(慝) 阿母涕滂滂 모든 이모들은 도망가 숨어버리고 저는 눈물만 펑펑 흘렸어라. 嗟嗟我兒子 何罪復何殃 ‘아! 내 새끼. 어떤 죄를 지었고 다시 어떤 재앙을 만났더냐?’ 翁來說義理 已誤勿劻勷 할배가 와서 의리를 말합디다. ‘이미 그르쳤으..
4. 납채하는 날과 신랑을 만나기 전의 결혼식 날 納采在今夕 洒掃迎使人 납채하는 그날 밤에 물뿌려 쓸며 함진아비 맞았는데 雜綵四五疋 禮幣三十緡 각종 비단이 4~5필이고 폐단이 30꿰미였죠. 朝成松花襦 暮成茜紅裙 아침에 송홧 저고리 만들고 저녁엔 붉은색 치마 만들었으며 東市買枕簟 西市買𨥁釧 동쪽 저자에선 베개를 사고 서쪽 저자에선 비녀 사며 紺褥芙蓉繡 翠被黿鴦紋 감색 요엔 부용 수놓고 비취색 요엔 원앙의 무늬 입혔죠. 雜佩三五行 蝶翅連魚鱗 여러 장식이 부착된 패물이 3~5줄이니 나비와 새에 물고기 비늘 연이어라. 良(吉)辰亦已屆 洗浴冶新粧 좋은 때에 또한 이미 이르러 세수하고 목욕하고 새 화장을 하고 其日天氣晴 帳幕風微颺 날씨도 개어 장막의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니 四鄰皆來觀 遙遙眄新郞 사방의 이웃이 모두..
3. 중매쟁이의 요설에 속아 결혼을 승낙한 아비 答瞽年已高 七七四十九 답하네. “봉사의 나이 이미 많아 49살인데 前已再成醮 兒乃第三婦 전에 이미 두 번 결혼해 아이는 제 세 번째 부인이라오. 前婦産二女 後婦擧一男 첫 부인에게 두 명의 딸을 낳고 두 번째 부인에게 한 아들을 얻었는데 男年已成童 少女今卄三 아들 나이 이미 다 자랐고 작은 딸은 지금 23살이라오. 寧當棄溝壑 豈今瞽委禽 차라리 마땅히 죽어 시체가 도랑과 골짜기에 버려질지라도 어찌 이제 봉사에게 시집가겠으리오? 兒不遇父母 翁性唯(猶)醟酖 아이는 부모 만나지 못한 것인데 할배는 성품은 오직 술주정뱅이라오. 文雉受狗噬(口) 恨恨那能堪 수꿩이 개에게 물림 당한 것이니 한스러워한들 어찌 견디리오? 媒人喫錢多 巧詐飾言談(飾) 중매쟁이 돈을 많이 먹고서 ..
2. 완악한 봉사 남편에게 벗어나려 비구니가 되었다 체포되다 女俛不能答 阿母替致詞 여자는 고개 숙인 채 답할 수 없었기에 어미가 교대하며 말을 하네. 本是道康人 生少在城中 “본래 도강(강진) 사람으로 나서 어렸을 적엔 강진읍 안에 살았죠. 兒年一十八 八字良奇窮 아이의 나이 18살인데 팔자가 진실로 기이하고 곤궁하여 嫁作瞽家人 瞽者復頑凶 봉사에게 시집 갔는데 봉사는 다시 완악하고 흉악하니 兒哀削其髮 乃爲瞽所縱 아이는 슬퍼하며 머리를 깎았으니 봉사에게 놓여나기 위해서였어라. 締搆申縣官 官捕疾於風 엮어서 현의 관아에 알리니 관리가 체포하는 게 바람보다 빨랐죠.” 問汝顔如玉 韶華正丰茸 물었다. “네 얼굴 옥처럼 곱아 아름답고 화려해 정히 전성기인데 城中四千戶 俊逸多佳郞 성 안 4천의 가구에 준수하여 멋진 낭군도..
1. 갈림길에서 잡혀가는 꽃같은 여자를 보다 入門采綠葹 出門見茳籬 문에 들어가 도꼬마리 캐고 문에서 나와 궁궁이를 보네. 娟娟芍藥花 零落在塗泥 곱디 고운 작약꽃이 져서 진흙에 있네. 有女顔如花(玉) 仳離泣路岐 꽃같은 얼굴의 여자가 떠나며 갈림길에서 우네. 頭上黃荂笠 腰帶木綿絲 머리 위엔 노란 꽃봉오리 모자 쓰고 허리엔 목면실의 띠 둘렀네. 脰間百八珠 薏苡當摩尼 목 사이엔 백팔개의 구슬 걸었으니 율무로 씌운 구슬이라네. 微微露朱脣 隱隱藏翠眉 미미하게 붉은 입술 드러내고 은은하게 비취빛 눈썹 감추니 蟬鬢削已平 不復施膏脂 귀밑털은 깎아 이미 평평하니 다시 연지기름 쓸 일 없겠구나. 呑聲不能語 琅琅雙淚垂 울음소리 삼켜 말할 수 없어 낭랑하게 두 눈물만 흐르네. 二厮隨其後 咆哮執長笞 두 머슴이 뒤를 따르는데 포효..
산문. 「여강소부행(廬江少婦行)」을 따라서 이 시를 짓다 此嘉慶癸亥事也.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一日, 觀楊升奄詩集,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旣擬「廬江少婦行」而作. 於是, 取道康瞽婦事, 編綴成文, 凡百八十韻. 雖造語寫情, 不失古人本意, 而風格漸下, 何得不然. 해석 此嘉慶癸亥事也. 이것은 가경 계해(1803)년의 일이다.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내가 금릉(강진의 별호)에서 유배되었던 중에 눈으로 이 일을 목격했는데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슬퍼져 문득 기술할 생각이 있었는데 다만 할 수 없었다. 一日, 觀楊升奄詩集, 하루는 양승암의 시집에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한단재인 가위시양졸부(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 시가 있는 걸 보았으니 旣擬「廬江少婦行」而作. 이미 「여강소부행..
정분 맺은 님은 오질 않고 진장만이 수청 들라 하네 전불관행(田不關行) 성해응(成海應) 1. 전불관의 기구한 삶 滿浦有官妓 姓田名不關 其父爲鎭將 潛與婢屬奸 兒生母隨沒 孤身經百艱 十六屬官籍 顔貌美且閑 間爲具某悅 得以加䯻鬟 仍復贖其賤 誓娘相載還 坐待消息來 一別隔河山 ⇒해석보기 2. 새로 부임한 진의 장수가 수청들라고 하다 暫依上土鎭 爲庇親誼敦 新鎭聞姓曺 漁色事窮殫 聞娘好姿首 促來謁新官 賤人旣被督 不得事遮攔 被驅似羊豕 喘定方仰看 鎭將據中堂 輒已發懽顔 催呼上重茵 摟抱仍求懽 爾若擇佳婿 孰若儂可欲 儂方作鎭將 銀帛在把握 使汝堆滿屋 焜燿聳隣族 且當隨我歸 彩轎具彫餙 長安花柳遍 吾家臨紫陌 淳熬爲汝食 綺紈爲汝服 鎭日取懽娛 汝生良亦足 ⇒해석보기 3. 수청을 거부하고서 겪은 고초 不關訴衷曲 誠懇堪惻惻 女身旣賤流 分當厨湯役 今方..
해설. 춘향전과 전불관행 이 시는 미천한 신분을 타고난 여자가 자기 주체를 순결하게 지키기 위해 자결하는 사연이다. 「춘향전(春香傳)」과는 이야기의 전말이 유사하면서 흥미롭게 대비되는 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인물 설정을 보면, 춘향은 전불관에, 구모씨는 이도령에, 변사또는 신임 진장에 대응되는바, 삼각관계를 이룬 구도가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사건의 경과 또한 사랑과 이별, 그다음에 끼어든 힘있는 자의 횡포로 갈등을 유발하는 동일 유형이다. 그뿐 아니라 세부에 들어가서도 대조되는 부분이 더러 나온다. 예컨대 진장이 불관을 회유하는 장면이나 불관이 집장 사령에게 매맞는 장면, 이모가 불관을 타이르고 불관이 유언 비슷한 말을 하는 정경 등은 내용이 그대로는 아니지만 「춘향전(春香傳)」의 어느 대목을 금방 ..
5. 관기제도의 문제점과 임용제도의 문제점 官柳繫秋千 官妓紛紅綠 관아의 버들개지에 그네 매다니 관기들이 분분하여 붉고 푸른 치마들 있네. 不關亦與召 強與諸伴逐 불관은 또한 불러 억지로 여러 벗들과 따르게 하는데 吾意已捐生 此戱不可復 ‘나의 뜻은 이미 생을 버리려 하니 이 놀이 다시 않으리.’ 樓上更催喚 相與賭雙陸 누각 위로 다시 재촉하여 불러 서로 쌍륙 내기하네. 一局纔已了 鎭將睡仍熟 한 판 겨우 이미 끝났는데 진의 장수 곯아 떨어졌네. 潛從洗劒亭 投身千丈瀑 몰레 세검정을 따라 몸을 천 길이 폭포에 던졌네. 可憐荏弱質 觸碎湍石角 가련쿠나! 연약한 몸이 여울 돌 모서리에 부서졌구나. 遂將練布斂 不負生時託 드디어 장차 연포로 염하니 살았을 적 부탁 져버리지 않았네. 寃魂結不散 日暮聞號哭 원통한 혼이 맺혀 흩..
4. 관기로 매어 있는 운명이란 我體雖糜爛 我心不變易 “저의 몸이 비록 짓눌리더라도 나의 마음은 쉽게 변하질 않사옵니다.” 叫頓豈祈憐 嘿嘿受痛毒 부르짖고 조아리며 어찌 가련함을 빌리오? 묵묵히 고통을 포독스레 감내하네. 鎭將尙戀戀 威怒仍復息 진의 장수는 오히려 애틋하여 위엄의 노기를 이에 다시 꺼뜨리고 卸下遂輿返 姨母事治藥 풀어주고 도리어 수레로 돌아가게 하니 이모가 약을 바르며 女伴來相慰 痛恨徒抑塞 여자 친구들이 와서 서로 위로하니 통한이 다만 억눌리고 막히기만 하네. 姨母垂涕謂 汝生在妓屬 이모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네. “너의 삶은 기생에 속해 있단다. 官令儘可畏 焉得避褻瀆 관아의 명령이 모두 두려울 만하니 어찌 모욕을 피할 수 있을까? 終始若違拒 不過斃梃朴 끝내 어기고 거역한다면 몽둥이에 죽여지는 것..
3. 수청을 거부하고서 겪은 고초 不關訴衷曲 誠懇堪惻惻 불관은 속마음 곡절하게 호소하는데 진실로 간곡하여 측은하기만 하다. 女身旣賤流 分當厨湯役 “제 몸 이미 천한 신분으로 분수는 부엌에서 달이는 일에 합당한데 今方蒙記錄 亦已感恩澤 지금 기록됨을 입어 또한 이미 은택에 감사하옵니다. 况復接貴體 伏事度日夕 더군다나 다시 귀한 몸 접하여 일을 쉬며 낮밤으로 지내면 賤軀溢榮耀 何啻鳥遷木 천한 몸이 영애로운 빛으로 넘쳐나리니 어찌 신분이 바뀌는 것 뿐이겠습니까? 小人旣經人 理當待彼約 소인은 이미 사람을 경험해 이치는 응당 저 약조를 기다립니다. 羣妓集如雲 豊肌皆膩澤 뭇 기생이 구름처럼 모여 탐스러운 피부가 모두 기름진 은택을 입었습니다. 競待官家顧 粉脂兼櫛沐 다투어 진의 장수의 온정을 기다려 화장하고 머리 빗질..
2. 새로 부임한 진의 장수가 수청들라고 하다 暫依上土鎭 爲庇親誼敦 잠시 상토진에 의탁했는데 의탁함에 친히 우의로우며 돈독했네. 新鎭聞姓曺 漁色事窮殫 새로 진에서 들려오길 성이 조인 진의 장수가 호색한에 곤궁한 이 쓰러뜨리길 일삼는다네. 聞娘好姿首 促來謁新官 낭자의 아름다운 자태가 으뜸이란 걸 듣고서 재촉하여 와서 새로운 진의 장수 받들이라 하네. 賤人旣被督 不得事遮攔 천한 몸 이미 독촉을 받았지만 구부하길 일삼을 수 없었네. 被驅似羊豕 喘定方仰看 양과 돼지처럼 끌려가 헐떡임 정돈하며 곧장 올려다 보니 鎭將據中堂 輒已發懽顔 진의 장수는 중당을 점거하고서 갑자기 이미 기쁜 기색을 발하네. 催呼上重茵 摟抱仍求懽 겹자리에 오르라 재촉하여 부르고 부둥켜 안고 기뻐하길 구하네. 爾若擇佳婿 孰若儂可欲 “니가 만약 ..
1. 전불관의 기구한 삶 滿浦有官妓 姓田名不關 만포의 어떤 기생, 성은 전(田)이고 이름은 불관(不關)인데, 其父爲鎭將 潛與婢屬奸 아비는 진의 장수가 되어 몰래 여자 머슴과 간음하였다네. 兒生母隨沒 孤身經百艱 아이 낳고 어미는 따라 죽고 홀몸으로 온갖 고생 겪었다지. 十六屬官籍 顔貌美且閑 16살에 관적에 기록되었는데 용모는 아리땁고도 바른 모습이었다지. 間爲具某悅 得以加䯻鬟 얼마 안 있어 구(具)모의 사랑을 받아 상투를 틀었다네. 仍復贖其賤 誓娘相載還 연이어 다시 천기(賤妓)임을 면죄해주며 낭자에게 ‘서로 가마 태우러 돌아올게’라고 맹세했네. 坐待消息來 一別隔河山 앉아 소식이 오길 기다리는데 한 번 이별에 강과 산이 막힌 듯했네. 인용 전문 해설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구출한 아내의 이야기 옥천정녀행(沃川貞女行) 김두열(金斗烈) 1.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 남편을 옥바라지하는 아내 沃川有佳人 無愧古貞烈 少小在閭巷 紡績聊生活 良人異梁鴻 焉知孟光德 暴風日以吹 涇渭混淸濁 妾有寸心誓 但知古女則 不嫌新人妬 願我郞好合 破屋僅容膝 短籬當深峽 常恐乕豹警 戒郞愼出入 夜黑心先怕 扶持膝相接 ⇒해석보기 2. 아내의 간곡한 마음이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살리다 獰風吹燈滅 疾雷破窓閤 乕以良人去 蒼皇起扶執 所過多荊棘 肌肉流血赤 誓使郞或脫 妾身無可惜 行人爲之救 乕亦感而釋 庶幾百年約 從此期安樂 惟彼耽耽者 夜夜窺毁壁 一聲忽驚起 不聞良人息 夜半出門啼 顚倒追乕跡 一之旣云厄 再此又何酷 天寒足不襪 况復兒在腹 山路苦險阻 彳亍無餘力 向風囓余指 臨泉濯余髮 囓指質神祗 濯髮祝星月 郞死亦何辜 願以妾..
해설. 아내의 성실한 마음이 남편을 살린 이야기 이 시는 제목 그대로 곧고 굳센 한 여자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옥천 땅의 한 평민 여성이 남편을 호랑이에게 물려간 위기로부터 두 번이나 구해낸 이야기다. 한번은 물어가는 호랑이를 끝끝내 붙들고 쫓아가서 드디어 호랑이가 남편을 놓고 달아났으며, 다음은 또 물려가 이미 종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여자의 극진한 정성이 통하여 기적이 일어났다. 앞서 남편은 아내의 고상한 품성을 알아보지 못한 나머지 박대(薄待)하였는데 이제 아내의 지성에 깊이 느끼게 된다. 시인은 역사상 허다한 정렬(貞烈)의 여성 가운데 이 옥천 정녀야말로 마음이 굳셀 뿐아니라 강인한 실천력으로 어려움을 관철한 사실을 높이 사고 있다. 조인공이 강고하게 자기 몸을 던져서 지킨 것은 여성 자신의 굴..
5. 당신의 일 묻혀선 안 되기에 기록으로 남기네 僕本慷慨者 一聞感嘆發 나는 본래 강개하는 사람이라 한 번 듣고 감탄함을 내쏟았네. 褒賞何關爾 若節爾無怍 포상이 어찌 당신에게 관계되겠는가? 당신의 절개는 당신이 부끄럼이 없을지니. 吾東禮義俗 賴爾應更作 우리 동방의 예의로운 풍속은 당신에 힘입어 응당 다시 진작되리. 何恨古貞烈 異事惟爾獨 어찌 옛 정녀들을 한스러워하리오? 기이한 일 오직 당신만이 홀로 한 것을. 嗟彼杞梁妻 崩城竟何益 아 저 기량의 아내은 성을 무너뜨림에 무슨 유익이 있었나? 又聞天山石 望夫空悲切 또한 듣기로 천산의 바위 남편 바라며 공연히 슬픔이 절실했었지. 豈如沃州女 本末無欠缺 아마 옥천의 아낙 같아야 시종 흠결이 없으리라. 一哭行人來 二哭山石落 한 번 곡함에 행인이 오고 두 번 곡함에 ..
4. 엄청난 일임에도 조정에 전해지지 못한 이유 語罷爲一泣 感歎中自怛 말을 마치고 한 번 울적이니 감탄 속에 절로 서글프네. 里人相謂曰 烈哉不可滅 마을사람들이 모두 “열녀로다! 없앨 수 없네.”라고 말들하더니 齊聲入官家 爲向太守說 소리 함께 하고 관아로 들어가 사또 향해 말했네. 太守嗟嘆久 牒報都觀察 사또 감탄한지 오래되어 공문으로 도읍 관찰사에 보고했네. 觀察亦嘖嘖 將以朝廷達 관찰사 또한 칭찬이 자자하며 장차 조정에 도달하도록 했네. 天門九重深 閽者亦嗔喝 하늘문 구중궁궐은 깊어 문지기가 또한 성내며 꾸짖으니 遂令下土人 貞行任泯沒 마침내 하층민에게 하여금 정녀의 행실 멋대로 없애지도록 했다네. 인용 전문 해설
3. 남편의 뉘우침 良人稍定魂 爲我叙顚末 남편은 점점 넋이 안정되더니 나를 위해 전말을 풀어줬어요. 靡爾斷斷誠 吾豈乕口脫 “당신의 한결같은 정성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범의 입을 벗어났겠으리오? 爾哭山可裂 爾心天可質 당신의 곡소리가 산을 무너뜨릴 만했고 당신의 진심이 하늘을 질정할 만했소. 虎狼亦相感 捨我不忍食 범과 이리도 또한 상응하니 나를 버리고 차마 먹지 못하고 惡性終未已 閃閃且注目 악한 본성 끝내 그만두질 못해 반짝반짝이고도 또한 주목하니 一塊俎上肉 急勢在頃刻 한 덩이의 도마 위 고기로 급한 형세는 경각에 있었어요. 蒼崖忽崩拆 忽然壓乕殺 벼랑이 홀연히 무너져 갑자기 범을 압사시켜 죽였고 虎殺吾則活 得此冥冥隲 범이 죽자 나는 살았으니 이것은 신령함이 정한 것이니 冥冥豈我隲 賴爾聲上徹 신령함이 어찌 내..
2. 아내의 간곡한 마음이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살리다 獰風吹燈滅 疾雷破窓閤 모진 바람이 불어 등불 꺼지고 우레가 창문과 쪽문 부수더니 乕以良人去 蒼皇起扶執 호랑이가 남편 데리고 떠나는데 황급히 일어나 붙잡었어요. 所過多荊棘 肌肉流血赤 지나는 곳에 가시들이 많아 피부와 살에 붉은 피가 흘렀죠. 誓使郞或脫 妾身無可惜 낭군에게 혹 벗어나게 하겠다 맹세하고 첩의 몸으로도 아끼지 않았어요. 行人爲之救 乕亦感而釋 행인 그를 위해 구해주려 하자 범 또한 느껴졌는지 놓아줬죠. 庶幾百年約 從此期安樂 백년의 약조 바라 이로부터 안락을 기대했는데 惟彼耽耽者 夜夜窺毁壁 오직 저 범은 탐탐하며 밤마다 헐어진 벽을 엿보더니 一聲忽驚起 不聞良人息 한 소리에 갑자기 놀라 일어나니 남편의 숨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夜半出門啼 顚倒追乕..
1.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 남편을 옥바라지하는 아내 沃川有佳人 無愧古貞烈 옥천에 아리따운 사람 있으니 옛 정녀와 열녀에 부끄럽지 않네. 少小在閭巷 紡績聊生活 어릴 적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길쌈하며 생활을 의지하네. 良人異梁鴻 焉知孟光德 남편이 양홍과 다른데 어찌 맹광같이 깎듯이 받드는 덕을 알리오? 暴風日以吹 涇渭混淸濁 폭풍 날마다 불어오니 탁한 물인 경수와 맑은 물인 위수가 맑은 물과 흐린 물에 뒤섞이네. 妾有寸心誓 但知古女則 첩은 일편단심으로 맹세하네. 다만 옛 여인의 법도 알아 不嫌新人妬 願我郞好合 새 사람을 미워하여 시기하지 말고 우리 낭군과 잘 맞길 원하네. 破屋僅容膝 短籬當深峽 해진 집은 겨우 무릎만 용납할 정도이고 짧은 울타리는 골짜기 깊은 곳이라 마땅하죠. 常恐乕豹警 戒郞愼出入 항상 호랑..
조선ㆍ일본ㆍ후금ㆍ명나라의 강직한 여성들 이야기 여사행(女史行) 이규상(李奎象) 1. 두 왜장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倭寇晉州城陷時 論介其名官妓奇 佳人似花復如月 翠鬟紅粧何葳蕤 亭亭表立矗江石 嫣然一笑若招誰 江前倭陣月暈匝 白刄炮火血雨垂 倭中蕩子倐飛步 兩倭爭掠一娥眉 娥眉兩手挈兩敵 百丈江波身共隳 乃知一死素所決 一死猶辧殺兩夷 男兒作計此不易 何況官妓一弱姿 淸江如玉石不轉 女兒俠士非女兒 ⇒해석보기 2. 마음을 바친 청나라 낭군 위해 목숨 바친 일본의 게이샤(けいしゃ: 傾斜) 倭中女俠又卓然 近日東槎消息傳 蘆花町裏養女俠 爲女唐船幾流連 唐船百貨爲女幤 月姥紅繩情纏綿 郞言倭妾不可捨 妾言中原郞返船 黃金用盡黑貂弊 妾在郞心若旌懸 東風花事斷送後 浪跡遊蜂何處牽 生人死別爲郞計 投海妾身爲郞捐 唐商痛哭立玉塔 上刻女名綠雲仙 郞返古國禍轉福 女棄..
해설. 전환기에 여성존재를 부각시키다 이 시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전반기 사이에 동북아 지역의 민족국가에서 출현한 기절(氣節)의 여성상을 그려 보인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서막을 열어 청황제 체제의 대륙 지배로 종막을 지은 거대한 드라마는 하나의 역사 전환이었다. 시인은 이 과정에서 여성의 존재를 민족마다 하나씩 발견한다. 조선의 논개, 일본의 녹운선, 여진의 요면의 처, 한족의 진양옥이다. 이들은 취한 행동이나 드러난 성격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녹운선과 요면의 처는 한 남자를 위해 자결한 경우인데 논개와 진양옥은 조국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거나 용감하게 싸웠다. 신분상으로 보면 논개와 녹운선은 기생이었으며 다른 둘은 귀족에 속한 것이다. 시인은 이들 모두를 여협(女俠)이란 범주로 파악하고 있다...
5. 남자들 부끄럽게 만들 여성들의 이야기 俠女節婦又女將 협녀이자 절부이며 또한 여장군이니 女將忠臣倍芳芬 여장군이자 충신이니 향기로움 배가 되네. 陰運漸漸壓老陽 음의 기운이 움직여 점점 노쇠한 양의 기운 압도하니 陰中亦有正氣張 음의 기운 속에 또한 바른 기운 펴지겠구나. 鋪張當以白玉管 펴지는 기운은 마땅히 백옥의 피리로 하고 表揭有如星日光 겉에 걸린 것이 별빛과 해빛 같네. 三邦相隔九州外 세 나라는 서로 떨어져 있고 중원의 바깥이지만 一天同賦知能良 한 하늘이 같이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을 부여받았네. 良能良知最炳靈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은 가장 빼어난 영특함이니 可惜盡鍾紅粉粧 애석하게도 모두 여인들에게 모였던 것이구나. 我今特書大書 나는 이제 특별히 큰 글씨로 쓰니 又使讀人間有髯娘 또한 독자에게 ..
4. 명청전쟁에 산화한 여장부 진양옥 同時關外女將軍 같은 때에 관문 밖에 여장군은 姓秦其名良玉云 성이 진이고 이름은 양옥이라 한다네. 梨花一槍白玉手 이화의 한 창 백옥같은 손으로 쥐고 揮出乾坤流賊氛 하늘과 땅에 흘러다니는 요사한 기운을 휘저으며 나갔네. 西來九王掩面走 서쪽으로 오던 구왕도 얼굴 가리고 달아나니 不獨長城三桂勳 장성의 오삼계의 공뿐만 아니라네. 終然馬革裹玉碎 마침내 말가죽으로 옥 가루 싸듯 전쟁터에서 산화하니 祖洪頭巾愧羅裾 청에 항복한 조대수와 홍승주는 이 여인에게 부끄러우리. 인용 전문 해설
3. 명군과의 전투에서 목숨 잃은 후금의 장수를 따라 순장된 아내 金邦節婦節尤貞 후금 나라에 절부는 절개가 더욱 곧으니 金將要兔其夫名 후금 장수인 요면은 남편의 이름이네. 兔父汗兄貴永介 요면의 아버지인 칸의 형인 귀영개이고 要兔英雄冠萬兵 요면은 영웅이라 뭇 병사들에서 뛰어났네. 松山厮殺少年將 송산보 싸움에서 명나라 군인이 소년 장수 요면을 죽이니 劍頭英雄草塵輕 칼머리의 영웅은 풀과 티끌처럼 가벼이 죽었구나. 嚴粧百寶斷髪婦 엄숙한 화장을 하고 뭇 보화를 한 채 머리카락 자른 아낙은 哭訣諸兒殉墓塋 모든 아이에 통곡하며 이별하고 남편의 무덤에 순장되네. 渾江寰宇義烈震 혼강의 천하에 의열이 진동하니 質官日記事蹟明 지관의 일기에 일의 종적이 분명하구나. 인용 전문 해설
2. 마음을 바친 청나라 낭군 위해 목숨 바친 일본의 게이샤(けいしゃ, 傾斜) 倭中女俠又卓然 일본 사람 중 여자 협객 또한 탁월하다고 하니 近日東槎消息傳 최근에 동쪽 사신이 소식 전하니 蘆花町裏養女俠 아시바나(蘆花) 거리[町] 속 여자 협객이 길러졌으니 爲女唐船幾流連 이 여자 위해 당나라 상선(商船)이 얼마나 유락(遊樂)에 빠졌던가? 唐船百貨爲女幤 당나라 상선(商船)의 온갖 재화는 여자의 돈이 되고 月姥紅繩情纏綿 월하노인의 붉은 색 노끈에 정이 사로잡히네. 郞言倭妾不可捨 당나라 낭군이 “일본인 첩 버릴 수 없어.”라고 말하고 妾言中原郞返船 일본인 기녀는 “중국의 낭군님은 배를 돌려 가셔요.”라고 말하네. 黃金用盡黑貂弊 황금 모두 소진되자 흑색 담비가죽 해지나 妾在郞心若旌懸 첩은 낭군의 마음에 매달린 깃발..
1. 두 왜장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倭寇晉州城陷時 왜구가 진주성 함락할 때에 論介其名官妓奇 논개란 이름의 관기가 기이하도다. 佳人似花復如月 아름다운 사람이라 꽃 같기도 다시 달 같기도 해 翠鬟紅粧何葳蕤 비취빛 쪽진 머리에 붉은 화장으로 어찌나 생글생글하던지 亭亭表立矗江石 우뚝하게 서있는 남가의 촉석루에서 嫣然一笑若招誰 생긋 한 번 웃으며 누군가 부르는 듯하네. 江前倭陣月暈匝 남강 앞엔 왜구의 진은 달무리 휘돌아 白刄炮火血雨垂 흰 칼날과 포화에 피가 비처럼 드리워졌네. 倭中蕩子倐飛步 왜구 중 방탕한 놈이 갑자기 날 듯 걸어와 兩倭爭掠一娥眉 두 왜구가 다투며 한 미인을 납치하려네. 娥眉兩手挈兩敵 미인은 두 손으로 두 왜구를 끌더니 百丈江波身共隳 100길이의 남강 물결에 몸을 함께 빠뜨렸다네. 乃知一死素所..
사랑했지만 첩이 되어 쫓겨나야만 했던 괴로움을 놓아버리며 오뇌곡(懊惱曲) 신국빈(申國賓) 산문. 첩으로 맞이한 단랑을 지키지 못한 박순칙을 대신하여 짓다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魏ㆍ晉樂府中一曲也.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有姿色, 嘗採桑陌上, 朴君順則見而悅之.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不能堪耐, 移置幾處而不得. 則歸之大堤其母家, 絶不往來. 其母欲奪志, 丹娘一夜逃去, 入石骨山剃頭爲尼. 時余避痘在牛嶺之僧舍, 聞而悲之, 倣古作此詞, 以舒順則之懷云耳. ⇒해석보기 1.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통하다 懊惱何懊惱 落日欲沒峴 山西夕陽下 捲簾斷膓處 小橋煙柳大堤 憶昔十五二八時 掃眉如蛾領如蠐 十七採桑官道傍 郞騎白馬踏花嘶 隔桑含羞儂不語 郞心一點通靈犀 大堤春水碧如天 笑指交飛倚睡雙鳧鷖 ⇒해석보기 2. 질투에 시달려 친정으로 돌..
해설. 부처님께 발원한 말속에 담긴 남성주의의 왜곡된 시선 이 시는 남녀 간의 애정 갈등이 빚어낸 고뇌를 서술한 내용이다. 작중 주인공 단랑을 반순칙이 우연히 발견해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그런데 단랑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다 남자는 이미 결혼한 몸이기에 첩으로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실 부인은 첩실 단랑을 몹시 구박한다. 단랑은 처첩간의 격차에 신분상의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단랑은 질곡과 고난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결국 절간으로 들어가 중이 되어버린다. 시는 단랑의 1인칭 서술로 전개되고 있다. 단랑이 이미 중이 된 몸으로 부처님 앞에서 발원하는 장면이 작중의 현재다. 따라서 서사적 내용은 과거를 회상한 형식이다. 즉 여자가 자신의 비련의 이야기를 독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
7. 발원② 우리 가족 행복하고 부처님 은혜 잊지 않길 願使倚閭人 문에 기다리는 어머니의 白髮復黑牙生齯 센 머리 다시 검어지고 이가 다시나며 主父主母亦康寧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강령하여 偕老同裯享嘏褆 함께 늙고 한 이불 덮으며 복받음 누리시길 원하옵니다. 弟子肉身化爲石骨山下灰 그리하면 제자의 육신 변하여 석골산 아래 재가 되더라도 魂魄有知含笑眂 혼백은 앎이 있어 웃음을 머금고 보겠나이다. 魄歸地下頌佛功 백이 지하로 돌아가도 부처의 공을 칭송하고 魂飛天上爲雌霓 혼이 천상을 날아가도 무지개 되겠나이다. 千年碧井詞一曲 천년 후에 벽정사 한 곡조를 阿滿子相和相提攜 아만자로 서로 화답하며 서로 끌고 끌며 不羡當時衛叔卿 당시 위숙경이 騎上靑山雪色麑 청산에서 흰색 구름 타고 놀던 것 부러워 않겠사옵니다. 佛靈佛力如可..
6. 발원① 낭군의 아내가 되어 행복한 가정 이루길 不願往生兜率天 “도솔천에서 왕생하길 원치 않고 不願化樹爲菩提 나무가 변하여 보리수 되길 원치 않사옵니다. 但願生生世世千劫又萬刦 다만 대대로 천겁 또 만겁에도 郞爲丈夫妾爲妻 낭군은 남편이 되고 저는 아내가 되어 在天爲元央 하늘에 있어선 원앙새가 되고 在地爲比目 땅에 있어선 비목어가 되어 火澤不相睽 불이나 연못이나 서로 등지지 않고 親愛諸姬若姊妹 서로 여러 여자들과 자매들을 사랑하여 不妬不忌無勃谿 질투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아 다투지 않길 원합니다. 伏願大慈大悲諸佛諸菩薩 대자대비의 모든 부처와 모든 보살게 엎드려 비오니 俯鑑弟子言有稽 제자의 말을 굽어 살펴 헤아려주소서. 弟子生前侍佛前 제자 생전에 부처님을 모시고 敬持此心如璋復如珪 이 마음 옥 같이 홀 같이 ..
5. 비구니가 되고서도 못 버린 미련을 마침내 버리다 夜氣凄凄 밤기운 서늘한데 魂飛千疊萬疊到故園 혼은 천 겹 만겹의 날아 고향에 이르네. 背燈孤臥鶴髮白鷄皮黧 등불 등지고 외롭게 누운 어머니 머리 세고 피부는 거무티티하구나. 不見馬山村 마산촌이 보이지 않는데 豈知馬山蹊 어찌 마산길을 알리오? 忽然五更上房二十八鍾聲 문득 새벽 3~5시에 상방에서 28번 종소리는 依俙是曉風茅屋第一鷄 새벽바람에 초가집의 첫 번째 닭울음소리와 비슷하구나. 揄長袂拭淚眼 긴 소매 끌고 눈물자국 닦으니 我何用重悽悽 내가 어째서 거듭 슬퍼하고 슬퍼하는 것인가? 不㤪主母不㤪郞 본부인 원망 말고, 낭군님 원망 말자. 只恨此身三生寃業爲人㜎 다만 이 몸 삼생의 원망스런 업으로 남의 첩이 된 게 한스럽구나. 沐蘭湯爇檀爐 난초 목욕물로 머리감고 박..
4. 비구니가 되어 속세의 욕망을 끊어내다 是心安處極樂世 이 마음이 편안한 곳이 극락세계 歷歷西天歸路霧盖雲㡙 역력한 서축(西竺)으로 돌아갈 길엔 안개가 덮여 있고 구름이 가득하네. 懶倚禪牕縫衲衣 나태하게 선방의 창가에 기대 스님옷을 꿰매니 纖纖指春筍柔荑 가녀린 손가락 봄의 죽순인 듯 부드럽고도 희네. 芒鞵錫杖從此去 짚신과 석장으로 이로부터 떠나니 白雲處處千峰又萬溪 흰 구름이 곳곳의 온갖 봉우리와 또한 뭇 계곡에서 피어나네. 水舂雲母碓 물은 운모 방아를 찧고 雲滿福田畦 구름은 복전의 밭이랑에 가득하네. 雲無跡水無心 구름은 자취가 없고 물은 마음이 없으니 去誰留來誰擠 떠난들 누가 머물게 할 것이며 온들 누가 밀어낼 것인가? 回頭笑十年苦海淪落地 머리 돌려 10년의 괴로움의 바다에 빠뜨린 땅을 한껏 웃어주네. ..
3. 석골산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다 呑聲出門何處是石骨山 소리 삼키고 문을 나서니 어느 곳인 석골산인가? 三步長吁五步攀躋 세 걸음에 긴 한숨, 다섯 걸음에 더위잡고 오르니 道是石骨山高強與愁齊 길이 석골산 높고도 험함이 근심과 나란할 지경이네. 上殿禮佛下參禪 사찰에 올라 예불하고 내려와 참선하며 暗倩剃頭金鷿鵜 예쁨을 감추고 머리를 벽제 바른 쇠로 자르니 解下烏蠻十八鬟 머리카락 떨어지니 변방 민족 18살 계집종 같아 也不關 옥으로 만든 머리빗과 금으로 만든 넓직한 비녀 玉梳頭金股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구나. 一莖髮一行淚 한 줄기 머리카락에 한 줄기 눈방울 淚隨髮落箇箇便成泥 눈물이 머리카락따라 떨어져 하나하나 문득 젖어가는 구나. 不忍照面氷盆看 차마 얼음 동이에 얼굴 비춰보지 못하고 居然小闍梨鉛水凝睇 슬며시 ..
2. 질투에 시달려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님은 오지 않고 竹林中寒砧 暮舂夜不眠 대숲 속 스산한 다듬이소리 저물녁 방아찧는 소리에 밤에도 자지 못하고 仰看三五小星參與氐 우러러 새벽에 작은 별인 삼성(參星)과 저성(氐星)을 바라보네. 最是洞房一聲骨冷魂盡飛 큰방의 한 소리에 뼈 사무쳐 혼이 모두 달아나니 夜夜河東獅猊 밤마다 본처의 질투 가득한 소리. 風飄蓬水浮萍 바람에 나부끼는 쑥이고 물에 뜬 부평초 같아 海東頭天端地倪 바다 동쪽 머리의 하늘 끝과 땅 끝. 孫郞阮仲容宅 손낭원이나 중용댁으로 三年鎖影深深如犴狴 3년동안 깊이 깊이 그림자 감춰졌으니 감옥 같았네. 眼中泉源月中歸 눈 속 맑은 샘물로 달밤 중에 돌아오니 雪髩阿母抱項呑聲啼 눈 같은 머리발의 어미는 목을 안고서 흐느낌을 삼키네. 靑松短籬白竹半扉 푸른 소나무..
1.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통하다 懊惱何懊惱 落日欲沒峴 괴로우니 어째서 괴로운가? 지는 해는 고개에 빠지려 하니 山西夕陽下 捲簾斷膓處 산 서쪽에 석양빛 내려 발을 거두니 애간장 끊어지는 곳. 小橋煙柳大堤 조그만 다리에 버들개지 있는 큰 둑에서 憶昔十五二八時 생각해보면 15~6살 掃眉如蛾領如蠐 눈썹 쓸어낸 것이 초등달 같고 목은 굼벵이처럼 볼록하니 十七採桑官道傍 17살에 너른 길 곁에서 뽕 따다 郞騎白馬踏花嘶 낭군 백마 따로 꽃을 밟고 울어대네. 隔桑含羞儂不語 뽕밭을 사이로 부끄럼 머금고 나는 말하지 못했지만 郞心一點通靈犀 낭군 마음의 한 점이 막힘없이 통했네. 大堤春水碧如天 큰 둑의 봄물 푸르기가 하늘 같으니 笑指交飛倚睡雙鳧鷖 웃으며 교대하여 날며 기대어 자는 쌍쌍의 오리를 가리킨다네. 인용 전문 해설
산문. 첩으로 맞이한 단랑을 지키지 못한 박순칙을 대신하여 짓다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魏ㆍ晉樂府中一曲也.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有姿色, 嘗採桑陌上, 朴君順則見而悅之.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不能堪耐, 移置幾處而不得. 則歸之大堤其母家, 絶不往來. 其母欲奪志, 丹娘一夜逃去, 入石骨山剃頭爲尼. 時余避痘在牛嶺之僧舍, 聞而悲之, 倣古作此詞, 以舒順則之懷云耳. 해석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오뇌란 곧 오농의 소리가 전환된 것으로 魏ㆍ晉樂府中一曲也. 위진 악부 중 한 곡조이다.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근래에 대제촌에 이름이 단랑인 사람이 있었으니 有姿色, 嘗採桑陌上, 아리따워 일찍이 뽕밭에서 뽕 따다가 朴君順則見而悅之. 박순칙이 보고 그녀를 좋아했다.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마침내 값을 주고 사서 맞이했지만 갑..
몇 년이 흘러서야 남편을 따라 죽은 이유 윤가부(尹家婦) 정범조(丁範祖) 계기. 젊은 시절에 과부가 되었지만 아들을 장가보내고서야 죽다 尹氏婦姓南. 歸尹氏未幾, 夫溺漢江死, 南氏方靑年寡而忍不死. 從伯叔居越中, 待其生男, 取養之. 當是時, 盖無幾微死色也. 旣養子長, 遂娶婦. 婦見親黨, 大會酒食歡甚, 南氏亦懽. 是夜失南氏, 擧家愕不知所往. 時患虎, 家人把火, 搜家後山麓殆遍, 南氏安可得? 哭而歸. 天明得死婦人於錦江中, 南氏也. 擧家方倉卒誰解者? 盖歸而得遺書篋笥中. 告兒及婦書也. 若曰: “汝母豈一日忘死哉. 而爲而父之夭無嗣. 幸養汝長, 娶婦賢, 吾今歸報而父. 我死必於水, 所以從而父也.” 於是, 擧家乃解. 嗚呼! 其婦人中古▣▣之流乎. 丁範祖作詩, 以美之曰: ⇒해석보기 1. 새에 비유하여 말하다 有鳥東南來 雙集嘉樹枝..
해설. 남편의 후사를 위해 인내하며 죽는 시기를 미루다 젊은 나이에 남편이 한강에서 실수로 물에 빠져 죽었다. 그 부인은 조카 양자를 들여 길러서 아이가 장가들어 신부를 맞이한 그날, 남편을 따라 역시 물에 빠져 죽는다. 이 서사의 줄거리가 특이하긴 하지만 현대적 윤리에 비춰보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것임은 물론이다. 여자는 남자가 죽으면 따라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법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딱히 규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효열을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신봉했던 전통사회에서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도덕률 때문에 남자를 따라 죽는 행위는 여성의 정절로서 미화되기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던 그런 행위는 여자를 종속물로 여기는 것으로, 타기해야 마땅한 관념에 불과하지만, 그런 관념이 윤리적 가치로 표..
4. 유언을 읽고 모두 눈물바다 家人薄暮歸 發書視其辭 집사람들 이른 저녁에 돌아와 편지 펼쳐 글을 보고서 親戚乃哀歎 隣里爲噓唏 친척들은 곧 애달프게 탄식했고 마을사람들은 흐느껴 울었으며 座中衆賓客 皆言貞節稀 좌중의 뭇 손님들은 모두 ‘정절의 드문 경우“라 말하네. 『海左先生文集』 卷之一 인용 전문 해설
3. 자식의 결혼식날을 기다려 남편따라 강물에 뛰어든 아내 擧家久乃覺 倉皇迷所爲 온 집안살마 오래되어서야 곧 깨달아 슬퍼하며 황급히 간 곳을 헤매니 山深多惡獸 恐爲虎豹欺 산 깊기에 사나운 짐승들 많아 범과 표범에 속임 당했을까 두렵네. 發卒列炬火 四面圍山陂 하인들 보내 늘어선 횃불로 사면으로 산과 언덕 에워싸니 人聲沸如雷 炬火東西馳 사람 소리 들끓기가 우레 같고 횃불은 동분서주하네. 自夜達天曙 形影安可知 밤으로부터 새벽이 될 때까지 찾지만 모습과 그림자 어디에 있나? 朝日出錦水 傳有婦人屍 아침해가 금강에서 나와 부인의 시체 있음이 두루 퍼졌네. 顔色儼若生 裳衣何淋漓 안색은 의연하게 살아 있을 때 같은데 옷만이 어째 젖었는가? 捨生豈無所 婦人必於斯 삶 버릴 곳이 어디에 없겠는가? 부인은 반드시 이곳이 마땅..
2. 양아들 장가가는 날, 죽기로 결심하다 烈烈尹家婦 早奉君子儀 열렬한 윤씨네 집안 아내는 일찍이 군자의 위의(威儀)로 받들어 恩義如邱山 誓言無睽違 은의가 언덕과 같았고 맹세한 말은 등지며 어기지 않았네. 丈夫不自愼 淪身漢水湄 장부는 스스로 삼가지 않아 몸을 한강에 빠뜨렸네. 賤妾痛肝膓 殺身當同歸 천한 아내는 간과 장으로 애통해하며 몸을 죽여 마땅히 함께 돌아가야 하나 君歿無宗嗣 妾死誰主祀 남편 죽어 종친에 후사가 없으니 아내 죽는다면 누가 남편을 제사지내리오? 黽勉延軀命 養育螟蛉兒 힘쓰고 힘써 몸의 목숨 연명해 양자의 아이 양육했다네. 一刻三抱兒 一日十哺兒 매우 짧은 시간에도 세 번 아이를 안고 하루에도 10번 아이를 젓먹이네. 兒年奄長成 彷彿父容姿 아이는 부쩍 장성하여 아비의 용모와 자태 방불케 하네..
1. 새에 비유하여 말하다 有鳥東南來 雙集嘉樹枝 어떤 새가 동남쪽에서 와서 아름다운 나뭇가지에 쌍쌍이 모이다가 中道其䧺死 雌鳴一何悲 도중에 수컷이 죽으니 암컷의 울음소리 어찌나 서글프던지? 雛生未及長 羽翮苦低微 어린새 태어났지만 자람에 이르지 않아 날갯깃이 몹시도 갖춰지지 않았네. 不得從雄死 含酸待雛飛 수컷따라 죽을 수 없어 씁쓸함을 머금고 어린새 날길 기다리네. 인용 전문 해설
계기. 젊은 시절에 과부가 되었지만 아들을 장가보내고서야 죽다 尹氏婦姓南. 歸尹氏未幾, 夫溺漢江死, 南氏方靑年寡而忍不死. 從伯叔居越中, 待其生男, 取養之. 當是時, 盖無幾微死色也. 旣養子長, 遂娶婦. 婦見親黨, 大會酒食歡甚, 南氏亦懽. 是夜失南氏, 擧家愕不知所往. 時患虎, 家人把火, 搜家後山麓殆遍, 南氏安可得? 哭而歸. 天明得死婦人於錦江中, 南氏也. 擧家方倉卒誰解者? 盖歸而得遺書篋笥中. 告兒及婦書也. 若曰: “汝母豈一日忘死哉. 而爲而父之夭無嗣. 幸養汝長, 娶婦賢, 吾今歸報而父. 我死必於水, 所以從而父也.” 於是, 擧家乃解. 嗚呼! 其婦人中古▣▣之流乎. 丁範祖作詩, 以美之曰: 해석 尹氏婦姓南. 윤씨 아내의 성은 남씨다. 歸尹氏未幾, 夫溺漢江死, 윤씨에게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씨가 한강에 빠져 죽었지..
해설. 모시옷에 비친 사별한 아내를 그리는 마음 이 시는 남편으로서 사별한 아내를 그리는 감회를 나타낸 내용이다. 작자 채제공은 신미(辛未: 1751) 정월에 부인 오씨가 죽었다는 기별을 외지에서 들었다. 부인의 장례를 치른 그해 봄에 이 시를 지은 것이다. 시는 모시옷에 사연이 담겨 거기서 정회(情懷)가 우러나온다. 아내는 선비의 옹색한 살림에 모처럼 남편을 위해 모시옷감을 마련한다. 그래서 옷을 짓던 중 그만 병이 나서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사연이 작품의 전반부를 구성하고 있다. “식전 아침 빈방에서 모시옷 입어보니[朝來試拂空房裏]”부터 후반이 되는데, 그 옷을 마무리 짓게 된 경위는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그리하여 곧바로 다 지어진 모시옷을 입어보고 아..
사별한 아내가 짓다 만 모시옷을 꺼내 입으며 백저행(白紵行) 채제공(蔡濟恭) 皎皎白紵白如雪 희디 흰 모시는 흰 눈 같으니 云是家人在時物 집 사람이 있을 때의 물건이라네. 家人辛勤爲郞厝 집 사람이 고되게 낭군 위해 만들다가 要襋未了人先歿 바지 허리 대고 동정다는 것 마치지 못하고 먼저 죽었지. 舊篋重開老姆泣 오래된 상자 거듭 열다가 늙은 침모는 울며 말하네. 誰其代斲婢手拙 “저의 손재주 없으니 누가 대신하여 만들까요?” 全幅已經刀尺裁 온 포목 이미 마름질은 했지만 數行尙留針線跡 두어 줄은 아직도 바느질 자취 남아 있네. 朝來試拂空房裏 아침이 와 빈 방에서 시험 삼아 펼치니 怳疑更見君顔色 아스라이 다시 그대의 얼굴 보이는 듯. 憶昔君在窓前縫 옛날에 그대 창 앞에서 바느질할 적을 추억해보니, 安知不見今朝着 어..
버리지 않는다는 낭군의 약조를 굳건히 지킨 기녀 장대지 장대지(章臺枝) 이광려(李匡呂) 지은 계기. 버리지 않겠노라 약조했지만 끝내 함께 하지 못하다 章臺枝者, 故坡平尙書之姬也. 歲辛亥尙書爲成川, 姬邑婢也. 時年十五六, 旅行諸妓中退然不見態色, 公偶見而悅焉, 引欲自侍固不可. 叩其故, 對曰: “妾父良人也, 父將死時, 以女爲賤流, 顧語母甚戚之. 妾用是痛心, 苟有所從, 誓畢身於一人耳.” 公感其言, 卽許以不棄焉. 旣幸而益忠敬, 公心宜之. 居數月去成川爲海西觀察使. 與之約曰: “某時遣迎, 汝且待之.” 姬敬諾. 旣而不果, 盖之官不數月, 又遞去矣. 公居家貧, 又性拙, 不能輒置姬侍. 待更作向西一郡迎取, 屢不諧且六七年. 姬守益堅, 然已沈病矣, 其未病, 嘗一至京拜公而去. 及公留守江都, 聞其已死矣, 公大傷懊, 爲遣親信人持文往祭..
해설. 사회의 진상을 비추인 작품 「장대지(章臺枝)」라는 이 작품은 병서(幷序)와 12수의 5언절구 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산문으로 씌어진 병서에서 사실서술과 함께 창작경위를 밝혀놓았다. 12수의 시편은 각각 독립적이면서 하나로 연계되어 있는데 장대지라는 작중의 주인공이 독백하는 형태다. 서사주체가 서정적 1인칭 화법을 쓴 것이라고 하겠다. 때문에 다분히 서정시적이지만 병서와 아울러 전체로서 서사시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장대류 길가에 선 버드나무 봄바람 부는 이삼월에 이 몸은 나무의 한 가지라면 오직 한분만 꺾도록 하겠어요[章臺路傍樹 東風二三月 妾身比一枝 只許一人折].” 12수의 서사(序詞)에 해당하는 제1수에서 자신의 이름을 장대지라고 한 뜻이 드러나는 동시에 그녀의 비극적인 인생이 암시되고 있..
3. 비류강처럼 변함없이 그대 곁에 있겠어요 其九 抵死與夫君 如今全此身 죽음에 닥쳐 그대와 함께 하기에 지금과 같이 이 몸을 온전히 했지요. 去去傷此身 不作良家人 시간 지날수록 이 몸 상하리니, 양반집 사람 되지 못하겠죠. 其十 良家有夫婦 賤家無夫婦 양반집엔 부부가 있지만 천한 집엔 부부가 었죠. 賤家亦有身 滅身方見守 천한 집이라도 또한 몸은 있으니 몸 사라진대도 곧 수절을 드러내어요. 其十一 不道妾無情 莫作相思死 제가 무정하다 말하지 마시고 그리움으로 죽었다 하지 마셔요. 道妾相思死 有如沸江水 제가 상사병으로 죽었다고 말을 하신다면 비류강 물과 같을 것이어요. 其十二 沸江流日夜 巫峯十二鬟 비류강은 낮밤으로 흐르고 무산의 열두 봉우리 萬古留不滅 娘名與此山 만고에 머물러 사라지지 않으니 저의 이름도 이 산..
2. 박명에도 그대 위해 정절 지키네 其五 不敢恨薄命 到底是君恩 감히 박명이 한스럽지 않는 것은 가는 곳마다 그대의 은혜이기 때문이죠. 君知妾有父 父有臨終言 그대는 저의 아버지 있을 적에 아버지가 임종 때에 한 말이 있다는 걸 아시죠. 其六 父有臨終言 女有終身地 아버지가 임종 때에 한 말이 있네. “딸은 몸을 마칠 땅이 있어야 한단다.” 章臺士人子 死爲尹府使 장대지는 선비의 자식으로 윤부사를 위해 죽었다네. 其七 望郞在天上 天上隔無期 낭군을 바라보니 천상에 계셔 천상은 가로막혀 기약할 수 없어라. 亦知君憐妾 寧知妾死時 또한 그대가 저를 가엾게 여길 줄은 알지만 어찌 저의 죽은 때를 알겠으리오. 其八 人生作女子 極知良苦辛 사람이 태어나 여자가 되어 매우 진실로 괴로움을 알죠. 辛苦盡一生 成就爲一人 괴로움으..
1. 그대에게만 꺾임을 허락했지만 그대 떠난 후론 만나지 못하죠 其一 章臺路傍樹 東風二三月 장대의 버들은 길가의 나무가 봄바람 부는 2~3월에 妾身比一枝 只許一人折 첩의 몸이 한 가지라고 한다면 다만 한 사람에게 꺾임만을 허락하리. 其二 幸許一人折 詎免終身思 다행히 한 사람에게 꺾임을 허락했으니 어찌 종신토록 그리워함 면하리오? 終身思謂何 寸心君見知 종신토록 그리워함은 무언가? 일편단심 그대 아시려나요? 其三 寸心儻見知 萬死死不寃 일편단심 혹시 아신다면 만 번 죽더라도 죽음이 원망 않으리. 情知妾薄命 不是君少恩 정으로 제가 박명할 줄 아노니 이것은 그대의 은혜가 적기에 그런 게 아니죠. 其四 憔悴到如今 留君昔時折 초췌하여 도리어 지금 같은데 그대는 예전 꺾던 때에 머물러 있으니 結作同心帶 同心作死結 동심..
지은 계기. 버리지 않겠노라 약조했지만 끝내 함께 하지 못하다 章臺枝者, 故坡平尙書之姬也. 歲辛亥尙書爲成川, 姬邑婢也. 時年十五六, 旅行諸妓中退然不見態色, 公偶見而悅焉, 引欲自侍固不可. 叩其故, 對曰: “妾父良人也, 父將死時, 以女爲賤流, 顧語母甚戚之. 妾用是痛心, 苟有所從, 誓畢身於一人耳.” 公感其言, 卽許以不棄焉. 旣幸而益忠敬, 公心宜之. 居數月去成川爲海西觀察使. 與之約曰: “某時遣迎, 汝且待之.” 姬敬諾. 旣而不果, 盖之官不數月, 又遞去矣. 公居家貧, 又性拙, 不能輒置姬侍. 待更作向西一郡迎取, 屢不諧且六七年. 姬守益堅, 然已沈病矣, 其未病, 嘗一至京拜公而去. 及公留守江都, 聞其已死矣, 公大傷懊, 爲遣親信人持文往祭之, 姬死時年二十餘. 將死告母曰: “埋我官道側, 儻我公宦遊過之.” 聞者悲其言. 尙書余重表..
‘산유화’란 노래를 부르고 스러진 향랑 산유화녀가(山有花女歌) 최성대(崔成大) 1. 잘 자란 향랑, 3년 간의 꿈 같은 시집생활 砥柱採薪女 哀歌山有花 不識女娘面 猶唱女娘歌 儂是落同女 落同是娘家 娘有羣姊妹 父母最娘憐 少小養深屋 不敎出門前 八歲照明鏡 雙眉柳葉綠 十歲摘春桑 十五已能織 父母每誇道 阿女顔色好 願嫁賢夫婿 同閈見偕老 常恐別親去 不解婦人苦 十七着繡裳 蟬鬂加意掃 有媒來報喜 善男顔花似 袴上繡裲襠 足下絲文履 自言不惜財 但願女賢美 牛羊滿谷口 綾錦光篋裏 阿父喚母語 涓吉要嫁女 金鐙雙裌裙 裝送上駿馬 隣里賀爺孃 阿女得好嫁 山花揷鬂髻 野葉雜釵鐶 升堂捧雙盃 受拜翁姥歡 曉起花滿天 夜宿花滿床 茸茸手中線 爲君裁衣裳 羞學蕩女兒 發豔照里閭 人言冶遊樂 儂織在家居 東門有旨鷊 北墠有綠蕨 三年靜琴瑟 事主未曾失 ⇒해석보기 2. 자신을 이..
해설. 낭만적으로 향랑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이 시 역시 향랑 고사를 작품화한 것이다. 그러나 앞의 「향랑요(薌娘謠)」와 대비해보면 내용 성격이 서로 같지 않다. 「산유화녀가(山有花女歌)」에서는 향랑이 시집가기 전에 계모에게 구박을 받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친부모 슬하에서 귀염을 받으며 곱게 자랐던 것으로 되어 있다(여기서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것은 출가한 후의 일이다). 결혼한 다음에도 남편이 처음부터 포악했던 것이 아니고 신혼 초에는 금실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가 남자가 변심을 한 것이다. 왜 그랬던가? 향랑은 워낙 정숙하고 근면해서 남편의 호색적ㆍ속물적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그려진다. 밤 늦게 베를 짜면 빨리 오지 않았다, 곱게 치장하지 못한다 이런 식이었다. 향랑은 남편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2.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 없어 스러진 향랑 豈意分明別 恩情中途絶 어찌 분명히 헤어져 은혜로운 정이 중도에 끊길 걸 의도했겠는가? 織罷故嫌遲 粧成不言好 길쌈이 끝났지만 짐짓 더디다고 싫어하고 화장 다 됐지만 좋다 말하지 않네. 惡婦難久留 語妾歸去早 사나운 아내 오래 머물게 하기 어렵다하며 “아내 돌아가 떠나길 일찍하라”고 말하네. 含悲卷帷幔 痛哭出畿道 슬픔 머금고서 휘장 걷고 통곡하며 길로 나가니 春山異前色 淚葉蕪蘼草 봄산은 예전과 빛깔이 달라 잎 무성한 장미에 눈물 떨구네. 願將奉君意 爲君暫鞠于 원컨대 장차 그대의 뜻 받들어 그대 위해 잠시 집에서 살려하네. 傳聞上荊村 有婦已從夫 전하는 말 들어보니 상형 마을에 아내는 이미 남편을 따른다네. 驅車畏日暮 反袂猶回顧 수레 몰며 날이 저무는 게 두렵고 소매 ..
1. 잘 자란 향랑, 3년 간의 꿈 같은 시집생활 砥柱採薪女 哀歌山有花 지주비 근처에서 땔나무 모으던 처녀가 애달프게 ‘산유화’를 부르네. 不識女娘面 猶唱女娘歌 처녀의 얼굴 알지 못하나 오히려 처녀의 노래를 부른다네. 儂是落同女 落同是娘家 우리들은 같은 부락의 처녀인데, 같은 부락에 향랑 집이 있지요. 娘有羣姊妹 父母最娘憐 향랑에겐 뭇 자매 있었는데 부모가 가장 향랑을 가련히 여겼죠. 少小養深屋 不敎出門前 어렸을 땐 깊은 방에서 길렀고 문 앞 나가라고 가르치지 않았다네요. 八歲照明鏡 雙眉柳葉綠 8살 때 밝은 거울에 얼굴 비추니 두 눈썹 버들개지처럼 푸르고 十歲摘春桑 十五已能織 10살 때 봄 뽕잎을 땄으며 15살 땐 이미 길쌈할 수 있었다죠. 父母每誇道 阿女顔色好 부모는 매번 과장되게 말했죠, “우리 딸 ..
열녀 향랑의 노래 향랑요(薌娘謠) 이광정(李光庭) 1. 착한 향랑, 미친 남편을 만나다 一善女子名薌娘 生長農家性端良 少小嬉戱常獨遊 行坐不近男兒傍 慈母早歿後母嚚 害娘箠楚恣暴狂 娘愈恭謹不見色 紡絲拾菜常滿筐 十七嫁與林家兒 兒年十四亦不臧 愚騃不知禮相加 擢髮掐膚殘衣裳 謂言稚兒無知識 年長還又加悖妄 惡娘箠撻不去手 彪虎決裂誰敢向 →해석보기 2. 친부모와 외숙부조차 받아들여주질 않네 舅姑憐娘送娘家 荷衣入門無顔儀 母怒搥床大叱咜 送汝適人何歸爲 嗟汝性行必無良 吾饒不畜棄歸兒 閉門相與犬馬食 父老見制無奈何 爲裝送娘慈母家 母家悲憐迭戚嗟 爲言汝是農家子 見棄惟當去從他 四鄰皆知汝無罪 胡乃虛老如花容 娘言此言大不祥 兒來只欲依舅公 女子有歸不更人 兒生已與謀兒衷 見逐秪緣數命奇 之死矢不汚兒躳 數言不從終怒視 且謂尋常兒女語 要人涓吉迎娘去 釃酒宰羊列品庶..
해설. 개가(改嫁)를 권하는 현실에 맞선 여성의 주체적 자각 향랑의 사적은 『선산읍지(善山邑誌)』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향랑은 상형곡(上荊谷) 양민의 딸로 임칠봉(林七峰)의 처가 되었다. 계모에게 용납이 되지 못하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바 되자 그의 외숙과 시아버지는 개가할 것을 권하였다. 향랑은 듣지 않고 지주비(砥柱碑) 아래 이르러 다래[髢]와 치마를 풀어 나무하는 소녀에게 맡기며 ‘이것을 우리 부모님께 갖다드려 나의 죽음을 증언하고 시체를 물속에서 찾게 해다오.’라고 말하고 나서 산유화 노래를 불러 그 소녀에게 가르쳐준 다음 드디어 물에 빠져죽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해는 숙종 28년(1702)이다. 그런데 향랑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내 전승되었으며 향랑이 불렀던 산유화는..
7. 선산의 유풍이 향랑에게 스미다 世人嘖嘖說靈異 세상 사람들 혀를 차며 신령하고 기이하다 말하지만 孝烈如娘終無訴 효열이 향랑과 같더라도 끝내 하소연할 곳 없었다니. 生逢母嚚歸夫凶 살아선 완악한 계모 만났고 흉악한 남편에게 시집갔으니 阿誰見聞能如是 누가 보고 들은 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至行端宜化暴愚 지극한 행실은 실로 마땅히 사납고 어리석은 이 변화시킬 만한데도 終不見容而底死 끝내 용납되지 않아 죽음에 이르렀다. 或言義烈大抵竆 혹자는 의열함이 대체로 곤궁하게 한다 말들 하지만 我謂竆後見烈義 나는 곤궁해진 후에야 의열해짐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天生義烈風百世 하늘이 의열을 내면 유풍(遺風)이 100대토록 전해지니 不待生前倘來寄 생전에 혹 와서 붙은 것 기다릴 거 없네. 烏山洛江節義藪 금오산과 낙..
6. 향랑 시신을 찾아서 是處偏近竹林祠 이곳은 죽림사 근처이니 江上高碑名砥柱 강가의 높은 비석 이름은 지주비다. 吉子當年餓首陽 길재는 그 당시에 아사한 백이숙제처럼 금오산에 은거하여 淸風萬古只此土 맑은 유풍이 오래도록 이 땅에 이어져 娘生卑微能知義 향랑은 미천하게 태어났음에도 의리를 알아서 捐身得地何其奇 몸을 버림에 마땅한 땅을 얻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樵女傳衣送阿爺 나무꾼 계집아이는 전해 받은 옷을 아버지께 전송하니 浹旬號哭循江湄 열흘 동안 부르짖고 곡하며 강가를 맴돌았네. 層波嗚咽江鳥啼 층층의 파도 오열하고 강의 새도 우니 江上招招魂有知 강가에서 부르고 부르자 혼도 알았던지 阿爺旣去尸載浮 아비 떠난 뒤에 주검이 떠올랐는데 單衫被面顔如故 홑적삼으로 가린 얼굴, 예전 그대로였다. 인용 전문 해설
5. 소녀에게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남기다 悲吟披髮下江干 슬프게 읊조리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강가로 내려가니 霜葉鳴秋蘆花睡 서리 맞은 잎사귀는 가을날 바스락거리고 갈대꽃은 오므라들었네. 江頭採薪小女兒 강어귀에서 땔나무 채취하던 어린 여자 아이를 携來問名年十二 데려 와 이름을 물으니 나이는 12살이란다. 沙際兩立盡心語 모래톱에 둘이 서서 진심으로 말했다. 汝家幸與吾家邇 “너의 집은 다행히도 우리 집과 가깝구나. 嗟吾隱痛無所歸 아! 내 마음의 고통 붙일 데가 없어서 今將舍命隨淸水 이제 장차 목숨을 버려 맑은 물 따르려 한단다. 但恐死去不明白 다만 죽더라도 명백하게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世人疑吾有他志 세상 사람들이 내가 다른 뜻이 있다고 의심할까 걱정했는데 而今遇汝眞天幸 지금 너를 만난 건 참으로 하늘이 내린 ..
4. 향랑, 죽기로 결심하다 弱質東西不見容 ‘여자의 몸, 사방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四顧茫茫迷去津 사방을 봐도 망망해서 나루터 갈 길 희미하네. 忍詬但能汙吾義 치욕을 참자니 다만 나의 뜻 더럽혀질 것이고 自裁還爲舅所惡 자결하자니 도리어 시아버지의 미움만 살 것이니, 仰天噓唏拊心啼 하늘 보고 한숨 쉬며 가슴 치며 우니 玉筯亂落如飛雨 날리는 비처럼 옥 젓가락 같은 눈물 어지러이 떨어지네. 父不我子夫不婦 ‘아버지는 나를 자식으로 여기지 않고 남편은 아내로 여기지 않으며 再來還逢舅姑忤 다시 와선 도리어 시부모의 미움만 샀네. 三從道絶人理乖 삼종지도는 끊어졌고 사람의 윤리 어그러졌으니 有生何面寄寰㝢 살아도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붙어살거나. 嗚呼一身無所歸 아! 이 한 몸 돌아갈 곳 없는데 面前滄波流萬古 면전의 푸른..
3. 다시 찾은 시댁, 매몰찬 시아버지 跳身還向故夫家 몸을 빼내 옛 남편 집으로 돌아가니 野心未化狂童且 야비한 마음 변하지 않아 미친 아이 그대로였다. 舅言吾兒大無行 시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 아들 몹시 행실이 없으니 汝雖復來何所益 네가 비록 다시 온대도 무슨 보탬이 있겠느냐. 不如從他美丈夫 다른 멋진 남자 따라 寒衣飢食安床席 추우면 옷 입고 주리면 먹고 편안히 살 거라. 吾兒已與汝相絶 우리 아들은 이미 너와 서로 관계를 끊었으니 不復問汝有所適 네가 어디로 가든 다시 묻진 않으련다.” 娘爲垂淚復公爺 향랑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시아버지께 말했다. 不意公今有此言 “공께서 이 말씀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貧兒無敎又無行 가난한 저는 배움도 행실도 없지만 此心誓不登他門 이 마음으로 맹세컨대 다른 집 문..
2. 친부모와 외숙부조차 받아들여주질 않네 舅姑憐娘送娘家 시부모는 향랑을 가엾게 여겨 친정집으로 보내니, 荷衣入門無顔儀 옷가지를 매고 문에 들어섰지만 얼굴을 들지 못하는데 母怒搥床大叱咜 계모는 상을 치고 크게 꾸짖었다. 送汝適人何歸爲 “너를 시집보냈는데 어째서 돌아왔느냐? 嗟汝性行必無良 아! 너의 행실이 보나마나 불량했겠지. 吾饒不畜棄歸兒 내 살림이 넉넉하대도 쫓겨난 자식 거둘 순 없다.” 閉門相與犬馬食 계모가 문을 닫았기에 개와 말과 함께 먹으니 父老見制無奈何 아빠는 늙어 눌려 지내 어찌할 수 없었고 爲裝送娘慈母家 행장을 꾸려 향랑을 외가로 보냈네. 母家悲憐迭戚嗟 외가는 슬퍼하고 가련해하며 번갈아가며 근심하고 탄식했다. 爲言汝是農家子 외삼촌이 말씀하셨다. “너는 농가의 자식으로 見棄惟當去從他 버림당했으..
1. 착한 향랑, 미친 남편을 만나다 一善女子名薌娘 일선부에 사는 여자 아이의 이름은 향랑으로 生長農家性端良 농촌에서 자랐지만 성품은 단아했으며 少小嬉戱常獨遊 어려서부터 장난이 적었고 항상 혼자 놀아 行坐不近男兒傍 다닐 때나 앉을 때나 남자 곁엔 가지 않았다. 慈母早歿後母嚚 친 엄마 일찍 돌아가셨고 계모는 우악스러워 害娘箠楚恣暴狂 향랑을 해하며 매질하고 포악하게 굴어도 娘愈恭謹不見色 향랑은 더욱 공경하고 삼가며 싫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紡絲拾菜常滿筐 길쌈한 것과 나물을 딴 것이 항상 광주리에 가득했다. 十七嫁與林家兒 17살에 임씨네 아들에게 시집갔는데 兒年十四亦不臧 남편은 14살에 또한 불량한데다 愚騃不知禮相加 어리석어 예로 서로 대우할 줄을 몰라 擢髮掐膚殘衣裳 머리채 잡고 살을 할퀴며 옷을 뜯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