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8/11 (56)
건빵이랑 놀자
해설. 아전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라 「용산리(龍山吏)」와 「파지리(波池吏)」는 강진 경내의 사건을 다룬 반면 「해남리(海南吏)」는 이웃 고을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위와 달리 고을 이름을 제목에 붙인 것이다. 「파지리(波池吏)」에서 마을에 장정들은 씨가 마른 듯 보이지 않더라 했는데, 그렇게 된 연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첫머리서 주인공이 먼저 부각되는데 해남서 도망쳐나온 그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다. 승냥이를 만난 게 아니라면, “되놈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방금 무서운 짐승의 공격을 받았거나 아니면 야만적 군대에 유린된, 이런 두 가지 중 하나의 경우다. 다음 단락에서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밝혀지는바 다름 아닌 검독으로 인해 그리된 것이다. 바로 아전을 ‘사나..
해남의 아전 해남리(海南吏) 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 爲言避畏途 나그네가 해남으로부터 와서 “험난한 길을 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坐久喘未定 怖怯猶有餘 앉아 있은지 오래 되었는데도 헐떡이며 안정되질 못하니 겁남이 아직도 가시질 않았다. 若非値豺狼 定是遭羌胡 만약 승냥이와 이리를 만난 게 아니라면, 반드시 사나운 오랑캐를 만난 것이리라. 催租吏出村 亂打東南隅 세금을 재촉하는 아전이 마을에 나와 어지러이 동쪽 남쪽 구석구석 들쑤신다. 新官令益嚴 程限不得踰 새로운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기한을 넘기지 말라 하네. 橋司萬斛船 正月離王都 주교사의 만곡 실은 배는 정월에 한양에서 떠났다네. 滯船必黜官 鑑戒在前車 배가 늦어지면 반드시 벼슬에서 쫓겨나는데, 거울삼아 경계함으로 전례로 있었지. 嗷嗷百家哭 可以媚櫂..
해설. 조세 독촉에선 양반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는 검독(檢督)이 조세를 못 내는 농민들을 끌어가는 내용이다. 작품은 서두 부분에서 아전들이 파지방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줄줄이 묶어서 개 닭처럼 몰고 가는 정경이 서술된다. “역질로 죽은 귀신에 굶어 죽은 시체들[疫鬼雜餓莩]”에서 사정의 심각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더욱이 부역의 시달림마저 겹쳐 ‘장정이라곤 씨가 마른[無農丁]’ 지경으로 되어 있다. 포로처럼 끌려가는 과부 고아들의 행렬-서사적 화폭이다. 다음 단락에서부터 그는 그중의 한 사람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빈한한 선비[貧士]다. 명색이 양반인데 끌려가는 행렬에 끼여 있으니 아전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그는 신분에 상응한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고 무한히 욕을 당한다. 아전은 ..
파지대방의 아전 파지리(波池吏) 정약용(丁若鏞) 吏打波池坊 喧呼如點兵 아전이 파지대방(波池大坊)으로 들이닥쳐, 시끄럽게 불러재끼는 게 군사를 점호하는 것만 같아. 疫鬼雜餓莩 村墅無農丁 돌림병에 기근까지 겹쳐서, 마을에 농사지을 장정이 없자, 催聲縛孤寡 鞭背使前行 재촉하며 고아와 과부를 결박하여, 등을 후려치며 앞세우고서 驅叱如犬雞 彌亘薄縣城 몰아대며 꾸짖길 개와 닭처럼 대하여, 현의 성에 가까워지도록 길게 줄지어 있네. 中有一貧士 瘠弱最伶俜 그 중 한 가난한 선비는 야위었고 고단한 느낌으로서는 최고네. 號天訴無辜 哀怨有餘聲 하늘에 부르짖으며 무고함을 하소연하여도, 구슬피 원망함에 미처 못한 말이 있었지. 未敢敍衷臆 但見涕縱橫 감히 속사정을 풀어내질 못하고, 다만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다. 吏怒謂其頑 僇辱怵..
해설. 소를 빼앗아가는 내용을 다루다 「용산리(龍山吏)」와 「파지리(波池吏)」와 「해남리(海南吏)」의 3편은 두보의 유명한 서사시 「삼리(三吏)」를 차운(次韻)한 것이다. 「용산리(龍山吏)」는 「석호리(石壕吏)」를, 「파지리(波池吏)」는 「신안리(新安吏)」를, 「해남리(海南吏)」는 「동관리(潼關吏)」를 각기 차운하고 있다. 두보가 「삼리(三吏)」에서 배치한 운차를 그대로 따랐을 뿐 아니라, 분위기나 수법까지 서로 통함을 느낀다. 두보가 악부시의 일반 관행과 다르게 새로운 제재로 「삼리(三吏)」를 구성했던 것처럼 정약용 또한 자기의 현실에서 제재를 취하여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두보(杜甫) 정약용(丁若鏞) 석호리(石壕吏) 차운 ⇒ 용산리(龍山吏) 신안리(新安吏) 파지리(波池吏..
용산의 아전 용산리(龍山吏) 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 搜牛付官人 아전이 용산마을에 들이닥쳐, 소를 찾고서 관리에게 넘겨줬고, 驅牛遠遠去 家家倚門看 소 몰고서 멀리멀리 떠나가는데도 집집마다 문에 기대어 보고만 있네. 勉塞官長怒 誰知細民苦 힘써 사도의 화남만 충족시키면 그뿐, 누가 일개 백성의 괴로움 알리오. 六月索稻米 毒痡甚征戍 6월에 쌀 찾아 뒤지니, 괴롭기가 수자리보다도 심하네. 德音竟不至 萬命相枕死 좋은 소식은 마침내 이르질 않고, 수만 명의 목숨이 서로의 베개에서 끊어지게 생겼네. 窮生儘可哀 死者寧哿矣 궁한 삶은 다 슬퍼할 만하지만, 죽는 게 차라리 낫지. 婦寡無良人 翁老無兒孫 과부로 남편이 없는 이와, 늙어 자식이 없는 이는 泫然望牛泣 淚落沾衣裙 눈물만 줄줄 소를 보며 우니, 떨어진 눈물이 옷을..
해설. 서사의 극적인 수법이 돋보이는 작품 이 시는 금송(禁松)과 관련한 봉건적인 모순ㆍ비리를 풍자한 내용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 「공전(工典)ㆍ산림(山林)」에 덕산초부(德山樵夫)의 작으로 이 시의 전문이 인용되어 있다. 덕산초부란 정약용의 자칭인데, 시 내용이 산림정책과 직결되는 때문에 옮겨놓은 것이다. 소나무는 목재로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관에서 선박을 제조하거나 관목(棺木)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별히 보호구역을 설정했는데, 그것을 봉산(封山)이라 불렀다. 그리고 소나무의 벌채(伐採)를 엄금하는 법규를 제정하여 이를 금송(禁松)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작중의 배경인 강진 만덕산 기슭은 바로 수영(水營)의 봉산이었다. 문제는 수영의 관리가 금송의 법규를 내세워서 중들을 닦달하여 재물을 뜯어가고 또 ..
금송(禁松)을 어겼다며 소나무로 스님들을 괴롭히다니 승발송행(僧拔松行) 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 백련사 서쪽 석름봉에 有僧彳亍行拔松 스님이 어정거리며 가면서 소나무를 뽑아대네. 穉松出地纔數寸 어린 소나무 땅에서 나와 겨우 몇 마디라 嫩榦柔葉何丰茸 여린 줄기와 부드런 잎사귀 어찌나 여리고 무성한지. 嬰孩直須深愛護 여린 나무 다만 반드시 깊이 사랑하고 보호하면 老大況復成虯龍 크게 자라 더군다나 다시 이무기 용이 될 텐데 胡爲觸目皆拔去 어째서 보이는 대로 모두 뽑아 제거하여 絶其萌櫱湛其宗 싹과 움을 끊어내 소나무란 종을 없애버리려는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 마치 농부가 호미를 메고 긴 가래 들고 力除稂莠勤爲農 힘껏 가라지 제거하여 부지런히 농사 짓는 것 같고 又如鄕亭小吏治官道 또 향정의 말단 관리가 관아의 ..
자지를 잘라버려야만 했던 애통함 애절양(哀絶陽) 정약용(丁若鏞) 계기. 시작(詩作)의 이유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里正奪牛. 民拔刀自割其陽莖曰: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其妻持其莖, 詣官門, 血猶淋淋, 且哭且訴. 閽者拒之, 余聞而作此詩. 爲民牧者, 不恤民情, 但循俗例. 時有悍毒之民, 作如是變, 不幸甚矣. 可不懼哉? 『與猶堂全書』 第五集政法集第二十三卷 ⇒해석보기 1. 관아를 향해 울부짖는 어린 신부의 통곡소리 蘆田少婦哭聲長 哭向縣門號穹蒼 夫征不復尙可有 自古未聞男絶陽 ⇒해석보기 2. 자지 때문에 당한 곤욕? 舅喪已縞兒未澡 三代名簽在軍保 薄言往愬虎守閽 里正咆哮牛去皁 磨刀入房血滿席 自恨生兒遭窘厄 ⇒해석보기 3. 하늘이 낳은 백성임에도 삶은 판연히 다르다 蠶室淫刑豈有辜 閩囝..
해설. 충격적인 사실을 불평등한 제도의 문제로 풀어내다 작자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첨정(簽丁)하여 군포를 거두는 폐단이 고쳐지지 않으면 백성들은 모두 죽어갈 것이다.”라고 주장한 다음, 이 「애절양(哀絶陽)」을 인용한다. 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장은 한 여인이 읍내 관문 앞에서 통곡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다음 제2부에서 그 기막히고 안타까운 사건의 전말을 그 여인이 호소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복잡한 사연이 간결하게 정리되면서 충격을 주는 필치다. 제3부는 그런 객관적 상황에서 발생한 시인의 감회다. 문제적 사건을 천지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존엄성에 비추어 살피면서 초점을 불평등한 제도에 돌린다. 여기서 개혁해야 할 방향은 찾아지는 것이다. 작품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정..
3. 하늘이 낳은 백성임에도 삶은 판연히 다르다 蠶室淫刑豈有辜 잠실의 거세와 음부를 봉함하는 형벌이 어찌 허물이 있어서랴? 閩囝去勢良亦慽 민나라의 자식이 거세 받은 것은 진실로 또한 슬퍼해야 한다. 生生之理天所予 낳고 낳는 이치는 하늘이 부여한 것으로, 乾道成男坤道女 하늘의 도는 사내가 되고, 땅의 도는 계집이 되네. 騸馬豶豕猶云悲 거세한 말과 불알 깐 돼지 오히려 ‘슬프다’고 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 하물며 생민으로 은혜가 차례로 이어지는 것에 있어서랴? 豪家終歲奏管弦 부유한 집은 삶이 마치도록 관현악을 연주하더라도 粒米寸帛無所捐 한 톨의 쌀, 한 마디의 비단도 바치질 않는데, 均吾赤子何厚薄 같은 백성임에도 어찌 이리도 두텁고 옅은가? 客窓重誦鳲鳩篇 객창에서 거듭 「시구」 편이나 외워본다. 인용 전문 해설
2. 자지 때문에 당한 곤욕? 舅喪已縞兒未澡 시아버지 초상은 이미 끝났고 아기의 양수조차 마르지 않았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올라 있네. 薄言往愬虎守閽 서둘러 가서 하소연해보았지만 호랑이 같은 문지기가 굳게 지키고 있고, 里正咆哮牛去皁 향리와 사또는 포효하며 소를 외양간에서 끌고 가네. 磨刀入房血滿席 칼을 갈아 방에 들어가니 선혈이 방안에 낭자해. 自恨生兒遭窘厄 스스로 아이 낳아 곤액을 당했다고 자책하네. 인용 전문 해설
1. 관아를 향해 울부짖는 어린 신부의 통곡소리 蘆田少婦哭聲長 갈대밭의 어린 신부 통곡하는 소리 기니, 哭向縣門號穹蒼 통곡은 관아를 향해서 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네. 夫征不復尙可有 수자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있었지만, 自古未聞男絶陽 예로부터 사내가 자지를 잘랐다는 것은 듣지 못했네. 인용 전문 해설
계기. 시작(詩作)의 이유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里正奪牛. 民拔刀自割其陽莖曰: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其妻持其莖, 詣官門, 血猶淋淋, 且哭且訴. 閽者拒之, 余聞而作此詩. 爲民牧者, 不恤民情, 但循俗例. 時有悍毒之民, 作如是變, 不幸甚矣. 可不懼哉? 『與猶堂全書』 第五集政法集第二十三卷 해석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이 시는 가경 계해년(1803) 가을에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할 적에 지은 것이다.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당시 농민이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군적에 이름이 기입되어 里正奪牛. 이정이 소를 빼앗아 갔다. 民拔刀自割其陽莖曰: 그러자 농민이 칼을 빼들고 스스로 자신의 자지를 자르며 말했다.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내가 이 물건의 연고..
정치적 보복으로 명문가의 딸에서 관비가 되다 유객행(有客行) 성해응(成海應)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有客從西來 寄宿縣門側 室中有一女 言辭似京洛 健隷忽來呼 官家有使役 答云方乳兒 乳訖去當速 仍自訴平生 語言涕自落 ⇒해석보기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我本貴家女 祖先皆顯爵 出入椉朱軒 僕從擁簇簇 卿相皆我黨 守伯皆我戚 歲時受𧶅獻 錢帛日絲絡 閨門似朝廷 嶄嶄遵禮法 自我髮未澡 足不踰閫閾 擇對定華閥 煥爛具服餙 ⇒해석보기 3. 한순간에 가문이 기울어 온갖 고초를 당하다 一朝遭傾覆 驚怖喪弱魄 父兄被誅戮 母妹蕩分析 服毒輒嘔吐 雉經被解釋 王府問我名 外方充賤籍 緹騎促登途 迷不知南北 置我西塞去 孤身寄絶域 苦飢誰我食 卧病誰我藥 呼我供厨汲 雜廁婢隷屬 調戱豈敢較 事事輒委曲 細務或齟齬 著處被嗔責 針工復督我 裁縫有程..
해설. 가문이 당한 정치적 보복과 권력의 속성 이 시는 귀족의 여자가 정치적 전락(顚落)으로 인해 관비 신분으로 떨어져 갖은 고난과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다. 시인이 서북지방으로 여행하던 길에 주인공 여자를 상봉하는 서두, 주인공 자신의 입으로 파란의 역정이 서술되는 본장, 시인의 언급으로 끝맺어지는 결말의 전형적 3부 구성으로 엮여 있다. 그런데 작품은 특이하고 주제사상이 주목되는 것이다. 첫째, 주인공 여자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하루아침에 비천한 인생이 되어 기구하고 곤욕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절박하게 그려진 점이다. 역적을 처영하는 경우 그 아들은 죽이고 그 처와 딸은 노예로 삼는다는 것은 주지하는 터이나 실상이 어떠한지 보고된 바 별로 없다. 지금 이 시에서 구체적 실태를 보는 것이다. 둘째, 이조..
4. 행한 그대로 돌아오는 인과응보와 연좌죄의 부당함 聽之尋譜系 門戶果燀爀 듣고서 족보를 찾아보니 가문은 과연 혁혁했네. 其家據權要 亦甞赤人族 그 집안은 권력과 요직에 의거하여 또한 일찍이 남의 가문을 모두 죽이기도 했었는데 倐忽受殄滅 禍殃及稚弱 갑자기 모조리 죽여지는 상황을 만나 재앙이 어리고 연약한 이에게까지 이르렀네. 愼勿毒諸人 反遭必十百 남에게 원망사는 것을 삼가 말아야 하니 도리어 반드시 열배 백배로 당하네. 我使人下涕 人使我見血 내가 남에게 눈물 흘리게 하면 남도 나에게 피 보이게 하니 憑賴豈自解 反復同一轍 힘 입었다고 해도 어찌 스스로 풀리오 도리어 다시 똑같은 것을. 權柄有何樂 乃以一門易 권세를 어찌 즐거워하리오? 이에 한 가문을 바꾸는 것을. 且歎孥戮慘 恐非先聖則 또한 처자식을 죽이는 참..
3. 한순간에 가문이 기울어 온갖 고초를 당하다 一朝遭傾覆 驚怖喪弱魄 하루 아침에 뒤집어짐을 만나니 놀라고 두려워 약한 넋이 나갔죠. 父兄被誅戮 母妹蕩分析 아버지와 오빠는 죽임을 당했고 어머니와 누이는 움직여 흩어져 服毒輒嘔吐 雉經被解釋 독을 복용했지만 대번에 토하여 목을 맸지만 풀어줌을 당했어요. 王府問我名 外方充賤籍 의금부가 제 이름 물어보선 외방의 머슴 명부를 충당하라 하였지요. 緹騎促登途 迷不知南北 집금의 경호병이 재촉하여 길에 오르니 아찔하여 남북조차 모를 지경이었죠. 置我西塞去 孤身寄絶域 나를 서쪽 변방에 두고 가자 외로운 몸은 먼 땅에 붙어야 했으니 苦飢誰我食 卧病誰我藥 괴로운 굶주림에 누가 저를 먹이겠고 병으로 누워 있는데 누가 저를 약 달여주겠어요? 呼我供厨汲 雜廁婢隷屬 나를 불러 부엌에..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我本貴家女 祖先皆顯爵 “저는 본디 귀한 집 딸로 선조들이 모두 현달한 벼슬을 하였죠. 出入椉朱軒 僕從擁簇簇 출입땐 붉은 칠을 한 수레를 탔고 머슴이 따르며 옹위함이 빽빽했고. 卿相皆我黨 守伯皆我戚 고관대작은 모두 우리 당이었고 수령과 방백은 모두 우리 친척이었으며 歲時受𧶅獻 錢帛日絲絡 명절엔 선물을 받으니 돈과 비단이 날마다 예물비단 있었고 閨門似朝廷 嶄嶄遵禮法 안방은 조정과 같아 열심히 예법을 준수했죠. 自我髮未澡 足不踰閫閾 제 머리 꾸미지 않았을 때부터 발로 문지방을 넘지 않았고 擇對定華閥 煥爛具服餙 상대 택함에 화려한 가문을 정하니 찬란한 장신구와 의복이 있었죠. 인용 전문 해설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有客從西來 寄宿縣門側 어떤 나그네가 서쪽으로부터 와 현의 문 곁에서 기숙했네. 室中有一女 言辭似京洛 집안의 한 여인의 말씨는 서울사람인 듯했네. 健隷忽來呼 官家有使役 건장한 머슴이 문득 와서 부르는데 관가에서 시킬 일 있다는 것이네. 答云方乳兒 乳訖去當速 “금방 아이 젖부터 먹이고 갈게요.”라고 답하고 젖먹이 마치자 떠나길 마땅히 신속하게 하네. 仍自訴平生 語言涕自落 연이어 스스로 평생을 하소연하는데 말함에 눈물이 절로 떨어지네. 인용 전문 해설
상인 김한태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횡포를 고발하다 대고(大賈) 이조원(李肇源)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六部諸大夫 顚倒爲之拜 清膴諸名官 奔走爲之价 所惡委淵泥 所好擁傘盖 以若才斗筲 以若文噍殺 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 所以司馬敍 歎息屠沽輩 ⇒해석보기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椽桷有微瑕 全體必盡改 備極土木巧 功費迄五載 樺楣和氣潤 檀室香霧靄 園亭俯羣蜚 池樓將圖畫 廻廊又..
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이 시는 서울 시정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한 상인의 위력과 그의 화려한 생활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서두에서 “서울의 대상인 / 그의 성명은 김한태[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라고 소개되는 주인공은 실로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낱 시정의 부자에 불과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자로 부상한 것이다. 구귀족 양반계급과 거기에 대치해서 발흥하는 상인계급 사이의 전도현상을 시는 자상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대체 무얼로 세상을 흔드는가? / 모두 재물에서 나오는 것이렸다[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라고, 자본의 위력임을 명확히 지적한다. 실로 자본주의적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예고편인 듯싶다. 그런데..
4. 멋대로 누리는 부귀공명을 삼가야 하는 이유 爾或聞之否 亢則必有悔 너는 혹 듣지 못했나?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을. 爾猶不之知 賢豪以自待 너는 오히려 알지 못하는가? 어질고 호탕한 사람은 스스로 기다린다는 것을. 老夫觀物理 爲爾成心痗 늙은이 사물의 이치를 보고 너를 위해 마음 아파한다네. 雖爾大權力 盍憚瞰鬼怪 비록 너는 큰 권력이 있지만 어찌 귀신을 엿보길 꺼려 하질 않는가? 爾雖積貨財 盍忽殄物戒 너는 비록 재물이 쌓였지만 어찌 물건 막 쓰는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것인가? 勢位人所忌 滿盈神所害 권세와 지위는 사람이 꺼리는 것이고 가득 차는 건 귀신이 해치는 것이네. 收聲與藏熱 分明法言在 ‘하늘은 소리를 거두고 땅은 열기를 감춰야 한다’라는 분명한 격언이 있는데 今見揆古聞 天道或未..
3. 김한태 집의 화려한 내부와 옷치장과 밥상 璀璨室中物 無一不目駭 찬란한 방 속 물건 하나도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 게 없네. 座排薊北產 几列日東届 방석은 연나라 생산된 것이고 작은 탁자는 일본에서 이른 것이며 鼎彜錯古董 槃敦粧奇貝 보기(寶器)엔 골동품이 섞여 있고 고반엔 기이한 장식물 단장했으며 涼簟織象牙 溫氊繡鳳彩 서늘한 대자리는 상아로 짠 것이고 따스한 모전엔 색채나는 봉황 수놓여 있네. 百金一家資 一介千金買 100금은 한 집안의 재산인데 하나의 물건을 1000금에 산 것이라네. 眩如波斯市 疇能形諸話 현란한 것이 페르시아 장터 같으니 누가 모든 말로도 형용할 수 있으려나? 裝束矜鮮楚 顧影更三再 장식품과 부속품의 새롭고 고움 자랑하려는지 그림자 2~3번 돌아보고 雕鞍與璣輪 金錯兼玉佩 새겨진 안장과 ..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마침내 뜻이 더욱 교만해지고 교만해짐이 극심해지자 참람되고 사치스러워졌네.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집이 얼마나 굉장하고 화려한지? 옷의 장식이 얼마나 가죽이며 색채나던지?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거처와 음식의 호사스러움이 한 시대의 으뜸이었고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높다란 수 백칸의 집의 고명함은 저자에서 빼어났지만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오히려 부족하다 여겨 3배로 증축하니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무얼 다시 꺼리겠는가? 사람을 꾸짖으니 문이 바다인 듯 버글버글해.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숨기려 하면 도리어 드러나는 게 없으니 보지 않고도 또한 대강을 들었다네.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목수는 그 잘하는 이를 뽑아 계획하고 경영함에 심혈을 다하게 하는데 椽桷有微瑕 全..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서울에 거상(巨商)이 있으니 이름은 김한태라네.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가문의 지체는 이미 낮고 기골 또한 왜소하나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교활하디 교활한 시정의 잡배(雜輩)들은 이익에 맞으면 콧대 교활하니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이 다투어 아부하고 사람이 아부하면 세력이 이 때문에 커지지.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빈천이야 진실로 무에 논하리오? 벗들이 모두 고관대척인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임금의 인척들이 그 살갗에 부딪치려 하고 대신들은 그 입을 우러르네.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자사들도 그의 손에서 나가니 수레에 묵은 빚 갚듯 실려 있네.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어사는 그 뺨을 따라서 조치하는 것에 방자하게 씹어대고 짖어대는 구나. 六部諸..
해설. 가난한 선비의 일상생활을 포착하다 이 시는 가난한 선비 생활의 단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느 여름날 시골 선비의 집, 이것이 서사적 배경이다. 그날 마침 풋보리로 죽을 쑤어서 무대 위에는 일가족이 죽을 먹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별히 일어난 사건은 없다. 그야말로 일상적인 삶의 정경이다. 그런데 비록 하찮은 풋보리죽이지만 그 묘사의 감각이 극히 신선하며, 그것을 먹는 모습들에서 생활의 재미와 함께 인정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다. 끝에 그 집 문밖에 거지들이 몰려드는 데서 민생의 궁핍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잣집을 가리키며 “그 집엔 개도 쌀밥을 먹는다는데[犬彘厭粱肉]”라고 하는 말에서 불평등의 사회 모순이 또한 제기되고 있다. 작중의 서술자는 바로 그 선비가 맡고 있다. 이 서술자를 시인과 그대로 동..
가난한 선비의 밥상, 거기에 모인 거지들 청맥행(靑麥行) 위백규(魏伯珪) 家人碎靑麥 作糜供朝夕 집안사람들이 푸른 보리 갈아 죽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공급하네. 蘘荷萵苣助其味 양하와 상추로 입맛 도우니 三物凝成靑碧綠 세 반찬이 썩이며 푸르디 푸르며 푸름을 이루네. 忽疑猫睛寶玉盌 문득 고양이 눈 모양의 묘정의 보배로운 옥으로 만든 주발에 磨出大食國(火) 아라비아에서 갈아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네. 復疑葡萄酒新熟 다시 포도주 처음 발효됨에 醱醅鴨頭色 익어 오리의 머리색인지 의심스럽네. 措大家中安有此 안채 속에 둔 것 중에 어찌 이런 게 있는가? 先聞香臭雙臭觸 먼저 향기로운 냄새 맡으니 두 코에 맡아지는 구나. 一匙二匙甘如蜜 한 숟가락과 두 숟가락 뜨니 달기가 꿀 같고 盡盂便欲旋手脚 사발 다 먹자 곧 손과 발에..
곤륜의 늙은 머슴을 그리다 곤륜노(昆侖奴) 신광하(申光河)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初從鼻頭結 滿面滴如珠 黃涕從而下 呑吐水漿俱 旁人唾而避 靦然無廉隅 誰堪爲汝妻 白首雄棲孤 吾貧無作使 雇役問何如 自言老於穡 識農知無逾 ⇒해석보기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鼾息動聯榻 避寢不共居 使婢或攪眠 鼓頰恣睢盱 肆言輒要去 恃老能欺吾 兩耳亦復聾 言語聽若無 望..
해설. 곤륜을 연민의 감정으로 그려내다 이 시는 양반댁에서 머슴살이하는 한 인간을 그린 것이다.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니, 제1부에서는 주인공 곤륜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했으며, 제2부에서 그가 모슴으로 들어온 경위 및 들어와서 취했던 행각을 소개한다. 제3부는 작중의 현재인데 여기서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곤륜이 늦장을 부려 농사를 망치게 된다. 시는 곤륜의 주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주인은 실세(失勢)한 양반이다. 양반의 처지에선 스스로 경작을 할 수 없고 부득이 머슴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당시(18세기 전반기) 농촌에 일손이 딸려서 품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건장한 머슴을 들이기도 용이치 않았다. 곤륜 같은 사람을 머슴으로 들인 데는 그런 특수한 사정이 ..
3. 밀물에 둑 터졌지만 곤륜노의 하는 꼬락서니 吾田當海衝 潮時備不虞 나의 밭이 바다의 요충지에 당해 밀물 때 생각지 못함을 대비해야 하는데 潮來水桶坼 隣夫相急趍 밀물 옮에 물둑이 터져 이웃 남자들 서로 급히 달려갔다네. 懣然不動色 負手行徐徐 곤륜의 머슴은 답답하게도 안색 변하지도 않은 채 뒷짐 지고 천천히 다니다가 植立長堤上 罵水以爲辜 우두커니 긴 둑 위에 서서 물을 욕하고 허물로 여기네. 老懶不用力 假言勤襦袽 늙고 게을러 힘을 쓸 수 없지만 거짓말로 ‘부지런히 옷과 헌옷 마련했어야지’라고 말하네. 自非陶侃胡 能欺子産魚 스스로 도간의 오랑캐처럼 특출난 존재 아닌데 자산의 물고기를 맡은 연못 관리인처럼 속일 수 있구나. 海亦大怪哉 胡令勞力余 바다 또한 매우 괴이하구나! 어째서 나를 힘겹게 하는가? 觀者爭..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서쪽 밭두둑이 봄이 옴을 알리니 밭의 일은 그에게 맡겼네.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젊고 쌩쌩할 때도 또한 쓸모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의 쇠하고 늙은 몸임에랴.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밭 갈 적엔 한 뙈기 마치지 않았는데도 헐떡이고 땀 흘리며 제몸 버티기도 어려워하고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자빠지니 술을 마셔서 그런 게 아니고 ‘병이 잠깐 났어라’라고 말하네.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안색은 참담하고 험악하니 학질도 오히려 달아날 만하네.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벼랑에서 아침애 밭 갈다 그치고 돌아오니 품을 빌리느라 부질없이 수입을 소비했다네.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늦게 잔다면서 오히려 저물지 않았을 때고 일찍 일어난다면서 이미 저물녘에 가..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집 이사해 바다 언덕에서 밭 갈러 한 명 곤륜의 종놈 얻었네.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삶의 성품이 극히 유아스럽고 완악하며 몸은 또한 난쟁이라네.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나이 56살인데 콩과 쌀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지.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미혹되고 어리석음이 진실로 어찌 상할 게 있을까만은 모질고 흉악함은 곧 남음이 있다네.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굶주림을 알지만 배부름을 알지 못해 또한 술 잘 마시는 이의 손에만 따르고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저녁밥 놓을 때 급하기 개 같고 곁눈질하며 봄이 애처롭기가 돼지 같네.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한겨울에 차가운 음식 대하나 먹지 않았는데 내심 먼저 허천하여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숟가락 들고 밥 먹으려..
해설. 백두산에 살던 털난 두 여자의 신이한 이야기를 발굴하다 시인 신광하는 1784년(정조 8년)에 56세의 나이로 두만강을 거슬러 백두산을 오르는데 이 여정의 견문이 『백두록 (白頭錄)』으로 엮인다. 「모녀편(毛女篇)」은 그중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소재는 백두산 가는 길에 들은 이야기다. ‘모녀(毛女)’는 소설 『임꺽정(林巨正)』에 나오는 운총과 천왕동이 남매를 연상케 하며, 조선판 ‘타잔’이라 불러도 과히 망발(妄發)은 안 될 듯싶다. 시인은 이 신이한 소재를, 낭만성을 살려내면서도 사회적ㆍ현실적인 문제로 보는 기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모녀(毛女)의 소종래(所從來)를 유민(遺民)으로 설정하여 문제의 발단을 사회적 모순에다 연결지었거니와, 철저히 고립되고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
백두산에서 짐승과 함께 살 수밖에 없던 두 털난 여자의 이야기 모녀편(毛女篇) 신광하(申光河) 聞有兩毛女 白日飛木末 들어보니 두 털난 여자가 있으니 백주대낮에 나무 끝을 날라다닌다네. 獵夫捕一女 遍體生蒼髮 사냥꾼이 한 여자를 잡았는데 온 몸에 푸른 털이 나 있었다지. 自言慶源女 昔年遘代殺 그 사냥꾼이 말했다네. “함경북도 경원의 여자로 옛날에 대살을 만나 流民三百戶 擧家同時發 삼백 가호가 유민이 되어 온 집안이 동시에 출발하니 西入鐵瓮城 誤聞樂土說 서쪽으로 철옹성에 들어갔는데 낙토가 있단 말을 잘못 들었던 것이죠. 行至大小柳 一夜三丈雪 가서 두만강 상류의 대류동과 소류동에 이르러 하룻밤 세 길이의 눈 쌓였었죠. 鷄犬與牛馬 食肉飮其血 닭과 개와 소와 말의 고기를 먹고 피를 마셨죠. 幽陰迫凍餒 枕籍委土窟 깊..
혁혁한 공로를 세웠지만 대우 받지 못하고 늙어간 장군을 기리며 조장군가(趙將軍歌) 이규상(李奎象) 1. 재주와 지략이 뛰어난 조장군 趙將軍 長身美髥生不劣 趙將軍公州之豪傑 少而學書去學兵 中歲虎榜振蹉跌 將軍雖武羲經通 才略皆從學問中 口頭寧着詖淫說 彬彬六藝飭其躬 恢恢遊刃所及處 亦有巧思工倕同 堂前立置太極戶 杖頭刻成八卦筩 袖中幾通經濟策 嘆息錦營李元戎 延之幕府縻斗祿 蟻封難展靑海驄 復有憐才洪尙書 登用將軍守衛廬 ⇒해석보기 2. 조주역이 된 사연 將軍立門杖雄劍 百僚趨闕古法如 衛廬五更玉漏靜 周易開褓大讀徐 隣曺僚郞皆嘖嘖 別號將軍趙周易 光化門樓何高明 有時來瞰奪人魄 將軍直此天雨風 周易爲城伏其隙 果然沴邪不敢干 將軍寶易如寶璧 薄宦十年滯長安 每歲臘月霜雪白 單褶絮薄內單衾 以此留溫護腰脊 ⇒해석보기 3. 선친의 기일을 챙기던 일화 是時余爲..
해설. 숭문주의 속에 멸시받는 무인의 형상 이규상의 초고본 문집에 실린 것이다. 이 초고본에는 「강남행(江南行)」ㆍ「백저녀(白苧女)」ㆍ「다고가(茶姑歌)」(원제: 희차정질다고가戱次定侄茶姑歌) 등 서사한시에 속하는 작품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는데 이 「조장군가」 1편을 뽑았다. 『한산세고(韓山世稿)』에 들어 있는 「일몽고」에서 기왕에 「여사행(女史行)」 1편을 『이조시대 서사시』 제5부에 수록했거니와, 이번 보유에서 「조장군가」 1편이 추가되었다. 「여사행(女史行)」은 17세기 동아시아의 역사전환점에서 조선 일본과 만족 한족에 걸쳐 각기 등장했던 특이한 여류의 인물을 포착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낸 작품인데, 지금 이 「조장군가」는 작자와 동시대에 생존했던 한 무인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주인공 조장군은..
7. 우리 집에 찾아와 주소 請公奪牛隣家兒 청컨대 공은 이웃집 아이의 소를 빼앗아 過我草堂無事時 하릴 없을 때에 나의 초당에 들러주오. 近來鄕人亦趨勢 근래에 시골사람들이 또한 권세를 추종한다 해도 老不奪人寧有騎 노인이 남의 소를 빼앗지 않으면 무얼 탈 수 있으리오? 老是人中達尊一 노인은 받들어주는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하고 一或猖狂敢何誰 한 번 미친 척하고 있으니 감히 어느 누가하리오? 我當謏公黃漢升 나는 마땅히 공이 황충((黃忠)처럼 하길 권면하니 歸時且慰酒滿巵 돌아가는 때에 장차 위로주를 술잔 가득 따르겠네. 『一夢稿』 草稿本 인용 전문 해설
6. 공수레공수거이니 씁쓸한 늙음 탓하지 마시라 趙將軍 趙將君 조장군이여 조장군이여 君莫歎 그대 탄식하지 마소. 古來豪傑枉一半 예로부터 호걸한 이들은 반쯤 잘못됐다는 것을. 世上重金不重人 세상에선 돈만 중시하고 사람을 중시하지 않아 壯士無金功名斷 장군은 돈도 없으니 공명이 끊어질 테죠. 何論富貴與貧賤 무에 부귀와 빈천을 논하리오? 畢竟賢愚松下塵 필경은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소나무 아래 먼지인 것을. 經營不過百年內 삶이란 100년에 불과하고 得失何殊夢一巡 득실이 어찌 한 순간의 꿈과 다르겠는가? 君不見東隣金退石 그대 보지 못했나? 동쪽 퇴석 김인겸이 慴倭文詞今陳人 왜의 문장가를 떨게 했지만 지금은 묻힌 사람인 것을. 君不見洪李兩卿相 그대 보지 못했나? 홍과 이 두명의 경상이 寂寞荒原笑石麟 거친 들판에 적막하..
5. 쓸쓸한 조장군 말년의 모습 蕭條老歸中山舍 쓸쓸하게 늙어 중산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生涯寄在葱田平 생애를 총전의 평야에 더부살이했네. 獨蒙公道在白髮 홀로 정의로운 길을 입어 흰머리 생겼고 虎面居然鷄皮成 매섭던 얼굴엔 확연히 닭살 돋았네. 壯如廉頗其將奈 씩씩하기 염파 같았지만 장차 어이할꼬? 已迫人間七旬盈 이미 사람의 삶 일흔 살에 입박한 것을. 昨日過我我戱言 어제 나를 지나쳤기에 나는 농담을 했네. 公當致仕官何存 “공은 마땅히 벼슬을 버렸는데 관직이 어디 있겠는가? 不如直領換道服 직령을 도복으로 환복하고서 直以生員行鄕村 다만 생원으로 시골에서 행세함만 같지 않소.” 公住竹筇傾耳久 공은 대나무 지팡이를 세우고 귀를 오래도록 기울이다가 便卽唯唯笑出門 곧 ‘그려 그려’라고 대답하고 웃으며 문을 나갔네. 인용..
4. 토벌 사건에 전력했지만 보답을 받지 못하다 乙丙之歲王討張 을병의 해에 임금이 장씨를 토벌하는데 將軍選在緹騎郞 장군이 제기랑(緹騎郞)으로 선발되었네. 嶺外湖甸搜漏網 영남과 호남과 기호지방의 죄인이 법망을 빠져 나간 것을 수색하여 數日電馳千里長 여러날에 번개처럼 천리의 대장정을 달렸네. 王事靡盬忘獨賢 공무에 바빠 홀로 고군분투함조차 잊고서 九來九往於一年 1년에 아홉 번을 출동했다가 아홉 번을 돌아왔지. 竣事歸騎稅我宅 일을 마치고 말타고 나의 집에서 휴식하니 眼封赤眵髀血鞍 눈은 붉은 눈꼽으로 닫혀 있고 넓적다리엔 안장 때문에 피맺혔네. 武力敦非食君祿 무사로 누가 임금의 봉록 먹지 않겠는가만은 險阻艱難胡乃偏 험난하고 고생스러움 어찌 이에 치우쳤는가? 王三錫命酬專城 임금이 세 번 명령을 내려 사또를 보답했지..
3. 선친의 기일을 챙기던 일화 是時余爲同舍生 이때에 나는 집에서 함께 살았는데 一夜見公整衣纓 하룻밤은 보니 공이 의관을 정제한 채 出就廳事達淸曉 대청에 나가 맑은 새벽에 이르도록 微微有聞綴泣聲 희미하디 희미하게 연이어지는 울음소리 들렸네. 朝來問公其故何 아침이 되어 공에게 어떤 까닭인가 물으니 答曰先公諱辰過 “선친의 기일이 지나가서요.”라고 말했네. 誰人身當逆旅困 어떤 사람의 몸으로 나그네의 곤궁함을 감당하며 內行如是起頹波 평상시의 행실을 이같이 하여 무너진 습속을 일으키겠는가? 인용 전문 해설
2. 조주역이 된 사연 將軍立門杖雄劍 장군이 웅장한 검을 짚고 문에 서니 百僚趨闕古法如 온갖 관료들이 옛 법처럼 궐문에 달려나오지. 衛廬五更玉漏靜 수위려 오경이라 궁궐은 고요한데 周易開褓大讀徐 『주역』을 보자기에서 열어 크게 읽길 천천히 하니 隣曺僚郞皆嘖嘖 곁의 무리와 관료들이 모두 떠들벅적여 別號將軍趙周易 장군을 ‘조주역’이라 별호했네. 光化門樓何高明 광화문 누각이 어찌나 높고도 밝은지 有時來瞰奪人魄 이따금 와서 보노라면 사람의 넋을 빼앗는다네. 將軍直此天雨風 장군은 다만 비바람이 오는 날에는 周易爲城伏其隙 주역으로 성을 삼아 틈을 메꾸니 果然沴邪不敢干 과연 문란하고 요사함이 감히 범하질 못하지. 將軍寶易如寶璧 장군의 보배로운 『주역』은 보배로운 옥 같네. 薄宦十年滯長安 시시한 벼슬 10년에 서울에 머..
1. 재주와 지략이 뛰어난 조장군 趙將軍 조 장군은 長身美髥生不劣 큰 키에 우람한 수염에 삶은 강직하다네. 趙將軍公州之豪傑 조장군은 공주의 호협한 걸인으로 少而學書去學兵 어렸을 때 글을 배웠지만 포기하고서 병술을 배워 中歲虎榜振蹉跌 중년에 과거를 보았지만 급제엔 차질을 빚었지. 將軍雖武羲經通 장군은 오직 무예와 『주역』에 통달했고 才略皆從學問中 재주와 지략이 모두 학문을 따라 적중했네. 口頭寧着詖淫說 말이 어찌 편벽되고 음탕한 말에 붙었겠는가? 彬彬六藝飭其躬 육예에 조화로워 그 몸을 삼갔고 恢恢遊刃所及處 널찍하게 칼로 도달 곳에서 노니 亦有巧思工倕同 또한 기교로운 생각이 공수와 같았지. 堂前立置太極戶 당 앞엔 태극호를 세우고 杖頭刻成八卦筩 지팡이 머리엔 팔괘(八卦)를 새겼으며 袖中幾通經濟策 소매 안엔 몇..
03 若夫短書俗記, 竹帛胤文, 非儒者所見, 衆多非一. 蒼頡四目, 爲黃帝史. 晉公子重耳仳脅, 爲諸侯霸. 蘇秦骨鼻, 爲六國相. 張儀仳脅, 亦相秦·魏. 項羽重瞳, 云虞舜之後, 與高祖分王天下. 陳平貧而飮食不足, 貌體佼好, 而衆人怪之, 曰: “平何食而肥?” 及韓信爲滕公所鑒, 免於鈇質, 亦以面狀有異. 面壯肥佼, 亦一相也. 인용목차
02 傳言黃帝龍顔, 顓頊戴午(干), 帝嚳騈齒, 堯眉八采, 舜目重瞳, 禹耳三漏, 湯臂再肘, 文王四乳, 武王望陽, 周公背僂, 皐陶馬口, 孔子反羽. 斯十二聖者, 皆在帝王之位, 或輔主憂世, 世所共聞, 儒所共說, 在經傳者, 較著可信. 인용목차
21 因此論聖賢迭起, 猶此類也. 聖主龍興於倉卒, 良輔超拔於際會. 世謂韓信·張良輔助漢王, 故秦滅漢興, 高祖得王. 夫高祖命當自王, 信·良之輩時當自興, 兩相遭遇, 若故相求. 是故高祖起於豐·沛, 豐·沛子弟相多富貴, 非天以子弟助高祖也, 命相小大, 適相應也. 趙簡子廢太子伯魯, 立庶子無恤, 無恤遭賢, 命亦當君趙也. 世謂伯魯不肖, 不如無恤. 伯魯命當賤, 知慮多泯亂也. 韓生仕至太傅, 世謂賴倪寬, 實謂不然, 太傅當貴, 遭與倪寬遇也. 趙武藏於袴中, 終日不啼, 非或掩其口, 閼其聲也, 命時當生, 睡臥遭出也. 故軍功之侯, 必斬兵死之頭 ; 富家之商, 必奪貧室之財. 削土免侯, 罷退令相, 罪法明白, 祿秩適極. 故厲氣所中, 必加命短之人 ; 凶歲所著, 必饑虛耗之家矣. 인용목차
20 推此以論, 人君治道功化, 可復言也. 命當貴, 時適平 ; 期當亂, 祿遭衰. 治亂成敗之時, 與人興衰吉凶適相遭遇. 인용목차
19 推此以論, 仕宦進退遷徙, 可復見也. 時適當退, 君用讒口 ; 時適當起, 賢人薦己. 故仕且得官也, 君子輔善 ; 且失位也, 小人毁奇. 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孔子稱命 ; 魯人臧倉讒孟子於平公, 孟子言天. 道未當行, 與讒相遇 ; 天未與己, 惡人用口. 故孔子稱命, 不怨公伯寮 ; 孟子言天, 不尤臧倉, 誠知時命當自然也. 인용목차
18 無祿之人, 商而無盈, 農而無播. 非其性賊貨而命妨@穀也, 命貧, 居無利之貨, 祿惡, 殖不滋之@穀也. 世謂宅有吉凶, 徙有歲月, 實事則不然. 天道難知, 假令有[之], 命凶之人, 當衰之家, 治宅遭得不吉之地, 移徙適觸歲月之忌. 一家犯忌, 口以十數, 坐而死者, 必祿衰命泊之人也. 인용목차
17 丈夫有短壽之相, 娶必得早寡之妻 ; 早寡之妻, 嫁亦遇夭折之夫也. 世曰: “男女早死者, 夫賊妻, 妻害夫.” 非相賊害, 命自然也. 使火燃, 以水沃之, 可謂水賊火. 火適自滅, 水適自覆, 兩{名}各自敗, 不爲相賊. 今男女之早夭, 非水沃火之比, 適自滅覆之類也. 賊父之子, 妨兄之弟, 與此同召. 同宅而處, 氣相加凌, 羸瘠消單, 至於死亡, 何(可)謂相賊. 或客死千里之外, 兵燒厭溺, 氣不相犯, 相賊如何? 王莽姑{姊}正君, 許嫁二夫, 二夫死, 當適趙而王薨. 氣未相加, 遙賊三家, 何其痛也! 黃[次]公取鄰巫之女, 卜(世)謂女相貴, 故次公位至丞相. 其實不然. 次公當貴, 行與女會 ; 女亦自尊, 故入次公門. 偶適然自相遭遇, 時也. 인용목차
16 鴈鵠集於會稽, 去避碣石之寒, 來遭民田之畢, 蹈履民田, 啄食草糧. 糧盡食索, 春雨適作, 避熱北去, 復之碣石. 象耕靈陵, 亦如此焉. 傳曰: “舜葬蒼梧, 象爲之耕. 禹葬會稽, 鳥爲之佃.” 失事之實, 虛妄之言也. 인용목차
15 殺人者罪至大辟. 殺者罪當重, 死者命當盡也. 故害氣下降, 囚(凶)命先中 ; 聖王德施, 厚祿先逢. 是故德令降於殿堂, 命長之囚, 出於牢中. 天非爲囚未當死, 使聖王出德令也, 聖王適下赦, 拘囚適當免死. 猶人以夜臥晝起矣. 夜月(日)光盡, 不可以作, 人力亦倦, 欲壹休息 ; 晝日光明, 人臥亦覺, 力亦復足. 非天以日作之, 以夜息之也, 作與日相應, 息與夜相得也. 인용목차
14 若夫物事相遭, 吉凶同時, 偶適相遇, 非氣感也. 인용목차
13 月毁於天, 螺消於淵. 風從虎, 雲從龍. 同類通氣, 性相感動. 인용목차
12 壞屋所壓, 崩崖所墜, 非屋精崖氣殺此人也, 屋老崖沮, 命凶之人, 遭@居適履. 인용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