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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연산의 주막에서 연산역려(連山逆旅) 정사룡(鄭士龍) 連山把截雨連山 萬斛羈愁不可刪 馬齕枯箕和夢聽 鼠偸殘粟背燈看 衰年許國從身遠 暮歲思鄕益鬢斑 古戍荒榛懷董語 古人離別亦曾艱 해석 連山把截雨連山 연산파절우연산 연산은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지만 비는 산에 연이어져 萬斛羈愁不可刪 만곡기수불가산 하 많은 나그네 근심 깎아질 수 없네. 馬齕枯箕和夢聽 마흘고기화몽청 마른 삼태기 씹는 말을 잠결에 듣고 鼠偸殘粟背燈看 서투잔속배등간 남은 조를 훔친 쥐를 등불 등지고 보네. 衰年許國從身遠 쇠년허국종신원 늙은이가 나라 위해 몸을 바침에 더욱 몸은 어긋나고 暮歲思鄕益鬢斑 모세사향익빈반 세밑에 고향 생각에 더욱 귀밑머리 세지요. 古戍荒榛懷董語 고수황진회동어 옛 수자리의 우거진 수풀에서 골동어(骨董語)【골동어(骨董語): 내용이 시대에 ..

새벽에 앉아 효좌(曉坐) 기준(奇遵) 靜中無事不安閑 睡罷燈前夜自闌 光岳秋天長肅氣 扶桑朝日舊容顏 心通萬水分源處 耳順千林發籟間 閉眼坐來庭宇寂 香煙如縷繞蒲團 해석 靜中無事不安閑 정중무사불안한 고요한 속에 아무 일 없으니 편안하고 한가하지 않으랴? 睡罷燈前夜自闌 수파등전야자란 다 자고 등불 앞에서 밤이 끝나가네. 光岳秋天長肅氣 광악추천장숙기 천지【광악(光岳): 해ㆍ달ㆍ별의 삼광(三光)과 태산(泰山), 숭산(嵩山), 형산(衡山), 화산(華山), 항산(恒山)의 오악(五岳)으로, ‘천지(天地)’를 가리킨다.】의 가을 하늘은 길이 엄숙한 기운이고, 扶桑朝日舊容顏 부상조일구용안 부상【부상(扶桑): 동방 신목(神木) 이름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동경(海外東徑)에 “양곡(暘谷)에 부상이 있으니 열 해(日)가 멱감는 곳..

사가 서거정 선생의 운에 화운하며 미 상인에게 보여주며 화사가선생운 시미상인(和四佳先生韻 示微上人) 김시습(金時習) 春山何處訪精藍 萬丈蒼崖聳碧潭 流水落雲觀世態 碧松明月照禪談 杖頭烏兔跳丸過 江上峯巒刮目參 踏遍諸方應得道 斷然一笑善財南 해석 春山何處訪精藍 춘산하처방정람 봄산 어느 곳의 정사가람(精舍伽藍)을 찾아가는데 萬丈蒼崖聳碧潭 만장창애용벽담 만 길이의 푸른 벼랑에 파란 물줄기 샘솟네. 流水落雲觀世態 류수낙운관세태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구름은 관세음(觀世音)의 자태요. 碧松明月照禪談 벽송명월조선담 푸른 소나무와 밝은 달은 혜조선사(慧照禪師)의 말씀이죠. 杖頭烏兔跳丸過 장두오토도환과 지팡이 머리 위의 세월【오토(烏兎, 烏兔): 오(烏)는 해를 금오(金烏)라 하고 토(兎)는 달을 옥토(玉免)라 한 것이다. 해 ..

설날에 봉천전【봉천전(奉天殿): 영락 황제(永樂皇帝)가 도읍을 옮긴 초기에는 봉천전(奉天殿)이라 이름 했다가, 가정(嘉靖) 때에 와서 황극전으로 고쳐 불렀고, 지금에 와서 태화전이라 일컬으니, 원조(元朝 설날)에 하례 받는 곳이다. 『계산기정(薊山紀程)』 5권 부록】의 새벽 조회 원일 봉천전조조(元日 奉天殿早朝) 이숭인(李崇仁) 煌煌蠟燭照彤墻 宮漏聲催動曙光 彩仗分開庭上下 赭袍高拱殿中央 梯航玉帛通蠻貊 禮樂衣冠邁漢唐 朝罷更叨霑錫宴 東風吹暖泛椒觴 해석 煌煌蠟燭照彤墻 황황납촉조동장 반짝반짝 밀랍 촛불이 붉은 담장을 비추고 宮漏聲催動曙光 궁루성최동서광 궁궐의 물시계 소리가 빨라지며 새벽빛이 움직이네. 彩仗分開庭上下 채장분개정상하 채색 의장은 궁정의 위아래를 나누어 열고 赭袍高拱殿中央 자포고공전중앙 황제의 곤룡포[..

3. 온갖 돈을 다쓰고 나서야 기녀에게 무시당한 한생 한생병필(韓生秉筆) 古阜郡有一妓, 忘其名, 申高靈奉使時, 所情種者. 故隨之京師, 奉巾四年, 高靈悶其懷土而暫許歸寧. 妓還家積日, 淫聲稍著. 有勳孽姓韓者, 姿容淸秀, 風流蘊藉. 嘗徵貢布八九駄, 托於古阜而, 投宿妓家. 感妓之美貌, 留連忘返則妓亦悅生之標致. 又見行齎之頗贍, 響應而甚幸之, 昵愛相篤, 誓死綢繆. 生淹延數月, 罄湯所持, 若將終身, 無所持, 奈何? 語曰: “思念之切, 當示肝膈, 言與心違, 有如皎日.” 妓曰: “然則當以某事, 示之乎?” 生曰: “渠之狎客必多, 胸中自有涇渭, 渠可等級之, 我當筆之.” 妓曰: “諾.” 生涉筆臨紙, 聽其所言, 妓依枕良久曰: “長城鄕吏李淸, 其甲也; 光州甲士林萬孫, 其乙也.” 生又請丙, 妓曰: “申高靈有功, 不可不書, 校生朴命..

미수 이인로와 이담지의 집에 모여서 여이미수회담지가(與李眉叟會湛之家) 임춘(林椿) 久因流落去長安 空學南音戴楚冠 歲月屢驚羊胛熟 風騷重會鶴天寒 十年計活挑燈話 半世功名抱鏡看 自笑老來追後輩 文思宦意一時闌 해석 久因流落去長安 구인류락거장안 오래도록 타향살이 하느라 개경을 떠나 空學南音戴楚冠 공학남음대초관 부질없이 남쪽의 음【남음(南音): 남쪽 초(楚) 나라의 음악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한 말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초 나라 종의(鍾儀)가 진(晉) 나라에 사로잡혀가 있을 적에 진후(晉侯)가 그에게 음악을 할 줄 아느냐고 묻자, 할 줄 안다고 대답하므로, 그에게 거문고를 주니, 그는 자기 고향인 초 나라의 음악을 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좌전(左傳)』 성공(成公) 9년(九年)】을 배웠고..

2. 글재주가 없음에도 뽐내고 싶던 이의 최후 만호연구(萬戶聯句) 甲子年, 湖南方伯, 駐于羅. 値春丁, 躬行釋奠, 文倅數人, 適且至. 方伯爲設福筵, 酒半行, 令曰: “先聖飮福, 不可無文字以侑之?” 遂相酬唱, 爭相嘆賞. 有一萬戶, 來間末席, 緘口低頭, 覓句蹙面, 頗懷慙靦. 時, 落鍾字, 一文倅, 起出, 萬戶, 尾而出躡求敎. 倅, 卽附耳曰: “鍾動南樓天欲曉.” 萬戶, 倚墻佇立, 屈指轉誦, 料已圓熟. 趨入跪曰: “武夫, 亦欲效顰.” 而遂朗吟曰: “鍾痛南樓天益曉.” 滿座絶倒. 史臣曰: “人有才不才, 才而示不才, 謙也; 猶可不才而誇才, 妄也. 不可先聖福筵, 文士酬唱, 如帶甲之武士, 雖或有一句之巧, 不可以爲才也. 而萬戶, 乃敢傳笑於人, 非妄何? 噫! 妄亦從不學中出來矣, 不學之病, 難醫也哉!” 해석甲子年, 湖南方伯,..

43. 홍구를 중심으로 유방과 항우가 조약을 맺다 病愈, 西入關, 至櫟陽, 存問父老, 置酒, 梟故塞王欣頭櫟陽市. 留四日, 復如軍, 軍廣武, 關中兵益出. 當此時, 彭越將兵居梁地, 往來苦楚兵, 絶其糧食, 田橫往從之. 項羽數擊彭越等, 齊王信又進擊楚. 項羽恐, 乃與漢王約, 中分天下, 割鴻溝而西者爲漢, 鴻溝而東者爲楚. 項王歸漢王父母妻子, 軍中皆呼萬歲, 乃歸而別去. 해석 病愈, 西入關, 至櫟陽, 存問父老, 置酒, 梟故塞王欣頭櫟陽市. 병이 낫자 서쪽으로 관중(關中)으로 들어가 역양(櫟陽)에 이르러 나이 많은 어르신[父老]들에게 안부를 묻고[存問] 술을 베풀었으며 새왕(塞王)인 사마흔(司馬欣)의 머리를 역양(櫟陽)의 저자에서 효수했다. 留四日, 復如軍, 軍廣武, 關中兵益出. 4일을 체류(滯留)하고 다시 군막으로 가서 ..

35. 홍구를 중심으로 유방과 항우가 조약을 맺다 是時, 漢兵盛食多, 項王兵罷食絶. 漢遣陸賈說項王, 請太公, 項王弗聽. 漢王復使侯公往說項王, 項王乃與漢約, 中分天下, 割鴻溝以西者爲漢, 鴻溝而東者爲楚. 項王許之, 卽歸漢王父母妻子, 軍皆呼萬歲. 漢王乃封侯公爲平國君, 匿弗肯復見. 曰: “此天下辯士, 所居傾國, 故號爲平國君.” 項王已約, 乃引兵解而東歸. 해석 是時, 漢兵盛食多, 項王兵罷食絶. 이때에 한나라의 병사들은 기운이 넘치고 먹을 게 풍족했지만 항우의 병사들은 지친 데다 먹을 게 끊어졌다. 漢遣陸賈說項王, 請太公, 項王弗聽. 한나라는 육가(陸賈)를 보내 항우를 설득해 태공(太公)을 보내주길 청했지만 항우는 듣질 않았다. 漢王復使侯公往說項王, 項王乃與漢約, 中分天下, 割鴻溝以西者爲漢, 鴻溝而東者爲楚. 한나라..

91. 골리국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한 한불생어골리국(恨不生於骨利國) 冬十月開別試, 取士, 日極短. 有一生性躁才窘, 操觚染翰大言曰: “恨不生於骨利國.” 再說不置, 其友問之. 答曰: “子不聞乎? 骨利國日入烹羊胛, 纔熟而東方已明, 其夜短日長可知. 吾之白日場, 豈不綽乎有裕?” 聞者皆笑. 해석 冬十月開別試, 取士, 日極短. 겨울 시월에 별시를 개최해 선비를 선발하는데 일정이 매우 짧았다. 有一生性躁才窘, 操觚染翰大言曰: “恨不生於骨利國.” 한 서생이 성격이 급하고 재주가 굼떠 붓을 잡고 한지를 적시며 큰 소리로 “골리국【골리국(骨利國): 골리간국(骨利幹國)을 말하며 고비사막 북쪽에 위치한 흉노의 한 부족이다. 『구당서(舊唐書)』에 “골리간국(骨利幹國)은 한해(瀚海)의 북해에 가까워 낮은 길고 밤은 짧아서 양의 ..

섣달 그믐밤에 제야(除夜) 최립(崔岦) 悠悠疇昔事 忽忽此時情 可耐他鄕裏 仍將別歲爭 鴻溝未許割 羊胛不須烹 臘酒沽來美 酣歌且到明 해석 悠悠疇昔事 忽忽此時情 유유주석사 홀홀차시정 아련한 건 옛날의 일이고 갑작스러운 건 지금의 정이라네. 可耐他鄕裏 仍將別歲爭 가내타향리 잉장별세쟁 타향 속에서 견딜 만하여 따라서 장차 온 방에 불 켜고 밤 새우려네【별세(別歲):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환히 밝히고 밤을 새우는 것을 말한다】. 鴻溝未許割 羊胛不須烹 홍구미허할 양갑불수팽 홍구【홍구(鴻溝): 옛날 중국의 운하(運河) 이름으로, 한(漢)나라와 초(楚)나라가 패권을 다툴 때 서로의 경계선으로 삼았던 곳이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항우(項羽)가 이에 두려워한 나머지, 한왕(漢王)과 ..

앞의 운을 거꾸로 써서 지으며 도용전운(倒用前韻) 정사룡(鄭士龍) 人生百年內 擾擾竟何爲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扶衰藜動覓 和困枕多欹 回首山中桂 聊煩小隱詩 坐久摧燈燼 更長數漏籌 逢君饒興緖 容我共家流 春夜移歌席 簷花送酒甌 却憐林按使 香被擁溫柔 해석 人生百年內 擾擾竟何爲 인생백년내 요요경하위 삶이란 100년 안짝인데 우왕좌왕[擾擾]하다 마침내 무얼 하려나?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미득선수실 당환이작비 시름[愁失]을 먼저 해선 안 되고 마땅히 기뻐하다가 이미 슬퍼져 扶衰藜動覓 和困枕多欹 부쇠려동멱 화곤침다의 오래된 명아주 지팡이 부여잡아 움직이며 찾다가 곤히 베개와 어우러져 많이 기댄다네. 回首山中桂 聊煩小隱詩 회수산중계 료번소은시 머리로 산 속의 계수나무【산중계수(山中桂樹): 벼슬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시냇가에서 즉흥적으로 노래하며 계상즉사(溪上卽事) 이행(李荇) 地僻無機事 眞堪付此生 鑿泉偸岳色 移石殺溪聲 獨往雲爲伴 相忘鳥不驚 班荊聊當席 坐穩更誰爭 해석 地僻無機事 眞堪付此生 지벽무기사 진감부차생 땅이 궁벽져 인위적인 일[機事]가 없으니 참으로 이 생을 부칠 만하네. 鑿泉偸岳色 移石殺溪聲 착천투악색 이석쇄계성 샘을 파서 산색을 훔치고 바위 옮겨 시냇소리를 덜어내네. 獨往雲爲伴 相忘鳥不驚 독왕운위반 상망조불경 혼자 걸어가니 구름이 도반(道伴)이 되고 너나를 서로 잊으니 새가 놀라지 않지. 班荊聊當席 坐穩更誰爭 반형료당석 좌온갱수쟁 가시풀[荊草]를 깔고【반형(班荊): 가시풀을 땅에 깔고 앉아서 이야기하여도 아무런 스스럼없는 사이, 즉 절친한 친구간을 말한다. 초(楚) 나라의 오삼(伍參)과 채(蔡) 나라의 자..

제천의 청풍 한벽루에서 청풍한벽루(淸風寒碧樓) 김정(金淨) 盤辟山川壯 乾坤茲境幽 風生萬古穴 江撼五更樓 虛枕宜淸夏 詩魂爽九秋 何因脫身累 高臥寄滄洲 해석 盤辟山川壯 乾坤茲境幽 반벽산천장 건곤자경유 벽에 서리어 산천의 웅장함으로 하늘과 땅이 더욱 경계가 그윽하네. 風生萬古穴 江撼五更樓 풍생만고혈 강감오갱루 바람은 오래된 구멍에서 나오고 강은 오경의 누각을 흔들지. 고을에 풍혈이 있기에 이름을 얻었다[郡有風穴得名] 虛枕宜淸夏 詩魂爽九秋 허침의청하 시혼상구추 빈 베개엔 맑은 여름이 알맞고 시의 혼은 9월의 가을에 상쾌하네. 何因脫身累 高臥寄滄洲 하인탈신루 고와기창주 어떻게 몸의 얽매임을 벗어나 높이 누워 창주【창주(滄洲): 원래 해변가 은자(隱者)의 거처를 말하는데, 남조 제(南朝齊)의 시인 사조(謝朓)가 선성(..

복령사의 벽에 써서 설민의 시에 차운하며 제복령사벽 차설씨민운(題福靈寺壁 次偰氏民韻) 김수온(金守溫) 山寺尋遊日 秋風木落時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翠柏霜猶秀 寒花晚欲微 地淸無夢寐 誰得更喧思 해석 山寺尋遊日 秋風木落時 산사심유일 추풍목락시 산사를 찾아 유람한 날은 가을 바람에 낙엽지는 때.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창허승결납 탑정객제시 창은 비어 스님은 납의를 꿰매고 탑은 고요해 나그네 시 짓지. 翠柏霜猶秀 寒花晚欲微 취백상유수 한화만욕미 푸른 잣나무는 서리에도 수려한 것 같고 추운 꽃은 늦도록 작아지려 하네. 地淸無夢寐 誰得更喧思 지청무몽매 수득갱훤사 땅이 청정해 자며 꿈꿀 일 없으니 누가 다시 생각에 시끄러우랴? 『拭疣集』 卷之四 인용 소화시평

자순 임제의 시에 차운하며 차증임자순(次贈林子順) 양대박(梁大樸) 烏鵲橋頭春水波 廣寒樓外柳絲斜 風煙千古勝區在 詩酒一場歡意多 誰向離筵怨芳草 行看歸騎踏殘花 天涯去住愁如織 強把狂言替浩歌 해석 烏鵲橋頭春水波 오작교두춘수파 오작교 머리에 봄물 물결 치고 廣寒樓外柳絲斜 광한루외류사사 광한루 밖에 버들개지 휘청이네. 風煙千古勝區在 풍연천고승구재 바람과 안개는 천고토록 명승지에 있고 詩酒一場歡意多 시주일장환의다 시와 술은 일장춘몽이지만 기쁨이 많다네. 誰向離筵怨芳草 수향리연원방초 누가 이별의 연회를 향해 향긋한 풀을 원망할까? 行看歸騎踏殘花 행간귀기답잔화 다니며 말타고 돌아가는 걸 보니 진 꽃을 밟는다네. 天涯去住愁如織 천애거주수여직 하늘 끝 떠나고 머묾의 근심이 베처럼 가득하지만 強把狂言替浩歌 강파광언체호가 억지로 ..

자순 임제의 시에 차운하며 차증임자순(次贈林子順) 백광훈(白光勳) 畫欄西畔綠蘋波 無限離情日欲斜 芳草幾時行路盡 靑山何處白雲多 孤舟夢裡滄溟事 三月煙中上苑花 樽酒易空人易散 野禽如怨又如歌 해석 畫欄西畔綠蘋波 화난서반록빈파 서쪽 언덕의 그림 난간에 푸른 마름 물결쳐 無限離情日欲斜 무한리정일욕사 해질녘에 무한한 이별의 정. 芳草幾時行路盡 방초기시행로진 향기로운 풀은 어느 때에 다니는 길에 사라질꼬? 靑山何處白雲多 청산하처백운다 푸른 산은 어느 곳에서 흰 구름이 많을꼬? 孤舟夢裡滄溟事 고주몽리창명사 외로운 배의 꿈 속에 푸른 바다의 일이고 三月煙中上苑花 삼월연중상원화 3월의 연기 속에 상원【상림원(上林): 상림원은 한 무제(漢武帝)때 천자의 봄 가을 사냥놀이를 제공하기 위하여 각종 새와 짐승을 기르는 숲으로 상원(上..

남원의 용성에서 옥봉의 시에 차운하며 용성 차옥봉운(龍城 次玉峯韻) 이달(李達) 數月離家音信稀 惜春還賦送春詩 杯尊坐久南樓好 河漢更深北斗移 飛絮落花無定處 倦遊良會亦同時 相逢各自東西去 芳草萋萋無限思 淸溪雨後起微波 楊柳陰陰水岸斜 南陌一尊須盡醉 東風三月已無多 離程處處王孫草 門巷家家枳穀花 流落天涯爲客久 不堪中夜聽吳歌 해석 數月離家音信稀 수월리가음신희 몇 개월째 집 떠나 편지도 드물고 惜春還賦送春詩 석춘환부송춘시 봄 아까워 다시 봄을 보내는 시를 짓네. 杯尊坐久南樓好 배존좌구남루호 술자리[杯樽坐]가 오래되어 남쪽 누각은 좋기만 하고 河漢更深北斗移 하한갱심북두이 황하와 한수(광한루의 물)가 다시 깊어져 북두성이 옮겨졌네. 飛絮落花無定處 비서낙화무정처 나는 솜 같은 낙화는 정처 없고 倦遊良會亦同時 권유랑회역동시 지루한..

남원 용성(龍城)의 광한루 술자리에서 수창하며 용성광한루주석수창(龍城廣寒樓酒席酬唱) 임제(林悌) 賓主交懽俗物稀 一樓除我摠能詩 晩山當檻雲初斂 淸景撩人席屢移 半醉半醒深夜後 相逢相別落花時 橋邊楊柳和煙綠 欲折長條贈所思 南浦微風生晩波 晴煙低柳碧斜斜 山分仙府樓居好 路入平蕪野色多 千里更成京國夢 一春空負故園花 淸尊話別新篇在 却勝驪駒數曲歌 해석 賓主交懽俗物稀 빈주교환속물희 손님과 주인이 사귀며 기쁘니 속물이 드물고 一樓除我摠能詩 일루제아총능시 한 누각에서 나를 제외하곤 모두 시를 지을 수 있구나. 晩山當檻雲初斂 만산당함운초렴 저문 산이 난간에 당도하니 구름은 막 사라지고 淸景撩人席屢移 청경료인석루이 맑은 경치가 사람에 닿으니 연회석의 경치가 자주 바뀌네. 半醉半醒深夜後 반취반성심야후 밤이 깊은 뒤에야 반쯤 취하거나 반쯤..

해당화 밑에서 소쩍새 울어대네 해당화하두견제(海棠花下杜鵑啼) 신응시(辛應時) 春去棠花晩 空留蜀鳥啼 隔窓聞欲老 歌枕夢猶悽 怨血聲聲落 歸心夜夜西 吾王方在疚 莫近上林栖 해석 春去棠花晩 空留蜀鳥啼 춘거당화만 공류촉조제 봄은 갔지만 해당화 늦게 펴 속절없이 촉나라 새 머물며 지저귀니 隔窓聞欲老 歌枕夢猶悽 격창문욕로 가침몽유처 창 너머 듣고 있자니 나이 든 것 같고 베개 노래 속 꿈꾸자니 아직도 머물고 있구나. 怨血聲聲落 歸心夜夜西 원혈성성락 귀심야야서 원망스런 피는 소리마다 얽혀있고 돌아가고픈 마음은 밤마다 깃드네. 吾王方在疚 莫近上林栖 오왕방재구 막근상림서 우리 임금님은 시방 고질병이 있으니 상림에 살며 사냥【「상림부(上林賦)」: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문장(文章)의 하나. 자허부(子虛賦)에 뒤..

사구대에서 북해의 여러 산길을 바라보며 사구대망북해제교(沙丘臺望北海諸嶠) 함경남도 안변군 학포의 북쪽 물가에 있다[在安邊鶴浦北渚] 양사언(楊士彦) 金玉樓臺拂紫煙 鳳獜洲渚下羣仙 靑山亦厭人間世 飛入滄溟萬里天 해석 金玉樓臺拂紫煙 금옥루대불자연 금과 옥의 누대로 붉은 연기 펼쳐지고 鳳獜洲渚下羣仙 봉린주저하군선 봉린주(鳳獜洲)【십주삼도(十洲三島): 도교에서 말하는 바닷속 선경(仙境)으로, 십주는 조주(祖洲)ㆍ영주(瀛洲)ㆍ현주(玄洲)ㆍ염주(炎洲)ㆍ장주(長洲)ㆍ원주(元洲)ㆍ유주(流洲)ㆍ생주(生洲)ㆍ봉린주(鳳麟洲)ㆍ취굴주(聚窟洲)이고, 삼도는 봉래(蓬萊)ㆍ방장(方丈)ㆍ영주(瀛洲)이다.】의 물가로 뭇 신선들이 내려오네. 靑山亦厭人間世 청산역염인간세 푸른 산 역시 사람들의 세상을 싫어해서 飛入滄溟萬里天 비입창명만리천 푸른..

86. 주세붕의 부석사 시 余曾遊榮川浮石寺, 登聚遠樓, 樓出半空, 俯臨洞壑, 飛鳥皆視其背. 周愼齋世鵬, 有題一律: ‘浮石千年寺, 平臨鶴駕山. 樓居雲雨上, 鐘動斗午間. 斫木分河逈, 開巖鍾玉閑. 非關眈佛宿, 蕭灑劫忘還.’ 他人所題, 莫能及此. 해석 余曾遊榮川浮石寺, 登聚遠樓, 樓出半空, 俯臨洞壑, 飛鳥皆視其背. 내가 일찍이 영천(榮川)의 부석사(浮石寺)에 유람할 때 취원루(聚遠樓)에 오르니 누각은 반쯤 허공에 튀어나와 골짜기를 굽어보면 나는 새가 모두 그 등을 보였다. 周愼齋世鵬, 有題一律: ‘浮石千年寺, 平臨鶴駕山. 樓居雲雨上, 鐘動斗午間. 斫木分河逈, 開巖鍾玉閑. 非關眈佛宿, 蕭灑劫忘還.’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의 한 율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浮石千年寺 平臨鶴駕山 부석사는 천년 사찰로 학가산에..

서울에 가다 장단【중경(中京): 개성부(開城府)인데, 4군, 4현을 거느린다. 4군은 장단(長湍)ㆍ평산(平山)ㆍ연안(延安)ㆍ배천(白川)이고, 4현은 마전(麻田)ㆍ금천(金川)ㆍ토산(兎山)ㆍ신계(新溪)이다.】에서 정곡에게 부치며 장부경도 장단도중 기정정곡(將赴京都 長湍途中 寄呈鼎谷) 변계량(卞季良) 蓬轉東南影與身 舊情誰復似雷陳 病深藥物渾無效 吟苦詩篇頗有神 虛白連天江郡曉 暗黃浮地柳郊春 自憐令節情懷惡 題句時還寄故人 해석 蓬轉東南影與身 봉전동남영여신 동남으로 떠도는【봉전(蓬轉): 쑥이 뿌리째 뽑혀 나가 바람에 굴러다닌다는 뜻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림자와 내 몸인데 舊情誰復似雷陳 구정수부사뢰진 옛 정이 누가 다시 뇌의와 진중【뇌진(雷陳): 뇌의(雷義)와 진중(陳重)인데 동한(東漢) ..

옥원역【강원도 삼척에 있는 역명이다. 1519년에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조광조 일파라고 탄핵을 받아 삼척부사로 좌천되고, 이듬해에 파직되었다】에서 묵으며 숙옥원역(宿沃原驛) 신광한(申光漢) 暇日鳴螺過海山 驛亭寥落水雲間 桃花欲謝春無賴 燕子初來客未還 身遠尙堪瞻北極 路迷空復憶長安 更憐杜宇啼明月 窓外誰栽竹萬竿 해석 暇日鳴螺過海山 가일명라과해산 한가한 날에 나팔 불며 해산을 지나는데 驛亭寥落水雲間 역정요락수운간 옥원역 정자는 바다 구름 사이서 쓸쓸도해라. 桃花欲謝春無賴 도화욕사춘무뢰 복사꽃 지려 하지만 봄은 의지할 게 없고 燕子初來客未還 연자초래객미환 제비새끼는 막 왔지만 손님은 돌아오지 않네. 身遠尙堪瞻北極 신원상감첨북극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오히려 북쪽을 볼 만하고 路迷空復憶長安 로미공부억장안 길을 헤매다 ..

8. 초나라 땅을 다스리려 급암을 회양태수로 삼다 居數年, 會更五銖錢, 民多盜鑄錢, 楚地尤甚. 上以爲淮陽, 楚地之郊, 乃召拜黯爲淮陽太守. 黯伏謝不受印, 詔數彊予, 然後奉詔. 詔召見黯, 黯爲上泣曰: “臣自以爲塡溝壑, 不複見陛下, 不意陛下複收用之. 臣常有狗馬病, 力不能任郡事, 臣願爲中郞, 出入禁闥, 補過拾遺, 臣之願也.” 上曰: “君薄淮陽邪? 吾今召君矣. 顧淮陽吏民不相得, 吾徒得君之重, 臥而治之.” 해석 居數年, 會更五銖錢, 民多盜鑄錢, 楚地尤甚. 몇 년을 살다보니 마침 오수전(五銖錢)으로 바꿨는데 백성들이 몰래 돈을 만들어내는 게 많았으며 초나라 지방이 더욱 심했다. 上以爲淮陽, 楚地之郊, 乃召拜黯爲淮陽太守. 한 무제(武帝)는 회양군(淮陽郡)이 초나라 땅의 국경[郊]이라 여겨 이에 급암을 불러 제배(除拜)..

촉나라 승상 제갈량을 떠올리며 촉상(蜀相) 두보(杜甫) 丞相祠堂何處尋 錦官城外柏森森 映階碧草自春色 隔葉黃鸝空好音 三顧頻煩天下計 兩朝開濟老臣心 出師未捷身先死 長使英雄淚滿襟 해석 丞相祠堂何處尋 승상사당하처심 승상의 사당 어디서 찾을꼬? 錦官城外柏森森 금관성외백삼삼 금관성 밖 잣나무 빼곡한 곳이었지. 映階碧草自春色 영계벽초자춘색 계단에 비친 푸른 풀은 절로 봄색이고 隔葉黃鸝空好音 격엽황리공호음 잎사귀 너머 누런 꾀고리는 부질없이 좋은 소리 내네. 三顧頻煩天下計 삼고빈번천하계 삼고초려를 자주 번거롭게 함은 천하의 계책이었고 兩朝開濟老臣心 량조개제로신심 두 왕조를 개국하여 구제함은 늙은 신하의 마음이었지. 出師未捷身先死 출사미첩신선사 군사를 내었지만 이기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어 長使英雄淚滿襟 장사영웅루만금 길이..

눈앞 경치를 노래하며 즉경(卽景) 김안로(金安老) 三年懶散廢冠巾 鷗鷺何曾禮要人 巢鶴立晴麤意氣 火山回碧頓精神 魂驚歸計頻煩夢 酒撥閑愁付與春 老擯淮陽寧可薄 功名終不羨平津 해석 三年懶散廢冠巾 삼년라산폐관건 3년 동안 게으르고 산만하여 갓과 망건을 내버려뒀지만 鷗鷺何曾禮要人 구로하증례요인 갈매기와 해오라기가 어찌 일찍이 예절을 사람에게 요구했으랴? 巢鶴立晴麤意氣 소학립청추의기 소학산(巢鶴山)【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와 호법면 매곡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산】이 막 개자 의기가 거칠어졌지만 火山回碧頓精神 화산회벽돈정신 화산이 다시 푸르러지자 정신이 상쾌해졌네. 魂驚歸計頻煩夢 혼경귀계빈번몽 넋은 돌아갈 계책으로 자주 번거롭게 꿈꾸다가 놀랐고 (두보시의 ‘삼고초려를 자주 번거롭게 함은 천하의 계책이었네[杜詩 三顧頻煩..

봄날에 우연스레 읊조리며 춘일우음(春日偶吟) 이희보(李希輔) 錦繡千林鳥亦歌 天工猶自喜繁華 門前枯木無枝葉 春力無由著一花 해석 錦繡千林鳥亦歌 금수천림조역가 수놓은 비단 같은 온 숲에 새 또한 지저귀니 天工猶自喜繁華 천공유자희번화 하느님은 오히려 많고도 화사함을 스스로 기뻐하네. 門前枯木無枝葉 문전고목무지엽 문 앞 마른 나무엔 가지와 잎이 없지만 春力無由著一花 춘력무유저일화 봄 마음이란 하나의 꽃에만 달려있지 않아요. 『安分堂詩集』 卷二 인용 소화시평

여행 중 우연히 읊어 단오 문안사인 정령공에게 받들어 드리며 객중우음 봉증단오문안사정령공(客中偶吟 奉贈端午問安使丁令公) 김류(金瑬) 一旬相逐到天涯 白首同乘使者車 酒席忘形容坦率 詞場作劇媿才華 遙山帶雨池蛙亂 高柳含風海燕斜 人世本來饒聚散 暫時離別莫長嗟 해석 一旬相逐到天涯 일순상축도천애 열흘 동안 서로 좇아 하늘 끝에 이르러 白首同乘使者車 백수동승사자거 흰 머리로 사신의 수레에 동승했지요. 酒席忘形容坦率 주석망형용탄률 술자리에서 형체를 잊고서 솔직함[坦率]을 드러냈으며 詞場作劇媿才華 사장작극괴재화 문단에서 연극을 하면서 재주에 부끄러웠지요. 遙山帶雨池蛙亂 요산대우지와란 먼 산은 빗기운을 띠어 연못의 개구리는 울어댔고 高柳含風海燕斜 고류함풍해연사 높은 버들개지는 바람을 품어 바다의 제비가 비꼈죠. 人世本來饒聚散 ..

저녁에 비 갠 후 추워져 부뚜막의 숯불을 보다가 나무 난로를 옮겨 몸을 데웠다. 한밤에 글귀가 생각나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석우후한심 견조하적화 이우목로이난신 야반득구 서시아배(夕雨後寒甚 見竈下積火 移于木爐以煖身 夜半得句 書示兒輩) 정광필(鄭光弼) 奴拾柴薪用力窮 煙消榾柮火通紅 昏鴉棲定風初下 旅雁聲高夜正中 北闕夢回天穆穆 東山蹟滯雨濛濛 一生枉走叨名位 竟與邯鄲呂枕同 해석 奴拾柴薪用力窮 노습시신용력궁 머슴이 땔나무 주워 온 힘 다 쓰니 煙消榾柮火通紅 연소골돌화통홍 연기가 땔나무에 사라지고 불이 붙어 붉어지네. 昏鴉棲定風初下 혼아서정풍초하 저물녘 갈까마귀는 바람이 막 내려앉은 곳에 깃들어 정했고 旅雁聲高夜正中 여안성고야정중 날아가던 기러기가 한밤 중에 소리 높이네. 北闕夢回天穆穆 북궐몽회천목목 북쪽 궁궐에서 ..

해가 저물어 사람을 데리고 뜰을 거닐다 이웃마을의 옛 친구들이 모두 떠나 오는 이는 모두 후배들이라 서글퍼져 한 편의 율시를 지으며 일만 부인보정 인리고인개서 래현자개시후생 창회 잉성일률(日晩 扶人步庭 隣里故人皆逝 來現者皆是後生 愴懷 仍成一律) 정광필(鄭光弼) 金章已謝路漫漫 垂白歸鄕舊業殘 沿澗石田纔數畝 打頭茅屋只三間 一村黎老皆新面 兩岸靑山是舊顏 隣里不知蒙譴重 猶將白酒慰新還 해석 金章已謝路漫漫 금장이사로만만 관직[金章]을 이미 사직하나 길은 더디고 더뎌 垂白歸鄕舊業殘 수백귀향구업잔 흰 머리 늘어뜨리고 귀향하니 옛 집의 상황은 스산하네. 沿澗石田纔數畝 연간석전재수무 계곡 주변[沿澗]의 채마밭은 겨우 몇 이랑이고 打頭茅屋只三間 타두모옥지삼간 머리 닿을 정도【타두(打頭): 머리가 천장에 부딪힐 정도로 집이 워낙..

떠난 최치원을 그리며 월영대에 올라 월영대(月影臺) 채홍철(蔡洪哲) 文章習氣轉崔嵬 忽憶崔侯一上臺 風月不隨黃鶴去 煙波相逐白鷗來 雨晴山色濃低檻 春盡松花亂入杯 更有琴心隔塵土 他時好與雨雲迴 해석 文章習氣轉崔嵬 문장습기전최외 문장의 익숙한 기운이 바뀌어 우뚝하여져 忽憶崔侯一上臺 홀억최후일상대 문뜩 최치원을 추억하며 한 번 월영대에 올랐네. 風月不隨黃鶴去 풍월불수황학거 바람과 달은 황학의 떠남을 따르지 않았고 煙波相逐白鷗來 연파상축백구래 안개 낀 파도가 흰 갈매기가 온 것을 서로 따르네. 雨晴山色濃低檻 우청산색농저함 비 개니 산빛이 난간에 짙어 나직하고 春盡松花亂入杯 춘진송화난입배 봄 다하니 송화가 잔으로 난입하네. 更有琴心隔塵土 갱유금심격진토 다시 속세를 넘어선 거문고의 마음【금심(琴心): 가야금 연주를 통해서 ..

월영대를 거닐던 최치원을 그리며 월영대(月影臺) 서거정(徐居正) 月影臺前月長在 月影臺上人已去 孤雲騎鯨飛上天 白雲渺渺尋無處 孤雲孤雲眞儒仙 天下四海聲名傳 高騈幕下客如織 才氣穎脫黃巢檄 孤雲學士詩告別 文章感動中華國 東還時運何崎嶇 雞林黃葉寒颼颼 英雄失志知何爲 永與綺皓相追隨 伽倻山中藏鳴湍 海雲臺上騎笙鸞 江南山水牢籠畢 江南風月無閑日 一自孤雲去不還 萬古自如唯江山 今人空自說孤雲 幾人得見孤雲墳 飛昇已作上界眞 桑田滄海今千春 我來擧酒酹西風 欲喚孤雲一笑同 摩挲短碣立斜陽 孤雲不來空斷膓 해석 月影臺前月長在 월영대전월장재 월영대 앞 달은 장구히 남아 있지만 月影臺上人已去 월영대상인이거 월영대 위의 사람은 이미 떠나갔네. 孤雲騎鯨飛上天 고운기경비상천 고운이 고래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니 白雲渺渺尋無處 백운묘묘심무처 흰 구름이 아득하여 ..

한강의 누각에서 모시고 유람하다 시명을 이어 먼저 근체시 2수를 지어 기록하고 받들어 교정하길 구하였다. 퇴지의 ‘보낸 글은 흰 명주띠와 유사한데 모시옷으로 답한 것은 겸금을 넘어서네.’라고 지었는데 내 졸작이 어찌 감히 망령되이 흰 명주띠에 비견될 것인가? 다만 화답을 바랄 뿐 부끄러움의 땀이 흠뻑나는 걸 이기질 못하겠네. 배유한강루 승아명 선부근체시이수 녹봉구정 퇴지시왈 투장류호대 저답유겸금 복이졸작 안감망의호대 단기화교이 무임참한지지(陪遊漢江樓, 承雅命, 先賦近體詩二首, 錄奉求正. 退之詩曰: ‘投章類縞帶, 佇答逾兼金.’ 僕以拙作, 安敢妄擬縞帶? 但冀和敎耳, 無任慚汗之至.) 서거정(徐居正) 樓中佳麗錦筵開 樓外靑山翠似堆 風月不隨黃鶴去 烟波長送白鷗來 登臨酬唱三千首 賓主風流一百杯 更待夜深吹玉笛 月明牛斗共徘..

함길도 절도사의 기상이 담긴 시 절구(絶句) 유응부(兪應孚) 將軍持節鎭夷邊 紫塞無塵士卒眠 駿馬五千嘶柳下 良鷹三百坐樓前 해석 先生嘗爲咸吉道節度使, 作此詩, 亦可見其氣象云. 선생은 일찍이 함길도 절도사가 되어 이 시를 지었으니 또한 그 기상을 볼 만하다고 이른다. 將軍持節鎭夷邊 장군지절진이변 장군의 지조가 오랑캐의 변방을 억누르니 紫塞無塵士卒眠 자새무진사졸면 변방 요새[紫塞]에 전쟁 먼지 없어 병사들은 존다네. 駿馬五千嘶柳下 준마오천시류하 날쌘 말 오천 마리가 버드나무 아래서 울어대고 良鷹三百坐樓前 양응삼백좌루전 좋은 매 삼 백 마리가 누각 앞에 앉았지. 『兪先生遺稿』 一本, ‘將軍威德鎭戎邊, 沙塞塵淸士卒眼. 永日堂中何所玩, 良鷹三百坐樓前.’ 한 판본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將軍威德鎭戎邊 장군위덕진융변..

헤어지며 송별(送別) 유성원(柳誠源) 白山控海磨天嶺 黑水橫坤豆滿江 此是李侯飛騎處 剩看胡虜自來降 해석 白山控海磨天嶺 백산공해마천령 장백산은 바다를 당겨 마천령에 이르고 黑水橫坤豆滿江 흑수횡곤두만강 흑룡강은 땅을 가로질러 두만강에 이르네. 此是李侯飛騎處 차시이후비기처 이곳은 이후가 날 듯 말 탄 곳으로 剩看胡虜自來降 잉간호로자래강 오랑캐가 스스로 와 항복했던 것을 실컷 보리라. 『柳先生遺稿』 인용 육신전 소화시평

도롱이를 빌려준 인수 박팽년에게 답장하며 답박인수 차사의(答朴仁叟 借蓑衣) 하위지(河緯地) 男兒得失古猶今 頭上分明白日臨 持贈蓑衣應有意 五湖煙月好相尋 해석 時當端廟幼沖, 人心洶洶. 당시 어린[幼沖] 단종으로 인심이 흉흉했다. 平陽朴先生嘗借蓑衣於先生, 先生以詩答之云. 평양의 박선생이 일찍이 하선생에게 도롱이를 빌려주었기에 선생이 시를 써서 화답했다고 한다. 男兒得失古猶今 남아득실고유금 남자의 성쇠는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頭上分明白日臨 두상분명백일림 머리 위에 분명히 흰 해가 비추네. 持贈蓑衣應有意 지증사의응유의 도롱이옷을 보내 준 데엔 응당 뜻 있으리니 五湖煙月好相尋 오호연월호상심 오호에 안개 달 떴을 때 깊이 서로 찾자는 거로구나. ‘달’은 한 판본에선 ‘비’라고 했다[月一作雨] 『丹溪先生遺稿』 인용 육신..

청주에 임금을 호위하며 예천현판의 운자에 차운하며 호종청주 차예천현판운(扈從淸州 次醴泉懸板韻) 박팽년(朴彭年) 聖代誰看愛道天 靈源衮衮似河懸 導宣沛澤須均惠 遍使三韓醉舜泉 聖德巍巍上合天 吾民不見衣鶉懸 當時景瑞無過此 不獨漚蘿山下泉 十年身在禁中天 只有丹心魏闕懸 西望白雲生眼底 不堪歸興遶林泉 해석 時先生爲集賢殿副校理. 당시 선생은 집현전의 부교리가 되었다. 正統九年甲子春, 世宗幸椒井, 時河公演ㆍ李公塏ㆍ申公叔舟ㆍ崔公恒ㆍ黃公守身ㆍ李公思哲及安平大君等並扈駕, 皆聯和. 정통 9년 갑자(1444)년 봄에 세종이 초정(椒井, 인왕산 아래에 있는 우물)에 행차하니 당시 하연(河演)과 이개(李塏)와 신숙주(申叔舟)ㆍ최항(崔恒)ㆍ황수신(黃守身)ㆍ이사철(李思哲)과 안평대군(安平大君) 등이 함께 임금을 호종하며 모두 연구(聯句)로 화운..

가을날에 절구시를 쓰며 추일절구(秋日絶句) 권우(權遇) 竹分翠影侵書榻 菊送淸香滿客衣 落葉亦能生氣勢 一庭風雨自飛飛 해석 竹分翠影侵書榻 죽분취영침서탑 대나무가 비취빛 그림자를 나누어 책상에 파고들고 菊送淸香滿客衣 국송청향만객의 국화가 맑은 향기 보내 나그네 옷에 가득해.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낙엽이 또한 기세를 일으킬 수 있어 一庭風雨自飛飛 일정풍우자비비 한 정원의 바람과 비에 스스로 날라다니네. 『梅軒先生集』 卷之五 인용 소화시평

순흥(지금의 영주)의 숙수사 누각에서 순흥숙수사루(順興宿水寺樓) 노여(魯璵) 輕裝短帽一尋幽 蘭院依然十載遊 壁價幾年詩共重 寺名千古水同流 寒推嶽色僧扃戶 冷踏溪聲客上樓 長嘯徘徊日云暮 倚欄回首起鄕愁 해석 輕裝短帽一尋幽 경장단모일심유 가벼운 행장과 짧은 모자로 한 번 그윽한 곳을 찾아가니 蘭院依然十載遊 난원의연십재유 사찰【목란원(木蘭院): 당 나라 왕파(王播)가 과거(科擧)에 오르기 전에 양주(楊州)의 절에 있으면서 중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그 뒤에 왕파가 절도사(節度使)가 되어 그 절에 놀러 가서 목란원(木蘭院)에서 시를 짓기를 “20년 전에 이 원(院)에 놀 적에 목란꽃이 피고 원(院)이 처음 이룩되었는데, 오늘날 그때 다니던 곳에 거듭 이르니 나무는 늙어 꽃이 없고 중은 흰 머리로세[二十年前此院遊 木蘭花發院..

동진산의 문주사 시에 차운하며 제동진산문주사차운(題童津山文珠寺次韻) 이장용(李藏用) 無限江山爛熳看 倦遊襟抱反悽酸 鶩飜落照金猶閃 鴉點平林墨未乾 杖底片雲舒萬里 檻中明月入千灘 綺街衮衮馳名客 爭識蒲團睡味殘 해석 無限江山爛熳看 무한강산란만간 끝없는 강산을 맘껏 보다가 倦遊襟抱反悽酸 권유금포반처산 놀기에 지친 마음이 도리어 처량하고 서글퍼. 鶩飜落照金猶閃 목번낙조금유섬 오리가 석양빛에 나니 황금빛이 번쩍이는 것 같고 鴉點平林墨未乾 아점평림묵미건 갈가마귀가 평평한 숲에 점찍으니 먹물 마르지 않은 것 같네. 杖底片雲舒萬里 장저편운서만리 지팡이 밑의 뭉게구름이 만 리에 퍼져 있고 檻中明月入千灘 함중명월입천탄 우리 속의 밝은 달이 여러 여울로 들어가네. 綺街衮衮馳名客 기가곤곤치명객 아름다운 거리의 많은[衮衮] 명예를 날리..

분행역【분행역(分行驛): 경기도 과천(果川) 양재역(良才驛)에 속한 역. 『여지승람(輿地勝覽)』】에서 충주자사에 부치며 분행역 기충주자사(分行驛 寄忠州刺史) 정지상(鄭知常) 暮經靈鷲峯前路 朝到分行樓上吟 花接蜂鬚紅半吐 柳藏鶯翼綠初深 一軒春色無窮興 千里皇華欲去心 回首中原人不見 白雲低地樹森森 해석 暮經靈鷲峯前路 모경영취봉전로 저녁에 영취산 봉우리 앞 길 지나 朝到分行樓上吟 조도분행루상음 아침에 분행역에 이르러 누각 위에서 읊조리네. 花接蜂鬚紅半吐 화접봉수홍반토 꽃이 벌의 잔털에 닿으니 붉은색이 반쯤 돋아나고 柳藏鶯翼綠初深 유장앵익록초심 버들이 꾀꼬리 날개에 감춰지니 녹색이 막 짙어지네. 一軒春色無窮興 일헌춘색무궁흥 한쪽 처마엔 봄빛으로 가없는 흥 있지만 千里皇華欲去心 천리황화욕거심 천 리의 사신[皇華]은 떠나..

영류(詠柳) 시에 화운하며 화영류(和詠柳) 최균(崔均) 造物多情着柳梢 剪刀裁出更妖妖 雪消暗膩黃金色 日暖輕拖碧縷條 西子眉嚬如有恨 小蠻腰細不勝嬌 冷官寂寞人稀處 幾被春風取次搖 해석 造物多情着柳梢 조물다정착류초 조물자가 다정해 버들가지에 불이고 剪刀裁出更妖妖 전도재출갱요요 가위로 잘라내니 더욱 아리땁고 아리따워. 雪消暗膩黃金色 설소암니황금색 눈 사라지면 그윽하게 황금빛이 기름지고 日暖輕拖碧縷條 일난경타벽루조 해가 따스하면 가볍게 푸른 실 가지가 늘어지지. 西子眉嚬如有恨 서자미빈여유한 서시의 눈썹이 찡그려 한이 있는 것 같고 小蠻腰細不勝嬌 소만요세불승교 소만【소만(小蠻): 당(唐) 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시희(侍姬). 별명은 양지(楊枝). 허리가 가늘고 춤을 잘 추었다. 거이의 기생으로 번소는 노래를 잘하고, 소..

병으로 휴가를 청해 잠시 강촌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말 위에서 득병고 잠왕강촌 환경마상(得病告 暫往江村 還京馬上) 임규(任奎) 萬事悠悠一夢塲 自憐身世未全忘 少而寡合多踈放 老不求名可退藏 書室舊開師子嶺 釣臺新占少華岡 國恩未報親猶在 更踏紅塵跡似忙 해석 萬事悠悠一夢塲 만사유유일몽장 온갖 일이 장구하게도 일장춘몽인데 自憐身世未全忘 자련신세미전망 스스로 애달프구나, 신세를 온전히 잊지 못함이. 少而寡合多踈放 소이과합다소방 젊어선 남과 합치됨이 적으니 거칠고 방탕함이 많았고 老不求名可退藏 노불구명가퇴장 늙어선 명예 구하질 않으니 물러날 만하지. 書室舊開師子嶺 서실구개사자령 서실은 예전에 사자령에 열었고 釣臺新占少華岡 조대신점소화강 낚시터는 새로 소화강에 점유했으나 國恩未報親猶在 국은미보친유재 나라의 은혜 갚질 못..

나가고파 욕출(欲出) 이색(李穡) 欲出腰酸甚 開窓抱膝吟 孤雲生遠岫 百鳥噪高林 翰墨光陰迅 乾坤雨露深 悠悠復唯唯 我已得安心 春晚生微暖 天晴散薄陰 行雲猶雨意 臥樹亦花心 寂寂對黃卷 冷冷調素琴 孔子深樂處 更向此中尋 風在園中樹 雲行窓外天 吾心亦飜動 病勢却纏綿 樽酒邀明月 香爐散碧煙 悠悠可消遣 不用更求仙 해석 欲出腰酸甚 開窓抱膝吟 욕출요산심 개창포슬음 나가고파도 허리 통증이 심해 창을 열고 무릎을 끌어안은 채【포슬(抱膝): 무릎을 감싸 안는다는 뜻이다. 포슬음은 고인(高人)과 지사(志士)의 시를 뜻한다.】 읊조리네. 孤雲生遠岫 百鳥噪高林 고운생원수 백조조고림 외로운 구름은 먼 산꼭대기에서 피어나고 흰 새는 높은 숲에서 지저귀네. 翰墨光陰迅 乾坤雨露深 한묵광음신 건곤우로심 글짓기[翰墨]에 세월[光陰]이 빨리 가고 하늘과..

초산【초산(焦山): 강소성(江蘇省) 단도현(丹徒縣) 동쪽에 있는 산으로 일명 부옥산(浮玉山)이라고도 하는데, 삼국(三國) 때의 고사(高士) 초선(焦先)이 이 산에 은둔하였기 때문에 초산이라 했으며 초선은 천하가 생긴 이래 1인자라 하여 일초(一焦)라 불렀다.】에서 초산(焦山) 이제현(李齊賢) 裴老開浮玉 胸襟讓一焦 海呑吳地盡 山控楚天遙 蜃氣窓間日 鷗聲砌下潮 欲歸還倚杖 松竹晚蕭蕭 해석 裴老開浮玉 胸襟讓一焦 배로개부옥 흉금양일초 배씨 노인이 부옥산에 열었으니 내심 일초(一焦)에게 사양한 거라네. 海呑吳地盡 山控楚天遙 해탄오지진 산공초천요 바다는 오나라의 땅 다한 곳을 삼킨 듯, 산은 초나라 하늘의 아득한 곳을 당긴 듯. 蜃氣窓間日 鷗聲砌下潮 신기창간일 구성체하조 신기루는 창 사이 해에 있고 갈매기 소리는 섬돌..

견탄【견탄(犬灘): 호계현(虎溪縣, 지금의 문경)의 서쪽 5리에 있으며, 용연의 하류다. 나루터가 있고, 남쪽으로 흘러서 함창현의 경계로 들어간다.】에서 견탄(犬灘) 이규보(李奎報) 淸曉發龍浦 黃昬泊犬灘 黠雲欺落日 狠石捍狂瀾 水國秋先冷 船亭夜更寒 江山眞勝畫 莫作畫圖看 해석 淸曉發龍浦 黃昬泊犬灘 청효발용포 황혼박견탄 맑은 새벽에 용포에서 출발하여 저물녘에 견탄에 묵네. 黠雲欺落日 狠石捍狂瀾 힐운기낙일 한석한광란 멋대로인 구름은 지는 해를 속이고 삐죽한 바위는 미친 물결을 막네. 水國秋先冷 船亭夜更寒 수국추선랭 선정야갱한 어촌은 가을에 먼저 서늘해지고 선실은 밤에 더 추워지지. 江山眞勝畫 莫作畫圖看 강산진승화 막작화도간 강과 산이 참으로 그림보다 나으니 그린 그림 보듯 하진 마시라. 『東文選』 卷之九 인용 ..

구룡산 흥복사에서 다시 유람하며 중유구룡산흥복사(重遊九龍山興福寺) 오학린(吳學麟) 日改物亦改 事移人又移 鶴添新歲子 松老去年枝 院院古非古 僧僧知不知 悠然登水閣 重驗舊題詩 해석 日改物亦改 事移人又移 일개물역개 사이인우이 해가 바뀌니 사물 또한 변하고 사물이 움직이니 사람 또한 움직이네. 鶴添新歲子 松老去年枝 학첨신세자 송로거년지 학은 새해에 새끼 낳고 소나무는 작년에 가지를 나이 들게 하네. 院院古非古 僧僧知不知 원원고비고 승승지부지 원(院)마다 예스러운지 아닌지, 스님마다 아는지 모르는지? 悠然登水閣 重驗舊題詩 유연등수각 중험구제시 너그럽게 물가 누각에 올라 다시 예전에 지은 시를 시험해보네. 『東文選』 卷之九 인용 소화시평

남경으로 들어가며 입경(入京) 정몽주(鄭夢周) 江南形勝地 千古石頭城 綠水環金闕 靑山繞玉京 一人中建極 萬國此朝正 我亦乘査至 宛如天上行 해석 江南形勝地 千古石頭城 강남형승지 천고석두성 강남은 명승지로 천고토록 석두성【석두성(石頭城): 강소성 남경시 고루구(鼓樓區) 청량산(淸涼山) 일대에 있는 성 이름으로, 남경의 별칭이기도 하다. 본래 초나라 금릉성(金陵城)이었던 것을 손권(孫權)이 중수하고 석두성으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이라네. 綠水環金闕 靑山繞玉京 녹수환금궐 청산요옥경 푸른 진회(秦淮)가 금빛 궁궐을 에워쌌고 푸른 산이 옥빛 수도 에둘렀지. 一人中建極 萬國此朝正 일인중건극 만국차조정 한 명의 황제께서 건극【건극(建極): 왕으로 즉위하여 중정(中正)한 도를 건립하는 것을 말한다. 기자(箕子)가 지었다는..

보살만(菩薩巒) 무산일편운(巫山一片雲)ㆍ자야가(子夜歌)ㆍ화간의(花間意)ㆍ화계벽(花溪碧)ㆍ성리종(城裏鐘)ㆍ중첩금(重疊金)ㆍ매화구(梅花句)ㆍ만운홍월(晩雲烘月)ㆍ보살만(菩薩鬘) 등 별칭이 많다. 이 사는 쌍조 44자, 전ㆍ후단 각 4구 2측운 2평운으로 되어 있다. 이제현(李齊賢) 舟中夜宿 西風吹雨鳴江樹 一邊殘照靑山暮 繫纜近漁家 船頭人語譁 白魚兼白酒 徑到無何有 自喜臥滄洲 那知是宦遊 舟次靑神 長江日落煙波綠 移舟漸近靑山曲 隔竹一燈明 隨風百丈輕 夜深蓬底宿 暗浪鳴琴筑 夢與白鷗盟 朝來莫漫驚 해석 배속에서 밤에 묵으며 주중야숙(舟中夜宿) 西風吹雨鳴江樹 서풍취우명강수 가을바람이 비를 불러 강가 나무 울리게 하니 一邊殘照靑山暮 일변잔조청산모 한 끝의 스러지는 빛이 푸른 산에 저무네. 繫纜近漁家 계람근어가 닻을 매고 어촌 집..

외로운 기러기의 노래 고안행(孤鴈行) 홍간(洪侃) 五侯池舘春風裏 微波鱗鱗鴨頭水 闌干十二繡戶深 中有蓬萊三萬里 彷徨杜若紫鴛鴦 倚拍芙蓉金翡翠 雙飛雙浴復雙棲 綷羽雲衣恣遊戲 君不見十年江海有孤鴈 舊侶微茫隔雲漢 顧影低昂時一呼 蘆花索漠風霜晚 해석 五侯池舘春風裏 오후지관춘풍리 현달한 관원의 연못가 집은 봄바람 속에 微波鱗鱗鴨頭水 미파린린압두수 잔잔한 파도가 끊임없는 압록강에 있어. 闌干十二繡戶深 난간십이수호심 난간은 열 두 수놓은 집에 깊고 中有蓬萊三萬里 중유봉래삼만리 중간에 삼만리의 봉래산 있지. 彷徨杜若紫鴛鴦 방황두약자원앙 두약에 붉은 원앙은 방황하고 倚拍芙蓉金翡翠 의박부용금비취 부용에 금빛 비취는 의지하며 어루만지네. 雙飛雙浴復雙棲 쌍비쌍욕부쌍서 함께 날다 함께 씻고 다시 함께 자면서 綷羽雲衣恣遊戲 최우운의자유희 ..

사시사(四時詞) 진온(陳溫) 春 玉帳牙床別院中 閑吟隨意繞花叢 忽聞杏杪鶯兒囀 手放金丸看落紅 夏 金盤紅縷聳氷峯 畫閣陰陰樹影籠 半岸烏紗欹玉枕 互敎纖手扇淸風 秋 釦砌微微着淡霜 裌衣新護玉膚凉 王孫不解悲秋賦 只喜深閨夜漸長 冬 繡幕深深畫毯重 龍爐鳳炭發春紅 酒酣蘭麝熏人面 掛起金窓向雪風 해석 춘(春) 玉帳牙床別院中 옥장아상별원중 옥빛 휘장과 상아 평상이 있는 별당 안에서 閑吟隨意繞花叢 한음수의요화총 한가롭게 읊조리며 마음대로 꽃떨기를 에워싸고서 忽聞杏杪鶯兒囀 홀문행초앵아전 갑자기 은행나무 끝 꾀꼬리 새끼의 울음소리 듣다가 手放金丸看落紅 수방금환간낙홍 손수 금빛 구슬 던져 떨어지는 꽃잎을 보네. 하(夏) 金盤紅縷聳氷峯 금반홍루용빙봉 금빛 소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 솟았고 畫閣陰陰樹影籠 화각음음수영롱 그림누각은 어둑어둑 ..

봉성현에서 묵으며 숙봉성현(宿峯城縣) 이규보(李奎報) 半山斜日過簷遅 淸句唯呤杜紫薇 階竹困陰孫未長 庭梅飽雨子初肥 旅軒風簟牽人睡 野鼎春蔬慰客饑 十里倦遊誰勞問 石樓僧定鎖煙扉 해석 半山斜日過簷遅 반산사일과첨지 오부능선에 해가 비껴 처마를 천천히 지나는데 淸句唯呤杜紫薇 청구유령두자미 맑은 구절로 두목(杜牧)을 읊조리네. 이번 나들이엔 두자미집을 가지고 왔다[此行唯携杜紫薇集] 階竹困陰孫未長 계죽곤음손미장 계단의 대나무는 그늘에 휩싸여 죽순은 자라질 못하지만 庭梅飽雨子初肥 정매포우자초비 정원의 매화는 비에 푹 젖어 열매가 막 통통해졌지. 旅軒風簟牽人睡 여헌풍점견인수 주막의 대자리는 사람의 졸음을 끌어내고 野鼎春蔬慰客饑 야정춘소위객기 들판 솥의 봄나물은 손님의 주림을 위로하지. 十里倦遊誰勞問 십리권유수로문 십리의 게으..

앵무새야! 앵무(鸚鵡) 이규보(李奎報) 衿披藍綠觜丹砂 都爲能言見罻羅 嬌姹小兒圓舌澁 玲瓏處女慧容多 慣聞人語傳聲巧 新學宮詞噵字訛 牢鏁玉籠無計出 隴山歸夢漸蹉跎 해석 衿披藍綠觜丹砂 금피남록자단사 깃털은 남록색을 입었고 부리는 붉은 색인데 都爲能言見罻羅 도위능언견위라 죄다 말할 수 있기에 그물질 당했네. 嬌姹小兒圓舌澁 교차소아원설삽 아리따운 소녀의 원활한 혀가 떫은 듯. 玲瓏處女慧容多 영롱처녀혜용다 반듯한 처녀의 지혜로운 용모가 짙은 듯. 慣聞人語傳聲巧 관문인어전성교 인간의 말을 익숙히 듣고서 소리 전하기 교묘하고 新學宮詞噵字訛 신학궁사도자와 궁궐의 말을 새로 배웠지만 글자 전하는 건 왜곡됐지. 牢鏁玉籠無計出 뇌쇄옥롱무계출 옥 같은 새장에 갇혀 나갈 계책도 없으니 隴山歸夢漸蹉跎 롱산귀몽점차타 언덕과 산에 돌아갈 ..

두문불출하며 두문(杜門) 이규보(李奎報) 爲避人間謗議騰 杜門高卧髮鬅鬙 初如蕩蕩懷春女 漸作寥寥結夏僧 兒戲牽衣聊足樂 客來敲戶不須譍 窮通榮辱皆天賦 斥鷃何曾羨大鵬 해석 爲避人間謗議騰 위피인간방의등 인간세상의 비난하는 의론을 피하려 杜門高卧髮鬅鬙 두문고와발붕승 문 닫아 걸고 높은 베개에 누우니 머리는 봉두난발. 初如蕩蕩懷春女 초여탕탕회춘녀 처음엔 넉넉하게 춘심(春心)을 품은 처녀 같았지만 漸作寥寥結夏僧 점작요요결하승 점점 쓸쓸하게 하안거(夏安居)하는【결하(結夏): 승려들의 하안거(夏安居)를 말한다.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일체 외출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한데 모여 수행하며 정진을 한다.】 스님 같더라. 兒戲牽衣聊足樂 아희견의료족낙 아이가 장난스레 옷깃을 잡아당기지만 하릴없이 즐겁기만 하고 客來敲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