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10/30 (48)
건빵이랑 놀자
2022학년도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교육학 전공 A 1. 2. 3. 4. 5. 6. 7. 8. 9. 10. 11. 12. 전공 B 1. 2. 3. 4. 5. 6. 7. 8. 9. 10. 11. 인용 목차 / 지도
2021학년도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교육학 전공 A 1. 2. 3. 4. 5. 6. 7. 8. 9. 10. 11. 12. 전공 B 1. 2. 3. 4. 5. 6. 7. 8. 9. 10. 11. 인용 목차 / 지도
2020학년도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교육학 전공 A 1. 2. 3. 4. 5. 6. 7. 8. 9. 10. 11. 12. 전공 B 1. 2. 3. 4. 5. 6. 7. 8. 9. 10. 11. 인용 목차 / 지도
2019학년도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교육학 전공 A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전공 B 1. 2. 3. 4. 5. 6. 7. 8. 인용 목차 / 지도
소화시평 책거리 목차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여러 상황으로 진도가 수이 나가지 않다순간 순간이 알알이 박히다 2. 소화시평 정리를 끝마치다소화시평 스터디와 블로그정리 방향의 변화와 후기가 빠진 이유충실하게 보냈던 시간이여 인용 19년 글 임용 Life 상권 목차 하권 목차
2. 소화시평 정리를 끝마치다 예전에 5년 간 임용을 준비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한 번도 1차에 합격하지도 못한 채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해온 게 한문공부인지라 계속 도전을 했지만 그럴수록 절망감만 커져갔고 한문은 어렵고 지리한 학문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사라는 꿈을 포기한 순간 대안학교 교사가 되며 교사라는 꿈을 이루어주더라. 단재학교에서 6년 간을 근무했으니 6년 동안은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문은 전혀 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작년부터 다시 임용을 준비하기로 맘을 먹었고 그에 따라 다시 자연스럽게 한문을 공부하게 됐는데 6년 동안이나 놓았던 한문이 제대로 보일 리도 만무했고 자리에 앉아 공부한다는 게 그렇게 버거울 수가 없었다. ▲ 임고반..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 예전에 6박 7일 동안 대구 달성에서 출발하여 낙동강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그 여행을 시작하며 기록을 남겼었다. 처음에 ‘삶이란 하나의 도화지에 자신의 색채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순간순간 그린 그림들이 모이고 쌓여 그게 삶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얘기했듯이 그런 순간순간의 그림들이 대단할 이유도, 뭔가 엄청난 의미를 지닐 필요도,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작은 일일지라도 그 순간을 수놓으며 반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서 난 그 여행을 ‘도화지에 한 획을 그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 획을 긋는 것만으론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시평치윤서(詩評置閏序) 미상(未詳) 有事殊而理一者, 有以小而喻大者, 是編之名以置閏者奚? 日行疾而一年與天會, 月行遲而一月與日會. 推其餘分之積, 則一歲總得十日, 三朞總得三十日, 以成一閏. 余旣輯我東之名篇佳作纂『詩評』, 又裒所逸者爲『補遺』. 比數年來, 更摭得文人才子瑣儒賤士, 秀句警語香人牙頰. 而或爲瞽眼所棄, 或以無名見捐, 幷湮滅而不稱. 余爲此之惜, 隨手纂錄, 遂成一編, 亦猶積餘分而能成歲功也. 夫正四序, 授人時, 非置閏則盭矣; 集聚美, 張詞源, 非此編則歉矣. 爲事雖殊, 其理則一; 用功雖小, 可喻於大. 余之取譬名編, 豈過也哉! 或有規余者曰: “細大不遺, 古亦有之, 删繁取精, 自是選詩之法. 今子所錄, 亡乃傷于博而費於■乎!” 余謂: “玉環ㆍ飛燕, 異態而同妍; 春蘭秋菊, 異時而同馨. 絕響妙句, 何所取舍? 余之癖痼矣, ..
소화시평후서(小華詩評後敍) 이정열(李貞烈) 余觀今兹詩評之書, 大抵網羅百家, 括串群詩. 誠沈潛其訓義而說之鏗鏗, 磨磷其事業而評之正正. 可謂耘情藝圃之必力, 戈志書林之必勤者也. 是以文之當也, 如玄圃之積玉而美不可採; 文之奇也, 如鳳翔龍躍而妙不可摸矣. 然則萬斛之泉源, 以之而洩其精神; 千丈之光芒, 因此而發其英華. 其所漱芳潤傾瀝液之道, 固當靡不用極. 而余以不敏, 旣非咽篆之才, 吐鳳之手, 則其於挾風霜之文, 帶烟霞之詞, 豈可咀之嚼之, 而揀之摹之乎? 然有時乎, 泛舟於學海而沿流演之, 馳驥於文場而奔騁獵之, 則萬狀之瑰奇, 一家之機杼, 庶可窺見而組織之矣. 筆道告功, 故文以述懷胎後, 不揣孤陋而識之焉. 歲舍玄菟之一月下澣, 退湖. 해석 余觀今兹詩評之書, 大抵網羅百家, 括串群詩. 내가 이제 이 시평의 책을 보니 대체로 여러 작가를 망라하..
소화시평후발(小華詩評後跋) 이존서(李存緒) 余自病廢以來, 閒居無事. 藥餌之暇, 求得我東諸子所著篇什, 以爲消遣之資. 病裏看書, 蓋取其着味而忘痛也. 一日玉川盧友奎燁來診, 袖一册以示余, 曰: “是乃玄默子洪公萬宗之所編『小華詩評』也, 此書成之已久, 今始刊行者矣.” 余欣然受之一覽, 可知其奇玩珍寶, 悅人耳目. 途抛却諸書, 專心看閱, 如服淸凉散, 不覺病根之自消矣. 嗚呼! 我東自高麗以及我朝, 文章輩出, 啁啾啽哢者, 各成一家, 皆自以爲獨得其妙. 玉石朱紫, 無以辨别. 賴得洪公之始有是評, 然后各家之姸媸美惡, 莫得逃形於一鑑中. 令人開卷, 瞭然如指掌, 定爲詩家千古之師表, 不待親炙而可期服矣. 余竊念洪公乃是仁廟朝人, 自仁廟以來迄今二百餘年, 文人才子世世並出, 其間作者之名章佳句, 勝似前人者, 亦多有之. 而未得定衡於洪公之筆下, 可勝惜哉...
102. 요절한 시인들 王弇州作文章九命, 其一曰短折, 仍擧古今賢人有文而無壽者四十七人, 余讀而悲之. 嗟夫! 天之生才也不數, 閱千百纔一二, 而有苗而不秀, 秀而不實者, 何哉? 余取我東有文而無壽者十二人, 各選一首而附之. 鄭碏, 北窓之弟, 有詩才, 未弱冠夭. 兒時到金襴窟, 作詩, 爲人所稱賞, 詩曰: ‘人言菩薩着金襴, 住在衝波石竇間. 爲訪眞身了不見, 水紋山氣自成斑.’ 李榮極有詩才, 二十三而夭, 其「贈僧」詩曰: ‘疎雲山口艸萋萋, 夜逐香烟渡水西. 醉後高歌答明月, 江花落盡子規啼.’ 崔澱, 有才早夭, 號楊浦, 世稱仙才. 九歲時從栗谷自坡州返京, 馬上栗谷呼韻, 崔卽口對曰: ‘客行何太遲, 不畏溪橋暮. 靑山一片雲, 散作江天雨.’ 車殷輅, 五山之兄, 時號奇童, 未冠而夭. 其父軾, 通判黃州時, 年十二, 賦詩送客曰: ‘幾宴寧賓館, 頻..
101. 귀신이 지은 시 麗朝時有一士人, 訪友飮酒, 日暮還家. 於途中醉卧, 忽聞吟詩一聲曰: “澗水潺湲山寂歷, 客愁迢遞月黃昏.” 驚起視之, 身臥山路, 傍有一古塚, 叢棘環之而已. 始知唐李賀詩所謂‘秋墳鬼唱鮑家詩, 恨血千年土中碧.’者, 非虛語也. 且如鬼李顯郁詩曰: “風驅驚雁落平沙, 水態山光薄暮多. 欲使龍眠移畵裏, 其於漁艇笛聲何.” 鬼朴嵂詩曰: “海棠秋墜花如雪, 城外人家門盡關. 茫茫丘壟獨歸去, 日暮路遠山復山.” 又權韐所遇鬼詩‘樓臺花雨十三天, 磬歇香殘夜闃然. 窓外杜鵑啼有血, 曉山如夢月如烟.’ 音韻高絕瀏幽, 自非人間語, 豈鬼神亦自愛其詩, 往往有警作, 則必借人傳世, 以暴其才歟! 해석 麗朝時有一士人, 訪友飮酒, 고려 때 한 선비가 있어 벗을 찾아가 술을 마시고 日暮還家.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於途中醉卧, 忽聞吟詩一..
100. 전우치의 시 國朝田禹治, 羽士也, 猶唐之有曹唐. 其「次滿月臺」詩曰: ‘靑松黃葉古臺路, 惟有人心長未閒. 寶靨尙餘天上月, 宮眉留作海中巒. 落花流水斜陽外, 斷雨殘雲城郭間. 遼鶴不來人事盡, 百年消息鬢毛斑.’ 湖陰稱賞. 해석 國朝田禹治, 羽士也, 猶唐之有曹唐. 조선의 전우치(田禹治)는 도교의 승려로 당나라의 조당(曹唐)【조당의 자는 요빈(堯賓)으로 계주(桂州) 사람이다. 도사로서 후에 사부종사(使府從事)가 되었는데 함통(咸通) 연간에 죽었다. 「유선사(遊仙詞)」 백여 편을 지어 유명하다(『당시기사』)】과 같은 이다. 其「次滿月臺」詩曰: ‘靑松黃葉古臺路, 惟有人心長未閒. 寶靨尙餘天上月, 宮眉留作海中巒. 落花流水斜陽外, 斷雨殘雲城郭間. 遼鶴不來人事盡, 百年消息鬢毛斑.’ 「차만월대(次滿月臺)」라는 시는 다음과..
99. 기녀가 지은 시 古之才妓能詩者, 如薛濤ㆍ翠翹之輩頗多. 我東女子, 雖不學書, 妓流中英資秀出之徒, 不無其人. 而以詩傳於世者絕無, 何哉? 按魚叔權『稗官雜記』, ‘東方女子之詩, 三國時則無聞焉. 高麗五百年, 只有龍城娼于咄彭原娼動人紅, 解賦詩云’, 而亦無傳焉. 頃世松都眞娘ㆍ扶安桂生, 其詞藻與文士相頡頏, 誠可奇也. 眞娘「詠半月」詩: ‘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桂生, 號梅窓, 其詩云: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又有妓秋香翠仙, 亦皆工詩, 秋香「蒼巖亭」詩云: ‘移棹淸江口, 驚人宿鷺飜. 山紅秋有跡, 沙白月無痕.’ 翠仙, 號雪竹, 「白馬江懷古」詩云: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 又有東陽尉宮婢, 亦工詩, 絕云: ‘落葉風前語, 寒花雨後啼. 相..
98. 부인이 지은 시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詩.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其「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
97. 여항 시인 有劉希慶ㆍ金孝一ㆍ崔大立者, 出於卑流, 而皆能詩. 劉希慶, 祭服匠, 號村隱, 「襄陽途中」詩: ‘山含雨氣水含烟, 靑草湖邊白鷺眠. 路入海棠花下去, 滿枝香雪落揮鞭.’ 金孝一, 禁漏官, 號菊潭, 「鷓鴣」詩云: ‘靑草湖波接建溪, 刺桐深處可雙栖. 湘江二女寃魂在, 莫向黃陵廟裏啼.’ 崔大立, 譯官, 號蒼崖, 「喪室後夜吟」詩云: ‘睡鴨薰消夜已闌, 夢回虗閣枕屛寒. 梅梢殘月娟娟在, 猶作當年破鏡看.’ 又有白大鵬ㆍ崔奇男者, 皆賤隸而工詩. 白大鵬, 典艦司奴也, 「醉吟」詩云: ‘醉插茱萸獨自娛, 滿山明月枕空壺. 旁人莫問何爲者, 白首風塵典艦奴.’ 崔奇男, 東陽尉宮奴也. 號龜谷, 其「寒食道中」詩云: ‘東風小雨過長堤, 草色和烟望欲迷. 寒食北邙山下路, 野烏飛上白楊啼.’ 諸詩皆淸絕. 噫! 才之不限於貴賤, 如是夫! 해석 有劉希..
96. 승려 시인 麗朝詩僧, 多矣. 宏演, 號竹磵, 「題墨龍卷」詩云: ‘閶闔迢迢白氣通, 滿綃雲起黑潭風. 夜來仙杖無尋處, 應向人間作歲豊.’ 天因「冷泉亭」詩云: ‘鑿破雲根構小亭, 蒼崖一線灑泠泠. 何人解到淸凉界, 坐遣人間熱惱惺.’ 圓鑑「雨中睡起」詩云: ‘禪房闃寂似無僧, 雨浥低簷薛荔層. 午睡驚來日已夕, 山童吹火上龕燈.’ 懶翁「警世」詩云: ‘終朝役役走紅塵, 頭白焉知老此身. 名利禍門爲猛火, 古今燒殺幾千人.’ 我朝能詩者甚稀, 惟參寥爲最, 「贈成川倅」詩云: ‘水雲蹤跡已多年, 針芥相投喜有緣. 盡日客軒春寂寞, 落花如雪雨餘天.’ 休靜, 號淸虛堂, 「賞秋」詩云: ‘遠近秋色一樣奇, 閑行長嘯夕陽時. 滿山紅綠皆精彩, 流水啼禽亦說詩.’ 太能「呈西山大師」詩云: ‘蘧廬天地假形來, 慙愧多生托累胎. 玉塵一聲開活眼, 夜霄風冷古靈臺.’ 守初「..
95. 한 연만 남은 시 詩或有一聯傳誦於世者, 而有佳者, 有不佳者. 無名氏‘竹窓碁影碧, 梅塢雨聲香.’ 傷於太巧, ‘果熟山登席, 魚肥海入盤.’ 病似聯句, ‘公子骨淸秋入竹, 美人粧濕雨過花.’ 癖於欲奇, ‘茶名雀舌僧疑飮, 山號蛾眉女欲看.’ 又‘江名白馬疑南牧, 山號扶蘇恐北監.’ 兩聯同一體格, 非不精巧, 而卑俗可厭. 權韜‘杜鵑聲苦春山晩, 枳殼花殘古寺幽.’ 詞極淸警, 李春元「金剛山」詩: ‘氣像秋冬春夏異, 精神一萬二千同.’ 語頗遒健, 鄭之羽「穩城」詩: ‘人逢絶塞俱靑眼, 山到窮邊亦白頭.’ 意甚凄惋, 權韐‘幽人偏愛磵邊石, 山鳥不驚林下僧.’ 幽脩超絕, 可壓前數聯. 해석 詩或有一聯傳誦於世者, 而有佳者, 有不佳者. 시 중 혹 한 연만이 세상에 전하여 외워지는 게 있지만 좋은 시도 있고 좋지 않은 시도 있다. 無名氏‘竹窓碁影碧..
94. 누군가의 시 無名氏詩, 爲人傳誦者甚多, 而佳者亦罕. 如‘雨後淸江興, 回頭問白鷗. 答云紅蓼月, 漁笛數聲秋.’ 語甚鄙俚, 村裡雜劇. ‘水澤龍魚窟,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客, 何處是生涯.’ 詞意窮寒, 乞兒操瓢, ‘三尺齊紈上, 誰模雁睡長. 蘆花霜落後, 烟月夢瀟湘.’ 似假非眞, 優孟效孫. ‘十月嚴霜着地多, 强提團扇意如何. 紅塵十載空奔走, 多少靑山掩面過.’ 語格酸薄, 村婦學粧. ‘攻愁愛酒還成病, 治病停盃轉作愁. 一夜西窓風雨鬧, 兩除愁病夢滄洲.’ 頗有手段, 定是作者. 해석 無名氏詩, 爲人傳誦者甚多, 而佳者亦罕. 이름과 성씨가 없는 시 중에 사람에서 전하여 외워진 것이 매우 많지만 좋은 시는 또한 드물다. 如‘雨後淸江興, 回頭問白鷗. 答云紅蓼月, 漁笛數聲秋.’ 語甚鄙俚, 村裡雜劇. 다음의 시는 시어가 매우 촌스럽..
93. 누군가 지은 이항복 만시 挽鰲城相公詩甚多, 而當時評者, 以‘鰲柱擎天天安帖, 鰲亡柱折奈天何. 北風吹送囚山雨, 雨未多於我淚多.’爲第一. 或云成汝學所作, 或傳金昌一所作, 未知孰是. 金昌一, 以南行爲淸道郡守云. 해석 挽鰲城相公詩甚多, 而當時評者, 以‘鰲柱擎天天安帖, 鰲亡柱折奈天何. 北風吹送囚山雨, 雨未多於我淚多.’爲第一. 오성(鰲城) 상공의 만시가 매우 많지만 당시에 평론하는 사람들이 다음의 시를 제일로 여겼다. 鰲柱擎天天安帖 거북이 기둥이 하늘을 떠받쳐 하늘이 편안했지만 鰲亡柱折奈天何 거북이가 죽자 기둥도 끊어졌으니 하늘은 어째야 하나? 北風吹送囚山雨 북풍이 불어 수산(囚山)【수산(囚山) : 산골에 유배되었다는 말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과는 달리 오히려 산이 새장처럼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든..
유방의 역사에 담은 인생 철학 『소화시평』 권하 92번에서 이원진은 한고조 유방을 주제로 해서 초한쟁패 초반기에 함곡관에 항우보다 먼저 들어갔음에도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않고 약법삼장을 선언하며 항우를 기다리던 순간을 배경으로 시를 쓰고 있다. 잠시 삼천포를 좀 빠지자면 소화시평을 공부하면서 유방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첫 발표였던 권상 39번에서도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다뤘었고 권상 47번도 발표를 맡았었는데 여기서도 전횡장군 이야기가 나오며 간접적으로 유방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뤘으니 말이다. 이렇게 유방의 이야기를 두 군데서 다루고 나니 초한쟁패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지더라. 이래서 발표를 준비하며 역사적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 다방면으로 함께 공부하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라..
명성과 편견에 갇히지 않고 시를 봐야 하는 이유 길고 길었던 『소화시평』 선독(選讀)의 대망의 마지막 편이다. 작년 1학기부터 시작하여 지금에서야 끝장에 이른 것이다. 권상에선 55편의 시화를 읽었고 권하에선 48편의 시화를 읽었다. 물론 아직 64번과 66번 글을 빠뜨리고 오는 바람에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하권의 마지막 편의 글을 정리하는 이 순간의 기분은 매우 좋다. 어쨌든 한문을 오랜만에 다시 공부하며 뭣도 모른 상태로 달려들었던 것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마무리 지어지게 됐으니 말이다. 물론 소화시평을 마친 소회는 64번과 66번 글까지 마친 후에 본격적으로 적어보기로 하고 여기선 마지막 글을 쓰는 느낌을 이렇게 간단히 남겨본다. 『소화시평』 권하 92번에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원..
92. 이원진, 유방을 노래하다 李元鎭, 仁廟朝人. 「詠漢高祖」詩, ‘山東隆準氣雄豪, 一約三章帝業高. 莫道入關無所取, 祖龍天下勝秋毫.’ 豪健脫纏, 道人所未道, 詩可以名取之乎? 해석 李元鎭, 仁廟朝人. 이원진은 인조 때 사람이다. 「詠漢高祖」詩, ‘山東隆準氣雄豪, 一約三章帝業高. 莫道入關無所取, 祖龍天下勝秋毫.’ 「한고조를 읊다[詠漢高祖]」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山東隆準氣雄豪 산동의 큰 코 유방은 기상이 웅혼하여 一約三章帝業高 한번 약법삼장을 약속하니 제왕의 업이 높아졌다네. 莫道入關無所取 함곡관에 들어가 취한 게 없다고 말하지 마라. 祖龍天下勝秋毫 진시황【조룡(祖龍): 조(祖)는 시(始)의 뜻이고, 룡(龍)은 임금을 상징하는 말로, 시황(始皇)을 가리킨다. 『사기』 권6 「진시황본기」의 “금년에 조룡이..
피상적인 이해와 적극적인 이해의 차이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요임금의 천하를 헌신짝처럼 버렸으니 맑은 풍도는 허유에게 남았지만 分中無棄物 獨挈自家牛 분에 맞으면 버리는 물건이 없어서 다만 자기 집 소를 끌고 갔다네. 『소화시평』 권하 91번을 얘기하기 전에 ‘소통과 이해’에 대해 길게 얘기한 이유는 윤정이 쓴 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정이 쓴 시를 그저 피상적으로, 시에서 보여지는 느낌으로만 평가할 경우 분명히 홍만종처럼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이 시의 1~2구에선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선양하려 하자 허유는 듣지 못할 더러운 말을 들었다며 귀를 냇가에서 씻었다. 이런 태도에선 마치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요임금-허유’, ‘알렉산더-디오..
이해의 어려움에 대해 『소화시평』 권하 91번에서 우린 ‘이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든, 어떤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든 이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학교에서 주구장창 작품의 이해에 대해서 배웠는데 그게 뭐가 어렵나요?’라고 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간을 작품의 이해나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배워왔고 대학교나 대학원까지 들어가면 더 긴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게 된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배웠다면 당연히 ‘이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학교에서 배운 이해의 방법은 결코 제대로 된 이해의 방법이 아니다. 작품을 볼 때..
91. 청요직에 있으면서도 청렴했던 윤정이 쓴 시 尹渟, 宣廟朝人, 職淸要. 在直廬, 欲推微細之物, 將訴于官, 同僚薄之. 尹賦一絶曰: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中無棄物, 猶絜自家牛.” 至今膾炙. 然以巢父事歸許由, 而世人不能看別, 可資一嗤. 해석 尹渟, 宣廟朝人, 職淸要. 윤정은 선조 때 사람으로 청요직【청요직(淸要職): 사간원(司諫院), 사헌부(司憲府), 홍문관(弘文館)을 일컬음】을 맡았다. 在直廬, 欲推微細之物, 숙직할 적에 작은 물건을 따져서 將訴于官, 同僚薄之. 장차 관아에 소청하려 하자 동료들이 그를 야박하다고 했다. 尹賦一絶曰: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中無棄物, 猶絜自家牛.” 윤정이 한 절구(「탄식하며有歎」)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요임금의 천하를 헌신짝처럼 버렸..
조선시대 문인들의 우정을 엿보다 相離千里遠 相憶幾時休 서로의 거리 천 리나 머니 그리워하는 마음 언제나 그칠까? 以我虛漂梗 憐君誤決疣 나는 부질없이 떠도는 신세로 그대가 잘못 혹을 째버림을 가엾게 여기네. 靑春愁已過 碧海暮長流 푸르른 봄날은 시름 속에 지나버렸고 푸른 바다는 저물도록 길게 흐르는 구나. 夢裏還携手 同登明月樓 꿈에서나 도리어 손을 잡고서 함께 명월루에 올라보세. 世故殊難了 離愁苦未休 세상일 매우 이해하기 어려우니 이별시름 기어이 그치지 않네. 緣詩君太瘦 隨事我生疣 시 때문에 그대는 너무 야위었고 일 때문에 나는 혹이 났구려. 夜月誰同酌 春天獨泛流 달밤에 그 누가 술자리 함께 하랴. 봄날에 홀로 배를 띄웠다네. 還朝知不遠 匹馬候江樓 돌아올 날 멀지 않다는 걸 알겠으니, 필마로 강의 누각에서 ..
홍만종이 잘난 체를 하는 방법 『소화시평』 권하 90번은 김석주와 자신이 친한 관계였으며 김석주의 문장을 짓는 자질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에 관해선 자신을 칭찬했었다는 말로 서두를 열고 있다. 그러면서 홍만종은 “아마도 사백은 사와 부에는 뛰어나지만 느지막이 시를 썼기 때문에 이런 지나친 허여함이 있었던 것이리라[蓋斯伯工於詞賦, 晩業於詩, 故有此過許].”라고 김석주가 자신을 칭찬한 이유를 대고 있다. 이런 구절에서 드러나는 심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이 시를 잘 짓는다는 것을 자부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나는 꼼수다’라는 팟케스트를 통해 유명해진 말 중에 ‘깔때기’라는 말이 있다. 그건 어떤 주제의 말을 하던지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 자신의 잘난 척할 수 있는 주제로 빨아..
90. 김석주와 홍만종의 우정 金斯伯錫冑, 號息菴, 博洽群書, 識優才贍, 爲文自成一家. 嘗與余唱酬, 稱余詩爲本色. 蓋斯伯工於詞賦, 晩業於詩, 故有此過許. 然其詩往往有古法. 曾以接慰官在東萊, 寄余一詩曰: “相離千里遠, 相憶幾時休. 以我虛漂梗, 憐君誤決疣. 靑春愁已過, 碧海暮長流. 夢裏還携手, 同登明月樓.” 時余誤針左手痰核, 伏枕呻吟, 故頷聯云. 余次韻以寄曰: “世故殊難了, 離愁苦未休. 緣詩君太瘦, 隨事我生疣. 夜月誰同酌, 春天獨泛流. 還朝知不遠, 匹馬候江樓.” 時余適泛舟西湖, 故頸聯及之, 可謂投之瓊琚, 報之木瓜矣. 해석 金斯伯錫冑, 號息菴, 博洽群書, 사백 김석주는 호가 식암으로 여러 책을 두루 읽어 識優才贍, 爲文自成一家. 식견은 넓다랗고 재주는 넉넉하여 문장 짓는 것으로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嘗與余..
89. 조한영의 시 曹聘君, 諱漢英, 號晦谷. 嘗在驪庄, 重陽日作五言近體曰: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狂歌落帽興, 無復少年豪.’ 格律淸絕. 公少從澤堂學, 有自來矣. 해석 曹聘君, 諱漢英, 號晦谷. 조빙군의 휘는 한영(漢英)이고 호는 회곡(晦谷)이다. 嘗在驪庄, 重陽日作五言近體曰: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狂歌落帽興, 無復少年豪.’ 일찍이 여주의 농장에 있으며 중양절에 오언 근체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고향의 중양절에 모여 서로 이끌고 취하여 몇 번이나 만났던가?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늙어 지팡이 짚기[策杖] 어려워 좋은 계절에 등고하길 저버렸네.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모래 희고..
88. 어려운 시를 쓰던 이지천 沙浦李志賤, 爲詩癖於詭. 而其「詠靑山」詩最佳, 詩曰: ‘假令持此靑山賣, 誰肯欣然出一錢. 莫歎終爲浮世棄, 尙堪留置老人前. 纔含落月窺虛幌, 旋拂輕雲入晩筵. 造物秖應嫌獨取, 疎簾不敢向西搴.’ 해석 沙浦李志賤, 爲詩癖於詭. 사포(沙浦) 이지천(李志賤)은 시를 지을 때 이상하게 짓는 버릇이 있었다. 而其「詠靑山」詩最佳, 詩曰: ‘假令持此靑山賣, 誰肯欣然出一錢. 莫歎終爲浮世棄, 尙堪留置老人前. 纔含落月窺虛幌, 旋拂輕雲入晩筵. 造物秖應嫌獨取, 疎簾不敢向西搴.’ 「영청산(詠靑山)」의 시가 가장 아름다운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假令持此靑山賣 가령 이 청산을 가져다 판다면 誰肯欣然出一錢 누가 기꺼이 즐겁게 한 푼을 내려나? 莫歎終爲浮世棄 끝내 뜬 세상에 버림 당했다고 탄식하지 말라. 尙..
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를 비교하다 『소화시평』 권하 87번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쓰인 시를 얘기하고서 그 두 시를 비교하며 평가하고 있다. 이런 비슷한 구절을 권상 101번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그땐 ‘뜻은 일치하지만 각각 운치가 있다[意則一串, 而各有風致].’라고 평가했었던 것과 비교가 된다. 우선 두 시는 똑같은 상황에서 쓰인 시다. 어디를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막에 머물다가 새벽에 출발하며 그 소회를 적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연 두 시엔 어떤 느낌이 담겨 있는지 보기로 하자.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닭울음은 들판 주막에서 들려오고 도깨비불은 시내의 다리를 건너오네. 백곡의 시는 새벽에 출발하는 장면을 읊은 것이 아니라 이미 출발하여 주막이 어렴풋이 멀어진 상황의 장면을 읊은 것이다. 그러니 아침을..
87. 같은 상황을 묘사한 시로 백곡과 만주를 평가하다 栢谷ㆍ晩洲, 皆有曉行詩. 栢谷詩曰: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晩洲詩云: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俱寫情境. 而晩洲尤逼眞, 當與溫庭筠「鷄聲茅店」詩相伯仲. 해석 栢谷ㆍ晩洲, 皆有曉行詩. 백곡과 만주는 모두 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가 있다. 栢谷詩曰: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백곡의 「11월 9일 새벽에 용인의 여관에서 출발하며[十一月初九日, 曉發龍仁旅舍]」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닭울음은 들판 주막에서 들려오고 도깨비불은 시내의 다리를 건너오네. 晩洲詩云: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만주의 시는 다음과 같다.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밥 먹은 뒤 닭은 객점에서 울고 졸 때 말은 다리를 지나가네. 俱寫情境. 모두 정경을 묘사했..
86. 홍석기의 시 余嘗病肺杜門, 東溟鄭丈携任休窩來問. 時柏谷ㆍ晩洲亦至, 余命進酒, 仍致數三女樂謳彈. 酒酣, 諸公或賦或歌, 竟夕而罷.六七年來, 東溟·休窩, 相繼淪沒, 栢谷·晩洲, 皆流落鄕土. 一日晩洲來訪, 贈余一律曰: ‘吾儕行樂向來多, 玄鬢蒼顔間綺羅. 栢谷風標元不俗, 豊山才格亦同科. 波瀾浩蕩任公筆, 天地低昻鄭老歌. 聚散存亡還七載, 逢君今日意如何.’ 感古傷今, 情溢於辭, 讀之令人隕涕. 豐山, 卽余姓貫也. 해석 余嘗病肺杜門, 東溟鄭丈携任休窩來問. 내가 일찍이 폐에 병 들어 문을 닫고 있었는데 동명 정선생이 휴와 선생을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時柏谷ㆍ晩洲亦至, 余命進酒, 仍致數三女樂謳彈. 이때 백곡과 만주 또한 왔기에 나는 술을 내오라 명하고 몇 명의 기녀로 악기 타고 노래하며 타게 하였다. 酒酣, 諸公或賦或..
2분이란 시간에 왕소군과 의순공주를 담아내다 순발력 테스트식으로 2분 만의 시간 동안에 홍석기가 짓게 된 시가 바로 『소화시평』 권하 85번에 실려 있는 시다. 이 시는 기승전결의 일반적인 흐름을 따라 가지 않는다. 일반적인 흐름에서 전구(轉句)는 기구와 승구에서 전개한 시상을 완전히 뒤바꾸며 환기를 시키고 결구의 의미를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는 결구의 내용을 강화하기에 위해 1~3구까지 감정을 켜켜이 쌓아간다. 그래서 한 구 한 구 읽을 때마다 깊은 울분과 회한이 짙게 느껴지며 결구에 이르고 보면 그 감정이 제대로 폭발되는 것이다. 千秋哀怨不堪聞 천추토록 애절한 원망 차마 듣질 못하겠는데, 落月蒼蒼萬壑雲 지는 달이 희끄무레한데다 온 골짜기엔 구름까지 꼈네. 莫向樽前彈一曲 술잔 앞을 향하여 한 곡..
한시로 순발력테스트를 하다 『소화시평』 권하 85번은 시가 지어진 배경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이전의 시들은 이미 시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기 때문에 시가 지어진 배경을 얘기하지 못하고(예외적으로 시가 지어진 배경이 문집에 실린 경우엔 그 배경과 함께 시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저 인상 비평을 가할 수밖에 없는 반면, 비교적 최근의 시이고 더욱이 자기 형의 시이기에 이 시에 대해선 배경 설명과 함께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을 읽고 있으면 그 당시에 왜 이런 시를 짓게 됐는지 상황을 이해하게 되며 홍만종이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형은 천부적 자질이 민첩하여 붓을 잡고 시를 지을 적엔 샘물이 솟구치는 듯 큰 강물이 매달린 듯했다[天才敏捷. 操筆賦詩, 泉湧河懸].’는..
85. 경쇠소리 한 번 울리는 동안 시를 지은 홍석기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操筆賦詩, 泉湧河懸, 略無停滯, 人不可及. 嘗遊松岳雲居寺, 與諸友夜坐, 一友謂洪曰: “君能擊磬一聲, 聲未了, 賦一詩乎?” 仍以「月夜聞琵琶」爲題, 以聞ㆍ雲ㆍ君爲韻, 擊磬而出示之. 洪卽應口而對曰: “千秋哀怨不堪聞, 落月蒼蒼萬壑雲. 莫向樽前彈一曲, 東方亦有漢昭君.” 蓋是時義順公主, 新嫁燕京故云, 一座吐舌歎賞. 해석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만주 홍석기【홍석기(洪錫箕): 본관은 남양(南陽)이며, 자는 원구(元九), 호는 만주(晩洲)로 홍석주의 형이다】는 천부적 자질이 민첩했다. 操筆賦詩, 泉湧河懸, 붓을 잡고 시를 지을 적엔 샘물이 솟구치는 듯 큰 강물이 매달린 듯하여 略無停滯, 人不可及. 조금도 정체됨이 없었으니, 남들이 미칠 수가 없..
김득신의 귀정문적(龜亭聞笛)시가 좋은 이유 斷橋平楚夕陽低 끊어진 다리, 저편 평평한 들판에 석양이 내려앉고 政是前山宿鳥棲 앞 숲으론 잠 잘 새가 깃드네. 隔水何人三弄笛 건너편 강에서 어떤 사람이 「매화삼롱(梅花三弄)」 부는데, 梅花落盡故城西 매화는 고성 저편 모두 다 저버렸네. 『소화시평』 권하 84번의 두 번째 시는 읽고 있으면 그 상황이 절로 그려지는 시다. 1구에선 귀정에 올라 보인 광경을 서술하고 있다. 귀정이 어느 곳에 있는 정자인 줄은 모르겠지만 1구에 묘사된 정황을 통해 평평한 들판의 우뚝 솟은 곳에 있는 정자라는 걸 알 수가 있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끊어진 다리가 보이고 그곳 근처엔 평평한 들판이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때가 석양이 질 때라 들판엔 석양빛이 내려앉아 있는 것이다. 이 광경..
김득신이 지은 용산시 감상하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서 있고 가을산에 하얀 비 내리더니,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저물녘 강에서 풍랑 일어나자 어부가 황급히 배를 돌리네. 위에서 쭉 얘기했다시피 김득신은 노둔했기 때문에 예리해진 사람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쓴 시는 어떨까? 그걸 『소화시평』 권하 84번에선 두 편이나 볼 수 있으니 이번 편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는 1구와 2구는 시적 화자가 놓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찬 구름 속에 서 있는 고목, 하얀 비가 내리는 가을산이라고 명사만을 쭉 나열하고 있다. 이건 마치 백광훈의 「홍경사(弘慶寺)」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다. 이 배경을 통해 조금은 스산한, 그러면서도 왠지 외로운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배경 속..
노둔함의 저력 『소화시평』 권하 84번의 주인공은 백곡 김득신이다. 김득신하면 「글을 읽은 횟수를 기록하다[讀數記]」란 글을 지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이 글에도 나타나다시피 진득하게, 어찌 보면 매우 바보처럼 앉아 하나의 글을 여러 번 읽는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를 표현할 때 ‘노둔하다[魯]’는 표현은 빠지질 않는다. 실제로 84번에도 ‘천부적 자질이 매우 노둔했다[才稟甚魯]’고 홍만종도 서술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홍만종은 노둔함이야말로 학자로서 최고의 자질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노둔하기 때문에 예리해졌다[由鈍而銳]’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황당해할 것이다. 노둔함과 예리함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소리..
84. 노둔한 김득신이 지은 당풍에 가까운 한시 金栢谷得臣, 才稟甚魯, 多讀築址, 由鈍而銳. 其「龍山」詩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一時膾炙. 然不若「木川道中」詩. ‘短橋平楚夕陽低. 正是前林宿鳥栖. 隔水何人三弄笛, 梅花落盡古城西.’之極逼唐家. 해석 金栢谷得臣, 才稟甚魯, 백곡 김득신은 재질의 천품이 매우 노둔하여 多讀築址, 由鈍而銳. 많이 읽어 기본을 다지니 노둔하기에 예리해졌다. 其「龍山」詩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용산에서[龍山]」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서 있고 가을산에 하얀 비 내리더니,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저물녘 강에서 풍랑 일어나자 어부가 황급히 배를 돌리네. 一時膾炙. 이 시는 한 시..
이름 새기는 사람의 심리를 비판한 한시 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돌 깎아 성명을 써놨더니 산 스님이 웃음을 그치질 않네.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천지도 하나의 물거품이거늘 얼마나 그 이름 남길 수 있겠소. 임유후의 두 번째 시도 전혀 어렵지 않다. 그건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사를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게 어느 유적지에 사람들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는 기사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있는 듯하다. 그러니 종족번식을 통해 자신의 증표를 남기려고도 하며, 그도 아니라면 의미 있는 것(문학작품,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품들)을 남기려고도 하고, 그도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남기려 하니 ..
사찰시의 특징을 깨버린 시 시를 볼 때 당시풍이라느니, 송시풍이라느니 하는 표현들을 쓴다. 그때 두 시풍을 확실하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당시풍은 있는 사실을 핍진하게 그려내어 머리로도 그 상황이나 환경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묘사하는 반면, 송시풍은 성리학이 발달한 송나라답게 시에도 그저 환경이나 묘사하는 시를 쓰지 않고 철학적인 함의를 담은 시를 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송시풍보단 당시풍을 더 좋은 시로 쳤다. 이런 정도로만 나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고 분간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풍 내에서도 초당ㆍ성당ㆍ중당ㆍ만당으로 시풍을 나누며 성당풍의 시를 최고로 치는 상황에 이르고 보면 이건 마치 어려운 수학기호를 보듯 난해함에 저절로 혀가 내둘러질 정도가 되고 만..
83. 임유후 시를 중만당풍이라고 비평한 소암을 비판하다 任參判有後, 號休窩, 中年閑廢, 專事文翰.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見者誤以爲疎庵詩. 後疎菴見其軸曰: “吾非盛唐, 語不出口. 此詩雖逼唐韻, 頗雜中唐聲, 乃後生小子之作.”云. 至若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讀之, 身世兩忘, 色相俱空. 不謂聲律中有此妙詮, 其可以中晩而小之歟. 해석 任參判有後, 號休窩, 참판 임유후는 호가 휴와로 中年閑廢, 專事文翰. 중년에 버려져 온전히 문장 짓는 것만 했다.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젊을 적에 산사를 유람하며 스님의 시축에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山擁招提石逕斜 산..
82. 통신사가 쓴 시 黃漫浪㦿能詩, 而但欠生梗, 如「奉使日本」詩云: ‘童男女昔求仙地, 大丈夫今杖節行.’ 爲人傳誦. 鄭圃隱「奉使日本」詩云: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觀此兩詩, 不啻霄壤. 해석 黃漫浪㦿能詩, 而但欠生梗, 如「奉使日本」詩云: ‘童男女昔求仙地, 大丈夫今杖節行.’ 爲人傳誦. 만랑(漫浪) 황호(黃㦿)는 시를 잘 지었지만 다만 낯선 게 흠이었으니 「봉사일본(奉使日本)」이란 시는 다음과 같으니 사람들에게 전하여 외워졌다. 童男女昔求仙地 어린 사내와 계집이 예전에 신선을 찾으려던 곳, 大丈夫今杖節行 대장부가 오늘은 사절단의 행렬이라네. 鄭圃隱「奉使日本」詩云: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정포은의 「봉사일본(奉使日本)」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張騫査上天連海 장건의 배 위엔 하늘이 바다에..
유교 속의 불교, 불교 속의 유교 방편적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선악을 확연히 구분하여 한 개체 내에 이미 그런 속성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던지, 능력 여부 또한 한 개체 내에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어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본다던지, 조선은 유교의 나라로 불교는 아예 배척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편적인 사고는 복잡다단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은 있을지언정, 실제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우린 티비에 범죄자로 나오는 사람을 보며 우리와는 다른 ‘악이 화신’이라도 된 양 생각하며 모든 걸 까발리고 사회에서 완벽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여대며, 조선을 생각하면 모든 사회의 악이 가득 찬 시대로 그리며 그런 부조리한 사회가 ..
81. 성리학이란 바탕으로 참된 선비의 시를 쓴 부친 홍주세 先人號靜虛堂, 爲文根於性理, 卓然天成, 不假雕飾. 澤堂嘗稱法遜於持國, 而理勝之, , 而理勝之, 若菽粟布帛. 有閑中詩一絶曰: “追惟旣往眞爲惑, 逆料將來亦是愚. 萬事當頭須放下, 儘敎心地淨無虞.” 申東淮翊聖謂: “此詩見得透脫, 眞儒者語. 世之雕琢章句, 誇奇鬪新者, 安能道得如此語?” 해석 先人號靜虛堂, 爲文根於性理, 선친의 호는 청허당(靜虛堂)【홍주세(洪柱世, 1612∼1661):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숙진(叔鎭), 호는 청허당(靜虛堂). 홍만종의 부친임】으로 문장을 지음에 성리학에 근본을 둬 卓然天成, 不假雕飾. 우뚝한 천성으로 조탁과 수식을 빌리지 않았다. 澤堂嘗稱法遜於持國, 而理勝之, 택당은 일찍이 작법은 지국 장유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