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6/28 (47)
건빵이랑 놀자
22화: 김진사, 시의 종장(宗匠)을 평하다 大君把盃而問曰: “古之詩人, 孰爲宗匠?” 進士曰: “以小子所見言之, 李白天上神仙, 長在玉皇香案前, 而來遊玄圃, 餐盡玉液, 不勝醉興, 折得萬樹琪花, 隨風雨散落人間之氣像也. 至於盧王, 海上仙人, 日月出沒, 雲華變化, 滄波動搖, 鯨魚噴薄, 島嶼蒼茫, 草樹薈鬱, 浪花菱葉, 水鳥之歌, 蛟龍之淚, 悉藏於胸襟, 此詩之造化也. 孟浩然音響最高, 此學師曠, 習音律之人也. 李義山學得仙術, 早役詩魔, 一生編什, 無非鬼語也. 自餘紛紛, 何足盡陳.” 해석 大君把盃而問曰: “古之詩人, 孰爲宗匠?” 대군은 잔을 들면서 물었습니다. “옛날 시인의 누구를 종장(宗匠)이라 하나요?” 進士曰: “以小子所見言之, 李白天上神仙, 진사가 답했습니다. “소인의 소견으로 말씀드리면, 이백(李白)은 천상의..
47화: 자란을 믿고 따르겠다는 4명의 궁녀들 紫鸞曰: “從之者半, 不從者半, 事不諧矣.” 欲起而還坐, 更探其意, 或欲從之, 而以兩言爲恥. 紫鸞曰: “天下之事, 有正有權, 權而得中, 是亦正矣. 豈無變通之權, 而膠守前言乎.” 左右一時從之. 紫鸞曰: “余非好辯, 爲人謀忠, 不得不爾.” 飛瓊曰: “古者蘇秦, 使六國合從, 今紫鸞能使五入承順, 可謂辯士.” 紫鸞曰: “蘇秦能佩六國相印, 今吾以何物贈之乎?” 金蓮曰: “合從者, 六國之利也. 今此承順, 有何所利於五人乎?” 因相對大笑. 紫鸞曰: “南宮之人皆善, 而能使雲英復繼垂絶之命, 豈不拜謝?” 乃起而再拜, 小玉亦起而拜. 紫鸞曰: “今日之事, 五人從之, 上有天, 下有地, 燈燭照之, 鬼神臨之, 明日, 豈有他意乎?” 乃起拜而去, 五人皆拜送于中門之外. 紫鸞歸於妾, 妾扶壁而起, ..
46화: 소옥은 운영을 따르기로 하다 小玉曰: “妾旣許諾, 三人之志, 旣已順矣, 豈可半塗而廢乎. 設或事泄, 雲英獨被其罪, 他人何與焉哉. 妾不爲再言, 當爲雲英死之.” 해석 小玉曰: “妾旣許諾, 三人之志, 소옥이 말했다. “나는 이미 허락했고 세 사람의 뜻도 旣已順矣, 豈可半塗而廢乎. 이미 따르기로 했으니 어찌 중도에 폐기하겠는가? 設或事泄, 雲英獨被其罪, 설혹 일이 누설되어 운영이 홀로 죄를 당하더라도, 他人何與焉哉. 어찌 다른 사람에게 미치겠는가? 妾不爲再言, 當爲雲英死之.” 나는 다시 말하지 않고 마땅히 운영을 위하여 죽으리다.” 인용 목차 전문 1화: 수성궁과 근처 모습의 묘사 2화: 술기운에 류영 소동파 시를 읊다 3화: 류영, 술 취한 채 이상한 기척을 느끼다 4화: 함께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45화: 운영의 상사병에 대한 간절한 이야기 雲娘答曰: “不幸有疾, 朝夕將死. 妾之微命, 死無足惜, 而九人之文章才華, 日就月長, 他日, 佳篇麗什, 聳動一世, 而妾不及見矣, 是以悲不能禁.” 其言頗極悽切, 妾爲之下淚, 到今思之, 其疾實在於所思也. 嗟呼! 紫鸞, 雲娘之友也. 欲以垂死之人, 置之於天壇之上, 不亦難哉. 今日之計, 若不得成, 則泉壤之下, 死不暝目, 怨歸南宮, 其有旣乎? 『書』曰: “作善降之百祥, 不善降之百殃” 今此之論, 善乎? 不善乎?” 해석 雲娘答曰: “不幸有疾, 朝夕將死. 운영이 말했다. “불행히 병이 있어 조석으로 죽을 듯하다. 妾之微命, 死無足惜, 나의 미미한 목숨이야 죽어 아까울 게 없지만 而九人之文章才華, 日就月長, 아홉 명의 문장과 재화가 일취월장하니, 他日, 佳篇麗什, 聳動一世, 다른..
44화: 운영과의 인연에 대한 비경의 발언 飛瓊泣把羅帶, 强留之, 以鸚鵡盃, 酌雲乳勸之, 左右皆飮. 金蓮曰: “今夕之會, 務在從容, 而飛瓊之泣, 妾實悶之.” 飛瓊曰: “初在南宮時, 與雲英交道甚密, 死生榮辱, 若與同之, 今雖異居, 寧忍忘之. 前日, 主君前問安時, 見雲英於堂前, 纖腰瘦盡, 容色憔悴. 聲音細縷, 若不出口. 起拜之際, 無力仆地, 妾扶而起之, 以善言慰之.” 해석 飛瓊泣把羅帶, 强留之, 비경이 울면서 비단허리띠를 잡고 억지로 만류하고, 以鸚鵡盃, 酌雲乳勸之, 左右皆飮. 앵무잔에다 유하주를 따르고 권하여 좌우에서 모두 마셨습니다. 金蓮曰: “今夕之會, 務在從容, 금련이 말했다. “오늘 저녁 모임은 힘써 조용히 해야 하는데, 而飛瓊之泣, 妾實悶之.” 비경의 울음소리에 나는 참으로 괴롭다.” 飛瓊曰: “..
43화: 금련마저 구설수가 날까 두려워하며 완사행사에 빠지겠다고 하다 金蓮曰: “今夜之論, 終不歸一, 我且穆卜.” 卽展『羲經』而占之, 得卦解之曰: “明日, 雲英必遇丈夫矣. 雲英容貌擧止, 似非人世間者也. 主君傾心已久, 而雲英以死拒之, 無他故矣, 不忍負夫人之恩也. 主君之威令雖嚴, 而恐傷雲英之身, 故不敢近之. 今舍此寂寞之處, 而欲往彼繁華之地, 遊俠少年見其色, 則必有喪魂欲狂者. 雖不能相近, 而指點送目, 斯亦辱矣. 前日, 主君下令曰: ‘宮女出門, 外人之名, 其罪皆死.’ 今此之行, 妾不與焉.” 紫鸞知事不儕, 憮然不樂, 方欲辭去. 해석 金蓮曰: “今夜之論, 終不歸一, 금련이 말했다. “오늘밤 의론은 끝내 결론을 못 냈으니, 我且穆卜.” 나는 또한 화목하게 될까 점 치리라.” 卽展『羲經』而占之, 得卦解之曰: 그리고 곧..
42화: 완사행사에 빠지겠다는 보련의 발언 寶連曰: “言者文身之具, 謹與不謹, 慶殃隨之. 是故, 君子愼之, 守口如甁. 漢時, 丙吉張相如, 終日不語, 而事無不成, 嗇夫喋喋利口, 而張釋之, 秦詆之. 以妾觀之, 紫鸞之言, 隱而不發; 小玉之言, 强而勉從; 芙蓉之言, 務在文飾, 皆不合吾意, 今此之行, 妾不與焉.” 해석 寶連曰: “言者文身之具, 보련이 말했다. “말이란 문신하는 도구와 같아서, 謹與不謹, 慶殃隨之. 삼가느냐 삼가지 않느냐에 따라 경사와 재앙이 따른다. 是故, 君子愼之, 守口如甁. 이러므로 군자는 이를 삼가 입지키기를 병(甁)과 같이해야 한다. 漢時, 丙吉張相如, 한(漢) 나라 때에 장상여(張相如)는 終日不語, 而事無不成, 종일 말하지 않아도 일을 이루지 못함이 없었고, 嗇夫喋喋利口, 而張釋之, 秦詆..
41화: 부용이의 딴지걸기 芙蓉曰: “凡事心定, 上言未定, 兩人爭之, 終夜未決, 事不順矣. 一家之事, 主君不知, 而僕妾密議, 心不忠矣. 日間所爭之事, 宵未半而屈之人, 人不信矣. 且淸湫玉川, 無處不有, 而必往城祠, 似不宜矣. 匪懈堂前, 水淸石白, 每歲浣洗於此, 而今欲所轍, 亦不宜矣. 一擧而有此五失, 妾不從命.” 해석 芙蓉曰: “凡事心定, 上言未定, 부용이 말했다. “무릇 일이란 마음을 결정해야 하는데, 먼저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말하여 兩人爭之, 終夜未決, 事不順矣. 두 사람이 다투니 일이 순조롭지 않겠구나. 一家之事, 主君不知, 而僕妾密議, 心不忠矣. 한 집안의 일을 대군도 모르게 우리들끼리 몰래 의논하니 마음이 불충하구나. 日間所爭之事, 宵未半而屈之人, 人不信矣. 낮에 다투던 일을 밤이 반도 안 가서 굴..
40화: 자란의 가슴 절절한 얘기에 소옥이도 따르기로 하다 小玉起而謝曰: “我燭理未瑩, 不及於君遠矣. 初不許城內者, 城中素多無賴俠客之徒, 慮有意外强暴之辱, 故疑之, 今汝能使余, 不遠而復通. 自今以後, 雖白日昇天, 而吾可從之; 雖憑河入海, 而亦可從之. 所謂因人成事, 而及其成功則一也.” 해석 小玉起而謝曰: “我燭理未瑩, 不及於君遠矣. 그러자 소옥이 일어나 사례하며 말했다. “내가 밝은 이치가 어두워, 너의 원대함에 미치지 못했구나. 初不許城內者, 城中素多無賴俠客之徒, 처음에 성 안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성 안에는 본디 무뢰한 협객의 무리가 많아 慮有意外强暴之辱, 故疑之, 뜻밖에 강포한 욕을 당할까 염려하여 그 점을 의심하였는데, 今汝能使余, 不遠而復通. 너는 나로 하여금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다시 소통하게 ..
39화: 빨래터를 정하기 위한 궁녀들의 설전 – 궁녀이기에 말할 수 없었던 불행 其夜, 紫鸞曰: “南宮五人中, 小玉主論, 我以奇計, 可回其意.” 以玉燈前導, 至南宮, 金蓮喜迎曰: “一分西宮, 如隔秦楚, 不意今夕玉體左臨, 深謝厚意.” 小玉曰: “何謝之有? 此乃說客也.” 紫鸞歛袵正色曰: “他人有心, 予忖度之, 其子之說歟?” 小玉曰: “西宮之人, 欲往昭格署洞, 而我獨堅執. 故汝中夜來訪, 其謂說客, 不亦宜乎.” 紫鸞曰: “西宮五人中, 吾獨欲往城內也.” 小玉曰: “獨思城內, 其何意哉?” 紫鸞曰: “吾聞昭格署洞, 乃祭天星之處, 而洞名三淸云. 吾徒十人, 必是三淸仙女, 誤讀『黃庭經』, 謫下人間. 旣在塵寰, 則山家野村, 農墅漁店, 何處不可? 而牢鎖深宮, 有若籠中之鳥, 聞黃鸝而歎息, 對綠楊而歔欷. 至於乳燕雙飛, 栖鳥兩眠,..
38화: 빨래터를 정하려는 남궁과 서궁 사람들의 다툼 于時, 旅鴈南飛, 玉露成團, 淸溪浣紗. 正當其時. 欲與諸女, 牢定日期, 而論議甲乙, 未定浣濯之所. 南宮之人曰: “淸溪白石, 無踰於蕩春臺下.” 西宮之人曰: “昭格署洞泉石, 不下於門外, 何必舍邇而求諸遠乎.” 南宮之人, 固執不許, 未決而罷. 해석 于時, 旅鴈南飛, 玉露成團, 곧 기러기 떼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옥이슬이 둥그러지면 , 淸溪浣紗. 正當其時. 맑은 시냇물에 빨래를 해왔는데, 정히 그 때를 당하였습니다. 欲與諸女, 牢定日期, 여러 궁녀들과 날짜를 정하려 했지만 而論議甲乙, 未定浣濯之所. 의론이 분분하여 빨래할 장소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南宮之人曰: “淸溪白石, 無踰於蕩春臺下.” 남궁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맑은 시내와 흰 돌로 탕춘대(蕩春臺) 아래..
37화: 사실을 알고 놀려먹는 비취 翡翠微聞其語, 佯若不知, 而語妾曰: “汝初來時, 顔色如梨花, 不施鉛粉, 而有天然綽約之恣, 故宮中之人, 以虢國夫人稱之. 比來容色減舊, 漸不如初, 是何故耶?” 妾答曰: “稟質虛弱, 每當炎節, 則例有署渴之病, 梧桐葉落, 繡幕生凉, 則自至稍蘇矣.” 翡翠賦一詩戱贈. 無非翫弄之態, 而意思絶妙, 妾奇其才而羞其弄. “荏苒數月 節屬淸秋 凄風夕起 細菊吐黃 草虫歛聲 皓月流光 妾知西宮之 人已不可隱” 해석 翡翠微聞其語, 佯若不知, 而語妾曰: 비취는 은밀히 그 말을 듣고 모르는 채 연기하다가 저에게 말했답니다. “汝初來時, 顔色如梨花, “너는 처음 궁에 왔을 때에는, 안색이 배꽃 같아서 不施鉛粉, 而有天然綽約之恣, 분을 바르지 않아도 천연미가 있기 때문에 故宮中之人, 以虢國夫人稱之. 궁인들이 ..
36화: 자란이 알려준 방법 一夕, 紫鸞密言于妾曰: “宮中之人, 每歲仲秋, 浣紗於蕩春臺下之水, 仍說盃酌而罷. 今年則設於昭格署洞, 而往來尋見其巫, 則此第一良策.” 妾然之, 若待仲秋, 度一日如三秋. 해석 一夕, 紫鸞密言于妾曰: 어느 날 저녁에 자란이 은밀히 제게 말했습니다. “宮中之人, 每歲仲秋, “궁중의 사람들은 매년 중추절이면 浣紗於蕩春臺下之水, 仍說盃酌而罷. 탕춘대(蕩春臺) 아래 물에서 빨래를 행하여 주연을 열려. 今年則設於昭格署洞, 금년에는 아마 소격서동(昭格署洞)에 설치했다면 而往來尋見其巫, 則此第一良策.” 오가다 그 무녀를 찾는 것이 제일의 상책이야.” 妾然之, 若待仲秋, 度一日如三秋. 저는 이 말에 동의하여 중추절을 기다렸는데 하루가 세 번의 가을 같았습니다. 인용 목차 전문 1화: 수성궁과 근..
35화: 서궁으로 가게 된 운영, 어떻게 김 진사를 만날까 一日, 大君呼翡翠曰: “汝等十人, 同在一室, 業不專一, 當分五人置之西宮.” 妾與紫鸞ㆍ銀蟾ㆍ玉女ㆍ翡翠, 卽日移焉. 玉女曰: “幽花細草, 流水芳林, 正似山家野庄, 眞所謂讀書堂也.” 妾答曰: “旣非舍人, 又非僧尼, 而鎖此深宮, 眞所謂長信宮也.” 左右莫不嗟惋. 其後, 妾欲作一書, 以致意於進士, 以至誠事巫, 請之甚懇, 而終不肯來, 盖不無挾憾於進士之無意於渠也. 해석 一日, 大君呼翡翠曰: 하루는 대군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비취를 불러 말하셨습니다. “汝等十人, 同在一室, “너희 열 사람이 한 방에 있으면 業不專一, 當分五人置之西宮.” 학업에 방해가 되니, 다섯 명은 서궁(西宮)에 두기로 하겠다.” 妾與紫鸞ㆍ銀蟾ㆍ玉女ㆍ翡翠, 卽日移焉. 그래서 저와 자란, 은..
34화: 김진사의 맘을 알게 된 운영이의 애끓는 마음 妾覽罷, 聲斷氣塞, 口不能言, 淚盡繼血. 隱身於屛風之後, 唯畏人知. 自是厥後, 頃刻不忘, 如癡如狂, 見於辭色, 主君之疑, 人言之怪, 實不虛矣. 紫鸞亦怨女, 及聞此言, 含淚而言曰: “詩出於性情, 不可欺也.” 해석 妾覽罷, 聲斷氣塞, 저는 읽기를 마치니 소리는 끊어지고 기운은 막혀 口不能言, 淚盡繼血. 입으로 말할 수 없었고 눈물이 다하자 피눈물이 이어졌습니다. 隱身於屛風之後, 唯畏人知. 다만 병풍 뒤에 몸을 감추고 오직 사람이 알까하여 두렵기만 했습니다. 自是厥後, 頃刻不忘, 如癡如狂, 그 후로부터는 세월 가는 줄도 잊고 미친 듯 설친 듯하여 見於辭色, 主君之疑, 말과 안색에 드러나니 대군의 의혹함이나 人言之怪, 實不虛矣. 타인들의 소문이 괴이함도 실로..
33화: 무녀가 운영에게 편지를 전해주다 巫持入宮門, 則宮中之人皆怪其來, 巫權辭以對. 乃得間目, 引妾于後庭無人處, 以封書授之. 妾還房拆而視之. 其書云: “自一番目成之後, 心飛魂越, 不能定情, 每向城西, 幾斷寸腸. 曾因壁間之傳書, 敬承不忘之玉音, 開未盡而咽塞, 讀未半而淚滴濕字. 自是之後, 寢不能寐, 食不下咽, 病入膏盲, 百藥無效. 九原可見, 唯願溘然而從. 蒼天俯憐, 神鬼黙佑, 倘使生前, 一洩此恨, 則當紛身磨骨, 以祭于天地百神之靈矣. 臨楮哽咽, 夫復何言, 不備謹書.” 書下復有七韻一詩云: “樓閣重重掩夕霏 樹陰雲影摠依微 落花流水隨溝出 乳燕含泥趁檻歸 倚枕未成蝴蝶夢 回眸空望鴈魚稀 玉容在眼何無語 草緣鸞啼淚濕衣” 해석 巫持入宮門, 則宮中之人皆怪其來, 무녀는 편지를 가지고 수성궁으로 들어가니 궁중의 사람들도 무녀가 온 ..
32화: 김진사의 침착한 마음에 무녀도 도와주기로 하다 巫卽就靈座, 拜于神前, 搖鈴祝說, 遍身寒戰, 頃之. 動身而言曰: “郎君誠可怜也. 以齟齬之策, 欲遂其難成之計, 非但其意不成, 未及三年, 其爲泉下之人哉.” 進士泣而謝曰: “巫雖不言, 我亦知之. 然中心怨結, 百藥未解. 若因神巫, 幸傳尺素, 則死亦榮矣.” 巫曰: “卑賤巫女, 雖因神祀, 時或出入, 而非有招命, 則不敢入. 然爲郎君, 試一往焉.” 進士自懷中出一封書, 以贈曰: “愼毋枉傳, 以作禍機.” 해석 巫卽就靈座, 拜于神前, 무녀도 곧 영좌에 나가 신에게 배례하고 搖鈴祝說, 遍身寒戰, 頃之. 방울을 흔들며 축설하니 몸엔 한기가 잠깐 동안 머물렀다. 動身而言曰: “郎君誠可怜也. 그러고선 몸을 움직여 말했습니다. “낭군은 정말 가련합니다. 以齟齬之策, 欲遂其難成之..
31화: 자신에게 마음을 둔 무녀를 물리 친 김진사 巫見進士容貌脫俗, 中心悅之. 而連日往來, 不出一言. 意謂年少之人, 必以羞澁不言. 我先以意挑之, 挽留繼夜, 要以同枕. 明日, 沐浴梳洗, 盡態凝粧, 多般盛飾. 布滿花氈瓊瑤席, 使小婢坐門外候之. 進士又至, 見其容飾之華, 鋪陳之美, 中心怪之. 巫曰: “今夕何夕? 見此至人.” 進士意不在焉, 不答其語, 愀然不樂. 巫怒曰: “寡女之家, 年少之男, 何往來之不憚煩!” 進士曰: “巫若神異, 則豈不知我來之意乎?” 해석 巫見進士容貌脫俗, 中心悅之. 무녀는 진사의 용모가 탈속적인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정염이 타올랐습니다. 而連日往來, 不出一言. 그러나 진사가 매일 와도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은, 意謂年少之人, 必以羞澁不言. ‘아직 연소하기에 반드시 부끄러워 말하지 않는 것’이..
30화: 편지를 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녀를 찾아가다 聞有一巫女, 居在東門外, 以靈異得名, 出入其宮中, 甚見寵信. 進士訪至其家, 則其巫年未三旬, 姿色殊美, 早寡, 以淫女自處. 見進士至, 盛備酒饌, 而待之甚厚. 進士把盃不飮曰: “今日有忙迫之事, 明日再來矣.” 翌日又往, 則亦如之. 進士不敢開口, 但曰: “明日又再來矣.” 해석 聞有一巫女, 居在東門外, 그런데 진사는 우연히 한 무녀(巫女)가 동문밖에 사는데, 以靈異得名, 出入其宮中, 甚見寵信. 영험하기로 이름이 높아 자주 수성궁에 출입하면서 대군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進士訪至其家, 진사가 무녀의 집을 심방했는데 則其巫年未三旬, 姿色殊美, 무녀는 나이가 삼십을 넘진 않았으며 자색이 아름다웠습니다. 早寡, 以淫女自處. 그러나 일찍이 과부가 되어..
29화: 운영의 맘을 알게 된 김진사는 괴로워만 지네 拆而視之, 悲不自勝, 不忍釋手, 思念之情, 倍於曩時, 如不能自存. 卽欲答書以寄, 而靑鳥無憑, 獨自愁歎而已. 해석 拆而視之, 悲不自勝, 不忍釋手, 진사는 편지를 열어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하고, 思念之情, 倍於曩時, 如不能自存. 그리워하는 정은 지난날보다 배가 되어 스스로 보존할 수 없는 듯했다. 卽欲答書以寄, 而靑鳥無憑, 곧 제게 답서를 전하려 하였지만 청조(靑鳥)【靑鳥: 즉 전설적인 선녀인 西王母의 사신으로, 보통 임금의 사신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漢나라 班固의 『漢武故事』에 “홀연히 푸른 새 한 마리가 서방에서 날아와 전각 앞에 내려앉자, 상이 동방삭에게 물으니, 동방삭이 서왕모가 오려는 모양이라고 대답하였는데, 과연 얼마..
28화: 기회를 엿보다 전한 운영의 마음을 받아들다 坐客皆歛膝而敬. 進士以年少儒生, 坐於末席, 與內只隔一壁. 夜已將闌, 衆賓大醉. 妾穴壁作孔而窺之, 進士亦知其意, 向隅而坐. 妾以封書, 從穴投之, 進士拾得歸家. 해석 坐客皆歛膝而敬. 좌중은 모두 무릎을 가다듬고 이 말을 공경하였습니다. 進士以年少儒生, 坐於末席, 진사는 나이 어린 유생이었기에 말석에 앉았는데, 與內只隔一壁. 제가 있던 안쪽과는 다만 한 벽의 사이였습니다. 夜已將闌, 衆賓大醉. 어느덧 밤도 야심하고 문객들은 모두 취하였습니다. 妾穴壁作孔而窺之, 저는 벽에 구멍을 내고 엿보고 있었는데, 進士亦知其意, 向隅而坐. 진사도 또한 그 뜻을 알고 구석을 향하여 앉았습니다. 妾以封書, 從穴投之, 이때 저는 편지를 벽 틈으로 던졌는데 進士拾得歸家. 진사는 ..
27화: 김진사의 시를 본 묵객들의 초대로 다시 찾아오다 其夜月夕, 大君開酒大會, 賓客咸稱進士之才, 以二詩示之. 俱各傳觀, 稱贊不已, 皆願一見. 大君卽送人馬請之. 俄而, 進士至而就坐, 形容癯瘦, 風槪消沮, 殊非昔日之氣像. 大君慰之曰: “進士未憂楚之心, 而先有澤畔之憔悴乎?” 滿坐大笑. 進士起而謝曰: “僕以寒賤儒生, 猥蒙進士之寵眷, 福過災生, 疾病纏身, 食飮專廢, 起居須人, 今承厚招, 扶曳來謁矣.” 해석 其夜月夕, 大君開酒大會, 그런데 어느 날 달밤에 대군이 주대회를 열어 문객들을 청하여 賓客咸稱進士之才, 以二詩示之. 빈객이 다 진사의 시재를 칭찬하며 진사의 시 두 수를 문객들에게 보였습니다. 俱各傳觀, 稱贊不已, 皆願一見. 모두 각각 전달하며 보며 칭찬을 그치질 않았고 모두 진사를 한번 보기를 원했습니다...
26화: 운영, 김진사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태우다 其後, 大君頻接進士, 而以妾等不相見, 故妾每從門隙而窺之, 一日, 以薛濤牋寫五言四韻一首曰: “布衣革帶士 玉貌如神仙 每從簾間望 何無月下緣 洗顔淚作水 彈琴恨鳴絃 無限胸中怨 擡頭欲訴天” 以詩及金鈿一隻同裏, 重封十襲, 欲寄進士, 而無便可達. 해석 其後, 大君頻接進士, 그 후에도 대군은 자주 진사와 접촉했지만, 而以妾等不相見, 故妾每從門隙而窺之, 저희들에게 서로 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매번 문틈으로 엿보았습니다. 一日, 以薛濤牋寫五言四韻一首曰: “布衣革帶士 玉貌如神仙 每從簾間望 何無月下緣 洗顔淚作水 彈琴恨鳴絃 無限胸中怨 擡頭欲訴天” 하루는 설도전(薛濤牋)에다 오언 사운 한 수를 썼습니다. 布衣革帶士 玉貌如神仙 베옷 입고 가죽띠 띤 선비가 옥 같은 얼굴이 신선..
25화: 김진사의 붓에서 튄 먹물에서 영광스러움을 느끼다 又使草書, 揮筆之際, 筆墨誤落於妾之手指, 如蠅翼. 妾以此爲榮, 不爲拭除, 左右宮人, 咸顧微笑, 比之登龍門. 時夜將半, 更漏相催, 大君欠身思睡曰: “我醉矣. 君亦退休, 勿忘‘明朝有意抱琴來’之句.” 翌日, 大君再三吟其兩詩而歎曰: “當與謹甫爭雄, 而其淸雅之態, 則過之矣.” 妾自是, 寢不能寐, 食滅心煩, 不覺衣帶之緩, 汝未能織之乎? 紫鸞曰: “我忘之矣. 今聞汝言, 恍若酒醒.” 해석 又使草書, 揮筆之際, 진사님이 붓을 들어 글씨를 쓸 때에 筆墨誤落於妾之手指, 如蠅翼. 먹물이 잘못 제 손가락에 떨어졌으니, 마치 파리 날개인 듯했습니다. 妾以此爲榮, 不爲拭除, 저는 이것을 영광으로 여겨 씻어 제거하려 하지 않았으니 左右宮人, 咸顧微笑, 比之登龍門. 좌우의 궁인..
24화: 김진사의 시재(詩才)에 반한 안평대군 大君曰: “聞君之言, 胸中惝恍, 若御長風上太淸. 第杜詩, 天下之高文, 雖不足於樂府, 豈與王ㆍ孟爭道哉? 雖然, 姑舍是, 願君又費一吟, 使此堂增倍一般光彩.” 進士卽賦七言四韻一首, 其詩曰: “烟散金塘露氣凉 碧天如水夜何長 微風有意吹垂箔 白月多情入小堂 夜畔隱開松反影 盃中波好菊留香 院公雖小頗能飮 莫怪瓮間醉後狂” 大君益奇之, 前席摎手曰: “進士非今世之才. 非余之所能論其高下也. 且非徒能文章筆法, 又極神妙, 天之生君於東方, 必非偶然也.” 해석 大君曰: “聞君之言, 胸中惝恍, 대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말을 들으니 가슴 속이 황홀하여 若御長風上太淸. 긴 바람을 타고 태청궁(太淸宮)에 오르는 것 같네. 第杜詩, 天下之高文, 雖不足於樂府, 다만 두보 시가 천하의 고귀한 문..
23화: 김진사, 두보를 평가하다 大君曰: “日與文士論詩, 以草堂爲首者多, 此言何謂也?” 進士曰: “然. 以俗儒所尙言之, 猶膾炙之悅人口. 子美之詩, 眞膾與炙也.” 大君曰: “百體俱備, 比興極精, 豈以草堂爲輕哉?” 進士謝曰: “小子何敢輕之. 論其長處, 則如漢武帝, 御未央之宮, 憤四夷之猖夏, 命將薄伐, 百虎萬態之士, 連亙數千里, 言其短處, 則如使相如賦「長楊」ㆍ馬遷草「封禪」. 求神山, 則如使東方朔侍左右, 西王母獻天桃. 是以杜甫之文章, 可謂百體之俱備矣. 至比於李白, 則不啻天壤之不侔, 江海之不同也. 至比於王ㆍ孟, 則子美驅車先適, 而王ㆍ孟執鞭爭道矣.” 해석 大君曰: “日與文士論詩, 대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날마다 문사들과 시를 논하면, 以草堂爲首者多, 此言何謂也?” 두보(杜甫)를 제일로 꼽는 이가 많은데 이것은 ..
21화: 대군, 김진사를 만난 자리에 궁녀들을 대동케하다 大君以金蓮唱歌, 芙蓉彈琴, 寶蓮吹簫, 飛瓊行盃, 以妾奉硯. 于時, 妾年十七, 一見郎君, 魂迷意闌. 郎君亦顧妾, 而含笑頻頻送目. 大君謂進士曰: “我之待君, 誠款至矣. 君何惜一吐瓊琚, 使此堂無顔色乎?” 進士卽握筆, 書五言四韻一首曰: “旅鴈向南去 宮中秋色深 水寒荷折玉 霜重菊垂金 綺席紅顔女 瑤絃白雪音 流霞一斗酒 先醉意難禁” 大君吟咏再三而驚之曰: “眞所謂天下之奇才也. 何相見之晩耶!” 侍女十人, 一時回顧, 莫不動容曰: “此必王子晋, 駕鶴而來于塵寰. 豈有如此人哉!” 해석 大君以金蓮唱歌, 하지만 대군은 금련에게는 노래 부르도록, 芙蓉彈琴, 寶蓮吹簫, 부용에겐 탄금을 타도록, 보련에겐 피리 불도록, 飛瓊行盃, 以妾奉硯. 비경에겐 술잔 심부름을 하도록, 제게는 벼루..
20화: 자란에게 속으로 그리워한 김 진사를 얘기하다 妾起而謝曰: “宮人甚多, 恐有囑喧, 不敢開口, 今承悃愊, 何敢隱乎? 上年秋, 黃菊初開, 紅葉漸凋之時, 大君獨坐書堂, 使侍女磨墨張縑, 寫七言四韻十首. 小童自外而進曰: “有年少儒生, 自稱金進士見之.” 大君喜曰: “金進士來矣.” 使之迎入, 則布衣革帶士, 趨進上階, 如鳥舒翼. 當席拜坐, 容儀神秀, 若仙中人也. 大君一見傾心, 卽趨席對坐. 進士避席而拜辭曰: “猥荷盛眷, 屢辱尊命, 今承警咳, 無任悚恢.” 大君慰之曰: “久仰聲華, 坐屋冠盖, 光動一室, 錫我百朋.” 進士初入, 已與侍女相面, 而大君以進士年少儒生, 中心易之, 不令以妾等避之. 大君謂進士曰: “秋景甚好, 願賜一詩, 以此堂生彩.” 進士避席而辭曰: “虛名蔑實, 詩之格律, 小子安敢知乎?” 해석 妾起而謝曰: “宮人..
19화: 자란은 날로 야위어가는 운영을 걱정하다 是夜, 紫鸞以至誠問於妾曰: “女子生而願爲有嫁之心, 人皆有之. 汝之所思, 未知何許情人, 悶汝之形容, 日漸減舊, 以情悃問之, 妾須毋隱.” 해석 是夜, 紫鸞以至誠問於妾曰: 이날 밤에 자란이 지성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女子生而願爲有嫁之心, 人皆有之. “여자로 태어나서 혼인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汝之所思, 未知何許情人, 네가 생각하고 있는 애인이 누군지는 알지 못하나, 悶汝之形容, 日漸減舊, 네 안색이 근심으로 날로 조금씩 예전보다 말라가니 以情悃問之, 妾須毋隱.” 안타까이 여겨 내 진심으로 물으니 너는 반드시 숨기지 말라.” 인용 목차 전문 1화: 수성궁과 근처 모습의 묘사 2화: 술기운에 류영 소동파 시를 읊다 3화: 류영, 술 취한 채 ..
18화: 성삼문, 궁녀들의 시를 평가하다 群疑未定, 俄而成三問至曰: “才不借於異代. 自前朝迄于今, 而已六百餘年, 以詩鳴於東國者, 不知其幾人. 或沉濁而不雅, 或輕淸而浮藻, 皆不合音律, 失其性情, 吾不欲觀諸. 今觀此詩, 風格淸眞, 思意超越, 小無塵世之態, 此必深宮之人, 不與俗人相接, 只讀古人之詩, 而晝夜吟誦, 自得於心者也. 詳味其意, 其曰 ‘臨風獨惆悵’者, 有思人之意. 其曰 ‘孤篁獨保靑’者, 有守貞節之意. 其曰 ‘風吹自不定’者, 有難保之態. 其曰 ‘幽思向楚君’者, 有向君之誠. 其曰 ‘荷葉露珠留’者, ‘西岳與前溪’者, 非天上神仙, 則不得如此形容矣. 格調雖有高下, 而薰陶氣像, 則大約皆同. 進賜宮中, 必儲養此十仙人, 願毋隱一見.” 大君內自心服, 而外不頷可曰: “誰謂謹甫有詩鑑乎? 我宮中豈有此等人哉! 可謂惑之甚矣.”..
17화: 뭇 문인들이 궁녀들의 시를 성당의 시라 평가하다 翌日, 門外有車馬騈闐之聲, 閽者奔入而告曰: “衆賓至矣.” 大君掃東閣延入, 皆文人才士也. 坐定, 大君以妾等所製賦烟詩示之, 滿坐大驚曰: “不意今日復見盛唐音調. 非我等所可比肩也. 如此至寶, 進賜從何得之?” 大君薇笑曰: “何爲其然耶? 童僕偶然得於街上而來, 未知何人之所作, 而想必出於閭閻才士之手也.” 해석 翌日, 門外有車馬騈闐之聲, 이튿날 문밖에서 요란한 수레소리가 들리더니 閽者奔入而告曰: “衆賓至矣.” 문지기가 달려와 알렸습니다. “여러 손님들이 오십니다.” 大君掃東閣延入, 皆文人才士也. 대군은 동각을 청소하게 하고 들어와 맞으니 모두 문인 재사들이었습니다. 坐定, 大君以妾等所製賦烟詩示之, 滿坐大驚曰: 자리를 정하고 대군은 저희들이 지은 부연시를 내보이니 ..
16화: 의심을 해명하기 위해 시를 지은 운영 卽以「窓外葡萄」爲題, 使作七言四韻促之, 妾應口卽吟, 其詩曰: “蜿蜒藤草似龍行 翠葉成陰忽有情 署日嚴威能徹照 晴天寒影反虛明 抽絲攀檻如留意 結果垂珠欲效誠 若待他時應變化 會乘雨雲上三淸” 小玉見詩, 起而拜曰: “眞天下之奇才也! 風格之不高, 雖似舊調, 而蒼卒製作如此, 此詩人之最難處也. 我之心悅誠服, 如七十子之服孔子也.” 紫鸞曰: “言不可不愼也, 何其許如之太過耶? 但文字蜿曲, 且有飛騰之態, 則有之矣.” 一座皆曰: “確論也.” 妾雖以此詩解之, 而群疑猶未盡釋. 해석 卽以「窓外葡萄」爲題, 使作七言四韻促之, 그리하여 「창 밖의 포도[窓外葡萄]」라는 제목으로 칠언 사구를 짓도록 재촉하여, 妾應口卽吟, 其詩曰: “蜿蜒藤草似龍行 翠葉成陰忽有情 署日嚴威能徹照 晴天寒影反虛明 抽絲攀檻如留..
15화: 소옥이 운영의 마음을 읽어내다 十人皆退在洞房. 畵燭高燒, 七寶書案, 置唐律一卷, 論古人宮怨詩高下. 妾獨倚屛風, 悄然不語, 如泥塑之人. 小玉顧見妾曰, “日間賦烟之詩, 見疑於主君. 以此隱憂而不語乎? 抑主君向意, 當有錦衾之歡, 故暗喜而不語乎? 汝心所懷, 未可知也.” 妾歛容而答曰: “汝非我, 安知我之心哉? 我方賦一詩, 搜奇未得, 故若思不語耳.” 銀蟾曰: “意之所向, 心不在焉. 故旁人之言, 如風過耳. 汝之不言, 不難知也. 我將試之.” 해석 十人皆退在洞房. 저희 열 명은 모두 물러나 동방(洞房)에 있었습니다. 畵燭高燒, 七寶書案, 置唐律一卷, 대군이 어전에서 나와서 동방의 촛불을 돋우고 칠보서안(七寶書案)에 당율(唐律) 한 권을 놓고, 論古人宮怨詩高下. 옛 사람들의 궁중시를 평했습니다. 妾獨倚屛風, 悄然不..
13화: 안평대군 운영의 시에서 그리움의 감정을 알아채다 大君看罷, 大驚曰: “雖比於晩唐之詩, 亦可伯仲, 而謹甫以下, 不可執鞭也.” 再三吟咏, 莫知其高下, 良久曰: “芙蓉詩, 思戀楚君, 余甚嘉之, 翡翠詩, 比前騷雅, 玉女詩, 意思飄逸, 末句有隱隱然餘意, 以此兩詩, 當爲居魁.” 又曰: “我初見詩, 憂劣莫辨, 一再翫繹, 則紫鸞之詩, 意思深遠, 令人不覺嗟嘆而蹈舞也. 餘詩亦皆淸雅, 而獨雲英之詩, 顯有惆悵思人之意. 未知其所思者何人, 事當訊問, 而其才可惜, 故姑置之.” 해석 大君看罷, 大驚曰: 대군은 다 보시더니 말하셨습니다. “雖比於晩唐之詩, 亦可伯仲, “비록 만당시에 비교하여도 첫째 둘째가 될 것이니, 而謹甫以下, 不可執鞭也.” 근보(謹甫: 성삼문) 이하는 채찍을 잡지 못하리라.” 再三吟咏, 莫知其高下, 두세 ..
12화: 10명의 궁녀들이 지은 시 小玉先呈曰: ‘緣烟細如織, 隨風伴入門. 依微深復淺, 不覺近黃昏.’ 芙蓉次呈曰: ‘飛空遙臺雨, 落地復爲雲. 近夕山光暗, 幽思向楚君.’ 翡翠呈曰: ‘覆花蜂失勢, 籠竹鳥迷巢. 黃昏成細雨, 窓外聽蕭蕭’ 飛瓊呈曰: ‘小杏難成眼, 孤篁獨保靑. 輕陰暫見重, 日暮又昏暝’ 玉女呈曰: ‘蔽日輕紈細, 橫山翠帶長. 微風吹漸散, 猶濕小池塘’ 金蓮呈曰: ‘山下寒烟積, 橫飛宮樹邊. 風吹自不定, 斜日滿蒼天’ 銀蟾呈曰: ‘山谷繁陰起, 池臺緣影流. 飛歸無處覓, 荷葉露珠留’ 紫鸞呈曰: ‘早向洞門暗, 橫連高樹低. 須臾忽飛去, 西岳與前溪.’ 妾亦呈曰: ‘望遠靑烟細, 佳人罷織紈. 臨風獨惆悵, 飛去落巫山.’ 寶蓮呈曰: ‘短壑春陰裡, 長安水氣中. 能令人世上, 忽作翠珠宮.’ 해석 小玉先呈曰: ‘緣烟細如織,..
11화: 안평대군이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다 一日, 大君自外而入, 呼妾等曰: “今日與文士某某飮酒, 有祥靑烟, 起自宮樹, 或籠城堞, 或飛山麓. 我先占五言一絶, 使坐客次之, 皆不稱意. 汝等以年次, 各製以進.” 해석 一日, 大君自外而入, 呼妾等曰: 하루는 대군이 밖에서 들어와 저희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今日與文士某某飮酒, 有祥靑烟, “오늘은 문사 아무개와 주배(酒杯)를 나누었는데, 그 때에 상스러운 파란 연기가 起自宮樹, 或籠城堞, 或飛山麓. 궁중의 나무로부터 일어나 궁성을 싸고 산봉우리로 스르르 날아갔다. 我先占五言一絶, 使坐客次之, 내가 먼저 오언 일절을 짓고 손님들에게 차운케 했지만 皆不稱意.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汝等以年次, 各製以進.” 너희들은 연령대로 각각 지어 올리라.” 인용 목차 전문..
더 읽을 책들 발라스 듀스, 『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남도현 옮김, 서울: 개마고원,2002) 현대철학에 대한 알기 쉬운 개론서인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의 임무가 바로 개념의 창조라고 이야기했던 들뢰즈의 입장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가라타니 고진, 『은유로서의 건축: 언어, 수, 화폐』 (김재희 옮김, 서울: 한나래, 1998) 서양철학의 전통이 ‘건축’이란 은유로 지탱되었음을 폭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맑스,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등을 통해서 타자 그리고 타자와의 비대칭적 차이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사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동환, 『안티호모에렉투스』 (강릉: 길, 2001) 서양철학의 논리와 중..
사건과 무의미②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그 반대가 사실이 아닐까요? 애인의 눈물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사랑한다’는 의미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를 골치 아프게 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우리가 기호를 해독하려고 하는 것은, 그 기호가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내용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볼 때 ‘모순’이란 말처럼 ‘사건’과 ‘기호’의 논리를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A이면서 동시에 A가 아니다’라는 모순된 사태와 우리가 마주쳤다면, 그때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것은 A일까, 아니면 A가 아닐까? 도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사건’이 우리로 하여금 ..
사건과 무의미 지금까지 우리는 생각이 발생하는 조건을 음미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생각의 비밀에 어느 정도 접근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의 비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이 우리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은 우리가 낯선 사건‘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발생하는 조건을 음미하고자 할 때 우리는 최종적으로 ‘사건’이라는 개념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장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사건’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를 갖도록 할 것입니다.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 예를 다시 하나 들어봅시다. 그에게 오..
교환 가능한 것과 교환 불가능한 것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왜 ‘2인칭적 죽음’은 하나의 사건으로서 우리의 생각을 강요하는데 ‘3인칭적 죽음’은 그냥 스쳐가는 것, 우리에게 별다른 생각을 강요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일까요? 왜 아내의 밤늦은 귀가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 나의 뇌리를 지배하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행실은 그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까요? 다시 질문해본다면, 왜 어떤 경우에 나는 사건의 의미를 찾는 사람, 즉 기호의 해석자가 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고 단순히 무관심한 방관자가 되는 것일까요?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타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를 음미해보기 위해 잠시 키르케고르(S. Kierkegaard, 181..
죽음이라는 사건이 우리에게 드러나는 방식 ‘사건’, ‘마주침’ 그리고 ‘기호’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낯선 것입니다. 이런 낯섦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지요. 들뢰즈는 이런 낯섦의 의미를 찾는 것을 ‘생각’이라고 여겼습니다. 그가 ‘기호의 해석’이라고 불렀던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기호를 해석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홍조 띤 얼굴, 화장실에서의 콧노래, 남편에게 보내는 미소 등의 기호는 남편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편이 이런 기호를 해석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어쩔 수 없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생각’이란 것은 낯섦과 불편함을 친숙함과 편안함..
나의 사유를 강요하는 사건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우리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항상 예상치 못한 사건과의 조우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결혼한 지 20년이 된 너무나 친숙한 부부가 있다고 합시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부부는 ‘손 안에 있는’ 관계, 즉 너무나 친숙해서 전혀 생각이 발생하지 않는 습관적인 관계에 빠져 있습니다. 서로의 안색만 보아도 두 사람은 상대방의 욕구, 불만족 등을 생각하지 않고도 알게 됩니다. 남편이 아침 밥상에서 반찬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면, 아내는 금방 오늘 야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또 역으로 아내가 저녁상에 와인을 올려놓고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면, 남편은 아내가 돈이 ..
제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 사유를 발생시키는 조건들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 이래로 서양에서는 인간을 보통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생각하는 것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관건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공룡능선을 타고 대청봉에 오를까, 아니면 서북주릉을 타고 대청봉에 오를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무엇일까?’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그 사람은 오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등등. 그러나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인간이 분명 생각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과연..
3. 삶엔 철학의 차가움을, 철학엔 삶의 따뜻함을 작지만 많은 자명한 것들로 우리의 삶은 영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삶은 항상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인해 낯설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을 낯설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불가피한 사태가 도래하기 전에, 철학적 사유를 통해 우리는 ‘미리 삶에 낯설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우리에게 ‘내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지금 알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철학적 사유가 우리에게 불편함과 당혹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불편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훗날 직면하게 될 불편함과 당혹감에 비한다면, 철학적 사유가 주는 불편함과 당혹감은 사실 매우 적은 것에 지..
2. 헤어진 후에야 알게 되는 뒤늦은 깨달음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은 자명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단히 나열해보도록 하죠. 부모님께 효도하기, 부모님께 혼나기, 피곤해서 일찍 귀가하기, 외출하기 전에 화장하기, 설거지하기, 홈페이지 관리하기, 메일 확인하기. 친구와 전화하기, 영어 공부하기, 스포츠에 열광하기, 유명 연예인 좋아하기, 이별에 슬퍼하기, 친구들과 술 마시기, 외박하기, 친구들과 여행하기, 산에 오르기, 나이든 사람에게 자리 양보하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독서하기, 시험공부하기, 시험 보기, 직장 다니기, 아르바이트하기, 월급 타기, 쇼핑하기, 저축하기, 휴가 떠나기, 군대 가기, 예비군 훈련받기, 결혼하기, 아이 낳기, 아이 야단치기, 투표에 ..
프롤로그 1.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문제 삼는 것 햇살이 따사롭지만 그리 덥지는 않은 초가을 날입니다. 한 쌍의 남녀가 카페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마시며, 그들은 잠시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진지한 얼굴로 남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모르겠어. 그런데도 나는 전화를 끊기 전에, 집앞에서 헤어질 때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거든, 내 생각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너도 그런 것 같아. 사랑이 뭔지 잘 모르면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음악에 취해 있던 남자는 갑작스런 애인의 의문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합니다. “아니, 너 왜 그래? 너 지금 무슨 말을..
책을 시작하며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농담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전혀 웃지 않더군요. 웃기는커녕 오히려 제 농담을 노트에 적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또 어느 때는 전혀 반대되는 일도 있었지요. 저는 진지하게 어떤 철학적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저는 심각하게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갑자기 학생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당혹스런 경험들로부터 저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 이야기가 농담이 되느냐 진담이 되느냐는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여러분의 삶은 수많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