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조선 (1056)
건빵이랑 놀자
산행하며 곧바로 짓다산행즉사(山行卽事) 김시습(金時習) 兒打蜻蜓翁掇籬 小溪春水浴鸕鶿靑山斷處歸程遠 橫擔烏藤一个枝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석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아이 잠자리 잡고, 노인 울타리 보수하고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작은 시내 봄물엔 가마우지 멱 감네.靑山斷處歸程遠 청산단처귀정원 봄산 끊어진 곳에 돌아가는 길 멀기만 해서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등나무 한 가지 어깨에 비껴 메었구나.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산길을 가다 지은 것으로, 김시습(金時習)의 산수벽(山水癖)과 은자(隱者)로서 한가로운 정서를 잘 보여 주는 시이다. 산길을 가다 보니 아이는 잠자리 잡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늙은이는 오래되어 허물어진 울타리를 고치는데, 앞개울의 작은 시내에 봄물이 녹은 곳에는 가마우지가 고기를 ..
복룡현으로 가는 길에서복룡도중(伏龍途中) 김종직(金宗直) 笋輿咿軋渡晴川 遙見前驅過坂田邑犬吠人籬有竇 野巫迎鬼紙爲錢斷雲寒日工呑吐 小巚平岡遠接連南去錦城三十里 却愁赬盡擔夫肩 『佔畢齋集』 卷之二十一 해석笋輿咿軋渡晴川순여이알도청천남녀(籃輿) 삐걱대며 비 개인 내를 건너는데,遙見前驅過坂田요견전구과판전아득히 전구(前驅, 행렬 따위를 선도하는 것)가 언덕밭을 지나는 게 보이네.邑犬吠人籬有竇읍견폐인리유두마을 개는 사람보고 짓고 울타리엔 구멍나 있고,野巫迎鬼紙爲錢야무영귀지위전촌 무당은 영신(迎神)하느라 종이를 돈으로 만들었구나.斷雲寒日工呑吐단운한일공탄토끊어진 구름이 추위를 교묘히 삼켰다 뱉었다 하고小巚平岡遠接連소巚평강원접련작은 봉우리와 평평한 언덕이 멀리 서로 접했구나.南去錦城三十里남거금성삼십리남쪽으로 금성까지 30리 거리..
홍겸선이 제천정에서 지중추원사 송처관의 시에 차운한 시에 화답하다화홍겸선제천정차송중추처관운(和洪兼善濟川亭次宋中樞處寬韻) 김종직(金宗直) 吹花擘柳半江風 檣影搖搖背暮鴻一片鄕心空倚柱 白雲飛度酒船中 『佔畢齋集』 卷之一 해석吹花擘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강바람이 꽃에 불고 버들개지 쪼개었고,檣影搖搖背暮鴻장영요요배모홍돛대 그림자는 흔들흔들 저물녘 기러기를 등져 있네.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한 조각 고향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에 기대니,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흰 구름은 술 싣고 가는 배를 지나 날아가네. 『佔畢齋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제천정에서 중추부사 송처관의 운(韻)에 차운(次韻)한 홍겸선의 시에 화답한 것이다. 강바람이 거세어 꽃이 날리고 버들을 가르고 있는데, 저 멀리 흔들거리는 돛대를 가진 호화유람선이 떠 있다..
불국사에서 김세번과 이야기하며불국사여세번화(佛國寺與世蕃話) 김종직(金宗直) 爲訪招提境 松間紫翠重위방초제경 송간자취중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청산반변우 낙일상방종語與居僧軟 杯隨古意濃어여거승연 배수고의농頹然一榻上 相對鬢髼鬆퇴연일탑상 상대빈봉송 『佔畢齋集』 卷之三 해석爲訪招提境 松間紫翠重사찰【초제(招提): 관부에서 사액한 절】에 경내에 방문했더니 소나무 사이로 붉고 푸른 기운 겹쳤네.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푸른 산 반절엔 비 내리고, 해질녘 상방엔 종 울린다.語與居僧軟 杯隨古意濃스님과 나누는 말은 부드럽고 옛 정취 따르는 잔은 진하니,頹然一榻上 相對鬢髼鬆털썩 한 자리에 주저앉아 서로 대하니 머리는 봉두난발. 『佔畢齋集』 卷之三 인용작가의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성주의 풍루에 임하며성주임풍루(星州臨風樓) 강혼(姜渾) 雨餘江漲沒蒿來 倚柱觀瀾亦壯哉疊浪全籠靑草堤 連峯半入白雲堆欲携短棹乘漁艇 思把脩竿上釣臺蕭灑十年江海志 今朝發興酒三杯 試吟佳句發天慳 正値樓中吏牒閒紫燕交飛風拂柳 靑蛙亂叫雨昏山一生毀譽身多病 半載驅馳鬢欲斑黃閣故人書斷絶 客行寥落滯鄕關 雲梯高倚泬寥天 乘月登樓非盛年有興長吟山水窟 無心一醉綺羅筵終朝庭院絲絲雨 薄暮村墟淡淡煙未辦晴川芳草句 謾留題詠愧唐賢 龍公起懶詑奇功 連日窮陰塞大空平地剩添三尺浪 長江誰借半帆風樓臺掩映鶯花裏 簾幕霏微煙霧中四牡諮詢桑梓邑 懷鄕王粲自難同 『木溪先生逸稿』 卷之一 해석雨餘江漲沒蒿來우여강창몰호래비온 나머지 강은 불고 잠긴 짚이 떠올라倚柱觀瀾亦壯哉의주관란역장재기둥에 기대 난관에서 보고 있으니 또한 장엄하구나. 疊浪全籠靑草堤첩랑전롱청초제첩첩의 물결이 온전히 푸른 ..
여름날에 눈에 닿는 대로 쓰다하일즉사(夏日卽事) 서거정(徐居正) 小晴簾幕日暉暉 短帽輕衫暑氣微 解籜有心因雨長 落花無力受風飛 久拚翰墨藏名姓 已厭簪纓惹是非 寶鴨香殘初睡覺 客曾來少燕頻歸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석小晴簾幕日暉暉 소청렴막일휘휘 조금 날씨가 개니 발에 햇살이 반짝반짝,短帽輕衫暑氣微 단모경삼서기미 짧은 모자와 홑적삼에, 더운 기운이 가시네.解籜有心因雨長 해탁유심인우장 해진 대쪽은 마음이 있어 비 때문에 자라고,落花無力受風飛 낙화무력수풍비 떨어진 꽃은 힘이 없어 바람 맞아 날리네.久拚翰墨藏名姓 구변한묵장명성 오래도록 중이와 붓을 놓고 명성을 숨겼으니, 已厭簪纓惹是非 이염잠영야시비 이미 시비를 야기 시키는 벼슬살이 싫어서지. 寶鴨香殘初睡覺 보압향잔초수각 보물 오리 향로엔 향불 사그라들고 잠에서 막..
봄의 한 때춘일(春日) 서거정(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 小池新水碧於苔 春愁春興誰深淺 燕子不來花未開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석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금색은 수양버들로 들어가고 옥빛은 매화를 사양하네【황금이 버들로 든다는 것은 곧 버들 싹이 노랗게 터져 나온 것을 이른 말이고, 옥이 매화를 떠났다는 것은 곧 하얀 매화가 다 졌음을 의미한다.】,小池新水碧於苔 소지신수벽어태 작은 연못의 새 물빛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봄의 근심, 봄의 흥, 누가 깊고 옅으랴마는,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제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네.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설이 시는 봄 경치를 읊은 시로, 역대 선집(選集)에 거의 모두 선재(選載)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겸익(錢謙益)이 편찬한 『열..
홀로 앉아독좌(獨坐) 서거정(徐居正) 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독좌무래객 공정우기혼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어요하엽동 작답수초번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금윤현유향 노한화상존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니도방출입 종일가관문 『四佳詩集』 補遺一 해석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홀로 앉아 있으니 오는 손님 없고 빈 뜰엔 비 기운에 어두침침.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물고기가 흔들었는지 연잎 움직이고, 까마귀 밟았는지 나무 가지 흔들려.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거문고 젖었지만 줄은 오히려 울리고 화로 차가운데 불꽃 여전히 있네.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종일토록 문 닫고 있네. 『四佳詩集』 補遺一 해설이 시는 가을에 가랑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홀로 마루에 앉아서 지은 것이다. 가을날 찾아오는 손님이 없기에 혼자 마루에 앉아 있자니, 사람..
능지처참형을 당하며 수형시(受刑詩) / 절명시(絶命詩)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격고최인명 회간일욕사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해석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북 두드리는 소리, 사람 목숨 재촉하고 고개 돌리니 해는 지려 하네.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엔 한 주막도 없다니, 오늘밤 뉘 집에서 머물꼬?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해설 이 시는 세조(世祖)의 회유(懷柔)에 응하지 않아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이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기를 재촉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하직(下直)이나 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태양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산(西山)으로 지려고 하고 ..
나는 누구도 본뜨지 않은 조선의 시를 쓰리라노인일쾌사육수효향산체 기오(老人一快事六首效香山體 其五) 정약용(丁若鏞) 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노인일쾌사 종필사광사 競病不必拘 推敲不必遲 경병불필구 추고불필지 興到卽運意 意到卽寫之 흥도즉운의 의도즉사지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 아시조선인 감작조선시 卿當用卿法 迂哉議者誰 경당용경법 우재의자수 區區格與律 遠人何得知구구격여률 원인하득지凌凌李攀龍 嘲我爲東夷능능이반룡 조아위동이袁尤槌雪樓 海內無異辭원우퇴설루 해내무이사背有挾彈子 奚暇枯蟬窺배유협탄자 해가고선규我慕山石句 恐受女郞嗤아모산석구 공수녀랑치焉能飾悽黯 辛苦斷腸爲언능식처암 신고단장위梨橘各殊味 嗜好唯其宜 리귤각수미 기호유기의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六卷 해석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붓 가는 대로 미..
회맹한 뒤에 교서를 반포하시고 물품과 잔치를 두 공신에게 하사한 것에 대한 전문회맹후반교석물사연양공신사전(會盟後頒敎錫物賜宴兩功臣謝箋) 장유(張維) 주상의 도움으로 공을 이루다託鱗翼以成事, 猥霑記功之恩. 申帶礪之盟書, 更承錫宴之寵, 禮數優異, 慙懼彌深. 伏念臣等, 品在下中, 能乏尺寸. 忘身殉國, 雖素得於秉執之常. 藏器待時, 本不急於功名之際.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주상께서 맘 써주시네屬丁彝倫之墜地 繼有兇孼之滔天. 蓋事出非常 大策悉稟於 慈殿 而師慙無戰 捷書僅報於行宮. 默祐賴, 宗社之靈, 成算奉廟堂之授. 設令奔走有效, 皆是職分當爲, 豈料懋賞之典, 偏加罔功之身? 宣德音於絲綸, 像形容以繪素. 父子弟姪, 擧蒙被於疏榮, 天地神祗, 實鑑臨於昭告, 旣頒便蕃之賚, 因賜燕衎之懽. 모든 영화로움은 신하의 노고이기보다 임..
가을밤추야(秋夜) & 산사에서 밤에 읊조리며산사야음(山寺夜吟) 정철(鄭澈) 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소소락목성 착인위소우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호승출문간 월괘계남수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우수수 낙엽소리를 착각하여 가랑비 소리라 여겼지.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스님 불러 문에 나가 보게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렸던데요.”라고 하네. 『松江續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산사에서 밤에 읊조리며 지은 것으로, 산사(山寺)에서 속세를 떠나 수도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은일적(隱逸的)인 시로 유명하다. 산속 가을, 낙엽 지는 소리가 요란하여 비가 내리는 것으로 착각했다. 옆에 자는 스님을 불러 문을 열고 나가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보게 했더니, 스님이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훤히..
호서 수영의 읍취헌 시가 사람들 입에 대개 102년 간 회자되었다. 내가 그곳을 지나는데 바다와 산은 아름다워 옛날 같았지만 못난 실력으로 그것을 펴놓기에 부족한데 어떻게 할 거나? 억지로 근체 5수를 지어 훌륭한 읍취헌의 작품에 졸렬한 나의 작품을 이으니 부끄럽기 그지 없다. 호서수영읍취헌지시 회자인구개백이년 이여과지 해산가처 의연여구 이내재졸부족이포장지하 강제근체오수 속초지작 능무괴호(湖西水營挹翠軒之詩 膾炙人口蓋百二年. 而余過之, 海山佳處, 依然如舊, 而奈才拙不足以鋪張之何? 強題近體五首, 續貂之作, 能無愧乎?) 이춘영(李春英) 樓臺層構鬱穹崇 高揭朱欄對碧峯 千尺獨臨三面水 八窓不斷四時風 城形圓似吐雲月 山勢蜿如飮海龍 飛閣捲簾明鏡裏 眞仙都在水晶宮 百尺樓西水接天 四山松檜鬱蒼然 簾旌撲地海風起 闌影轉階湖月圓 近岸..
천자에 조회하며朝天 / 台座의 운에 차운하며次台韻通錄 追陪强韻重詩塵 爲與便宜立幟新 膏沃本慚培養地 拂湔徒辱奬知人 鯨鯢緩戮愁東海 虎豹寬訶訴北辰 須試平生誦三百 激昂猶得見精神 冉冉雪霜交節序 悠悠車馬度江關 前頭亦有難窮野 屈指何當且了山 都削等威同旅泊 獨嚴詞律阻人攀 敢羞碌碌因成事 千里唯堪附驥還 西風刮地不生塵 九月遼寒太斬新 見水弱氷艱度馬 依山疏店少居人 向來息偃沾君祿 寧爲羈危怨我辰 白雪陽春宜未竝 台章眞奪化工神 丈夫不去東擊賊 장부 동쪽의 왜적 격파하러 가질 않고, 千里胡爲西入關 천리의 오랑캐는 어찌하여 서쪽 관문으로 들어오는가? 假使踰兵一帶水 만약 구원병이 일의대수를 건넌다 해도, 安能措國四維山 어찌 우리나라 사방의 산들을 잡아둘 수 있을까? 終南淸渭如常見 종남산과 위수를 항상 볼 수 있다면, 武德開元得再攀 태평성대 다시..
밤에 후대에 앉아 후대야좌(後臺夜坐) 정사룡(鄭士龍) 仲冬良夜仍南至 江月盈規看更完 銀闕湧空收薄翳 金波流彩閃驚湍 斗邊瞻望眞傷遠 天末飄零亦足嘆 坐到三更窮不寐 訓狐三叫髮衝冠 煙沙浩浩望無邊 千刃臺臨不測淵 山木俱鳴風乍起 江聲忽慮月孤懸 平生牢落知誰藉 投老迍邅祗自憐 擬着宮袍放身去 騎鯨人遠問高天 『湖陰雜稿』 卷之三 해석 仲冬良夜仍南至 중동량야잉남지 동짓날 좋은 밤에 남쪽에 이르니, 江月盈規看更完 강월영규간갱완 강달은 둥글게 떠서 다시 완전해짐을 보았네. 銀闕湧空收薄翳 은궐용공수박예 은빛 궁궐【은궐(銀闕): 백옥(白玉)으로 만든 궁궐의 문. 신선(神仙)이 살고 있다는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영주(瀛州)에 있다 한다. 『梁元帝』 「楊州梁安寺碑序」】은 구멍에서 솟아나와 가린 것을 거두어 엷게 하고, 金波流彩閃驚湍 ..
탄금대에서탄금대(彈琴臺) 박상(朴祥) 湛湛長江上有楓 仙臺孤截白雲叢彈琴人去鶴前月 携笛客來松下風萬事一廻悲逝水 浮生三嘆撫飛蓬誰能畫出湖州牧 散步狂唫夕照中 『訥齋先生集』 卷第五 해석湛湛長江上有楓담담장강상유풍맑디맑은 긴 강가에 단풍이 있고仙臺孤截白雲叢선대고절백운총신선의 누대는 홀로 흰 구름더미를 끊고 솟아 있네.彈琴人去鶴前月탄금인거학전월비파 타던 사람, 날던 학 앞의 달로 가고 携笛客來松下風휴적객래송하풍젓대 지닌 손님, 소나무 아래 바람을 맞으며 오네.萬事一廻悲逝水만사일회비서수만사 한 번 도니 가는 물에 슬퍼하고,浮生三嘆撫飛蓬부생삼탄무비봉뜬 삶 세 번 탄식하며 엉클어진 머리카락 쓰다듬는다.誰能畫出湖州牧수능화출호주목누가 호주(충주)의 목사를 묘사해낼 수 있으랴?散步狂唫夕照中산보광금석조중미친 듯 읊조리며 석양 중에 제..
밤에 보은사에 숙박하며 주지 우사에게 줬다. 절의 옛 이름은 신륵사이며 혹은 벽사라 한다. 예종 때 개창되어 극히 웅장하고 화려했는데 지금 판액을 하사했다.야박보은사하 증주지우사 사구명신늑혹운벽사 예종조개창극굉려사금액(夜泊報恩寺下 贈住持牛師 寺舊名神勒或云甓寺 睿宗朝改創極宏麗賜今額) 김종직(金宗直) 報恩寺下日曛黃 繫纜尋僧踏月光棟宇已成新法界 江湖猶攪舊詩腸上方鐘動驪龍舞 萬竅風生鐵鳳翔珍重旻公亦人事 時將菜把問舟航 해석報恩寺下日曛黃보은사하일훈황보은사 밑에서 해는 저물고, 繫纜尋僧踏月光계람심승답월광배를 매고 스님 찾아 달빛을 거니네. 棟宇已成新法界동우이성신법계동우는 이미 완성되어 새로운 법계이고江湖猶攪舊詩腸강호유교구시장강호는 오히려 예전의 시 창자 흔드는 구나.上方鐘動驪龍舞상방종동여룡무상방의 종이 울리니, 여룡이 춤..
달을 바라보며 망월(望月) 송익필(宋翼弼) 未圓常恨就圓遲 圓後如何易就虧 三十夜中圓一夜 百年心事總如斯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보름달이 아닐 땐 항상 둥글어짐이 더딤을 한스러워하고,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이취휴 보름달이 된 뒤엔 어째서 쉬이 기울어지려는가? 三十夜中圓一夜 삼십야중원일야 30일 밤중에 보름달은 하룻밤이니, 百年心事總如斯 백년심사총여사 인생 백년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다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늘 둥근달로 있지 못함이 한이 되어, 언제나 둥글어지려고 애쓰는 것이 조각달의 소원이다. 그러나 조각달이 둥근 보름달 되고자 아무리 조바심한들 일석(一夕)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 좁쌀만큼 입쌀만큼 커가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얻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어..
양근에서 밤에 누워 즉석에서 시를 지어 동료에게 보이다양근야좌 즉사시동사(楊根夜坐 卽事示同事) 정사룡(鄭士龍) 擁山爲郭似盤中 暝色初沈洞壑空 峯頂星搖爭缺月 樹顚禽動竄深叢晴灘遠聽翻疑雨 病葉微零自起風 此夜共分吟榻料 明朝珂馬軟塵紅 『湖陰雜稿』 卷之四 해석擁山爲郭似盤中 옹산위곽사반중 산을 둘러 성곽이 되니, 소반의 한 가운데 같고,暝色初沈洞壑空 명색초침동학공 석양빛 처음으로 잠기니 골자기는 비었네. 峯頂星搖爭缺月 봉정성요쟁결월 묏 봉우리의 반짝이는 별이 이지러진 달과 다투고樹顚禽動竄深叢수전금동찬심총나무 끝의 새가 움직여 깊은 숲으로 숨누나.晴灘遠聽翻疑雨 청탄원청번의우 비 오나 의심될 정도로 맑은 여울소리 멀리서 들리고, 病葉微零自起風 병엽미령자기풍 스스로 일어난 바람에 병든 잎사귀 살살 떨어지네.此夜共分吟榻料 차..
고기잡이배 그림에 쓴 시어주도(漁舟圖) 고경명(高敬命) 蘆洲風颭雪漫空 沽酒歸來繫短篷橫笛數聲江月白 宿禽飛起渚烟中 『霽峯續集』 해석蘆洲風颭雪漫空로주풍점설만공갈대 모래톱에 바람 불고 눈 허공에 가득한데沽酒歸來繫短篷고주귀래계단봉술을 사서 돌아와 조각배 맸네.橫笛數聲江月白횡적수성강월백몇 가락 젓대소리, 강 위에 달이 환해지자,宿禽飛起渚烟中숙금비기저연중자던 새가 물안개 속에 날아오르네. 『霽峯續集』 해설이 시는 고깃배를 그린 그림을 보고 읊은 제화시(題畵詩)이다. 물가에 있는 갈대밭에 바람이 부는데 저 멀리 먼 곳에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갈대밭 옆에는 작은 배가 매여 있는데, 조금 전 술을 사 온 배이다. 훤히 뜬 강물 위로 피리소리가 들려온다(실제 그림에는 피리가 없겠지만 興을 돋우기 위해 상상해서 넣은 것..
종질 원량 신잠이 영동군에 부임할 때 헤어지며 주다증별당질원량잠지임영동군(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 신광한(申光漢) 楓岳東來嶺隔天 古城牢落海雲邊永郞遺跡丹書在 應結三千作地仙 一萬峯巒又二千 海雲開盡玉嬋姸 少時多病今傷老 終負名山此百年 追惟勝跡發長嗟 三十年來夢一過疏雨落霞鳴玉路 馬蹄曾踏海棠花 山齋寒夜燭熒熒 坐覺風來竹有聲一作天涯知己別 春光空入洛陽城 平居不作尋常會 頭白還悲送別筵落羽遠分驚到骨 政成唯待召歸年 『企齋別集』 卷之一 해석楓岳東來嶺隔天풍악동래령격천풍악에 동쪽으로부터 오는 산고개는 하늘과 동떨어져古城牢落海雲邊고성뢰락해운변옛 성은 바다 구름 곁에서 쓸쓸하네. 永郞遺跡丹書在영랑유적단서재영랑호의 유적엔 일편단심의 편지 있으니 應結三千作地仙응결삼천작지선응당 3000개가 맺어져 땅의 신선이 되었지.영동엔 예전에 3000명의..
‘제영남사(題嶺南寺)’에 차운하다차영남루운(次嶺南樓韻) 박상(朴祥) 客到嶺梅初發天 嘉平之後上元前春生畫鼓雷千面 詩會靑山日半邊 漁艇載分籠渚月 官羊踏破羃坡煙 形羸心壯凌淸曠 驅使乾坤入醉筵 西湖萬里隔吳天 綠浪東西忽墮前天上玉樓身坐處 海中鼇極眼窮邊江魚慣聽靑娥瑟 城樹恒燻錦燭煙度嶺謾愁深涉險 平生經賞摠塵筵 『訥齋先生集』 卷第五 해석客到嶺梅初發天객도령매초발천손님이 고개에 이르니 매화가 처음으로 피어나 자연스러우니,嘉平之後上元前가평지후상원전섣달【가평(嘉平): 음력 섣달.】이 지나 대보름 전이라네. 春生畫鼓雷千面 춘생화고뢰천면 춘흥(春興)은 화고(畫鼓)의 둥둥거리는 천 번의 소리에 생겨나고,詩會靑山日半邊 시회청산일반변 시흥(詩興)은 푸른 산 해 반쯤 걸린 곁에서 모여든다. 漁艇載分籠渚月 어정재분롱저월 고깃배는 물가 두른 달을 ..
비를 마주하고 청주의 동헌에 쓰다대우제청주동헌(帶雨題淸州東軒) 성현(成俔) 畫屛高枕掩羅幃 別院無人瑟已希 爽氣滿簾新睡覺 一庭微雨濕薔薇 『虛白堂詩集』 卷之六 해석畫屛高枕掩羅幃 화병고침엄라위 그림병풍, 높은 베개에 비단 휘장을 치고別院無人瑟已希 별원무인슬이희 별원에 사람 없어 가야금 소리 이미 드물구나. 爽氣滿簾新睡覺 상기만렴신수각 상쾌한 기운이 주렴에 가득하여 선잠이 깨니, 一庭微雨濕薔薇 일정미우습장미 뜰에 가랑비 내렸는지 장미가 젖어있네. 『虛白堂詩集』 卷之六 성현이행가진 자의 화려한 장미가진 것조차 지겨워져 파리한 장미최경창허균무소유의 맑은 장미가지려는 의지는 없지만 해맑은 장미 해설이 시는 비를 마주하고 청주 동헌에서 쓴 것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병풍과 비단 휘장 안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가진 자의 ..
관사에서 숙직하며 짓다제직사(題直舍) & 4월 26일 동궁 이어소【이어소(移御所): 임금이 자리를 옮겨서 거처하는 곳이다.】의 숙직하는 방벽에 쓰다사월이십육일 서우동궁이어소직사벽(四月二十六日 書于東宮移御所直舍壁) 이행(李荇) 衰年奔走病如期 春興無多不到詩 睡起忽驚花事了 一番微雨落薔薇 『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衰年奔走病如期 쇠년분주병여기 늦은 나이에 분주하여 병이 약속한 듯 와서春興無多不到詩 춘흥무다부도시 봄의 흥취가 많지 않아 시 지을 만큼 이르질 않네. 睡起忽驚花事了 수기홀경화사료 자다 깨니 어이쿠야! 꽃피는 계절【화사(花事): 봄에 노닐며 꽃 등을 보는 일[游春看花等事]】이 다 가버려,一番微雨落薔薇일번미우락장미한 번 보슬비에 장미꽃 져버렸네. 『容齋先生集』 卷之一 성현이행가진 자의 화려한 장미가진 것조..
영보정(永保亭) & 병영 뒤의 정자에서 영후정자(營後亭子) 박은(朴誾) 癸亥二月, 余南歸謁舅氏. 廿有二日, 到保寧營, 淹留十餘日, 每遇山海勝處, 輒痛飮爲樂. 酒醒, 必爲詩以記, 而亦有不暇者, 故所得不多. 其一 地迫未窮千頃海 山開猶納一頭潮 急風吹霧水如鏡 近渚無人禽自謠 客裏每爲淸境惱 日邊更覺故園遙 苦吟不去乏新語 愁見落暉沈遠霄 其四 地如拍拍將飛翼 樓似搖搖不繫篷 北望雲山欲何極 南來襟帶此爲雄 海氛作霧因成雨 浪勢飜天自起風 暝裏如聞鳥相叫 坐間渾覺境俱空 『挹翠軒遺稿』 卷三 해석 癸亥二月, 余南歸謁舅氏. 계해(1503)년 2월에 나는 남쪽으로 귀향해 외삼촌을 뵈었다. 廿有二日, 到保寧營, 淹留十餘日, 每遇山海勝處, 輒痛飮爲樂. 22일에 보령영(保寧營)에 이르러 10여일을 머물며 매번 산과 바다의 명승지를 만나면 갑작스레..
준 스님에게 주다증준상인(贈峻上人) 김시습(金時習)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心非有像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短笻歸去千峯靜 翠壁亂烟生晩晴 『梅月堂詩集』 卷之三 해석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종일토록 짚신 신고 발 가는 대로 다녀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한 산이 건너 다하면 다시 한 산 푸르네.心非有像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마음이란 모양이 없으니, 어찌 형체의 부림을 당하랴.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성도란 본디 무명이니 어찌 빌려서 이루겠는가?(도를 얻은 척 할 수 없다)宿露未晞山鳥語숙로미희산조어묵은 이슬이 마르지 않았는데도 산새는 우짖고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봄바람 계속 부니 들꽃은 환하다. 短笻歸去千峯靜단공귀거천봉정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오노니, 온갖 봉우리들 고요하고翠壁亂烟生晩晴취벽난연..
두 낚시꾼 노인인 여상과 엄광을 조롱하며조이조수(嘲二釣叟) 김시습(金時習) 風雨蕭蕭拂釣磯 渭川魚鳥識忘機如何老作風雲將 空使夷齊餓采薇 右呂望 桐江江上釣煙波 生計蕭條一短蓑漢家若無星象動 千秋定不累完名 右嚴光 太公之佐周室, 功則大矣. 以商世觀之, 義不能侔西山; 子陵之去漢帝, 節則高矣. 以漢室觀之, 忠不能盡雲臺. 嗚呼! 當殷商無道, 天命雖去, 人心縱離. 太公, 一商民也, 可忍佐異姓誅其君乎? 當莽之亂, 炎祚已傾, 光武以雄渾之量, 誅賊救民, 欲光復漢室. 子陵以區區之節, 浩然歸去, 可忍潔其身, 而亂其倫乎? 然則太公之就, 能助周家之業, 不能全君臣之大義; 子陵之去, 能成光武之大, 不能補漢祚之中興. 屈子所謂: “明有所不照, 智有所不逮” 信夫. 『梅月堂詩集』 卷之二 해석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바람과 비가 소소하게 낚시터를 휩..
청심루에서 가정의 시에 차운하다차청심루운(次淸心樓韻) 김종직(金宗直) 維舟茅舍棘籬端 魚鳥何曾識我顔病後猶能撰杖履 謫來纔得賞江山十年世事孤吟裏 八月秋容亂樹間一霎倚欄仍北望 篙師催載不敎閑 『佔畢齋集』 卷之十二 해석維舟茅舍棘籬端 유주모사극리단 울타리 끝의 띠집 가시에, 배를 묶어뒀으니魚鳥何曾識我顔어조하증식아안새와 물고기가 어찌 일찍이 나의 얼굴 알랴. 病後猶能撰杖履병후유능찬장리병 앓고 난 뒤라 그래도 지팡이와 짚신을 갖출 수 있고謫來纔得賞江山적래재득상강산폄적(貶謫)되어서야 겨우 강산을 즐길 수 있구나.十年世事孤吟裏십년세사고음리10년의 세상일은 홀로 읊조리는 속에 있고,八月秋容亂樹間팔월추용란수간8월의 가을모습은 어지러운 숲 사이에 있네. 一霎倚欄仍北望일삽의란잉북망잠깐 동안 난간에 기댔다가 임금 생각하고 있자니【북망(..
선사사에서선사사(仙槎寺) 김종직(金宗直) 偶到仙槎寺 巖空松桂秋우도선사사 암공송계추鶴飜羅代蓋 龍蹴佛天毬학번라대개 룡축불천구細雨僧縫衲 寒江客棹舟세우승봉납 한강객도주孤雲書帶草 獵獵滿池頭고운서대초 렵렵만지두 『續東文選』 卷之六 해석偶到仙槎寺 巖空松桂秋우연히 선사사에 이르니 바위는 쓸쓸한데 소나무와 계수나무는 가을 들었네.鶴飜羅代蓋 龍蹴佛天毬학은 신라 때의 일산에 날고, 용은 불천의 여의주를 찬다. 細雨僧縫衲 寒江客棹舟가랑비 속에 스님은 적삼을 꿰매고, 추운 강에서 나그네 배를 젓네. 孤雲書帶草 獵獵滿池頭외로운 구름 조각 어지러운 풀을 띠고 바람에 흔들리며 못 머리에 가득하네. 『續東文選』 卷之六 인용작가의 이력 및 작품晴窓軟談호곡만필성수시화소화시평 권상 62번이해와 감상
한식날의 농촌에서 한식촌가(寒食村家) 김종직(金宗直) 禁火之辰春事多 芳菲點檢在農家 鳩鳴穀穀棣棠葉 蝶飛款款蕪菁花 帶樵櫳上烏犍返 挑菜籬邊叉髻歌 有田不歸戀五斗 元亮笑人將奈何 『佔畢齋集』 卷之十九 해석 禁火之辰春事多 금화지진춘사다 한식날【금화지진(禁火之辰): 한식날로 불을 禁하는 때이기에 이렇게 부름.】 봄 일 많아 芳菲點檢在農家 방비점검재농가 농가에선 꽃풀 점검하지. 鳩鳴穀穀棣棠葉 구명곡곡체당엽 비둘기 구우구우【구명곡곡(鳩鳴穀穀): 비둘기가 구우구우 욺. 구(鳩)를 시구(鳲鳩)로, 즉 뻐꾸기로 본다면 그 우는 소리는 ‘곡식씨를 뿌리도록 재촉한다’는 ‘포곡(布穀)’으로도 풀이됨.】 당체나무잎에서 울고 蝶飛款款蕪菁花 접비관관무청화 나비 훨훨 장다리꽃에서 나풀나풀 난다. 帶樵櫳上烏犍返 대초롱상오건반 언덕 위에서 땔..
윤달 8월 19일에 숙직하며 우연히 읊다윤팔월십구일직려우음(閏八月十九日直廬偶吟) 김종직(金宗直) 藏室蓬山昔討論 十三年後更叨恩眼花正怯金蓮燭 口梗難斟白虎樽霜暖梧桐猶窣窣 月明鳷鵲自飜飜故園松菊應蕪沒 嬭母而今足夢魂 『佔畢齋集』 卷之十六 해석藏室蓬山昔討論장실봉산석토론장서실【장실(藏室)ㆍ봉산(蓬山): 모두 장서실을 일컬음. 노자가 장실주하사(藏室柱下史)를 지낸 적이 있기에 노씨장실(老氏藏室)로 불리며, 봉래산의 산부(仙府)에는 비록(祕錄)이 숨겨져 있다하여 도가봉래산(道家蓬萊山)이라고도 불리게 됨.】에서 옛적에 토론하였지.十三年後更叨恩십삼년후갱도은13년이나 흘러 다시 주상의 은혜를 입었네.眼花正怯金蓮燭안화정겁금련촉눈이 흐려 금련촉【금련촉(金蓮燭): 당(唐)의 영호도(令狐綯)가 황제와 얘기 나눈 후에 돌아갈 때 촛불이..
장현의 촌마을에서장현촌가(長峴村家) 김종직(金宗直) 籬外紅桃竹數科 𩁺𩁺雨脚閒飛花老翁荷耒兒騎犢 子美詩中西崦家 『續東文選』 卷之九 해석籬外紅桃竹數科리외홍도죽수과울타리 밖 붉은 복숭아꽃과 대나무 몇 그루𩁺𩁺雨脚閒飛花비비우각한비화부슬부슬 빗발에 이따금 꽃이 날리네. 老翁荷耒兒騎犢로옹하뢰아기독노인은 보습을 메고, 아이는 송아지 타니, 子美詩中西崦家자미시중서엄가두자미의 시 중에 「적곡 서쪽 산의 인가[赤谷西崦人家]」라는 시에서 얘기한 풍경이로다. 『續東文選』 卷之九 인용작가의 이력 및 작품소화시평 권상62감상하기
관수루에 제목을 붙여 지은 시관수루 제영시(觀水樓 題詠詩) &낙동역에서낙동역(洛東驛) 김종직(金宗直)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진리비롱리 관인즉읍인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삼장사성주 오마위자친白鳥如迎棹 靑山慣送賓백조여영도 청산관송빈澄江無點綴 持以律吾身징강무점철 지이율오신 『佔畢齋集』 卷之十二 해석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나루의 아전은 농리【용리(瀧吏): 배가 다니기 어려운 험악한 곳에 특별히 두어 배의 운행을 경계시키도록 했던 아전. 한유의 「용리(瀧吏)」에서 좌천되어 갈 때 문답한 내용을 시로 읊었음. “남행한 지 육십 일이 지나, 비로소 창락롱을 내려간다. 물살 험악하기 형상할 수 없어 배와 바위 서로 부딪히네. 농리의 아전에게 가서 묻길 조주 몇 리인가? 가면 며칠에 당도하나? 풍토는 다시 어떠한가?[南行愈六旬, ..
봄에 애달프다상춘(傷春) 신종호(申從濩) 茶甌飮罷睡初輕 隔屋聞吹紫玉笙燕子不來鶯又去 滿庭紅雨落無聲 粉墻西面夕陽紅 飛絮紛紛撲馬鬃夢裏韶華愁裏過 一年春事棟花風 『續東文選』 卷之十 해석茶甌飮罷睡初輕다구음파수초경차 마시길 다하고 깜빡 졸다가 가벼우니,隔屋聞吹紫玉笙격옥문취자옥생집 너머에서 자주빛 옥피리소리 들려. 燕子不來鶯又去연자불래앵우거제비 오지 않고 꾀꼬리 가버린 체,滿庭紅雨落無聲만정홍우락무성뜰 가득 붉은 비가 뚝뚝 떨어지네. 粉墻西面夕陽紅분장서면석양홍분칠한 담장의 서쪽 벽면은 석양으로 붉고飛絮紛紛撲馬鬃비서분분박마종버들개지 살랑살랑 말머리 치는 구나. 夢裏韶華愁裏過몽리소화수리과꿈속 아름다운 경치【소화(韶華): 아름다운 계절의 경치, 보통 춘광(春光)을 가리키는 시어(詩語).】는 근심 속에 지나갔지만, 一年春事棟花..
양화 나루에서양화도(楊花渡) & 배로 양화를 건너 저녁에 돌아오며 석계의 운에 차운하며주하양화도 석귀차계운운(舟下楊花渡 夕歸次季雲韻) 신용개(申用漑) 水國秋高木葉飛 沙寒鷗鷺淨毛衣西風日落吹遊艇 醉後江山滿載歸 『二樂亭集』 卷之六 해석水國秋高木葉飛수국추고목엽비물나라 가을 깊어 나뭇잎 흩날리고,沙寒鷗鷺淨毛衣사한구로정모의모래 추워 기러기와 해오라기는 깃털을 고르는데,西風日落吹遊艇서풍일락취유정해가 지니 가을바람이 놀잇배를 불어줘서醉後江山滿載歸취후강산만재귀취한 뒤라 강산을 한 가득 싣고 돌아오는구나. 『二樂亭集』 卷之六 해설이 시도 사가독서(賜暇讀書)할 때 양화에 배를 띄우고 저녁에 돌아오면서 계운의 시에 차운한 것으로, 가을날의 저녁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한강에 가을이 깊어 나뭇잎이 떨어져 날리고 있고, 가을 저..
중서랑의 제군들에게 시를 써주다기중서제군시(寄中書諸君詩) 신숙주(申叔舟) 豆滿春江繞塞山 客來歸夢五雲間中書醉後應無事 明月梨花不怕寒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豆滿春江繞塞山두만춘강요새산두만강은 봄이 되어 변방의 산을 휘둘렀는데,客來歸夢五雲間객래귀몽오운간나그네의 돌아갈 꿈, 오색구름【오운(五雲): 오색구름을 말하니, 바로 임금 주변을 뜻한다.】 사이에 있네.中書醉後應無事중서취후응무사중서랑 취한 후에 응당 일 없겠지, 明月梨花不怕寒명월리화불파한달 밝은 날 배꽃 보느라 추위 마다 않고 있으리.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이 시는 함경도에 노닐다가 중서(中書)의 여러 사람들에게 보낸 시이다. 이 시에 대해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59번에서, “보한재 신숙주(申叔舟)ㆍ이락당 신용개ㆍ기재 신광한 조..
길 가의 소나무를 읊다영로방송(詠路傍松) 김정(金淨) 枝條摧折葉鬖髿 斤斧餘身欲臥沙 望絶棟樑嗟已矣 査牙堪作海仙槎 『冲庵先生集年譜』 上 해석枝條摧折葉鬖髿 지조최절엽삼사 가지 꺾였고 잎사귀는 헝클어져斤斧餘身欲臥沙 근부여신욕와사 도끼에 잘린 남은 몸통은 모래에 누우려 하네.望絶棟樑嗟已矣 망절동량차이의 희망 끊긴 동량은 이제 그만이로구나!査牙堪作海仙槎사아감작해선사뗏목으로 바다의 신선이 탈 배를 만들련다. 『冲庵先生集年譜』 上 해설소나무 가지는 꺾이고 솔잎은 헝클어져 내려와, 도끼에 찍히고 남은 소나무는 모래 위에 쓰러질 듯하다. 동량이 되기를 바랐으나 그 꿈은 사라져 자신을 한탄하나, 비쭉이 나온 가지는 바다 신선의 뗏목이 될 만하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75번에서 이 시에 대해 다음과..
바닷가의 소나무를 읊으며영해송(詠海松) 김정(金淨) 海風吹去悲聲遠 山月高來瘦影疎賴有直根泉下到 雪霜標格未全除 해석海風吹去悲聲遠해풍취거비성원바닷바람 불어오니 슬픈 소리 멀어지고山月高來瘦影疎산월고래수영소산의 달 높이 떠오르니 수척한 그림자 옅어졌네.賴有直根泉下到뢰유직근천하도다행히 곧은 뿌리는 샘 아래까지 뻗어있어,雪霜標格未全除설상표격미전제눈과 서리로도 풍도【표격(標格): 사람의 언어와 행동거지, 그리고 태도를 가리킴[指人的言談舉止和儀態]】가 모두 없애지 못한다. 해설이 시는 기묘사화를 겪은 뒤 귀양 가서 길가에 있는 소나무를 보고 읊은 것으로, 소나무는 김정(金淨)을 형상화(形象化)하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 가니 슬픈 자신의 소리를 멀리 전하고 있고, 산 위에 높이 달이 솟아오르자 소나무의 앙상한 그림자가 ..
석주 권필을 곡하며곡석주(哭石洲) 이안눌(李安訥) 不恨吾生晩 只恨吾有耳불한오생만 지한오유이萬山風雨時 聞着詩翁死만산풍우시 문착시옹사 不恨吾生晩 只恨吾有眼불한오생만 지한오유안無復見斯人 危途涕空潸무부견사인 위도체공산 詩亡不復採民風 幾箇騷人坐此窮시망불부채민풍 기개소인좌차궁最恨靑靑鄴侯樹 只今還誤聖朝中최한청청업후수 지금환오성조중 耳不曾聞目始看 縱敎相訣語應難최한청청업후수 지금환오성조중至今淚盡悲無盡 酸在中腸苦在肝지금루진비무진 산재중장고재간 『東岳先生集』 卷之十 해석不恨吾生晩 只恨吾有耳내가 늦게 태어난 것은 한스럽지 않지만, 다만 나에게 귀가 있다는 게 한스럽네. 萬山風雨時 聞着詩翁死온 산에 바람 불고 비올 때, 시옹이 죽었단 소식을 들었으니 不恨吾生晩 只恨吾有眼내가 늦게 태어난 것은 한스럽지 않지만, 다만 나에게 눈이..
용산의 달밤에 기녀가 故 인성 정철의 사미인곡을 부르는 걸 듣고 바로 읊어 조지세 형제에게 준 시용산월야 문가희창고인성정상공사미인곡 솔이구점 시조지세곤계(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 이안눌(李安訥) 江頭誰唱美人詞 正是孤舟月落時惆悵戀君無限意 世間惟有女郞知 『東岳先生續集』 해석江頭誰唱美人詞강두수창미인사강가에서 누가 「사미인곡」을 부르나, 正是孤舟月落時정시고주월락시바로 이때는 외로운 배에 달이 질 때라네.惆悵戀君無限意추창련군무한의애달프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무한한 뜻을世間惟有女郞知세간유유녀낭지세상에서 오직 기녀만이 알아주는 구려. 『東岳先生續集』 해설이 시는 용산 달밤에 가기(歌妓)가 고 인성 정철(鄭澈)의 사미인곡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로 시를 읊어 조지세 형제에게 준 시이다..
임무숙이 삭과됐다는 걸 듣고문임무숙삭과(聞任茂叔削科) 권필(權韠) 宮柳靑靑花亂飛 滿城冠蓋媚春暉朝家共賀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石洲集』 卷之七 해석宮柳靑靑花亂飛궁류청청화난비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관개(冠蓋): 높은 벼슬아치가 타는 수레.】들이 임금님의 은혜【춘휘(春暉): 봄철의 따뜻한 볕을 들어 부모의 은혜에 비유한 것.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에, “어느 뉘라 촌초(寸草)만한 정성으로 봄볕 같은 은혜를 갚는다 하리[誰言寸草心 報得三春暉].” 하였다.】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가공하승평악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광해군의 비(妃) 유씨(柳氏)..
송강 정철 스승의 무덤을 지나며 느꺼움이 있어과정송강묘유감(過鄭松江墓有感) 권필(權韠) 空山木落雨蕭蕭 相國風流此寂寥惆悵一杯難更進 昔年歌曲卽今朝 公嘗有短歌, 道死後誰勸一杯酒之意. 『石洲集』 卷之七 해석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빈 산 나뭇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相國風流此寂寥상국풍류차적요재상의 풍류 이로부터 적막하여졌네. 惆悵一杯難更進추창일배난갱진슬프구나, 한 잔 다시 올리기 어려우나昔年歌曲卽今朝석년가곡즉금조옛 노랫가락은 곧 지금의 노랫가락이구나. 『石洲集』 卷之七 公嘗有短歌, 정철 공께서 일찍이 「장진주사(將進酒辭)」라는 단가를 지었으니, 道死後誰勸一杯酒之意. ‘사후에 누가 한 잔 술 권할까?’라는 뜻을 말했었다. 해설이 시는 스승인 정철(鄭澈)의 무덤을 지나면서 지난날 그의 풍류를 회고하며 노래한 것이다. ..
별 볼일 없어진 나를 전처럼 생각해주는 제자 상적에게 세한도발문(歲寒圖跋文) 김정희(金正喜) 시들어 버린 스승을 예전처럼 대해주는 제자야 去年以『大雲』ㆍ『晩學』二書寄來, 今年又以藕耕『文編』寄來. 此皆非世之常有. 購之千萬里之遠, 積有年而得之, 非一時之事也. 且世之滔滔, 惟權利之是趍, 爲之費心費力如此. 而不以歸之權利, 乃歸之海外蕉萃枯槁之人, 如世之趨權利者. 太史公云 “以權利合者, 權利盡而交疏” 君亦世之滔滔中一人. 其有超然自拔於滔滔, 權利之外不以權利視我耶. 太史公之言非耶!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제자의 마음에 감동하여 孔子曰: “歲寒, 然後知松栢之後凋” 松栢是毋四時而不凋者. 歲寒以前一松栢也, 歲寒以後一松栢也. 聖人特稱之於歲寒之後. 今君之於我, 由前而無可焉, 由後而無損焉. 然由前之君, 無可稱, 由後之君. 亦可見稱..
얼룩진 대나무의 원한반죽원(斑竹怨) 이달(李達) 二妃昔追帝 南奔湘水間이비석추제 남분상수간有淚寄湘竹 至今湘竹班유루기상죽 지금상죽반雲深九疑廟 日落蒼梧山운심구의묘 일락창오산餘恨在江水 滔滔去不還여한재강수 도도거불환 『蓀谷詩集』 卷之一 해석二妃昔追帝 南奔湘水間두 왕비 옛적에 순임금 따라, 남쪽 상수 사이를 달렸지.有淚寄湘竹 至今湘竹班눈물이 흘러 상수의 대나무를 적시니, 지금은 상수 대나무 얼룩져 있구나.雲深九疑廟 日落蒼梧山구의묘는 구름 깊은 곳에 있고, 창오산【창오지망(蒼梧之望): 임금의 죽음을 이르는 말. 중국의 순(舜) 임금이 창오에서 죽은 데에서 유래한다.】에선 해가 진다.餘恨在江水 滔滔去不還남은 한 강물에 있는데 도도히 흘러 돌아오질 않는구나. 『蓀谷詩集』 卷之一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遠別..
신씨의 정자에서 동생 무회를 그리며신씨정 회무회보제(愼氏亭 懷無悔甫弟) 노수신(盧守愼) 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로진평구역 강심판사정 登臨萬古豁 枕席五更淸등림만고활 침석오갱청露渚翻魚鳥 金波動月星로저번어조 금파동월성南鄕雙淚盡 北闕寸心明남향쌍루진 북궐촌심명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해석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길은 평구역에서 끝나고 강은 판사정에서 깊어진다.登臨萬古豁 枕席五更淸오르니 만고가 확 트여 잠자리는 한 밤 중에도 맑구나. 露渚翻魚鳥 金波動月星이슬 내린 강에서 물고기와 새가 노닐고 금빛 물결에 달과 별이 일렁이네.南鄕雙淚盡 北闕寸心明남쪽 고향 생각에 두 눈물은 말랐지만 북쪽 궁궐의 일편단심은 분명쿠나.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해설이 작품은 신씨의 정자에 올라 아우 무회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말을 타고 평..
천마록의 뒤에 쓰다제천마록후(題天磨錄後) 이행(李荇) 卷裏天磨色 依依尙眼開권리천마색 의의상안개斯人今已矣 古道日悠哉 사인금이의 고도일유재 細雨靈通寺 斜陽滿月臺 세우령통사 사양만월대 死生曾契闊 衰白獨徘徊사생증계활 쇠백독배회 『容齋先生集』 卷之二 해석卷裏天磨色 依依尙眼開책 속 천마의 산색 흐리나 오히려 눈앞에 펼쳐지네.斯人今已矣 古道日悠哉 이 사람 지금은 없어졌고 옛길 날로 아득해지리라. 細雨靈通寺 斜陽滿月臺 가랑비 영통사에 내리고, 비낀 해 만월대에 비치네.死生曾契闊 衰白獨徘徊죽고 살아 일찍이 보질 못하니【계활(契闊): ‘삶을 위하여 애쓰고 고생함’ 또는 ‘오래 만나지 않음’ 또는 ‘서로 연락이 끊어짐.’을 뜻한다.】, 쇠한 백발로 홀로 배회하네. 『容齋先生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박은(朴誾)이 죽고 난 후..
초여름 관아에서 짓다초하성중작(初夏省中作) 허균(許筠) 田園蕪沒幾時歸 頭白人間官念微 寂寞上林春事盡 更看疎雨濕薔薇 懕懕晝睡雨來初 一枕薰風殿閣餘 小吏莫催嘗午飯 夢中方食武昌魚 『惺所覆瓿藁』 해석田園蕪沒幾時歸전원무몰기시귀전원이 거칠어졌으니, 어느 때에 돌아갈꼬?頭白人間官念微 두백인간관념미 머리 세니 인간세상 벼슬생각이 옅어지네.寂寞上林春事盡 적막상림춘사진 적막해라. 상림원에 봄 풍경 끝났지만,更看疎雨濕薔薇 갱간소우습장미 보슬비가 다시 장미를 적셨구나. 懕懕晝睡雨來初 염염주수우래초 나른한 낮잠은 비 오고 막一枕薰風殿閣餘 일침훈풍전각여 베개엔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 전각엔 여운이 있구나. 小吏莫催嘗午飯 소리막최상오반 아전들아 일찍이 점심 먹으라 재촉하지 말게,夢中方食武昌魚 몽중방식무창어 꿈속에서 곧 무창의 물고기【무..
용만 행재소에서 하삼도의 의병들이 진출하여 한성을 공격한다는 걸 듣고서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 이호민(李好閔) 干戈誰着老萊衣 萬事人間意漸微 地勢已從蘭子盡 行人不見漢陽歸 天心錯漠臨江水 廟筭凄凉對夕暉 聞道南兵近乘勝 幾時三捷復王畿 『五峯先生集』 卷之四 해석 干戈誰着老萊衣 간과수착노래의 전쟁에 누가 노래자의 색동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 萬事人間意漸微 만사인간의점미 만사 인간의 뜻이 점점 희미해져가네. 地勢已從蘭子盡 지세이종란자진 지세는 이미 난자도【의주(義州)에서 중국의 구연성(九連城)으로 건너가는 압록강의 수중에 검동도(黔同島)와 난자도(蘭子島)의 두 섬이 있다.】로부터 끝났고, 行人不見漢陽歸 행인불견한양귀 행인은 서울로 돌아가는 이 보이질 않네. 天心錯漠臨江水 천심착막림강수 ..
안응휴에게 주다증안응휴(贈安應休) 성혼(成渾) 一區耕鑿水雲中 萬事無心白髮翁睡起數聲山鳥語 杖藜徐步繞花叢 『牛溪集』 卷之一 해석一區耕鑿水雲中일구경착수운중물가 구름 속의 한 구역에 밭 갈고 우물 파느라, 萬事無心白髮翁만사무심백발옹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네.睡起數聲山鳥語수기수성산조어두어마디 산새소리에 잠을 깨서는杖藜徐步繞花叢장려서보요화총명아주 지팡이로 천천히 걸으며 수풀 맴돈다네. 『牛溪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안응휴(천서)에게 준 시로, 안응휴에 대한 찬사(讚辭)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의 지향이기도 한 것이다. 「격양가(擊壤歌)」에서 노래한 것처럼 물과 구름 낀 가운데에서 한 패기의 밭을 갈고 우물을 파니(세속적인 관계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함), 안응휴는 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 할 수 있다(작자 자..
간성 영월루에서간성영월루(杆城詠月樓) 차천로(車天輅) 愁來徙倚仲宣樓 碧樹凉生暮色遒鼇背島空風萬里 鶴邊雲散月千秋天連魯叟乘桴海 地接秦童採藥洲長嘯一聲凌灝氣 夕陽西下水東流 『五山先生續集』 卷之二 해석愁來徙倚仲宣樓수래사의중선루근심 오면 배회하며【사의(徙倚): 배회하다.】 중선루【중선(仲宣): 삼국 시대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인 왕찬(王粲)의 자이다. 동탁(董卓)의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몸을 의탁하고 있을 적에, 유표에게 그다지 중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고향 생각이 절실해지자 성루(城樓) 위에 올라가 울울한 마음으로 고향을 생각하며 지은 「등루부(登樓賦)」에, “참으로 아름답지만 내 땅이 아니니, 어찌 잠시인들 머물 수 있으리오.[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 하였다.】에..
왕소군을 읊다 영소군(詠昭君) & 왕소군(王昭君) 이산해(李山海) 毛生見殺太無端 모연수가 죽임을 당한 것은 매우 바르지 못한 것으로 絶色由來畫最難 절색 예로부터 그리기 가장 어렵다네. 自是和戎元失策 이때로부터 오랑캐와 화친한 것이 본래 실책이니 非關萬里駄紅顔 만 리에 아리따운 소군을 보낼 필요 없었네. 三千粉黛鎖金門 삼천 궁녀들이 금문에 갇혀 咫尺無因拜至尊 지척인데도 지존 뵐 길 전혀 없었으니, 不是當年投異域 당시에 이역땅에 버려지지 않았다면, 漢宮誰識有昭君 한나라 궁궐에서 누가 왕소군을 알았겠는가. 世間恩愛元無情 세간에 은혜와 사랑은 원래 무정해서, 未必氊城是異鄕 흉노의 궁궐이 이향이라고 기필할 수 없으니, 何似深宮伴孤月 깊은 궁궐에서 외로운 달과 벗하며, 一生難得近君王 한 평생 임금을 가까이 하기 어..
10월 보름 후 비오는 날에시월망후우(十月望後雨) 최립(崔岦) 一年霖雨後西成 休說玄冥太不情正叶朝家荒政晩 飢時料理死時行 『簡易文集』 卷之六 해석一年霖雨後西成일년림우후서성한 해의 장마비가 추수【서성(西成): 가을 추수.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平秩西成.” 孔穎達疏:“秋位在西,於時萬物成熟.” *平秩: 고르게 다스리다. 『서경』 「堯典」에 나오는 平秩東作, 平秩南訛, 平秩西成 등을 가리킨다. 東作은 봄농사를 가리키고, 南訛란 여름에 만물이 장성하여 변화하는 일을 말하고, 西成은 가을의 추수를 말한다.】 뒤에 내렸지만休說玄冥太不情휴설현명태부정물의 신【현명(玄冥): 1.神名. 水神. 『左傳‧昭公十八年』:“禳火於玄冥、回祿.” 杜預注:“玄冥,水神.” / 2. 겨울 귀신의 이름. 『예기』 「월령(月令)」에 ..
우연히 읊다우음(偶吟) 송한필(宋翰弼)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화개작야우 화락금조풍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가석일춘사 왕래풍우중 『惺所覆瓿藁』 해석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꽃은 지난 밤 비에 폈고 꽃은 오늘 아침 바람에 졌다네.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가련쿠나, 한철 봄 일이 바람과 비속에 오고 가니. 『惺所覆瓿藁』 해설이 시는 우연히 읊은 것으로, 인간의 무상함을 절감하는 시이다.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이 불자 금방 그 꽃이 지고 말았다. 애달프게도 봄의 온갖 보람이 비바람 치는 속에서 잠시 왔다가 간다. 여기서의 꽃은 청춘이나 목적을 이루었을 때요, 바람은 그 달성한 것을 잃게 하는 요소, 즉 귀양살이나 가문에서 오는 한계일 것이다. 어제 얻은 목적이 오늘 아침 바로 잃게 되었으니, 인간의 삶이란 이..
홍경사에서홍경사(弘慶寺) 백광훈(白光勳)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천년유류수 락일견귀운 『玉峯詩集』 上 해석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가을 풀, 고려 때 절 그리고 부서진 비문에 담긴 학사들의 문장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천년 동안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玉峯詩集』 上 해설이 시는 가을에 홍경사에 올라 느낀 감회를 노래한 것으로, 인구(人口)에 많이 회자(膾炙)되었던 시이다. 여름에 화려했던 풀은 가을이 되자 시들어 가는데, 그 풀처럼 예전에 화려했을 홍경사가 지금은 퇴락한 채 예전 한림학사가 새긴 글만이 동강나 굴러다니는 비석에 남아 있다(그 글을 쓴 한림학사도 지금은 없다). 홍경사 앞에 흐르는 물은 천 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흘러갔으나 언제..
진사 송유순의 시에 차운하다 次宋進士惟諄韻 倦遊蹤跡倍涼涼 乞郡南還計亦長 魂夢幾驚趨魏闕 松楸稍喜近家鄕 烽殘海戍三通角 吏散鈴齋一炷香 爽氣朝來頻拄笏 美人天圖渺西方 遠地自憐無可語 仙標誰意接芳塵 湖邊擬訪禽魚社 官裏難抽簿領身 聞酒熟時寧訴病 到花開處不言貧 行春一出何妨事 與子相携寂寞濱 病起因人作遠遊 벗 때문에 병석에서 일어나 먼 여행을 떠났더니, 東風吹夢送歸舟 봄바람 꿈결에 불어 돌아가는 배를 전송하네. 山川鬱鬱前朝恨 산천은 짙푸르니 전 왕조의 한인 듯, 城郭蕭蕭半月愁 성곽은 쓸쓸하니 반달도 시름겨워하는 듯. 當日落花餘翠壁 그 날 당시의 낙화는 푸른 석벽에 남아 있고, 至今巢燕繞紅樓 지금도 둥지의 제비는 붉은 누각을 맴도네. 傍人莫問溫家事 벗이여 온조왕 옛 일은 묻지 마시라. 弔古傷春易白頭 옛날을 조문하고 봄을 애달파..
세 가지로 뻗은 소나무에 걸린 달삼차송월(三叉松月) 백광훈(白光勳) 手持一卷蘂珠篇 讀罷松壇伴鶴眠 驚起中宵滿身影 冷霞飛盡月流天 『玉峯詩集』 上 해석手持一卷蘂珠篇수지일권예주편손에 한 권 『예주편』【예주편(蘂珠篇): 도사들이 즐겨 읽는 경전으로 신선이 되었다가 학과 함께 잠이 든다고 함.】을 잡고讀罷松壇伴鶴眠 독파송단반학면 다 읽고서 소나무 단에서 학을 벗해 잠들었다가驚起中宵滿身影경기중소만신영한 밤 중에 몸에 가득한 그림자에 놀라서 깨니, 冷霞飛盡月流天 랭하비진월류천 찬 구름은 흩어진 채 달빛만 흐르네. 『玉峯詩集』 上 해설이 시는 노직(盧稙)의 여주 망포정 팔경을 노래한 것 가운데, 세 갈래로 갈라지는 남한강 곁에 있는 소나무 위에 뜬 달을 보고 노래한 것이다. 망포정에 올라 신선들이 읽는다는 『예주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