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조선 (1056)
건빵이랑 놀자
어버이를 그리며 사친(思親) 신사임당(申師任堂) 千里家山萬疊峯 歸心長在夢魂中 寒松亭畔孤輪月 鏡浦臺前一陣風 沙上白鷺恒聚散 波頭漁艇各西東 何時重踏臨瀛路 綵服斑衣膝下縫 해석 千里家山萬疊峯 천리가산만첩봉 천 리 집 산은 만 겹의 봉우리라 歸心長在夢魂中 귀심장재몽혼중 돌아갈 마음이 길이 꿈 넋 속에 있네. 寒松亭畔孤輪月 한송정반고륜월 한송정 가엔 외론 보름달 뜨고 鏡浦臺前一陣風 경포대전일진풍 경포대 앞엔 한 열의 바람 부네. 沙上白鷺恒聚散 사상백로항취산 모래 위 백로가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波頭漁艇各西東 파두어정각서동 저 어귀의 고기잡이 배는 각각 동분서주하지. 何時重踏臨瀛路 하시중답림영로 어느 때에 임영의 길을 거듭 밟아 綵服斑衣膝下縫 채복반의슬하봉 비단옷과 색동옷 입고 무릎 아래서 바느질할까? 해설 이 시는..
讀離騷有感 / 讀楚辭 次陳惟善韻 示景范求和 鳯凰高逝雀巢堂 斷雁南飛失舊行 瓊佩菲菲芳未沫 秋霖淫溢漏床床 靑楓江上未招魂 白日何時得照寃 荷蓋水車消息斷 夕陽揮淚灑乾坤 『河西全集』
題沖庵詩後 / 題忠州望京樓韻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百年許 『河西全集』
有感 忍飢獨有忘飢事 總爲生靈無處休 舍主眠來百不救 碧山蒼倒暮溪流 『南冥集』
덕산의 시냇가 정자의 기둥에 쓰다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조식(曺植)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천 석 들이 저 큰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두드려도 소리 없네.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만고에 우뚝한 천왕봉 하늘이 울려도 울리질 않네.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덕산 계정의 기둥에 쓴 것으로, 남명(南冥)의 높은 기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시이다. 십이만 근이나 되는 종은 매우 크기 때문에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거대한 종은 물론 남명 자신에 대한 비유이기도 함). 어찌하면 저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려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어떠한 상황에도 천석의 종처럼 의연함을 지키고 싶다는 자신의 이..
鷺 / 水檻觀魚 吾方憑水檻 鷺亦立沙灘 白髮雖相似 吾閑鷺不閑 『石川詩集』
秋村雜題 每憶鄒夫子 浮雲視萬鍾 自然多疾病 不是未遭逢 興發沽村酒 秋來對遠峯 三杯橫鐵笛 泓下舞神龍 江夕鳥飛疾 天淸雲去遲 荒村落照裏 古木晩秋時 我抱三年病 君多兩鬢絲 老夫遣興耳 不是愛吟詩 志興江湖遠 形隨草木衰 美人嗟已暮 楚客自生悲 密網江魚駭 機心海鳥疑 非無流水曲 何處遇鍾期 湖外成遺老 雲間擬大鵬 逍遙已成癖 奔走悔吾曾 野曠時眠犢 風高有擊鷹 今朝初衣裌 秋氣漸稜稜 詩翁催白髮 古木易秋風 淸夢遊天北 虛名滿海東 那知貧病裏 更入是非中 獨鳥暮何向 蕭條霜宇空 『石川詩集』
宿世珍第 記懷 喧然俠窟長姦私 聞道撾翁更誶箕 不受奮髥朱子猛 廟堂終要念風移 江館虛明面勢饒 客魂飄越正難聊 誰家小婦拜新月 半夜玉笙來泬㵳 後房盻盻與英英 玉軫朱絲鬪寶箏 惆悵舊聲聞法部 匹如司馬在湓城 功名不換魚腴美 杖屨爭兼駟馬憂 好管江湖閑日月 笑他羈宦雪蒙頭 徐卿積慶衮衮符 蘭夢今年得鳳雛 英物共知須早悟 屛間應已識之無 『湖陰雜稿』
春興三絶 寄李堂後 一病不知春捲序 百花剛及雨乾時 騷人枉被多情思 瘦盡腰圍不自持 結習憐君苦未除 窮年兀兀坐攤書 閑情不管長安柳 風絮飄揚遠別餘 花滿園林葉未齊 恰回殘夢有鶯啼 蝦鬚不礙東風過 無柰輕陰壓額低 『湖陰雜稿』
산 살이 산거(山居) 서경덕(徐敬德) 기일(其一) 雲巖我卜居 端爲性慵疏 운암아복거 단위성용소 林坐朋幽鳥 溪行伴戲魚 림좌붕유조 계행반희어 閒揮花塢帚 時荷藥畦鋤 한휘화오추 시하약휴서 自外渾無事 茶餘閱古書 자외혼무사 다여열고서 기이(其二) (明詩綜 簇作色 面作近 絃咽作聲到 朝作晨 好作閒) 花潭一草廬 瀟洒類僊居 화담일초려 소쇄류선거 山簇開軒面 泉絃咽枕虛 산족개헌면 천현열침허 洞幽風淡蕩 境僻樹扶疏 동유풍담탕 경벽수부소 中有逍遙子 淸朝好讀書 중유소요자 청조호독서 『花潭先生文集』 卷之一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題虛白堂 在海州 虛白堂中憑几人 一生心事澹無塵 太平歌管來飄耳 便作羲皇以上身 『花潭集』
大興洞 紅樹映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陡覺心淸淨 『花潭集』
遣懷 庚辰三月上旬 海國恒陰翳 荒村盡日風 知春花自發 入夜月臨空 鄕思千山外 殘生絶島中 蒼天應有定 何用哭途窮 少年師古訓 意拙謾多癡 道在名何用 官成殆亦隨 世事應前定 行身未早知 餘生倘有悔 來日庶能追 『冲庵集』
綾城累囚中 誰憐身似傷弓鳥 自笑心同失馬翁 猿鶴定嗔吾不返 豈知難出覆盆中 『靜菴集』
도중에 즉시 적다 도중즉사(途中卽事) 김안국(金安國) 天涯遊子惜年華 千里思歸未到家 一路東風春不管 野桃無主自開花 『慕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天涯遊子惜年華 천애유자석년화 하늘 끝 돌아다니니 흘러가는 시간[年華]이 아쉬워 千里思歸未到家 천리사귀미도가 천 리의 돌아갈 생각하지만 집엔 돌아가지 못하네. 一路東風春不管 일로동풍춘불관 온 길에서 봄바람을 봄이 관여치 않지만 野桃無主自開花 야도무주자개화 들의 복사나무 주인 없는데 절로 꽃을 피웠네. 『慕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1506년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원접사(遠接使)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의주에 갔다가 도중에 지은 것으로, 봄이지만 타향에 있어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신세를 노래하고 있다. 중국 사신을 맞이하려고 하늘 끝인 의주에 있는 자신은 가는 세월이 ..
김해 분성에서 이별하며 주다 분성증별(盆城贈別) 김안국(金安國) 燕子樓前燕子飛 落花無數惹人衣 東風一種相離恨 腸斷春歸客又歸 『慕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燕子樓前燕子飛 연자루전연자비 연자루 앞에 제비 날고 落花無數惹人衣 락화무수야인의 무수히 떨어지는 꽃잎에 사람옷엥 엉기네. 東風一種相離恨 동풍일종상리한 봄바람이 일제히 서로 이별하는 한을 심으니 腸斷春歸客又歸 장단춘귀객우귀 애끊네. 봄이 돌아가니 손님 또한 돌아가네. 『慕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1511년 일본 사신 붕중(弸仲)을 전송하려고 김해에 들렀을 때 분성에서 이별하면서 지은 시이다. 김해 도호부 호계 위에 있는 연자루 앞에 제비가 날고, 지는 꽃은 무수하여 사람의 옷에 달라붙었다(연자루 주변 봄에 대한 경치를 노래한 寫景 부분). 봄바람은 언제..
忠州南樓 次李尹仁韻 肩輿樓下謾頻過 高榻樓中興且多 西北二江流太古 東南雙嶺鑿新羅 煙和暮堞棲鴉噪 月照寒閻杵婦歌 佩印故州寧有此 端將晝錦嚮人誇 『訥齋集』
登彈琴臺 次鄭承旨雲卿韻 雨添新水漲龍潭 沙背崩摧一半侵 詩債滿江休準備 琴仙隨鶴可推尋 漁翁擧網驚呼雋 溪女挐舟笑墮簪 落日正酣賓主興 煙生洲渚欲平沈 『訥齋集』
獨酌有感 薄酒時多酌 强腸日九回 道爲當世棄 迹或後人哀 與歸生芳草 春愁付落梅 百年湖海願 莫愛二毛催 『容齋集』
次霜月韻 晩來微雨洗長天 入夜高風捲暝煙 夢覺曉鐘寒微骨 素娥靑女鬪嬋娟 『容齋集』
陜川聞子規 江陽春色夜凄凄 睡罷無端客意迷 萬事不如歸去好 隔林頻聽子規啼 『容齋集』
萬里瀨 大隱岩前雪 春來又一奇 偶因淸興出 不與主人期 獨立鳴禽近 長吟下筆遲 君家容放曠 却恐駭今時 醉嚼岩間雪 狂遺頭上巾 時應投懶散 境自着淸眞 澗曲音生石 松高影落茵 小詩偸勝景 君婦豈余嗔 『挹翠軒遺稿』
새벽에 바라보며曉望 曉望星垂梅 樓高寒襲人 乾坤身外大 鼓角坐來頻 遠岫看如霧 喧禽覺已春 宿醒應自解 詩興漫相因 『挹翠軒遺稿』
謾成 老㤼風霜病益頑 一簷朝旭坐蒲團 隣僧去後門還掩 只有山雨過石欄 『忘軒遺稿』
스님에게 주다寄僧 鐘聲鼓月落秋雲 山雨翛翛不見君 鹽井閉門猶有火 隔溪人語夜深聞 浮世餘生秋後蜩 百年雙鬢已蕭蕭 樽前淚落月如晝 鵩鳥亂呼淸夜遙 『忘軒遺稿』
扶餘懷古次稼亭韻 扶蘇之陽泗泚河 何年南渡來爲家 謾憑城池搆釁怨 挐兵不念瘡痍多 君臣酣宴時遠略 萬騎壓境來唐羅 牽羊銜璧事已急 可憐倉皇張麗華 香鈿翠翹墮巖底 驚魂飄散隨風花 不用忠言悔噬臍 至今荊棘悲銅駝 地下累臣目不暝 悽涼麥秀聞哀歌 衮衮興亡天亦老 靑山脈脈江生波 『梅溪集』
題沙斤驛亭 乾坤眞逆旅 無處不居停 往者猶來者 長亭復短亭 遙空孤雁度 薄暮數峯靑 一枕南柯夢 斜陽欲半庭 『㵢谿集』
새재에 올라 등조점(登鳥岾) 유호인(兪好仁) 凌晨登雪嶺 春意政濛濛 능신등설령 춘의정몽몽 北望君臣隔 南來母子同 북망군신격 남래모자동 蒼茫迷宿霧 迢遞倚層空 창망미숙무 초체의층공 更欲裁書札 愁邊有北鴻 갱욕재서찰 수변유북홍 『㵢谿集』 卷之五 해석 凌晨登雪嶺 春意政濛濛 새벽을 타고 눈 내린 새재에 올랐지만 봄의 뜻이 정히 뿌옇네. 北望君臣隔 南來母子同 북으로 바라보니 군신 간이 막혀 있고 남으로 오니 모자가 함께 하네. 蒼茫迷宿霧 迢遞倚層空 아득하여[蒼茫] 묵은 이슬에서 헤매고 아스라이[迢遞] 층층의 허공에 기대네. 更欲裁書札 愁邊有北鴻 다시 편지 쓰려 하지만 근심의 끝에 북쪽 기러기 있네. 『㵢谿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조령에 올라 지은 시로, 임금에 대한 충성과 어버이에 대한 효도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구미시 낙동강 연안의 보천탄에서 곧바로 쓰다보천탄즉사(寶泉灘卽事) 김종직(金宗直) 桃花浪高幾尺許 狠石沒頂不知處 兩兩鸕鶿失舊磯 啣魚却入菰蒲去 江邊宕子何日到 商婦空依柁樓老挾岸萋萋送暖香 來牟亦是王孫草 『佔畢齋集』 卷之十九 해석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복사꽃 뜬 물결의 높이 몇 척 쯤인가?狠石沒頂不知處 한석몰정부지처 엎드린 양처럼 생긴 돌[狠石]의 머리쪽이 잠겨 어딘지 모르겠네. 兩兩鸕鶿失舊磯양양로자실구기쌍쌍의 가마우지는 옛 물가를 잃어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물고리를 물고 부들로 들어가네. 江邊宕子何日到 강변탕자하일도 강가의 호탕한 이는 어느 때 이를까?商婦空依柁樓老상부공의타루로장사하는 아낙은 부질없이 키를 잡는 선실에 기대어 늙어가네. 挾岸萋萋送暖香 협안처처송난향 낀 언덕의 무성한 풀들이[萋萋] 따뜻한 향기..
二月三十日將入京 强爲妻孥計 虛抛故國春 明朝將禁火 遠客欲沾巾 花事看看晩 農功處處新 羞將湖海眼 還眯市街塵 『佔畢齋集』
잠깐 개었다가 잠깐 비오네 사청사우(乍晴乍雨) 김시습(金時習) 乍晴乍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是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갰다가 잠깐 비왔다가 비가 왔다가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자연의 도는 오히려 그러하지만 하물며 세상의 정은 오죽할까? 譽我便是還毁我 예아변시환훼아 나를 칭찬하다가 곧바로 다시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명예에서 도망쳤다가 도리어 스스로 명예를 구하지.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꽃의 피고 짐을 봄이 어찌 관리하겠으며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구름의 가고 옴을 산은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말을 부치니 세상사람들이여 반..
何處秋深好 何處秋深好 漁村八九家 淸霜明柿葉 綠水漾蘆花 曲曲竹蘺下 斜斜苔徑賒 西風一釣艇 歸去逐煙霞 何處秋深好 秋深隱士家 新詩題落葉 夕飡掇籬花 木脫千峯瘦 苔斑一路賒 道書堆玉案 瞋目對朝霞 何處秋深好 秋深商旅家 石橋留月色 楓樹染霜花 孤館三年夢 離亭十里賒 關山何處是 遙望隔雲霞 『東文選』
留義州待使臣次朴判書(元亨)韻 隔江西岸是中華 望斷星軺日又斜 賴有澆愁三斗酒 醉來唯覺眼生花 旅館偏驚變物華 風吹柳幕翠欹斜 山城地僻餘寒在 五月初看芍藥花 憑軒坐睡夢京華 滿院薰風燕子斜 已過麥秋歸未得 蓮塘怕是又開花 『三灘集』
早朝 東華待漏曙光催 萬戶天門次第開 雙鳳遙瞻扶玉輦 九韶還訝上瑤臺 香煙殿上霏如霧 淸蹕雲間響作雷 聖代卽今歌四海 盡敎殊俗奉琛來 『三灘集』
梅 黃昏籬落見橫枝 緩步尋香到水湄 千載羅浮一輪月 至今來照夢醒時 『東文選』 인용 성수시화
병 들어 우연히 읊어 시를 완성하며병여 음성사절(病餘 吟成四絶) 강희맹(姜希孟) 楊柳凝煙翠幕低 新荷出水葉初齊 滿庭綠樹重陰合 忽有黃鸝來上啼 盡日閑眠獨掩扉 楊花攪亂逐人飛 肯將多病干時用 留取殘生付釣磯 身閒不作皺眉事 性懦從敎唾面羞 萬事一心無喜慍 不妨隨意傍林丘 南窓終日坐忘機 庭院無人鳥學飛 細草暗香難覓處 淡煙殘照雨霏霏 『私淑齋集』 卷之一 해석楊柳凝煙翠幕低 양류응연취막저버들개지가 안개에 엉겨 비취색 장막에 낮게 드리워졌고新荷出水葉初齊 신하출수엽초제새 연꽃이 물에서 나오니 잎사귀가 처음으로 가지런하네. 滿庭綠樹重陰合 만정록수중음합뜰에 가득한 푸른 나무에 거듭 음기가 합해지다가忽有黃鸝來上啼홀유황리래상제갑자기 노란 꾀꼬리가 위로 날아와 울어대네. 盡日閑眠獨掩扉 진일한면독엄비진종일 한가롭게 졸며 홀로 사립문 닫아놓았는데楊花..
次韻金太守詠田家 流水涓涓泥沒蹄 煖烟桑枯懿鳩啼 阿翁解事阿童健 喿竹通泉過岩酉 『東文選』
題客館 鶴城形勝擅東南 晚倚蘭舟興轉酣 樓敵岳陽天下一 地鄰蓬島海中三 蛟潛幽壑時時舞 鴈度靑江字字涵 安得長風能破浪 遠遊情思滿歸帆 『四佳集』
잠 자다가 일어나서睡起 簾影深深轉 荷香續續來 夢回高枕上 桐葉雨聲催
上霽雲樓 天極頭流倚半空 湖南一望彩雲中 試登樓上憑軒看 千古蒼顔面面同 『保閑齋集』
阿赤河陣中 虜中霜落鐵衣寒 突騎縱模百里間 夜戰未休天欲曉 臥看星斗正闌干 『保閑齋集』
산수화를 보고 지은 제화시 제화산수(題畫山水) 강희안(姜希顔) 仙山欝岧嶢 雲氣連蓬瀛 선산울초요 운기련봉영 茅亭隱巖下 綠竹繞簷楹 모정은암하 록죽요첨영 高人奏綠綺 細和松風淸 고인주록기 세화송풍청 彈成太古曲 超然悟長生 탄성태고곡 초연오장생 峯巒高崒嵂 飛泉瀉天渠 봉만고줄률 비천사천거 噴薄千萬丈 可望不可居 분박천만장 가망불가거 騎驢者誰子 咫尺行趑趄 기려자수자 지척행자저 長嘯一回首 天地眞籧篨 장소일회수 천지진거저 『東文選』 卷之五 해석 仙山欝岧嶢 雲氣連蓬瀛 신선 산이 울창하고 깎아지는 듯하니 구름 기운이 봉래(蓬萊)와 영주(瀛州)에 이어져 있네. 茅亭隱巖下 綠竹繞簷楹 띠풀 정자는 바위 아래 숨었고 푸른 대나무는 처마 기둥을 에워쌌네. 高人奏綠綺 細和松風淸 고상한 사람이 녹기금(綠綺琴)을 연주하니 세밀하고 솔바람과 ..
蔡子休求畵 作 靑山白雲圖 一幅 因題其上 江上峯巒合 江邊木樹平 白雲迷遠近 何處是蓬瀛
수묵로도水墨鷺圖 雪作衣裳玉作趾 窺魚蘆渚幾多時 偶然飛過山陰縣 誤落羲之洗硏池 『六先生遺稿』 先生嘗赴燕京 有人請題白鷺圖 先生走筆 先成二句曰云云 於是出畫示之 乃水墨圖也 遂是之曰 偶然飛過山陰縣 誤落羲之洗硯池 華人驚服 稗官雜記
스님의 시축에 쓰다제승축(題僧軸) 임유후(任有後)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小華詩評』 해석山擁招提石逕斜산옹초제석경사산이 감싼 사찰로 돌길이 비껴났는데洞天幽杳閟雲霞동천유묘비운하별천지【동천(洞天): 신선이 사는 곳】가 그윽하게 구름 속에 숨어 있네.居僧說我春多事거승설아춘다사거처하던 스님이 나에게 말하네. “봄이라 일이 많아요. 門巷朝朝掃落花문항조조소락화아침마다 절문 앞 낙화를 쓸어야 하거든요.” 『小華詩評』 해설사방 산으로 둘려, 외계(外界)와 절연(絶緣)되어 있는 별천지(別天地)! 하늘로만 트여 있는 골짜기엔 하늘로 오르내리는 통로인 양, 돌길이 비껴 있다. 이런 외딴 곳이건만 그래도 못 놓인다는 듯, 항시 구름과 놀이 동천(洞天)을 가리어, 절의 소재(所在)를 감추고 있다..
새벽에 앉아 회포를 적다 효좌서회(曉坐書懷) 박제가(朴齊家) 掘地得黃金 万匀空餓死 굴지득황금 만근공아사 入海採明珠 百斛換狗矢 입해채명주 백곡환구시 狗矢尙可糞 明珠其奈何 구시상가분 명주기내하 陸貨不通燕 海賈不踰倭 육화불통연 해가불수왜 譬如野中井 不汲將自渴 비여야중정 불급장자갈 安貧不在寶 生理恐日拙 안빈불재보 생리공일졸 太儉民不樂 太窶民多竊 태검민불락 태구민다절 『貞蕤閣』 二集 해석 掘地得黃金 万匀空餓死 땅을 파 황금 얻어 만균이어도 부질없어 아사하고 入海採明珠 百斛換狗矢 바다 들어가 명주 캐어 백곡이어도 개똥과 교환한다네. 狗矢尙可糞 明珠其奈何 개똥은 오히려 비료가 될 수 있지만 명주는 어디에 쓰랴. 陸貨不通燕 海賈不踰倭 육지의 재화가 연나라에 통하지 않고 바다의 물건 왜로 건너가지 못하니. 譬如野中井 不..
바다마을에 방조제를 만들다 해거방축(海居防築) 이익(李瀷) 穿渠移圃築防潮 鹹減禾生盡沃饒 聚落仍成居井井 鋤耰何患莠驕驕 誰敎山澤無遺利 可見平蕪免浪拋 碧海桑田容易變 良謀輸與訪芻蕘 『星湖先生全集』 卷之四 해석 穿渠移圃築防潮 천거이포축방조 도랑 뚫고 채마밭 옮겨 방조제를 만드니 鹹減禾生盡沃饒 함감화생진옥요 소금기 줄어 벼가 나와 다 풍요롭네. 聚落仍成居井井 취락잉성거정정 취락이 이내 만들어져 거주지 정돈하고【정정(井井): 용모가 정돈되고 가지런한 것[容整齊]】 鋤耰何患莠驕驕 서우하환유교교 호미와 곰방메로 어찌 가라지 무성함【교교(驕驕): 풀이 무성하고 높다란 모양[草盛且高貌]】을 근심하랴. 誰敎山澤無遺利 수교산택무유리 누가 산과 연못이 남김 없는 이익을 내게 하여 可見平蕪免浪拋 가견평무면랑포 풀 무성한 평지 함부..
가난한 계집의 노래빈녀음(貧女吟) 허난설헌(許蘭雪軒) 豈是乏容色 工鍼復工織 기시핍용색 공침부공직 少小長寒門 良媒不相識소소장한문 량매불상식 不帶寒饑色 盡日當窓織 부대한기색 진일당창직 惟有父母憐 四隣何曾識유유부모련 사린하증식 夜久織未休 戞戞鳴寒機 야구직미휴 알알명한기 機中一匹練 終作阿誰衣기중일필련 종작아수의 手把金剪刀 夜寒十指直 수파금전도 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 年年還獨宿 위인작가의 년년환독숙 『蘭雪軒詩集』 해석豈是乏容色 工鍼復工織 어찌 얼굴색이 떨어지리오. 바느질 솜씨 좋고 다시 길쌈 솜씨도 좋은데少小長寒門 良媒不相識어려서 한미한 집안에서 자라나 좋은 중매쟁이 서로 모른다네요. 不帶寒饑色 盡日當窓織 춥고 굶주린 안색 띠지 않고 진종일 마땅히 창가에서 길쌈한다네.惟有父母憐 四隣何曾識오직 부모님만이 가련하다 하..
화석정에서(8세에 짓다)화석정(花石亭, 八歲作) 이이(李珥) 林亭秋已晚 騷客意無窮림정추이만 소객의무궁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원수연천벽 상풍향일홍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새홍하처거 성단모운중 『栗谷先生全書』 卷之一 해석林亭秋已晚 騷客意無窮숲 정자의 가을이 이미 늦으니 시인의 뜻 무궁하여라.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머나먼 물은 하늘에 연이어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네.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내.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변방의 기러기 어느 곳으로 가는지 새소리 저물녘 구름 속에 사라지네. 『栗谷先生全書』 卷之一 해설이 시는 율곡(栗谷)이 8세에 파주에 있는 화석정에 올라 지은 시이다.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이 쓴 「문성..
어머니와의 이별에 눈물 흘리며 읍별자모(泣別慈母) 신사임당(申師任堂)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情 回首北邨時一望 白雲飛下暮山靑 『栗谷先生全書』 卷之十八 해석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림영 학처럼 머리 쇤 어머니 임영【임영(臨瀛): 강릉의 별호(別號).】에 계시니,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몸은 서울로 향해 홀로 정을 떠나보내네. 回首北邨時一望 회수북촌시일망 고개 돌려 북촌을 한 번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나는 밑에 저물녘 산은 푸르기만 해. 『栗谷先生全書』 卷之十八 해설 이 시는 38세에 시댁(媤宅)으로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으면서 친정을 바라보고 지은 것으로, 어머니와 작별하고 떠나는 애틋한 심정이 잘 드러난 시이다. 나이 드신 어머님은 강릉 땅에 그냥 계신다. 흰머리가 나신..
고려의 수도에서 회고하며송도회고(松都懷古) 권겹(權韐) 雪月前朝色 寒鐘故國聲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남루수독립 잔곽모연생 해석雪月前朝色 寒鐘故國聲눈 속의 달은 고려의 빛, 서늘한 종소리는 옛 나라의 소리.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남루에 근심스레 홀로 서 있으니 스러진 성곽엔 저녁 안개 피어나네. 해설작자는 시방 고려 유구(遺構)인 남루의 다락에 올라, 모색이 짙어가는 폐허를 굽어보며,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천고 역사의 감회에 젖어 있다. 멀리 어느 고찰에선가, 고려를 통곡하듯 싸느라이 떨어 우는 범종 소리, 느린 간격으로 들려오고, 폐허를 덮어 가리어 당시를 재현해 놓은 듯한 설경(雪景)의 고도(古都)에, 달빛은 예런듯 밝아 있는데, 오백년 왕업(王業)을 둘러, 피의 공방(攻防)을 거듭하다 이제..
봄을 바라보며 춘망(春望) 두보(杜甫)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봉화연삼월 가서저만금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백두소갱단 혼욕불승잠 해석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나라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 봄 성엔 초목만 무성해.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때에 느꺼워 꽃을 대해도 눈물 쏟아지고 이별 한스러워 새 보아도 마음 놀라네.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봉화가 석 달 이어지니 집의 편지 만금의 값어치네.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흰머리 긁으니 더욱 짧아져 가지런히 하고자 하나 비녀 이기질 못해.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미학산책 一字師 이야기 98년 6번 00년 5번 10년 32번
느지막하게 백운계에서 다시 서강의 입구에 이르러 잠시 소나무 그늘에 누워서 짓다 만자백운계 부지서강구 소와송음하작(晩自白雲溪 復至西岡口 少臥松陰下作) 이서구(李書九) 家近碧溪頭 日夕溪風急 가근벽계두 일석계풍급 脩林不逢人 水田鷺影立 수림불봉인 수전로영립 時向返照中 獨行靑山外 시향반조중 독행청산외 鳴蟬晩無數 隔樹飛淸籟 명선만무수 격수비청뢰 讀書松根上 卷中松子落 독서송근상 권중송자락 支筇欲歸去 半嶺雲氣作 지공욕귀거 반령운기작 『惕齋集』 卷之一 해석 家近碧溪頭 日夕溪風急 집은 푸른 시내 언저리에 가까워 저녁이면 시내의 바람이 거세네. 脩林不逢人 水田鷺影立 숲에선 사람 만나지 못했는데 논엔 해오라기 그림자 서 있구나. 時向返照中 獨行靑山外 때는 석양을 향하는데 홀로 청산 밖을 거니네. 鳴蟬晩無數 隔樹飛淸籟 매미 ..
새벽에 연안을 출발하며효발연안(曉發延安) 이덕무(李德懋) 不已霜鷄郡舍東 殘星配月耿垂空蹄聲笠影矇矓野 行踏閨人片夢中 『靑莊館全書』 卷之九 해석不已霜鷄郡舍東불이상계군사동새벽닭 울음소리 고을 동쪽에서 그치질 않고殘星配月耿垂空잔성배월경수공스러지는 별빛이 달과 짝하여 밝게 허공에 드리워졌네.蹄聲笠影矇矓野제성립영몽룡야말발굽 소리와 삿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行踏閨人片夢中행답규인편몽중규방의 여인 조각 꿈속으로 밟으며 간다. 『靑莊館全書』 卷之九 해설이 시는 연안을 떠나며 지은 시이다. 관아의 동편에서 새벽닭 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자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인 것이다. 방 안에 여인을 두고 밖으로 나오니, 샛별 하나가 달과 함께 하늘에 드리워 반짝이고 있다(반짝이는 별은 여인의 눈빛이기도 하다). 삿갓을 쓰고..
농촌에서 짓다 題田舍 荳殼堆邊細逕分 콩 껍질 쌓인 곁에 샛길 나눠지고 紅暾稍遍散牛群 노을 점점 퍼지니 소떼 흩어진다. 娟靑欲染秋來岫 곱고도 푸른 가을이 소매로 들어오고 물들이려하고, 秀潔堪餐霽後雲 빼어나고도 깨끗한 비 갠 뒤 구름 먹을 만하네. 葦影幡幡奴鴈駭 갈대 그림자 일렁이니 기러기들 놀라고 禾聲瑟瑟婢魚紛 벼 소리 쏴아악 일어나니 붕어 소란 떤다. 山南欲遂誅茅計 산 남쪽에 마침내 초가집 지을 계책이 섰으니 願向田翁許半分 농부에게 반절만 나눠줄 수 있냐고 해봐야지. 『靑莊館全書』 霜朝苕帚縛麤麤 佃客除場守酒壺 菁葉禦冬懸敗壁 楓板賽鬼揷寒厨 田家古董灰靑椀 邨女莊嚴火色珠 綿帽二翁低耳話 使君新到政平無 紅米爲醪暖欲霞 氊冠學究日相過 園丁斫荻腰鎌憇 溪女挑綿首帕歌 唼稻霜陂驅白雁 蔭猫陽塢護黃花 旅愁消遣它鄕話 卧聽深深土築..
연암이 돌아가신 형님을 그리며연암억선형(燕岩憶先兄) 박지원(朴趾源) 我兄顔髮曾誰似 每憶先君看我兄今日思兄何處見 自將巾袂映溪行 『燕巖集』 卷之四 해석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우리 형의 모습이 일찍이 누구와 비슷한가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매번 아버지 생각날 땐 우리 형 보았지.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오늘 형님 생각나는데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나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스스로 옷매무새 고쳐 시냇가로 가서 비춰보네. 『燕巖集』 卷之四 해설이 시는 홍국영(洪國榮)의 핍박을 견딜 수 없어 개성 외곽에 있는 연암에 숨어 살 때 선형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과정록(過庭錄)』 권(卷) 1에 의하면, 정조 11년(1787) 연암의 형 박희원(朴喜源)이 향년 58세로 별세하여 연암협(燕巖峽)의 집 뒤에 있던 부인 이..
매화 매(梅) 이광려(李匡呂) 滿戶影交修竹枝 夜分南閣月生時 此身定與香全化 與逼梅花寂不知 煖閣重屛勤護惜 寸根培植占天寒 靑枝蓓蕾無南北 春著藏梅摠一團 『李參奉集』 卷一 해석 滿戶影交修竹枝 만호영교수죽지 문에 가득 찬 그림자가 대나무 가지에 아롱지고, 夜分南閣月生時 야분남각월생시 한밤 중 남쪽 누각에 달이 솟을 때에, 此身定與香全化 차신정여향전화 이 몸은 정히 향기와 혼연일체 되어 與逼梅花寂不知 여핍매화적부지 매화에 다가가도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하네. 煖閣重屛勤護惜 난각중병근호석 따뜻한 난간과 겹겹이 병풍으로 근면히 아쉬움을 보호하고, 寸根培植占天寒 촌근배식점천한 마디 뿌리를 북돋워 심어 한기를 점령한다네. 靑枝蓓蕾無南北 청지배뢰무남북 푸른 가지 꽃망울은 남북이 따로 없으니, 春著藏梅摠一團 춘저장매총일단 봄이..
길가에서 본 것노상소견(路上所見) 강세황(姜世晃) 凌波羅襪去翩翩 一入重門便杳然惟有多情殘雪在 屐痕留印短墻邊 해석凌波羅襪去翩翩능파라말거편편비단 버섯 신고 사뿐사뿐一入重門便杳然일입중문변묘연한 번 중문에 들어가선 곧 정적만 흘러惟有多情殘雪在유유다정잔설재오직 다정한 정만 잔설에 남아屐痕留印短墻邊극흔류인단장변신발 흔적이 오래도록 짧은 담장 가에 찍혀 있네. 해설이 시는 길을 가다가 어느 여인을 보고 노래한 시이다. 비단 버선을 신은 어느 여인이 밖으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사뿐사뿐 걸어서 집으로 들어간 뒤로는 자취가 사라져 버렸다. 여인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대문은 끝내 열리지 않고 무정한 여인과는 달리, 오직 잔설만은 정이 많아 담장 가 눈 위에 여인의 발자국이 뚜렷이 찍혀 남아 있다.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
관서악부(關西樂府)⑩ 신광수(申光洙) 그대와 나 羊皮褙子壓身輕 月下西廂細路明 暗入冊房知印退 銀燈吹滅閉門聲 『石北先生文集』 卷之十 해석羊皮褙子壓身輕양피배자압신경양 가죽 속적삼을 여미니 몸은 가볍고,月下西廂細路明 월하서상세로명 달이 서쪽 행랑으로 지니 골목길 분명쿠나.暗入冊房知印退암입책방지인퇴통인(通引)【통인(通引): 지방 관아의 관장(官長)에 속해 잔심부름하는 사람을 말한다】이 가자 몰래 책상으로 들어가니 銀燈吹滅閉門聲은등취멸폐문성은촛대의 등불이 문 닫는 소리에 꺼지네. 『石北先生文集』 卷之十 해설기생이 털을 대어 만든 조끼 모양의 양 가죽으로 만든 배자를 입으니, 몸이 가볍다. 아마 밤길을 가기 위해 가벼운 차림을 한 것이리라. 달빛에 비춰진 서쪽 별채로 책방 도령을 만나러 가는 샛길이 훤하게 밝다. 수..
관서악부(關西樂府)⑦ 신광수(申光洙) 조천석을 바라보며 朝天舊事石應知 故國滄桑物不移城下滿江明月夜 豈無麟馬往來時 『石北先生文集』 卷之十 해석朝天舊事石應知조천구사석응지하늘을 조회하던 옛 일 바위가 응당 알겠지.故國滄桑物不移고국창상물불이옛 나라는 상전벽해 됐지만 물건은 바뀌질 않아城下滿江明月夜성하만강명월야성 아래 물 가득한 대동강 달 밝은 밤에豈無麟馬往來時기무린마왕래시어찌 기린말 가서 오지 않는가? 『石北先生文集』 卷之十 해설이 시는 평양감사로 가는 채제공(蔡濟恭)을 위해 지은 「관서악부」 108수 가운데 65수로, 이색의 「부벽루(浮碧樓)」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대동강 부벽루의 한시 기행전문
협곡에서 본 것협구소견(峽口所見) 신광수(申光洙) 靑裙女出木花田 田客回身立路邊白犬遠隨黃犬去 雙還更走主人前 『石北先生文集』 卷之五 해석靑裙女出木花田 청군녀출목화전 청색 치마의 아낙 목화밭에서 나오다가田客回身立路邊전객회신립로변밭 손님과 마주쳐 몸을 돌려 길 가에 서 있네.白犬遠隨黃犬去 백견원수황견거 백구는 멀리 누렁이 따라 갔다가雙還更走主人前쌍환갱주주인전두 마리 함께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 오누나. 『石北先生文集』 卷之五 해설이 시는 골짜기 입구에서 본 광경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푸른 치마를 입은 여자가 목화밭에서 목화를 따다가 나왔는데, 낯선 사내가 보이자 남녀유별(男女有別)이라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다. 흰 개가 멀리서 누런 개와 함께 노닐다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듯 짝지어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가..
시골집전가(田家) 이용휴(李用休)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𢾡𢿜集』 해석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며느리는 앉아 아이 머리 땋고 노인은 외양간 쓰네.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뜰엔 밭에서 잡은 소라 껍질 쌓여 있고, 부엌엔 밭의 마늘 뿌리 남아 있구나. 『𢾡𢿜集』 해설이 시는 농부의 집을 형상화한 것이다. 며느리는 쭈그리고 앉아 딸의 머리를 예쁘게 땋고 있는데, 허리가 굽은 시아버지는 소 우리의 분뇨를 치우고 있다. 뜰에는 논에서 잡아먹고 남은 우렁이 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부엌에는 마늘을 따고 남은 대가 널려 있다(우렁이 껍질은 잘게 부수어서 거름으로 쓰고, 마늘대는 말려서 불 때는 데 쓰인다. 며느리의 남편인 아들은 들일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원주..
산촌의 집을 방문하다방산가(訪山家) 이용휴(李用休) 松林穿盡路三丫 立馬坡邊訪李家 田父擧鋤東北指 鵲巢村裏露榴花 『靑莊館全書』 卷三十五 해석松林穿盡路三丫 송림천진로삼아 소나무 숲길 지나니 세 갈래 갈림길立馬坡邊訪李家 립마파변방이가 언덕에 말 세우고 이가네 집 찾아가네.田父擧鋤東北指 전부거서동북지 밭일하던 할아버지 호미 들고 동북쪽을 가리키니, 鵲巢村裏露榴花작소촌리로류화까치 둥지 있는 마을, 석류꽃 보이는 집. 『靑莊館全書』 卷三十五 해설이 시는 벗이 있는 시골집을 방문하면서 지은 시이다. 말을 타고 소나무 숲을 지나니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언덕 가에 말을 세우고 언덕에 올라 친구집을 찾아본다. 그래도 알 수 없어 주변에 있는 농부에게 물었더니, 농부는 호미를 들어 친구의 집이 있는 ..
문주에 부임하는 탁경 김조윤을 전송하며송김탁경지임문주(送金擢卿之任文州) 이용휴(李用休) 搏兔與搏象 獅子用全力 박토여박상 사자용전력 無論官大小 惟當盡其職무론관대소 유당진기직 勿以官視官 官事卽家事물이관시관 관사즉가사此義久不講 所以無善治차의구불강 소이무선치 監司書上考 御史奏異政감사서상고 어사주리정不如窮村民 相對頌治行불여궁촌민 상대송치행 失手誤觸刺 不覺發通聲실수오촉자 불각발통성須念訟庭下 露體受黃荊수념송정하 로체수황형 四窮君居二 其苦心自知사궁군거이 기고심자지窮民各有苦 所宜軆認之궁민각유고 소의체인지 取財旣傷廉 取名亦好勝취재기상렴 취명역호승但爲所當爲 自有神明聽단위소당위 자유신명청 蜜蜂喧蕎花 茭雞出䆉稏밀봉훤교화 교계출파아謂御且徐驅 恐傷田畔稼위어차서구 공상전반가 『𢾡𢿜集』 해석搏兔與搏象 獅子用全力 토끼 잡을 때와 코끼리..
광주 분원에서 20여일 머물며 무료한 중에 두보의 기주가체(夔州歌體)를 본 떠 우리말을 섞어 장난삼아 절구를 짓다 주분원이십여일 무료중효두자미기주가체 잡용리어 희성절구(住分院二十餘日 無聊中效杜子美夔州歌體 雜用俚語 戱成絶句) 이하곤(李夏坤) 宣川土色白如雪 御器燔成此第一 監司奏罷蠲民役 進上年年多退物 御供器皿三十種 本院人情四百駄 精粗色樣不須論 直是無錢便罪過 『頭陀草』 冊三 해석 宣川土色白如雪 선천토색백여설 선천의 흙 색깔은 희어 눈 같네. 御器燔成此第一 어기번성차제일 임금의 그릇이 구워 만들어지는데 여기 것이 제일이야. 監司奏罷蠲民役 감사주파견민역 감사가 주청(奏請)하길 마치면 백성들의 부역이 줄어들려나. 進上年年多退物 진상년년다퇴물 진상품이 해마다 퇴짜 맞는 그릇이 많은데. 御供器皿三十種 어공기명삼십종 임금..
내가 남쪽으로 온 지 수년째, 그때에 재상에게 배척으로 연이어 글을 써서 면직을 요청하느라 여러 읍에 순행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벼슬을 그만둬, 부질없이 7언절구를 지어, 두루 한 길 산천과 풍속을 서술하여 유람을 대신한다. 여래남경년 이이시재지척 연장걸면 부득순행열읍금장체귀 만부칠절 역서일로산천풍속 이체유람(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巡行列邑今將遞歸 漫賦七絶 歷叙一路山川風俗 以替遊覽) 이의현(李宜顯) 良州勝觀亦云多 雙碧登來梵宇過別是黃江遊可樂 女郞猶唱鄭誧歌 『陶谷集』 卷之一 해석良州勝觀亦云多량주승관역운다양주에 명승지 또한 많다고 하니, 雙碧登來梵宇過쌍벽등래범우과쌍벽루【쌍벽루(雙碧樓): 양산시 북부동에 있는 누각으로, 옛날에 누각 아래에 시내가 흐르고 맞은편에 넓고 푸른 대나무 밭이 있어 서로 ..
이숙장의 만사이숙장만(李叔章挽) 홍세태(洪世泰) 種穀不須嘉 嘉者多不實종곡불수가 가자다불실作人不須才 才者輒夭折작인불수재 재자첩요절 久病喜相見 幽窻雪中語구병희상견 유창설중어今朝哭君來 昨日留客處금조곡군래 작일류객처 我作短歌行 送君從此去아작단가행 송군종차거懷璧卽爲罪 造物寧置汝 회벽즉위죄 조물녕치여 『柳下集』 卷之七 해석種穀不須嘉 嘉者多不實곡식을 심는데 꼭 좋은 씨일 필욘 없다. 좋은 씨여도 많이 열매 맺질 못하니.作人不須才 才者輒夭折사람을 지어낼 때 꼭 재주 있는 사람일 필욘 없다. 재주 있는 사람은 번번이 요절하니. 久病喜相見 幽窻雪中語오랜 병에도 서로 보니 좋고 그윽한 창에서 눈 내린 중에 말 나눴지. 今朝哭君來 昨日留客處오늘 아침 그대 곡하고 온 곳 어제 나그네 머물던 곳이지. 我作短歌行 送君從此去내가 짧..
시금치파릉(菠薐)민가에선 시근채라고 말한다[俗名時根菜] 김창업(金昌業) 菠薐傳數名 其始出波羅 파릉전수명 기시출파라 我國有俗稱 恐是赤根訛 아국유속칭 공시적근와 『老稼齋集』 卷之二 해석菠薐傳數名 其始出波羅 시금치는 여러 이름이 전해지는데 처음에 페르시아에서 나왔네. 我國有俗稱 恐是赤根訛 우리나라에선 속칭이 있는데 아마도 적근의 와전인 듯. 『老稼齋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특이하게도 시금치를 소재로 읊은 시로, 시금치에 대한 기록은 이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파릉은 김창업이 시근채(時根菜)라고 주를 달아놓았다. 시금치는 페르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파사채, 파사초, 파채라고도 했으며, 조선에서는 뿌리가 붉어 적근채(赤根菜)라고도 했다.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선조조(宣祖朝) 이하..
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만의 시에 차운하며야등연광정 차조정이운(夜登練光亭 次趙定而韻) 김창흡(金昌翕) 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악유서객 관하우박유 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수신유청월 복야재고루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검무어룡정 배행성한류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계명상고기 류흥목란주 『三淵集』 卷之八 해석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산 그윽한 곳에 깃들어 사는 나그네, 관하에서 또한 정처 없이 떠도네.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몸을 따르는 것은 맑은 달이요, 밤을 선택한 곳은 높은 누각 때문이다.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칼춤에 물고기 고요하고, 잔 돌자 은하수 흐른다.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닭울음에 서로 돌아보고 일어나 목란 배에 흥 머물러 뒀지. 『三淵集』 卷之八 해설이 시는 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이의 시에 차운한 것으로, 역대 연광정에서 ..
속리산을 찾아가며 방속리산(訪俗離山) 김창흡(金昌翕) 江南遊子不知還 古寺秋風杖屨閒 笑別鷄龍餘興在 馬前猶有俗離山 『三淵集拾遺』 卷之一 해석 江南遊子不知還 강남유자부지환 강남에서 놀던 이 돌아올 줄 모르고 古寺秋風杖屨閒 고사추풍장구한 옛 사찰의 가을바람에 행장은 한가해. 笑別鷄龍餘興在 소별계룡여흥재 웃으며 계룡을 떠나니 흥은 남아 있었는데 馬前猶有俗離山 마전유유속리산 말 앞에는 오히려 속리산이 있구나. 『三淵集拾遺』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길을 나서기 좋아하던 김창흡이 갓 20살이 넘은 젊은 시절에 계룡산을 떠나 속리산을 찾아가며 지은 시이다. 한강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나그네는 돌아올 줄을 모른다. 오래된 고즈넉한 절에 가을이 찾아와 바람이 일자, 집으로 돌아갈 생각 없이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거닌다. 산이..
정동명의 만사 정동명만(鄭東溟挽) 남용익(南龍翼) 東方幸有鄭東溟 萬丈光輝燭帝庭 一夜靑臺天象變 文星落並老人星 工部之詩太史文 一人兼二古無聞 雷霆霹靂來驚耳 谿谷先生昔所云 敬行一出萬人空 獨繼千秋樂府風 欲問遺音無覓處 淮南鷄犬白雲中 沈冥酒裏亦從容 至愼其惟阮嗣宗 今日一杯雖欲進 只應澆土未澆胸 『壼谷集』 卷之七 해석 東方幸有鄭東溟 동방행유정동명 우리나라에 다행히 정동명이 있어 萬丈光輝燭帝庭 만장광휘촉제정 만 길의 빛줄기가 황제의 뜰을 비추네. 一夜靑臺天象變 일야청대천상변 한 밤의 청대【청대(靑臺): 황천(黃泉)이나 중천(重泉)과 같은 말이다.】에서 하늘의 상이 변하니 文星落並老人星 문성락병로인성 문성에 아울러 노인성까지 졌네【문장에 뛰어난 노성한 분이 죽었다는 뜻이다. 문성은 규성(奎星)으로, 문운(文運)을 주관하는 별..
성산에서 구용의 옛 집을 지나며성산과구용고택(城山過具容故宅) 권필(權韠) 城山南畔是君家 小巷依依一逕斜 浮世十年人事變 春來空發滿山花 春陰漠漠向黃昏 空巷無人雀自喧獨有山陽舊儔侶 不聞隣笛也消魂 『石洲集』 卷之七 해석城山南畔是君家 성산남반시군가 성남의 남쪽 언덕, 이곳이 그대 집이지. 小巷依依一逕斜 소항의의일경사 작은 마을 어렴풋하게 하나의 길이 갈라지네. 浮世十年人事變 부세십년인사변 뜬 삶 10년에 사람의 일은 변했지만,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봄이 와 부질없이 산의 꽃만 만발했네. 春陰漠漠向黃昏춘음막막향황혼봄 그늘 어둑어둑 석양을 향하니,空巷無人雀自喧공항무인작자훤빈 거리엔 사람 없어 까치만 절로 우짖네.獨有山陽舊儔侶독유산양구주려홀로 산양의 옛 벗【산양구주려(山陽舊儔侶): 권필 자신을 가리킨다. 진(晉)의 상..
양주 산중에 김화 현감 구용의 관에서 곡하고 저물녘에 유숙하며 하늘이 밝자 산에서 나오다가곡구김화상구우양주지산중 인일모유숙 천명출산(哭具金化喪柩于楊州之山中 因日暮留宿 天明出山) 권필(權韠) 幽明相接杳無因 一夢殷勤未是眞 掩淚出山尋去路 曉鶯啼送獨歸人 『石洲集』 卷之七 해석幽明相接杳無因 유명상접묘무인 유명이 서로 접하나 아득하여 닿질 않고, 一夢殷勤未是眞 일몽은근미시진 하나의 꿈 은근하더라도 이것은 참이 아니지.掩淚出山尋去路 엄루출산심거로 눈물 닦고 산을 나서서 돌아갈 길 찾으니, 曉鶯啼送獨歸人 효앵제송독귀인 새벽 꾀꼬리 울며 홀로 돌아가는 나를 전송하는 구나【효앵제송독귀인(曉鶯啼送獨歸人):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나무 베는 소리 쩡쩡 울리거늘, 새 우는 소리 꾀꼴꾀꼴 들리도다.……꾀꼴꾀꼴 ..
창랑정에서창랑정(滄浪亭) 권필(權韠) 屋下淸江屋上山 道人生計水雲間應知靜坐翻經處 潭底神龍夜叩關 蒲團岑寂篆煙殘 獨抱山經靜裏看江閣夜深松月白 渚禽飛上竹闌干 『石洲集』 卷之七 해석屋下淸江屋上山옥하청강옥상산집 아래엔 맑은 강, 집 위엔 산이라道人生計水雲間도인생계수운간도인의 살 계책은 물과 구름 사이에 있구나.應知靜坐翻經處응지정좌번경처응당 알겠네. 정좌하고 책 해석하는 곳이潭底神龍夜叩關담저신룡야고관못 아래 신룡이 밤에 문 두드리는 곳이란 걸【어떤 승려가 산사에서 불경을 강설하고 있는데 늘 한 노인이 와서 듣기에 그 성씨(姓氏)를 물으니 “나는 바로 산 아래 연못 속의 용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가뭄이 드는 때라 한가하여 와서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승려가 “공은 가뭄을 구제할 수 있겠소?” 하니, 노인..
길 가던 중간에서 도중(途中) 권필(權韠)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일입투고점 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계명문전로 황엽향인비 『石洲集』 卷之六 해석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해 져 외딴 주막에 투숙하니,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질 않네.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닭 울자 앞길 물으니, 누런 잎사귀만 나를 향해 날아오네. 『石洲集』 卷之六 해설 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노래한 것으로, 당풍(唐風)에 정통한 시인답게 나그네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늦은 가을, 길을 가던 나그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해가 질 무렵 깊은 산속에 홀로 자리 잡은 객점에 투숙하니, 산이 깊어서 그런지 사립문도 닫지 않은 채 열려 있다(문을 열어둘 수 있는 안정됨을 부러워하는 시인의 불안한 심리를 표출한 것임). 닭이 울..
꿈속의 넋몽혼(夢魂)&운강에게 주며증운강(贈雲江) 이옥봉(李玉峰)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逕已成沙 『寤齋集』 卷三 해석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근래 안부 묻건대 어쩌오?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달이 비단창에 이르니 첩의 한스러움 많다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만약 꿈속의 넋이 다닌 자취가 있게 한다면,門前石逕已成沙문전석경이성사문 앞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을 것을. 『寤齋集』 卷三 해설이 시는 운강(雲江) 조원에게 주는 시로, 남편이 자신을 찾지 않자 그리움으로 지은 시이다. 허균(許筠)은 『학산초담鶴山雄談』에서, “우리나라 아낙네로서 시(詩)를 잘하는 사람이 드문 까닭은, 이른바 ‘술 빚고 밥 짓기만 일삼아야지, 그 밖에 시문(詩文)을 힘써서는 안 된다.’ 해서인가? 그러나 ..
안방 여인의 정규정(閨情) 이옥봉(李玉峰)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유약래하만 정매욕사시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홀문지상작 허화경중미 『惺所覆瓿藁』 해석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약속하고서 오심은 어찌 더디시나요? 뜰의 매화 시들려 하는 때에,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문득 가지 위의 까치소리 듣기만 해도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리지요. 『惺所覆瓿藁』 해설이 시는 안방에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오시겠다고 약속을 하신 서방님께서 왜 안 오실까? 뜰의 매화가 필 때쯤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하였는데, 벌써 매화꽃이 시들려고 한다. 서방님을 기다리던 어느 날, 매화가지 위에서 문득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 소리를 듣고는, 안 오실 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거울을 펼쳐 놓고 화장을 하고 있다【여기..
연밥 따는 노래채련곡(採蓮曲) 허난설헌(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係蘭舟 逢郞隔水投蓮子 剛被人知半日羞 『惺所覆瓿藁』 해석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가을 맑고 긴 호수는 푸른 옷처럼 흐르고,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란주 연꽃 깊은 곳에 목란 같은 배를 매어놓고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낭군 만나러 물 건너편으로 연꽃 던지니,剛被人知半日羞강피인지반일수멀리 사람에게 알려져 하루 종일 부끄러웠네. 『惺所覆瓿藁』 해설이 시는 연밥을 따며 부른 노래로, 애정의 표현이 파격적(破格的)이면서도대담함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가을날 호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푸른 옥이 흐르는 듯하다. 호수 중에서 연꽃이 많이 핀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고 남자 친구를 만나려고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진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발각되..
말없이 헤어지며무어별(無語別) 임제(林悌) 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십오월계녀 수인무어별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귀래엄중문 읍향리화월 『林白湖集』 卷之一 해석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15세의 아름다운 처녀,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선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돌아와 겹문 닫아걸고 배꽃 같은 달 향해 눈물 짓네. 『林白湖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임제의 대표작으로, 왕사정(王士禎)이 『지북우담(池北偶談)』에 수록하여 중국에까지 알려진 시이다. 열다섯 살 된 아리따운 아가씨가 길을 가다 마음에 두었던 사내를 만났지만, 남들 눈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혹시라도 남이 알까 봐 겹문을 닫아걸고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가리려 한다.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아쉬움과 미련(未練)을 하소연할 곳은 달밖에..
대추 따기 노래박조요(撲棗謠) 이달(李達)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隣家小兒來撲棗 린가소아래박조 이웃집 아이 대추 따러 오니老翁出門驅小兒 로옹출문구소아 늙은이 문을 나서 꼬마를 쫓네.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로옹도꼬마 돌아서 노인 향해 말하니, 不及明年棗熟時 불급명년조숙시 “내년 대추 익을 땐 살아 있지도 않을 거면서.” 『蓀谷詩集』 卷之六 해설이 시는 대추를 서리하는 노래로, 정감이 넘치는 시골의 풍경 속에다 생동감이 넘치는 시이다. 가을이 되어 대추가 익자, 대추가 먹고 싶어진 이웃집 아이가 대추 서리를 하려고 왔는데, 늙은이가 그 사실을 알고 막대기를 들고 아이를 쫓아간다. 쫓겨서 가던 아이가 대추를 따 먹을 수 없어 화가 났는지, 뒤를 돌아보며 늙..
양양의 노래양양곡(襄陽曲) 이달(李達) 平湖日落大堤西 花下遊人醉欲迷更出敎坊南畔路 家家門巷白銅鞮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平湖日落大堤西평호일락대제서평평한 호수의 서쪽 큰 둑에서 해지고,花下遊人醉欲迷화하유인취욕미꽃 아래서 놀던 사람 거나하게 취해 해롱거리네.更出敎坊南畔路갱출교방남반로곧 교방의 남쪽 언덕길로 나가니,家家門巷白銅鞮가가문항백동제집집마다 거리마다 신나는 백동제의 노랫소리【백동제(白銅鞮): 가곡(歌曲)의 이름, 중국 양양 지방을 소재로 한 이별[送別]의 노래.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 “저녁 해는 현산 서쪽으로 뉘엿뉘엿, 거꾸로 두건 쓰고 꽃그늘 아래 비틀비틀. 양양의 어린애들 다 함께 손뼉치며, 길을 막고 다투어 백동제를 부르누나. 구경꾼이 무얼 보고 웃느냐고 물으면 곤드레만드레 취한 산옹..
봉은사 승려의 시축에 쓰다봉은사승축(奉恩寺僧軸) 최경창(崔慶昌) 三月廣陵花滿山 晴江歸路白雲間舟中背指奉恩寺 蜀魄數聲僧掩關 不脫袈裟下殿階 一聲秋磬發雲崖遊人去後門還掩 寂寂長廊到夕齋 三日江潭滯遠舟 二陵風雨獨歸愁今來相憶不相見 惆悵微鍾下石樓 寒鴉古木夕陽間 一逕寥寥掩水關欲向梅花重寄信 輕舟已過廣陵山 『孤竹遺稿』 해석三月廣陵花滿山삼월광능화만산3월의 광릉엔 꽃이 산에 한 가득. 晴江歸路白雲間청강귀로백운간갠 강에 돌아오는 길은 흰 구름 사이에 있네.舟中背指奉恩寺주중배지봉은사배속에서 등지고 봉은사를 가리키네蜀魄數聲僧掩關촉백수성승엄관소쩍새【촉자규(蜀子規): 자규는 접동새, 소쩍새이다. 중국 사람들은 그 새가 원래 촉(蜀)나라의 임금이었는데, 신하에게 쫓겨나서 산 속으로 들어가 자규로 화하였다 한다. 그래서 촉백(蜀魄)이니, 촉..
영월루에서영월루(映月樓) 최경창(崔慶昌) 璧月娟娟照翠樓 桂香凝露曙河流無端夢雨歸何處 惆悵仙郞不復遊 仙桂花陰滿玉樓 水晶簾冷露華流銀橋一斷無消息 只是當年夢裡遊 日日春風吹綺樓 樓前楊柳曉鸎流如今又是經過處 獨坐旗亭戀舊遊 玉檻秋來露氣淸 水晶簾冷桂花明鸞驂一去銀橋斷 惆悵仙郞白髮生 『孤竹遺稿』 해석璧月娟娟照翠樓벽월연연조취루옥빛 달은 곱디 고와 비취 누각을 비추고桂香凝露曙河流계향응로서하류계수나무 향기가 이슬에 엉긴 채 새벽 물 흐르네. 無端夢雨歸何處무단몽우귀하처운우의 꿈 끝없지만 어느 곳으로 돌아갈까?惆悵仙郞不復遊추창선랑불부유서글프게도 낭군은 다시 놀지를 않으니. 仙桂花陰滿玉樓선계화음만옥루계수나무 가지[仙桂]의 꽃이 그늘져 옥루에 가득하고水晶簾冷露華流수정렴랭로화류수정 주렴 서늘해 이슬 빛나며 흐르네.銀橋一斷無消息은교일단무소식..
쌍계사 설운 스님의 시축에 쓰다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 정철(鄭澈) 未到雙溪寺 先逢七寶僧미도쌍계사 선봉칠보승僧乎從我否 春入白雲層 승호종아부 춘입백운층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未到雙溪寺 先逢七寶僧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먼저 칠보암에서 스님을 만났지僧乎從我否 春入白雲層“스님! 나를 따라오지 않겠소. 봄은 층층의 흰 구름에 들어갔다오.” 『松江續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쌍계사(雙溪寺) 설운 스님의 시축에 쓴 것이다. 쌍계사에 이르기도 전에 칠보암 스님 설운을 만났다. 스님이 시를 써달라고 하니, 정철이 스님에게 말한다. “스님, 저나 따라오시지요. 저 층층의 흰 구름 속에 봄이 왔는데, 시를 써달라니요.” 마지막 구절에 스님의 이름인 자를 사용하여 영달을 상징하는 청운(靑雲)이 아니라 은자를 상징하는 백운..
서하당 이성원(李成遠)에 대해서하당잡영(棲霞堂雜詠) 정철(鄭澈) 월호(月戶)野鶴招常至 山精喚不應야학초상지 산정환불응停杯一問月 豈獨古人曾정배일문월 기독고인증 연지(蓮池)山中畏逢雨 淨友也能喧산중외봉우 정우야능훤漏泄仙家景 淸香滿洞門루설선가경 청향만동문 가산(假山)巧削神應助 深藏海幾重교삭신응조 심장해기중侯門歌吹地 爭似此山翁후문가취지 쟁사차산옹 석정(石井)天雲何處看 活水方澄井천운하처간 활수방징정終日自無風 一塵寧到鏡 종일자무풍 일진녕도경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 월호(月戶) 野鶴招常至 山精喚不應들판의 학은 부르면 항상 오지만 산의 정기는 불러도 응하질 않네. 停杯一問月 豈獨古人曾술잔 멈춰두고 한 번 달에게 물으니 어찌 유독 고인만이 일찍이 했던가? 연지(蓮池) 山中畏逢雨 淨友也能喧산속에서 비 만날까 두려운데 깨끗한..
들판 목동의 피리소리평교목적(平郊牧笛) 정철(鄭澈) 飯牛煙草中 弄笛斜陽裏반우연초중 롱적사양리野調不成腔 淸音自應指 야조불성강 청음자응지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飯牛煙草中 弄笛斜陽裏안개 낀 풀 속에서 소 여물 먹이고 석양 속에서 피리 부네.野調不成腔 淸音自應指들판의 가락 노래를 이루진 않지만 맑은 소리에 절로 손가락이 들썩들썩. 『松江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식영정에서 읊은 여러 시 중에서 들판 목동의 피리소리를 노래한 것이다. 목동이 안개가 낀 풀밭에서 소를 먹이면서 지는 햇살 아래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가락이 촌스럽기는 하지만 그 노래를 듣자니, 절로 흥에 겨워 손가락이 움찔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신흠(申欽)은 『청창연담(晴窓軟談)』에서, “의주 통군정은 세 나라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경치가 장관이니..
가을날에 짓다추일작(秋日作) 정철(鄭澈)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산우야명죽 초충추근상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류년나가주 백발불금장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산비가 밤새 대나무 울리고 가을 풀벌레 소리는 침상 근처에서 나네.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지나는 세월 어찌 멈추랴? 백발이 자라나는 걸 멈추게도 못하는데. 『松江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가을날 지은 것이다. 산에 내리는 밤비가 대숲을 울리니, 가을날 풀벌레 소리가 침상 가까이에서 들린다. 벌써 가을이라, 이번 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 수 있겠는가? 백발이 자라 머리가 성성하구나. 홍만종(洪萬宗)의 『시평보유(詩評補遺)』에 의하면, 정철이 이 시를 지어 중국 종이에 써서 성혼(成渾)에게 보이면서 작자를 알 수 없다고..
사암 박순을 애도하며만사암박상공순(挽思庵朴相公淳) 성혼(成渾) 世外雲山深復深 溪邊草屋已難尋拜鵑窩上三更月 應照先生一片心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석世外雲山深復深세외운산심부심세상 바깥의 구름 낀 산은 깊고도 또 깊어,溪邊草屋已難尋계변초옥이난심시냇가 초가집 이미 찾기 어렵네.拜鵑窩上三更月배견와상삼경월배견와【배견와(拜鵑窩): 이이가 탄핵을 받자 벼슬을 그만두고 포천 북쪽 창옥병(蒼玉屛)에 배견와(拜鵑窩)라 이름한 초당을 짓고 은거했는데, 배견와(拜鵑窩)는 두견새에게 절을 하는 움집이라는 뜻】 위의 한 밤 중 달은應照先生一片心응조선생일편심응당 선생의 일편단심을 비추는 것이려니.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사암(思庵) 박순(朴淳)을 위해 쓴 만사(輓詞)이다. 박순(朴淳)은 우의정과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
수안군수로 가는 허균을 전송하며송인부수안군(送人赴遂安郡) 황정욱(黃廷彧) 詩才突兀行間出 宦路蹉跎分外奇摠是人生各有命 悠悠餘外且安之 仙人化鶴樓中去 病客金蠅里上居岐路傷心未相別 恨無餘力引君車 『芝川集』 卷之一 해석詩才突兀行間出시재돌올행간출시재 우뚝하여 무리 중에 뛰어난데宦路蹉跎分外奇환로차타분외기벼슬길 미끄러지니, 삶이 분수 이상으로 기구하기만 하네.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모든 사람의 삶이 각각 운명이 있으니悠悠餘外且安之유유여외차안지유유하게 남은 생을 또한 편안히 하시게. 仙人化鶴樓中去선인화학루중거신선인 그대는 화학루【화학루(化鶴樓): 수안에 있는 누각의 이름.】 속으로 떠나가고病客金蠅里上居병객금승리상거병든 나그네인 나는 금승리【금승(金蠅): 현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이다.】 속에 산다네. 岐路傷心未相別..
우상으로 벼슬이 갈려서체우상(遞右相) 노수신(盧守愼) 土虎春全暮 吳牛喘未穌토호춘전모 오우천미소初辭右議政 便就判中樞초사우의정 변취판중추睿澤深如海 慈恩潤似酥예택심여해 자은윤사소避賢仍樂聖 能住幾年盧 피현잉락성 능주기년로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석土虎春全暮 吳牛喘未穌무인년(1578) 봄은 저무는데 오나라 소는 헐떡임【오우천미소(吳牛喘未穌): 중국남방에서 생장한 물소가 더위를 무서워하여 달을 보고도 덥다고 느낀 나머지 헐떡인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임. 】 멈추질 않네.初辭右議政 便就判中樞처음에 우의정을 사직하고 곧 판중추로 나아갔지.睿澤深如海 慈恩潤似酥임금은 은혜 깊기가 바다 같고, 자애로운 은혜 윤택하기가 술과 같아,避賢仍樂聖 能住幾年盧탁주를 피하고 청주【피현잉락성(避賢仍樂聖): 청주는 성인(聖人)을, 탁주는 ..
대사간 김난상(金鸞祥)을 애도하며만김대간(挽金大諫) 노수신(盧守愼) 珍島通南海 丹陽近始安진도통남해 단양근시안風霜廿載外 雨露兩朝間풍상입재외 우로양조간白首驚時晩 靑雲保歲寒백수경시만 청운보세한平生壯夫淚 一灑在桐山 평생장부루 일쇄재동산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석珍島通南海 丹陽近始安진주는 남해와 통하고 단양은 시안에 가깝다. 風霜廿載外 雨露兩朝間풍상으로 20년을 시달렸으나 은혜를 두 왕조에서 누렸구나. 白首驚時晩 靑雲保歲寒흰머리 느지막한 때가 놀라운데 청운에도 세한의 지조 지켰네.平生壯夫淚 一灑在桐山평생 함께 한 장부의 눈물, 한 번 교동의 산에 뿌리노라.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설이 시는 대간 김난상을 애도하며 지은 시이다. 을사사화(乙巳士禍)에 연루되어 노수신은 진도에, 김난상은 남해에 유배되었다가 노수신..
뜰의 연못야지(野池) 이황(李滉) 露草夭夭繞水涯 小塘淸活淨無沙 雲飛鳥過元相管 只怕時時鷰蹴波 『退溪先生文集外集』 卷之一 해석露草夭夭繞水涯 로초요요요수애 이슬 맞은 풀 여리여리 못가를 둘러 있고小塘淸活淨無沙 소당청활정무사 작은 연못에 맑고도 살아 있는 물은 맑고 모래조차 없구나.雲飛鳥過元相管 운비조과원상관 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은 원래부터 서로 관계되지만,只怕時時鷰蹴波 지파시시연축파 다만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걱정되네. 『退溪先生文集外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퇴계언행록(退溪言行錄)』에, “선생께서 젊었을 때 우연히 연곡(燕谷, 溫溪에 가까운 마을 이름)에 놀러 간 일이 있었다. 연곡에는 조그마한 못이 있는데, 물이 매우 맑았다. 선생께서 시를 지었다.”라고 제작 유래를 밝히고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
회포를 기록하다기회(記懷) 정사룡(鄭士龍) 四落階蓂魄又盈 悄無車馬閉柴荊 詩書舊業抛難起 場圃新功策未成 雨氣壓霞山忽瞑 川華受月夜猶明 思量不復勞心事 身世端宜付釣耕 『湖陰雜稿』 卷之五 해석四落階蓂魄又盈 사락계명백우영 네 번 계단의 명협초【명협초(蓂莢草): 15일까지 하루에 잎이 하나씩 피다가 16일부터 그믐까지 잎이 하나씩 진다는 전설상의 풀이름.】 졌고 달【혼백(魂魄): 시야에 보이는 달이 혼(魂)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백(魄)이다.】은 또한 차올랐지만,悄無車馬閉柴荊 초무거마폐시형 쓸쓸히 수레와 말도 없이 사립문 닫아거네.詩書舊業抛難起 시서구업포난기 시 쓰고 글 쓰는 옛날의 업은 포기하고 다신 하기 어려우나, 場圃新功策未成 장포신공책미성 채마밭의 새로운 일은 계획이 완성되지 않았네. 雨氣壓霞山忽瞑 우기압하..
스님 도심에게 주다증석도심(贈釋道心) 김정(金淨) 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낙일비로정 동명묘원천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 벽암고화숙 연몌하창연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비로봉 정상에 해지니, 동쪽 바다는 먼 하늘이 아득하네.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푸른 바위에서 불 지펴 자고, 함께 푸른 이내에 하산했지.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설이 시는 김정(金淨)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도심이라는 스님에게 준 시로, 1516년 가을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지은 것이다. 저녁이 되어 비로봉에도 해가 지니, 동해가 어둠 속에 아득히 펼쳐져 있다. 도심 스님과 바위틈에서 불을 피워 자다가 아침이 되어 나란히 푸른 안개를 뚫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윤휴(尹鑴)의 『풍악록(楓岳錄)』에 의하면, “이 시야말로 고금의 시인..
복령사에서복령사(福靈寺)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來 終古神人迷大隈 至今福地似天台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埃 『容齋先生集』 卷之七 해석伽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隈종고신인미대외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대외(大隈):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차산(具茨山)으로 가는데, 방명(方明)이 수레를 몰고, 창우(昌㝢)가 수레 우측에 타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이 앞에서 말을 인도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가 뒤에서 수레를 호위하여 가서 襄城의 들판에 이르자, 이 일곱 성인이 모두 길을 잃어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우연히 말을 먹이는 동자를 만..
택지 이행에게 화답하다재화택지(在和擇之) 박은(朴誾) 深秋木落葉侵關 戶牖全輸一面山縱有盃尊誰共對 已愁風雨欲催寒天應於我賦窮相 菊亦與人無好顔撥棄憂懷眞達士 莫敎病眼謾長潸 『挹翠軒遺稿』 卷三 해석深秋木落葉侵關심추목락엽침관깊은 가을 낙엽이 문을 침범해오고, 戶牖全輸一面山호유전수일면산창엔 오롯이 한 면의 산이 실려 오네.縱有盃尊誰共對종유배존수공대비록 잔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마실 것이며已愁風雨欲催寒이수풍우욕최한이미 바람과 비가 추위 재촉할까봐 걱정되네. 天應於我賦窮相천응어아부궁상하늘은 응당 나에게 궁상맞은 삶 부여했고菊亦與人無好顔국역여인무호안국화는 또한 사람에게 좋은 얼굴 없어라. 撥棄憂懷眞達士발기우회진달사근심스런 회포 없애야 참된 달사이니,莫敎病眼謾長潸 막교병안만장산 병든 눈으로 하여 부질없이 긴 눈물짓지 마시라..
빗속에 택지를 그리워하며우중유회택지(雨中有懷擇之) 박은(朴誾) 寒雨不宜菊 小尊知近人한우불의국 소존지근인閉門紅葉落 得句白頭新폐문홍엽락 득구백두신歡憶情親友 愁添寂寞晨환억정친우 수첨적막신何當靑眼對 一笑見陽春하당청안대 일소견양춘 『挹翠軒遺稿』 卷三 해석寒雨不宜菊 小尊知近人차가운 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으나 작은 술잔은 사람을 가까이 할 줄을 아네.閉門紅葉落 得句白頭新문을 닫으니 붉은 낙엽 떨어지고 글귀 얻으니 백발 새로이 난다.歡憶情親友 愁添寂寞晨기쁘게 정든 친구 생각하나 근심은 적막한 새벽에 더하다네.何當靑眼對 一笑見陽春어찌 마땅히 푸른 눈으로 마주하며 한 번 웃으며 봄볕을 볼까나【일소견양춘(一笑見陽春): 이백(李白)의 양보음(梁甫吟)에 “길게 양보음을 부르나니, 어느 때나 양춘을 볼거나.[長嘯梁甫吟 何時見陽..
읍취헌의 시를 읽고 장호남의 옛 시에 차운하다 독취헌시 용장호남구시운(讀翠軒詩 用張湖南舊詩韻) 이행(李荇) 挹翠高軒久無主 屋樑明月想容姿 自從湖海風流盡 何處人間更有詩 『容齋先生集』 卷之八 해석 挹翠高軒久無主 읍취고헌구무주 읍취헌 높은 누각 오래도록 주인이 없었고, 屋樑明月想容姿 옥량명월상용자 누각 대들보의 밝은 달 용모와 자태 그리게 하네. 自從湖海風流盡 자종호해풍류진 이때로부터 강산의 풍류는 다하였으니, 何處人間更有詩 하처인간갱유시 인간 세상 어느 곳인들 다시 시가 있을꼬? 『容齋先生集』 卷之八 해설 이 시는 읍취헌의 시를 읽고 장호남의 옛 시에 차운하여 지은 것으로, 죽은 박은(朴誾)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박은(朴誾)이 거처했던 읍취헌은 오래 주인이 없는 채 비어 있다. 지붕 위에 뜬 밝은 달을 ..
중열의 시에 차운하다차중열운(次仲說韻) 이행(李荇) 佳節昏昏尙掩關 不堪孤坐背南山閑愁剛被詩情惱 病眼微分日影寒 止酒更當嚴舊律 對花難復作春顔 百年生死誰知己 回首西風淚獨潸 『容齋先生集』 卷之三 해석佳節昏昏尙掩關 가절혼혼상엄관 좋은 계절은 저물어가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不堪孤坐背南山불감고좌배남산어찌 고독히 앉아 남산을 등지고 있나?閑愁剛被詩情惱 한수강피시정뇌 한가한 근심에 억지로 시정(詩情)으로 하여 고뇌케 하니, 病眼微分日影寒 병안미분일영한 병든 눈에 세미하게 나눠진 햇빛 시리네.止酒更當嚴舊律 지주경당엄구률 술을 금지했지만 마땅히 옛 금주(禁酒)의 규율 고치나,對花難復作春顔 대화난부작춘안 꽃을 대하며 다시 봄의 얼굴 짓기 어렵구나. 百年生死誰知己 백년생사수지기 백년의 생사에 누가 지기(知己)인가?回首西風淚獨潸..
정한림이 이별하면서 준 시에 화답하다수정한림류별운(酬鄭翰林留別韻) 박상(朴祥) 江城積雨捲層霄 秋氣冷冷老火消黃膩野秔迷眼發 綠疎溪柳對樽高風隨舞袖如相約 山入歌筵不待招慚恨至今持斗米 故園蕪絶負逍遙 『訥齋先生集』 卷第四 해석江城積雨捲層霄강성적우권층소강가의 성에 내리던 장맛비 구름 속에서 개니秋氣冷冷老火消추기랭랭로화소가을 기운 서늘하여 늦더위 사라졌네. 黃膩野秔迷眼發황니야갱미안발누렇고 기름진 들의 메벼 눈을 어지러이 피어나고, 綠疎溪柳對樽高록소계류대준고푸르고 성근 시내의 버드나무 잔을 대하며 높구나. 風隨舞袖如相約풍수무수여상약바람은 서로 약속한 듯 춤추는 소매를 따르고,山入歌筵不待招산입가연부대초산 그림자 초대하지 않았지만 잔치자리에 들어오네. 慚恨至今持斗米참한지금지두미지금에 이르도록 오두미를 지니고 있음이 부끄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