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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 박동섭, 그를 조심 강의실엔 열기가 가득했다. 연수라고 하면 아무래도 점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에, 의무감으로 참석하여 시간만 때우게 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알고자하는 열망이 강의실을 활활 달구고 있었으니 말이다. ▲ 강의실에 모인 선생님들. 모두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듣고 있다.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연수를 받으러 오신 분들은 동섭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연구한 비고츠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안양에서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동섭쌤을 아는 분들이 강의를 요청했기에 하나보다(참통모임 같은 경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서 동섭쌤이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 보고 ..
1. 비고츠키 강의를 듣기 전, ‘레드 썬!’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마음엔 어떤 흥분을 느끼며 손은 신나게 타이핑을 친다. 예전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에 한 줄, 한 문단을 써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 듯이 나 혼자만 볼 생각으로 쓰는 글이라면 막 쓰면 되지만,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나의 무식을 남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부담감으로 쓸 수밖에 없다. ▲ 간단한 돌멩이 하나 던져진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헉’에서 ‘그까이꺼’로 글을 쓴다는 게 고통의 대명사로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며 점차 알게 되었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무에 그리 스트레스..
목차 1. 영화팀과 광진IWILL 센터와의 우연 같은 마주침 천지창조에 관한 두 가지, 우연이냐? 필연이냐? 우연이 필연이 되기까지 우연처럼 찾아온 광진청소년수련관 간사들 2. 영화팀 두 편의 영화를 만들며 의기투합하다 광진청소년센터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다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자신감도 상승한다 3. 교사는 전문가여야만 할까? 교육 전문가란 따로 있다? 교사는 비전문가여야 한다 교사는 반보 앞서 가는 존재가 아닌, 반보 뒤에서 따라가는 존재다 김민석 감독의 영화, 『Game Over』 오현세 감독의 영화, 『FakeBook!』 제작진과의 대화 인용 만남
3. 교사는 전문가여야만 할까? 또 달랐던 부분이 있다. 2013년 당시엔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가 현장을 지도했다. 나는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제작에 대해서도 기초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늘 ‘전문가의 좀 더 체계적인 도움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고민했었다. ▲ 광진청소년수련관과의 인연으로 아웃리치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배움은 바로 이런 곳에서도 이루어진다. 교육 전문가란 따로 있다? 아무래도 나의 부족한 부분이 도드라져 보였고, 그게 아이들에겐 ‘좀 더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갈급함이 있지 않을까’라는 부분이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지도하는 ‘영화 만들기 수업’은 영화팀 아이들에게 그런 갈급함을 채워주는 기회임과 동시에,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
2. 영화팀 두 편의 영화를 만들며 의기투합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니, 전찬혁 간사님(이하 푸쌤)은 단재학교 영화팀 아이들과 ‘컴퓨터,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영화를 찍어보고 상영회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더라. 자세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시나리오를 짜고, 찍고 편집까지 할 것이라는 대략적인 그림을 말해주셨다. 광진청소년센터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다 그 말을 들으니 귀가 번쩍 열릴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팀 아이들은 영화를 찍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걸 선뜻 하기엔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였는데, 이런 식으로 정식적인 제안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얘기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간사님이 주도적인 입장이 되어 아이들을 이끌고 활동을 진행해 나..
1. 영화팀과 광진IWILL 센터와의 우연 같은 마주침 하나의 선분과 다른 하나의 선분이 어떤 계기를 통해 마주친다. 우린 그런 마주침에 대해 ‘필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하기도, ‘우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하기도 한다. ▲ 그 인연 덕에 3년 만에 다시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체험할 수 있었다. 천지창조에 관한 두 가지, 우연이냐? 필연이냐? 에피쿠로스Epicurus(BC 341~271)는 그런 마주침에 대해 ‘우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한다. 일직선으로 떨어지던 원자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며 약간 사선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옆에 있는 원자와 부딪히고, 그 부딪힘은 또 다른 원자와의 연쇄적인 부딪힘으로 이어진다. 원자들이 부딪히며 점차 커지더니, 결국 지구가 되었다는 얘기다. 지구는 이..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긷다 우치다란 샘에 물은 없고 공허한 어둠만 있다 공허한 어둠 그 끝에, 풍부한 맛의 물이 있다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박동섭 교수의 선빵 통역에 대해 3. 모르기에 배운다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1. 전방위 지식인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2. 해답을 듣고 싶거든 점쟁이를 찾아가라 모르기에 배운다 인용 강의
3. 모르기에 배운다 그런 선빵 통역을 통해 우치다쌤의 말을 들으니,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러고 보니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는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있음을 알겠더라. 지식인이란 점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담았던) 교육자란 점 그렇다. ▲ 전주 강연에서의 모습. 여기선 동아시아의 교육이란 거대 담론을 다뤘다.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1. 전방위 지식인 그런 직업적인 공통점 외에 성향적인 부분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전방위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우치다쌤에 대해서는 이번 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전방위적인 지식인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는 레비나스를 비롯한 유럽 철학자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했으며, 국제 정세에도 정통하고, 무도에도 깊은 조예가 ..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어느덧 길고 긴 후기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 글을 쓸 때 “이 글은 ‘박동섭-우치다 타츠루’를 담은 프롤로그격(모두 5편 내지 7편으로 진행될 예정)의 글이다”고 밝혔으니, 무려 28편이나 더 쓰게 된 셈이다. 그때만 해도 강연 당 2편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은 다듬다 보니 내용이 늘어난 경우이고, ‘공생의 필살기’는 풀어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저절로 늘어나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기본적인 생각과 엇나가는 부분들이 많아 그걸 자기화하여 표현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우치다 타츠루란 샘엔 어떤 물이 있..
목차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우치다 쌤의 별명과 그 이유 인문학자가 교육을 말한다는 것의 의미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의 책은 역설로 가득하다 들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강연 한 번도 듣지 못한 우치다의 이야기 START!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학교체육의 비밀 몸을 도구로 보느냐, 자연물로 보느냐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자연과 대면할 때 지성은 극대화 된다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지성은 공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감수성, 공생의 기본 조건 6. 공..
17. 질의응답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도 내 부분 Q ‘공생의 필살기’의 첫 번째가 ‘자기 자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말인데 그 아파트엔 자기가 좋아하는 자아도 있고, 싫어하는 자아도 있는데 싫어하는 자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청소도 안 하고 아파트를 더럽혀서, 나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중재하는 사람은 ‘같이 산 것도 인연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얘길할 겁니다. 억압하거나 아예 쫓아내기보단 같이 사는 게 낫습니다. 왜냐 하면 ‘구두쇠적인 면이 싫어’, ‘폭력적인 면이 싫어’라고 하면서 그런 부분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면모들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자아를 죽이고 전일한 주체가 된다..
16. 공생을 위한 학교의 역할 아무래도 지금껏 한국사회에서 살았고 이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던 터라, ‘중요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더욱이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100만(실제론 더 높을 것이다)에 이르러 ‘청년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에선 우치다쌤의 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나 사회에 발 딛고 집단을 위해 일도 하고 무언가 자신의 가치도 활짝 펴면서 살고 싶지만, 사회에선 그러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울분에만 빠져들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냐에 따라 그 사회의 모습은 천차만별 달랐었고,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치다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
15. 공생 능력을 키우는 방법 그 전까지의 내용을 통해 ‘몸과 정신이 각각 어떻게 공생의 조건이 갖추어지는가?’를 볼 수 있었고 또한 공생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백색의 삶’이 아닌 ‘잡색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생의 능력’은 어떤 노력을 해야만 길러지는 것일까? 이에 우치다쌤은 ‘공생의 능력은 자연히 길러진다’라고 힘껏 강조해준다. “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상당한 노력을 해야지만, 그런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온 예외적인 사람만이 공생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공생이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 되어 습득하고 익혀야만 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인간 사회는 형성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공생의 기술, 노력해..
14. 공생의 기술: 잡색의 삶 그 사람을 공감할 수 있으려면 역지사지를 하려 할 게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그런 특성이 나 자신에게도 이미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공감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너와 나를 완전히 나누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너’라는 차이를 무화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내 안에 내가 모르던 내가 있다(우치다식 구렁덩덩신선비) 그러면서 재밌는 얘길 해주신다. 우치다쌤은 형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기에게 여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몰랐으며, 젊었을 때는 공격적이며 폭력적인 사람이었다고 고백하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반전은 그가 결혼하고 이혼했을 때 찾아온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과 안정적으로 자랄 수..
13. 공생을 위한 준비과정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우치다쌤의 이야기도 오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나누어 사유하고, 심지어 정신은 단일하고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 ‘나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래된 목조건물’이란 비유로 우치다쌤은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이런 비유를 든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나란 다양한 자아가 모여 산다’는 말이 ‘공생’을 위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반공생 - 내가 좀 더 가졌기에, 덜 가진 사람에게 준다 우치다쌤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하면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고, 약자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할 수도 있다. 그..
12. 나다움이란 신화를 깨부수다 우치다 타츠루쌤의 ‘나란 그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니라 목조건물 전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장자였고, 저번 글에선 스승 자기와 제자 안성자유의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이 겹치는지 조금 얘기하다가 중간에 멈췄었다. 그러니 이번 글에선 인용했던 장자의 내용을 모두 해석해보고 그게 우치다쌤이 말한 ‘나다움’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나다움’이란 신화를 한껏 비웃은 장자 스승은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吾喪我’라고 말을 함으로 나다움의 신화를 박살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바로 퉁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퉁소란 곧 사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라는 게 ‘자기다운 소..
11. 나다움에 대해 얘기하다: 우치다 타츠루와 장자 우치다쌤이 얘기하는 ‘자기답다’는 표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기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 윤태호 작가의 '미생'. 정신력만 중시하는 관습을 허물고 육체의 위계를 완벽하게 붕괴시키고 있다. 나란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닌 아파트 전체다 우치다쌤은 “제가 생각하는 자기답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단 주택’ 같은 것입니다. 더러운 목조건물에 복도가 있고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시끄러운 사람도 있고,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지 맘대로 하는 사람도 있는 공동주택이죠. 그 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이 싸우며 ‘저 사람을 쫓아..
10.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말이 빠뜨린 것 인문주의 시대란 중세를 꽉 누르고 있던 신이란 존재를 밀어내고 등장했다. 그렇다면 인문주의에선 신보단 사람이, 종교철학보단 인문철학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인문주의로 정신의 우월성은 더욱 부각되다 인문주의 시대의 포문을 연 사람은 당연히 데카르트이고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그의 말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명언 중의 명언이 되었다. 이 말은 ‘신만이 나를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나는 나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며 인문주의의 문을 활짝 열어 재낀 것이다. 신을 통해 모든 것을 증명하려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인식을 통해 나와 세상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니 분명 진일보한 철학이라 할..
9.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면, 몸은 나의 의지를 넘어선 타자이기에 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며, 몸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오감이 열리고, 오감이 열리면 감수성이 발달하여 ‘공생’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는 이야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정신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몸은 극복이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받아들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신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우린 ‘승리는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 덕분’이라는 축구 감독의 말을, ‘사람이 그렇게 일관성이 없어서 어떡해?’라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 말속엔 ‘정신이 육체보다 우월한 것’, ‘정신은 분열되지 않고..
8. 반복이 만든 창의력 그런데 세 사람처럼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것과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까? 단순히 생각해보면 둘 사이엔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미세한 감각이 살아날 때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관찰력이 생기고, 오감이 민감해진 후엔 무엇을 하려 하는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반복적인 생활을 할 때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각이란 건 가장 미세한 꿈틀거림으로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갑자가 뭔가가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그 무엇이 바로 새로운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오감이 민감해져 있어야만 비로소 미세한 꿈틀거림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7. 우치다 타츠루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임마누엘 칸트의 공통점 우치다 타츠루, 무라카미 하루키, 임마누엘 칸트, 이렇게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그 공통점이 그들에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공통점이란 과연 무엇일까?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그 공통점이란 세 사람 모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12시까지 글을 쓰고 12시엔 음악을 듣거나 조깅을 한 후에 다시 글을 쓴 후에 10시가 되면 잠을 잔다고 한다. 우치다쌤은 5시 30분에 일어나 합기도를 하고 오전활동을 시작한단다. 칸트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산책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맞출 정도였다고 한다. 세 사람 모..
6. 공생의 필살기와 똥 누기의 공통점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전주에서 한 강연은 뭔가 거대한 얘기의 연속이라 오히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나와 멀리 떨어진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공생의 필살기’라는 제목의 제주 강연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며, 어떤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 두 강연은 한 사람에게 나왔지만, 나에겐 다른 강연처럼 들렸다. '공생의 필살기' 강연은 내면을 뒤흔드는 이야기~ 똥 누기와 교회 다니기의 차이점 이 두 강연을 들으며 사람은 어떤 거대한 것이나 외적인 것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쉽게 받아들이지만, 나와 어떤 식으로 관련된 것..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자연의 무질서함을 보고 그 안에 질서를 부여하게 될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야기를 우치다샘이 굳이 하신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외적 자연물을 보아도 이러한데, 내적 자연물인 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자연을 보고 불규칙 속에 규칙을 발견하는 몸부림은 예전처럼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았을 땐,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었다. 그땐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와선 동네 어귀에 모여들어 밤까지 놀았고, 엄마의 “~~~야 밥 먹어라!”라는 소리에 맞춰 흩어지곤 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을 관찰하고 그 안에 법칙을 발견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며 ‘교육일번..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무도의 속성이 나의 몸을 타자로 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상생의 존재로 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번 후기에서 밝혔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처럼 경쟁이 체화된 존재들은 무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여기에 우치다쌤은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자기 몸을 소유물이라 생각하니 맘껏 고통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열심히 무도를 가르쳤는데도 잘 되지 않으면 그 때 저에게 ‘제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기 몸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도착倒錯적인 생각입니다.”라고 쐐기..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그럼 이제부터 우치다쌤의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이란 무도장을 운영하며 경험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보통은 남자가 힘이 세고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에 합기도를 빨리 배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훨씬 빨리 습득합니다.” 학교체육의 비밀 처음부터 핵펀치를 제대로 맞고 말았다. ‘이런 식의 상식을 뒤집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처음부터 얘기하는 건 반칙이지 말입니다’라는 불만이 절로 나온다. 나만 해도 그렇다. 미괄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논거를 쫘악 늘어놓은 다음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우치다쌤은 ‘요봐 이 사람아~ 뭘 그리 빡빡해! 그냥 말할 테니 편하게 들어’라고 말..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쌤의 책엔 지극히 일상적인 예화가 등장하고 아주 평범한 단어들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운전학원 강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는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반면 레이스 드라이버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그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 한쪽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도달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한쪽은 ‘끝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도달점을 소거시킵니다. 두 교사가 다른 점은 이것입니다. 네, 이것뿐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민들레출판사, 2012년, 35쪽 위의 내용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것과 F1의 전설과도 같은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20일엔 고베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인천에서 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고, 21일엔 전주에서 차를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 거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여 이야기를 한다. ▲ 인문학자이자, 무도인인 우치다 타츠루가 제주도에 왔다. 그의 강연 내용이 이제 시작된다.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우치다쌤의 언어는 박동섭 교수의 통역을 거쳐 강연장에 모인 이들에겐 마치 한국어로 강연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강연 내용은 일상에서의 경험..
어제 전주에서 500명 대상으로 했는데, 광주를 거쳐 제주에 오고 김병주 주주주주가 겹치는 거다. 어젠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란 제목의 강연이었다. 어제 불만 섞인 표정으로 불만 섞인 지적을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앞에 앉은 분들 중에 ‘어떤 얘기를 하는지 지켜보자’라는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일어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불만 중 한 사람이 일어서 “당신이 한 얘기는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여선생님들은 달랐다. 웃어주는 선생님 중에 여선생님이 많았다. 여기에 오신 분들에게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이 태어나서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치다쌤은 교육학자가 아닌 인문학자이고 그렇기에 인문학자가 교육을 봤을 때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유심히 들..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우치다에게 배우다 이 남자 알고 싶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다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모르기에 배우고, 알지 못하기에 그저 배운다 2년 동안 와신상담했으니, 이번엔 다르겠지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 고민하는 시간들, 헛되지 않으리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두 번의 강연에서 난 한 발 내딛기를 하지 않았다 강연장에서 배우기 & 노검파일로 배우기 녹취록을 작성하며, 마침내 한 발 내딛기를 하다 건빵, 마침내 우치다 타츠루의 강연 후기를 쓰게 되다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자신감은 부담감 앞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어 ..
13. 질의응답 개성을 말살시키는 일본의 중등교육에 대해 Q 지금 일본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이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느슨한 편이고, 대학은 더 느슨한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제입니다. 교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압력을 자꾸 주는 모양새입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다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파괴당하게 됩니다. ‘집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까?’와 ‘집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집단과 동화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양자택일만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다 보니, 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너희들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12. 교육의 이유, ‘닥치고 오픈 마인드’ 우치다 쌤은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막상 위기상황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감지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키메라적 신체’를 구성하여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강연을 할 때마다 아이들이 신체감각에 민감해지도록 “춥네. 보일러를 좀 돌려볼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이 살아나야만 비로소 맘이 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남는 힘이 강한 아이는 수업 받는 것을 힘들어 한다 오감이 살아나 마음이 열렸다면, 다음 단계는 몸의 긴장을 풀고 몸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각종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수영을 처음 배울 ..
11. 우리에겐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든, 사람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평상시의 가치관’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강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모두 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자식을 위한다며 시작된다. 그렇게 '평상시의 가치관'은 공고해진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는 말의 의미 이런 상황은 『부산행』이란 영화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기차 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며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직원은 화장실 문을 연다. 거기엔 노숙자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쭈그려 앉아 있는 거였다. 그 상황을 함께 지켜보던 버스회사 전무인 용석과 어린아이인 수안의 대화를 보면, 어떻게 아이들을 평상시의 가치관에 매..
10. 오감을 발달시켜야 하는 이유 사회적으로 ‘세상은 원래 그래’라고 압박하고, 경쟁제일주의를 고스란히 받은 부모들은 ‘다른 거 신경도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조바심을 내며, 교육을 할 수 있는 주체인 교사들은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고 모두 다 합심하여 열정적으로 ‘평시의 가치관(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된 아이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공범인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꽉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과연 우치다쌤이라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알고 계시기나 할까? 불나방처럼 알기 쉬운 논리로 달려드는 사람들 이미 앞에서부터 여러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 자체는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구든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긴 쉽지만, 대안이나 해법을..
9.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며 나라 전체가 들썩였지만, 일본 정부는 4년 만에 안정성 여부와 상관도 없이 손해가 막심하다며 재가동을 시켰다. 그뿐인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어, 중공업을 육성하고 농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익이 된다면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에 이익이 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말든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아무도 문제로 삼지도 않는다. 이런 생각은 당연하게도(불행하게도) 교육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上好下甚)’는 말처럼, 이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원대한 꿈(세계평화, 남북통일, 자족하는..
8. 한국과 일본, 작은 이익을 탐하다 큰 걸 잃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하다가, 자립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미국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호적인 관계가 깊어지고, 그에 따라 이득을 보는 세력들도 늘어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길만이 일본의 살 길’이라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아시아의 긴장도를 높이려 하고 친미파 중심으로 모든 권력기관의 구성원을 꾸려 ‘미국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제 더 이상..
7.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깝던 일본에서 54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며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했다. 정권이 바뀐 만큼 지금까지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하여 유화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하나는 미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들을 축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 강연이 진행될 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일본의 정세를 듣지만 '왜 이리 판박이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미자립을 외친 총리, 쫓겨나다 총리의 제안은 어떤 면에선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일본인들의 미국에 대한, 강대국에 대한..
6. 이득만 된다면 전쟁인들 어쩌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국가란 오명을 벗기 위해 ‘평화헌법’을 만들었지만, 아베정권이 들어서며 개정하기에 이른다. 이미 한국에서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 제국주의적인 야욕을 만방에 드러낸 것임을 알기에 각계각층에서 반대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평화의 소중함을 잊다 평화헌법이 만들어지고 70년간 일본은 평화를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에게 패망을 안겨준 미국이 원조해주는 구호물자로 일본은 재건될 수 있었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과 그 후의 모습. 종군기자는 이 참혹한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5. 평화보다 긴장을 원하는 사람들 전주 강연의 제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거시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주제를 우치다식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 그런데 강연을 다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지금 드는 생각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즉, ‘지 주제도 모르는 놈이 제목만 보고 지 맘대로 상상하여 깐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강연은 시종일관 우치다스러웠다. 우치다쌤의 특기인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기대하든 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였으니 말이다. 앞을 향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며 측면에서 쳐들어오고, 측면을 방어할라 치면 후방에서 쳐들어오는 기상천외하고, 천방지축 날뛰..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어떤 강연을 듣던지, 그걸 후기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기를 쓰다보면 막상 진의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칫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후기를 쓰려고 보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머뭇거렸다. 그래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멈췄으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 막상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쓰지는 못하고 하얀 밤을 지샌 적이 몇 번이던가?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그러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게, 내 생각을 곁들여 후기로 쓰기보다 그냥 우치다쌤의 강연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2014년의 서울 강연은 ..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어쩌면 우치다쌤의 2012년도 강연과 2014년도 강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기회라 할 수 있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동섭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동섭쌤이 심취해 있던 우치다란 사람을 알게 됐으며, 민들레에서 연거푸 우치다쌤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2011년 11월에 동섭쌤에게 들었던 첫 강연으로 알게 됐다.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위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지, 내가 알아서 우치다쌤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찾으러 다녔다거나, 배우는 자의 자세로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2012년에 하자센터에서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이건 노래가사로 유명한 ‘점점~ 멀어지나봐♬’였던 거다. 이럴 때 잠시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열정에 사무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파묻혀,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우치다쌤이 말한 배우는 사람의 세 가지 자세인 “저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하겠습니다”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깨달음이 임박해오는 날도 있을 테니 말이다. ▲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박동섭 선생은 2011년 공간 민들레에서 강연이 있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준규쌤이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민들레출판사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땐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듣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하나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듯, 동섭쌤의 강의도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듯 영상과 자료, 음악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와는 달라,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달 외웠던 비고츠키 이론이 ‘속빈 강정’처럼 실질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내용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 ◎ 강연을 마친 후엔 ‘인사말만큼은 한국어로 해야겠다’고 결의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그 싸움 ◎ 사토 마나부쌤과 ‘전쟁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 함께 싸우고 있다. 사토 마나부는 존경하는 선배인데 그 분이 한국에 와서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있다. ‘저도 한국에 가고 있습니다’ ‘저도 가고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는데, 그 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겹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전보장 헌법 개정’ 운동을 먼저 하였기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처음엔 3명이서 시작하였지만 의기투합하여 50명의 발기인이 만들어졌고 만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서명을 들고 중의원실을 방문했다. 의원 비서가 잘 받았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
목차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지금 시대가 배움을 등한시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학교에서도 하려 한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소비자 마인드, 연구를 망치다 배우는 자의 기본 전제, 소비자마인드 벗어버리기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상처가 많은 아이일수록 배우기를 싫어한다 배움의 조건 1 - 자신을 드러내도 불이익 없는 공간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배움의 조건 2 - 신뢰하려 노력할 때, 스승은 있어진다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5. 배움의 조건이..
7. 우치다 타츠루에게 듣는 육아의 방법과 학교의 역할 Q 2명의 아들이 있는데, 첫째(11살)가 배려심이 부족하고 자기방어가 심하다. 그래서 모든 걸 받아줘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간이다보니 자꾸 독을 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엄마로서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나요? A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일본말로 ‘親離れおやばなれ(부모로부터 자식이 자립함)’, ‘子離れこばなれ(자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부모가 떨어져줌)’의 시기는 10살인데, 아이의 배려심이 부족하거나 자기방어가 심한 것을 부모가 해결할 수는 없다. 아이의 고민은 아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 [엄마수업] 띠지의 글귀. 우치다쌤의 말과 공명한다. 그런 고민의 원인이 엄마일 경우라도 엄마가 그 문..
6. 호기심과 증여의 마인드가 널 배우게 하리라 이외에도 이 건물의 훌륭한 점은 숨겨져 있는 계단, 숨겨져 있는 창문, 얼핏 보면 보이지 않는 무늬가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문을 열어보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건물 두 개가 마주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두 건물은 얼핏 보면 똑같은 거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다. 한 건물만 숨겨진 계단을 통해 3층으로 갈 수 있고, 거기엔 숨겨진 베란다까지 있어서 나가면 멋진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건 모양은 똑같은데 내부 구조를 다르게 하여 생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대학에서 교수직으로 있을 때의 우치다쌤의 모습. 배움의 조건: 4. 단정 짓지 않는 호기심으로 누벼라 그렇기 때문에 한 건물만 ..
5. 배움의 조건이 발현된 건축물 배움이 일어나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감정을 맘껏 개방할 수 있는 여건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겹겹이 쌓아놓은 외피를 벗어버릴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저 교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오해가 스승을 만들고, 그런 스승은 언젠가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첫 번째 조건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환경을 중시한다면, 지금부터 알아볼 세 번째 조건은 몸을 다치지 않게 하는 외부 환경을 중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치다쌤은 무도와 배움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도와 배움은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배움의 조건: 3. 위험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청결한 환경 두 사람이 합..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배우기 위한 전제조건으론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꾸 근시안적으로 결과만을 쫓아다니게 되면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된다.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꽁꽁 감싸 안고 있던 외투나 자의식을 벗어버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서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개풍관은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자신을 개방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곳이다. 개풍관에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 배우려면 소비자마인드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도..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배움이든 연구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주위의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얼 가르쳐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철저히 따져보고 선택하려는 ‘소비자마인드’에서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와 같은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는 건 기본 전제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다섯 가지 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자마인드를 내면화시킨다. 그게 교육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작동한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만약 6살 아이가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경제적 관념이 대학평가에도 도입되면 교육은 사라지는 현상이 똑같이 재현된다. 지금의 문부과학성은 각 대학에 16살짜리 학생이면 다 알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라고 독촉한다. ▲ 15년 2월 1일에 개풍관에서 들은 강연이다. 함께 하진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그 때의 뜨거움이 보인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어느 대학이건 강의계획서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아이들이 강의계획서를 보면 ‘이 과목을 배우면 최종적으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교수가 연구를 신청할 때에도 몇 개월 후엔 무엇이 연구되고 3년 후엔 무엇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나 또한 2006년에 6년의..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금방까지 『수행론(수업론)』의 한국판 저자 서문을 쓰고 있었다. 그 책의 주요한 독자로 ‘교사’를 염두에 두며 서문을 썼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한다. ▲ 우치다쌤이 쓴 수업론은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글에서 말하는 바를 한 마디로 잘 풀어낸 제목이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요즘 일본에선 ‘수행’이 시대에 어긋난, 반시대적인 행위라는 인상이 짙다. 수행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불교의 수행자로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가부키를 배우러 제자로 입문하는 것이며, 셋째는 무도인이 되기 위해 합기도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행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수업하기 위해’ 들어가지만 막..
목차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점차 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해 나가다 학교의 기업화는 교육의 자살행위 소비자 마인드는 필연적으로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그런 공격에 모든 것을 맞추려 노력하게 된 교육기관 성숙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학교 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개풍관은 자연의 힘을 신체에 흘려보내는 곳 4. 교육상식 전복하기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교육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 교사집단 속에서 이루어진다 교육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것이다 5. 개풍같은 교사되기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교육이란 가르쳐 주는 게 아닌, 자세를 갖도..
6. 따뜻한 바람 같은 교사 교육이란 복잡하거나 체계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건 어린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고,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가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은 교육을 꿈꾸다 어린 시절에 사물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쳐다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산이나 들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것에 꽂히면 거기에 정신을 집중한다. 벌레를 본다거나, 꽃을 본다거나, 강의 흐름을 본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곁에서 보고 얼핏 보고 있으면 멍을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거기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며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몰입이 가능한 것일까? 그건 그 아..
5. 개풍같은 교사되기 이렇게 다른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둘 수 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혼자만 고군분투하거나 내 능력이 별로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만 외로워지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의 열정만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 키팅의 남다른 교육관은 주위 교사들에게 반목과 질시를 당했다.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도 전국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자발적으로 여러 교육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운동들이 하나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해나가면 충분하다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교사라는 큰 묶음 속에서 개개의 교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
4. 교육상식 전복하기 학교가 기업의 부속기관 정도로 더 이상 학생을 교육시키는 일에 등한시하게 되자, ‘개풍관’처럼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물론 개풍관이 모든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단지 학생들이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곳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 망치로 하는 공부.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30년 전에 재밌는 일이 있었다. 그땐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는데, 그날따라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많이 왔다. 그래도 하기로 한 수업이니 학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도록 학생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리니 모두 ‘설마 수업을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1시간 정도를 무작정 기다..
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그래서 만든 곳이 개풍관이라 할 수 있다.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다. 체육관은 시설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 처음엔 체육관에서 했지만, 여러 문제로 개풍관을 열게 됐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자극이 적은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합기도는 ..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학교가 비효율적이라며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자고 하면 할수록, 교육공간인 학교의 의미는 희미해져간다. 더 이상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학점을 따고 졸업장을 받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 학교를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하면 할 수록,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의미는 희미해진다.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일교조(일본교직원노동조합)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였기에, 급격한 ‘학교의 기업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30년간 꾸준히 미디어의 공격을 받으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학력이 떨어지거나,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면, 미디어에선 그걸 모두 일교조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한때 90%의 조직률에 이르..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2015년 1월엔 우치다쌤이 문을 연 ‘개풍관’에 ‘참여소통교사모임’이 찾아가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이 자리에 나는 함께 하지 않아 ‘노검파일(’녹음파일‘의 부산사투리 버전)’을 들으며 분위기를 유추할 뿐이지만,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이때는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거기에 따른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장의 딱딱한 분위기보다 무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다보니, 더 귀에 쏙쏙 들어왔고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때론 이처럼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가볍게 훅훅 던지는 말에서 더 많은 의미를 얻게 되는 것 같았다. 과연 우치다쌤은 어떤 얘기를 하셨을까? ▲ 이런 식으로 다다미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분위기다..
1. 소비자마인드가 망친 교육을 개풍관에서 살리다 Q 개풍관凱風館이란 무도관을 만든 이유? A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 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다. 체육관은 시설이 좋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 들리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저자극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합기도는 서서하는 운동이라 다다미의 촉감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지 걷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
목차 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세월호 사건과 반민주 교육 ‘가만히 있으라’와 외국의 사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2. 힘을 북돋워주는 교육 교육은 힘을 북돋는 것 하위욕구부터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야 상위 욕구로 나갈 수 있다 3. 민주교육으로 주체적인 학생들을 기르다 주체가 된 학생들이 이룬 쾌거 대안학교 or 민주교육 번역을 하던 하태욱 교수의 첨언 인용 강의
3. 민주교육으로 주체적인 학생들을 기르다 어떤 흑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녀는 노예들을 농장으로부터 빼내어 북쪽으로 가서 자유를 얻도록 도왔다. 더욱이 노예 반대주들의 군인이 되어 2년 정도 님북전쟁에서 열심히 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쟁이 끝났는데도 그녀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남을 위해 바쳤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보통 사람에겐 연금을 주는데도 유독 그녀에게만은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주체가 된 학생들이 이룬 쾌거 이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 학생들은 화를 냈다. ‘그녀의 가족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후손들은 빌 클린턴을 찾아가 하소연 해보았으나, 그녀가 죽은 ..
2. 힘을 북돋워주는 교육 그런 의미에서 헤리타운의 졸업식은 특이하다. 졸업 위원회는 학생과 교사들과 지역사회 위원들로 구성된다. 학생은 졸업위원회에서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크리스 메리코글리아노 교장 선생님의 열강이 이어지고 있다. 우린 귀에 번역기를 달고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교육은 힘을 북돋는 것 다음은 어떤 학생이 졸업을 증명하기 위해 쓴 글이다. 참고하여 보자.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당시 성적은 형편없었고,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했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을 만나서 이 학교가 어떤 곳이고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자, 걱정이 사라졌다. 교육이란 게..
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아이덱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의 강연 방식이 전통적 교수방식이어서 꺼려진다.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은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바로 질문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좋다. 한국에 10년 전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땐 여기저기에서 학교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대안교육 운동이 일어나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10년 만에 미비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혁명이 되었다. 그와 같이 한국의 대안학교 혁명이 10년 간 끊임없이 진행된 것이 기쁘다. ▲ 광명시민체육관에서 1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아이덱. 단재학교 영..
목차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반부권제 사회는 시대적 흐름과 인권 향상으로 도래했다 반부권제 사회에 숨어 있는 기업의 전략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족 해체를 부추긴 미디어와 기업의 전략 오해하고 잘 모를수록 잘 성숙해질 수 있던, 부권제 사회의 구조 너무 잘 알기에 성숙할 수 없는, 반부권제 사회의 구조 3.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성숙을 위한 답, 그것이 궁금하다 트라우마의 삶과 성숙의 삶 성숙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법 성숙한 사람의 공부법,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너를 위한 공부 인용 강의
3.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아이의 성숙이 힘들어지게 된 데엔 ‘① 반부권제 사회의 도래, ② 욕망의 균질화, ③ 가족의 해체’라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펴봤다. ▲ 가족의 해체는 더욱 급격화되고 있다. 여기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부권제 사회에서 아이의 성숙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딸의 경우라기보다 아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딸은 ‘어머니와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할 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모델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더 이상 성숙의 모델이 되지 못하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반세기동안이나 이어지며 아들들은..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처럼 욕망의 균일화는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욕망의 균일화와 함께 동시에 일어난 것이 ‘가족의 해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가족이란 구성단위는 눈엣가시였다. 왜냐 하면 가족이란 단위는 소비활동이 가장 소극적으로 일어나는 단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돈을 혼자 벌어오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니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비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과거엔 지금처럼 핵가족도 아닌 대가족이었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형태였으니, 기업의 입장에선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 한국도 1인가구 시대에 접어 들며, 혼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 밑바닥엔 기업과 미디어의 전략..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한국과 일본에서 아이들 성숙의 문제가 대두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사회는 아버지가 어떤 성숙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망각해버린 사회가 되고야 말았다. 각 가정에서 아버지들은 지위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발언권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아버지가 가정 내에서 지위를 어떻게 상실하게 되었는지 다룬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 그의 마지막 주연작. 이 영화에서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현대 아버지의 모습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클린트 이스티 우드Clint Eastwood(1930~)의 작품을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20년간 딸에게 미움을 받는 아버지 역할로 나오기 때문이다. 밖에선 슈퍼히어로지만 ..
인포그래픽 세미나 목차 1. 인포그래픽과 픽토그램 정의와 특징 주연 뒤엔 빛나는 조연인 픽토그램이 있다 2. 나의 생각을 어떻게 왜곡 없이 신속하게 전달할 것인가? 소통의 경제성을 위한 픽토그램 픽토그램의 한계 인포그래픽은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는 것 인포그래픽은 사람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다 3. 인포그래픽 세미나는 어땠나요? 대상 선정의 실패 : 오합지졸의 고지점령? 강의내용의 실패 : 짧은 시간에 전문적인 내용을? 시간 안배 실패 : 쉬어야 보이고 쉬어야 들린다 불쾌한 포만감을 주던 인포그래픽 강의 4. 인포그래픽의 교육적 의의 결과물엔 만든 이의 생각이 들어있다 인포그래픽과 포스터의 구분점, 스토리 인포그래픽 관련 사이트 공유 인용 강의
4. 인포그래픽의 교육적 의의 인포그래픽을 구현하려면 툴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다루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킬에 관한 얘기일 뿐이다. 스킬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표현욕’이다. ▲ 김지원의 작품.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 컷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도 성형수술을 통해 서양형 미인이 많아졌다는 것을 표현했다. 결과물엔 만든 이의 생각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포그래픽만을 교육 현장에서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킬은 ‘소통하려는 마음’이 생길 때 자연스레 익혀지기 때문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글이 다..
3. 인포그래픽 세미나는 어땠나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올지, 어떤 앎의 촉발이 일어날지 잔뜩 기대하게 만든 강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기대 이하의 저급한 ‘앎의 허영’만을 채우고 오는 자리였던 것이다. 왜 그렇게 결론 내렸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자. 대상 선정의 실패 : 오합지졸의 고지점령? 주최 측의 입장에선 대상을 한정지어 적은 인원이 오는 것보다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여 많은 인원이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중을 위한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활기가 넘치고 시너지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게 강사에게도 청중에게도 모두 문제가 된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다. 300명 정도가 ..
2. 나의 생각을 어떻게 왜곡 없이 신속하게 전달할 것인가? 픽토그램이라는 용어가 낯선 탓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어가 지닌 무게를 벗어던지고 실제로 사용되는 예들을 보면, 픽토그램이 이미 우리 주변에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비상구 표시나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마크, 남자ㆍ여자화장실의 표시 등이 그 예이기 때문이다. 또한 좀 더 차원을 넓히자면, 메소포타미아나 한자의 상형문자가 픽토그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 이게 바로 픽토그램이다. 간단한 그림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한다. 소통의 경제성을 위한 픽토그램 비상구의 경우 일본에선 1970년대까지만 해도 ‘非常口’라는 한자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0명 이..
1. 인포그래픽과 픽토그램 인포그래픽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모르는 분야지만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호기심 때문에, ‘인포그래픽을 배울 사람 모여라’라는 게시글을 봤을 때 묘한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감흥(지극히 미국적인 관점에서) 같은 거였을 터다. 그와 같은 묘한 감정으로 인포그래픽이라는 신대륙을 향해 단재학생들과 건빵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 인포그래픽 세미나가 열린다고 해서 우린 참여했다. 정의와 특징 인포그래픽inforgraphic은 ‘information+graphic’이 합쳐진 단어로 ‘그래픽 속에 정보를 담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런 것이 개발됐을까? 그건 글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
목차 1.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으로 비고츠키 그리기 산만한 정신을 부여잡고 후기를 쓰다 기억은 추억을 배반한다 人間 그리고 삶 2. 비고츠키가 알려주는 능력ㆍ장애ㆍ학습의 개념 능력이란 무엇인가? 장애와 비장애란 무엇인가? 개체의 관점이 변하면 학습이란 관점도 변해야 한다 3. 비고츠키와 포정이 알려준 것 안다는 것, 그건 끊임없는 투쟁의 길이다 돗대가 아닌 연대로 인용 교육학에서 비고츠키 강의
3. 비고츠키와 포정이 알려준 것 관성대로 살 때 우리의 삶은 편하다. 더 이상 머리 아프게 공부할 필요도, 내가 발 딛고선 현실을 부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불편함에 익숙해진 결과이고 왜곡을 합리화한 결과에 불과할 뿐이다. 학교에서 정한 성적 따위로 사람을 판단하고, 기업이 정한 기준으로 나만의 가치를 죽이고 스펙으로 가득 찬 기계덩어리로 변해가는 것이 과연 편하고 좋기만 한 것일까. 그렇기에 박동섭 교수님은 “어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살아야 합니다.”고 말했던 것이리라. 안다는 것, 그건 끊임없는 투쟁의 길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아는 순간, 어떻게 살지 막막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의 혼란은 ‘짜릿한 황홀감’이었다. 내가 살아 숨 쉬고 ..
2. 비고츠키가 알려주는 능력ㆍ장애ㆍ학습의 개념 우리를 구성하는 수많은 관계들은 생각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점을 한 개인으로 환원하여 생각하기 쉽다. 예를 들면 능력의 유무, 성실성 유무, 장애의 유무 등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능력이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보고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런 학생일수록 ‘역시 난 놈은 뭘 해도 잘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 공부 못하는 학생을 보고선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뭘 조금이라도 잘 한다 해도 ‘어쩌다 보니 그런 것 뿐’이라고 단정 짓기 쉽다. 이런 판단을 통해 우린 ‘능력’을 ‘개인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기서 ‘유능’이라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추상적 사고 능력의 뛰어남’이다..
1.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으로 비고츠키 그리기 준규쌤의 건의에 의해 강의를 듣게 되었다. 6강으로 구성된 강의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더욱이 배우려는 자세가 있긴 했던 걸까? ▲ 6강으로 구성된 이 강의는 교육학 시간에 배웠던 비고츠키를 완전히 깨부수었다. 산만한 정신을 부여잡고 후기를 쓰다 6강의 강의가 끝나는 순간 든 생각은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이었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다거나, 힘이 부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이 딴 데에 가있었다. 요즘 방향도 잡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으로 살다보니, 정신도 산만해져 있다. 이런 상태이기에 6강 동안 치열하게 알고자 했지만 헛수고였다. 준규쌤의 ‘관점이 있어야 상이 맺힌다’라는 말처럼 무언가 나만의 관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질 못..
목차 1. 돌아다니는 멍청이를 꿈꾸다 대학에서 ‘큰 배움’이 아닌, ‘작은 배움’만을 탐하다 작은 배움을 탐하다, 작은 틀에 갇히다 집에 있는 빠꼼이가 되길 원하다 집에 있는 빠꼼이가 아닌 돌아다니는 멍청이를 꿈꾸다 2. 삶이 배반한 자리에 희망이 어리다 삶이 배반한 자리에 서다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싹튼 ‘지금-여기’ 삶론 실패할지라도, 도전해보다 지금-여기를 축복하는 삶이 만든 기적 3. 어색한 만큼 금방 친해진다 모르기에 떠나는 여행 ‘아기가 처음 만난 세계’를 어른이 되어 다시 느끼다 어색하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마재에서 느낀 다산의 향기 4. 정약용이 여유당이라 호를 지은 이유 마재엔 다산 인생의 시작과 끝이 담겨있다 여유당, 그기 뭐꼬? 5. 정약용이 가르쳐준 인생담 여유당에 스민 다산의 ..
정약용은 갑자기 닥쳐온 환란으로 집안이 쑥대밭이 됐지만 그걸 운명으로 치부하지 않고 자신이 불러들인 실존의 문제로 여겼다. 바로 이런 가치관이 여유당이란 호를 짓게 된 이유였던 것이다. ▲ 다산은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니, 의심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아 비방이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여유당에 스민 다산의 마음 바로 다음의 문장에서 그는 드디어 ‘여유당’이란 당호를 짓게 된 경위를 말한다. 노자의 말에 “신중하도다 겨울에 냇가를 건너는 것처럼, 경계하도다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이라고 하였으니, 이 두 말이야말로 나의 병을 고칠만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반적으로 겨울에 냇가를 건너는 사람은 한기가 뼈에 아리듯하기에 심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건너지 않으며, ..
마재에 도착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통성명을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보면 사람은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려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러니 멋쩍을지라도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친해지니 말이다. 그 덕에 나도 두 명의 친구가 한 순간에 생겼고 ‘어색한 사람들과 어떻게 3박4일 동안 지내지’라는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 마재에서 다산을 만났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재엔 다산 인생의 시작과 끝이 담겨있다 마재는 다산(1762~1836)이 나서 15년 동안 자란 곳이자, 12년의 공직 생활을 끝내고 1년간 머물다가 유배 후에 돌아와 18년을 살았던 곳이다. 마재에서만 34년을 산 것이니, 다산의 시작과 끝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나에게 여행이란 ‘학교의 커리큘럼에 따라 계획되어 있기에 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누군가에 의해서 여행을 떠난 적은 있었어도, 내가 원해서 떠난 적은 없었다. 그만큼 ‘내일만 보고 살아가는 놈’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단 말이다. ▲ 나에게 여행이란 이런 광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모르기에 떠나는 여행 그렇게 살아왔기에 나의 의지로 참가하기로 결심을 한, 실학순례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어서 드는 생각은 ‘왜 여태껏 내 의지대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맘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히 했을 ..
무엇을 하든 ‘임용에 합격한 후에 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임용이 된 후에 할 일 목록’을 만들기도 했고, 그런 영광의 순간을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 합격 이후로 모두 다 미루어놓은 삶. 그러다 보니 '지금-여기'는 늘 거부되고, 저주하게 된다. 삶이 배반한 자리에 서다 하지만 첫 임용시험에서 보란 듯이 떨어지고 말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중등임용 시험의 경쟁률이 높으니, 첫 시험에서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임용을 보는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첫 시험은 예행연습 삼아서 보는 거야’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도 원체 기대도 컸고, 4년 간 최선을 다해 달렸다고 생각하니 떨어짐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삶이 언제고 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얼마나 많은 날을 지냈는지 모른다. 앞날은 불투명했지만 어찌 되었든 대학에 왔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때론 그렇게 생각 없이, 고민 없이 정해진 수순대로 살아갈 때가 있다. 하긴 ‘때론’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길만을 걷다 보면, 그게 ‘당연히 가야 할 길’로 보이고, 그 길 외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 인생엔 분명 무수한 갈림길이 있지만, 우린 갈림길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길만 보고 맹목적으로 따라갈 뿐이다. 대학에서 ‘큰 배움’이 아닌, ‘작은 배움’만을 탐하다 하지만 모두 다 그렇게 들어서서 가고 있는 길이라 해서, 아무런 걱정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10대엔..
목차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 전통이 올가미가 되다 2. 영화 속 학교, 현실 속 학교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 학교라는 이름의 획일화 기구 학교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3.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준 선택권: 호칭 정하기 너는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호칭을 선택할 자유를 주다 4. 카르페디엠Carpe Diem 체험, 박물관 현장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라 5. 교사의 교육관과 수업 이벤트적인 수업 & 판에 박힌 수업, 그 사이의 줄타기 교육관이란 이상이 수업을 통해 현실이 된다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키팅,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자유로운 사색가와 예술가’라는 인식의 차이 키팅과 학생들이 빚어낸 이야기의 장으로 7. 교과서..
22.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2 둘째, 교사가 교육에 대한 욕심을 내면 낼수록, ‘학생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학생과의 관계는 왜곡된다는 점이다. 교사의 의욕이 학생의 성숙을 막는다 교사가 학생들에 비해 앞서서 생각할수록, 앞서서 계획할수록 학생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소외되게 마련이고, 교사가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으면 많을수록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보다 한 걸음 앞서 가선 안 되며, 반보만 앞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가 된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 보니, 의욕이 앞설 때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교사들이 개인의 역량을 ..
21.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1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는 무려 60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음에도,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면 그만큼 선진적인(?) 미국의 교육제도를 잘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은 예전부터 경쟁주의의 사회였고 한국도 그런 풍조가 있었지만 IMF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닮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일제고사로 경쟁을 가속화 시키고, 당연하게 줄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그런 세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이 영화는 우정담이자, 갈등담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토드처럼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며 학교에서 하라는..
20. 학창시절에 공부가 아닌 사랑을 쟁취하다 용기를 내어 짝사랑하는 크리스에게 녹스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금요일 파티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미 녹스는 크리스에게 양혼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 일어나 마음의 불꽃은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녹스는 파티장에서 엄청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다 물론 크리스는 녹스만을 초대한 게 아닌, 모든 친구를 초대한 것이다. 하지만 녹스는 그녀가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금요일 저녁의 파티 시간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 녹스는 크리스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파티장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사람은 너무도 많다. 거기다가 크리스는 양혼자인 쳇트만 찾을 뿐..
19.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키팅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맛남이 되면서, 꽉 억눌려 있던 토드는 감정 표현의 화신이 되었고, 아버지의 인형(대리인)으로 살며 한 번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보지 못한 닐은 정열의 화신이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많은 군상 중 토드와 닐을 살펴봤다면, 녹스를 건너뛰어선 안 된다. 교학상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이 자리에 마지막으로 초대된 사람은 바로 녹스 오버스트리트다. 그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학창 시절의 로맨스를 금기로 여긴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판친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 녹스는 아버지 친구의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그곳에 갔는데 글쎄 그곳에서..
18. 인형이 아닌 인간이 되길 희망하다 닐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아버지 몰래 오디션을 봤고 남자주인공이란 배역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친구에게 듣게 된 아버지가 다짜고짜 기숙사를 찾아와 영화 초반의 졸업연감 만드는 일을 그만두게 만든 것처럼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초반의 닐이었다면, 마찬가지로 연극도 포기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거부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각오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닐, 꿈을 향한 정열의 화신이 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앞에선 마지못해 대답을 했지만, 이번에는 관두지 않을 것이다. 단지 아버지와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얘기를 할 수 있는 키팅을 찾..
17. 사람에게 인형이 되길 희망하다 교육은 대화여야 한다. 가르치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이 유기적으로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야만 한다. 키팅의 교수방법이 탁월한 이유는 단순히 남다른 수업을 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학생과 주고받는 수업을 했다는 데에 있다. 그에 따라 키팅 자신도 성장해 갔으며, 그를 만난 학생들도 성장해갈 수 있었다. 의식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은 만나며 함께 성장해 갔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갔다. ▲ 만남은 서로에게 변화를 만들어 낸다. 닐의 아킬레스건, 아버지 닐 페리는 꽤나 유쾌하면서 밝은 학생이다. 학교생활도 잘하며 교우관계도 좋다. 더욱이 성적까지 좋으며, 토드와 같이 소심한 친구까지 살뜰히 챙길 줄 아는 팔방미남형 인물이다. ▲ 토드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닐...
16. 감정에 충실한 화신 토드의 변화는 두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 장면은 닐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전해들은 뒤에 토드가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다. 토드, 감정에 충실한 화신이 되다 당연히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였던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들었기에 깊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슬픔을 절제하며 표현하지 않는데 반해, 토드는 온 몸으로 표현하며 “(닐의) 아버지 때문이야”라고 설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눈밭을 뒹군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된 이후부터 토드는 어찌 보면 슬픔, 분노, 기쁨 무엇 하나 할 것 없이 가장 잘 표현하는 ‘표현의 달인’이 된 것이다. ▲ 울부짖으며 맘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토드. 두 번째 장면은 닐의 자살이 키팅 때문이라고 결론이 났..
15. 감정을 폭발시켜라 토드는 12번째 후기에서도 잠시 살펴봤다시피 형의 후광에 짓눌려 자기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학생이 키팅의 수업을 받고 친구들이 조직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들어가면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 입학식 때의 도드. 한껏 주눅 들어 있고, 그로 인해 말수도 적다. 닐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사람의 변화는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하고 가야할 점은 토드의 변화는 결코 외부의 자극 때문만이 아니라, 그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순간들을 감내하면서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변화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처럼 외부의 조건과 내부의 노력이 함께..
14.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앞에서 쓴 13편의 후기를 통해 영화에 묘사된 학교가 현재의 한국 학교와 얼마나 비슷한지, 그 와중에서도 키팅 선생의 수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수업인지 살펴봤다. ▲ 키팅의 수업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겐 하나의 좋은 소스가 된다. 교육은 대화다 하지만 아무리 한 교사의 교육철학이 탁월하고 교수방법이 좋다 할지라도, 그게 학생들에게 가 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교육은 교사만의 것도, 학생만의 것도 아닌, 쌍방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교육은 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쌍방의 주고 받음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화란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고, 그 ..
13. 나만의 속도, 나만의 걸음걸이로 가다 키팅의 수업은 각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업 시간엔 학생들을 밖에 모이게 하여 일렬로 세우고 원을 그리며 돌게 했다. 처음에 걷기 시작했을 땐 각자의 템포에 맞춰 걸으니, 속도도 맞지 않아 뒤죽박죽이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속도가 맞고 심지어 발까지 맞춰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 누군가는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결과’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공동체 마인드를 볼 수조차 없는 시대엔 제식훈련을 하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속도가 맞고 발이 맞기 시작했다. 공동체를 지향하되,..
12. 표현의 수업 키팅의 네 번째 수업 시간은 야외에서 진행되었다. 키팅은 공을 가득 담은 그물망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시구가 적힌 쪽지’를 쥐고 학생들과 운동장을 걸어간다. 한 가운데에 도착하자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구 하나씩을 나눠주고 그들을 일렬로 서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시구를 크게 읽은 후에 그 감정을 담아 공을 발로 차는 것이다. ▲ 공을 찬다는 건, 나에게 달라 붙어 있는 불안, 공포, 후회의 온갖 감정을 날려 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나를 표현하라 학생들이 시구를 읽고 공을 찰 때 키팅은 휴대용 턴테이블로 음악을 튼다. 음악을 튼 이유는 리듬에 맞춰 시를 좀 더 리드미컬하게 낭독하기 위해서이며, 작게 웅얼거리는 학생의 경우 음악 소리에 낭독 소리가 묻히기에 크게 낭독하도록 만..
11. 욕망의 수업 우리가 학창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이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 말은 “지금은 참아라. 대학에 가면 그땐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으니”라는 말이었다. ▲ 서양과 동양이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하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 지금은 참아라, 나중에 원하는 건 다할 수 있다 이 말은 현재 하고자 하는 수많은 것들을 가로막고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할 때 쓰이며, 여기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게 한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을 알기에, 그것 외에 다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 머물다 보니 자연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사라져 갔고, 으레 해야 할 것들만 남게 되었다. 이럴 때 헛갈리는..
10. 교탁에 올라서라 시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지를 알려줬다. 그러다 갑자기 키팅은 교탁에 올라간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교탁을 밟고 올라설 것을 주문한다. 역시나 꽤나 황당한 장면이다. 과연 현재 한국에서 학생들이 교탁에 올라간다면, 교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교사가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갔다 해도 그걸 본 다른 교사들은 그 교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욱이 지금처럼 교탁이 최신 기자재로 바뀐 상황에선 더더욱 이와 같은 광경은 힘들 것이다. ▲ 교탁에 올라선 키팅. 학생들도 '저 선생이 왜 저러나?' 의아했을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 자기 자신 안에 억압된 영감으로 세상을 대하라 키팅이 그와 같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도록 한 데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
9. 틀을 깨고 나오라 존 키팅 선생과의 두 번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깨달음도 함께 선사했다는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태껏 학생들은 수많은 교사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우린 ‘파격’이라 표현할 수 있다. ▲ 격은 어느 순간까진 필요하지만, 그 이후엔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한다. 틀이 필요한 순간 & 틀을 깨야할 순간 파격破格은 ‘격(틀)을 깬다’는 말이다. 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년 전에 수영을 배웠는데, 그 때 강사가 가장 중시하는 게 영법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유영을 할 때 최대한 팔을 큰 원을 그리듯 휘둘러 몸이 물과 수평이 되도록 해야 하고, 그럴 땐 숨을 크게 쉴 ..
8. 남과 같지 않기를 키팅은 단순히 욕을 한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말은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하고, 행동은 말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言行一致, 行言一到). 그래서 키팅은 학생들에게 “서문을 모조리 찢어라”는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 교과서를 찢으라니, 학생들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쓰레기”를 가차 없이 뜯어 버리라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교과서에 낙서를 한다거나, 교과서를 비판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다. ‘교과서=진리’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익히고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하니 교과서를 찢는다는 건, 매우 불경스러운, 그래서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데 1950년대가 배경인 이 학교의 ..
7. 교과서 첫 페이지를 읽고 ‘쓰레기’라 외치다 존 키팅 선생은 첫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여태껏 만나왔던 교사와는 달리,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현재를 희생물로 바쳐라’는 정언 명령과는 달리, ‘현재를 즐겨라(Seize The Day / Carpe Diem)’라는 말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마주칠 때 사람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게 된다. ‘신선해’, ‘재밌어’라고 생각하여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던지, ‘왜 저래?’, ‘뭐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거부하려 하던지 말이다. 두 가지 반응은 어찌 보면 맞닥뜨린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고, 갑작스러웠는지를 알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