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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소화시평』 권하 75번에선 재밌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로 정두경을 대단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홍만종의 기록을 통해 우린 ‘한 개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니 말이다. 작년 1월엔 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었다. 불현듯 떠나고 싶었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갔지만 해온 게 자전거 여행이라고 습관적으로 자전거를 빌려 제주도를 무작정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떠날 수 있었던 데엔 현실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무작정 떠난 제주도. 그곳엔 역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여행 중에 건진 게 참으로 많지만 마지막 날에 김만덕 기념관에 간 건 신의 한수였다. 거기서 인물..
단배학교 도배기 목차 1. 교사상이 변하다 산업혁명기의 교사상 혁명기 이후의 교사상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도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몸을 움직일 때 삶의 행복이 스며든다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학교가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를 가로막다 노동력 착취가 아닌, 노동주체로 세우는 것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시간의 흐름과 공부 도배일지 인용 사진 목차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아이들이 단재학교의 벽면을 도배하니 한 학생이 ‘부모님이 본다면 화를 내셨을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학부모님의 반응이지만 이런 학생의 활동 자체를 노동착취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주체로 자신을 구성한 학생들을 노동주체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런 내용을 알기 위해 우치다 타츠루의 인용구를 말했었다. ▲ 노동은 밥심에서 시작된다. 밥도 맛나게 간식도 맛나게 먹는다. 시간의 흐름과 공부 이런 분석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경험해봤으며 그걸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집에서 아이들이 설거지를 한다든지, 청소를 한다든지, 심지어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든지 하는 모든 ..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2월에 새학기 개학을 하며 학생주도로 이끌어가는 한 달의 커리큘럼이 시작됐고 ‘학교를 꾸미고 싶다’는 현세의 의견 개진에 따라 학생들은 함께 뭉쳐 도배를 하게 됐다. ▲ 우리의 도배 시작. 학교가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를 가로막다 그런데 이때 한 학생이 “이런 모습을 엄마가 봤다면, 아마도 노발대발하셨을 거예요.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을 시키냐고 화내실 게 뻔하거든요.”라고 말을 한다. 그 얘길 듣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덩이 같은 게 올라왔다. 이 논쟁은 과연 노동을 착취의 개념으로 볼 것인지, 가치 있는 활동의 개념으로 볼 것인지 하는 것에 달려있다. 근대학교의 등장과 의무교육의 제정은 어찌 보면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교육받..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단재학교는 2월에 개강을 하며 한 달 동안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학생들이 만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서 바로 서로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를 하며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한 것이다. ▲ 단재학생들 회의 장면. 16년 트래킹 장소를 정하려 모였을 때의 모습. ‘도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당연히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 ‘영화보기’, ‘애니메이션 보기’, ‘TV 보기’의 삼종 세트는 늘 수동적으로 억압받고 살아온 아이들이 손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영상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뿐더러, 그것만 계속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개이득(요즘 아이들의 유..
1. 교사상이 변하다 단재학교는 2년 전부터 새 학기를 2월에 시작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도권 학교에 비해 한 달을 빨리 시작하는 만큼 이때만큼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2월 한 달 동안 ‘학생 중심 학교’를 표방했다. 교사들이 정한 시간표에 맞춰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만들고 그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이니만치 아무런 제재나 틀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정한 게 ‘개인이 각자 활동하는 건 안 되며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협의에 맡기기로 했다. ▲ 3월의 우리끼리 프로젝트 회의 사진. 2월에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쉽다. 산업혁명기의 교사상 이때 교사의 역..
로버트 카파전과 정서영전 목차 1. 로버트 카파전을 보다 예술은 거창한 게 아냐, 그저 자신의 재주를 표현한 것 뿐 안락이 아닌 몸으로 만들어낸 예술 2. 정서영전을 보다 예술은 시간과 함께 온다 시간을 염두에 두고 예술품을 바라봐야 한다 인용 작품
2. 정서영전을 보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정서영 전에 찾아갔다. 2층에 올라가서 구석구석에 설치된 예술작품을 보니, 한 번 돌아보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예술작품이 적었고 도무지 설명을 보지 않으면, ‘왜 이런 것들이 예술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작품이 많았다. ▲ 예술품을 찾아 다니고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고. 예술은 시간과 함께 온다 이런 황당함은 뒤샹Marcel Duchamp(1887~1968)의 ‘샘’을 봤을 때도 똑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물건에 기호를 적었다고 예술품이 된다면, 나는 오늘부터 뒤샹을 능가하는 예술가가 된다’는 농담조의 이야기들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럴 거면 내 핸드폰에 ‘건빵’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예술품이..
1. 로버트 카파전을 보다 금요일에 영화팀은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로버트 카파전Endre Friedman(1913~1957)에서는 사진을 통해 예술에 접근하고 정서영전은 조각을 통해 예술에 접근하는 거였다. 활동안내 1. 일시: 9월 25일(금) 2. 참여인원: 박주원, 이건호, 김민석, 송지민, 오현세 3. 일정 09:00 단재학교 정상 등교 및 오전 일과 진행 12:00 점심 13:00 지하철로 이동 14:00 로버트 카파 100주년 기념사진展 관람 “전쟁의 마지막 날에도 병사들은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빨리 그 모든 것을 잊는다.” 카파의 이 한 마디를 기억하며 그가 남긴 작품의 세계로 떠나고자 합니다.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도 더 자세히 보았기에, 그 진실을 우리에게 ..
목차 1. 책 밖에 길이 있다 우린 너무도 당연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을 공부라 여기다 여러 가지의 공부가 있음에도, 오로지 하나의 공부만을 강요한다 트래킹으로 공부하자 2. 몸과 맘이 바빠 세부계획을 못 짰습니다 납득 되는 이유 황당한 비밀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영동대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말이 떠오르다 서울숲에 모였으니, 일정을 시작해보자 4. 서울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성장주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외치다 ‘나와 같이 탈래’라는 말은 뾰루퉁한 지민일 웃게 한다 5. 서울숲에서 느낀 두 가지와 육견의 고됨 서울숲을 보며 느낀 점, 두 가지 육아만큼 힘든 육견이라고 아시나요? 인용 여행 사진
5. 서울숲에서 느낀 두 가지와 육견의 고됨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을 돌아다니다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 다큐 '낙동강-한강 자전거여행'의 한 장면. 올림픽공원은 우리에겐 너무도 가깝고 친숙한 곳이다. 서울숲을 보며 느낀 점, 두 가지 첫째, 서울숲은 올림픽공원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올림픽공원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되도록 올림픽공원은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만 했었는데, 서울숲을 돌아다니다 보니 올림픽 공원이 얼마나 넓고도 좋은 곳인 줄을 알겠더라. 더욱이 가까이 있다고 한다면, 굳이 서울숲을 찾기보다 올림픽공원에서 지금과 같은 여유를 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서울숲은 갤러리아 포레(2011년에 완공되어 70평 ~ 115평형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
4. 서울숲에서 놀다 서울숲은 처음 오기 때문에 입구에서 조금 헤맸다. 들어가는 길에 보니 사람들이 많이 나왔더라. 학생들은 소풍을 왔는지 여기저기 흩어져 놀고 있었으며, 연인들은 자전거를 빌려 함께 타며 여유를 누리고 있었고, 유치원 아이들은 우치다쌤이 칭찬해 마지않던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며 감수성을 키우고 있었다. 이곳만 보고 있으면 정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낙원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서울숲에 핀 꽃에 벌이 앉아 열심히 꿀을 채취하고 있다. 지상 낙원~ 성장주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외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평상이 놓여 있는 공터가 있었다. 그래서 우린 그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민석이는 몸과 맘이 피곤한지 평상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서 잠을 자기 시작했고, 나머..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학교 등교 시간은 8시 50분까지이지만, 트래킹은 그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있고 출근시간과 겹치면 많이 힘들어지기에, 등교시간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모인다. ▲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아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다. 영동대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말이 떠오르다 자전거를 타고 1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 남산공원 트래킹 땐 정훈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갔으며, 올해 1학기엔 어린이대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서울숲까지의 거리도 검색해 보니,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더라.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더욱이 이 날은 무덥던 여름이 거짓말처럼 지나..
2. 몸과 맘이 바빠 세부계획을 못 짰습니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원래 ‘강동 허브천문공원’이었다. 트래킹 계획을 짤 때 민석이가 이 장소를 얘기했기 때문에, 민석이에게 세부계획을 목요일까지 짜오도록 했다. ▲ 허브천문공원아, 좀만 기둘려~ 납득 되는 이유 막상 목요일이 되어서 2학기 여행과 트래킹 세부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하려 하니, 민석이는 아무런 계획도 짜오지 않았고, 심지어 약간 화난 투로 “거기 가봐야 할 게 없어요”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정도였다. 그래서 다들 어안이 벙벙했던지 민석이를 몰아붙였다. 근데 민석이에겐 비밀이 있었다. 두 가지 비밀로 인해 몸이 두 개여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누가 들어도 충분히 납득이 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1. 책 밖에 길이 있다 2016학년 1학기에는 3월부터 2주에 한 번씩 트래킹을 갔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학생은 “너무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거 아니예요?”라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 터널을 지날 때면 뭔가에 푹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우린 너무도 당연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을 공부라 여기다 우린 제도권 학교가 아닌 비제도권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야외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때론 귀찮게도 때론 쓸데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지금도 제도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겐 수학여행이나 소풍, 체험활동이 잡히지 않고서는 ..
용문산 계곡 여행 목차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또 놀려구?’라는 말 여행은 놀이가 아닌 공부다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떠나자, 계곡으로 첫 번째 변수, 준영이의 아르바이트 두 번째 변수, 기온의 급격한 변화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1년 만에 다시 용문역을 찾아가다 여행의 기쁨이 무너진 순간에 교사의 숙명을 느끼다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슬펐다가 기뻤다가 엉덩이에 뿔난 사연 경의중앙선은 경춘선과 다르다 5. 용문 5일장 용문 5일장이 서던 날, 용문행 전철에 몸을 싣다 용문시장에서 맛 본 짬뽕맛은? 잘 먹기 위해 집을 떠나오다 6. 중원폭포에서 놀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우린 물놀이를 하려 한다 아이들의 놀이본능도 꺾어버린 날씨 7. 먼저 자리..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즐거운 고기파티 시간이 끝났다.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은 만큼, 어찌 보면 치우는 그 순간도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 밥을 먹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렸다. 맛있게 먹은 만큼 치울 때도 함께 치울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모두 함께 맛있게 먹도록 애써서 준비를 한 것이니, 치울 때도 함께 도우며 치워야 한다. 그래야 즐거운 시간이었던 만큼, 그 기억은 퇴색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배가 찬 아이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인지, 아예 관심이 없는 건지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킨다. 저번 후기에서도 말했다시피 가장 기본적인 일들은 그걸 했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는 내일 새벽부터 내린다고 하던데, 하늘은 벌써부터 흐릿흐릿하여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씻었다. 그리고 나오는 족족 약속이나 한 듯이 쇼파에 달려와 차례차례 앉아, 자연스럽게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훑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게 예전과 달라진 광경이다. 예전엔 채널을 넘길 필요도 없이 게임채널을 켜고 당연하다는 듯 ‘롤 중계’를 봤었는데, 최근엔 ‘오버워치’라는 다른 게임에 푹 빠지기도 했고 3년 내내 롤만 하다 보니,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동네변호사 조들호』, 『닥터스』를 조금씩 보며 채널을 수시로 바꾼다. ▲ 우리의 고기파티가 열리는 장소. 모두의 파티였고, 모두의 축제였던 1..
8. 무의미 속에 의미가 있다 이때 정훈이는 이런 상황을 빗대어 “이 경우야말로 금수저와 흙수저의 이야기 같은 상황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물론 진지한 말투가 아닌,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뱉은 것이니,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 지훈이가 얘기하는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림. 그렇다면 과연 절망적이기만 할까? 너무도 현실적인 풍자, 금수저 & 흙수저론 이 상황은 얼핏 보면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서 도착하려던 사람이 뒤늦게 차를 타고 온 사람에게 져버린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흙수저가 노력해봤자 금수저에겐 안 돼’라는 비관적인 결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훈이도 “이런 현실이 말이나 됩니까”라고 농을 쳤다. 만약 이 상황이 현실이었다면 크게 좌절했을 것이다. 열심..
7. 먼저 자리를 뜬 선배들의 사연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1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물에서 나왔다. 한 여름의 더위는 저번 주 금요일 새벽에 내린 비와 함께 순식간에 물러났고 어느덧 쾌적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시 물놀이를 할까 말까 분주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구석에 두 명의 그림자가 서서히 시야로부터 사라져 간다. ▲ 구석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스릴러 같다고? 천만에 말씀~ 선배들 먼저 자리를 뜬 사연 그 두 사람은 민석이와 정훈이로, 단재학교의 최고 학년이라 할 수 있다. 스르륵 사라지기 전 두 아이는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훈: 민석아 너무 춥다. 그냥 내려가자~ 민석: (약간 반신반의하며) 그럴까? 정훈: 여기 있..
6. 용문 5일장과 중원폭포에서 놀다 원랜 2시쯤에 펜션에서 픽업을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좀 일찍 오는 바람에 당장은 픽업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승태쌤이 두 번 왔다갔다하며 픽업하는 것으로 했다. ▲ 물놀이 준비를 하고 있다. 보트까지 바람을 넣어 빵빵히 했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우린 물놀이를 하려 한다 펜션에 도착한 우리들은 바로 물놀이 하기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햇살이 비치지 않아 구름이 가득 했고, 기온까지 내려가 선선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계곡이 가지 않는 건, 서울에 가서 남산에 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거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렇게 약간 추운 느낌인데, 꼭 계곡을 가야 해요”라고 불평을 하거나,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
5. 용문 5일장 용문역에서 내려 역전 광장으로 나오니, 승태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에 나오기 전까지 ‘용문은 종점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걸까?’ 궁금했는데, 광장에 나오고 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 용문역에서 나가는 길. 정말로 사람들이 많다. 용문 5일장이 서던 날, 용문행 전철에 몸을 싣다 도시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에 상설시장이 열린다. 예전부터 시장은 있었겠지만, 조선시대를 지나며 시장은 자리를 잡아 갔다. 시장의 입지조건으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으뜸이지만, 조선시대엔 내부로까진 진출할 수 없었다. 자료 조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아마도 조선시대엔 ‘사士(학자)-농農(농민)-공工(수공업자)-상商(장사하는 사람)’의 위계에 따라 상인을 홀대하는 문화가 있었..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그렇게 기운이 빠진 상태로 전철을 타서 가고 있는데, 단체 채팅방에선 전혀 다른 희망의 기운이 샘솟고 있었다. 일찍 서두른 아이들은 10시에 모이기로 했음에도 무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으니 말이다. 보통 20분 정도 일찍 오는 경우는 봤어도,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 그런 상황이니 바스러진 마음은 그 아이들의 채팅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붙어가고 있었다. ▲ 아이들의 카톡은 싱그러움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들의 환호성 같은 느낌. 슬펐다가 기뻤다가 엉덩이에 뿔난 사연 왕십리역 중앙선 승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50분이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평소에 늦던 아이들이 이미 와 있었으니 말이다. 보통 ..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단재학교는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간다. 서울 근교에 갈 땐 당연히 전철과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멀리 갈 땐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여태껏 경춘선을 타고 가평에 가거나, 스키장에 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경의중앙선을 타고 간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여행지로서는 경춘선이 지나는 가평, 춘천 일대가 관광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이 여행 계획을 짜면서 처음으로 용문산 일대의 계곡으로 장소를 정하게 됐고, 그에 따라 우리들도 처음으로 경의중앙선을 타고 가게 됐다. ▲ 방학이 끝나고 함께 여행 장소를 결정했다. 산과 계곡, 바다, 워터파크 중 어디에 갈 건지 함께 얘기하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용문역을 찾아가다 용문역을..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계곡 여행은 여름 여행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2012년엔 덕풍계곡으로, 2013년엔 망상해수욕장으로, 2014년엔 오션월드로, 2015년엔 가평 도마천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계곡이나 바다에서 잠을 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한여름 밤의 꿈’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올해에도 그런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 12년만의 폭염에 몸둘 바를 몰랐다. 떠나자, 계곡으로 더욱이 올핸 1994년 폭염 이후로 최고의 폭염이었다고 한다. 방학에 집에 있으면 도무지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있지 못할 정도의 무덥고 습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쇼핑몰이나 영화관이 사람들로 차고 넘치며 성..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단재학교는 여름 시즌에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가곤 한다. 놀러 가는 걸 누군가는 ‘시간 뺐어가면서 잘 하는 짓이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여행을 시간낭비로 보는 문화, 그리고 누군가 하는 여행조차도 멸시하는 기류가 있다. ‘또 놀려구?’라는 말 2009년에 혼자서 목포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했었다. 그때에도 몇몇 어른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분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앞뒤 따질 것 없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차도 있는데 뭐 하러 걸어 다녀.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여유부리기 전에 고추라도 한 군데 더 심겠구만.”이라는 말로 힐난하기도 했다. ▲ 국토종단을 할 때..
목차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미완의 숙제, 그리고 새로운 숙제 동섭쌤의 강의가 던진 숙제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2016년은 지적폐활량을 키우는 해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동파되다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백양리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린 사연 깔끔한 숙소, 하지만 비싼 음식 가격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스키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력에 따른 복장이 있을 뿐 6. 도전엔..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이제부턴 출발하며 썼던 ‘뜨거운 물이 졸졸 흐를 수 있도록 틀어놓고 나왔다. 이 작은 행동이 큰 사건을 빚어냈으니’가 무슨 사건인지 밝히도록 하겠다. 날이 어제 오후부터 대폭 풀렸기에 포근한 기운을 느끼며 집으로 간다. ‘과연 온수는 나올까?’하는 기대를 하며 빠른 속도로 걸어서 집에 간 것이다. ▲ 2박 3일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각자의 공간으로 간다. 겨울엔 자나 깨나 수도의 물조심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났고 앞엔 수증기가 자욱했다. 순간 평소의 집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화들짝 놀랐고,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판단을 하려 했다. 그랬더니 해동이 되면서 온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온수가 나오며 바깥과의 온도차이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쉽다. 어제는 스키를 타느라 힘들어서 재밌게 놀지 못했으니, 오늘만큼은 마지막 저녁을 불살라도 된다. 준영이는 야간 스키를 타고 싶다고 말했기에, 승태쌤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야간 스키를 타던지, 노래방을 가던지 하는 것으로 말이다. ▲ 노래를 열창 중인 현세와 지훈이.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들이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을 것이다. 둘째 날 저녁의 아쉬움 그러자 아이들은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준영이와 기태는 야간 스키를 타는 것으로, 그 외 나머지는 노래방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심 민석이도 야간 스키를 탈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훈이가 스키를 탈 생각이 없자 마음을 접은 듯했다. 스키팀은 12시까지 타고 돌아왔고, 노래팀은..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현세의 “저는 앞으로 살면서 몸 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어요”라는 발언은 어찌 보면 ‘못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 시절엔 몸치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다. ‘운동엔 잼병’이라 나 자신을 규정해 놓으니, 무얼 하든 빠지기 쉬웠고 그에 따라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 저녁은 제육덮밥이었다. 보드와 씨름을 한 바탕 하고 먹는 것이라, 완전 꿀맛이더라. 부족하기 때문에 안 하면, 영영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틀지어 놓으니,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주하게 되더라. 어찌 보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한계를 넘어서면 더 높은 시좌를 얻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걸 모두 거부했..
14. 현세의 도전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민석이에겐 책임감과 함께 인내심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오전 회의시간에 보인 반응은 오히려 ‘이기적이더구만’이라 오해할 만한 구석도 있었다. ▲ 오전 회의 시간의 반응은 어찌 보면 그 자리에 멈추지 말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대한 반응으로 민석이를 보다 2016학년도 단재학교의 일정을 공유하며 매달 두 번씩 봉사활동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민석이가 대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너무 자주 한다는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 민석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처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처럼 민석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으면 그..
13. 민석이의 도전 보드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라질라치면 몸이 먼저 긴장하여 알아서 넘어질 준비를 한다. 아무 준비가 없이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질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후 넘어지는 게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엣지는 뒤돌아 있는 상태이기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절로 겁이 난다. 그땐 오히려 넘어질 것을 대비하여 몸이 한껏 긴장되다보니,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때론 과감히 몸을 움직여 기술을 쓸 수 있어야 ‘아 이런 식으로 하니깐 훨씬 쉽다’고 깨달을 수 있을 텐데, 미리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럴 기회가 없다. 나는 지금 용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나의 씨름과 별개로 초보코스에서는 두 명의 사내가 각자의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분명히 둘은 함께 스키를 ..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본다. 먼저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그것에 따라 아이들은 하나씩 연습을 하며 내려가는 것이다. 강사는 아주 느린 속도로 양팔을 벌려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다가, 서서히 팔을 90도 가량 돌리며 보드의 방향을 전환하며 내려온다. ▲ 보드를 배우러 앉아 있는 사람들. 배우려는 마음이 예쁘다. 바보는 빠름을 추구하고, 실력자는 완급조절을 추구한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초급코스라 해도 경사가 꽤 되었기에 천천히 내려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는 꼭 슬로우비디오를 찍듯 아주 느린 속도로 자연스럽게 턴을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주 느린 속도’라는 거였다. 어떻게 저 경사에서 저런 속도를 낼 수..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2시간이 넘도록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점심은 떡만두라면이다. 물론 어제 저녁이었던 카레와, 아침이었던 볶음밥이 남아 있으니 배부르지 않는 사람은 그걸 먹어도 된다. 밥을 먹는 동안 눈은 거의 그쳤다. 스키장에서 눈을 본다는 건 또 다른 흥취를 불러 일으켰다. 참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들이다. ▲ 떡만두라면을 먹는 아이들. 두 번째 하면 어찌 되었든 첫 번째보다는 익숙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러 가면 된다. 어제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익히고 나니, 본격적으로 어떻게 타야 하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기태와 함께 보드 타는 동영상을 찾아봤다. 거기엔 이미 많은 영상들이 있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좀 보고 올 것을’하는 후회도 들..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어차피 ‘실패’이기에 보통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더욱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라고 결론 내리기 십상이다. ▲ 2월 3일에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잠시 쉬는 모습.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유를 누려봐야 누릴 줄 안다 실패의 경험보다 계속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더 나은 조건에서 자신의 꿈을 찾도록 하자는 논의가 바로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돼지엄마’가 극성을 부리고, ‘엄마=학습 매니저’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부모의 욕망을 대리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오전엔 2016학년도 학사일정, 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교사 없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스키를 타러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한껏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8시에 일어나기로 했기에 7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기태가 덥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찬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닿아 설잠을 자야 했다. 아침밥은 볶음밥과 미역국이다. 아이들이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초이쌤은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를 해줬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 하는 현세. 2016년 학사일정, 예술과목에서의 선택 올해 변화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보드를 슈즈에 연결하니 몸은 더욱 더 굳어져 간다. 두 발이 족쇄에 묶여 자유라도 박탈당한 마냥 힘겹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 보면 어렵게 생겼는데, 두 개의 끈만 꽉 조이면 된다. 생각보다 쉽고 편하게 되어 있다. 보드에서 일어서기 부츠를 보드에 연결할 땐 두 끈을 바짝 조이면 된다. 앵글버클과 토우버클을 당기면 꽉 조여지고, 그 안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풀리는 형식이다. 물론 이건 빌린 부츠이기에 간혹 고장 난 것들도 있어 쉽게 풀어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번 보드에 연결했다 풀었다를 반복해보니,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알겠더라. 역시 모든 건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제 보드도 연결이 되었겠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보드 타기에 도전해야 한다. 스키를 타는 아이들은 초급코스로 갔고 보드를 타는 아이들(기태, 현세, 나)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해야 했기에 연습코스로 왔다. 아주 완만한 언덕을 보드를 들고 올라간다. 보드슈즈를 보드에 묶고 푸는 방법도, 보드에서 일어서는 방법도 하나도 모르는 생초보 둘을 이끌고 기태가 앞장서서 간다. ▲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스키장의 모습. 저긴 급경사여서 그런지 탈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 육체는 타자이기에 지배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몸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연물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물을 대할 때 지성이 비로소 발동되는 것이죠”라는 우치다쌤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까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5년 전엔 모두 스키를 타는 분위기였기에 당연히 스키를 탔다. 그리고 스키를 타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보드는 좀 더 실력이 쌓여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스키는 두 발이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컨트롤하기 쉽지만, 보드는 두 발을 동시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넘어지면 일어서기도 힘들고 이동도 힘들다는 것이다. 겨우 스키장에 두 번 와봤기 때문에 보드를 탄다는 건 언감생심이라 생각했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꼴’이라고만 생각해서 이때도 스키를 타려 했다. 두 번째 스키장 방문에 보드를 타게 된 사연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여러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으면 갈등하게 마련이다. 한 사람에게 듣는 거야 ‘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여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겨울방학 동안에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받으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개학을 했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이 날엔 처음으로 보드를 타기에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등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 숙소에서 잠시 쉬며 티비를 보는 아이들.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 올라와 스키 탈 준비를 했다. 스키복을 가져온 아이들이 있기에 스키복을 입고 모이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생소하다 보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민석이는 스키복을 챙겨서 입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빌릴 ..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9시 30분에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민이는 같이 가자고 카톡을 보내왔지만, 정훈이는 이번엔 혼자 가고 싶은지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 ▲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의 모습. 이런 모습 처음이야.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9시 15분쯤 왕십리역에 도착했지만 모이는 장소가 ‘1번 출구 지하’로 명시되어 있기에 중앙선 환승통로로 가지 못하고 1번 출구 앞에서 서성 거려야 했다. 혹시나 빨리 와서 개찰구를 빠져나가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민이는 “왜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이렇게 기다려야 해요?”라며 불멘소리를 하지만, 서로 동선이 엉켜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늦지 않고 제 시간에 ..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올해엔 특별하게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단재학교도 제도권 학교와 같이 3월에 개학했지만, 한 달 정도 워밍업을 하자는 의미로 2013년부터는 2월에 개학하고 있다. ▲ 이번 여행의 모든 계획은 승태쌤이 짰고, 초이쌤이 식단을 짰다.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런데 올핸 2월도 아니고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는 것이니, ‘그러다 아예 방학 자체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고 의아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개학이 앞당겨지게 된 데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설날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설이 2월 둘째 주에 있기에 2월에 개학하여 조금 학교생활이 적응될 만하면, 다시 쉬게 되어 어중간한 느낌이 있기 때문..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한 때는 공교육 교사를 꿈꾸다가 그게 좌절되자, 출판사 편집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다. 그러다 운 좋게 대안학교인 단재학교에 교사로 오게 되면서 다시 교육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학교에 들어와서 있으니 여러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중용』 14장’라는 인용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도 달라지고 고정된다. 지금은 교사이기에 교육에 대해, 배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016년 1월 25일은 단재학교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2016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던 날이다. 한 달여의 아쉬운 겨울방학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 올겨울은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고, 남부지방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그 기간동안 난 뭘 했지?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방학이 시작 될 때만 해도,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은 많았지만 막상 시작되면 별 것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렸을 때 방학계획표를 짤 때의 모습도 딱 이랬다. 계획표를 짠다고 거의 하루를 다 보내곤 했었는데, 야심차게 24시간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배치했다. 그 중 단연 ‘공부’에 제일 많은 시간을 할당했고 자는 시간은 11시, 일어나는 시간은 6시로 정할 정도로 ‘..
1. 강의 내용 개풍관의 1층은 합기도장이고, 2층은 자택이다. 일주일에 6번 합기도 지도를 하며 3시부터는 소년부 아이들이 와서 수련을 한다. 합기도만 주구장창 배우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무술도 함께 배우며, 때론 여러 무예가를 초청하여 강습회를 열곤 한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엔 정기적으로 서당을 열어 문하생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개풍관에선 화요일마다 심포지엄이 열린다 교수로 일하던 시절에 강의를 할 때면 여러 청강생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요청으로 2011년에 기초공사를 시작하여 1년 만에 개풍관이 완공됐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화요일 저녁엔 테라코야寺子屋(한국의 서당)를 열게 된 것이다. 테라코야의 기원은 에도시대부터인데, 개풍관도 그런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보면..
1. 배움이 기동하는 장소의 특징 고베여학원대학에 지금은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내가 30년 전에 처음 학교에 왔을 땐 건물이 오래 됐으니 부수고 새로 만들자, 여대이니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 개풍관에 찾아가 듣는 우치다쌤의 이야기. 그곳은 언제나 뜨겁다. 교육에선 미세한 감각들을 깨우는 게 중요하다 그땐 나의 연구실이 도서관 가장 자리 부근에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으며, 각 단과대학의 강의실에 들어가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가 저절로 공명되었기에 강의하기에 좋았다. 강의실은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만들어져 작은 소리로 속삭여도 뒤에까지 잘 전달됐다. 이처럼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에서 ..
14.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고 읽게 하는 것 또한 소통과 관련이 되어 있고 모두 다 내 의사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과연 글은 왜 쓰는 걸까? ▲ 11월 19일에 있었던 광화문 집회에 가는 길. 나에게도 웅성거림이 있고, 사회에도 웅성거림이 있다. 그걸 담아내는 것뿐이다. 글이란 내 안의 들끓음을 묘사하는 것 글이란 단순히 내 생각을 100% 전달하기 위해 쓰는 거라 할 순 없다. 책이든 글이든 반완성품이어서 글을 쓰는 사람만이 한 가지 해석만 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그걸 읽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과 이해도에 맞춰 재해석하게 된다. 그러니 100% 전달하려는 자만심은 버리고, 강의 내용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언어로 탈바꿈하며 재해석되었는지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10. 언어는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해를 빚을 수밖에 없다는 걸 메러비안 법칙과 애매한 표현들, 그리고 이미 글자 자체에 담겨 있는 이중성의 의미를 통해 살펴봤다. ▲ 나의 생각을 내가 모르지만, 안다 해도 그건 10%만 겨우 전달될 뿐이다. ‘내 생각’은 이야기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둘째는 ‘내 생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말을 하기 전부터 각자의 확고한 생각이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니 자기 생각에 따라 말을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분명히 대화를 하기 전에 ‘내가 말하려는 의도’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말하려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
7. 1%의 이해, 거기서 소통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린 불통의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의 생각을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하곤 했던 것이다. ▲ [라디오스타]이 최곤은 불통이 무언지를 보여주지만 서서히 맘을 열며 우치다쌤이 말한 소통을 몸소 보여주게 된다. 소통의 교과서, 닥터 진 하지만 우치다쌤은 그런 상식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균열을 내버린다. ‘원래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1%라도 이해하게 됐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서서히 나가면 된다’고 말함으로 우리가 여태껏 당연시 해왔던 생각은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었음을,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였음을 밝힌 것이다. 1%의 이해의 가..
Q 『하류지향』을 읽고 왔는데, 지금은 『하류지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약간 논지가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는가? A 『하류지향』은 이미 12년 이야기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 그 책을 돌아보면, 학생들에 대해 매우 냉정하게 비판했다고 반성을 하게 된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 개인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썼는데, 그 뒤론 그런 인식이 균열이 갔다. 배우지 않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피해자였던 거다. 그때부터 어떤 사회구조가 그와 같은 아이들을 만드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세계 각 나라들의 제도, 이데올로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하게 됐다. 비판이란 결국 아이들이 그 비판에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복원력을 통해 성숙해갈 수 있..
완벽한 교사가 아닌 자기 식대로의 교사이길 Q 한국에선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수업함으로, 인기를 얻는 교사들이 있다. 물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교육 전체엔 악영향을 끼치며 개별 교사의 특별성만을 부각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그렇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A 대학 교수였을 때 ‘베스트 교수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미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개별교사만이 부각되는 상황은 당연히 안 좋다고 본다. 교사는 다른 교사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가진 사악함이나 우둔함도 교사들이 모여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걸 반면교사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던가. 완벽하지 않은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도..
22. ③강: 학교 평가가 교육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 시스템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다면 학교 평가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는 기사는 매일 쏟아져 나오고, 그로인해 많고 많은 대학을 정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교의 질을 평가하여 하위 등급을 받은 학교부터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 먼저 직격탄이 되었다. 그 해결책으론 대학교를 정리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학교 평가의 역설 여기까지 들으면, 매우 맞는 말이며, 더 이상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학교를 어떤 기준에 의해 골라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걸 일본에선 ‘질 보증’이란 말로 표현한다고 한다. 학교의 질..
14. ②강: 강사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을 바꾼다는 것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강의의 제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청중의 입장에서 풀어낸 생각일 뿐이다. 동섭쌤은 2강 제목을 바꾼 이유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진행했으니 말이다. ▲ 연애하는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찬사. 아니 결혼한 사람에게도 그렇다. 배움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의제목을 바꾸다 그건 이름하야 ‘오해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연애는 상대방을 오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뭔가 좋은 사람 같다’는 감이 들 때 사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달달한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너를 알고 싶어”라는 거다. 그 말은..
13. ②강: 청중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 강의의 커리큘럼은 어찌 보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강사가 미리 공지한 강의 제목과 계획표를 보고 강의를 들을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강의에서 강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은 강사의 준비가 소홀했다거나, 강의 진행에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부득이하지 않고선 강의 제목을 바꾸거나, 계획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니 말이다. ▲ 트위스트 교육학 2강 제목이 바뀌었다. 과연 무슨 일일까? 두 번째 강의의 제목이 바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정한 대로만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학창 시절에 수업을 ..
12. ②강: 어른이 된다는 것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와서인지 에듀니티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강의실에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세상에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트위스트 교육학의 창시자이자, 이동연구소의 소장인 동섭쌤이었다. 오늘 오전에 내발산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특강이 있어서 3시간 강의를 하고 바로 온 것이라 하더라. ▲ 정신없이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며 바빴던 하루의 끝에 '트위스트 교육학' 2강이 시작됐다. 동섭쌤의 강의 스타일, 방심하는 순간 치고 들어가기 7시엔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5호선으로 환승해서 ..
6. ①강: 박동섭 강의의 특징 강의가 계속 되면서 어느덧 비는 그쳤다. 하지만 바람은 장난 아니게 불며 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듯 갑작스레 추위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하지만, 에듀니티에 모인 사람들은 배움의 열기를 가득 채우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오늘 강의의 제목은 ‘하품 수련의 역설’이지만 강의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났음에도 ‘하품’이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 어느덧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그러다 보니 체감온도가 엄청 내려갔다. 강의 제목은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동섭쌤이 제목을 헛갈렸거나, 다른 할 얘기가 많아서 뒤로 미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년 제주 강연 때 우치다쌤은 자아를 낡은..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보면 걱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불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2박 3일의 여행을 갈 때, 여학생들은 캐리어에 짐을 하나 가득 싣고도 가방까지 챙겨온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 걸 거다. 그런데 한 달간 지리산 종주를 떠나보니, 짐은 어찌 되었든 나를 억누르는 불안의 증표라는 것을 알겠더라.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우겨넣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은 여행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는 건 ‘불안과 대면하는 일’임과 동시에, ‘걱정을 인정하고 짐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은 나의 마음의 불안을 알게 하고, 강..
4. 인성교육이란 이름의 폭력 ‘세월호 사건’과 ‘인성’ 사이엔 아무런 관련도 없음에도 교육으로 접근하면 ‘인성교육’과 같은 황당한 발상이 가능해진다. 교육만능주의에 기댄 인성교육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상담이 부족하여 아이들의 폭력성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상담교사 증원설’이 등장하고,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얘기하면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청년들 입에서 ‘헬 조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역사교육 정상화’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기-승-전-교육’의 패턴이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교육만능론’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의식 수업과 주입식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에는 ‘쇳물을 틀에 부어 제품을 만들 듯, 인간에게도 같은 것을 주입하면 같은..
5. 거침없이 박동섭을 관통하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치다쌤이 글에서 밝힌 ‘맑시스트Marxist’와 ‘맑시안marxian’을 구분한 글을 인용했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의 차이 맑시스트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자신의 사상적 입장으로 해서 그 개념, 술어를 분석의 기본적인 도구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반면에 맑시안은 마르크스의 지견을 이해하고 그 뜻에 경의를 품지만 그 술어와 개념을 분석을 위한 주요한 도구로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은 어떻게 다른가?」, 우치다 타츠루, 박동섭 역 ‘맑시스트’란 맑스의 사상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여 그걸 그대로 추구하려는 사람을 말하며, ‘맑시안’은 맑스의 사상과 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사상..
2. 박동섭, 그를 조심 강의실엔 열기가 가득했다. 연수라고 하면 아무래도 점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에, 의무감으로 참석하여 시간만 때우게 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알고자하는 열망이 강의실을 활활 달구고 있었으니 말이다. ▲ 강의실에 모인 선생님들. 모두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듣고 있다.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연수를 받으러 오신 분들은 동섭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연구한 비고츠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안양에서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동섭쌤을 아는 분들이 강의를 요청했기에 하나보다(참통모임 같은 경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서 동섭쌤이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 보고 ..
목차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우치다 쌤의 별명과 그 이유 인문학자가 교육을 말한다는 것의 의미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의 책은 역설로 가득하다 들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강연 한 번도 듣지 못한 우치다의 이야기 START!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학교체육의 비밀 몸을 도구로 보느냐, 자연물로 보느냐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자연과 대면할 때 지성은 극대화 된다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지성은 공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감수성, 공생의 기본 조건 6. 공..
15. 공생 능력을 키우는 방법 그 전까지의 내용을 통해 ‘몸과 정신이 각각 어떻게 공생의 조건이 갖추어지는가?’를 볼 수 있었고 또한 공생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백색의 삶’이 아닌 ‘잡색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생의 능력’은 어떤 노력을 해야만 길러지는 것일까? 이에 우치다쌤은 ‘공생의 능력은 자연히 길러진다’라고 힘껏 강조해준다. “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상당한 노력을 해야지만, 그런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온 예외적인 사람만이 공생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공생이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 되어 습득하고 익혀야만 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인간 사회는 형성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공생의 기술, 노력해..
11. 나다움에 대해 얘기하다: 우치다 타츠루와 장자 우치다쌤이 얘기하는 ‘자기답다’는 표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기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 윤태호 작가의 '미생'. 정신력만 중시하는 관습을 허물고 육체의 위계를 완벽하게 붕괴시키고 있다. 나란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닌 아파트 전체다 우치다쌤은 “제가 생각하는 자기답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단 주택’ 같은 것입니다. 더러운 목조건물에 복도가 있고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시끄러운 사람도 있고,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지 맘대로 하는 사람도 있는 공동주택이죠. 그 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이 싸우며 ‘저 사람을 쫓아..
7. 우치다 타츠루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임마누엘 칸트의 공통점 우치다 타츠루, 무라카미 하루키, 임마누엘 칸트, 이렇게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그 공통점이 그들에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공통점이란 과연 무엇일까?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그 공통점이란 세 사람 모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12시까지 글을 쓰고 12시엔 음악을 듣거나 조깅을 한 후에 다시 글을 쓴 후에 10시가 되면 잠을 잔다고 한다. 우치다쌤은 5시 30분에 일어나 합기도를 하고 오전활동을 시작한단다. 칸트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산책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맞출 정도였다고 한다. 세 사람 모..
6. 공생의 필살기와 똥 누기의 공통점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전주에서 한 강연은 뭔가 거대한 얘기의 연속이라 오히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나와 멀리 떨어진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공생의 필살기’라는 제목의 제주 강연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며, 어떤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 두 강연은 한 사람에게 나왔지만, 나에겐 다른 강연처럼 들렸다. '공생의 필살기' 강연은 내면을 뒤흔드는 이야기~ 똥 누기와 교회 다니기의 차이점 이 두 강연을 들으며 사람은 어떤 거대한 것이나 외적인 것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쉽게 받아들이지만, 나와 어떤 식으로 관련된 것..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쌤의 책엔 지극히 일상적인 예화가 등장하고 아주 평범한 단어들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운전학원 강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는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반면 레이스 드라이버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그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 한쪽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도달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한쪽은 ‘끝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도달점을 소거시킵니다. 두 교사가 다른 점은 이것입니다. 네, 이것뿐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민들레출판사, 2012년, 35쪽 위의 내용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것과 F1의 전설과도 같은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우치다에게 배우다 이 남자 알고 싶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다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모르기에 배우고, 알지 못하기에 그저 배운다 2년 동안 와신상담했으니, 이번엔 다르겠지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 고민하는 시간들, 헛되지 않으리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두 번의 강연에서 난 한 발 내딛기를 하지 않았다 강연장에서 배우기 & 노검파일로 배우기 녹취록을 작성하며, 마침내 한 발 내딛기를 하다 건빵, 마침내 우치다 타츠루의 강연 후기를 쓰게 되다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자신감은 부담감 앞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어 ..
13. 질의응답 개성을 말살시키는 일본의 중등교육에 대해 Q 지금 일본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이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느슨한 편이고, 대학은 더 느슨한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제입니다. 교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압력을 자꾸 주는 모양새입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다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파괴당하게 됩니다. ‘집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까?’와 ‘집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집단과 동화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양자택일만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다 보니, 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너희들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12. 교육의 이유, ‘닥치고 오픈 마인드’ 우치다 쌤은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막상 위기상황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감지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키메라적 신체’를 구성하여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강연을 할 때마다 아이들이 신체감각에 민감해지도록 “춥네. 보일러를 좀 돌려볼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이 살아나야만 비로소 맘이 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남는 힘이 강한 아이는 수업 받는 것을 힘들어 한다 오감이 살아나 마음이 열렸다면, 다음 단계는 몸의 긴장을 풀고 몸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각종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수영을 처음 배울 ..
11. 우리에겐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든, 사람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평상시의 가치관’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강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모두 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자식을 위한다며 시작된다. 그렇게 '평상시의 가치관'은 공고해진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는 말의 의미 이런 상황은 『부산행』이란 영화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기차 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며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직원은 화장실 문을 연다. 거기엔 노숙자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쭈그려 앉아 있는 거였다. 그 상황을 함께 지켜보던 버스회사 전무인 용석과 어린아이인 수안의 대화를 보면, 어떻게 아이들을 평상시의 가치관에 매..
10. 오감을 발달시켜야 하는 이유 사회적으로 ‘세상은 원래 그래’라고 압박하고, 경쟁제일주의를 고스란히 받은 부모들은 ‘다른 거 신경도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조바심을 내며, 교육을 할 수 있는 주체인 교사들은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고 모두 다 합심하여 열정적으로 ‘평시의 가치관(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된 아이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공범인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꽉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과연 우치다쌤이라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알고 계시기나 할까? 불나방처럼 알기 쉬운 논리로 달려드는 사람들 이미 앞에서부터 여러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 자체는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구든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긴 쉽지만, 대안이나 해법을..
9.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며 나라 전체가 들썩였지만, 일본 정부는 4년 만에 안정성 여부와 상관도 없이 손해가 막심하다며 재가동을 시켰다. 그뿐인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어, 중공업을 육성하고 농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익이 된다면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에 이익이 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말든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아무도 문제로 삼지도 않는다. 이런 생각은 당연하게도(불행하게도) 교육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上好下甚)’는 말처럼, 이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원대한 꿈(세계평화, 남북통일, 자족하는..
8. 한국과 일본, 작은 이익을 탐하다 큰 걸 잃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하다가, 자립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미국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호적인 관계가 깊어지고, 그에 따라 이득을 보는 세력들도 늘어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길만이 일본의 살 길’이라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아시아의 긴장도를 높이려 하고 친미파 중심으로 모든 권력기관의 구성원을 꾸려 ‘미국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제 더 이상..
7.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깝던 일본에서 54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며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했다. 정권이 바뀐 만큼 지금까지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하여 유화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하나는 미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들을 축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 강연이 진행될 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일본의 정세를 듣지만 '왜 이리 판박이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미자립을 외친 총리, 쫓겨나다 총리의 제안은 어떤 면에선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일본인들의 미국에 대한, 강대국에 대한..
6. 이득만 된다면 전쟁인들 어쩌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국가란 오명을 벗기 위해 ‘평화헌법’을 만들었지만, 아베정권이 들어서며 개정하기에 이른다. 이미 한국에서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 제국주의적인 야욕을 만방에 드러낸 것임을 알기에 각계각층에서 반대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평화의 소중함을 잊다 평화헌법이 만들어지고 70년간 일본은 평화를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에게 패망을 안겨준 미국이 원조해주는 구호물자로 일본은 재건될 수 있었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과 그 후의 모습. 종군기자는 이 참혹한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5. 평화보다 긴장을 원하는 사람들 전주 강연의 제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거시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주제를 우치다식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 그런데 강연을 다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지금 드는 생각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즉, ‘지 주제도 모르는 놈이 제목만 보고 지 맘대로 상상하여 깐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강연은 시종일관 우치다스러웠다. 우치다쌤의 특기인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기대하든 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였으니 말이다. 앞을 향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며 측면에서 쳐들어오고, 측면을 방어할라 치면 후방에서 쳐들어오는 기상천외하고, 천방지축 날뛰..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어떤 강연을 듣던지, 그걸 후기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기를 쓰다보면 막상 진의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칫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후기를 쓰려고 보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머뭇거렸다. 그래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멈췄으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 막상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쓰지는 못하고 하얀 밤을 지샌 적이 몇 번이던가?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그러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게, 내 생각을 곁들여 후기로 쓰기보다 그냥 우치다쌤의 강연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2014년의 서울 강연은 ..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어쩌면 우치다쌤의 2012년도 강연과 2014년도 강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기회라 할 수 있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동섭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동섭쌤이 심취해 있던 우치다란 사람을 알게 됐으며, 민들레에서 연거푸 우치다쌤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2011년 11월에 동섭쌤에게 들었던 첫 강연으로 알게 됐다.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위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지, 내가 알아서 우치다쌤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찾으러 다녔다거나, 배우는 자의 자세로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2012년에 하자센터에서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이건 노래가사로 유명한 ‘점점~ 멀어지나봐♬’였던 거다. 이럴 때 잠시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열정에 사무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파묻혀,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우치다쌤이 말한 배우는 사람의 세 가지 자세인 “저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하겠습니다”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깨달음이 임박해오는 날도 있을 테니 말이다. ▲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박동섭 선생은 2011년 공간 민들레에서 강연이 있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준규쌤이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민들레출판사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땐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듣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하나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듯, 동섭쌤의 강의도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듯 영상과 자료, 음악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와는 달라,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달 외웠던 비고츠키 이론이 ‘속빈 강정’처럼 실질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내용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 ◎ 강연을 마친 후엔 ‘인사말만큼은 한국어로 해야겠다’고 결의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그 싸움 ◎ 사토 마나부쌤과 ‘전쟁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 함께 싸우고 있다. 사토 마나부는 존경하는 선배인데 그 분이 한국에 와서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있다. ‘저도 한국에 가고 있습니다’ ‘저도 가고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는데, 그 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겹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전보장 헌법 개정’ 운동을 먼저 하였기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처음엔 3명이서 시작하였지만 의기투합하여 50명의 발기인이 만들어졌고 만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서명을 들고 중의원실을 방문했다. 의원 비서가 잘 받았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
목차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지금 시대가 배움을 등한시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학교에서도 하려 한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소비자 마인드, 연구를 망치다 배우는 자의 기본 전제, 소비자마인드 벗어버리기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상처가 많은 아이일수록 배우기를 싫어한다 배움의 조건 1 - 자신을 드러내도 불이익 없는 공간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배움의 조건 2 - 신뢰하려 노력할 때, 스승은 있어진다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5. 배움의 조건이..
6. 호기심과 증여의 마인드가 널 배우게 하리라 이외에도 이 건물의 훌륭한 점은 숨겨져 있는 계단, 숨겨져 있는 창문, 얼핏 보면 보이지 않는 무늬가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문을 열어보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건물 두 개가 마주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두 건물은 얼핏 보면 똑같은 거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다. 한 건물만 숨겨진 계단을 통해 3층으로 갈 수 있고, 거기엔 숨겨진 베란다까지 있어서 나가면 멋진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건 모양은 똑같은데 내부 구조를 다르게 하여 생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대학에서 교수직으로 있을 때의 우치다쌤의 모습. 배움의 조건: 4. 단정 짓지 않는 호기심으로 누벼라 그렇기 때문에 한 건물만 ..
5. 배움의 조건이 발현된 건축물 배움이 일어나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감정을 맘껏 개방할 수 있는 여건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겹겹이 쌓아놓은 외피를 벗어버릴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저 교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오해가 스승을 만들고, 그런 스승은 언젠가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첫 번째 조건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환경을 중시한다면, 지금부터 알아볼 세 번째 조건은 몸을 다치지 않게 하는 외부 환경을 중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치다쌤은 무도와 배움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도와 배움은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배움의 조건: 3. 위험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청결한 환경 두 사람이 합..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배우기 위한 전제조건으론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꾸 근시안적으로 결과만을 쫓아다니게 되면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된다.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꽁꽁 감싸 안고 있던 외투나 자의식을 벗어버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서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개풍관은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자신을 개방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곳이다. 개풍관에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 배우려면 소비자마인드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도..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배움이든 연구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주위의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얼 가르쳐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철저히 따져보고 선택하려는 ‘소비자마인드’에서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와 같은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는 건 기본 전제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다섯 가지 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자마인드를 내면화시킨다. 그게 교육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작동한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만약 6살 아이가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경제적 관념이 대학평가에도 도입되면 교육은 사라지는 현상이 똑같이 재현된다. 지금의 문부과학성은 각 대학에 16살짜리 학생이면 다 알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라고 독촉한다. ▲ 15년 2월 1일에 개풍관에서 들은 강연이다. 함께 하진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그 때의 뜨거움이 보인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어느 대학이건 강의계획서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아이들이 강의계획서를 보면 ‘이 과목을 배우면 최종적으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교수가 연구를 신청할 때에도 몇 개월 후엔 무엇이 연구되고 3년 후엔 무엇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나 또한 2006년에 6년의..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금방까지 『수행론(수업론)』의 한국판 저자 서문을 쓰고 있었다. 그 책의 주요한 독자로 ‘교사’를 염두에 두며 서문을 썼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한다. ▲ 우치다쌤이 쓴 수업론은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글에서 말하는 바를 한 마디로 잘 풀어낸 제목이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요즘 일본에선 ‘수행’이 시대에 어긋난, 반시대적인 행위라는 인상이 짙다. 수행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불교의 수행자로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가부키를 배우러 제자로 입문하는 것이며, 셋째는 무도인이 되기 위해 합기도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행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수업하기 위해’ 들어가지만 막..
6. 따뜻한 바람 같은 교사 교육이란 복잡하거나 체계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건 어린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고,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가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은 교육을 꿈꾸다 어린 시절에 사물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쳐다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산이나 들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것에 꽂히면 거기에 정신을 집중한다. 벌레를 본다거나, 꽃을 본다거나, 강의 흐름을 본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곁에서 보고 얼핏 보고 있으면 멍을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거기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며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몰입이 가능한 것일까? 그건 그 아..
5. 개풍같은 교사되기 이렇게 다른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둘 수 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혼자만 고군분투하거나 내 능력이 별로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만 외로워지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의 열정만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 키팅의 남다른 교육관은 주위 교사들에게 반목과 질시를 당했다.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도 전국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자발적으로 여러 교육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운동들이 하나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해나가면 충분하다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교사라는 큰 묶음 속에서 개개의 교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
4. 교육상식 전복하기 학교가 기업의 부속기관 정도로 더 이상 학생을 교육시키는 일에 등한시하게 되자, ‘개풍관’처럼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물론 개풍관이 모든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단지 학생들이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곳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 망치로 하는 공부.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30년 전에 재밌는 일이 있었다. 그땐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는데, 그날따라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많이 왔다. 그래도 하기로 한 수업이니 학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도록 학생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리니 모두 ‘설마 수업을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1시간 정도를 무작정 기다..
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그래서 만든 곳이 개풍관이라 할 수 있다.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다. 체육관은 시설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 처음엔 체육관에서 했지만, 여러 문제로 개풍관을 열게 됐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자극이 적은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합기도는 ..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학교가 비효율적이라며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자고 하면 할수록, 교육공간인 학교의 의미는 희미해져간다. 더 이상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학점을 따고 졸업장을 받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 학교를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하면 할 수록,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의미는 희미해진다.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일교조(일본교직원노동조합)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였기에, 급격한 ‘학교의 기업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30년간 꾸준히 미디어의 공격을 받으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학력이 떨어지거나,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면, 미디어에선 그걸 모두 일교조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한때 90%의 조직률에 이르..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2015년 1월엔 우치다쌤이 문을 연 ‘개풍관’에 ‘참여소통교사모임’이 찾아가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이 자리에 나는 함께 하지 않아 ‘노검파일(’녹음파일‘의 부산사투리 버전)’을 들으며 분위기를 유추할 뿐이지만,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이때는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거기에 따른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장의 딱딱한 분위기보다 무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다보니, 더 귀에 쏙쏙 들어왔고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때론 이처럼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가볍게 훅훅 던지는 말에서 더 많은 의미를 얻게 되는 것 같았다. 과연 우치다쌤은 어떤 얘기를 하셨을까? ▲ 이런 식으로 다다미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분위기다..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처럼 욕망의 균일화는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욕망의 균일화와 함께 동시에 일어난 것이 ‘가족의 해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가족이란 구성단위는 눈엣가시였다. 왜냐 하면 가족이란 단위는 소비활동이 가장 소극적으로 일어나는 단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돈을 혼자 벌어오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니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비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과거엔 지금처럼 핵가족도 아닌 대가족이었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형태였으니, 기업의 입장에선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 한국도 1인가구 시대에 접어 들며, 혼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 밑바닥엔 기업과 미디어의 전략..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한국과 일본에서 아이들 성숙의 문제가 대두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사회는 아버지가 어떤 성숙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망각해버린 사회가 되고야 말았다. 각 가정에서 아버지들은 지위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발언권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아버지가 가정 내에서 지위를 어떻게 상실하게 되었는지 다룬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 그의 마지막 주연작. 이 영화에서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현대 아버지의 모습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클린트 이스티 우드Clint Eastwood(1930~)의 작품을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20년간 딸에게 미움을 받는 아버지 역할로 나오기 때문이다. 밖에선 슈퍼히어로지만 ..
5. 제주를 보니 열정이 샘솟는다 비행기는 1시간 정도를 날아 마침내 제주에 도착했다. 2011년에 제주에 처음 왔을 때의 그 설렘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 같은, 그리고 이곳이라면 무엇이든 관념에 갇히지 않고 맘껏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말이다. ▲ 비행기는 날아갈 때보다 떠오를 때와 내려앉을 때의 기분이 좋다. 제주를 마주치는 순간,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다 그런데 더 재밌는 점은 마침내 제주가 한 눈에 내려 보이는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별 다른 계획도, 별 다른 의미도 없이 갔다가 오자고만 생각했었는데, 제주도가 보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파고를 치며 무엇이든 ..
75.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목요일 저녁에 열기 가득했던 평가회를 마치고 카자흐스탄에서의 마지막 밤이니만큼 잘 사람은 자고 놀 사람은 놀 수 있도록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설마 이렇게 말한다고 아이들이 밤을 새겠어?’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공통된 주제나 서로의 의견이 상충되는 얘깃거리가 없으면 밤을 새며 이야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마피아’ 같은 게임을 하며 밤새 놀 수도 있지만, 게임은 많은 사람이 함께 해야 재밌는데 피곤해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장시간동안 게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얘기하다가 2~3시쯤 모두 자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다니 방엔 큰 창문이 있고 그 창문으론 ‘아바이Абай 도로’를 내다 볼 수 ..
만남에 깃든 이야기 목차 ㄱ 김진숙을 만나다교육과 소통, 그리고 인간(이왕주)광진IWILL 센터와 콜라보꿈틀이 축제, DREAM곤란한 결혼 ㄴ 눈덩이 프로젝트눈덩이 교사란 책을 읽다 ㄷ THE 앵두 탐방기 ㅂ 박준규를 읽다 ㅅ 성장이 멈췄다 우리 모두 춤추자(여름1박2일) ㅇ 여유 있는 공간에서 맘껏 유영하라(민들레81호)아이여서 불행해요(겨울 1박2일)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양평 슈타이너 학교를 가다연암 박지원을 만나다 ㅋ 클리나멘 같은 인연 ㅍ 판에 박힌 교육, 그 너머(민들레58호) ㅎ 홍세화를 만나다 인용지도
목차 1. 민들레란 타임머신에 올라타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비되어 가다 마비되지 않는 방법 다시 한 번 민들레란 타임머신에 올라타다 2. 시우 같은 사람들을 만나다 언제 만나도 좋은 이들 비빔국수, 모임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이다 우리 주변엔 수많은 원더우먼들이 산다 3. 하나의 책엔 수많은 해석이 있다 말하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책의 세계, 신비하고 놀라워 책을 읽고 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이유 4. 책 제목부터 곤란하다 곤란해 『곤란한 결혼』을 이야기하며 한발 떼어보기 곤란하다, 곤란해 우리를 뜨겁게 만든 바로 그 책 5. 곤란한 결혼 NO! 선물인 결혼 YES! 결혼과 ‘설국열차’ 길리엄과의 공통점 결혼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다? 결혼이 선물이 되는 조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