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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 ‘한문 고전 읽기’ 중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용 모색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김수경 - ‘한문 고전 읽기’ 중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용 모색

건방진방랑자 2024. 4.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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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주제 한문 고전 읽기의 고전 교육 실천방안 탐색발표

한문 고전 읽기중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용 모색

 

발표자 : 김수경(공주대) 토론자 : 공민정(세종시교육청)

 

 

한문 고전 읽기중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용 모색

 

김수경(국립공주대)

 

 

목차

. 서론

.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위와 성격

. 2015개정 교과서 중 유가 경전제자서의 활용 양상

.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 활용에 대한 이론적 접근

. 여론

 

 

. 서론

 

 

본 발표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진로 선택 과목 한문 고전 읽기의 교과서 편찬 과정이나 수업 운영 과정에서 유가 경전제자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공포되고 해당 교육과정에 교과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문 고전 읽기교육과정의 교과서 성격목표체계성취기준 및 교과서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된 바 있다.윤지훈(2023); 김우정(2023) 등 참조.1) 김우정(2023:99)한문 고전 읽기에 대한 일반선택과목의 심화학습 및 진로 탐색에 활용할 수 있는 과목으로 신설되었으나 중학교 과정에서 한문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도 수강할 수준으로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언급함으로써 한문 고전 읽기학습자의 다양한 수준을 고려했다.

 

비록 제목에서 한문 고전 읽기라는 교과서 명칭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살리면서 한문 고전 읽기교육과정 성격목표체계성취기준에 부합하는 완정한 글감 활용적용 방안을 구상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적으로 염두에 두기보다 중고등학교 한문 교육 전반에서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을 활용할 때 어떠한 이론적 접근을 모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보적으로 고민함으로써 한문 고전 읽기교과서의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 활용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문 교과서의 관련 글감을 분석한 연구 성과 및 현행 교과서의 글감 구성 실태를 분석함으로써 글감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며 이와 관련하여 연구자의 관점을 일부 보태고자 한다.

 

한문 교육에서 유가 경전제자서 교육 관련 기존 연구 성과 가운데 본 연구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편찬과 관련한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며 그 중에서도 2007 개정2009 개정 2015 개정 교 육과정에 따른 한문과 교과서 내 유경(儒經)유가경전(儒家經典)경서(經書)제자서 관련 연구 사례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김성중(2011)2007 개정 교과서에서 유경(儒經)제자서(諸子書) 관련 글감을 선정한 기준과 방향성을 요약하고 향후 유경 및 제자 전적의 제재 선정의 수준과 범위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학습목표에 맞게 글감을 발췌하고 가공할 필요성, 부정적인 함의의 글감의 배제, 난해한 철학적 사고를 요하는 글감의 최소화, 문법 사항 제시 시 위계성 및 체계성 고려, 새로운 제재 및 글감 선취의 모색 등을 제시했다. 또한 성어, 단문, 비교적 완정한 하나의 단락번역문, 한문 문장이 함께 구성된 단락 등, 글감으로 제시된 유경제자서의 다양한 형태에 주목한 점도 유의할 만하다.

 

김용재(2013)2007 개정 중학교 한문1,2,3을 모두 갖춘 8종 및 고등학교 한문Ⅰ』 5종에 대한 분 석을 통해 경서교육에 대한 교육목표교육내용글감의 수준과 학교급간의 위계 등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경서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안했다. 제안 가운데, “‘경서를 다루고 있는 영역은 그 틀과 짜임새가 매우 탄탄하게 엮어져 있어야 하며, 소위 구두와 현토 및 띄어쓰기 하나에도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김용재(2013), 278.된다는 언급 및 동일한 경전 구절에 대한 서로 다른 표점, 구두 표기 사례들이 학생들의 이해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적하고 사서(四書)의 경우만이라도 율곡사서언해(栗谷四書諺解)를 따라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또한 해당 논문에서 중고교 경서 교육의 측면에서 여섯 가지 영역 개발을 제한했는데, 즉 경서를 다루는 단원의 구성과 체 재를 각종 현실적인 이슈와 결부시킬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구성, 글감의 제재나 주제 선정 시 교훈적인 수준을 넘어 좀 더 흥미롭고 논리적이며 창의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경문 제시의 필요성이와 관련하여 김용재(2013:298)에서 소개한, 논어양을 훔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에 대한 관점 차이 논의하기, 중용에서의 강직함과 부드러움의 비교를 통해 진정한 강함을 생각해보기, 맹자인의이익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등의 사례를 함께 참고할 수 있다., 글감 수준과 학교급간의 위계성 마련의 필요성, 창의성과 논리적 사고력 배양을 위한 훈고훈석의 다양성 경험, 다양한 띄어 읽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데 대한 경험, 학습자의 관심과 동기유발을 위한 고사성어(故事成語) 부분의 적극적인 활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상기 연구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의 경서 교육의 개발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흥미성다양성으로의 확장의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신덕수(2013)는 유교경전 교육의 지향성이라는 방향적 측면과 교수학습에의 적용이라는 실제적 측면을 고려한 연구 성격을 지닌다. 2009 개정 교육과정문화영역이 확장된 점에 착안하여 문화교육 가능성에서 경전교육의 지향성을 탐색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 경전에서 문화교육 제재를 도출하여 문화를 주제로 주제 중심 통합 대단원을 구성해 제시함으로써 교육 현장에까지 도움이 되고자 했다.

 

김은주(2014)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된 5종의 한문Ⅰ』 교과서 내 경서(經書)와 제자서(諸子書)를 다룬 단원들에 주목하여 체제와 구성’, ‘글감의 수록현황’, ‘난이도 및 한문문법의 내용’, ‘교수학습법등을 고찰하고 해당 영역이 인성과 창의력; 논술과 설득력 배양; 우리 문화의 정체성 인식, 이 세 가지에 중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병철(2017:84)2015 한문교과 핵심역량에 따른 유가 경전 텍스트 활용 예시 및 인성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인성 덕목과 유가 경전 텍스트의 연계 예시, 유가 경전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대단원 재구성을 시도했다. 특히 2015 한문교과 핵심역량에 따른 유가 경전 텍스트 활용 예시 부분김병철(2017:85) 인성교육진흥법에서의 인성 덕목과 유가 경전 텍스트의 주제를 연계시킨 <3>의 내용을 지면 관계상 나열 형식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子曰: 克己復禮爲仁”, 논어); (“出必告, 反必面”, 예기); 정직(“不知則問, 不能則學”, 순자); 책임(“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논어); 존중(“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맹자); 배려(“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소통(易地思之, 맹자); 협동(“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맹자)은 유가 경전의 텍스트 활용이 한문교과 핵심역량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함영대(2018)는 인문고전교육의 관점에서 2015 개정 한문Ⅰ』 교과서에 수록된 경전제자서의 주요 논점 및 학습내용을 검토했다. 주목한 가치설정의 유형은 ‘1.개인의 수양[배움의 의미와 가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 덕성의 함양]’, ‘2.인생관과 처세의 문제’, ‘3.사회적 가치[갈등 조정의 가치로서의 경전 제사서의 이상; 정치경제적 논점의 시사점; 사회질서 정립과 소통]’ 등이다. 교과서의 학습 내용(내지 서술 측면)에 있어서는, 노자순자묵자의 주장을 갈등의 해결이라는 주제로 묶은 사례(동아-한문-128~129), 사람의 본성과 관련된 모둠활동에서 서머싯 몸의 글을 인용한 열린 결말이 있는 학습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의 자료로 활용케 한 사례(천재-한문-143), ‘일일삼성(一日三省)’과 관련하여 실천을 담보하는 5일 성찰일지 작성을 통해 열린 결론과 행동화 교육을 제시한 사례(금성-한문-148), 맹자의 왕도 정치의 예를 살펴본 후 현대 사회의 제도와 연관지어 사고를 확장한 사례(지학-한문-136) 등에 주목함으로써 고전인문교육으로서의 무궁한 가능성을 피력했다.

 

상기한 기존 연구 성과를 통해 기존 중고등학교 교과서 내 유가 경전제자서에 대한 실태 및 다양한 접근 각도와 지향점 등을 살필 수 있다. 그 가운데 유가 경전제자서에서 선취한 글감의 다양한 제시학습 방식, 현재적 적용응용, 흥미도, 위계성 등에 대한 관심과 논의에 주목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의 범위와 성격에 논의하고 기존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여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용 방안을 추가적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위와 성격

 

 

본 장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위와 성격에 대한 한문과 교육과정 및 관련 연구에서의 논의를 소개함으로써 현재까지의 중심 인식을 살펴보고 학술사 맥락에서의 논의를 간략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고찰 과정에서는 유가 경전과 제자서의 영역간 교차성과 역사적 확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1. 교육과정 및 관련 연구에서의 논의

 

2015 개정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에서는 유가 경전이나 제자 등의 용어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2022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한문 [12한고01-06] ‘글과 관련한 탐구 활동을 통해 진로를 탐색한다는 성취기준에 대한 해설에서 한문 고전은 이른바 문()()(), 즉 문학역사철학이 주종을 이룬다고 언급한 부분이나 고등학교 한문 고전 읽기과목의 목표 중에 서술된 다양한 유형의 한문 자료의 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특정 한문 자료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료의 유형 및 범주를 지나치게 세분화하여 제시하는 것이 학습 효과에 유의미하지 않다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다만, 본 연구가 유가 경전과 제자서를 논의 대상으로 삼은 만큼, 한문과 교육과정 맥락에서의 관련 논의나 인식을 간단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2007 개정 교육과정(해설서) ‘한문에서는 설리문(說理文)에 속하는 문체로서 유가(儒家)의 경전(經典)이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철학적 저술 등과 같이 장편의 저서를 통하여 자신의 철학이나 사상을 천명하는 각종 사상류(思想類) 산문교육과학기술부(2008), 2007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한문, 27.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 아울러 한문사상류 산문에 대한 설명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논어, 맹자, 장자, 순자등이 있다고 추가적으로 서술했다. 이를 통해 2007개정에서 유가의 경전제자백가라는 용어가 동등한 맥락에서 교육과정에 함께 언급된 점, 텍스트 예시를 제시했지만 양자를 구체적으로 유별화하지 않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09 개정에서도 기본적으로 이를 준용했다. 김용재(2013:276~277)2007 개정교육과정에서 경서를 통한 교육목표를 철리산문류로서의 문체 이해와 독해력 신장에 주안점을 두는 방식은 경서를 통한 한자문화권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등의 교육 공간이 자리할 여지가 없게 되는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는데, 유가 경전과 제자백가의 저술을 철학적 각도 외에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경우, 활용의 가능성이 더욱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가 경전제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에 따라 유연하게 그 범위를 설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령 김성중(2011:160)에서는 유경과 제자의 범위는 시대에 따라 변동이 있어 왔다 …… 한대(漢代)에는 유경도 제자의 한 학파로 속해 있다가, 유가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제자에서 분리되어 경()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유경(儒經)유가학파의 전적 가운데 경()의 위치를 점한 십삼경(十三經), 제자(諸子)는 일반적으로 선진시대에 활동한 학자나 학파 및 그와 관련된 저서를 아우른다.”고 설명하고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 글감으로 제시된 유경제자 텍스트 실태 조사의 결과로 논어』⋅『맹자』⋅『대학』⋅『중용』⋅『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노자』⋅『장자』⋅『열자』⋅『순자』⋅『손자』⋅『한비자』⋅『관자』⋅『회남자』⋅『묵자』⋅『안자춘추의 글감 선정 수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회남자만 한 대(漢代) 문헌에 해당한다. 한편 김은주(2014:4)에서는 사서(四書)대학』⋅『논어』⋅『맹자』⋅『중용와 오경(五經)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을 경서로 분류하고 제자서(諸子書)노자』⋅『장자』⋅『묵자』⋅『순자』⋅『손자로 한정했다.

 

 

2. 학술사를 통한 유가경전(儒家經典)제자서(諸子書)의 범위와 성격

 

유가 경전의 유가(儒家)’는 제자백가(諸子百家)에 속하기에 유가 경전의 일부가 시기에 따라 제자서(諸子書)로 분류된 바 있다. 한편, 유가 경전은 제자백가 중 유가에서 중심 텍스트로 삼는 대상이자 중국 전통시대 정치사상의 기조가 되는 텍스트이기에 제자백가와 변별되는 특수한 지위를 지니기도 한다. 시대적 변천 과정에서 제자백가 및 경()의 범주가 확장되므로 교차성 외에 확장성의 특징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주가 교차병행될 수 있는 구조는, 한 대(漢代)유향(劉向)유흠(劉歆)칠략(七略)(不傳)과 이를 계승한 반고(班固)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의 분류 체계 및 위진(魏晉) 이후의 사부(四部) 분류 체계와 일정한 관계가 있다. 칠략(七略)의 앞부분에 』⋅『』⋅『』⋅『』⋅『』⋅『춘추』⋅『논어』⋅『효경』⋅『소학을 포함한 육예략(六藝略)’을 별도로 두어 제자략(諸子略)’에서의 임금을 도와 교화(敎化)를 밝히고 육경(六經)을 다루며 인의(仁義)를 중시하고 요순(堯舜)을 조술(祖述)하며 문()무왕(武王)을 본받고 공자를 스승으로 모시유가(儒家)’와 변별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이와 같이 경전 텍스트로서의 유경(儒經)과 제자(諸子)로서의 유가(儒家)를 구분한 방식은 이후 사고전서(四庫全書)분류에까지 기본적으로 계승된다.姚名達撰, 嚴佐之導讀(1938/2002). 이렇게 칠략(七略)제자략(諸子略)’에서 제자(諸子)’가 유형화된 이래 위진(魏晉) 이후에 점차 경사자집(經史子集) 사부(四部) 체계 안의 자부(子部)’로 모여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유가 경전과 범위 간에 교차성을 지니게 되었다.

 

한대(漢代)오경(五經)’(‘六經’)이 송대(宋代)십삼경(十三經)’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서도 유가 경전의 경전주석류와 제자류 문헌 유형간의 긴밀한 상호관계성을 엿볼 수 있다. ‘사서(四書)’는 주희가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注)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명명한 이래 학문 입문서로 자리매김했으며 ‘13이라는 용어는 송대(宋代) 이후에 등장했고 사서오경(四書五經)’,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은 원명청대(元明淸代) 과거제도 배경 아래 발생했다. 이때 사서(四書)’는 주희(朱熹)에 따르면 공자(孔子)증자(曾子)자사(子思)맹자(孟子)의 어록(語錄)이나 저작(著作)을 가리키며 이 가운데 논어를 제외한 3종은 한서예문지에서는 제자략(諸子略)’에 분류되던 문헌이다. 본래는 제자(諸子)’로 분류되던 문헌이 경전으로 분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자에 따라 유가 경전의 범주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가령 십삼경(十三經)으로 불리는 텍스트 모두가 동등한 유가 경전의 위상을 지니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논어』⋅『효경』⋅『맹자』⋅『이아는 경()의 자격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창연(李暢然, 2009:126)의 연구 등이 그에 해당한다.

 

후대에 이르러 제자(諸子)’의 범주는 협의로는 주로 선진시대(先秦時代) 제자(諸子)’를 가리킨다. 양계초(梁啓超)() 이후(以後)에는 자서(子書)가 없다.”고 하여 제자(諸子)’에 대해 엄격한 시대 제한을 두었다. 장태염(章太炎)제자학(諸子學)이라는 용어가 비록 주진(周秦)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후대의 제자(諸子)들도 포함될 수 있지만 반드시 주진(周秦)시대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도 제자(諸子)’의 중심 시대 범위를 주진(周秦)에 국한시켰지만張瑋高威(2011), 23면에서 재인용. 중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梁啓超의 엄격한 제한보다 넓은 시대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러한 관점은 광의의 제자(諸子)’ 개념이 선진(先秦)에서 한 대(漢代) 또는 위진남북조시기(魏晉南北朝時期)에 등장한 각종 유파를 아우르는 총칭으로 넓게 확장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사기에서, 선진(先秦)시기부터 한대(漢代) 초기까지의 학파(學派)에 대한 총칭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춘추전국시대부터 당시까지의 다양한 학파들을 일컬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자서(諸子書)제자학(諸子學)이라는 용어 외에 선진(先秦)’이라는 시대를 붙여 선진제자서(先秦諸子書)’선진제자학(先秦諸子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개념 용어 함의의 확장이라는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

 

실제 목록서에서 경전 텍스트와 제자학(諸子書)를 분류할 때 때로 다른 영역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가령 한서예문지에서 유향이 서()를 붙인 신서(新序)』⋅『설원(說苑)등 역사 사실을 기록한 문헌을 제자략(諸子略)’에 포함시킨 사례, 전국책(戰國策)』⋅『국어(國語)에 대해 춘추(春秋)이후의 일을 기록했다거나 좌구명(左丘明)이 지었다는 관점에 의거해 육예략(六藝略)’에 포함시킨 사례 등이 그에 해당한다.

 

제자서로의 구분 여부는 시대나 목록서 편찬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령 춘추시기 제()나라 대부 안영(晏嬰)의 사상을 담은 안자춘추(晏子春秋)한서예문지제자략에서 유가(儒家)에 분류되어 있는데 청대(淸代)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는 사부(史部)로 분류된 사례가 그에 해당한다. ‘제자(諸子)’ 학파(學派)의 분류도 차이가 있으며 후대에 점차 분류 유형이 다양화되는데, 가령 사기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에서는 음양가(陰陽家)유가(儒家)묵가(墨家)명가(名家)법가(法家)도가(道家)’6(),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에서는 종횡가(縱橫家)잡가(雜家)농가(農家)소설가(小說家)’ 4()를 더한 10(), 사고전서(四庫全書)자부(子部)는 예술(藝術)보록(譜錄)유서(類書)석가(釋家) 등을 추가한 14()경사자집(經史子集)의 분류체계를 지닌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 자부(子部)’14()로 유별했는데 이 가운데 유가(儒家)병가(兵家)법가(法家)농가(農家)의가(醫家)천문산법(天文算法)술수(術數)잡가(雜家)도가(道家)소설(小說) 등 선진시대부터 등장한 제자류(諸子類) 외에 한대(漢代) 이후 외국에서 전래된 석가(釋家)’나 회화서예인장학(印章學)금기류(琴棋類) 등을 다루는 예술(藝術)’, 기물(器物)음식(飮食)조수충어(鳥獸蟲魚) 등의 계통을 밝히고 도록(圖錄)의 형식으로 설명하는 보록(譜錄)’, 경사자집(經史子集)의 어느 하나로 분류되기 어려운 태평어람(太平御覽)』⋅『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과 같은 현대 데이터베이스적 성격을 지닌 유서(類書)’ 등의 인문 저술색인 영역을 포함시킴으로써 제자류(諸子類)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등으로 확장되는 상황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15 개정에 따라 편찬된 교과서에서 제자백가(諸子百家)로 언급하는 학파는 유가(儒家)묵가(墨家)도가(道家)법가(法家)’ 4()가 중심을 이루는데 이는 상기 4개 학파가 제자(諸子) 가운데 탁월 하게 자신의 진영을 수립한 학파라는 정치사상사적 각도가 반영된 것梁啓超(1922;2003), 78-79.이라 할 수 있다. 러한 까닭에 한서예문지에서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이르기까지 잡가류(雜家類)에 분류되어 있는 여씨춘추(呂氏春秋)』⋅『회남자(淮南子)등의 저술은 학술사의 맥락에서는 제자백가로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한문과 교육과정에서는 제자백가로 유별화하기에 낯선 감이 있게 된다.

 

한문교육에서 유경 및 제자 전적등 유가 경전을 제자서와 구별해 사용하는 경향은 유가를 통치사상으로 삼은 중국 전통시대 목록학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의 어문교육에서 선진제자서(先秦諸子書)’로 통칭한 사례는 유가를 다양한 사고의 한 유형으로 접근하는 데 효과적이며, 제자서에서 유가 경전을 독립시켜 병렬 관계로 제시할 경우, 유가 경전의 전통적인 가치가 보다 강조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면서 한문교육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유가 경전과 제자서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유가 경전을 별도로 제시할 경우, 유가의 사상적 지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논어』⋅『맹자』⋅『효경등과 같이 선진시대에는 제자의 지위에 있던 텍스트나 선진(秦漢)시대에 이전의 문헌문장을 집록하고 증보하여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아와 같은 텍스트까지 포함하여 남송(南宋) 즈음에 형성된 ‘13으로 유형화시킬 수 있는 편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유가의 정통 색채가 부각됨으로 말미암아 다른 제자백가와의 균형성 및 생동감 있는 언어표현의 역동성을 반영하기에는 일정한 한계도 존재한다.

 

유가 경전제자서 텍스트의 성격과 범주에 대해 보다 유연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그 활용의 폭도 보다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위 설정에 대해, 한대(漢代) 한서예문지제자략의 분류에 있는 문헌들도 제자서의 범주에서 폭넓게 볼 수 있다고 보고 심지어는 위진남북조시대의 석가(釋家)도 후기 제자서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유가 경전과 제자서의 공통된 성격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오래된 역사성을 꼽을 수 있다. 유가 경전과 제자서는 한문 텍스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텍스트에 해당한다. 시경』⋅『서경』⋅『역경과 같은 경우,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적 거리로 인해 언어문화제도사상 등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동반함으로써 텍스트를 접근하는 데 있어 난해함거리감을 발생시킨다. 둘째, 오래된 역사성으로 인해 동반된 해석의 다양성이다. 이해의 난해함을 해소하기 위한 주석(注釋)해석들이 누적(累積)되면서 다양한 해석에 대한 열린 공 간을 제공한다. 셋째, 동양 고전에서 매우 높은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준다. 이는 어휘문장인물이미지 등의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다. 2015 개정 교과서에서 이러한 유가 경전제자서의 성격을 교육 내용과 교수학습방법에 다양하게 적용한 양상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2015개정 교과서 중 유가 경전제자서의 활용 양상

 

 

본 장에서는 2015개정 교과서 중 유가 경전제자서가 활용된 양상 가운데 기존 연구에서 언급한 것은 가능한 한 생략하고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에 유효한 부분에 주목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1. 유가 경전제자서를 글감으로 한 대단원 실태분석

 

2015 개정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 내 유가 경전제자서가 지닌 전통 사상 및 가치에 대해서는 기존 연구에서 인성역량(김병철(2017)), 가치설정(함영대(2018)) 등으로 논의된 바 있다. 본 소절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가 글감으로 구성된 대단원을 중심으로 글감 주제와 교수학습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단원 중의 일부가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으로 구성된 사례들도 있지만 대단원 전체가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으로 구성될 때 해당 글감을 다루는 문제의식과 교수학습 양상이 보다 집약적으로 구현되는 것으로 판단되기에 대단원으로 구성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15 개정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 가운데 대단원을 모두 유가 경전제자서로 구성한 사례는중학교 교과서 중 네 개의 소단원으로 대단원이 구성된 경우 네 개 전부 유가 경전제자서인 경우는 없었다. 가령 -장원교육의 경우와 같이, 대단원 고전의 바다를 구성하는 소단원이 정약용; 홍대용; 공자와 제자들; 제자백가를 찾아서제자백가가 포함되어 있으나 대단원 전체가 아닌 일부 소단원만 유가 경전제자서로 구성된 경우에 해당하기에 집계에서 제외한다., 중학교 한문 17종 가운데 5, 한문13종 가운데 9, 한문1종으로 총 15종이다. 중학교 교과서가 고등학교 교과서보다 해당 사례의 비율이 낮다. 그 원인으로는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이 네 개의 소단원으로 구성된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외에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의 철학윤리정치사상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 중학교 교과서 가운데 대단원 모두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으로 구성된 경우라 하더라도 정치사상보다 배움(학문), 인간됨(사람다움), 인성론적 측면을 보다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문Ⅰ⋅Ⅱ의 경우에는 유가 경전제자서를 하나의 대단원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훨씬 높으며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도 정치사상철학관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활동들이 보다 많이 제시되어, 중학교와 일정한 위계성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과서 내에서 유가 경전이나 제자백가의 범위를 정의하는 경우는 소수였다. 제자백가의 경우, “중국 춘추 전국 시대에, 각기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여러 사람[諸子]과 많은 학파[百家]”(한문-비상) 등으로 정의하거나 노자, 장자, 순자, 한비자”(‘한문-금성’, 158)와 같이 인물을 중심으로 제시하였는데, ‘춘추 전국 시대의 사상가나 학파로 시기를 제한했다. 유가 경전과 제자백가의 구분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동화사의 경우 사서(四書)에서 깨달음제자백가에서 얻은 지혜의 두 소단원을 통해 유가 경전으로서의 사서와 제자백가 문헌을 구분한 사례가 확인된다.

 

제자백가 범주로 다루어진 학파는 유도가의 사가(四家) 외에 손자(孫子)종횡가(縱橫家)양주(楊朱)의 위아(爲我) 등이 부분적으로 언급된 사례도 보이기에 제자백가의 논의 범위가 사가(四家)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배움(학문), 인성론삶의 지향정치사상 등이 주를 이루지만 역설에 담긴 교훈’(‘-천재’), ‘편견을 넘어서’(‘한문-천재’)와 같이 언어 표현상의 특징이나 사유방식에 초점을 맞춘 내용도 있어 내용상의 다양성도 확인할 수 있다.

 

no 교과서 대단원명 소단원명
1 -교학사 공자 왈 맹자 왈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공부란 무엇인가
2 -비상 사상-선인들의 생각을 배우기 위하여 논어를 통해 만난 공자;
본성에 대한 논의;
우리가 추구할 평등
3 -씨마스 성현들의 가르침 공자의 가르침;
맹자의 주장
4 -지학사 시공을 초월한 가르침 배우고 때때로 익히다;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다
5 -천재 도란도란, 성현과 대화해요 사람다움에 대하여 공자;
사람이 가야할 길 맹자;
역설에 담긴 교훈 노자
6 한문-금성 동양 고전에서 삶의 길을 찾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사람의 본성이 선한 것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으니
7 한문-다락원 동양 사상의 숨결 공자의 가르침 論語;
맹자의 말씀 孟子;
여러 사상가의 생각 諸子百家
8 한문-대학서림 성현의 가르침 哲人을 만나다 孔子老子;
哲人, 정치의 출발점을 제시하다 孟子
9 한문-동아 동양 사상 알기 인간의 도리; 인간의 본성;
갈등의 해결; 꿈꾸는 사회
10 한문-미래엔 철학, 길을 묻다 인류의 스승 공자;
묵자와 맹자; 노자와 한비자
11 한문-비상 철학 고전 읽기 논어; 맹자;
도덕경장자
12 한문-씨마스 옛 성현과의 만남 공자, 맹자 ;
노자, 장자 ;
묵자, 한비자, 순자
13 한문-지학 성현이 남긴 이치와 도리 공자가 추구하는 인간상;
맹자가 바라는 세상;
제자백가의 주장
14 한문-천재 천년을 넘어선 대화 배움의 즐거움 孔子;
사람의 본성 荀子孟子;
편견을 넘어서 老子莊子
15 한문-천재 천년을 이어 온 사상 사람답게 산다는 것 大學論語;
본성 회복의 길 孟子中庸‘;
자유롭게 산다는 것 道德經莊子

<1: 2015개정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 중 대단원이 모두 유가 경전제자서로 구성된 사례>

 

유가 경전제자서에서 글감을 선취해 대단원을 구성한 경우 주제면에서 개인관계사회에 대한 건전한 가치설정과 관련된 제자백가의 주요 사상이 중심을 이룬다. 그중 제자백가의 사상을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보충 자료나 단원 마무리 단계에서 핵심 인물내용문장 등을 압축적이고 간결하게 제시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해설 중심의 제시 방법 외에 다양한 학습 활동과 연계한 사례도 보인다. 가령 한문-동아’(138~139)에서는 사상가와 가상 인터뷰라는 모둠 활동을 제시했다. 예시로 공자와의 가상 인터뷰를 제시했는데 표제는 공자에게 전쟁의 원인을 묻다이고 부제는 각자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한다면 전쟁이 없을 것이다. ‘-지학사’(157)에도 공자와의 가상 회견활동이 제시되어 있는데, ‘한문-동아에서는 모둠별로 직접 시대 상황 및 주요 사상가에 대해 사전조사하고 가상 인터뷰를 진행할 사상가 및 문장을 선정한 후 질문을 구상하는 종합적인 활동으로 구성된 반면, ‘-지학사의 경우는 공자와의 만남을 상정한 가상 인터뷰를 제시한 뒤 빈칸에 들어갈 핵심 키워드를 <보기>에서 골라 넣는 활동으로 난이도를 낮춘 차이가 있다. 한편, ‘한문-미래엔’(160~161)에서는 유법가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 주장의 장점, 주장의 문제점, 주장에 대한 나의 판단이라는 네 부분에 대해 제자백가 사색으로 보기라는 학생활동을 통해 사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활동들은 학습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제자백가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 유가 경전제자서의 사유 방식이나 수사적 표현에 초점을 둔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가령 한문-천재편견을 넘어서(老子莊子)’의 경우, 사유 방식의 각도에서 접근한 특징을 지닌다. 아울러 문화와 인성이라는 보충 읽기 자료에서 전체를 보는 동양; 부분을 보는 서양이라는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소개함으로써 텍스트 내용의 접근 각도를 보다 분명히 해주었다. ‘-천재’(156)에서도 노자의 중심 사상의 주제적 측면보다 수사적 표현에 초점을 두어 역설에 담긴 교훈이라는 소단원명을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문학예술 사례들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한편, 소단원의 주제는 아니지만, ‘한문-미래엔’(156)에서는 한비자의 술파는 송()나라 사람과 술집의 사나운 개의 이야기를 통해 사유 방식문제 인식에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학습활동을 제시했는데 이 또한 제자백가의 사상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는 제자백가의 글감 가운데 다양하게 사고 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에 활용할 수 있음에 주목할 수 있다.

 

학습 활동면에서는 제자백가의 사상과 현재 상황을 밀접하게 연계시키거나 양자를 비교하는 활동 등이 확인된다. ‘한문-다락원’(159)에서는 제자백가의 사상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삶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와 관련한 생각 싹 틔우기활동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생각하도록 했다. 관련 어휘로는 군사력준법정신국제연합경제등을 거론했다. 보충 자료에서 손자병법을 소개했는데 이는 생각 싹 틔우기군사력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기에서는 유가도가묵가법가 외에 종횡가(縱橫家)소진-합종(合縱)동맹; 장의-연횡(連橫)동맹를 소개했는데 이는 생각 싹 틔우기국제연합과 연계하여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아울러 한문 -다락원’(162)에서는 제자백가가 당시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학파라는 점에 착안하여, 모둠별로 제자백가 중 하나의 입장이 되어 현재에 직면한 이슈(반인륜적 범죄의 증가, 학교 폭력, 다문화 가정 차별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토론하는 활동을 추가했다. 현재 직면한 이슈들은 학교 현장지역 사회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다르게 선택할 수 있을 듯하다. ‘한문-동아’(128)에서 의 이웃 간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 해소에 대한 토의 활동 부분, ‘한문-대학서림’(133)에서 맹자의 왕도정치론과 관련하여 덴마크의 최저시급, 행복지수 관련 기사 및 한국의 최저시급노동 상황 등을 비교해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제공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요인으로서의 항산(恒産)’, ‘항심(恒心)’이나 한국인의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 부분, ‘-지학사’(174)에서 촉법 소년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한비자[찬성측]맹자[반대측]의 입장을 대별한 토론 활동 부분 등은 모두 제자백가의 관점사상을 매개로 현재의 이슈들을 생각하는 데 유용한 학습 활동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문-비상’(152)에서는 모둠의 철학과 학파 만들기를 통해 독자의 생각과 연계하는 창의 활동을 마련했다. 유가(儒家)의 사례를 제시하고, ‘학파 이름’, ‘학파의 이상(理想)’, ‘추구하는 인간상’, ‘구성원을 논의토록 하고 웃음을 중시하는 소가(笑家)’를 예시로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문-동아’(133)에서는 학습자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말해보는 활동이나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활동을, ‘한문-금성’(154)에서는 내가 꿈꾸는 대동사회’”를 현대적 개념에 맞게 정리해 발표하는 활동을 삽입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제자백가의 사상적 특징목표 등을 학습자의 현재와 효과적으로 연계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대단원 구성 시 제자백가 사상이 당시에 직면한 이슈 해결을 위한 논의라는 점에 착안하여 현재 우리의 이슈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사례들을 확인했으며 이슈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 외에 자신 또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상향을 함께 생각하는 공간을 마련한 사례도 확인했다. 그 외 비록 많지는 않지만 유가 경전제자서에 반영된 사유 방식과 다양한 문제 인식 방식에 대해 서술 표현의 각도에서 접근한 사례도 확인했는데 이 또한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에 대한 활용의 폭을 넓힌 부분에 해당한다.

 

 

2.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 형태 제시의 유연성

 

유가 경전제자서는 교과서에서 어휘(성어)단문한문문장한국어 번역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유연하게 글감을 선취활용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온고지신(溫故知新)”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이오십보소백보(以五十步笑百步), 즉하여(則何如)?”한문-천재’(21)에서는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비유가 담긴 성어단원에서 다루었다.와 같이 때로는 성어의 형태로 때로는 단문의 형태로 단원 및 보충활동에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배경 중 하나로, 유가 경전제자서의 오랜 역사성으로 인해 글감이 다양하게 인용활용되어 온 과정을 들 수 있다. 이는 유가 경전제자서만으로 대단원이 구성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타 소단원 및 확장된 활동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과도 연결된다. 2015 개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에서 유래한 성어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에서 육예(六藝, 유가 경전)류로 분류한 한시외전(韓詩外傳), 제자(諸子)류로 분류한 전국책(戰國策)』⋅『여씨춘추(呂氏春秋)』⋅『설원(說苑)』⋅『열녀전(列女傳)등이나 조기(趙岐)맹자주(孟子注)와 같은 경전 주석류에서 유래한 성어까지 포함하면, 145개의 성어 가운데 58개가 유가 경전제자서 및 관련 전적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사된다. 이는 총 성어의 40%를 차지하는 분량이다.2015 개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 조사되는 관련 성어를 출전을 중심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본문에 수록된 성어를 중심으로 조사하였으며 보충 활동 등에 제시된 성어는 제외했다. 역경(刻舟求劍; 改過遷善; 金蘭之契; 拔本塞源; 脣亡齒寒; 自強不息); 좌전(居安思危; 勸善懲惡); 시경(如履薄氷); 서경(德無常師; 有備無患[좌전에서 출전을 서경로 제시함]; 예기(檀弓; 曲禮)(苛政猛於虎; 弱冠; 出告反面; 昏定晨省); 중용(登高自卑; 博學審問); 한시외전(韓詩外傳)(風 樹之歎); 논어(見利思義; 過猶不及; 克己復禮; 樂而不淫; 博施濟衆; 發憤忘食; 不恥下問; 溫故知新; 志學而立不惑知天命耳順從心; , 不惑이 단독으로 제시된 바 있음); 맹자(辭讓之心; 似而非; 如反掌; 易地思之; 緣木求魚; 仁義禮智信; 仁者無敵; 助長; 浩然之氣), 孟子注(孟母三遷); 노자(大器晩成); 장자(莫逆之友; 莊周之夢; 胡蝶夢; 朝三暮四); 전국책(蛇足; 畫蛇添足; 漁父之利[원전에는 漁翁之利]; 轉禍爲福; 狐假虎威); 손자(吳越同舟); 열자(管鮑之交; 愚公移山; 伯牙絶絃; 知音[열자原文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伯牙絶絃에서 유래한 성어]); 한비자(孤掌難鳴; 矛盾; 守株待兎; 兎死狗烹); 其他 漢代 설원(伯兪之孝); 열녀전(斷機之戒) 이러한 성어들의 출처 자체는 교수학습에 있어 유의미하지 않다 하더라도 유가 경전제자서를 교과서에서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이 어휘(성어)단문문장에 걸쳐 다양한 형식으로 선취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만하다.

 

인용한 글감 범위의 유연성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먼저 각주구검(刻舟求劍)’(여씨춘추)을 들 수 있다. 교과서에 따라 성어만 제시한 경우와 성어와 문장 형태의 글감을 함께 제시한 경우로 나뉜다. 주제면에서는 어리석은 사람’, ‘성찰하는 자세’, ‘비유가 담긴 성어등으로 초점에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성어와 문장 형태의 글감을 함께 제시한 두 교과서는 2종이 확인된다. ‘한문-동아출판’(33)에서는 주지(舟止)에 종기소계자(從其所契者)하여 입수구지(入水求之)하니라. 주이행의(舟已行矣)나 이검불행(而劍不行)하니 구검약차(求劍若此)면 불역혹호(不亦惑乎)?” 부분을 제시하여 어리석은 행동 묘사에 초점을 두었고, ‘한문-비상’(35)에서는 시이사의(時已徙矣)한대 이법불사(而法不徙)니 이차위치(以此爲治)면 기불난재(豈不難哉)?” 부분을 제시하여 각주구검(刻舟求劍) 성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강조하려는 주제 부분을 부각시켰다. 해당 부분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no. 글감 원문 인용 교과서
 
刻舟求劍
성어로 단원 구성: 대명사-8,대학서림76-, 씨마스-31,
주제로 단원 구성: [어리석은 사람 愚人]다락원-34; [성찰 하는 자세]이젠미디어-30; [비유가 담긴 성어] 천재교육-20
刻舟求劍
舟止從其所契者하여 入水求之하니라. 舟已行矣而劍不行하니 求劍若此不亦惑乎?
 
성어로 단원 구성: 동아출판-33
刻舟求劍
時已徙矣한대 而法不徙以此爲治豈不難哉?
 
[비유가 담긴 성어] 비상-35

 

이를 통해 유가 경전제자서에서 유래한 성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주제면은 물론 글감의 형태면에서도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다.유사한 사례로, ‘한문-미래엔’(104)에서는 .성어, 유래로 배우다. 13.관점을 넓혀보기장에서, “尾生與女子期於梁下러니 女子不來일새 水至不去라가 抱梁柱而死라는 문장의 형식으로 장자미생지신(尾生之信)’ 성어를 제시함으로써 성어와 문장의 경계를 교차했다.

 

한편, 성어(어휘)의 형태와 문장의 형태로 활용될 뿐 아니라 학습자의 창의 활동까지 연계시키기에 좋은 글감으로 공자의 나이 관련 글감을 들 수 있다. ‘불혹(不惑)’만을 인용한 사례도 있고[‘한문-장원교육’(18)] 소단원에서는 불혹(不惑)’만 제시한 후 보충활동에서 지학(志學),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 종심(從心)’을 함께 제시한 사례도 있으며[‘한문-금성’(34)], 문장의 형태로 제시한 사례[‘한문-YBM’(159)]도 있다. 비록 중학교 한문 교과서에 등장하지만 -동화사“(69~70)에서 공자의 나이 관련 한자어를 소개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생각해보는 활동을 제시함으로써 어휘 중심으로 논어문장을 접근하고 이를 학습자의 체험과 관련된 창의적인 활동과 연결시킨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본 소절에서 소개한 사례는 비록 소수지만 이를 통해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 활용의 유연성을 확인 할 수 있다.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이 독립적인 소단원단원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단원과 활동에 구성될 수 있는 유연성은, 우리가 교과서에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을 활용하는 방향성을 고려할 때에도 참고할 수 있다.

 

 

 

. 유가 경전제자서 글감 활용에 대한 이론적 접근

 

 

김용재(2005:350)는 유가 경전을 통한 강의가, “‘한자라는 코드[code]를 통하여”, “사상과 문화를 직접 관통해 나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전통 문화와 사상을 접근하는 교육적 효과 면에서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마인드를 잉태해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새로운 학습 세대에 맞는 다매체 교육 방법론 등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그간 만화논어, 웹툰논어, 만화영화 공자전(孔子傳)등의 사례처럼 경전 텍스트를 새로운 매체와 결합해 현대 학습자에 맞게 개발한 사례 등은 다매체 교육을 접목한 결과물에 해당한다.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들은 유가 경전제자서가 현대에도 생명을 갖고 가치를 지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기존 연구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되 한문 고전 읽기교재나 기타 한문 교과서의 글감으로 유가 경전제자서를 활용할 때, 다른 유형의 글감과 변별됨과 동시에 한문 교육적으로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성격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떠한 교수학습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다만 고찰의 성격이 구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실제 방법론의 구현이기보다 방법론적 가설을 모색하는 차원임을 밝힌다.

 

 

1. 누적(累積)된 주석(注釋)과 해석(解釋)을 활용한 사고의 확장

 

유가 경전제자서가 다른 유형의 글감과 변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누적된 방 대한 주석과 해석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일본학자 하야시다 이스케(林泰輔)논어년보(論語年譜)에 수록한 논어저작이 3,000 여종이라 했고 원대(元代) 두도견(杜道堅)도덕현경원지(道德玄經原旨)서문(序文)에서 도덕경81장에 대해 주석한 사람이 3,000여가(餘家)라 했다.湯一介(2000), 18면에서 재인용. 물론 역사 속에 등장한 모든 주석이 완정한 체계와 설득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유소감(劉笑敢, 2007:91)은 철학자의 각도에서 성공적인 해석 체계는 다양한 텍스트와 대상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다룰 때, 다수의 텍스트와 대상 텍스트를 차용(借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성(差異性) 속에서 일종의 통일성을 만들어내 작품 해석을 관통하는, 융회관통성(融會貫通性) 해석이라 하여 개별적단편적이며 체계를 이루지 못한 주석과 구별했다. 체계성을 갖춘 성공적인 주석의 사례로 우리나라에서 사서(四書)를 공부할 때 중심으로 삼는 주희(朱熹)의 주석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체계성은 유가 경전제자서를 철학사상의 각도에서 접근할 때 고려되는 부분이다. 만약 한문교육의 영역에서 방대한 주석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성공적으로 해석의 체계를 이루는 주석만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현행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서 사서(四書) 글감을 인용한 경우 일반적으로 주희(朱熹)의 주석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읽기에 대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다. 매우 희소한 사례이지만 복수의 주석 내용을 우 리말 풀이로 전환해 학습자의 사고 확장에 제공한 사례가 확인된다. ‘한문-비상’(132)의 경우, 소단원을 시작하는 생각 열기에서 논어(論語)학이(學而)1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자에 대해 “(수시로, 때때로, 때에 맞게)”라는 서로 다른 풀이를 제시하고 괄호에서 ()’의 풀이를 선택하고 그에 맞게 문장의 의미를 설명해 보는 활동을 제시했다. 이러한 시도는 한문으로 된 주석 원문이 지닌 난해함을 해소하면서 학생들이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고 사료된다. 이러한 고민과 시도를 확장하여 주석체(注釋體)가 지닌 고유의 구조를 이해하는 난해함을 해소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을 접하고 사고를 넓히는 데, 풍부한 주석(注釋)해석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다.

 

또한, 사서(四書)가 지닌 주석 체재를 단원 구성에 반영한 사례도 확인된다. ‘한문-YBM’(158)에서 논어(論語)학이(學而)1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구절과 함께 주자주(朱子注)’를 소원단원 본문에 함께 제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시도에는 유가 경전 텍스트의 특징을 경전 교육에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하겠다.

 

한편, 제자서 성어(문장)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보고 학습활동에 적용한 사례로 한문-미래엔’(104~108)을 들 수 있다. 먼저 장자미생지신(尾生之信) 고사를 문장 형식으로 제시하고 이를 관점을 넓혀 보기의 각도에서 접근하여, 미생의 믿음에 대해 약속을 굳게 지킴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의 두 가지 각도를 소개했다. 아울러 문화와 활동하기에서는 회남자에서 유래한 당랑거철(螳螂拒轍) 고사를 우리말 분석의 형식으로 소개하고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무모함어떤 상황에도 물러서지 않는 용감함이라는 두 가지 각도를 제시함으로써 성어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관점에 주목하도록 했 다. 또한 창의활동에서는 열자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를 우리말 번역의 형태로 제시한 후, “저공과 원숭이의 태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활동을 제시했다. 각 서로 다른 관점들은 역대로 해당 성어(문장)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이 또한 축적된 해석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관점을 축적해온 경전제자서의 주석해석들을 교과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다른 전통 주석 문헌을 그대로 옮겨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체험하게 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진작시키기는 극히 어려울 수 있다. 주석(注釋) 문장 자체가 지닌 훈고학적 투식이나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난해한 어휘어구들을 학습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가공해야 하는 문제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가공하지 않고 주석의 원형을 직접 사용할 경우 학습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사고 확장에 도움이 되는 완정한 주석 문장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경전 구절 가운데 특정 단어 또는 구절에 대해 다르게 해석한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들이 해당 어휘에 대한 다양한 의미 영역을 사고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이 부분을 한자어 학습과도 연계시킬 수도 있다. 가령, 한편 인()자와 같이 함의가 풍부하고 다층적인 개념의 경우 교과서에서의 효과적인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주석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맥락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을 배제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

 

2015 개정에 따른 『 윤리와 사상 』 5종 교재에서는 모두 ()’에 대해 정의했는데 주로 인자(仁者), 애인야(愛人也).”에 근거한 사람을 사랑함인자(仁者), 인야(人也).”에 근거한 인간다움을 중심으로 정의하였으며인간됨의 본질을 이루는 사랑의 정신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완성된 인격체의 인간다움이다. 따라서 공자가 강조한 인은 사랑에 바탕을 둔 진정한 인간다움을 의미한다.”(-윤리와 사상-미래엔-39); “인간이 지니는 본질적인 사랑이며 인간다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은 사람[]과 둘[]을 결합해 만든 글자로,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사랑과 인간다움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윤리와사상-천재-27);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인간으로서 지니는 인간다움을 뜻한다.”(-윤리와사상-비상-35); “남을 사랑하며 배려하는 도덕적 마음이다……인은 사람됨의 본질로서 도덕적 내적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규범을 포함하는 의 근거가 된다.”(-윤리와사상-46); “사람을 사랑함[仁者愛人也]과 사람다움[仁者人也], 즉 타인을 사랑하는 정신이자 사회적으로 완성된 인격체의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공자는 인을 실천하는 덕목으로서 효()()()() 등을 제시하였으며, 특히 효와 제를 인을 실천하는 근본으로 보고 매우 중시하였다.)(‘-윤 리와사상-교학사’, 37), 관련 활동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 공자의 효제(孝悌)를 통한 인()의 실천법과 묵자내가 먼저 남의 부모를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데 노력한다면 남이 우리의 부모를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것으로써 보답하게 될 것이라는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점 비교-윤리와사상-교학사’, 38하는 등이 제시되었다. 윤리 과목의 경우 인()에 대해 개념을 유형화하고 정의하려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한문 교과에서는 다양성을 열 어두는 경향성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점이 바로 한문 교과에서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을 다룰 때 교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령 한문-씨마스’(159)에서 보충 활동으로 공자의 인()을 다룰 때, “공자가 평생을 걸쳐 강조한 인()논어100번 이상 등장하지만, 공자는 인()을 넓은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에 공자의 제자들도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음을 언급하면서 인()에 대해 정의를 바로 내리기보다, 공자가 생각한 인()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제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개했다. 5종의 답변을 소개했는데仁者愛人”; “先難而後獲”; “己所不欲, 勿施於人”; “克己復禮爲仁……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恭寬信敏惠 한문 원문이 아닌 한국어 번역어의 대화체로 제시했다. 공자가 질문자에 따라 인()을 다르게 정의한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습자가 인()이 지닌 함의의 풍부함과 다층성을 경험 할 수 있도록 했다.

 

한문교과서에서 경전 관련 개념어에 대해 다른 어휘(성어) 등의 간결한 형태로 제시할 경우, 문장 형태로 학습시 발생하는 번지(樊遲)’ 등의 배경 인물지식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한자한문 교육 의 효과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또한 특정 개념어에 대해 일종(一種)이 아닌 다종(多種)의 관점을 제시하여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효과도 있기에 경전의 특징을 반영하면서 일정한 학습 효과를 지니는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위의 사항을 고려하면서 경전 원문뿐 아니라 경 전 주석해석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학습자가 특정 개념구절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학습 방안의 일례로 [그림1]에 제시한 ()’의 모형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주석해석의 선취 대상은 학습의 학습 수준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다.

 

[그림1]경전주석을 활용한 학습활동 예

 

기존 주석해석을 통해 ()’ 이해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습자의 언어로 재표현하거나 학습자가 생각하는 ()’을 제시해보는 활동을 추가한다면, 역대로 다양하게 다르게 정의주석해석되는 경학적 특성을 창의적 활동으로 연계해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학습자 중심의 시무달고(詩無達詁)적 읽기와 단장취의(斷章取義)적 확장

 

앞 절에서는 주석이 역사적으로 누적(累積)된 풍부함다양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본 절에서는 시무달고(詩無達詁)’단장취의(斷章取義)’의 매개를 통해 학습자 중심으로 읽기로의 확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양자는 이해나 학습면에서 상호교차적인 성격을 지닌다.

 

시무달고(詩無達詁)는 동중서(董仲舒)所聞無達詁()’자는 원텍스트에는 ()’자로 표기되어 있다. ‘()’은 분명하다, 통달하다의 의미를 나타내며, ‘()’자는 지금의 말로 옛 말을 해석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춘추시대 부시언지(賦詩言志)’, ‘단장취의(斷章取義)’ 등의 운용 방식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나 한 대(漢代) 경학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경전을 해석하는 풍토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無達占, 春秋無達辭.”(에는 두루 통하는 정해진 분석이 없고 에는 두루 통하는 정해진 占辭가 없으며 春秋에는 두루 통하는 정해진 표현이 없다.)董仲舒, 春秋繁露3.에서 유래한 말이다. 처음에는 해석만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후에 중국 전통 시학의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 개념은 를 이해하는 데 과연 정해진 분석이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회의론을 제기한다. 시경시편(詩篇)의 주제와 의미에 대해 역대 주석가들의 관점이 서로 다르거나 때로는 완전히 상반되는 경우가 있는데, 시무달고(詩無達詁)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가장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본고는 이 시무달고를 유가 경전제자서 읽기의 한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단재 신채호는 낭객(浪客)의 신년만필(新年漫筆)에서 인도의 석가가 중국에 오면 중국의 석가가 되고 중국의 공자가 일본에 오면 일본의 공자가 되어 서로 달라지는 데 반해 한국의 경우는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됨을 안타까워한 바 있다.단재신채호전집편찬위원회(2008), 583. 조선의 공자’, ‘우리의 공자를 만들기 위한 바탕에는 특정 해석만을 고정적으로 이해수용하는 외에 ’, ‘우리를 주체로 하여 공자를 해석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시무달고적 접근은 학습자의 자기 체험과 긴밀하게 연결될 때 보다 의미를 지닐 수 있기에 이와 관련된 활동 마련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한문-YBM’(163) 맹자군자삼락(君子三樂)을 제시한 맹자챕터 중 생각열기부분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조선시대 상촌(象村) 신흠(申欽)세 가지 즐거움을 제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3가지 즐거움을 적어보는 확장 활동을 추가했는데 이 활동은 학습자의 자기 체험적인 측면 뿐 아니라 경전에서의 의미를 다른 작품과 확장적으로 연계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수 있다.

 

전통시대에 시무달고의 인식이 반영된 경전 활용 활동 중 하나로 단장취의(斷章取義)를 들 수 있다.淸代 沈德潛「『古詩源例言, “之爲用甚廣. 范宣討貳, 爰賦摽梅; 宗國無鳩, 乃歌圻父; 斷章取義, 原無達詁也.” 단장취의(斷章取義)’는 남의 문장(文章)을 잘라 와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맞게) 뜻을 취하는 것으로 논어』⋅『좌전등 선진시대(先秦時代) 텍스트에서 구체적인 활동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전통시대에는 자연스러운 경전 활용 활동이었으나 경전작품의 본뜻, 작자의 본래 의도를 강조하는 배경에서는 시의 일부를 시 전체의 뜻을 고려하지 않고 인용했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 점차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단장취의(斷章取義) 활동이 자기 해석과 해석 공유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경전 활용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한문-()이젠’(52)에서는 본래 관저편을 감상비평하는 표현이었던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논어八佾) 중의 樂而不淫’(즐거움이 도를 지나치지 않음)을 단장(斷章)하여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른 마음가짐갖기의 맥락을 취의(取義)했다. 이는 시가(詩歌) 감상의 언어에서 언행(言行)의 언어로 단장취의(斷章取義)되어 활용된 사례에 해당한다.

 

김용재(2013:286)에서 각 교과서를 학년별로 분석하여 보면 대부분의 인용된 경문은 짤막한 단문의 형태이거나, 혹은 단장취의(斷章取義) 형식을 빌려 수록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 바, 한문교과서에서도 시무달고의 인식이 반영된 단장취의(斷章取義)의 경전 활용 활동을 확장해 적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가령 논어유교무류(有敎無類)는 학습자가 가르침배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성어(문장)라 할 수 있다. 활동은 학습자의 학습 수준에 따라 ()’자를 다르게 해석해보기, ‘()’자를 다른 글자로 치환해보기, ‘有敎無의 부정문 형태를 有敎有의 긍정문 형태로 바꾸어 작문해보기, ‘有敎○○의 형태로 단어를 보다 확장해 생각해보기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희가 유교무류(有敎有類)’()’자의 의미를 바꾸어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담아내었듯, 학습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림2] ‘유교무류(有敎無類)’에 대한 시무달고(詩無達詁)단장취의(斷章取義) 활동

 

한문 문장에서 특정 글자를 치환하는 학습 활동은 기존 교과서나 학교 현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기에 학습방법론에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본고에서는 다음 몇 가지에 대한 고민을 더하고자 하였다. 첫째, 치환 활동은 시무달고단장취의라는 경전 해석활용의 맥락에서 학습활동의 이론적 배경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치환 활동을 위한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 선택과 관련하여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지향점에 대해 생각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내용과 관련된 글감을 골라 활동하는 것이 보다 이상적이다. 셋째, 글감의 특성 및 학습자의 수준 등에 따라 치환 활동의 방식은 다양화될 수 있다.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텍스트가 어려운 경우 우리말 번역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는데, 가령 -지학사’(167)에서 맹자사생취의(捨生取義) 관련 글감을 우리말 번역으로 제시한 후 빈 칸을 한자로 채워 넣는 활동을 구성한 사례 등을 참고할 수 있다.

 

 

3. 경전제자서의 비유개념적 은유를 통한 문화적 사유상상력 제고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와 마크 존슨(Mark Johnson)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에서는 은유가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 존재하며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 사고 체계와 관련된 문제로서 언어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제임을 주장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천재적인 시인이나 웅변가에 의한 설득력 있는 기교로 인식되던 경향과 다른 관점을 제기했다. 이러한 새로운 발상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져 개념적 은유 이론으로 불려졌다. 이를 참고할 경우 사고의 체계나 방식에 대한 개념적설명적인 접근 외에, 비유에 중점을 둔 화자문장 표현의 맥락을 이해하는 접근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에 등장하는 비유적 표현 가운데 문화적으로 형성된 개념적 은유가 많은 데 이에 주목한 교과서도 있다. 가령 한문-미래엔’(98~99).성어, 유래로 말하다’ ‘12. 비유로 말하기에서는 여씨춘추(呂氏春秋)각주구검(刻舟求劍)맹자조장(助長)을 문장의 형식으로 제시하여 문장의 구조를 구별하고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학습 요소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단원에서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제후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재를 초빙하였다. 이때 새로운 지식인 계층인 유세객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들은……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활용하였다. 비유를 들어 말하면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 생길 수 있는 마찰을 피하면서도 주장을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하여 춘추 전국 시대 문장 표현의 비유적 표현의 발생 배경과 특징을 설명해주고 연목구어(緣木求魚)[맹자]낭중지추(囊中之錐)모수자천(毛遂自薦)[사기]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유가 경전과 제자서에서 의 이미지를 통해 인성(人性), 이상적인 인격상태, 가르침과 배움 등을 비유하는 경우도 개념적 은유의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맹자고자하2에서 고자(告子)의 성무선무악설(性無善無惡說)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 모두 물이 흐르는 속성의 동()(西) 방향과 상()() 방향의 비유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맹자가 물이 아래를 지향해 나아가는 속성으로 사람의 본성이 ()’을 지향해 나아가는 속성을 비유한 사례, 사단(四端)을 확충하는 양상을 샘물이 처음 솟아나와 사방에 도달하는 듯함에 비유한 사례, 학문의 발전을 물이 웅덩이를 채운 후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비유한 사례 등이 그에 해당한다.

 

물의 비유를 보다 확장할 경우, 서로 다른 학파 간의 의 비유에 대한 관점들을 비교논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노자상선약수(上善若水)’노자가 인식하는 도()의 특성이 물의 특성과 같다고 하여 무형(無形)의 도()를 유형(有形)으로 비유했다. ()와 물의 비유 관계는 만물을 이롭게 함[利萬物], 낮은 곳에 (겸허하게) 처함[處下], 유연하게 지내며 다투지 않음[不爭], 가장 유약(柔弱)하면서 가장 강함을 이김[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莫之能勝] 등에서 공통된 속성특징을 지니게 되며, 자연스럽게 노자의 주요 사상인 무위자연(無爲自然)’, ‘상무위이무불위(常無爲而無不爲)’와도 연결된다. 노자는 이러한 물의 속성[이자 도의 속성]을 국가를 다스리는 데 쓸 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교제에서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장자의 경우, “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장자·山水)라 하여 군자들의 사귐을 물에 비유했는데 이는 담백함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한편, 공자의 경우, 비록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논어』⋅爲政);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논어衛靈公)에서와 같이 작위(作爲)함 없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부분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세상을 구하고자 뜻 있는 사람들과 유위(有爲)’하고자 하는 성격이 보다 강하다. 그러한 까닭에 공자는 물의 동적인 측면에 보다 주목했다. 물이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함을 통해 배움()의 추구에 대한 간단(間斷) 없음을 비유하고 지자요수(知者樂水)’를 통해 지자(知者)의 역동성과 물의 역동성을 연계했다. 맹자관수유술(觀水有術), 필관기란(必觀其瀾)” 또한 역동적 방향성에 주목한 표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시자(尸子)설원(說苑)와 같은 기타 제자서에서 물의 덕()을 인()()()() 등에 비견한 사례를 참고해 비교 읽기를 확장하거나尸子水有四德’. “沐浴群生通流萬物仁也揚淸激濁蕩去滓穢義也柔而難犯弱而難勝勇也導江疏河惡盈流謙知也.” ; 劉向 說苑·雜言: “夫智者何以樂水也? 日泉源潰潰, 不釋晝夜,其似力者. 循理而行, 不遺小間, 其似持平者. 動而之下, 其似有禮者. 赴千仞之壑而不疑, 其似勇者. 障防而淸, 其似知命者. 不淸以入, 鮮潔而出, 其似善化者. 衆人取平品類, 以正萬物, 得之則生, 失之則死, 其似有德者. 淑淑淵淵, 深不可測, 其似聖者. 通潤天地之間, 國家以成. 是知之所以樂水也.” 서양의 물에 대한 물질적 상상[‘맑은 물, 봄의 물과 흐르는 물’; ‘깊은 물, 잠 자는 물, 죽은 물’, ‘모성적인 물과 여성적인 물’; ‘난폭한 물]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이가림 옮김(2004), 참조.과의 비교 읽기를 확장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물상(物象)을 통한 비유는 역경에서부터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시경의 비흥(比興)과도 연계성을 지닌다. 당대(唐代) 공영달(孔穎達)이 물상(物象)을 통해 인사(人事)를 밝히는 방식이 시경의 비유(比喩)와 유사하다王弼 注, 孔穎達 疏, 周易正義(十三經注疏), 北京大學校出版社, 2000, 32. “, 象也, 以物象而明人事, 之比喩.”고 언급한 이래 이 관점이 꾸준히 주목받은 바 있다. 역경의 일부 표현 방식이 시경의 비유와 유사하다는 것은 유가 경전 텍스트에서 비롯된 물상을 통한 비유들이 모종의 비덕(比德)’으로서의 문화적 코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글감들을 문화적 사유문화적 상상력의 각도에서 접근하는 방안도 한자 문화권의 문화 이해에 대한 접근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

 

 

4. 경전제자서를 매개로 한 창의적 상상과 예술적 창조 공간

 

본 소절에서는 학습자가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을 감상한 후 본래 글감의 맥락배경과의 밀접한 관계없이 학습자 개인의 상상 공간에서 언어적예술적으로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의 마련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가령 인성론(人性論)을 예로 들면, 맹자』⋅『순자』⋅고자의 관점 비교는 한문 교과서 외에 윤리교육에서도 다루는 주제에 해당한다. 한문교육에서 다루는 인성론 관련 논의가 타 교과와 변별성을 지니면서 학습자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접근은 무엇일까를 고민할 때, 창의적 상상력을 더하는 활동을 하나의 고려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아래에 제시한 함민복 작가의 시 성선설은 맹자의 성선설의 관점을 자신의 창의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사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함민복(1998/2020), 우울씨의 일일, 문학동네.

 

이때 학습자가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표현된 인성론에 대한 관점은, 기존의 맹자』⋅『순자』⋅고자의 관점을 비교해서 이해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필요는 없으며 자신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형태)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활동은 영상 콘텐츠 제작문학예술 창작 분야의 진로 탐색과 연계할 수도 있다.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유가 경전제자서를 자기식으로 읽어 창작에 활용한 대표적인 작가에 해당한다. 그는 논어를 읽고 논어의 주제를 파악하거나 분석하는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연기할 수 있는 공자의 생애를 쓰고 싶다고 하면서 9개의 장면을 구상 한 바 있다. 미완성 작품으로 생강냄비는 첫째 장면에 해당한다. 그 첫 장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다. ‘생강이라는 모티브는 논어향당편의 불철강식(不撤薑食)”에서 유래한 듯하며 연극 속의 공자와 생강의 이야기는 모두 허구로 브레히트가 창작해낸 창작물이다.

 

공자: 생강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은 참 애석한 일이야. ! 다른 아이들이 예의범절을 시도했을 때, 너에게 줄 것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았지. 애석하게도 이제는 너를 진심으로 칭찬할 수도 없구나, (), 너까지도 말이다. 네가 자제력이 더욱 필요하다면, 너의 자제력이 충분한지를 도대체 어디에서 내가 알 수 있겠니? 생강냄비를 비우는 데 있어서 기품 있는 신중함이 필요로 하는 2가지 사항, 즉 첫째는 섬세한 예절감각, 둘째는 생강이 가득한 냄비가 나에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생강이 충분하지 못했어. 냄비에 생강이 더 많이 남아 있어야 했어.(두 소년은 앞으로 가서 음악에 따라 노래를 부른다.)

너무 부족한 생강

너무 모자란 예의범절!

기품은 아름다운 것

생강은 단 것주경민(2003), 333면에서 재인용.

 

그 외 브레히트의 묵자성어록(또는 墨子, 轉換의 서등으로도 명칭됨)에 등장하는 묵자의 말은 거의 대부분 실제 묵자의 말이 아닌, 브레히트와 동시대를 살던 다른 철학자정치가의 말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책 속에 킨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등장시켜 묵자의 제자로 설정했다. 따라서 언뜻 보면 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교훈집(敎訓集)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식 틀을 빌려와 당시 시대 상황에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효과를 목적한 것으로 추정된다.성현숙(2000), 176~178, 참조. 이로 인해 선진 제자 철학사상의 영역에서 브레히트를 연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그가 유가 경전제자서를 어떻게 문학적 상상력의 원동력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브레히트의 작품 안에는 묵자 언어 속의 묵자(사실 존재로서의 묵자), 묵자 시대의 묵자를 상상한 배경에서의 묵자(사실 존재에 대한 추정으로서의 묵자), 당대(當代) 배경에서 묵자가 활동할 경우를 가정한 묵자 (현실세계에서의 가정으로서의 묵자), 作者(브레히트)를 빙의하고 싶은 묵자(새롭게 창작되어 새로운 개성을 지닌 묵자)가 공존한다. 유가 경전제자서를 매개로 한, 브레히트의 창의적 상상과 예술적 창조 사례는 한문교육에서 유가 경전제자서를 교육활용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하나의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

 

 

 

. 여론

 

 

이상에서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위와 성격을 고찰하고 유가 경전제자서 활용에 대한 이론과 적 용 방안에 대해 거칠게 모색해보았다. 본 장에서는 앞에서의 고찰과 모색 과정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제자서의 확장 대상으로 불경(佛經)에 대한 고려 가능성을 부연하고자 한다.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은 용어이지만 유가 경전과 제자서라는 용어는 200720092015 개정에서 사용된 만큼, 한문교육에 있어 잠정적으로 준용되어 온 용어에 해당하기에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와 정서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다양한 문헌을 확장하여 활용하는 데에는 일정한 제한성이 있다. ‘유가 경전제자서라는 명칭은 양자간에 존재하는 상호 교차적인 성격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에 어렵다. 역사적으로 유가 경전의 범주도 시대에 따라 달라 맹자같은 경우 당송대(唐宋代)에서야 유가 경전의 범주로 편입되었고, 특정 제자서도 해당 학파에서는 경전으로 인식되어, 가령 노자의 경우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도 노자도덕경』⋅『도덕경으로 명명된 바 있다.

 

만약 유가 경전제자서에 다양한 사상과 관점을 반영한 경전의 성격을 부여한다면 불경(佛經)과 같은 텍스트도 글감 선취 범위로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 한문 교육에서는 다양한 글감 제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텍스트의 확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불경(佛經) 내지 불가(佛家) 문헌은 유가 경전제자서의 범주를 확대해서 이해할 경우 포함될 수 있는 문헌에 해당한다. 비록 출전이 교과서에 직접 제시되지 않았지만 인과응보(因果應報)’, ‘회자정리(會者定離)’, ‘이심전심(以心傳心)’ 등 불경에서 유래한 성어들이 교재에 활용되고 있다. “雖有多聞, 若不修行, 與不聞等, 如人說食, 終不能飽.”(楞嚴經)와 같은 문장은 유가 경전과도 위화감이 없는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비유가 있어 이해가 쉽다. 또한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경우도 다양한 사고를 이끄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발표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지만 경전제자서를 매개로 타 교과와의 융합 내지 글감의 재구조화를 통한 적용 방안에 대해 모색할 수도 있다. 김병철(2017:93)은 유가 경전 수업에서의 교수학습 설계의 기본 원칙 가운데 종적횡적 연계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횡적 연계 방안으로 교과 내 연계, 교과 간 연계,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가령, ‘진로선택과목으로서의 한문 고전 읽기과목의 특성을 살린 유가 경전제자서의 건설적인 연계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공민정(2021:119)에서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년제 한문교과형 주제선택 활동 사례 연구시 세 가지 진로 탐색을 위한 학습 내용 선정 기준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공민정(2021:119)의 구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 탐색의 기회 제공으로 그 직업의 기능, 직업을 가지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관련 학과 및 자격증 등을 조사하여 자신의 진로와 연결하 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둘째, 학생이 직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실천하도록 하여 생소했던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볼 수 있다. 셋째, 한문교과 역량을 발휘하여 정보와 자료의 내용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된 직업을 창의융합적으로 탐색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추가적으로 참고하여 경전제자서의 글감들을 진로 선택 과목으로서의 한문 고전 읽기에 맞게 선취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직업을 탐색하는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직업의 의의 내지 역할을 생각할 수 있는 글감을 선취하여 직업관가치관인생관 등과 연계하는 활동을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타 교과에서 직업 활동을 다룬 부분을 참고할 수도 있다. 가령, ‘고등학교-생활과 윤리-금성’(2018:79~80)에서 직업의 의의 내지 역할에 대해 설명할 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무항산이무항심(無恒産而無恒心)’과 연계하고 사회적 역할을 분담하는 활동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정명(正名) 정신을 연계하였으며 직업 선택의 기준을 언급할 때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부여낙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를 다룬 바 있다. 생활과 윤리교과서에서는 해당 글감을 우리말 번역 형태로 제시하였으므로 한문 교과에서는 한문 문장의 심미적 요소를 잘 감상할 수 있고 학습자의 직업관가치관인생관과 잘 연계할 수 있게끔 글감과 글감 분석관련 활동을 조정추가확장할 수 있을 듯하다.

 

본 발표문은 한문 고전 읽기에서의 유가 경전제자서의 글감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목표사례 등을 완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관련 의문에 대한 문제제기 및 일련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데 그친 한계를 지닌다. 한계점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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