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철학(哲學) (627)
건빵이랑 놀자
자기 의견의 고집 주제에선 좀 벗어나지만 말이 나온 김에 의견을 고집하는 문제를 좀 더 이야기해보자.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에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그 주장의 관철이 분명히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다. 하지만 또 다른 경우로서,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토론이나, 학술적인 토론에서도 절대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자세는 자신의 주장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면 자신이 그만큼 가난해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그 결과인 주장들이 자신을 키우고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면, 사상이 사람을 섬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 반대가 되면 사람이 사상을 섬기는 꼴이 된다. 자신이 내놓은 의견이 자신의 주인이..
제갈량의 경륜(經綸)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세상 이치를 공부하는 일을 늘 그런 식으로 꾸준히 한다면 어떤 경지에 도달하게 될까? 제갈량(諸葛亮, 181~234)을 보통 소음인으로 많이 본다. 진짜 제갈량이야 어떤 사람인지 알 방법이 없지만, 『삼국지연의』에 묘사된 제갈량은 여러 가지로 소음인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음인이 사람의 감정에 아주 귀신이다. 소음인이 주로 감성 영역에 가장 약하다는데, 제갈량은 아예 심리학 도사다. 이러저러한 상황이 되면 이 사람이 이리 갈 것이고, 거기서 또 복병을 만나면 이리저리 할 것이고 하는 식으로 여러 수를 내다보고서 장수들을 미리 배치시키는데, 그 예측이 줄줄이 사탕으로 다 들어맞는다. 바로 그런 것이 소음인의 경륜(經綸)이다. 이른바 절세의 경륜..
소음인과 토론 이번에는 긍심(矜心)을 잘 극복하고 경륜(經綸)의 경지에 도달한 소음인의 모습을 만나보자. 보통 소음인이 작은 집단 내의 토론은 잘한다. 사회를 맡겨도 곧잘 한다. 주장이 논지를 벗어나면 적절히 제지하고, 중간 중간에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한 번씩 정리도 해주고, 토론 전체를 적절히 리드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본 가정들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집단에서의 논쟁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적대적인 집단끼리의 싸움이라도 되면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언제 논리에서 감정으로 튀고 있는가를 알아채고 제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눈치가 부족한 것이다. 뭐 이 정도로 적대적인 경우는 아니라 할지라도, 다양한 정파가 모인 집단에서의 토론은 어려워한다. 서로의 기본 가정..
논리의 성급한 일반화 보통 소양인이 목소리가 크다. 성량이 풍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소양인이 주장하는 바는 여러 사람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쪽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소양인은 다른 사람의 감성에 대한 느낌이 빠르다. 그래서 대중이 일반적으로 지지하는 바를 느끼고, 받아들이고, 이를 주장한다. 즉 자기 주장에 대해 반박받을 여지를 이미 줄여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목소리가 클 수 있다. 그런데 소양인이 대중 정서를 파악하는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음인이 소양인의 겉모습만 보면 어떻게 보일까? ‘목소리가 커야 통하는 구나’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고는 저도 같이 목소리를 키운다. 이게 긍심(矜心)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물론 아무것에나 목소리를 키우지는 않는다..
2. 긍심(矜心)과 경륜(經綸) / 소음인의 소양 기운 절대적 긍정과 상대적 긍정 다음은 소음인 차례다. 소양인을 어설프게 흉내 내면 사심(邪心)에 빠지고, 소음 기운을 잘 키워서 소양의 영역에 도달하면 박통(博通)에 도달한다. 소음인의 사심(邪心)을 긍심(矜心)이라 부르고, 소음인의 박통(博通)을 경륜(經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긍심(矜心)이라는 용어가 좀 고약하다. 바로 앞에서, 사람이 다른 체질을 어설프게 흉내 내어 그릇된 길로 가는 경우를 막고, 자신의 장점을 꿋꿋이 살려나가 바른 길로 가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자기 긍정감’이라고 했는데, 동무(東武)는 ‘긍정’이라고 할 때의 ‘긍(矜)’ 자를 딱 따와서 긍심(矜心)이 사심(邪心)이라고 말하니 좀 난처하다. 긍정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두..
어른의 교심(驕心) 어른의 교심(驕心)도 나타나는 모습은 아이의 교심(驕心)과 같다. 다만 좀 세련되게 나타날 뿐이다. 성급한 일반화, 성급한 개념화 등등,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이나 특수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을 함부로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시키려 한다. 교심(驕心)이 강한 사람은 보통 아는 것은 많다. 그런데 그 중에도 꼭 이상한, 자질구레한 것들을 들고 와서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너희들은 이런 것까지는 잘 모르지?’ 하듯이 목에 힘을 준다. 그럴 때 딱 적절한 말이 있다. “그래, 니 × 굵다.” 좀 심한 표현이 되려나? 그럼, 조금 점잖은 표현으로 바꿔보자. “아는 것 많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정도면 어떨까? 뭐 바꿔도 마찬가진 것 같다.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많..
아이의 교심(驕心) 다시 태음인의 경우로 돌아가자. 앞에서도 여러 번 말했듯이, 태음인은 판단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태음인 아이에게 속도를 강요하는 것은 곧 아이를 교심(驕心)에 빠져들게 만드는 짓이다. 태음인은 폭을 확보한 뒤에 깊이를 가진다. 폭과 깊이가 확보되면 비로소 핵심을 찾아낼 줄 알게 된다. 그 뒤에 비로소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얻어지는 속도를 강요하면 어떻게 될까? 아직 자신의 장점을 키워 약점을 메울 수준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약한 부분을 자꾸 요구받으니까, 남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도망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이 교심(驕心)이 강해지면 잡다한 지식을 줄줄 나열하는 모습, 문제의 답을 외워서 발표하는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폭에서 바로 속..
자기 긍정감의 중요성 그 차이가 갈라지는 지점을 좀더 자세히 검토해보자. 일단 기본은, 자기 체질의 장점을 지켜나가면 박통(博通)에 도달하는 것이고, 이를 버리고, 다른 체질을 흉내 내면 사심(邪心)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모든 체질에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남을 흉내 내게 되는가? 한 마디로 자기가 자기 자신을 못 믿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 부족, 자기 긍정심의 부족, 이런 것 때문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교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벼락부자가 된 사람, 벼락출세를 한 사람이 많다. 즉 자기의 사회적 위치는 갑자기 올라가버렸는데 자기 긍정심은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이 차이를 빨리 메우려는 마음이 교심(驕心)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반면에 벼락출세를 하고 벼락부자가 돼..
교심(驕心) 그럼 주책(籌策)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교심(驕心)이란 무엇인가? 결국 교심(驕心)이란 주책(籌策)의 경지에 이를 만큼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을 섣불리 결론내리는 것이다. 태음인의 약점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결론을 유보하면서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태음인의 장점을 저버리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냥 생긴 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약한 영역에는 영 젬병이 되겠지만, 적어도 쉽게 사심(邪心)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냥 전형적인 태음인, 전형적인 태양인,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체질에 관한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태음인이라도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노력하며 살 때, 느리기는 하지만..
주책(籌策) 뭐 용어야 개념을 정확히 알면 되는 것이지 글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주책(籌策)이라는 글자 자체를 좀 설명해야겠다. 주책(籌策)이란 단어가 좀 낯선 단어라서. 여기에 나온 주책(籌策)은 우리가 흔히 ‘주책이 있다’ ‘주책이 없다’라고 할 때 쓰는 주책과는 다른 단어이다. 그 주책은 순 우리말이라는 주장도 있고, 한자어 ‘주착(主着)’에서 나온 말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그 주책은 ‘일정한 생각이나 줏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주책(籌策)은 ‘이리저리 따진 끝에 생각한 꾀’라는 뜻이다. 책(策)이라는 글자는 별로 어려운 글자가 아니니 설명할 것이 없고, 주(籌)는 계산한다, 따진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헤아린다’는 말이 있다. 단순히 세어본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이치에 ..
벼리와 빙산 일단 바른 길은 무엇인가를 먼저 검토해보고, 바른 길과 그른 길의 차이를 다시 비교해보자. 태음적인 장점을 고수하는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어떤가 보도록 하자. 자신을 믿는 태음인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일단 접수하고 쌓아둔다. ‘이것이 천시(天時)가 아닐까?’라는 정도에 놓아두고, 천시(天時)인지 아닌지 결론은 유보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구체적인 사실에 부딪힐 때 그것이 자기가 듣고 기억해 두었던 내용과 관련된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걸 다시 꺼내어서 비교해본다. 그렇게 비교하다 보면, ‘아하, 그때 그 부분이 내가 접한 사실의 이런 측면을 이야기한 것이었구나’라고 정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 사실들의 개념적 측면, 다른 사실과의 연관성 등이 하나씩 눈에 뜨이다 보..
제7장 사심(邪心)과 박통(博通) 1. 교심(驕心)과 주책(籌策) / 태음인의 태양 기운 직관과 감각의 차이 그냥 ‘사심(邪心)’ ‘태행(怠行)’ ‘박통(博通)’ ‘독행(獨行)’ 하니까 좀 딱딱해 보이지만, 각 체질별로 이야기하게 되면 그렇게 딱딱한 이야기는 아니다. 계속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의 순서로 다루었으니, 이번에도 그 순서대로 하자. 즉 태양 기운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그러니까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태음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태양인을 설명할 때, ‘태양인의 귀가 천시(天時)에 밝아 사람들이 서로 사기 치는 것을 잘 듣는 것이 태양인의 애성(哀性)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또 ‘태양인은 직관이 강하다’는 말과, ‘양인(陽人)은 부정적 요소를 줄이는 것에, 음인은 긍정적 요소를 늘리는 것에 각..
3. 태행(怠行)과 독행(獨行) 행동의 영역에서는 자신과 뿌리는 같고 겉에 드러난 것이 다른 체질을 배우려 한다. 위에서 괘상(卦象)으로 설명했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위의 효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그 차이를 보고 자신과 다른 행동 양식을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 뿌리부터 다른 기운은 마음 쓰는 것이 달라서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행동 양식을 배울 일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태양인은 소음을, 소음인은 태양을 배우려 한다. 같은 양의 뿌리에서 갈라졌지만 행동 양식에 있어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기운을 배우려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음인은 같은 음의 뿌리에서 갈라진 소양을, 소양인은 태음을 배우려 한다. 이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장점을 갈고 다듬어 약점에 도달하도록 ..
2. 사심(邪心)과 박통(博通) 마음의 영역에서는 각자의 체질과 가장 다른 쪽을 공부하려 한다. 안팎이 모두 자신과 다른 체질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즉 태양인은 태음 기운을, 태음인은 태양 기운을 공부하려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태양인은 인륜(人倫)을, 태음인은 천기(天機)를 배우려 하는 것이다. 소양인은 소음을, 소음인은 소양을 배우려 한다. 즉 소양인은 지방(地方)을, 소음인은 세회(世會)를 배우려 하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배우려고 한다고 알고 넘어갈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이야기지만,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이도록 하자. 앞에서 사상의 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의 괘..
제2부 체질에 따른 약점과 극복 제6장 약점 극복의 개요 1. 왜 약점에 도전하는가 이 정도면 기본적인 성정(性情)에 대한 부분은 거의 다뤄진 것 같다. 앞으로는 자신이 약한 영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나온다. 사심(邪心)과 이의 극복, 태행(怠行)과 이의 극복의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체질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제까지의 이야기 흐름을 한번 정리해보자. 이 책의 처음에 가장 강조했던 것이, ‘같다/다르다’ ‘옳다/그르다’를 구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다른 것끼리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찾아지고,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것을 그른 것으로 보니까 맞출 생각을 못하고, ‘틀렸다’라고 주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좋다/나쁘다’..
3. 역할 책임론 / 도덕 책임론 앞에서 역할책임론/도덕책임론에 관해 이야기할 때, 역할책임론의 경우 소양인이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설명을 했는데, 도덕책임론의 경우 소음인이 가장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만 하고 설명은 없이 넘어갔다. 이 문제도 법과 질서의 존중 방식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으니 이어서 다뤄보도록 하자. 정해진 법이 있는 영역에서는 그 법을 넘어가는 것이 비도덕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비난의 대상이 된다. 소음인은 그런 상황에서 보통 보편 상식에 어긋났다는 식으로 비난한다. 그런데 그것이, 소음인이 보편 상식에 강해서 나오는 태도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강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관대할 수 있다. 자신이 약한 부분에 민감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소음인은 보편이라는 토대..
교통법의 준수 법과 질서의 존중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니, 교통법 이야기도 좀 해보자. 아무래도 소음인이 교통법을 어기는 경우가 가장 적다. 계획 자체를 교통법을 어길 일이 없도록 잡으니까. 태음인은 교통법도 쓸데없는 규제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길을 닦아 놓고 제한속도 60km가 뭐냐? 당연히 80km로 올려야지. 벌금 받아먹으려고 별 짓 다하는 구나.’ 뭐 이런 식이다. 비보호로 하면 훨씬 잘 통할 곳에 괜히 신호등 세워서 막힌다고 투덜대고. 그래도 교통법을 평소에는 잘 지킨다. 벌금 쪽지가 날아오면 억울한 기분을 가장 오래 가지는 것이 태음인이니까. 하지만 피곤해서 주의가 흐트러지거나 상황이 급하면 위반을 하게 된다. 위반을 하면 주로 과속 같은 걸 많이 한다. 상대적으로 갓길 운행이나, ..
태양인의 경우 태양인의 운전은 어떨까? 운전을 썩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차를 살 형편이 돼도 차를 안 사는 경우도 자주 보이고, 막히는 길 차 몰고 나가서 더 막히게 할 필요 있느냐는 생각도 있는 것 같고, 교통 통제에 따라야 된다는 것에서 구속감을 느끼는 것도 같고, 사실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이 불합리하게 된 곳이 많다. 그나마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도저히 교통법을 지키면서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열 받는 것이 싫어서 아예 운전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태양인에 대해서 관찰한 것은 그런 정도다. 태양인의 독창성이나 풍부한 상상력이 이런 부분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는 부분이 있을 듯한데, 아직 찾지 못했다. 운전 습관에 관..
소음인의 효율성 소음인은 운전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으로 가면, 가면서 생각도 하고 쉬기도 하고 일도 할 수 있는데, 자기 차로 가면 그걸 못한다. 그 점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면허 딴 지는 10년쯤 되는데 핸들 잡아 본 건 손으로 꼽을 정도인 사람은 소음인 중에 많다(물론 차 몰 형편이 되는 경우의 이야기다). 소음인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는 확실히 그쪽이 이득을 주는 경우이다. 즉 같이 의논할 일이 있는 사람끼리 한 차를 타고 가면 남의 방해를 안 받고 의논할 수 있다든지, 중간에 들를 곳이 많아서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확실히 시간 절약이 된다든지, 짐이 많다든지, 뭔가 뚜렷하게 유리할 경우에만 차를 몰고 가고,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소음인은 늘 다니던 길을 선호하..
소양인의 목적 지향성 소양인은 어떨까? 소양인은 과정이란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다른 체질보다 강한 편이다. 태음인과 비교하기 쉽도록 바캉스 가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태음인은 돌아가고, 샛길로 가고 하는 식으로 과정을 즐김으로써, 목적지로 가는 어려움이 주는 고통을 줄인다. 반면 소양인은 목적지로 가는 게 아주 어려우면 아예 목적지 자체를 바꾼다. 목적은 바캉스지, 경포대나 만리포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경포대나 만리포는 바캉스라는 목적을 위한 과정, 도구에 불과하기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가다가 중간에라도 틀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굳이 샛길로 갈 이유가 없다. 샛길이나 산길로 차를 좀 빨리 몰다보면 운전 기술은 매우 빨리 는다. 그런 게 태음인은 재미있다. 그런데 ..
태음인의 과정 즐기기 어쨌든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간다면 차를 끌고 나올 것이냐 말 것이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표를 구할 것이냐 등등이 체질에 따라 각각 차이가 난다. 그런데 그것은 운전 과정 자체를 어떻게 느끼느냐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태음인의 구체성 중시라는 것이 과정 중시라는 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소양인의 일반성 중시는 결과 중시와 관련되고, 소음인의 객관성 중시는 효율 중시와, 태양인의 주관 중시는 독창성 중시와 각각 관련된다. 이런 것들이 운전에 대한 자세에도 여러 가지 차이를 만들어낸다. 태음인은 운전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 즉 이왕이면 경치 좋은 길, 좀 돌아가고 시간이 더 걸려도 안 막혀서 시원스레 달릴 수 있는 길을 선호한다. 위에서 말한 ‘과정 중시’라..
2. 운전 습관의 문제 출발할 때 교통법 지키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운전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단순히 핸들을 잡은 뒤의 문제만이 아니라, 차를 가지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부터 한번 넓게 다뤄보도록 하자. 명절에 고향 가는 문제는 늘 골칫거리다. 또 명절 이외에도 성묘나 바캉스 시즌에는 길이 유난히 막힌다. 이런 상황에서 체질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차이가 난다. 먼저 태음인을 보자. 태음인은 차를 가지고 가기를 고집하는 비율이 좀 높다. 자기 차를 가지고 가야 가서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양인은 예상치 않은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알아서 대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소음인은 예상치 않았던 일이 생기는 경우 자체를 줄이..
체질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 법과 질서를 대하는 태도에 체질별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법과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반은 아무래도 자라난 환경, 처한 환경, 경제적 여유, 사회적 신분 등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물론 같은 상황에 처하면 체질에 따른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그런 정도는 읽어내기가 어렵다. 보통은 사소한 부분에서 오히려 체질적인 차이가 잘 나타난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번지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체질에 따른 성격에 관한 이야기가 잘 맞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것이 좋고, 이것은 나쁘다’라고 사회적 통념이 있는 부분에서는 체질적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잘 지키는가?’ ‘남을 잘 배려하는가?’ 등의 질문은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
제5장 법과 질서의 존중 1. 법을 대할 체질에 따라 받는 느낌 질서의 존중과 경시 앞장의 설명으로 사상인의 성정(性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처음에는 직관, 감성, 감각, 사고가 각각 잘 발달된 사람이라는 내용에서 출발했고, 이어서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性)과 정(情)에 대한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이제 주관, 보편, 특수, 객관을 각각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설명 방법을 하나 더 얻었다. 이 각각은 서로 동떨어진 특성들이 아니라, 서로 다 연결되어 나오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중에서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용어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융 이제마 주장을 내세울 때 직관 태양 주관, 자신 있게 주장 감성 소양 보편, 강하게 주장 감각 태음 특수, 끈질기게..
직관과 주관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다수 의견의 지나친 강조에 대한 반발로 보편이라는 것을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취급해버리듯이, 보편 상식의 교조적 강조에 대한 반발심리를 가지는 사람은 객관성을 맹목적 답습 정도로 여긴다. 직관력이 강한 사람이 주로 그렇다. 기존의 합의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의 기준을 토대로 쌓아 올린 객관성의 가치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직관이 강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 새로운 가치관을 객관을 내세워 검증하려 들면 “그 게 기존의 상식으로 검증이 되느냐”며 비웃을 뿐이다. 태양 기운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에 강하다. 사상의학의 원본은 상당히 어렵다. 아무런 설명 없이 대뜸 “천기(天機)에는 넷이 있으니 천시(天時), 세회(世會), 인륜(人倫..
보편 상식에 대한 집착 논리에 강한 사람들은 보편을 중요시한다. 보편이 없는 영역에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며, 자신들의 강점인 논리를 펼칠 토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보편을 찾아내는 데 능한 사람들, 즉 보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일반화에 강한 사람들은 오히려 덜하다. 보편을 중시하지만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처럼 악착같이 지키려 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그때 다시 찾아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편 상식’이란 필요하다. 진짜로 보편적인 것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또는 이른바 불가지론(不可知論)이라는 것이 맞아서 보편 상식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즉 엄격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보편 상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사회의 효율적 운용을 ..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나 옳지 않은 경우 사실 위의 경우는 보편/특수, 객관/주관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이는 객관이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나타나는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초보적 논리성 부족으로나 빚어질 수 있는 그런 황당한 사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신문의 사설에 너무 자주 등장하기에 좀 길게 다뤄봤을 뿐이다. 우리가 마음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문제, 즉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옳지 않은 경우’의 문제다. ‘객관이란 방법론이다’라는 말을 예를 좀 들어서 다시 설명해보자. 객관이란, “‘A=B’이고 ‘B=C’이면 ‘A=C’다”라는 식의 기본적인 논리들에 익숙하고 이를 정확히 적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A=B’인지..
양비론과 양시론 객관적 태도의 한계나 객관성의 잘못된 적용 역시 보편과 일반화의 경우와 비슷하다. 보통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하나는 ‘객관적이지만 비논리적인’ 주장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에 도입해보면 바로 문제점이 드러나는 ‘일반적이지만 보편적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했듯이, 마찬가지로 객의 입장을 취하지만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의 대표적인 부분이 이른바 양비론(兩非論)과 양시론(兩是論)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글 꽤나 쓴다는 많은 사람들이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주장한다. 그런 태도가 객관적(인 태도로 보)이고, 그래야 합리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괄호 밖이 요즘 언론인의 생각인지, 괄호 안이 더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객관이란 무엇인가 ‘객관’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객(客), 즉 손님의 시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손님이라는 말은 다루어야 할 문제와 이해관계가 없는 위치를 의미한다. 그런 위치에 선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 당사자는 자기 이익에 합치되는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며, 이해관계를 떠나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객관의 목적은 합리성의 추구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합리적이라는 것,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 곧바로 올바른 결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논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보편, 엄밀히 말하면 보편이라고 인정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보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내용일 뿐 사실은 틀린 가정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수학은 아무래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다른 학문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생물학이다. 독립적인 생명체의 단위는 무엇일까? 나는 하나의 생명체일까? 내가 하나의 생명 단위가 맞을까? 확실할까? 내 몸속에는 상당히 많은 대장균이 있다. 대장균들은 나와 공생하고 있다. 내 장 속의 대장균을 다 쓸어내버리면 소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다. 내 몸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질들이 대장균에 의해 소화 가능한 물질로 분해된다. 그 대장균들은 세포나, 소화액을 내는 내 몸속의 기관처럼 내 몸의 일부일까? 아니면 나와는 독립된 생물일까? 위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장균이 자신과 독립된 생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좀더 까다로..
공리는 직관의 소산이다 수학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수학이란 말이 나오면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이 많은데, 긴장할 필요 없다. 뭐 여기서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은 아니니까. 수학은 가장 논리적인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학의 가장 바닥에 있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이다. 기하학의 가장 바닥에 가면 공리라는 것이 나온다. 보기에는 뻔한 것들인데, 이걸 증명해보라고 하면 말이 막힌다. ‘아, 그 뻔한 걸 뭘 증명해?’ 보통은 그렇게 나오게 된다. 그런데 그게 뻔한 걸까? 리이만(Riemann) 기하학이라는 것이 있다. 공간이 휘어 있다고 보고 풀어나가는 기하학이다. 공 위에 세 점을 잡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구에 비유하자면 북극점과, 적도상에 경도로 90도쯤 떨어져 있는 두 점에 해..
2. 주관 / 객관 이성의 한계 이제 주관과 객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고 시작해야 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비밀을 밝혔다고 생각하고, 철학, 사회학, 경제학은 개인이나 사회가 취해야 할 적절한 행동에 대해 대부분 밝혀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성의 힘과 사고 능력, 그리고 거기에서 유도되는 합리적 태도는 물론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런 능력들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알고자 하는 모든 것에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터무니없이 부족한 능력이다. 의사들은 사람의 생리, 병리에 대해서 일반인보다는 훨씬 많이 알고 있..
일상생활에서의 유의점 사회적, 정치적인 경우만이 아니다. 일반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나 조직에 대해 특수성을 존중하라고 지나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 전형적 태음 논리라고 길게 쓴 파병 반대 논리에서 보듯이, 특수를 일반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각각이 느끼는 모든 특수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무엇을 결정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요구한다. 결국 사회는 일반론을 어느 정도는 보편으로 인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 자원 등의 한계 때문이다. 가정 내의 문제에서는 반대다. 사망률 1%인 병에 걸리면 사람이 99%의 기능은 돌아가고, 1%의 기능은 정지된 채로 있게 될까..
특수성 중시의 위험성 특수한 경우를 중요시하려면 그 특수한 경험이 적용되는 범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가는 곳에 특수한 경험을 적용하려 할 때 고집불통이란 소리를 듣게 된다. 또 보편이라고 잘못 인식된 내용을 특수한 사례를 내세워 뒤집으려 할 때는 사람들이 그 특수한 상황을 느낄 수 있게 유도하고, 직접 경험이 안 되면 간접 경험이라도 가능하도록 상황을 제시하는 선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고 바뀔 때를 기다려야 한다. 서두르면 역시 함정에 빠진다. 노무현(盧武鉉, 1946~2009)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얼마 안 되어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간 일이 있다. 그 만남에서 당시 노 후보는 김 전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서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이..
일반론 중시의 위험성 보편/특수, 일반화/구체화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은 될 만한 분량이라 계속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삶의 지혜가 될 만한 것만 몇 가지 더 추려보자. 일반론의 중시는 인기 영합, 좀 어려운 말로는 ‘대중 추수주의(大衆 追隨主義)’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 그 대중 정서가 바뀌는 때에는 큰 망신을 당하는 수도 있다. “공산당에 부역하고 인민재판에 참여한 자를 장인으로 둔 사람이 국가의 대통령에 적합한가?”라는 공격이 보편 정서라고 보고 자신 있게 내세웠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단 말입니까?”라는 반격 한 마디에 인신공격이나 하는 치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일반론을 중시하려면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며,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 자, 그럼 질문이다. 태음인과 소양인 중에는 어느 쪽이 파병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을까? 일단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가 대세니까, 양쪽 모두 반전(反戰)의 입장을 전제하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앞에서도 이런 식의 질문을 한 번 던졌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함정에 빠지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정답은 ‘그런 부분은 체질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이다. 다만 같이 파병에 반대하더라도 태음인과 소양인의 논리가 다르며, 찬성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내세우는 이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양인부터 보자. ‘평화와 안전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따라서 침략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보편적 도덕을 위배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파병 반대 논리다. 찬성논리는 이렇다. ‘..
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 이런 성향들이 사회적 문제에서는 어떻게 드러날까?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와중에 논객들이나 정치가 사이에서 ‘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이라는 말이 몇 번 사용되었다. 사실 필자도 그때 처음 배운 말인데, 꽤 의미 있는 용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한다. 풀어쓰자면 도덕책임론이란, 어떤 행동을 결정하려 할 때 ‘도덕적으로 따지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것이다. 반면 역할책임론은 ‘사회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을 고려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태도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두 가지 태도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꽤 많다. 역할책임은 역할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비로소 생겨난다. 예를 들어 남편 노..
수양이 부족한 소양인/태음인 이론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좀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수양이 쌓인 소양인인지 아닌지는, 남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나 없나를 보면 된다. 매사를 옆집 아내, 옆집 남편, 옆집 아이와 비교하면 그것은 수양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앞에서도 말했다. 거처(居處)에 필요한 바탕은 애노(哀怒)가 아니라 희락(喜樂)이라고. 집안일에 지나치게 보편적 원리를 중시하면 가족들이 불편하게 된다. 우리 가족이 가지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양이 부족한 태음인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회사에 꼭 그런 사람 한둘씩 있다. 기획안을 볼 때마다 아주 특이한 경우를 내세우며 “이런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없지 않느냐”며 트집을 잡는 사람, 모든 것을 다 대비하면..
감각/감성과의 관계 이번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본 기능인 감각과 감성의 측면에서 한번 검토해보자. 태음인의 기본 기능은 감각이고, 소양인의 기본 기능은 감성이라고 했다. 감각이란 항상 특수한 것에서 얻어진다. 책상이라는 감각은 어떻게 얻어질까? 책상이라는 것을 처음 본 순간에? 아니다. 나무 책상 혹은 철제 책상, 힘들게 시험공부를 하던 내 책상, 외할아버지가 쓰다가 물려주신 손때 묻은 책상, 아이에게 처음 사주었던 날 아이가 부쩍 대견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던 책상 등등, 그런 것들이 책상에 대한 감각의 토대가 된다. 일반적인 책상이라는 감각은 그런 구체적인 것들이 엄청나게 모인 뒤에야 비로소 생긴다. 감각은 구체적인 것에서 생겨난다. 융 이제마 내용 직관 태양 일이 돌아가는 이치, 원리를 수용하는 것 ..
핑계 심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편 논리를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기본으로 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특수한 경우를 검토해서 보편을 검증하려고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향이 소양인과 태음인에게서 각각 두드러진다. 소양인과 태음인이 관심을 두는 것은 원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이다. 사회생활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소양인은 집단이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에 관심을 두고, 태음인은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둔다. 소양과 태음은 다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음(陰)이다. 그 바닥의 음은 구체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리가 아니라 상황 쪽으로 관심이 간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음/양으로 다르기에 방향이 달라진다. 앞서도 말했듯이 태음인은 주어진 상황을 최대..
1. 보편 / 특수 보편은 다수결의 결과일까 우리는 ‘보편타당’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이런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보편부당’한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이런 말은 반론의 여지가 있다. “보편이라는 말 자체가 여러 가지 상황에 잘 들어맞는 ‘최대 공통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보편은 타당이라는 뜻을 어차피 품고 있다”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즉 ‘보편타당’이라는 표현은 비슷한 의미의 두 단어가 중복된 강조 용법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걸까? 철학에서 사용하는 ‘보편’이라는 용어는 ‘타당’의 뜻을 상당히 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논리를 따지는 데에 있어서 기본 또는 출발점으로 사용하는 토대를 ‘보편명제’라고 부른다. 이는 수학에서 ‘공리’라고 부르는 것들..
제4장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 체질에 대한 기본 설명에서는 벗어나지만 묶어서 하나의 주제로 다루는 편이 체질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의 문제를 먼저 다루도록 하자. 이 각각을 어느 정도 중시하는가의 문제가 각 체질에 따른 기본 특성에 가까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다뤘던 직관, 감성, 감각, 사고만큼이나 기본 성정(性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치우침은 사심(邪心)이 강해졌을 때 더 강화되는 면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여기서 한 번쯤 다루고 나면 뒤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쉬워진다. 각 체질에 대해 분석할 기본 도구를 하나 더 가지는 셈이기도 하고, 뒤에서 설명할 사심(邪心)에 대한 예비 정보도 되기 때문이..
10. 성정(性情)에 관한 보충설명 앞에서는 체질별로 개별적인 성정(性情)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성(性)과 정(情)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부분이 좀 있다. 성(性)은 천기(天機)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고 정(情)은 사람이 애써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성(性)은 세상 사람들의 일에서 느끼는 것이고 정(情)은 내가 관련된 일에서 느끼는 점에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성(性)보다는 정(情)이 수준이 낮은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절대로 정(情)이 성(性)보다 수준이 낮은 것이거나 천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性) 정(情) 자연스레 나오는 것 사람이 애써서 하는 것 세상 사람들의 일에서 느끼는 것 내가 관련된 일에서 느끼는 것 필자의 세대가 죄수같이 머리 깎..
9. 애노희락(哀怒喜樂) 성정(性情)에 대한 정리 이번 절에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애(哀)의 뿌리는 거부하는 마음이다. 애성(哀性)이란 천시(天時)에 어긋나는 사기(詐欺)에 대한 거부의 마음이고, 애정(哀情)은 상대가 나를 속이는 것에 대한 거부의 마음이다. 노(怒)의 뿌리는 알리려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서로 모욕(侮辱)하는 것을 보고 노성(怒性)이 이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 무엇인지를 알리려는 마음이다. 내가 모욕당했을 때 노정(怒情)이 이는 것은 상대가 나를 다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희(喜)의 뿌리는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기에 희성(喜性)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나를 도울 때 희정(喜情)이 나타나는 것은 그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인..
희락(喜樂)에 대한 보충 설명 사상인의 기본 성정(性情)에 대한 설명이 이것으로 끝났는데, 부분적으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좀 있다. 우선 희락(喜樂)에 대한 보충설명이다. 동무(東武)가 기본적으로 사회구성 원리에 대한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서 사무(事務), 교우(交遇), 당여(黨與), 거처(居處)라는 ‘더불어 살기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기에 여기서도 그 흐름을 따라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 심리에 맞춰서 희(喜)는 받이들이는 기운, 락(樂)은 몰두하는 기운이라는 면에서 보면 또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성(性)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정(情)은 지나치면 아무래도 문제가 된다. 희정(喜情)이 지나치면 받아들이지 말 것을 받아들인다. 앞의 글에서 태음인인 김대중(金大中, 1924~2009)이 받아들이지..
락성(樂性)이 아닌 락정(樂情)으로 가정이 운영되는 이유 하지만 집이라고 변화가 전혀 없을 수 있을까? 안정감을 위해서도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별로 유쾌한 예는 아니지만, 이해를 돕는 적절한 예라서 드는 것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 가운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 강력한 효과를 내는 고문 중 하나가,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즉 빛도, 소리도, 냄새도 완전히 차단된 곳에 가둬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환각, 환청이 시작되며 발작을 일으킨다고 한다. 결국 집안이 휴식에 최적인 적절한 공간이 되려면 큰 긴장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완만한 변화가 필요하다.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
8. 락정(樂情)과 거처(居處) / 태음인의 소음 기운 가정(家庭)이란 무엇인가 소음 기운에 해당되는 인사(人事)를 거처(居處)라 부른다. 거처(居處)란 집안을 다스리는 일이다. 또는 집안을 다듬는 일이라 할 수도 있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또는 집안을 꾸미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을 계속 나열하느냐고? 앞에서도 몇 번 강조했듯이 집안일이라고 할 때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꾸민다. 다스린다 등등의 표현 중 어느 하나에만 얽매인다면, 내 생각을 고집하는 것에 불과하다. 집안일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어야 가족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필요성은 긴장을 완화하고 쉬는 것에 있다. 집을 나서서 부딪치는 모든 일은 긴장을 필..
DJ의 당여(黨與) 필자가 정치인들 중에 당여(黨與)에 가장 강하다고 꼽는 사람은 김대중(金大中, 1924~2009)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DJ는 소음인은 아닌 듯하다. 정치 스타일을 보면 태음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태음인치고는 소음 기운도 아주 강하다. 태음인의 폭과 소음인의 깊이를 같이 갖춰서 정리도 잘하고, 토론에도 능하고, 남을 설득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즉 동지적 관계를 구성하는 바탕이 단단하면서도 가족적 관계를 동시에 도입할 능력이 있으니 당여(黨與)에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DJ의 당이 진정한 당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간다. 앞에서 말했듯이 소음인의 희정(喜情)은 스승이나 부모가 돕듯이 돕는 것이라서 많은 사람을 다 그렇게 챙기기는 어렵다. 따라서 받을 사람..
소음인이 태음인보다 당여(黨與)에 능한 이유 그런데 희성(喜性)이 잘 발달된 태음인보다 희정(喜情)으로 당여(黨與)를 하는 소음인이 당여(黨與)에 더 능한 이유가 있다. 희성(喜性)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을 기뻐하는 것에서 발달한다고 했다. 희정(喜情)은 남이 나를 돕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라고 했다. 희성(喜性)에 의해 서로 받아들이고 돕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나를 돕는 것이 아니다. 나의 ‘뜻’을 돕는 것이다. 그래서 동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뜻’이 아닌 ‘나’ 자체를 돕는 것을 따지자면 동지보다 훨씬 더한 사람이 있다. 부모나 스승이다. 부모나 스승처럼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쁠 것이다. 그 기쁨이 희정(喜情)의 발현 모습이다. 당여(黨與)도 누군가 ..
7. 희정(喜情)과 당여(黨與) / 소음인의 태음 기운 동지 관계의 형성 이제 희성(喜性)과 희정(喜情)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희정(喜情)으로 하는 당여(黨與)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자. 태음 기운에 해당되는 인사(人事)는 당여(黨與)라고 했다. 글자 그대로 하자면 당(黨)을 만드는 것인데, 요즘은 당이라고 하면 정당만을 생각하지만 정당은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당이다. 즉 당의 특수한 한 예일 뿐이다. 그 외에 학문 탐구를 위한 모임이나, 사회개혁을 위한 모임도 동무(東武) 시절의 용어로 쓰자면 다 당(黨)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당이나 각종 사회단체부터 시작해서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의 모임까지를 다 망라하는 표현이 당(黨)이다. 그렇게 넓혀서 생각하자면 당여(黨與)의 기본은 동지(同志) 관계..
사고 기능의 지나친 중시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사고(思考)를 주 기능으로 할 때, 사상의학 용어로는 지방(地方)의 기능이 가장 잘 발달한 사람에게만 큰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학식이 높은 소음인들 중에 이 부분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 상대방에게 기준을 제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그것을 못하면 “기본도 안 돼 있으면서”라며 상대를 무시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 소음인을 ‘기본이 확실히 선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할까? 천만에. ‘저런 꽁생원’하며 무시하고 넘어간다. 소음인에게는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주 기능인 사고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조 기능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고는 직관, 감성, 감각을 보조하는 기능에 불과하기에, 사고 기..
기준 세우기 락성(樂性)과 지방(地方), 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기본적인 것은 대충 된 듯한데, 예를 조금 들어보기로 하자. 소음인은 기준을 잡는 일을 중시한다. 공부할 때도, 그 과목의 개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비로소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소음인 친구 하나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꽤 들어서 전공을 바꾸어 다시 대학에 간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씽씽 돌아가는 고등학생과 겨룬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수능시험으로 과목이나 적으면 좀 나은데, 그 당시는 학력고사 시절이라 전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 정리, 요약하기였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다. 예를 들자면 ..
예의(禮義) 이 정도면 기본적인 것은 대략 정리되었지만,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 소음인의 분류 기능, 즉 지방(地方)의 기능이 사회생활에서 가지는 의미를 한번 따져보자. 분류의 기능이 강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할 줄 안다는 것이다. 또 내가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부분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여러 가지로 갈린다.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순순히 인정하는 수준 있는 태도부터,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무시하는 태도까지. 소음인이라고 다 같은 소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쨌든 아무리 000없는 소음인도 최소한 인정은 한다. 이런 것들이 소음인이 가지는 민주사회에 어울리는 중요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민주시민인 소음인을 보고 소양인들은 흔히 “예의가 ..
락성(樂性), 몰두(沒頭), 보호(保護) 그런데, 동무(東武)의 표현을 따르면 “소음인의 락성(樂性)은 사람들이 서로 보호함을 즐거워함에서 깊어진다”고 한다. 구분하고, 각각의 특수한 상황에서 적합한 규칙을 찾아내는 능력인 지방(地方)과 보호함이라는 것이 어떻게 락성(樂性)이라는 고리로 연결되느냐가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락성(樂性)은 집중하고 몰두하는 기능’이라는 고리를 찾기 전에는, 이 부분에서 많이 어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무협지에서 적절한 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가 삼분의 이쯤 전개되면 꼭 주인공이 기연(奇緣)을 만나 절세신공을 연마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수련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마지막 운공(運功)을 할 때, 주변에서 동료들이 호위를 해준다. 내공(內功)을 ..
6. 지방(地方)과 락성(樂性) / 소음인의 소음 기운 지방(地方), 나누고 분류하기 소음 기운에 해당되는 천기(天機)를 지방(地方)이라고 한다. 지방(地方)의 방(方)이란 원래 원(圓)과 대비되는 말이다. 각(角)이 진 것이라는 뜻이다. 각이 진 것이라는 말은 방향을 잡는다는 것과 통하게 되고, 결국은 나누고 구분 짓는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결국 지방(地方)이란 이어진 것을 나누는 기능을 의미한다. 세상일을 뭉뚱그려 통째로 다루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다루기에 적절한 범위로 자르는 것이다. 기운이 모이는 핵심을 잡아내고, 그 기운이 뻗치는 범위를 정하고, 범위 안과 밖을 나누는 기능, 그것이 지방(地方)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학문을 세분해서 전공으로 분류하는 일 같은 것이 지방(地方)의 기능이다. ..
세회(世會) 인륜(人倫)의 차이 희락(喜樂)을 비교하면서 ‘받아들이다’와 ‘몰두하다’에 초점을 맞추느라 생략하고 넘어갔는데, 태음인의 희성(喜性) 역시 천기(天機)를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 태음 기운에 해당되는 천기(天機)를 인륜(人倫)이라고 한다. 원문에는, 태음인은 ‘인륜을 냄새 맡는다’로 되어 있다. 그것이 도움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희성(喜性)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소양인이 보는 세회(世會)와 태음인이 냄새 맡는 인륜(人倫)이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해보자. 세회(世會)와 인륜(人倫)의 차이는 목적 집단과 인연을 매개로 한 집단과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세회(世會)의 느낌은 적은 수의 룰을 정확히 지키는 일에 예민하게 만든다. 그 룰을 지키지 않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욕이 된다. 서로 낯설게 만났기..
배려란 무엇인가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소양인이 서로 배려 없음을 노여워한다고 했다. 그건 주로 예절 없음의 문제이며, 모욕과 관련된다. 태음인이 서로 도움 주는 것을 기뻐한다는 것은 실질적 도움에 더 가깝다. 구체적 문제 해결 방법의 제시라든가, 일의 한 부분을 대신 맡아준다든가 하는 따위의 좀더 실질적인 것이다. 태음인은 그런 부분에 무관심하면 배려가 없다고 느낀다. 둘 다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음이라서 구체적 상황에의 대처에 관심이 있는 것은 같지만, 겉이 음/양으로 달라지기에 나타나는 차이다. 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너 그 옷 입고 나가면 남이 흉본다”고 말하는 것은 소양인 입장에서는 배려다. 아이가 모욕받지 않도록 신경 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친절하게 말하기보다..
‘도움’에 대한 체질별 차이 도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체질과 도움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도록 하자. 앞에서 소양인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위로나 공감 같은 것을 가장 원하고, 또 남에게도 그런 것을 잘한다고 했다. 다른 체질은 각각 어떨까? 태음인은 ‘해결 방안 제시’, 소음인은 ‘상황의 정리’ 쪽의 도움을 각각 바라는 경향이 있다. 태양인의 경우는 관찰한 정도가 적어서 자신은 없지만, 아무래도 ‘동참’ 쪽을 바라는 것 같다. 방향은 이미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방향 잡는 일에 도움 되는 것보다는 동참을 바라는 듯하다. 각 체질별로 남이 문제에 부딪힌 것을 보고 도 우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라면 바랄 만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 한다. 태양인 동참 소양인 위로나 공감 태음인 해결 방안 ..
‘받아들이다’와 ‘돕다’ 받아들이는 기능을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가 희성(喜性)이라고 표현했기에 웃음과의 관련을 한참 설명했지만, 태음의 기본 기능이 받아들임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적이 있다. 안팎이 다 음(陰)인 태음이라는 괘를 동양학에서는 주로 땅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땅이 청탁(淸濁)을 불문하고 받아들이듯이, 그런 기능이 태음 기능이다. 이를 심리학적으로는 감각 기능으로 본다고 했다. 개별적인 감각이 모여서 서로 연결될 때까지 그냥 받아들인다. 받아들여 쌓아둔다는 것이다. 희성(喜性)이라는 것이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동무(東武)는 왜 그것을 ‘서로 돕는 모습을 기뻐하는 것’에서 깊어진다고 표현했을까? 여기에서 돕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의..
웃음 락(樂)은 소음인을 이야기할 때 자세히 하기로 하고 희(喜)를 검토해보자. 희(喜)를 나타내는 표현이 웃음이다. 사람들이 어떤 때 웃는가? 좋을 때도 웃지만, 우스울 때 웃는다. 여기서 이 ‘우습다’는 것이 뭐냐는 것이다. TV에서 개그맨이 개그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뻔한 말에서는 절대 웃지 않는다. 똑같은 개그를 두 번 하면, “에이 저거 저번에 본 거잖아”라며 식상해 한다. 엉뚱하지만 그럴듯한 말이 튀어나올 때 사람들은 웃는다. 일단 뭔가 상례(常例)에서 벗어난 것이 우스운 것이고, 우리의 예측을 넘어섰을 때 우스운 것이다. 그런데 상례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럼 언제 웃고, 언제 화를 내는가? 상례에서 벗어났지만 그 결과를 그럴듯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람..
5. 희성(喜性)과 인륜(人倫) / 태음인의 태음 기운 희(喜)란 받아들이는 것이다 태양인, 소양인의 경우를 검토하면서 성정(性情)의 배치에 대해 한 번 익혀 보았으니, 이제는 좀 쉬울 것이다. 음인(陰人)과 관련된 성정(性情)은 희락(喜樂)이다. 애노(哀怒)는 부정적인 것을 줄이려는 것이고, 희락(喜樂)은 긍정적인 것을 늘리려는 것이다. 태음인의 희성(喜性)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助] 것을 기뻐함에서 발달하게 되고, 소음인의 락성(樂性)은 사람들이 서로 보호하는[保] 것을 즐거워하기에 발달하게 된다. 양인(陽人) 애노(哀怒) 부정적인 것을 줄이려는 것 음인(陰人) 희락(喜樂) 긍정적인 것을 늘리려는 것 태양, 소양인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태음인은 희성(喜性)과 락정(樂情)이 발달되고, 소음인은 락성(..
왜 태어난 대로 살지 않을까 다음은 태음인, 소음인의 희락(喜樂)의 성정(性情)에 대해서 이야기할 차례인데, 너무 진도만 쫓아가면 계속 나오는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익히기에 머리가 피곤하니까, 다른 이야기를 좀 하고 가자. 희락(喜樂)의 성정(性情)을 이야기하고 나면 다음에는 양인들이 음(陰)의 기운을 익히는 과정, 음인(陰人)들이 양(陽)의 기운을 익히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할까? 그냥 태어난 대로 태양인은 애성(哀性)과 직관만으로, 소양인은 노성(怒性)과 감성만으로, 태음인은 희성(喜性)과 감각만으로, 소음인은 락성(樂性)과 사고만으로 살지 않고 왜 다른 기운을 배우려 할까? 심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한다. “사람은 세 가지의 자기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실..
노정(怒情)과 교우(交遇) 이제 노정(怒情)을 살펴보자. 먼저 교우(交遇)라는 단어를 설명해야겠다. 교우(交遇)는 벗을 사귄다는 뜻의 ‘교우(交友)’가 아니라, ‘교우(交遇)’다. ‘우(遇)’는 우연(偶然)이라고 할 때의 ‘우(偶)’와 통하기도 하고, 뜻이 합쳐진다는 의미도 있다. 낯선 사람끼리 뜻을 같이 해서 모이고 교류하는 것이 교우(交遇)다. 천시(天時)를 사람 사는 일에 적용하는 것이 사무(事務)이듯이, 세회(世會)를 사람 사는 일에 적용하는 것이 교우(交遇)다. 사무(事務)가 애성(哀性)만으로는 잘 안 되듯이 교우(交遇) 역시 노성(怒性)만으로는 잘 안 된다.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느끼고 살펴도 때로는 옳고 그른 것을 따져야 할 일이 생긴다. 소양인의 노성(怒性)은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싫어하고..
4. 노정(怒情)과 교우(交遇) / 태양인의 소양 기운 남을 배려(配慮)한다는 것 이번에는 노성(怒性)과 노정(怒情)을 비교해보자. 뭐 비슷하다. 노성(怒性)은 세회(世會)라는 천기(天機)에 해당되는 것을 느낄 때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고, 노정(怒情)은 기운을 모아서 교우(交遇)라는 인사(人事)에 해당되는 일을 할 때 터져 나오는 것이다. 원문의 구조는 완전히 같으니까, 원문은 생략하자. 노성(怒性)은 사람들끼리 서로 업신여기는 것【원문에는 모욕한다는 ‘모(侮)’자를 사용했다】이 세회(世會)에 밝은 소양인의 눈에 자연스레 비쳐서 생겨난다. 노정(怒情)은 태양인이 교우(交遇)를 행할 때, 타인이 자기를 업신여기는 것을 보고 터져 나온다. 애정(哀情)과 마찬가지로 기운을 모았다가 급격히 쓰는 것이다. 애정..
왜 인사(人事)는 정으로 이뤄지는가 대충 애성(哀性)과 애정(哀情)이 비교가 되었는데, 성과 정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은 다른 감정들, 즉 노(怒), 희(喜), 락(樂)을 이야기하면서 계속 조금씩 나올 것이다. 하지만 성(性)과 정(情)을 처음으로 비교하는 것이니까, 왜 인사(人事)가 성이 아니라 정으로 행해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적어보기로 하자. 조선시대에 이덕형(李德馨, 1561~1613)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절대 속이지 못할 사람’이라고 평했다 한다. 워낙 똑똑하고 직관이 강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차마 속이지 못할 사람’이라고 했다 한다. 워낙 사람이 어질고 바른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애정(哀情)이 발현되는 모습 ‘태양인의 애성(哀性)이 단지 듣는 것이다’의 원문은 이렇게 된다. ‘(태양인의) 애성(哀性)이 멀리 퍼지는 것은 태양인의 귀가 천시(天時)에 밝아서 뭇 사람들이 서로 속이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니, 애성은 다른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哀性이 遠散者는 太陽之耳가 察於天時而哀衆人之相欺也니 哀性은 非他요 聽也라】.” 이번에는 애정(哀情)을 보자. 애정(哀情)에 대한 원문은 이렇다. ’(소양인의) 애정(哀情)이 촉급한 것은 소양인의 폐가 사무(事務)를 행하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를 속이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니, 애정(哀情)은 다른 것이 아니라 슬퍼하는 것이다【哀情이 促急者는 少陽之肺가 行於事務而哀別人之欺己也니 哀情은 非他요 哀也라】. 둘의 차이를 정리해보자. 천기(天機)와 관련된 ..
사무(事務)에 관한 간단한 설명 사무(事務)란, 요즘 쓰는 표현으로는 일이다. 일은 일인데 좀 공적인 일, 여러 사람이 관련되는 일이다. 동무 시절에는 사무(事務)라는 단어를 송사(訟事)라는 뜻으로 썼다고 한다. 판결이란 여러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일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판결에서 ‘옳다/그르다’를 칼같이 나누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좋다/나쁘다’ 또는 ‘옳다/그르다’로 확연하게 갈라지는 경우는 둘 중 한쪽이 확실한 거 짓일 때나 나올 수 있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우 판결은 이 정도가 적절하다 하는 선을 긋는 일이다. 결국 판결이란 관계의 고찰을 토대로 한다. 상황에 대한 빠른 인식이 중요하며, 직관의 영역에 속하는 행위인 것이다. 뭐 꼭 송사라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3. 애정(哀情)과 사무(事務) / 소양인의 태양 기운 성(性)과 정(情), 천기(天機)와 인사(人事) 태양인과 소양인의 기본이 되는 애성(哀性)과 노성(怒性)을 설명했으니, 이제 정(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출발점은 이렇다. 태양인은 천시(天時)를 들으며 직관에만 의존해서 애성(哀性)만 느끼면서 살아간다? 소양인은 세회(世會), 감성, 노성(怒性)으로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부족한 기운을 채우려고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은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의 기운을 다 얻으려고 들게 된다. 그럼 어떤 기운부터 노력하게 될까? 가장 만만한 것부터 하게 마련이다. 음이든 양이든, 겉에 드러난 기운이 우선 느껴진다. 그러니 태양인이 보기에는 소양의 기운이, 소양인이 보기에는 태양의 기운이 가장 ..
감정 문제 다루기 감정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개인의 감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객관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를 예로 들어보자. GOT, 혈중 콜레스트롤 농도 같은 것은 숫자로 나온다. 하지만 자각 증상은 다르다. 상처 깊이가 0.5cm, 길이가 2cm라고 적을 수는 있어도, 통증은 그냥 애매하게 심한 통증, 가벼운 통증, 찌르는 듯한 통증, 묵직한 통증, 이런 식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속이 더부룩함, 메슥메슥함, 가슴에 무언가 막힌 듯한 느낌, 찌뿌둥함, 뭐 이런 것들은 정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느끼는 정도와 표현하는 정도가 환자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작은 불편을 크게 이야기하는 사람, 큰 고통을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등등,..
모욕(侮辱)이란 무엇인가 태양인이 사기(詐欺)를 듣듯이, 소양인은 모욕을 본다. 서로가 업신여기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모욕이란 무엇인지를 좀 이야기해보자. 모욕죄, 이른바 명예훼손죄도 법적으로는 제법 복잡하다. 허위 사실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고, 사실이라도 얼마나 알려져 있는 사실이냐에 따라 또 다르고, 어떤 경우는 이미 대중에게 다 알려진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명예훼손이 되기도 하고, 대중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폭로의 경우는 면책이 되기도 하고, 무지하게 복잡하다. 어쨌든 문제가 되는 것이, 본인이 느끼는 수치감, 모욕감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점이다. 일단 체질에 따라 모욕감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 다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소양인 아내와 태음인 남편이 같이 외출하는 경우에 종종..
2. 노성(怒性)과 세회(世會) / 소양인의 소양 기운 노성(怒性)은 세회(世會)를 보는 것이다 성정을 비교하려면 다음에는 애정(哀情), 즉 ‘우리가 슬픔이라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순서를 조금 바꿔보자. 애정(哀情)을 이야기하려면 소양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러니 소양인의 기본 기운에 대해서 좀 친숙해지도록, 소양인의 소양 기운, 즉 노성(怒性)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도록 하자. ‘(소양인의) 화난 마음이 넓게 포용하는 것은, 소양인의 눈이 세회(世會)에 밝으니, 사람들이 서로 업신여김을 언짢게 여기는 것이다.’ 이게 동무 선생님의 설명이다. 따라서 노성(怒性)의 정의 역시 애성(哀性)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노성(怒性)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怒性은 非他요 ..
애성(哀性)이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모습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앞에서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라는 이야기들을 할 때, 양(陽)의 기운은 부정적인 것을 줄이는 방향에, 음(陰)의 기운은 긍정적인 것을 늘리는 방향에 각각 중점을 둔다고 했다. 결국 태양인의 애성(哀性)은 서로 사기 치는 것을 막아보려는 노력이다. 한자로도 애성(哀性)이지만 우리말의 ‘애쓰다’라는 말과 뭔가 연결되는 듯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잘못하고 있는 일들에 끼어들어서 바로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 그게 태양인의 애성이다. 태양인의 애성(哀性)이 실생활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우리가 사는 환경은 계속 바뀐다. 따라서 과거에는 어울리고 꼭 필요했던 관습이나 제도가 어울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걸..
사기(詐欺)란 무엇인가 딱딱한 이야기만 이어지면 재미없으니까, 이쯤에서 ‘사기(詐欺)란 무엇인가’를 좀 이야기하고 가자. 법적으로는 ‘유무형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정을 가지고, 본인이 거짓임을 인지하고 있는 내용으로 상대를 기망(欺罔)하는 행위’가 사기란다. 확실히 법률 책의 내용은 말이 어렵다. 쉽게 말해서 말하는 본인도 뻥인 줄 알면서 한 건 올리려고 남을 속이면 사기라는 것이다. 어쨌든 법적 정의가 그래서 법정에서 사기죄에 유죄판결 나는 경우가 일반인의 생각보다는 드물다. 말하는 본인이 거짓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필요하고, 사기의 결과로 실제적 이득이 있다는 것도 필요하고, 이런 것들이 사기꾼의 속을 뒤집어보지 않고서는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5,60년..
1. 애성(哀性)과 천시(天時) / 태양인의 태양 기운 애성(哀性)은 천시(天時)를 듣는 것이다 애성(哀性)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애성(哀性)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애성(哀性)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哀性은 非他요 聽也라】.’ 조금 황당한가? 동무의 설명은 이렇게 된다. “(태양인의) 슬픈 마음이 널리 퍼지는 것은 귀로 천시(天時)를 들으니, 서로 속이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다.” 즉 천시를 들을 수 있으면 사람들이 서로 속이는 것을 당연히 알게 되고, 그러면 자연히 슬픈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자연히 생겨나는 것이니, 듣는 것이 바로 슬픔의 원천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 때문에 사상체질에 관한 설명이 어려워진다. 동무의 주장을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쓴 책이..
제3장 애노희락과 사상인의 성정 직관, 감각, 감정, 사고라는 네 가지 단어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 정도에서 정리하기로 하자.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이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기본 성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본 성정만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결국은 이 체질은 이렇다는 식의 단정론에 빠지게 될 뿐이다. 기본 성정들이 어떻게 변해가며, 장점을 어떻게 넓히고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이르기까지 할 이야기가 많다. 이제부터 『동의수세보원』에 나오는 용어들을 하나씩 익혀나가도록 하자. 『동의수세보원』은 애노희락의 성정(性情)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즉 애성(哀性), 애정(哀情), 노성(怒性), 노정(怒情), 희성(喜性), 희정(喜情), 락성(樂性), 락..
3. 정보 처리의 문제 문제의 답은 잘 나왔는가? 정답은 ‘문제가 잘못되었다’이다. 어느 체질에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답을 고른 독자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정보 상호간의 관계를 잘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적용할 것과 적용하지 말 것을 고르는 태양인의 직관 능력이 쓸모가 많아진다. 반면 정보의 교류에서 어려움을 받는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받는 쪽에서도 각각의 정보를 깊고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생겨난다. 이 경우 직관에 치우친 태양인이 말하는 정보는 아무래도 무시당하기가 쉽다. 태양인의 말은 사람들이 흔히 놓치거나 낯선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태양인의 주장은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들이..
실험과 관찰 현대 과학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할 때, 변수를 단순화시키고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방식이 바로 소음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실험은 소음인도 중시하지만 태양인이 더 즐기는 것 같다. 소음인은 아무래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치밀하고 늦는데, 태양인은 “긴가민가 하면 실험해봐”라며 쉽게 실행에 옮기는 차이인 듯하다. ‘사고 실험’이라고 실험적 방법을 머리 속에서 논리로 쫓아가는 방식이 있다. 현대 이론 물리학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인슈타인이 좋아했던 방법이다. 이런 것이 전형적으로 소음적인 방법이다. 반면 태음인은 관찰을 한다. 직접 나서서 조작하는 것을 별로 안 내켜 한다. 조작된 결과보다 자연스러운 결과들을 관찰하는 쪽이 원리를 찾아내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다량의..
소음인의 사고 특성 소음인의 사고는 집중한 일에 대한 판단이 설 때까지, 행동의 근거를 세울 때까지는 사고의 범주를 고립시킨다. 쉬운 표현으로 ‘사고의 범위를 좁힌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굳이 ‘범주를 고립시킨다’는 표현을 쓴 것은 사고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포함되지 않는 것을 좀더 엄격히 가른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태양인의 직관이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 확실히 구분이 된다. 태양인의 직관은 넓고 엷게 퍼져 있다. 소음인의 사고는 좁고 깊다. 소음인은 사고 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은 과감히 자른다. 관계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좀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관련 안 되는 것, 관심 없는 것은 아예 모르고 깜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교육의 정도, 나이, 직업 등에 따라 ..
태양인의 직관에 관하여 태양인 이야기도 좀 해보자. 융 심리학에서 직관, 감각, 감성, 사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처음 읽었을 때, ‘감각은 인지 기능이 맞지만, 직관은 판단 기능이 아닐까?’라는 느낌에 좀 의아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중에 사상(四象)을 공부하면서 괘상을 보고, 태양인(⚌)을 관찰하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 근본적으로 판단은 인지와 행동을 이어주는 고리다. 그런데 이 연결이 자연스러우려면 음과 양을 다 갖추어야 한다. 어느 쪽이 안이 되고, 밖이 되건 괘 안에 음양을 다 갖추어야 완성된 구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으로만, 또는 양으로만 이루어진 패는 완성구조가 안 된다. 소음, 소양인은 부딪히는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언뜻 보면 스케일이 작아 보인다. 태양..
호감 중시/정보 중시 사례를 조금 들어보자. YS의 인사(人事)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를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다른 사람하고 일했을 때의 결과들이고, 나와 하면 달라질 수 있다’라는 식의 독선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중적 지명도나 호감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 큰 이유이다. 즉 그 사람이 호감을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중시하는 것이다. 종종 포퓰리스트(Populist) 경향이 있어서,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을 중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은 인기도 있고, 지명도도 있지만 과거 행적을 놓고 객관적으로 따지면 곤란한 사람이 등용될 경우, 보안은 더 철저해진다. 언론이 물고 늘어지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 자료를 놓고 객관적으..
미래 예측 태도 소양인이 태음인과 논쟁이 붙으면 의외로 치열해진다. 둘 다 구체적인 사실에 관심이 있으니까, 포인트가 명확하다. 또 이론적인 것은 서로 긴가민가 하는 점이 있지만, 사실에 대한 것은 서로 자기 주장에 대한 확신을 잘 안 꺾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예측 문제에서 부딪히면 꼭 문제가 된다. 태음인이 소양인을 주로 비난하는 점은 시각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I wish…’와 ‘It will…’을 구분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바라는 쪽의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자기가 바라지 않는 쪽의 가능성은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서 엉뚱한 결론을 낸다는 건데, 어떨까? 감성에 치우치는 소양인의 판단이 태음인의 판단보다 부정확할 확률이 클까? 물론 소양인은 자기가 싫어하는 쪽의 ..
2. 직관, 감성, 감각, 사고 기능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례 ‘좋다/싫다’와 ‘옳다/그르다’ 서로 비교한다고 해도, 뭐 리그전 시합 붙이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생각나는 순서대로 적어보자. 우선 소양인의 감성이 호오(好惡)를 기준으로 하는 판단과 소음인의 사고가 정오(正誤)를 기준으로 하는 판단부터 비교해보자. ‘좋다/싫다’를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그르다’를 ‘나쁘다’로 해석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양인은 자신의 오류를 지적당하면 화를 내는 경우가 다른 체질보다 좀 자주 있다. 그냥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라든지, ‘당신이 실수한 것 같다’라는 말들에 대해서 자신이 비난이라도 받은 듯이 화를 내는 것이다. 반면 소음인은 ‘나쁘다’라는 말을 듣고 ‘그게 왜 그르지?’라며 혼자..
융 심리학으로 본 사상기운 답은 직관-태양, 사고-소음, 감성-소양, 감각-태음이다. 많은 독자가 맞추었기를 기대한다. 융 이제마 내용 직관 태양 일이 돌아가는 이치, 원리를 수용하는 것 감성 소양 벌어진 현상을 수용하는 것 감각 태음 ‘좋은가/나쁜가’를 판단하는 것 사고 소음 ‘옳은가/그른가’를 판단하는 것 사실 답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 태소음양(太少陰陽)의 기운을 그 네 가지 기능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가 확실한 것도 아니니, 그냥 융 심리학과 사상의학을 연관해서 설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견해라고 해두자. 뭐, 잘 맞으면 되는 거니까, 이런 배당이 잘 맞는지 한번 검토해보자. 직관이라고 하면 우리는 ‘천재의 영감(靈感)’ 같은 걸 떠올리는데, 정확하게 직관이라는 것은 ‘관계’를..
융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인간의 기본 기능 느낌이 좀 오는지? 뭐 이렇게 간략히 설명은 했지만, 이런 설명으로 태소음양(太少陰陽)을 다 이해하기는 좀 부족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라든지 ‘자유’라든지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단어의 뜻 이상으로 우리 마음에 뭔가 와 닿는 게 있다. 그런 식으로 ‘태양’ ‘소음’ 이런 단어에서 느낌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그런 단어만으로 설명을 해도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은 음양을 기준으로 하는 사고를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그런 수준의 느낌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러니 위의 설명은 일단 맛보기라고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이 알아듣기 쉬운 다른 용어를 찾아보기로 하자. 칼 융이라는 서양 심리학자가 사용한 용어 ..
제2장 사상인의 성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1. 기본적인 기능들 사상기운(四象氣運) 사상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책은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가 쓴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라는 책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바로 『동의수세보원』의 내용을 설명하면 대부분은 상당히 어려워한다. 일단 용어가 문제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이라는 용어부터가 그렇다. 동무 시절에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사람에게는 태소음양(太少陰陽)이라는 말은 낯선 용어가 아니었다. 들으면서 무언가 감이 잡히는 말에 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음양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제일 좋기로는 독자 여러분들의 음양에 대한 이해를 그 당시 지식인들의 일반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3. 사상인의 마음 씀의 개요 이쯤에서 이 책에서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우선 아래의 표를 봐주기 바란다. 태양(太陽)기운소양(少陽)기운태음(太陰)기운소음(少陰)기운성(性)애성(哀性)노성(怒性)희성(喜性)락성(樂性)천기(天機)천시(天時)세회(世會)인륜(人倫)지방(地方)정(情)애정(哀情)노정(怒情)희정(喜情)락정(樂情)인사(人事)사무(事務)교우(交遇)당여(黨與)거처(居處)박통(博通)주책(籌策)경륜(經綸)행검(行檢)도량(度量)사심(邪心)교심(驕心)긍심(矜心)벌심(伐心)과심(誇心)독행(獨行)식견(識見)위의(威義)재간(才幹)방략(方略)태행(怠行)탈심(奪心)치심(侈心)나심(懶心)절심(竊心)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표에 낯선 한자용어들이 잔뜩 나오고 있지만, 지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표..
사상기운과 사상체질 이런저런 건강 가이드의 내용들을 보면 체질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이 나온다. 또 한의원들 중에는 체질에 대한 한두 쪽 정도의 안내책자를 주는 곳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들은 크게 신뢰할 바가 못 된다. 물론 체질별 음식, 건강 관리법 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맞는다. 그러나 체질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은 틀린 부분이 많다. 특히 성격에 대한 부분은 거의 믿을 바가 못 된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그런 내용들은 체질과는 거의 무관한 이야기들이다. 길고 자세하게 써놓은 책들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체질에 따른 성격의 드러남이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체질을 알고 체질에 따른 건강관리를 하고 싶으면, 체질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와 상담하여 정확한 체질..
2. 사상체질이란 무엇인가 체질과 마음 사상의학을 보통 사람을 체질에 따라 분류하여 약을 쓰는 한의학의 한 갈래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사상의학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양 학문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탐구와 몸에 대한 탐구가 심리학과 의학으로 서로 갈라져 있다. 물론 신경정신과 등이 있어 이를 연결하는 노릇을 하기는 하지만, 의학적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은 여러 곳에서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 그러나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병, 특히 만성적인 병은 마음의 움직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마음의 움직임이 기(氣)의 움직임을 만들고 그 기가 옳게 흐르는가 그르게 흐르는가에 따라 건강하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학 중에서도 마음의 영향을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이 사상의학이다. 사상의학..
제1부 사상인의 기본 성정 제1장 사상체질에 관한 개요 1. 체질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유 ‘다름’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비로소 중요한 ‘다름’의 내용들을 배울 준비가 된 셈이다. “왜 하필이면 체질의 문제를 중요한 다름의 하나로 취급하는가?” “체질의 문제가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자. 오래 전에 읽어서 어디에서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집단적으로 조난(遭難)을 당했을 경우의 생환율(生還率)에 대한 연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연령, 성별 등이 비슷한 집단의 경우보다 남녀가 섞여 있고, 아이, 어른, 노인이 섞여 있는 다양한 구성원을 가지는 집단 쪽이 살아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는 내용이..
체질을 아는 것은 출발점을 아는 것 ‘코페르니쿠스적’이라는 말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것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는 찬사가 들어 있는 표현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것은 정확히 말해서 ‘지동설(地動說)’이라기보다 ‘태양중심설(太陽中心說)’이다. 천문학의 시초는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놓고, 천구를 그리고, 별들을 그 천구 위에 배치하여 운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천문학이 발달되면서 점점 단일 천구에 별들을 배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2중의 천구라는 발상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늘 처음이 어려운 법이고, 다음은 쉽다. 천구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난다. 코페르니쿠스 시절에는 수십 개의 천구【80여 개였다고 읽은 기억이 나는..
4. 출발점에 대한 이해 꿈과 현실조차 차별하지 말라 다른 것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라고 해도 당장에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생각을 늘 꾸준히 하고 있으면 점점 그쪽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가 되면 다른 것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하자. 한의사가 한의학의 한 갈래인 사상의학을 토대로 쓰는 글인데 서양적인 이야기만 나오면 좀 운치가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동양의 고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 편에 좋은 말이 나온다. 나는 꿈에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다. 나는 지금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던 장주인지, 장주가 된 꿈을 꾸고 있는 나비인지 모르겠다. 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다른 사람, 다른 접근 방식 [살림]의 문화와 [죽임}의 문화라는 표현으로 남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 가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경로의 존재를 강조하고자 함이다. 사회적인 문제, 정치경제적인 문제에서도 들 만한 예가 많지만, 그런 부분들은 음양이니 체질이니 하는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이야기된 뒤에 하기로 하자. 너무 복잡한 문제를 다루려면 주제에서 벗어나는 여러 논란이 뒤따르게 된다. 비교적 논란이 적을 만한 것으로, 교육 문제 쪽에서 예를 들도록 하자.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과 과학에 약하다고 한다. 여러 통계자료들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은 남자아이에게는 수학과 과학을 중시하는 교육을 하고 여자아이에게는 그런 교육을 하지 않아서 빚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특..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 {죽임}의 문화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열세종(劣勢種)이 살아남기 위한 문화이다. 생존의 위협이 줄어드는 정도에 따라 {살림}의 문화의 비중이 커진다. 후천개벽이니 뭐니 하면서 음양의 교체가 일어나고, 여성적인 가치관이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말이 있다. 별로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인간은 이미 지구의 최우세종(最優勢種)이 되었다. 이제 “우세종에 어울리는 문화” “우세종이 마땅히 가져야 할 문화”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 바로 후천개벽(後天開闢)이다. {죽임}의 문화는 다른 종에 대해서도, 같은 종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열세종일 때는 강한 개체 위주로 살아남을 필요가 있다. 가장 강한 개체 위주로 문화가 형성될수록, 약한 개체들이 도태될수록, 종 전체의 생존은 유리해진다. 반면 생..
3.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이야기를 예도 없이 원론만으로 이어나가면 너무 어려워진다. 독자들도 읽기가 힘들겠지만, 쓰는 사람도 뭐라고 써야 정확히 전달될 지 막막하다. 아직 체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체질이 다른 사람을 예로 들 수는 없고, 여기서는 남녀 문제를 예로 들도록 하자. 주제는 ‘다른 것 사이의 평등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다. 필자는 남녀차별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존재하는 것은 단지 젠더(Gender)일 뿐, 섹스(Sex)의 차이는 없다”라는 식의 과격한 남녀동등 역시 배격한다. 분명히 남녀는 생리적으로 다르며, 그 생리적 차이로 인한 심리적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차이 때문에 남자는 이런 일만을, 여자는 이런 일만을 해야 한다는..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이 정도에서 본격적으로 ‘다르다’에 대한 이해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은 서로 맞지 않는 것,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옳고 다른 하나가 그릇되어서 틀리거나, 아니면 둘 다 옳고 그른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도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사각형의 타일은 같은 모양이며 서로 맞는다. 그러나 원형의 타일이나 정오각형의 타일은 서로 같은 것이지만 딱 들어맞게 바닥을 덮을 수 없다. 반면 우리의 성벽을 보면 서로 모양이 제각각인 돌들로 쌓았지만 아주 견고하게 맞아 들어간다. 즉 ‘같다/다르다’와 ‘맞다/틀리다’는 다른 문제이다. 서로 다른 것끼리 맞을 수 있을 때, ..
“알았어”라고 말하는 네 가지 방식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도저히 논점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사람은 “저게 어떻게 파란색이냐? 빨간색이지”라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은 “저게 어떻게 레몬 맛이냐? 포도 맛이지”라고 주장하면서 싸우는 격이다. 겉보기에는 공통된 단어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단어를 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알았어”라는 말을 어떤 경우에 쓸까? 어떤 사람은 “네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생각해보겠다”라는 뜻으로 쓴다. 즉, “일단 당신 주장을 접수는 해두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상대의 주장에 동의할 경우에만 “알았어”라는 표현을 쓰지 동의..
2. ‘다르다’와 ‘틀리다’ 다름은 동등하다 인간을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형을 접하면 이를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구분하려 들기 때문이다. 역사에 있어 이런 폐해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유럽의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의 일이다. 많은 수의 인류학자들이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인이 백인보다 열등한 종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유럽에서 평등을 찾아간 사람들이 세웠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역사를 약간만 거슬러 올라가도, 흑인 아이와 백인아이의 지적 능력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들을 수두룩하게 만나게 된다. 이런 사이비 학자들의 연구가 인류에 공헌한 것은 단 한 가지다. 그들의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통계..
프롤로그 ‘다르다’는 ‘틀리다’가 아니다 1. 갈등의 원인 인간 사이의 갈등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지만 다른 것 자체가 갈등의 원인은 아니다. 남/여, 부모/자식, 스승/제자와 같이 확연히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끼리 별 갈등 없이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다름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다르다’는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다른 것을 무리하게 같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다르게 놓아둔 채로 조화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려고 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나와 다른 사람을 보았을 때 그 다름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즉 다른 것을 같다고 생각하여 ..
책을 읽기 전에 사람이 살다보면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갈등 상황에 부딪힌다. 손해와 이익이 누가 봐도 뚜렷한 상황은 오히려 쉽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욕심쟁이거나 막무가내인 경우만 아니라면, 이치를 따져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경우에 이야기가 어려워진다. 분명히 상황은 하나인데 서로 해석이 다르면 쉽게 정리가 안 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별것 아닌 작은 일에서 벌어진다. 중요한 일이라면 이런 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사회적 규범이라도 있지만, 작은 일에서 서로 느낌이 틀려지면 기준이 없다. 그럴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거나, 끈질기게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이기는 사람은 기분이 좋겠지만, 지는 사람은 감정의 상처를 입는다. 이..
사상체질(四象體質) 태양(太陽)기운소양(少陽)기운태음(太陰)기운소음(少陰)기운성(性)애성(哀性)노성(怒性)희성(喜性)락성(樂性)천기(天機)천시(天時)세회(世會)인륜(人倫)지방(地方)정(情)애정(哀情)노정(怒情)희정(喜情)락정(樂情)인사(人事)사무(事務)교우(交遇)당여(黨與)거처(居處)박통(博通)주책(籌策)경륜(經綸)행검(行檢)도량(度量)사심(邪心)교심(驕心)긍심(矜心)벌심(伐心)과심(誇心)독행(獨行)식견(識見)위의(威義)재간(才幹)방략(方略)태행(怠行)탈심(奪心)치심(侈心)나심(懶心)절심(竊心)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인용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