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삼국&고려 (375)
건빵이랑 놀자
느낀 게 있어 쓰다 감흥(感興) 변계량(卞季良) 肅肅風露凉 輝輝星月明 숙숙풍로량 휘휘성월명 悄然坐長夜 百感由中生 초연좌장야 백감유중생 男兒貴立身 出處諒難輕 남아귀립신 출처량난경 忘義决性命 碌碌徒求榮 망의결성명 록록도구영 子晉亦何爲 緱山獨吹笙 자진역하위 구산독취생 無可無不可 大聖初難名 무가무불가 대성초난명 吾聞神仙人 高步餐紫霞 오문신선인 고보찬자하 逍遙壺中天 流光任蹉跎 소요호중천 류광임차타 我生異於是 撫琹良歎嗟 아생이어시 무금량탄차 充膓用禾稼 煖身以絲麻 충장용화가 난신이사마 但願崇令德 壽夭心靡他 단원숭령덕 수요심미타 瑞蓮出衆卉 不染亦不靡 서련출중훼 불염역불미 結根非其地 生此東海涘 결근비기지 생차동해사 我行適見之 悲歎未能已 아행적견지 비탄미능이 世無濂溪翁 誰知是君子 세무렴계옹 수지시군자 政恐霜雪逼 紅芳難久恃..
문을 걸고 옛것을 보다가 사물에 부쳐 감회를 일으켰으니 이것은 불우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 기물을 읊조리며 네 절구를 지음으로 탄식을 붙이다 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불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杜門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원천석(元天錫) 고정(古鼎) 九金之鑄特非常 三代遷移爲聖王 洪武聖君歌四海 不應汾右固深藏 『耘谷行錄』 卷之五 해석 옛 솥[古鼎] 九金之鑄特非常 구금지주특비상 구주(九州, 천하)의 금으로 주조한 솥은 특별하여 평범하지 않아 三代遷移爲聖王 삼대천이위성왕 삼대에 옮긴 것 성왕을 위해서이지. 洪武聖君歌四海 홍무성군가사해 홍무는 성군이어서 사해에서 노래하니 不應汾右固深藏 불응분우고심장 응당 분음(汾陰)【분수(汾水) 남쪽 지역으로,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분양현..
문을 걸고 옛것을 보다가 사물에 부쳐 감회를 일으켰으니 이것은 불우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 기물을 읊조리며 네 절구를 지음으로 탄식을 붙이다 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불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杜門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원천석(元天錫) 고금(古琴) 大古泠泠韻技奇 伯牙流水少人知 子期死後絃初絶 棄置虛堂良可悲 해석 옛 거문고[古琴] 大古泠泠韻技奇 대고령령운기기 태고적의 맑디 맑은 소리 기이함을 타니 伯牙流水少人知 백아류수소인지 백아의 「류수곡(流水曲)」을 아는 사람 적구나. 子期死後絃初絶 자기사후현초절 종자기 죽은 후로 줄을 막 끊고서 棄置虛堂良可悲 기치허당량가비 빈 집에 버려 두니 진실로 서글플 만하네. 해설 오래된 거문고를 통해 자신을 진정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
문을 걸고 옛것을 보다가 사물에 부쳐 감회를 일으켰으니 이것은 불우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 기물을 읊조리며 네 절구를 지음으로 탄식을 붙이다 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불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杜門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원천석(元天錫) 고검(古劍) 漢皇三尺定乾坤 膏血凝成破楚痕 四海晏淸長不用 匣中龍吼政含冤 해석 옛 칼[古劍] 漢皇三尺定乾坤 한황삼척정건곤 한고조가 삼척의 검으로 천하를 평정하니 膏血凝成破楚痕 고혈응성파초흔 기름과 피가 엉긴 것은 초나라를 격파한 흔적이라네. 四海晏淸長不用 사해안청장불용 사해가 안정되고선 길이 쓰이지 않아 匣中龍吼政含冤 갑중룡후정함원 칼집 속 용 울음에는 정히 원망을 머금었네. 해설 오래된 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불우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 기물을 읊조리며 네 절구를 지음으로 탄식을 붙이다 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불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杜門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원천석(元天錫) 고경(古鏡) 曾照蛾眉粉面新 十年奩底久埋塵 皎然本質元無損 刮垢磨光欠一人 해석 옛 거울[古鏡] 曾照蛾眉粉面新 증조아미분면신 일찍이 눈썹을 비춰 분칠한 얼굴 새로웠지만 十年奩底久埋塵 십년렴저구매진 10년 동안 경대 밑에서 오래도록 먼지에 묻혔네. 皎然本質元無損 교연본질원무손 밝은 본질이야 원래 손상되지 않았지만 刮垢磨光欠一人 괄구마광흠일인 티끌을 긁고 빛을 가는 한 사람이 없네. 해설 이 시는 1392년에 쓴 시로, 오래된 기물이 쓰이지 않고 버림받은 것을 통하여 자신의 탄식하는 심정을 담고 있다...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⑤ 정몽주(鄭夢周) 故國無消息 經冬又見春 고국무소식 경동우견춘 只應千里月 分照兩鄕人 지응천리월 분조량향인 句帶梅花淡 愁連草色新 구대매화담 수연초색신 此行眞不意 却訝夢中身 차행진불의 각아몽중신 今日知何日 春風動客衣 금일지하일 춘풍동객의 人浮千里遠 鴈過故山飛 인부천리원 안과고산비 許國寸心苦 感時雙淚揮 허국촌심고 감시쌍루휘 登樓莫回首 芳草正菲菲 등루막회수 방초정비비 奉使遊桑域 從人問土風 봉사유상역 종인문토풍 染牙方是貴 脫履始爲恭 염아방시귀 탈리시위공 柳入新年綠 花如故國紅 류입신년록 화여고국홍 客居殊寂莫 喜聽足音跫 객거수적막 희청족음공 『圃隱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故國無消息 經冬又見春 고향에선 소식이 없고 겨울 끝나 또 봄을 보네. 只應千里月 分照兩鄕人 다만 응당 천 리의 달..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④ 정몽주(鄭夢周) 山川井邑古今同 地近扶桑曉日紅 但道神仙居海上 誰知民社在天東 斑衣想自秦童化 染齒曾將越俗通 回首三韓應不遠 千年箕子有遺風 客子年來已遠遊 又尋風俗海東頭 行人脫履邀尊長 志士磨刀報世讎 藥圃雪深新綠嫩 梅村月上暗香浮 自知信美非吾土 何日言歸放葉舟 해석 山川井邑古今同 산천정읍고금동 산과 천은 우물과 고을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地近扶桑曉日紅 지근부상효일홍 땅이 부상에서 가까워 새벽 해가 붉구나. 但道神仙居海上 단도신선거해상 다만 신선이 바다 위에 산다고 말하지만 誰知民社在天東 수지민사재천동 누가 민사(民社)【인민(人民)과 사직(社稷). 곧 나라를 뜻함.】가 동쪽에 있을 줄 알겠는가? 斑衣想自秦童化 반의상자진동화 반짝이는 옷은 상상컨대 진동【진(秦) 나라 때의 방사(方士..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③ 정몽주(鄭夢周) 夢繞雞林舊弊廬 年年何事未歸歟 半生苦被浮名縛 萬里還同異俗居 海近有魚供旅食 天長無鴈寄鄕書 舟回乞得梅花去 種向溪南看影踈 弊盡貂裘志未伸 羞將寸舌比蘇秦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眼爲感時垂泣易 身因許國遠遊頻 故園手種新楊柳 應向東風待主人 해석 夢繞雞林舊弊廬 몽요계림구폐려 꿈에서도 계림의 옛 해진 초가집 감돌지만 年年何事未歸歟 년년하사미귀여 해마다 무슨 일로 돌아가질 못하는가? 半生苦被浮名縛 반생고피부명박 반 평생 괴롭게 뜬 명성에 얽매여 萬里還同異俗居 만리환동리속거 만리에서 다시 다른 풍속에 함께 산다네. 海近有魚供旅食 해근유어공려식 바다 가까워 나그네 먹을거리 공급할 물고기는 있지만 天長無鴈寄鄕書 천장무안기향서 하늘 길어 고향의 편지 부칠 기러기 없네. 舟..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② 정몽주(鄭夢周) 水國春光動 天涯客未行 수국춘광동 천애객미행 草連千里綠 月共兩鄕明 초연천리록 월공량향명 遊說黃金盡 思歸白髮生 유설황금진 사귀백발생 男兒四方志 不獨爲功名 남아사방지 부독위공명 平生南與北 心事轉蹉跎 평생남여북 심사전차타 故國海西岸 孤舟天一涯 고국해서안 고주천일애 梅䆫春色早 板屋雨聲多 매창춘색조 판옥우성다 獨坐消長日 那堪苦憶家 독좌소장일 나감고억가 해석 水國春光動 天涯客未行 물나라 일본의 봄빛은 환한데, 하늘가의 나는 움직이질 못해. 草連千里綠 月共兩鄕明 초록 잎은 천 리에 푸르고 달은 두 나라를 함께 비추는데, 遊說黃金盡 思歸白髮生 유세하느라 황금은 떨어졌고 돌아갈 생각에 흰 머리만 나네. 男兒四方志 不獨爲功名 남아 사방을 평정하겠다는 뜻은 혼자만의 공명..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① 정몽주(鄭夢周) 海島千年郡邑開 乘桴到此久徘徊 山僧每爲求詩至 地主時能送酒來 却喜人情猶可賴 休將物色共相猜 殊方孰謂無佳興 日借肩輿訪早梅 僑居寂寞閱年華 苒苒䆫櫳日影過 每向春風爲客遠 始知豪氣誤人多 桃紅李白愁中艶 地下天高醉裏歌 報國無功身已病 不如歸去老烟波 해석 海島千年郡邑開 해도천년군읍개 바다의 섬 천년에 고을과 읍이 개국해 乘桴到此久徘徊 승부도차구배회 배 타고 여기에 와서 오래도록 배회했네. 山僧每爲求詩至 산승매위구시지 산의 스님은 매번 시를 구하러 오고 地主時能送酒來 지주시능송주래 지주는 이따금 술을 보내어 온다네. 却喜人情猶可賴 각희인정유가뢰 도리어 사람의 정을 기뻐할 만하니 오히려 미더울 만하고 休將物色共相猜 휴장물색공상시 물색을 가지고 함께 서로 시기하지 말아야 하네..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청주 참군에게 바라다 尺地入金穴 何處安柴扃 척지입금혈 하처안시경 所以事奔走 終歲不得寧 소이사분주 종세부득녕 念我掌書郞 靑衫倦送迎 념아장서랑 청삼권송영 此亦眼所見 彼亦耳所聆 차역안소견 피역이소령 知君常對此 意氣何崢嶸 지군상대차 의기하쟁영 君心一寸丹 君鬢十分靑 군심일촌단 군빈십분청 他年廟堂上 手調殷鼎羹 타년묘당상 수조은정갱 吾詩儻不棄 以爲座右銘 오시당불기 이위좌우명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四 해석 尺地入金穴 何處安柴扃 한 자의 땅도 금혈【황금이 쌓인 동굴이라는 뜻으로, 임금의 총애를 받는 귀척의 집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한 광무제(光武帝) 곽 황후(郭皇后)의 동생 곽황(郭況)이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은상(恩賞)으로 엄청난 ..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선왕과 달라진 현실, 그리고 나의 바람 先王勤且儉 四方始經營 선왕근차검 사방시경영 山川各有界 租稅豈無程 산천각유계 조세기무정 孔氏罕言利 孟子惡交征 공씨한언리 맹자오교정 時當春雨後 布穀間關鳴 시당춘우후 포곡간관명 不見田頭饁 誰從水際耕 불견전두엽 수종수제경 我欲買山去 鑿翠開風欞 아욕매산거 착취개풍령 園中養松竹 門外種稌秔 원중양송죽 문외종도갱 茂樹坐欝欝 淸泉飮泠泠 무수좌울울 청천음령령 日讀洗心經 無令世故嬰 일독세심경 무령세고영 해석 先王勤且儉 四方始經營 선왕께선 부지런하고 검소해 사방이 처음 경계를 짓고 치수를 잴 적에 山川各有界 租稅豈無程 산천이 각각 경계가 있었으니 조세에 어찌 일정한 게 없었겠는가? 孔氏罕言利 孟子惡交征..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백성의 골수까지 빼먹다 或云筭閒口 抽錢及孤惸 혹운산한구 추전급고경 或云籠山野 割地歸兼幷 혹운롱산야 할지귀겸병 訟牒方組織 逃戶連欹傾 송첩방조직 도호연의경 皇華豈謂是 聖人著之經 황화기위시 성인저지경 忽詠大東詩 兀如未解酲 홀영대동시 올여미해정 해석 或云筭閒口 抽錢及孤惸 어떤 사람은 말하길 간구(間口)【간구(間口)는 집의 간가(間架)와 인구(人口)라는 뜻으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주택세(住宅稅)와 호구세(戶口稅)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말에 의하면 옛날 이 장군이, 험한 지형 믿고 말세에 편승하여, 인민을 착취하며 간가와 인구를 일일이 계산하였고, 나물국과 미음에만 세금을 매기지 않았을 ..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여행길에 목견한 파발마에 그린 희망 逶迤過上黨 千里到韓城 위이과상당 천리도한성 道途多所見 感嘆由中生 도도다소견 감탄유중생 十里五里間 馳傳紛可驚 십리오리간 치전분가경 下馬立道側 過眼知流星 하마립도측 과안지류성 吾疑將德音 布玆南畒氓 오의장덕음 포자남묘맹 해석 逶迤過上黨 千里到韓城 구불구불한 길로 상당(청주의 古號)을 지나 천리인 한산에 도착했네. 道途多所見 感嘆由中生 길엔 본 게 많아 감탄이 속으로부터 나오네. 十里五里間 馳傳紛可驚 십리와 오리 사이에 달려와 전하는 파발마 어지러워 놀랄 만하네. 下馬立道側 過眼知流星 말에서 내려 길 곁에 서있으니 눈을 지나는 게 유성인 것 같구나. 吾疑將德音 布玆南畒氓 내가 생각하기론 장차..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법령이 자잘해져 백성이 괴롭네 古人重畫一 今人好變更 고인중화일 금인호변갱 法令牛毛細 黔蒼魚尾赬 법령우모세 검창어미정 嗟嗟遠游子 爾心胡不平 차차원유자 이심호불평 平生多爲口 慣作東南行 평생다위구 관작동남행 해석 古人重畫一 今人好變更 옛 사람은 획일【일(一) 자를 긋듯 간단하고 명쾌해서 누구나 환히 알 수 있는 법령이라는 뜻이다. 한나라 초기에 소하(蕭何)가 간편하게 법을 제정하였는데, 조참(曹參)이 그의 뒤를 이어 상국(相國)이 된 뒤에도 변경하는 일 없이 그대로 준수하자 백성들이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소하가 제정한 법이 일 자를 긋듯 명백했는데, 조참이 대신해 지키면서 그 정신 잃지 않았다네[蕭何爲法 顜若畫一 曹參代之 ..
관료의 자질이 부족했던 예형을 떠올리며 예형(禰衡) 이곡(李穀) 輕狂罵操已多危 送與劉家意可知 未必高才人盡愛 失身江夏亦爲遲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五 해석 輕狂罵操已多危 경광매조이다위 가볍게 미친 듯이 조조를 욕한 것은 이미 매우 위험한 것이라 送與劉家意可知 송여류가의가지 유표에게 보낸 뜻 알 만하네. 未必高才人盡愛 미필고재인진애 반드시 높은 재주라고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失身江夏亦爲遲 실신강하역위지 강하 태수에게 몸을 잃은 것 또한 더디 되었다네【재주를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였으나, 오직 공융(孔融)에게 인정을 받고서 조정에 천거되었다. 조조의 앞에서 발가벗는 등 무례한 태도를 많이 보이자 조조가 당장에 죽이고도 싶었으나 용납하지 못했다는 이름을 얻을까 봐 형주(荊..
가표의 영리한 법조항으로 길러진 아이들을 그리며 가표(賈彪) 이곡(李穀) 世亂民窮事可哀 荒村處處見遺孩 數年養得千餘子 造物應慚賈父才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五 해석 世亂民窮事可哀 세난민궁사가애 세상 혼란스럽고 백성이 곤궁한 일은 슬퍼할 만하고 荒村處處見遺孩 황촌처처견유해 황폐한 시골은 곳마다 버려진 아이들 보이네. 數年養得千餘子 수년양득천여자 수년 동안에 천여 명에 자식을 얻어 길렀으니 造物應慚賈父才 조물응참고부재 조물주는 응당 가부【가표가 신식(新息)의 수령이 되었을 적에, 빈곤한 백성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지 못하고 내버려서 인구가 감소하자, 영아를 유기할 경우에 살인죄를 적용하도록 엄하게 법령을 정하였다. 그 결과 몇 년 사이에 기르는 아이들이 1000명에 이르렀는데, 가부(賈父) 덕분에 기르게 된 아이..
황토점(黃土店)③ 충선왕이 참소를 받아 스스로 해명하지 못하고 귀양갔다는 걸 듣고서[聞上王見譖, 不能自明] 이제현(李齊賢) 寸腸氷炭亂交加 一望燕山九起嗟 誰謂鱣鯨困螻蟻 可憐蟣蝨訴蝦蟇 才微杜漸顏宜赭 責重扶顚髮已華 萬古金縢遺冊在 未容群叔誤周家 『益齋亂稿』 卷第二 해석 寸腸氷炭亂交加 촌장빙탄난교가 마디 창자에서 얼음과 숯이 어지러이 더해져 一望燕山九起嗟 일망연산구기차 한 번 연나라 산을 바라보니 아홉 번 탄식 일어나네. 誰謂鱣鯨困螻蟻 수위전경곤루의 누가 생각했을까? 고래가 개미에게 곤액 당할 줄을. 可憐蟣蝨訴蝦蟇 가련기슬소하마 가련쿠나! 서캐와 이가 두꺼비를 참소하다니. 才微杜漸顏宜赭 재미두점안의자 재앙 미리 막는【두점(杜漸): (재앙 따위를) 미연에 방지하다】 재능 적어 얼굴색 마땅히 붉어지고 責重扶顚髮已華 ..
황토점(黃土店)② 충선왕이 참소를 받아 스스로 해명하지 못하고 귀양갔다는 걸 듣고서[聞上王見譖, 不能自明] 이제현(李齊賢) 咄咄書空但坐愁 式微何處是菟裘 十年艱險魚千里 萬古升沈貉一丘 白日西飛魂正斷 碧江東注淚先流 滿門簪履無雞狗 飽德如吾死合羞 해석 咄咄書空但坐愁 돌돌서공단좌수 ‘쯧쯧【돌돌(咄咄): 돌돌괴사(咄咄怪事)의 준말로 놀랍고 괴이한 일이라는 뜻인데, 진(晉) 나라 때 은호(殷浩)가 임금으로부터 축출된 후, 종일토록 허공에다 ‘돌돌괴사’ 네 글자만 썼다는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77 「殷浩傳」】’ 허공에 글을 쓰며 다만 근심스레 앉아 式微何處是菟裘 식미하처시토구 타향에서 고생 중인 우리 임금은 어느 곳이 안식처【토구(菟裘): 지금의 산동성사수현(泗水縣) 북쪽인 노(魯) 나라 고을 이름인데, 춘추시대..
황토점(黃土店)① 충선왕이 참소를 받아 스스로 해명하지 못하고 귀양갔다는 걸 듣고서[聞上王見譖, 不能自明] 이제현(李齊賢) 世事悠悠不忍聞 荒橋立馬忽忘言 幾時白日明心曲 是處靑山隔淚痕 燒棧子房寧負信 翳桑靈輒早知恩 傷心無術身生翼 飛到雲宵一叫閽 해석 世事悠悠不忍聞 세사유유불인문 세상일 아득하고 아득해 차마 듣지 못하고 荒橋立馬忽忘言 황교립마홀망언 거친 다리에 말 세워두고 문득 말조차 잊었네. 幾時白日明心曲 기시백일명심곡 어느 때 흰 해가 마음의 곡절 밝히려나? 是處靑山隔淚痕 시처청산격루흔 이제 거처하는 청산은 눈물 흔적에 떨어져 있구나. 燒棧子房寧負信 소잔자방녕부신 잔도를 불태운 자방【자방(子房): 한 고조(漢高祖)의 신하 장량(張良)의 자이다. 장량이, 한왕(漢王)이 다시 관중(關中)으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
삼척서루(三陟西樓)② 안축(安軸) 우배목동(牛背牧童) 仰空吹笛快軒眉 牛背身無掩脛衣 家在山前陂隴隔 雨天行趁暮鴉歸 롱두엽부(壟頭饁婦) 婦具農飧自廢飧 曉來心在夏畦間 壟頭日午催行邁 餉了田夫信步還 림류수어(臨流數魚) 樓下淸潭窟穴空 游魚育卵粟排紅 莘莘衆尾知多少 前數無窮後亦同 격장호승(隔墻呼僧) 聳壑郡樓臨水府 隔墻禪舍倚巖叢 愛僧眞趣無人會 十里茶煙颺竹風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소에 탄 목동 우배목동(牛背牧童) 仰空吹笛快軒眉 앙공취적쾌헌미 허공 바라보고 젓대 불며 쾌활히 눈썹 펴니【헌미(軒眉): 눈썹을 듦. 곧, 마음이 명랑하여 눈살을 폄】 牛背身無掩脛衣 우배신무엄경의 소에 탄 몸의 정강이 가릴 옷조차 없구나. 家在山前陂隴隔 가재산전피롱격 집은 산 앞의 언덕 너머에 있어 雨天行趁暮鴉歸 우천행진모아귀 비 내려 걸음을 ..
삼척서루(三陟西樓)① 안축(安軸) 죽장고사(竹藏古寺) 脩篁歲久盡成圍 手種居僧今已非 禪榻茶軒深不見 穿林翠羽獨知歸 암공청담(巖控淸潭) 流川爲陸陸爲川 有底淸潭獨不然 看取奔灘停滀處 奇巖削立重難遷 의산촌사(依山村舍) 傍山煙火占孤村 竹下紅桃臥守門 力穡田夫皆惜日 戴星服役返乘昏 와수목교(臥水木橋) 一木搖搖跨石灘 望來惟恐蹈波瀾 居民足與心曾熟 如過平途不細看 해석 대나무가 옛 사찰을 감추고 죽장고사(竹藏古寺) 脩篁歲久盡成圍 수황세구진성위 마디 진 대나무 세월이 오래되어 죄다 에워싸지만 手種居僧今已非 수종거승금이비 손으로 심었던 거처하던 스님은 지금은 이미 없다네. 禪榻茶軒深不見 선탑다헌심불견 좌선하던 걸상과 차 마시던 누대는 깊어 보이질 않아도 穿林翠羽獨知歸 천림취우독지귀 숲을 뚫고 가는 비취새만이 홀로 돌아갈 줄 아는구나..
송적의 팔경도에 시를 쓰다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②송(宋)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이인로(李仁老) 동정추월(洞庭秋月)雲端瀲瀲黃金餠 霜後溶溶碧玉濤欲識夜深風露重 倚船漁父一肩高 소상야우(瀟湘夜雨)一帶滄波兩岸秋 風吹細雨洒歸舟夜來泊近江邊竹 葉葉寒聲揔是愁 연사만종(煙寺晚鍾)千回石徑白雲封 巖樹蒼蒼晚色濃知有蓮坊藏翠壁 好風吹落一聲鍾 어촌낙조(漁村落照)草屋半依垂柳岸 板橋橫斷白蘋汀日斜愈覺江山勝 萬頃紅浮數點靑 해석 동정호의 가을 달동정추월(洞庭秋月) 雲端瀲瀲黃金餠운단렴렴황금병구름 끝의 넘실넘실대는 황금병과霜後溶溶碧玉濤상후용용벽옥도서리 내린 후에 출렁출렁이는 옥빛의 파도.欲識夜深風露重욕식야심풍로중밤이 깊어져 바람과 이슬의 무거움 알고자 하니倚船漁父一肩..
송적의 팔경도에 시를 쓰다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①송(宋)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이인로(李仁老) 평사낙안(平沙落雁)水遠天長日脚斜 隨陽征雁下汀沙行行點破秋空碧 低拂黃蘆動雪花 원포귀범(遠浦歸帆)渡頭煙樹碧童童 十幅編蒲萬里風玉膾銀蓴秋正美 故牽歸興向江東 강천모설(江天暮雪)雪意嬌多着水遲 千林遠影已離離蓑翁未識天將暮 誤道東風柳絮時 산시청람(山市晴嵐)朝日微昇疊嶂寒 浮嵐細細引輕紈林間出沒幾多屋 天際有無何處山 해석 평평한 모래톱에 내려앉은 기러기평사낙안(平沙落雁) 水遠天長日脚斜수원천장일각사물은 드넓고 하늘은 길쭉하며 햇발은 빗기는데隨陽征雁下汀沙수양정안하정사볕 따라 원정 가던 기러기가 물가 모래톱에 내려앉았네. 行行點破秋空碧행행점파추공벽줄마다 가을 하..
송적의 팔경도에 시를 쓰다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송(宋)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이인로(李仁老) 평사낙안(平沙落雁)水遠天長日脚斜 隨陽征雁下汀沙行行點破秋空碧 低拂黃蘆動雪花 원포귀범(遠浦歸帆)渡頭煙樹碧童童 十幅編蒲萬里風玉膾銀蓴秋正美 故牽歸興向江東 강천모설(江天暮雪)雪意嬌多着水遲 千林遠影已離離蓑翁未識天將暮 誤道東風柳絮時 산시청람(山市晴嵐)朝日微昇疊嶂寒 浮嵐細細引輕紈林間出沒幾多屋 天際有無何處山⇒해석보기 동정추월(洞庭秋月)雲端瀲瀲黃金餠 霜後溶溶碧玉濤欲識夜深風露重 倚船漁父一肩高 소상야우(瀟湘夜雨)一帶滄波兩岸秋 風吹細雨洒歸舟夜來泊近江邊竹 葉葉寒聲揔是愁 연사만종(煙寺晚鍾)千回石徑白雲封 巖樹蒼蒼晚色濃知有蓮坊藏翠壁 好風吹落一聲鍾 어촌낙조(漁村落照..
차운하고서 정백용에게 부치다차운기정백용(次韻寄鄭伯容) 정이오(鄭以吾) 二月將闌三月來 一年春事夢中回千金尙未買佳節 酒熟誰家花正開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二月將闌三月來이월장란삼월래2월이 장차 끝나고 3월이 오려하니一年春事夢中回일년춘사몽중회1년의 봄 일이 꿈속에서 돌아오네.千金尙未買佳節천금상미매가절천금으로도 오히려 좋은 계절 살 수 없으니酒熟誰家花正開주숙수가화정개뉘 집에서 술 익고 꽃이 피는 것인가?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이 시는 정백형의 시에 차운하여 보내준 것으로, 지나가는 봄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2월이 가고 3월이 오려고 하니, 세상을 밝게 비추던 봄빛도 떠나가려 한다. 천금이라는 많은 돈을 주고도 이 아름다운 봄 경치를 살 수 없으니, 술이 익고 꽃이 한창 핀 누구 집에서 이 좋은 봄날..
바람 속 연꽃풍하(風荷) 최해(崔瀣) 淸晨纔罷浴 臨鏡力不持청신재파욕 림경력부지天然無限美 揔在未粧時 천연무한미 양재미장시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淸晨纔罷浴 臨鏡力不持맑은 새벽에 비로소 목욕을 멈추고 거울을 대하고서 힘이 부축하지 못하네.天然無限美 揔在未粧時천연스런 무한한 아름다움은 모두 화장하지 않을 때에 있는 것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맑은 새벽바람에 나부끼는 연꽃을 노래한 시이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19쪽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현재의 눈 내린 밤에현재설야(縣齋雪夜) 최해(崔瀣) 三年竄逐病相仍 一室生涯轉似僧雪滿四山人不到 海濤聲裏坐挑燈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三年竄逐病相仍삼년찬축병상잉삼년 유배생활에 병마저 생겨一室生涯轉似僧일실생애전사승한 방에서의 생애 뒤바뀌어 스님인 듯.雪滿四山人不到설만사산인부도눈 가득 내린 사방의 산엔 사람조차 이르질 않아海濤聲裏坐挑燈해도성리좌도등파도소리 속에 앉아 등불심지 돋우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이 시는 장사감무(長沙監務)로 폄직(貶職)되었던 20대 중반에 현(縣)의 서재에 밤에 눈이 내린 것을 읊은 노래이다. 좌천된 후 3년 동안 병이 겹쳐 고생하고 있는데, 자신이 거처하는 한 칸의 재(齋)가 스님의 처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산에 눈이 내려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겨울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
패랭이꽃석죽화(石竹花) 정습명(鄭襲明) 世愛牧丹紅 栽培滿院中세애목단홍 재배만원중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수지황초야 역유호화총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색투촌당월 향전롱수풍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지편공자소 교태속전옹 『東文選』 卷之九 해석世愛牧丹紅 栽培滿院中세상이 모란의 붉은 것 사모해 동산 가득 재배하네.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누가 거친 들판의 풀이 또한 꽃떨기 속에 좋다는 걸 알려나.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꽃빛은 시골 연못의 달이 스며들었고 향기는 언덕 나무의 바람이 전해주네.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땅이 치우쳐 공자 드물어 교태를 농부에게 붙이누나.『 東文選』 卷之九 해설정습명(鄭襲明)은 학문이 뛰어났으며,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최충(崔沖)ㆍ김부식(金富軾)과 함께 시폐십조(時弊十條)를 올렸으나 거절당하자 사직했다. 그러나 ..
질펀한 흥에만흥(謾興) 이인로(李仁老) 境僻人誰到 春深酒半酣 경벽인수도 춘심주반감 花光迷杜曲 竹影似城南 화광미두곡 죽영사성남 長嘯愁無四 行歌樂有三장소수무사 행가락유삼靜中滋味在 豈是世人諳정중자미재 기시세인암 『東文選』 卷之九 해석境僻人誰到 春深酒半酣 땅이 변방이라 사람 누가 이르랴. 봄 깊으니 술 흥건히 취했네.花光迷杜曲 竹影似城南 꽃빛은 두곡【두곡(杜曲): 중국 장안(長安) 동남쪽에 있는 곳의 지명으로, 당(唐) 나라 때 명문대가인 두씨(杜氏)가 대대로 자리 잡아 살던 곳이다】인 듯 미혹하고 대 그림자는 성남과 비슷하다【한유(韓愈)와 맹교(孟郊)가 성남(城南)에서 연구(聯句)를 짓는데, 첫 머리에, “대 그림자는 육(六)이 반짝.”이란 구(句)가 있다】. 長嘯愁無四 行歌樂有三길게 휘파람부니 네 가지 시름..
어양을 지나며과어양(過漁陽) 이인로(李仁老) 槿花低映碧山峯 卯酒初酣白玉容舞罷霓裳歡未足 一朝雷雨送猪龍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槿花低映碧山峯근화저영벽산봉무궁화꽃 낮게 푸른 산봉우리 비추고卯酒初酣白玉容묘주초감백옥용아침술은 처음으로 흰 옥 같은 얼굴 붉게 하네.舞罷霓裳歡未足무파예상환미족「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당 현종(唐玄宗) 때 안녹산(安祿山)이 어양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을 가리킨다.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어양땅 북소리 땅을 울리며 몰려오자, 임금님의 예상우의 곡조가 놀라 깨어졌네[漁陽鞞鼓動地來 驚破霓裳羽衣曲].”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卷12】에 맞춰 춤 끝났지만 기쁨이 충족되질 않아一朝雷雨送猪龍일조뇌우송저룡하루아침의 비와 우뢰에 저룡【저룡(猪龍): 안록산을 가리켜 한 말이다..
비 맞는 연꽃 우하(雨荷) 최해(崔瀣) 貯椒八百斛 千載笑其愚 저초팔백곡 천재소기우 何如綠玉斗 竟日量明珠 하여록옥두 경일량명주 『東文選』 卷之十九 牧隱云此誚不廉饒富者. 해석 貯椒八百斛 千載笑其愚 후추 저장한 게 800곡【원재(元載): 당나라 재상으로 지위를 이용하여 뇌물을 축재했고 죽은 뒤 창고를 뒤져보니 후추가 팔백 곡에 종유(鐘乳)가 오백 량이나 나와 나라에서 이를 몰수했다고 함.】, 1000년 동안 어리석음으로 비웃음 당했네. 何如綠玉斗 竟日量明珠 어째서 녹옥으로 됫박을 삼아 하루 종일 명주 세는가? 『東文選』 卷之十九 牧隱云此誚不廉饒富者. 목은이 “이 시는 청렴하지 않은【불렴(不廉): 청렴하지 않다】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을 비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설 ‘조처팔백곡(貯椒八百斛)은 당(唐)나라 ..
남편을 수자리에 보낸 아내의 원망정부원(征婦怨) 정몽주(鄭夢周) 一別年多消息稀 塞垣存歿有誰知今朝始寄寒衣去 泣送歸時在腹兒 織罷回文錦字新 題封寄遠恨無因衆中恐有遼東客 每向津頭問路人 『圃隱先生文集』 卷之一 해석一別年多消息稀일별년다소식희한 번 이별하고 여러 해 소식 끊겨塞垣存歿有誰知새원존몰유수지변방에서의 살고 죽음 누가 알리오.今朝始寄寒衣去금조시기한의거오늘 아침 처음으로 겨울옷 보내는 이는泣送歸時在腹兒읍송귀시재복아그대 울며 보낼 땐 뱃속에 있던 아이예요. 織罷回文錦字新직파회문금자신회문시 짜기를 마치니 비단 글자 신선해 題封寄遠恨無因제봉기원한무인봉함하고서 멀리 부치려 해도 방법 없는 게 한스럽네.衆中恐有遼東客중중공유료동객무리 중에 아마도 요동으로 가는 나그네 있을까 해서每向津頭問路人매향진두문로인매번 나루터 어귀 향..
사명을 받들어 금나라에 입조하며봉사입금(奉使入金) 진화(陳澕) 西華已蕭索 北寨尙昏蒙坐待文明旦 天東日欲紅 崔文淸滋『補閑集』曰: “陳補闕澕, 以書狀官入金云, 西華(南宋在西故云), 已蕭索, 北寨尙昏蒙, 坐待文明旦, 天東日欲紅. 予於前歲, 以副樞使蒙古, 抵宿興中府, 見一寺壁上書一絶云: “四野盡爲狐兔窟, 萬邦猶仰犬羊天. 人間樂國是何處, 深歎吾生不後先.” 陳以幕佐入朝, 稱北寨昏蒙, 非禮. 興中一絶, 是客子所題, 言高何罪 按勝國時, 歷事遼ㆍ金, 恬不知恥. 獨公此詩, 嚴於華夷之辨, 深得『春秋』之義, 似有先見而發. 時女眞雖蹙, 而蒙古繼熾, 所謂北寨昏蒙, 蓋並指兩國也, 慨然有蹈海俟河之意. 纔經百年, 大明一統, 掃蕩腥羶, 文明之化, 東漸于海, 惜乎公之未及見也. 『梅湖遺稿』 해석西華已蕭索 北寨尙昏蒙서쪽 중국은 이미 삭막하고 ..
설날에 일찍 조회하며원일조조(元日早朝)&1209년 정월대보름【등석(燈夕): 관등석(觀燈夕)의 준말로, 정월 대보름 혹은 사월 초파일 밤에 등대를 세우고 온갖 등을 달아 불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에 한림원에서 지어 바치다기사년등석 한림주정(己巳年燈夕 翰林奏呈) 이규보(李奎報) 문기장자시(文機障子詩) 九門淸蹕走驚雷 蘂闥華筵卜夜開龍燭影中排羽葆 鳳簫聲裏送金杯三呼萬歲神山湧 一熟千年海菓來恩許侍臣司宴樂 宣花滿揷醉扶迴 祥煙繚繞紫宸高 幄座中央認赭袍洞府徵歌敲玉索 敎坊選妓醉仙桃九層爐爇金龍腦 四炤燈燃白鳳膏西母獻來千歲壽 指呼弟子皷雲璈 등롱시(燈籠詩) 五色雲中拜玉皇 壓頭星月動寒芒 都人不覺天文爛 遙認銀燈爍爍光 紗籠剪水分珠蚌 金殿移天掛玉蟾 炤遍鳳城渾不夜 雞人應誤漏壺籤 絳碧紗籠菡萏開 龍膏吐暈紫煙迴 憑渠好續常生焰 萬歲千年炤壽盃 金燈吐焰..
봄날 성남에서 곧바로 짓다 춘일성남즉사(春日城南卽事) 권근(權近) 春風忽已近淸明 細雨霏霏晩未晴 屋角杏花開欲遍 數枝含露向人傾 『陽村先生文集』 卷之五 해석 春風忽已近淸明 춘풍홀이근청명 봄바람은 문득 이미 청명에 가까우니, 細雨霏霏晩未晴 세우비비만미청 가랑비 부슬부슬 늦었는데도 개질 않네. 屋角杏花開欲遍 옥각행화개욕편 집 모서리 살구꽃 활짝 피려 하니, 數枝含露向人傾 수지함로향인경 몇 가지 이슬 머금고 나를 향해 기울었구나. 『陽村先生文集』 卷之五 해설 봄날 성남에서 느낌이 있어 지은 시로, 만년(晩年)의 호사(豪奢)와 여유(餘裕)를 느끼게 한다. 제목 밑의 주(註)에 “정삼봉(鄭三峯)의 비(批)에 말이 조화를 빼앗았다 하였다[鄭三峯批云: ‘語奪造化’].”라는 말이 실려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새 눈신설(新雪) & 외우며 전하는 곳에서 얻었지만 편제는 잃어버렸다득어전송 실기편제(得於傳誦 失其篇題) 이숭인(李崇仁)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창망세모천 신설편산천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조실산중목 승심석상천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기오제야외 동류와계변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하처인가재 원림생백연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아득한 세모의 하늘, 새눈이 산천을 뒤덮으니,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새는 산 속에서 나무를 잃었고 스님은 돌 속의 샘을 찾아 헤매네.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주린 까마귀는 들 밖에서 울고 언 버드나무는 시냇가에서 누워있구나.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어느 곳에 인가가 있는지 먼 수풀에서 밥불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네.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세모에 내린 첫눈을 노래한 것으로, 어..
성남에서 임금을 호위하며호종성남(扈從城南) 이숭인(李崇仁) 郊甸秋成早 君王玉趾臨교전추성조 군왕옥지림觀魚前事陋 講武睿謨深관어전사루 강무예모심鼓角滄江動 旌旗白日陰 고각창강동 정기백일음 詞臣多侍從 會見獻虞箴사신다시종 회견헌우잠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郊甸秋成早 君王玉趾臨교외의 가을걷이 이른데, 군왕은 옥 같은 발걸음으로 임하셨네. 觀魚前事陋 講武睿謨深물고기 구경하던 옛 일【관어(觀魚): 『춘추(春秋)』에, 노(魯) 은공(隱公)이 당(棠)에 가서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려 하니 신하인 장희백(臧僖伯)이 말렸으나 듣지 않고 구경을 갔음. 이후로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거나 고기가 노니는 것을 감상하는 것을 ‘관어(觀魚)’라 함.】은 비루한 일이지만, 군사훈련【강무(講武): 주로 농한기를 이용하여 군사..
제목을 잃다실제(失題) 이숭인(李崇仁) 雪壓村村樹 枝枝總作花설압촌촌수 지지총작화山童爭報道 嘉景酒堪賖산동쟁보도 가경주감사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적엽명촌경 청천수석근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林靜鳥聲盡 潭空天影閑림정조성진 담공천영한因思陶靖節 籬下見南山인사도정절 리하견남산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雪壓村村樹 枝枝總作花눈이 마을마다 나무를 짓눌렀지만 가지마다 모두 꽃이 피니,山童爭報道 嘉景酒堪賖산 아이 다투어 알린다네. “좋은 경치라 술을 살 만합니다.”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붉은 잎사귀가 시골길 밝히고 맑은 샘 바위 뿌리를 씻기누나.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땅은 궁벽져 수레와 말 없고【지벽거마소(地僻車馬少):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 20수 중 다섯 번째 시에 “내 집이 사람 사는 동네에 있..
절집에 쓰다제승사(題僧舍) 이숭인(李崇仁) 山北山南細路分 松花含雨落繽粉道人汲井歸茅舍 一帶靑烟染白雲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산은 여기저기에 있고 오솔길 나눠지는데松花含雨落繽粉송화함우락빈분송홧가루 비에 젖어 하늘하늘 진다.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스님 우물에서 물 길어 절로 돌아가고 一帶靑烟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한 줄기 푸른 안개 흰 구름을 물들이네.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설이 시는 옛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지은 제화시(題畵詩)로, 자연의 경물을 묘사하면서 자연 속에 사는 스님의 깨끗함을 읊고 있다. 승사(僧舍) 앞뒤로 어디든지 통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어 세속과 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송홧가루가 비에 젖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스님이 살고 있는 곳이 깨끗한 정경..
봄이어라춘(春) 정몽주(鄭夢周)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봄비 가늘어 방울지지도 않는데 야밤에 은밀히 소리 들렸지.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눈은 다 녹아 남쪽 계곡 불어나 풀과 새싹이 쑥쑥 나겠구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포은 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비 내리는 봄밤의 감흥을 노래한 것이다.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에서처럼 이 시는 봄밤의 흥취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춘효(春曉)」의 시점이 어젯밤에 일어났던 상황을 기술하고 있는 데 반해, 포은의 「춘(春)」은 깊은 밤이 시점이지만 지나간 낮부터 내일을 시작으로 앞으로 맞을 봄까지 시간을 ..
전주 망경대에 올라등전주망경대(登全州望景臺) 정몽주(鄭夢周) 千仞岡頭石徑橫 登臨使我不勝情靑山隱約扶餘國 黃葉繽粉百濟城九月高風愁客子 百年豪氣誤書生天涯日沒浮雲合 惆帳無由望玉京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千仞岡頭石徑橫천인강두석경횡천 길 산등성 돌계단 비껴 있고 登臨使我不勝情등림사아불승정높은 곳에 이르니 나에게 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누나. 靑山隱約扶餘國청산은약부여국푸른 산에 부여국이 어슴푸레, 黃葉繽粉百濟城황엽빈분백제성노란 잎사귀가 백제성에 어지러이.九月高風愁客子구월고풍수객자9월의 싸늘한 바람은 나그네 시름겹게 하고, 百年豪氣誤書生백년호기오서생백년 호기는 서생을 그르쳤지. 天涯日沒浮雲合천애일몰부운합하늘가에 해가 지고 뜬 구름이 모여드니, 惆帳無由望玉京추장무유망옥경슬프구나. 한양 바라보질 못하게 하니, 『東文選』 卷之..
정주 중양절에 한 재상이 명하여 짓다정주중구 한상명부(定州重九 韓相命賦) 정몽주(鄭夢周) 定州重九登高處 依舊黃花照眼明浦敍南連宣德鎭 峯巒北倚女眞城百年戰國興亡事 萬里征夫慷慨情酒罷元戎扶上馬 淺山斜日照紅旌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定州重九登高處정주중구등고처정주의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오르니,依舊黃花照眼明의구황화조안명노란 국화는 예스러워 눈을 밝게 비추네.浦敍南連宣德鎭포서남연선덕진개펄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어져 있고峯巒北倚女眞城봉만북의녀진성봉우리는 북쪽으로 여진성에 기대었구나. 百年戰國興亡事백년전국흥망사백년 전쟁의 흥망사 속에萬里征夫慷慨情만리정부강개정만 리로 원정을 떠난 사내의 강개스런 정.酒罷元戎扶上馬만리정부강개정술자리 끝나 장군의 부축으로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 천산사일조홍정 산은 낮아 비낀 해는 붉은 정기..
산 속 눈 내린 밤에산중설야(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應嗔宿客開門早 要看庵前雪壓松 『益齋亂稿』 卷第三 해석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홑이불에 한기 들고 등불은 흐릿흐릿.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사미승은 한밤중인지 종 울릴질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묵던 손님은 일찍 문 연다고 화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 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의 눈이 소나무 누르고 있으니 보시게. 『益齋亂稿』 卷第三 해설이 시는 이제현(李齊賢) 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된 시로, 눈 내리는 밤 깊은 산속 절의 절경(絶景)과 소박한 흥취(興趣)를 독백(獨白)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이불처럼 얇은 이불을 덮고 있어 찬 기운이 도는데 불당에 켜 놓은 등불도 침침하다. 어린 중..
산 속 저물녘 우물 속 달을 읊으며산석영정중월(山夕詠井中月) 이규보(李奎報) 漣漪碧井碧嵓隈 新月娟娟正印來련의벽정벽암외 신월연연정인래汲去甁中猶半影 恐將金鏡半分廻급거병중유반영 공장금경반분회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漣漪碧井碧嵓隈잔잔한 푸른 우물의 푸른 모퉁이에新月娟娟正印來새로 뜬 달이 곱디곱게 바로 찍혀 있네.汲去甁中猶半影물 길러 가니 병 가운데 오히려 반쪽 달그림자가 있어恐將金鏡半分廻달【금경(金鏡): 달의 이칭】 반쪽만 가지고 돌아갈까 걱정되네.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산 속 스님이 달빛 탐내어 한 병 속에 함께 길어왔네.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절에 도착하면 곧바로 깨달을 걸. 병을 기울이면 달 또한 사라진다는 걸. 『東國李相國後..
벗의 운에 차운하다차우인운(次友人韻) 임춘(林椿) 十載崎嶇面撲埃 長遭造物小兒猜問津路遠槎難到 燒藥功遲鼎不開科第未消羅隱恨 離騷空寄屈平哀襄陽自是無知己 明主何曾棄不才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十載崎嶇面撲埃십재기구면박애10년 동안이나 기구하게도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살았는데長遭造物小兒猜장조조물소아시오랫동안 조물주 어린아이가 시기했기 때문이라오.問津路遠槎難到문진로원사난도나루를 물으나 길은 멀어 뗏목으로는 다다르기 어렵기만 하고燒藥功遲鼎不開소약공지정불개선단 만드는 것은 더디기만 한데 솥은 열리지 않네. 科第未消羅隱恨과제미소라은한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나은【나은(羅隱): 당말(唐末) 시인. 여러번 과거에 응했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다.】의 한을 아직 풀지 못하였고離騷空寄屈平哀이소공기굴평애이소【이소(離騷): 초사(楚辭)의 ..
소상강의 밤비 소상야우(瀟湘夜雨) 이인로(李仁老) 一帶滄波兩岸秋 한 줄기 푸른 물결, 양 옆 언덕엔 가을 風吹細雨灑歸舟 바람이 가랑비 불어 돌아가는 배를 씻기네. 夜來泊近江邊竹 밤에 와서 근처 강변 대나무숲에 정박하니, 葉葉寒聲摠是愁 잎사귀마다 스산한 소리, 모두 이것이 근심이로다. 『東文選』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전문 우리 한시를 읽다
개성사 8척 방에서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 정지상(鄭知常) 百步九折登巑岏 家在半空唯數閒靈泉澄淸寒水落 古壁暗淡蒼苔斑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紅塵萬事不可到 幽人獨得長年閑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백보 아홉 길 꺾어 산등성이에 오르니家在半空唯數閒가재반공유수한집이 반절 허공에 몇 칸 집이 있네.靈泉澄淸寒水落령천징청한수락영천이 맑고도 맑아 차가운 물 떨어지고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옛 벽 어두워 푸른 벽에 이끼가 껴있네.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돌머리와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달이 떠 있고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하늘 끝 구름 가엔 천 점 산이 솟았네.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붉은 속세의 때 온갖 일에 이르질 않으니,幽人獨得長年閑유인독득장년한은둔한 사람 홀로 긴 세월의 한가로움을 얻었구나..
그대를 보내며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정전일엽락 상하백충비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홀홀불가지 유유하소지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편심산진처 고몽월명시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남포춘파록 군휴부후기 『東文選』 卷之九 해석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뜰 앞에 한 잎사귀 떨어지니 평상 아래 온갖 벌레들이 구슬피 우네【落而知歲之將暮 覩甁中之氷而天下之寒 『淮南子』 / 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趙斗淳】.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가벼이 가서 멈추게 할 수 없는데 유유하게 어디로 가시나요?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나의 마음 산 가는 곳까지 따라가 외로운 달 밝은 밤에 꿈을 꾸네.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그대 훗날의 기약 져버리지 마시오.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이별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정지상(鄭知常..
그대를 보내며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비 그친 긴 둑에 풀빛 짙은데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그대 보낸 남포엔 슬픈 노래 흐르네.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대동강의 물은 언제나 마를꼬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 걸.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고려시대 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개경에 가서 유학하기 이전 평양에 살 때 지은 작품이며, 송별시로 당시부터 널리 읽혀 왔다. 첫 구는 이별하는 장소의 경물 묘사로, 비 온 뒤에 한결 더 푸른 풀빛이 이별의 서정과 조화를 이루면서 詩想(시상)을 이끈다. 비가 개인 강둑이라는 공간과 풀빛이 짙어져 가는 화려한 봄을 그려 내..
봄 느즈막에 산사에서 짓다춘만제산사(春晩題山寺) 진화(陳澕) 雨餘庭院簇莓苔 人靜雙扉晝不開碧砌落花深一寸 東風吹去又吹來 『梅湖遺稿』 해석雨餘庭院簇莓苔우여정원족매태비 온 나머지 정원엔 이끼 돋아나고 人靜雙扉晝不開인정쌍비주불개사람 드무니 양 사립문이 낮인데도 열려 있지 않네. 碧砌落花深一寸벽체락화심일촌푸른 섬돌에 떨어진 꽃이 한 치의 높이로 東風吹去又吹來동풍취거우취래봄바람이 불어갔다가 또한 불어오네. 『梅湖遺稿』 해설늦봄 산사(山寺)의 뜰에 바람에 날리는 떨어진 꽃잎의 한적한 모습을 노래한 시이다.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에 “문정 김태현이 말하기를 보궐 진화(陳澕)가 일찍이 나에게 시는 마땅히 청(淸)을 위주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데, …… 「제산사」와 같은 시는 정말 그렇다(金文貞台鉉曰 陳補闕澕嘗謂余..
다경루에서 권일재를 모시고 옛 사람의 운으로 함께 짓다다경루배권일재용고인운동부(多景樓陪權一齋用古人韻同賦) 이제현(李齊賢) 楊子津南古潤州 幾番觀樂幾番愁佞臣謀國魚貪餌 黠吏憂民鳥養羞風鐸夜喧潮入浦 煙蓑暝立雨侵樓中流擊楫非吾事 閑望天涯范蠡舟 『益齋亂稿』 卷第一 해석楊子津南古潤州양자진남고윤주양자강 나루의 남쪽의 옛 윤주幾番觀樂幾番愁기번관락기번수몇 번의 즐거움을 보았고 몇 번의 근심을 보았나?佞臣謀國魚貪餌녕신모국어탐이아첨하는 신하가 나라 농단하길 고기가 먹이 탐하는 듯하고黠吏憂民鳥養羞힐리우민조양수약은 아전이 백성 괴롭히길 새가 먹이 먹듯 한다네.風鐸夜喧潮入浦 풍탁야훤조입포 풍경이 요란한 밤, 조수는 포구에 들고,煙蓑暝立雨侵樓연사명립우침루안개 속 도롱이 입고 선 밤, 비는 누각에 들이차네.中流擊楫非吾事중류격즙비오사중류에..
여름날 눈에 닿는 대로 짓다하일즉사(夏日卽事) 이규보(李奎報) 簾幕深深樹影廻 幽人睡熟鼾成雷日斜庭院無人到 唯有風扉自闔開 輕衫小簟臥風櫺 夢斷啼鶯三兩聲密葉翳花春後在 薄雲漏日雨中明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 해석簾幕深深樹影廻 렴막심심수영회 발을 치니 아득해져 나무 그림자 비끼고幽人睡熟鼾成雷유인수숙한성뢰은둔한 이 꿀잠에 코고는 소리 번개 같네日斜庭院無人到일사정원무인도해 비낀 정원에 이르는 사람이 없이唯有風扉自闔開유유풍비자합개오직 바람만이 있어 사립문 절로 닫혔다 열렸다 輕衫小簟臥風櫺경삼소점와풍령가벼운 적삼에 작은 대자리 펴고 바람 난간에 누웠는데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꿈이 꾀꼬리 2~3번 우는 소리에 깨버렸네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우거진 잎사귀에 가려진 꽃은 봄 갔어도 남아 있고,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엷은 ..
장원정【장원정(長源亭): 고려 문종(文宗) 10년(1056)에 창건한 이궁(離宮). 현 개풍군(開豊郡) 광덕면(光德面) 유정동(柳井洞) 영좌산(領座山) 남록(南麓)에 유지(遺址)가 있음. 고려 역대의 왕이 자주 그곳에 유행(遊幸)함.】에서장원정(長遠亭) 정지상(鄭知常) 岧嶢雙闕枕江濱 淸夜都無一點塵風送客帆雲片片 露凝宮瓦玉鱗鱗綠楊閉戶八九屋 明月捲簾三兩人縹緲蓬萊在何處 夢闌黃鳥囀靑春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岧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높디높은 쌍의 대궐은 강물을 베고 있고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맑은 밤이라 도무지 한 점 티끌도 없네.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바람이 손님배의 돛대에 불고 구름은 뭉게뭉게露凝宮瓦玉鱗鱗로응궁와옥린린이슬이 응고된 궁전의 기와는 옥색으로 반짝반짝.綠楊閉戶八九屋록양폐호팔구옥푸른 버들에 문을 ..
시를 논하다논시(論詩) 이규보(李奎報) 作詩尤所難 語意得雙美작시우소난 어의득쌍미含蓄意苟深 咀嚼味愈粹함축의구심 저작미유수意立語不圓 澁莫行其意의립어불원 삽막행기의就中所可後 彫刻華艶耳취중소가후 조각화염이華艶豈必排 頗亦費精思화염기필배 파역비정사攬華遺其實 所以失詩眞람화유기실 소이실시진邇來作者輩 不思風雅義이래작자배 불사풍아의外飾假丹靑 求中一時耆외식가단청 구중일시기意本得於天 難可率爾致의본득어천 난가솔이치自揣得之難 因之事綺靡자췌득지난 인지사기미以此眩諸人 欲掩意所匱이차현제인 욕엄의소궤此俗寢已成 斯文垂墮地차속침이성 사문수타지李杜不復生 誰與辨眞僞이두불부생 수여변진위我欲築頹基 無人助一簣아욕축퇴기 무인조일궤誦詩三百篇 何處補諷刺송시삼백편 하처보풍자自行亦云可 孤唱人必戱자행역운가 고창인필희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作詩尤所難 語..
금강산이여 조선이여 금강산(金剛山) 권근(權近) 雪立亭亭千萬峰 海雲開出玉芙蓉 神光蕩漾滄溟近 淑氣踠蜒造化鍾 突兀岡巒臨鳥道 淸幽洞壑秘仙蹤 東遊便欲凌高頂 俯視鴻濛一盪胸 『東文選』 卷之十七 해석 雪立亭亭千萬峰 설립정정천만봉 눈 속에 우뚝 솟은 천 만 봉우리. 海雲開出玉芙蓉 해운개출옥부용 바다 구름 개자 나타난 옥 같이 푸르네. 神光蕩漾滄溟近 신광탕양창명근 신비한 빛 넘실넘실 푸른 바다에 가깝고 淑氣踠蜒造化鍾 숙기원연조화종 맑은 기운 구불구불 조화가 모였네. 突兀岡巒臨鳥道 돌올강만림조도 우뚝 솟은 산등성은 험한 길에 닿았고 淸幽洞壑秘仙蹤 청유동학비선종 맑고 그윽한 골짜기엔 신선의 자취가 담겨 있지. 東遊便欲凌高頂 동유변욕능고정 동쪽으로 노닐며 다시 높은 봉우리에 올라 俯視鴻濛一盪胸 부시홍몽일탕흉 천지의 원기를 굽..
혼자 거닐며자적(自適) 이첨(李詹) 舍後桑枝嫩 畦西薤葉抽사후상지눈 휴서해엽추陂塘春水滿 稚子解撑舟피당춘수만 치자해탱주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舍後桑枝嫩 畦西薤葉抽집 뒤 뽕나무 가지 새싹 뾱 돋고, 서쪽 밭의 부추잎이 쑥 자라네.陂塘春水滿 稚子解撑舟언덕엔 봄물 가득하여 어린 자식 메어놓은 배를 저을 줄 아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한가로운 정취를 노래한 것으로, 봄을 맞이하여 새싹이 나고 연못에 물이 차자 아이들이 배를 저으며 노는 광경을 그리고 있다. 허균(許筠)의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는 “국초에는 정교은(鄭以吾의 호)ㆍ이쌍매의 시가 가장 훌륭했다[國初之業, 鄭郊隱李雙梅最善].”라고 평하고 있다.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95쪽 인용작가 이..
김거사의 들집을 방문하다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정도전(鄭道傳) 秋陰漠漠四山空 落葉無聲滿地紅立馬溪頭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가을 그늘 어둑침침하고 온 산은 고요한데,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소리 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온 산 붉구나. 立馬溪頭問歸路입마계두문귀로말 시냇가에 세워두고 돌아가는 길 묻자니,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알지 못했구나, 몸이 그림 속에 있었다는 것을.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정도전(鄭道傳)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한 편으로, 시골에 은거하고 있는 김거사를 찾아 나선 도중에 맞은 가을 경치를 노래하고 있다. 허균(許筠)의 『국조시산(國朝詩刪)』에서는 이 시를 두고 “그림 같다[如畵].”라고 평하고 있다.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
보이는 대로 읊다즉사(卽事) 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 恰得新詩眼底生風定餘花猶自落 雲移小雨未全晴墻頭粉蝶別枝去 屋角錦鳩深樹鳴齊物逍遙非我事 鏡中形色甚分明 『東文選』 卷之十六 ▲ 幽居나 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영화 [전우치] 중, 전우치의 사당. 해석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로미청숨어 사는 시골의 흥취는 늙을수록 더욱 맑아져恰得新詩眼底生흡득신시안저생새로운 시가 눈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흡족하게 얻네.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바람은 멈췄지만 남아 있던 꽃 오히려 스스로 지고雲移小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구름은 사라졌지만 부슬비 아직 덜 개었네.墻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담장 위의 나비는 가지와 이별하여 떠나고屋角錦鳩深樹鳴옥각금구심수명처마 귀퉁이 비둘기는 깊은 숲에 숨어 울어대네.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제물..
오호도의 전횡을 그리며오호도(嗚呼島) 이숭인(李崇仁) 嗚呼島在東溟中 滄波渺然一點碧夫何使我雙涕零 祇爲哀此田橫客田橫氣槩橫素秋 壯士歸心實五百咸陽隆準眞天人 手注天潢洗秦虐橫何爲哉不歸來 寃血自汚蓮花鍔客雖聞之爭柰何 飛鳥依依無處托寧從地下共追隨 軀命如絲安足惜同將一刎寄孤嶼 山哀浦思日色薄嗚呼千秋與萬古 此心菀結誰能識不爲轟霆有所洩 定作長虹射天赤君不見今古多小輕薄兒 朝爲同袍暮仇敵 『東文選』 卷之八 해석嗚呼島在東溟中오호도재동명중오호도는 동쪽의 바다 한 가운데 있어滄波渺然一點碧창파묘연일점벽푸른 물결에 아득히 하나의 점으로 푸르다.夫何使我雙涕零부하사아쌍체령그런데 어찌 나의 두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나? 祇爲哀此田橫客기위애차전횡객다만 전횡【전횡(田橫): 항우를 물리치고 유방이 한고조로 등극하자, 전횡은 처형될까 두려워하며 500명의 식객..
홍무 정사년 일본으로 사신 가서 지은 작품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 & 나그네로 살며려우(旅寓) 정몽주(鄭夢周) 海島千年郡邑開 乘桴到此久徘徊 山僧每爲求詩至 地主時能送酒來 却喜人情猶可賴 休將物色共相猜 殊方孰謂無佳興 日借肩輿訪早梅 僑居寂寞閱年華 苒苒䆫櫳日影過 每向春風爲客遠 始知豪氣誤人多 桃紅李白愁中艶 地下天高醉裏歌 報國無功身已病 不如歸去老烟波 ⇒ 해석보기 水國春光動 天涯客未行 草連千里綠 月共兩鄕明 遊說黃金盡 思歸白髮生 男兒四方志 不獨爲功名 平生南與北 心事轉蹉跎 故國海西岸 孤舟天一涯 梅䆫春色早 板屋雨聲多 獨坐消長日 那堪苦憶家 ⇒ 해석보기 夢繞雞林舊弊廬 年年何事未歸歟 半生苦被浮名縛 萬里還同異俗居 海近有魚供旅食 天長無鴈寄鄕書 舟回乞得梅花去 種向溪南看影踈 弊盡貂裘志未伸 羞將寸舌比蘇秦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
원나라로 가는 원외랑 신예를 전송하며 쓰다송신원외북상서(送辛員外北上序) 이제현(李齊賢) 선비에게 선천적인 재주와 운명만큼이나 뜻이 중요하다士之行斯世也, 其猶舟乎. 有其才爲之楫, 有其命爲之順風, 然後利有攸往矣. 有才與命, 其志之或卑, 猶之楫完風利, 而操舟者非其人, 烏能任萬斛之重, 致萬里之遠, 以濟其不通乎. 신예는 재주와 운명, 뜻까지 모두 갖췄다員外辛侯, 束髮讀書, 敏而好問, 揚鑣翰墨之塲, 游刃簿書之藪, 可謂有其才矣. 筮仕不幾年, 歷提學ㆍ代言, 遷密直ㆍ僉議, 仍爲星郞ㆍ東省, 可謂有其命矣. 引舊故同升諸公, 咨耆艾以諧庶政, 正色匡君主, 推誠待賓旅, 可謂有其志矣. 今以朝官被召, 騰裝而西笑, 才之奇命之達志之大, 將於是乎益見矣. 이 글을 짓게 된 이유權贊善而下二十有八家, 用鄭愚谷「謝宴」詩, 分韻聯章, 以美其行, 屬..
부벽루에서부벽루(浮碧樓) 이색(李穡)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작과영명사 잠등부벽루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성공월일편 석로운천추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린마거불반 천손하처유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장소의풍등 산청강자류 『東文選』 卷之十 해석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어제 영명사를 지나다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성은 텅 빈 채 달 한 조각 있고, 바위(조천석)는 천년 두고 구름뿐인데,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기린 말 타고 떠나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천손(天孫): 아래 층안(層岸) 위에 루(樓)가 있으니, 이름을 부벽루(浮碧樓)라 하는데, 보이는 경치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옆에 영명사(永明寺)가 있으니, 곧 동명왕의 구제궁(九梯宮)이다. 안에 기린(麒麟)을 기르던 굴(窟)이 있는데, 후인(後人)이 비석을 세워서 그..
천수절에 신하 이색이 고려의 표문을 올리는 신하를 따라서 대명전에 들어가 뵈다천수절일 신색종본국진표배신 입근대명전(天壽節日 臣穡從本國進表陪臣 入覲大明殿) 이색(李穡) 大闢明堂曉色寒 旌旗高拂玉欄干雲開寶座聞天語 春滿霞觴奉聖懽六合一家堯日月 三呼萬歲漢衣冠不知身世今安在 恐是靑冥控紫鸞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大闢明堂曉色寒대벽명당효색한크게 열린 궁궐, 새벽 빛 차갑고旌旗高拂玉欄干정기고불옥난간깃발 높이 펄럭여 옥난간을 스친다. 雲開寶座聞天語운개보좌문천어구름 걷힌 보좌에선 황제의 말씀 들리고春滿霞觴奉聖懽춘만하상봉성환봄이 가득한 술잔【하상(霞觴): 구하상(九霞觴)으로, 신선주가 담긴 술잔을 가리킨다. 당(唐) 허작(許碏)의 「취음(醉吟)」에 “낭원의 꽃밭 앞이 바로 취향이라, 서왕모의 구하상을 밟아 엎었다오[閬苑花前是醉鄕..
길 가에서 비를 피하며 느낀 게 있어서도중피우 유감(途中避雨 有感) 이곡(李穀) 甲第當街蔭綠槐 高門應爲子孫開年來易主無車馬 惟有行人避雨來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六 해석甲第當街蔭綠槐 갑제당가음록괴 큰 집【갑제(甲第): 너르고 큰 잘 지은 집, 두보(杜甫)의 「취시가(醉時歌)」에 “즐비한 저택에선 좋은 음식과 고기가 싫증나나 광문선생은 먹을 밥도 부족하다네[甲第紛紛厭粱肉 廣文先生飯不足].”라고 쓰여 있다】 그 당시 거리엔 푸른 회화나무 우거졌겠고高門應爲子孫開고문응위자손개높은 문 응당 자손을 위해 문을 열었겠지.年來易主無車馬 년래역주무거마 근래에 주인이 바뀌어 거마가 끊겼고惟有行人避雨來유유행인피우래오직 나그네만이 비 피하러 들어오네.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六 해설1ㆍ2구는, 우선 그 배경인 여러 고사를 알고서야..
회음을 지나다가 빨래터 아낙의 일에 느낌이 있어과회음 유감표모사(過淮陰 有感漂母事) 이숭인(李崇仁) 一飯王孫感慨多 不知葅醯竟如何孤墳千載精靈在 笑殺高皇猛士歌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一飯王孫感慨多일반왕손감개다왕손에게 한 번 밥을 줌은 감개함이 많아서니,不知葅醯竟如何부지저혜경여하모르겠네, 젓갈 담아 죽인 것은 끝내 어째서인지孤墳千載精靈在고분천재정령재외로운 무덤 천년 뒤에도 정령이 남아 있어笑殺高皇猛士歌소살고황맹사가유방의 「맹사가」를 비웃었네【소살(笑殺): ① 웃어넘기고 문제 삼지 않음 ② 큰 소리로 비웃음】.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설이 시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한신(韓信)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중용(重用)하지 못한 한(漢) 고조(高祖)를 풍자하고 있다. 빨래터 아주머니[漂母]가 한신(韓信)의 인물..
빨래터 아낙의 무덤을 지나며회음표모분(淮陰漂母墳) 이제현(李齊賢) 重士憐窮義自深 豈將一飯望千金歸來却責南昌長 未必王孫識母心 婦人猶解識英雄 一見慇懃慰困窮自棄爪牙資敵國 項王無賴目重瞳 『益齋亂稿』 卷第一 해석重士憐窮義自深중사련궁의자심선비를 중하게 여기고 곤궁함을 가련히 여긴 의가 스스로 깊으니, 豈將一飯望千金기장일반망천금어찌 한 밥을 가지고 천금을 바랐으랴?歸來却責南昌長귀래각책남창장한신은 돌아와 도리어 남창의 어르신【남창장(南昌長): 한신은 南昌亭長의 집에서도 밥을 빌어먹었으나 정장의 아내는 한신을 귀찮게 여겨 밥을 일찍 지어 먹고는 한신이 가면 밥이 없다고 거절했음. 한신이 초왕이 되어서 성공한 후 표모에게 금 천근을 주어 사례했고 남창 정장을 불러서는 “그대는 소인(小人)이라 은혜를 끝까지 베풀지 못하더구만..
변산 소래사에서변산소래사(邊山蘇來寺) 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 天近斗牛聯可捫浮雲流水客到寺 紅葉蒼苔僧閉門秋風微凉吹落日 山月漸白啼淸猿奇哉尨眉一老衲 長年不夢人間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옛길 적막하여 소나무뿌리 얽혀 있고 天近斗牛聯可捫천근두우련가문하늘은 가까워 북두칠성을 멋대로 만질 수 있을 듯하네.浮雲流水客到寺부운류수객도사뜬 구름과 흐르는 물 따라 손님이 사찰에 이르면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붉은 잎사귀 푸른 이끼 낀 사찰의 스님은 문을 닫네.秋風微凉吹落日추풍미량취락일가을바람 미풍이고 스산한데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山月漸白啼淸猿산월점백제청원산의 달은 점점 밝아져 맑은 원숭이의 울음소리 들려오네. 奇哉尨眉一老衲기재방미일로납기이하구나! 눈썹 짙은 늙은 스님長年不夢人間喧장년불몽인간훤긴..
노니는 물고기유어(游魚) 이규보(李奎報) 圉圉紅鱗沒復浮 人言得意好優游細思片隙無閑睱 漁父方歸鷺又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三 해석圉圉紅鱗沒復浮어어홍린몰부부비리비리한 붉은 물고기 물에 빠졌다가 다시 나타나니,人言得意好優游인언득의호우유사람들은 ‘뜻을 얻어 잘 노닌다’고 말하네.細思片隙無閑睱세사편극무한하곰곰이 생각하면 조금도 한가하지 못하니,漁父方歸鷺又謀어부방귀로우모어부가 곧 돌아가면 해오라기가 또 도모하려 하겠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三 해설이 시는 겉으로는 유영(游泳)하고 있는 물고기의 생활을 읊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인간세계의 생존경쟁의 문제를 빗대고 있는 시이다. 시내에 파닥거리는 붉은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물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물고기가 아무런 걱..
꾀꼬리소리를 듣고 문앵(聞鶯) 이규보(李奎報) 公子王孫擁綺羅 공자와 왕손이 기생을 끼니 要憑嬌唱助歡多 요컨대 교태로움과 노래가 즐거움을 도와줌이 많기 때문이라네. 東君亦解人間樂 동군 또한 인간의 즐거움을 이해하는지, 開了千花遣爾歌 온 꽃이 피길 마치자 너의 노래(鶯聲) 보내주네. 斂去藏何處 啼來必此時 갈 때는 어느 곳에 숨었다가 올 때는 반드시 이 때에 우는가. 有期還有信 爲鳥頗靈奇 시기도 있고 믿음도 있으니 새가 되었음에도 매우 신령하고 기이하구나. 鵶鳶不堪見 朝夕尙䎀䎀 까마귀와 솔개 보길 싫은데도 아침저녁으로 오히려 훨훨 나는구나. 將爾色音好 其來何苦遲 너의 모습과 소리 좋아하는데 오는 건 왜 무르고 더딘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四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보한집 소화시평 상권30 19년 A형 8번
산에 살며산거(山居) 이인로(李仁老)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봄은 갔으나 꽃은 여전히 있고 날씨 맑아도 골짜기 더욱 그늘졌네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두견새 대낮에 울어대니, 그제야 사는 곳 깊은 곳임을 깨달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봄도 지각하는 후미진 곳, 산 높고 숲 짙어, 갠 날에도 그늘지는 어둑한 골짜기, 대낮에 울어 쌓는 두견새 소리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살고 있는 곳이 무던히도 깊은 두메 산골임을 사무치게 느꺼워하고 있는 작자이다. 그러면서도 이 시의 표면상의 표정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어, 그저 대범스럽고 덤덤할 뿐이다. 그러나 보라. ‘심(深)’의 여운에는 ‘골의 깊이’ 만큼..
봄날 형과 아우에 부치며춘일기곤계(春日寄昆季) 강회백(姜淮伯) 旅牕簷雨苦難聽 況復萊衣隔鯉庭心與暮雲歸不駐 愁隨春酒醉無醒 江山此日頭先白 骨肉何時眼更靑宦路險夷曾歷試 是身天地一浮萍 『東文選』 卷之十七 해석旅牕簷雨苦難聽여창첨우고난청여관 창과 처마의 빗소리 괴로워 듣기 어려운데況復萊衣隔鯉庭황부래의격리정하물며 다시 색동옷 입고 부모님 앞에 나갈 수 있으랴.心與暮雲歸不駐 심여모운귀부주 마음은 저녁 구름과 함께 돌아가 머물지 않으려 하고愁隨春酒醉無醒 수수춘주취무성근심은 봄 술 따라 취하여 깨지 않으려 한다네.江山此日頭先白강산차일두선백강산에 오늘 내 머리 먼저 백발 되었고,骨肉何時眼更靑골육하시안갱청골육은 어느 때 눈이 다시 푸르게 되리오?宦路險夷曾歷試환로험이증역시벼슬의 험하고 쉬움은 일찍이 시험으로 경험했으니,是身天地一浮..
기러기를 놓아주며방안(放鴈) 권사복(權思復) 雲漢猶堪任意飛 稻田胡自蹈危機從今去向冥冥外 只要全身勿要肥 『東文選』 卷之二十一 해석雲漢猶堪任意飛운한유감임의비하늘【운한(雲漢): ① 은하수[銀河], 천하(天河). ②하늘[雲霄, 高空].】은 오히려 니 뜻대로 날 수 있는데,稻田胡自蹈危機도전호자도위기어쩌자고 논을 밟아 위기에 처했나?從今去向冥冥外종금거향명명외이제부터 까마득한 저 하늘 밖으로 날아가서只要全身勿要肥지요전신물요비다만 몸을 보전하길 구하고 살찌길 구하지 말렴. 『東文選』 卷之二十一 인용감상하기소화시평성호전서
스님이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전송하며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 성석린(成石璘)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일만이천봉의 높낮이가 절로 다르니,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해석의 차이: 看日輪上(그대 보게나, 해가 떠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 → 看初日出(그대 처음 해가 솟는 곳을 보시게, 어느 곳에 가장 먼저 붉어지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하면서 지은 시로, 평이(平易)한 시어(詩語)로 금강산의 일출 장면을 회화적(繪畵的)으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금강산을 가 본 적이 없는 성석린이 금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