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삼국&고려 (375)
건빵이랑 놀자
산에 올라 혜상인의 집에 쓰다등산제혜상인원(登山題惠上人院) 변계량(卞季良) 山徑迢迢半入雲 玆遊足可避塵喧百年身世客迷路 萬壑烟霞僧閉門晴澗束薪隨野老 秋林摘實共寒猿我來欲問楞伽字 合眼低頭無一言 『春亭先生詩集』 卷之一 해석山徑迢迢半入雲산경초초반입운산길 까마득해 반쯤 구름 속으로 들어갔으니玆遊足可避塵喧자유족가피진훤이 유람은 넉넉하게 속세의 시끄러움을 피할 만하구나. 百年身世客迷路백년신세객미로100년 신세의 나그네는 길에서 헤맸고萬壑烟霞僧閉門만학연하승폐문온 골짜기 안개 껴 스님은 문을 닫는다네. 晴澗束薪隨野老청간속신수야로갠 시내에서 땔나무 묶고서 들판의 노인을 따르고秋林摘實共寒猿추림적실공한원가을 수풀에선 열매 따서 애통한 원숭이와 공유한다네. 我來欲問楞伽字아래욕문릉가자내가 와서 능가라는 글자 물으려 하니合眼低頭無一言합..
배 속에서 밤에 읊다주중야음(舟中夜吟) 박인량(朴寅亮) 故國三韓遠 秋風客意多고국삼한원 추풍객의다孤舟一夜夢 月落洞庭波 고주일야몽 월락동정파 『小華詩評』 해석故國三韓遠 秋風客意多고국 삼한 땅 아득히 멀고 가을바람은 나그네 정감 많이 불러일으키네.孤舟一夜夢 月落洞庭波외로운 배에서는 밤새 꿈을 꾸고 달은 동정호 물결에 떨어진 듯하네. 『小華詩評』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소화시평 권상18
아무개 벼슬을 던져버리고투모관(投某官) 노영수(盧永綏) 宦海風波惡 窮鱗去路停환해풍파악 궁린거로정老妻容寂寞 稚子淚飄零로처용적막 치자루표령衰鬢千年鶴 殘生十月螢쇠빈천년학 잔생십월형辱知恩不薄 阮眼一回靑욕지은불박 완안일회청 『東文選』 卷之九 해석宦海風波惡 窮鱗去路停벼슬길의 풍파가 사나와 곤궁한 물고기 떠날 길에 머뭇거리네.老妻容寂寞 稚子淚飄零늙은 아내 얼굴은 적막하고 어린 아이 눈물만 훌쩍이네.衰鬢千年鶴 殘生十月螢쇠한 머리카락은 천년의 학 같고 남은 생은 10월의 반딧불이 같지. 辱知恩不薄 阮眼一回靑욕 되게나마 은혜가 박하지 않다는 걸 안다면, 완적의 눈이 한 번 청안으로 돌아오리. 『東文選』 卷之九 인용동인시화
꿈을 기록하다기몽(記夢) 권필(權韠) 夜夢靑童引我去 忽到雲霞最深處仙樂風飄自帝所 玉樓十二高入天五色靄靄煙非煙 攝身飛上身飄然金支翠蓋相後先 左右環佩羅群仙余乃長跪玉皇前 焚香敬受長生編一讀可度三千年 簷間語燕聲呢喃破牕透雨寒𩁺𩁺 招魂不復煩巫咸此身兀兀仍世間 眼前萬事頭欲斑幾時長往巢神山 『石洲集』 卷之二 ▲ 고구려 5회분 4호묘 고분벽화 가운데 학과 용을 탄 신선. 해석夜夢靑童引我去야몽청동인아거밤에 꿈속에서 푸른 동자가 나를 이끌어 가더니忽到雲霞最深處홀도운하최심처갑자기 구름 노을 가장 깊은 곳에 이르렀네.仙樂風飄自帝所선락풍표자제소신선의 풍류가 황제가 있던 곳으로부터 바람결에 불어오고玉樓十二高入天옥루십이고입천옥루 12개【현포(玄圃): 곤륜산 정상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인데 여기에는 다섯 금대(金臺)와 열두 옥루, 그리고 기이..
성동에서 임금의 수레를 맞아 대제조 윤소종(尹紹宗)의 시에 차운하다 성동영가 차윤대제조(城東迎駕 次尹待制詔) 권근(權近) 東巡畿甸閱春畋 獵火燒原欲漲天 未進相如銜橜戒 遙瞻馳道向風烟 『陽村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東巡畿甸閱春畋 동순기전열춘전 동으로 경기도를 따라가 봄 사냥을 사열하니 獵火燒原欲漲天 렵화소원욕창천 사냥 불길이 언덕을 태우며 하늘까지 닿으려 하네. 未進相如銜橜戒 미진상여함궐계 사마상여의 고삐와 재갈 물린 경계【상여함궐계(相如銜橜戒): 그는 무제(武帝)에게 「유렵부(游獵賦)」라는 제목의 ‘부’를 바친 적이 있다. 이 글은 허구적인 인물인 ‘없다’라는 님과 ‘있을 리가 있나’라는 선생의 문답을 통해, 임금이 동산을 화려하게 꾸며 거기서 사냥을 즐기는 일에 탐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바..
상고시대를 시작하며 개벽한 동이의 임금인 단군 시고개벽동이주(始古開闢東夷主) 권근(權近)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문설홍황일 단군강수변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위림동국토 시재제요천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전세부지기 역년증과천 後來箕子代 同是號朝鮮후래기자대 동시호조선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옛날 신인이 박달나무 아래에 강림하자 나랏사람들이 세워 임금으로 삼고서 단군이라 불렀으니 이때는 요임금의 원년인 무진년이었다.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전설을 들어보니 까마득한 예전에 단군이 신단수 가에 강림해셔서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지위로 동쪽 나라 임하셨으니 이때가 요임금 때였다네.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태조 이성계가 수도를 옮기며 이씨이거(李氏異居) 권근(權近)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동국방다난 오왕공내성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무민수혜정 사대진충성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석호승천총 천거작읍성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언수직공 만세봉황명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우리나라는 지금 많이 다사다난하지만 우리 임금의 공이 이제 이루어졌네.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백성을 위무(慰撫)하시고 은혜로운 정치를 수행(修行)하시며 큰 나라 섬겨 충성스러움을 다하셨네.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국호(國號)를 하사한 하늘의 은총을 받들어 천도하여 읍성을 일으켰네.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컨대 말씀드리오니 직공【직공(職貢): 제후가 천자에게 물품을 바치는 것.】을 수행하셔서 만세토록 명나라 황제를 받드소서. 『陽..
개성에서 시를 짓다 왕경작고(王京作古) 권근(權近)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작동번 유지오백년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종실도 흥폐실관천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성유시 번화국이천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아래증탄식 교목대한연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가 동쪽 번방(藩邦)을 일으켜 500년을 유지했지만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해져 끝내 도를 잃었으니 흥함과 폐함은 실제 하늘에 관계되어 있구나.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한 성은 아직 있지만 번화한 나라는 이미 천도했네.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내가 와 탄식을 더하니 교목엔 차가운 연기 에워쌌네.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응제시(應製詩) 24수 가운데 첫 수로, 외교시(外交詩)의 백미(白眉)이다. 조선의 요동공벌계획을 ..
급히 가는 돛단배범급(帆急) 김구용(金九容) 帆急山如走 舟行岸自移異鄕頻問俗 佳處強題詩吳楚千年地 江湖五月時莫嫌無一物 風月也相隨暮宿淸江口 籬邊繫小船隔牕聞鶴唳 欹枕伴鷗眠霧重山仍雨 風恬浪作煙曉看茅屋處 淳朴一山川山漸周圍水漸淸 泝流船疾浪花生茂林脩竹無人處 時聽幽禽一兩聲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帆急山如走 범급산여주돛단배 급히 가니 산은 달리는 듯 舟行岸自移주행안자이배가 가니 언덕 절로 움직이네.異鄕頻問俗 이향빈문속타향이라 자주 풍속 묻고 佳處強題詩가처강제시좋은 곳이라 굳이 시 짓는다네.吳楚千年地 오초천년지오나라 초나라 천년 땅에 江湖五月時강호오월시강호는 5월의 때莫嫌無一物 막혐무일물하나의 소유물 없다고 싫어하진 마오. 風月也相隨풍월야상수바람과 달이 서로 따르리.暮宿淸江口 모숙청강구저물어 청강의 입구에 묵으니 籬..
강물 강수(江水) 김구용(金九容) 江水東流不復回 雲帆萬里向西開 菰蒲兩岸微風起 楊柳長堤細雨來 驚夢遠迷箕子國 旅愁獨上楚王臺 行行見說巫山近 一聽猿聲轉覺哀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 江水東流不復回 강수동류불부회 강물은 동쪽으로 흘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雲帆萬里向西開 운범만리향서개 구름 돛대 만 리로 서쪽 향해 펼쳐 있네. 菰蒲兩岸微風起 고포양안미풍기 부들 자라난 양쪽 언덕엔 살랑바람 불어오고, 楊柳長堤細雨來 양류장제세우래 버드나무 자란 긴 둑엔 가랑비 내린다. 驚夢遠迷箕子國 경몽원미기자국 놀란 꿈으로 아득히 기자의 나라를 헤매고, 旅愁獨上楚王臺 려수독상초왕대 나그네 수심으로 홀로 초왕대【초왕대(楚王臺): 전국시대 초회왕(楚懷王)이 꿈속에서 무산의 여신과 만나 정을 나눴던 고당(高唐)의 궁관(宮觀). 】에 ..
무창(武昌)무창(武昌)은 현명(縣名)으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무한시(武漢市) 무창을 말한다. 김구용(金九容) 黃鶴樓前水湧波 沿江簾幕幾千家醵錢沽酒開懷抱 大別山靑日已斜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黃鶴樓前水湧波황학루전수용파황학루 앞의 용솟음치는 파도沿江簾幕幾千家연강렴막기천가강가에 연이은 집과 주막은 몇 천 집인가?醵錢沽酒開懷抱갹전고주개회포돈을 추렴해 술을 사 회포를 풀어내니 大別山靑日已斜대별산청일이사대별산은 푸른데 해는 이미 저물었네.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인용한시사문학통사성수시화
느꺼움과 회포가 있어감회(感懷) 김구용(金九容) 十幅雲帆一信風 江山都是畫圖中誰知萬里西征客 心與滄波日夜東 死生由命奈何天 回首扶桑一惘然良馬五千何日到 桃花關外草芊芊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十幅雲帆一信風십폭운범일신풍열폭의 구름 같은 돛은 한 바람 부는 대로江山都是畫圖中강산도시화도중강산은 모두 그림 속인 것 같아. 誰知萬里西征客수지만리서정객누가 알랴, 만리의 서쪽 나그네 되어 心與滄波日夜東심여창파일야동마음은 푸른 파도와 함께 낮밤으로 동쪽으로 가게 될 걸. 死生由命奈何天사생유명내하천죽고 사는 것 운명에 따르는 것, 하늘이 어이하랴. 回首扶桑一惘然회수부상일망연고개 돌리니 부상(동쪽 길)【부상(扶桑) : 해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신목(神木) 이름이다.】은 한결같이 아득하기만 해.良馬五千何日到량..
분수령 가는 길목에서 분수령도중(分水嶺途中) 김구(金坵)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杜鵑聲裏但靑山 竟日行穿翠密間 渡一溪流知幾曲 送潺潺了又潺潺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가희 4년 경자에 공은 권직한림(權直翰林)으로 서장관을 충당하러 원 나라에 갔다. 이 시는 『북정록』의 「서경 철주 출새시」 등에 이른다. 杜鵑聲裏但靑山 두견성리단청산 소쩍새 소리 속 다만 푸른 산만 있어 竟日行穿翠密間 경일행천취밀간 하루 마치도록 빼곡하게 푸른 풀 뚫고 간다네. 渡一溪流知幾曲 도일계류지기곡 한 시내 건넜는데 몇 굽이인지 알려나? 送潺潺了又潺潺 송잔잔료우잔잔 졸졸 흐르는 시내 보내고 나니 또 졸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긴 걸 비웃으며 조원각경(嘲圓覺經) 김구(金坵)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蜂歌蝶舞百花新 摠是華藏藏裏珍 終日啾啾說圓覺 不如緘口過殘春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이 당시 온 나라가 불법을 숭상하여 윗 사람과 아랫 사람 모두가 복을 비는 장소로 분주히 달렸다.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권신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기고 영공 김구에게 발문을 부탁했지만 공은 기꺼이 허락하질 않고 이 시를 지어 비웃었다.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최항이 “나에게 입을 꿰매라 하는 건가?”라며 화를 냈고 마침내 제주판관..
지는 자두꽃 낙이화(落梨花) 김구(金坵) 飛舞翩翩去却回 倒吹還欲上枝開 無端一片黏絲網 時見蜘蛛捕蝶來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飛舞翩翩去却回 비무편편거각회 휘젓듯 날아 떨어지다가 도리어 돌아와 倒吹還欲上枝開 도취환욕상지개 거꾸로 불려 도리어 위의 나뭇가지에 피려 하네. 無端一片黏絲網 무단일편점사망 별뜻 없이 한 조각이 거미줄에 붙는다면 時見蜘蛛捕蝶來 시견지주포접래 이따금 거미가 나비인 줄 잡으러 오는 걸 보게 된다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 이 시는 배꽃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정경(情景)을 그린 영물시(詠物詩)이다. 전고(典故)나 과장됨이 없이 조용히 관조(觀照)하는 사실성 그대로이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상 36에서 이 시를 두고 “시어는 기교가 있으나 뜻이 얕다[語工而意淺].”라고..
무열 스님에게 부치며기무열사(寄無悅師) 김제안(金齊顔) 世事紛紛是與非 十年塵土汚人衣落花啼鳥春風裏 何處靑山獨掩扉 『小華詩評』 해석世事紛紛是與非세사분분시여비세상 일에 시비가 분분하여十年塵土汚人衣십년진토오인의10년 동안 먼지로 나의 옷을 더럽혔네.落花啼鳥春風裏낙화제조춘풍리봄바람 속에 꽃 지고 새 우니何處靑山獨掩扉하처청산독엄비어찌 청산에 살며 홀로 사립문을 닫으신 게요. 『小華詩評』 인용소화시평 권상61감상하기
연꽃 감상상련(賞蓮) 곽예(郭預) 賞蓮三度到三池 翠盖紅粧似舊時唯有看花玉堂老 風情不减鬢如絲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賞蓮三度到三池상연삼도도삼지연꽃을 감상하러 세 번 삼지에 이르렀는데,翠盖紅粧似舊時취개홍장사구시푸른 일산【취개(翠盖): 연꽃을 표현하는 관습적 표현 / 청전(靑錢): 연 잎】, 붉은 화장 옛 모습 같아라.唯有看花玉堂老유유간화옥당로오직 꽃을 보는 옥당【옥당(玉堂): ㉠ 홍문관(弘文館)의 부제학(副提學), 교리(校理), 부교리(副校理), 수찬, 부수찬을 통틀어 일컫는 말 ㉡ 화려(華麗)한 집 또는 궁전(宮殿)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 조선시대(朝鮮時代)에, 삼사의 하나. 궁중(宮中)의 경서(經書), 사적, 문서(文書), 따위를 관리(管理)하고 임금의 자문(諮問)에 응(應)했음】의 늙은이만이,風情不减鬢..
숙직하는 관사에서 쓰다제직려(題直廬) 곽예(郭預) 半鉤踈箔向層巓 萬壑松風動翠烟午漏正閑公事少 倚窓和睡聽鈞天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半鉤踈箔向層巓반구소박향층전성긴 발을 반쯤 걷어 산꼭대기를 바라보니萬壑松風動翠烟만학송풍동취연수많은 골짜기의 솔바람이 푸른 이내【취연(翠烟): ㉠ 푸른 연기. ㉡ 멀리 보이는 푸른 숲에 낀 안개.】를 일으키네. 午漏正閑公事少오루정한공사소정오라 참으로 한가하여 공무가 거의 없으니, 倚窓和睡聽鈞天의창화수청균천창에 기대어 화평하게 졸며 천상의 음악【균천(鈞天): ㉠ 구천(九天)의 하나로서 하늘의 한 중앙에 위치한 상제(上帝)의 궁전. ㉡ 균천광악(鈞天廣樂)의 준말로, 상제의 궁전에서 연주하는 천상의 음악을 이른다.】을 듣누나. 『東文選』 卷之二十 인용이해와 감상소화시평 권상34
청평 거사 이자현에게 주며증청평이거사(贈淸平李居士) 곽여(郭輿) 淸平山水冠東濱 邂逅相逢見故人 三十年前同擢第 一千里外各栖身 浮雲入洞曾無累 明月當溪不染塵 擊目忘言良久處 淡然相照舊精神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淸平山水冠東濱청평산수관동빈청평산의 물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이니邂逅相逢見故人 해후상봉견고인서로 해후하며 친구 만났네. 三十年前同擢第 삼십년전동탁제30년 전에 각각 함께 급제했지만一千里外各栖身 일천리외각서신1천리 바깥에 각각 살았었지. 浮雲入洞曾無累 부운입동증무루 뜬 구름 골짝에 들어 일찍이 층층 쌓이지 않아明月當溪不染塵 명월당계불염진밝은 달이 시냇물에 당도해 오염된 세속의 티끌 없어라. 擊目忘言良久處 격목망언량구처서로 보며 말도 잊은 채 오래도록 있으니淡然相照舊精神 담연상조구정신맑게도 서로 오래된 정신을 비춰..
어가(御駕)를 따라 장원정 가의 누각에 올라 느지막이 시골 노인이 소를 타고 시내 따라 돌아가는 걸 보고 어제(御製)에 화운하다수가장원정상 등루만조 유야수기우 방계이귀 응제(隨駕長源亭上 登樓晚眺 有野叟騎牛傍溪而歸 應製) 곽여(郭輿) 大平容貌恣騎牛 半濕殘霏過壠頭 知有水邊家近在 從他落日傍溪流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大平容貌恣騎牛대평용모자기우태평스런 용모로 방자하게 소를 타고半濕殘霏過壠頭 반습잔비과롱두이슬비에 반쯤 젖어 언덕머리 지나네. 知有水邊家近在지유수변가근재알겠구나. 물가 근처에 집 있음을從他落日傍溪流종타락일방계류지는 해를 좇아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고 있으니.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평생을 욕심없이, 바쁠 것 없이, 나무랑 물이랑 돌이랑 함께 늙어 온 늙은이, 아무렇게나 편할 대로 소등에 걸터앉아 끄떡..
의성객사의 북쪽 누각에서의성객사북루(義城客舍北樓) 김지대(金之岱) 聞韶公舘後園深 中有危樓百餘尺香風十里捲珠簾 明月一聲飛玉笛煙輕柳影細相連 雨霽山光濃欲滴龍荒折臂甲枝郞 仍按凭欄尤可怕 『東文選』 卷之六 해석聞韶公舘後園深문소공관후원심문소【문소(聞韶): 경상북도 의성 지역의 옛 지명.】 공관의 후원 깊은 곳 中有危樓百餘尺중유위루백여척가운데에 위태로운 듯 100여척 높이의 누각이 있다고 들었네.香風十里捲珠簾향풍십리권주렴향기로운 바람이 10리 불어와 주렴을 걷고明月一聲飛玉笛명월일성비옥적밝은 달 한 가락 소리로 울려 옥 젓대 날리네.煙輕柳影細相連연경류영세상연안개가 가볍기에 버들개지 그림자 가늘게 서로 이어지고雨霽山光濃欲滴우제산광농욕적비 그쳤기에 산빛 무르익어 물방울지려 하지. 龍荒折臂甲枝郞룡황절비갑지랑흉노의 팔 꺾었던 장..
유가사에서 짓다제유가사(題瑜伽寺) 김지대(金之岱) 寺在煙霞無事中 亂山滴翠秋光濃雲間絶磴六七里 天末遙岑千萬重茶罷松簷掛微月 講闌風榻搖殘鐘溪流應笑玉腰客 欲洗未洗紅塵蹤 『東文選』 卷之十四 해석寺在煙霞無事中 사재연하무사중 절은 짙은 안개 낀 텅빈 곳에 있고,亂山滴翠秋光濃난산적취추광농어지러운 산에 푸른빛이 떨궈져 가을빛이 짙구나.雲間絶磴六七里운간절등육칠리구름 사이로 난 끊어진 돌 비탈 예닐곱 리오,天末遙岑千萬重천말요잠천만중하늘 끝까지 닿을 듯한 아득한 봉우리는 천만 겹이로구나.茶罷松簷掛微月다파송첨괘미월차를 다 마시니 솔 처마엔 초승달 걸려 있고,講闌風榻搖殘鐘강란풍탑요잔종강 끝내니 바람 안은 책상엔 잔잔한 종소리 들려오네.溪流應笑玉腰客계류응소옥요객시내 흘러 응당 옥대 찬 나그네 비웃으리라.欲洗未洗紅塵蹤욕세미세홍진종속세..
낚시하는 늙은이어옹(漁翁) 김극기(金克己) 天翁尙不貰漁翁 故遣江湖少順風人世險巇君莫笑 自家還在急流中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天翁尙不貰漁翁 천옹상불세어옹하느님 여전히 어부에게 너그럽지 않아故遣江湖少順風고견강호소순풍일부러 강호에 순풍을 적게 보내주네.人世險巇君莫笑 인세험희군막소어부여! 인간세 험난하다고 비웃지 마소!自家還在急流中자가환재급류중그대도 도리어 급류에 휩쓸리는 것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고기 잡는 노인을 직접 대면하여 말하는 것처럼 쓴 시로, 어옹의 삶을 통해 세상의 풍파는 어느 곳이든 다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하 42에서 “범중엄(范仲淹)의 「증조자(贈釣者)」 시에 ‘강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농어회를 맛있다 하네. 그대는 보았는가 일엽편..
통달역【통달역(通達驛): 고원군 서쪽 5리(약 2㎞)에 위치했다. 통달역은 고려시대에도 존재하였는데, 당시에는 삭방도(朔方道)에 소속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통달역은 고산도(高山道)의 소속 역(驛)으로 편성됨.】에서통달역(通達驛) 김극기(金克己) 煙楊窣地拂金絲 幾被行人贈別離林外一蟬諳客恨 曳聲來上夕陽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煙楊窣地拂金絲연양솔지불금사안개 낀 버들 땅을 쓸 듯 금빛 실 흩날리니幾被行人贈別離기피행인증별리얼마나 행인들이 이별에 주었던가林外一蟬諳客恨림외일선암객한숲 밖의 한 매미 나그네의 한을 알아曳聲來上夕陽枝예성래상석양지석양의 나뭇가지로 소리 내며 올라가는 구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먼 길 오가는 나그네를 위하여 교통의 요처에 마련해 둔 역참(驛站)은, 그러므로 숱한 봉리(逢離)의 현장이기..
고원역에서고원역(高原驛) 김극기(金克己) 百歲浮生逼五旬 奇區世路少通津三年去國成何事 萬里歸家只此身 林鳥有情啼向客 野花無語笑留人 詩魔觸處來相惱 不待窮愁已苦辛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百歲浮生逼五旬 백세부생핍오순100년 뜬 삶 50세에 가까워져奇區世路少通津기구세로소통진기구한 세상사 나루터로 통하는 길 적구나三年去國成何事삼년거국성하사3년 동안 나라 떠나 어떤 일을 이루었나?萬里歸家只此身 만리귀가지차신 만 리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만 이 몸뿐林鳥有情啼向客림조유정제향객수풀의 새가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野花無語笑留人 야화무어소류인 들의 꽃이 말없이 웃는 사람 머뭇거리게 하네詩魔觸處來相惱 시마촉처래상뇌 시마는 곳마다 나에게 와서 서로 고뇌케 하니不待窮愁已苦辛부대궁수이고신기다리지 않아도 곤궁한 근심 이미 괴롭고 괴롭네...
보름달 뜬 가을밤에추만월야(秋滿月夜) 김극기(金克己) 日落頑風起樹端 飛霜貿貿葉聲乾 開軒不用迎淸月 瘦骨秋來㤼夜寒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日落頑風起樹端 일락완풍기수단 해 지니 거센 바람이 나무 끝에서 일어나고飛霜貿貿葉聲乾 비상무무엽성건 날리는 서릿발 흩날리니【무무(貿貿): ① 紛亂貌 ② 輕率冒失,考慮不周】 마른 잎에서 소리나네. 開軒不用迎淸月 개헌불용영청월 들창을 열어 맑은 달 맞이할 필요가 없는 것은,瘦骨秋來㤼夜寒수골추래겁야한파리한 몸이 가을 되어 밤에 추울까 겁나서이지.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가을밤, 보름달이 떴을 때 느낀 정회(情懷)를 노래한 시이다. 해 지니 가을이라 바람이 세차게 분다. 서리가 내리는 게 보이지 않는데 떨어진 나뭇잎소리 버석거린다. 굳이 창문을 열고 보름달 볼 필요 있을까? 여윈 ..
느낌을 서술하다서정(書情) 김극기(金克己) 晚年佐邑竟何成 唯有千篇寫客情 邊吏不知詩有味 幾回相咲絶冠纓 鳥散楊花落屋除 樓頭一榻黑甜餘 家童火急供紈扇 正是炎風用事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晚年佐邑竟何成 만년좌읍경하성 만년에 읍을 보좌하면서 마침내 무얼 이루었나?唯有千篇寫客情 유유천편사객정오직 천 편의 시가 있으니 객의 정을 서술했지. 邊吏不知詩有味 변리부지시유미변방의 아전은 시에 맛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幾回相咲絶冠纓 기회상소절관영몇 번이고 서로 웃느라 갓끈마저 끊어질 지경이네. 鳥散楊花落屋除조산양화낙옥제 새는 버들꽃 흩뜨려 집의 계단【옥제(屋除): 집 앞 계단】에 떨어뜨리고 樓頭一榻黑甜餘 루두일탑흑첨여누각 머리 하나의 걸상은 꿀잠잔 나머지라네. 家童火急供紈扇 가동화급공환선머슴아이는 별안간 흰 부단 부채를 부쳐주..
취한 때의 노래취시가(醉時歌) 김극기(金克己) 釣必連海上之六鼇 射必落日中之九烏 六鼇動兮魚龍震蕩 九烏出兮草木焦枯 男兒要自立奇節 弱羽纖鱗安足誅 紫纓雲孫始墮地 自謂壯大陳雄圖 鍊石欲補東南缺 鑿石將通西北迂 嗟哉計大未易報 半世飄零爲腐儒 不隨馮異西登隴 不逐孔明南渡瀘 論詩說賦破屋下 却把短布抱妻孥 時時壯憤掩不得 拔劒斫地空長吁 何時乘風破巨浪 坐令四海如唐虞 君不見凌煙閣上圖形容 半是書生半武夫 『東文選』 卷之六 해석釣必連海上之六鼇조필련해상지륙오 낚시하면 반드시 바다 위의 여섯 자라【육오(六鼇): 동해(東海)에 자라 여섯 마리가 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한다.】를 끌어올릴 것이고射必落日中之九烏사필낙일중지구오 쏘면 반드시 해 속의 구족오【구오(九烏): 요(堯) 시대에 해[日]가 열개나 생겨나니 초목이 타고 마르므로 활 잘 쏘는 예..
파천현에서 우연히 쓰다파천현우서(派川縣偶書) 김극기(金克己) 信馬行吟海北垠 天敎勝賞赴征軒 風蟬翳葉鳴槐縣 雨鷰依枝集柳村 飄盡斷霞花結子 割殘驚浪麥生孫 回頭却望鴻飛處 草色連空惱客魂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信馬行吟海北垠 신마행음해북은 말 따라 북해의 지경에서 다니며 읊조리고天敎勝賞赴征軒 천교승상부정헌 하늘가 명승지에 수레[征軒]를 달린다네. 風蟬翳葉鳴槐縣 풍선예엽명괴현 바람 속 매미는 잎에 가려져 홰나무 마을에서 울고雨鷰依枝集柳村 우연의지집류촌 비 맞은 제비는 가지에 앉았다가 버들개지 마을에서 모인다네. 飄盡斷霞花結子 표진단하화결자 끊어진 노을을 날려 버리니 꽃의 열매가 솟아나고割殘驚浪麥生孫 할잔경랑맥생손 놀란 파도를 베어 버리니 보리의 싹이 피어나네. 回頭却望鴻飛處 회두각망홍비처 머리를 돌려 도리어 기러기 나..
농촌의 사계절 전가 사시(田家四時) 김극기(金克己) 춘(春)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하(夏)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추(秋)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동(冬)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東文選』 卷之九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① / ② / ③ 문학통사
전가 사시(田家四時) 겨울 동(冬) 김극기(金克己)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세사장상속 종년미석로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첨수설압 형호염풍호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상효벌암부 월소승옥도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저간춘사기 서소편등고 『東文選』 卷之九 해석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농사는 길이 서로 이어져 세밑인데도 애씀을 풀지 못하네.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자 처마라서 눈이 누를까 걱정스럽고 초가집이라서 바람 불어재낄까 싫어라.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서리 내린 새벽엔 바위에서 도끼질을 하고 달 뜬 밤에 집에서 이엉 엮지.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기다리면 봄일의 일어남을 보리니, 곧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리라. 『東文選』 卷之九 해설 겨울철 전가(田家)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겨울이 농한기인데 농사일은 끝이 없어 한..
전가 사시(田家四時) 가을 추(秋) 김극기(金克己)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골골전가고 추래득잠한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안상풍엽오 공우국화만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적천연거 초가대월환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막사수습조 리률만공산 해석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힘쓰고 힘써 시골 사람들 괴로웠다가 가을이 와 잠시 한가함 얻었지.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서리 내린 단풍잎 언덕에 기러기 깃들고 비 맞은 국화꽃 핀 물굽이엔 귀뚜라미 깃드네.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동의 젓대소리가 밥 짓는 연기 뚫고 가고 땔나무 캐는 노랫소리가 달을 휘감아 돌아가지.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사양치 말고 수습하길 일찍 해야 하니, 배와 밤이 주인 없는 산에 가득한 것을. 해설 가을철 한가롭고 풍요로운 전가(田家)를 노래하고 있다. 농사일에 바쁘..
전가 사시(田家四時) 여름 하(夏) 김극기(金克己)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류교음정밀 상롱엽초희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치위포추수 잠림성견비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훈풍경맥롱 동우암태기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무헌기 계두주엄비 해석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버들 언덕에 그늘이 바로 짙어지고 뽕밭 언덕에 뽕잎이 막 드물어졌네.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꿩이 새끼를 먹이기 위해 야위어가고 누에가 고치가 되려 살쪄가네.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더운 바람이 보리밭 언덕을 놀래키고 찬 비가 이끼 낀 물가를 그늘지게 하네.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히 수레나 말 탄 이 올리 없어 시냇가 어귀엔 낮인데도 사립문 닫았구나. 해설 시골집의 한가로운 여름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초여름 들판의 버들은 짙어 가고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
전가 사시(田家四時) 봄 춘(春) 김극기(金克己)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초박유어약 양제후조상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경고창엽수 엽무궐아향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환우구비옥 함니연입량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만래모사하 고와등희황 해석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풀 통발에서 물고기 뛰어놀고 버들개지 둑에서 새 날아오르네.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밭 가는 연못엔 창포잎 수려하고 들밥 먹는 언덕엔 고사리 싹이 향내내네.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비를 부르러 비둘기 집에 날고 진흙을 머금은 제비가 들보로 들어오네.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느지막이 초가집 아래에 와서 높이 베고 잠드니 태곳적 사람과 동등하구나. 해설 이 시는 시골의 사계절을 읊은 시 가운데 봄을 노래한 것으로, 봄에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자족적(自足的)인 생활에 대..
가을인데 뻘쭘하게 핀 자두꽃을 보며이화(李花) 김극기(金克己) 淒風冷雨濕枯根 一樹狂花獨放春 無奈異香來聚窟 漢宮重見李夫人 『東文選』 卷之十九 此咏秋日李花. 해석淒風冷雨濕枯根처풍랭우습고근 서늘한 바람과 찬 비가 마른 뿌리 적셔一樹狂花獨放春 일수광화독방춘한 나무의 미친 꽃이 홀로 봄을 방사(放射)하네. 無奈異香來聚窟무내이향래취굴 어찌할 수 없이 기이한 향내가 취굴주【취굴주(聚窟洲) : 신선이 사는 십주(十洲)의 하나이며, 거기서 반혼향(返魂香)이 나는데 그 향내가 풍기는 곳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에 오니漢宮重見李夫人한궁중견이부인 한나라 궁궐의 거듭 이부인【이부인(李夫人): 한무제(漢武帝)가 사랑하는 이부인(李夫人)을 잃은 뒤에 몹시 그리워하다가 이소군(李少君)의 방술로 이부인의 혼을 불러와..
산장의 밤비 산장우야(山莊雨夜) 고조기(高兆基)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어젯밤 송당(松堂)엔 비 내려 계곡 소리 베개 서쪽에서 들렸지.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새벽에 뜰의 나무를 보니, 자던 새가 둥지 떠나지 않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산 있는 곳에 골이 있고, 골 있는 곳에 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승경(勝景)은 언제나 ‘산수(山水)’의 승(勝)으로써 일컬어지는 것이다. 산은 있되 물이 없으면 산은 적막하고, 물만 있고 산이 없으면 물은 심심하다. 이 세상 소리 가운데 산곡간을 흐르는 물소리만큼 맑고 밝고 영롱한 소리가 어디 또 있다 하리? 더구나 겨울 동안 목이 잠겼다가 봄비에 노랫목이 트..
운암진에서 쓰다서운암진(書雲巖鎭) 고조기(高兆基) 風入湖山萬竅號 宿雲歸盡塞天高 蒼鷹直上百千尺 那箇纖塵點羽毛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風入湖山萬竅號풍입호산만규호 바람이 호수와 산에 드니 온갖 구멍에서 소리 나고宿雲歸盡塞天高숙운귀진새천고 묵은 구름 다 걷히니 변방 하늘 높다랗네. 蒼鷹直上百千尺창응직상백천척 푸른 매가 곧장 높이 치솟으니那箇纖塵點羽毛나개섬진점우모어찌 미세한 티끌인들 깃털에 묻으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운암진에서 쓴 것으로, 고결한 고조기의 자화상(自畵像)을 보여주는 시이다. 산과 호수에 바람이 부니 일만 구멍에서 소리가 나고, 머물던 구름이 걷히고 나니 변방의 하늘이 높게 펼쳐져 있다. 저 푸른 하늘로 매가 곧장 치솟아 날아오르니, 거기에 어찌 작은 티끌인들 묻을 수 있겠는가? 훼절..
금양현에서 묵으며숙금양현(宿金壤縣) 고조기(高兆基) 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 조어상림효 풍경객탑면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 첨잔반규월 몽단일애천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 낙엽매귀로 한지괘숙연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행미진 추진수촌변 『東文選』 卷之九 해석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새는 새벽 서리 내린 숲에서 지저귀고 바람은 잠자는 손님의 평상에서 놀래키네.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처마의 아스라한 반달 뜬 때에 꿈은 하늘의 한 끝에서 끊겼지.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낙엽이 돌아갈 길 묻고 추운 가지에 묵은 연기 걸려 있네.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 갈 길 끝없는데 가을은 어촌 근처에서 끝나가는 구나.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금양현에서 자면서 느낀 감흥(感興)을 노래한 시이다. 새벽 서리가 내린 숲에서 새는..
먼 수자리에 편지를 부치며기원(寄遠) 고조기(高兆基) 錦字裁成寄玉關 勸君珍重好加飱封侯自是男兒事 不斬樓蘭未擬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錦字裁成寄玉關금자재성기옥관 당신을 그리워하는 편지【금자(錦字): 전진(前秦) 두도(竇滔)의 아내 소씨(蘇氏)가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남편에게 보낸 고사로, 아내의 편지, 또는 아름다운 시구를 뜻한다. 】를 써서 국경 관문【옥관(玉關) : 중국 감숙성(甘肅省) 돈황(敦煌)에 있는 옥문관(玉門關)의 준말로, 여기서는 관북(關北) 즉 함경도 지방의 요새(要塞)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에 붙였습니다.勸君珍重好加飱권군진중호가손그대에게 권합니다. ‘몸 아끼며 잘 챙겨 드셔요.封侯自是男兒事봉후자시남아사 요직에 앉게 됨은 이로부터 남자의 일이오니不斬樓蘭未擬還불참누란미의환누란【누란(樓..
낙안군의 선원에서 자면서숙낙안군선원(宿樂安郡禪院) 김돈중(金敦中) 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도산변사 향연일실개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림심유죽백 경정절진애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이문승어 수장득주배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소연이청상 황유월화래 『東文選』 卷之九 해석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연히 산기슭의 사찰에 이르니 향 연기 가득한 한 방이 열려 있네.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숲 깊어 오직 대나무와 잣나무만 있고 경치 고요해 속세 티끌 끊겼네.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된 귀로 스님 말씀 듣고 근심스런 창자에 한 잔 술 마시네. 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고요히 이미 맑고도 상쾌하지만 게다가 달 환하게 와서 비춰줌에랴. 『東文選』 卷之九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
정월 대보름 연등회등석(燈夕) 김부식(金富軾) 城闕沈嚴更漏長 燈山火樹粲交光綺羅縹緲春風細 金碧鮮明曉月凉華盖正高天北極 玉爐相對殿中央君王恭黙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城闕沈嚴更漏長 성궐침엄갱루장 대궐 안은 으슥하여 물시계소리 깊어가고燈山火樹粲交光등산화수찬교광연등 걸린 산과 나무 불빛으로 찬란하다.綺羅縹緲春風細기라표묘춘풍세 비단 장막 하늘하늘 봄바람은 살랑대고金碧鮮明曉月凉금벽선명효월량금벽단청 훤해지며 새벽달빛 시원하네.華盖正高天北極 화개정고천북극 화개는 북극처럼 높다랗게 걸려 있고玉爐相對殿中央옥로상대전중앙옥화로는 정궁 앞에 마주 보고 놓여 있네. 君王恭黙疎聲色군왕공묵소성색 천자께선 공손하셔서 음악 여자 멀리하니弟子休誇百寶粧제자휴과백보장 궁녀들아 패물치레 자랑하지 마라. 『東文選』 卷之十二 해설..
서경의 묘청 일파를 정벌하기 위한 군막에서 느꺼움이 있어정서군막유감(征西軍幕有感) 김부식(金富軾) 山西留滯思愔愔 不覺東風散老陰 倦客拂衣江岸靜 行人催渡野洲深 鶯溪里巷三更夢 鳳闕樓臺一片心 峴首風流吾敢望 閑吟時復遣幽襟 『東文選』卷之十二 해석山西留滯思愔愔 산서류체사음음 관서인 평양에서 머무니 생각은 어릿어릿하여【음음[愔愔] 평화롭고 안락한 모양, 화락한 모양, 깊숙하고 조용한 모양, 침묵을 지키는 모양】.不覺東風散老陰 불각동풍산로음 봄바람이 짙은 그늘을 흩어버리는 걸 모를 지경. 倦客拂衣江岸靜 권객불의강안정 지친 나그네는 강가 고요한 곳에서 옷을 털어대고行人催渡野洲深 행인최도야주심 행인은 들판 물가 깊은 곳에서 건너길 재촉하네. 鶯溪里巷三更夢 앵계리항삼경몽 앵계【앵계(鶯溪): 서쪽의 오공산과 남쪽의 용수산에서 ..
안화사에서 재를 치성하며안화사치재(安和寺致齋) 김부식(金富軾) 窮秋影密庭前樹 靜夜聲高石上泉 睡起凄然如有雨 憶曾蘆葦宿漁船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窮秋影密庭前樹 궁추영밀정전수 늦가을이라 정원 앞 나무 그림자 빽빽하고靜夜聲高石上泉 정야성고석상천 고요한 밤이라 바위 가 샘물 소리가 높네. 睡起凄然如有雨 수기처연여유우 잠자다 일어나니 서늘한 게 비라도 내린 듯하니憶曾蘆葦宿漁船억증로위숙어선 일찍이 갈대 있는 어선에서 묵었던 때 생각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에 안화사에서 재(齋)를 올리고 지은 순수 서정시(敍情詩)이다. 깊은 가을 뜰 앞의 달빛에 비친 나무 그림자는 빽빽하고 고요한 밤에 돌 위로 흐르는 샘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보니 늦가을이라 을씨년스러워 마치 비가 온 ..
교방의 기녀거 포곡가를 부르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문교방기창포곡가유감(聞敎坊妓唱布穀歌有感) 김부식(金富軾) 佳人猶唱舊歌詞 布穀飛來櫪樹稀還似霓裳羽衣曲 開元遺老淚霑衣 睿王喜聽此曲.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佳人猶唱舊歌詞가인유창구가사 기생이 아직도 옛 노랫가사 부르며布穀飛來櫪樹稀포곡비래력수희‘뻐꾹이 날아 상수리 나무에 오는 게 드물어요’라고 하는데還似霓裳羽衣曲환사예상우의곡 도리어 ‘「예상우의곡」【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 당(唐) 나라 현종이 꿈에 천궁(天宮)에 가서 선녀(仙女)들이 무지개치마 깃 옷(霓裳羽衣)으로 춤추며 음악하는 것을 보고 깨어난 뒤에 그것을 기억하여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만들어서 양귀비(楊貴妃)와 향락(享樂)하였더니, 그 뒤 안녹산(安祿山)의 난(亂)이 끝난 뒤에 개원(開元 현종의 처음 ..
감로사에서 혜운의 시에 차운하다감로사차혜소운(甘露寺次惠素韻) 김부식(金富軾)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객부도처 등림의사청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형추갱호 강색야유명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東文選』 卷之九 해석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세의 사람들은 이르지 못하는 곳에 오르니 생각이 맑아져서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 모양은 가을이라 더욱 선명하고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네. 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흰 물새는 외로이 날아 사라져가고, 돛배 한 척 가뿐하게 떠나가건만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부끄럽구나! 스스로 달팽이 뿔 위에서 반평생 공명 찾아 헤맸다는 게.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감로사에 올라 시승(詩僧) 혜소(惠素)가 지은 시에 차운한 시이다. 수련(首聯)은 높..
제 때에 울지 못하는 닭에게아계부(啞鷄賦) 김부식(金富軾) 歲崢嶸而向暯 苦晝短而夜長豈無燈以讀書 病不能以自強但展轉以不寐 百慮縈于寸膓想鷄塒之在邇 早晚鼓翼以一鳴擁寢衣而幽坐 見牎隙之微明遽出戶以迎望 參昴澹其西傾呼童子而令起 乃問雞之死生旣不羞於俎豆 恐見害於貍猩 何低頭而瞑目 竟緘口而無聲 國風思其君子 嘆風雨而不已 今可鳴而反嘿 豈不違其天理 與夫狗知盜而不吠 猫見鼠而不追 校不才之一揆 雖屠之而亦宜 惟聖人之敎誡 以不殺而爲仁 倘有心而知感 可悔過而自新 『東文選』 卷之一 해석歲崢嶸而向暯세쟁영이향막 세월이 흘러【쟁영(崢嶸): 세월이 흘러감을 형용한 것[形容歲月逝去].】 세밑을 향하니苦晝短而夜長고주단이야장낮은 짧고 밤은 긴 것이 괴롭네.豈無燈以讀書기무등이독서 어찌 등을 켜고 책 읽지 못하겠는가. 病不能以自強병불능이자강그러나 병들어 자강불..
난사의 누각에서 보며관란사루(觀瀾寺樓) 김부식(金富軾) 六月人間暑氣融 江樓終日足淸風山容水色無今古 俗態人情有異同舴艋獨行明鏡裏 鷺鷥雙去畫圖中堪嗟世事如銜勒 不放衰遲一禿翁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六月人間暑氣融육월인간서기융6월 인간세상에 더위에 녹아내리지만江樓終日足淸風강루종일족청풍강의 누각엔 종일토록 맑은 바람 넉넉하네. 山容水色無今古산용수색무금고 산 모습 물색은 고금이 없지만俗態人情有異同속태인정유이동속태와 인정은 다름과 같음이 있네. 舴艋獨行明鏡裏책맹독행명경리거룻배 홀로 밝은 거울 같은 강을 가고鷺鷥雙去畫圖中로사쌍거화도중백로는 쌍쌍이 그림 같은 하늘을 가네.堪嗟世事如銜勒감차세사여함륵 아! 세상 일 재갈과 굴레 같은가?不放衰遲一禿翁불방쇠지일독옹 쇠하고 둔한 한 대머리 늙은이 놔두질 않으니. 『東文選』 卷之十二 인..
입춘에 동궁전에 쓴 시동궁춘첩자(東宮春帖子) 김부식(金富軾)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서색명누각 춘풍착유초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 계인초보효 이향침문조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새벽빛이 누각의 모서리를 비추고 봄바람이 버들개지 가지에 붙어 있네.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닭 사람【계인(鷄人): 당나라 때 궁궐에 새벽이 되면, 붉은 비단 수건을 쓴 닭처럼 꾸민 사람이 소리를 질러 새벽을 알리는데, 이것을 닭사람[鷄人]이라 한다.】이 막 새벽을 알리니 이미 침문【침문(寢門): 태자가 새벽마다 황제의 침실(寢室) 문 앞에 문안하였다.】을 향해 문안하네. 해설어전춘첩(御殿春帖)은 내용상 군주와 그 가족의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며 아울러 나라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입춘(立春)이 한..
아름다운 궁전을 짓다결기궁(結綺宮) 김부식(金富軾) 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계삼척비 천재여기덕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성만리장 이세실기국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청사중 가이위관식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 수황하불사 토목갈인력 『東文選』 卷之四 해석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임금의 계단은 삼척이나 낮은데도 천 년에 그 덕을 남겼지만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나라 성은 만 리나 길지만 두 세대에 그 나라를 잃었네. 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의 청사 중에 시험 삼아 볼 만하지만, 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수나라 황제는 어찌 생각지 못하고 토목공사로 인력을 다하나? 『東文選』 卷之四 해설서경천도와 대화궁 창건계획은 묘청(妙淸)의 음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묘청은 서경의 임원역(林原驛)에 대화세(大花勢)가 있으니 대화궁을 지으면 천하를 ..
돌의 견고함을 빼앗을 수 없어라석불가탈견(石不可奪堅) 김인경(金仁鏡) 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이의초판후 물종만분연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유석중함질 무인외탈견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세감종격파 성막실생전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소수형자지 난이수자천 鐵慚融作器 銅恥鑄成錢 철참융작기 동치주성전 比若賢良士 操心固莫遷 비약현량사 조심고막천 『東文選』 卷之十一 해석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음양이 막 판이해진 후에 사물의 종류가 갖가지로 어지러워졌네.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돌은 속에 바탕을 머금어 사람이 바깥의 견고함 빼앗을 순 없네.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기세로 격파할 수 있을지라도 성품은 태어난 온전함을 잃게는 못하지.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본래 형체의 자질은 받은 것으로 하늘로부터 받은 건 옮기기 어렵네. 鐵慚融作器 銅..
대관전 보좌 뒤 가리막인 무일도(無逸圖) 위에 쓰다 서대관전보좌후 무일도장상(書大觀殿黼座後障 無逸圖上) 김인경(金仁鏡)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로중노치단 천고학련장 수레가 무거워 노둔한 말 달림이 더디고 하늘이 높아서 학의 그리움이 길구나.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구의경기탁 유대어로향 옛 옷 몇 년이나 빨았던지 어전 향로의 향기 두른 듯하네.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원화홍금수 궁류벽사륜 동산의 꽃은 붉은 비단 수놓은 듯하고 궁전의 버들은 푸른 실마리인 듯하네.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후설천반교 춘앵각승인 목구멍과 혀가 천 가지로 교묘하지만, 봄 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다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성스런 조정을 하례하는 말하성조사(賀聖朝詞) 선종(宣宗) 露冷風高秋夜淸 月華明披香殿裏 欲三更沸歌聲 擾擾人生都似幻 莫貪榮好將美醁 滿金觥暢歡情 『東史綱目』 第7下 해석露冷風高秋夜淸로랭풍고추야청이슬은 차갑고 바람은 높고 가을 밤 맑아서月華明披香殿裏월화명피향전리달빛 밝고도 분명해 향기로운 정전 속으로 퍼지니 欲三更沸歌聲삼경인데도 노랫소리 들끓네.擾擾人生都似幻요요인생도사환어지러운 인생은 모두 환상 같은 것莫貪榮好將美醁막탐영호장미록영화로운 호사를 탐낼 것 없으니 좋은 술 가져와滿金觥暢歡情만금굉창환정금 술잔에 가득 채워 정을 즐기세. 『東史綱目』 第7下 해설고려 전기의 만당풍(晩唐風)은 그 자체가 지닌 형식 위주에 과학풍(科學風)이 지닌 유희적(遊戱的) 성격이 결합되면서 더욱더 부화무실(浮華無實)한 방향으로 흘렀다...
자연 속에서절구(絶句) 최충(崔沖) 滿庭月色無煙燭 入座山光不速賓更有松絃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滿庭月色無煙燭만정월색무연촉뜰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고入座山光不速賓입좌산광불속빈자리에 들어온 산 빛은 초청하지 않은 손님이네.更有松絃彈譜外갱유송현탄보외다시 소나무가 거문고 되어 악보 바깥을 연주하니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다만 진중한 것일 뿐 사람에게 전할 수 없다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정계의 원로요, 학계의 태두요, 교육계의 ‘해동공자(海東孔子)’로 추앙되는 작자는, 부귀 영화에 풍류마저 아울러 갖춘, 실로 희대의 유복인이었다. 이 시는 그가 어느 달 밝고, 바람 맑은 밤, 송죽(松竹) 소리 절로 음악인 양 그윽한 가운데, 문득 읊은 한 수의 즉흥이었다고, 최자(崔滋)는 말하고..
궁궐【금중(禁中): 금령이 미치는 범위 안으로, 제왕의 기거하는 궁궐 안을 가리킴[禁令所及範圍之內, 指帝王所居宮內]】 동쪽 연못에서 새로 자란 대나무금중동지신죽(禁中東池新竹) 최승로(崔承老) 錦籜初開粉節明 低臨輦路綠陰成금탁초개분절명 저림련로록음성宸遊何必將天樂 自有金風撼玉聲 신유하필장천악 자유금풍감옥성 『小華詩評』 해석錦籜初開粉節明대껍질이 막 벌어져서 마디【분절(粉節): 띠에 흰 가루가 있는 대나무 마디[帶有白粉的竹節].】가 분명하다가低臨輦路綠陰成임금 가는 길에 낮게 임해서 녹음을 이루었네.宸遊何必將天樂임금님 거둥에 하필 천악을 거느리겠는가?自有金風撼玉聲절로 가을바람 불 땐 옥소리가 울릴 텐데. 『小華詩評』 해설이 시는 궁궐 동쪽 못가에 새로 자라는 대순을 읊은 노래이다. 궁궐 못가에 죽순껍질에 생기는 흰..
남을 대신하여 원정대에 부치다대인기원(代人寄遠) 최승로(崔承老) 一別征車隔歲來 幾勞登覩倚樓臺 雖然有此相思苦 不願無功便早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一別征車隔歲來일별정거격세래한 번 원정 가는 수레에 이별하고서 한 해 지났으니幾勞登覩倚樓臺 기로등도의루대 몇 번 애쓰며 올라서 보며 누대에 기댔던고?雖然有此相思苦 수연유차상사고 비록 이렇게 이런 상사의 괴로움이 있더라도不願無功便早迴 불원무공변조회 전공(戰功) 없이 다시 일찍 돌아오는 건 원치 않아요.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출정 나간 남편에게 바치는 여인의 심정을 대신해 지어, 멀리 있는 남편에게 보낸 시이다. 출정 나간 남편과 이별한 지 1년이 지나가니, 보고 싶어 누대에 기대어 바라보고자 다락에 오른 것이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서로..
송에 사신으로 와서 사주의 귀산사를 지나며 사송과사주귀산사(使宋過泗州龜山寺) 박인량(朴寅亮) 巉巖怪石疊成山 上有蓮坊水四環 塔影倒江翻浪底 磬聲搖月落雲間 門前客棹洪濤疾 竹下僧碁白日閑 一奉皇華堪惜別 更留詩句約重攀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 巉巖怪石疊成山 참암괴석첩성산 가파른 암석 괴이한 바위 첩첩히 산을 이루고 上有蓮坊水四環 상유연방수사환 위에는 절이 있어 물이 네 방향으로 둘렀다. 塔影倒江翻浪底 탑영도강번랑저 탑 그림자 강에 거꾸러져 물결 밑에 흔들리고 磬聲搖月落雲間 경성요월락운간 경쇠 소리 달에 흔들려 구름 사이에 떨어진다. 門前客棹洪濤疾 문전객도홍도질 문 앞에 나그네의 노에는 큰 파도가 빨리 몰아오고 竹下僧碁白日閑 죽하승기백일한 대나무 아래 스님의 바둑판에는 환한 햇살이 한가하게 가네. 一奉皇華堪惜別 일봉..
밤에 당나라 성에서 놀면서 선왕의 악관에게 주며야유당성 증선왕악관(夜遊唐城 贈先王樂官) 최치원(崔致遠) 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인사성환쇠 부생실가비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수지천상곡 래향해변취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수전간화처 풍령대월시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반염금이의 여이루쌍수 해석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사람 삶이란 융성했다가 다시 쇠퇴하니 뜬 삶이란 참으로 슬프구나. 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누가 알았겠는가? 천상의 곡조를 해변으로 향해 와서야 부르게 될 줄을. 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물의 궁전에서 꽃을 보던 곳에서, 바람 부는 감옥에서 달을 마주할 때에 불렀는데 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선왕【반염(攀髥): 황제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애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황제(黃帝)가 형산(荊山) 아래에서 솥을 주조하였..
금천사 주지에게 주며증금천사주인(贈金川寺主人) 최치원(崔致遠) 白雲溪畔刱仁祠 三十年來此住持笑指門前一條路 纔離山下有千歧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白雲溪畔刱仁祠백운계반창인사흰 구름이 있는 시냇가에 사찰【인사(仁祠): 불교 사원의 별칭이다. 범어(梵語) Śākya의 음역(音譯)인 석가(釋迦)의 뜻이 능인(能仁)인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을 창건하고三十年來此住持삼십년래차주지30년 이래 이곳의 주지스님이었지.笑指門前一條路 소지문전일조로 웃으며 가리키며 말하네. “문 앞엔 한 갈래 길이 있을 뿐이지만纔離山下有千歧재리산하유천기조금이라도 산 아래로 벗어나면 천 갈래 길이 있어서이지요”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미상(未詳)인 금천사 주지의 삶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에서는 번뇌가 없는 절대적 참됨의 세계인 ..
황산강의 임경대에서황산강임경대(黃山江臨鏡臺) 최치원(崔致遠) 烟巒簇簇水溶溶 鏡裏人家對碧峰何處孤帆飽風去 瞥然飛鳥杳無蹤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烟巒簇簇水溶溶연만족족수용용이내 낀 봉우리는 빽빽하고 물은 넘실넘실 거려鏡裏人家對碧峰경리인가대벽봉임경대 속 사람의 집들이 푸른 봉우리를 마주했네. 何處孤帆飽風去하처고범포풍거어느 곳의 외로운 돛단배 바람 안고 가는가?瞥然飛鳥杳無蹤별연비조묘무종별안간 날던 새처럼 아득해지더니 사라졌네.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황산강에 있는 임경대에서 바라본 풍경을 노래한 시이다. 멀리 안개 속에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강물은 넘실대며 흘러가고 있다. 마침 황산강 위로 돛단배 한 척이 바람을 가득 안은 채 가고 있는데,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날아가는 새처럼 시야에서 사..
길을 가던 도중에 짓다 도중작(途中作) 최치원(崔致遠) 東飄西轉路歧塵 獨策羸驂幾苦辛 不是不知歸去好 只緣歸去又家貧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飄西轉路歧塵 동표서전로기진 동쪽으로 번쩍 서쪽으로 번쩍 갈림길에서 먼지 날리며 獨策羸驂幾苦辛 독책리참기고신 홀로 야윈 참마 채찍질 했으니 얼마나 괴로웠던가? 不是不知歸去好 불시부지귀거호 고향으로 돌아감이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나 只緣歸去又家貧 지연귀거우가빈 다만 버리고 돌아가더라도 또한 집이 가난한 걸.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도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길을 가던 도중에 지은 것이다. 이국(異國)에서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향은 소중하다 하겠지만, 돌아갈 고향은 고운..
우강역의 정자에서 짓다제우강역정(題芋江驛亭) 최치원(崔致遠) 沙汀立馬待回舟 一帶烟波萬古愁直得山平兼水渴 人間離別始應休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沙汀立馬待回舟사정립마대회주모래 있는 물가에 말 세우고 돌아오는 배 기다리니一帶烟波萬古愁일대연파만고수한 줄기의 안개 낀 파도는 만고의 근심이구나. 直得山平兼水渴직득산평겸수갈다만 산이 평지가 되고 맞물려 물이 고갈될 수 있다면人間離別始應休인간이별시응휴인간의 이별이란 비로소 응당 사라질 텐데.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우강역 정자(亭子)에 올라서 지은 것으로, 이별을 소재로 하여 그 슬픔을 시로 노래한 것이다. 작가는 우강역 정자(亭子)가 있는 나루터 모래섬에 자신이 타고 왔던 말을 세..
여관의 밤비 우정야우(郵亭夜雨) 최치원(崔致遠) 旅館窮秋雨 寒窓靜夜燈 여관궁추우 한창정야등 自憐愁裏坐 眞箇定中僧 자련수리좌 진개정중승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旅館窮秋雨 寒窓靜夜燈 여관에 늦가을 비 내리고 차가운 창에는 고요한 밤의 등불이 켜져 있네. 自憐愁裏坐 眞箇定中僧 가련쿠나, 근심 속에 앉은 모습 진정 선정에 든 스님 같구나.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역(驛) 마을의 객사(客舍)에서 가을비를 보고 읊은 것으로, 세속적 이상향(理想鄕)을 추구한 시이다. 나그네는 비 내리는 깊은 가을밤에 시름에 겨워 앉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과 애상(哀傷)은 하나의 시련일 뿐이어서, 그 자체가 선승(禪僧)의 고행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고행의 끝에 이르는 경지는 세로(世路)에서 얻는 이상향일 것이..
가을밤 비 내리고 추야우중(秋夜雨中) 최치원(崔致遠) 秋風唯苦吟 擧世少知音 추풍유고음 거세소지음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秋風唯苦吟 擧世少知音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니, 온 세상에 절친이 적구나.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밖에 한밤 중 비 오니, 등 앞엔 만 리를 달리는 마음【위의 시는 당에서 썼다고 알려졌으나, 『계원필경』(당에서 지은 시만 모아놓음)에 실려 있지 않기에, 신라에서 지은 걸 알 수 있음. 그렇기에 萬里心은 ‘향수’가 아닌, ‘불우한 삶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선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은 천황을 깨치는 큰 공이 있었으므로 우리나라 학자들이 모두 종장으로 삼았다[崔致遠孤..
당나라에 바친 태평 기리는 찬가치당태평송(致唐太平頌) 진덕여왕(眞德女王) 大唐開鴻業 巍嵬皇䣭昌 대당개홍업 외외황태창 止戈戎衣定 修文繼百王 지과융의정 수문계백왕 統天崇雨施 物理體含章 통천숭우시 물리체함장 深仁諧日月 撫運邁時康 심인해일월 무운매시강 幡旗旣赫赫 鉦鼓何煌煌 번기기혁혁 정고하황황 外夷違命者 剪覆被天殃 외이위명자 전복피천앙 淳風凝幽顯 遐邇競呈祥 순풍응유현 하이경정상 四時和玉燭 七曜巡萬方 사시화옥촉 칠요순만방 維獄降帝輔 維帝任忠良 유옥강제보 유제임충량 五三含一德 昭我皇家唐오삼함일덕 소아황가당 해석大唐開鴻業 巍嵬皇䣭昌큰 당나라 위대한 업을 여시니 깎아지를 듯 높은 황제의 교화가 창성하네.止戈戎衣定 修文繼百王전투복 입고서 전쟁을 그치게 함으로 평정하였고 문을 닦아 모든 왕을 계승하셨네.統天崇雨施 物理體含..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다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 을지문덕(乙支文德)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신묘한 꾀는 천문을 꿰뚫었고 묘한 헤아림은 지리에 통달했네.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싸움에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할 줄 알면 멈추시라.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수(隋)나라 장수인 우중문(于仲文)에게 준 시로, 수(隋) 양제(煬帝)는 3차례에 걸쳐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입하였으나, 고구려의 을지문덕은 영양왕의 밀지(密旨)를 받들고 번번이 후퇴 작전을 벌여 압록강에서 평양성 30리 밖 살수(薩水)까지 유인하는 데 성공하자, 을지문덕은 적장 우중문에게 위의 시를 보내고 반격하여 대승(大勝)을 거..
제비야 연(燕) 이승소(李承召) 畫閣深深簾額低 雙飛雙語復雙棲 綠楊門巷春風晩 靑草池塘細雨迷 趁蝶有時穿竹塢 壘巢終日啄芹泥 托身得所誰相侮 養子年年羽翼齊 『續東文選』 卷之七 해석 畫閣深深簾額低 화각심심렴액저 그림 누각 깊숙하고 주렴 액자 나지막한 데서 雙飛雙語復雙棲 쌍비쌍어부쌍서 함께 날다 함께 지저귀며 다시 함께 깃드네. 綠楊門巷春風晩 녹양문항춘풍만 푸른 버들개지 마을에 봄바람 느지막할 때 靑草池塘細雨迷 청초지당세우미 파릇한 풀이 핀 연못에 이슬비 흩날리네. 趁蝶有時穿竹塢 진접유시천죽오 나비를 따르다가 이따금 대나무 뚫고 壘巢終日啄芹泥 누소종일탁근니 둥지 지으려 종일토록 미나리 가 진흙을 쪼아대네. 托身得所誰相侮 탁신득소수상모 몸을 의탁할 곳 얻었으니 누가 서로 모욕주랴? 養子年年羽翼齊 양자년년우익제 기른 새..
제비야 연(燕) 이곡(李穀) 簷前相對語 客裏故相依 身世炎凉迫 乾坤羽翼微 巢成還棄去 雛長却分飛 見爾增悲慨 今年又未歸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七 해석 簷前相對語 客裏故相依 첨전상대어 객리고상의 처마 앞에서 서로 대하며 말하며 객지 속에서 친구처럼 서로 의지했네. 身世炎凉迫 乾坤羽翼微 신세염량박 건곤우익미 신세는 상황에 따라 닥쳐오니 하늘과 땅에 돕는 이 적구나. 巢成還棄去 雛長却分飛 소성환기거 추장각분비 둥지 만들고서 도리어 버리고 떠났지만 새끼는 자라서 도리어 나누어 날아가네. 見爾增悲慨 今年又未歸 견이증비개 금년우미귀 너를 보니 더 서글퍼지니 올해도 또한 귀향하질 못하는 게.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七 인용 저자 / 지도 / 모의
새벽에 일어난 흥에 느꺼움이 있어 신흥유감(晨興有感) 변계량(卞季良) 早年遊學也悠悠 只向名途走不休 昨夜燈前倍惆悵 雨聲如別一年秋 『春亭先生詩集』 卷之一 해석 早年遊學也悠悠 조년유학야유유 어린 나이에 유학하며 까마득한 시간 보내면서 只向名途走不休 지향명도주불휴 다만 명예의 길을 향해 달리며 쉬지도 못했는데 昨夜燈前倍惆悵 작야등전배추창 어젯밤에 등불 앞에 서글픔이 배가 되어 雨聲如別一年秋 우성여별일년추 빗소리 일년의 가을을 이별하는 것 같았네. 『春亭先生詩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새벽에 일어나 감흥(感興)이 있어 지은 것으로,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회한(悔恨)에 잠겨 읊은 노래이다. 가을비 오는 밤, 등불을 켜 두고 스승의 문하에서 수업하던 예전을 추억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그런데 대의(大義)는 이룬 것이..
느낀 게 있어 쓰다 감흥(感興) 변계량(卞季良) 肅肅風露凉 輝輝星月明 숙숙풍로량 휘휘성월명 悄然坐長夜 百感由中生 초연좌장야 백감유중생 男兒貴立身 出處諒難輕 남아귀립신 출처량난경 忘義决性命 碌碌徒求榮 망의결성명 록록도구영 子晉亦何爲 緱山獨吹笙 자진역하위 구산독취생 無可無不可 大聖初難名 무가무불가 대성초난명 吾聞神仙人 高步餐紫霞 오문신선인 고보찬자하 逍遙壺中天 流光任蹉跎 소요호중천 류광임차타 我生異於是 撫琹良歎嗟 아생이어시 무금량탄차 充膓用禾稼 煖身以絲麻 충장용화가 난신이사마 但願崇令德 壽夭心靡他 단원숭령덕 수요심미타 瑞蓮出衆卉 不染亦不靡 서련출중훼 불염역불미 結根非其地 生此東海涘 결근비기지 생차동해사 我行適見之 悲歎未能已 아행적견지 비탄미능이 世無濂溪翁 誰知是君子 세무렴계옹 수지시군자 政恐霜雪逼 紅芳難久恃..
과거시험과 자연의 공통점 시위(試闈) 변계량(卞季良) 春闈曾見士如林 萬萬花容有淺深 李白桃紅都自取 天工造化本無心 『春亭先生詩集』 卷之二 해석 春闈曾見士如林 춘위증견사여림 봄날 과거시험장에 일찍이 수풀처럼 모인 선비들 보이니 萬萬花容有淺深 만만화용유천심 많고 많은 꽃다운 얼굴이지만 재능만은 얕고 깊음이 있네. 李白桃紅都自取 이백도홍도자취 오얏꽃 희고 복사꽃 붉어 모두 스스로 취하지만 天工造化本無心 천공조화본무심 하느님은 조화스러워 본래 무심하다네. 『春亭先生詩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과거(科擧) 시험장의 정경(情景)을 읊은 것으로, 관각(館閣) 문인들이 자주 노래하는 소재이다. 봄이 되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한 선비들이 수풀처럼 많이 모였는데, 봄에 피는 꽃처럼 제각각 다른 재주를 지니고 있다. 하얀 오얏..
같은 해 과거 급제자들이 왕륜사에 모여 잔치를 열었지만 나는 까닭이 있어 가지 못해 시를 부쳤다 동년회우왕륜 설연 여유고불부 이시기(同年會于王輪 設宴 余有故不赴 以詩寄) 변계량(卞季良) 今夕神仙醉紫霞 錦筵銀燭映靑娥 夜深踏月婆娑舞 滿帽花枝影半斜 『春亭先生詩集』 卷之三 해석 今夕神仙醉紫霞 금석신선취자하 오늘밤 신선이 붉은 노을【자하(紫霞): 붉은 노을인데, 흔히 신선들이 사는 궁궐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에서 취하고 錦筵銀燭映靑娥 금연은촉영청아 비단 대자리와 은색 촛불이 젊은 미녀 비추리. 夜深踏月婆娑舞 야심답월파사무 깊은 밤 달을 밟고 흔들흔들 춤추니 滿帽花枝影半斜 만모화지영반사 모자에 가득한 꽃가지 그림자가 반쯤 비껴있네. 『春亭先生詩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동년(同年) 과거급제자들이 왕륜사에 모여 잔..
태종의 이궁인 낙천정에 쓰다 제낙천정(題樂天亭) 변계량(卞季良) 樂天亭上又淸秋 地戴明君佳氣浮 踈雨白鷗麻浦曲 落霞孤鶩漢山頭 仁風浩蕩草從偃 聖澤瀰漫水共流 宵旰餘閒觀物象 人間仙境更何求 『春亭先生詩集』 卷之三 해석 樂天亭上又淸秋 낙천정상우청추 낙천정 위로 또 맑은 가을이 와 地戴明君佳氣浮 지대명군가기부 땅이 현명한 임금 이니 아름다운 기운이 떠오네. 踈雨白鷗麻浦曲 소우백구마포곡 이슬비에 흰 갈매귀가 마포 돌고 落霞孤鶩漢山頭 락하고목한산두 지는 노을에 외로운 오리는 한산 위로 나네. 仁風浩蕩草從偃 인풍호탕초종언 어진 풍속 호탕하여 풀이 따라서 눕고 聖澤瀰漫水共流 성택미만수공류 성스러운 은택이 넘실대 물이 함께 흐르네. 宵旰餘閒觀物象 소간여한관물상 소의간식(宵衣旰食)으로 바쁜 여가에 사물의 모양을 감상하니 人間仙境..
근정전에서 근정전(勤政殿) 변계량(卞季良) 煌煌金殿照層巒 琪樹葱籠景氣閒 閶闔九天開日月 衣冠五夜集䲶鸞 衆心離合分毫忽 百代興衰可鑑觀 裁決萬機猶未罷 日斜花影上欄干 『春亭先生詩集』 卷之四 해석 煌煌金殿照層巒 황황금전조층만 밝디 밝은 금빛 궁궐이 층층이 산을 비추고 琪樹葱籠景氣閒 기수총롱경기한 옥 같은 나무 푸르게 쌓여 경치 한가하네. 閶闔九天開日月 창합구천개일월 구천【구천(九天)은 구중천(九重天)의 약칭이다】의 대궐문[閶闔]에 해와 달 열리니 衣冠五夜集䲶鸞 의관오야집원란 의관을 갖춘 관리가 오경(五更)에 봉황처럼【란(鴛鸞): 모두 봉황에 속하는 새 이름인데, 보통 조정의 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모여드네. 衆心離合分毫忽 중심리합분호홀 뭇 사람의 마음이 흩어지고 합함이 짧은 시간【호홀(毫忽): 터럭 끝만큼..
수령으로 나가는 사람을 전송하며 송인출수(送人出守) 정이오(鄭以吾) 黎蒸失業食無餘 井邑蕭條赬尾魚 臈雪不飛春又旱 公歸須看活民書 『新增東國輿地勝覽』 卷十四 해석 黎蒸失業食無餘 여증실업식무여 백성이 생업을 잃어 먹을 것 남지 않아 井邑蕭條赬尾魚 정읍소조정미어 도회지[井邑] 쓸쓸하여 백성은 꼬리 붉은 물고기처럼 곤궁하네. 臈雪不飛春又旱 랍설불비춘우한 섣달 눈이 날리지 않아 봄이 또한 가물었으니 公歸須看活民書 공귀수간활민서 공이 돌아가거든 반드시 백성을 살릴 책을 보소서. 『新增東國輿地勝覽』 卷十四 해설 이 시는 충주자사로 나가는 사람에게 준 시로, 백성을 위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백성들은 생업을 잃어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마을은 쓸쓸하고 백성은 노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치자(治者)의 ..
구름이 북쪽 궁궐에 걸쳐 있어 운횡북궐(雲橫北闕) 정이오(鄭以吾) 玉葉橫金闕 朱甍照碧天 옥엽횡금궐 주맹조벽천 丁東傳促漏 戌北釀霏煙 정동전촉루 술북양비연 佳氣晴相擁 高標望更連 가기청상옹 고표망갱연 南山將獻壽 穆穆萬斯年 남산장헌수 목목만사년 『新增東國輿地勝覽』 卷三 해석 玉葉橫金闕 朱甍照碧天 구름【옥엽(玉葉): 시어(詩語)로 구름을 뜻한다.】이 금빛 궁궐에 비껴 있고 붉은 용마루는 푸른 하늘을 비추네. 丁東傳促漏 戌北釀霏煙 뚝뚝【정동(丁東): 물시계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의 의성어(擬聲語)이다.】 촉급히 물시계소리【옥루(玉漏): 물시계의 미칭】 전하고 북쪽에선 안개 연기 뭉치네. 佳氣晴相擁 高標望更連 아름다운 기운이 갠 날에 서로 끌어당기고 높은 기상 바라보니 다시 연이어지네. 南山將獻壽 穆穆萬斯年 남산【..
경상도 선산에 있는 죽장사에서 죽장사(竹長寺) 정이오(鄭以吾) 衙罷乘閑出郭西 僧殘寺古路高低 祭星壇畔春風早 紅杏半開山鳥啼 寺有老人星壇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衙罷乘閑出郭西 아파승한출곽서 관청일 마치고 한가함을 타고서 서쪽 성곽으로 나오니 僧殘寺古路高低 승잔사고로고저 스님 조금 있고 사찰은 낡아 길은 높다가 낮다가 하네. 祭星壇畔春風早 제성단반춘풍조 별 제사 지내는 사단【제성단(祭星壇): 고려ㆍ조선 시대에, 태백성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 함경남도 광포에 있다.】에 봄 바람 이르지만 紅杏半開山鳥啼 홍행반개산조제 붉은 살구는 반쯤 펴 산새 지저귀네. 절에 노인성단이 있다[寺有老人星壇]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이 시는 선산부사로 있을 때 관청 일을 마치고 시간을 내어 인근(隣近)에 있는 죽장사에 올라 쓴..
귀한 집 자제 김분이 직산(천안의 고호)에 부임하는 것을 전송하며 송김분사인 부직산(送金汾舍人 赴稷山) 성석린(成石璘) 稷山雖十室 亦足試吾仁 직산수십실 역족시오인 撫字先惸獨 差科問富貧 무자선경독 차과문부빈 割鷄言是戲 留犢事堪遵 할계언시희 류독사감준 幼學終何用 須令澤及民 유학종하용 수령택급민 『獨谷先生集』 卷上 해석 稷山雖十室 亦足試吾仁 직산이 비록 10 가구의 작은 고을이지만 또한 나의 인을 시험하기엔 넉넉하지. 撫字先惸獨 差科問富貧 어린 이 위무(慰撫)하길 고아로부터 하고 세금 부과【차과(差科): 차역(差役)과 과세(科稅)의 준말이다.】하길 부유함과 빈천함에 물어야 하네. 割鷄言是戲 留犢事堪遵 닭을 벤다【할계(割雞): 자신의 재능을 조금이나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자유..
무풍현의 벽 위에 차운하여 쓰다 차무풍현벽상운(次茂豊縣壁上韻) 정이오(鄭以吾) 立錐地盡入侯家 只有溪山屬縣多 童稚不知軍國事 穿雲互答採樵歌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立錐地盡入侯家 입추지진입후가 송곳 세울 만한 땅이 죄다 권력자에게 들어가서 只有溪山屬縣多 지유계산속현다 다만 시냇가와 산만이 현에 귀속된 게 많다네. 童稚不知軍國事 동치부지군국사 아이들은 군대와 나랏일 모르고서 穿雲互答採樵歌 천운호답채초가 구름을 뚫듯 땔나무 캐는 노래 주고 받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이 시는 무풍현에 머무르다 차운(次韻)한 시로, 권문세족(權門勢族)들의 토지겸병을 풍자한 노래이다. 권별(權鼈)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교은의 시에, ……두 구는 호강(豪强)한 자들이 모두 겸병하여 가난한 사람들은 송곳 꽂을 만한 땅도..
몹시 게을러져용심(慵甚) 이첨(李詹) 平生志願已蹉𧿶 爭奈慵踈十倍多 午寢覺來花影轉 暫携稚子看新荷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平生志願已蹉𧿶평생지원이차이평생 뜻으로 원하는 것이 이미 어긋나서爭奈慵踈十倍多쟁내용소십배다게으르고 어설픔이 열 배나 많은 걸 어찌 하랴[爭奈]?午寢覺來花影轉오침각래화영전낮잠 깨고 나니 꽃 그림자 옮겨 와서暫携稚子看新荷잠휴치자간신하잠시 어린 아들 데리고 새 연꽃 본다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인간이란 어른이 되어서도 마냥 무지개를 쫓는 어린이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침내 비틀거리는 발길로 실의(失意)의 언덕에 와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인제 여일(餘日)이 얼마 남지 않은 노경에 이르렀음을 자각함에서다. 만사휴재(萬事休哉)! 팽팽히 버텨오던 ..
백성을 대신하여 노래하다 대민음(代民吟) 원천석(元天錫) 生涯寒似水 賦役亂如雲 생애한사수 부역난여운 急抄築城卒 兼抽鍛鐵軍 급초축성졸 겸추단철군 風霜損禾稼 縷雪弊衣裙 풍상손화가 루설폐의군 未忘妻孥養 心煎火欲焚 미망처노양 심전화욕분 『耘谷行錄』 卷之五 해석 生涯寒似水 賦役亂如雲 생애 차갑기가 물 같고 부역 어지럽기가 구름 같네. 急抄築城卒 兼抽鍛鐵軍 급하게 성을 쌓을 졸병을 뽑고 겸하여 철을 단련할 군사를 뽑네. 風霜損禾稼 縷雪弊衣裙 바람과 서리가 벼농사 망치고 실눈이 옷을 해지게 했네. 未忘妻孥養 心煎火欲焚 처자식 양육을 잊지 못해 마음 졸여 불타려 하네. 『耘谷行錄』 卷之五 해설 농민의 참상을 대신 읊은 노래이다. 차가운 물처럼 살아가기 힘들고 뒤엉켜 있는 구름처럼 부역은 뒤죽박죽이다. 성을 쌓는다고 급..
문을 걸고 옛것을 보다가 사물에 부쳐 감회를 일으켰으니 이것은 불우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 기물을 읊조리며 네 절구를 지음으로 탄식을 붙이다두문람고 우물흥회 차불우시자지소위야 인부고기 작사절이우탄(杜門覽古 寓物興懷 此不遇時者之所爲也 因賦古器 作四絶以寓歎) 원천석(元天錫) 고경(古鏡)曾照蛾眉粉面新 十年奩底久埋塵 皎然本質元無損 刮垢磨光欠一人 고검(古劍)漢皇三尺定乾坤 膏血凝成破楚痕 四海晏淸長不用 匣中龍吼政含冤 고금(古琴)大古泠泠韻技奇 伯牙流水少人知 子期死後絃初絶 棄置虛堂良可悲 고정(古鼎)九金之鑄特非常 三代遷移爲聖王 洪武聖君歌四海 不應汾右固深藏 『耘谷行錄』 卷之五 인용 문학통사
9월 15일에 국가에서 정창군을 왕위에 세우고 전왕의 부자를 신돈의 자손이라 하여 서인으로 폐위한 것을 듣고서 문금월십오일 국가이정창군립왕위 전왕부자 이위신돈자손 폐위서인(聞今月十五日 國家以定昌君立王位 前王父子 以爲辛旽子孫 廢爲庶人) 원천석(元天錫) 前王父子各分離 萬里東西天一涯 可使一身爲庶類 正名千古不遷移 祖王信誓應乎天 餘澤流傳數百年 分揀假眞何不早 彼蒼之鑑照明然 『耘谷行錄』 卷之四 해석 前王父子各分離 전왕부자각분리 전 왕조의 부자가 각각 떨어지니 萬里東西天一涯 만리동서천일애 만 리 동쪽과 서쪽으로 하늘의 한 끝이라네. 可使一身爲庶類 가사일신위서류 가령 한 몸을 평민으로 만들 수 있다해도 正名千古不遷移 정명천고불천이 정명은 천고토록 옮기지 못하리. 해설 이 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389년 9월 ..
국호를 고쳐 새롭게 하여 조선이라 하다 개신국호위조선(改新國號爲朝鮮) 원천석(元天錫) 王家事業便成塵 依舊山河國號新 雲物不隨人事變 尙令閑客暗傷神 恭惟天子重東方 命號朝鮮理適當 箕子遺風將復振 必應諸夏競觀光 『耘谷行錄』 卷之五 해석 王家事業便成塵 왕가사업변성진 왕가의 사업이 곧 티끌이 되어 依舊山河國號新 의구산하국호신 옛 산하인데도 국호는 새롭네. 雲物不隨人事變 운물불수인사변 구름과 사물은 사람의 일을 따라 변하지 않아 尙令閑客暗傷神 상령한객암상신 오히려 한가로운 나그네를 암담히 정신 상하게 하네. 해설 조선 태조(太祖)가 1393년에 국호(國號)를 조선(朝鮮)이라 정했는데, 이 시는 그 이듬해 지은 작품이다. 고려 왕씨(王氏)는 티끌로 변하여 국호가 고려(高麗)에서 조선(朝鮮)으로 변하는데 산천은 한결같다. ..
행촌 이암에게 주며 변절을 노래하다 여행촌이(與杏村李) 길재(吉再) 鳥則山飛魚則水 各隨其性世間斜 如何園裏東風蝶 纔向紅花又白花 『冶隱先生續集』 卷之上 해석 鳥則山飛魚則水 조즉산비어즉수 새는 산에서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날아 各隨其性世間斜 각수기성세간사 각각 본성 따라 세상 사이에 엇갈리네. 如何園裏東風蝶 여하원리동풍접 어찌하여 동산 속의 봄 나비는 纔向紅花又白花 재향홍화우백화 겨우 붉은 꽃이나 흰 꽃을 향하기만 하는가? 『冶隱先生續集』 卷之上 해설 행촌 이암에게 준 시로, 고려(高麗)를 섬기던 자들이 변절(變節)하여 새 왕조를 섬기는 것을 풍자한 시이다. 새들은 산에서 날아다니고 물고기는 물에서 헤엄치며 각각 주어진 본성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봄 동산에 있는 저 나비는 붉은 꽃에 앉자마자..
성균관에서 우연히 읊조리다 반궁우음(泮宮偶吟) 길재(吉再) 龍首正東傾短墻 水芹田畔有垂楊 身雖從衆無奇特 志則夷齊餓首陽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석 龍首正東傾短墻 용수정동경단장 개경의 용수산 바로 동쪽에 짧은 담장이 기울었고 水芹田畔有垂楊 수근전반유수양 물미나리 밭두둑에 버들 드리워졌네. 身雖從衆無奇特 신수종중무기특 몸은 비록 무리를 따라도 특기란 없더라도 志則夷齊餓首陽 지즉이제아수양 뜻이라면 백이와 숙제처럼 수양산에서 굶주릴 만하다네.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설 이 시는 36세 때 성균박사로 있으면서 지은 시이다. 고려가 멸망하기 전에 지은 것으로, 백이와 숙제처럼 절의(節義)를 본받아 수양산에서 굶어 죽겠다는 야은(冶隱)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시이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
우연히 읊조리다 우음(偶吟) 길재(吉再) 竹色春秋堅節義 溪流日夜洗貪婪 心源瑩靜無塵態 從此方知道味甘 五更殘月窓前白 十里松風枕上淸 富貴多勞貧賤苦 隱居滋味與誰評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석 竹色春秋堅節義 죽색춘추견절의 대나무색은 봄가을로 절의를 견고히 하고 溪流日夜洗貪婪 계류일야세탐람 시내 흐름은 밤낮으로 탐심을 씻어내네. 心源瑩靜無塵態 심원형정무진태 마음의 근원이 밝고도 고요해 티끌의 자취 없으니 從此方知道味甘 종차방지도미감 이로부터 곧 도의 맛이 달다는 걸 알겠구나. 해설 이 작품은 야은(冶隱)이 선산(善山)으로 돌아와 은거하던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의 대나무나 냇물은 단지 야은(冶隱)이 살고 있는 자연의 공간으로 존재의 의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정신수양의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경..
야망을 서술하다술지(述志) 길재(吉再) 臨溪茅屋獨閑居 月白風淸興有餘 外客不來山鳥語 移床竹塢臥看書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석臨溪茅屋獨閑居림계모옥독한거시내에 가까운 초가집에서 홀로 한가롭게 거처하니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달은 환하고 바람은 맑아 흥이 남아 있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바깥 손님 오지 않아도 산새 지저귀고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대나무 둑으로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보네.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설산림에 숨어 자연을 벗하여 학문에 전념하는 은서 생활의 정취이다. 암운이 감도는 여말(麗末)의 흉흉한 관계(官界)를 떠나, 금오산(金烏山)에 은둔하던 작자 만년의 작이다. 달을 읊고 바람을 일컬었으니, 일견 음풍농월(吟風弄月) 같으나, 그러한 시에 으레 떠벌리게 마련인 ‘주흥(酒興)’..
서산 위포에서 묵으며 여러 생각을 적다 숙위포(宿葦浦) 권근(權近) 田原今夜宿 霜露九秋初 전원금야숙 상로구추초 自笑謀生拙 誰知學業踈 자소모생졸 수지학업소 委畦禾鹵莽 覔句腹空虛 위휴화로망 멱구복공허 坐待明星出 凄風吹滿裾 좌대명성출 처풍취만거 岑寂人方靜 凄凉獨坐吟 잠적인방정 처량독좌음 濤聲知海近 風冷覺秋深 도성지해근 풍냉각추심 捕蟹煩僮僕 盟鷗愧我心 포해번동복 맹구괴아심 何當謝簪紱 歸去碧江潯 하당사잠불 귀거벽강심 月落秋天暗 雲橫海氣浮 월낙추천암 운횡해기부 冷音蟲轉苦 高嘯客多憂 냉음충전고 고소객다우 補國將何道 爲農只自謀 보국장하도 위농지자모 薄田經旱潦 勤苦始微收 박전경한료 근고시미수 我行原野際 不覺嗟歎長 아행원야제 불각차탄장 滿畒皆稂䅎 登場欠稻梁 만묘개랑유 등장흠도량 護村山自繞 藏徑草多荒 호촌산자요 장경초다황 ..
평안북도 수주에서 출발하여 길 위에서 느꺼움이 있어 발수주로상 유감(發隨州路上 有感) 권근(權近) 催車出登道 畏日流炎曦 최거출등도 외일류염희 駈馳踰山坂 馬困人亦疲 구치유산판 마곤인역피 行行不自息 王事有程期 행행불자식 왕사유정기 風來草樹動 吹我凉膚肌 풍래초수동 취아량부기 眷彼病畦者 曝背勤鋤犂 권피병휴자 폭배근서리 孜孜望秋稔 輸稅身忍飢 자자망추임 수세신인기 我生幸免此 奔走何由辭 아생행면차 분주하유사 『陽村先生文集』 卷之六 해석 催車出登道 畏日流炎曦 수레 재촉하며 나와 길에 오르니 흐르는 불꽃의 햇볓이라 두렵구나. 駈馳踰山坂 馬困人亦疲 달리고 달려 산언덕을 넘으니 말도 힘들고 사람 또한 피곤하네. 行行不自息 王事有程期 가고 가서 스스로 쉬질 못하니 임금의 일에 기일이 정해져서라네. 風來草樹動 吹我凉膚肌 바람이..
4월 시작하는 날에 사월초일일(四月初一日) 정도전(鄭道傳) 山禽啼盡落花飛 客子未歸春已歸 忽有南風情思在 解吹庭草也依依 『三峯集』 卷之二 해석 山禽啼盡落花飛 산금제진낙화비 산새는 울음을 다하고 낙화는 날며 客子未歸春已歸 객자미귀춘이귀 나그네는 돌아가지 않았는데 봄은 이미 돌아갔네. 忽有南風情思在 홀유남풍정사재 갑작스레 남풍이 정과 생각이 있는지 解吹庭草也依依 해취정초야의의 정원의 풀을 흩으며 불어오니 우거지네. 『三峯集』 卷之二 해설 4월 1일, 초여름이 시작되는 날 지은 시이다. 봄에 그렇게 지저귀던 새들도 이제는 울음을 그쳤고 꽃은 다 져서 날아가 떨어지고 있다. 4월 1일이라 봄은 가고 여름이 시작되었는데, 나그네는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객지를 전전(輾轉)하고 있다. 어느덧 여름 바람이 불어와 뜰의 ..
봄비 내리는 날에 우(雨) 정도전(鄭道傳) 雨聲偏好處 茅屋午眠中 우성편호처 모옥오면중 亂灑侵寒浦 斜飛逐細風 난쇄침한포 사비축세풍 柳低含晚翠 花重濕鮮紅 류저함만취 화중습선홍 田父笑相對 家家望歲功 전부소상대 가가망세공 『三峯集』 卷之二 해석 雨聲偏好處 茅屋午眠中 빗소리가 개인적으로 좋은 곳은 초가집에서 낮잠 자는 중에 듣는 거라네. 亂灑侵寒浦 斜飛逐細風 어지럽게 뿌린 차가운 포구를 침범하고 비껴서 나는 가는 바람을 쫓네. 柳低含晚翠 花重濕鮮紅 버들 낮게 겨우내 푸른빛 머금고 꽃은 무거워 선홍빛에 젖었네. 田父笑相對 家家望歲功 시골 할배들 웃으며 서로 대하고 집마다 한 해의 수확[歲功]을 바란다네. 『三峯集』 卷之二 해설 봄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노래한 시이다. 띳집에서 낮잠을 잘 때 듣는 빗소리가 가장 듣기..
고고한 절개를 지키며 죽소(竹所) 을축년(1385)에 공이 개경으로 돌아와서 지은 것이다. 죽소(竹所)를 살펴보니 한상질의 헌호다.[乙丑公還在開京時. 按竹所, 韓尙質軒號.] 정도전(鄭道傳) 高人竹爲所 竹與人共淸 고인죽위소 죽여인공청 婆娑月夕影 浙瀝風朝聲 파사월석영 절력풍조성 渠心獨自許 苦節乃可貞 거심독자허 고절내가정 對此成益友 聊以寄此生 대차성익우 료이기차생 『三峯集』 卷之一 해석 高人竹爲所 竹與人共淸 고아한 사람이 대나무로 처소 만드니 대나무와 사람이 함께 맑구나. 婆娑月夕影 浙瀝風朝聲 달 뜬 저녁 그림자 흔들흔들거리고 바람부는 아침 소리가 쏴아아 渠心獨自許 苦節乃可貞 내 마음이 홀로 스스로 허용했으니 괴로운 절개 곧 곧을 수 있지. 對此成益友 聊以寄此生 이것을 마주하면 도움되는 친구가 되니 부족하게나..
묵은 뜻 고의(古意) 갑진년(1364)는 여름에 공이 전교주부(典校注簿)로 개경에서 거처할 적에 지었다[甲辰夏, 公以典校注簿, 居開京時作.] 정도전(鄭道傳) 蒼松生道傍 未免斤斧傷 창송생도방 미면근부상 尙將堅貞質 助此爝火光 상장견정질 조차작화광 安得無恙在 直幹凌雲長 안득무양재 직간능운장 時來豎廊廟 屹立充棟樑 시래수랑묘 흘립충동량 夫誰知此意 移種最高岡 부수지차의 이종최고강 我有太古琴 非絲亦非桐 아유태고금 비사역비동 愁來方一彈 冷然滿座風 수래방일탄 냉연만좌풍 物固各有遇 時也獨不同 물고각유우 시야독부동 豐城兩神劍 經年在匣中 풍성량신검 경년재갑중 有氣干牛斗 一朝遇雷公 유기간우두 일조우뢰공 伯牙今何在 知音四海空 백아금하재 지음사해공 『三峯集』 卷之一 해석 蒼松生道傍 未免斤斧傷 묵은 소나무가 길가에서 나서 도끼의 상..
단오날에 느꺼움이 있어 단오일유감(端午日有感) 정도전(鄭道傳) 野父田翁勸酒頻 謂言今日是良辰 頹然醉臥茅簷下 還愧醒吟澤畔人 『三峯集』 卷之二 해석 野父田翁勸酒頻 야부전옹권주빈 시골 농부가 자주 술을 권하며 謂言今日是良辰 위언금일시양진 “오늘이 좋은 날이죠.”라 말하네. 頹然醉臥茅簷下 퇴연취와모첨하 자빠져 고주망태되어 초가집 처마 아래 누웠으니 還愧醒吟澤畔人 환괴성음택반인 도리어 깨어선 읊조려대는 연못가를 거닐던 굴원에게 부끄럽네. 『三峯集』 卷之二 해설 귀양을 간 농촌에서 단오를 맞아 느낌이 있어서 지은 시이다. 농촌의 명절인 단오(端午)를 맞아 시골의 늙은이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삼봉(三峰)에게도 권한다. 주는 술을 받아먹고 술에 취해 초가집 처마 아래에 누워 있으니, 굴원(屈原)..
가을장마 추림(秋霖) 정도전(鄭道傳) 秋霖人自絶 柴戶不曾開 추림인자절 시호부증개 籬落堆紅葉 庭除長綠苔 리락퇴홍엽 정제장록태 鳥寒相竝宿 雁濕遠飛來 조한상병숙 안습원비래 寂寞悲吾道 唯應泥酒杯 적막비오도 유응니주배 『三峯集』 卷之二 해석 秋霖人自絶 柴戶不曾開 가을 장마에 인적이 끊겨 사립문을 일찍 열지 않네. 籬落堆紅葉 庭除長綠苔 울타리엔 붉은 잎이 쌓이고 정원의 섬돌엔 녹색 이끼 자라네. 鳥寒相竝宿 雁濕遠飛來 새는 추워 서로 함께 자고 기러기는 젖어 멀리서 날아 오네. 寂寞悲吾道 唯應泥酒杯 적막하구나 나의 도가 슬프기에 오직 응당 술잔에 고주망태 되련다. 『三峯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가을장마를 노래한 것이다. 가을에 장마가 지니 사람이 다니지 않고,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사립문은 닫아둔 채 열지를 않는다..
도연명의 시를 베끼다 사도시(寫陶詩) 정도전(鄭道傳) 茅簷虛且明 隨意寫陶詩 모첨허차명 수의사도시 陶翁信高士 羲皇乃其儔 도옹신고사 희황내기주 委順大化中 無慮亦無爲 위순대화중 무려역무위 誰言千載遙 同得我心期 수언천재요 동득아심기 珍重尙友志 歲晚莫相違 진중상우지 세만막상위 『三峯集』 卷之一 해석 茅簷虛且明 隨意寫陶詩 처갓집 처마 비고도 밝아서 뜻대로 도연명의 시를 쓰네. 陶翁信高士 羲皇乃其儔 도옹은 진실로 고상한 선비라 복희의 짝이로다. 委順大化中 無慮亦無爲 대화(大化)【넓고 큰 덕화나 교화를 가리킴】의 속에서 순종하니 생각도 없고 또한 함도 없다네. 誰言千載遙 同得我心期 누가 천 년을 멀다 말하리오? 함께 내 마음의 기약을 얻은 것을. 珍重尙友志 歲晚莫相違 진중한 시대를 거슬러 벗삼는 뜻을 나이가 늙어간다 ..
문덕곡 병서(文德曲 幷序) 정도전(鄭道傳) 殿下初卽位, 立經陳紀, 與民更始, 可頌者多矣. 擧其大者, 作開言路保功臣, 正經界定禮樂. 其詞曰: 法宮有儼深九重 一日萬機紛其叢 君王要得民情通 大開言路達四聰 開言路臣所見 我后之德與舜同 聖人受命乘飛龍 多士競起如雲從 協謀效力成厥功 誓以山河保始終 保功臣臣所見 我后之德垂無窮 經界毀矣久不修 強幷弱削相炰烋 我后正之期甫周 倉廩充富民息休 正經界臣所見 烝哉樂豈享千秋 爲政之要在禮樂 近自閨門達邦國 我后定之垂典則 秩然以序和以懌 定禮樂臣所見 功成治定配無極 『三峯集』 卷之二 해석 殿下初卽位, 立經陳紀, 與民更始, 可頌者多矣. 태조께서 막 즉위하셔서 경계를 세우고 기강을 베풀어 백성과 함께 다시 시작하니 노래하는 이들이 많았다. 擧其大者, 作開言路保功臣, 正經界定禮樂. 其詞曰: 그 큰 것을 ..
버들개지야 영유(詠柳) 정도전(鄭道傳) 含煙偏䙚䙚 帶雨更依依 함연편뇨뇨 대우갱의의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傍村初暗淡 臨水轉分明 방촌초암담 림수전분명 向曉雨初霽 鶯兒忽一聲 향효우초제 앵아홀일성 牢落高樓畔 荒涼古驛邊 뢰락고루반 황량고역변 不堪斜日暮 更乃帶殘蟬 불감사일모 갱내대잔선 東門送客處 正値春風時 동문송객처 정치춘풍시 此恨何時盡 年年多別離 一作長新枝 차한하시진 년년다별리 久客未歸去 斜陽獨倚樓 구객미귀거 사양독의루 一聲何處篴 吹折碧江頭 일성하처적 취절벽강두 飄飄如欲近 故故似相隨 표표여욕근 고고사상수 輕薄還無定 難憑贈所思 경박환무정 난빙증소사 皆言舞腰細 復道翠眉長 개언무요세 부도취미장 若敎能一笑 應解斷人腸 약교능일소 응해단인장 『三峯集』 卷之一 해석 含煙偏䙚䙚 帶雨更依依 연기 머금어 한편..
봄날에 사람과 이별하며 송춘일별인(送春日別人) 조운흘(趙云仡) 謫宦傷心涕淚揮 送人兼復送春歸 春風好去無留意 久在人閒學是非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謫宦傷心涕淚揮 적환상심체루휘 귀양 간 벼슬살이에 마음 상해 눈물을 흩뿌리고 送人兼復送春歸 송인겸부송춘귀 사람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봄을 보내네. 春風好去無留意 춘풍호거무류의 봄바람아 잘 가서 머물 뜻 없애야 하니 久在人閒學是非 구재인한학시비 오래되면 인간의 시비를 배울 테니.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봄날 사람을 보내면서 지은 시이다.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서는 이규보(李奎報)의 「송춘음(送春吟)」과 함께 거론하면서 “이규보는 봄이 가는 것을 애석해한다면, 조운흘은 봄이 어서 떠날 것을 권하고 있다. 각각의 시가 독특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봄을 보내는 마음을 노래하다 송춘음(送春吟) 이규보(李奎報) 春向晚送將歸 杳杳悠悠適何處 不唯收拾花紅歸 兼取人顔渥丹去 明年春廻花復紅 丹面一緇誰借與 送春去春去忙 空對殘花頻洒涕 問春何去春不言 黃鸎似代春傳語 鸎聲可聞不可會 不若忘情倒芳醑 好去春風莫廻首 與人薄情誰似汝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 해석 春向晚送將歸 춘향만송장귀 봄이 저문 데로 향해 장차 돌려 보내야 하지만 杳杳悠悠適何處 묘묘유유적하처 아득하고도 그윽하게 어느 곳으로 가는가? 不唯收拾花紅歸 불유수습화홍귀 붉은 꽃을 거두어 갈 뿐 아니라 兼取人顔渥丹去 겸취인안악단거 아울러 사람의 얼굴의 붉은 기운도 가져 가네. 明年春廻花復紅 명년춘회화부홍 이듬해에 봄이 다시 와 꽃도 다시 붉겠지만 丹面一緇誰借與 단면일치수차여 붉은 얼굴이 한 번 새까매지니 누가 빌려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