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삼국&고려 (375)
건빵이랑 놀자
황해도 구월산의 작은 암자에서 짓다 제구월산소암(題九月山小菴) 조운흘(趙云仡) 山中猶在戊辰雪 柳眼初開己巳春 世上榮枯吾已見 此身無恨付窮貧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山中猶在戊辰雪 산중유재무진설 산 속엔 아직도 무진년(1388)의 눈 남아 있지만 柳眼初開己巳春 류안초개기사춘 버들눈이 막 기사년(1389) 봄에 열렸네. 世上榮枯吾已見 세상영고오이견 세상의 영화와 쇠락을 내가 이미 봤기에 此身無恨付窮貧 차신무한부궁빈 이 몸에 곤궁함과 가난함 붙은 걸 한스러워할 것 없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기사(己巳)년 봄에 구월산 작은 암자에서 지은 시이다. 지난해 쌓였던 눈이 아직 남아 있는데, 버들개지가 막 눈을 틔워 봄이 왔음을 알린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攝理)가 아닌가? 인간의 영고성쇠(..
국호 교체기의 혼란을 냇물에 담아 읊다 즉사(卽事) 조운흘(趙云仡) 柴門日午喚人開 徐步林亭坐石苔 昨夜山中風雨在 滿溪流水泛花來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柴門日午喚人開 시문일오환인개 사립문은 대낮에 사람을 불러 열고 徐步林亭坐石苔 서보림정좌석태 천천히 숲의 정자를 걷다가 바위 이끼에 앉네. 昨夜山中風雨在 작야산중풍우재 어젯밤 산 속에 바람과 비가 와서 滿溪流水泛花來 만계류수범화래 시냇가 가득 흐르는 물에 꽃이 떠서 내려오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허균(許筠)의 『성수시화(惺叟詩話)』 20번에 의하면, 석간(石磵) 조운흘(趙云仡)은 고려 때 이미 관직이 현달하였으나 늘그막에는 미친 체하며 세상을 즐기고 지내면서 사평원주(沙坪院主)가 되기를 자청하였다. 하루는 임견미(林堅味)와 염흥방(廉興邦)의 당여(..
누각에 올라서 등루(登樓) 남을 대신해서 짓다[代人作] 이숭인(李崇仁) 西風遠客獨登樓 楓葉蘆花滿眼愁 何處人家橫玉笛 一聲吹斷一江秋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 西風遠客獨登樓 서풍원객독등루 가을바람에 원유하던 나그네 홀로 누각에 올라 楓葉蘆花滿眼愁 풍엽로화만안수 단풍잎과 갈대꽃이 눈에 가득하니 근심스럽네. 何處人家橫玉笛 하처인가횡옥적 어느 곳의 인가에서 옥 젓대 비껴들고 一聲吹斷一江秋 일성취단일강추 한 소리로 불러 한 강의 가을을 끊어내는가?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어느 가을, 먼 길을 가던 길에 누각에 올라 느낀 정회(情懷)를 노래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51쪽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서글프게도 가을이 다시 오다 추회(秋廻) 이숭인(李崇仁) 天末秋廻尙未歸 孤城落照不勝悲 曾陪元鷺趨文陛 今向江湖理釣絲 骨自罹讒成大瘦 詩因放意有新奇 明珠薏苡終須辨 只恐難調長者兒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 天末秋廻尙未歸 천말추회상미귀 하늘 끝이라 가을이 돌아왔지만 아직도 돌아갈 수 없어 孤城落照不勝悲 고성락조불승비 외로운 성의 낙조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네. 曾陪元鷺趨文陛 증배원로추문폐 일찍이 대신(大臣)【원로(鴛鷺): 원추새와 백로인데, 이 두 새는 모습이 한아(閑雅)하고 질서가 있다 하여 조정 반열에 늘어선 백관을 비유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을 모시고 문신의 섬돌에 나아갔다가 今向江湖理釣絲 금향강호리조사 지금은 강호를 향해 와서 낚시줄을 만든다네. 骨自罹讒成大瘦 골자리참성대수 뼈는 스스로 참소에 걸려 매우..
지팡이 짚고 서니 가련한 내 삶 의장(倚杖) 이숭인(李崇仁) 倚杖柴門外 悠然發興長 의장시문외 유연발흥장 四山疑列戟 一水聽鳴璫 사산의렬극 일수청명당 鶴立松丫暝 雲生石竇涼 학립송아명 운생석두량 遙憐十年夢 欵欵此中忙 요련십년몽 관관차중망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 倚杖柴門外 悠然發興長 사립문 밖에서 지팡이 짚으니 그득하게 흥이 길게도 나네. 四山疑列戟 一水聽鳴璫 사방 산은 창을 나열한 듯하고 한 줄기 물은 구슬 울 듯 들리지. 鶴立松丫暝 雲生石竇涼 학이 소나무 가지 갈라진 곳에 서니 어두워졌고 구름이 바위 구멍에서 피어나니 서늘하구나. 遙憐十年夢 欵欵此中忙 아득하고 가련한 10년의 꿈이여. 성실하고도 이 속에서 바빴음이.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상념(想念)에 ..
강남의 버들개지 좋은 만큼 향수병만 커져 강남류(江南柳) 정몽주(鄭夢周) 江南柳江南柳 春風裊裊黃金絲 江南柳色年年好 江南行客歸何時 蒼海茫茫萬丈波 家山遠在天之涯 天涯之人日夜望歸舟 坐對落花空長嘆 空長嘆但識相思苦 肯識此間行路難 人生莫作遠游客 少年兩鬢如雪白 『圃隱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江南柳江南柳 강남류강남류 강남의 버들개지, 강남의 버들개지 春風裊裊黃金絲 춘풍뇨뇨황금사 봄바람에 황금 실 흔들리네. 江南柳色年年好 강남류색년년호 강남의 버들색이 해마다 좋더라도 江南行客歸何時 강남행객귀하시 강남의 나그네 어느 때 돌아가련지? 蒼海茫茫萬丈波 창해망망만장파 푸른 바다 아득히 만 장의 파도 치니 家山遠在天之涯 가산원재천지애 집과 산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있어 天涯之人日夜望歸舟 천애지인일야망귀주 하늘 끝의 사람이 밤낮으로 ..
함경남도의 안변성루에서 안변성루(安邊城樓) 정몽주(鄭夢周) 歸心杳杳入長空 萬里登樓滿帽風 已信此身無定止 明年何處聽秋鴻 『圃隱先生文集』 卷之二 해석 歸心杳杳入長空 귀심묘묘입장공 돌아갈 마음은 아득히 긴 허공에 들어가 萬里登樓滿帽風 만리등루만모풍 만리의 누각에 오르니 모자에 바람만 가득하네. 已信此身無定止 이신차신무정지 이미 이 몸을 믿어 정해 그칠 곳 없으니 明年何處聽秋鴻 명년하처청추홍 내년에 어느 곳에 가을 기러기 소리 들으리오. 『圃隱先生文集』 卷之二 해설 공민왕 12년(1363), 정몽주(鄭夢周)의 나이 27세 때에 동북면지휘사(東北面指揮使)인 한방신(韓方信)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여진 정벌에 종군(從軍)했을 때 지은 시이다. 기구(起句)의 ‘귀심(歸心)’은 포은(圃隱)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어(詩語..
내가 하루는 우연히 ‘예에서 노닐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생각하며 사물을 봄이 매우 어설픈 것은 대개 사물만 감상하다가 본성을 잃을까[玩物喪志]하는 두려움으로 이렇게 되었던 건 아닌가 자책했다. 일반적으로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으니 어찌 하나의 사물이라도 내 본성 내면에 쓰임이 없겠는가. 생물 중 미물로는 자벌레보다 작은 것 없기에 짧은 시를 지어 스스로 경계한다. 여일일 우사유예지훈 자책관물심천 개유완물상지구이치차이 부유물유칙 기유일물지불위오성내지용재 물지미 막미어척확 고작단가이자경(予一日 偶思游藝之訓 自責觀物甚淺 蓋由玩物喪志是懼而致此耳 夫有物有則 豈有一物之不爲吾性內之用哉 物之微 莫微於尺蠖 故作短歌以自儆) 이색(李穡) 尺蠖汝何屈 屈甚折汝骨 척확여하굴 굴심절여골 尺蠖汝何伸 伸甚辱汝身 척확여하신 신심욕여신..
조용히 거처하다가 참된 은둔을 생각하며 유거(幽居) 이색(李穡) 最愛幽居僻 林泉興有餘 최애유거벽 림천흥유여 出門山擁馬 入室酒浮蛆 출문산옹마 입실주부저 園靜宜扶策 窓明快讀書 원정의부책 창명쾌독서 陶然是眞隱 何必賦歸歟 도연시진은 하필부귀여 『牧隱詩藁』 卷之五 해석 最愛幽居僻 林泉興有餘 가장 사랑하는 건 조용히 골짜기에 거처하는 것이니 숲과 샘의 흥은 남음이 있네. 出門山擁馬 入室酒浮蛆 문을 나서면 산이 말을 안고 집에 들어가면 술이 술거품[蛆]이 떠오르네. 園靜宜扶策 窓明快讀書 동산 고요해 마땅히 지팡이 짚고 창은 밝아 쾌활하게 책을 읽지. 陶然是眞隱 何必賦歸歟 취한 기분이야말로【도연(陶然): 술에 취하여 즐거움을 형용한 말로, 도잠(陶潛)의 〈시운(時運)〉 시에, “이 한 잔 둘러 마시고, 도연히 스스로 ..
국화를 보면서 느꺼움이 있어 대국유감(對菊有感) 이색(李穡) 人情那似物無情 觸境年來漸不平 偶向東籬羞滿面 眞黃花對僞淵明 爛熳開時爛熳游 煙紅露綠滿城浮 山齋又是秋風晚 只有黃花映白頭 仁煕殿北白沙岡 駐蹕群臣獻壽觴 病裏苦吟秋又晚 夢中時或侍先王 龍沙漠漠又秋風 衰草連雲落照紅 折得黃花誰上壽 海西千里是行宮 『牧隱詩藁』 卷之十九 해석 人情那似物無情 인정나사물무정 사람의 정이 사물 같아서 무정하랴? 觸境年來漸不平 촉경년래점불평 연래에 닿는 경치마다 점차 불평스러워져. 偶向東籬羞滿面 우향동리수만면 우연히 동쪽 울타리 향해 가니 부끄러움이 낯에 가득하니 眞黃花對僞淵明 진황화대위연명 진짜 노란 국화가 가짜 도연명과 마주했구나. 爛熳開時爛熳游 란만개시란만유 꽃이 활짝 펴서 질펀하게 노니 煙紅露綠滿城浮 연홍로록만성부 연기인 듯 붉은 ..
차가운 바람시 삼수를 섭공소와 함께 지으며 한풍삼수 여엽공소동부(寒風三首 與葉孔昭同賦) 이색(李穡) 寒風西北來 客子思故鄕 한풍서북래 객자사고향 悄然共長夜 燈光搖我床 초연공장야 등광요아상 古道已云遠 但見浮雲翔 고도이운원 단견부운상 悲哉庭下松 歲晩逾蒼蒼 비재정하송 세만유창창 願言篤交誼 善保金玉相 원언독교의 선보금옥상 寒風西北來 日夜吹不休 한풍서북래 일야취불휴 雲飛碧空闊 樹木聲颼颼 운비벽공활 수목성수수 早衙有公事 策馬披重裘 조아유공사 책마피중구 武夫喝官道 心中焦百憂 무부갈관도 심중초백우 何如日三丈 徐起猶蓬頭 하여일삼장 서기유봉두 寒風西北來 漸見層陰結 한풍서북래 점견층음결 坐知風勢闌 又是天欲雪 좌지풍세란 우시천욕설 須臾舞萬鶴 變化眞一瞥 수유무만학 변화진일별 閉戶獨微吟 途中車軸折 폐호독미음 도중거축절 時聞楚石琴 ..
한나라의 역사를 읽고서 독한사(讀漢史) 이색(李穡) 吾道多迷晦 儒冠摠冶容 오도다미회 유관총야용 子雲殊寂寞 伯始自中庸 자운수적막 백시자중용 六籍終安用 三章竟不從 육적종안용 삼동경부종 悠悠千載下 重憶孔明龍 유유천재하 중억공명룡 『牧隱詩藁』 卷之七 해석 吾道多迷晦 儒冠摠冶容 우리의 도는 많이들 헛갈리고 어두워 유학자들이 모두들 용모만을 가꾸네. 子雲殊寂寞 伯始自中庸 자운은 자못 적막하게 행동했고【한(漢)나라 양자운(揚子雲 양웅(揚雄))이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하며 숨어 살면서, “적막(寂寞)으로 덕을 지킨다.”고 자칭하더니, 뒤에 역적(逆賊) 왕망(王莽)에게 벼슬하다가 죄에 걸려 체포를 당하게 되자 높은 누각에서 몸을 던져 떨어졌다. 사람들이, “적막(寂寞)은 투각(投閣)이로다.” 하였다.】 백시는 스스로 중..
늘그막의 회포를 풀어내다 견회(遣懷) 이색(李穡) 倏忽百年半 蒼黃東海隅 숙홀백년반 창황동해우 吾生元跼蹐 世路亦崎嶇 오생원국척 세로역기구 白髮或時有 靑山何處無 백발혹시유 청산하처무 微吟意不盡 兀坐似枯株 미음의부진 올좌사고주 『牧隱詩藁』 卷之二十八 해석 倏忽百年半 蒼黃東海隅 어느새 문득 반백 살로 거친 동해 귀퉁이에 있네. 吾生元跼蹐 世路亦崎嶇 내 삶이란 원래 뒤뚱뒤뚱 걸었고 세상의 길은 또한 기구했지. 白髮或時有 靑山何處無 흰 머리야 혹 이따금 있을 테고 청산은 어느 곳인들 없겠는가? 微吟意不盡 兀坐似枯株 은미하게 읊조리니 뜻이 다함이 없어 허리 펴고 앉으니 마른 나무 같구나. 『牧隱詩藁』 卷之二十八 해설 인생의 만년에 인생을 회고하며 지나온 삶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시이다. 어느새 벌써 오십이다. 동해 구..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을 한탄하며 쓰다 기사(紀事) 이색(李穡) 衣鉢誰知海外傳 圭齊一語尙琅然 邇來物價皆翔貴 獨我文章不直錢 中原豪傑古來多 命也時哉不奈何 獨有冥鴻飛自遠 肯從一面入湯羅 半山節義與文章 高視乾坤獨擅場 只是水淸泥在底 偶因一擾濁無光 『牧隱詩藁』 卷之十三 해석 衣鉢誰知海外傳 의발수지해외전 의발이 누가 해외에 전해질 줄 알았으랴? 圭齊一語尙琅然 규제일어상랑연 규제의 한 마디 말【규재는 원(元)나라의 학자로 한림학사 승지(翰林學士承旨)를 지낸 구양현(歐陽玄)의 호인데, 공민왕(恭愍王) 3년(1354)에 저자가 원나라에 가서 회시(會試)에 응시했던바, 당시 독권관(讀券官)이던 구양현이 저자의 대책문(對策文)을 보고는 대단히 칭상(稱賞)하면서 이갑(二甲) 제이명(第二名)으로 발탁하고 말하기를, “도통(道統)이 ..
동정호에 늦게 낀 아지랑이 동정만애(洞庭晚靄) 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 闊吞吳楚勢無窮 長風吹上黃昏月 銀燭紗籠暗淡中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一點君山夕照紅 일점군산석조홍 한 점의 군산(君山)【동정호 가운데 있는 산】엔 석양빛 비추고 闊吞吳楚勢無窮 활탄오초세무궁 오나라와 초나라【동정호 동남쪽에 있는 두 나라】를 삼킬 듯한 기세가 무궁하구나. 長風吹上黃昏月 장풍취상황혼월 긴 바람 불어오며 황혼의 달 떠오르니 銀燭紗籠暗淡中 은촉사롱암담중 은 촛불이 암담한 중에 비단 주머니에 들어 있는 듯하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이 시는 「동오팔영」을 본떠서 지은 8수 가운데 첫 수인데, 제목에 달린 주에 다음과 같은 저작 배경이 실려 있다. 「동오팔영」은 심약이 지은 것인데, 송나라 송적(宋迪)이 이에 그림을 그려..
새벽에 흥을 즉흥적으로 쓰며 신흥즉사(晨興卽事) 이색(李穡) 湯沸風爐雀噪簷 老妻盥櫛試梅鹽 日高三丈紬衾暖 一片乾坤屬黑甜 『牧隱詩藁』 卷之二十七 해석 湯沸風爐雀噪簷 탕비풍로작조첨 풍로에선 끓고 있고 처마에선 참새 지저귀고 老妻盥櫛試梅鹽 로처관즐시매염 늙은 아내는 세수하고 빗질하며 매실과 소금으로 양념하길[梅鹽] 시도하네. 日高三丈紬衾暖 일고삼장주금난 해가 삼장에 솟아 오르니 가는 이불도 따스하니 一片乾坤屬黑甜 일편건곤속흑첨 한 조각의 천지에서 꿀잠을 자네. 『牧隱詩藁』 卷之二十七 해설 이 시는 새벽에 일어나서 즉흥적으로 지은 시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풍로에서는 물이 끊고 있고 처마에서는 참새가 무리지어 지저귀고 있다. 늙은 아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벌써 세수를 마치고 머리를 빗고서 아침을 위해 음식을 ..
우연히 현재의 만족을 읊조리며 우음(偶吟) 이색(李穡) 桑海眞朝暮 浮生況有涯 상해진조모 부생황유애 陶潛方愛酒 江摠未還家 도잠방애주 강총미환가 小雨山光活 微風柳影斜 소우산광활 미풍류영사 自回遠游意 獨坐賞年華 자회원유의 독좌상년화 『牧隱詩藁』 卷之二十二 해석 桑海眞朝暮 浮生況有涯 뽕밭이 바다되는 건 진실로 아침이 저녁 되는 것 같으니 뜬 삶이 하물며 끝이 있음에랴. 陶潛方愛酒 江摠未還家 도잠은 술을 좋아하고 강총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네【양(梁)나라 문인(文人) 강총(江摠)이 난리를 만나서 고향을 떠나, 그의 외숙이 있는 영남(嶺南)으로 가서 의탁하였는데,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 小雨山光活 微風柳影斜 이슬비가 산빛에 드러나고 미풍이 버들개지 그림자에 비끼네. 自回遠游意 ..
새벽길을 나서며 조행(早行) 이색(李穡) 凌晨問前路 曉色未全分 능신문전로 효색미전분 帶月馬頭夢 隔林人語聞 대월마두몽 격림인어문 樹平連野霧 風細起溪雲 수평연야무 풍세기계운 已過三河縣 丹心祗在君 이과삼하현 단심지재군 『牧隱詩藁』 卷之二 해석 凌晨問前路 曉色未全分 새벽을 타고서 앞길 물으니 새벽빛 온전히 분명치 않네. 帶月馬頭夢 隔林人語聞 달을 두르고 말 머리에서 꿈꾸는데 숲 너머에서 사람들 말소리 들려오네. 樹平連野霧 風細起溪雲 숲은 평평해 들판의 이슬에 연이어져 있고 바람은 미세해 시냇가 구름에서 일어나네. 已過三河縣 丹心祗在君 이미 삼하현【삼하현(三河縣): 본래, 한(漢) 때에는 임구현(臨泃縣)의 땅이었는데, 당 때 와서 석로현(析潞縣)에 삼하현을 설치하였으니, 칠도(七渡), 포구(鮑丘), 임구(臨泃) ..
동정 염흥방에게 예전의 흥취를 부치다 기동정(寄東亭) 이색(李穡) 春深門巷少經過 桃李花開落又多 記得去年亭上坐 一簾踈雨酒生波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春深門巷少經過 춘심문항소경과 봄이 깊은 문과 거리에 지나가는 이 적어 桃李花開落又多 도리화개락우다 복사꽃, 이화꽃 피었다가 떨어진 게 또한 많구나. 記得去年亭上坐 기득거년정상좌 작년에 정자 위에 앉았던 때 기억나니 一簾踈雨酒生波 일렴소우주생파 한 주렴에 여우비 내리고 술은 파도처럼 생겼었지.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이 시는 동정 염흥방에게 준 것으로, 늦은 봄 벗과 함께 술에 취해 흥취(興趣)를 즐기고자 한 시이다. 봄이 깊어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흐드러지게 핀 골목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문득 지난해 봄이 생각난다. 염흥방과 함께 주렴이 한쪽에만 드..
경기도 여주의 한포에서 달을 장난치며 한포롱월(漢浦弄月) 이색(李穡)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고인롱명월 지흠자란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해 지자 모래 더욱 희어지고 구름 옮겨가자 물 더욱 맑아지네.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고상한 사람이 밝은 달을 장난치지만 다만 자란의 생황【자란생(紫鸞笙): 신선이 부는 피리인데, 진자앙(陳子昻)과 이백(李白)의 시(詩)에 있다.】이 없구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시는 이색과 절친한 염흥방(廉興邦)이 천령현으로 귀양 가서 금사리(金沙里)에서 지낸 심정을 함께 지은 「금사팔영」, 가운데 하나로, 한포에서 달을 감상하고 있는 염흥방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니, 달빛을 받아 모래가 더욱..
첩의 박명함에 대해 이백의 운을 사용해서 지으며 첩박명 용태백운(妾薄命 用太白韻) 이곡(李穀) 妾本寒門子 荊釵居白屋 첩본한문자 형채거백옥 美質天所生 兩臉知赬玉 미질천소생 량검지정옥 自倚傾國艶 乃與世人踈 자의경국염 내여세인소 五陵多年少 過者皆停車 오릉다년소 과자개정거 一笑肯輕賣 千金且不收 일소긍경매 천금차불수 以此自愆期 歲月長江流 이차자건기 세월장강류 西風昨夜至 莎雞鳴露草 서풍작야지 사계명로초 紅顏恐消歇 時過不再好 홍안공소헐 시과부재호 生不識人面 長年在深屋 생불식인면 장년재심옥 一爲色所誤 反遭珉欺玉 일위색소오 반조민기옥 憎愛古無常 朝恩暮乃踈 증애고무상 조은모내소 悒悒詠秋扇 望絶登君車 읍읍영추선 망절등군거 金牀爲誰拂 繡被久已收 금상위수불 수피구이수 閨空寒月落 但見螢火流 규공한월락 단견형화류 沉憂暫成夢 依俙闘..
밀직사(密直使) 정3품으로 왕명을 출납하는 대언인 정씨에게 부치다 기정대언(寄鄭代言) 이곡(李穀) 百年心事一扁舟 自笑歸來已白頭 猶有皇朝玉堂夢 不知身在荻花洲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八 해석 百年心事一扁舟 백년심사일편주 백년의 마음과 일을 한 조각배에 실었으니 自笑歸來已白頭 자소귀래이백두 스스로 귀거래했지만 이미 흰 머리 났음이 웃긴다네. 猶有皇朝玉堂夢 유유황조옥당몽 아직도 임금의 홍문관[玉堂]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어 不知身在荻花洲 부지신재적화주 몸이 물억새 꽃 핀 모래톱에 있음을 모르는 구나.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八 해설 이 시는 정대언에게 부친 시로, 귀거래(歸去來) 후(後)의 심사(心思)를 노래한 것이다. 평생의 심사(心事)를 거룻배에 붙였는데, 이제 돌아와 보니 벌써 늙어 버렸다. 그렇게 바라던 전..
어촌집의 벽에 쓰다 제촌사(題村舍) 이곡(李穀) 我欲卜居滄海濱 漁村到處盡堪憐 此家有酒仍多竹 題壁何須問主人 『稼亭先生文集』 卷之二十 해석 我欲卜居滄海濱 아욕복거창해빈 나는 푸른 바닷가에 살 만한 곳을 정하고자 해서 漁村到處盡堪憐 어촌도처진감련 어촌의 도착하는 곳마다 죄다 사랑할 만하네. 此家有酒仍多竹 차가유주잉다죽 이 집엔 술이 있고 따라서 대나무도 많으니 題壁何須問主人 제벽하수문주인 벽에 쓸 적에 어찌 반드시 주인에게 물으리오【대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하루도 차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何可一日無此君〕”라고 말했던 동진(東晉)의 왕휘지(王徽之)가 어느 날 어떤 사대부의 집에 멋있는 대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집에 들르니, 집주인이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왕휘지는 ..
청주를 기행하다가 참군에게 주다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이곡(李穀) 법령이 자잘해져 백성이 괴롭네 古人重畫一 今人好變更 고인중화일 금인호변갱 法令牛毛細 黔蒼魚尾赬 법령우모세 검창어미정 嗟嗟遠游子 爾心胡不平 차차원유자 이심호불평 平生多爲口 慣作東南行 평생다위구 관작동남행 여행길에 목견한 파발마에 그린 희망 逶迤過上黨 千里到韓城 위이과상당 천리도한성 道途多所見 感嘆由中生 도도다소견 감탄유중생 十里五里間 馳傳紛可驚 십리오리간 치전분가경 下馬立道側 過眼知流星 하마립도측 과안지류성 吾疑將德音 布玆南畒氓 오의장덕음 포자남묘맹 백성의 골수까지 빼먹다 或云筭閒口 抽錢及孤惸 혹운산한구 추전급고경 或云籠山野 割地歸兼幷 혹운롱산야 할지귀겸병 訟牒方組織 逃戶連欹傾 송첩방조직 도호연의경 皇華豈謂是 聖人著之經 ..
완산의 최장원에게 부치다 기완산최장원(寄完山崔壯元) 이곡(李穀) 退卧田廬未足多 山川爲界入豪家 筭來猶勝馳名客 萬丈黃埃鬢欲華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五 해석 退卧田廬未足多 퇴와전려미족다 물러나 시골 집에 누워도 대단하기에 부족하니 山川爲界入豪家 산천위계입호가 산천의 경계 지은 곳이 권세가의 집에 들어간 것을. 筭來猶勝馳名客 산래유승치명객 헤아리면 오히려 낫으리. 명예에 내달리는 나그네로 萬丈黃埃鬢欲華 만장황애빈욕화 만 길이의 누런 진흙에 귀밑머리 하얗게 되려는 것보다.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五 해설 완산 최장원에게 부친 시로, 이곡(李穀)의 사대부(士大夫)로서 평소에 지니고 있는 자의식(自意識)이나 관인(官人)으로서의 현실적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관직에서 물러나 시골집에서 한가롭게 누워 지낸다고 자랑할 것이..
강원도 금화군에서 묵으며 숙금성현(宿金城縣) 이곡(李穀) 秋入金城錦不如 千崖萬樹得霜初 林間老屋流亡外 山上磽田賦稅餘 莫厭使華紛傳遽 惟嫌吏弊巧侵漁 閑遊似我猶相擾 深愧淵明獨愛廬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九 해석 秋入金城錦不如 추입금성금불여 가을이 금성에 들어가니 비단 못지 않아 千崖萬樹得霜初 천애만수득상초 온 벼랑과 온 나무가 처음으로 서리 입었네. 林間老屋流亡外 림간로옥류망외 유랑한 바깥엔 숲 사이 오랜 초가집만 있고 山上磽田賦稅餘 산상교전부세여 세금을 낸 나머지는 산 위에 메마른 밭만 있다네. 莫厭使華紛傳遽 막염사화분전거 어지럽게 전하는 사신의 화려함을 싫어하진 마시고 惟嫌吏弊巧侵漁 유혐리폐교침어 오직 교묘하게 물고기를 침탈하는 아전의 피폐함을 싫어하오. 閑遊似我猶相擾 한유사아유상요 한가롭게 유랑함에도 나도 ..
청명절 후에 성남에 나가 서산의 눈을 바라보며 청명후출성남망서산설(淸明後出城南望西山雪) 이곡(李穀) 今朝偶上第三橋 春晚西山雪未消 恠底東風吹不力 近山麰麥有春苗 肉林高處酒池深 春雪餘威不敢侵 天本於人無厚薄 民今相食是何心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八 해석 今朝偶上第三橋 금조우상제삼교 오늘 아침에 우연히 제3교에 오르니 春晚西山雪未消 춘만서산설미소 봄이 늦어 서쪽 산에 눈 녹지 않았네. 恠底東風吹不力 괴저동풍취불력 괴이한 것은 봄바람 불지만 힘이 없어 近山麰麥有春苗 근산모맥유춘묘 근처 산에 보리가 봄싹인 걸. 肉林高處酒池深 육림고처주지심 고기숲 높은 곳은 술 연못도 깊으니 春雪餘威不敢侵 춘설여위불감침 봄 눈의 남은 위엄 감히 침범치 못하네. 天本於人無厚薄 천본어인무후박 하늘은 본래 사람에게 두터움과 엷음이 없지만 民..
황궁의 홍도문(鴻都門) 안에 세운 학교에서 홍도문학(鴻都門學) 이곡(李穀) 欲挽皇王至治廻 石渠白虎昔曾開 鴻都亦是修文地 何用雕虫鳥篆才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五 해석 欲挽皇王至治廻 욕만황왕지치회 천황의 지극한 다스침을 돌리려 끌려 하여 石渠白虎昔曾開 석거백호석증개 석거와 백호가 예전에 일찍이 회의를 열었었지【한나라 선제(宣帝)와 장제(章帝)가 각각 석거각(石渠閣)과 백호관(白虎觀)에서 학사(學士)들과 함께 친히 오경(五經)을 강론하며 『석거의주(石渠議奏)』와 『백호의주(白虎議奏)』를 펴낸 유명한 고사가 있다.】. 鴻都亦是修文地 홍도역시수문지 홍도문의 학교도 또한 문학을 연마하는 곳인데 何用雕虫鳥篆才 하용조충조전재 어째서 문장 수식하는【조충조전(雕虫鳥篆): 벌레나 새 발자국 모양으로 생겨서 알아보기 힘든 전서..
시골 아낙의 탄식 전부탄 이수(田婦歎 二首) 이달충(李達衷) 霖雨連旬久未炊 門前小麥正離離 待晴欲刈晴還雨 謀飽爲傭飽易飢 夫死紅軍子戍邊 一身生理正蕭然 插竿冠笠雀登頂 拾穗擔筐蛾撲肩 『霽亭先生文集』 卷之一 今田家爲偶人立田中, 以懼鳥雀. 鳥雀知其非眞不去, 登其頂. 해석 霖雨連旬久未炊 림우연순구미취 장마가 열흘동안 이어져 오래도록 밥불 못 땠는데 門前小麥正離離 문전소맥정리리 문 앞의 작은 보리는 정히 쭉쭉 솟아 있네[離離]. 待晴欲刈晴還雨 대청욕예청환우 개길 기다려 베려 했는데 개었다가 다시 비오니 謀飽爲傭飽易飢 모포위용포이기 배 부르길 도모하려 해도 게을러 배부름이 쉬이 배고파져. 夫死紅軍子戍邊 부사홍군자수변 남편은 홍건적에 죽고 아들은 변방에 수자리 가 一身生理正蕭然 일신생리정소연 한 몸의 삶이 정히 쓸쓸하네...
7월 4일에 집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고서 칠월사일득가서(七月四日得家書) 이곡(李穀) 去國已五月 今朝始得書 거국이오월 금조시득서 得之不敢拆 書中道何如 득지불감탁 서중도하여 平安無他語 旅懷今始舒 평안무타어 려회금시서 菽水歡自足 箕斗名亦虗 숙수환자족 기두명역허 誰能更拘束 吾當返吾廬 수능갱구속 오당반오려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四 해석 去國已五月 今朝始得書 나라 떠난 지 이미 5개월에서야 오늘 아침에 비로소 편지 받았네. 得之不敢拆 書中道何如 받았지만 감히 뜯지 못한 것은 편지 속에 어떤 것을 말했는지 平安無他語 旅懷今始舒 평안하다 하고 다른 말 없으니 나그네 회포가 이제 처음으로 풀어지네. 菽水歡自足 箕斗名亦虗 콩죽이나 물의 기쁨【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어버이를 극진히 봉양하는 자식의 기쁨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벗에게 편지를 주며 증우인(贈友人) 최림(崔林) 白日有朝暮 靑山無古今 백일유조모 청산무고금 一尊榮辱外 相對細論心 일존영욕외 상대세론심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白日有朝暮 靑山無古今 흰 해는 아침저녁에 다름이 있지만 청산은 고금에 다름이 없지. 一尊榮辱外 相對細論心 하나의 영욕 바깥의 술로 서로 마주하고 세세히 마음을 논해보세.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시는 친구에게 주는 시로, 경박한 세정(世情)을 초월하여 청산(靑山)처럼 변함없는 우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이다. 아침이면 밝은 빛을 드러내다가 저녁이 되면 빛이 사라져 어둡게 되는 저 태양은 영화와 치욕이 반복되는 인간사(人間事)와 흡사하다. 그러나 청산(靑山)은 아침저녁은 물론이고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변함이 없다...
시골의 힘겨운 삶을 읊으며 촌중시사운(村中時事韻) 민사평(閔思平) 村中對案淚霑衣 只爲今年省見稀 촌중대안루점의 지위금년성견희 男困有心逃戶籍 女飢無力借隣機 남곤유심도호적 녀기무력차린기 催租酷吏頻持牒 乞食窮兒每到扉 최조혹리빈지첩 걸식궁아매도비 且問當時誰任責 欲言非職恨身微 차문당시수임책 욕언비직한신미 無義生猶死 有心榮亦枯 무의생유사 유심영역고 忍看邦本瘁 鞭背無完膚 인간방본췌 편배무완부 志士慕高舜 難忘畎畝中 지사모고순 난망견무중 負暄琴在膝 可以和南風 부훤금재슬 가이화남풍 『及菴先生詩集』 卷之一 해석 村中對案淚霑衣 마을에서 책상 대하니 눈물이 옷을 적시는 것은 只爲今年省見稀 다만 올해엔 성친(省親)을 드물게 해서이지. 男困有心逃戶籍 남자는 곤궁해져 호적에서 빠질 마음이 있고 女飢無力借隣機 여자는 굶주려 이웃 베틀 ..
민지【민지(澠池) : 현재의 하남성(河南省) 의양현(宜陽縣) 서쪽에 있는 못. 전국 시대 진 소왕(秦昭王)은 조(趙) 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사신을 보내어 민지(澠池)에 모여 우호를 다지자고 하였다. 이때 조왕은 음흉한 진 나라를 두려워하여 가지 않으려고 하자 인상여(藺相如)는 “가지 않으면 조 나라의 약점을 보이는 것입니다.” 하니, 조왕은 부득이 상여를 대동하고 가서 모였었다.】에서 민지(澠池) 이제현(李齊賢) 強秦若翼虎 懦趙眞首鼠 강진약익호 나조진수서 特會非同盟 安危在此擧 특회비동맹 안위재차거 藺卿膽如斗 杖劍立左右 인경담여두 장검립좌우 叱咤生風雷 萬乘自擊缶 질타생풍뢰 만승자격부 桓桓百萬兵 一言有重輕 환환백만병 일언유중경 廉頗伏高義 犬子慕遺名 염파복고의 견자모유명 駕言池上遊 去我今幾秋 가언지상유 거..
황토점(黃土店) 충선왕이 참소를 받아 스스로 해명하지 못하고 귀양갔다는 걸 듣고서[聞上王見譖, 不能自明] 이제현(李齊賢) 世事悠悠不忍聞 荒橋立馬忽忘言 幾時白日明心曲 是處靑山隔淚痕 燒棧子房寧負信 翳桑靈輒早知恩 傷心無術身生翼 飛到雲宵一叫閽 ⇒해석보기 咄咄書空但坐愁 式微何處是菟裘 十年艱險魚千里 萬古升沈貉一丘 白日西飛魂正斷 碧江東注淚先流 滿門簪履無雞狗 飽德如吾死合羞 ⇒해석보기 寸腸氷炭亂交加 一望燕山九起嗟 誰謂鱣鯨困螻蟻 可憐蟣蝨訴蝦蟇 才微杜漸顏宜赭 責重扶顚髮已華 萬古金縢遺冊在 未容群叔誤周家 『益齋亂稿』 卷第二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원나라로 가는 길의 서글픈 감정 감회(感懷) 이제현(李齊賢) 旅枕雞號夢易廻 征鞍欲拂思悠哉 霜風浙瀝貂裘弊 星月闌干畫角哀 淸渭却思浮葉去 玄都非爲看花來 孟嘗賓客皆珠履 豈必三千摠俊才 枕肱茅店夜三更 矯首金臺路幾程 苦節頗同彈鋏客 芳年已過棄繻生 窮通有命悲親老 緩急非才愧主明 畢竟行藏誰與問 滿窓霜月獨鍾情 半世雕蟲恥壯夫 中年跨馬倦征途 杯盤草草燈花落 關塞迢迢曉月孤 華表未歸千載鶴 上林誰借一枝烏 有錢徑買澆腸酒 莫使詩班入鬢鬚 長卿去蜀曾題柱 鄒子遊梁得曳裾 奔走無功合投劾 交遊似夢惜離居 未拚蓑笠盟鷗鳥 已分圖書養蠹魚 一望鄕關時自笑 百年天地亦蘧廬 『益齋亂稿』 卷第二 해석 旅枕雞號夢易廻 려침계호몽이회 나그네 꿈꾸다가 닭이 울자 꿈이 쉬이 깨어 征鞍欲拂思悠哉 정안욕불사유재 나아가는 안장은 떨치려 하지만 생각만은 그윽하네. 霜風浙瀝貂裘弊 상풍..
고정산에 올라 백안 승상을 떠올리며 고정산(高亭山) 백안【백안(伯顔): 원대(元代) 초기에 세조(世祖) 홀필렬(忽必烈)의 신하로 송 나라를 공벌하는 공을 세웠고 그 후 태부(太傅)까지 지냈다.】 승상이 군대를 주둔시켰던 곳에서[伯顏丞相駐軍之地] 이제현(李齊賢) 江上山如淡掃眉 人家處處槿花籬 停舟欲問松間寺 策杖先窺竹下池 帆影暮連芳草遠 鍾聲曉出白雲遲 憑欄一望三吳小 像想將軍立馬時 『益齋亂稿』 卷第一 해석 江上山如淡掃眉 강상산여담소미 강 위의 산은 담담히 쓴 눈썹 같고 人家處處槿花籬 인가처처근화리 인가 곳곳엔 무궁화꽃 울타리네. 停舟欲問松間寺 정주욕문송간사 배를 멈추고 소나무 속 사찰을 물으려다가 策杖先窺竹下池 책장선규죽하지 지팡이 짚고 먼저 대나무 연못 바라보네. 帆影暮連芳草遠 범영모연방초원 돛대 그림자는 저물..
길 위에서 로상(路上) 촉에서 연나라로 돌아오면서[自蜀歸燕] 이제현(李齊賢) 馬上行吟蜀道難 今朝始復入秦關 碧雲暮隔魚鳧水 紅樹秋連鳥鼠山 文字剩添千古恨 利名誰博一身閑 令人最憶安和路 竹杖芒鞋自往還 『東文選』 卷之十五 해석 馬上行吟蜀道難 마상행음촉도난 말 타고 다니며 『촉도난』을 읊조리다가 今朝始復入秦關 금조시부입진관 오늘 아침에 비로소 다시 진나라(원나라) 관문에 들어가네. 碧雲暮隔魚鳧水 벽운모격어부수 푸른 구름은 저물녁에 어부(魚鳧)【어부(魚鳧): 잠총과 어부는 촉왕(蜀王)의 시조라고 전해진다】의 물을 가리고 있고 紅樹秋連鳥鼠山 홍수추연조서산 붉은 나무는 가을이라 조서산에 연이어져 있네. 文字剩添千古恨 문자잉첨천고한 문자는 여유롭게 천고의 한을 더하고 利名誰博一身閑 리명수박일신한 이익과 명예를 누가 일신의 ..
금강산 이절(金剛山二絶) 이제현(李齊賢) 보덕굴(普德窟) 陰風生巖曲 溪水深更綠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倚杖望層巓 飛簷駕雲木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목 마하연암(摩訶演菴) 山中日亭午 草露濕芒屨 산중일정오 초로습망구 古寺無居僧 白雲滿庭戶 고사무거승 백운만정호 『益齋亂稿』 卷第三 해석 보덕굴(普德窟) 陰風生巖曲 溪水深更綠 음산이 바람이 바위 굽은 곳에서 생기고 시냇물은 깊어 더욱 푸르네. 倚杖望層巓 飛簷駕雲木 지팡이 짚고 층층한 봉우리 바라보니 나는 듯한 처마가 구름 낀 나무 타는 구나. 마하연암(摩訶演菴) 山中日亭午 草露濕芒屨 산 속 해는 정오에 다다랐는데 풀은 젖어 짚신마저 적셨네. 古寺無居僧 白雲滿庭戶 옛 사찰엔 거처하는 스님도 없어도 흰 구름만이 정원과 사찰에 가득해라. 해설 이 시는 금강산의 보덕굴과 마하연..
천력 3년 5월에 강릉도 존무사의 명령을 받고 이달 30일에 개성에서 출발해 백령역에 묵으며 야밤에 비 내리니 감회가 있어서 천력삼년오월 수강릉도존무사지명 시월삼십일 발송경 숙백령역 야반우작유회(天曆三年五月 受江陵道存撫使之命 是月三十日 發松京 宿白嶺驛 夜半雨作有懷) 안축(安軸) 讀書求道竟無成 自愧明時有此行 但盡迂踈施實學 敢將崖異盜虛名 民生塗炭知難救 國病膏肓念可驚 耿耿枕前眠未穩 卧聞山雨注深更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讀書求道竟無成 독서구도경무성 책을 읽어 도를 구했지만 마침내 성취함이 없었으니 自愧明時有此行 자괴명시유차행 스스로 밝은 시대에 이런 행실이 부끄럽기만 하네. 但盡迂踈施實學 단진우소시실학 다만 우활하고 서투름을 다해 실학을 실시하려 하니 敢將崖異盜虛名 감장애리도허명 감히 남과 다름【애이(崖異)..
십일 임단역에 묵으면서 십일숙임단역(十日宿林丹驛) 안축(安軸) 黃昏投古館 數戶閉柴扉 황혼투고관 수호폐시비 隔岸人猶語 棲林鳥已稀 격안인유어 서림조이희 幽窓多鬱氣 暖堗挫寒威 유창다울기 난돌좌한위 年儉困供億 寧敎妻子肥 년검곤공억 녕교처자비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黃昏投古館 數戶閉柴扉 황혼에 옛 여관에 투숙하니 몇 집의 사립문 닫혀 있네. 隔岸人猶語 棲林鳥已稀 언덕 너머의 사람은 오히려 말하나 숲에 깃든 새는 이미 드물다네. 幽窓多鬱氣 暖堗挫寒威 깊은 창엔 울적한 기운이 많고 따뜻한 구들엔 추운 기운 꺾였네. 年儉困供億 寧敎妻子肥 흉년들어 구휼함【공억(供億): 가난한 사람들을 구휼하여 안심시킴. ‘억(億)’은 안(安)의 뜻.】이 곤궁하니 어찌 처자를 살찌게 할 수 있으리오.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
삼척의 죽서루에 올라 삼척서루(三陟西樓) 안축(安軸) 죽장고사(竹藏古寺) 脩篁歲久盡成圍 手種居僧今已非 禪榻茶軒深不見 穿林翠羽獨知歸 암공청담(巖控淸潭) 流川爲陸陸爲川 有底淸潭獨不然 看取奔灘停滀處 奇巖削立重難遷 의산촌사(依山村舍) 傍山煙火占孤村 竹下紅桃臥守門 力穡田夫皆惜日 戴星服役返乘昏 와수목교(臥水木橋) 一木搖搖跨石灘 望來惟恐蹈波瀾 居民足與心曾熟 如過平途不細看 ⇒ 해석보기 우배목동(牛背牧童) 仰空吹笛快軒眉 牛背身無掩脛衣 家在山前陂隴隔 雨天行趁暮鴉歸 롱두엽부(壟頭饁婦) 婦具農飧自廢飧 曉來心在夏畦間 壟頭日午催行邁 餉了田夫信步還 림류수어(臨流數魚) 樓下淸潭窟穴空 游魚育卵粟排紅 莘莘衆尾知多少 前數無窮後亦同 격장호승(隔墻呼僧) 聳壑郡樓臨水府 隔墻禪舍倚巖叢 愛僧眞趣無人會 十里茶煙颺竹風 『謹齋先生集』 卷之一 ⇒ 해석보..
관목역 정자에서 쓰며 제관목역정(題灌木驛亭) 안축(安軸) 彤雲赤日火鎖空 傍岸團茅在眼中 珍重成林百年樹 坐來分我一襟風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彤雲赤日火鎖空 동운적일화쇄공 붉은 구름과 붉은 해과 붉게 매인 허공 傍岸團茅在眼中 방안단모재안중 언덕 곁에 둥근 초가집이 눈 안에 있네. 珍重成林百年樹 진중성림백년수 귀중하게 숲을 이룬 백년 된 나무들이 坐來分我一襟風 좌래분아일금풍 앉아 있노라면 나에게 한 옷깃의 바람을 나눠준다네.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관목역에 있는 정자(亭子)에 올라 느낀 정회(情懷)를 기록한 것으로, 강렬한 색채감을 느끼게 하는 시이다. 석양(夕陽)녘이라 구름도 붉고 해도 붉어 하늘이 온통 붉다. 하늘을 보다가 언덕에 시선이 닫자, 언덕 위로 둥근 초가집이 보인다. 다시 시선을 ..
해당화 둑길을 거닐며 해당(海棠) 안축(安軸) 海棠花發白沙堤 紅艶紛紛沒馬蹄 時復行間六七里 忽聞枝上鷓鴣啼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海棠花發白沙堤 해당화발백사제 해당화가 모래사장 둑에서 피어 紅艶紛紛沒馬蹄 홍염분분몰마제 붉고 고운 해당화가 어지럽게 말발굽에 파묻혀 있네. 時復行間六七里 시부행간육칠리 이따금 다시 가는 사이 6~7리에 忽聞枝上鷓鴣啼 홀문지상자고제 갑작스레 가지 위에서 자고새 우는 소리 들리네.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여름날 해당화가 많이 피어 있는 동해 바닷가를 말을 타고 지나면서 지은 시이다. 여름철, 붉은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백사장 둑길을 말을 타고 지나가는데, 꽃잎이 땅에 떨어져 말발굽에 묻힌다. 가다가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6, 7리 길을 가노라니, 그때 갑자기 ..
사사 정오품 벼슬인 직랑 이임종이 옛 터전으로 돌아가 은둔함을 전송하며 송이림종직랑 귀구은(送李林宗直郞 歸舊隱) 최해(崔瀣) 我欲歸歟久未歸 君胡去矣復來斯 衣冠恰似倡優戲 升斗爭敎妻子肥 却羡已收匡國策 自憐苦乏買山貲 百年後有知音在 不用題詩淚滿衣 『東文選』 卷之十五 해석 我欲歸歟久未歸 아욕귀여구미귀 나도 돌아가려 하지만 오래되어 돌아가지 못하는데 君胡去矣復來斯 군호거의부래사 그대는 어찌 떠났다가 다시 이곳에 왔는가? 衣冠恰似倡優戲 의관흡사창우희 의관은 흡사 배우 같고 升斗爭敎妻子肥 승두쟁교처자비 쌀의 홉과 말로 다투어 처자를 살찌게 하네. 却羡已收匡國策 각이이수광국책 도리어 이미 나라를 거두어 바르게 할 방책이 부끄럽기만 하고 自憐苦乏買山貲 자련고핍매산자 스스로 괴롭게 산을 살 돈【매산자(買山貲): 진(晉)나라..
기유 삼월 체직한 후에 짓다 기유삼월체관후작(己酉三月褫官後作) 최해(崔瀣) 分將踈懶掩柴關 十日無人一往還 懷古誰憐空好古 愛閑自覺不如閑 風來樹影低簷暗 雨送苔痕上砌斑 尙友前修眞枉尺 有時捬卷仰高山 『東文選』 卷之十五 해석 分將踈懶掩柴關 분장소라엄시관 분수에 장차 어설프고 게을러 시립문 닫으니 十日無人一往還 십일무인일왕환 열흘동안 오고 가는 사람 없네. 懷古誰憐空好古 회고수련공호고 옛 것을 회고하니 누가 부질없이 옛 것을 좋아한다 가련히 여길 것이고 愛閑自覺不如閑 애한자각불여한 한가함을 사랑해 스스로 한가함만 못하다는 깨달았네. 風來樹影低簷暗 풍래수영저첨암 바람 불어 나무 그림자 밑 처마는 그늘지고 雨送苔痕上砌斑 우송태흔상체반 비 내려 이끼 흔적 위 섬돌이 얼룩지네. 尙友前修眞枉尺 상우전수진왕척 거슬러 앞선 현인..
관리의 수탈만 없다면 곳곳이 이상향일 텐데 도원가(桃源歌) 진화(陳澕) 丱角森森 東海之蒼煙 紫芝曄曄 南山之翠巓 等是當時避秦處 桃源最號爲神仙 溪流盡處山作口 土膏水軟多良田 紅狵吠雲白日晚 落花滿地春風顚 鄕心斗斷種桃後 世事只說焚書前 坐看草樹知寒暑 笑領童孩忘後先 漁人一見卽回棹 煙波萬古空蒼然 君不見江南村 竹作戶花作藩 淸流涓涓寒月漫 碧樹寂寂幽禽喧 所恨居民產業日零落 縣吏索米將敲門 但無外事來相逼 山村處處皆桃源 此詩有味君莫棄 寫入郡譜傳兒孫 『梅湖遺稿』 해석 丱角森森 東海之蒼煙 관각삼삼 동해지창연 쌍상투 뿔 빼곡한 동해에 푸른 아지랑이 紫芝曄曄 南山之翠巓 자지엽엽 남산지취전 푸른 지초 반짝이는 남산의 푸른 봉우리. 等是當時避秦處 등시당시피진처 이와 같이 당시에 진나라를 피할 곳은 桃源最號爲神仙 도원최호위신선 도원이 가장 일..
월계사에서 저물녁에 바라보며 월계사만조(月桂寺晚眺) 진화(陳澕) 小樓高倚碧孱顏 雨後登臨物色閑 帆帶綠煙歸遠浦 潮穿黃葦到前灣 水分天上眞身月 雲漏江邊本色出 客路幾人閑似我 曉來吟到晚鴉還 『梅湖遺稿』 해석 小樓高倚碧孱顏 소루고의벽잔안 작은 누각은 높다랗게 푸른 험한 산[孱顏]에 기대 雨後登臨物色閑 우후등림물색한 비 온 뒤에 오르니 물색이 아름답네. 帆帶綠煙歸遠浦 범대록연귀원포 돛대가 푸른 안개 띠어 먼 포구로 돌아가고 潮穿黃葦到前灣 조천황위도전만 조수가 노란 갈대 뚫고 앞의 만에 도달하네. 水分天上眞身月 수분천상진신월 물은 하늘 위의 온전한 달을 나누고 雲漏江邊本色出 운루강변본색출 구름은 강가에서 원래의 색을 발출함을 새어내네. 客路幾人閑似我 객로기인한사아 나그네 길에서 몇 사람이나 나처럼 한가할꼬? 曉來吟到晚鴉..
개성에서 경도(京都) 진화(陳澕) 小雨朝來捲細毛 浴江初日暈紅濤 千門撲地魚鱗錯 雙闕攙天鷙翼高 吳苑裌衣晴闘草 漢宮仙袂醉分桃 多慙每忝金閨侍 與倚淸香捧赭袍 『東文選』 卷之十四 해석 小雨朝來捲細毛 소우조래권세모 보슬비 아침에 내리다가 작은 털처럼 걷히니 浴江初日暈紅濤 욕강초일훈홍도 강에 목욕한 첫 해가 붉은 파도에 무리지네. 千門撲地魚鱗錯 천문박지어린착 일 천 집들이 땅을 치니 물고기 비닐이 어지러운 듯하고 雙闕攙天鷙翼高 쌍궐참천지익고 쌍쌍의 궁궐이 하늘을 찌르니 수리 날개가 높다란 듯하네. 吳苑裌衣晴闘草 오원겹의청투초 오원의 겹옷은 갠 날에 풀 싸움하고【투초(鬪草): 풀싸움. 풀을 뜯어다가 맞춰보며 우열을 다투는 놀이로서 음력 5월 5일 단오절에 이 놀이를 하였다.】 漢宮仙袂醉分桃 한궁선몌취분도 한궁의 신선 소..
버들개지 유(柳) 진화(陳澕) 鳳城西畔萬條金 句引春愁作瞑陰 無限光風吹不斷 惹烟和雨到秋深 『梅湖遺稿』 해석 鳳城西畔萬條金 봉성서반만조금 서울 서쪽 언덕의 뭇 가지들 句引春愁作瞑陰 구인춘수작명음 봄의 근심을 끌어들여[句引] 그늘 만들었네. 無限光風吹不斷 무한광풍취부단 무한한 빛줄기의 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대 惹烟和雨到秋深 야연화우도추심 낀 안개와 온화한 비가 깊은 가을에 이르게 하네. 『梅湖遺稿』 해설 이 시는 버들을 노래한 영물시(詠物詩)로, 버들을 정의적(情意的) 존재로 인격화하여 노래하였다. 이제현(李齊賢)의 『역옹패설(櫟翁稗說)』에 “당(唐)나라 이상은(李商隱)의 버들시에 ‘일찍이 봄바람과 함께 춤자리를 쓸었고, 맑은 원림에 놀면서 이별하는 사람 보기도 했는데, 어쩌다가 즐겨 가을까지 왔는가, 석양..
쥐를 놓아주는 이유 방서(放鼠) 이규보(李奎報) 人盜天生物 爾盜人所盜 인도천생물 이도인소도 均爲口腹謀 何獨於汝討 균위구복모 하독어여토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六 해석 人盜天生物 爾盜人所盜 사람은 하늘이 낸 사물을 훔치는데 너는 사람이 훔친 걸 훔치네. 均爲口腹謀 何獨於汝討 고르게 입과 배의 도모함을 위함이지만 어찌 홀로 너에게만 죽이는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六 해설 이 시는 쥐를 놓아주며 지은 것이다. 이규보는 만물은 다 독자적 존재이유를 지니고 있다고 여겼다. 쥐가 인간의 양식을 훔쳐 가는데도 쥐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다는 쥐나 사람이나 모두 먹기 위한 행위로 간주하여, 사람은 천생의 물건을 훔치고 쥐는 사람이 훔친 것을 또 훔친다고 하였던 것이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이중민의 바지를 꿰매는 아내를 보고서 놀리며 희이군중민봉군(戱李君中敏縫裙) 이규보(李奎報) 踏破香紈雪色裙 誰家帳底弄文君 細君愼勿加針線 又向巫山染雨雲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五 해석 踏破香紈雪色裙 답파향환설색군 향내나는 비단의 눈색 바지가 밟다 터지니 誰家帳底弄文君 수가장저롱문군 누구 집 휘장 아래서 탁문군【탁문군(卓文君): 한(漢) 나라 임공(臨邛)의 부호인 탁왕손(卓王孫)의 딸로 무척 미인이었는데, 일찍이 과부가 되어 집에 있을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그 집 잔치에 가서 거문고를 타며 음률을 좋아하는 탁문군의 마음을 돋우니 문군이 거문고 소리에 반하여 밤중에 집을 빠져 나와 사마상여의 아내가 되었다 한다. 『사기(史記)』 卷11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을 놀렸는가? 細君愼勿加針線 세군신물가침선..
군수 몇 사람이 장물죄를 지었다는 걸 듣고서 문군수수인이장피죄(聞郡守數人以贓被罪) 이규보(李奎報) 歲儉民幾死 唯殘骨與皮 세검민기사 유잔골여피 身中餘幾肉 屠割欲無遺 신중여기육 도할욕무유 君看飮河鼴 不過滿其腹 군간음하언 부과만기복 問汝將幾口 貪喫蒼生肉 문여장기구 탐끽창생육 『東國李相國後集』 卷第十 해석 歲儉民幾死 唯殘骨與皮 흉년들어 백성이 몇 사람이나 죽었는지, 오직 남은 건 뼈와 살뿐. 身中餘幾肉 屠割欲無遺 몸 속 남은 살은 얼마던가? 베어내려 해봤자 남은 것 없는 걸. 君看飮河鼴 不過滿其腹 그대 보아라. 물가 두더지가 마시더라도 그 배를 채우는 데 지나는 않는 것을. 問汝將幾口 貪喫蒼生肉 너에게 묻노니, 장차 몇 명의 입이 백성의 육체를 탐내어 먹어대는가? 『東國李相國後集』 卷第十 해설 이 시는 군수(郡..
햅쌀 노래 신곡행(新穀行) 이규보(李奎報) 一粒一粒安可輕 係人生死與富貧 我敬農夫如敬佛 佛猶難活已飢人 可喜白首翁 又見今年稻穀新 雖死無所歉 東作餘膏及此身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 一粒一粒安可輕 일립일립안가경 한 알 한 알 어찌 가벼울꼬? 係人生死與富貧 계인생사여부빈 사람의 생사와 부귀가 달려 있는 걸. 我敬農夫如敬佛 아경농부여경불 내가 농부 공경하길 부처 공경하는 것처럼 하지만 佛猶難活已飢人 불유난활이기인 부처가 오히려 이미 주린 사람을 살리긴 어렵다네. 可喜白首翁 가희백수옹 흰 머리의 농부 기뻐할 만한 것은 又見今年稻穀新 우견금년도곡신 또한 올해의 햅쌀 보아서지. 雖死無所歉 수사무소겸 비록 죽더라도 부족할 게 없는 것은 東作餘膏及此身 동작여고급차신 농사【동작(東作)“ 봄에 시작하는 일로 봄 경작(耕作..
여뀌의 백로 요화백로(蓼花白鷺) 이규보(李奎報) 前灘富魚蝦 有意劈波入 전탄부어하 유의벽파입 見人忽驚起 蓼岸還飛集 견인홀경기 료안환비집 翹頸待人歸 細雨毛衣濕 교경대인귀 세우모의습 心猶在灘魚 人噵忘機立 심유재탄어 인도망기립 『東文選』 卷之四 해석 前灘富魚蝦 有意劈波入 앞 여울엔 물고기와 조개가 넉넉해 뜻이 있어 파도 쪼개고 들어가다가 見人忽驚起 蓼岸還飛集 사람을 보고 갑자기 일어나 날아서 여뀌 언덕으로 돌아와 날아 모이지. 翹頸待人歸 細雨毛衣濕 목을 들고서 사람이 돌아가길 기다리니 이슬비에 깃털 적셔지네. 心猶在灘魚 人噵忘機立 마음은 아직도 여울 물고기에 있는데 사람은 ‘기미를 잊고서 서 있구나’라고 말들 하네. 『東文選』 卷之四 해설 이 시는 각월(覺月)이라는 스님이 거처하는 방 안의 족자에 여뀌꽃이 핀 ..
봄날에 산 속 사찰을 방문하며 춘일방산사(春日訪山寺) 이규보(李奎報) 風和日暖鳥聲喧 垂柳陰中半掩門 滿地落花僧醉臥 山家猶帶太平痕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四 해석 風和日暖鳥聲喧 풍화일난조성훤 바람은 부드럽고 햇빛은 따스하며 새 소리는 시끄러우니 垂柳陰中半掩門 수류음중반엄문 드리운 버들개지 그늘 속에 반쯤 문이 닫혀 있네. 滿地落花僧醉臥 만지락화승취와 땅 가득한 낙화엔 스님이 취해 누워 있으니 山家猶帶太平痕 산가유대태평흔 산 사찰엔 오히려 태평의 흔적을 띠고 있구나.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四 해설 봄날 산속의 절을 찾은 감회를 읊고 있다. 바람이 온화하고 햇볕은 따스하며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는 봄, 산사(山寺)를 찾아왔다. 그 산사의 정경은 버드나무 가지가 치렁치렁 늘어진 그늘 아래로 문이 반쯤 닫혀 있다..
정월대보름에 등롱을 켜놓고서 등롱시(燈籠詩) 이규보(李奎報) 五色雲中拜玉皇 壓頭星月動寒芒 都人不覺天文爛 遙認銀燈爍爍光 紗籠剪水分珠蚌 金殿移天掛玉蟾 炤遍鳳城渾不夜 雞人應誤漏壺籤 絳碧紗籠菡萏開 龍膏吐暈紫煙迴 憑渠好續常生焰 萬歲千年炤壽盃 金燈吐焰透紅紗 日散千暉暈曉霞 四海一家天子聖 瑞光看取百枝花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三 해석 五色雲中拜玉皇 오색운중배옥황 오색 구름 속에서 옥황께 배알(拜謁)하니 壓頭星月動寒芒 압두성월동한망 머리를 압도하는 별과 달이 차가운 별빛 움직이게 하네. 都人不覺天文爛 도인불각천문란 서울 사람이 하늘의 별빛이 반찍이는 건 깨닫지 못하고 遙認銀燈爍爍光 요인은등삭삭광 아득히 은빛 등만이 반짝반짝이는 빛이라 착각한다네. 紗籠剪水分珠蚌 사롱전수분주방 비단에 싼 등롱은 물을 가른 조개 속 진주 나..
기미(1199)년 5월 모일에 지주사 최공 댁에서 석류꽃의 온 잎사귀가 만개하여 세상에 드물게 보이는 것이라 특별히 내한 이인로와 내한 김극기와 류원 이담지와 사직 함순과 나를 불러 운을 정하여 지으라 명하였다. 기미오월일 지주사최공택 천엽류화성개 세소한견 특환이내한인로 김내한극기 이유원담지 함사간순급여 점운명부운(己未五月日 知奏事崔公宅 千葉榴花盛開 世所罕見 特喚李內翰仁老 金內翰克己 李留院湛之 咸司直淳及予 占韻命賦云) 이규보(李奎報) 玉顔初被酒 紅暈十分侵 옥안초피주 홍훈십분침 葩複鍾天巧 姿嬌挑客尋 파복종천교 자교도객심 爇香晴引蝶 散火夜驚禽 설향청인접 산화야경금 惜𧰟敎開晚 誰知造物心 석염교개만 수지조물심 (自況予晚達)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九 해석 玉顔初被酒 紅暈十分侵 옥 같은 얼굴로 처음 술 취해 불그스..
동명왕 주몽의 이야기 동명왕편(東明王篇) 이규보(李奎報) 元氣判𣳎渾 天皇地皇氏 十三十一頭 體貌多奇異 其餘聖帝王 亦備載經史 女節感大星 乃生大昊摯 女樞生顓頊 亦感瑤光暐 伏羲制牲犧 燧人始鑽燧 生蓂高帝祥 雨粟神農瑞 靑天女媧補 洪水大禹理 黃帝將升天 胡髥龍自至 太古淳朴時 靈聖難備記 後世漸澆漓 風俗例汰侈 聖人間或生 神迹少所示 漢神雀三年 孟夏斗立巳 漢神雀三年四月甲寅 海東解慕漱 眞是天之子 本記云 夫余王解夫婁老無子 祭山川求嗣 所御馬至鯤淵 見大石流淚 王怪之 使人轉其石 有小兒金色蛙形 王曰 此天錫我令胤乎 乃收養之 名曰金蛙 立爲太子 其相阿蘭弗曰 日者天降我曰 將使吾子孫 立國於此 汝其避之 東海之濱有地 號迦葉原 土宜五穀 可都也 阿蘭弗勸王移都 號東夫余 於舊都 解慕漱爲天帝子來都 初從空中下 身乘五龍軌 從者百餘人 騎鵠紛襂襹 淸樂動鏘洋 彩雲浮..
천마산에 더부살이하며 짓다 북산잡제(北山雜題) 이규보(李奎報) 欲試山人心 入門先醉奰 욕시산인심 입문선취비 了不見喜慍 始覺眞高士 료불견희온 시각진고사 高巓不敢上 不是憚躋攀 고전불감상 불시탄제반 恐將山中眼 乍復望人寰 공장산중안 사부망인환 山花發幽谷 欲報山中春 산화발유곡 욕보산중춘 何曾管開落 多是定中人 하증관개락 다시정중인 山人不浪出 古徑蒼苔沒 산인불랑출 고경창태몰 應恐紅塵人 欺我綠蘿月 응공홍진인 기아록라월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二 해석 欲試山人心 入門先醉奰 산 사람의 마음을 시험하려 문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취한 척하며 화내지만 了不見喜慍 始覺眞高士 끝내 기뻐함과 화냄을 드러내지 않으니 비로소 참된 고사임을 깨닫게 됐네. 해설 이규보는 24세 되던 해 가을에 부친상을 당한 뒤 천마산에 우거(寓居)하였는데, ..
들판을 거닐며야보(野步) 진화(陳澕) 小梅零落柳僛垂 閑踏靑嵐步步遅 漁店閉門人語少 一江春雨碧絲絲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小梅零落柳僛垂소매영락류기수작은 매화 지고 버들개지 늘어져閑踏靑嵐步步遅 한답청람보보지 한가롭게 푸른 이내를 밟으니 걸음마다 느리기만 해. 漁店閉門人語少어점폐문인어소물고기 가게 문을 닫자 사람 말소리 적어졌고一江春雨碧絲絲일강춘우벽사사한 강의 봄비는 푸른 빗줄기라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이 시는 봄날 들길을 걸으며 흥취(興趣)를 읊은 것이다. 매화는 떨어지고 버들이 어지러이 드리운 봄, 한가로이 흥취에 젖어 걷고 있다. 느릿느릿 걷다 보니 어촌 마을인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만나 잠시 주막에 들었는데, 주막은 문이 닫힌 채 아무도 없는 듯 사람 말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머..
강 위에 달 뜬 밤에 손님 탄 배를 바라보며 강상월야 망객주(江上月夜 望客舟) 이규보(李奎報) 官人閑捻笛橫吹 蒲蓆凌風走似飛 天上月輪天下共 自疑私載一船歸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 官人閑捻笛橫吹 관인한념적횡취 벼슬아치들이 한가롭게 젓대 잡고 비껴 불어대니 蒲蓆凌風走似飛 포석릉풍주사비 부들자리 돛배가 바람을 타고서 나는 듯 달리네. 天上月輪天下共 천상월륜천하공 하늘 위 달이 천하를 공유하지만 自疑私載一船歸 자의사재일선귀 스스로 혼자만 한 배에 실고서 돌아간다 착각하겠지.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설 달밤에 강 위를 지나가고 있는 배를 보고 읊은 시이다. 강가에서 달 밝은 밤 지나가는 배를 보니, 벼슬아치가 할 일이 없이 한가로이 젓대불고 있다. 하늘엔 보름달이 떠 온 천하를 비추고 있건만, 벼슬아치는 ..
종형에게 부치다 기종형(寄從兄) 임춘(林椿) 自從避地便忘歸 夜夢時時入試闈 要使家聲今復振 靑雲相伴鶺鴒飛 『西河先生集』 卷第三 해석 自從避地便忘歸 자종피지변망귀 피난지로 와서부터 곧 돌아가길 잊었지만 夜夢時時入試闈 야몽시시입시위 밤 꿈엔 이따금 시험장에 들어가곤 하네. 要使家聲今復振 요사가성금부진 바라기는 집의 명성을 이제 다시 떨치려 한다면 靑雲相伴鶺鴒飛 청운상반척령비 청운길에 서로 형제[鶺鴒]가 따라 날아가야 하리. 『西河先生集』 卷第三 해설 이 시는 사촌형에게 보낸 것으로, 무신난(武臣亂) 전(前) 구 귀족사회에서 별로 저항 없이 보유해 왔던 지배귀족계급다운 의식이 무신(武臣) 지배라는 막강한 저항을 만나 난파(難破)당하자, 다시 가문(家門)을 일으키고자 하는 가문의식(家門意識)이 잘 반영된 노래이다...
꿈에 대해 읊조리다 영몽(詠夢) 임춘(林椿) 疏慵多是泥春天 頻到香閨玉枕前 詩榻夜凉風斷續 倡樓日晏酒拘牽 一塲曾把浮生比 千里長將別恨傳 更爲等閑拋世慮 近來還繞故山川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 疏慵多是泥春天 소용다시니춘천 소홀해지고 게을러져 많이들 봄날에 취해 頻到香閨玉枕前 빈도향규옥침전 향내 나는 규방의 옥색 베개 앞에 자주 당도했지. 詩榻夜凉風斷續 시탑야량풍단속 시 짓는 상에선 밤에 서늘한데다 바람마저 불었다 말았다 倡樓日晏酒拘牽 창루일안주구견 노래하는 누각에선 해 저물자 술을 끌어대었지. 一塲曾把浮生比 일장증파부생비 일장춘몽을 일찍이 뜬 삶에 잡아서 비유하고 千里長將別恨傳 천리장장별한전 천리의 장거리는 장차 이별의 한 전하네. 更爲等閑拋世慮 갱위등한포세려 다시 마음에 두지 않고【등한(等閑): 마음에 두지 않..
병 들어 느껴지는 소회가 있어서 병중유감(病中有感) 임춘(林椿) 年年虛過試闈開 臨老猶堪矍鑠哉 科第由來求俊士 公卿誰肯薦非才 長鯨欲奮波濤竭 病鶴思飛羽翮摧 舊有江東隱居地 自憐頭白好歸來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 年年虛過試闈開 년년허과시위개 해마다 부질없이 과거시험 열리는 때 보내느라 臨老猶堪矍鑠哉 림로유감확삭재 늙었음에도 오히려 젊은 이 같이 왕성할 수 있겠는가? 科第由來求俊士 과제유래구준사 과거란 예로부터 준걸한 선비를 구하는 것이니 公卿誰肯薦非才 공경수긍천비재 공경 중 누가 기꺼이 재주 없는 나를 천거하랴? 長鯨欲奮波濤竭 장경욕분파도갈 큰 고래가 뛰려 해도 파도는 말랐고 病鶴思飛羽翮摧 병학사비우핵최 병든 학이 날려 생각해도 깃털이 부러졌구나. 舊有江東隱居地 구유강동은거지 예전에 강동에 은거할 땅이 있었으니 ..
늦봄에 꾀고리 소리를 듣고서 모춘문앵(暮春聞鶯) 임춘(林椿) 田家葚熟麥將稠 綠樹時聞黃栗留 似識洛陽花下客 殷勤百囀未能休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田家葚熟麥將稠 전가심숙맥장조 시골집에 오디 익고 보리 장차 풍족히 익으니 綠樹時聞黃栗留 록수시문황률류 푸른 나무 이따금 꾀꼬리【황율류(黃栗留): 꾀꼬리를 말한다. 황리류(黃鸝留), 황리(黃鸝)라고도 한다. 『시경』 주남(周南) 「갈담(葛覃)」의 “황조우비(黃鳥于飛)”에 대해 육기(陸機)가 소(疏)에서 “황조는 ‘황리류(黃鸝留)’인데 어떤 이는 ‘황율류’라고도 한다. 황율류(黃栗留)는 오디가 익을 때에 날아와서 뽕나무 사이를 엿본다.”라고 하였다.】 소리 들려온다. 似識洛陽花下客 사식락양화하객 낙양 꽃 아래의 손님을 안다는 듯이 殷勤百囀未能休 은근백전미능휴 은근히 ..
시를 쓰다 든 감회에 서회(書懷) 임춘(林椿) 詩人自古以詩窮 顧我爲詩亦未工 何事年來窮到骨 長飢却似杜陵翁 『西河先生集』 卷第二 해석 詩人自古以詩窮 시인자고이시궁 시인은 자고로 시 때문에 곤궁해진다던데 顧我爲詩亦未工 고아위시역미공 나를 돌이켜보면 시를 지음이 또한 기교 있지 못하네. 何事年來窮到骨 하사년래궁도골 어떠한 일로 해마다 곤궁함이 뼈에 이르는지, 長飢却似杜陵翁 장기각사두릉옹 기나긴 굶주림이 도리어 두보와 흡사하네. 『西河先生集』 卷第二 해설 이 시는 곤궁한 자신의 삶에 대한 마음을 서술한 것이다. 예부터 시인들은 시 때문에 곤궁(困窮)했다고 하는데, 나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곤궁하면서도 시 또한 잘 짓지 못하고 있다. 어쩐 일로 수년간 이렇게 곤궁할까? 오래 힘든 생활을 한 두보(杜甫)와 내 ..
이담지에게 먹을 빌리며 부치다 기담지걸묵(寄湛之乞墨) 임춘(林椿) 吾窮正坐詩 袖手久已縮 오궁정좌시 수수구이축 但恐身後名 同腐草與木 단공신후명 동부초여목 晚學揚子雲 草玄在天祿 만학양자운 초현재천록 隃麋不見賜 未奏三千牘 유미불견사 미주삼천독 念昔家未破 嘗寶松煙馥 념석가미파 상보송연복 正患墨磨人 豈暇歎未足 정환묵마인 기가탄미족 如今篋笥貧 牢落無餘蓄 여금협사빈 뢰락무여축 君得東坡法 油煙收幾掬 군득동파법 유연수기국 歲月儻可支 分我一寸玉 세월당가지 분아일촌옥 『西河先生集』 卷第一 해석 吾窮正坐詩 袖手久已縮 내가 곤궁히 정자세로 앉아 시를 쓸 적에 소매 속 손은 오래되어 이미 수척해졌지. 但恐身後名 同腐草與木 다만 걱정되는 건 사후에 이름이 초목과 함께 썩는 거라네. 晚學揚子雲 草玄在天祿 느지막이 양자운을 배우려는데..
연등회에서 등석(燈夕) 이인로(李仁老) 風細不敎金燼落 更長漸見玉虫生 須知一片丹心在 欲助重瞳日月明 谷寒未放金鶯囀 風峭難敎海燕來 須信帝城春色早 銀花千樹徹宵開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風細不敎金燼落 풍세불교금신락 바람이 약해 금빛 불꽃으로 하여금 떨어지지 않게 하고 更長漸見玉虫生 경장점견옥충생 시간이 오래 되어 점차 녹는 촛농【옥충(玉蟲): 등화(燈花) 혹은 등화(燈火)를 뜻한다.】 보겠구나. 須知一片丹心在 수지일편단심재 필시 알겠네.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 있어 欲助重瞳日月明 욕조중동일월명 겹눈동자인 해와 달의 밝음을 도우려 하는 구나. 谷寒未放金鶯囀 곡한미방금앵전 골짜기 차갑기에 금빛 꾀꼬리 울어댐을 방사하지 못하고 風峭難敎海燕來 풍초난교해연래 바람이 거세기에 바다의 제비로 하여금 오기 어렵게 하네. 須信..
네 명의 벗에게 보내다 증사우(贈四友) 이인로(李仁老) 昔在文陣間 爭名勇先購 석재문진간 쟁명용선구 吾甞避銳鋒 君亦飽毒手 오상피예봉 군역포독수 如今厭矛楯 相逢但呼酒 여금염모순 상봉단호주 宜停雙鳥鳴 須念兩虎闘 右詩友林耆之 『東文選』 卷之四 의정쌍조명 수념량호투 해석 昔在文陣間 爭名勇先購 예전에 문인 속에 있을 적에 이름과 용맹을 다투어 먼저 내걸려 했지. 吾甞避銳鋒 君亦飽毒手 나는 일찍이 날카로운 붓날을 피했지만 그대는 또한 서슬퍼런 비판 마셨지. 如今厭矛楯 相逢但呼酒 지금은 모순 따지는 게 싫어 서로 만나면 다만 술로 불러 宜停雙鳥鳴 須念兩虎闘 다만 두 마리 새의 울음소리 멎게 하고 반드시 두 호랑이의 싸움(이인로와 임춘)을 생각해보게나. 여기까지 시벗 임춘에 관한 것이다[右詩友林耆之] 『東文選』 卷之四 ..
지리산을 떠돌아다니며 유지리산(遊智異山) 이인로(李仁老) 頭流山逈暮雲低 萬壑千巖似會稽 策杖欲尋靑鶴洞 隔林空聽白猿啼 樓臺縹渺三山遠 苔蘚依俙四字題 始問仙源何處是 落花流水使人迷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 頭流山逈暮雲低 두류산형모운저 두류산 깊고 저녁 구름 낮은 곳 萬壑千巖似會稽 만학천암사회계 온 골짜기와 온 바위들이 회계산【회계산(會稽山): 사안(謝安)이 은거했던 곳이다】 같네. 策杖欲尋靑鶴洞 책장욕심청학동 지팡이 짚고 청학동을 찾고 싶은데 隔林空聽白猿啼 격림공청백원제 숲 너머에선 부질 없이 흰 원숭이 울음소리 들려오네. 樓臺縹渺三山遠 누대표묘삼산원 누대는 아련하고 삼산【삼산(三山): 신선이 산다는 세 산을 말함】은 멀며 苔蘚依俙四字題 태선의희사자제 이끼 낀 네 자 글귀 희미하네. 始問仙源何處是 시문선원하처시 ..
늦봄 모춘(暮春) 이인로(李仁老) 老來心事向春慵 睡起空驚落絮風 紅雨濛濛簾捲處 靑陰漠漠鳥啼中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老來心事向春慵 노래심사향춘용 늙으니 심사가 봄이 옴에도 게을러 睡起空驚落絮風 수기공경락서풍 자다 일어나 부질없이 버들개지 바람에 떨어지는 것에 놀라네. 紅雨濛濛簾捲處 홍우몽몽렴권처 주렴 걷은 곳에 붉은 비 부슬부슬 내리고 靑陰漠漠鳥啼中 청음막막조제중 새 우는 속에 푸른 구름 아득하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 어떤 인위적 조작도 없는 늦은 봄 자연 그대로의 정취(情趣0를 읊은 노래이다. 봄이 오면 모든 만물들은 생동하게 되는데, 오히려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가 봄잠에 일어나 바람결에 흔들리는 버들개지를 보고 놀란다. 발을 걷으니 해질녘이라 붉은 꽃잎이 내리고 짙은 그늘 아래에선 새가 지저귀고..
반월성에 서서 반월성(半月城) 이인로(李仁老) 孤城微彎像半月 荊棘半掩猩㹳穴 鵠嶺靑松氣欝葱 雞林黃葉秋蕭瑟 自從大阿倒柄後 中原鹿死何人手 江女空傳玉樹花 春風幾拂金堤柳 『東文選』 卷之六 해석 孤城微彎像半月 고성미만상반월 외로운 성의 조금 굽은 모양새가 반달 모양새이고 荊棘半掩猩㹳穴 형극반엄성오혈 가시나무가 날다람쥐 굴을 반절 가렸네. 鵠嶺靑松氣欝葱 곡령청송기울총 송악산의 푸른 소나무의 기운이 울창하고【신라 말기(末期)에 최치원(崔致遠)이 고려 태조 왕건(王建)에게 글을 보냈는데, “곡령의 푸른 솔이요, 계림의 누른 잎이라.” 하는 문구가 있었다. 이것은 “송도(松都)는 일어나고 경주(慶州)는 망하리라.”는 뜻이다.】 雞林黃葉秋蕭瑟 계림황엽추소슬 경주의 누런 잎사귀는 가을이 쓸쓸하기만 하네. 自從大阿倒柄後 자종대..
눈병에 걸려병목(病目) 오세재(吳世才) 老與病相期 窮年一布衣 로여병상기 궁년일포의 玄花多掩翳 紫石少光輝 현화다엄예 자석소광휘 怯照燈前字 羞看雪後暉 겁조등전자 수간설후휘 後看金牓罷 閉目學忘機후간금방파 폐목학망기 『櫟翁稗說 後集』 二 해석老與病相期 窮年一布衣 늙음과 병은 서로를 기다려 말년에도 한 명의 포의라네. 玄花多掩翳 紫石少光輝 눈동자【현화(玄花): 눈의 동자를 말한다.】엔 덮여진 것 많아 눈동자【자석(紫石): 눈의 동자를 말한다.】엔 빛줄기 적어져怯照燈前字 羞看雪後暉 도리어 등불 앞 글자 비추기 두렵고 눈 내린 후의 비춰보며 공부하기 부끄럽네. 後看金牓罷 閉目學忘機후에 합격자 명단 보길 그만 두고 눈 감고 기미 잊길 배우려네. 『櫟翁稗說 後集』 二 해설실로 대단한 집념이다. 노년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
단월역에서 술 취해 자다 깨고서 단월역(團月驛) 정지상(鄭知常) 飮闌欹枕畫屛低 夢覺前村第一雞 却憶夜深雲雨散 碧空孤月小樓西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飮闌欹枕畫屛低 음란의침화병저 술자리 파하고 그림병풍 밑의 베개에 기대었다가 夢覺前村第一雞 몽각전촌제일계 앞마을 첫 닭 울음소리에 꿈에서 깼네 却憶夜深雲雨散 각억야심운우산 도리어 생각나니, 깊은 밤 구름과 비【운우(雲雨): 남녀의 교정을 말한다. 『문선(文選)』 송옥(宋玉)의 고당부서(高唐賦序)에 “옛날에 선왕이 고당(高唐)에 노닐 적에 피곤하여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부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첩(妾)은 무산(巫山)의 계집으로 고당의 나그네가 되었는데 임금께서 고당에 노닌다는 말을 듣고서 침석(枕席)을 모시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하므로 왕이 가까이했다. 이윽..
술기운에 취후(醉後) 정지상(鄭知常) 桃花紅雨鳥喃喃 繞屋靑山閒翠嵐 一頂烏紗慵不整 醉眠花塢夢江南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桃花紅雨鳥喃喃 도화홍우조남남 복숭아꽃 내린 비에 새는 지저귀고 繞屋靑山閒翠嵐 요옥청산한취람 집을 에워싼 청산엔 푸른 이내 껴있네. 一頂烏紗慵不整 일정오사용부정 정수리의 오사모【오사모(烏紗帽): 관복(官服)을 입을 때 쓰던 사(紗)로 만든 벼슬아치의 모자이다.】는 게을러 정돈치 않고 醉眠花塢夢江南 취면화오몽강남 고주망태되어 꽃 언덕에서 자니 강남 꿈에 나오네. 해설 이 시는 술에 취한 시인의 취한 모습과 그 몽상적 분위기를 잘 살려 쓴 작품이다. 구성은 늦봄의 화사한 정경을 묘사한 전반부와 그러한 상황에서 취해 흥에 겨워하는 작자의 모습을 형용한 후반부로 되어 있다. 복사꽃이 떨어지는 것..
새 눈 신설(新雪) 정지상(鄭知常) 昨夜紛紛瑞雪新 曉來鵷鷺賀中宸 輕風不起陰雲捲 白玉花開萬樹春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昨夜紛紛瑞雪新 작야분분서설신 어젯밤 어지럽게 상서로운 눈 새로워 曉來鵷鷺賀中宸 효래원로하중신 새벽에 뭇 관리【원로(鵷鷺): 원추새와 백로. 이 새의 모습이 한아(閑雅)하다 하여, 조정에 늘어선 백관들의 질서 정연함을 이르는 말임.】들이 와서 천자【중신(中宸): 신(宸)은 하늘인데 황제를 의미한다. 중(中)은 중국이라는 뜻이니 중신(中宸)이라면 중국 황제라는 뜻이다.】께 경하드리네. 輕風不起陰雲捲 경풍불기음운권 가벼운 바람도 일지 않고 검은 구름마저 걷혀 白玉花開萬樹春 백옥화개만수춘 백옥 같은 꽃 피고 온 나무엔 봄인 듯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시는 벼슬에 나아간 지 얼마 되지 않..
살구꽃 행화(杏花) 최유청(崔惟淸) 平生最是戀風光 今日花前興欲狂 願借漆園胡蝶夢 遶枝攀蘂恣飛揚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平生最是戀風光 평생최시련풍광 평생토록 최고인 것은 풍광을 가련히 여기는 것이라 今日花前興欲狂 금일화전흥욕광 오늘은 살구꽃 앞에서 흥이 미칠 듯이 일어나네. 願借漆園胡蝶夢 원차칠원호접몽 원컨대 칠원【장자(莊子)를 말한다. 장자(莊子)가 일찍이 몽(蒙)이란 땅에서 칠원(漆園 옻나무를 심는 밭)의 벼슬아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의 호접몽에 빙의하여 遶枝攀蘂恣飛揚 요지반예자비양 가지를 돌고 꽃술을 타오르며 멋대로 날아다니고파.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시는 행화(杏花)를 보고 읊은 시로, 권세나 부귀에 미련이 없이 천성대로 살고 싶은 마음을 노래하..
10일에 상서 함순(咸淳)을 불러 함께 마시려 했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느꺼워하며 십일 욕초함상서동음 문기선거유감(十日 欲招咸尙書同飮 聞其仙去有感) 정습명(鄭襲明) 十日秋香未必衰 登高意欲共傾巵 舊遊伴侶今無在 獨有黃花尙滿籬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十日秋香未必衰 십일추향미필쇠 9월 10일인데도 가을향내 옅어지지 않아 登高意欲共傾巵 등고의욕공경치 높이 올라 속으로 함께 술잔 기울이려 했지. 舊遊伴侶今無在 구유반려금무재 예전에 함께 놀던 짝은 이제 없지만 獨有黃花尙滿籬 독유황화상만리 유독 누런 국화만이 아직도 울타리에 가득한 걸.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시는 열흘날 함상서(咸淳)를 초대하여 함께 술을 마시려 하였더니,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느낌이 있어 지은 시로, 지나친 상정(傷情)에 몰입하지 ..
등고사【등고사(登高寺): 평안도 강서(江西)의 무학산(舞鶴山)에 있는 절 이름.】에서 짓다제등고사(題登高寺) 정지상(鄭知常) 石逕崎嶇苔錦斑 錦苔行盡入禪關地應碧落不多遠 僧與白雲相對閑日暖燕飛來別殿 月明猿嘯響空山丈夫本有四方志 吾豈匏瓜繫此閒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石逕崎嶇苔錦斑석경기구태금반돌길 울퉁불퉁하고 금빛 이끼 반짝이니錦苔行盡入禪關금태행진입선관금빛 이끼 다 걸어 사찰문에 들어가네.地應碧落不多遠지응벽락불다원땅은 하늘【벽락(碧落): 하늘이라는 뜻의 도가(道家) 용어이다.】과 맞닿아 많이 멀지 않고僧與白雲相對閑승여백운상대한스님은 흰 구름과 서로 한가롭게 대하네.日暖燕飛來別殿일난연비래별전해가 따뜻하니 제비가 날아서 별전으로 오고月明猿嘯響空山월명원소향공산달이 밝으니 원숭이 울어대어 빈 산에 올리네.丈夫本有四方志장부..
기생에게 주며증기(贈妓) 정습명(鄭襲明) 百花叢裏淡丰容 忽被狂風减却紅獺髓未能醫玉頰 五陵公子恨無窮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百花叢裏淡丰容백화총리담봉용뭇 꽃떨기 속의 담박하고도 아리따운 모습이忽被狂風减却紅홀피광풍감각홍문득 미친 바람 맞아 도리어 붉은빛 옅어졌구나.獺髓未能醫玉頰달수미능의옥협수달의 골수【달수(獺髓): 수달의 뼈 속에 든 기름으로 생채기를 낫게 하는 데 쓰이는 명약(名藥)이라 한다. 『습유기(拾遺記)』 삼국(三國) 때에 오(吳) 나라 임금 손화(孫和)가 달빛 아래서 수정여의(水精如意)를 춤추다가 잘못하여 등부인(鄧夫人)의 얼굴에 상처를 내어 피가 흘렀는데, 태의(太醫)가 말하기를, “달수를 구하여 옥과 호박(琥珀) 가루를 섞어서 바르면 흉터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 흰 수달의 골(白獺髓)을 ..
소악부(小樂府) 이제현(李齊賢) 그물에 걸린 참새 새끼가 가엾어라拘拘有雀爾奚爲 觸着網羅黃口兒眼孔元來在何許 可憐觸網雀兒癡 님 오실 날이 되니 정신이 번쩍鵲兒籬際噪花枝 喜子床頭引網絲余美歸來應未遠 精神早已報人知⇒해석보기 수양버들 드리운 개울가에서浣紗溪上傍垂楊 執手論心白馬郎縱有連詹三月雨 指頭何忍洗餘香 애써 지은 수확을 먹어치우는 참새黃雀何方來去飛 一年農事不曾知鰥翁獨自耕耘了 耗盡田中禾黍爲⇒해석보기 죽마고우와 채마밭에 들어가서脫却春衣掛一肩 呼朋去入菜花田東馳西走追蝴蝶 昨日嬉遊尙宛然 옛 처용 노인네를 그리며新羅昔日處容翁 見說來從碧海中貝齒赬唇歌夜月 鳶肩紫袖舞春風⇒해석보기 조각한 닭에 어머니는 방긋木頭雕作小唐鷄 筯子拈來壁上棲此鳥膠膠報時節 慈顏始似日平西 우리의 이별에도 나는 일편단심縱然巖石落珠璣 纓縷固應無斷時與郞千載相離別 ..
소악부(小樂府)④ 이제현(李齊賢) 조각한 닭에 어머니는 방긋木頭雕作小唐鷄 筯子拈來壁上棲此鳥膠膠報時節 慈顏始似日平西 우리의 이별에도 나는 일편단심縱然巖石落珠璣 纓縷固應無斷時與郞千載相離別 一點丹心何改移 그대 그리는 내 마음憶君無日不霑衣 政似春山蜀子規爲是爲非人莫問 只應殘月曉星知 『益齋亂稿』 卷第四 해석 조각한 닭에 어머니는 방긋 木頭雕作小唐鷄목두조작소당계나무 머리에 작고 당돌한 닭을 조각하여筯子拈來壁上棲저자념래벽상서젓가락으로 집어 와서 벽 위에 데려다 놨네. 此鳥膠膠報時節차조교교보시절이 새가 울어대며 시절을 알리니慈顏始似日平西자안시사일평서어머님【자안(慈顔): ① 자비로운 얼굴 ② 어머니의 용모 ③ 웃어른의 얼굴】이 비로소 해가 질 적 같구나. 우리의 이별에도 나는 일편단심 縱然巖石落珠璣종연암석락주기가령 바위가..
소악부(小樂府)③ 이제현(李齊賢) 죽마고우와 채마밭에 들어가서脫却春衣掛一肩 呼朋去入菜花田東馳西走追蝴蝶 昨日嬉遊尙宛然 옛 처용 노인네를 그리며新羅昔日處容翁 見說來從碧海中貝齒赬唇歌夜月 鳶肩紫袖舞春風 해석 죽마고우와 채마밭에 들어가서 脫却春衣掛一肩탈각춘의괘일견봄옷을 벗어 한쪽 어깨에 걸치고呼朋去入菜花田호붕거입채화전친구 불러 채마밭으로 들어가니東馳西走追蝴蝶동치서주추호접동분서주하며 호랑나비 쫓던 일이昨日嬉遊尙宛然작일희유상완연어제 즐기며 놀던 것 같이 아직도 생생하구나. 옛 처용 노인네를 그리며 新羅昔日處容翁신라석일처용옹옛날 신라의 처용【처용(處容): 신라 헌강왕(憲康王)이 학성(鶴城)에 유람하고 개운포(開雲浦)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기이한 형상과 괴상한 의복 차림으로 임금 앞에 나아가 노래 부르고 춤..
소악부(小樂府)② 이제현(李齊賢) 수양버들 드리운 개울가에서浣紗溪上傍垂楊 執手論心白馬郎縱有連詹三月雨 指頭何忍洗餘香 애써 지은 수확을 먹어치우는 참새黃雀何方來去飛 一年農事不曾知鰥翁獨自耕耘了 耗盡田中禾黍爲 해석 수양버들 드리운 개울가에서 浣紗溪上傍垂楊완사계상방수양수양버들 드리운 개울가에서執手論心白馬郎집수논심백마랑손잡고 마음 얘기한 백마 탄 낭군.縱有連詹三月雨종유연첨삼월우만약 섣달 동안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로도指頭何忍洗餘香지두하인세여향손끝에 남은 향기를 어찌 씻으랴. 애써 지은 수확을 먹어치우는 참새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누런 참새야 어느 방향에서 오가며 날아다니기에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부증지일 년의 농사일 일찍이 알지 못한 채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홀아비 홀로 스스로 밭 갈고 김매며 마쳤는데耗盡田中禾黍爲..
소악부(小樂府)① 이제현(李齊賢) 그물에 걸린 참새 새끼가 가엾어라 拘拘有雀爾奚爲 觸着網羅黃口兒 眼孔元來在何許 可憐觸網雀兒癡 님 오실 날이 되니 정신이 번쩍 鵲兒籬際噪花枝 喜子床頭引網絲 余美歸來應未遠 精神早已報人知 해석 그물에 걸린 참새 새끼가 가엾어라 拘拘有雀爾奚爲 구구유작이해위 사물에 얽매인 참새야 너는 어째서 觸着網羅黃口兒 촉착망라황구아 그물에 걸린 참새 새끼【황구아(黃口兒): 참새의 새끼를 말한다.】가 되었는가? 眼孔元來在何許 안공원래재하허 눈동자는 원래 무엇에 허용함에 있는 것이니, 可憐觸網雀兒癡 가련촉망작아치 가련쿠나! 그물에 걸려든 참새 새끼의 어리석음이여. 님 오실 날이 되니 정신이 번쩍 鵲兒籬際噪花枝 작아리제조화지 까치는 울타리 곁에서 꽃가지를 시끄럽게 하고 喜子床頭引網絲 희자상두인망사 ..
김구용의 일생과 시를 짓던 모습약재유고서(若齋遺稿序) 정도전(鄭道傳) 손님이 알려준 김구용의 일생道傳一日得亡友若齋遺稿若干卷, 泣且讀, 因濡翰書其端曰: “此東國詩人金敬之所作也.” 書未訖, 客詰之曰: “金先生學術行義, 豈但詩人而止歟? 先生生世族, 幼而聰敏, 旣就學, 與圃隱鄭公,陶隱李公及故正言李順卿, 義愛尤篤, 朝夕講論切磋不少怠, 吾東方義理之學, 蓋由數公倡之也. 國家崇重正學, 更張舊制, 增廣生員. 宰相韓山李公主盟師席, 拔薦名儒爲學官, 而先生以佗官兼直講. 諸生執經受業, 列于席前, 雖告休沐, 從而質問者相繼于家, 多所進益, 先生學術之正爲如何? 當甲寅乙卯之歲, 國家多故, 時相用事, 先生上書, 力言得失, 不報竄竹州. 例徙居母鄕驪興郡, 自號驪江漁父, 扁其所居堂曰六友(按六友, 謂江山風花雪月), 以樂江山四時之景凡七年 손님은..
2. 불교에 휩쓸린 민심을 바로잡을 사람은 바로 정달가 정도전(鄭道傳) 불교가 장악한 고려 문단의 실상若東方則其弊尤甚, 人皆好之篤而奉之謹. 又號爲大儒者, 反爲讚誦歌詠, 助揚聲勢, 鼓舞振動. 彼下民之昏愚, 惟從達者之好者爲如何也? 於是, 先王之學, 寂寥無聞, 耳目所接, 無非異端. 襁褓孩兒, 學語之始, 卽誦其言; 嬉戲之時, 便設其儀. 習與性成, 恬不知非, 邪與心熟, 堅不可破. 雖聰明之士, 眩惑其空玄, 暴悖之人, 喜懼其禍福, 莫不尊奉依歸. 毀倫滅理, 風俗頹敗, 傾家破產, 父子離散, 其禽獸之歸, 塗炭之苦, 亦不可旣矣? 불교를 이단시하려 할 때 닥치는 상황幸玆秉彝, 極天罔墜, 雖在波頹之中, 尙有一二明經之士, 深知其害, 竊議而私歎之, 往往辨之於人. 則或有所聽信而開悟之者, 是理義之心, 人皆有之矣, 然下焉不尊, 民卒不從..
오세재의 이름이 평민들에게까지 알려진 두 가지 이유기명설(忌名說) 이규보(李奎報) 李子問吳德全曰: “三韓自古以文鳴於世者多矣, 鮮有牛童走卒之及知其名者, 獨先生之名, 雖至婦女兒童, 無有不知者, 何哉?” 先生笑曰: “吾嘗作老書生, 餬口四方, 無所不至, 故人多知者, 而連擧春官不捷, 則人皆指以爲今年某又不第矣, 以此熟人之耳目耳, 非必以才也. 且無實而享虛名, 猶無功而食千鐘之祿. 吾以是窮困若此, 平生所忌者名也.” 其貶損如此, 或以公爲恃才傲物, 此甚不知先生者也.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十一 해석李子問吳德全曰: “三韓自古以文鳴於世者多矣, 이자가 오덕전에게 물었다. “삼한의 예로부터 문장으로 세상에 울린 사람들은 많지만 鮮有牛童走卒之及知其名者, 목동과 하인【주졸(走卒): 남의 심부름을 하러 다니는 하인들.】으로 그 이름을 ..
도잠을 사모하여 도잠을 따라 북창을 낸 공간을 만들다와도헌기(卧陶軒記) 이인로(李仁老) 순임금을 사모한 안연讀其書, 考其世, 想見其爲人, 怳然如目擊, 相與遊於語默之表. 此孟軻所謂尙友也, 誠不以古今爲阻. 昔顔子曰: “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 且舜以匹夫, 受帝堯之禪, 五十載垂衣而理天下, 至今仰之如日月. 而顔子陋巷中一瓢之士也, 自以爲鷄鳴而起, 孜孜爲善, 卽舜之用心也, 何遠之有哉, 此雖名分不同, 而以意慕之者也 인상여를 사모한 사모상여司馬長卿, 慕藺相如之爲人, 自以爲名. 夫相如, 趙之勇將也, 完璧還趙, 而使秦人束手, 叱秦擊缶, 而令趙史亦書. 其雄姿偉膽, 凜凜猶生, 而長卿迺一介白面生耳, 豈可以得其髣髴哉? 然觀其二賦之作, 雄偉不常, 則其氣足以呑咸陽於胷中, 而視秦皇, 不啻如机上肉, 可知矣. 此則事業不同, ..
강남의 노래강남곡(江南曲) 정몽주(鄭夢周) 江南女兒花揷頭 笑呼伴侶游芳洲蕩漿歸來日欲暮 鴛鴦雙飛無限愁 『圃隱先生文集』 卷之一 해석江南女兒花揷頭강남녀아화삽두강남의 처녀 꽃을 머리에 꽂고 笑呼伴侶游芳洲소호반려유방주짝궁을 웃으며 불러대면서 방주에서 논다네. 蕩漿歸來日欲暮탕장귀래일욕모노 저어 돌아오려는데 해는 저물려 하는데 鴛鴦雙飛無限愁원앙쌍비무한수원앙 쌍쌍이 날아 무한히 근심스럽게 하네. 『圃隱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강남 아가씨가 벗들과 자유분방하게 노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으로, 포은이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보다는 상상 속에서 지어졌을 가능성이 큰 악부시(樂府詩)이다. 악부시(樂府詩)는 대체로 임을 연모하는 감정이나 원망하는 감정, 그리고 변방에서의 수심(愁心) 등을 제재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상원회 호재에서 ‘루(漏)’자를 얻어서상원회호재 득루자(上元會浩齋 得漏字) 최해(崔瀣) 我衣縕袍人輕裘 人居華屋我圭竇天翁賦與本不齊 我不人嫌人我詬今夕何夕是元宵 筵秩侯家隨客後人閒萬事何足論 身健且向尊前闘君乎添酒復回燈 轟飮直到傳曉漏 『東文選』 卷之六 해석我衣縕袍人輕裘아의온포인경구나는 헌 솜옷을 입었는데 남들은 가벼운 가죽옷 입었고人居華屋我圭竇인거화옥아규두남들은 화려한 집에 사는데 나는 다 허름한 집【규두(圭竇): 규두는 홀[圭] 모양으로 된 문 옆의 작은 문을 말한 것으로 가난하여 보잘것없는 집을 뜻한다.】에 사네. 天翁賦與本不齊천옹부여본부제하느님이 부여한 것이 본래 같지 않아我不人嫌人我詬아불인혐인아후나는 남을 싫어하지 않는데 남들은 나를 욕하네. 今夕何夕是元宵금석하석시원소오늘 밤이 어떤 밤인가? 바로 정월 보름..
현에 도착해 다른 사람의 운에 화운하며도현화인운(到縣和人韻) 최해(崔瀣) 榮辱循環理自然 有誰哀怨向蒼天高名千古長沙上 只愧才非賈少年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榮辱循環理自然영욕순환리자연영예와 욕됨이 순환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이니有誰哀怨向蒼天유수애원향창천누가 슬픔과 원망을 푸른 하늘 향해 할 것인가?高名千古長沙上고명천고장사상천고에 높은 명성 있는 장사인데 只愧才非賈少年지괴재비가소년다만 내 재주가 가소년【가소년(賈少年) : 한(漢) 나라의 가의(賈誼). 그는 20여 세의 소년일 때 문제(文帝)가 그의 재주를 사랑하여 1년 동안에 갑자기 태중대부(太中大夫)의 벼슬에 승진시켰더니, 원로대신(元老大臣)들이 배척하므로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삼아 멀리 내보내었다. 여기서는 작자(作者)가 장사 감무(長沙監務)로 ..
문기장자시(文機障子詩) 이규보(李奎報) 九門淸蹕走驚雷 蘂闥華筵卜夜開 龍燭影中排羽葆 鳳簫聲裏送金杯 三呼萬歲神山湧 一熟千年海菓來 恩許侍臣司宴樂 宣花滿揷醉扶迴 祥煙繚繞紫宸高 幄座中央認赭袍 洞府徵歌敲玉索 敎坊選妓醉仙桃 九層爐爇金龍腦 四炤燈燃白鳳膏 西母獻來千歲壽 指呼弟子皷雲璈 해석 九門淸蹕走驚雷 구문청필주경뢰 구문【구문(九門): 옛날 천자(天子)는 구문(九門)이 있었으니, 1은 노문(路門), 2는 응문(應門), 3은 치문(雉門), 4는 고문(庫門), 5는 얼문(臬門), 6은 성문(城門), 7은 근교문(近郊門), 8은 원교문(遠郊門), 9는 관문(關門)이다. 『예기(禮記)』 「월령(月令)」】 임금 행차에서 “물렀거라【청필(淸蹕): 황제가 행차할 때 도로를 정리하고 행인을 벽제한다는 말이다. 청(淸)은 도로를 깨끗이..
화려한 평양 거리의 풍광 서도(西都) 정지상(鄭知常) 紫陌春風細雨過 輕塵不動柳絲斜 綠䆫朱戶笙歌咽 盡是梨園弟子家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紫陌春風細雨過 자맥춘풍세우과 도성의 길【자맥(紫陌): 도성의 길거리】에 봄바람 불고 이슬비 지나니 輕塵不動柳絲斜 경진부동류사사 가벼운 먼지 날리지 않고 버들개지 늘어졌네. 綠䆫朱戶笙歌咽 록䆫주호생가열 푸른 창과 붉은 문에 생황소리 울려대니 盡是梨園弟子家 진시이원제자가 죄다 기생【이원제자(梨園弟子): 이원은 배우(俳優)들의 기교(技巧)를 닦는 곳이고 제자란 곧 연극(演劇)하는 배우를 지칭하는 말이다. 당 현종(唐玄宗) 때 장안(長安)의 금원(禁苑) 안에 있는 이원에서 제자 3백 명을 뽑아 속악(俗樂)을 가르쳤던 데서 연유된 것이다.】의 집이지.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이..
서시를 데리고 떠난 범려범려(范蠡) 이제현(李齊賢) 論功豈啻破强吳 最在扁舟泛五湖不解載將西子去 越宮還有一姑蘇 『益齋集』 卷第三 해석論功豈啻破强吳논공기시파강오공을 논한다면 어찌 강한 오나라를 깨부순 것뿐이냐.最在扁舟泛五湖최재편주범오호최고는 조각배가 오호에 떠있는 것이라네. 不解載將西子去불해재장서자거풀어줘 장차 서시를 싣고 떠나지 않았다면越宮還有一姑蘇월궁환유일고소월나라 궁궐에 다시 하나의 고소대 있었으리【고소(姑蘇): 서시가 월나라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월왕구천도 서시에 빠져 고소대에서 정치를 외면해 결국 월나라도 망했을 거라는 얘기임.】. 『益齋集』 卷第三 해설이 시 역시 역사적 인물인 범려에 대해 쓴 영사시(詠史詩)로, 범려가 서시를 월나라에 남겨 두었더라면 월왕도 오왕처럼 서시에게 유혹되어 나라가 망하였..
귀향할 생각을 하며 사귀(思歸) 이색(李穡) 落佩樊川賦晚晴 苔扉半掩有餘淸 身爲病敵難持久 心與貧安已守成 熊浦兩邊山色合 驪江幾曲月華明 何當乞得殘生去 蓑笠孤舟自在行 秋氣稜稜曉更淸 靈臺方寸十分淸 已甘白髮如情願 況是靑山與目成 物理古來無兩大 風流近世有雙明 小窓終日悠然興 又在扁舟萬里行 柳浦秋深雨乍晴 水村山墅景彌淸 天心盡露嘉禾熟 詩眼無塵活畫成 隔岸斷煙浮草遠 漏雲殘日照江明 出游定是非難事 只向苔庭獨自行 해석 落佩樊川賦晚晴 낙패번천부만청 苔扉半掩有餘淸 태비반엄유여청 身爲病敵難持久 신위병적난지구 心與貧安已守成 심여빈안이수성 熊浦兩邊山色合 웅포양변산색합 驪江幾曲月華明 여강기곡월화명 何當乞得殘生去 하당걸득잔생거 蓑笠孤舟自在行 사립고주자재행 秋氣稜稜曉更淸 추기릉릉효갱청 靈臺方寸十分淸 령대방촌십분청 已甘白髮如情願 이감백발여정원 況是..
돌아가길 생각하며 사귀(思歸) 이색(李穡) 落佩樊川賦晚晴 苔扉半掩有餘淸 身爲病敵難持久 心與貧安已守成 熊浦兩邊山色合 驪江幾曲月華明 何當乞得殘生去 蓑笠孤舟自在行 『牧隱詩藁』 卷之二十五 해석 落佩樊川賦晚晴 낙패번천부만청 패옥을 던진 번천이 만청부를 짓자【번천(樊川)은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호이다. 그가 가을날에 지은 〈만청부(晚晴賦)〉에 “나 같은 사람은 그 어떻다고 할까. 관과 패옥 벗어던져서, 세상과 서로 소원해지고, 세상 오시하며 한가로이 지내서, 참으로 그 어리석음을 좇아 은거하는 자인저.[若予者謂何如 倒冠落佩兮 與世疏闊 敖敖休休兮 眞徇其愚而隱居者乎]” 한 데서 온 말이다.】 苔扉半掩有餘淸 태비반엄유여청 이끼 낀 사립문 반쯤 닫힌 곳에 남은 맑음이 있네. 身爲病敵難持久 신위병적난지구 몸은 병..
요양 가는 길 위에서 소경(少卿) 박충좌(朴忠佐)에게 부치며 요양노상 기박충좌소경(遼陽路上 寄朴忠佐少卿) 이제현(李齊賢) 遠林雞犬天未晞 征車欲發思依依 孤城月照主人屋 大野風吹游子衣 浮生百年會有盡 故國千里何當歸 華表亭前重廻首 慙愧仙人丁令威 『益齋亂稿』 卷第三 해석 遠林雞犬天未晞 원림계견천미희 동 트기 전에 먼 숲에서 닭과 개 소리 들려 征車欲發思依依 정거욕발사의의 떠나는 수레 출발하려는데 몽글몽글해지네. 孤城月照主人屋 고성월조주인옥 외로운 성의 달은 주인의 집을 비추고 大野風吹游子衣 대야풍취유자의 너른 들판의 바람은 나그네 옷에 불어오네. 浮生百年會有盡 부생백년회유진 뜬 삶 100년은 마침내 다할 것인데 故國千里何當歸 고국천리하당귀 고국 천 리에 있으니 언제나 마땅히 돌아가려나? 華表亭前重廻首 화표정전중회수..
사람을 기다리며 대인(待人) 최사립(崔斯立) 天壽門前柳絮飛 一壺來待故人歸 眼穿落日長程晩 多少行人近却非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天壽門前柳絮飛 천수문전류서비 천수문 앞 버들개지 나니 一壺來待故人歸 일호래대고인귀 한 술 병 가지고 와 친구 돌아오길 기다리네. 眼穿落日長程晩 안천락일장정만 눈은 지는 해에 뚫어졌고 긴 길로 더디기만 해서 多少行人近却非 다소행인근각비 얼마간 다니는 사람들 가까이 오는데 도리어 친구 아니구나.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 ‘천수문’은 개성(開城) 동쪽 취적봉(吹笛峰) 아래 있었던 천수사(天壽寺)의 남문이었는데, 후에 절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천수원(天壽院)이 들어서게 되었으니, 천수문은 곧 이 천수원의 남문이 된 셈이다. ‘원’이란 각처로 통하는 길목에 베푼 행객의 숙소이기에 배웅이나..
느낀 게 있어 쓰다 감흥(感興) 변계량(卞季良) 嶙峋有古栢 托根深山中 린순유고백 탁근심산중 霜露日夜催 卧壑如蟄龍 상로일야최 와학여칩룡 豈乏梁棟材 所嗟無良工 기핍량동재 소차무량공 我來久吁怪 柯葉嘶悲風 아래구우괴 가엽시비풍 棄捐勿復道 此恨今昔同 기연물부도 차한금석동 綺樓何鮮明 照耀浮雲邊 기루하선명 조요부운변 樓中有佳女 容色妖且姸 루중유가녀 용색요차연 一笑竟不發 芳心誰爲傳 일소경불발 방심수위전 試取鳴琹彈 哀響飛靑天 시취명금탄 애향비청천 願爲君子逑 偕老終百年 원위군자구 해로종백년 千門桃與李 當春各爭媚 천문도여이 당춘각쟁미 兒女竟耽翫 爛熳誇富貴 아녀경탐완 난만과부귀 一夕龍火飛 摧脫卽枯卉 일석룡화비 최탈즉고훼 不見南山松 歲寒含晚翠 불견남산송 세한함만취 『春亭先生詩集』 卷之一 해석 嶙峋有古栢 托根深山中 첩첩산중[嶙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