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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처음 여인숙에서 처음 자며, 최악의 경험을 하다 원랜 점심을 식당에 들어가 제대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오전의 헤맴로 입맛마저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걷는 길에 찐빵집이 보이자, 그걸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온 터라 그 정도로도 진수성찬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 구하기를 실패하다 오후엔 걸음걸이에 그다지 감흥이 실리지 않더라. 마지못해 행군하는 군인처럼 무거워진 발걸음을 떼었다. 더욱이 4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더라. 생각조차 멈춰버린, 그래서 맹목적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엔 나도 없었고 풍경도 없었다. 어제 교회에서 신세를 지고 나니까 여관에서 자는 게 이래저래 최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 여행의 의미가 반..
생각지 못한 헤맴, 그 속에 담긴 일장일단 새벽기도에 참여해야 하기에 일찍 일어났음에도 몸은 활기찼고, 목사님과 함께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니 맘은 가벼웠으며,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 배는 불렀다. 이 기분 그대로 오늘은 참 즐거운 여행이 될 것만 같다. 짧은 거리가 길어진 사연 아침에 가는 길은 익숙한 길이다. 교생실습 때 매번 다녔던 길로 중학교 아이들과 나름 친해져서 함께 재잘거리며 등하교를 했기 때문이다. 이 길이야말로 빠르게만 변해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시대에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길이었다. 일반도로라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한적했고, 3년 전의 감흥이 그대로 느껴져 정말 좋았다. 더욱이 어제 국도를 거닐며 한껏 힘들어했던 탓인지 한적한 길을 걷는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던 것 같다. 신..
고창 신림교회에서 맞이한 아침 고창 신림교회에서 정읍까지는 20km 약간 넘는 거리다. 어제와 그제 30km가 넘는 거리를 무리하며 걸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좀 여유롭게 걸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정읍을 오늘의 목적지로 정하였다. 그런데 웃긴 점은 30km를 걸었다는 점이다. 길을 만드는 능력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길을 늘릴 수 있었던 걸까? 국토종단 속 또 하나의 도전 정읍까진 고작 5~6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빨리 걸을 것이 아니라, 그저 천천히 걸으며 주위의 것들을 맘껏 보고 느껴볼 생각이었다. 어제 23번 국도를 타며 잘 정비된 국도는 국토종단자에겐 최악의 도보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오늘은 국도가 아닌 지방도나 일반도를..
제2의 고향, 고창신림교회에서 다시 묵다 아침도 굶었지, 끝도 없이 쫙 펼쳐진 도로는 지겹도록 계속 되지, 어쩌다 차들이 지나가면 그 굉음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지, 이와 같은 삼중고 속에서 걸으니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중간에 쉬면서 여관에서 챙겨온 쿠키(체육대회에 온 선수들에게 주려고 쿠키를 카운터에 비치해놓고 있었는데, 그걸 두 주먹 집어 왔다^^)를 먹고 육포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아~ 언제 밥을 먹게 될까? 오후 3시에 첫 밥을 먹다 3시가 넘어서야 고창 시내 근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드디어 음식점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의 흥분이란^^ 신기루를 보는 듯 했다고나 할까. 먹을 것이 풍부하다던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뭐든 사먹을 수 있는 돈까지 있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아 굶어 죽을 ..
한치 앞도 모를 사람의 일 오늘은 국토종단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지도 보는 법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익숙해졌다고 방심한 탓일까. 그 자신감에 된통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이래저래 걸으면서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최악의 날이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출발할 때부터 별로였다. 잠을 뒤척였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몸은 무겁고 의욕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니 조금 생기가 돌았다고나 할까. 그런 생기로 힘차게 영광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다. 김밥을 사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내가 점차 멀어지고 있는데도 김밥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라. 어쩌겠는가? 그저 점심을..
고창이 제2의 고향이 된 사연 밤새 뒤척였다. 어제 무리하며 걸은 탓에 몸도 쑤시고 발바닥도 욱신거렸다. 몸이 고되니 누우면 바로 잠이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잠은 오지 않고 정신만 더 멀쩡해져서 억지로 자려고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좋은 경험이다. 이제부턴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족욕도 하고 스트레칭도 충분히 한 후에 자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말이다. 맛난 잠을 자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고향 전주에 안주하다 오늘은 고창까지 걸어간다. 전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오고 대학까지도 다녔던 나에게 고창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다가 2006년에 교생실습을 하면서 한층 가까워진 곳이 됐다. 교생실습을 나갈 학교는 대학교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정해야 한다. 직..
백 가지도 넘는 핑계를 대고 도망치던 그대에게 한참을 걸어 4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영광 9km’라지 않은가. 아직도 2시간 반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는 말씀되시겠다. 이미 몸은 지쳤는데 갈 길이 멀다. 내일 신림에 가기 위해 오늘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래서 ‘가는 도중에 마을이 보이면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하루 묵고 갈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못 간만큼 내일은 고창까지 36km, 거기에 신림까진 4km를 더 가야 한다. 내일 도착지를 이미 마음속으로 정했으니, 오늘 편한 만큼 내일은 그만큼 더 고생하게 될 게 뻔했다. 이거 은근히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라는 식의 일반적인 성공담 같은 뉘앙스의 말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라는 뉘앙..
그림 같던 함평을 거닐다 드디어 이튿날 여행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직 덜 마른 배낭이 걱정이 되고, 눅눅한 신발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게 어딘가. 내가 그림 속에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조금 걷다 보니 날씨는 서서히 개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찌푸려 있었지만 간혹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은 선명한 빛줄기를 대지에 흩뿌리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루앙 대성당』이란 작품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과 비슷한 감정을 자아냈다. 모네의 작품을 보다 보면 형태가 있어서 어떤 상황이든 그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 빛에 따라, 산포(散布)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채와 변..
낯선 천장 그리고 낯선 세계 어제 비를 맞으며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국토종단 첫날의 고단함 때문인지 밖에서 밥을 사먹고 들어오자마자 거의 실신하듯이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푹 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몸은 피곤한데, 그래서 정신은 흐리멍덩한데도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관이란 낯선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게 무의식 속에선 꽤나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가 보다. 『에반게리온』에 나온 ‘낯선 천장’의 속뜻 아침에 눈을 떴을 땐 문뜩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니 전혀 낯선 천장이 보였고 순간적으로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에반게리온』이란 애니메이션에서 신지는 낯선 곳에서 눈을 뜰 때면 “낯선 천장”이라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 당시에 그런 대사를 들을 때면 ..
두려우니 그저 걷는다 무안에 3시 정도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르지만 묵을 곳을 찾아야 했다. 첫날 여행치고 비바람과 싸우며 온 터라 몸이 쑤셨다. 최대한 걷다가 변두리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갔더니 4만원을 부른다(헐~ 나의 하루 최대 지출액이 4만원이라고 ㅡㅡ;;). 좀 더 깎을 각오였지만 완고했다. 그러면서 팁을 주길 여인숙에선 더 깎아주기도 한다는 거다. 방값 흥정을 통해 활기를 찾다 그때부터 여인숙을 찾으려 다시 왔던 길을 뒤돌아 무안 읍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여’자도 보이지 않더라. 이 동네엔 죄다 ‘모텔’만 있다. 경찰서에 들어가 다짜고짜 “여인숙 위치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어봤지만, 그 분들도 자세한 것은 모르던지 ‘어먼 소리’만 탱탱하셨다.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에 비효율적인 도보여행을 하는 이유 점심은 11시 30분쯤 먹었다. 길 맞은편에 ‘사랑 기사식당’이 보였다. 기사식당은 기사님들만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인 줄만 알았기에, 원래 같으면 다른 곳을 찾았을 거다. 하지만 ‘어느 기사식당이나 반찬은 푸짐하고 맛있다’라고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라는 책에 쓰여 있어서, 익히 알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경험해보기로 했다. 여러분 기사식당에 식사하세요, 그것도 두 번 드세요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아늑했다. 길을 건너느라 신호를 기다리는 수고를 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천 원이란 가격도 괜찮았고 뷔페라는 사실도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일반 뷔페집처럼 반찬의 가지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먹을 만한 것들만 있었기..
빗속 국토종단의 낭만 배낭에는 방수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입었다. 그래도 불안하니깐 우산까지 들었다.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우산이 필요없다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어서 우산을 펴고 있을 수도 없었고 그래봐야 비가 다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산을 접어 배낭에 넣고 우의에 모자만 쓰고 걸었다. 비 속 여행의 즐거움 한비야씨가 위ㆍ아래 각각 한 벌로 된 우의를 입으면 즐거운 빗속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코트 같은 우의를 입었다면 이렇게 많은 비가 올 땐 홀딱 젖어서 추위에 바들바들 떨었겠지만, 옷과 같이 상하의로 나누어진 우의를 입으니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런 날씨를 맘껏 즐기며 걸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뚝뚝 떨어지는 비를 온몸..
지금 순간을 누리기의 어려움 오늘과 내일, 많은 비가 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국토종단을 시작하는 날에 많은 비가 온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다. 배낭과 신발도 아직 몸에 맞지 않았고 국토종단도 익숙하지 않은데다 비까지 맞으며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부터 났다. 보통 때였으면 하루 이틀 연기해서 날씨가 쾌청해진 후에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비 오는 날의 국토종단을 준비하는 자세 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아니더라도 한 달 동안 여행을 하는 이상 언젠가 비 내리는 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기예보를 보며 날짜를 미룰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극한의 상황에서 여행을 해보면 국토종단의 참 맛도 알게 될 거고 어떤 어려움이 와도 아무렇지 않게 헤쳐나갈 수 있게 단련될 ..
4월19일, 혁명일에 여행을 시작하다 버스는 목포 시내를 달려 유달산 근처에 도착했다. 불현듯 2005년에 여자 친구를 만나러 목포에 왔던 때가 스치더라. 그때 목포로 오던 길에 두 개의 터널을 지났었다. 터널로 들어가기 전엔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빠져나오고 나니 눈이 새하얗게 내리고 있지 뭔가. 순식간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그 장면이 무의식중에 남아 있었나 본데 오늘 다시 그 터널을 지나니 4년 전의 기분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더라. 이렇게 다시 경험하니 예전의 추억들이 가슴 아프게 한다. 지금의 새 기억으로 옛 기억들이 덧씌워지길 바랄 뿐이다. 아마 내가 유달산을 가고자 했던 이유도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달산의 천지신명님께 빌다 버스를 타고 목포역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다..
초보 여행자의 어색한 출발 8시 50분에 전주에서 목포로 가는 차가 있는 줄 알고 그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아뿔사~ 9시 26분 차였다.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한 게 아니라 개인 블로그 같은 곳에서 확인한 게 낭패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겁기만 하더라. 이제야 나의 꿈에 한 발 다가가는 거니 말이다. 초보 여행자의 자잘한 실수 기다리다가 차가 왔고 차에 타려고 배낭을 들 때였다. 배낭에 간식부터 지도, 그리고 여벌옷까지 넣다보니 꽉 차서 엄청 무거웠다. 그런 배낭을 조심해서 든 게 아니라 앞에 달린 끈을 쭉 잡아 당겨 들려 했으니,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줄은 미싱 기계로 단단히 꿰매져 있어 튼튼해 보..
출발 날짜를 하루 미루다 ‘가혹한 운명’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로미오 & 쥴리엣이 생각난다. 몸과 맘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지만 정작 그러지 못할 때 ‘가혹한 운명’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운명이 딱 그런 형상이다. 리모델링이 자꾸 발목을 잡다 좋아하는 연인이라도 있는데 가까이 할 수 없어서 그러나 하겠지만, 그런 건 아니다. 하긴 이미 이 글이 여행기 카테고리에 쓰여지고 있으니, 그렇게 착각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짓이겠지만 말이다. 왜 ‘가혹한 운명’이란 말을 쓰냐면 날짜가 또 다시 미뤄져서 그렇다. 원랜 18일, 그러니깐 이번 주 토요일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난 열심히 준비하고 갈 채비를 다 해놨는데 미루어지게 된 거다. 집이 이사가는 일만 아니라면 그냥 떠나..
문제를 종단하다 13일에 떠나기로 결정했고 어머니의 승낙도 받아 놓았다. 하지만 이사 갈 집의 리모델링이 늦춰지면서 상황도 급변했다. 결정할 당시엔 13일에 이사를 갔거나, 적어도 리모델링이 다 마무리되었을 것이라 예측했다. 리모델링할 땐 집에 누군가가 꼭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와 형은 일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내가 있어야만 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지금 현재는 샷시만 설치되었다. 앞으로 페인트도 칠해야 하고, 도배ㆍ장판, 싱크대 설치 등의 여러 가지 일들이 남아있다. 내가 함부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죽었다 깨어나도 아니란 이야기다. 단호한 대답은 결국 갈등하는 내 자신을 잡기 위한 것 어머니는 저녁을 먹다가 힘들게 말을 꺼내셨다. “13일에 정말 갈 거냐?” 그 말 속엔 작은..
국토종단의 마음가짐 & 경로를 정하다 어머니와는 잘 이야기가 되었다. 집은 좀 늦게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13일에 국토종단을 가도 좋다고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졌다. 물론 가기 전까지 이사하는데 나의 시간을 모두 쏟기로 했지만. 막상 그렇게 가는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맘은 바빠졌다. 우선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부터 경로를 정하는 것까지. 드디어 내가 떠나긴 하는가 보다. 하지만 막상 정말로 간다고 하니깐 걱정이 앞서긴 한다. 경비가 넉넉지 않을뿐더러, 이런 여행 자체가 처음이니 말이다.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땐 걱정 반, 기대 반이듯 딱 그 모양새다. 나를 위한 국토종단, 뭇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신문을 보고 있다가 놀라운 사진을 발견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이 한없이 ..
‘남에게 폐 끼치기 싫다’의 본질에 관해 우리가 이사 가려던 집이 27일에 빈집이 되었다. 새집이라면 그냥 바로 이사 가면 그만이겠지만 20년이나 된 집이기에 그냥 갈 순 없고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샷시 설치, 싱크대 설치 등이 일주일 만에 다 끝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예정했던 대로 4월 4일에 이사 갈 수 있고 9일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리모델링 공사 일정이 늦춰지다 하지만 일이 생각처럼 그리 녹록치 않았다. 공사는 제법 길어질 태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도 언제 갈 지 기약도 없어졌다. 허~걱!! 대략 난감이다. 실컷 큰 맘 먹고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추진해보기도 전에 묻힐 운명에 직면했으니 말이다. Oh! My Head!! 운명이 왜 이리도 기구하단 말인가? 솔직히 떠..
철저히 혼자되기 뜬금없이 현아에게 문자가 왔다. ‘사람이 제일 외로울 때는 좋은 곳에서 좋은 경치를 보면서 혼자 있을 때래. 여행하며 느껴봐^^.’ 이런 문자를 흔히 염장질이라 한다. 갑자기 이 문자를 보낸 이유도 모르겠거니와 뜬금없이 느껴보라는 말은 또 뭔가? 아무튼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꼬이고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홀로 여행 떠나기 나 홀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왜 하필이면 혼자일까? 직접적으로 말하면 같이 떠나자고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떠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혼자 떠나는 것에 의미부여는 되어 있다. 유정 선배 말마따나 ‘철저히 혼자가 되어 보기’ 위해서다. 선배는 “그렇게만 된다면 우선순위도 정해진단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껏 홀로 지내왔다. 분명히 그랬다. 그..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아마도 발악이었을 듯하다. 이렇게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더 이상 이렇게 살긴 싫다는 발악 말이다. 현실이 답답했던 것일까? 당연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었기에 답답하지 않을 리 없었다. 떠남은 발악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런 외부적인 여건보다 내 자신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답답했던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관성에 끌려 마지못해 살아가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거기에 앞뒤가 꽉꽉 막혀 안절부절하는 내 자신이었으니 용케도 이제까지 버텨온 게 신기할 뿐이었다. 그와 같은 답답함 속에 안주(내팽개쳐 두고)하며 살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멸되어 가고 ..
국토종단을 위한 준비물을 갖추다 집이 빠르면 4월 5~6일에 이사를 갈 수도 있단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9일에 떠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머니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종단을 반대하시기 때문에 강하게 말고 나가야만 했다. 삶의 쉼표를 찍을 때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반응 종단을 계획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종단을 하겠다고 꺼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대한 반응들도 가지각색이다. 헛생각이라 치부하며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생각 같아선 같이 떠나고 싶은데 혼자서 떠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드디어 하늘나라에 가실려구 그러냐?”라고 그 특유의 반어적인 표현으로 비꼬았다. 평소 보수적인 생각으로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탓인지라 그런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또 다른 친구..
모든 해답은 네 안에 있어 진정한 야인이 되었다. 국토종단을 위해 학원을 그만두었다. 고로 이건 올해의 내 꿈이며 최고의 화두인 셈이다. 어제 유정 선배가 『태백산맥』이란 책을 선물로 주면서 ‘모든 해답은 네 안에 있어’라는 글귀를 써줬다. 어떤 삶의 환경을 맞이했건 간에 그 안에서 긍정적인 것을 뽑아내는 것도 자신이며 부정적인 것을 뽑아내는 것도 자신이다. 다음의 인용된 글을 보면 훨씬 명확해진다. 랍비 아키바(Rabbi Akiva, AD 50~135)가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당나귀와 개와 작은 램프를 갖고 있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하자 아키바는 한 허름한 헛간을 찾아내어 그곳에서 잠자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잠자기에는 이른 시각이어서, 그 램프에 불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람..
프롤로그② 나만의 색채로, 나만의 계획으로 여행은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공부 어머니는 극구 반대하신다. 하지만 이미 효 이데올로기나 어머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의 의견을 피력하여 이해시킬 것이다. 김유정 한문학원 원장님이나 구미란 피아노 학원 원장님, 윤양준 교수님은 환영의 뜻을 전해오셨다. 세 분 다 진취적인 삶을 사셔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철저히 혼자가 되어 보는 기회를 환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솔직히 윤교수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일장 훈계를 하실까, 아니면 선선히 받아들이실까? 교수님은 그냥 묵묵히 좋은 생각이라며 받아들이셨다. 타인이기에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나의 생..
프롤로그①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국토종단을 맘먹다 도전! 난 여태껏 도전적인 사람이었나? 뭐 예전엔 그런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다지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저 어떻게든 짜인 틀 안에서 만족하며 살기를 바라는 보수주의자의 모습이었다. 그땐 그랬다. 특별히 무얼 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지금 이 안에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인지만 생각했다. 겁이 많았던 탓이기도 했고 특별히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게 그런 것 같다. 내가 의식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이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고로 변화나 도전은 어떤 다른 삶에 대한 고민 끝에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 과연 나에게 이런 ‘도전’ 의식을 일깨워 준 계기는..
도보여행 준비법이하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 발췌함. 기본 장비 신발 ●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도보여행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신발 중 편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겠지만, 일주일 이상의 장기 도보여행일 때는 걷기에 알맞은 신발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옷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리 입듯이 신발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 등산화는 너무 딱딱하고 테니스화나 조깅화는 바닥이 얇아서 아스팔트길을 오래 걸으면 발이 금방 피곤해진다. 도보여행에는 우선 무겁지 않고(신발 무게 1킬로그램이 배낭 무게 5킬로그램에 해당한다). 목이 올라와서 발목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 있어 발의 움직임이 편해야 한다. 또 발뒤꿈치에 쿠션이 있고 바닥이 두꺼워야 충격 흡수가 잘 된다. 시중에 나..
한문이랑 놀자 목차 1. 한시랑 놀자 권필의 宮柳詩와 시화권필의 過松江墓有感이안눌의 江頭誰唱美人詞을지문덕의 與隋將于仲文정지상의 送人정지상의 送人2최치원과 황상, 그리고 류석춘 2. 서사한시랑 놀자 성간의 老人行 1 / 2조선의 문인이 농부의 말을 담는 이유 3. 소화시평 상권이랑 놀자 이규보의 ‘游魚’와 ‘聞鶯’ 시의 이해(30)요체시와 김지대(33)태평성대와 나이듦에 관한 시(34)가을이 왔는데 일하러 가야 한다니(35)핍진하게 자연을 담아낸 한시(37)한신의 일화를 담은 한시(39)단서만으로도 술술 해석되던 한시(40)세상을 피하려는 뜻을 담다(41)기본부터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42)문인들이 말로 하는 칼싸움(42)작가 비평의 문제점과 한계(43)이색이 지은 부벽루 이해(43)친숙함에서 ..
조선의 시인들이 농부의 말을 담는 이유 올해 스터디가 저번 주부터 시작되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는 서정적인 필치로 쓰여진 일반적인 한시를 벗어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서한시를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공부하게 된 내용은 공교롭게도(아니 매우 치밀한 계획대로?) 두 편 모두 농부의 열심히 살아도 살 수 없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 코로나로 인해 두 번째로 카페에서 진행되는 스터디. 기대된다. 서거정이 담아낸 농부의 말 처음으로 본 한시는 서거정의 「토산촌사록전부어兎山村舍錄田父語」라는 시다. 이 시는 서거정이 불암산 아래에 살고 있는 농부의 말을 듣고 그대로 기록한 시다. 과연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 들여다보도록 하자. 我家佛岩下 傍隣三四屋 1. “우리집 불암산 아래에 있어 이웃엔 3~4집뿐...
『대학ㆍ학기 한글역주』의 정리를 마치며 1. 어렵지만 재밌는 책 쉽게 도전할 수는 없는 책, 그런데 늘 읽고 싶은 책 읽고 기록하는 방식의 변화 2. 주희가 사대부 통치국가를 꿈꾸며 변형시킨 『대학』 주희의 문화변혁 운동 대학은 통일제국을 눈앞에 눈 시점에 쓰여진 책 3. 사대부를 위한 책과 통치자를 위한 책 사대부들을 위한 책, 『大學章句』 통치자들을 위한 책, 『禮記大學』 4. 주희가 왜곡한 『대학』을 바로잡다 주희가 해석한 삼강령 원본 대학에 담긴 삼강령의 의미 대학을 마친다는 것,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 인용 목차
4. 주희가 왜곡한 『대학』을 바로잡다 말을 전해줄 대상이 명확해지고 나면 지금껏 고수해왔던 해석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러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설로 받아들였던 주희의 해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 대학의 큰 줄기다. 하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주희가 해석한 삼강령 주희는 ‘명명덕明明德ㆍ신민新民ㆍ지어지선止於至善’이란 대학의 삼강령을 제시했다. 그는 ‘친민親民’이라 쓰여 있는 원문의 내용을 정이천의 주장을 수용하여 ‘親⇒新’으로 바꾸자고 한 것이다(程子曰親當作新). 우리도 1900년대 초반엔 ‘브나로드 운동’과 같은 농촌계몽운동이 있었듯이 ‘明明德’을 통해 선한 본성을 획득한 사대부들이 아직도 구습에 쪄든 백성들에게 가서 계몽해줘야 한다는 의식을 담고 있었다(新..
3. 사대부를 위한 책과 통치자를 위한 책 도올 선생은 『예기』 속의 「대학」이 전국시대 말기에 쓰인 책이라고 여러 고전을 인용하며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집필시기를 상정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며, 『대학』이란 책의 내용이 그로 인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일까? ▲ 책들에 쌓여 살 수 있다는 축복이다. 공부의 맛, 아는 재미. 사대부들을 위한 책, 『大學章句』 시기를 상정할 수 있다는 건, 저자를 상정할 수 있다는 건 그 책에 무슨 내용이 담기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당연하지만 어느 책이든 그 시대가 지닌 문제의식이나 사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건 지금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리고 이런 생각..
2. 주희가 사대부 통치국가를 꿈꾸며 변형시킨 『대학』 도올 선생은 주희가 편집한 『대학집주』는 문제가 많다며, 원래 『예기』 속에 들어있던 「대학」의 원래의 모습을 찾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이 책은 『예기』 속에 들어있는 대학판본을 기준으로 번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 앞에서 쭉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 EBS에서 중용 강의를 하고 있는 도올 선생님. 주희의 문화변혁 운동 그렇다면 주희가 편집하여 자기의 사상체계에 따라 수정을 가한 『대학집주』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걸 알기 위해선 주희가 왜 四子書라는 걸 만들었으며, 그 속에 자신의 어떤 생각을 투영하려 했느냐 하는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四子書 주요 저자 서명 孔子 論語 曾子 大學 ..
1. 어렵지만 재밌는 책 최근에 김용옥 선생이 2009년에 쓴 『대학ㆍ학기한글역주』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은 건 지금까지 4번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때마다 느껴지는 게 매번 달라 읽을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줬었고 이번에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 보고는 싶어서 펴볼 때가 많지만 완독을 하는 건 쉽지가 않다. 쉽게 도전할 수는 없는 책, 그런데 늘 읽고 싶은 책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방식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읽었다. 그동안은 책에 나온 내용들을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들이 종횡무진으로 쓰여 있고 先秦古經을 아우르는 방대한 책들이 인용되어 있다. 그러니 그 내용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주희가 편집한 『大學集註』를 비판하는 건 알겠는데 어느..
1. 시크릿 선샤인? 밀양을 쓰게 된 이유 신애: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종찬: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기지. 신애: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종찬: 비밀의 햇볕, 좋네예. 영화 초반, 신애(전도연)와 종찬(송강호)이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대사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왜 하필 밀양일까도 궁금했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풀이하고 번역할 줄이야. ‘비밀의 태양’이라? 모르긴 해도, 밀양에서 이런 이미지나 기호를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굳이 찾는다면, ‘밀양아리라’, 그리고 소박한 전원풍경 등의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 그러고 보면 이창동 감독은 이런 식의 낯익은 표상..
목차 1. 어렵지만 기피할 수 없는 코딩 ICT 교육, 꼭 해야 하나요? 지배당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2. 코딩 어렵지 않아요 코딩을 다룬 책이라고 책이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 만화와 적절한 예시로 코딩이 쉬워졌어요 짧지만 강렬하다, 강렬한 만큼 흥미롭게 익혀진다 인용 지도 작품
2. 코딩 어렵지 않아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코딩이란 낯선 용어로 우리를 멘붕에 빠지게 하는 높디높은 허들을 박차고 넘을 수 있는 긴 장대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다행히 길벗 어린이 출판사에서 이런 장대역할을 해줄 수 있는 ‘헬로 !ct 시리즈’의 책을 내놨다. 오늘 독후감을 쓰고자 하는 책은 그 중 한 권인 『시크릿 코더』 1권에 대한 것이다. ▲ 코딩이 대세가 됐지만 접근하긴 쉽지가 않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접근을 쉽게 한다. 코딩을 다룬 책이라고 책이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한국판으로 내놓은 책으로 전체가 만화로 되어 있다. 그러니 한문을 배우기 위해 처음 책을 펼칠 때에 느껴지는 거부감, 혼란스러움, 아찔함 따위는 없이, 편안함, 재밌을 거라는 기대감,..
1. 어렵지만 기피할 수 없는 코딩 한문을 처음에 배웠던 때가 생각난다. 익숙한 책의 모양을 하고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펼쳐들었는데, 이건 뭐 검은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그것도 도무지 가 닿을 수 없던 미지의 세계, 또는 절대 알 수 없는 외계의 언어였기에 겁부터 났고, ‘이걸 꼭 해야만 하는 거야’라는 알량한 반감부터 들었다. 그런데 『사자소학』부터 시작하여 한 권씩 떼어가다 보니 어느새 한문의 세계가 조금씩 가까워졌고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언어가 되어 있었다. 알지 못하는 것일수록 사람은 경계를 하지만, 그게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그런 사고패턴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턴 누군가 굳이 압력을 가하고, 좀 더 쉬운 방법으로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자신..
여행이 끝난 그 순간, 다시 시작된다 어제 시험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당연히 떨어졌더라. 이번엔 합격선 주위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눈앞이 아찔했다. 마음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그래서 짐을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금요일 저녁에 떠나고 싶은 곳(순천만, 옥정호, 경주)을 알아보긴 했지만, 딱히 마음이 기울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그냥 터미널에서 제일 먼저 출발하는 차를 타고 가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왔다. 격포에서의 추억 12시가 좀 안 되어 터미널에 도착했고 시간표를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격포’가 눈에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다가 보고 싶어 어떻게든 바다로 나갈 궁리만 했었다. 바로 바다로 가는 차가 있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
가슴 시리도록 멋진 하루 예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여자가 불현듯 찾아온다. 차인 것도 아닌 스스로 차버렸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찾아가기엔 여러모로 어색했으리라. 그런데도 그냥 한 번 만나고 싶다. 그래서 궁색하게나마 생각해낸 것이 빌려주었던 350만원을 되돌려 받겠다는 거였다. 역시 인간은 어떻게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다음에야 움직이는 달인들이다. 돈 받으러 찾아온 옛 여친 의식이 깨어나 어릴 적의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구 놀 수 있던 나이가 지나 자의식에 따라 규정하고 관계를 쪼개어 이해타산에 따라 분석하게 되면서 도무지 ‘그냥’ 하는 일 따윈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할, 납득되지 않을 일을 하게 되더라도 스스로 합리화라는 것으로 자신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런 모습은 이미 강풀 만..
목차 1. 우연 따라 1년 만에 초평으로 남부시장에서 보는 우리네 일상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내가 가는 까닭 2. 다시 고추를 심으러 가는 이유? 추억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이분법에 대해 3. 전주에서 초평까지 가기의 어려움 청주터미널에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도움의 손길들이 이르러 온다 4. 드래그 레이싱과 열정 누구에게나 각자의 세계가 있다 불광불급의 삶의 자세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이제 나도 변해볼까의 함의 6. 도시와는 다른 흥미로운 시골문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노동 후엔 모든 음식이 천상의 음식이 된다 7. 초평저수지에 담긴 우리네 이야기 막내가 마을 구경을 시켜주다 초평저수..
8. 초평에서 개인 추억 하나 좌대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다른 좌대를 청소하러 가셨고 나와 민지만 남았다. 좌대는 저수지 위에 떠있는 단독주택이라 보면 되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제부턴 좌대의 구조를 살펴볼까? ▲ 초평저수지는 굽이굽이에 있어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하늘에서 봐야 하고,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초평저수지에 추억 하나 새기고 오다 처음엔 그저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네 개의 쇠파이프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수의 흐름에 따라 결국 흐르고 흘러 모든 좌대들이 한 군데에 모인다고 알려주신다. 좌대에 올라서면 지붕으로 막혀진 방 한 채, 그리고 그 앞엔 쇼파 두 개가 놓여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미닫..
7. 초평저수지에 담긴 우리네 이야기 이장님네엔 4명의 자녀들이 있다. 첫째부터 셋째까진 20대의 나이대로 고만고만하지만, 막둥이인 민지는 10살 정도의 터울이 있다. 늦둥이이자, 이 집안의 보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작년에 국토종단 중에 이곳에서 2박 3일을 머물며 민지와 나름 꽤나 친해졌었다. 막내가 마을 구경을 시켜주다 그래서 일 년 만에 다시 보지만 이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되려 “누구세요?”라고 말하더라. 그 반응이 무안하고도 당황스러웠다. 어찌 보면 작년에 한 번만 봤던 사람이니 당연한 반응이라고나 해야 하려나. 그런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장난을 걸었다. 과자를 먹고 있었기에 과자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
6. 도시와는 다른 흥미로운 시골문화 작년에 고추를 심을 땐 오전엔 이장님네 밭에서, 오후엔 이장님 친구네 밭에서 심었다. 이장님네 밭은 넓지 않아 오전에 금방 끝날 수 있었던데 반해, 친구네 밭은 밭의 규모 자체가 남달라 힘들게 해야만 했었다. 어찌 보면 오전엔 고추 심기의 맛보기 정도의 작업량을 맡았던 것이고, 오후에 실질적으로 노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올핸 어떨까? ▲ 작년에 심었던 이장님네 밭. 이번엔 여기부터 하지 않고 친구네 밭부터 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잔뜩 맘을 먹고 친구분네 밭에 투입됐는데, 이미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작년에 비해 적게 심으시기도 하다 보니, 12시가 약간 넘어서 끝이 났다. 걱정한 것에 비하면 아주 수월..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올핸 이장님 친구네 밭부터 고추를 심더라. 많은 분들이 이미 밭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계셨다. 난 쭈뼛쭈뼛 밭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한 번씩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들이 어찌나 어색하게 느껴지던지.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밭에 들어가선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딱 보니 흙으로 고추모를 세우는 일에 일손이 딸려 보이더라. 그래서 그 일을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철민이네 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추를 심으러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도 같이 심고 계시더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색함은 금세 가시고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더라. 땅을 밟으며 자연 속에..
4. 드래그 레이싱과 열정 큰 아들의 자동차는 남달랐다. 터미널에서 출입문으로 나오니 큰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자동차 소리가 너무 커서 멀찍이 세워두고 왔거든요. 그러니 좀 걸어가셔야 되요.”라고 말하더라. 그때 뭔가 일반적인 자동차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은근히 기대가 됐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세계가 있다 그런데 막상 눈에 보이는 자동차는 매우 평범했다. 그냥 거리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 외관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막상 차에 타고 시동을 켰는데, 순간적으로 자동차가 폭발하는 줄만 알았다. 엔진의 굉음이 터짐과 동시에 자동차가 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마음을 단디 먹고 타야만 하겠구나. 그렇다, 큰 아들은 자동차 전..
3. 전주에서 초평까지 가기의 어려움 청주엔 9시 20분에 도착했다. 이장님의 아들이 터미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일 년 만에 보는 데도 한 눈에 알아봤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바로 초평저수지 근처에 있는 이장님 댁으로 향했다. 청주터미널에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작년에 국토종단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청주터미널부터 초평저수지까지는 꽤 거리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추를 심으러 가야겠다고 결정하고 난 뒤부턴 ‘과연 어떻게 그곳까지 갈 것인가?’하는 부분이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어제 저녁에 이장님과 통화를 할 때 “청주터미널에서 내려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교통편 좀 알려주세요”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장님도 마땅한 교통편이 없는지 “증평에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진..
2. 다시 고추를 심으러 가는 이유? 어느덧 국토종단 중에 초평에서 고추를 심은 후로 1년이 흘렀다. 국토종단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 초평 저수지의 추억이 제대로 기억날 리 없다. 단지 남아있는 인상이란 포근하고 행복하여 몸은 고됐지만 즐거웠다는 피상적인 느낌뿐이다. ▲ 삽으로 흙을 올려주면, 손으로 모종을 세우면 된다. 추억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드라마에서는 ‘기억은 추억을 배신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추억은 과거의 기억 중 좋은 부분만을 확대하여 이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불우한 어린 시절도 곧잘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변모되기도 하고 첫 사랑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던 한 때’로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극’을 제거한 순백의 ‘희극’만 가득하던 때로 재창조된 왜곡된..
1. 우연 따라 1년 만에 초평으로 잠에 푹 빠져 있어야 할 새벽인데 매시간 눈이 떠진다. 그래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뒀으니 그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면 되는데도 이상하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건 알람소리를 못 듣고 잘까봐서 그런 건 아니다. 설레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소풍 가기 전야에 들뜬 마음으로 설잠을 자게 되듯 나도 그런 것이다. 1년 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 벅차다. 뒤척이다가 5시 20분에 일어났다.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기분은 유쾌했다. 뒤척였다곤 하지만 피곤하지는 않았다. ▲ 2008년 9월부터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녀석. 이름을 하진이라 지었다. 어느 곳이든 함께 가자는 의미로 말이다. 남부시장에서 보는 우리네 일상 밥을 먹..
문화 수다 목차영화와 책과 전시회와 만나 나눈 정담(情談) 1. 영화ㄱ굿 윌 헌팅 ㄴ나의 살던 고향은 ㄷ돌베개와 탐욕의 제국, 다이빙벨 ㄹ ㅁ밀양매트릭스ㅂ본 아이덴티티뷰티풀 마인드ㅅ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색 & 계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쇼생크 탈출순수의 시대슈렉시간을 달리는 소녀 ㅇ알라딘아바타인간의 두 얼굴원령공주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형제ㅈ죽은 시인의 사회지브리 25주년 콘서트ㅊ ㅋ ㅌ타인의 삶 ㅍ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ㅎ 2. 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기타12.05.10 환경영화제12.05.29 LGBT영화제12.08.2..
목차 1. 사랑의 달인을 만나다 생활의 달인들 사랑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 2. 나 자신의 문제로부터 연애의 문제는 시작된다 연애 매뉴얼이 아니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 3. 호모 에로스가 되는 법 사람의 인연은 시절인연에 따라 단단하게 자신을 다진 이들의 사랑법 인용 목차 밑줄긋기
3. 호모 에로스가 되는 법 저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시절인연’으로 보고 있다. 봄이 오면 겨울은 가듯 시절인연이 오면 당연히 그 사람과의 만남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시절인연이 가면 둘은 당연히 헤어질 수밖에 없는 거란다. 사람의 인연은 시절인연에 따라 ‘실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실패란 없으며, 사랑이 끝난 다음엔 실패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따져 봐도, 사랑과 실패라는 개념은 공존불가능하다. 사랑은 대상이 나를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열어 가는 시공간적 인연의 장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연은 없다! 생명이 그 자체로 기쁨인 것처럼. -127쪽 죽고 난 뒤엔 내 존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듯(가장 두..
2. 나 자신의 문제로부터 연애의 문제는 시작된다 이 책은 연애개론서나, 지침서가 아니다. 매뉴얼처럼 어느 하나하나의 행동을 통제하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연애 매뉴얼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선 그런 류의 책들을 아주 극렬히 비판한다. 어떻게 타인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오늘은 손을 잡고 1주일 뒤엔 입맞춤을 하는 등등으로 정형화할 수 있겠는가~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형식화된 인간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요긴한 어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첫 번째 독후감에서 말했다시피, 주류적 척도(국가, 화폐, 외모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등)에서 벗어나 어떤 인연들을 만들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다룬 책..
1. 사랑의 달인을 만나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이 영화는 나온 지 한참 된 영화이지만,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유치할 것 같아서 보지 않았는데, 보고나서는 나름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의 달인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여러 달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머리에 한 가득 짐을 이고 가는 아주머니, 리어카 가득 짐을 싣고도 힘들이지 않고 가는 아저씨 등이 스쳐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달인이란 그런 사람이지 않은가? 공부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 이런 편견을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예는 뭐니 뭐니 해도 개그콘서트의 ‘달인을 만나다’라는 꼭지일 것이다. 김병만은 여러 달인 행세를 하며 나온다. 그가 진정한 달인이 아님이 곧 폭로되긴 하지만, 여기에 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목차 1. 왜 슬픈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나 회한에 가득 차게 된 이유 독자독식주의의 근원적 감정은 두려움 2. 혁명은 지금부터 이렇게 천천히 상상력의 빈곤, 그것이 문제로다 사이퍼를 넘어서 지금의 행복을 위해 공부하고 행동하자 인용 목차
2. 혁명은 지금부터 이렇게 천천히 이런 음울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서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내면에 갇혀 있는 20대가 너무도 많다. 물론 나 또한 그런 20대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상상력의 빈곤, 그것이 문제로다 이런 우리들에게 우석훈 씨는 말한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잃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사회적 지탄’ 세력이 되는 것, 그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142p)’ 내 친구는 우리처럼 사회에 발붙이지 못한 존재를 ‘먼지 같은 존재’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의 끝에 붙어 있는 학생들의 기록문에선 ‘잉여존재’라고 표현했다. 이건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다양한 변주이리라. 그런 잃을 것이 전혀 없..
1. 왜 슬픈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나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뭐든 다 잘 될 거야?’라는 낙관주의, 그것도 아니라면 ‘참고 고생했으니까 이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보상주의. 물론 일 년간 교사가 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왔다. 지금의 이 회한도 그런 노력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서 이지 않은가? 그래서 교사가 되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 생각하는 걸 테고. 회한에 가득 차게 된 이유 하지만 과연 지금의 이런 회한이 그렇게 꿈꾸던 교사가 되었다고 사라지긴 할지 의심스럽다. 꿈을 이루는 순간 성취감에 들뜰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런 마음이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경쟁 중심의 교육 체제(일제고사), 획일화된 교육방식, 교사와 학생의 자율을 침해하는 관료 ..
목차 1. 문화적 문법에 따라 사는 사람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계보학적으로 밝히다 사람은 기계인가? 2. 프로그래밍 기계들의 반란 문화적 문법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기계들 捨筏登岸의 맘가짐으로 맞서라 인용 목차
2. 프로그래밍 기계들의 반란 문화적 문법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기계들 불행히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기준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잣대, 그리고 우리가 되고 싶은 이미지, 가장 갖고 싶은 것, 최고로 생각하는 가치 등은 우리 자신이 만든 게 아니다. 그것들은 어느샌가 우리 머릿속에 프로그램화된 것들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비추어 다른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프로그램이 입력되는 과정은 우리가 하나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실존하는 방식 그 자체이므로 완전히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문학과 경계, 이진경, 2002년 이 글은 고병권씨가 쓴 ‘공각기동대’의 감상평이다.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일방적인 프로그래밍의 과정일 뿐이다. 국가관, 화폐..
1. 문화적 문법에 따라 사는 사람들 이 책을 집어 들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아니 한국사람 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 대하여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것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을 것이란 건 알지만, 한번 읽는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깐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과 그 해법’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계보학적으로 밝히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앉아서 유목하기’, ‘당연한 것 전복하기’ 이기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걸 거다. 이미 진중권씨가 쓴 『호모 쿠레아니쿠스』를 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거짓인지 느낄 수 ..
멋져버린 맞장 얼굴에 상처가 나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나 어제 팔십 대 일로 싸웠잖아.” 뭐 이 말에 XX:1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은 모두 다 아니까. 그냥 우스갯소리로 흘려듣는다. 맞장 뜨는 만용? 용기? 그런데 만약 이 말이 정말이라면 우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린 그런 사람을 용감무쌍하다고 해야 하나,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예전의 나였으면 그런 사람을 ‘의협심 강한 바보’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함부로 그렇게 단언하진 못할 거 같다. 이 책을 보고서 어찌 그렇게 함부로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서울시 교육청이 공인한 보수우파 학자들의 무분별한 역사 강의를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박차고 나와 그들에게 맞장을 신청한 책이다. 이건 만용이 아닌 진정한 용..
추방과 탈주 독후감 목차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상쾌한 기분이 들던 책 경험이 버무려진 인문학서 추방, 그건 우리의 현실이다 2. 추방당한 이들이여 탈주하라 추방과 법질서 강화 추방당한 우리의 힘, 탈주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탈주는 생각함으로부터 나만의 탈주법 추방된 그대여 탈주를 꿈꾸라 인용 목차 밑줄긋기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과연 이런 탈주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만의 척도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탈주는 생각함으로부터 그런 물음에 대한 해답은 현장인문학에 실려 있다. 내가 참 상쾌하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교육이 학교라는 체계 속에서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거나 인문학은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 여유를 누리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다. 바로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난 나 자신을 배반하며 나를 늘 궁지에 몰아넣기만 하는 척도를 신봉하는 게 아닌가. 잘 살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에도 오히려 그게 삶을 파괴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바로 그 ‘생각 없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습관적으로 살아갈 때, 편견이나 통..
2. 추방당한 이들이여 탈주하라 문제는 이렇게 추방당한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볼만 하다. 추방당한 이들이 많다면 이들이 하나로 뭉쳐 그 절망감을 표현하고 당당히 ‘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추방과 법질서 강화 하지만 이런 생각은 현실에서 한계를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척도(자본우월주의, 국가지상주의 등)를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면화한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까. 오히려 날카롭게 항의하고 대항하려 하기보다 국가에서 내려주는 떡고물이라도 없는지 처절하게 매달린다. 이들은 ‘돈’이 없어 이와 같은 어려움을 당한다고만 생각하기에 ‘돈’만 있으면 남들처럼 살 수 있으리라 착각한다. 그런데 지배층은 이렇게 추방당한 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책 한 권을 읽고 느껴보는 기분 중 상쾌함이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은 힘들게 산에 올라가 정상에 이르렀을 때의 상쾌함이나 도심의 답답함을 벗어나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된다. 상쾌한 기분이 들던 책 의식의 상쾌함과 육체의 상쾌함은 하나다. 의식이 상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폐쇄되어 있고 감정이 억눌려 있다면, 아무리 산에 올라간 들, 언덕의 바람을 몸소 맞이한 들 상쾌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아는 사람은 오히려 바람이 ‘몸을 사정없이 흔든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즉, 상쾌함은 육체적 상쾌함이 들기 이전에 정신적인 상쾌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씀. 상쾌함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책..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독후감 목차 1. 우연처럼 찾아온 책 도발적이기에 의미 있는 제목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2. 장애란 저 멀리 있지 않다 지블로그가 촉발한 서연 장애에 대한 탐구서, 깊이 있는 문제 제기서 3. 작은 계기가 큰 깨달음으로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교육권 그렇기에 우린 하나 되어 투쟁해야 한다 인용 목차
3. 작은 계기가 큰 깨달음으로 2장에선 본격적인 장애인들의 투쟁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저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본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들의 투쟁 방식은 고병권님의 '추방과 탈주'에서 나와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교육권 있다시피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아예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고서 경찰에 맞서는가 하면, 기어서 서울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또한 지하철을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저항운동을 펴기도 했다. 작년 6월 촛불집회 때 경찰버스 투어를 각오하며 저항운동을 폈던 시민들처럼 그들 또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선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고 시민들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2. 장애란 저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그와 같은 서연 때문이었다. 그린비에서 온 Gblog(그린비 출판사에서 만드는 작은 잡지)를 재밌게 읽고 있었다. 지블로그가 촉발한 서연 그 잡지엔 많은 책들이 소개 되어 있었다. 그 중에 눈길을 끈 책들이 몇 권 있었다. ‘섹스란 무엇인가?’와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와 같은 책들. 거기에 물론 이 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지블로그를 잠시만 보게 된다면, 나와 같이 여러 책으로 서연이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은 고추장(고병권 추장님)님이 대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고 권해주신 4권의 책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고추장님이 권해주신 4권의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허걱! 창피할 것까진 없지만..
1. 우연처럼 찾아온 책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참 도발적인 질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를 테면 전혀 관심도 없는 상대가 “너 나 알아?”라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도발적이기에 의미 있는 제목 장애에 대해 얼핏 생각하면 아는 것도 같다. 그러나 쉽게 “당연히 알지~”라고 대답하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이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래서 ‘정말 제대로 아는 게 맞나?’라고 ‘깊이 있게’ 생각해본 결과. 두둥~~~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착각했을 뿐이지, ‘언제나 나와는 상관 없는 것’쯤으로 신경도 쓰지 않고 여태껏 살았던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내 주위에 장애를 가진 사람도 없었고 나 또한 별 장애 없이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생각없음! 생각조차..
3. 힘내라 키팅들이여! 키팅의 이런 지도법은 학생들을 변화시켰다. 이런 변화가 좀 급작스런 감이 없지 않다. 누군가가 내 생각에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는 까닭이다. 더욱이 자신의 모든 기반을 바꾸는 그런 일에 있어선 더욱 힘들다. ▲ 재작년에 도보여행을 갔었다. 아이들이 계획을 열심히 짜고 있다. 이렇게 나름의 여유로 바라볼 수 있었던 데엔 키팅의 가르침이 있다. 카르페디엠의 수업은, 학생들의 억압된 열망을 끓어오르게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그들이 변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다, 그들도 이미 자신의 삶이 심하게 꼬여 있음을 눈치 채고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든 조금씩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불씨는 있었던 셈이니, 거기에 바람을 더해주거나 기름..
2. 사회의 욕망을 대변하는 교육과 키팅의 교육 학생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 부모의 희망을 위해 복종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일류대학교에 가서 사 짜 돌림의 직책을 갖게 되면 떵떵거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라는 세상이 유포한 거짓말을 누구나 믿고 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 뻔히 안다. 하지만 그만 둘 수가 없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나만 안 해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욕망을 위해 자식을 옥죄다 하지만 그 안에 자신은 없다. 오로지 명예욕과 권력욕의 화신이 된 자신이란 껍질만 있을 뿐이다. 1%의 영광을 위해 99%는 암울한 현실을 묵인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현실을 대하며 부모들은 “다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나도..
1. 참을 수 없는 울분으로 ‘죽은 시인의 사회’란 책은 정말 우연하게 보게 된 책이다. 『알라딘』이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 ‘지니’가 나오는데 그 익살맞은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 [알라딘]의 지니는 천연덕스럽고, 장난기 많은 캐릭터인데, 그걸 아주 잘 연기했다. 우연처럼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접하다 그래서 누가 그 목소리를 내는지 찾아봤다. 그랬더니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1951~2014)라지 않은가~ 그래서 그가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굿 윌 헌팅』이란 영화가 전면에 떴다. 이름을 한 번 정도는 들어본 영화다. 그 중 『죽은 시인의 사회』란 영화는 이미 예전에 친구가 DVD를 빌려줘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끝까지 다 보진 못했다. 그 때 ..
목차 1. 참을 수 없는 울분으로 우연처럼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접하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키팅 같은 선생님들 2. 사회의 욕망을 대변하는 교육과 키팅의 교육 부모의 욕망을 위해 자식을 옥죄다 카르페디엠의 교육관이란 무엇인가? 3. 힘내라 키팅들이여! 카르페디엠의 수업은, 학생들의 억압된 열망을 끓어오르게 한다 배후를 찾는 사회에선 진정성이란 없어진다 힘내라, 이 시대의 키팅이여 인용 목차 밑줄긋기 영화 후기
목차 1. YES를 외치기로 맘먹다 관심조차 갖지 않던 이 책을 보게 된 이유 한 마디 말에 행동이 송두리째 바뀌다 2.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그래’ 정신으로 살라 늘 ‘그래’라고 말한다는 게 가능한 거야? ‘그래’라 외치되 결과엔 연연하지 마라 국토종단과 ‘그래’ 정신 인용 목차
2.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그래’ 정신으로 살라 그는 친구 한 명에게 버스에서 전해들은 그 한 마디 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오로지 ‘Yes’만 말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털어놓는다. 늘 ‘그래’라고 말한다는 게 가능한 거야? 이런 결심 앞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엔 좋은 제안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는 초반에 사기를 당할 뻔도 했고 자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 없는 자동차와 건강식품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뭐랬는가? 예스도 분별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건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어제 진규와 나눈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진규: 초등학생 때 쓰레기를 줍는 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갔거든. 그게 너무 많아 도무지 다 ..
1. YES를 외치기로 맘 먹다 오늘 ‘예스맨’을 다 읽었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고 있었을 땐 별 느낌이 없었다. 의식에서 구성해낸 픽션이라면 보지 않아도 뻔했으니까. 내가 결혼 생활을 해보지 않고 연애하던 그 마음을 확대하여 결혼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없겠는가. 관심조차 갖지 않던 이 책을 보게 된 이유 하지만 제대로 알고 보니 이건 소설이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을 쓴 수필이었다. 그때부터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누구도 감히 못 해볼 엄청난 일을 하고서 그 소감문을 쓴 거니까. 이 책이 좀 더 와 닿았던 이유는 나도 남들이 감히 해보려 하지 않는 일을 해보려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동병상련이다. 남다른 무언가를 했던 사람의 자취를 쫓아가며 거기서 메시지를 얻는 것..
목차 1. 선택적인 기억과 왜곡된 진보 기억은 선택적이다 ‘진보’라는 말의 함정 2. 호모루덴스를 지향하는 예술을 위해 이교도 사제의 동상이 바티칸에 있는 이유? 절대적인 해석 따윈 없다 예술을 통해 호모루덴스를 되찾아라 어렵지만 여러 예술품이 더욱 가까워지던 책 인용 목차
2. 호모루덴스를 지향하는 예술을 위해 위에 보이는 것은 ‘라오콘 군상’이다. 라오콘은 트로이 신관이다. 그렇기에 천주교에서 보면 이교도의 사제일 뿐이다. 이교도 사제의 동상이 바티칸에 있는 이유? 그런데 이 군상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바티칸 박물관에 있다. 이단이라 할 수 있는 조형물이 정통을 자부하는 종교기관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형용모순이지 않나? 좀 더 쉽게 말하면 교회 강단 앞에 불상이 올려 있는 거와 같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 그것이야말로 해석의 자유가 낳은 정치적 역학 관계의 소산이었던 셈이다. 라오콘은 신들이 합의를 하여 트로이를 없애려 하는 것에 온 몸으로 맞서 거부하다가 저와 같은 고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바..
1. 선택적인 기억과 왜곡된 진보 기억은 선택적이다 기억은 항상 선택적이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실제 내 삶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내게 유리한 것들로만 구성되는 기억의 게슈탈트다. (중략) 이러한 기억의 선택적 구성을 통해 자기 아이덴티티가 성립된다. 자기를 서술하는 방식이 자기 자신이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야기하는 나’가 ‘나’다. -『일본열광』, 105쪽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겪고 그걸 이야기 한다고 해보자. 과연 그 이야기가 얼마나 객관적일까? 얼마나 사실 그대로에 근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솔직히 이런 질문은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외부의 사건을 우리의 시신경을 통해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느낌이 오는 건 아니다. 그걸 걸러내는 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독후감 목차 1. 지금 행복하게 살아가기 미래의 행복을 현재로 찾아오는 방법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이들 2. 써바이를 외치던 사람들 행복의 척도 그저 이 순간 살아감이 행복이여라 자신의 상황을 긍정할 수 있는 힘 인용 목차 밑줄긋기
2. 써바이를 외치던 사람들 과연 미래의 어느 때에 있을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지금의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지금부턴 그들의 말을 통해 무엇이 다른지 여실히 보도록 하자. 행복의 척도 우리는 깨끗한 물 아니면 안 되고, 더울 때 에어컨 없으면 안 되고, 오래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흔까지 사는 게 쉰까지 사는 것보다 행복할까요? 깨끗한 물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내가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할까요? -80쪽 백지윤씨의 말인데, 이 말을 통해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누구는 ‘깐깐한 물(?)’을 마시려 오늘도 열심히 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하고 오래 살 것 같으니까. 바로 그게 행복이라 생각하니 가..
1. 지금 행복하게 살아가기 무엇이 그리도 조급하고 두려웠던 것일까? 남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사실 때문에 그랬나? 그러고 보면 언제나 나의 생각은 어떤 하나의 틀에 갇혀 꽉 막혀 있었다. 우리나라엔 일반룰이 있다. 어느 나이 때엔 취직을 해야 하고, 어느 나이 때까진 결혼을 하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바로 그런 일반적인 것들에 눌려 살아왔기 때문에 내 삶의 행복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엔 있을 수 없는 것이 되고야 말았다. 미래의 행복을 현재로 찾아오는 방법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일반룰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갔던 사람조차도 행복과는 요원한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교사가 되고 싶어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직면하자, 그만 합리화하고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질 싸움인 줄 뻔히 알고서, 자존심 때문에 싸움을 붙었다. 역시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런데 그 녀석 막상 일어나고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내가 얼마나 평화주의자인데... 그래서 억지로 맞아준 거야.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데....”라고 옷에 묻은 흙을 털면서 말하는 거다.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험이라고 해서 공부를 할 리 없다. 막상 시험을 본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나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데 그때 “난 학교에서 정답 맞추기 위한 기계가 되기 싫어서 공부 안 하는 거야. 너희들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공부하기 시작하면 금방 선두권에 들어갈 거라고...”라며 비웃듯 얘기하는..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 목차 1. 전형적인 삶이란 없다 전형화된 공주의 틀을 깨다 무수한 변수 속에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2. ‘철’ 들지 마란 말야 관습대로 살아가던 공주 결혼을 통해 사람이란 존재를 알게 되다 길을 떠나보니 그 길 위에 내가 있더라 인용 목차
2. ‘철’ 들지 마란 말야 공주도 처음엔 평범한 공주였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속 공주’였다. 하지만 약간 다른 게 있었다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왕자만 기다리지는 않았다는 것. 품위 있는 공주가 되기 위해 자신의 욕망(함부로 울어선 안 되며, 왕성한 호기심이 있어도 안 된다. 그건 천박한 짓이니까)들을 거세해 나가야 했고 왕실규범에 따라 행동을 정형화해야 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엔 모두 자유분방하고 행동이 제각각이지만 훈련을 받고나선 하나의 기계처럼 정형화되듯 말이다. 관습대로 살아가던 공주 처음부터 공주는 이중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비키’라고 불리는 어리고 감정적인 자아는 공주 안에 억압된 욕망들이 표현된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아를 인정하고 늘 같이 이야기하..
1. 전형적인 삶이란 없다 왠지 섬뜩한 노래 가사가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노래는 가사 뿐 아니라 노래 자체도 굉장히 우울하다. 이 노래를 들을 때 생각났던 장면은 「에반게리온」에서 수많은 레이가 일제히 얼굴을 들던 장면이었다. 내 안에 있던 수많은 내가 고개를 들고서 또 다른 나에게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으니까.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전형화된 공주의 틀을 깨다 사람은 누구나 다중적이다. 여러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그렇게 여러 명의 자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 안엔 너무도 나약한 어린 자아도 있고 누군가에게 잘난 체 하려는 거만한 자아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자아들이 들쭉날쭉하며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다중성을 ..
목차 1. 응원단이란 게임과 장자 ‘~되기’를 통해 응원단에 익숙해지다 익숙히 알던 장자를 다르게 묘사하다 2. 노장사상을 벗어난 장자를 만나 소통을 꿈꾸다 노자와 결별한 장자를 만나다 나라고 규정된 한계를 잊고 소통하라 인용 목차 밑줄긋기
2. 노장사상을 벗어난 장자를 만나 소통을 꿈꾸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 묶어져 있던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사실이었다. ‘당연히 노장 사상 아니야?’라고 반문하며 책을 펼쳐봤던 나이기 때문이다. 노자가 만든 無의 사상을 장자가 완성했다고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 노장사상은 사마천이 쓴 사기의 '노장신한열전'을 통해 한 카테고리로 묶이게 됐다. 노자와 결별한 장자를 만나다 하지만 그 당연하다는 것에 매몰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의 범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장자를 장자 자체로 이해하기보다 노자의 사상을 토대로 장자의 사상을 구분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난 저자의 노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더 급진..
1. 응원단이란 게임과 장자 ‘응원단’이란 게임을 아는가?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펌프’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요즘 내가 흠뻑 빠져서 즐기고 있는 게임인데, 모든 음악 게임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박자 감각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에 해보고선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런 식의 음악 게임에선 도무지 박자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그래서인지 비트박스도 몇 번하다가 관두곤 했었다. ▲ 응원단이란 게임을 하며 흐름에 맡기는 법을 알게 됐다. ‘~되기’를 통해 응원단에 익숙해지다 하지만 그때 읽게 된 책은 이진경씨가 쓴 『노마디즘』이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은 여러 가지이지만, 나의 신체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게 그 중 하나였다. 이를 테면 손이 필기도구와 만나면 ‘필기도구-되기’를 ..
학교 밖은 즐거워 북한강 라이딩 승빈이가 기획한 야외 활동으로 잠실나루역에서 만나 북한강에 있는 대성리역까지 가는 대장정이다. 물론 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 때문에 돌아올 것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훈이와 현세는 각자 개인 사정이 있어 빠지게 되었고, 오늘만 특별히 참가하기로 했던 승환이는 금요일 트래킹 때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승빈이와 민석이와 함께 조촐하면서도 우애로운 기분으로 길을 떠난다. 적은 인원이 떠나는 여행이지만 모처럼 하는 라이딩이니 만큼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기만 하다. ▲ 학교에서 출발하여 잠실나루역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 여긴 천호에 있던 자전거 대여소입니다. 민석이 자전거가 장시간 바깥에 있다보니, 체인이 모두 녹이 슬었습니..
합정동프로젝트 목차(12년) 06.01 백남준 아트센터 06.19 루브르 박물관전 06.22 박노해 & 최민식전 08.31 내셔널지오그래픽전 사진이 예술품이 되는 이유 사진에 담긴 예술혼 09.07 대림미술관 & 윤동주 기념관 09.14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의 만남 무위당 장일순 삶과 수묵전 금호미술관: 각 작가의 작품전 09.21 인생사용법 10.19 덕수궁 프로젝트 11.30 강은일 해금 플러스 인용 목차
남산공원 트래킹 작년 1학기부터 매달에 한 번씩 금요일엔 트래킹을 나가기로 했다. 그 전엔 영화팀만 등산을 하곤 했었는데, 그걸 단재학생 모두 함께 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높지 않은 산으로 등산을 가려 했지만, 아이들이 “트래킹이라고 해서 간단한 산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등산을 하는 건 그렇죠”라는 이의제기를 했다. 그래서 교사가 3월 첫 트래킹 일정만 짰을 뿐, 그 이후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짤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3월엔 우면산에서 시작하여 구룡산까지 걷는 것으로, 4월엔 올림픽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자는 계획이었으나 16일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며 성내천을 걷는 일정으로. 5월엔 아차산과 용마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9월엔 승환이의 집에서 가까운 중랑천을 걷고 농구하는 것으로, 10..
전주&임실 여행 1. 자만 벽화 마을, 오목대 자만벽화마을 물짜장 먹기 담력훈련 세월호 1주기 2. 경기전, 한국전통문화의 전당 경기전 전주비빔밥 3. 치즈마을, 치즈&피자 만들기 체험 치즈 만들기 체험 피자 만들기 인용 여행기
강화도 석모도 여행 1. 갯벌 축구 갯벌축구 2. 보문사 보문사 고기파티 인용 여행기
안동 테마 여행 1. 월영교, 안동호텔 월영교 안동역 2. 도산서원, 도산 온천 도산서원 3. 하회마을 하회마을 간고등어 인용 여행기
대구&서울 청소년 교류 활동 목차 1. 이월드, 맥섬석 유스호스텔 이월드 저녁활동 발표회 2. 근대골목, 경상감영, 서문시장 대구 근대골목 탐방 서문시장 저녁축제 3. 갓바위, 팔공산, 안전테마파크 갓바위 팔공산 안전테마파크 저녁활동 4. 동화사 마침인사 동화사 인용 여행기
16회 전주국제영화제 1. 개막식과 소년 파르티잔 개막식 오스트레일리아 ‘소년 파르티잔’ 관람 2. 찰리의 나라 & 현세의 꿈 & 소년 오스트레일리아 ‘찰리의 나라’ 관람 ‘현세의 꿈’을 촬영하다 ‘소년’ 관람 3. 어벤져스 2 어벤져스2를 IMAX에서 보다 인용 여행기
14회 전주국제영화제 목차 1. 영화 ① 개막식 전경 폭스파이어 1 - 대략적인 내용 폭스파이어 2 - 역사적인 아이인 「폭스파이어」와 영원한 아이인 「써니」 폭스파이어 3 - 너의 인식이 비뚤어졌나? 나의 행동이 비뚤어졌나? 2. 영화 ② 행복한 시한부 인생 - 평행선의 마주침을 그리는 로드무비 샤히드 1 - 할리우드, 발리우드, 코리우드? 샤히드 2 - 변태의 장소, 감옥 샤히드 3 - 정 맞는 국가권력에 맞선 자 샤히드 4 - 규정된 시대에 살기 or 시대를 규정하며 살기 3. 멋 부채박물관 1 - 단오와 부채의 관계 부채박물관 2 - 부채에 자신을 남기다 오목대 - 이성계의 흥취를 공유하다 풍남문 - 오래된 미래를 지키려는 노력 전동성당 -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본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에 대한 견..
13회 전주국제영화제 목차 1.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고향 전주로 여행 가다 고향 전주로 여행을 떠나다 영화는 책이다 2.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편 구름 위에서 남서쪽 원 맨스 워(One Men's War) 나나 3.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관광편 아무 것도 안 할 자유! 천을 걸으며 자연을 맛보다 남천교 위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유를 얻다’ 전주한옥마을, 과거가 머문 공간을 걷다 4.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음식편 순대국밥(엄마손 해장국) 콩나물국밥(현대옥) 콩국수(진미집) 비빔밥(고궁) 육개장(복자식당) 냉면(함흥냉면) 인용 여행기
19회 부산국제영화제 1. 해운대 산책 & 스톰메이커 해운대 산책 콜롬비아 영화 ‘스톰메이커’ 관람 2. 당일표 예매 & 그들이 죽었다 & 이기대공원 & 해석, 바다로 간 산적 새벽부터 예매전쟁터로 ‘그들이 죽었다’ 관람 이기대공원에 가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관람 3. 타이밍 ‘타이밍’ 관람 인용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