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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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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떠나는 도보여행의 비판에 대한 해명 어제 가족 모임이 있었다. 술을 마셔야만 나사를 반쯤 풀게 되고, 그제야 겨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약함이 있다. 진실해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기에 떠나는가? 우리는 ‘가족’이란 정의를 곱씹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희생하길 강요하고 있었다. 가족 공동체와 비슷한 말은 ‘가족 이기주의’다. 모든 걸 안으로 삼키는 블랙홀. 가족 공동체가 서로의 희생을 강요하는 배치 하에서는 가족 이기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있지 않는 ‘가족’이란 정의를 위해 개인의 행동, 개인의 사고를 가로막고 통제하려 하니 말이다. 가족 공동체가 실질적인 공동체가 되기 위해선 이와 같은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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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여행에 대해 정의하기 2009년에 국토종단을 떠난 후 2년이나 지나 도보여행을 다시 떠나겠다고 생각한 일은 갑작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어느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갑작스럽되 예정된 사람여행 다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만한 걸 찾고 싶었다. 여기서 있자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건 이미 정해진 한계 내에서 현실 순응하는 일일 뿐, 좌충우돌하는 게 아니었으니 성에 찰 리 없었다. ‘지금 겪어야 할 일이라면 미루거나 겪지 않도록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겪자’라는 생각을 평소부터 하고 있었다. 한참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을 때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말이다. 물론 좌충우돌하지 않는 편안한 길을 찾지 않은 건 아니다. 아마도 임용에 합격했다면 이런 고민 따위는 당연히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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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길 선언문 길, 그건 내가 태어난 곳이자 내가 살아갈 곳이다. 더불어 나의 꿈이 만들어진 길이면서 동시에 자라고 영글어갈 곳이다. 길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만의 길이 만들어진다. 길의 가능성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그곳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길에 서고자 한다. 즉, 길을 통해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대면하고 싶고 제대로 알고 싶다. 길은 외부ㆍ타인을 지향하지만 결국 내부ㆍ자신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열렸기에 닫힌 공간이며 그렇기에 타인과 자신을 통합하는 공간이다. 교사의 꿈이 사라진 지금, 여태껏 걸어왔던 길을 무작정 갈 순 없다. 어떠한 인연의 장이 열리길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인연의 장을 열어젖히는 능동적인 자세로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 자신이 가벼워..
국토종단 목차전남 목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국토를 가르는 여행기 1. 떠나기까지 도보여행 준비법 2.15(일) 프롤로그 무엇에 쫓기며 살아왔나?틀만을 고집하다타개책도드라짐의 긍정 2.28(토) 프롤로그①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국토종단을 맘먹다천천히 의식을 붕괴시키다의지대로 모든 건 재구성된다 2.28(토) 프롤로그② 나만의 색채로, 나만의 계획으로여행은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공부지리산 등반과 도전정신 없음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란 꿈을 품고 3.07(토) 모든 해답은 네 안에 있어 3.12(목) 난관에 부딪히다Ⅰ이사가 국토종단의 발목을 잡다 3.16(월) 국토종단을 위한 준비물을 갖추다삶의 쉼표를 찍을 때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반응생에 슬픔이 없다면 기쁨도 없고 기쁨이 없다면 슬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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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집기④ 흥미진진하고 가슴 뛰게 한 재편집작업 이런 식으로 편집된 ‘국토종단기’를 보니, 여러모로 읽기 편해져서 맘에 든다. 물론 자화자찬이지만 추억이 되어 서서히 묻힐 뻔 했는데 이렇게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글이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편집을 위해 글을 읽으며 수정하다 보니, 거의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쉽게 끝날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막상 편집하기 시작하니 할 일이 꽤 많았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예전 글을 읽고, 당시의 느낌을 떠올리며 작업을 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는 거다. 최근에 GTA5라는 게임을 하며 간만에 밤을 새는 열정을 발휘했었는데, 편집한 이후에는 게임보다 이게 더 재밌어서 게임도 하지 않게 되었다나 뭐라나. 그만큼 예전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꾸미는 작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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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집기③ 편집의 원칙 지금 보기에 내용이 이상할지라도 바꾸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그 당시의 절실했던 감정이고, 무엇과 마주쳐 공명한 감정이기에 그걸 살리는 게 ‘국토종단기’의 핵심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바꾸지 마라 어설프니까 내용이다 예를 들면, 연기군을 지날 땐 ‘행정도시 이전’과 같은 사안에 집중하며 그 정당성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공사판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던 부분은 분명 현실인식이 부족했던 부분이다. 지금 보면 여러모로 단순한 생각이라 창피하긴 한데, 그 당시엔 정치적 사안보다 환경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져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기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어설프고, 설익고, 부족한 부분이라 하여 모두 제거해버린다면, 지금 내 모습도 퇴색해버리며, 편집이 아닌 악의적 창작이 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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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집기② 5년 만에 다시 국토종단기를 편집하는 이유 흐름이나 마주침을 통해 글이 된다는 생각은 위에서도 잠시 얘기했듯이 글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에 대해서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미술작품, 영상작품, 그 외의 모든 작품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과거 찾아 삼만리 진규는 그림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친구다. 어느 날 이 친구에게 예전에 그렸던 작품을 보여주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막상 그리고 보면 이것저것 부족하다 싶어서 창피하고 그렇더라구. 예전에 그린 것을 지금 보면 ‘겨우 이렇게 그렸나’하는 생각에 버리고 싶기도 한다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런 말에 대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나 또한 예전에 쓴 글을 보면 내용에 손발이 오그라들고, 무얼 말하고 싶은지 모를 정도로 문맥이 맞지 않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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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집기① 나와 공명한 흐름이 글로 담기다 국토종단은 2009년 4월 19일에 시작되어 5월 23일까지 거의 한 달간 떠났던 여행이다. 그 당시에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돌아와 국토종단기로 정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었다. 그렇게 과거의 추억으로 묻혀가고 있는 이때, 그것도 무려 6년이나 지난 지금 국토종단기를 재편집하게 되었다. 왜 갑자기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현재의 기억으로 덧칠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됐는지 지금부터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당신은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어떤 정의를 내리는가? 나에게 글이란 인연과의 마주침, 천지자연과의 뒤섞임이 발산(發散)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이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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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③ 인생의 셈법으로 살아갈 삶을 기대하며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목포에서 떠나던 때가 생각난다. 식상한 표현을 덧붙이자면 그때가 꼭 ‘엊그제’ 같다.^^ 배낭을 메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신발도 길이 들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여행(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다)은 처음이었기에 모든 게 생소하고 두려웠다. 그나마 믿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과 우연마저 긍정할 수 있도록 변한 생각,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 자신이었던 셈이다. 낯선 인연들과 함께 만들어간 국토종단기 ‘이제부턴 내 자신만 믿고 뚜벅뚜벅 길을 걸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건 피하지 말고 직면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 끝을 맺었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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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② 불안을 극복하는 두 가지 자세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두 가지 불안이 지닌 ‘근시안적인 삶의 태도’가 ‘이해타산적인 경제관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에만 집중한다. 내가 이 사람에게 얼마를 베풀었으니 이 사람도 나에게 얼마를 되갚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푼, 한 푼 돈을 쓰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관계도 피상적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과연 좋은 관계인가? 누구도 그런 관계가 좋다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생이불유(生而不有)의 삶의 자세 그렇다면 이런 관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또한 ‘근시안적인 관점’을 벗어나 ‘원시안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베풀어 얼마를 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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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① 두 가지 불안 “한 평생이란 시각으로 인생을 보면 지금의 이런 여행도 좋은 추억이고 계기겠죠”라고 원통에서 진부령을 넘어 간성으로 가기 위해 차를 얻어 탔을 때, 운전하던 분이 해주셨던 말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 임용고시를 코앞에 두고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부하기도 벅찬 시기에 딴짓만 한다고 걱정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이런 식으로 여유를 부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였던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 인생의 쉼표를 찍고 싶다고 할 땐 이 일을 잠시 멈추는 것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우려를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그 마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런 말을 통해 제풀에 지치지 말고 하던 일에 지겨워하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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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이 끝나던 순간에 들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소식 차를 타고 통일 전망대로 가는 길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니 편하긴 했지만 걸어서 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통일전망대에서 남과 북이 하나임을 느끼다 꽤 긴 시간을 달려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언젠가 수학여행으로 와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낯선 이 기분은 뭘까? 군생활을 월정리 전망대에서 했던 터라 그런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여긴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은 보이지 않고 일반인들만 있더라. 여기저기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진 않더라. 그런 대로 분위기는 좋았다. 그래도 금강산 관광버스가 이곳을 거쳐 가는 곳이라 그런지 도로도 잘 뚫려 있고 마치 지금이라도 차를 타고 그대로 북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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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과 출입신고소 고성 대진에서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동해안에 철조망이 많이 철거되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엔 철조망이 남아 있다. 철조망 건너편엔 우리의 영해인 동해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바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곳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 동해에 설치된 철조망에 숨겨진 이야기 그렇다면 철조망은 무엇 때문에 설치되어 있는지도 알 만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북한군의 침투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설치되었을 것이다. 그래 맞다. 그래서 그 방어선에 따라 경계병들이 배치되었던 것이고 우린 그것 때문에 한때 두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뒤집어 생각해보면 철조망은 우리를 가두고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다를 보고도 해수욕을 하거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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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바닥에 이불을 세 개 깔고 이불을 두 개 덮고 잤더니 엄청 포근하더라. 오랜만에 집에서 자는 듯한 안락함을 느끼며 푹 잤다. 교회에선 금요심야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찬송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지금 내 몸이 천근만근이니 그 시끄러움마저도 자장가처럼 들리더라. 그때 바다로 뛰어드는 꿈을 꿨었던 듯한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일어나 보니 다행히도 비는 그쳤더라. 새벽 내내 비가 왔었는데 아침에 그친 것이다. 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여기서 통일 전망대까진 12Km다. 여행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목적지에 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만만찮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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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에 동해의 파도 소릴 들으며 교회 심방에 참여하다 씻으러 나오니 하늘에선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만약 잘 곳을 구하지 못했다면 이 비를 맞으며 또 한참이나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만큼 승낙해주신 목사님께는 감사할만한 일이지만 말이다. 얼떨결에 교회 심방에 참석하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은 집사님이었는데, 나 먹으라며 빵이랑 수박을 가져다주셨다. 그러면서 오늘 심방(尋訪)을 가니까 같이 가자고 하신다. 그 순간 난 만세를 부를 뻔했다^^ 내가 이런 자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를 거다. 연기군 양화면에서 사모님이 결혼식에 함께 가자고 초대했었는데 그걸 거부한 후론 그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더더욱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동반사적으로 이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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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간성을 지났고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동해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수평선이 보이고 청명한 파란빛을 띤 동해의 장관이란 지금껏 상상해왔던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이런 동해의 장관을 보기 위해 걸어왔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바람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햇볕을 받으며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몸이 금세 식어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한 걸음씩 걸었다. 서해는 광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규모가 좀 큰 호수 같은 느낌에다가 바닷물도 깨끗하지 않아 실망이 컸었다. 그런데 동해는 서해와는 180도 달랐고 거기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힘껏 밀려오는 파도의 힘도 장난 아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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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끝내지 않기 & 음미하며 걷기 어제 지나쳤던 군부대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한참이나 거슬러왔나보다. 어제 봤던 낯익은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모든 게 달랐다. 어젠 비 오는 우중충한 날씨였고 오늘은 햇살이 반갑게 인사하는 날씨다. 어제 내린 비로 세상의 온갖 티끌이 깨끗이 씻기기라도 한 듯 세상은 한결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건 날씨 탓만은 아니다. 바로 내 기분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제 이 길을 걸을 땐 온갖 불안과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삶의 비극을 온몸으로 맛보았지만 지금은 기쁨ㆍ행복을 만끽하며 삶이 주는 위안을 맛보고 있다. 날씨와 마음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지금 이 순간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난 그렇게 ‘같지만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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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이른 여행의 아쉬움과 상쾌함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눈을 떠서 방 안을 둘러본다. 방 안엔 어제 널어놓은 빨래가 있고 욕실엔 우의가 있다. 방안은 어지러웠는데도 기분만은 상쾌하다니^^ 비 온 후에 갠 날씨 탓일까? 그게 아니면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어느 이유 때문이라 꼭 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만큼이나 내 마음도 환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치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한껏 들고 말이다. 상쾌함과 아쉬움 그 사이 여행을 떠난 지 오늘로 딱 한 달 되는 날이다(예비군 훈련 때문에 집에서 머문 날을 빼고서 계산할 때). 한 달 동안 한곳에 머물지 않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한곳에 머물던 예전이 그리워지던걸. 그건 지금 이 순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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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사람 정상에서 하룻밤 신세질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이 그렇게 어이없이 무너지니 맘이 급해지더라.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내려가다가도 교회가 있다고 하셨으니까. 그 말을 믿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살기 위한 발악, 히치하이킹 내려가는 길은 전형적인 산길 도로더라. 빙글빙글 꼬이고 꼬였다. 하지만 경치 하나는 예술이었는데 비는 오고 날은 점차 어두워지고 잘 곳을 못 구할 수도 있기에 마음이 급해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려가다보니 민박집만 많더라. 어느덧 시간은 7시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산 속이고 비 오는 날인지라 해도 빨리 져서 벌써부터 어둑어둑하다. 나는 아까부터 차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차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라’는 ‘여행의 제1규칙’을 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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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을 걸어 태백산맥 진부령을 넘다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여행 코스를 뽑으라면 단연 목포ㆍ무안 코스였다. 사실 그 코스는 별 볼게 없었다. 그저 4차선 1번 국도를 따라 가는 지겨운 길이기에 볼거리도, 걷는 즐거움도 없었다. 빗속 국토종단의 낭만 그런데도 최고로 꼽는 이유는 나의 첫 국토종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빗길 여행의 낭만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오면 대부분 ‘비가 많이 오니까 오늘 하루는 쉬는 게 어때?’라는 문자를 보내온다. 이런 식의 국토종단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런 말에 두말할 필요도 없이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걷던 그 길이 빗길이었던 덕에 그런 생각이 확 바뀌었다. 오히려 햇볕 쨍쨍한 날의 여행보다 비를 맞으며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빗길 여행이 더 좋다. 빗속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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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비 오는 날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출발하다 잘 때만 해도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설마 춥겠어’라는 생각으로 우의를 껴입지 않고 그냥 잤더니, 역시나 좀 추웠다. 그래서 새벽기도 후엔 우의를 껴입었더니 어찌나 따뜻하던지^^ 정말 그때부턴 정신을 잃고 잠들었나 보다. 그후에 포크레인의 시끄러운 바닥 긁는 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전국에 많은 비가 온다고 했었다. 전주는 이미 어제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들었었는데 강원도는 새벽부터 내린 모양이다. 새벽기도 때 밖에 나가보니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단단히 챙겨 입었고 배낭 속의 모든 물건은 비닐로 감쌌다. 마음 굳게 먹고 아침밥을 먹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성까지다. 지도가 없어 정확한 거리는 알지 못하지만 40K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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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장로교회에선 원통면이 내려다 보인다 그 가게에서 나와 열심히 걸었다. 디카에 저장된 지도로는 자세한 거리를 측정할 수 없다. 지도 이미지만을 봐서는 짧게 느껴져서 천천히 걷고 있다. 그런데 그런 예상과는 달리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거다. 예측 실패로, 부리나케 걷다 디카 액정에 비친 사진만으로 예측해 봤을 땐 ‘면’ 소재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3~4시쯤이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그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또 엄청난 판단미스를 한 것이다. 그것 지도가 접혀지는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도착할지 예상조차 할 수 없게 되니 마음이 급해지더라. 그래서 그때부턴 쉬지 않고 경보 수준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 입구 근처라도 도착해야 마음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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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 춘천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양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0분이었다. 지도가 없으니 디카를 보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걷고 있다. 처음엔 ‘그냥 돌아갈까?’하는 갈등을 하며 마지못해 걸었다. 어제 푹 쉬지 못한 탓인지 몸도 무겁고 마음마저 싱숭생숭하다. 목적마저 잃어버리고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으니 하긴 해야겠는데, 하긴 싫다. 때론 쉬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허무하고, 지치고, 의욕 없는 그대에게 전해주는 비법 이런 위기에 특효약이란 게 있을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해볼까? 흔히 생각하는 이런 방법은 잠시동안의 힘듦을 줄여 줄지는 몰라도 내가 목표한 것에 이르도록 할 순 없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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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다는 축복과 끝맺음의 힘듦 확실히 더워진 게 느껴진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난다. 거기에 모자까지 썼으니 머리는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이런 날씨엔 왠지 쉬고 싶다. 하지만 덥다고 쉴 순 없다. 앞으로 더 더워질 것이기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선선할 때 빨리 걸어서 끝내는 게 낫다. 어느덧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내일은 비도 온단다. 얼마 남지 않은 국토종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던 순간 어제 쉬어서인지 오늘은 걷는 게 왠지 새롭게 느껴진다. ‘근 한 달째 걸었으면 이미 익숙해질 만도 할 텐데 이제야 웬 새로운 느낌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걷는 것 자체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한 걸음씩 걸으며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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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에서 닫힌 공간으로 바뀐 교회들 이렇게 터널을 통과하며 왔더니 2시에 양구가 4Km 남았다는 팻말이 보이더라. 생각보다 너무 일찍 왔다. 맘의 여유가 있으니 국토종단의 운치를 한껏 만끽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길거리에 신문지를 펴놓고 누웠다. 나무 그늘에 누웠는데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간간이 비친다. 한숨 자고 일어나도 될 정도로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국토종단을 하면서 한적한 곳에 누워 세상의 바쁨과는 반대로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그걸 이제야 하게 됐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잃어버렸던 나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그 순간이다. 세상의 바쁨에 휩쓸리지 않고 난 나만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교회를 보는 씁쓸한 시선 그때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양구에 놀러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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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터널 여행담 오늘은 양구 남면 소재지까지 걸을 예정이다. 이미 터널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같은 방에서 잤던 아저씨와 이야기하면서 “오늘은 양구까지 갈 거예요.”라고 했더니, “거긴 요즘에 터널이 잘 뚫려서 쉽게 갈 수 있어.”라고 하신다. 터널로만 다녀서는 재미없을 거 같아서 “터널이 뚫리기 전에 만든 길도 그대로 있나요?”라고 물으니, “그대로 있지.”라고 말씀해주셨다. 오늘은 삥삥 돌더라도 양구로 가는 한적한 길로 갈 거다. 그래야 풍광을 제대로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터널로만 걷다 그런데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쭉 뻗은 길만 계속 되는 거다. 다른 데로 빠지는 길은 없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조금 걷다 보니 처음으로 터널이 나왔다. ‘그래 이것만 통과하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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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떠난 이유 아침을 먹고 떠나려하니 원장님은 안수기도를 해주시더라. 그때 기도원에 중책을 맡고 계시던 분이 내가 예수를 안 믿는다는 걸 알고 “젊을 때는 뭐든 자기 힘으로 다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렇게 많이들 떠나지. 하지만 삶이란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씀하시길 “어떻든 예수를 믿으세요!”라고 하시더라. ‘폐 끼치지 않는다’라는 관념으로 믿다 나의 힘을 과신하였기에 종교를 떠났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물론 한때는 타오르는 열정으로, 나의 의지로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예수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그렇게 어색하고 자신이 그렇게 무능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신에게 의지했던 거다. 그때 내가 주로 쓰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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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생활할 땐 나의 생활리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방 하나를 차지하고서 자고 있었다(원래는 3인 1실). 그런데 잠이 들려 하는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라. 난 그냥 이불과 베개만 가져가려는 줄 알았는데 이 방에서 취침하시려는 분이었다. 갑자기 환하게 불이 켜져 잠을 깼다. 피곤한 데도 자지 못하게 하니 이건 완전 극기훈련 같은 느낌이다. 그 후로 계속 뒤척였다.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잤다. 6년 만에 다시 하는 군대체험?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꿈에서 갑자기 사위(四圍)가 환해지는 거다. 혹 짙은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며 환해지듯이 말이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도 됐나~ 너무 환해서 무의식중에 눈을 가렸다. 그런데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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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서 하룻밤 묵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휴게소가 보이더라. 산길이 어느새 끝난 거다. 내려와서 ‘오음’과 ‘양구’가 갈라지던 길에 교회와 같이 붙어 있는 기도원이 보인다. 기도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기에 지나칠까도 했지만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기(나중에 확인해보니, 거기서 무작정 갔으면 밤새도록 걸을 뻔했다. 교회는커녕 면소재지 마을도 근처에는 없었기 때문)에 부탁은 해보기로 했다. 첫 기도원 체험기, 다행히도 광신은 아니었다 쭈뼛쭈뼛 들어서니 남성분들이 모여 있더라. 그곳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식당 안에 원장님이 있으니 그리로 가보라고 하시더라. 식당 조리실엔 여성분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원장님으로 추정되는 분(다른 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혼자 반말을 하고 계셨기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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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르기 전까지는 끝을 알 수 없다 시간은 어느덧 4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난 여전히 오봉산을 오르고 있다. ‘오늘 이러다 산 한 가운데서 노숙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더라.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 된다면 ‘오는 차를 잡아서 마을까지만 데려다주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다르기 전까지는 끝을 알 수 없다 서서히 시간은 흐르고 끝은 보이지 않고 불안이 엄습해 온다. 비도 거의 그친 분위기라 비옷을 벗고 배낭의 방수커버도 벗겼다. 그제야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우의는 방풍효과 때문에 걸으면 걸을수록 습해지고 체온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때 시원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니 생기가 돌더라.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강원도이고 여긴 산 중턱이란 거다.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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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 오늘 들어간 교회는 중간 규모의 교회였다. 그 옆에 작은 교회도 있어서 그리로 가려 했는데,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더라. 시간도 거의 11시가 되었던 터라 눈앞에 보이는 큰 교회로 들어갔다. 건빵이 만난 사람⑭: 일심교회에서 만난 사람들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배가 끝나고 나를 챙겨주려는 분이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이라던데 내 또래처럼 보였다. 과외를 하신다던 분. 밥 먹을 때도 내 옆자리에 와서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더라. 아내분은 나랑 동갑이란다^^ 그리고 그 둘의 작품인 딸까지~ 부러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밥을 다 먹자, 커피까지 뽑아주시더라. 어색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데도 그렇게 성심껏 챙겨주시니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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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사람들이 이상해요 이 여관은 보일러를 안 틀어주더라. 내가 춥게 자는 것이야 상관없는데 빨래가 마르지 않을까봐 걱정이 됐다. 애써 여관에서 잠을 자는 이유는 푹 쉬기 위한 것보다 따뜻한 온돌에서 빨래를 말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빨래가 안 마르면 말짱 도루묵이다. 괜히 돈만 날린 꼴이 된다. 그런 불안감에 일어나자마자 빨래부터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는 말라 있더라. 세탁기로 탈수를 했기 때문일 텐데, 어쨌든 정말 다행이다. 한 치 앞도 모른다고 도전을 안 할 쏘냐 오늘부턴 지도를 볼 수가 없다. 목포 평화광장에서 경로를 정할 때만 해도 철원으로 갈 생각이었기에 그 외의 지도들은 모두 버렸다. 여행 중 불필요한 짐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하기에, 그땐 나름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인생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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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②: 자벌레와 개구리에게서 배운 끈기로 다 씻고 나니 8시 50분이다. 아직도 이마트가 열 때까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래서 짐을 다 챙기고 평상에 앉아 TV를 보았다. 찜질방의 옷장열쇠를 잃어버리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찜질방은 다른 찜질방과는 달리 신발장 열쇠와 옷장 열쇠가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두 열쇠를 다 신경 써야 한다. 그걸 잃어버리면 만원을 내야 한다고 안내데스크에 써 있다. 신발장 열쇠야 배낭에다 넣어두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문제는 옷장 열쇠였다. 배낭 안의 짐들에 신경 쓰고 시간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 옷장 열쇠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주위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기에 옷장에 가봤다. 나보다 앞서 카운터를 보시던 분이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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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②: 떠나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에 대해 찜질방에 수면실이 없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 옮겨 다녀야 했다.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푹 잘 수 없으니 환장하겠더라. 그래도 꽤 피곤했는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침에 최대한 늦게 일어나려 했다. 이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산 다음에 여관을 찾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0시에 문을 여니 그때까지 찜질방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하늘에선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번 비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올 거란다. J의 문자가 전한 여파 씻으러 가려는데 문자가 왔다. 스터디 멤버 J가 보낸 문자다. 지금은 어디에 있냐고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 아침 8시엔 스터디를 한다. 내가 이렇게 홀가분하게 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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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가 있는 강원도에 입성하다 경기도에서 일주일 정도 있었기 때문에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경기도는 길이 워낙 잘 닦여 있던 탓에 차를 피하며 여행한 기억밖에 없다. 강원도에 입성하는 소감 때론 걷는 게 지루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가 차에 신경 쓰며 쭉 뻗은 대로를 걸을 때였다. 그만큼 온 신경이 곤두서고 힘이 배로 든다는 거다.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에 들어서면 차는 적어질 것이고 수려한 경치를 보며 걸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되었다. 과연 그 기대가 맞을지는 직접 걸어봐야만 안다. 언제나 현실은 기대 너머에 있으니 말이다. 강원도는 내가 군생활을 했던 철원이 있는 곳이다. 월정리 전망대, 노동당사, 율이리를 축으로 활동을 했었다. 그곳에서 2년을 넘게 살았으면 뭐하나? 여러 곳을 다녔지만 훈련 계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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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의 철학 교회에서 푹 잔 것 같은데 왜 이리 몸이 무겁지? 잠자리도 낯설고 더욱이 예배당에서 자는 만큼 새벽기도를 하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맘 놓고 자지 못한 탓이겠지. 애초에 교회에서 자려 할 땐 이 모든 걸 각오하고서 한 것이기에 그저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을 허락해줬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이다. 밥보다 잠이 고프던 날 새벽 기도를 끝내고 잘 자고 있는데 목사님께서 아침을 가져오시더라. 또 어제 저녁처럼 직접 배달이다~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해도 될 텐데, 목사님도 괜한 방랑객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누군가, 더욱이 불청객(不請客)이 나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건 이래저래 신경 쓸 게 이처럼 많다. 섭섭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리네 접대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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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던 오후의 가평여행 오후 2시쯤에야 가평에 들어서 백반으로 아ㆍ점을 먹었다. 한가득 나온 반찬을 다 먹으려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영향소를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는 여행이기에 밥 먹을 때만큼은 나오는 반찬을 골고루 먹으려 한다. 이런 고른 영향소들이 나를 건강하게 도우며 국토종단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같은 음료가 왜 가게마다 가격이 다를까? 막 걷다 보니 갈증이 밀려온다. 음료수를 살 곳이 없을까 찾으니 저 멀리 휴게소가 보인다. 지금까진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하나로 마트 등의 큰 슈퍼만 들어갔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이곳을 지나치면 슈퍼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들어갔다. 늘 사곤 하던 500ml 음료수를 사고 계산을 하려 하니, 글쎄 1500원이란다. 이게 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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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남한강은 같지만 다르다 두 강변의 공통점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거였다. 그래서 볼거리도 많다. 한강을 서울에서만 봤었기 때문에 한강의 상류인 남한강은 볼품없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오히려 한강보다 남한강이 훨씬 좋다. 물론 상류이기 때문에 물이 맑은 게 사실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하지만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다. 개발이 덜 되어 자연 그대로 흐르는 물이기에 보면서도 흥이 절로 난다. 개발은 인간의 편의를 따라 자연을 재조합하는 것이다. 거기엔 오로지 ‘인간의 편의’란 잣대로 모든 생물의 보금자리였던 곳을 파헤친다. 그러니 자연이 원래 지니고 있던 자연스러움과 생명력은 사라진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다른 모든 존재를 죽여야만 하는 건지? 이미 남한강도 나름대로 개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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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어제 오전에 포천으로 향하면서 포천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 같아’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문자가 오지 않는 거다. 급기야 난 즐거운 여행을 하고자 경로를 변경하고야 말았다. 밤이 늦도록 친구에겐 감감무소식. 경로변경은 신의 한 수? 그렇지만 나는 ‘만약 기다리겠다는 답장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해야 했다. 이미 경로를 바꿨으니 ‘기다리겠다’는 문자가 온다고 해도 다시 돌이킬 순 없었다. 아쉽긴 해도 다음에 시간날 때 보자고 해야겠다. 여행 중에 만나면 더 뜻깊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침에 막 떠나려 할 때 컬러 메일이 왔다. 포천에서 만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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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보다 많아진 교회의 불편한 진실 오늘도 교회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시골에 있는 교회치고는 엄청 큰 교회다. 수요 예배도 드렸는데 목사님이 꽤 젊으시고 야망도 있어 보이시더라. 전도사님은 예배가 끝나자 나를 중국집에 데리고 가서 먹고 싶은 걸 시키라고 하셨다. 난 그냥 볶음밥을 시켰는데 더 맛있는 거 먹으라며 삼선볶음밥을 시켜주시더라. 그러면서 여행하는데 보태라며 여행경비까지 챙겨주셨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전도사님은 그걸 지켜보시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해주시더라. 건빵이 만난 사람⑬: 상업화된 신학교와 현실 전도사님은 늦깎이 신학도다. 목사님보다도 나이가 많았던 것이다. 이 일, 저 일 하시다가 집안에 어려운 일이 겹쳐서 그걸 해결하던 중에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셨단다. 여기까지는 늦깎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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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둥켜 안다 시간은 1시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배가 서서히 고파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도 먹지 않고 부랴부랴 나왔었지. 간단히 점심을 때우려고 슈퍼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내 행색을 보고 궁금한 듯 물어보신다. “날도 뜨신데 산에 오르려고?” 그래서 나도 이것저것 이야기해 드렸더니 할머니는 대단한 일을 한다며 격려해 주시더라. 그래서 편의점이 아닌데도 할머니에게 물 좀 끓여달라고 부탁하고 컵라면에 물을 받아서 나왔다. 건빵이 만난 사람⑫: 경로를 바꾼 순간 찾아온 인연 평상에 앉아 라면을 먹으려 했는데 그곳엔 이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20대 초중반인 어떤 남자는 이것저것 사서 혼자 먹고 있더라. 그 옆엔 오토바이가 있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봐서는 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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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대교를 걸어서 건너다 지금 남한강 위에 건설된 길을 건넌다. 이 길은 6번 국도가 4차선으로 변경되면서 지어졌을 것이다. 다리의 이름은 ‘용담대교’다. 절벽도로엔 남양주 방향으로 가는 차들이, 그리고 이 고가다리엔 양평으로 가는 차들이 가고 있다. 나는 오는 차들을 바라보며 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 다리를 올라오기 전에 ‘위협’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막상 건너보니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고 싶은데, 실상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했다~ 용담대교를 도보로 건넌 소감 막상 다리에 올라서니 인도가 넓어져서 걷기에 부담이 없었고 경치도 좋지, 강바람도 상쾌하지, 이건 뭐 인공건축물이긴 하지만 국토종단의 최적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만약 이 다리를 눈앞에 두고서 괜히 겁먹고 돌아섰다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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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대한 후회를 감내할 수 있나? 잠을 자면서 뒤척였다. 빨래를 방바닥에 널어놓고 온돌판넬을 뜨겁게 틀어놓은 게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새벽기도가 끝나고 온도를 낮추고 나서야 푹 잘 수 있었을까. 빨래가 다 마르기도 전에 내가 마를 뻔했다.^^;; 6시부터 깨다자다를 반복하다가 7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몸이 어찌나 무겁던지. 더 자고 싶은 맘이 간절한데도 더 잘 수 없는 걸 알기에 벌떡 일어났다. 꼭 강시가 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처럼^^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별 수 없다. 아침잠이 별로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게 어느 순간 이렇게 나를 옥죄기도 하니까. 지금과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오늘의 계획은 남양주를 지나 포천 내촌면으로 가는 거다. 늘 그렇듯 어디까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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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과 나눈 성경 대담 빨래를 다하고 목사님께 여행 지도를 빌리러 갔다. 갑자기 경로를 변경하는 바람에 6번 국도를 따라 포천으로 가는 지도는 없었기 때문에 빌리러 간 것인데, 다행히도 목사님은 여행용 지도가 있더라. 우호적이고 챙겨주려는 목사님의 분위기 그때 목사님이 물으셨다. “교회 다니세요?” 교회에서 묵을 때면 어느 목사님이건 가릴 것 없이 물어보시는 유일한 질문^^ 예전엔 믿었었는데 지금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의심을 죄악시하며 제대로 알려주려 하기보다 그냥 믿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그런 교회의 풍조에 공감하며 잠시 운동하고 올 테니, 와서 얘기 좀 하자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피자를 사온다고 하셨다. 나야 뭐^^ 완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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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오는 발목과 쉽게 구한 잠자리 여주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37번 국도엔 군부대들이 정말 많다. 가는 길 곳곳에 군부대들이 즐비했다. 난 이곳을 ‘군의 소굴(巢窟)’이라고 이름 지어줬다. 신형 짚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고 장병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모처럼 듣는 군가가 귀에 맴돌 정도다. 군의 소굴을 지나며 정신교육의 후유증에 시달리다 여기서부터는 점점 군인을 보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남부지방에선 어쩌다 보게 되는 게 군인이지만 중부지방에선 그 반대일 거니까. 주적(主敵) 개념이 사라졌다 해도 심정적으로 우리의 주적이 북한인 이상, 중부지방에 군대가 몰려 있는 건 당연하다. 여기가 바로 최전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방 밀집 배치는 현대전에선 불리할 수도 있다. 이라크전을 통해서 보았다시피 미사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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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좀 더 자고 싶었지만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다.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때 쪽문이 열리더니 전도사님이 꿀물 음료수를 주신다. 아무 이야기도 없이 대뜸 내밀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그러고 나서 전도사님은 어디론가 가셨고 난 더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서 일어났다. 그때 시각은 7시 30분쯤 되었나 보다. 건빵이 만난 사람⑩: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배낭의 짐들을 비닐로 씌우고 우의를 입었다. ‘그냥 갈까? 아침 대용으로 김밥을 사갈까?’ 고민하는데 조금 가니 김밥집이 보이더라. 들어가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그때 아주머니께서 “등산하러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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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기 교회 골방에서 잤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그곳. 안성 일죽면에서 잘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이런 기분에 익숙해지자 말했지만 쉽지가 않다. 외로움이 사무치는 여행 3주차 여행은 외로움과 친해지는 여행이 될 거 같다. 하긴 내가 2주차 때 워낙 대우받으며 다녔으니 그렇지 않은 상황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밖에선 물방울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안엔 나만이 홀로 누워있다. 꼭 내가 큰 방이라는 관(?)에 누인 시체 같다.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내린다. 아~ 늘 외롭다 외롭다 했으면서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외로움과 대면해보기는 처음이다. 예전엔 이렇게 혼자 모든 세상의 외로움을 다 끌어안은 양 쓸쓸해 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젠 이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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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으로 가득 찬 감정과 세상 어둑어둑해진 길을 계속 가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대신면이란다. 6시가 넘자 비가 조금씩 세지기 시작한다. 마을로 들어서며 교회가 있나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는데도 보이지 않더라. 그렇다고 해도 ‘면소재지인 이곳에 교회가 없을 리가 있겠어?’하는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지나온 면소재지엔 교회가 한 두 곳은 있었으니 마음을 놓고 찾아본다. 최초로 목사님이 아닌 신도님에게 허락을 받다 조금 더 걸으니, 역시나 교회 안내판이 보이더라.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안내판을 따라서 갔다. 교회도 큰 편이고 부속 건물들도 있다. 이런 곳이면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당당히 사택의 초인종을 눌렀다. 우의를 입어 좀 ‘추리’해 보이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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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난다. 역시 밥은 보약이고 힘이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이런 날이 걷기엔 딱이다. 남한강 바람으로 숙취를 해소하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아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의 길을 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도시 아이들보다 시골아이들에게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철 들면서 잃어버리는 건 그런 싱그러움과 해맑음이 아닐까?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따라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걸었다. 남한강을 따라 걷는 길은 참 운치가 좋더라. 여주대교를 건널 땐 아찔한 기분도 들었다. 여주는 강을 중심으로 발전된 곳이다. 좋은 풍광을 볼 수 있도록 강 주변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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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음주가 이리도 여행을 힘들게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밖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듣는 빗소리가 정겹다. 비가 내릴 때면 사람이 감정적이 되곤 한다. 마음 한구석이 아리는 것 같기도 하고 허한 것 같기도 하다. 왜 이러는지 내 마음인데도 모르겠다. 빗소리 속에 스쳐 가는 잔상들, 그 속을 헤매는 나. 난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어제 과음한 탓인지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과연 이런 몸 상태로 떠나야 하나? 고민이 된다. 술도 깨지 않아 갈지자를 그리며 걷게 될 거고, 비몽사몽(非夢似夢)이어서 걷는 기분도 제대로 못 느끼며 걷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몸도 좀 풀고 기분 전환도 좀 할 겸 찜질하러 갔다. 여차하면 이곳에서 하루 더 묵을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신과 육체는 함께 간다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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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주가 친숙한 곳이 된 이유 오전에 많이 걸었다. 오늘부터 시원해진다고 했는데 구름만 꼈을 뿐 오히려 더 덥더라.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갑자기 어떤 봉고차가 내 앞에 멈춰 선다. 그러고선 운전하시던 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신다. 알고 보니, 목사님이더라. 좋은 일 한다며 오늘은 일요일이니 꼭 교회에 가라고 신신당부하신다. 그러면서 여기서 조금만 가면 바로 교회가 있다는 정보도 알려줬다. 그런데 그땐 시간이 이른지라 무작정 걸었고 10시 10분경부터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회는 보이지 않는다. 목사님이 알려주신 교회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그때 지나는 곳은 공장지대였다. 그곳에서 교회를 찾고 있었으니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느낌이랄까? 29년을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 한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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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이 여유로워지자 세상이 달리 보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씻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늘 안으로 여주에 도착할 수 있는지 지도책을 펴고 거리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제발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기를 바라며 말이다. 실을 가지고 거리를 계산해 보니 30Km 쯤 되더라. 아! 정말 다행이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해도 부담되는 먼 거리도 아니다.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야지. 여유로워지자 보이는 세상 친구에게 문자로 보냈다. “오늘 부리나케 걸어 도착할 거니까 저녁에 보자”고 말이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답문자가 왔다. 그러면서 잠은 어떻게 잘 거냐고 물어본다. 난 친구가 일하는 곳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봉사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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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지 않기에 재밌는 여행 처음에 경로를 정할 때만 해도 여주로 갈 생각은 없었다. 그땐 목포에서 철원까지 직선으로 선을 그어 가까운 루트로 가려 했다. 친구가 알려준 국토종단의 의미 하지만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내가 국토종단 할 수 있도록 의미부여도 해주고 힘까지 팍팍 북돋워주던 친구다. 그런데 그때 “어느 경로로 어떻게 가냐? 혹시 여주로 오게 되면 연락해. 내가 맛있는 저녁 사줄게~”라고 말하는 거다.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머리에는 오만 생각이 들더라. 여주로 가려면 조금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가는 길인데 친구도 못 만나고 가는 것도 그랬다. 그날 저녁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각해보고 자시고 할 문제도 아니더라. 그건 이 여행을 하는 목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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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의 여행을 받아들이다 이미 시간은 8시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앞이 막막해지는 이 느낌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세상의 쓴맛이다. 하긴 그 말을 뒤집어보면 지금까진 운 좋게 일이 술술 풀렸다는 얘기이리라. 친구는 국토종단을 하면서 노숙을 해봤냐고 장난삼아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 말이 현실이 될 판이다. 이런 맙소사. 우여곡절 끝에 잠자리를 얻다 그때 개척교회 목사님께서 한 말씀 덧붙이셨다. “농협 근처에 싼 여관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말에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목사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나왔다. 두 번이나 찾아갈 땐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인데 그것마저 외면한 게 야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 이런 심보야말로 ‘못 돼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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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야말로 오히려 일상적인 반응인 걸 한참 걷다가 6시 30분이 되었을 때 일죽면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론 한 시간 정도 더 걸을 수 있었지만 면을 벗어나면 잘 곳을 찾는 게 어려워질 것 같아 여기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일상적인 반응엔 무덤덤하게, 특별한 반응엔 감사하게 늘 그랬듯이 교회로 찾았다. 처음 찾아간 교회는 작은 교회다. 들어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공감은 해주시는 데 신자분이 심야 기도를 하러 오신다며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초등학교 옆에 큰 교회가 있다고 알려주신다. 그 교회로 가봤더니 글쎄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경찰서로 향했다. 진천군 초평면에서 경찰 아저씨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들어갔다.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까? 꽤 날카로운 이목구비의 경찰관이 앉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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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과 맥주 진규에겐 황금주말일 텐데 여행을 떠나기에 아침부터 부산을 떠는 나 때문에 신경을 써야 했다. 명지대 앞에서 밥을 먹고 11시 40분쯤 헤어졌다. 남부터미널에서 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1시 10분에 도착했다. 5월 4일에 이곳에서 떠났으니 5일 만에 다시 이곳에 온 셈이다. 국토종단을 하며 신경쇠약을 얻다 다시 시작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며칠 쉰 탓에 배낭이 엄청 무겁게 느껴진다. 필요 없는 물건을 뺐음에도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한껏 더워진 날씨도 꽤나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애초부터 편하자고 여행을 떠난 게 아니었다. 그런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건, 그 힘듦 속에 진정 알고 싶던 지금껏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이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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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틀어진 운명의 좌표를 따라 국토종단 후반기로 어버이날이다. 그런데도 오늘 떠나기로 했다. 어머니와 형이 하루 더 있다가 떠나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했지만, 진규와의 약속도 있고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도 않아서 이날 떠나기로 한 거다. 후반기 여행 시작부터 빗나간 예측 진규네 회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5시 버스를 타게 되었다. 지금껏 서울로 가면서 버스가 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긴 내가 서울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거의 평일에 갔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걸 테지만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빈자리도 여러 곳 있고 2시간 30분 정도 걸려 서울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좌석도 거의 꽉꽉 찼고(내 옆에도 한 남정네가 앉았다. 그래서 곧바로 그 자리에 있던 배낭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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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길에서 엇갈리고 길에서 마주치다 길을 나선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목포에서 시작해서 이틀 간 휴식한 것 말고는 줄곧 걸었다. 목포에서 무안으로, 무안에서 함평을 지나 영광으로, 영광에서 고창으로, 고창에서 정읍으로, 정읍에서 김제로, 김제에서 익산을 지나 함열로, 함열에서 논산으로, 논산에서 공주 경천리로, 경천리에서 연기군 양화리로, 양화리에서 청주로, 청주에서 진천군 초평리로, 진천군 초평리에서 진천군 이월리로, 이월리에서 경기도 안성으로 끊임없이 걸었다. 이게 2주간의 내 여정이었다. 걷기만 하는 여행인가, 마주침을 위한 여행인가 우선 첫째 주엔 그닥 재밌지 않았다. 여관에서 자는 날이 많아서 직접 지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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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의 전반기를 마치며 302번 지방도를 따라 쭉 걸었다. 이 길은 산을 삥돌아 올라가 안성 근처의 금광 저수지를 따라 걷는 길이다. 산을 오를 땐 혹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모래재를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모래재에 비하면 규모가 작더라도 힘은 꽤 들었다. 그러나 호젓한 산길을 걷는 기분은 좋았다. 그저 찻길만 쭉 따라 걷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길이었다. 여행을 즐기는 데 방해되는 것 산에서 나는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땐 아련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어렸을 때 기억들이다. 어렸을 땐 산을 잘도 ‘헤매고’ 다녔었다. 봉분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했고, 불장난을 하다가 산에 조금이나마 불을 낸 적도 있었다. 너무 어렸을 때라 희미한 이미지로만 남은 기억들이 향기로 인해 내 머릿속에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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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아이들과 분주히 맞이한 주원교회의 아침 교회에서 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새벽 기도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잠을 자자니 목사님이 안 주무실지도 모르는 거고 그냥 일어나서 갈 준비를 하자니 고요한 집 안의 분위기를 깨는 것이기에 난처하다. 지금까진 새벽 기도 후에 집안 식구들이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누워 있곤 했다. 그러니 깊은 잠을 잘 순 없다. 아~ 푹 자고프다. 깨우기 전쟁이 없던 평화로운 그곳 새벽 기도 후에 잠자리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밖은 한껏 시끄러워졌다. 오늘은 공식적인 휴일이 아니기에 누군 학교에 가고 누군 쉬게 된 탓에 휴일 같은 여유로움과 평일 같은 분주함이 공존한다. 막둥이만 쉬는 날이라 잠을 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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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 인연론 편하게 누워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겪었던 일들을 글로 적는다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 이 글에 실리는 내용은 여행 중에 느낀 내용의 50%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적는 이유는 뭐냐고? 여행기를 남기는 이유 몇 년이 지난 후엔 우리의 기억 속에 여행에 대한 기억은 10%도 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50%라도 기록해두면 나에게 국토종단은 의미 있는 시간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심방을 마치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셨다. 사모님이 먹을 것을 좀 가져왔다며 나에게 주신다. 여행기를 빼곡히 적고 있는 나를 보고, “이거 한 번 봐도 되요?”라고 물어보신다. 쭉 한번 훑어보시더니 감탄하신다. 여행도 좋지만 그걸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신단다.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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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날 춤추게 한다 점심은 교회에서 먹었다. 이날은 특별식을 먹는 날이란다. 교회에선 월 중 행사처럼 ‘여성들이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날’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그걸 같이 먹는 것이다. 누군가의 긍정적인 반응은 날 격양되게 한다 과연 어떤 특별식일까? 알고 보니 요리를 하는 건 아니고, 라면을 끓이는 거였다. 사모님은 하필 라면을 먹을 때 왔다며 미안한 듯 이야기하셨지만 내 입장에선 오히려 좋았다. 라면을 최근에 거의 먹지 못했기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 먹으니 커피까지 주시더라. 그러면서 여행에 관해 물으셔서 “목포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걸어서만 왔어요”라고 말을 하니 다들 놀라워하신다. 이제 반쯤 왔다는 말로 말문을 여시더니 힘내라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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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을 기약하며 돈을 받지 않다 마을회관 보일러는 온도 조절이 안 되나보다. 분명히 18도로 맞춰놓고 잤는데 계속 뜨거워지더니 급기야 찜질방 수준까지 온도가 올라간 것이다. 몸이 고된 탓에 모르고 푹 자다가 11시쯤에 더운 열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온돌은 몸은 누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밀폐된 방안은 후끈후끈 열기로 가득했다. 완전 불구덩이 속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창문을 잠시 열었다 닫았음에도 그 열기는 쉽게 빠지지 않더라. 몸은 피곤한데도 열기에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일당 이상의 경험과 행복을 듬뿍 받다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나 7시 30분까지 챙긴 후 이장님 댁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새 이장님 댁 막둥이 민지와는 완전히 친해진 느낌이다. 딱 달라붙어 아는 체를 한다. 이장님은 돈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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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무시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다 일을 마치고 친구분 집에 가서 남은 통닭과 닭도리탕을 먹었다. 그런 모든 순간들이 시골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행복한 광경이다. 일도 해보고 민가에 들어가 밥도 먹고 그분들이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야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 우연에 타고 노닐며 그 행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농사 짓는 사람에게 퇴직금을 줘야 해 친구분은 이장님 댁 아들들을 보고 부모님 잘 모시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렇게 오순도순 모여 함께 일하러 오는 모습이 보기 좋으시단다. 그러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도 퇴직금을 줘야 해”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엔 뼈가 있었다. 갈수록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며 사는 게 힘이 든단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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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심기의 고단함만큼 맘은 여유로워지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간다. 이 길은 어제 내가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이 길로 쭉 가면 초평면이 나오고 경찰서가 나온다. 차는 그 경찰서를 지나 10~15분 정도를 더 들어갔다. 규모가 다른 이장님 친구네 고추밭 이미 밭엔 많은 사람들이 고추를 심고 있었다. 그 규모만 대충 살펴보니, 이장님네 밭과는 쨉이 안 될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컸다. 오전은 고추심기 체험 정도라 할 수 있고, 이곳이야말로 실전과도 같다고나 할까. 두둑의 길이가 훨씬 길었고, 이랑의 수도 훨씬 많았으니 말이다. 이장님네에선 고추를 두둑에 박아 넣는 일을 했다면, 여기선 퍼올려진 흙을 이용해 줄기를 세우는 일을 했다. 오전엔 면적이 넓지 않고 처음 하는 일이라 신나게 즐기며 일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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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에서 하루 더 머물 수 있게 되다 아침에 “오늘 일을 같이 해도 되나요?”라고 묻고 이장님의 승낙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고추를 심는 일이 하루종일 걸릴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장님네 식구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까지 함께 와서 심다 보니 11시 정도에 끝나 버린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전개되니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오후 늦게까지 해야 자연스럽게 하루 더 머무를 수 있지만,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나면 점심만 먹고 여행길에 올라야 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점심은 아침에 간단하게 먹었듯이 집에 있는 반찬으로 먹을 줄 알았는데, 숯불로 삼겹살을 구워서 먹더라. 당연하지만 국토종단 중에 이런 식으로 배불리 먹기도 처음이고, 집에서 먹듯이 편하게 먹어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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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거진천에서 고추를 심다 이미 밭은 다 갈려 있었고 두둑엔 비닐이 씌워진 상태였다. 아마도 고추를 심기 위해선 그게 기초작업이었던 듯싶다. 체험 삶의 현장, 이장님네 고추 심기 고추심기는 ‘두둑에 적당 거리를 띄어서 구멍을 파고 물을 준다 → 모판에서 어린 고추싹을 떼어 물을 준 곳에 푹 박아 넣는다 → 흙을 퍼서 고추싹 근처에 뿌려준다 → 뿌린 흙으로 고추싹을 세워준다’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말뚝을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지만 각 고랑에 잘 옮겨 놓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니 막상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음에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더욱이 육체노동이니 겁부터 났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모판에서 고추를 떼어 홈 파인 곳에 박아 넣는 일이었다. 예전엔 일일이 고랑을 파고 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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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추를 심겠다고 제안하다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온다는 건,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에겐 경악스런 일이다. 집이 비싸면 비싸질수록, 가전제품이 고급스러워지면 고급스러워질수록 그 공간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보다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요즘엔 아파트의 브랜드명으로 계급을 나눠 “임대아파트 아이들과는 어울리지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편 나누기를 하고, 나의 집에 약속되지 않은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민폐를 끼치고 함께 엮이라 나 또한 그런 도시문화에 젖어 있었고, 여태껏 그렇게만 살아왔으니 지금과 같은 상황들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호기롭게 ‘낯선 사람 집에서 잠도 자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며 국토종단을 떠난 것이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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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모르면서 이미 시간은 저녁 8시가 넘었다. 국토종단 중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잠 잘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게 될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랴 지도를 잘못 보고 판단한 탓에 이렇게 궁지에 몰린 것을 말이다. 최초로 경찰서에 들어가다 첫 교회에서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지만,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 교회가 두 군데나 있었기 때문이고, 가는 길엔 경찰서가 있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든 생각지도 못한 용기가 생긴다. 이미 어둠에 짙게 내린 거리를 걸어 교회로 향한다. 언덕을 올라가니 바로 교회가 보이더라. 교회가 특이하게도 옆으로 쭉 늘어선 건물이었다. 사택이 어딘지를 찾아 한참 헤매다 드디어 사택을 발견하고 초인종을 조심히 눌렀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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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면에서 잠자리 구하기 저수지는 매우 넓었고 그 위에 집을 띄워 놓고 낚시질하는 강태공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늦은 저녁까지 계속된 국토종단 이미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차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행할 정도로 금세 어두워졌다. 밤 국토종단은 위험해서 되도록 자제해 오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속력으로 걸었다. 익산 함열에 갈 때도 이와 같은 경우였기에 그 다음날 무진장 고생했던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더라.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라도 서둘러 가지 않으면 도로 한복판에서 밤을 새야 한다. 거의 8시가 되었을 때 드디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딜 봐도 십자가는 보이지 않더라. 그때의 절망감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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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들지 않기 오늘부터 연휴의 시작이다. ‘노동절-토요일-일요일-평일-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기간인 것이다. 직장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평일인 월요일에 쉴 수만 있다면 5일간 쭉 이어서 쉬게 되는 셈이다. 철들지 마란 말야 황금연휴를 코앞에 두어서인지 청주를 걸어서 지나는 길목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외곽도로를 따라 처음 와본 도시인 청주를 걸어간다. ‘직지의 도시 청주’란 안내물이 여기저기 즐비하다. 작년에 임용고시를 경기도에서 봤었는데 내 뒤에 앉았던 분들이 ‘청주대’ 출신들이었다. 원래 시험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얘기도 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일지라도 쭈뼛쭈뼛 모른 체 하는 게 예의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같은 경쟁자이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한 아름 안고 왔으니 그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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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갇힌 삶 이렇듯 아무 기약 없이 다닌다. 아는 사람이 있어 언제나 눈치를 봐야 했던 곳이 아닌 완전히 낯선 사람만 있어 자유로운 곳으로, 미래를 위해 늘 희생하기 바삐 오늘을 살아내야 했던 곳이 아닌 언제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이렇게 다닌다.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리게 되는데, 그때 분명하게 느껴지는 건 어느 철학자가 말한 것과 같이 ‘던져진 존재’라는 자각이다. 그건 이미 내가 있기 전부터 어떤 상황들이 있었고, 어떤 흐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지 나는 거기에 갑자기 던져진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 흐름을 이해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국토종단은 던져진 존재가 던져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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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일 뿐 몸이 피곤해서 살살 걸었다. 오늘은 걷는 흥이 안 난다. 날씨까지 뜨거우니 더욱 고통스럽다. 5시가 넘어 교회 팻말이 보여서 조금 들어가니 교회가 있다는 표시가 다시 보이더라. 그래서 한참 걸어 들어갔는데도 교회는 보이지도 않았다. 마을이 그렇게 큰 게 아니니 못 찾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가 지금은 없어진 건가. 잠자리 얻기 실패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마을회관이 보이기에 그곳으로 갔는데 마을회관은 잠겨있었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 있는 벤치로 가서 앉아 있었다. 어떤 분이 오시기에 마을회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통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바로 통장님 댁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런데 ‘역시나’ 통장님은 안 계시더라. 이거 완전히 ‘공주 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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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삼인성호 이날 아침을 먹을 때 티비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봉하마을에서 나오는 장면에서부터 촬영하기 시작하여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어느 휴게소를 거쳐 검찰청에 들어오는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혐의도 갖다 붙일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언론의 보도 방향은 그를 범죄자로 다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방총과 위나라의 태자가 조나라 수도 한단으로 인질로 잡혀 가며 방총이 위나라 임금께 말씀드렸다. “이제 첫 번째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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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감리교회 목사님과 아쉬운 사모님과의 작별 목사님은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준다며 나에게 같이 나가자고 하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택에 자게 해준 것도 감사한데, 그렇게 챙겨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덕에 연기군 일대를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독락정, 부안임씨가묘에 가다 이미 연기군 일대는 행복도시 건설 사업으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한 군데만 원형이 보존되어 유지되고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부안 임씨 가묘’다. 이곳은 부안 임씨들이 모여 살았던 집성촌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부안 임씨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그들의 가묘만이 덩그러니 금강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 있다. 사람이 떠난 곳에 남은 가묘는 무슨 의미일까? 이들은 행복도시개발로 흩어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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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사람이 되라 어제 잠을 자기 전에 목사님이 새벽 기도에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없었다면 함열성결교회에서 머물 때 정한 철칙처럼 새벽기도에 나가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누우니, 정말 맘껏 자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더라. 그만큼 여태껏 교회에서 잘 때마다 새벽기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는 얘기일 거다. 새벽기도에 나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눈이 새벽 4시 45분에 떠진 것이다. 이럴 땐 한 번 잤다하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자는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아무리 피곤할 때에도 8시 이후까지는 자본 적이 없으며, 맘껏 자야겠다고 맘 먹었을 때에도 10시간 이상을 잘 순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눈이 떠진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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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 양화감리교회 목사님과의 대화 목사님은 저녁을 집에서 차리고 있으니 거기서 먹고 잠은 예배당에서 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밥이 차려질 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예배가 끝난 후에 이야기를 하며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게 아니면 예배당이 잘만한 곳은 아니라 생각해서인지 갑자기 사택의 아들 방에서 자라고 하신 거다. 아까 나름 ‘배신’을 했던 탓에 이런 극진한 대우까지 받으니 엄청 죄스럽게 느껴지더라. 건빵이 만난 사람⑦: 양화감리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곧바로 짐을 모두 들고 사택으로 건너갔다. 들어가선 아들에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으며, 사모님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깨끗이 씻고 밥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어찌나 맛있는 것을 많이 차려놓으셨던지 그걸 보고 먹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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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던 순간 연기군은 정부청사 공사로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었다. 예전의 도시건설은 자연을 적게 훼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굽이치는 강이 있으면 강을 따라 굽도록, 언덕이 있으면 언덕을 따라 오르내리도록 길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구 전라선은 섬진강을 따라, 구 경춘선은 북한강을 따라 건설되어, 그만큼 이동시간은 길어지되 자연의 풍광을 만끽하며 갈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현대의 도시건설은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여 진행된다. 도로는 직선화되고, 언덕이 있으면 터널을 뚫어 최단거리가 되도록 한다. 바로 이곳도 그런 현대의 건설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었기에 온 토지를 모두 깎아내어 온갖 생명체의 비명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 난 그저 잠잘 곳을 찾아 스쳐 지나가는 데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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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은 지금 공사판 지방도 691번을 지나 대전과 연기가 나눠지는 길엔 금강이 흐르고 있더라. 그 절경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답답함과 짜증이 일시에 걷힌 듯한 행복이 느껴지더라. 연기군 남면은 광기의 언덕 자연이 주는 아늑함은 그 어느 것에도 비할 게 없다. 더욱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더 큰 위로가 된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니 말이다. 그곳에서 금강을 보며 걸으니 시원하고 좋더라. 하지만 그런 기쁨은 아주 잠시였다. 연기군 남면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연기에 정부의 제2종합청사가 들어선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주변부까지 공사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중심부만 공사하는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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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는 아이들과 사람을 경계하는 어른들 중장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아마도 ‘낯선 사람이지만 그래도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니 갑작스런 인연임에도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려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서 본 희망의 메시지 그러고 보면 저번 황산교회에서 만났던 중학생 아이나, 이번 중장초에서 만난 중학생 아이들이나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없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최대한 잘 해주려 하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삶의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사람에 대한 호의는 사라지고 경계심은 높아만 간다. 그래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낯선 사람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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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감 선거에 만난 아이들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중장초등학교를 지날 때였다. ‘안내’라고 적힌 띠를 두른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봉지라면을 먹고 있더라. 쉴 시간도 되었고 그 아이들이 신기(?)하기도 해서 아이들 옆에 앉았다.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떡하니 앉았는데도, 아이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라면을 허겁지겁 먹기만 한다. 건빵이 만난 사람⑥: 한국교육의 문제점, 헛지식 양산소 그래서 “점심시간이 바로 코앞인데 설마 그걸로 점심을 때우려는 건 아니지?”라고 말을 붙였다. 한 아이가 “1시까지 이렇게 서있어야 해서요. 간식으로 먹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계기로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단다. 오늘은 충남교육감 선거일이라 공주지역 학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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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에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사모님이 밥을 챙겨주시더라. 꼭 집에서 아침을 먹고 떠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모님께선 한갓진 길이 있다며 친히 메모지에 적어줬고, 가면서 밥값을 하라며 돈까지 챙겨주셨다. 그뿐인가 갈증 날 때 마시라며 배즙까지 주셨으니, 집에서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줬다고 할 만하다. 이렇게까지 나눠줄 수 있는 그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많아야만 나눌 수 있다? 여행을 떠난 이후로 아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고,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며 평소엔 미처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건 무언가를 받았고 어떤 환대를 받았기 때문에 드는 고마움이라기보다, 아직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다. 바로 여기엔 인생의 아이러니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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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에게 들려준 우리네 삶의 이야기 사모님의 들려 준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분들은 순탄한 삶을 살아오신 게 아니라, 삶의 파도 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아오신 거였다. 아마도 나의 이런 모험 자체를 긍정해주실 수 있었던 데엔, 맘처럼 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내력이 작용하는 듯했다. 건빵이 만난 사람⑤: 아픔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 길로 가지 않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한창 잘 나갈 땐 계룡산 밑에 소 100마리를 키우기도 했단다. 그런데 소값이 나날이 떨어져 똥값이 되자, 한순간에 쫄딱 망하셨다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했다. 그건 정부와 농협이란 괴물의 공동작품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잡기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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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를 집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 낯선 사람 집에서 잠을 잔다는 것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며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노인회 회장님이 오실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 마을회관에서 잘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을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해는 완전히 저물고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온몸을 움츠러들게 만드니, 절망이 싹터오기 시작했다. 온갖 비극과 비관을 한 몸에 안은 양,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사람인 양, 그렇게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었다. 과연 잠을 잘 수는 있는 것일까? 이러다가 아예 노숙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거절과 승낙 7시 30분쯤 되었을까? 4시에 이곳 경천리에 도착했으니 벌써 3시간 30분째 이러고 있었다. 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신다. 바로 옆이 슈퍼이니 무언가를 사러 오시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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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얻기의 버거움 걸어서 오는 중에 두 통의 전화를 연거푸 받고 오니, 꼭 혼자 걷는 게 아닌 둘이 오순도순 대화를 하며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혼자서 느껴지는 오만가지 감정을 맘껏 느끼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가슴 속엔 순풍이 불어오더라. 역시 사람은 혼자 있을 땐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둘이 있을 땐 혼자 있고 싶어 하나 보다. 최초의 도전, 잠자리 얻기 적당히 걸어서 도착한 마을은 ‘경천 1리’였다. 그때 시간은 오후 4시였는데 이른 시간이긴 해도, 이쯤에서 멈추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여태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잠자리 얻기’를 해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규모의 마을이면 분명히 마을회관이 있을 것이니, 거기서 잘 수 있는지 물어보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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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의 전화에 실린 에너지 오늘은 이상하게도 격려 전화가 두 통이나 걸려 왔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그런 전화를 받으니 생기가 샘솟더라. 아무리 혼자 다니는 게 좋다 해도 많이 외롭고 많이 쓸쓸했었나보다. 그 전화에 마음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누군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울컥했으니 말이다. 뜻밖의 전화①: 궁금할 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혼자 있어 보니 같이 있는 것의 의미도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건 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내 옆에 그렇게 있다는 존재감이 아니었을까? 단지 같이 있다는 느낌.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말을 ‘쌈빡’하고 ‘유머’있게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것 말이다. 처음으로 온 전화는 동아리 후배에게 온 것이다. 함열에서 교회에서 잘 수 있도록 주선해준 후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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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과 작지만 큰 행복 몸을 제대로 지졌다. 열탕과 사우나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찜질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걷기에 거북한 탓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고, 그런 상태로 계속 걸어야 하니 골반 쪽도 무리가 왔는지 결리더라. 그래서 몸을 최대한 뜨거운 열기에 노출하여 풀려고 했던 것이다. 도보여행의 증표인 물집 몸이 어느 정도 풀리자 물집을 치료하기에 바빴다. 1주일간 걷다 보니 물집이 잡힌 곳에 다시 물집이 잡히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물집 속의 물집이라고나 할까. 물집이 처음에 잡힌 곳은 바늘에 실을 꿰어 통과시켜 물을 빼낸다. 그래야 이물감도 없어지고 발바닥이 바닥과 닿을 때 찌릿찌릿 아려오는 기운도 가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을 뺀 곳에 다시 물집이 잡히니, 바늘을 찌르기가 여간 힘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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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 속에 알게 된 도보여행의 참맛 가는 길에 후배를 만나서 어제 잘 지냈고 이제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자못 비장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출근 준비로 한참 바쁠 텐데도 오랜만에 선배답지 않은 선배가 찾아왔다고 인사를 받아주는 후배가 정말로 고맙더라. 더욱이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며 식당에 올라가 커피까지 타서 내려오는 그 센스는 정말로 최고였다. 이제 짧은 만남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다시 홀로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두 번째로 길을 잘못 들다 어제 2주차 국토종단을 시작하면서 너무 무리했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도 만났고 오랜만에 사람의 정을 맘껏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만큼 후유증도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전혀 욕심내지 않고 논산까지만 걸어서 갈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724 지방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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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공부의 공통점 느긋한 마음으로 8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응급치료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왔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찌릿한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그러니 온 신경이 곤두서고 되도록 물집이 잡히지 않은 부분으로 땅을 디디려 하다 보니, 걸음걸이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조금만 걷는다면 어제 무리한 만큼 훗날에 부담이 된다 크게 문제 될 게 없겠지만, 계속 그렇게 걸으려 하다 보니 온몸에 무리가 왔다. 발바닥이 아프게 되니 걸음걸이가 틀어지고, 걸음걸이가 틀어지니 골반과 허리까지 아파온다. 몸은 역시나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중요하지 않은 곳도 없는 완벽한 균형체라는 것을 온몸으로 알 수 있었다. 걷는 게 아주 쉬운 일 같아도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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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자는 날에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이유 여느 교회나 새벽 4시나 5시엔 새벽기도라는 걸 한다. 예전에 교회에 다닐 땐 부활절, 작심 새벽기도회와 같은 특별한 날에만 새벽기도를 나갔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참가하려면 일찍 일어나야만 하고, 그러려면 생활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새벽을 깨우리라 2003년에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거의 반년 동안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근무시간은 특이하게도 아침 6시~9시까지 근무 후 잠시 퇴근 후에, 다시 돌아와 오후 6~10시까지 마무리 짓고 퇴근하는 거였다. 그런 근무 형태다 보니 10시에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바로 잠을 자야만 했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지만 겨우 시간 내에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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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만난 사람 걷다가 7시가 넘어서야 함열에 도착했다. 최대한 빨리 걸은 탓에 조금 일찍 함열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후배는 “길을 오다 보면 오른쪽에 석매교회가 보일 거예요. 그러면 연락을 주세요”라고 말해줬기에, 걷는 내내 석매교회를 찾으려 무진장 노력했다. 그런데 함열에 다 도착했는데도, 석매교회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함열 가기 전에 교회가 있는 게 아니라 읍내에 있는 교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읍내에 들어가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교회는 없었다. ‘의미요법’을 몸소 체험하다 후배에게 전화를 해보니, 이미 지나쳤다고 알려주더라. 세상에 내가 얼마나 온 신경을 집중하고 찾으면서 왔는데, 그걸 어찌 놓쳤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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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컨셉이 ‘민폐 끼치기’라고? 이미 말했듯이 오늘 목표는 익산을 지나서 시간이 될 때까지 걸은 만큼만 가는 거다. 지금껏 일주일동안 걸었지만 어떻게든 도시 중심지를 목표로 하루 걸을 양을 정해왔다. 도시를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잘 곳을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여관이나 찜질방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생각이 여행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었다. 잘 곳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험도 못해봤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해보지도 못했는데, 그건 이처럼 안전한 여행만을 하려는 소심함 때문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났지만, 어느덧 그 의미는 사라지고 걷는 것에만 치중하는 극기(克己)를 위한 여행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여행의 형태를 계속 고수하는 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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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가 전한 이야기 목사님은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나서 죄를 부끄러워한 나머지 하느님의 눈을 피해 숨어 있을 때, 오히려 하느님은 그런 아담을 찾아와서 위로해줬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했다. 그리고 그 말씀을 통해 ‘절망 가운데 있을 때조차 하느님은 언제나 함께 계시니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줬다. 그런데 그 구절로 저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약간의 어거지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좀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얘기는 저번 여행기에 담겨 있으니 그걸 보면 된다. ‘희망을 가지며 살라’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보여준 영상이야말로 어찌 보면 나에게 던져주는 화두처럼 느껴졌다. 닉 부이치치(Nicholas James Vujicic)의 강연 영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린 모두 같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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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 중에 교회를 가려는 이유 한참을 23번 국도를 따라 걷다가 벽성대학교가 보이는 곳에서 이름도 없는 한적한 길로 빠졌다. 그곳은 국도와는 달리 2차선이어서 아무래도 차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경치를 맘껏 구경하며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신자가 교회를 찾는 이유 더욱이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었기에 아무래도 큰 도로에서 교회를 찾는 것보다 이런 구도로에서 교회를 찾는 게 수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처음에 보이는 교회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작은 개척교회가 먼저 눈에 띄길 바랐다. 큰 교회에 비해 아무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일 테니 자연스럽게 그분들이 사는 이야기, 마을 이야기도 자연스레 들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처음에 눈에 띈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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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그대로 여행하길 다짐하다 국토종단을 계획하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나는 상황에 몸을 맡기려 했었다. 그래서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대충 출발점과 도착점만을 정한 후에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2주차 여행엔 예기치 않은 일들이 가득하길 과연 어떤 식의 예기치 않은 상황을 바란 걸까? 잠잘 곳이 없어 남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며 겪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등을 생각했다. 그런 상황 속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며, 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진 계획대로만, 예상 가능한 대로만 하려고 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맞춰서 사는 플랜맨(plan man)이 될 수밖에 없더라. 물론 그렇게 사는 게 나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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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①: 살아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 지금까지 잔 곳은 장소만 다를 뿐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뭐니 뭐니 해도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잤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방의 생김새나 청결 정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지만, 적어도 혼자 뒤척이다 잠이 오면 잘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그런데 어젠 형수 형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함께 잠을 자야 하니, 정말 힘들더라. 형과 그렇게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늦게까지 불을 끄지 않고 책을 보고 있었기에 “얼른 자요”라는 말조차 꺼낼 수도 없었다. 그러니 누워는 있지만 잠이 쉬이 오지 않아 뒤척여야 했고, 새벽에도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은 걷지 않고 일주일 동안 잘 여행한 나를 위해, 이곳 김제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는 점이다.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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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오다 4일째 여행을 하며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김제 XXKm’라는 표지판에서 ‘XX는 어디서부터 잰 거리일까?’하는 것이었다. ‘김제 XXKm’라는 표지판의 기준점은 어디일까?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세웠다. ‘김제라는 도시의 최외곽에서부터 잰 거리’라는 것. 즉 ‘김제 1Km’라고 써있다면, 1Km만 가면 정읍을 지나 김제라는 도시의 경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시내를 중점으로 잰 거리’라는 것. 즉, 1Km를 가면 드디어 시내권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가설엔 문제가 있었다. 시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 뿐 정식으로 구획 지어진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시내의 넓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그런 가설들을 세운 후 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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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통해 배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의 진의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그래서 우의를 입고 걷고 있는데, 솔직히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안 올 것 같기도 하더라. 공기도 잘 통하지 않아 엄청 덥게 느껴졌기에, 우의 상의만 벗고 걷게 됐다. 건빵이 만난 사람②: 경쟁이 아닌 동지의 마음을 확인하다 오후에 신태인 부근에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을 만났다. 영광에서 고창으로 여행할 때 ‘함평나비축제’란 깃발을 달고 뛰며 여행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난 이후 두 번째다. 나는 김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 분은 정읍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쌩하니 지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분도 저렇게 혼자 여행하는 분이신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서로 방긋 미소를 지어 보내줬던 것 같다. 그렇다고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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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평야와 KTX에 알알이 박힌 역사 비는 조금씩 오는 둥 마는 둥 했는데, 바람도 별로 불지 않는다. 우의는 통풍이 잘 되지 않을뿐더러, 보온 효과까지 있으니 한결 더 덥게 눅눅하며 찝찝하게 느껴지더라. 월요일에 빗길 여행 때 느껴지는 상쾌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그런 기분이었다. 김제평야와 『아리랑』 아무래도 비가 내리기도 전부터 너무 빨리 대처를 했더니, 그게 나에겐 비수가 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우의를 벗기에도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기에 망설여졌다. 그래도 머지않아 비가 오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덥더라도 그냥 입고 걸어가기로 했다. 정읍에서 김제로 가는 길은 지방도 701을 타고 가다가 국도 30번으로, 다시 29번을 타고 들어가는 루트를 택했다. 오늘 루트엔 김제평야를 가로질러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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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에서 자며 여행의 관점이 바뀌다 지금까진 여관에서 이틀을 자고 그젠 집처럼 편안한 교육관에서 잤다. 교육관이야 3년 전에 한 달 정도 생활하던 곳이니 불편할 이유는 없었지만, 여관은 아무래도 낯선 곳이라는 느낌 때문에 푹 잘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제 여인숙에서 자보니, 여관은 그나마 천국이었다는 것을 알겠더라. 곰팡이 낀 벽지들, 창문도 없이 날림으로 지어진 건물, 나무로 대충 틀을 만들어 비치해놓은 침대와 그 위에 얹힌 언제 빨았을지 모를 이불과 전기장판, 켜지지 않는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 있는 티비까지 모든 게 잠을 자기엔 최악의 장소였던 거다. 그러니 나도 밖에서 노숙을 한다는 생각으로 우의까지 완벽하게 껴입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마음으로 누운 만큼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