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조선 (1056)
건빵이랑 놀자
산 속에서 즉각 지으며 산중즉사(山中卽事) 이언적(李彦迪) 雨後山中石澗喧 沈吟竟日獨憑軒 平生最厭紛囂地 唯此溪聲耳不煩 臥對前山月色新 天敎是夕慰幽人 沈痾忽去神魂爽 胸次都無一點塵 幽鳥聲中午夢闌 臥看巖上白雲閑 年來世事渾無意 吾眼猶宜對碧山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雨後山中石澗喧 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후 산 속의 바위와 시내는 시끄러워 沈吟竟日獨憑軒 침음경일독빙헌 나직이 읊조리며 종일토록 홀로 난간에 기대네. 平生最厭紛囂地 평생최염분효지 평생 가장 싫어했던 건 어지럽고 시끄러운 땅이었는데 唯此溪聲耳不煩 유차계성이불번 유직 이 시냇소리만이 귀에 번거롭지 않네. 臥對前山月色新 와대전산월색신 앞산을 대하고 누우니 달빛 새로워 天敎是夕慰幽人 천교시석위유인 하느님은 이런 저녁으로 은둔한 사람을 위로하네. . 沈痾忽去神魂爽..
산 속 당에서 병이 나서 산당병기(山堂病起) 이언적(李彦迪) 平生志業在窮經 不是區區爲利名 明善誠身希孔孟 治心存道慕朱程 達而濟世憑忠義 窮且還山養性靈 豈料屈蟠多不快 夜深推枕倚前楹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平生志業在窮經 평생지업재궁경 평생 업에 뜻을 둔 것은 경서 궁리하는 데 있어 不是區區爲利名 불시구구위리명 구차스럽게 이익과 명예를 위했던 건 아니네. 明善誠身希孔孟 명선성신희공맹 선을 밝히는 것과 몸을 성실히 하는 건 공자와 맹자를 바랐고 治心存道慕朱程 치심존도모주정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보존하긴 주희와 이정(二程)을 사모했지. 達而濟世憑忠義 달이제세빙충의 현달해선 세상을 구제함에 충성스런 뜻에 의지했고 窮且還山養性靈 궁차환산양성령 곤궁해선 산에 돌아와 성령을 길렀네. 豈料屈蟠多不快 기료굴반다불쾌 어찌 구..
박연폭포의 절경을 보며박연폭포(朴淵瀑布)황진이(黃眞伊) 一派長天噴壑壟 龍湫百仞水叢叢 飛泉倒瀉疑銀漢 怒瀑橫垂宛白虹 雹亂霆馳彌洞府 珠聳玉碎徹晴空 遊人莫道廬山勝 須識天磨冠海東 해석一派長天噴壑壟 일파장천분학롱 한 물줄기의 긴 하늘이 골짜기에서 뿜어져 내려龍湫百仞水叢叢 룡추백인수총총 폭포 밑 웅덩이【용추(龍湫):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웅덩이.】에 백 인의 물이 모여 있네. 飛泉倒瀉疑銀漢 비천도사의은한 날던 샘물이 거꾸로 쏟아지니 의심컨대 은하수 같고怒瀑橫垂宛白虹 로폭횡수완백홍 성난 폭포는 비끼듯 쏟아지니 완연히 흰 무지개 같네. 雹亂霆馳彌洞府 박란정치미동부 우박은 어지러운 듯 번개가 달리는 듯 골짜기에 퍼지고珠聳玉碎徹晴空 주용옥쇄철청공 구슬이 솟은 듯 옥이 부서지는 듯 갠 허공에 많다네. 遊人莫道廬山勝..
만월대에서 옛날을 그리며만월대회고(滿月臺懷古) 황진이(黃眞伊) 古寺蕭然傍御溝 夕陽喬木使人愁 煙霞冷落殘僧夢 歲月崢嶸破塔頭 黃鳳羽歸飛鳥雀 杜鵑花落牧羊牛 神松憶得繁華日 豈意如今春似秋 『韶濩堂文集』 定本卷九 해석古寺蕭然傍御溝 고사소연방어구 옛 절은 쓸쓸하게 개천【어구(御溝): 대궐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곁에서 흐리고夕陽喬木使人愁 석양교목사인수 석양에 높은 나무는 사람을 근심스럽게 하네. 煙霞冷落殘僧夢 연하랭락잔승몽 안개와 노을은 남은 스님의 꿈에 차갑게 내리고歲月崢嶸破塔頭 세월쟁영파탑두 세월은 무너진 탑 머리에 아득하다네. 黃鳳羽歸飛鳥雀황봉우귀비조작누런 봉황의 깃털을 되돌리자 참새만이 날며杜鵑花落牧羊牛 두견화락목양우 두견꽃은 떨어지자 양과 소는 자란다네. 神松憶得繁華日 신송억득번화일 신성한 송악산이 번화하던 때..
중류에 매어 있는 작은 배 같은 나소백주(小栢舟) 황진이(黃眞伊) 汎彼中流小柏舟 幾年閑繫碧波頭後人若問誰先渡 文武兼全萬戶侯 해석汎彼中流小柏舟범피중류소백주저 중류에 떠있는 작은 잣나무 배는幾年閑繫碧波頭기년한계벽파두몇 년이고 한가롭게 푸른 파도 끝에 매었나?後人若問誰先渡후인약문수선도뒷 사람이 만약 “누가 먼저 건넜소?”라고 묻는다면文武兼全萬戶侯 문무겸전만호후 “문무를 겸비한 만호후【만호후(萬戶侯): 식읍(食邑)이 만호(萬戶)나 되는 벼슬아치로 고위직을 말하는 것임.】요”라고 답하리. 해설이 시는 비유를 통해 임에 대한 기다림과 과거에 존재했던 임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고 있다. 저 중류(현실을 비유)에 떠 있는 잣나무로 만든 작은 배(시인 자신에 비유)는 몇 해나 한가롭게 타는 사람 없이 푸른 물가에 매어 있었..
꿈에서라도 그대 만날 수 있기를상사몽(相思夢) 황진이(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儂訪歡時歡訪儂 願使遙遙他夜夢 一時同作路中逢 해석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서로 그리워 서로 보려면 다만 꿈에 의지하니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내가 그대【환(歡): 사랑하는 남녀를 부르는 애칭(愛稱)임】를 찾아갔을 때 그대가 나를 찾아왔어요.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원하기는 아득한 다른 밤의 꿈에서는一時同作路中逢일시동작로중봉일시에 함께 일어나 길가에서 만나자구요. 해설이 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꿈을 매개로 하여 이루려는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황진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황진이는 승구(承句)인 ‘제가 그대 찾아갔을 적에 그대가 저를 찾아왔죠[儂訪歡時歡訪儂]’에서 특이하게 회문체(..
판서 소세양과 이별하며 바치며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황진이(黃眞伊) 月下梧桐盡 霜中野菊黃 월하오동진 상중야국황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 루고천일척 인취주천상 流水和琴冷 梅花入笛香 류수화금랭 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명조상별후 정여벽파장 해석月下梧桐盡 霜中野菊黃 달 아래 오동잎 다 떨어지고 서리 속 들판의 국화 누렇네.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 누각의 높아 하늘에 닿듯 한 척이고 사람은 취해 술이 천 잔이라네. 流水和琴冷 梅花入笛香 흐르는 물은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 차고 매화꽃은 피리 소리에 들어 향내나는 구나. 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내일 아침 서로 이별한 후에 정은 푸른 파도와 길어지리. 해설이 시는 판서 소세양과 이별하면서 지은 시이다. 이별하는 밤, 달 아래 오동잎이 다 지고 서리 속에 들국화가 ..
반달을 노래하며영반월(詠半月) 황진이(黃眞伊)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수단곤륜옥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견우일거후 수척벽공허 『農圃集』 卷之一 해석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누가 곤륜【곤륜(崑崙): 곤산(崑山). 중국(中國) 전설(傳說) 속에 나오는 산(山). 처음에는 하늘에 이르는 높은 산 또는 아름다운 옥이 나는 산으로 알리어졌으나 전국(戰國) 말기(末期)부터는 서왕모(西王母)가 살며, 불사의 물이 흐르는 신선경(神仙境)이라 믿어졌음】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빗을 만들었는가?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견우 한 번 떠난 후로 근심스레 푸른 하늘에 던져 두었구나. 『農圃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허공에 떠 있는 반달을 보면서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며 쓴 시로, 반달을 직녀(織女)의 빗에 비유하여 해학적(諧謔的)으로 ..
무제(無題) 서경덕(徐敬德) 眼垂簾箔耳關門 松籟溪聲亦做喧 到得忘吾能物物 靈臺隨處自淸溫 疏慵端合臥衡門 不是逃空謝世喧 自是雲塵相迥隔 無人來問話涼溫 『花潭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眼垂簾箔耳關門 안수렴박이관문 눈엔 주렴 드리웠고 귀는 문을 닫았으니 松籟溪聲亦做喧 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과 시냇소리 또한 시끄러움을 지어내네. 到得忘吾能物物 도득망오능물물 나를 잃고 사물을 사물대로 할 수 있음을 터득함에 이르렀으니 靈臺隨處自淸溫 령대수처자청온 마음[靈臺]이 처하는 곳에 따라 절로 맑고도 따스해지네. 疏慵端合臥衡門 소용단합와형문 엉성하고 게을러 형문【형문(衡門): 은자(隱者)가 주거하는 누추한 집.】에 눕기에 알맞아[端合] 不是逃空謝世喧 불시도공사세훤 골방으로 도망가 세상의 시끄러움을 물리친 건 아니라네. 自是雲塵相迥隔 ..
노란 참새 지저귐에 황작음(黃雀吟) 신광한(申光漢) 黃雀啄黃黍 飛鳴集林木 황작탁황서 비명집림목 田中有稚兒 日日來禁啄 전중유치아 일일래금탁 雀飢不得飽 兒喜能有粟 전중유치아 아희능유속 有粟輸官倉 歸家但四壁 유속수관창 귀가단사벽 黃雀終自肥 兒飢向田哭 황작종자비 아기향전곡 『企齋集』 卷之五 해석 黃雀啄黃黍 飛鳴集林木 노란 참새가 노란 기장 쪼고 날다 지저귀며 숲에 모이네. 田中有稚兒 日日來禁啄 밭 속 어린이 있어 날마다 쪼지 못하게 오니 雀飢不得飽 兒喜能有粟 참새 주려 배부를 수 없고 아이는 기뻐하며 곡식 가져갈 수 있지만 有粟輸官倉 歸家但四壁 곡식 있더라도 관아의 창고에 보내고 집 돌아오니 다만 사방 벽뿐. 黃雀終自肥 兒飢向田哭 노란 참새 끝내 절로 살쪘지만 아이는 주려 밭 가며 눈물 뚝뚝. 『企齋集』 卷之五..
좌중에 和로 운자를 한 사람이 있어 다시 앞의 운을 써서 봄을 아쉬워하는 뜻을 보이다 좌유화자 부용전운 이시석춘지의(座有和者 復用前韻 以示惜春之意) 신광한(申光漢) 名是爲春實是賓 桃花欲謝強爲春 年年惜此春光去 春作殘春人老人 『企齋集』 卷之三 해석 名是爲春實是賓 명시위춘실시빈 이름은 봄이지만 실제론 손님이니 桃花欲謝強爲春 도화욕사강위춘 복사꽃 지려는데 억지로 봄이라 하네. 年年惜此春光去 년년석차춘광거 해마다 이 봄빛 감을 아쉬워했는데 春作殘春人老人 춘작잔춘인로인 봄은 스러진 봄이 되었고 사람은 노인이 되었네. 『企齋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함께한 사람 중에 화운(和韻)한 사람이 있어 다시 앞에 사용했던 운(韻)을 사용하여 봄이 가는 것을 애석해하는 뜻을 보여 준 시이다. 산문(散文)에서 필력(筆力)을 펴고..
서간으로 김사군이 기와를 판 돈을 보내온 것에 감사하며 간사김사군혜매와전(簡謝金使君惠買瓦錢) 신광한(申光漢) 才名遠愧杜陵賢 生理堪誇我在前 春雨不愁茅屋漏 野橋今復見携錢 『企齋集』 卷之三 해석 才名遠愧杜陵賢 재명원괴두릉현 재주와 명예는 아득해 두보의 어짊에 부끄럽지만 生理堪誇我在前 생리감과아재전 생계는 내가 앞에 있다고 자랑할 만하네. 春雨不愁茅屋漏 춘우불수모옥루 봄 비 내리는데 초가집 샐까 걱정하지 않는 것은 野橋今復見携錢 야교금부견휴전 들판 다리에 지금 다시 돈 가져 오는 것 보아서지. 『企齋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김사군이 기와 판 돈을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와 승구(承句)에 대우(對偶)의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우(對偶)는 절구(絶句)보다 율시(律..
치악산에 솟은 달 치악용월(雉岳湧月) 신광한(申光漢) 瑞暈初分岳 寒光忽射空 서훈초분악 한광홀사공 半窺驚魍魎 全露破鴻濛 반규경망량 전로파홍몽 爽透林泉外 淸銜草屋東 상투림천외 청함초옥동 慇懃來入戶 還照覓詩中 은근래입호 환조멱시중 『企齋別集』 卷之五 해석 瑞暈初分岳 寒光忽射空 상서로운 기운이 막 치악산에서 나눠지고 차가운 빛이 문득 공중에 쏘아졌네. 半窺驚魍魎 全露破鴻濛 반만 보여도 도깨비 놀라고 모두 드러나니 혼란 깨지네. 爽透林泉外 淸銜草屋東 상쾌하게 숲과 샘 밖에 통하다가 맑게 초가집 동편을 머금네. 慇懃來入戶 還照覓詩中 은근히 문에 들어오다가 도리어 시 속을 찾아 비추네. 『企齋別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원주 치악산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달이 뜨는 것을 보고 읊은 시이다. 상서로운 달무리가 산 위에 ..
전남 탑산(월출산)의 용암에서 쓰다 제탑산용암(題塔山龍巖) 김정(金淨) 千尺巖崖傍碧流 如今佳會飮芳醇 若將此樂爲圖畫 作我千年長醉人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 千尺巖崖傍碧流 천척암애방벽류 천 길이 벼랑은 푸른 물줄기 곁에 있어 如今佳會飮芳醇 여금가회음방순 오늘 같이 좋은 만남에 향긋한 술을 마신다네. 若將此樂爲圖畫 약장차락위도화 만약 이 즐거움을 그림으로 만든다면 作我千年長醉人 작아천년장취인 나는 천 년동안 길이 취한 사람이 될 텐데.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탑산의 용암에 쓴 것으로, 시중유화(詩中有畵)가 잘 표출된 시이다. 탑산의 용암에 올라 보니, 높은 바위 벼랑 옆으로 푸른 물이 흐르는 빼어난 경치가 펼쳐져 있다. 그 좋은 경치를 바라보니 너무 기뻐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다. 만약 이러한 ..
새장 속 오리 롱중압(籠中鴨) 김정(金淨) 主人恩愛終非淺 野性由來不自除 霜月數聲雲外侶 籠中不覺意飄如 『冲庵先生集』 卷之二 해석 主人恩愛終非淺 주인은애종비천 주인의 은혜와 사랑이 끝내 얕지 않지만 野性由來不自除 야성유래불자제 야성은 이어받은 것으로 스스로 덜지 못했네. 霜月數聲雲外侶 상월수성운외려 서리 내린 달밤에 구름 밖 짝에게 몇 번 꽥꽥 대고 籠中不覺意飄如 롱중불각의표여 새장 속인 걸 깨닫지 못한 채 내심 나부끼려는 듯하네. [侶一作雁] 『冲庵先生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새장 속의 오리를 읊은 것으로, 오리에 자신을 가탁하여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노닐기를 희망하고 있다. 새장 속의 오리에게 주인은 많은 사랑을 주었는데, 오리는 야성을 버리지 못하고 새장을 벗어나려고 한다. 서리 내린 가을밤, 오..
길가엔 기이한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꽃이 펴 그윽한 향기가 사랑스러워 시로 기록하다 도상유기암 암상유화 유향가애 시이기지(途上有奇巖 巖上有花 幽香可愛 詩以記之) 김정(金淨) 利路名途各馳走 阿誰寓目賞幽芳 朝朝暮暮空巖上 浥露臨風獨自香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 利路名途各馳走 리로명도각치주 이익의 길과 명예의 길에 각각 내달려 阿誰寓目賞幽芳 아수우목상유방 누가 눈을 붙여 그윽한 향기 감상할꼬? 朝朝暮暮空巖上 조조모모공암상 아침마다 저녁마다 공연히 바위 위에서 浥露臨風獨自香 읍로림풍독자향 이슬 머금고 바람 맞으며 홀로 절로 향기내네.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길을 가던 도중 기이한 바위 위에 꽃이 피어 있었는데, 그윽한 향기가 사랑할 만하여 시로 기록을 남긴 것으로, 꽃에 가탁하여 당시(當時)의 ..
의지의 「동지」 시에 차운하다 차의지동지운(次義之冬至韻) 김정(金淨) 玄機無外亦無停 誰識虧盈造化形 萬物未生凝涸處 一陽萌動暗回靑 『冲庵先生集』 卷之二 해석 玄機無外亦無停 현기무외역무정 하늘의 기미는 바깥도 없고 또 멈추지도 않네 誰識虧盈造化形 수식휴영조화형 누가 비었다가 차는 조화의 형상을 알랴? 萬物未生凝涸處 만물미생응학처 만물이 나지 않은 엉기거나 마른 곳에서도 一陽萌動暗回靑 일양맹동암회청 하나의 양이 싹터 움직이면 몰래 푸른색으로 돌아오네. ‘玄’은 어떤 판본엔 ‘天’으로 되어 있다[玄一本作天] 『冲庵先生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의지(義之)의 「동지(冬至)」 시(詩)에 차운한 것으로, 성리학에 기반을 둔 우주론적 사고를 읽을 수 있는 시이다. 하늘의 이치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 생생불식(生生不息)..
목숨이 끊어질 때 쓴 시 절명시(絶命詩) 조광조(趙光祖) 愛君如愛父 憂國如憂家 애군여애부 우국여우가 白日臨下土 昭昭照丹衷 백일림하토 소소조단충 『靜菴先生文集』 附錄 卷1 해석 愛君如愛父 憂國如憂家 임금 아끼길 부모 아끼는 것처럼 나라 걱정하길 집 걱정하는 것처럼 白日臨下土 昭昭照丹衷 흰 해가 아래의 땅에 내려다 보니 밝디 밝은 붉은 속마음을 비추네. 『靜菴先生文集』 附錄 卷1 해설 이 시는 사약을 받고 절명(絶命)할 때 지은 시이다. 『국조보감(國朝寶鑑)』 중종 3년(1544) 3월조에, “상이 조강에 나아갔다. 참찬관 송세연(宋世珩)이 아뢰기를, ‘기묘년의 인사가 과격하여 일을 그르쳤으나 그것은 본심이 아니었습니다. 조광조 또한 당시의 무리들이 과격한 것을 우려하여 대부분 억제하였다가 도리어 좋지 않게..
대나무 같은 허(虛)함으로 살라 차군헌기(此君軒記) 차군(此君)은 대나무를 가리킨다. 진(晉) 나라 왕휘지(王徽之)가 대나무를 사랑하여 차군이라 불렀다. 왕휘지가 주인이 없는 빈집에 잠시 거처할 적에 대나무를 빨리 심도록 다그치자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왕휘지가 답하기를 “어떻게 하루라도 차군이 없이 지낼 수가 있겠는가[何可一日無此君耶]?”라고 하였다. 『진서(晉書)』 卷80 「왕휘지열전(王徽之列傳)」 김매순(金邁淳) 군자의 덕성을 지녔기에 사랑받던 대나무 竹植物之一也, 無情意無運用, 受命於地, 條達而葉附, 與衆草木無以異也. 然詠於『詩』記於『禮』, 無賢愚貴賤者, 皆知愛好, 歷數千年不倦, 豈不以凌霜雪, 貫四時挺然不詘, 有似乎君子之德耶. 『詩』云: ‘高山仰止, 景行行止.’ 雖不能至, 心嚮往之, 此烝民秉..
능주에 귀양 와서 능성루수중(綾城累囚中) 조광조(趙光祖) 誰憐身似傷弓鳥 自笑心同失馬翁 猿鶴正嗔吾不返 豈知難出伏盆中 『靜菴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誰憐身似傷弓鳥 수련신사상궁조 신세가 화살에 다친 새【상궁조(傷弓鳥): 재앙이나 근심을 겪고서 마음에 두려움이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같은데 누가 가련히 여길까? 自笑心同失馬翁 자소심동실마옹 마음이 말 잃은 노인 같아 스스로 웃기네. 猿鶴正嗔吾不返 원학정진오불반 원숭이와 학【원학(猿鶴): 은둔할 때 함께했던 원숭이와 학을 말한다.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장(蕙帳)이 텅 비어 밤 학이 원망하고, 산인(山人)이 떠나가서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 하였다.】은 바로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꾸짖지만 豈知難出伏盆中 기지난출복분중 엎어진 동이 속에서 ..
신묘년(1531)에 봄부터 여름까지 비 오지 않아 씨를 파종할 수 없고 냇물과 연못이 모두 말라 몹시 걱정되어 짓다 신묘세 자춘조하 불우 종부득파 천택구갈 민심유작(辛卯歲 自春徂夏 不雨 種不得播 川澤俱渴 悶甚有作) 김안국(金安國) 杲日朝朝出 遮雲不作霖 고일조조출 차운부작림 過夏何所用 堪笑野人心 과하하소용 감소야인심 『慕齋先生集』 卷之六 해석 杲日朝朝出 遮雲不作霖 밝은 해가 아침마다 나오고 구름을 가려도 비 내리지 않네. 過夏何所用 堪笑野人心 여름 지나도 어떤 소용이 있을까? 시골 사람 마음이 웃을 만하네. 『慕齋先生集』 卷之六 해설 이 시는 신묘년(1531) 봄부터 여름까지 비가 오지 않아 곡식을 뿌릴 수 없고 시냇물이나 연못이 모두 말라 버려 근심이 심하여 지은 것으로, 김안국의 애민의식(愛民意識)을 ..
3년 간 성실히 공부하던 제자 박희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보내며 송박희령환향(送朴希齡還鄕) 김안국(金安國) 吉州朴生希齡, 來學於余已三年, 勤苦窮晝夜, 諸生莫及. 余每嘆其篤, 謂: ‘他日所就必有過人者, 不止習擧業取科第而已.’ 今以覲省還鄕, 爲詩以贈而勖勉之, 兼寄朴漢老ㆍ咸敬忠兩生云. 聰明稟二五 靈爲萬物主 총명품이오 령위만물주 寧同蠢蠢生 竟與草木腐 녕동준준생 경여초목부 物則固秉彝 萬理括精粗 물칙고병이 만리괄정조 六籍皇王符 四庫紛帙部 육적황왕부 사고분질부 日月互踣顚 興亡迭今古 일월호북전 흥망질금고 林林遍區寰 痛痒須磨撫 림림편구환 통양수마무 大哉儒者業 彌綸非小補 대재유자업 미륜비소보 倉稊眇然身 欲以參仰俯 창제묘연신 욕이참앙부 非加百倍功 鮮能推博溥 비가백배공 선능추박부 記誦自膚末 詞章靡織組 기송자부말 사장미직조..
용문산에 유람하다가 정상에 올라 유용문산등절정(遊龍門山登絶頂) 김안국(金安國) 步步緣危磴 看看眼界通 보보연위등 간간안계통 閑雲迷極浦 飛鳥沒長空 한운미극포 비조몰장공 萬壑餘殘雪 千林響晩風 만학여잔설 천림향만풍 天涯懷渺渺 孤月又生東 천애회묘묘 고월우생동 『慕齋先生集』 卷之五 해석 步步緣危磴 看看眼界通 걷고 걸어 위험한 돌비탈 따라 오르며 보고 보니 눈의 시야가 트이네. 閑雲迷極浦 飛鳥沒長空 한가로운 그림은 끝의 포구에서 아득하고 날던 새는 긴 허공에 잠겼네. 萬壑餘殘雪 千林響晩風 온 골짜기에 잔설이 남았고 온 숲엔 늦은 바람 울리네. 天涯懷渺渺 孤月又生東 하늘 끝의 회포가 아득하니 외로운 달이 또 동에서 떠오르네. 『慕齋先生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1526년 양평에 있는 용문산에 노닐면서 정상에 올라 지은..
7월 7일에 견우녀를 노래하다 칠석영우녀(七夕詠牛女) 김안국(金安國) 飛飛靈鵲集河橋 天上佳期只此宵 懷思詎能千語盡 離愁摠爲一年遙 花容寂寞啼朱淚 雲鬢低回捻玉簫 不獨仙官堪怨恨 人間亦自有魂銷 鵲散烏飛事已休 一宵歡會一年愁 淚傾銀漢秋波闊 腸斷瓊樓夜色幽 錦帳有心邀素月 翠簾無意上金鉤 只應萬劫空成怨 南北迢迢不自由 『慕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飛飛靈鵲集河橋 비비령작집하교 날고 날던 신령한 까치가 물가 다리에 모이니 天上佳期只此宵 천상가기지차소 하늘가의 아름다운 기일이 다만 오늘밤이네. 懷思詎能千語盡 회사거능천어진 품은 생각을 어찌 천 마디 말로 다할 수 있을까? 離愁摠爲一年遙 리수총위일년요 이별의 근심은 모두 일년동안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라네. 花容寂寞啼朱淚 화용적막제주루 꽃 같은 얼굴은 적막하여 붉은 피눈물을 흘리고 雲鬢..
늙은 기녀 상림춘이 거문고를 타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 앞 시의 운에 차운하다 청노기상림춘탄금 유감 차전운(聽老妓上林春彈琴 有感 次前韻) 김안국(金安國) 容謝尙存傾國手 哀絃彈出夜深詞 聲聲似怨年華暮 奈爾浮生與老期 『慕齋先生集』 卷之三 해석 容謝尙存傾國手 용사상존경국수 얼굴은 늙었지만 아직 남아 있고 나라를 기울어버릴 솜씨라서 哀絃彈出夜深詞 애현탄출야심사 애달픈 가락이 깊은 밤 말처럼 타며 나오네. 聲聲似怨年華暮 성성사원년화모 소리 소리가 황혼을 원망하는 듯하니 奈爾浮生與老期 내이부생여로기 네 뜬 삶과 나이듦을 어쩌리오? 『慕齋先生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늙은 기생 상림춘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 앞 시의 운에 차운한 것으로, 기묘사화로 파직되어 이천(利川)에 우거(寓居)하고 있을 때 지은..
열흘 장마에 오는 손님 없어 쓸쓸히 감회에 젖어 ‘舊雨來今雨不來’라는 시의 운을 취해 택지 이행에게 보내 화운시를 구걸하며 지으며 림우십일 문무래객 초오유감어회 취구우래금우불래위운 투택지걸화시(霖雨十日 門無來客 悄悄有感於懷 取舊雨來今雨不來爲韻 投擇之乞和示) 박은(朴誾) 早歲欲止酒 中年喜把杯 조세욕지주 중년희파배 此物有何好 端爲胸崔嵬 차물유하호 단위흉최외 山妻朝報我 小甕潑新醅 산처조보아 소옹발신배 獨酌不盡興 且待吾友來 독작부진흥 차대오우래 『挹翠軒遺稿』 卷一 해석 早歲欲止酒 中年喜把杯 젊었을 적엔 술을 끊으려 했지만 중년엔 술잔 잡길 기뻐했지. 此物有何好 端爲胸崔嵬 이 술이란 게 무에 좋은 건가? 단지 가슴 울적해서지. 山妻朝報我 小甕潑新醅 산골 아내가 아침에 나에게 ‘작은 단지 새 술 익었어요.’라고 알..
효직 조광조의 상을 당해 봉효직상(逢孝直喪) 박상(朴祥) 無等山前曾把手 牛車草草故鄕歸 他年地下相逢處 莫說人間謾是非 分手院前曾把手 怪君黃閣落朱崖 朱崖黃閣莫分別 纔到九原無等差 出己卯黨籍補 『訥齋先生續集』 卷第二 해석 無等山前曾把手 무등산전증파수 무등산 앞에서 일찍 손 잡았는데 牛車草草故鄕歸 우거초초고향귀 소 수레로 볼품없이[草草] 고향에 돌아오네. 他年地下相逢處 타년지하상봉처 훗날 지하에서 서로 만나는 곳에서 莫說人間謾是非 막설인간만시비 인간세상의 부질없는 시비를 말하지 말게나. 無等山前曾把手, 一本作不謂南臺舊紫衣, 莫說, 一本作莫話, 謾是非, 一本作萬事非. ‘無等山前曾把手’는 한 판본엔 ‘말하지 마라. 남대에 옛 자의는[不謂南臺舊紫衣]’라고 되어 있고 ‘莫說’은 한 판본엔 ‘莫話’로 되어 있으며 ‘謾是非’..
계문 성중엄의 시에 차운하다 차계문운(次季文韻) 정희량(鄭希亮) 過眼如雲事事新 狂歌獨立路岐塵 百年三萬六千日 四海東西南北人 宋玉怨騷悲落木 謫仙哀賦惜餘春 醉鄕倘有閒田地 乞與劉伶且卜隣 『虛庵先生遺集』 卷之二 해석 過眼如雲事事新 과안여운사사신 눈을 지나는 구름처럼 일마다 새로워 狂歌獨立路岐塵 광가독립로기진 미친 척 노래하며 홀로 갈림길 먼지에 서 있네. 百年三萬六千日 백년삼만육천일 백년은 3만 6천 일인데 四海東西南北人 사해동서남북인 온 세상 마구 돌아다니던 사람이라네. 宋玉怨騷悲落木 송옥원소비락목 송옥【송옥(宋玉): 굴원(屈原)을 이은 초사의 대가(大家)】의 원망하는 글은 지는 잎을 슬퍼했고 謫仙哀賦惜餘春 적선애부석여춘 이백의 슬픈 시는 남은 봄 애달파했네. 醉鄕倘有閒田地 취향당유한전지 취했음에도 거닐[倘=徜..
충암 김정이 지팡이를 보내준 데에 감사하며 사충암증장(謝冲庵贈杖) 정희량(鄭希亮) 似嫌直先伐 故爲曲其根 사혐직선벌 고위곡기근 直性猶存內 那能免斧斤 직성유존내 나능면부근 해석 似嫌直先伐 故爲曲其根 곧아 먼저 베임을 싫어하는 듯 일부러 그 뿌리 굽혔지만 直性猶存內 那能免斧斤 곧은 본성은 오히려 내면에 있기에 어찌 도끼질 피할 수 있겠는가? 해설 이 시는 충암 김정(金淨)이 지팡이를 보내 준 것에 감사하며 지은 시이다. 나무가 곧으면 먼저 베임을 당하므로 일부러 그 뿌리를 굽게 하였다. 그런데 나무의 성품이 본래 곧아 뿌리는 비록 구불구불하지만 줄기는 곧으니, 어찌 베임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 시는 나무의 이러한 성질을 통해 자신의 성품을 우의적(寓意的)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강직한 성품이 결국은 ..
우연히 쓰다 우서(偶書) 정희량(鄭希亮) 年來索寞鴨江濱 回首塵沙欲問津 客裏又逢寒食雨 夢中猶憶故鄕春 一生愁病添衰鬢 萬里溪山着放臣 直以疏慵成落魄 非關時命滯詩人 『虛庵先生遺集』 卷之一 해석 年來索寞鴨江濱 년래삭막압강빈 요즘[年來] 삭막한 압록강 가에서 回首塵沙欲問津 회수진사욕문진 모래먼지에 머리 돌려 나루터 물으려 하네. 客裏又逢寒食雨 객리우봉한식우 객지에서 또 한식의 비를 만났지만 夢中猶憶故鄕春 몽중유억고향춘 꿈속에선 아직도 고향의 봄 기억나네. 一生愁病添衰鬢 일생수병첨쇠빈 일생에 시름가ㅗ 병으로 쇠한 귀밑머리 더해가고 萬里溪山着放臣 만리계산착방신 만리의 시냇와 산은 추방된 신하를 붙이네. 直以疏慵成落魄 직이소용성락백 다만 서툴고 게으름으로 쇠락한 넋 이루었지만 非關時命滯詩人 비관시명체시인 당시의 운명이 시..
압록강의 봄 경치를 읊다 압강춘망(鴨江春望) 정희량(鄭希亮) 邊城事事動傷神 海上狂歌異隱倫 春不見花猶見雪 地無來雁況來人 輕陰漠漠雨連曉 細草萋萋風滿津 惆悵芳時長作客 可堪垂淚更添巾 『虛庵先生遺集』 卷之二 해석 邊城事事動傷神 변성사사동상신 변방 성의 일마다 동요시켜 정신을 상하게 하니 海上狂歌異隱倫 해상광가리은륜 바다 위에 미친 노래가 은자 무리와 다르네. 春不見花猶見雪 춘불견화유견설 봄인데도 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눈만 보이고 地無來雁況來人 지무래안황래인 땅엔 기러기 오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 올까? 輕陰漠漠雨連曉 경음막막우연효 가벼운 그늘이 아득해 비는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細草萋萋風滿津 세초처처풍만진 가는 풀은 처량해 바람이 나루에 가득하네. 惆悵芳時長作客 추창방시장작객 서글프게 꽃핀 시기에 길이 나그네 되..
늦봄의 붉은 복사나무 만홍도(晩紅桃) 신용개(申用漑) 落盡園花春已去 幽人情抱向誰開 天工故作深情態 滿樹桃紅漫浪哉 春已去處人欲醉 陰雲不散日西斜 窓前只有紅桃樹 天遣風神不犯花 『二樂亭集』 卷之一 해석 落盡園花春已去 락진원화춘이거 동산의 꽃 다 떨어져 봄은 이미 가 幽人情抱向誰開 유인정포향수개 은자의 정과 회포는 누굴 향해 열어야 하나? 天工故作深情態 천공고작심정태 하느님이 일부러 깊은 정을 느끼는지 滿樹桃紅漫浪哉 만수도홍만랑재 나무 가득 복사꽃의 붉음이 한 가득이구나. 春已去處人欲醉 춘이거처인욕취 봄이 이미 가고 처사는 취하려 하고 陰雲不散日西斜 음운불산일서사 어둔 구름 흩어지지 않고 해는 서쪽으로 비끼네. 窓前只有紅桃樹 창전지유홍도수 창 앞에 다만 붉은 복사나무 있어 天遣風神不犯花 천견풍신불범화 하늘이 바람 ..
평성 박원종(朴元宗)의 8폭 병풍에 쓰다 제평성화병팔절(題平城畫屛八絶) 신용개(申用漑) 芳逕步携琴 剩知乘興處 방경보휴금 잉지승흥처 誰家別討春 背柳穿花去 수가별토춘 배류천화거 『二樂亭集』 卷之一 해석 芳逕步携琴 剩知乘興處 꽃길에 거문고 안고 걸으니 더군다나[剩] 흥 타는 곳 알겠네. 誰家別討春 背柳穿花去 누구 집에서 봄을 이별하는가? 버들개지 등지고 꽃을 뚫고 가네. 『二樂亭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평성 박원종의 8폭 그림에 각각 시를 써 주었는데, 그중 첫 번째 시이다. 꽃이 가득한 길을 어느 선비가 거문고를 들고 걸어가고 있는 그림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용개는 강직한 선비로 『기묘록(己卯錄)』에 이에 관한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남곤이 예조 판서로 정국공신(靖國功臣)을 함부로 ..
두보의 운에 차운하다 차노두운(次老杜韻) 신용개(申用漑) 白沙翠竹波萬尋 朝煙暮靄閑晴陰 鳥去雲移歲月遠 山長水闊杯觴深 秋風萬里數莖鬢 蟾桂一宵千古心 醉睡飽嬉從意好 誰能愁盡床頭金 『二樂亭集』 卷之六 해석 白沙翠竹波萬尋 백사취죽파만심 흰 모래 푸른 대나무 파도는 만 길이[尋] 朝煙暮靄閑晴陰 조연모애한청음 아침엔 연기 저녁엔 아지랑이 한가하게 개어 그늘지네. 鳥去雲移歲月遠 조거운이세월원 새는 가고 구름은 움직이며 세월은 아득하며 山長水闊杯觴深 산장수활배상심 산은 길고 물은 트여 술잔은 깊네. 秋風萬里數莖鬢 추풍만리수경빈 가을 바람이 만리에 이르러 몇 가락의 귀밑털 蟾桂一宵千古心 섬계일소천고심 달[蟾桂] 뜬 한 밤에 천고의 마음이네. 醉睡飽嬉從意好 취수포희종의호 취해 자며 배불러 기뻐 뜻대로 좋기만 하니 誰能愁盡床頭..
소학을 읽으며 독소학(讀小學) 김굉필(金宏弼) 業文猶未識天機 小學書中悟昨非 從此盡心供子職 區區何用羡輕肥 『海東雜錄』 二 해석 業文猶未識天機 업문유미식천기 문학을 업 삼았지만 아직도 천기조차 알지 못하고 小學書中悟昨非 소학서중오작비 『소학』 책에서 어제의 잘못을 깨달았네. 從此盡心供子職 종차진심공자직 이로부터 마음을 다해 자식된 직분 제공하려니 區區何用羡輕肥 구구하용이경비 구구하게 어찌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을 부러워하랴? 『海東雜錄』 二 해설 이 글은 『소학(小學)』을 읽고서 쓴 시이다. 공부를 해도 아직 천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였는데, 『소학』을 읽고서 어제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하여 자식의 직분을 다하고자 한다. 구차스럽게 가벼운 외투를 입고 살찐 말을 타는 잘사는..
길 가의 소나무 로방송(路傍松) 김굉필(金宏弼) 一老蒼髥任路塵 勞勞迎送往來賓 歲寒與爾同心事 經過人中見幾人 『海東雜錄』 二 해석 一老蒼髥任路塵 일로창염임로진 하나의 쇤 푸른 수염이 길의 티끌에 닿아 勞勞迎送往來賓 로로영송왕래빈 애쓰고 애쓰며 보내고 맞으며 오가는 손님들 歲寒與爾同心事 세한여이동심사 날씨 추워지고서 너와 심사를 같이 하는 이를 經過人中見幾人 경과인중견기인 지나다니는 사람 중 몇 사람이나 보았니? 『海東雜錄』 二 해설 이 시는 밀양의 길가에 있는 노송(老松)을 두고 노래한 것으로, 절의(節義)의 정신을 읊고 있다. 길가에 푸른 노송(老松)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서 길가에 오가는 길손을 힘들게 맞이하고 또 보낸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추운 겨울에도 너와 같이 마음이 변치 않은 마음을 가..
술회를 지지당에 올라 풀어내다 술회이절 상지지당(述懷二絶 上止止堂) 김굉필(金宏弼) 日邊揮翰玉堂春 靄靄靑雲鬧後塵 嶺外枕書茅屋夜 娟娟孤月屬斯人 해석 日邊揮翰玉堂春 일변휘한옥당춘 임금 곁에서 붓 휘두르던 홍문관【옥당(玉堂): 홍문관(弘文館)의 별칭으로 옥서(玉署)·영각(瀛閣)으로도 불림. 조선시대 궁중의 경서(經書)와 사적(史籍)의 관리와, 국가문서의 처리, 왕의 각종 자문에 응하는 일을 관장하던 관아다】의 봄 靄靄靑雲鬧後塵 애애청운료후진 자욱하게 낀 푸른 구름에 후진이 시끄럽네. 嶺外枕書茅屋夜 령외침서모옥야 고개 바깥에 책을 벤 초가집의 밤 娟娟孤月屬斯人 연연고월속사인 곱디 고운 외론 달이 이 사람에 속하네. 해설 이 시는 지지당에 올라 소회를 읊은 시로, 중앙관료로서의 삶과 지방 처사로서의 삶이 여실히 ..
직산현 성거산 원통암의 창벽에 쓰다 제성거산원통암창벽(題聖居山元通庵囱壁) 남효온(南孝溫) 東日出杲杲 木落神靈雨 동일출고고 목락신령우 開囱萬慮淸 病骨欲生羽 개창만려청 병골욕생우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東日出杲杲 木落神靈雨 동쪽의 해가 나와 밝아지고 나무에선 신령한 비인 듯 지네. 開囱萬慮淸 病骨欲生羽 창 여니 온갖 생각 맑아져 병든 몸임에도 날개 나려 하네.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성거산에 있는 원통암 창 벽에 쓴 시이다. 서늘한 가을 아침, 동쪽으로 맑은 해가 눈부시게 솟아오르고 있고, 신령스러운 비처럼 낙엽이 아침에 떨어지고 있다(힘없이 저녁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을 아침인데도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창문을 열자 온갖 근심들이 맑아져 병든 몸인데도 날개가 돋아 하늘을 날아갈 ..
한강 하류의 압도를 유람하며 유압도(遊鴨島) 남효온(南孝溫) 芳洲十里露潮痕 手自持鋤採艸根 野水汲來澆麥飯 擬將身世付江村 天陰斜日一川明 準擬歸舟軋櫓聲 遊子倦來江霧合 晩程歸馬看潮生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芳洲十里露潮痕 방주십리로조흔 꽃 모래톱 십리에 조수의 흔적 드러나 手自持鋤採艸根 수자지서채초근 손수 호미 가지고 풀 뿌리 캐네. 野水汲來澆麥飯 야수급래요맥반 들판 물이 급히 들어와 보리를 씻으니 擬將身世付江村 의장신세부강촌 헤아리건대 신세를 강촌에 더부살이할 만하네. 天陰斜日一川明 천음사일일천명 하늘 어두워지고 비낀 해에 한 냇물 밝아지고 準擬歸舟軋櫓聲 준의귀주알로성 배 돌리려 생각하는지 삐걱이는 노 소리 나네. 遊子倦來江霧合 유자권래강무합 나그네는 게을리 와서 강과 이슬에 합치되었다가 晩程歸馬看潮生 만..
영현암에서 어머니 꿈을 꾸며 영현암 몽자당(靈顯庵 夢慈堂) 남효온(南孝溫) 遠客辭親四浹旬 破衫蚤蝨長兒孫 裁書付僕重重語 魂先歸書到蓽門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遠客辭親四浹旬 원객사친사협순 먼 나그네 어버이께 사직인사한 지 40일이니 破衫蚤蝨長兒孫 파삼조슬장아손 해진 적삼엔 벼룩과 이의 새끼들까지 자랐네. 裁書付僕重重語 재서부복중중어 편지 써서 머슴에게 보내며 거듭 말하니 魂先歸書到蓽門 혼선귀서도필문 넋이 편지 돌아가기에 앞서 사립문에 당도했네.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그의 나이 29세 되던 해인 1482년에 지은 것으로, 영현암에서 어머니를 꿈꾸며 지은 것이다. 남효온은 소릉(昭陵) 추복이 좌절된 후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어머니의 걱정을 듣고 부근의 영현암에 들어가 친구와 함께 과거(科學..
간성의 공양왕릉【간성은 현재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이다. 고려 공양왕(恭讓王)의 능은 강원도 삼척과 경기도 고양에 있는데, 공양왕이 간성으로 추방되어 이곳에서 살해되어 묻혔다는 설이 있기에 간성릉이라 부른 듯하다.】을 지나다 저물어 방문할 수 없자 느꺼움이 있어 짓다 과간성릉 일모불극방 유회(過杆城陵 日暮不克訪 有懷) 남효온(南孝溫) 秦家不韋移神器 函谷山川付子嬰 虛器擁名纔四歲 百年神算詎能成 杆城無復萬機憂 落日陵含千古羞 包胥不能存楚社 微箕猶復盡宗周 房訓知天禪授明 九原猶得讓王名 千村煙火皆非舊 陵後陵前水自聲 『秋江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秦家不韋移神器 진가불위이신기 진나라의 여불위는 옥새(玉璽)를 옮겨서 신돈을 말한다[謂辛旽也] 函谷山川付子嬰 함곡산천부자영 함곡의 산천이 자영【자영(子嬰): 진 시황의 손자】에게 ..
한강을 건너며 도한강(渡漢江) 김일손(金馹孫) 一馬遲遲渡漢津 落花隨水柳含嚬 微臣此去歸何日 回首終南已暮春 『濯纓先生文集』 續上 해석 一馬遲遲渡漢津 일마지지도한진 한 마리 말이 느리고 느리게 한강 나루 건너는데 落花隨水柳含嚬 락화수수류함빈 지는 꽃에 물을 따르고 버들은 찡그린 듯하네. 微臣此去歸何日 미신차거귀하일 하찮은 신하 이제 가면 언제 올까? 回首終南已暮春 회수종남이모춘 머리 남산【종남산(終南山)과 위수(渭水)는 장안(長安)의 남쪽과 북쪽에 있는 산과 강의 이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서울의 남산과 한강의 별칭으로 흔히 써 왔다】으로 돌리니 이미 늦봄이네. 『濯纓先生文集』 續上 해설 이 시는 32세 되던 해, 사직을 청해 낙향하면서 지은 시이다.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한 필의 말을 ..
차김대유상필재선생운(次金大猷上畢齋先生韻) 夏蟲那可語寒氷 大聖猶謙一未能 欲識古人無犯隱 莫將牛馬說耕乘 人於處世戒淵氷 用舍行藏久鮮能 縱使幽蘭蓬艾混 芳香肯被臭蕕乘 藍出其靑水出氷 立言休道覓吹能 淸夷和惠俱先覺 進退中間時各乘 空山花落月如氷 蜀魄聲中哭未能 自是無心人世事 帝鄕何處白雲乘 道亦多岐似炭氷 身家日用世皆能 也知心性非空寂 頓悟何須效演乘『濯纓先生文集』 續上 이 시는 김굉필이 필재 선생에게 올린 시에 차운한 시이다. 텅 빈 산에 꽃이 지고 달도 얼음처럼 차가운데,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도 통곡할 수 없다(두견새 울음은 원통하게 죽은 端宗의 울음이요, 이 울음소리를 듣고도 통곡할 수 없다는 것은 당시의 허탈한 상실감을 의미함). 이로부터 세상사에 뜻이 없어져 현실을 등지고, 흰 구름을 타고 제향으로 가고 싶다(흰 구름을..
오래도록 산 소나무 만년송(萬年松) 김일손(金馹孫) 婆娑百尺勢凌雲 瘦甲疏髥送暗芬 好得月明留鶴羽 曾經雷霹坼龍文 護霜翠色垂幢蓋 和雨寒聲奏瑟塤 饒笑朱門槐柳樹 秋風搖落日黃曛 『濯纓先生文集』 續上 해석 婆娑百尺勢凌雲 파사백척세능운 흔들흔들 거리는 백 척의 기세가 구름을 타고 瘦甲疏髥送暗芬 수갑소염송암분 야윈 껍질에 엉성한 수염은 묵은 향기 보내오네. 好得月明留鶴羽 호득월명류학우 호기롭게 달의 밝음을 얻어 학 깃털에 머물고 曾經雷霹坼龍文 증경뢰벽탁룡문 일찍이 우레 지나 용 무늬 터졌네. 護霜翠色垂幢蓋 호상취색수당개 서리에 보호된 푸른 빛은 깃발과 덮개 드리운 듯하고 和雨寒聲奏瑟塤 화우한성주슬훈 비에 맞은 찬 소리는 비피와 질나팔을 연주하는 듯하네. 饒笑朱門槐柳樹 요소주문괴류수 실컷 웃음 나니 권세가의 홰나무와 버드..
소쩍새야 두견(杜鵑) 정여창(鄭汝昌) 杜鵑何事淚山花 遺恨分明託古査 淸怨丹衷胡獨爾 忠臣志士矢靡他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杜鵑何事淚山花 두견하사루산화 소쩍새야 어떤 일로 산꽃에 눈물 뿌리니? 遺恨分明託古査 유한분명탁고사 남은 한은 분명히 오래된 나무등걸에 의탁했겠지. 淸怨丹衷胡獨爾 청원단충호독이 맑은 원한과 붉은 충심이 어찌 홀로 너뿐이겠니? 忠臣志士矢靡他 충신지사시미타 충신과 지사가 맹세컨대[矢] 너와 다를 게 없지.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두견새를 두고 노래한 것으로, 정여창의 「안령대풍(鞍嶺待風)」과 마찬가지고 절의(節義)가 잘 드러난 시이다. 두견새야, 무슨 일로 그렇게 슬피 울어 진달래에 눈물을 뿌리고 있는가? 나라가 망한 한(恨), 이제 옛일이 되었는데, 임을 향해 구슬프게 우..
함경도 안령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안령대풍(鞍嶺待風) 정여창(鄭汝昌) 待風風不至 浮雲蔽靑天 何日涼飆發 掃却群陰更見天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待風風不至 대풍풍부지 바람을 기다리지만 바람 불지 않고 浮雲蔽靑天 부운폐청천 뜬 구룸에 푸른 하늘은 가렸네. 何日涼飆發 하일량표발 어느 날 서늘한 태풍 불어 掃却群陰更見天 소각군음갱견천 모든 그늘 몰아내고 다시 하늘 보게 하려나.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무오사화(戊午士禍)로 함경도 종성에 유배되어 안령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지은 시로, 그의 절의(節義)가 잘 드러난 시이다. 바람(좋은 氣風이나 세상을 뜻함)을 기다리지만 바람은 불어오지 않고 뜬구름(암울한 시대 상황, 임금 주변에 있는 權臣을 뜻함)만이 푸른 하늘에 가득하다. 어느 날 시원한 회오리바람..
삼가며 율정 이관의(李寬義)의 운에 차운하다 근차율정이선생운(謹次栗亭李先生韻) 정여창(鄭汝昌) 學究天人冠一時 而居陋巷不求知 聖君特召問治道 因許山林意所之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學究天人冠一時 학구천인관일시 학문은 하늘과 사람을 연구함이 한 시대에 으뜸이었지만 而居陋巷不求知 이거루항불구지 보잘 것 없는 곳에 살면서 알려지길 구하지 않았네. 聖君特召問治道 성군특소문치도 성스런 임금께서 특별히 불러 다스림의 방법을 물으시고 因許山林意所之 인허산림의소지 산림에 가려는 뜻을 허락하셨네. 『一蠹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스승인 율정 이관의의 운(韻)에 차운한 시이다. 이관의의 학문은 성리학을 궁구하여 당대의 으뜸이었고,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다. 성스러운 임금인 성종..
화산십가(花山十歌) 安東地瘠民貧 然風俗力於農桑 節用儉嗇 以至備荒之務 無不周密 他邑無及焉 今用誰知盤中飡 粒粒皆辛苦十字爲韻 粗述民間憂思勤苦之狀 庶擬幽風七月之義也 太伯山中雪 陸離粲朝㬢 春風入黃池 活活流氷澌 我事不可緩 西疇須及時 于茅索絹詠 歷歷當告誰 花山昨夜雨 一霅沾公私 隔林布穀聲 催却耕耘遲 牛車戴月出 急報隣翁知 努力務恒產 此非安臥時 蠶絲一百箔 處處呼林端 蠕蠕已三眠 伐盡柔條殘 共賽馬頭娘 愼勿學遊盤 繅車勉女工 卒歲衣裳單 寸土如寸金 厥賦猶中中 愼莫棄閑地 地閑逢歲凶 隨宜闕苗處 須盡塡植功 力勤乃有獲 汝勿爲惰農 綯茅織作筐 可以敵盎盆 擧家出南畝 擔荷常不諼 敝屨兼榾柮 收以炊盤飡 物不可虛抛 說與諸子孫 我田出若干 量分一年食 深藏斗省費 成性忍飢迫 冬時蔬爲糧 刀農方乃粒 作意最深遠 瞿瞿擬唐俗 瞻彼淸涼山 山中多橡木 今年似去年 離離實可..
우연히 『삼국사』를 보고 여러 기록을 채록하다가 「동도잡영」을 지으며 우열삼국사 겸채잡기 작동도잡영(偶閱三國史 兼採雜記 作東都雜詠) 유호인(兪好仁) 八月金城月正圓 纖纖麻枲鬪嬋娟 會蘇凄斷嘉徘夕 兩部風光尙宛然 『㵢谿集』 卷之二 해석 八月金城月正圓 팔월금성월정원 8월 경주【금성(金城): 철로 쌓은 것과 같이 매우 굳세고 튼튼한 성으로 서울을 말한다】의 달은 동그랗게 되어 纖纖麻枲鬪嬋娟 섬섬마시투선연 가느다란 삼과 모시가 고움을 다투네. 會蘇凄斷嘉徘夕 회소처단가배석 길쌈 내기 하는 소리 처량히 끊어지는 한가위[嘉徘]의 밤 兩部風光尙宛然 양부풍광상완연 양편의 풍광이 아직도 그대로인 듯하네. 『㵢谿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삼국사』와 여러 기록들을 우연히 보다가 「동도잡영」을 지은 것으로, 그 일부분이다. 조신은..
못 사는 시골의 노래 궁촌사(窮村詞) 성현(成俔) 玄雲承空朔風怒 彩鴷喙喙溪邊樹 山下茅廬小縮蝸 三男兩老同家住 一男荷斧撏薪蒸 一男跡兔踰丘陵 最少一男啼索飯 姑坐補襪翁陶繩 土榻微溫煙火足 瓦釜瀜瀜泣豆粥 牛鳴齕萁鷄在榤 人物凶年生理拙 兒牽翁衣翁撫頂 出門同看滿山雪 『虛白堂詩集』 卷之二 해석 玄雲承空朔風怒 현운승공삭풍로 검은 구름이 하늘에 이어지고 북방 바람이 세차지만 彩鴷喙喙溪邊樹 채렬훼훼계변수 화려한 딱따구리 시냇가 나무를 쪼아대네. 山下茅廬小縮蝸 산하모려소축와 산 밑 초가집은 조그맣고 움츠러든 달팽이집인 듯 三男兩老同家住 삼남량로동가주 세 명 아들 두 노인이 한 집에 사네. 一男荷斧撏薪蒸 일남하부잠신증 한 아들 도끼 메고 땔나무[薪蒸]로 따러 갔고 一男跡兔踰丘陵 일남적토유구능 한 아들은 토끼 자취따라 언덕을 넘었네..
열두 달의 시골생활을 읊다 전가사(田家詞) 성현(成俔) 靑陽縱靶翔寥廓 塘水溶溶氷拍拍 和風吹柳萬條黃 彩杖驅牛啓見作 溫陽滋養紅蓼芽 雪後薺葉敷晴坡 四隣杯盤聚元夕 東山見月相經過 輪魄無心自來照 老叟年年占豐兆 右正月 苜蓿逬地蔞蒿短 蟄戶欲開天氣暖 邑中高廩省春糶 萬口疏糲無處悹 今春來牟當及時 欲種無種耕無資 雲間朝日射芳甸 土鱗閃閃翻金犁 東君次第傳消息 阿槐花發黃金色 右二月 杜宇哀吟新燕舞 百尺遊絲罥高樹 二十四番楝花風 一陣兩陣楡莢雨 風日美時農正忙 無人載酒尋春塢 里胥雜遝呼荒村 杏花菖葉今彌繁 村務紛紛人四出 萬指畚鍤如雲屯 右三月 ⇒해석보기 百花飛盡春事畢 天氣淸和鶯語滑 乳雉窟穴澤中蒲 野人活計山上蕨 眠蠶滿箔燒鷄心 十畝陰陰桑柘密 田龜半圻萍黏塊 往覘泉脈牽龍骨 蠶欲久晴農欲雨 主宰茫茫竟何寓 右四月 節中南訛萬彙盛 楡柳村墟日初永 北里榴花映短籬 南..
수양산에서 수양산(首陽山) 성간(成侃) 峨峨首陽山 故人卜築於焉遊 興來高歌載芝曲 岸巾扶杖柴門幽 黃錡胡爲在山中 彼蒼回斡良悠悠 嗚呼 山中陰岑不可處 魑魅魍魎令人愁 亭亭首陽山 上有朱鳳求其曹 口銜瑞圖彩翮長 擧意八極聲嗷嗷 下有黃鵠似老翁 折筋步步偏哀呼 時時側頭望山巓 蒼雲如狗蹲落日 嗚呼安得一黃鵠 得使鳳也分竹實 夢入首陽山 愁雲憑憑欲吼怒 靑兕黃熊怒我啼 萬丈層崖緣細路 不知故人在何處 薰水千山日欲暮 嗚呼 忽然覺來天欲昏 萬慮關心淚如雨 『眞逸遺稿』 卷之二 해석 峨峨首陽山 아아수양산 깎아지른 수양산아! 故人卜築於焉遊 고인복축어언유 친구가 여기에 집 짓고 노닐었지. 興來高歌載芝曲 흥래고가재지곡 흥이 오면 높은 노래에 은자의 노래인 자지곡(紫芝曲)【자지곡(紫芝曲): 은자(隱者)의 노래를 뜻한다. 진(秦)나라 말기에 동원공(東園公)ㆍ기리계..
궁사체로 궁궐의 사계절을 노래하다 궁사사시(宮詞四時) 성간(成侃) 陰陰簾幕燕交飛 日射晴窓睡起遲 急喚小娃供頮水 海棠花下試春衣 陰陰簾幕暑風輕 閑寫銀漿滿玉缾 好箇黃鸝多事在 隔墻啼送兩三聲 碧梧金井換新秋 斜倚薰籠一段愁 明月滿庭天似水 起來無語上簾鉤 七寶房中別置春 羅巾斜帶辟寒珍 朝來試步梅花下 臉上臙脂懶未勻 『眞逸遺稿』 卷之一 해석 陰陰簾幕燕交飛 음음렴막연교비 어둡디 어두운 주렴과 장막에 제비 교차하며 나는데 日射晴窓睡起遲 일사청창수기지 해가 맑은 창에 비껴 자다가 천천히 일어나네. 急喚小娃供頮水 급환소왜공회수 급히 어린 계집종을 불러 세숫물 공급하게 하고 海棠花下試春衣 해당화하시춘의 해당화 아래서 봄옷을 입어보네. 陰陰簾幕暑風輕 음음렴막서풍경 어둡디 어두운 주렴과 장막에 더운 바람 가벼워 閑寫銀漿滿玉缾 한사은장만옥병..
근심을 풀어내며 서민(敍悶) 김시습(金時習) 心與事相反 除詩無以娛 심여사상반 제시무이오 醉鄕如瞬息 睡味只須臾 취향여순식 수미지수유 切齒爭錐賈 寒心牧馬胡 절치쟁추가 한심목마호 無因獻明薦 抆淚永嗚呼 무인헌명천 문루영오호 少小趨金殿 英陵賜錦袍 소소추금전 영릉사금포 知申呼上膝 中使勸揮毫 지신호상슬 중사권휘호 競道眞英物 爭瞻出鳳毛 경도진영물 쟁첨출봉모 焉知家事替 零落老蓬蒿 언지가사체 영락로봉호 八朔解他語 三朞能綴文 팔삭해타어 삼기능철문 雨花吟得句 聲淚手摩分 우화음득구 성루수마분 上相臨庭宇 諸宗貺典墳 상상림정우 제종황전분 期余就仕日 經術佐明君 기여취사일 경술좌명군 失母十三歲 提携鞠外婆 실모십삼세 제휴국외파 未幾歸窀穸 生業轉懡㦬 미기귀둔석 생업전마라 簪笏纓情少 雲林着意多 잠홀영정소 운림착의다 唯思忘世事 恣意臥山阿 유..
금오신화를 짓고나서 제금오신화(題金鼇新話) 김시습(金時習) 矮屋靑氈暖有餘 滿窓梅影月明初 挑燈永夜焚香坐 閑著人間不見書 玉堂揮翰已無心 端坐松窓夜正深 香揷銅𨥯烏几淨 風流奇話細搜尋 『梅月堂詩集』 卷之六 해석 矮屋靑氈暖有餘 왜옥청전난유여 낮은 집의 푸른 깔개는 따뜻함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 만창매영월명초 창에 매화 그림자 가득하고 달은 막 밝아졌네. 挑燈永夜焚香坐 도등영야분향좌 등불 심지 돋우고 긴밤에 향기 불사르며 앉아서 閑著人間不見書 한저인간불견서 한가롭게 인간의 보지 못한 글을 쓴다네. 玉堂揮翰已無心 옥당휘한이무심 홍문관[玉堂]에서 붓을 휘두름에 이미 마음이 없어 端坐松窓夜正深 단좌송창야정심 단정하게 솔창에 앉으니 밤이 깊었네. 香揷銅𨥯烏几淨 향삽동범오궤정 향을 구리 향로에 꽂고 오궤는 맑아서 風流奇話細搜..
큰 쥐야 석서(碩鼠) 김시습(金時習) 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석서부석서 무식아장속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삼세이관여 칙막아긍곡 逝將去汝土 適彼娛樂國 서장거여토 적피오락국 碩鼠復碩鼠 有牙如利刃 석서부석서 유아여리인 旣害我耘耔 又齧我車軔 기해아운자 우설아거인 使我不得行 亦復不得進 사아불득행 역부부득진 碩鼠復碩鼠 有聲常喞喞 석서부석서 유성상즐즐 佞言巧害人 使人心怵怵 녕언교해인 사인심출출 安得不仁貓 一捕無有孑 안득불인묘 일포무유혈 碩鼠一產兒 乳哺滿我屋 석서일산아 유포만아옥 我非永某氏 付之張湯獄 아비영모씨 부지장탕옥 塡汝深窟穴 使之滅蹤跡 전여심굴혈 사지멸종적 『梅月堂詩集』 卷之五 해석 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큰 쥐야 큰 쥐야 우리 마당의 곡식 먹지 말렴.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3년에 이미 너를 알게 됐는데 나를 살게 ..
마른 나무 고목(枯木) 김시습(金時習) 長枝蟠屈小枝斜 直幹亭亭聳碧霞 幾歲倚巖排雨雪 何年趠走化龍蛇 瘤皮臃腫莊生木 奇狀巃嵷漢使槎 春至無心天亦惜 敎藤爲葉蘇爲花 『梅月堂詩集』 卷之十四 해석 長枝蟠屈小枝斜 장지반굴소지사 긴 가지는 둘러 굽었고 작은 가지는 비스듬하며 直幹亭亭聳碧霞 직간정정용벽하 곧은 줄기만이 우뚝 솟아 푸른 노을까지 솟았네. 幾歲倚巖排雨雪 기세의암배우설 몇 년동안 바위에 기대 비와 눈을 밀쳐냈느라 何年趠走化龍蛇 하년초주화룡사 어느 해에 달려 용과 뱀으로 변할 텐가? 瘤皮臃腫莊生木 류피옹종장생목 혹 난 껍질엔 부스럼 나서 장자의 나무인 듯하고 奇狀巃嵷漢使槎 기장롱종한사사 기이한 모양은 튀어나와 한나라 사신의 뗏목【한나라 사신이라 함은 장건(張鶱)을 말함인데, 나무가 그런 사람의 뗏목이 될 만하다는 ..
산촌 살기의 어려움을 노래하며 영산가고(詠山家苦) 김시습(金時習) 渡水踰岡十里餘 依峯初見小茅廬 叱牛犂響空中落 知是民間種晚畬 晡時畏虎掩門扉 至卯方吪煮蕨薇 縱是深山更深處 戶徭田賦可依違 薄田苗長麇豝吃 莠粟登場鳥鼠偸 官稅盡輸無剩費 可堪私債奪耕牛 農夫揮汗勤終歲 蠶婦蓬頭苦一春 醉飽輕裘滿城市 相逢盡是自安人 長官仁愛猶能喘 幸遇豺狼足可憐 婦戴翁提盈道路 豈遭飢凍不豐年 一家十口似同廬 丁壯終無一日居 國役邑徭牽苦務 弱男兒女把春鋤 『梅月堂詩集』 卷之十二 해석 渡水踰岡十里餘 도수유강십리여 물 건너고 산등성에 오르길 10리 남짓 依峯初見小茅廬 의봉초견소모려 봉우리에 기대니 막 작은 초가집 보이네. 叱牛犂響空中落 질우리향공중락 소를 꾸짖는 울림이 공중에서 떨어지니 知是民間種晚畬 지시민간종만여 민간에서 느지막이 새밭에 씨뿌리는 걸 알겠..
산 속 집에서 돌아다니며 유산가(遊山家) 김시습(金時習) 山家秋索索 梨栗落庭除 산가추색색 리률락정제 秫熟堪爲酒 菘肥可作菹 출숙감위주 숭비가작저 飢鷹號老樹 羸犢嚙荒墟 기응호로수 리독교황허 日晚喧鷄犬 前村過里胥 일만훤계견 전촌과리서 『梅月堂詩集』 卷之十 해석 山家秋索索 梨栗落庭除 산속 집에 가을로 적막하니 배와 밤이 정원 섬돌에 떨어지네. 秫熟堪爲酒 菘肥可作菹 찹쌀 익었으니 술 만들 수 있고 배추는 통통해져 김장할 수 있네. 飢鷹號老樹 羸犢嚙荒墟 주린 매는 오래된 나무에서 울어대고 마른 송아지는 황폐한 터에서 씹어대네. 日晚喧鷄犬 前村過里胥 날 저물어 닭과 개가 짖어대는 것은 앞 마을에 아전이 지나가서리라. 『梅月堂詩集』 卷之十 해설 이 시는 「유관동록(遊關東錄)」에 수록된 시로 산속의 집에 거처하면서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얻어 보고서 득통감(得通鑑) 김시습(金時習) 諸史紛紛立意乖 宋朝涑水辨參差 勸懲揮筆明如日 衮鉞措辭謹亦佳 天下幾經吳魏晉 民生多被犬狼豺 漢唐隋業規模大 那及虞庭庶尹諧 『梅月堂詩集』 卷之十二 해석 諸史紛紛立意乖 제사분분립의괴 여러 역사들이 어지럽게 뜻을 세운 게 어긋나 宋朝涑水辨參差 송조속수변참치 송나라 조정의 속수선생【속수(涑水): 송(宋)나라 사마광(司馬光)을 가리킨다.】이 들쭉날쭉한 걸[參差] 분별했네. 勸懲揮筆明如日 권징휘필명여일 권선징악으로 붓을 휘둘러 분명하기가 해 같고 衮鉞措辭謹亦佳 곤월조사근역가 곤룡포로 기림과 도끼로 깎아내림【곤월(袞鉞): 공자가 실제로 정치할 수 없게 되자 《춘추》를 지었는데, 한 (字)로 표창한 것이 곤룡포[袞]보다 영광스럽고 한 자로 깎은 것이 도끼[..
어둡고 어두운 바람과 비 엇갈려 내리는 날에 평중에게 주다 명명풍우교 증평중(冥冥風雨交 贈平仲) 강희맹(姜希孟) 冥冥風雨交 永夜殊未央 명명풍우교 영야수미앙 愁來坐長歎 百感縈寸腸 수래좌장탄 백감영촌장 結髮學孔顔 垂紳體堯湯 결발학공안 수신체요탕 壯志終濩落 中途反蒼黃 장지종호락 중도반창황 悄然愧初服 棄置不復傷 초연괴초복 기치불부상 冥冥風雨交 厭聞鷄亂號 명명풍우교 염문계난호 大人志功名 夙夜不憚勞 대인지공명 숙야불탄로 市人逐末利 百計競錐刀 시인축말리 백계경추도 所以日復日 作事繁牛毛 소이일부일 작사번우모 吾今兩無謀 萎頓安蓬蒿 오금량무모 위돈안봉호 『私淑齋集』 卷之三 해석 冥冥風雨交 永夜殊未央 어둡디 어둔 바람과 비 엇갈리는 날엔 긴 밤도 특별히 끝나지 않았는데 愁來坐長歎 百感縈寸腸 근심스러워 앉아 긴 탄식하니 온 ..
임지로 가는 김종직을 송별하며송김선산지임(送金善山之任) 萱堂雲闕隔微茫 仕宦寧親兩未忘 乞郡章成誰會得 事親猶短事君長 忽聞今日動歸舟 薄送因懷遠別愁 此去憶儂知有處 滿城明月荻花秋 爲郡長才我所聞 弛刑敦化亦云云 憶曾暫與康衢老 到處逢人說使君 四海猶稱卽弟兄 校來方寸萬般情 自從天嶺相從後 多我平生一識荊 漢陽宮闕起秋風 惜別詩成一病翁 老去肯令雙耳在 春來細聽北來鴻 『私淑齋集』 卷之一 이 시는 金宗直이 모친 봉양을 위해 함양군수로 나갈 때 전송하면서 지어 준 것으로, 부모에 대한 孝를 기리고 있다.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과 대궐 둘 사이는 아득히 멀어서, 벼슬살이를 하자니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하고 어머니를 봉양하자니 대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고 싶으나, 공간적 여건이 너무 멀어서 그렇지 못하니, 고향의 수령..
풍전역에서 차운하다 차풍전역운(次豐田驛韻) 강희맹(姜希孟) 海上靈山特地開 鑾轝東幸採新詩 定知此去醫民瘼 倒瀉恩波便滌痍 『私淑齋集』 卷之一 해석 海上靈山特地開 해상영산특지개 바다 위의 영산이 특별히 땅에서 열렸기에 鑾轝東幸採新詩 란여동행채신시 임금【난여(鑾輿): 왕이 타는 수레】께서 동쪽으로 행차하셔서 새로운 시 채록하시리. 定知此去醫民瘼 정지차거의민막 정녕 알지라. 이번에 떠나시면 백성의 병듦을 고쳐주리니, 倒瀉恩波便滌痍 도사은파변척이 은혜로운 파도가 거꾸로 쏟아져 곧 상처 씻어내리라. 『私淑齋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풍전역에 있는 시를 차운한 것으로, 세조(世祖)가 관동지방으로 갔을 때 강희맹(姜希孟)이 문안사(問安使)로 행재소(行在所)에 가던 길에 지은 것이다. 세조께서 관동 지방으로 특별히 거동하셨..
매미 그림에 제화시를 쓰다 제화선(題畫蟬) 이승소(李承召) 雨餘溪柳碧煙橫 上有鳴蟬喜晚晴 自分一生風露潔 比渠終是伯夷淸 香燒古篆坐蕭然 讀盡黃庭內外篇 一味天眞無與語 畫中相對飮風仙 『三灘先生集』 卷之一 해석 雨餘溪柳碧煙橫 우여계류벽연횡 비 온 나머지 시내 버들개지엔 푸른 연기 비끼고 上有鳴蟬喜晚晴 상유명선희만청 위에서 매미 울어대며 느지막이 갬을 기뻐하네. 自分一生風露潔 자분일생풍로결 스스로의 분수는 일생 바람과 이슬처럼 깨끗해서 比渠終是伯夷淸 비거종시백이청 제비에 비교해주면 끝내 백이의 맑음이려니. 香燒古篆坐蕭然 향소고전좌소연 향이 옛 글자처럼 불 타오르는데 쓸쓸히 앉아 讀盡黃庭內外篇 독진황정내외편 『황정경』【황정경(黃庭經): 도교의 경전(經典) 이름인데, 이 경전을 잘못 읽으면 벌을 받아 인간 세계로 떨어진..
제비야 연(鷰) 이승소(李承召) 畫閣深深簾額低 雙飛雙語復雙棲 綠楊門巷春風晩 靑草池塘細雨迷 趁蝶有時穿竹塢 壘巢終日啄芹泥 托身得所誰相侮 養子年年羽翼齊 『三灘集』 卷四 해석 畫閣深深簾額低 화각심심렴액저 화려한 누각은 깊고도 깊고 발은 낮아 雙飛雙語復雙棲 쌍비쌍어부쌍서 쌍쌍이 날다가 쌍쌍이 지저귀며 다시 쌍쌍이 깃드네. 綠楊門巷春風晩 록양문항춘풍만 푸른 버들개지 핀 마을에 봄바람은 늦지만 靑草池塘細雨迷 청초지당세우미 푸른 풀 난 연못에 보슬비 어지럽네. 趁蝶有時穿竹塢 진접유시천죽오 나비를 쫓다가 이따금 대나무 언덕을 뚫기도 하고 壘巢終日啄芹泥 루소종일탁근니 둥지 짓다가 종일토록 미나리 진흙을 쫀다네. 托身得所誰相侮 탁신득소수상모 몸을 의탁할 장소 얻었으니 누가 서로 모욕주랴? 養子年年羽翼齊 양자년년우익제 새끼 ..
이른 조회에 조조(早朝) 이승소(李承召) 東華待漏曙光回 萬戶千門次第開 雙鳳遙瞻扶玉輦 九韶還訝下瑤臺 香煙殿上霏如霧 淸蹕雲間響轉雷 聖代卽今家四海 盡敎殊俗奉琛來 『三灘先生集』 卷之八 해석 東華待漏曙光回 동화대루서광회 조정【동화(東): 송(宋)나라 궁성의 동쪽 문 이름인데, 입조(入朝)할 때 이 문을 이용했다.】에서 조회 기다리니【대루(待漏): 누사(漏舍), 대루사(待漏舍), 대루원(待漏院)라고도 한다. 문무백관이 새벽에 모여서 조회를 기다리던 곳이다. 당나라 때 처음 설치되었고, 송나라 때는 재상이 집무하던 곳이기도 하다.】 서광이 일고 萬戶千門次第開 만호천문차제개 뭇 집들과 뭇 문들이 차례대로 열리네. 雙鳳遙瞻扶玉輦 쌍봉요첨부옥련 두 마리 봉황이 아득히 보며 옥 수레를 부축하고 九韶還訝下瑤臺 구소환아하요대 ..
미인도(美人圖) 이승소(李承召) 雲鬟嚲鬢綴明璫 坐看芙蓉滿小塘 縱使荷花能解語 爭如傾國倚新粧 畫閣南頭細柳陰 美人相對話春心 一雙鸂鶒花前落 惹起閑愁自不禁 閑來相與鬪圍棋 却被春嬌下子遲 手托香顋無限意 桃花枝上囀鶯兒 金爐香盡睡初醒 坐倚雲屛讀道經 不向芙蓉城裏過 定隨簫鳳上靑冥 天才自是女相如 日引群童課讀書 拈筆欲題詩遣興 薰風池面滿紅蕖 琪樹西風著子新 看書脈脈暗傷神 只緣公子多情思 化作朝雲入夢頻 『三灘先生集』 卷之九 해석 雲鬟嚲鬢綴明璫 운환타빈철명당 구름 같은 쪽진머리에 휘늘어진 귀밑머리에 밝은 옥 귀고리 차고서 坐看芙蓉滿小塘 좌간부용만소당 앉아 작은 연못에 가득한 부용 보네. 縱使荷花能解語 종사하화능해어 가령 연꽃이 말을 이해할 수 있더라도 爭如傾國倚新粧 쟁여경국의신장 어찌 나라를 기울일 만한 양귀비가 새로 화장한 것만 하겠..
양주의 누원에 올라 등양주루원(登楊州樓院) 강희안(姜希顔) 有山何處不爲廬 坐對靑山試一噓 簪笏十年成老大 莫敎霜鬢賦歸歟 『秋江冷話』 해석 有山何處不爲廬 유산하처불위려 산이 있다면 어느 곳인들 초가집 짓지 못하겠는가만은 坐對靑山試一噓 좌대청산시일허 앉아 푸른 산을 대하고서 시험삼아 한 번 탄식해보네. 簪笏十年成老大 잠홀십년성로대 벼슬살이 10년에 늙은이[老大]이 되었지만 莫敎霜鬢賦歸歟 막교상빈부귀여 흰 귀밑머리로 하여 「귀거래사」 짓게 하진 마시라. 『秋江冷話』 해설 이 시는 양주의 누원에 올라 지은 것으로, 자연에 동화(同化)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난 시이다. 산이 있으면 어디에다 오두막집 한 채 못 짓겠는가? 청산을 마주 대하고 앉아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탄식이 절로 ..
문경의 사우정에서 소나무를 읊다 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 강희안(姜希顔) 階前偃盖一孤松 枝幹多年老作龍 歲暮風高揩病目 擬看千丈上靑空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階前偃盖一孤松 계전언개일고송 계단 앞에 누운 듯 덮은 듯한 한 외로운 소나무는 枝幹多年老作龍 지간다년로작룡 가지와 줄기가 여러 해 동안 노쇠해 용처럼 되었네. 歲暮風高揩病目 세모풍고개병목 세밑에 바람 높아져 병든 눈을 비비니 擬看千丈上靑空 의간천장상청공 의심스레 보건대 천 길이의 푸른 허공에 오르는 듯하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설 이 시는 사우정에 올라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영물시(詠物詩)로, 노송(老松)의 위용(偉容)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한 시이다. 사우정 앞에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마치 누워 있는 듯 비스듬히 가지와 ..
국화가 피지 않아 서글퍼하며 짓다 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 悵然有作) 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開較遲 一秋情興謾東籬 西風大是無情思 不入黃花入鬢絲 『四佳詩集』 卷之五十○第二十三 해석 佳菊今年開較遲 가국금년개교지 아리따운 국화가 올해는 핌이 비교적 더뎌 一秋情興謾東籬 일추정흥만동리 한 가을의 정과 흥이 동쪽 울타리에 느리구나. 西風大是無情思 서풍대시무정사 가을바람이 몹시 무정하여 不入黃花入鬢絲 불입황화입빈사 누런 꽃엔 들지 않고 귀밑머리에만 드는 구나. 『四佳詩集』 卷之五十○第二十三 해설 이 시는 60대 만년에 국화가 피지 않아 실망하여 지은 것으로, 늙어 감을 읊은 노래이다. 올해는 국화꽃이 예년과 비교해 늦게 피어 가을의 흥취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을바람은 무정하게도 국화에 들어서 꽃을 피우지 않고 ..
눈을 감상하는 그림에 쓴 제화시 제감설도(題賞雪圖) 서거정(徐居正) 江雲昏似漆 朔雪白於屑 강운혼사칠 삭설백어설 山河與大地 一夜瓊瑤窟 산하여대지 일야경요굴 幽人開竹扉 眼界迷空闊 유인개죽비 안계미공활 孤舟蓑笠翁 欸乃聲欲裂 고주사립옹 애내성욕렬 『四佳詩集』 卷之三十○第十八 해석 江雲昏似漆 朔雪白於屑 강 구름은 칠흑처럼 어둡고 북방의 눈은 가루보다 희네. 山河與大地 一夜瓊瑤窟 산하와 대지는 하룻밤에 경요굴【경요굴(瓊瑤窟) : 신선의 세계에 있다는 아름다운 구슬로 된 굴로 눈의 비유로 쓰인다】이 되었네. 幽人開竹扉 眼界迷空闊 은둔한 사람이 대나무 사립문을 여니 시야가 확 트여 혼미하네. 孤舟蓑笠翁 欸乃聲欲裂 외로운 배에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은 뱃노래【애내(欸乃): 애내가(款乃歌)의 준말로 뱃노래를 말한다.】 소..
비파소리 듣고서 문비파(聞琵琶) 서거정(徐居正) 司馬靑衫盆浦泣 明妃紅袖塞天愁 我無今日愁兼泣 細聽絃聲不下樓 『四佳詩集』 卷之二十一○第十四 해석 司馬靑衫盆浦泣 사마청삼분포읍 사마 백거이는 푸른 적삼으로 분포에서 이야기를 듣고 울었고【백거이(白居易)가 일찍이 강주 사마로 좌천되어 있을 때, 하루는 분강(湓江)의 포구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어느 배 안에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는 본디 장안(長安)의 창녀였는데 젊어서는 호화롭게 지냈었지만 늙어서는 색이 쇠하여 마침내 장사꾼의 아내가 되어서 초췌한 몰골로 강호(江湖) 사이를 이리저리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거이는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아 그녀에게 다시 비파 한 곡조를 청하여 들은 다음 스스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서 그에게 주었..
삼전도를 건너는 도중에 삼전도도중(三田渡道中) 서거정(徐居正) 羸馬三田渡 西風吹帽斜 리마삼전도 서풍취모사 澄江涵去鴈 落日送還鴉 징강함거안 낙일송환아 古樹明黃葉 孤村見白沙 고수명황엽 고촌견백사 靑山將盡處 遙認是吾家 청산장진처 요인시오가 『四佳詩集補遺』 一 해석 羸馬三田渡 西風吹帽斜 파리한 말로 삼전도 건널 때 가을바람 갓에 비껴 부네. 澄江涵去鴈 落日送還鴉 맑은 강은 가는 기러기를 적시고 지는 해는 돌아오는 까마귀 전송하네. 古樹明黃葉 孤村見白沙 오랜 나무엔 물든 나뭇잎 밝고 외론 마을엔 흰 모래 보이네. 靑山將盡處 遙認是吾家 청산이 장차 다하는 곳이 멀리 우리 집임을 알겠구나. 『四佳詩集補遺』 一 해설 이 시는 삼전도를 말을 타고 건너가는 도중에 차분히 사물을 관찰하면서 지은 시이다. 1연에는 야윈 말을..
처음으로 사헌부 최고 벼슬인 대사헌에 제대되고서 포부를 밝히다 신배대사헌(新拜大司憲) 서거정(徐居正) 烏府淸班動百官 不才承乏愧朝端 何人自有風霜面 今我元非鐵石肝 直劒不辭終百折 曲藤何用要千蟠 幸逢昭代無封事 鳴鳳朝陽尙亦難 『四佳詩集』 卷之十○第九 해석 烏府淸班動百官 오부청반동백관 사헌부【오부(烏府): 어사대(御史臺), 즉 사헌부의 별칭. 『사물이명록(事物異名錄)』에 보면, “『한서(漢書)』에 ‘어사부(御史府)에 칙백나무를 죽 심었는데 일찍이 까마귀[烏] 수천 마리가 그 위에 서식하였다.’한다. 인하여 이름을 ‘오대(烏臺)’ 또는 ‘오부(烏府)’라고 하였다.”하였음.】는 맑은 반열로 뭇 관리를 움직이니 不才承乏愧朝端 부재승핍괴조단 재주가 아님에도 빈 자리 계승하여 최고 자리【조단(朝端): 조정에서 일하는 신하 ..
푹 잠에 빠진 해당화 숙수해당(熟睡海棠) 신숙주(申叔舟) 高人睡起掩朱扉 月轉長廊香霧霏 獨繞芳叢燒短燭 沈吟夜久更忘歸 『保閑齋集』 卷第六 해석 高人睡起掩朱扉 고인수기엄주비 고인이 자다가 일어나 사립문 닫으니 月轉長廊香霧霏 월전장랑향무비 달은 긴 회랑을 돌고 향내 나는 안개비 내리네. 獨繞芳叢燒短燭 독요방총소단촉 홀로 꽃 가득한 풀숲을 돌고서 짧은 촛대 켜며 沈吟夜久更忘歸 침음야구갱망귀 나직히 읊조리니 밤이 오래되어 다시 돌아갈 생각 잊었네. 『保閑齋集』 卷第六 해설 이 시는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저택과 그 주변의 사물들을 제재로 하여 지은 시 가운데 깊은 잠에서 깨어 해당화를 보고 노래한 것이다. 안평대군을 중심으로 신숙주(申叔舟)ㆍ성삼문(成三問)ㆍ김수온(金守溫)ㆍ서거정(徐居正) 등은 유미적(唯美的) 성향의..
일본 박다도에 있으면 차운하여 산 속에 살고 있는 인수 박팽년과 백옥 이석형과 중장 하위지와 근보 성삼문과 청보 이개에게 부치다 재박다도 차운기인수백옥중장근보청보산거(在博多島 次韻寄仁叟ㆍ伯玉ㆍ仲章ㆍ謹甫ㆍ淸甫山居) 신숙주(申叔舟) 半歲天涯已倦遊 歸心日夕故山秋 山中舊友靑燈夜 閑話應憐海外舟 一任東西自在遊 滄溟萬里海天秋 翻思有命應先定 字是泛翁名叔舟 『保閑齋集』 卷第四 해석 半歲天涯已倦遊 반세천애이권유 하늘 끝에 있은 지 반 년에 이미 유람하기 지쳤는데 歸心日夕故山秋 귀심일석고산추 돌아갈 마음에 밤낮으로 고향산천 가을인 듯. 山中舊友靑燈夜 산중구우청등야 산 속의 옛 친구들은 푸른 등 밝힌 밤에 閑話應憐海外舟 한화응련해외주 한가롭게 이야기 나누다가 응당 해외의 배를 가련하게 여기겠지. 一任東西自在遊 일임동서자재유 ..
반 천년 왕업을 이룬 문충공의 자취가 서린 선죽교 선죽교(善竹橋) 이개(李塏) 繁華往事已成空 舞館歌臺野草中 惟有斷橋名善竹 半千王業一文忠 해석 繁華往事已成空 번화왕사이성공 번화했던 지난 일은 이미 공허함이 되었고 舞館歌臺野草中 무관가대야초중 춤추던 여관과 노래하던 무대는 들풀 속에 묻혔네. 惟有斷橋名善竹 유유단교명선죽 오직 끊어진 다리는 선죽교라 불리는데 半千王業一文忠 반천왕업일문충 반 천년의 왕업은 한 사람 문충공일 뿐이네. 해설 이 시는 선죽교에서 지은 것으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충절(忠節)을 기리는 회고시(懷古詩)이다. 지난 고려의 역사를 생각해보니, 번화했던 수도 개성(開城)은 이미 사라지고 헛된 것이 되어 버려, 기생들이 춤추던 집이나 노래하던 무대가 모두 들풀 속에 자취를 감추어 버..
익산의 동헌에서 지었으니 병자년(1456) 6월이다 차익산동헌운 병자유월(次益山東軒韻 丙子六月) 이석형(李石亨) 虞時二女竹 秦日大夫松 우시이녀죽 진일대부송 縱是哀榮異 寧爲冷熱容 종시애영리 녕위랭열용 『樗軒集』 卷上 해석 虞時二女竹 秦日大夫松 순임금 때 두 딸의 대나무【이녀죽(二女竹): 우순(禹舜)이 남방(南方)에 놀러 갔다가 죽어 그의 두 비(妃)가 소상강(瀟湘江)에서 슬피 울어 눈물이 대숲에 뿌려져 반죽(班竹)이 되었다. 열녀(烈女)의 상징(象徵)이다.】와 진나라 때 대부로 봉해진 소나무【대부송(大夫松): 진시황(秦始皇)이 태산(泰山)에 놀러 갔다가 도중에 비를 만나 다섯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였다. 그 소나무에게 대부(大夫)의 벼슬을 주었다.】처럼 縱是哀榮異 寧爲冷熱容 가령 슬픔과 영화로움의 다름이..
2 黑雲遮地面 白雨映山腰 검은 구름이 지면을 가리니 우박이 산 허리를 어둡게 하네. 簷燕自相語 池魚時復跳 처마의 제비는 절로 서로 지저귀고 연못의 물고기는 이따금 다시 뛰어오르네. 薜荔巧穿壁 葡萄低滿簷 벽려 넝쿨이 재주좋게 벽을 뚫었고 포도는 낮게 처마에 가득하네. 矮䆫風細細 孤榻月纖纖 작은 창에 바람이 잔잔히 불고 외론 걸상엔 달이 희미하게 비추네. 揷籬防隴芋 引水灌園花 울타리 꽂아 밭두둑의 토란 막았고 물을 끌어 동사의 꽃에 대네. 地僻少輪鞅 隔墻三兩家 땅이 궁벽해 수레와 소가 적으니 담장 너머엔 2~집 뿐. 『四佳詩集』 卷之二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전문
해월루기(海月樓記) 이언적(李彦迪) 邑之有樓觀 若無關於爲政 而其所以暢神氣淸襟懷 以爲施政之本者 亦必於是而得之 蓋氣煩則慮亂 視壅則志滯 君子必有遊覽之所高明之具 以養其弘遠淸虛之德 而政由是出 其所關顧不大哉 淸之爲縣 僻在海隅 客館之東 古有小樓 陿隘低微 隱在雉堞中 四顧無眼界 無以宣暢湮鬱 導迎淸曠 至使浩渺無涯之壯觀 礙於咫尺而莫收 所見者半畝方塘 數叢梅竹而已 嘉靖戊子冬 縣宰金侯自淵 始欲改構 增其舊制 峻而寬之 滄溟浩汗 擧眼斯得 人之登斯樓者 不知樓之高 而怳然如天開地闢而敞豁也 遂名爲臨溟閣 第以匠不得良 築址不牢 營構失宜 不數年而傾側 厥後柳茂繽繼之 支撑起正 未久旋頹 賓客之至縣者 雖當夏月 困於炎蒸 而徘徊却立 不敢登者殆將十年矣 歲丁酉秋 鐵城李侯股 以親老出紐縣章 游刃之餘 慨然有志於重修 尙慮邑殘力薄 重勞疲氓 乃搜吏民之欠科納者 隨其多少而稱..
送胡秀才(慶元) 從吳都司南下 吾聞鏡湖水荷花 十里傳香風 又聞會稽山千峯 影落波濤中 淑氣鍾精鬱磅礴 其間往往生豪椎 賀公已去餘古宅 蘭亭高會亦寂寞 後來何者繼千古 人道胡生材卓犖 胡生年少風骨殊 意氣昂昂出塵鸛 上有爺孃下有弟 孝悌出天無失禮 力貧不足供珍羞 去家千里來遠遊 樓船將軍是知己 引爲幕客資良籌 大帆如雲略扶桑 百年壯觀超子長 去年來住江都城 閭巷小兒知姓名 我時陸沈屠市中 一日傾蓋如平生 眉宇之間得心事 朱絲之直氷壺淸 投我詩文動哀玉 建安七子堪動色 龍文之鼎可獨扛 筆端自有千鈞力 羨君才如不羈馬 一生豈是長貧者 自歎短衣不掩 長夜悲歌牛口下 幸蒙夫子許知音 片言出口輕黃金 胸中恢疏無愛憎 快辨可破窮愁凝 客舍開樽對雪峯 江頭走馬觀春燈 奇遊忽忽不可再 世間離合元相仍 君今南去逐旌麾 丈夫所期誰得知 方將跨海斬長鯨 肯作屑屑兒女悲 斗酒高歌臨大道 離魂黯黯連芳草 湖南自..
산사에 투숙하며투숙산사(投宿山寺) 신광한(申光漢) 少年常愛山家靜 多在禪窓讀古經白髮偶然重到此 佛前依舊一燈靑 『企齋集』 卷之三 해석少年常愛山家靜소년상애산가정어렸을 적에 항상 산사의 고요함 좋아해多在禪窓讀古經다재선창독고경많이들 사찰의 창가에서 옛 책들을 읽었엇네. 白髮偶然重到此백발우연중도차머리 세어 우연히 다시 이곳을 이르러佛前依舊一燈靑불전의구일등청불상 앞은 예전과 같아 하나의 등불만이 푸르네. 『企齋集』 卷之三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수능 15년 28~30번
숲에서 기거하며 15수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이언적(李彦迪) 조춘(早春)春入雲林景物新 澗邊桃杏摠精神 芒鞋竹杖從今始 臨水登山興更眞 모춘(暮春)春深山野百花新 獨步閑吟立澗濱 爲問東君何所事 紅紅白白自天眞 초하(初夏)又是溪山四月天 一年春事已茫然 郊頭獨立空惆悵 回首雲峯縹緲邊 ⇒해석보기 추성(秋聲)月色今宵分外明 憑欄靜聽已秋聲 商音一曲無人會 鬢上霜毛四五莖 동초(冬初)紅葉紛紛已滿庭 階前殘菊尙含馨 山中百物渾衰謝 獨愛寒松歲暮靑 민한(悶旱)農圃年年苦旱天 邇來林下絶鳴泉 野人不識幽人意 燒盡靑山作火田 ⇒해석보기 희우(喜雨)松櫺一夜雨聲紛 客夢初驚却喜聞 從此靑丘無大旱 幽人端合臥巖雲 감물(感物)卜築雲泉歲月深 手栽松竹摠成林 煙霞朝暮多新態 唯有靑山無古今 무위(無爲)萬物變遷無定態 一身閑適自隨時 年來漸省經營力 長對靑山不賦詩 ⇒해석보기 관물(觀..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⑤ 이언적(李彦迪) 관심(觀心)空山中夜整冠襟 一點靑燈一片心 本體已從明處驗 眞源更向靜中尋 존양(存養)山雨蕭蕭夢自醒 忽聞窓外野鷄聲 人間萬慮都消盡 只有靈源一點明 추규(秋葵)開到淸秋不改英 肯隨蹊逕鬪春榮 山庭寂寞無人賞 只把丹心向日傾 『晦齋先生集』 卷之二 해석 마음을 보다관심(觀心) 空山中夜整冠襟공산중야정관금빈산 속 밤에서 갓과 옷깃을 정돈하고 一點靑燈一片心일점청등일편심한 점의 푸른 등불에 한 조각의 마음 있어라. 本體已從明處驗본체이종명처험본체 이미 밝은 곳으로부터 징험했으니眞源更向靜中尋진원갱향정중심진정한 근원은 다시 고요한 속을 향해 찾아보네. 착한 본성을 보존하여 기르다존양(存養)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산 비 부슬부슬 내려 꿈에서 절로 깨니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갑자기 창밖에서 들판의..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④ 이언적(李彦迪) 관물(觀物)唐虞事業巍千古 一點浮雲過太虛 蕭灑小軒臨碧澗 澄心竟日玩游魚 계정(溪亭)喜聞幽鳥傍林啼 新構茅簷壓小溪 獨酌只邀明月伴 一間聊共白雲棲 독락(獨樂)離群誰與共吟壇 巖鳥溪魚慣我顏 欲識箇中奇絶處 子規聲裏月窺山 해석 사물을 관조하며관물(觀物)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요순의 사업은 천고에 우뚝 솟았고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한 점의 뜬 구름은 하늘을 지나네.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림벽간속되지 않은 작은 누각이 푸른 시내에 있어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맑은 마음으로 하루가 다가도록 노는 물고기 구경한다네. 시냇가 정자계정(溪亭)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기쁘게 숨은 새가 수풀 곁에서 우는 소리 듣고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새롭게 초가집 엮어 작은 시내에 세웠네. 獨酌只邀明月..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③ 이언적(李彦迪) 희우(喜雨)松櫺一夜雨聲紛 客夢初驚却喜聞 從此靑丘無大旱 幽人端合臥巖雲 감물(感物)卜築雲泉歲月深 手栽松竹摠成林 煙霞朝暮多新態 唯有靑山無古今 무위(無爲)萬物變遷無定態 一身閑適自隨時 年來漸省經營力 長對靑山不賦詩 ▲ 이인문, 「관수도(觀水圖)」, 18세기, 21X30cm, 개인소장. 해석 단비희우(喜雨) 松櫺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소나무 격자창에 한밤 내내 빗소리 시끄러워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나그네 꿈에서 처음 깨니 도리어 희열에 차 듣게 되네.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이로부터 우리나라엔 큰 가뭄 없으리니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은거한 사람 단정히 합치된 채 구름 낀 바위에 누워보네. 사물에 감흥하여감물(感物)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운천에 터를 잡으니 세월은 깊어가..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② 이언적(李彦迪) 추성(秋聲)月色今宵分外明 憑欄靜聽已秋聲 商音一曲無人會 鬢上霜毛四五莖 동초(冬初)紅葉紛紛已滿庭 階前殘菊尙含馨 山中百物渾衰謝 獨愛寒松歲暮靑 민한(悶旱)農圃年年苦旱天 邇來林下絶鳴泉 野人不識幽人意 燒盡靑山作火田 해석 가을소리추성(秋聲)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달빛 오늘밤 뚜렷하게 밝아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난간에 기대 고요히 들어보니 이미 가을 소리가 나네.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회가을소리 한 곡조를 이해할 사람 없지만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귀밑머리 위에 센 머리 4~5가락 보태지. 초겨울에동초(冬初)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가을 잎사귀가 어지러이 이미 뜰에 가득하고階前殘菊尙含馨계전잔국상함형계단 앞엔 스러진 국화가 오히려 향기 머금고 있네.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① 이언적(李彦迪) 조춘(早春)春入雲林景物新 澗邊桃杏摠精神 芒鞋竹杖從今始 臨水登山興更眞 모춘(暮春)春深山野百花新 獨步閑吟立澗濱 爲問東君何所事 紅紅白白自天眞 초하(初夏)又是溪山四月天 一年春事已茫然 郊頭獨立空惆悵 回首雲峯縹緲邊 해석 초봄에조춘(早春) 春入雲林景物新춘입운림경물신봄이 구름 낀 숲으로 들어가니 경물이 새로워지고 澗邊桃杏摠精神간변도행총정신시냇가 복사나무와 살구나무 모두 정기 가득하네. 芒鞋竹杖從今始망혜죽장종금시짚신 신고 대나무 지팡이 짚고 이제부터 시작하여 臨水登山興更眞림수등산흥갱진물가 다다르고 산에 오르니 흥이 다시 진실되어 지네. 늦봄에모춘(暮春) 春深山野百花新춘심산야백화신봄이 짙어지니 산과 들에 온갖 꽃 새로워져獨步閑吟立澗濱독보한음립간빈홀로 걸으며 한가롭게 읊조리며 시냇가..
漫浪舞歌 奇乎哉漫浪翁海山中 棲霞弄月神想雲鴻 說劍白猿 學舞靑童 蓬山謁金母 却下乗天風 瓊筵寶幄敞畫堂 繡衫鈿帶羅衣香 鳳吹簫兮鸞鼓簧 翁欲舞神飄揚 一拍手始擧 鵬騫兩翼擊海浪 遠控扶搖勢 再拍衫袖旋 驚雷急電飛靑天 三拍四拍變轉不可測 龍騰虎攫相奮摶 倏若箭離弦 疾如駒過隙 前傾後倒若不支 左盤右蹙如不持 神之出兮鬼之沒 出沒無時 霹靂揮斧 風雨聲怒 東海上金剛一萬二千多少峯 丘巒騰躑 巖壑巃嵸 最高毗盧峯揷空 層厓倒掛藏九龍 懸流萬尺洗玉辟 噴石三百曲 此翁得之毫髮盡移胸中 獨奪造化妙 長袖蹁躚性所好 向來筵前千萬狀 會與此山爭豪壯 奇乎哉漫浪翁 渾脫何時窮 恨不與公孫大娘生同時 舞劍器決雌雄 世上無張顚 誰能學奇字 縱使公孫大娘生同時 公孫大娘未必能勝此 -『蓀谷詩集』 卷之二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성수시화 손곡산인전
늦봄에 시골에 살면서 촌거모춘(村居暮春)② 황현(黃玹) 荊扉斜掩碧溪風 水溢塘坡細路通 衝却幽鶯聲乍斷 叱牛人過柳陰中 隨意相尋野屧輕 門前厭聽讀書聲 十年湖海看花伴 强半人間老舌耕 麥翠輕凉立夏天 犂杷隨後婦兒前 一生不得蠶桑力 且向高田種木綿 『梅泉集』 卷四 해석 荊扉斜掩碧溪風 형비사엄벽계풍 사립문이 비껴 닫혔고 푸른 시내에 바람 불며 水溢塘坡細路通 수일당파세로통 술 넘치고 연못 언덕의 좁은 길 통하네. 衝却幽鶯聲乍斷 충각유앵성사단 길에서[衝] 도리어 그윽한 꾀꼬리 소리 잠깐 끊어지고 叱牛人過柳陰中 질우인과류음중 소를 모는 사람이 버들개지 그늘 속으로 지나가네. 隨意相尋野屧輕 수의상심야섭경 뜻대로 서로 시골의 벗 찾아가는데 門前厭聽讀書聲 문전염청독서성 문 앞에 독서 하는 소리 만족스레 들리네. 十年湖海看花伴 십년호해간화..
늦봄에 시골에 살면서 촌거모춘(村居暮春)① 황현(黃玹) 竹牖經旬始暢開 晴天姸日滿池臺 不知春暮已如許 飛絮紛紛去又來 桃紅李白已辭條 轉眼春光次第凋 好是西簷連夜雨 靑靑一本出芭蕉 一蝶西來一蝶東 偶然群蝶鬪成叢 世間戰伐何曾異 倚杖閒看閱始終 해석 竹牖經旬始暢開 죽유경순시창개 대나무 창을 열흘 지나 비로소 창을 여니 晴天姸日滿池臺 청천연일만지대 갠 하늘에 고운 해가 연못 누대에 가득하네. 不知春暮已如許 부지춘모이여허 늦봄이 이미 이와 같은 줄 몰랐는데 飛絮紛紛去又來 비서분분거우래 나는 버들개지 어지러이 가고 또 온다네. 桃紅李白已辭條 도홍이백이사조 복사꽃 붉고 자두꽃 희다가 이미 가지에 져 轉眼春光次第凋 전안춘광차제조 눈 굴리니 봄빛이 차례대로 시들어가네. 好是西簷連夜雨 호시서첨연야우 좋구나. 서쪽 처마에 연일 내린 밤..
임지에 가는 탐라백을 전송하며 별탐라백지임(別乇羅伯之任)② 김정희(金正喜) 極高卅七線途匀 河尾連躔度析津 木奴不過瀛洲植 緯帶淮南可比隣 聃牟於古亦耽浮 儒李城空枕海頭 要足九韓風土志 魯花遺蹟若爲求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석 極高卅七線途匀 극고삽칠선도균 삼십칠도 위선에 닿아 길 고르니 河尾連躔度析津 하미연전도석진 하괴성(河魁星)과 미성(尾星)이 연이어 얽혀 석진【석목(析木)의 나루라는 것으로 제주를 말함. 석목은 미성(尾星)의 별칭인데 남쪽에 위치함.】을 건너네. 木奴不過瀛洲植 목노불과영주식 감귤[木奴]은 영주 땅 벗어나지 못하니 緯帶淮南可比隣 위대회남가비린 위도로 회남을 두르면 이웃이라 할 만하지. 위도가 회남과 같은 위도대이기 때문에 귤이 바다를 건너면 또한 탱자가 된다[緯度與淮南同帶, 故橘海海, 亦爲枳.] ..
꽃을 찾아서 심화(尋花)① 신위(申緯) 尋花緩步當輕車 黃四孃家花發初 覓句不須呼紙筆 溪邊恰好細沙書 乳燕鳴鳩村景閑 郭熙平遠畫春山 臥溪楊柳壓籬杏 粧點黃茅八九間 해석 尋花緩步當輕車 심화완보당경거 꽃 찾아 천천히 걸으니 마땅히 수레보다 가벼워 黃四孃家花發初 황사양가화발초 황사랑【황사랑(黃四娘): 두보의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라는 시에, “황사랑의 집에 꽃이 길에 가득하다[黃四娘家花滿蹊].”란 귀절이 있는데, 황사랑은 어떤 여자인 듯하며 두자미의 시에 실렸기 때문에 전하여졌다는 것이다.】의 집에 꽃이 핀 처음이라네. 覓句不須呼紙筆 멱구불수호지필 글귀 찾고 나서 종이와 붓을 부를 필욘 없으니 溪邊恰好細沙書 계변흡호세사서 시냇가는 작게 모래로 쓰기 합당하네[恰好]. 乳燕鳴鳩村景閑 유연명구촌경한 젖먹이 제비와 우..
기오십육 혜산령(其五十六 惠山嶺) 조수삼(趙秀三) 形家大誤人 江外或埋瘞 형가대오인 강외혹매예 歲一乘氷去 乾魚行獺祭 세일승빙거 건어행달제 彼我國交界, 不過一衣帶水也, 人或爲風水說, 潛葬於過界, 江氷後始往祭墓. 해석 形家大誤人 江外或埋瘞 풍수가들이 크게 사람을 잘못되게 하여 강 밖에서 혹 매장한다네. 歲一乘氷去 乾魚行獺祭 해마다 한 번 얼음을 타고 가서 마른 물고기에 수달처럼 제사 행하네【달제(獺祭): 『예기』 「왕제(王制)」의 “수달이 물고기로 제사를 지낸 뒤에야 우인이 물고기를 잡으러 어량(魚梁)에 들어간다.〔獺祭魚 然後虞人入澤梁〕”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수달은 포획한 고기를 먹을 때 먼저 좌우에 죽 늘어놓는데, 이것이 마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진설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수달이 물고기로 제사를 지..
기사십사 대원주(其四十四 大原洲) 조수삼(趙秀三) 躡雪打鼷貂 灑鹽囮麋鹿 섭설타혜초 쇄염와미록 寒暑麻布褌 生長樺皮屋 한서마포곤 생장화피옥 以鹽水灑地, 埋套索於下, 則麋鹿來舐之, 觸機被拘, 不能奔, 曰: ‘足餌.’ 해석 躡雪打鼷貂 灑鹽囮麋鹿 눈 밟고서 생쥐와 담비 잡고 소금을 뿌려 사슴을 잡네. 寒暑麻布褌 生長樺皮屋 춥던지 따뜻하던지 삼베옷과 잠방옷으로 자작나무 껍질 집에서 낳고 자라네. 以鹽水灑地, 埋套索於下, 소금물을 땅에 뿌려 새끼를 아래에 묻고 씌워두면 則麋鹿來舐之, 觸機被拘, 不能奔, 曰: ‘足餌.’ 사슴이 와서 핥았다가 덫에 닿으면 걸려들어 달아날 수 없기에 ‘발 미끼’라 한다. 해설 눈이 왔는데도 산에 올라가 생쥐며 담비를 잡고, 소금물을 땅에 뿌리고 아래에 올무를 묻어두면 사슴이 와서 그것을 ..
기십팔 추가령(其十八 鄒家嶺) 조수삼(趙秀三) 剝松山盡白 挑草野無靑 박송산진백 도초야무청 莫道來牟在 乾黃又𧑰螟 막도래모재 건황우이명 해석 剝松山盡白 挑草野無靑 소나무 껍질 쪼개니 산은 죄다 희고 풀을 뽑으니 들에 푸른색 없네. 莫道來牟在 乾黃又𧑰螟 보리 있다고 말하지 말게. 가뭄에다가 벼멸구까지 있으니. 해설 이 시는 소나무 껍질과 풀뿌리로 연명(延命)해 가는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을 노래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산에 올라가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은 탓에 산은 온통 하얗고, 그마저 없자 들에 나가 풀뿌리를 캐내어 먹은 탓에 들에는 푸른 풀빛마저 사라지고 없다. 곧 보리가 익을 시기가 다가오는데, 성급하게 보리가 익는다고 말하지 말라. 보리가 가뭄에 누렇게 마른 데다 벌레까지 먹어 수확할 보리가 있을지 ..
기십칠 추가령(其十七 鄒家嶺) 조수삼(趙秀三) 京城十萬戶 富者亦無多 경성십만호 부자역무다 憐渠已繭足 空踏六稜沙 련거이견족 공답육릉사 京城人諺曰: ‘三稜沙踏作六稜, 猶難得食.’ 해석 京城十萬戶 富者亦無多 서울의 10만호에 부자 또한 많지 않은데 憐渠已繭足 空踏六稜沙 가련한 저들은 이미 발에 물집 생기도록 부질없이 여섯 이랑의 모래를 밟고 다닌다네. 京城人諺曰: ‘三稜沙踏作六稜, 猶難得食.’ 서울 사람들의 속담에 ‘3모의 모래를 밟아 6모의 모래 만들어도 오히려 먹을 걸 얻기 어렵다.’라고 했다. 해설 이 시는 서울로 가는 유목민들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서울은 십만 호라는 많은 사람이 사는데, 부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살림이 좀 나아질까 서울로 향해 가는데, 세모의 이랑을 만들도록 발이 ..
송경잡절(松京雜絶)① 유득공(柳得恭) 門千戶萬揔成灰 剩水殘山春又來 吹笛橋邊踏靑去 禮成江上打魚回 輦路依俙暗紫苔 行人盡解上荒臺 臺前倘不徘徊去 只爲松京噉炙來 淸溪曲曲石嵯嵯 知道宮中舊浣紗 素手一雙人去後 幾番嗚咽換新波 해석 門千戶萬揔成灰 문천호만양성회 천 개의 문과 만 채의 집이 모두 재가 되어도 剩水殘山春又來 잉수잔산춘우래 남은 물과 남은 산은 봄에 또 오네. 吹笛橋邊踏靑去 취적교변답청거 취적교 가로 답청을 가고 禮成江上打魚回 례성강상타어회 예성강 가에서 물고기 잡아 돌아오네. 輦路依俙暗紫苔 련로의희암자태 임금께서 나가는 길[輦路]이 희미한 데 의지했고 붉은 이끼 어둑하니 行人盡解上荒臺 행인진해상황대 다니는 사람 모두 황량한 누대에 올라 푸네. 臺前倘不徘徊去 대전당불배회거 누대 앞에 아직도 배회하며 떠나지 않고..
기칠 맥탄(其七 麥灘) 舂白趁虛市 殺靑充夜餐 용백진허시 살청충야찬 麥嶺斯難過 如何又麥灘 맥령사난과 여하우맥탄 每歲麥熟之時, 民食甚艱, 故謂之麥嶺, 言其難過也. 熟者舂而賣之市, 未熟者擣而炊之, 謂之殺靑. 해석 舂白趁虛市 殺靑充夜餐 흰 것을 찧어서 빈 저자에 나가고 푸른 것을 죽여 밤 반찬 충당하네. 麥嶺斯難過 如何又麥灘 보리고개 이에 지나기 어려우니 어떻게 또 보리여울 가려나? 每歲麥熟之時, 民食甚艱, 故謂之麥嶺, 言其難過也. 매년 벼가 익을 때 백성의 음식은 매우 보잘 것 없기 때문에 보릿고개라고 하고 지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熟者舂而賣之市, 未熟者擣而炊之, 謂之殺靑. 익은 것은 찧어서 저자에 팔고 익지 않은 것은 두드려 불 피우기에 푸른 것을 벤다고 말한다. 해설 이 시는 61세에 함경도 지역을 유람하..
강진의 고기잡이 노래 탐진어가(耽津漁歌) 정약용(丁若鏞) 桂浪春水足鰻鱺 橕取弓船漾碧漪 船上張罾者 方言謂之弓船 高鳥風高齊出港 鳥者乙也 乙者東方 東北風曰高鳥風 馬兒風緊足歸時 馬者午也 南風曰馬兒風 해석 桂浪春水足鰻鱺 계랑춘수족만려 계랑의 봄물에 뱀장어가 넉넉해 橕取弓船漾碧漪 탱취궁선양벽의 궁선을 노 저으니 푸른 잔물결 출렁이네. 배 위에 긴 그물이 있는 것을 방언으로 궁선이라 한다[船上張罾者 方言謂之弓船] 高鳥風高齊出港 고조풍고제출항 높새바람 높을 적에 일제히 출항해 새는 을(乙)이고 을은 동방이니 동북풍을 높새바람이라 한다. [鳥者乙也 乙者東方 東北風曰高鳥風] 馬兒風緊足歸時 마아풍긴족귀시 마파람 긴급할 때 넉넉하게 돌아올 때라네. 말은 오(午)이니 남풍을 마파람이라 한다[馬者午也 南風曰馬兒風] 해설 1수(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