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서(通序)
인류문명전관(人類文明全觀)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
爲天地立心 위천지입심 |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고 |
爲生民立道 위생민입도 |
동포를 위하여 도를 세운다 |
爲往聖繼絕學 위왕성계절학 |
지나간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을 잇고 |
爲萬世開太平 위만세개태평 |
만세를 위하여 태평한 세상을 여노라. 장횡거(張橫渠) |
나는 평생을 동서고금의 고전세계를 흠모하며 살아왔다. 고전(古典)이란 동(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西)에도 있고, 고(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금(今)에도 있다. 그러나 서의 고전은 동의 고전에 비하면 우리에게 일용지간에 비근한 느낌이나 절실한 감회가 부족할 수가 있고, 신화적 틀에서 벗어나질 못하여 소원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금(今)의 고전은 고(古)의 고전에 비하면 아직 시간의 시련을 더 거쳐야 한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를 보통 4대 강역(江域)으로 나누어 논한다. 황하(黃河)유역, 인더스 갠지스강역,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강역의 메소포타미아지역, 그리고 나일강역이 그것이다. 그런데 나일강역만 유독 아프리카대륙 속에 들어 있고, 나머지 세 강역은 모두 아시아대륙에 속해 있다. 아시아대륙의 극서에는 캐러반(caravan, 隊商)들이 보스포러스해협(Bosporus Strait)을 바라보며 기나긴 비단길의 종착을 노래했던 위스퀴다르(Üsküdar)를 북서의 계한(界限)으로 하는 아나톨리아(Anatolia)문명이 자리잡고 있고, 극동에는 매일 새벽 동해의 일출을 바라보며 아침의 정적을 깨는 침략자들에게 눈부신 위용의 빛을 발했던 토함(吐含)의 장중웅려(莊重雄麗)한 석불이 곤륜의 기상을 등에 업고 백두대간을 지키고 있는 조선문명이 자리잡고 있다.
기실 이집트문명이라는 것도 본시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과의 연계보다는 메소포타미아, 비옥한 초생달(Fertile Crescent), 팔레스타인문명과 보다 연속적인 내면적 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저 레바논산맥과 안티레바논산맥 사이를 훑어내리는 베카밸리(Beqaa or Al-Biqāʿ Valley)로부터 시작하여, 헤르몬산 앞 계곡, 골란 고원, 갈릴리 호수, 요단강, 사해, 아라바산맥 와디(Wadi Arabah Mts.), 아카바만(the Gulf of Aqaba), 홍해, 에티오피아의 다나킬 함몰지대(Danakil depression),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Turkana L.), 나이바샤(Naivasha), 마가디(Magadi), 그리고 서쪽에서 연속되는 저지대인 알버트, 에드와드, 키부, 탄가니카(Tanganyka L.), 루크와(Rukwa L.), 나사(Nyasa L.) 호수들을 연결하여 모잠비크의 베이라(Beira, Mozambique)에서 종결되는, 이 지구상에 가장 거대한 지각함몰인 대열극(大裂隙, Great Rift Valley)이 뻗쳐있다. 이 열극을 따라 인류의 중요한 고문명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열극을 주축으로 양옆을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이집트문명은 팔레스타인ㆍ페니키아ㆍ메소포타미아문명의 대세와 연속적 홍류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인류의 4대문명이 모두 아시아대륙과 그와 연속적 일체를 형성하는 아프리카대륙의 일부에서 발생한 것이다.
내가 지금 왜 이런 말을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여태까지 이해하여온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우리에게 왜곡된 인상을 던져주기 좋도록 기술되어 왔기 때문에, 그러한 기술에 근원적 패러다임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의 학문을 광정(匡正)하려는 무리한 야심의 발로가 아니다. 이미 기초하고 있는 정보체계에 대한 우리자신의 인식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 요구되고 있는 변화의 핵에 다음과 같은 단순한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인류문명 발상지인 4대강역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서양(the West)’이라고 하는 것은 ‘라틴 웨스트(the Latin West)’를 말하는데 이 라틴 웨스트야말로 고문명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후세의 서방기독교문명권을 지칭하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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