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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간서(間序)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23장 드센 광풍[飄風]은 한 아침을 마칠 수 없고, 거센 소나기[驟雨]는 한 나절을 끝낼 수 없다. 그러나 광풍 후에도 산들바람은 불게 마련이요, 소나기 후에도 보슬비는 내리게 마련이다. 하느적 거리는 미풍은 곰팡이를 쫓아내고, 흐느적 거리는 보슬비는 새 생명을 움트게 한다. 분명 표풍이었고 취우였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예수는 자신의 십자가를 어떠한 역사적 효능으로 생각하질 않았다. 자신의 십자가의 결과론이나 그것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힌 것은 아니다. 한 가닥의 소망이라도 그것이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묵묵히 십자가에 오른 것이다. 나는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의 언어는 나 개인의 ..
노자(老子) 목차노자와 21세기 & 노자가 옳았다 간서(間序) / 후서(後序) 서설(序說)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1. 내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2. 인류는 앞으로 테레비 때문에 패망할 것이오3. 테레비의 이중성4. 테레비 앞에 앉어 있는 사회 & 테레비 볼 시간도 없는 사회5. 브레인코리아와 시청률6. 고전강의 계획이 좌절된 이유7. EBS 밀레니엄 특강에 거는 기대 21세기의 3대 과제흙, 건강, 디자인인간과 자연환경의 화해종교와 종교와의 화해지식과 삶의 화해 『노자도덕경』이라고 하는 책1. 『노자』라는 책은 역사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2. 마왕퇴에서 발견된 B.C. 168년의 백서 노자3. 곽점의 죽간본이 불러일으킨 소용돌이4. 곽점죽간본 출토로 노자 연구는 한층 복잡해졌다5. 노자가 ..
후설(後說) 이로써 일단 나의 강의를 『도경(道經)』을 끝맺는 것으로써 마무리 지으려 한다. 시간이 되는대로 『덕경(德經)』(38장부터 81장까지)을 마저 다 쓰고 싶다는 말만 남겨두고 싶다. 의사로서의 내 임무와 연구에 다시 한번 몰두해보고 싶기 때문에 곧 공부방향의 회전이 불가피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도경(道經)』의 내용이 『덕경(德經)』의 내용을 충분히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경(道德經)』 전체의 논리와 느낌을 포착하는 데는 이미 집필된 세권의 책만으로도 충족할 것이다. EBS 56회 강의 내용이 『노자』에 관한 한 너무 불충분하여 마음에 걸렸는데, 이 3권의 내용으로 내 마음에 남은 거리낌을 말끔히 씻을 수 있어 여한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무정재 내 책상머리에서 EB..
20. 풀무는 비어 있기에 끊임없이 바람이 생성된다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앞서 말했듯이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은 이 5장의 가장 오래된 층대를 형성하는 프라그먼트(fragment)로서, 왕본(王本), 백서본(帛書本), 죽간본(竹簡本)에 공통되며, 이 삼자(三者)간에 문자(文字)의 출입(出入)이 거의 없다(문자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異體字들만 있을 뿐이다). 왕필은 탁(橐)과 약(籥)을 독립된 의미체로 보았다. 탁은 대장간에서 쓰는 풀무[排橐]로 보았고, 약은 ‘생황’ 정도나 되는 악기[樂橐]로 보았다. 그런데 많은 주석가들이 ‘탁약(橐)’은 두 글자가 함께 대장간에서 쓰는 풀무의 뜻으로 새겨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나 역시 동감이다. 아마도 탁은 겉 ..
19.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뿐, 목적론적 존재가 아니다 왕필이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왕필은 ‘불인(不仁)’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떠한 목적론적 이념이나 그 이념의 사슬 속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왕필의 불인(不仁)의 해석은 탁견(卓見)이다! 그것은 희랍인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세계를 에이도스(eidos, 형상)와 휠레(hyle, 질료)의 목적론적 인과사슬로 해석한 후, 그것이 기독교의 초월신관의 ‘그랜드 디자인’ 아이디어와 맞물려 중세기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74)의 목적론적 신학체계를 대성(大成)시켰던 그 모든 위대한 서구전통의 전면적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기 저 아름다운 백합꽃을 보라! 솔로몬의 ..
18. 성인은 불인하기에 백성들을 풀강아지 취급한다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노자는 또 말한다. 천지(天地)가 불인(不仁)한 것처럼, 성인(聖人) 또한 불인(不仁)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고 은혜를 베풀고 교화하는 대통령을 좋아할지 모른다. 노자는 말한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은혜를 베풀면 안 되고 백성을 사랑한다 생각하면 아니 된다. 그는 인자하면 아니 된다. 그는 잔인해야 한다. 자기 당이라 편들고, 선거전에 자기에게 괘씸하게 굴었다고 미워하고, 정적이라 해서 그 능력이 있음에도 인정치 않고 무조건 음해하기만 한다면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겠는가? 천지불인(天地不仁)! 성인불인(聖人不仁)! 그 얼마나 통렬한, 핵심을 찌르는 반어(反語)인가! ‘天地不仁, 以萬物爲芻..
17. 노자의 하나님은 만물을 자라게 하지만 그들에게 요구함이 없다 노자는 말한다. 천지는 결코 인간을 위해서 존속하는 것이 아니다. 천지는 인간의 기대나 좌절이나 희망이나 믿음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스스로 그러한 생명체일 뿐이다. 인간의 믿음과 소망에 답하는 기독교의 하나님과는 그 모습이 너무도 다르다. 천지는 인간을 위하여 인간에게 인자한 모습으로 항상 기다리고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천둥을 치고 벼락을 치고 화산을 터트리고 홍수를 내고 산불을 내고, 지진으로 땅을 가르고 가뭄으로 모든 것을 다 말라버리게 한다. 그것은 가혹하고 각박하기 이를 데 없다. 생각해보라! 올 여름, 임진강 둑이 터질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뻥뚫린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하던 문산, 파주, 연천의 사람들을! 그들에게 룻소(Je..
16. 강의가 끝난 후 다가온 대만청년 이 감동의 순간이 끝났을 때였다. 어떤 귀엽게 생긴 젊은 동양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진 쟈오서우, 쩨이거 쩨이거 쩐마지에스(金敎授! 這個, 這個, 怎麼解釋?)” 대만 청년이었다.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아주 절망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때 얼핏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육감이 스쳤다. 그때가 바로 대만에서 어마어마한 지진이 나고, 나의 대만대학교 옛친구들의 희생소식까지 들려왔던 그 바로 직후였다. “김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그 땅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 위대한 땅이 마구 흔들립니다. 그 위대한 자연이 마구 요동칩니다. 그 흔들리는 땅으로 우리는 결국 되돌아가야 한다는 겁니까? 동양철학적 세계관이 다 뭡니까? 땅을 믿고 살 수가 없다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
15. 건물이란 곧 땅의 피륙 속에 하늘을 짜아넣는 것 끝도 없는 이 배경 이야기들을 좀 단절시키고, 『노자』 텍스트의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천지(天地)라 하면, 우리의 문명의 죄업을 떨치고 돌아갈 수 있는 포근한 삶의 근원, 엄마의 자궁과도 같은 안온함을 연상하기 쉽다. 모든 자연주의의 낭만성이 이러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자는 말한다.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하늘 따이 어질지 않은가. 잘몬을 가지고 꼴개를 삼으니[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多夕 역] 내가 요번에 시드니에서 강연할 때 였다. 요번 여름, KOSID에서 주최한 세계실내건축가 워크숍, WING(World Interiorsfor Next Generation, 첫 글자만 따서 ‘날개’라는 뜻이 된다)의 토론 주제..
14. 천지란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항상성을 지닌 유기체다 『중용(中庸)』을 읽어보면 쉽게 터득할 수 있지만, 『중용(中庸)』이라는 책은 바로 이러한 천지 코스몰로지(T'ien-ti Cosmology)의 체계적 틀이 완성되면서 성립한 철학서이다. 『중용(中庸)』의 저자가 말하는 천지는 근세 물리학이 말하는 죽은 자연이 아니다. 천지는 살아있는 생명체요, 천지 그 자체가 하나의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 中庸)를 갖는 유기체(Organism)인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동양인들은 생명을 불(火)과 물(水)로 생각했다. 물은 생명의 질(質)이요, 불은 생명의 힘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요, 불은 생명을 잉태시키는 생명력이다. 불은 하늘이요, 물은 땅이다. 하늘과 땅의 합침이 생명이요, 불과 물의..
13. 만물은 하늘과 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음양가들에게 내려오면 형체가 없는 하늘을 양(陽)이라 부르게 되고, 형체가 있는 땅을 음(陰)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하늘과 땅, 음과 양이 모두 고정된 실체적 대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만물의 존재가 하늘과 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만물의 존재가 음과 양의 합성인 것이다. 남자 속에도 여자가 들어있고, 여자 속에도 남자가 들어있는 것이다. 나의 몸(Mom)에서 형체가 없는 것은 하늘이 될 것이요, 양이 될 것이다. 나의 몸에서 형체가 있는 것은 땅이 될 것이요, 음이 될 것이다. 옛사람들은 나의 몸의 하늘을 혼(魂)이라 했고, 나의 몸의 땅을 백(魄)이라 했다. 그리고 또 나의 몸의 하늘을 신(神)이라 했고, 나의 몸의 땅을 정..
12. 서양의 자연이란 개념에 해당하는 천지 그렇다면 서양언어의 명사로서 자연(Nature)에 해당되는 말은 노자철학에 없는가? 있다! 그것이 뭐냐? 그것이 바로 ‘천지(天地)’라는 것이다. 그럼 천지란 무엇이냐? 천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천(天)과 지(地)를 이름한다. 천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하늘이다. 지란 무엇이냐? 그것은 땅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천(天)과 지(地)가 본시 일반명사가 아니고 고유명사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즉 우주를 천(天)과 지(地)라는 고유명사 두 개를 합쳐서 말하는 예(例)가 타 문명권에는 보이지 않는다. 코스모스(cosmos), 월드(world), 유니버스(universe), 네이처(nature), …… 모두 ‘하늘과 땅’이라는 내용의 뜻..
11. 빔이 극대화될 때 스스로 그러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스스로 그리하다는 것은 어떤 특징을 갖는 것일까? 사실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은 인간의 언어적 조작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왕필의 말대로 말이 끝나는 데서 시작하는 말인 것이다. 즉 언어가 아닌 언어인 것이다. 언어가 좌절되는 언어인 것이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언어가 미칠 수 없는, 스스로 그러한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그러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인간의 인식에 의한 특징을 운운해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의, 가도지도(可道之道)를 넘어서는, 항상 스스로 그러한 상(常)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노자철학을 총괄해서 보면 그가 말하는 ..
10. 명사로서의 자연이 아닌 상사(狀詞)로서의 자연 ‘자연(自然)’은 모든 고문(古文)에서 단 한번도 요즈음의 말처럼 명사로 쓰인 적이 없다. 모든 문맥에서 그것은 어김없이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뜻일 뿐이다. 금세기 사이놀로지(sinology, 중국학)의 대가, 아더 웨일리(Arthur Waley)는 ‘자연(自然)’을 ‘What-is-so-of-itself’로 번역했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상태의 기술과 우리가 생각하는 명사로서의 자연은 너무도 먼 거리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어의 자연은 기껏해야 ‘그린 벨트(Green Belt)’를 의미할 뿐이다. 인공적 문명이 가해지지 않는 푸른 숲을 명사화해서 자연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노자에게는 그러한 명사로서의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푸른 숲은..
9. 서양의 ‘Nature’는 自然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주의(Naturalism)하며는, 매우 낭만적인 목가적 풍경을 떠올린다. 모든 인위적 장난이 귀속되는 자리! 도시의 오염과 세멘트 정글의 굉음에서 벗어난 녹색의 고요함, 그 고요하고 풍요로운 자연의 목가적 풍경은 우리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노스탈자(nostalgia)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것이 장 자크 룻소(Jean-Jacques Rousseau, 1712 ~1778)의 『에밀』과 같은 사상이 반영하고 있는 서구라파 계몽주의적 자연주의의 나이브(naive)한 측면이다. 문명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들에게는 실제로 자연이 무엇인가? 그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나 치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
8. 유가의 성행을 의식하며 나온 천지불인(天地不仁)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天地不仁)’은 노자의 사상을 대변하는, 노자사상의 개념적 구성의 하나의 결정적 모우먼트(moment)를 제공하는 중요한 구문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불인(不仁)’이라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서 ‘인(仁)’이라는 표현이 어디까지나 유가에서 특히 공(孔)-맹(孟)계열에서 중심개념으로 썼던 말이고, 또 ‘불인(不仁)’이라는 말이 그것에 상대적으로, 즉 인(仁)의 사상을 부정하는 대립적 논리의 맥락에서 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 천지불인(天地不仁)의 사상은 유가의 인(仁)의 사상이 세상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던 시절이 아니면 생겨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국초기만 해도, 아니..
7. 천지불인(天地不仁)과 다언삭궁(多言數窮)은 후대에 첨가됐다 죽간이란 대나무를 쪽 내어 그 위에 쓴 것이다. 그러므로 그 대나무 한 쪽에는 몇 글자 밖에는 쓰지를 못한다. 이 대나무 쪽을 발처럼 이어 책을 만드는데 그것이 곧 ‘편(篇, 대나무 竹변이 글자 위에 있다)’이다. 그래서 대나무로 만든 책자의 경우는 그 이은 끈이 끊어지게 되거나 죽간이 미끄러져 빠지거나 하면, 문장의 앞뒤가 뒤섞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우리가 착간(錯簡)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백서(帛書)는 비단에 붓으로 쓴 것이다. 그 비단을 두루루 말거나, 어느 정도 넓이로, 포목장사들이 피목을 접는 형태로 착착 접어 포갠다. 그래서 비단으로 된 책은 그 양수(量數)를 권(卷)으로 세는 것이다. 이 백서의 경우는 비단 한 ..
6. 5장에 대한 세 개의 판본 비교 보통 ‘천지불인(天地不仁)’으로 불리우는 이 장은 노자사상을 대변하는 아주 중요한 철학적 사색의 장으로 아주 잘 인용되고 널리 회자되어 왔던 장이다. 그런데 이 장이 곽점죽간에 있는가 없는가? 있다! 와아! 대단하다! 있구나! 그런데 여기 우리의 흥분은 자제를 요구한다. 우리가 천지불인(天地不仁)장에서 논란이 많이 되는 주요 부분이 모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5장에서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부분이 빠져 있고, 또 마지막의 ‘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는 구절도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간의 ‘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부분만 곽점죽간에 들어있는 것이다. 요 부분만 제25장의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5. 속이 확 터진 늙은이, 다석 류영모 내가 지금 『노자』를 강해하면서 다석 유영모선생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과 이 땅에서 몇 년전까지 살아있었던 늙은이 즉 노자(老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내가 왜 이 늙은이 얘기를 하는고 하니, 이 늙은이야말로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전파한 늙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뭔 말인가? 유영모는 우리민족의 선각자 오산을 일으킨 남강 이승훈(李昇薰, 1864~1930)으로 하여금 『성경』을 처음 읽게 만들었고 그를 기독교에 입교시켰다. 그리고 이 땅에 기독교의 선구자들을 무수히 길러냈다. 그런데 다석은 기독교 성경과, 유교경전과, 도가경전과, 불경이 모두 입에서 떠난 적이 없었고, ‘훈민정음’이야말로 우리민족을 구원할 하느님의 바른[正] 소리[音]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4.다석의 아름다운 우리말 노자 1장 풀이 늙은이 道可道, 非常道; 도가도, 비상도; 길 옳다 길, 늘 길 아니고, 名可名, 非常名。 명가명, 비상명. 이를 만 이름, 늘 이름 아니오라. 無名, 天地之始; 무명, 천지지시; 이름 없에, 하늘ㆍ따의 비롯. 有名, 萬物之母。 유명, 만물지모. 이름 있에, 잘몬의 엄이. 故常無欲以觀其妙, 고상무욕이관기묘, 므로, 늘 ᄒᆞ고ᄌᆞᆸ 없에 그 야믊이 뵈고, 常有欲以觀其徼, 상유욕이관기교, 늘 ᄒᆞ고ᄌᆞᆸ 있어 그 도라감이 뵈와라. 此兩者同, 出而異名。 차양자동, 출이이명, 이 둘은 한끠 나와서 달리 부르(이르)니, 同謂之玄, 동위지현, 한끠 닐러 「감ᄋᆞ」. 玄之又玄, 衆妙之門。 현지우현, 중묘지문 감ᄋᆞ 또 가ᄆᆞᆷ이 뭇 야믊의 문(오래) 이오라. 이것이 다석선생..
3. 노자 강의의 선각자 다석 류영모 이러한 우리 조선땅, 도가철학 불모지에서, 금세기에 유일하게 『노자』를 강해하고 『노자』의 지혜를 이 땅의 사람들에게 전파한 선각자가 한 분 계셨으니, 그 분이 바로 이승훈, 조만식을 뒤이어 제3대 정주 오산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다석(多) 유영모(柳永模, 1890~1981)선생이시다. 다석선생이 오산에 교장으로 계실 때, 춘원 이광수가 국어선생으로 있었고, 함석헌이 4학년 학생이었다. 『성서조선』을 중심으로 20세기 조선 기독교의 거맥을 형성한 김교신(金敎臣, 1901 ~ 1915)도 그의 감화를 받은 제자다. 영락교회의 한경직, 순교자 주기철, 그리고 김주항, 함석헌, 송두용 등이 모두 다석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특히 함석헌은 유영모의 정통 제자로 자처, ‘다..
5장 본문 天地不仁, 천지불인,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以萬物爲芻狗; 이만물위추구;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 聖人不仁, 성인불인, 성인은 인자하지 않다. 以百姓爲芻狗. 이백성위추구. 백성을 풀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하늘과 땅 사이는 꼭 풀무와도 같다. 虛而不屈, 動而愈出. 허이불굴, 동이유출. 속은 텅 비었는데 찌부러지지 아니하고 움직일수록 더욱 더 내뿜는다.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지네. 그 속에 지키느니만 같지 못하네. 인용 목차 노자 5장
37장 道常無爲, 도상무위, 도는 늘상 함이 없으면서도, 而無不爲. 이무불위. 하지 아니함이 없다. 侯王若能守之, 후왕약능수지, 제후화 제왕이 만약 이를 잘 지킨다면 萬物將自化. 만물장자화. 만물이 장차 스스로 교화될 것이다. 化而欲作, 화이욕작, 그러나 교화화 더불어 또 욕망이 치솟을 것이다. 吾將鎭之以無名之樸. 오장진지이무명지박. 그러면 나는 무명의 통나무로 그것을 누를 것이다. 無名之樸, 무명지박, 무명의 통나무는 夫亦將無欲. 부역장무욕. 대저 또한 욕망이 없을지니, 不欲以靜, 불욕이정, 욕심내지 아니하면서 고요하면, 天下將自定. 천하장자정. 천하가 스스로 질서를 찾아갈지니. 1. 무위란 스스로 그러함을 따르는 것이다(道常無爲, 而無不爲) 이 장이 도경(道經)의 마지막 장이다. 기나긴 도경(道經)강..
36장 將欲歙之, 장욕흡지, 장차 접으려 하면 必固張之; 필고장지; 반드시 먼저 펴주어라. 將欲弱之, 장욕약지, 장차 약하게 하려 하면 必固强之; 필고강지; 반드시 먼저 강하게 해주어라. 將欲廢之, 장욕폐지, 장차 폐하려 하면 必固興之; 필고흥지; 반드시 먼저 흥하게 해주어라. 將欲奪之, 장욕탈지, 장차 뺏으려 하면 必固與之. 필고여지. 반드시 먼저 주어라. 是謂微明. 시위미명. 이것을 일컬어 어둠과 밝음의 이치라 하는 것이다. 柔弱勝剛强. 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기게 마련이다. 魚不可脫於淵, 어불가탈어연, 물에 사는 고기는 연못을 튀쳐 나와서는 아니 되나니 國之利器不可以示人. 국지리기불가이시인. 나라의 이로운 기물은 사람에게 보여서는 아니되리. 1. 접으려면 반드시 펴주어..
35장 執大象, 天下往. 집대상, 천하왕. 큰 모습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인다. 往而不害, 安平太. 왕이불해, 안태평. 움직여도 해가 없으니, 편안하고, 평등하고, 안락하다. 樂與餌, 악여이, 아름다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過客止. 과객지. 지나가는 손을 멈추게 하지만, 道之出口, 도지출구, 도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淡乎其無味. 담호기무미. 도무지 담담하여 맛이 없다. 視之不足見, 시지부족견, 그것을 보아도 보이기엔 족하지 아니하고, 聽之不足聞, 청지부족문, 그것을 들어도 들리기엔 족하지 아니하고, 用之不足旣. 용지부족기. 그것을 써도 쓰이는데 궁함이 없다. 1. 고층대에 속하는 판본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장(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내가 어렸을 때 이 장을 읽으면 왠지 가슴이 뻐..
34장 大道氾兮, 대도범혜, 큰 도는 범람하는 물과도 같다. 其可左右. 기가좌우. 좌로도 갈 수 있고 우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萬物恃之而生, 만물시지이생, 만물이 이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는데도 而不辭. 이불사. 도는 사양하는 법이 없다. 功成不名有. 공성불명유. 공이 이루어져도 그 이름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 의양만물이불위주, 만물을 입히고 기르면서도 주인노릇 하려하지 않는다. 常無欲, 상무욕, 그리고 항상 무욕하니 可名於小; 가명어소; 작다고 이름할 수도 있다. 萬物歸焉而不爲主, 만물귀언이불위주, 만물이 모두 그에게 돌아가는데 주인노릇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 가명위대. 크다고 이름할 수도 있는 것이다. 以其終不自爲大, 이기종불자위대, 끝내 스스로 크다하지 않으니, 故能成其大. 고..
33장 知人者智, 지인자지, 타인을 아는 자를 지혜롭다 할지 모르지만, 自知者明. 자지자명. 자기를 아는 자야말로 밝은 것이다. 勝人者有力, 승인자유력, 타인을 이기는 자를 힘세다 할지 모르지만, 自勝者强. 자승자강. 자기를 이기는 자야말로 강한 것이다. 知足者富, 지족자부, 족함을 아는 자래야 부한 것이요, 强行者有志. 강행자유지. 행함을 관철하는 자래야 뜻이 있는 것이다. 不失其所者久, 불실기소자구, 바른 자리를 잃지 않는 자래야 오래 가는 것이요, 死而不亡者壽. 사이불망자수.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자래야 수하다 할 것이다. 1. 지(知)와 지(智)는 예전에 혼용되었다(知人者智, 自知者明) 이 장은 아주 평범한 진리를 설하고 있지만 너무도 그 뜻이 깊고 절실하여 평소 생활하는데 금언이 되는 아름다운 ..
32장 道常無名. 도상무명. 도는 늘 이름이 없다. 樸雖小, 박수소, 통나무는 비록 작지만 天下莫能臣也. 천하막능신야. 하늘아래 아무도 그를 신하로 삼을 수 없다. 侯王若能守之, 후왕약능수지, 제후 제왕이 이 통나무를 잘 지킨다면 萬物將自賓. 만물장자빈. 만물이 스스로 질서지워질 것이다. 天地相合以降甘露, 천지상합이강감로,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단 이슬을 내리듯이, 民莫之令而自均. 민막지령이자균. 백성들은 법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제 길을 찾는다. 始制有名. 시제유명. 통나무에 제한을 가하여서 비로소 이름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니, 名亦旣有, 명역기유, 이름이 일단 생겨난 후에는 夫亦將知止. 부역장지지. 대저 또한 그침을 알아야 할 것이다. 知止, 可以不殆. 지지, 가이불태. 그침을 알아야 위태롭지 ..
31장 夫佳兵者, 부가병자, 대저 아무리 훌륭한 병기라도 不祥之器. 불상지기. 그것은 상서롭지 못한 기물일 뿐이다. 物或惡之, 물혹오지, 만물은 모두 그것을 혐오할 뿐이니, 故有道者不處. 고유도자불처. 그러므로 도있는 자는 그것에 처하지 않는다. 君子居則貴左, 군자거즉귀좌, 군자는 평상시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用兵則貴右. 용병즉귀우. 전쟁시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兵者, 不祥之器, 병자, 불상지기, 무기란 것은 도무지 상서롭지 못한 기물이며, 非君子之器, 비군자지기, 군자의 기물이 아니다. 不得已而用之, 부득이해서 그것을 쓸 뿐이니, 恬淡爲上. 염담위상. 초연하고 담담한 자세가 제일 좋은 것이다. 勝而不美, 승이불미, 개가를 올려도 그것을 아름답게 생각하지 않는다. 而美之者, 이미지자, 승리를 ..
30장 以道佐人主者, 이도좌인주자, 도로써 사람의 주인을 잘 보좌하는 사람은 不以兵强天下. 불이병강천하. 무력으로 천하를 강하게 하지 않는다. 其事好還. 기사호환. 무력의 댓가는 반드시 자기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師之所處, 사지소처, 군대가 처한 곳에는 荊棘生焉. 형극생언. 가시덤불이 생겨나고, 大軍之後, 대군지후, 대군이 일어난 후에는 必有凶年. 필유흉년. 반드시 흉년이 따른다. 善有果而已, 선유과이이, 부득이 해서 난을 구해줄 뿐 不敢以取强. 불감이취강. 무력으로 세상을 억누르지 않는다. 果而勿矜, 과이물긍, 좋은 성과가 있어도 뽐내지 아니하며, 果而勿伐, 과이물벌, 좋은 성과가 있어도 으시대지 아니하며, 果而勿驕. 과이물교. 좋은 성과가 있어도 교만치 아니한다. 果而不得己, 과이부득이, 성과가 ..
29장 將欲取天下而爲之, 장욕취천하이위지, 천하를 가질려고 발버둥치는 자를 보면 吾見其不得已. 오견기부득이. 나는 그 얻지 못함을 볼 뿐이다. 天下神器, 천하신기, 천하란 신령스러운 기물이다. 不可爲也: 불가위야: 도무지 거기다 뭘 할 수가 없는 것이다. 爲者敗之, 위자패지, 하는 자는 패할 것이요, 執者失之. 집자실지. 잡는 자는 놓칠 것이다. 故物或行或隨, 고물혹행혹수, 그러므로 사물의 이치는 앞서 가는 것이 있으면 뒤따라가는 것이 있고, 或歔或吹, 혹허혹취, 들여 마시는 것이 있으면 내 뿜는 것이 있고, 或强或羸, 혹강혹리, 강한 것이 있으면 여린 것이 있고, 或挫或隳. 혹좌혹휴. 솟아나는 것이 있으면 무너지는 것이 있다. 是以聖人去甚, 시이성인거심, 그러하므로 성인은 극심한 것을 버리고 去奢, 去..
28장 知其雄, 守其雌, 지기웅, 수기자, 그 숫컷됨을 알면서도 그 암컷됨을 지키면 爲天下谿. 위천하계. 천하의 계곡이 된다. 爲天下谿, 위천하계, 천하의 계곡이 되면, 常德不離, 상덕불리, 항상스런 덕이 떠나질 아니하니, 復歸於嬰兒. 복귀어영아. 그리하면 다시 갓난아기로 되돌아 간다. 知其白, 守其黑, 지기백, 수기흑, 그 밝음을 알면서도 그 어둠을 지키면 爲天下式. 위천하식. 천하의 모범이 된다. 爲天下式, 위천하식, 천하의 모범이 되면, 常德不忒, 상덕불특, 항상스런 덕이 어긋나질 아니하니, 復歸於無極. 복귀어무극. 그리하면 다시 가없는 데로 되돌아 간다. 知其榮, 守其辱, 지기영, 수기욕, 그 영예를 알면서도 그 굴욕을 지키면 爲天下谷. 위천하곡. 천하의 골이 된다. 爲天下谷, 위천하곡, 천하의 ..
27장 善行無轍迹, 선행무철적, 잘 가는 자는 자취를 남기지 아니하고, 善言無瑕讁, 선언무하적, 잘 하는 말은 흠을 남기지 아니한다. 善數不用籌策, 선수불용주책, 잘 헤아리는 자는 주산을 쓰지 아니하고, 善閉無關楗而不可開, 선폐무관건이불가개, 잘 닫는 자는 빗장을 쓰지 않는데도 열 수가 없다. 善結無繩約而不可解. 선결무승약이불가해. 잘 맺는 자는 끈으로 매지 않는데도 풀 수가 없다. 是以聖人常善救人, 시이성인상선구인, 그러하므로 성인은 늘 사람을 잘 구제하며 故無棄人. 고무기인.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常善救物, 상선구물, 그 사물을 잘 구제하며 故無棄物. 고무기물. 그렇기 때문에 사물을 버리지 않는다. 是謂襲明. 시위습명. 이것을 일컬어 밝음을 잇는다고 한다. 故善人者, 고선인자, 그러므..
26장 重爲輕根, 중위경근,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靜爲躁君. 정위조군. 안정한 것은 조급한 것의 머리가 된다. 是以聖人終日行, 시이성인종일행, 그러하므로 성인은 종일 걸어다녀도 不離輜重; 불리치중;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고, 雖有榮觀, 수유영관, 비록 영화로운 모습속에 살더라도 燕處超然. 연처초연. 한가로이 처하며 마음을 두지 않는다. 柰何萬乘之主, 내하만승지주, 어찌 일만 수레의 주인으로서 而以身輕天下? 이이신경천하? 하늘아래 그 몸을 가벼이 굴릴 수 있으리오? 輕則失本, 경즉실본, 가벼이 하면 그 뿌리를 잃고, 躁則失君. 조즉실군. 조급히 하면 그 머리를 잃는다. 1. 가벼워지길, 고요해지길(重爲輕根, 靜爲躁君) 이 장의 내용은 평이하다. 간본(簡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백본(帛本..
25장 有物混成, 유물혼성, 혼돈되이 이루어진 것이 있었으니 先天地生. 선천지생. 천지보다도 앞서 생겼다. 寂兮寥兮, 적혜료혜, 적막하여라 ! 쓸쓸하도다 ! 獨立不改. 독립불개. 외로이 서있건만 함부로 변하지 않는다. 周行而不殆, 주행이불태, 가지 않는 데가 없건만 위태롭지 아니하니 可以爲天下母. 가이위천하모. 천하의 어미를 삼을 만하네. 吾不知其名, 오부지기명, 나는 그 이름 알 길 없어, 字之曰道, 자지왈도, 그것을 글자로 나타내어 도라 하고 强爲之名曰大. 강위지명왈대, 억지로 그것을 이름지어 크다고 말하지.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큰 것은 가게 마련이고, 가는 것은 멀어지게 마련이고, 멀어지는 것은 되돌아오게 마련이네. 故道大, 天大, 고도대, 천대, 그러므로 도는 크..
24장 企者不立, 기자불립, 발꿈치를 들고 서있는 자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跨者不行. 과자불행. 가랭이를 벌리고 걷는 자는 오래 걸을 수 없다. 自見者不明, 자현자불명,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아니하고, 自是者不彰, 자시자불창, 스스로 옳다하는 자는 빛나지 아니하고, 自伐者無功, 자벌자무공,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이 없고, 自矜者不長. 자긍자부장. 스스로 자만하는 자는 으뜸이 될 수 없다. 其在道也, 기재도야, 이것들은 도에 있어서는 曰餘食贅行. 왈여식췌행. 찌꺼기 음식이요 군더더기 행동이라 한다. 物或惡之, 물혹오지, 만물은 이런 것을 혐오한다. 故有道者不處. 고유도자불처. 그러므로 도를 체득한 자는 처하지 아니하리니. 1. 뽐내려 애쓰는 것과 뒷꿈치를 들고 있는 것(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
23장 希言自然. 희언자연. 말이 없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故飄風不終朝, 고표풍부종조, 그러므로 회오리 바람은 아침을 마칠 수 없고, 驟雨不終日. 취우부종일. 소나기는 하루를 마칠 수 없다. 孰爲此者? 天地! 숙위차자? 천지!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하늘과 땅이다! 天地尙不能久, 천지상불능구, 하늘과 땅도 이렇게 오래 갈 수 없거늘, 而況於人乎! 이황어인호! 하물며 사람에서랴!! 故從事於道者: 고종사어도자: 그러므로 도를 따라 섬기는 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道者同於道, 도자동어도, 도를 구하는 자는 도와 같아지고 德者同於德, 덕자동어덕, 얻음을 구하는 자는 얻음과 같아지고 失者同於失. 실자동어실. 잃음을 구하는 자는 잃음과 같아진다. 同於道者, 동어도자, 도와 같아지는 자는 道亦樂得..
22장 曲則全, 枉則直, 곡즉전, 왕즉직, 꼬부라지면 온전하여지고, 구부리면 펴진다. 窪則盈, 幣則新, 와즉영, 폐즉신, 파이면 고이고, 낡으면 새로와 진다. 少則得, 多則惑. 소즉득, 다즉혹. 적으면 얻고, 많으면 미혹하다. 是以聖人抱一, 시이성인포일, 그러하므로 성인은 하나를 껴안고 爲天下式. 위천하식. 천하의 모범이 된다. 不自見故明, 불자현고명,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밝고, 不自是故彰, 불자시고창, 스스로 옳다하지 않으니 빛난다. 不自伐故有功, 불자벌고유공,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공이 있고, 不自矜故長. 불자긍고장. 스스로 자만치 않으니 으뜸이 된다. 夫唯不爭, 부유부쟁,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故天下莫能與之爭. 고천하막능여지쟁. 하늘 아래 그와 다툴 자가 없다. 古之所謂曲則全者, 고지소..
21장 孔德之容, 공덕지용, 빔의 덕의 모습은 惟道是從. 유도시종. 오로지 도를 따를 뿐이다. 道之爲物, 도지위물, 도의 물 됨이여! 惟恍惟惚. 유황유홀. 오로지 황하고 오로지 홀하다. 惚兮恍兮, 홀혜황혜, 홀하도다 황하도다 ! 其中有象; 기중유상; 그 가운데 형상이 있네. 恍兮惚兮, 황혜홀혜, 황하도다 홀하도다 ! 其中有物. 기중유물. 그 가운데 물체가 있네. 窈兮冥兮, 요혜명혜, 그윽하고 어둡도다! 其中有精; 기중요정; 그 가운데 정기가 있네. 其精甚眞, 기정심진, 그 정기가 참으로 참되도다 ! 其中有信. 기중유신. 그 가운데 진실이 있네. 自古及今, 자고급금, 예로부터 지금까지 其名不去, 기명불거, 그 이름 사라지지 아니하니 以閱衆甫. 이열중보. 이로써 만물의 태초를 살필 수 있지. 吾何以知衆甫之狀..
20장 絶學無憂. 절학무우. 배움을 끊어라! 근심이 없을지니. 唯之與阿, 相去幾何? 유지여아, 상거기하? 네와 아니요가 서로 다른 것이 얼마뇨? 善之與惡, 相去若何? 선지여오, 상거약하? 좋음과 싫음이 서로 다른 것이 얼마뇨? 人之所畏, 不可不畏. 인지소외, 불가불외.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것을 나 또한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없으리. 荒兮, 其未央哉! 황혜, 기미앙재! 황량하도다 ! 텅 빈 곳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네. 衆人熙熙, 중인희희, 뭇 사람들은 희희낙낙하여 如享太牢, 如春登臺. 여향태뢰, 여춘등대. 큰 소를 잡아 큰 잔치를 벌리는 것 같고, 화사한 봄날에 누각에 오르는 것 같네. 我獨泊兮, 其未兆, 아독박혜, 기미조, 나 홀로 담박하도다 그 아무것 드러나지 아니함이 如嬰兒之未孩. 여영아지미해. ..
19장 絶聖棄智, 절성기지, 성스러움을 끊어라! 슬기로움을 버려라! 民利百倍; 민리백배; 백성의 이로움이 백배할 것이다. 絶仁棄義, 절인기의, 인자함을 끊어라! 의로움을 버려라! 民復孝慈; 민복효자; 백성이 다시 효성스럽고 자애로울 것이다. 絶巧棄利, 절교기리, 교사스러움을 끊어라!! 이로움을 버려라! 盜賊無有. 도적무유. 도적이 없어질 것이다. 此三者, 以爲文, 不足, 차삼자, 이위문, 부족, 이 세가지는 문명의 장식일 뿐이며 자족한 것이 아니다. 故令有所屬. 고령유소속. 그러므로 돌아감이 있게 하라!! 見素抱樸, 현소포박, 흰 바탕을 드러내고 통나무를 껴안아라! 少私寡欲. 소사과욕.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라!! 1. 유가를 비판하기 위해 도가가 등장한 건 아니다 이 장은 우리가 여태까지 얘..
18장 大道廢, 대도폐, 큰 도가 없어지니 有仁義. 유인의. 인의가 있게 되었다. 慧智出, 혜지출, 큰 지혜가 생겨나니 有大僞. 유대위. 큰 위선이 있게 되었다. 六親不和, 육친불화, 육친이 불화하니 有孝慈. 유효자. 효도다 자애다 하는 것이 있게 되었다. 國家昏亂, 국가혼란, 국가가 혼란하니 有忠臣. 유충신. 충신이라는 것이 있게 되었다. 1. 지고의 가치를 말하는 사회는 문제사회 내가 대학교 때 『노자』라는 반역의 서를 처음 읽었을 때, 나의 흥분 속에 가장 충격적으로 직접 와닿은 장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이 장을 꼽을 것이다. 이 장이 나의 느낌에 던지는 반어적(反語的) 비꼼은 나의 일상적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인의(仁義)니 효자(孝慈)니 충신(忠臣)이니 ..
17장 太上, 下知有之; 태상, 하지 유지; 가장 좋은 다스림은,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자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其次, 親而譽之; 기차, 친이예지; 그 다음은, 백성들을 친하게 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其次, 畏之; 기차, 외지; 그 다음은, 백성들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其次, 侮之. 기차, 모지. 그 다음은, 백성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이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믿음이 부족한 곳엔 반드시 불신이 있게 마련이다. 悠兮, 其貴言. 유혜, 기귀언. 그윽하도다 ! 그 말 한마디를 귀하게 여기는 모습이여. 功成事遂, 공성사수, 공이 이루어지고 일이 다 되어도 百姓皆謂我自然. 백성개위아자연. 백성들은 모두 한결 같이 일컬어 나 스스로 그러할 뿐이라 하는도다! 1. 죽간 병..
16장 致虛極, 守靜篤, 치허극, 수정독. 빔에 이르기를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하게 하라! 萬物竝作, 吾以觀復. 만물병작, 오이관복. 만물이 더불어 자라나는데, 나는 돌아감을 볼 뿐이다. 夫物芸芸, 부물운운, 대저 만물은 무성하게 자라 엉키지만, 各復歸其根. 각복귀기근. 제각기 또 다시 그 뿌리로 돌아갈 뿐이로다. 歸根曰靜, 귀근왈정,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일컬어 고요함이라 하고, 是謂復命. 시위복명. 또 이를 일러 제명으로 돌아간다 한다. 復命曰常, 복명왈상, 제명으로 돌아감을 늘 그러함이라 하고, 知常曰明. 지상왈명. 늘 그러함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不知常, 妄作凶. 부지상, 망작흉. 늘 그러함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이 흉을 짓는다. 知常容, 지상용, 늘 그러함을 알면 모든 ..
15장 古之善爲士者, 고지선위사자, 옛부터 도를 잘 실천하는 자는 微妙玄通, 深不可識. 미묘현통, 심불가식. 세미하고 묘하며 가믈하고 통한다. 너무 깊어 헤아릴 길 없다.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부유불가식, 고강위지용; 대저 오로지 헤아릴 길 없어 억지로 다음과 같이 형용한다. 豫焉, 若冬涉川; 예언, 약동섭천; 머뭇거리네 겨울에 살얼음 댓갈을 건너는 것 같고 猶兮, 若畏四隣. 유혜, 약외사린. 쭈물거리네 사방의 주위를 두려워 살피는 것 같다. 儼兮, 其若容; 엄혜, 기약용; 근엄하도다 그것이 손님의 모습과 같고 渙兮, 若氷之將釋. 환혜, 약빙지장석. 흩어지도다. 녹으려하는 얼음과 같다. 敦兮, 其若樸. 돈혜, 기약박. 도탑도다. 그것이 질박한 통나무 같고 曠兮, 其若谷. 광혜, 기약곡. 텅비었도다 그..
14장 視之不見, 名曰夷; 시이불견, 명활이;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이라 하고, 聽之不聞, 名曰希; 청지불문, 명왈희;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희라 하고, 搏之不得, 名曰微. 박지부득, 명왈미.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미라 한다. 此三者, 不可致詰, 차삼자, 불가치힐, 이ㆍ희ㆍ미 이 셋은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다. 故混而爲一. 고혼이위일. 그러므로 뭉뚱그려 하나로 삼는다. 其上不皦, 其下不昧. 기상불교, 기하불매. 그 위는 밝지 아니하고, 그 아래는 어둡지 아니하다.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승승불가명, 복귀어무물.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데 이름할 수 없도다. 다시 물체없는 데로 돌아가니 是謂無狀之狀, 無物之象. 시위무상지상, 무물지상. 이를 일컬어 모습없는 모습이요 물..
13장 寵辱若驚, 총욕약경, 총애를 받으나 욕을 받으나 다같이 놀란 것 같이 하라. 貴大患若身. 귀대환약신. 큰 걱정을 귀하게 여기기를 내 몸과 같이 하라. 何謂寵辱若驚? 하위총욕약경? 총애를 받으나 욕을 받으나 다같이 놀란 것 같이 하란 말은 무엇을 일컬음인가? 寵爲下, 총위하, 총애는 항상 욕이 되기 마련이니 得之若驚, 득지약경, 그것을 얻어도 놀란 것처럼 할 것이요, 失之若驚, 실지약경, 그것을 잃어도 놀란 것처럼 할 것이다. 是謂寵辱若驚. 시위총욕약경. 이것을 일컬어 총애를 받으나 욕을 받으나 늘 놀란 것 같이 하라 한 것이다. 何謂貴大患若身? 하위귀대환약신? 큰 걱정을 귀하게 여기기를 내 몸과 같이 하란 말은 무엇을 일컬음인가?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오소이유대환자, 위오유신. 나에게 큰 걱..
12장 五色令人目盲, 오색영인목맹, 갖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五音令人耳聾, 오음영인이농, 갖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五味令人口爽. 오미영인구상. 갖가지 맛은 사람의 입을 버리게 한다. 馳騁田獵令人心發狂, 치빙전렵영인심발광, 말달리며 들사냥질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든다. 難得之貨令人行妨. 난득지화영인행방.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어지럽게 만든다. 是以聖人爲腹不爲目. 시이성 인위복불위목. 그러하므로 성인은 배가 되지 눈이 되질 않는다. 故去彼取此. 고거피취차.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1.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통렬히 비판하다(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말초감각을 자극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에 대하여 이처럼 통렬한 비판의..
11장 三十輻共一轂, 삼십복공일곡, 서른 개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인다. 當其無, 有車之用; 당기무, 유거지용; 그 바퀴통 속의 빔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埏埴以爲器, 선식이위기,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든다. 當其無, 有器之用; 당기무, 유기지용; 그 그릇의 빔에 그릇의 쓰임이 있다. 鑿戶牖以爲室, 착호유이위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든다. 當其無, 有室之用. 당기무, 유실지용. 그 방의 빔에 방의 쓰임이 있다. 故有之以爲利, 고유지이위리, 그러므로 있음의 이로움은 無之以爲用. 무지이위용. 없음의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1. 허의 이론을 담은 바퀴의 쓰임(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이 장은 노자의 허(虛, 빔)를 말할 때, 가장 잘 인용되는 유명한 장이다. 『노자』 라는 서물을 대변하는 ..
10장 載營魄抱一, 재영백포일, 땅의 형체를 한 몸에 싣고 하늘의 하나를 껴안는다. 能無離乎! 능무리호! 그것이 떠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專氣致柔, 전기치유, 기를 집중시켜 부드러움을 이루어 能嬰兒乎! 능영아호! 갓난 아기가 될 수 있는가? 滌除玄覽, 척제현람, 가믈한 거울을 깨끗이 씻어 能無疵乎! 능무자호! 티가 없이 할 수 있는가? 愛民治國, 애민치국,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다스림에 能無知乎! 능무지호! 앎으로써 하지 않을 수 있는가? 天門開闔, 천문개합, 하늘의 문이 열리고 닫힘에 能無雌乎! 능무자호! 암컷으로 머물 수 있는가? 明白四達, 명백사달, 명백히 깨달아 사방에 통달함에 能無爲乎! 능무위호! 함으로써 하지 않을 수 있는가? 生之, 생지, 도는 창조하고, 畜之, 축지. 덕은 축적하네. 生..
9장 持而盈之, 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지니고서 그것을 채우는 것은 때에 그침만 같지 못하다. 揣而梲之, 不可長保; 췌이절지, 불가장보; 갈아 그것을 날카롭게 하면 오래 보존할 길 없다.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옥만당, 막지능수; 금과 옥이 집을 가득 메우면 그를 지킬 길 없다. 富貴而驕, 自遺其咎. 부귀이교, 자유기구. 돈 많고 지위 높다 교만하면 스스로 그 허물을 남길 뿐이다. 功遂身退, 공수신퇴, 공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나는 것, 天之道. 천지도. 하늘의 길이다. 1.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관계 『장자(莊子)』라는 서물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그 이름은 들어 익히 알 것이다. 『노자』와 더불어 같은 계열의 지혜의 서로서 병치(置)되기 때문에 흔히 우리는 이 두 권의 책의 사..
8장 上善若水, 상선약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水善利萬物而不爭, 수선리만물이부쟁,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오,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좋아한다. 故幾於道. 고기어도.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居善地, 거선지, 살 때는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하고, 心善淵, 심선연, 마음 쓸 때는 그윽한 마음가짐을 잘하고, 與善仁, 여선인, 벗을 사귈 때는 어질기를 잘하고, 言善信, 언선신, 말할 때는 믿음직하기를 잘하고, 正善治, 정선치, 다스릴 때는 질서있게 하기를 잘하고, 事善能, 사선능, 일할 때는 능력있기를 잘하고, 動善時. 동선시. 움직일 때는 바른 때를 타기를 잘한다.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
7장 天長地久, 천장지구, 하늘은 너르고 땅은 오래간다. 天地所以能長且久者, 천지소이능장차구자, 하늘과 땅이 너르고 또 오래갈 수 있는 것은, 以其不自生, 이기부자생, 자기를 고집하여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故能長生. 고능장생. 그러므로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그러하므로 성인은 그 몸을 뒤로 하기에 몸이 앞서고, 外其身而身存. 외기신이신존. 그 몸을 밖으로 던지기에 몸이 안으로 보존된다. 非以其無私邪? 비이기무사야? 이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故能成其私. 고능성기사. 그러므로 오히려 그 사사로움을 이루게 되는 것이니. 1. 영화 ‘천장지구’에 붙은 심오한 이름(天長地久) ‘천장지구(天長地久)!’ 『노자』의 일곱째 가름은 이 말로 시작하고 ..
6장 谷神不死, 곡신불사, 계곡의 하느님은 죽지 않는다. 是謂玄牝. 시위현빈. 이를 일컬어 가믈한 암컷이라 한다. 玄牝之門, 현빈지문, 가믈한 암컷의 아랫문, 是謂天地根. 시위천지근. 이를 일컬어 천지의 뿌리라 한다. 綿綿若存, 면면약존, 이어지고 또 이어지니 있는 것 같네. 用之不勤. 용지불근.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도다. 1. 동양사람에게 신이란 명사가 아닌 형용사다(谷神不死, 是謂玄牝) 아마도 『노자』 전체를 통하여 가장 시적인 한 장을 뽑으라 한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이 장을 뽑을 것이다. 실제로 『노자(老子)』에 매료된 많은 서구인들이 이 장에서 시적 영감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이 ‘곡신불사(谷神不死)’은 노자의 인간적 정취와 그 절제된 언어가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매우 시적인 장임에는 틀림..
5장 天地不仁, 천지불인,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以萬物爲芻狗; 이만물위추구;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 聖人不仁, 성인불인, 성인은 인자하지 않다. 以百姓爲芻狗. 이백성위추구. 백성을 풀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하늘과 땅 사이는 꼭 풀무와도 같다. 虛而不屈, 動而愈出. 허이불굴, 동이유출. 속은 텅 비었는데 찌부러지지 아니하고 움직일수록 더욱 더 내뿜는다.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지네. 그 속에 지키느니만 같지 못하네. 1. 『길과 얻음』과 이번 책의 차이 나는 평생 『노자』를 강의했다. 내가 하바드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바로 귀국하여 고려대학교 부교수로 교편을 잡았을 때 처음 강의한 것이 이 『노자』였다. ..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천하개지미지위미,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斯惡已; 사오이;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皆知善之爲善, 개지선지위선,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이 선하다고 만 알고 있다. 斯不善已。 사불선이.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故有無相生, 고유무상생,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難易相成, 난이상성,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長短相較, 장단상교,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高下相傾, 고하상경,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 음성상화,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前後相隨。 전후상수.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시이성인처무위지사, 그러하므로 성인은 함이 없음의 일에 처하고 行不言之敎, 행불언지교, 말이 없음..
4장 道沖, 도충 도는 텅 비어있다. 而用之或不盈. 이용지혹불영.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淵兮! 연혜! 그윽하도다! 似萬物之宗. 사만물지종. 만물의 으뜸 같도다. 挫其銳, 解其紛; 좌기예, 해기분;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힘을 푸는도다. 和其光, 同其塵. 화기광, 동기진. 그 빛이 튀쳐남이 없게 하고 그 티끌을 고르게 하네. 湛兮! 담혜! 맑고 또 맑아라! 似或存. 사혹존. 저기 있는 것 같네. 吾不知誰之子, 오부지수지자, 나는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몰라. 象帝之先. 상제지선. 하나님보다도 앞서는 것 같네. 1. 예전 다방의 흔한 광경(道沖而用之, 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레지 아가씨! 커피 좀 더 채워줘요!” “그 만큼 찼으면 됐지 뭘?” “인색하게 굴지말구 컵에다 좀 더 부으..
3장 不尙賢, 使民不爭; 불상현, 사민부쟁; 훌륭한 사람들을 숭상하지 말라!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할지니.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하지 말라!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이 되지 않게 할지니.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욕심낼 것을 보이지 말라! 백성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어지럽지 않게 할지니. 是以聖人之治, 시이성인지치, 그러하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虛其心, 實其腹; 허기심, 실기복; 그 마음을 비워 그 배를 채우게 하고, 弱其志, 强其骨. 약기지, 강기골. 그 뜻을 부드럽게 하여 그 뼈를 강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 상사민무지무욕, 항상 백성으로 하여금 앎이 없게 하고 욕심이 없게 한다. 使夫智者不敢爲也. 사부지자불감위야. 대..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천하개지미지위미,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斯惡已; 사오이;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皆知善之爲善, 개지선지위선,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이 선하다고 만 알고 있다. 斯不善已。 사불선이.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故有無相生, 고유무상생,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難易相成, 난이상성,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長短相較, 장단상교,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高下相傾, 고하상경,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 음성상화,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前後相隨。 전후상수.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시이성인처무위지사, 그러하므로 성인은 함이 없음의 일에 처하고 行不言之敎, 행불언지교, 말이 없음..
1장 道可道, 非常道; 도가도, 비상도;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名可名, 非常名。 명가명, 비상명. 이름을 이름지우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無名, 天地之始; 무명, 천지지시; 이름이 없는 것을 천지의 처음이라 하고, 有名, 萬物之母。 유명, 만물지모. 이름이 있는 것을 만물의 어미라 한다. 故常無欲以觀其妙, 고상무욕이관기묘, 그러므로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보고, 常有欲以觀其徼, 상유욕이관기교, 늘 욕심이 있으면 그 가장자리만 본다. 此兩者同, 차양자동, 그런데 이 둘은 같은 것이다. 出而異名。 출이이명, 사람의 앞으로 나와 이름만 달리했을 뿐이다. 同謂之玄, 동위지현, 그 같은 것을 일컬어 가믈타고 한다. 玄之又玄, 현지우현, 가믈고 또 가믈토다! 衆妙之門..
8. 노자가 말하는 걸 빈 마음으로 따라가보자 『노자』는 한마디로 지혜의 서이다. 그것은 어떤 종교의 교리를 말하거나, 어떤 물리적 사태의 규명을 목적으로 하거나, 우리에게 특정한 교훈이나 가치규범을 강요하거나 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서양의 전통에 있어서 ‘지혜’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무엇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혜란 근원적으로 ‘무당의 지껄임’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지혜란 그런 것이 아니다. 신이란 전제도, 인간이란 전제도, 지혜 앞에선 성립하지 않는다. 지혜란 우리 삶의 과정적 행위의 지혜이다. 그런데 지혜의 특징은 일체의 권위적 실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혜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전제’인 것이다. 지혜는 개념적 분석의 소산이 아니다. 그것은 분별적 지식을 뛰어넘어 우리의 몸으로 궁극..
7. 왕필주가 달린 노자도덕경을 저본으로 삼다 왕필이 『노자(老子)』를 주석했다 하는 것은, 요새 우리가 고전을 주해하는 책을 쓰는 것과는 좀 개념이 다르다. 우리는 기존의 텍스트가 대부분 이미 정본화(正本化)되어 있기 때문에 그 텍스트를 전제로 해서 주해를 단다. 그러나 왕필이 『노자(老子)』나 『주역(周易)』을 주해했다 하는 것은, 그때까지 내려오던 다양한 전승의 텍스트 그 자체를, 자기의 주석적 견해의 일관성의 틀 속에서 정비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왕필은 물론 이러한 작업을 텍스트의 ‘왜곡’이라고 생각치 않았다. 왕필의 손에서 일어난 텍스트의 변형 내지 왜곡에 관하여 나는 매우 새로운 견해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견해들을 여기 피력할 생각은 없다. 그 또한 너무도 충격적이고..
6. 16살에 노자를 주해한 왕필 그럼 오늘 우리가 보는 『노자(老子)』 금본(今本)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그것이 바로 왕필(王弼, 왕 삐)이라고 하는 천재적 사상가가 주석을 단 판본을 말하며 보통 ‘왕본(王本)’이라고 지칭한다. 왕필(王弼, 왕 삐)이라는 사람은 A.D. 226년에 낳아서 A.D. 249년에 죽은 위(魏)나라의 천재적 사상가였다. 그런데 여기 연대를 한번 잘 계산해 보라! 몇 살에 죽었는가? 만 23살에 죽었다. 23살? 모차르트는 몇 살에 죽었는가? 그래도 모차르트는 결혼도 했고 35살까지 살다 죽었다. 그럼 23살에 죽은 청년이 언제 무슨 사상을 구축할 수 있었던 말인가? 왕필이 『노자(老子)」를 주석한 것은 16살의 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니까 요즈음 나이로 중학교 3학년 ..
5. 노자가 원본은 질박한 사상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본 강의는 대중강연이다. 『노자(老子)』라는 문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학술세미나가 아니다. 그리고 본 강의의 취지 자체가 『노자(老子)』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이지, 『노자(老子)』라는 문헌의 전문적 분석결과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서지학(書紙學)적 논쟁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며 여기 소개되어야 할 하등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곽점초간본(郭店楚簡本) 『노자(老子)』를 살펴 본 나의 소감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사실은, 그것이 『노자(老子)』라는 책의 형성과정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새로운 가설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
4. 곽점죽간본 출토로 노자 연구는 한층 복잡해졌다 곽점죽간본(郭店竹簡本, 약칭하여 ‘簡本’이라 한다)은 갑(甲)ㆍ을(乙)ㆍ병(丙) 삼조(三組)로 나누어져 있다. 갑조(甲組)의 것은 길이 32.3㎝짜리 39매(枚)로 되어 있고, 을조(乙組)의 것은 30.6㎝짜리 18매(枚), 병조(丙組)의 것은 26.5㎝짜리 14매(枚)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백서(帛書)가 오늘날 우리의 한문지식으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소전체와 예서체로 되어 있는데 반하여, 우리의 눈으로 보아 쉽게 식별하기 어려운 초(楚)나라의 독특한 자체(字體)로 되어있다(戰國中期의 古體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리고 백서(帛書)의 경우 갑(甲)ㆍ을(乙)이 동일한 내용의 중복되는 두 세트의 문헌임에 반하여, 이 간서(簡書)의 경우는 갑(..
3. 곽점의 죽간본이 불러일으킨 소용돌이 1993년 10월, 호남성(湖北省) 형문시(荊門市) 사양구(沙洋區) 사방향(四方鄕) 곽점촌(郭店村)에 자리 잡고 있는 전국(戰國)시대의 분묘 하나를 발굴했는데, 그곳에서 804개나 되는 죽간(竹簡, 문자가 새겨진 대나무 쪽)에 쓰여진 一萬三天여 글자의 문헌이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두가 매우 심각한 개념성의 학술저작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분묘주인 자신의 라이브러리(library)가 같이 묻힌 듯한데, 그렇다면 이 분묘의 주인은 대단한 사상가였을 것이다. 부장품중에 ‘동궁지사(東宮之師)’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는 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분묘의 주인은 나라의 태자(太子)의 선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맹자(孟子)와 동시대며 맹자(孟子)보다 약간 ..
2. 마왕퇴에서 발견된 B.C. 168년의 백서 노자 『노자(老子)』는 단행본으로 존재(存在)한 것이 매우 오래된, 그 정확한 추정이 가능한 희귀한 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아주 확실하게 말하면 오늘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노자(老子)』와 거의 유사한 책이 신약성서가 쓰여진 시대보다, 최소한 300년을 앞서 실재(實在)했다는 것이 고고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1973년 11월부터 1974년 초에 이르기까지 중국(中國)의 호남성마왕퇴(湖南省馬王堆, 마왕뛔이)라는 곳에서 한묘(漢墓)를 발굴했는데 그 3호 분묘에서 대량의 가 나왔다. 백서(帛書)라는 것은 비단에 먹과 붓으로 쓴 책을 말한다. 이 백서 중에 바로 오늘날의 『노자(老子)』 책과 그 내용이 거의 비슷한 『노자(老子)..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이라고 하는 책 1. 『노자(老子)』라는 책은 역사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이라는 것이 이 책의 원래의 이름은 아니다. 노자(老子)라는 사람이 지었다고 해서 옛날에는 그냥 『노자(老子)』라고 불렀다. 그러니 『노자(老子)라는 이름이 아마도 가장 오래된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노자(老子)』는 두 편(篇)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편은 도(道)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해서 쓰여졌고, 한 편은 덕(德)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해서 쓰여졌다. 그러니 「도편(道篇)」, 「덕편(德篇)」의 이름이 가능하다. 전하는 판본[傳本]에 따라 도편(道篇)이 앞에 오기도 하고, 덕편(德篇)이 앞에 오기도 한다. 그러니 『노자(老子)』라는 책의 별명으로 『도덕(道德)』도..
4. 지식과 삶의 화해 21세기 셋째의 주제는 지식과 삶의 화해(the Harmony between Knowledge and Life)이다. 이것은 노자(老子) 철학 전반을 흐르는 반(反)주지주의적 색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식이 본시 삶에서 나온 것이요, 삶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지식 그 자체가 삶을 괴롭히고, 삶을 위협하고, 삶을 노예화한다면 과연 어쩔 셈인가? 요즈음 부모님 노릇 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고민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일 것이다. 요즈음 애들은 공부를 참 안한다! 컴퓨터만 들여다 보고, 영화만 보고, 콜라텍, 락까페에 가서 춤추기는 열중해도, 공부는 안한다. 피씨방, 비디오방, 디스코방에서는 몇날 몇일을 새면서 열중할 수 있어도 도무지 공부는 하지 않는다. 솔직히 고..
3. 종교와 종교간의 화해 다음의 주제는 종교와 종교간의 화해(the Harmony between Religions)다. 얼마전에 참으로 놀라운 기사를 하나 읽었다. 한겨레신문에 실린 현각(女覺)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승려의 컬럼이었다(1999년 9월 28일자). 현각은 얼마전 KBS의 다큐멘타리, 『만행』이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도 우리에게 낯익은 인물이었다. 해맑은 얼굴,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명료한 자세가 수도인의 기품을 물씬 풍긴다. 미국 동부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하바드대학에서 신학ㆍ철학을 공부한 나의 후배이기도 한데 참 사려 깊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컬럼의 제목이 ‘화계사의 불’ 이었다. 얘기인 즉, 기독교 광신도들이 화계사가 마귀사는 곳이라고 여러차례 와서 몰래 방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
2. 인간과 자연환경의 화해 수 년전의 일이다. 아프리카대륙과의 최초의 해후! 내가 탄 헬리콥타가 탕가니카 호수 북단의 호반의 푸른 초원에 내렸다. 내가 탄 헬리콥타가 검은 대륙에 착지하려고 접근을 시도할 때, 주변 동네의 어린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바스라질 듯 해맑은 대기, 바다보다도 더 큰 호수, 호수를 병풍 친 밋밋하면서도 웅장한 산맥의 준령, 이 모든 것이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문화충격이랄까, 삶의 환희라고 해야 할까, 생명의 약동이랄까,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 주변에 바글거리는 까만 아동들의 얼굴이었다. 김서린 새벽 호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강렬한 몸짓보다도 더 투명한 빛을 발하는 그들 까아만 얼굴의 질점..
21세기의 3대 과제 1. 흙, 건강, 디자인 지난 주 오스트랄리아 시드니에 다녀왔다. 세계 디자이너들의(ICSID, ICOGRADA, IFI 3단체) 총회가 열리는데, 나 보고 주제 강연을 하나 해 달라는 것이었다. 올 여름에 IFI(International Federation of Interior Architects/Designers) 워크숍이 서울에서 열렸다. 내가 디자인에 대해서 뭘 알까마는 우연한 기회에 주제강연을 간곡히 부탁하길래, ‘흙, 건강, 디자인(Soil, Health, Desig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국제회의가 되어 놓고 보니, 영어를 제대로 할 줄 알면서도 좀 토속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을 고르다 보니까 나같은 사람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하여튼 요즈음은 그런 청탁이..
7. EBS 밀레니엄 특강에 거는 기대 요번 EBS 밀레니엄특강 고전강의는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의 형태로 방송사에 수용된 최초의 전기이다. 내가 하고 싶은 강의가 테레비 영상을 통해 국민에게 널리 다가가는 최초의 계기가 EBS 교육방송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나는 무한한 자부감을 느낀다. 첫째, 나는 우리나라 방송문화의 개선을 위하여 ‘인식의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교육방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퍽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문화의 수준은 단순한 상업성을 뛰어넘는, 그러한 전제로서 운영되지 않는 체계가 바르게 작동될 때만 그 꾸준한 기준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EBS 교육방송 자체의 인식의 변화와 또 EB..
6. 고전강의 계획이 좌절된 이유 나는 82년 가을 기나긴 유학의 여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래, 한국의 방송계와 끊임없는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국민들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테레비에 많이 나온 사람으로 인식하는 상황에 흔히 부닥치게 되는데, 사실 나는 내 이름의 인지도에 비한다면 테레비에 그 모습을 나타낸 사례가 극소한 인물이다. 정식적인 프로그램에 나간 것이 근 20년 동안 단 두 차례 밖에는 없다. 그 한번이 94년 3월, ‘MBC 이야기쇼 만남’에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로 2회 나간 사건이고, 또 한번이 97년 5월 24일부터 6회에 걸쳐 나간, SBS 명의 특강이었다. 나는 테레비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그런 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테레비에 나가기를 좋아한다. 나는 인생을 적극..
5. 브레인코리아와 시청률 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테레비 시청률이 내려가는 편이 좋은 사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현실과 무관한 하나의 유토피아(Utopia)적 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의 이러한 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청률을 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 그 문화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부언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화정책의 가장 비중있는 섹터(sector)로서 우리는 교육정책을 꼽는다. 물론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그 나라의 미래가 확보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십년지계(十年之計)는 수목(樹木, 나무를 심음)에 있고 백년지계(百年之計)는 수인(樹人, 사람을 심음)에 있다는 옛말(『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