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서사한시 (587)
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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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유민서사시의 전형을 담다 흉년에 정든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노부부를 만나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엮인 내용이다. 가뭄, 홍수, 병충해 등등 재난을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었기에 흉년이 잦았던 데다가 국가기구의 수탈 또한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였다. ‘서사시적 상황’은 실로 전근대적인 왕조체제가 끝나는 시점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라는 옛날 속담이 있는데 ‘인정(仁政)’과 ‘애민(愛民)’을 이념으로 삼고 있었지만 가난 구제를 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시되는 터였다. 이는 조선조만이 아니라 근대 이전의 전지구적 현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흉작은 거의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데 경우에 따라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담한 사태가 야기..
흉년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할배와 이야길 나누다 노옹문답(老翁問答) 이경석(李景奭) 行投葛院宿 有翁年八十 길을 가다 갈원에 투숙하니 할배의 나이 팔순이었고 復有一老嫗 與之相對泣 다시 한 할매가 있어 할배와 할매가 서로 대하며 눈물 쏟고 있었네. 問翁悲何事 欲答還嗚咽 “노인께선 무슨 일로 슬퍼하시오?”라고 물으니 대답하려다 도리어 오열하더니, 拭淚乃吐懷 儂本饒生活 눈물을 닦고 곧 회포를 토로했네. “나는 본래 넉넉하게 생활해 有男已成丁 有族能相恤 아들은 이미 장정이 되었고 친척들이 서로 구휼할 수 있었으며 煙火自一村 共保耕鑿樂 밥 짓는 연기가 절로 한 마을을 이루어 함께 태평성대의 즐거움 보전했죠. 誰意値大無 賦斂仍刻迫 누가 생각했겠어요 흉년을 당해 세금 부과함이 여전히 각박해서 居難一日支 一朝盡蕩柝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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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외아들을 명청의 국제정세에 잃은 할머니의 하소연 이 시는 황해도 봉산 고을의 동촌이란 마을에 과객(=시인)이 들러서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1620년경의 겨울 어느 날이 시의 현재다. 그전에 이조 정부는 명의 지원 요청을 받고 1만 3천의 군대를 요동으로 파견했다. 우리로서는 끼어들지 말았어야 할 싸움터에 들어가서 우리의 수많은 자제들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인원의 상당수는 적측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이 역사 사실이 시의 중심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작중 할머니의 외아들도 그 싸움터에 끌려나갔다가 전사한 것이다. 이 할머니에게 재난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식을 잃고 비탄에 잠긴 할머니 앞에 웬 관군이 들이닥쳐 식량이며 의복을 탈취해간 것이다. 지금 할머니는 “목숨이 모질어..
봉산의 동쪽 마을에서 묵으며 숙봉산동촌(宿鳳山東村) 이민성(李民宬) 空山雪塞有微徑 빈 산 눈이 가로 막았지만 샛길이 겨우 나 있는데 孤村煙暝響疏杵 외론 마을 밥 짓는 연기도 잦아들고 성긴 방앗소리 울리네. 薥楷編縛代柴荊 수숫대 엮어 가시나무 문을 대신하고 倚壁無綜有機杼 벽에 기댄 것엔 잉아는 없고 베틀과 북만 있지. 七十老嫗膝過肩 70세 노파 쭈그려 앉아 무릎이 어깨보다 높으니 見客咿嚘泣且訴 나그네인 나를 보고 흐느끼며 울다가 또 하소연하네. 一子年前屬右營 “한 자식은 몇 해전 우영에 소속되어 身充火手渡遼去 몸소 포수를 충당하고서 요동을 건너 떠났지요 全師覆沒無得脫 전 군사들이 전복되어 몰살당하는 걸 벗어날 수 없었으니 戰骨沙場收底所 싸움터의 유골은 모래벌 어딘가에 묻혔겠죠. 老身單獨與死伍 늙은 몸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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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늙은 총각과 고달픈 소의 스케치 이 시의 주인공은 달구지를 모는 사람이다. 그는 나이 40이 되도록 아직 장가도 들지 못한 채 산속에서 벌목을 하고 목재를 실어내는 일을 숙명처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달구지 모는 아이’라는 칭호를 아직 면하지 못한 것이다. 작품의 현재는 주인공이 진창길에서 목재를 운반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열 발짝 후유 다섯 발짝 후유[竟日十步五步間]”하는 작업조건에다가 배는 고픈데 밥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굶어도 그만이지만 / 소야 주리면 꺼꾸러질 텐데………[兒不食尙可 牛飢恐失足]”라고 소를 우선 걱정한다. 이처럼 기아의 고통을 표현하면서 자기 몸보다 소를 소중히 여기는 일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에게 달구지 모는 일은 일종의 부역인데, 그에게..
수레 모는 아이 구거아(驅車兒) 권필(權韠) 驅車兒 수레 모는 아이 三十四十猶總角 3~40살이어도 여전히 총각이겠지. 有廬不居田不耕 오두막 있으나 거처하질 못하고 밭 있어도 갈지 못한 채 年年伐木在山谷 매년 나무 베느라 산골짜기에 있을 테니까. 借問伐木何所用 묻노라. “나무 베어 어디에 쓰는고?” 長安城中起樓閣 서울 성 안엔 누각이 세운다 하네. 樓閣連雲山木盡 누각은 구름에 닿을 정도로 산의 나무 사라졌지만 官家催促無虛日 관가는 재촉하길 비는 날이 없다네. 城南昨夜飛雨滑 성의 남쪽에 어젯밤 날리는 비에 미끄러워 陌上春泥深沒膝 길 위 봄 진흙의 깊이가 무릎을 빠뜨릴 정도였다네. 竟日十步五步間 온종일 걸어봐야 10걸음 5걸음, 牛飢無草兒不食 소는 굶주려도 풀 없고 아이도 먹질 못하지. 兒不食尙可 아이가 먹지..
무엇이 그들 모자를 생이별하도록 했나? 모별자(母別子) 김성일(金誠一) 1. 생이별하는 모자를 보다 母別子子別母 母向天南子地北 躕躇路側不忍去 嗚咽相看淚橫臆 問爾母子互爲命 骨肉恩情天罔極 今胡相棄若路人 天性之倫還自賊 ⇒해석보기 2. 기근에 가세가 기울다 自言本是佃家戶 女事蠶織男耕植 耕桑歲歲不失時 八口之家甘食力 去年夏旱秋不雨 今歲仍逢千里赤 塵飛南畝種不入 有田何由藝黍稷 天寒歲暮四壁空 全家饑饉何太迫 ⇒해석보기 3. 가혹한 조세와 부잣집의 횡포로 나락에 몰리다 公門賦役尙塡委 縣官號令星火急 追胥連保索官租 鞭扑狼藉爭掊克 眼前瘡疣醫未了 高曾逋負來相督 有司猶懷經費虞 日將期會申戒勅 深於賦民是能吏 拙於催科必見劾 聖君雖下哀痛詔 嗟我顚連不見德 以玆生理日微滅 同里幾人遭蕩析 年來賣盡二月絲 此日於何糴新穀 田園盡入富民家 四顧惟餘懸罄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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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양심적인 관인의 사명감으로 현실을 그려내다 이 시는 어머니와 아들이 천지간에 외톨이로 이산하는 사연을 노래한 것이다. 전체가 4부로 엮이는데 둘째ㆍ셋째 단락은 문답형식을 쓰고 있다. 제1부는 모자가 남과 북으로 각기 길을 떠나며 흐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2부는 시인이 의아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는 대목이고, 제3부는 그에 대한 어머니의 답변으로 작품의 알맹이에 해당한다. 그의 집은 남자는 농사짓고, 여자는 길쌈하며 일을 부지런히 하면 굶지 않고 살아갈 만했다. 그런데 이 가정에 횡액이 닥쳤으니 무서운 흉년이었다. 흉년은 넘기기 어려운 고비지만 더욱 어려운 것은 흉년에도 몰아닥친 관가의 수탈이었다. 그래서 가진 것이라곤 모두 날리고 가족마저 기아에 쓰러지고 오직 모자 단둘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4. 처지가 달라진 관리는 백성의 빈궁한 삶 이해 못하네 聞言未了忽相分 말을 듣는 게 끝나지 않았는데 홀연히 서로 이별하여 十步九顧猶掩抑 10보 걷는데 9번 돌아보면서 오히려 서글퍼지네. 嗟余生長田家中 아! 나는 시골에서 나서 자라면서 慣看黎民休與戚 백성들의 기쁨과 슬픔을 익숙히 보았었지. 數載蒙恩仰太倉 여러 해 은혜를 입어 임금의 창고를 우러러(봉록 받게 되어) 寒有餘衣飢有食 겨울엔 남은 옷이 있었고 기근엔 남은 음식이 있었지. 眼中不解妻子憂 눈 속에 처자의 근심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耳邊豈聞蒼生哭 귀가로 어찌 백성의 통곡소리가 들리리오? 今行目擊始驚歎 오늘 다니며 목격한 것이 비로소 놀라고 감탄하게 하니 揮淚中逵心惻惻 길 가운데서 눈물 흩뿌리며 마음으로 슬퍼했네. 一爲居移尙有阻 한 번 거처를 바뀌어도 ..
3. 가혹한 조세와 부잣집의 횡포로 나락에 몰리다 公門賦役尙塡委 관청의 부역은 오히려 쌓였기에 縣官號令星火急 현 사또의 호령은 성화처럼 급하기만 했죠. 追胥連保索官租 관리가 연대 책임 물으며 관아의 세금을 찾고 鞭扑狼藉爭掊克 낭자하게 채찍질하면서 다투어 세금을 모아대었죠. 眼前瘡疣醫未了 눈 앞에 부스럼과 사마귀의 치료 끝나지 않았는데 高曾逋負來相督 고조증조 때부터 밀린 조세 이제 와서 서로 독촉하죠. 有司猶懷經費虞 관리는 오히려 경비의 걱정을 품고서 日將期會申戒勅 날마다 기한을 가지고 경계하고 신칙하길 거듭하니, 深於賦民是能吏 백성에 부세하는 것에 정통하면[深知] 능력 있는 아전이고 拙於催科必見劾 세금 재촉하는 것에 어설프면 탄핵 당한 다네요. 聖君雖下哀痛詔 성군께서 비록 애통하는 조서를 내리더라도 嗟我..
2. 기근에 가세가 기울다 自言本是佃家戶 스스로 말했다. “본시 농사 짓는 사람으로 女事蠶織男耕植 아내는 길쌈을 하고 남편은 밭 갈고 심어 耕桑歲歲不失時 밭 가는 것과 길쌈하는 것 해마다 시기 잃지 않아서 八口之家甘食力 여덟 식구가 우리들의 힘으로 생활에 만족해 했지요. 去年夏旱秋不雨 작년 여름에 가물어 가을까지 비 오지 않아 今歲仍逢千里赤 올해도 연신 천리의 가뭄을 만났어라. 塵飛南畝種不入 먼지 날리는 남쪽 밭에 씨도 못 뿌렸으니 有田何由藝黍稷 밭이 있더라도 무엇으로 기장을 심겠어요? 天寒歲暮四壁空 추운 섣달인데 집의 네 벽면만 덩그러니 全家饑饉何太迫 온 집안의 기근이 어찌 그리 심하게 급박하던지? 인용 전문 해설
1. 생이별하는 모자를 보다 母別子子別母 엄마는 자식과 이별하고 자식은 엄마와 이별함에 母向天南子地北 엄마는 하늘의 남쪽으로 향하지만 자식은 북쪽을 향하는데 躕躇路側不忍去 길가에서 주저하며 차마 떠나지 못하고 嗚咽相看淚橫臆 오열하며 서로 보면서 눈물이 가슴까지 미어지네. 問爾母子互爲命 네게 물었다. “너희 모자지간은 서로 운명이 되었기에 骨肉恩情天罔極 골육의 은혜와 정이 하늘처럼 끝이 없을 터인데, 今胡相棄若路人 이제 어째서 서로 버리길 행인처럼 하여 天性之倫還自賊 천성의 인륜을 도리어 스스로 해치는 것인가?”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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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고기 파는 노인을 시와 산문에서 다루는 차이점 작자 홍성민은 1591년에 함경북도 부령의 강촌(羗村)이란 곳으로 귀양을 갔었다. 이 시는 거기서 자신이 목도한 사실을 쓴 것이다. 작자는 동일한 소재를 따로 산문으로 쓰기도 했다.(「매어옹문답서賣魚翁問答敍」) 이 시에는 세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고기를 잡아서 파는 노인과 곡식을 가진 사람, 그리고 시인이다. 고기 파는 자는 획득하는 과정의 위험부담을 내세워 고기의 가치를 주장하고 곡식 가진 자는 인간의 생존에 좀더 기본적임을 들어 곡식의 가치를 주장해서 서로 값을 다툰다. 시인은 그 다툼을 중재하여 거래를 성립시킨 다음, 고기팔이 늙은이에게 왜 하필 험난하고 괴로운 일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다. 이어 그 노인은 살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일임을 일깨워준..
물고기 파는 늙은이의 노래 매어옹행(賣魚翁行) 홍성민(洪聖民) 平明籬落有市語 새벽녘 울타리에 흥정하는 소리가 있어 病夫強起開柴門 병든 사내 억지로 일어나 사립문 열었네. 一人持魚一人粟 한 사람은 물고기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곡식 가지고 있어 上下其價聲自喧 그 값 흥정하는 소리 절로 시끄러웠네. 呼來一一問所以 불러와 한 명 한 명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魚者却與粟者言 어부가 도리어 곡식을 파는 사람과 말하네. 把竿昨夜入滄海 “낚시대을 잡고 어젯밤에 바다로 들어가 一葦却犯千丈渾 하나의 거룻배 도리어 천 길의 물속으로 뛰쳐드니, 驚濤纔亢疊浪起 큰 물결이 비로소 높이 오르자 겹겹이 파랑 일어나서 拍盡天端控山根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고 산 뿌리 당기는 듯했지요. 狂風儻或不我饒 혹 미친 바람이 나에게 너그럽지 않으..
지친 병사의 노래 피병행(疲兵行) 안수(安璲) 1. 관문 졸병의 구슬픈 현실 關雲漠漠關雪堆 北風慘慘山木摧 長河氷合馬蹄滑 沙塞日暮胡笳哀 此時疲軍長歎息 愁枕干戈眠不得 兜鍪零落鐡衣寒 擊柝中宵十指直 枵腸不得一飽飯 垢面常帶三年土 ⇒해석보기 2. 졸병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군 自言少年繫軍籍 傷心幾度關山苦 關山之苦豈徒云 苦將膏血輸將軍 將軍好擁黑貂裘 一貂皮當金十斤 將軍好食太牢味 一日軍中九牛死 山無餘貂野無牛 誅斂無窮捶楚至 鼎中粒機中布 一一輸入將軍庫 將軍日肥士日瘠 欲往訴之逢彼怒 至尊每憂軍士凍 毛衣衲衣年年送 將軍分給亦不均 煖者無多寒者衆 蟲蝗水旱無歲無 不聞賑恤聞催租 一家丁壯十餘口 過半相携逃入胡 胡中艱苦不可說 猶勝將軍浚膏血 將軍將軍胡不去 去爲公卿軍則悅 君門杳杳但回首 御史紛紛猶閉舌 ⇒해석보기 3. 장군만 바뀌었어도 廉頗ㆍ李牧難再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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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수자리 졸병을 고통스럽게 하는 장군의 횡포 이 시는 북쪽 국경선에 배치된 병사들의 괴로움을 그린 내용이다. 역시 3부로 구성되었으며, 두만강가에서 수자리 사는 한 병사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직접 들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변경의 춥고 황량한 환경, 그곳에서 덜덜 떨며 주린 창자를 안고 근무하는 병사들이 제1부 서장에 등장한다. 그중에 한 병사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이름이 군적에 올랐기 때문에,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수자리의 고역을 치러야 한다. 병졸들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 고생하는데 반해 장군은 호의호식을 누리면서 병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장군의 행락은 오로지 병졸을 포함하여 백성 일반에 대한 수탈에 의해서 가능하다. “장군은 날로날로 살찌거늘 병졸들 날로날로 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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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군만 바뀌었어도 廉頗ㆍ李牧難再見 염파 장군과 이목 장군은 다시 보기 어려우니 激烈中宵腸內熱 한밤 중임에도 격렬히 애간장 타들어갑죠. 『箕雅』 卷 14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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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졸병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군 自言少年繫軍籍 스스로 말하네. “젊을 적에 군적에 메여 傷心幾度關山苦 상심하며 관문의 산의 괴로움 몇 번 겪었던가? 關山之苦豈徒云 관산의 괴로움 어찌 다만 말로만 하겠는가? 苦將膏血輸將軍 괴롭게 고혈 가져다 장군에게 보내니, 將軍好擁黑貂裘 장군은 흑담비가죽 좋다고 끌어안는데 一貂皮當金十斤 한 담비 가죽 10근의 값어치에 해당하고 將軍好食太牢味 장군은 훌륭한 음식 좋다고 먹기에 一日軍中九牛死 하루에 장막 속에서 9마리의 소 죽는다네. 山無餘貂野無牛 산엔 남은 담비도 없고 들판엔 소도 없자, 誅斂無窮捶楚至 가렴주구가 끝없어 회초리질 하기에 이르렀네. 鼎中粒機中布 솥 속 낱알과 베틀 속 포조차 一一輸入將軍庫 하나하나 장군의 창고에 들어가네. 將軍日肥士日瘠 장군은 날로 살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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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문 졸병의 구슬픈 현실 關雲漠漠關雪堆 관문의 구름 아득하고 관문의 눈 쌓여 北風慘慘山木摧 북풍이 날카롭게 불어 산의 나무가 꺾이네. 長河氷合馬蹄滑 긴 강 눈 얼어붙어 말발굽이 미끄러지고 沙塞日暮胡笳哀 모래벌 요새 해 저물자 호가소리 구슬프네. 此時疲軍長歎息 이때면 지친 졸병들 길게 탄식할 뿐 愁枕干戈眠不得 방패와 창을 근심스레 베었지만 잠 오질 않네. 兜鍪零落鐡衣寒 투구는 헤졌고 갑옷은 서늘하여 擊柝中宵十指直 한밤 중 딱딱이 치느라 손가락 경직되는 구나. 枵腸不得一飽飯 한 밥도 먹질 못해 창자는 비었고 垢面常帶三年土 항상 3년의 흙 뒤집어 써서 얼굴은 흙투성이라네. 인용 전문 해설
풍요로워 살기 좋던 영남 사람들이 떠돌이가 된 이유 영남탄(嶺南歎) 윤현(尹鉉) 1. 풍족한 환경으로 넉넉하고 여유로운 영남의 삶 客從嶺南回 爲予說南鄕 南鄕古樂土 殷庶冠八方 邑居侔京國 巷陌迷鄽坊 處處聞雞犬 村村樂耕桑 引渠跨百里 畬種到山崗 宿耕當秋急 蒔苗逮夏忙 漑久泉脈潤 犂熟地力艮 人事旣已至 水旱未爲痒 樂歲饜餠餌 凶年免粃糠 餘務事楮漆 材用及松篁 千里無曠土 百室動連疆 民俗亦柔淳 不似北方强 夜村無閉戶 栖畝有餘糧 ⇒해석보기 2. 넉넉하던 영남이 황량해지다 自從數年來 人事實堪傷 繁都漸蕭條 樂郊日荒涼 昔日百家村 數戶僅有亡 昔日貨賃田 直爲靑草場 嘗觀列邑事 勸課先路傍 路傍尙如此 深谷皆萊胱 欲耕力不給 欲賣無人償 相將棄舊業 扶挈走倀倀 衣褐不被體 纍纍行且僵 就食散東西 輾轉居不常 豈不戀居室 豈不惜田場 豈不愛妻子 豈不念爺孃 天..
해설. 영남지방의 실상을 담다 이 시는 16세기 중엽(초년) 영남지방의 민생 실패를 묘사한 것이다. 영남의 길손이 그곳의 실정을 들려주는 식으로 쭉 엮이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시인이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사설이 사뭇 장황하고 담긴 내용도 복잡한 편인데 대략 6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제1부에서 작중화자로 설정된 길손이 먼저 영남 땅은 원래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술회한다. 물산이 풍요로웠을 뿐 아니라 인심도 순후했음을 강조하여, 그 사회의 모습은 마치 중세적 이상세계처럼 비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그토록 낙원을 방불케 했던 고장이 급작스레 피폐해져서 촌락은 황량하게 바뀌고 사람들의 삶이 갈기갈기 찢어져 혹은 굶어죽고 혹은 장돌뱅이로 떠돌고 혹은 절간에 투탁(投托)하고 혹은 ..
6. 나라의 폐단을 제거하는 방법을 논하다 言念一至此 中夜起彷徨 생각을 말함이 한결같이 여기에 이르니 한밤 중임에도 일어나 방황하게 되네. 譬如衰邁人 病且成膏肓 비유하면 지금의 나라는 늙어 맥을 못 쓰는 사람 같아 병 들고 또한 고치기 힘든 상황을 이루었네. 求艾在必蓄 得藥卽投湯 쑥 구하면 반드시 저축해야 하고 약 얻으면 곧 달여 투약해야 하니 多方思已病 亦復及祈禳 다방면으로 이미 든 병 생각하고 또한 다시 빌었다. 治急恐後時 病以斤斧戕 치료 급하여 늦어질까 걱정되니 병은 도끼로 제거해야 한다네. 倘求病民源 豈無於政妨 혹시 백성을 병들게 한 근원을 구한다면 어찌 정치의 방해가 없겠는가? 燎原由灼火 滔天自濫觴 언덕을 태우는 것도 사르는 불에서 연유하고 하늘까지 넘치는 물도 잔을 넘치는 물부터 시작되네. 淸..
5. 임금과 수령들께 고함 予是白食者 聞言實驚惶 나는 공짜밥 먹는 사람이라 말을 들으니 실로 놀라고 황당해 蹙顙忽有泚 愴然涕汪汪 이마를 찡그리고서 문득 눈물이 흘러 슬퍼 주룩주룩 흘렀네 堂下隔千里 九重何茫茫 궁정의 댓돌 아래는 천 리나 떨어져 있으니 구중궁궐은 어찌나 아득하기만 한가? 經帷雖有言 豈如親見詳 경연(經筵) 자리에서 비록 말하더라도 어찌 친히 보는 자세함만 같겠으리오? 痛哭少賈生 進圖無鄭郞 통곡하는 가생은 드물고 유민도(流民圖)를 진상한 정랑은 없구나. 孰摹民離狀 發遞達未央 누가 백성의 떠도는 현상을 본떠 역참에 보내 미앙궁에 전달할꼬? 先王四十年 霈澤流汪洋 선왕께서 즉위한 40년 동안에 큰 비 같은 은택이 흘러 왕성하고 넘실대니 生成無札瘥 惸獨皆稻粱 생성함에 병조차 없고 외로운 이와 고독한 ..
4. 묵으려 머문 집 노인의 기구한 사연 頃因遠行邁 薄暮投村莊 접때 먼 길 가다가 저물녘 촌락에 투숙하는데 扣門願寄宿 且復求水漿 문을 두드려 숙박하길 원하고 또한 다시 물과 미음을 요구했네. 中有一老父 鬚眉皓蒼蒼 중간에 한 노인이 있었는데 수염과 눈썹이 희어 무성하니 借問緣底事 塊然處空房 물었네. “무슨 연유로 외로이 빈 방에 거처하십니까?” 老父不暇譍 垂頭淚先滂 노인은 응답할 겨를도 없이 머리를 드리운 채 눈물만 먼저 떨어지네. 黃昏炊爨訖 夜共宿土床 황혼에 부뚜막에 밥불 때길 마치고 밤에 함께 흙바닥에서 자는데 翁言年八十 去歲遭妻喪 노인이 말했네. “나이 여든인데 작년에 아내 초상을 당했고 世爲水卒役 長子死於防 대대로 소졸의 병역(兵役)을 하는데 장자는 방비하다 죽었고 次子不堪命 逃去不我將 차자는 운명..
3. 일을 제대로 못했을 뿐 아니라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관아 潛思後日事 深憂在弄潢 잠자코 훗날의 일 생각해보니 깊은 근심이 반란군에 있네. 州邑況凋瘵 故如賁首羊 주와 읍도 이에 마르고 앓기 때문에 몸은 야위고 머리만 큰 양 같네. 所守是何物 虛簿與空倉 지키는 것 이것은 무슨 물건인가? 빈 장부와 빈 창고라네. 倘或有警急 何以應攙搶 혹시라도 경계할 만한 급한 일이 있으면 어찌 병란에 응하련가? 究厥所以然 實由謀不臧 그 까닭을 연구해보면 실제로 도모함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네. 領鎭率貪縱 長民非慈祥 수령과 진무사(鎭撫使) 대체로 탐욕스럽고 멋대로 하여 백성을 기르는 데 자비롭고 우애롭지 못해 同然浚膏血 誰醫眼前瘡 하나 같이 고혈을 짜내니 누가 눈 앞의 부스럼 치료하리오? 軍簿久不覈 名籍亂無章 군적을 오래도록..
2. 넉넉하던 영남이 황량해지다 自從數年來 人事實堪傷 수년 이래로부터 인사가 실로 상하게 할 만하니 繁都漸蕭條 樂郊日荒涼 번화하던 도읍도 점점 스산해지고 즐겁던 들판도 날마다 황량해져 昔日百家村 數戶僅有亡 옛날엔 백 개의 집이던 곳이 몇 집이나 겨우 있을는지 아닌지? 昔日貨賃田 直爲靑草場 옛날엔 품삯을 대던 밭이 다만 푸른 풀만 난 마당이 되었다네. 嘗觀列邑事 勸課先路傍 일찍이 여러 고을의 일을 보면 일을 권장함이 도로 가에 먼저 하는데 路傍尙如此 深谷皆萊胱 도로 가가 오히려 이와 같은데 깊은 골짜기는 모두 명아주에 오줌뿐이겠지. 欲耕力不給 欲賣無人償 밭 갈려해도 힘이 공급할 만하지 않고 팔려해도 살 사람이 없다지. 相將棄舊業 扶挈走倀倀 서로 장차 옛 농삿일 버리고 붙들고 끌고 떠나 어찌할 수 없었죠. ..
1. 풍족한 환경으로 넉넉하고 여유로운 영남의 삶 客從嶺南回 爲予說南鄕 나그네가 영남으로부터 돌아와 나를 위해 남쪽 고을 말해주네. 南鄕古樂土 殷庶冠八方 남향은 옛적의 낙토로 은나라 서민과 백관이 팔방에 있을 정도라네. 邑居侔京國 巷陌迷鄽坊 읍의 거주지 서울에 견줄 만하여 거리와 두둑엔 미혹될 정도로 가게들 있고 處處聞雞犬 村村樂耕桑 곳곳마다 닭과 개소리 들릴 정도로 번화하고 마을마다 밭 갈고 뽕나무 심으며 즐거워하며 引渠跨百里 畬種到山崗 도랑 끌어 백리를 타 넘고 씨로 밭 일구어 산 등성이에 이른다네. 宿耕當秋急 蒔苗逮夏忙 숙맥(宿麥) 심기는 가을에 급히 하고 급하고 묘 모종함은 여름에 미쳐 바쁘고 漑久泉脈潤 犂熟地力艮 관개한 지 오래되어 샘물의 줄기가 윤택하고 쟁기질하여 곡식 익어가지만 지력이 왕성하..
구걸하는 아이를 보다 견걸아(見乞兒) 윤현(尹鉉) 1. 구걸하던 두 명의 아이 日夕聞乞聲 倒裳出門視 門前兩兒子 跣足行纍纍 一兒問不譍 低頭如有恥 ⇒해설보기 2. 양반집 자식과 그 집 머슴 자식의 기구한 사연 一兒手指之 云是主家子 主家遘時疫 父母同月死 家僮散亡盡 唯有一老婢 老婢是我母 昨日早往市 向我兩人言 乞米暮當至 出門待母還 終日坐復起 日夕竟不至 連夜啼未已 朝來不耐飢 乞食行到此 ⇒해설보기 3. 배고픎으로 천성이 무너진 세태를 아파하며 呼童將米來 亦能知色喜 可哀良家子 如何一至是 天性具不保 爾更何所恃 ⇒해설보기 인용 목차 문제 18년 A형 10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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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노예와 주인의 관계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처럼 하늘이 낸 것을 이 시는 역시 3부의 구성법을 쓰고 있다. 서장에서 구걸하러 다니는 두 아이가 시인의 앞에 등장하고, 본장에서 그중 한 아이의 목소리로 자기들이 구걸하는 신세에 이른 경위가 서술되며, 종장에서 시인의 감회로 끝이 맺어지는 것이다. 1 구걸하던 두 명의 아이 2 양반집 자식과 그 집 머슴 자식의 기구한 사연 3 배고픎으로 천성이 무너진 세태를 아파하며 두 아이는 상전과 하인 관계다. 한 아이는 묻는 말에 대꾸도 못 하고 부끄러워하는데 또 한 아이는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신분이 규정한 인간의 서로 다른 태도를 대조적으로 드러내보인다. 그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가장 서글픈 대목은 한 여종이 제 자식과 상전의 고아를 버리고 달아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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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고픎으로 천성이 무너진 세태를 아파하며 呼童將米來 亦能知色喜 어린 종을 불러 쌀을 가져 오라 하니, 또한 얼굴이 환해지는 구나. 可哀良家子 如何一至是 서글프다! 양가집의 자녀가 어찌하여 한 번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天性具不保 爾更何所恃 엄마조차도 인륜을 지키지 못하고 양반과 하인이 함께 다니며 천성을 모두 보존하질 못했으니, 너는 다시 무엇을 의지할꼬? 『菊磵集』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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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반집 자식과 그 집 머슴 자식의 기구한 사연 一兒手指之 云是主家子 다른 아이는 손으로 그 아이를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이 도련님은 주인집 아들이여요. 主家遘時疫 父母同月死 주인집이 홍역을 당하여 부모가 같은 달에 돌아가셔서, 家僮散亡盡 唯有一老婢 집의 머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요. 오직 한 늙은 여자 종만 있게 됐는데, 老婢是我母 昨日早往市 바로 그 분이 저희 어머니랍니다. 어제는 일찍 시장에 가신다며 向我兩人言 乞米暮當至 저희 두 아이에게 ‘쌀을 구걸하여 저녁에는 마땅히 돌아올게.’라고 말씀하시었어요. 出門待母還 終日坐復起 그래서 문에 나가 어머니 돌아오길 기다리며, 해가 지도록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지요. 日夕竟不至 連夜啼未已 저녁이 되도록 마침내 오시질 않아, 밤새 울음을 그치질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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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걸하던 두 명의 아이 日夕聞乞聲 倒裳出門視어느 날 저녁에 구걸하는 소리를 들어 급하게 치마를 뒤집어 입고 문에 나가서 보았는데門前兩兒子 跣足行纍纍문 앞에 두 아이가 있어 맨발에 위태롭게 걷고 있는 것이다. 一兒問不譍 低頭如有恥한 아이에게 사정을 물었으나 대답하진 않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는데 \ 인용 전문 해설
이웃집의 곡소릴 듣고 문린가곡(聞隣家哭) 송순(宋純) 1. 해질 때 들려온 곡소리 日暮殘村行路稀 墻外哭聲來無數 聞是西隣第幾家 無食無衣一窮姥 ⇒해석보기 2. 사또에 따른 흥망성쇠 掩卷垂淚久咨嗟 此姥盛時吾親覩 憶昔朝廷善政初 必使長者知吾府 差科正來民力均 一年餘食盈倉庾 西家饒財一里最 糴夫糶女塡門戶 鷄豚伏臘燕鄕閭 前庭後街羅歌舞 從前時運有陞降 斯民計活有散聚 召父不來杜母去 始信苛政浮猛虎 朝破一田備東責 暯撤一家充西取 日復有日夜復夜 暴政毒令加蜂午 甕盎皆鳴機杼空 竈上久已無錡釜 枷夫械子置牢獄 鞭餘肌肉皆臭腐 人生到此理極難 不如死去埋厚土 呼天終日哭籬下 天猶不應更誰怙 ⇒해석보기 3. 임금께 아뢰기만 하면 다 고쳐질 텐데 嗚呼汝命誠可哀 聞者孰不增恚怒 方今國家愼賞罰 君王仁澤臻舜禹 我當爲爾陳闕下 酷吏不啻膏諸斧 夫還子放復舊居 殘年敗業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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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금에 희망을 건 필자와 불신하는 할머니 이 시는 남부럽지 않게 살던 한 가정의 파탄의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요족(饒足)하던 살림이 가렴주구(苛斂誅求) 때문에 파산을 당하고 급기야 남편ㆍ자식까지 감옥으로 보낸 안노인의 이야기로 내용이 엮인다. 이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기록하는 것이 시인의 입장이다. 작중 주인공은 남편과 자식이 매를 맞고 살이 썩어가는 지경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부르짖으며 울 밑에서 진종일 울어도 / 하늘조차 대답이 없으시니 다시 어느 누구를 믿으리오[呼天終日哭籬下 天猶不應更誰怙]”라고 울부짖는다. 시의 현재인데, 주인공 여자는 마지막 남은 하늘에 대해서까지 회의하는 것이다. 시인은 백성의 이런 민망한 사정을 국왕에게 보고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시인은 문제의 소재가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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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금께 아뢰기만 하면 다 고쳐질 텐데 嗚呼汝命誠可哀 아! 너의 운명 진실로 슬퍼할 만하니 聞者孰不增恚怒 듣는 사람은 누군들 화냄을 더하지 않겠는가. 方今國家愼賞罰 이제 막 국가는 상과 벌을 신중히 하고 君王仁澤臻舜禹 임금의 인한 은택이 순과 우임금에 못지 않으니 我當爲爾陳闕下 나는 마땅히 너희를 위해 궁궐의 아래에서 진술한다면 酷吏不啻膏諸斧 혹독한 관리는 도끼에 기름칠 할 뿐만이 아니라, 夫還子放復舊居 아비는 돌아가고 아들은 석방되어 옛 마을 회복할 것이고 殘年敗業猶足樹 남은 생 황폐해진 가업은 오히려 세울 수 있으리라. 老婦掉頭哭且言 할매 머리를 흔들며 곡하다가 말했다. 隣家丈人還余侮 “이웃집 어른(당신)이 도리어 저를 업수이 여기는 거구만요.” 『俛仰集』 卷之一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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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또에 따른 흥망성쇠 掩卷垂淚久咨嗟 나는 읽던 책 덮고 눈물 흘리며 오래도록 탄식하니 此姥盛時吾親覩 이 할매 한창 때 내가 직접 보았었지. 憶昔朝廷善政初 지난날 생각해보면 조정에서 선한 정치 막 베풀었을 땐 必使長者知吾府 반드시 덕망 있는 사람에게 우리 고을 맡게 하니 差科正來民力均 차역과 과세가 바르게 되어 백성들의 품이 고르게 되었고 一年餘食盈倉庾 일 년의 남은 식량은 창고를 채웠지. 西家饒財一里最 서쪽 집의 넉넉한 재산은 한 마을 중 최고여서 糴夫糶女塡門戶 쌀을 꾸고 갚는 사람들이 문을 메웠네. 鷄豚伏臘燕鄕閭 복일과 납일에 닭과 돼지로 마을에 잔치 여니, 前庭後街羅歌舞 앞 뜰과 뒷 거리에 가무가 펼쳐졌었지. 從前時運有陞降 예로부터 시운은 오르고 내려감이 있고 斯民計活有散聚 이 백성의 살 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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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질 때 들려온 곡소리 日暮殘村行路稀 저물녘이라 스러진 마을의 길엔 다니는 이 드문데 墻外哭聲來無數 담장 밖 곡소리 무수히 들려오네. 聞是西隣第幾家 듣자하니 서쪽 이웃 다만 몇 번째 집인데 無食無衣一窮姥 먹을 것도 없고 옷도 없는 한 궁벽한 할매의 집이라네. 인용 전문 해설
거지의 노래를 듣고 문개가(聞丐歌) 송순(宋純) 1. 새벽에 밥 빌러 찾아온 늙은 거지 曉夢初罷驚剝啄 推枕起聽歌聲長 呼兒走出問所由 知是老丐謀朝粮 不憂不哀乞語傲 腰下只見垂空囊 招來致前詰其由 百綻一衣無下裳 ⇒해석보기 2. 부잣집도 갑자사화로 풍비박산이 나다 云我曾爲富家子 衣餘篋中粟餘場 膝下兒孫床下妻 人生一世無他望 臠牛行酒聚比隣 嬉嬉笑語頻開張 謂是天公賦命好 自擬基業傳無疆 吁嗟人事苦不常 甲子年間遇狂王 朝生一法如蛇虺 暮出一令如虎狼 風雷行處不暇避 無翼奈何高飛翔 父祖經營百年產 敗之一日猶莫當 家破田亡餘赤身 升天入地無可藏 妻東子西我復南 雲分雨散情茫茫 飄零于今三十年 死生憂樂已相忘 人間何處不可住 一杖一瓢行四方 區區形骸知么麽 求人猶足救死亡 腹中繼食飢不害 身上繼衣寒不傷 更無餘憂來相干 優遊卒歲於康莊 公侯將相縱有榮 君看前後紛罹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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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토지로부터 유리된 주체적 인간의 출현 이 시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장에서 늙은 거지가 타령 소리와 초라한 꼴로 시인의 청각과 시각에 들어오고, 제2부 본장은 그 늙은 거지가 직접 자신의 이력 및 인생관을 술회하는 이야기로 엮이며, 제3부 종장은 늙은 거지가 퇴장하는 데서 막이 내린다. 작중의 주인공은 비록 거렁뱅이지만 그의 노랫소리는 시름겨워 애걸하는 가락이 아니며 말씨는 제법 오만하다. 바로 이런 면모가 ‘서술자=시인’에게 이상하게 비쳤으며, 그에게 관심이 돌아간 것이다. 그래서 듣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가 곧 작품의 본장을 이룬 부분이다. 그가 거지 신세로까지 영락한 과정은, 연산군의 학정이라는 특수한 시대 사정이 있긴 하지만, 역시 자영농민층 몰락의 한 전형이다. 이조 전기 사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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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무당당한 늙은 거지 出門揮杖歌復高 문을 나가 지팡이를 흔들고 노랫소리는 다시 높아졌으니 白首意氣何軒昂 흰 머리에 의기는 어찌도 저리 당당한가? 得喪已知不關我 득실이 이미 자기와 상관없다는 것을 아니, 莫言丐者皆尋常 거지는 모두 보잘 것 없다고들 말하지 마라. 『俛仰集』 卷之一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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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잣집도 갑자사화로 풍비박산이 나다 云我曾爲富家子 “나는 일찍이 부잣집 자식이 되어 衣餘篋中粟餘場 옷이 궤짝 속에 남아 있고 곡식이 마당에 남아 있을 정도였어라. 膝下兒孫床下妻 슬하에 아이와 손자, 침상 밑엔 아내가 있어 人生一世無他望 인생일대 다른 바람이 없었지요. 臠牛行酒聚比隣 소고기를 저며 술을 베풀어 이웃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嬉嬉笑語頻開張 희희락락 담소하며 자주 잔치를 열었답니다. 謂是天公賦命好 남들은 ‘하느님이 부여한 명이 좋구나.’라 생각했고 自擬基業傳無疆 스스로는 ‘기업이 끝없이 전해지리라.’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吁嗟人事苦不常 아! 사람 일이 매우 일정치가 않아 甲子年間遇狂王 갑자년에 미친 왕을 만났는데 朝生一法如蛇虺 아침에 하나의 법을 내니 뱀 같았고, 暮出一令如虎狼 저녁에 하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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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에 밥 빌러 찾아온 늙은 거지 曉夢初罷驚剝啄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새벽잠 막 깨어 推枕起聽歌聲長 베개를 밀쳐두고 일어나 노래소리 장단 듣네. 呼兒走出問所由 아이를 불러 서둘러 보내어 연유를 물으니, 知是老丐謀朝粮 알겠구나. 늙은 거지가 아침밥 도모하러 왔다는 걸. 不憂不哀乞語傲 그런데 근심하지도 않고 서글퍼하지도 않으며 빌어먹는 말이 건방진 데도, 腰下只見垂空囊 허리 아래로 다만 드리워진 빈 주머니만 보이네. 招來致前詰其由 불러와서 앞으로 오게 하고 연유를 물으려는데 百綻一衣無下裳 (그를 살펴보니) 백번 터진 한 옷만 입었고, 아랫도리는 없었다.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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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보릿고개와 가렴주구로 시름 깊은 농민 이 시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그대로 농가의 원성을 듣게 된다. 시는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의 시간대는 춘궁기의 어느 날, 첫 단락에서 ‘보릿고개’란 말처럼 넘기기 힘겨운 때에, “아이들 배고파 보채는 거야 참는다지만 /늙으신 부모님 어찌하리오[兒啼猶可忍 親老復何爲]”라고 궁핍의 괴로움과 함께 주인공의 충후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작중인물에게는 그 곤경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정을 첫 단락의 끝에서 “어디로 갈지 막막하구나[茫茫無所之]”로 대변하고 있다. 가운데 단락은 그런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전이 나와서 빼앗아갈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대신 인신을 폭력적으로 잡아가는 내용이다. 끝 단락은 그날의 저녁이다. 아전..
어느 농가의 원망 전가원(田家怨) 송순(宋純) 舊穀已云盡 新苗未可期 옛 곡식은 이미 고갈되었다고 하는데 새 벼는 기약할 수조차 없다네. 摘日西原草 不足充其飢 날마다 서쪽 언덕의 풀을 캐나 굶주림 채우기 부족하다지. 兒啼猶可忍 親老復何爲 아이가 우는 건 오히려 참을 만하지만 어버이는 다시 어이할 거나. 出入柴門下 茫茫無所之 사립문으로 들락날락거려봐도 갈 곳 없어 아득할 뿐이라지. 官吏獨何人 責公兼徵私 아전은 유독 어떤 사람이기에, 공적 세금 닥달하면서도 사적인 것까지 징수하는가? 窺缸缸已空 視機機亦隳 아전이 항아리를 뒤지나 항아린 이미 비었고 베틀을 보나 베틀 또한 망가져 吏亦無奈何 呼怒繫諸兒 아전은 또한 어쩌질 못해 성질 내며 모든 아이 결박하는 구나. 持以告官長 官長亦不悲 의지하고자 사또에게 알렸지만 ..
해설. 겨울비와 관리의 횡포를 풍자적으로 그리다 이 시는 겨울에 때아닌 비가 억수로 쏟아진 특수한 상황을 설정해서 간고한 농민의 삶을 해학적 수법으로 그린 것이다. 앞의 「전옹가(田翁歌)」에서처럼 촌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노인의 집에 양식이 바닥나서 도토리나마 빻아 먹으려는데 방아도 비에 푹 젖어 찧지 못하고 이웃집에 양식을 구하려는데 조세를 독촉하는 아전이 들이닥친다. 이것이 서사적 화폭으로 펼쳐져 있다. 여기서 노인은 하늘을 가리키며 “햇빛이 따뜻이 쪼이면서 빈한한 집구석은 비추지 않고[白日有光不照懸罄室]”라며 원망의 소리를 높인다. 이때 하늘과 해는 통치권력의 정상인 국왕에 빚대어진 셈이다. 절박한 처지에서 마침내 원성이 임금에게까지 돌아감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더없이 암울하고 처연한 내..
겨울비에 대한 탄식 동우탄(冬雨歎) 이희보(李希輔) 冬雨凄 冬雨凄 겨울비 매정도 하지! 겨울비 매정도 하지! 炊絕夜哭山翁妻 밥불 꺼지니 밤새 통곡한 산 늙은이의 아내는 欲舂橡栗充朝飢 상수리와 밤을 찧어 아침 허기 채우려 하는데 杵漂砧沒泥飜蹄 내린 비에 공이는 떠다니고 절구통은 잠겼으며 진흙이 발까지 차올랐네. 兒女索飱柴門東 딸아이는 사립문의 동쪽에서 저녁밥을 찾는데 縣吏催科柴門西 현의 아전은 사립문의 서쪽에서 세금 재촉하네. 白髮山翁坐無策 흰 머리의 산 늙은이 멍하니 무대책으로 怒指蒼天詬白日 화내고 푸른 하늘에 손가락질 하며 흰 해를 나무라네. 蒼天有雨不澤春田時 “푸른 하늘은 비를 가지고 있으면서 봄밭엔 적시에 윤택하게 하지 못하고 白日有光不照懸罄室 흰 해는 빛이 가지고 있으면서 가난한 집 비춰주질 않는..
해설. 관의 횡포로 위기에 몰린 백성의 삶 이 시는 흉년을 만나 살아나가기 어려운 실상을 한 촌로(村老)의 경우를 들어서 나타낸 것이다. 농민은 가을에 추수한 것을 가지고 이듬해 보리를 수확할 때까지 양식을 이어야 한다. 그런데 작중 노인의 집은 세전에 벌써 양식이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4~5개월을 일가족이 어떻게 연명할지 실로 암담한 노릇이다. 작중에서 “할아버지 땅에 꺼지게 한숨 내쉬며 겨울을 넘길 양식 걱정하는데[老翁卒歲嘆無資]”는 바로 이런 형편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농민이 이러한 형편에 놓인 경우, 국가는 조세를 감면해주어야 함은 물론, 마땅히 창고를 열어서 구휼을 해야 한다. 애민의 정치학이다. 그러나 작중에서 꼬집은 실태는 애민의 정치학과는 정반대다. “풍년이 드는 해에도 늙은이 ..
농촌 노인의 노래 전옹가(田翁歌) 이희보(李希輔) 窮鄕歲暮霜霰集 궁벽한 시골 세밑에 서리와 싸리눈 쌓여서 孤鴻抱飢鳴相及 외로운 기러기 굶주림 안고 울어대니 서로 이르네. 西隣老翁夜不寐 서쪽 이웃의 노인네 밤에 잠 오지 않아 聞雁起坐中夜泣 기러기 소리 듣고 일어나 앉아 한밤중에 우네. 年荒田畝少所收 흉년이라 밭의 소출 적어 千頃穫盡無一粒 천 이랑에서 수확한 것이 다해서 한 알갱이도 없다네. 老翁卒歲嘆無資 노인네 세밑에 돈 없음 탄식하는데 里胥催科星火急 마을의 아전은 세금 재촉하는 건 성화처럼 급하기만 해. 脫袴買鷄犁買漿 벗은 저고리로 닭을 사고 쟁기로 장을 사니 慮淺欲緩須臾殃 짧은 생각으로 잠깐의 재앙을 늦추려 한다네. 但願速死不對吏 다만 빨리 죽어 아전 대하지 않길 원하고 不願生見明年康 살아서 내년에 풍..
해설. 신역(身役) 때문에 원에 묶인 사람의 하소연 이 시는 원부(院夫)의 삶을 한 원부가 직접 진술하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다. 원(院)이란 여행자의 숙식을 위해 역과 역 사이에 설치한 시설이었다. 원은 여행자가 쉬거나 묵는 곳이므로, 거기를 중심으로 도회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각처에 원이 붙은 지명들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또한 원은 오가며 묵는 나그네들 사이에 곧잘 이야기판이 벌어지기 때문에 야담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바,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철(鄭澈)의 「새원 원주 되어」라는 시조는 원주(=院夫)의 삶을 풍류적ㆍ낭만적으로 포착한 경우다. 지금 「제심원(題深院)」은 원에 매여 있는 원부의 처지 및 원의 실정을 사실적인 필치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작중 원부의 경우 원..
심원에 쓰다 제심원(題深院) 조신(曺伸) 昨暮宿颯院 朝來深院飯 어젯밤 삽원에서 묵고 아침에 심원에 와서 밥 먹었네. 院夫久逃賦 凄凉但空館 원의 주인은 오래도록 부역을 도피하여 처량하게도 다만 빈 방이었지. 院夫夜語余 丁寧發深嘆 원의 주인이 밤에 나에게 말하는데 간곡하고도 깊이 있는 탄식이었네. 惟玆兩院殘 正坐地僻遠 “오직 이 두 곳의 원 스러져 정좌한 땅은 외지고 멀지요. 府主那得知 吏輩恣欺瞞 사또 어찌 알리오? 아전놈들 방자히 기만했다는 걸을. 萬端供力役 一身寧飽煖 여러 가지로 부역을 제공해야 하니 한 몸 어찌 배부르고 따뜻이 하겠으리오? 朝遞官文書 暮秉炬火燦 아침에 공문서 번갈아 오며 저녁에 횃불 번뜩이는 걸 잡고서 私駄及公膳 代輸山下坂 개인적인 짐과 공적 음식을 대신하여 산 아래 언덕에서 수송했어요..
농부의 말을 기록하다 기농부어(記農夫語) 김시습(金時習) 1. 장마로 토사가 채마밭 뒤덮다 去歲早旱晚霖劇 泥沒江滸深一尺 沙石塡塞卒汚萊 豐者游龍與陵舃 婦兒啼飢號路傍 路傍觀者爲歎息 ⇒해석보기 2. 혹독한 세금 독촉에 피폐한 삶 私債官租日夜督 況我難逃白丁役 一身丁役亂於麻 東侵西擾多煩酷 歲收芋栗不足支 春田采芑盈阡陌 ⇒해석보기 3. 하늘이 농사 돕질 않네 今歲于耜苗始秀 陰霾且曀經一月 麥穗生糱稻根腐 天步艱難民卼臲 八月晚秔花正繁 東北風吹秕不實 橡蠹菜蝗瓜蔓枯 飢饉連年無可活 ⇒해석보기 4. 권력가에게 빼앗긴 밭과 징집된 품꾼 我有腴田數十畝 去年已爲豪強奪 亦有壯雇服耕耘 昔年作保充軍額 赤子在左叫紛紛 交徧謫我如不聞 天門九重邃且深 欲往愬之(下缺)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목차 문제 감상하기 해설
해설. 15세기 후반 자영농민의 몰락을 다루다 한 농부가 자신의 삶이 파탄에 이른 경위를 토로한 내용이다. 농부는 작중의 주인공이면서 시적 화자=서술자다. 곧 농부의 이야기를 농부의 목소리로 듣는 방식이다. 이 농부는 원래 비옥한 농토를 상당한 정도 소유하여 건장한 일꾼을 부려서 경작하던 터였다. 그는 생활의 안정된 자영농민이었다. 그런 사람이 여지없이 치패(致敗)하게 된 까닭은, 한발(旱魃)ㆍ홍수(洪水) 등 천재가 겹친데다 역(役)의 형태로 강제된 공적수탈과 호강(豪强: 토호)에 의해 자행된 사적(私的) 수탈 때문이었다. 이 농부에게서 가진 것을 모두 박탈하고 마침내 그를 곤궁으로 밀어붙인 이런저런 현상과 사태가 구체적이고도 절박하게 서술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농부의 딱한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 그를..
4. 권력가에게 빼앗긴 밭과 징집된 품꾼 我有腴田數十畝 나는 기름진 밭 수십 이랑이 있었지만 去年已爲豪強奪 작년에 이미 권세가에게 빼앗김 당했고 亦有壯雇服耕耘 또한 건장한 품꾼 두어 김매기에 복무시켰지만 昔年作保充軍額 작년에 보인되어 군역에 충당되어 버렸네. 赤子在左叫紛紛 어린아이 왼쪽에 있어 분분하게 울부짖어 交徧謫我如不聞 돌아가면서 집안사람들이 나를 꾸짖어도 들리지 않은 듯 무시했었지. 天門九重邃且深 대궐은 구중궁궐이라 깊고도 또 깊으니 欲往愬之(下缺) 가서 그곳에 하소연하려 해도 할 수 없다네. 『梅月堂詩集』 卷之十五 인용 전문 해설
3. 하늘이 농사 돕질 않네 今歲于耜苗始秀 올해 밭을 갈아 싹이 났지만 陰霾且曀經一月 음산하게 흙비 오고 또 구름 낀 지 한 달이 흘렀네. 麥穗生糱稻根腐 보리의 이삭이 그루터기에서 났지만 벼의 뿌리는 썩었으니 天步艱難民卼臲 하늘의 행보가 어렵게 하니 백성들이 위태롭구나. 八月晚秔花正繁 8월 늦게 메벼의 꽃이 활짝 폈지만 東北風吹秕不實 동북의 바람이 불어 쭉정이도 열매 맺질 못하고 橡蠹菜蝗瓜蔓枯 상수리나무 좀 먹고 채마밭엔 메뚜기 들끓으며 넝쿨나무는 말라 飢饉連年無可活 기근이 해마다 이어지니 살 수가 없네. 인용 전문 해설
2. 혹독한 세금 독촉에 피폐한 삶 私債官租日夜督 사채와 관가의 세금 낮과 밤으로 독촉하는데 況我難逃白丁役 하물며 나는 백성의 부역도 피하기 어렵구나. 一身丁役亂於麻 한 몸 장정의 부역이 삼베보다 어지럽게 얽혀 있으니 東侵西擾多煩酷 동쪽으로 침범하고 서쪽으로 흔들어 많이 번잡하고 혹독하구나. 歲收芋栗不足支 해마다 토란과 밤 수확하나 지탱하기엔 부족하여 春田采芑盈阡陌 봄밭에서 씀바귀 캐는 사람이 두둑에 가득 하구나. 인용 전문 해설
1. 장마로 토사가 채마밭 뒤덮다 去歲早旱晚霖劇 작년에 일찍 가물었다가 늦게서야 장마 극심히더니 泥沒江滸深一尺 진흙이 강가에 무너져 쌓인 깊이가 한 자나 되었네. 沙石塡塞卒汚萊 모래와 바위가 메워 마침내 채마밭 뒤덮었으니 豐者游龍與陵舃 무성한 곳엔 너울거리는 홍초와 질경이 뿐이었네. 婦兒啼飢號路傍 아낙과 아이는 울면서 길 곁에서 부르짖으니 路傍觀者爲歎息 길가에서 보던 사람은 탄식을 했었지. 인용 전문 해설
토산 별장에서 농부의 말을 기록하다 토산촌사 록전부어(兎山村舍 錄田父語) 서거정(徐居正) 1. 척박한 땅에 겨우 일궜지만 관리의 세금 독촉은 가차없네 我家佛岩下 傍隣三四屋 地薄皆荒田 耕治半沙礫 去歲官沒田 吏胥右豪猾 貧家無立錐 空餘懸磬室 僅僅起廢丘 年荒稅不足 吏來日徵督 令嚴如火烈 剜肉未醫瘡 逃竄匿崖谷 飢火煎膓肚 顏色日黎黑 ⇒해석보기 2. 먹고 살길 막막해 땔나무 팔아봤자 採薪入山中 山中盛薪棘 家有黃犢兒 終年空復骨 䭾載亦不能 一步二顚踣 行行親負荷 兩肩赬已肉 日暮始入城 路逢隴斷客 折閱入錙銖 米貴賤估直 尙念十口在 嗷嗷待哺啜 升㪷何足論 聊以慰飢渴 歸來對妻兒 稍亦得饘粥 以此作生理 生理眞可惜 ⇒해석보기 3. 권세가와 대비되는 백성들의 삶 눈물겹네 近來豪勢家 權利到木石 籠山作柴圃 禁人之樵牧 西家採一薪 鞭韃恣流血 東家蹊..
해설. 김시습의 「기농부어(記農夫語)」과 통한다 이 작품은 농가의 삶의 고통을 그린 내용이다. 시인 자신의 시골집이 서울에서 가까운 불암산 아래 토산(兎山) 마을에 있어,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실에 의거한 것이다. 토산을 배경으로 시인의 젊은 시절에 많은 시편을 남겼거니와, 이 작품도 그중의 하나인데 농민이 수탈을 당하는 정경을 서사적 형식으로 표출한 점에서 특이하다. 김시습의 「기농부어(記農夫語)」와 제목이 유사하듯 내용이나 서술방식 또한 상통하고 있다. 물론 전개되는 서사의 내용은 똑같지 않다. 「기농부어(記農夫語)」의 등장인물은 비옥한 땅을 경작하는 비교적 부유한 농민임에 비해 토산 농부의 경우 박토(薄土)를 경작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결국 ‘호강(豪强)’에게 수탈을 당해 영락(零落)하게 되는..
3. 권세가와 대비되는 백성들의 삶 눈물겹네 近來豪勢家 權利到木石 근래의 호걸스런 권세가의 권세와 이익이 나무와 돌에까지 이르러 籠山作柴圃 禁人之樵牧 산을 에워싸며 시포 만들어 사람이 땔나무 장만하는 일과 가축 기르는 일을 금하네. 西家採一薪 鞭韃恣流血 서쪽 집에서 한 땔나무 캤다고 채찍질하여 낭자하게 피가 흐르고 東家蹊過牛 父子遭縶縛 동쪽 집에선 소가 질러갔다고 아버지와 아들 포박 당하는구나. 公然掠民財 鎌斧盡漁獵 공연히 백성이 재물을 약탈하고 낫과 도끼마저 다 약탈하죠.” 草木生山澤 天地之公物 초목은 산과 연못에서 나니 천지 공용의 사물인데도 小民獨何辜 亦不蒙其渥 하찮은 백성들만 유독 무슨 잘못으로 또한 윤택함을 입지 못하는가? 國家重貴近 尊位厚其祿 국가는 귀하고 가까운 이 중하게 여겨 벼슬을 높여주..
2. 먹고 살길 막막해 땔나무 팔아봤자 採薪入山中 山中盛薪棘 땔나무 캐러 산에 들어가지만 산엔 땔나무 가득한데 家有黃犢兒 終年空復骨 집엔 누런 송아지 있지만 한해 마치도록 굶주려 다시 뼈만 앙상. 䭾載亦不能 一步二顚踣 짐 실으려 해도 또한 할 수 없어 한 걸음에 두 번 자빠지니 行行親負荷 兩肩赬已肉 걸음걸음 친히 지게 되니 두 어깨는 붉어져 이미 살이 드러나네. 日暮始入城 路逢隴斷客 해 저물어 비로소 성곽에 들어갔는데 길에서 농단하는 나그네 만나면 折閱入錙銖 米貴賤估直 가격을 후려쳐서 푼돈 들어오니 쌀은 귀하고 품삯은 천해지지. 尙念十口在 嗷嗷待哺啜 오히려 열 식구의 입은 배고프다 아우성치며 다만 먹고 마시길 기다리는 걸 생각하자니 升㪷何足論 聊以慰飢渴 되와 말 어찌 논하리오. 하릴없이 굶주림과 갈증만을..
1. 척박한 땅에 겨우 일궜지만 관리의 세금 독촉은 가차없네 我家佛岩下 傍隣三四屋 “우리집 불암산 아래에 있어 이웃엔 3~4집뿐. 地薄皆荒田 耕治半沙礫 땅 척박해 모두 거친 밭이라 경작할 때 반절이 자갈밭인데도 去歲官沒田 吏胥右豪猾 작년에 관가가 밭을 몰수해버렸고 아전과 서리는 호활한 이들만 편들어 貧家無立錐 空餘懸磬室 가난한 집은 바늘 꽂을 곳 없이 공연히 경쇠 달린 집만 남았네. 僅僅起廢丘 年荒稅不足 근근이 버려진 언덕을 일궜지만 흉년이라 세금내기 부족한대도 吏來日徵督 令嚴如火烈 아전이 와서 날마다 징수 독촉하니 호령의 엄하기가 불같아 맹렬했지. 剜肉未醫瘡 逃竄匿崖谷 심장의 살 도려내도 등창은 낫질 않아 도피하여 벼랑과 골짜기에 숨었네. 飢火煎膓肚 顏色日黎黑 굶주림의 불이 창자와 위를 태울 듯하여 안..
주린 여인의 노래 아부행(餓婦行) 성간(成侃) 1. 두 아이와 밥 빌러 온 아낙 山門日欲暮 北風高崖裂 居人憚涸寒 閉關縮如鱉 俄有扣門聲 餓婦面深黑 乳下挾兩兒 歲暮蒙絺綌 手中無所携 不食已三日 小僮出門邊 黃薤和脫粟 兒飢兩手持 母餐不可得 推兒置坐傍 取食納諸橐 ⇒해석보기 2. 버린 두 아들은 호랑이의 밥이 되니 路邊棄兩兒 甘心與永訣 兩兒巡路啼 啼聲聽幽咽 耽耽北山虎 電光挾兩目 豎毛下山來 呑噬恣朝食 居人望見之 歎惋亦何及 嗟乎母子間 眞性爲甚切 云何飢寒餘 至使人理滅 所以究王仁 倉廩須使實 苛政猛於虎 此訓千古揭 當今朝庭煕 求理固密勿 聊陳餓婦行 寄與廟堂說 ⇒해석보기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문제 해설
해설. 자식을 유기한 어미를 보며 혹독한 정치의 이면을 그리다 이 시는 어떤 한 여인이 굶주리다 못해 두 어린 자식을 길가에 버리고 달아나서 마침내 호랑이에게 그 아이들이 잡아먹히는 끔찍한 사연을 그리고 있다. 어미가 제 자식을 유기(遺棄)한 결과 가장 참혹한 일이 발생하지만, 시인은 여자의 반인륜적 행동을 단죄하는 편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굶주림’, 거기서 모순의 초점을 잡고 있다. 정치가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리어 혹독한 정사를 폈기 때문에 끝내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근원적으로 파헤치지 못하고 현재를 ‘밝은 조정[今朝庭煕]’으로 낙관한 나머지 이런 형편을 위에 알리는 데 시인의 임무를 설정하는 것으로 그쳤다. 시의 배경..
2. 버린 두 아들은 호랑이의 밥이 되니 路邊棄兩兒 甘心與永訣 길가에 두 아이를 버리고 고심하며 함께 영원히 헤어졌네. 兩兒巡路啼 啼聲聽幽咽 두 아이는 길을 따라 우는데 우는 소리가 낮아지고 가늘어지네. 耽耽北山虎 電光挾兩目 호시탐탐하는 북산의 호랑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지닌 채 豎毛下山來 呑噬恣朝食 털을 곤두세우고 산에서 내려와 삼키고 깨물며 마음껏 아이 둘을 아침으로 먹네. 居人望見之 歎惋亦何及 마을사람은 멀찍이 바라보며 탄식하기만 할뿐 또한 어찌 할 거나? 嗟乎母子間 眞性爲甚切 아! 모자간에 자연스런 본성은 매우 간절함이 되지만 云何飢寒餘 至使人理滅 어째서 주리고 추운 나머지 사람의 도리 없애는 데에 이르렀는가? 所以究王仁 倉廩須使實 임금의 어짊을 궁구하는 까닭은 창고가 반드시 내실 있도록 해서이니..
1. 두 아이와 밥 빌러 온 아낙 山門日欲暮 北風高崖裂 산 어귀의 해 지려 하여 북풍이 높은 벼랑을 찢을 정도로 분다네. 居人憚涸寒 閉關縮如鱉 마을사람은 얼어붙는[冱] 추위를 꺼려 문 닫고 자라처럼 움츠렸네. 俄有扣門聲 餓婦面深黑 이윽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니 굶주린 아낙의 얼굴이 매우 새카맸고 乳下挾兩兒 歲暮蒙絺綌 젖 아래 두 아이 끼었는데 세밑임에도 갈포 옷만 입었으며 手中無所携 不食已三日 손엔 가진 게 없어 굶은 지 이미 사흘째라네. 小僮出門邊 黃薤和脫粟 머슴애가 문가로 나가 누런 염교에 현미밥을 섞어 줬지만 兒飢兩手持 母餐不可得 굶주린 아이 두 손으로 안고 있어 아낙은 음식을 잡을 수 없었기에 推兒置坐傍 取食納諸橐 아이를 밀어두고 곁에 앉아 음식 취해 전대에 넣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낭만적 스케치로 그린 삶에 반영된 심각한 현실 이 시는 한 인간의 딱한 신세를 그린 내용이다. 작중 주인공은 70줄의 노인인데, 병졸로 나갔다가 흰머리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고향 땅은 돌아온 그에게 쓸쓸하기만 하여, 늙어빠진 몸으로 자신의 생계를 위해 외로이 밭을 갈아야 했다. 시는 이 노인이 돌밭을 갈다가 소발굽이 빠져 밭머리에 나앉아 한숨 내쉬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그 자리서 끝냊는다. 그가 작중의 화자가 되어 자기 신세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방식인데, 작중에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시인이 그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셈이다. 시의 서장은 “밭둑에 봄풀이 푸릇푸릇 산꿩은 쌍쌍이 나는데[隴草萋萋雉雙飛]”로 희망과 화기에 넘치다가 결구로 가서는 “지금 밭머리에 넋을 잃고 앉았으나 홀로 애간장이 ..
노인의 노래 노인행(老人行) 성간(成侃) 隴草萋萋雉雙飛 언덕의 풀 우거졌고 꿩은 쌍쌍이 나는데 隴邊老人長嘆息 언덕 가의 노인은 길게 탄식하네. 自道余生年七十 노인이 스스로 말하네. “내가 태어난 지 일흔 해 手脚凍皴面深黑 손발은 동상 걸려 텄고 얼굴은 까맣게 탔었네. 男婚女嫁知幾時 사내는 장가가고 계집은 시집가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장가갈 줄 알았겠는가? 短衣襤幓纔過膝 홑옷과 누더기 옷은 겨우 무릎을 가린다오. 前年召募度黃沙 예전에 징집되어 누런 사막(변방) 건넜는데 萬死歸來鬢如雪 만 번 죽을 뻔하다가 돌아오니 귀밑털은 눈 같이 세었다네. 今年把鋤事耕耨 올해 호미 잡고 밭 갈아 김매는 일을 하려는데 石田䂽确牛蹄脫 돌밭엔 자갈이 많아서 쇠발굽은 벗겨졌다네. 牛蹄脫知奈何 쇠발굽 벗겨지는데 어찌할 줄 알거나?..
총론: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임형택 1. 한시에 있어서 서정시와 서사시 나는 성간(成侃, 1427~1456)ㆍ김시습(金時習, 1435~1493)에서 이건창(李建昌, 1852~1898)ㆍ황현(黃玹, 1855~1910)까지 장시 104/122제(題)【이 총설은 1992년 초판에 붙인 전체의 해설 논문을 전재한 것이다. 작품이 증보되긴 했으나 내용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총설을 다시 쓸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다만 작품의 변수가 총 104편에서 122편으로, 또한 각 부별로도 증가되었기 때문에 수치의 변화를 표시하였다】를 뽑아 책을 엮는다. 한시로서 서사성이 담긴 작품을 채취한 것이다. 책 이름을 ‘이조시대 서사시’라 한다. 우리의 문학사에서 서사한시는, 현실주의의 발전으로 형성된 동시에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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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캐러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연 상율가(橡栗歌) 윤여형(尹汝衡) 도토리의 특징 橡栗橡栗栗非栗 誰以橡栗爲之名 味苦於荼色如炭 療飢未必輸黃精 도토리 캐는 고통의 현장 속으로 村家父老裹糇糧 曉起趁取雄雞聲 陟彼崔嵬一萬仞 捫蘿日與猿狖爭 崇朝掇拾不盈筐 兩股束縛飢膓鳴 天寒日暮宿空谷 燒桂燃松煮溪蔌 夜深霜露滿皎肌 男呻女吟苦悽咽 권세가들의 가렴주구에 마을을 비우네 試向村家問老農 老農丁寧爲予說 近來權勢奪民田 標以山川作公案 或於一田田主多 徵後還徵無閒斷 或罹水旱年不登 塲圃年深草蕭索 剝膚槌髓掃地空 官家租稅奚由出 壯者散之知幾千 老弱獨守懸磬室 未忍將身轉溝壑 空巷登山拾橡栗 시골 늙은이의 피로 만들어진 부잣집 밥상 其言悽惋略而盡 聽終辭絶心如噎 君不見 侯家一日食萬錢 珍羞星羅五鼎列 馭吏沉酒吐錦茵 肥馬厭穀鳴金埒 焉知彼美盤上餐 盡是村翁眼底..
198. 대규파금(戴逵破琴) (150) 晉書 戴逵字安道 譙國人. 少博學善屬文 能鼓琴 工書畵. 其餘巧藝 靡不畢綜. 武陵王晞聞其善鼓琴 使人召之. 逵對使者 破琴曰 戴安道不爲王門伶人. 晞怒引其兄述. 述欣然擁琴而往. 後累召不起.
197. 고개단청(顧愷丹靑) (149) 晉顧愷之字長康 晉陵無錫人. 博學有才氣. 好諧謔. 人多愛狎之. 每食甘蔗 常自尾至本. 人或怪之. 云 漸入佳境. 尤善丹靑 圖寫特妙. 嘗以一廚畵糊題其前 寄桓玄. 皆其所珍惜者. 玄發其廚後 竊其畵而緘閉如舊還之 紿云未開. 愷之見封題如初 直云 妙畵通靈 變化而去 亦猶人之登仙. 了無怪色. 其矜伐過實. 少年因相稱譽 以爲戱弄. 初在桓溫府 嘗云 愷之體中癡黠各半. 合而論之 正得平耳. 故俗傳愷之有三絶. 才絶‧畵絶‧癡絶. 終散騎侍郞.
공물로 바치기 위해 목숨 거는 백성들의 노래 석이(石耳) 이헌경(李獻慶) 산문. 공물로 바치라 하기에 백성이 걸고 따는 구나 ○ 石耳, 玄色細皺, 品味淸淡, 蔬菜之良者也. 生於石崖嶄絶之上, 山民採者, 以長繩繫兜子, 乘之以上下如繘井然, 綆絶落崖而死者亦往往有之云. 噉之非如芻豢之味, 貨之不過錐刀之利, 而長吏責其供, 貧民要其直, 以危其性命, 悲夫! ⇒해석보기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목숨도 아끼지 않는구나 石氣本淸冷 溜雨亦生耳 不類白碧苔 頗似黲玄綺 採摘供盤實 淡味還軟美 峩峩千仞壁 鼯猱亦窮技 斲人出奇巧 脩綆繫兜子 倒垂入玄牝 黃泉在尺咫 牽挽上高頂 靑天可憑倚 剝剝復啄啄 辛苦巖崖裏 終朝不盈籃 落日悲歌起 性命若秋毫 十往有一死 牛腰載之去 揚揚適城市 收得一囊錢 歸來渾室喜 乘危却忘愁 獲利翻自侈 何如農圃翁 安坐以卒齒 哀哉世間人 ..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목숨도 아끼지 않는구나 石氣本淸冷 溜雨亦生耳 바위의 기운은 본래 맑고도 찬데 떨어지는 비에 또한 버섯이 나지. 不類白碧苔 頗似黲玄綺 희고 푸른 이끼와 같진 않지만 매우 검푸른 비단과는 유사하네. 採摘供盤實 淡味還軟美 캐어 소반에 담으니 담백한 맛이 도리어 연하고도 훌륭하지. 峩峩千仞壁 鼯猱亦窮技 깎아지른 천 길이의 절벽이라 날다람쥐와 원숭이도 재주를 다해야만 하네. 斲人出奇巧 脩綆繫兜子 나무꾼이 기이한 계교 내어 긴 끈으로 의자를 묶어 倒垂入玄牝 黃泉在尺咫 뒤집어져서 골짜기로 들어가면 황천이 지척에 있고. 牽挽上高頂 靑天可憑倚 줄을 끌어당겨 정상에 오르면 푸른 하늘 기댈 만하네. 剝剝復啄啄 辛苦巖崖裏 긁어내고 쪼아내니 벼랑 속에서 죽을 고생을 한다네. 終朝不盈籃 落日悲歌起 아침이 ..
산문. 공물로 바치라 하기에 백성이 걸고 따는 구나 ○ 石耳, 玄色細皺, 品味淸淡, 蔬菜之良者也. 生於石崖嶄絶之上, 山民採者, 以長繩繫兜子, 乘之以上下如繘井然, 綆絶落崖而死者亦往往有之云. 噉之非如芻豢之味, 貨之不過錐刀之利, 而長吏責其供, 貧民要其直, 以危其性命, 悲夫! 해석 ○ 石耳, 玄色細皺, 석이는 검은색에 가는 주름이 있고 品味淸淡, 蔬菜之良者也. 풍미는 맑고 담백하니 채소 중 좋은 것이다. 生於石崖嶄絶之上, 山民採者, 바위 벼랑과 가파른 절벽 위에서 자라 산촌 백성으로 캐려는 사람은 以長繩繫兜子, 乘之以上下如繘井然, 긴 끈으로 두레박을 묶어 그걸 타고 오르내리니 우물의 두레박 같아 綆絶落崖而死者亦往往有之云. 줄이 끊어져 벼랑에 떨어져 죽은 사람이 또한 이따금 있다고 한다. 噉之非如芻豢之味, 貨之不..
병사 차출에 가슴 미어지지만 지휘관이 그들을 잘 건사할 테니 걱정마시라신안리(新安吏) 두보(杜甫) 客行新安道 喧呼聞點兵 객행신안도 훤호문점병 借問新安吏 縣小更無丁 차문신안리 현소갱무정 府帖昨夜下 次選中男行 부첩작야하 차선중남행 中男絶短小 何以守王城 중남절단소 하이수왕성 肥男有母送 瘦男獨伶俜 비남유모송 수남독령빙 白水暮東流 靑山猶哭聲 백수모동류 청산유곡성 莫自使眼枯 收汝淚縱橫 막자사안고 수여루종횡 眼枯却見骨 天地終無情 안고각견골 천지종무정 我軍收相州 日夕望其平 아군수상주 일석망기평 豈意賊難料 歸軍星散營 기의적난료 귀군성산영 就糧近故壘 練卒依舊京 취량근고루 연졸의구경 掘壕不到水 牧馬役亦輕 굴호부도수 목마역역경 況乃王師順 撫養甚分明 황내왕사순 무양심분명 送行勿泣血 僕射如父兄 송행물읍혈 복사여부형 해석客行新安道..
관문 방어의 지휘관이여 잘 지켜 오랑캐 걱정없게 해주오동관리(潼關吏) 두보(杜甫) 士卒何草草 築城潼關道 사졸하초초 축성동관도 大城鐵不如 小城萬丈餘 대성철불여 소성만장여 借問潼關吏 修關還備胡 차문동관리 수관환비호 要我下馬行 爲我指山隅 요아하마행 위아지산우 連雲列戰格 飛鳥不能踰 연운열전격 비조불능유 胡來但自守 豈復憂西部 호래단자수 기부우서부 丈人視要處 窄狹容單車 장인시요처 착협용단거 艱難奮長戟 千古用一夫 간난분장극 천고용일부 哀哉桃林戰 百萬化爲魚 애재도림전 백만화위어 請囑防關將 愼勿學哥舒 청촉방관장 신물학가서 해석士卒何草草 築城潼關道 병사들 얼마나 바쁜지【초초(草草): 부사-간략하게. 대강대강. 허둥지둥. 적당히. / 형용사-걱정하는 모양. 불안한 모양. 바쁜 모양. / 명사-편지 끝에 붙여 겸양을 나타내는..
달천장군을 돕던 물고기들 지금도 있구나 연평행(延平行) 이건창(李建昌) 1. 달천장군을 돕던 물고기도 아직도 있네 睡鴨山南龍媒西 大小延平高復低 海天萬里靑一色 便風直踔無燕齊 達川將軍眞勇者 手持一劍睨天下 謀疎事敗脫身亡 猶能使船如使馬 陽侯海若感其義 特出嘉魚爲相饋 將軍一去二百年 此魚至今留此地 鱗光出水金的爍 箇箇首中俱有石 鱻不可論薧更美 鮸鯔雖大珍難敵 ⇒해석보기 2. 만선(滿船)의 행복 五兩高帆舸峩艑 張網勢若雲垂天 有物驅魚魚不覺 凄風驟急輕雷闐 擧網百夫聲呼耶 拾魚如芥積如沙 舟重人歡畫皷發 皷聲漸高客還家 家中少婦春夢驚 手挽雲髻出門迎 海風黧面腥逆鼻 抱郞但道郞更媚 ⇒해석보기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해설
[1~2]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一環者, 某尙書家豪奴也. 藉尙書威勢, 某年間率無賴人, 乘夜突入某州良民家, 奪取其女而去. 其女之父母兄弟, 不能跡其後, 其事大泄, 女家遂告于某州, 逮捕其黨, 將置之重律矣. 某尙書乃敎一環援引其女家比隣人, 諉以首謀, 事遂大解. 其人卞白百端, 官皆掩置其事, 以此乃減死定配. 及配, 某尙書乃一環姪成福, 易名而代之. 數年後尙書家呈一環物故狀於某州, 州命該리及同配人ㅡ 檢屍于配所之地, 及其檢屍還州, 吏又以易名者死爲報. 太守爲之嗟歎良久曰: “㉠此若先彼而死, 可除檢屍之弊.” 置之而不報. 痛矣哉! 太守乃尙書一家人也. 吁! 此實由法網解弛而然耶? 抑聖代深仁厚澤之所及而然耶? 吾不可知也. 或曰: “上古亦或有之, 而史氏不書乎.” 或者之言, ㉡大不然, 其有激於憤世而發乎哉. 遂書顚末, 以示後人云爾. -..
남녀의 애정담을 담은 민요를 한시로 표현하다 황주염곡(黃州艶曲) 허균(許筠) 1 上有正方山 下有簇錦溪 寧作倡家婦 莫作商人妻 2 商人江上去 八月以爲期 重陽今已過 酒熟爾何遲 3 花娥耽晝睡 鶴娥耽夜行 相逢連晝夜 何處見儂情 4 儂愛雙頭蓮 郞愛相思子 不如去浣紗 行人在溪水 ⇒해석보기 5 夜登太虛樓 潛邀好門子 却有上尊來 誰人敎至此 許穎陽使本國 改廣遠樓 名曰太虛樓也 上尊 卽戶長吏名也 6 璀璨成都錦 花間蛺蝶飛 與儂償一宿 裁作舞時衣 7 節使年年返 逢郞意更長 若無平壤妓 紈素可盈箱 8 半夜踰窓入 黃紬濃宿香 勸君莫打鴨 打鴨驚鴛鴦 -「惺所覆瓿稿」 卷之一 ⇒해석보기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해설
운암에서 왜적을 격파한 양대박의 그림에 쓴 시 운암파왜도가(雲巖破倭圖歌) 유득공(柳得恭) 시를 짓게 된 연유 梁靑溪大樸 萬曆壬辰 以義兵將破倭於雲巖之野 後孫參議周翊作圖請歌 ⇒해석보기 1000명도 안 되는 의병으로 운암에서 왜놈을 격파한 양대박 장군 雲巖樹色蓊若雲 石棧縈紆路微分 谷口長川流渙渙 亂石疑是鳧雁羣 倭燐爍爍飛艸末 倭鬼咿嚘山日曛 破倭者誰梁將軍 將軍帶方之烈士 寶刀千金馬千里 灑泣艸檄風雨生 破家養士熊虎似 倭子午爨幽箐間 支鐺滌甌聚沙灣 三郞五郞左衛門 箇箇衣錦棊子斑 有閃鏡者蝶舞翾 有搖扇者鳥語𠴨 怪哉或著銅假面 如鬼如媼醜且姦 將軍望見不勝怒 大呼而馳大刀舞 金鼓齊鳴伏盡發 試看山背戢戢㫌旗竪 我矢蔽天如飛蝗 倭將翻身飮白羽 倭兵躡屩踉蹌奔 拋槍拖劒如崩堵 艸薙禽獮蕩無垠 雲巖之野至今但烟莾 試問古來征倭之將誰最賢 中朝戚少保 狼筅蠻牌鍊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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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캐러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연 상율가(橡栗歌) 윤여형(尹汝衡) 시골 늙은이의 피로 만들어진 부잣집 밥상 其言悽惋略而盡 聽終辭絶心如噎 君不見 侯家一日食萬錢 珍羞星羅五鼎列 馭吏沉酒吐錦茵 肥馬厭穀鳴金埒 焉知彼美盤上餐 盡是村翁眼底血 『東文選』 卷之七 해석 其言悽惋略而盡 기언처완략이진 그 말이 서글프고 간략하지만 다하여 聽終辭絶心如噎 청종사절심여일 듣길 마치고 말이 끝나자 마음이 울적해졌네. 君不見侯家一日食萬錢 군불견후가일일식만전 그대 보지 못했나. 공후의 집은 하루에 만전을 먹어치우는데 珍羞星羅五鼎列 진수성라오정렬 진수성찬이 별처럼 벌려 있고 다섯 솥이 널려 있으며 馭吏沉酒吐錦茵 어리침주토금인 부리는 하인도 고주망태되어 금빛 자리에 토하고 肥馬厭穀鳴金埒 비마염곡명금랄 살찐 말도 곡식에 배불러 황금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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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캐러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연 상율가(橡栗歌) 윤여형(尹汝衡) 권세가들의 가렴주구에 마을을 비우네 試向村家問老農 老農丁寧爲予說 近來權勢奪民田 標以山川作公案 或於一田田主多 徵後還徵無閒斷 或罹水旱年不登 塲圃年深草蕭索 剝膚槌髓掃地空 官家租稅奚由出 壯者散之知幾千 老弱獨守懸磬室 未忍將身轉溝壑 空巷登山拾橡栗 해석 試向村家問老農 시향촌가문로농 시험삼아 시골에 가서 늙은 농부에게 물어보니 老農丁寧爲予說 로농정녕위여설 늙은 농부가 간곡히 나를 위해 말하네. 近來權勢奪民田 근래권세탈민전 “근래에 권세가가 백성의 밭을 빼앗아 標以山川作公案 표이산천작공안 산천에 표시하고서 공문서 만들었죠. 或於一田田主多 혹어일전전주다 혹 하나의 밭에 밭 주인이 많으면 徵後還徵無閒斷 징후환징무한단 징수한 후에도 다시 징수하여 쉴 새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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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캐러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연 상율가(橡栗歌) 윤여형(尹汝衡) 도토리 캐는 고통의 현장 속으로 村家父老裹糇糧 曉起趁取雄雞聲 陟彼崔嵬一萬仞 捫蘿日與猿狖爭 崇朝掇拾不盈筐 兩股束縛飢膓鳴 天寒日暮宿空谷 燒桂燃松煮溪蔌 夜深霜露滿皎肌 男呻女吟苦悽咽 해석 村家父老裹糇糧 촌가부로과후량 시골 어르신들이 마른 밥 싸서 曉起趁取雄雞聲 효기진취웅계성 새벽에 씩씩한 수탉 소리에 일어나 주우러 가네. 陟彼崔嵬一萬仞 척피최외일만인 저 벼랑 일만 길에 올라 捫蘿日與猿狖爭 문라일여원유쟁 덩굴 어루만지며 날마다 원숭이와 다투네. 崇朝掇拾不盈筐 숭조철습불영광 아침 끝마치도록 주운 것이 한 광주리 채우지 못하고 兩股束縛飢膓鳴 량고속박기장명 두 다리는 묶은 듯 저리고 주린 창자에선 소리나지. 天寒日暮宿空谷 천한일모숙공곡 날은 춥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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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캐러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연 상율가(橡栗歌) 윤여형(尹汝衡) 도토리의 특징 橡栗橡栗栗非栗 誰以橡栗爲之名 味苦於荼色如炭 療飢未必輸黃精 해석 橡栗橡栗栗非栗 상률상률률비률 도토리, 도토리는 밤이면서도 밤이 아닌데 誰以橡栗爲之名 수이상률위지명 누가 도토리를 그렇게 이름 지었나? 味苦於荼色如炭 미고어도색여탄 맛은 씀바귀보다 쓰고 색은 숯 같지만 療飢未必輸黃精 료기미필수황정 굶주림 낫게 하기엔 반드시 황정(黃精)【황정(黃精): 땅의 정기를 받아서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다년생 초본(草本)의 약초 이름이다.】보다지지 않네. 해설 이 시는 당시 농민의 실정(實情)을 사실대로 잘 그려 놓은 시로, 이 부분은 도톨밤의 모양ㆍ맛ㆍ쓰임새 등을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는 단락이다. 매우 서민적이고 친근감이 가도록 그려..
山有花曲(신유한) 山有花曲者 一善烈婦香娘之怨歌也 香娘見絶於其夫 還家而父母不在 其叔欲令改嫁 則泣而道不可 自沉於洛東江 江上峻坂 有吉先生表節砥柱中流碑 娘之死也 與采春儕女 相遇於碑下 作山有花曲 使春女歌之 歌竟而赴水 卽今江畔兒慣唱山有花 聲甚悽惋 其後漢京崔君士集記其事精甚 爲作山有花女歌 宛轉麗都 怨而不怒 陽陽乎美矣 余覩其辭 實藉采薪女口語 以叙香娘之思 與漢孔雀東南飛行相表裡 而香娘遺曲 但在郊童齒頰間 人不得采其章句 甚慨也 娘素賤不解文藻 其爲此曲 只因巷俚之嘔啞而發其端莊專精之天 余又悲之 遂復用其意而文其辭 竊自幾於漢樂府九章蘼蕪之怨 而爲山有花九歌 是曲也不敢曰有合於古 而後之采風於江南者 將亦有以香娘怨曲 得而陳之矣 1 童童木蘭花 亦在南山土 南山高無極 黃雀那得度 十里一徘徊 五里一反顧 浮雲行冉冉 迫此西山暮 念與君離別 泣涕零如雨 故鄕不可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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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서 싸우며 전성남(戰城南) 이백(李白) 去年戰 桑乾源 今年戰 蔥河道 洗兵條支海上波 放馬天山雪中草 萬里長征戰 三軍盡衰老 匈奴以殺戮爲耕作 古來唯見白骨黃沙田 秦家築城避胡處 漢家還有烽火燃 烽火燃不息 征戰無已時 野戰格鬪死 敗馬號鳴向天悲 鳥鳶啄人腸 銜飛上掛枯樹枝 士卒塗草莽 將軍空爾爲 乃知兵者是凶器 聖人不得已而用之 해석 去年戰 桑乾源 거년전 상건원 작년엔 상건수의 언덕에서 싸웠고 今年戰 蔥河道 금년전 총하도 올핸 총령하의 길에서 싸웠네. 洗兵條支海上波 세병조지해상파 병기는 조지국【條支: 옛날 나라 이름으로 서해에 임(臨)하였다고 함】의 바닷가 바도에 씻었고 放馬天山雪中草 방마천산설중초 말은 천산【천산(天山): 기련산(祁連山)으로, 감숙성(甘肅省) 청해(靑海)에 있는 산인데, 후대에는 흔히 오랑캐 지역에 있는 높..
臘月九日行(役) 人生每多事 驪州纔數日 復此臘月役 溯北寒凜栗 山川慘滿目 丈雪沒馬膝 淸朝發廣峴 風頭過箭疾 掩面伏馬背 飛冠屢見失 僕夫臥道周 口强聲不出 下馬一步步 氣直恒欲窒 行人立相視 面面氷作室 回頭宿處遠 却望前嶺崒 十里始逢店 望門投一一 索火炙四體 移時解縮瑟 主媼怪我行 千金胡不恤 今朝李夫峙 凍殺幾六七 生世七十年 最見今冬凓 我聞主媼言 中心多愧㥾 衣食不遑處 婚嫁苦未畢 垂老犯寒暑 傷生事難述 朱門有今日 苦寒豈盡悉 貂裘白炭紅 洞房重屛密 受命有賢愚 居世異勞佚 夜卧念寒乞 惻然心內怵 赤身啼波沱 餘飯見訶叱 寄宿人簷下 終夜雪風飋 持我今比汝 又覺體暖逸 『石北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