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단재학교 (224)
건빵이랑 놀자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단재학교는 여름 시즌에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가곤 한다. 놀러 가는 걸 누군가는 ‘시간 뺐어가면서 잘 하는 짓이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여행을 시간낭비로 보는 문화, 그리고 누군가 하는 여행조차도 멸시하는 기류가 있다. ‘또 놀려구?’라는 말 2009년에 혼자서 목포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했었다. 그때에도 몇몇 어른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분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앞뒤 따질 것 없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차도 있는데 뭐 하러 걸어 다녀.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여유부리기 전에 고추라도 한 군데 더 심겠구만.”이라는 말로 힐난하기도 했다. ▲ 국토종단을 할 때..
목차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2. 산에 오르는 이유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한 아이의 불퉁거림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다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무엇이든 뚫지 못하랴 5. 당연함이란 없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의 함정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호국사에서 나와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그 아이가 ‘힘들어요’라며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천천히 걷다가 끝나는 식이었으니, 이제야 제대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이다. ▲ 지리산 종주를 갔었던 그 때, 그 느낌을 이번에 검단산을 오르며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지리산 종주 이후 최초의 등산다운 등산을 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2.6㎞라고 쓰여 있더라. 지리산을 종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지와 달리 산에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평지엔 4㎞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 산에선 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6㎞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1시간 정도 잡아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
7. 하류가 되려하다 승태쌤이 ‘가고 싶은 사람만 정상까지 가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자, 평상에 누워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제안에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 승태쌤의 제안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안 하는 건, 모두 해선 안 돼 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오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와 그 아이만 혼자 남길 수 없다며 함께 남겠다고 자진한 아이, 그리고 승태쌤만이 호국사에 남았을 것이고,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정상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부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는..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며 나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점심을 먹고 평상에 가만히 있으니,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절로 나른해진다.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극적이면서 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옆에 보게 되니,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때 명확하게 알게 된 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굳어져서 결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각은 아니며, 주위 사람들이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대..
5. 당연함이란 없다 호국사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들도 저마다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규빈이는 요즘 들어 ‘아인’이란 애니메이션에 꽂혀 있는지, 그걸 모두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소마츠상おそ松さん’이란 애니만 보며 시리즈를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열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인’이란 애니까지 섭렵하여 추천해준 것이다. 이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통달할 기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민이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민석이는 오버워치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읽고 있었으며, 현세는 규빈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지도를 꼼꼼히 찾아보며 가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 우린 등산객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 그러면 진입로로 알아서 가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버스엔 등산복을 입고 탄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우린 그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옆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청계산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하듯이 이곳도 아웃도어 매장이 많더라.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학생이 “감기도 된통 걸린 데다가, 다리까지 아프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트래킹을 간다고 나오려 하니 엄마가..
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차 1. 늦지 않던 민석이가 늦은 이유 한 달 만에 트래킹을 가다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합니다 2. 험난한 남한산성 가는 길 모임시간에 늦는 아이들에게 고함 9번 버스는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트? 3. 남한산성에서 여유를 부리다 맛살 하나를 먹어도 행복하던 시절의 이야기 밀림을 헤치고 국청사로 산책가다 4. 탈출작전과 유쾌한 점심시간 태기와 성민이의 남한산성 탈출 아이들이 고기만 좋아하나, 배고플 땐 아니거든 5. 남한산 계곡에서 열정을 불사르다 남한산 계곡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똘끼를 종점에 가득 채우다 6. 남한산성의 계곡에서 열정을 불사르다 남한산에서 뜻하지 않게 인디아나존스를 연출하다 남한산 계곡에서 노닐다 마지막까지도 긴장을 풀 수 없던 남한산 트래킹 인용 여행 사진
6. 남한산성의 계곡에서 열정을 불사르다 버스를 타고 ‘오전리 마을회관’에서 내려서 근처에 계신 분에게 “계곡으로 가려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승태쌤이 물어보니, 1㎞를 걸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 인디아나존스처럼, 도보여행하는 사람처럼 걷기. 남한산에서 뜻하지 않게 인디아나존스를 연출하다 그래서 우린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이곳에서 걷는다는 건 여러모로 위험했다. 인도도 거의 없을뿐더러, 차들도 꽤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군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걷기 시작한다. 수풀을 헤치고 차를 피하며 비포장도로로 걷는 그 모습은 흡사 오지를 탐험하던 ‘인디아나존스’ 같은 느낌이었다. 비문명 세계를 탐험하던 인디아나존스와 비문명과 문명의 경계를 걷는 우리의 모습이 ..
5. 남한산 계곡으로 가는 길 아주 배부르게 밥을 먹고 계곡으로 가기 위해 산성로터리로 이동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나 싶게 종점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나들이를 온 사람들까지 꽤 많은 사람이 있었다. ▲ 버스를 타러 종점에 왔다. 덥지만 사람들은 어디를 가려는지 많다. 남한산 계곡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초이쌤이 계곡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며 “걸어서 가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사님에게 계곡이 좋은 곳에 내려 달라고 하면 거기서 내려주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당연히 오늘 경로는 초이쌤이 잘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버스를 탈 준비를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1시간 정도면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었다..
4. 탈출작전과 유쾌한 점심시간 국청사에 도착해선 아이들은 들어가지 않고 정문 앞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때 태기는 이곳에 자주 와봤는지 “이곳에서 저희 집이 정말 가까워요. 열심히 걸어가면 바로 집으로 갈 수 있다니깐요”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 말은 진짜였다. 태기네 집은 마천역 근처이니, 이곳에서 열심히 걸어가면 1시간 30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사는 성민이에게 얘기해서 지금 바로 열심히 걸어서 집에 가자고 하더라. ▲ 절에 들어가지 않고 걸터앉았고, 태기와 성민이는 집 근처라며 외치기 시작한다. 태기와 성민이의 남한산성 탈출 태기와 성민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은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아이가 밝아지고, 긍정적이 된다는 말이..
3. 남한산성에서 여유를 부리다 9번 버스를 산성역에서 타고 남한산성 종점까지 달렸다.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트를 타듯 위태롭게 20분 정도를 달리고 달려 도착했다. ▲ 드디어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맛살 하나를 먹어도 행복하던 시절의 이야기 종점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다. 아직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기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주위를 돌아다니길 바랐다. 하지만 몇몇의 아이들은 바로 편의점에 들어가서 간식을 사기 시작했고, 몇몇은 파라솔의 그늘 속으로 숨어들었다. 아이들은 그냥 이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점심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았다. 민석이와 현세, 태기, 성민이가 편의점에 들어가 간식거리를 샀다. 이때 성민이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며 8개가 들어 있는 맛살을 산 ..
2. 험난한 남한산성 가는 길 지훈이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혀 받지 않는다. ‘오늘은 나오지 않으려 아예 맘을 먹었나 보다’고 판단을 하여 우리끼리 출발하기로 했다. 2번 출구로 나가 버스정류장에 섰다. 시간이 간당간당하다. 아침 7부터 저녁 9시까지 ▲ 9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모임시간에 늦는 아이들에게 고함 는 30분 안에 환승을 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미 시간은 10시 26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산성역의 개찰구를 나올 때가 몇 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9시 57~58분 사이였을 것이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환승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요금을 두 번 내야할 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늦는 사람 탓에 먼저 온 사람만 피해를 입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다행..
1. 늦지 않던 민석이가 늦은 이유 정말 오랜만에 트래킹을 가는 느낌이다. ▲ 산성역에서 개찰구로 올라가는 길. 경사가 아주 심하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곳에 만들어진 걸까?(심도 55.4M로 두번째로 깊은 역이란다) 한 달 만에 트래킹을 가다 1월과 2월엔 트래킹을 하지 않았다. 단재학교는 매년 2월에 개학을 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1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했고, 그에 따라 1월과 2월은 워밍업을 하는 기간으로 계획했다. 그래서 1월에 개학하자마자 개학여행으로 2박3일 동안 스키장을 다녀왔고, 2월엔 ‘학생이 만드는 학교’라는 테마로 학생들이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어 한 달 동안 진행했다. ▲ 2월에 함께 진행된 학교 도배하기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힘을 모아 도배를 했고 학교는 훨씬 산뜻해졌다. 이런 이..
목차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여유는 찾아야 하는 것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비겁한 변명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상현이의 트래킹 합류,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도 충분하다 하늘공원에서 평화의 공원으로 장소가 변경된 사연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 1차전, 승부욕이 만든 밸런스 붕괴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민석이가 치우는 것과 현세가 치우는 것의 차이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밥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소화도 시킬 겸 돗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유롭게 활동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있다는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 함께 밥을 먹고 2차전을 시작한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결과? 드디어 1시부터 런닝맨 2차전이 시작됐다. 태기는 1차전에서 시작과 동시에 아무런 수확도 없이 허무하게 이름표를 떼인 전적이 있기에, 이번엔 최대한 신중하게 상대팀에 접근했다. 이미 정훈이와는 힘으로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인지, 이번 타겟은 상현이로 정했다. 그래서 상현이에게 여러 번 달려들지만, 상현인 아주 날렵하게 위기상황을 벗어나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때 규빈이와 민석이는 협공작..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런닝맨 1차전에서 단재학교의 꾹이인 정훈이가 분발함으로 규빈팀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이렇게만 본다면, 2차전도 불을 보듯 결과가 뻔할 것만 같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수만 가지 변수와 예측불허한 상황이 있으니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든지 해봐야 안다. ▲ 1차전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지훈이가 분발함으로 밸런스는 붕괴됐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런닝맨 1차전이 끝나며 배가 고파진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점심을 싸온 지민이와 규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침에 홈플러스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사왔기에 그걸 함께 먹으면 된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점심은 배가 ..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이미 평화의 공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더라. 어린이대공원과는 달리 대부분은 소풍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우린 난지연못을 지나 평화의 공원 안쪽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 회장 지민이의 사회로 진행되는 트래킹 회의.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은 3판 2선승제로 시작했다. 팀은 저번에 회의를 할 때 지민이와 규빈이가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사람씩 데려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민이네 팀은 정훈, 상현, 성민이가 정해졌으며, 규빈이네 팀은 민석, 현세, 태기가 정해졌다. 솔직히 이 게임에서 이긴다고 해서 뭔가 혜택이 있다거나 선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것 없이도 ‘호모루덴스’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고,..
3. 하늘공원이 아닌 평화의 공원에 가다 10시에 월드컵경기장역에 모이기로 했다. 단재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50분까지인데, 그 시간에 잘 맞춰 나오는 아이들은 어딜 가든지 늦을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밖에서 모일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의 시간이 귀한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귀하고, 내 시간이 아까운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아까울 텐데, 매번 이러니 이해도 안 될뿐더러,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아이들은 흔히 시간 자체를 문제 삼곤 한다. 이를 테면 “8시 50분에 맞추려니 너무도 이른 시간이라 지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30분만 늦춰주세요”라고 말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얼핏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늦는 것과 시간은 그다지 상관이 있다곤 할 수 없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단재학교 트래킹은 떠날 때마다 컨셉을 정하고 가는 편이다. 통인시장 트래킹은 엽전으로 음식을 사먹는 체험을 해보고, 한옥마을을 둘러보자는 컨셉으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맘껏 놀고 오자는 컨셉으로, 어린이 대공원 트래킹은 봄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보자는 컨셉으로 떠났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그렇다면 이번 하늘공원 트래킹의 컨셉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할 때는 하늘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자,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출발지점에서 출발하여 올라가 정상에서 함께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런닝맨’으로 결정되었다. 초이쌤이 의견을 냈을 때, 아이들도 모두 찬성을 하여 바로 결정된 것이다. 런닝맨은 별다른 준비를 하..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4월은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저번에 어린이대공원에 트래킹을 갔을 때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벚꽃이 서서히 떨어지는 운치를 감상하는 모습을 봤다. 평일엔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으로선 그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을 테니 말이다. ▲ 4월의 여유를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서 삶에 대해 배운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쭉 쳐다봤다. 단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평일임에도 나들이를 나올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나이대도 엄청 다양하고 가족부터 연인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다채로운 나들이객이 있더라. 그건 곧 ‘직장이 없는 사람이나 학생들만 평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
2012년 단재학교 제주도 일주기 목차 1. 용두암→산방산(56.71km) 민석이의 첫 비행에 대한 부담 승환이의 펑크로 자전거를 바꿔 타다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배려심은 어디에? 2. 산방산→쇠소깍(42.98km) 용머리 해안에 가다 서귀포로 향하는 길 흘려버린 쌀, 그리고 호모루덴스 쇠소깍펜션에 도착하다 3.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근호와 규혁의 다툼 대환이의 기우 승환이의 펑크와 사라짐 4.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승환이의 자전거 펑크로 완주를 하지 못하다 동문시장에서 사온 음식으로 완주기념 파티를 하다 5. 서울로 두 대의 비행기로 나누어 타고 오게 되다 1시간 20분을 기다린 후에 서울에 도착하다 인용 여행 사진
4. 04.11.수: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 / 47.86km 오늘은 리조트의 아침을 먹는 날이다. 리조트에서 묵은 사람에겐 조식부페를 먹을 수 있는 티켓 2장을 주더라. 가위 바위 보로 먹을 한 사람을 정하게 되었고 대환이가 당첨되었다. 그 덕에 나와 대환이는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어야 했다. ▲ 소문난 잔치집에 먹잘 게 없다. 별로 먹지 않고 이것저것 한 번씩 먹어 보고 올라갔다.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이런 곳에서 아침을 먹는 건 처음이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대환이와 함께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잘 게 없다’고 딱 그 모양새였다. 뭔가 먹을 만한 게 있을 줄..
3. 04.10.화: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 / 39.59km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우천 속 자전거 여행이 되는 셈이다. 원래는 어제 저녁에 타지 못한 투명카약을 아침에 타려 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타지 못하게 되었다.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아침은 라면 5개를 끓여서 밥을 말아 먹었는데, 한창 때인 아이들답게 라면 5개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래서 몇 몇 아이들은 죽을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근호와 규혁의 다툼 근호는 아침부터 규혁이와 부딪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누구에게나 듣기 싫은 말, 상처가 되는 말이 있는데 규혁이는 자꾸 그런 말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그게 ..
2. 04.09.월: 산방산→쇠소깍(42.98km) ▲ 산방산→쇠소깍 / 42.98Km 자고 있는데 대환이가 새벽에 갑자기 깨우기 시작한다. 비몽사몽으로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자, “가슴이 꽉꽉 막혀 와요”라고 말한다. 어떤 상황인지도, 또한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심하지 않으면 자고 내일 아침에도 그러면 병원에 가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도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졌었나 보다. 용머리 해안에 가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 30분에 출발했다.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하기에, 우리는 되돌아올 폭 잡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첫 날에 비해 나름 몸이 적응되어서 인지 속도가..
1. 04.08.일: 용두암→산방산(56.71km) ▲ 용두암 하이킹→산방산 / 56.71Km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6시 20분에 뜬다. 그래서 새벽 5시에 학교 건물 1층의 패밀리 마트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른 시간 탓에 새벽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다들 바짝 긴장한 탓인지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았다. 처음엔 승태쌤만 아이들과 제주도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참여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사 한 명으론 역부족인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나까지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10월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본 경험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지 않았고, 더욱이 보조교사였기에 부담이 덜했다. ▲ 김포공항에 늦지 않게 모였다. 하지만 새벽에 뒤척이며 일어난 만큼 강행군이다. 민석이의 첫 ..
목차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미완의 숙제, 그리고 새로운 숙제 동섭쌤의 강의가 던진 숙제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2016년은 지적폐활량을 키우는 해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동파되다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백양리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린 사연 깔끔한 숙소, 하지만 비싼 음식 가격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스키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력에 따른 복장이 있을 뿐 6. 도전엔..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이제부턴 출발하며 썼던 ‘뜨거운 물이 졸졸 흐를 수 있도록 틀어놓고 나왔다. 이 작은 행동이 큰 사건을 빚어냈으니’가 무슨 사건인지 밝히도록 하겠다. 날이 어제 오후부터 대폭 풀렸기에 포근한 기운을 느끼며 집으로 간다. ‘과연 온수는 나올까?’하는 기대를 하며 빠른 속도로 걸어서 집에 간 것이다. ▲ 2박 3일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각자의 공간으로 간다. 겨울엔 자나 깨나 수도의 물조심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났고 앞엔 수증기가 자욱했다. 순간 평소의 집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화들짝 놀랐고,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판단을 하려 했다. 그랬더니 해동이 되면서 온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온수가 나오며 바깥과의 온도차이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쉽다. 어제는 스키를 타느라 힘들어서 재밌게 놀지 못했으니, 오늘만큼은 마지막 저녁을 불살라도 된다. 준영이는 야간 스키를 타고 싶다고 말했기에, 승태쌤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야간 스키를 타던지, 노래방을 가던지 하는 것으로 말이다. ▲ 노래를 열창 중인 현세와 지훈이.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들이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을 것이다. 둘째 날 저녁의 아쉬움 그러자 아이들은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준영이와 기태는 야간 스키를 타는 것으로, 그 외 나머지는 노래방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심 민석이도 야간 스키를 탈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훈이가 스키를 탈 생각이 없자 마음을 접은 듯했다. 스키팀은 12시까지 타고 돌아왔고, 노래팀은..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현세의 “저는 앞으로 살면서 몸 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어요”라는 발언은 어찌 보면 ‘못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 시절엔 몸치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다. ‘운동엔 잼병’이라 나 자신을 규정해 놓으니, 무얼 하든 빠지기 쉬웠고 그에 따라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 저녁은 제육덮밥이었다. 보드와 씨름을 한 바탕 하고 먹는 것이라, 완전 꿀맛이더라. 부족하기 때문에 안 하면, 영영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틀지어 놓으니,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주하게 되더라. 어찌 보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한계를 넘어서면 더 높은 시좌를 얻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걸 모두 거부했..
14. 현세의 도전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민석이에겐 책임감과 함께 인내심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오전 회의시간에 보인 반응은 오히려 ‘이기적이더구만’이라 오해할 만한 구석도 있었다. ▲ 오전 회의 시간의 반응은 어찌 보면 그 자리에 멈추지 말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대한 반응으로 민석이를 보다 2016학년도 단재학교의 일정을 공유하며 매달 두 번씩 봉사활동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민석이가 대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너무 자주 한다는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 민석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처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처럼 민석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으면 그..
13. 민석이의 도전 보드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라질라치면 몸이 먼저 긴장하여 알아서 넘어질 준비를 한다. 아무 준비가 없이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질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후 넘어지는 게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엣지는 뒤돌아 있는 상태이기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절로 겁이 난다. 그땐 오히려 넘어질 것을 대비하여 몸이 한껏 긴장되다보니,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때론 과감히 몸을 움직여 기술을 쓸 수 있어야 ‘아 이런 식으로 하니깐 훨씬 쉽다’고 깨달을 수 있을 텐데, 미리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럴 기회가 없다. 나는 지금 용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나의 씨름과 별개로 초보코스에서는 두 명의 사내가 각자의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분명히 둘은 함께 스키를 ..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본다. 먼저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그것에 따라 아이들은 하나씩 연습을 하며 내려가는 것이다. 강사는 아주 느린 속도로 양팔을 벌려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다가, 서서히 팔을 90도 가량 돌리며 보드의 방향을 전환하며 내려온다. ▲ 보드를 배우러 앉아 있는 사람들. 배우려는 마음이 예쁘다. 바보는 빠름을 추구하고, 실력자는 완급조절을 추구한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초급코스라 해도 경사가 꽤 되었기에 천천히 내려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는 꼭 슬로우비디오를 찍듯 아주 느린 속도로 자연스럽게 턴을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주 느린 속도’라는 거였다. 어떻게 저 경사에서 저런 속도를 낼 수..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2시간이 넘도록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점심은 떡만두라면이다. 물론 어제 저녁이었던 카레와, 아침이었던 볶음밥이 남아 있으니 배부르지 않는 사람은 그걸 먹어도 된다. 밥을 먹는 동안 눈은 거의 그쳤다. 스키장에서 눈을 본다는 건 또 다른 흥취를 불러 일으켰다. 참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들이다. ▲ 떡만두라면을 먹는 아이들. 두 번째 하면 어찌 되었든 첫 번째보다는 익숙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러 가면 된다. 어제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익히고 나니, 본격적으로 어떻게 타야 하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기태와 함께 보드 타는 동영상을 찾아봤다. 거기엔 이미 많은 영상들이 있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좀 보고 올 것을’하는 후회도 들..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어차피 ‘실패’이기에 보통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더욱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라고 결론 내리기 십상이다. ▲ 2월 3일에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잠시 쉬는 모습.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유를 누려봐야 누릴 줄 안다 실패의 경험보다 계속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더 나은 조건에서 자신의 꿈을 찾도록 하자는 논의가 바로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돼지엄마’가 극성을 부리고, ‘엄마=학습 매니저’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부모의 욕망을 대리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오전엔 2016학년도 학사일정, 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교사 없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스키를 타러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한껏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8시에 일어나기로 했기에 7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기태가 덥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찬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닿아 설잠을 자야 했다. 아침밥은 볶음밥과 미역국이다. 아이들이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초이쌤은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를 해줬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 하는 현세. 2016년 학사일정, 예술과목에서의 선택 올해 변화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보드를 슈즈에 연결하니 몸은 더욱 더 굳어져 간다. 두 발이 족쇄에 묶여 자유라도 박탈당한 마냥 힘겹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 보면 어렵게 생겼는데, 두 개의 끈만 꽉 조이면 된다. 생각보다 쉽고 편하게 되어 있다. 보드에서 일어서기 부츠를 보드에 연결할 땐 두 끈을 바짝 조이면 된다. 앵글버클과 토우버클을 당기면 꽉 조여지고, 그 안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풀리는 형식이다. 물론 이건 빌린 부츠이기에 간혹 고장 난 것들도 있어 쉽게 풀어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번 보드에 연결했다 풀었다를 반복해보니,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알겠더라. 역시 모든 건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제 보드도 연결이 되었겠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보드 타기에 도전해야 한다. 스키를 타는 아이들은 초급코스로 갔고 보드를 타는 아이들(기태, 현세, 나)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해야 했기에 연습코스로 왔다. 아주 완만한 언덕을 보드를 들고 올라간다. 보드슈즈를 보드에 묶고 푸는 방법도, 보드에서 일어서는 방법도 하나도 모르는 생초보 둘을 이끌고 기태가 앞장서서 간다. ▲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스키장의 모습. 저긴 급경사여서 그런지 탈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 육체는 타자이기에 지배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몸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연물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물을 대할 때 지성이 비로소 발동되는 것이죠”라는 우치다쌤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까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5년 전엔 모두 스키를 타는 분위기였기에 당연히 스키를 탔다. 그리고 스키를 타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보드는 좀 더 실력이 쌓여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스키는 두 발이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컨트롤하기 쉽지만, 보드는 두 발을 동시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넘어지면 일어서기도 힘들고 이동도 힘들다는 것이다. 겨우 스키장에 두 번 와봤기 때문에 보드를 탄다는 건 언감생심이라 생각했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꼴’이라고만 생각해서 이때도 스키를 타려 했다. 두 번째 스키장 방문에 보드를 타게 된 사연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여러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으면 갈등하게 마련이다. 한 사람에게 듣는 거야 ‘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여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겨울방학 동안에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받으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개학을 했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이 날엔 처음으로 보드를 타기에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등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 숙소에서 잠시 쉬며 티비를 보는 아이들.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 올라와 스키 탈 준비를 했다. 스키복을 가져온 아이들이 있기에 스키복을 입고 모이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생소하다 보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민석이는 스키복을 챙겨서 입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빌릴 ..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9시 30분에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민이는 같이 가자고 카톡을 보내왔지만, 정훈이는 이번엔 혼자 가고 싶은지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 ▲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의 모습. 이런 모습 처음이야.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9시 15분쯤 왕십리역에 도착했지만 모이는 장소가 ‘1번 출구 지하’로 명시되어 있기에 중앙선 환승통로로 가지 못하고 1번 출구 앞에서 서성 거려야 했다. 혹시나 빨리 와서 개찰구를 빠져나가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민이는 “왜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이렇게 기다려야 해요?”라며 불멘소리를 하지만, 서로 동선이 엉켜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늦지 않고 제 시간에 ..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올해엔 특별하게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단재학교도 제도권 학교와 같이 3월에 개학했지만, 한 달 정도 워밍업을 하자는 의미로 2013년부터는 2월에 개학하고 있다. ▲ 이번 여행의 모든 계획은 승태쌤이 짰고, 초이쌤이 식단을 짰다.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런데 올핸 2월도 아니고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는 것이니, ‘그러다 아예 방학 자체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고 의아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개학이 앞당겨지게 된 데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설날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설이 2월 둘째 주에 있기에 2월에 개학하여 조금 학교생활이 적응될 만하면, 다시 쉬게 되어 어중간한 느낌이 있기 때문..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한 때는 공교육 교사를 꿈꾸다가 그게 좌절되자, 출판사 편집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다. 그러다 운 좋게 대안학교인 단재학교에 교사로 오게 되면서 다시 교육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학교에 들어와서 있으니 여러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중용』 14장’라는 인용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도 달라지고 고정된다. 지금은 교사이기에 교육에 대해, 배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016년 1월 25일은 단재학교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2016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던 날이다. 한 달여의 아쉬운 겨울방학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 올겨울은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고, 남부지방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그 기간동안 난 뭘 했지?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방학이 시작 될 때만 해도,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은 많았지만 막상 시작되면 별 것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렸을 때 방학계획표를 짤 때의 모습도 딱 이랬다. 계획표를 짠다고 거의 하루를 다 보내곤 했었는데, 야심차게 24시간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배치했다. 그 중 단연 ‘공부’에 제일 많은 시간을 할당했고 자는 시간은 11시, 일어나는 시간은 6시로 정할 정도로 ‘..
어린이대공원 트래킹 목차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청춘은 아름답지 않다 봄이 오면 마음에도 꽃이 핀다 봄을 누리러, 어린이대공원으로 떠나다 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자신만의 지각 목표치를 정하다 3. 지각이 트래킹 기분을 망치다 늦는 아이들은 언제나 늦는다 지각은 약속을 지킨 사람들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태기 지각의 의미 4. 어린이대공원과 ‘역사적인 아이’ 태기의 독특한 캐릭터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도시락 만찬이 그리워지는 대공원의 점심시간 준영이의 지각을 바라보며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은, 영원한 아이가 아닌 역사적인 아이가 되는 시간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대공원의 아쿠아리움, 바다동물관 사람의 정복욕과 소유욕이 만든 공간,..
6. 어린이대공원엔 이야기가 있다 조류까지 모두 보고 잠시 쉴 겸 자리에 앉았다. 거기서 아이들은 준영이 핸드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간단한 아이큐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 아이들은 침팬지와 아이큐 대결을 하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다. 무에 그리 신날꼬~ 여럿이 모이면 평범한 순간도 특별한 순간이 된다 우리가 앉은 의자 앞엔 침팬지가 있었는데, 아이큐가 무려 70이나 된다고 해서 아이들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침팬지보다 아이큐가 낮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우리를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앱은 정식으로 문제를 풀며 아이큐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계산기앱으로 머리에 두 번 대었다 떼었을 때 표시된 숫자를 아이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 숫자를 아이큐로 받아들이며 ..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대공원은 2012년부터 2년 간 리모델링을 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신나게 논 놀이터도 그 때 새 단장을 하면서 만들어진 곳일 거다. 어린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걸어 다니든 스쳐지나가든, 사람이 있던 장소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보여행을 다녀와선 길과 마주쳤던 이야기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며, 카자흐스탄을 다녀와선 해외여행에 대한, 고려인에 대한 이야기가 샘솟는다. 사람과 풍경이 마주치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면 그 안에서 그냥 마주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상이 어리고 다채로운 생각이 영그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어린이대공원을 관람하는 중에 어떤 이야기들이 샘솟았는지 그것에 ..
4. 어린이대공원과 ‘역사적인 아이’ 아이들이 지각을 하여 기분은 별로였지만, 내 기분과 별도로 날씨만은 화창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생 시절에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임용을 보던 그 순간까지 늘 소원은 ‘도서관에 갇혀 있지 않고 날씨가 풀리면 밖으로 나가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거였다. 17살때부터 30살때까지 13년을 공부에 매달리고 있으니, 그런 여유로움은 먼 훗날의 얘기거나, 나와는 영영 상관없는 얘기라고만 느껴졌다. 그런데 단재학교에 들어온 이후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이젠 내가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이렇게 트래킹이란 커리큘럼을 통해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복에 겹다’라는 거다. ▲ 일을 하며 이런 봄날을 만끽할 ..
3. 지각이 트래킹 기분을 망치다 10시에 아차산역 4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면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자전거를 타고 9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 다음의 로드뷰 중. 벌써 몇 년에 걸쳐 공사 중이다. 이건 15년 7월에 찍은 사진이란다. 늦는 아이들은 언제나 늦는다 천호대교를 건너 천호대로만 쭉 따라가면 되는데, 거기서부턴 오르막길이다. 워커힐입구 교차로는 3년 전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도 그렇더라. 산을 깎아 도로확장 공사를 하는 것 같은데, 규모가 커서인지 몇 해에 걸쳐 계속 하고 있다. 아차산역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 넘었더라. 천천히 달렸더니,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이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거의 임박했는데 그 자리엔 초이쌤만 계시더라. 조금 기다리니 민..
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이번 트래킹은 이전의 트래킹과 다른 점이 있다. 이번 학기 들어 두 번의 트래킹을 했었다. 첫 번째 통인시장 때는 아이들 태반이 나오지 못했고, 두 번째 롯데월드 때는 그걸 방지하고자 학교에서 함께 자는 방법까지 썼다. ▲ 두 번의 트래킹을 가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하지만 이제 습관을 형성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닌,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학교에서 함께 자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젠 자신의 자발적인 힘으로 시간을 조절해야 할 때이지, 누군가의 강제로 인해,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해 시간을 조절당해야 하는 때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함께 자고 출발하는 건 그 순간에만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어느덧 4월이 포문을 열었다. 지금은 봄꽃이 화사하게 대지를 덮고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마음 한 구석에 꽁꽁 얼려있던 감정이 사방팔방 솟아오르는 때다. 중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엔 봄이 온다고 무언가 심정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빴다. ▲ 벚꽃이 활짝 피었다. 이런 날 봄을 즐기러 나올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청춘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2006년에 교생실습을 떠나기 전에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그제야 비로소 ‘봄 따라 마음도 오고, 봄꽃 따라 감정도 피어오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땐 아마도 여느 때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젊음은 ‘젊어서 무엇이..
롯데월드 트래킹 목차 1.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정해지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롯데월드 롯데월드로 트래킹을 떠난다? 2. 롯데월드는 입장권보다 자유이용권이 더 싸다 카드면 만사오케이 자유이용권이 입장권보다 싼 기현상 3.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즐기기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즐기기 4.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제격인 이유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 하지만 폭리는 있다 오후엔 사람도 많아지고 탈 것도 많지 않다 롯데월드는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인용 여행 사진
4.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제격인 이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실내로 들어왔다. 우린 회전목마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자리를 잡았더니, 나머지 아이들은 그 시간에 회전목마를 타고 있더라. 세 남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신선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거의 코빼기도 못 보다가 이렇게 보니 반갑기도 했다. ▲ 회전목마에 탄 세 명의 남학생. 그리고 그걸 열심히 뛰어가며 카메라로 담고 있는 건빵.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 하지만 폭리는 있다 회전목마를 다 탄 후 햄버거를 같이 먹자고 하니, 아이들은 그걸 보더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더라. 그래서 점심도 서로 나누어져 먹게 되었다. 롯데월드는 당연히 ‘롯데그룹’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그 안엔..
3.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오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팀으로 나누어져 다니게 되었다. 준영, 정훈, 태기가 한 팀이 되어 다녔고, 민석, 현세, 지민, 규민이가 한 팀이 되어 다녔다. 난 자연스럽게 두 번째 팀에 합류하여 함께 놀이기구를 탔다. 이 아이들은 오전엔 실내에서 탈 수 있는 것을 다 탈 생각이었나 보다. 다행히 아직은 소풍 시즌은 아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 처음에 롯데월드에 들어와서는 같이 다녔지만, 바로 두 팀으로 나누어져 걷기 시작했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즐기기 연거푸 ‘스페인 해적선(롯데월드 바이킹)’을 두 번이나 탔다. 타고 난 후에 바로 가면 다시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은 많지 않더라. 하지만 바이킹은 뭐니 뭐니 해도 맨 뒷좌석의 쾌감이 제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2. 롯데월드는 입장권보다 자유이용권이 더 싸다 이 날엔 9시 30분에 잠실역 4번 출구에서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저번 트래킹 때 정훈이는 감기 때문에 나오지 못했고, 상현이와 준영이는 아예 나오지 않아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모두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트래킹 전날 밤엔 학교에서 잠을 자는 거였다. 이날 학교에서 잔 사람은 이정훈, 양준영, 이태기 세 명이었고 관리자론 승태쌤이 남았다. ▲ 현재 시간 11시 30분. 밤 새지 말고 자란 말야. 카드면 만사오케이 9시 30분이 되니 현세는 미리 와 있었고, 민석이는 약간 늦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승태쌤에게 “우린 지금 걸어가고 있으니, 민석이와 현세와 함께 먼저 표를 끊으세요”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
1.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정해지다 2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단재학교의 특성 상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 아닌, 어느덧 익숙해져서 때론 나태해지기까지 한 마음을 다잡는 달이라 할 수 있다. 2월엔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학교로 꾸며졌다면, 3월부턴 원래 단재학교의 커리큘럼대로 프로젝트 수업 및 교과수업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재작년부터 했던 트래킹도 다시 시작됐다. ▲ 2014년 3월 21일에 처음으로 단재학교 트래킹이 시작되었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롯데월드 올해 학교 회장은 지민이다. 중1때 들어와서 어느덧 단재학교를 3년 동안 다니고 있으며, 그땐 선배들도 많아 늘 어리광을 부리며 감정적으로 날카로워져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민이는 자랐고 생각도 많은 부분에서 성숙해졌다. 더..
목차 1. 어른의 관점을 버리고 학생의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 지민이의 고군분투는 그 아이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우리 지금 노는 건가요? 2. 좌충우돌 트래킹 회의를 기록하다 준비 또한 대충대충 성장의 바로미터, 지적을 받아들이는 정도 우여곡절 끝에 계획이 정해지다 3. 여유롭던 아침이 긴박한 아침으로 여유로운 아침이 산산이 부서진 이유 시간에 쫓김은 불행이지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4. 경복궁의 향원정과 건청궁을 아시나요? 조촐한 인원이 경복궁에 모이다 익숙하지만 그만큼 잘 모르는 곳, 경복궁 향원정에 와서 이름을 탐색하다 건청궁, 고종의 찬란한 꿈과 스러진 꿈 5. 여유롭게 경복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다 시간에 쫓겨 맘이 급해졌지만 뜻밖의 여유가 생기다 손에 잡히지 않는 순간에만 느껴지는..
7. 북촌한옥마을과 전주한옥마을 점심을 먹고 나선 통인시장에서 가까운 서촌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도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봤을 뿐, 제대로 위치를 알아본 것은 아니기에 헤맬 수밖에 없었다. 조금 걷다 보니, 한옥마을 비슷한 곳이 나오긴 하는데, 그렇게 한옥이 많은 건 아니더라. 그래서 어르신에게 물어봐도 긴가민가하는 반응만 보여주신다.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기에 두 가지 중 선택해야 했다. 아예 북촌한옥마을 쪽으로 가던지, 사직공원 쪽으로 가던지 말이다. 이건 흡사 ‘인생극장’의 한 장면 같았는데, 결정을 하는 건 오늘의 인솔자인 민석이의 몫이었다. 몇 시간 정도 고민을 했을까, 민석이는 “그래 결심했어! 북촌한옥마을로 고고~”라고 이휘재가 울고 갈 정도로 결연하게 외쳤다. 그 순간 민석이의 모습..
6. 통인시장에선 엽전으로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현세는 11시 54분에 도착하여 함께 통인시장까지 걸어갔다. 통인시장은 엽전으로 음식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그 소문을 익히 들어 어제 트래킹 장소를 정할 때 이곳으로 정하게 됐다. ▲ 가맹점에서만 엽전을 쓸 수 있다. 여기선 엽전으로 음식을 산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통인시장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가니, 길가 양 옆으로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 갖가지 음식들을 파는데, 그 앞에 놓인 메뉴판이 색달랐다. ‘통 도시락 카페 가맹점’이라 쓰인 팻말이 놓여 있고, 각 음식 앞엔 가격이 적힌 종이가 있는데, 거기엔 ‘₩1.000 / 엽전 2량’하는 식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건 곧 이곳에선 돈과 엽전 두 가지 화폐가 동시에 통용된다는 ..
5. 여유롭게 경복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다 향원정과 건청궁을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고 그저 한 곳만을 응시하고 싶었기에, 천천히 둘러봤다. 그런데도 시간이 꽤 남아서 몸도 녹이고 시간도 때울 겸 국립민속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물관에 갈 때는 상관없는데 다시 경복궁으로 들어갈 땐 티켓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경복궁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만, 문제는 영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경복궁의 동쪽 끝이고 만나기로 한 곳은 서쪽 끝이니, 경복궁을 관통하여 가면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 궁의 외곽을 따라 영추문까지 가야만 했다. ▲ 경복궁은 욕심 내어 보기보다 천천히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봐야 하는 곳이다. ..
4. 경복궁의 향원정과 건청궁을 아시나요? 9시 52분에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아침에 본이 아니게 헐레벌떡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늦지 않은 것이니 정말 다행이다. ▲ 서늘한 맑음이라 표현해야 하려나. 나들이하긴 좋은 날씨지만, 아직은 춥다. 조촐한 인원이 경복궁에 모이다 경복궁역 5번 출구 쪽으로 올라가니, 민석이와 초이쌤만 보이더라. 민석이는 글쎄 9시에 도착하여 기다렸다고 한다. 시간을 헷갈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일찍 나오고 싶어서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다려야 하는 한 시간은 길고도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궁박물관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기다리다가 내려왔다고 하더라. 나머지 아이들은 10시가 조금 지나 모였다. 지훈이는 감기가 걸려 나오지 못했으며 상현이는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했고 ..
3. 여유롭던 아침이 긴박한 아침으로 10시까지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모이기로 했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한껏 여유를 부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눈은 떠졌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행복을 만끽했고, 좀이 쑤실 때쯤 일어나 씻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겨우 8시가 살짝 넘었을 뿐이다. 강동구청역에서 9시 17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면 되니, 맘은 한결 가볍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무려 25분이나 남았다. 그제야 가방을 챙기고 외출복을 갈아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아 디어클라우드Dear Cloud의 ‘늦은 혼잣말’이란 노래를 들으며 길을 나섰다. 그 순간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시간이었다. ▲ 최근 자주 듣고 있는 디어..
2. 좌충우돌 트래킹 회의를 기록하다 이런 회의 과정을 통해 ‘통인시장’, ‘롯데월드’, ‘하늘공원’, ‘남한산성’, ‘검단산’이 결정되었다.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짠 것인데, 나름 서울 근교에서 갈 수 있는 곳으로는 잘 짜였기에 기분이 좋았다. 준비 또한 대충대충 내일 갈 곳이 ‘통인시장’으로 정해졌으니,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했다. 그래서 두 팀으로 나누어 각자 조사를 하고 함께 모여 하나의 계획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민석, 지훈, 지민(민지팀)’와 ‘준영, 상현, 태기(준태팀)’가 각각 팀이 되어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민지네 팀에선 두 사람은 그래도 검색도 해보고 지도도 봐가며 계획을 짜는데, 지훈이는 자꾸 딴 짓을 하더라. 전혀 엉뚱한 정보를 찾아본다던지, 다른 검색어를 치며 정보 찾는..
1. 어른의 관점을 버리고 학생의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 단재학교에선 재작년부터 트래킹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영화팀은 등산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갔기 때문에, 그걸 영화팀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 바로 트래킹이었다. 처음엔 등산도 하고, 가볍게 산책도 하자는 의미로 만든 것인데, 아이들은 트래킹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저건 등산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는 것에 꽂힌 듯했다. 아무래도 움직이길 좋아하지 않고 최대한 걷지 않으려 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래서 사전에서 찾아보니 ‘트레킹trekking은 느리지만 힘이 드는 하이킹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개념 자체가 되게 아..
2015년 가평 유명산 여행 목차 1. 추억을 기억으로 소환하다 ‘선녀와 나무꾼의 힐하우스’의 추억 여행 날 아침의 풍경 시간이 촉박하여 늦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맞춰 가려니 늦게 된다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10시 50분 버스를 보신 분 있나요? 여행은 우연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거 알아? 행동은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펜션 운영에 대해 듣다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공간의 제약, 인식의 제약을 넘어서면 감춘 게 드러난다 4. 탁구와 자유투로 비등비등한 점수를 얻다 함께 못하기에 대등한 경기가 된 탁구 누구에겐 최악의 게임, 누구에겐 최고의 게임인 자유투 5. 경쟁은 체육시간을 뜨겁게 달군다 함께 하기에 행복했던..
8. 흔들리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둘째 날은 7시 30분에 모두 기상했다. 원래는 11시에 펜션에서 나가면 되지만, 펜션 아저씨가 설악터미널까지 픽업해주는 건 어렵고 유명산 종점까지만 픽업이 가능하다고 하여 우리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 유명산에 갈 때 타야하는 7000번 버스의 시간표다. ‘내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되겠지’가 남긴 아침 설거지 벌칙의 씁쓸함 설악터미널엔 잠실 가는 버스가 50분마다 한 대씩 있지만, 유명산 종점엔 하루에 총 4대의 버스만 다니며 우리가 탈만한 버스 시간대는 10시 25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일어나서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을 대신했고 어제 남은 볶음밥과 밥, 그리고 목살스테이크와 오징어구이, 초이쌤이 해준 계란프라이로 주린 배를 채웠다. 어제 체육대회로 등수..
7. 야밤의 탁구를 치며 느낀 교육의 단상 고기를 배불리 먹은 아이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졌다. 일찍 잠을 청한 부류, 그리고 거실에 남아 티비를 보거나 108배를 올리는 부류, 체육관으로 올라가 노는 부류로 나뉜 것이다. 송라가 체육관까지 혼자 올라가기 무섭다고 하여 함께 체육관에 올라가게 되었다. ▲ 기름진 식기들을 설거지하는 민석이. 원랜 설거지만 하기로 했는데 떡볶이를 만들 때도 도왔다. 잘 불러야 노래냐, 노래는 그냥 자연스러운 소리의 향연이야 아이들은 모여 농구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탁구를 치기도 하는 등 피곤하지도 않은지 맘껏 놀기 시작했다. 분명한 건 추운 날씨인데 몸을 움직이면 열기가 나서 외투를 벗어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뛰어놀기를, 노래..
6. 신나던 체육대회와 고기파티 다섯 번째 종목은 노래 부르기다. 노래 부르기는 노래방기기가 설치된 이 펜션의 특성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걸 진행하다보니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 이로써 마지막 종목인 노래대결이다 . 단재가왕, 그와 그녀들은 누구? 지훈이는 ‘바람기억’이란 노래를 지겹도록 반복하여 듣고 따라 부르며 노래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었고 현세와 태기는 탁월한 노래 실력으로 학교 안에 노래 소리가 멈추지 않도록 할 정도였으며 지민이는 여행 전날까지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따라 부르며 꼭 이겨야 된다는 의기를 북돋웠으니 말이다. 즉, 노래 부르기는 모든 아이들의 초미의 관심사임과 동시에 실력차도 그렇게 나지 않기 때문에 해볼 만한 종목이기도 했다. 더..
5. 경쟁은 체육시간을 뜨겁게 달군다 원래 경기란 그런 것이다. 이기는 사람에겐 그것만큼 재밌는 게 없으며, 지는 사람에겐 그것만큼 지루한 게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하려 하지만, 이미 글렀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게 된다. 그렇기에 모두의 축제라며 함께 즐기라고 하는 건 경쟁을 위주로 하는 경기에선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희망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열기를 불사르며 다음 종목을 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열심히 이인삼각, 삼인사각을 연습한다. 교육의 가장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함께 하기에 행복했던 경기 2인3각, 3인4각 세 번째 종목은 이인삼각과 삼인사각이다. 유일하게 교사도 함께 참..
4. 탁구와 자유투로 비등비등한 점수를 얻다 보물찾기 후엔 간식을 나눠먹고 바로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오늘 종목은 탁구, 배드민턴, 이인삼각&삼인사각, 농구 자유투, 노래 부르기의 5개 종목으로 진행되었다. ▲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한다. 함께 못하기에 대등한 경기가 된 탁구 각 팀당 교사 한 명에 학생이 4명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탁구와 배드민턴엔 각각 2명씩 참가(중복 참가불가, 교사 참가 불가)하여 게임을 진행하되 각 팀당 2번의 경기를 치러 등수를 정하고, 농구 자유투는 개인 당 5개(연습 2개)씩 던져 팀별 합산을 하여 등수를 정하며, 이인삼각은 두 명의 학생이, 삼인사각은 두 명의 학생과 교사(이 또한 중복 불가하며 이인삼각에 3점, 삼인사각에 3점이 부여됨)가 참여하여 먼저 골인하..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터미널에 내려 김밥집 같은 곳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서울은 맑기까지 했는데, 여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지만,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눈송이들이 내린다. 어찌 보면 진정한 첫눈이라 할 수 있는데, 첫눈을 단재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행운(저주?)을 누리게 된 것이다. 조금 기다리니 펜션 아저씨가 픽업을 왔고 장을 보러간 여학생들과 초이쌤을 제외하고 남학생들(8명)은 그 차에 한 열당 4명씩 포개어 앉았다. ▲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지만 여행하긴 좋은 날씨다. 펜션 운영에 대해 듣다 펜션으로 향하는 길에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펜션 운영에 대해 잘 모르기에, “펜션 운영을 하면 돈벌이가 괜찮나요?”, “주말은 거의 반납해야 하는 걸로 ..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이날 여행엔 단재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다. 상현이의 경우 여행 가는 것을 힘들어 하기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이향이의 경우 저번 부안여행에 입시 준비로 인해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두 학생이 모두 참석한 것은 물론, 지금 체험 중인 주연이까지 함께 가게 되었으니, 12명의 학생들과 3명의 교사가 떠나는 여행이다. 이건 대구&서울 청소년 교류 활동으로 대구에 여행 간 이후 최대 인원이 참여하는 여행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역시 여행이든 활동이든 사람이 일정 수준은 있어야 훨씬 재미가 있다. 그래야 할 수 있는 활동도 많아지며, 노는 재미도 쏠쏠하니 말이다. 과연 이번 여행엔 어떤 쏠쏠한 재미들이 있을까? ▲ 버스정류장을 향해 가고 있다. 1..
1. 추억을 기억으로 소환하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마무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랜 한 학기에 전체여행을 한 번만 갔었다. 하지만 1학기에도 초이쌤이 마무리 여행을 기획하여 떠나게 되었고, 2학기에도 진행하여 떠나게 된 것이다. 이로써 2015학년도엔 각 학기마다 2번의 전체여행을 떠나게 됨으로, 총 4번의 전체여행(전주-임실여행, 도마천 여행, 부안여행)을 하게 되었다. ▲ 이때의 기록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쉽다. 사진이든, 기록이든 남은 게 하나도 없다. ‘선녀와 나무꾼의 힐하우스’의 추억 이번 여행지는 ‘유명산’ 근처의 ‘선녀와 나무꾼의 힐하우스’이다. 2011년에 연극팀은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 초이쌤이 펜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아서 다시 찾게 되었다. 어떻게 ‘펜션이 여행지가 될 ..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목차 1. 기지에 투항 말고, 미지에 투신하라 사전적 지성으로 배워왔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사후적 지성으로 배우라 2. 모르기에 갈 뿐 광진iwill센터와의 인연을 통해 사후적 지성을 느끼다 2016년 꿈틀이 축제, 그 현장으로 3. 제2회 꿈틀이 축제의 추억 제2회 꿈틀이 축제와 영화팀의 활약 영화팀의 활약에도 영화팀 교사가 참석하지 못하다 4. 제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마침내 건빵이 꿈틀이 축제에 참석하다 아이디어 발표회 현장 스케치 현모양처 단재팀, 최우수상을 수상하다 5. ‘좀비어택’ 카드게임을 만들다 ‘좀비어택’은 시작은 어땠나요? ‘좀비어택’ 이렇게 탄생했다 6. ‘좀비어택’이란 게임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 발표한다는 부담이 앞을 가로막네 아이디어 발표대회에..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그래서 상금은 토요일에 받았지만, 상금 배분을 위한 회의는 그 다음 주 목요일에 진행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냥 얘기하게 하면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고 비아냥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나도 여러 방안을 생각해봤다. 그때 만든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 드디어 5일 만에 상금 배분 위원회가 열렸다. 아이들도 맘을 단디 먹은 게 보인다. 상금 배분 위원회를 위한 기본 전제 마련하기 첫째,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며 자기 이야기만 해야 한다. 자칫 상대방의 기여도 정도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막장 스토리’처럼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상대방을..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의기투합하여 게임을 만들었고 멋지게 발표하여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까지는 정말 좋았다. 게임을 만들 때도, 그리고 발표 자료를 만들 때도, 카드를 직접 제작할 때도 서로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함께 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단결력을 옆에서 지켜보는 맛도 쏠쏠했고 교사가 된 보람을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최우수상이란 벅찬 상까지 받았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 2차 발표 전에 리허설을 하고 최종발표를 하는 모습. 함께 의기투합하여 여기까지 왔다. 상금 배분의 문제로 골머리 썩다 하지만 상금을 배분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 축하해주는 그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이제 상금을 나눠볼까요?”라고 불씨를 당겼다. 막상 ..
9. 멋지게 발표하여 상금은 받았지만... 살다 보면 굽이굽이에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도 못했지만 어마한 일이 숨어 있기도 하고, 하나의 작은 일들이 계기가 되어 엄청난 일로 비약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이 일어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고, 이미 일어난 후에만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뿐이다. ▲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채 나가고,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가야 한다. 모르기에 우리는 우연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간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오프닝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멘트가 있다. 이 멘트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고,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거나 예측한 적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07년에 방영된 『얼렁뚱땅 흥신소』에선..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이 어찌 보면 단재학교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광진센터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미경쌤은 매주 아이들과 모여 영화의 컨셉,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미경썜과 단재 아이들의 콜라보. 마치 가족 같다. 『DREAM』은 김민석 감독 작품이 아닌 오현세 감독 작품이었다? 이때 가장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사람은 현세와 규빈이였다. 현세는 여러 영화를 봐왔고, 평소에 창의적인 스토리(『아이덴티티』란 영화의 내용을 듣고 거기에 착안하여 만든 영화가 『Fakebook』임)를 많이 생각해왔기에 거침없이 스토리를 이야기해줬고, 거기에 규빈이가 살을 덧붙여주면서 신선한 시나리오가 금세 ..
7. 비전문가가 영화팀을 꾸리다 단재학교는 영화팀과 연극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2009년에 개교한 이래 2012년에 크나큰 변화를 겪었다. 외부적으론 서울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네트워크 학교가 되었고, 비영리민간단체가 되었으며, 내부적으론 영화팀과 연극팀으로 나누어져 영화팀은 각종 영화제에 참석하고 영화 후기를 쓰며 영화를 제작하고, 연극팀은 연극을 관람하고 대본을 각색하여 관중 앞에서 연극을 한다. ▲ 2012년에 단재학교는 영화팀과 연극팀이 생기면서, 좀 더 특색있는 활동들을 하게 됐다. 전문가만이, 교원자격증을 지녀야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엔 단재학교만의 비밀이 숨어 있다. 연극팀을 맡게 된 교사도, 영화팀을 맡게 된 나도 그와 같은 과목을 전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
6. ‘좀비어택’이란 게임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처음 이 게임을 만들 때만 해도 우리끼리 만들어서 함께 재밌게 해볼 생각만 있었지, 다른 곳에 알리거나 소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 막상 미경쌤이 좋은 정보를 주긴 했지만, 과연 하게 될지? 아닐지?는 나도 모른다. 발표한다는 부담이 앞을 가로막네 하지만 뭐든 이루어지려 하면 큰 지장 없이 이루어지곤 한다. 이럴 때 사람은 ‘필연’이란 딱지를 붙여, ‘그건 애초에 될 일이었어’라고 생각하려 한다. 애초에 될 일이었는지, 그렇지 않은 일이었는지는 각자의 판단마다 다를 테니 놔두기로 하고, 잠시 영화 『타짜』에 나오는 내레이션을 들어보도록 하자. 곤이가 스물여섯 살 때 목숨을 못 끊었죠. 생각해보면 다 우연이예요. 그날 곤이는 박무석이를 만났고 곤이 누..
5. ‘좀비어택’ 카드게임을 만들다 그럼 이제부터 ‘좀비어택’이란 게임의 탄생 비화를 들어보도록 하자. 어찌 보면 이건 첫 번째 후기에서도 밝혔다시피 ‘우연하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하고 싶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단재학교에서 유행어가 된 ‘밑도 끝도 없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 15년 9월 2일. 우리끼리 프로젝트 중 단재웹툰 그리기를 하는 아이들. ‘좀비어택’은 시작은 어땠나요? 작년부터 일주일 중 3시간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시간인 ‘우리끼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의,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에 의한 수업시간’이라 할 수 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끼리 회의를 하여 한 학기 동안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했으면 하는..
4. 제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작년의 그런 아픔을 곱씹으며 이번엔 꼭 참석하리라 맘먹었다. 더욱이 이번 축제의 경우 단재학교 아이들이 ‘아이디어 발표대회’에도 참여하여 좀비어택이란 카드 게임을 발표하고, 그 다음엔 민석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를 상영하기에 무조건 참석해야만 한다. ▲ 우중충한 날씨. 그래도 춥진 않고 포근해서 다행이다. 마침내 건빵이 꿈틀이 축제에 참석하다 꿈틀이 축제는 3시부터 시작되지만, 발표를 하는 팀들은 리허설을 해야 했기에 1시까지 수련관으로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린 광나루역에서 12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은근히 긴장되더라. 나는 그저 교사의 입장으로 참석하고 아이들이 잘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발표를 한다..
3. 제2회 꿈틀이 축제의 추억 광진Iwill센터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진행되는 ‘꿈틀이 축제’라는 게 있다. 센터에서 했던 활동들을 발표회 형식으로 꾸며 발표도 하고 공연도 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다. 이제 3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이니 만치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 꿈틀이 축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제2회 꿈틀이 축제와 영화팀의 활약 단재학교 아이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게 된 건 작년이 처음이었다. 작년 2학기부터 광진Iwill센터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미 두 번째 후기에서 썼기 때문에 여기서는 ‘꿈틀이 축제’에 대한 내용만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작년엔 영화팀 아이들만 참여하여 영화 두 편을 꿈틀이 축제에 출품했었다. 아무래도 2012년에 영화를 만들어본 ..
2. 모르기에 갈 뿐 길고도 길게 ‘사후적 지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광진Iwill센터(이하 광진센터)와의 인연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미 작년에 썼던 글을 통해 광진센터와의 인연에 대해 짧게 말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이 글은 그 글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 작년 찬혁쌤과 아이들의 호흡은 최고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두 편의 영화를 남겼다. 광진iwill센터와의 인연을 통해 사후적 지성을 느끼다 그때는 한 학기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부분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었다. 그렇기에 그런 내용을 풀어내본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올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더욱 스파크가 팍팍 튀고, 앎의 희열..
1. 기지에 투항 말고, 미지에 투신하라 요즘 천착하고 있는 주제가 ‘사후적 지성事後的 知性’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곧 지금까진 매우 ‘사전적事前的 지성’으로 살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 작년에 아이들과 일주일 동안 함께 떠난 자전거 여행은 일반적으로 '미친 짓'이다. 하지만 해보기 전엔 모르는 것도 있다. 사전적 지성으로 배워왔다 ‘사전적 지성’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계획을 하고, 그 계획대로 실천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계획을 하고 실천해야 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도 그와 같은 방식만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그건 무언가를 하기 전부터 ‘이걸 하고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는 상황’을 말한다. 하기도 전에 이걸 하고 나면..
남양주종합촬영소 방문기 목차 1. 3년 만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원 투 엇나감, 쓰리 혼미 JSA 촬영하기 2. 시네 에듀 튜어로 ‘공동경비구역JSA’를 찍다 후시녹음 폴리 체험 모든 작품은 그 작품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 탄생한다 인용 배움과 삶 후기 사진
2. 시네 에듀 튜어로 ‘공동경비구역JSA’를 찍다 그 다음으론 후시녹음後時錄音을 했다. 후시녹음이란 촬영된 장면을 보며 음성을 다시 녹음하는 작업이다. ▲ 동시녹음이 가능해지면서 후시녹음은 없어진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있더라. 그럼에도 자기 연기에 입을 맞추는 건 대단하다. 후시녹음 동시녹음同時錄音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많이 하던 작업인데, 지금처럼 동시녹음이 가능한 시대엔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후시녹음은 여전히 있더라. 강사님은 『카트』의 후시녹음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현장 녹음 상태가 안 좋거나 감정이 잘 살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후시녹음을 한다고 얘기해줬다. 후시녹음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처럼 과장된 억양으로 뭔가 어색하게 녹음된 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
1. 3년 만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광진청소년 센터와 단재학교 영화팀이 협업을 하고 있다. ‘중독 관련 영상을 찍자’는 목표로 2학기동안 매주 금요일에 만나며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의 미팅이 있었고, 이번에는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 가게 되었다. ▲ 3년 만에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편안하게 왔다. 원 투 엇나감, 쓰리 혼미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이미 2012년도에 다녀왔던 곳이다. 그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촬영소에 점심쯤 도착하여 세트장을 둘러보고 지원실에 내려가 음향 만들기 등의 체험을 했었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달리 센터 쪽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줬기에 우리는 참여만 하면 된다. 더욱이 기관에서 제공된 차를 타고 편하게 가면 되니 단재학교 영화팀에겐..
영화팀 여름 방중 모임 후기 목차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우리는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김민석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훈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부족하다는 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현세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김상현 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혼자만 잘 하면 된다는 세상에서, ‘함께 가자’를 외치다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함께 가기’의 어려움 함께 가기 위해선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여행은 교과서가 아니다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일대일 교육의 맹점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려는 어른의 마음이 문제를 더 키운다..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상현이는 힘들 때마다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버릇이 있다. 아까 전에 ‘도무지 못 가겠다’고 말했을 때도 내가 받아들여주지 않자 아빠에게 전화하느라 시간이 더 지체된 것이다. ▲ 상현이와 단 둘이 간다. 누구에게나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전화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라는 게 하나이고, 이에 대해 부모님은 짠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해결해 달라’는 게 그 하나이다. 지금까진 당연히 자신의 문제를 어른들이 해결해줬기에 상현이 스스로 문제해결능력, 또는 문제를 돌파하고자 하는 의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둘만 가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연락해야겠다고 맘을 생기지 않도록 핸드폰을 압수했다. 그랬더니 상현이는 “연락해야만 하는 상황에선 어..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 남한강 여행 당시의 사진. 이 때 시간이 5:51분이었는데, 이 이후로는 아예 땅에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게 했다. ‘무관심한 관심’ 속의 믿음 첫째는 당연히 상현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예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6월에 상현이와 2주간 생활해 보면서 이러한 믿음이 생겼다. 둘째는 ‘포기한 상황에선 해결해주려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놔둬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영화팀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한강 도보여행을 했을 때, 정훈이의 상황이 그랬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기에, 거기에 중 2인 동생까지 함께 가고 있..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그렇게 얼마만큼은 잘 왔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까지는 중간 중간 쉬며 시간을 끌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잘 따라왔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에 조금 달리고 나니 전화가 오더라. 그때의 대화를 재구성해보자. ▲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상현이의 포기 선언 “도무지 못 가겠어요”, “그럼 쉬었다가 와”, “쉬었지만 못 가겠다고요”,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모르겠어요”, “니가 와야만 하는 길은 니가 와야만 하는 거야. 아무도 그 길을 대신 가줄 순 없어. 난 여기서 너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올 수 있으면 오고 정 못 오겠으면 거기서 너와 밤을 새야지 어떻게 하겠어.”, “(체념한 듯) 알겠어요.” 어젠 그래도 2/3 정도에..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어제 저녁 8시가 넘어 찜질방에 들어왔다. 목욕탕에서 씻을 때만 해도 그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는데 찜질방에 내려가고 나선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지금껏 찜질방을 도보여행 때(4~5월), 사람여행 때(3~4월), 남한강 도보여행 때(10월)와 같은 비수기에 찾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서를 하러 찜질방에 오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 일찍 시작하는 일정이지만, 늦장을 피우지 않았다. 찜질방은 피서지? 숙면실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놨고, 가장 큰 공간인 거실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다. 단순히 누울 자리만 찾는 거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텐데, 카메라를 충전하기 위해서 콘센트가 있는 곳을 찾으려니 더 힘들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텔레비전 앞에 있는..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이제 전적으로 상현이와 나만 함께 달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더라. 내가 상현이에게만 집중하면 할수록 상현이도 나도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니 문제라는 말이다. 일대일 교육의 맹점 상현이는 자기를 졸졸 따라오는 내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며 달리려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를 피력하려 무지 애를 썼다. 그 말은 곧 ‘내가 힘드니, 당신이 책임져’라는 표현이기도 했다. 안전망이 있다는 건 때론 이처럼 사람을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상현이에게만 신경 쓰게 되니, 조금 달리다 멈추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러 사람을 신경 쓰는 거라면, 오..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막상 달려보니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함께 가기’의 어려움 선두인 현세에게 주문한 건 ‘두 번째로 달리는 상현이를 봐가면서 간격을 유지하라’였다. 상현이는 한 번 뒤처지면 계속 뒤처질 수 있기에 앞에서 달리며 적당한 속도로 적당거리를 유지하며 달려서 상현이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포기하면 안 돼!’라는 것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런 주문 자체가 자전거를 잘 타는 고수에게나 가능한 얘기긴 하다.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되, 바로 손에 잡힐 정도의 목표여선 안 된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세는 애초부터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뒷사람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의 최대 속도로 맹렬히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을 ..
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이런 네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영화팀이 방학 중 모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작은 터럭 같은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낳는다毫釐之差 千里之繆’는 말처럼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계기는 민석 아버님이 민석이에게 비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준 데서 비롯되었다. 왕왕 대부분의 일들은 작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엄청 거대한 일이 되었을지라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욥 8:7)’라는 말이 있다. 민석이는 비싼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