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동섭 (123)
건빵이랑 놀자
5.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 2년을 공부하며 나름 내실이 갖춰진 실력과 70명 가까운 인원을 뽑는 최상의 환경 속에서 한문과 임용 1차 고사를 봤다. A형 시험지를 풀고선 어렵다는 느낌에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론 작년시험보다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 번은 사고가 날 뻔한 하자 “지금은 말고 1차 결과 여부는 보고 갈 테니 그 이후에”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1차 결과는 합격이었다. 지금껏 과거에 다섯 번 준비했던 것까지 통틀면 7번 도전을 한 셈인데, 최초로 1차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결과 발표 후 2차 시험까진 3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으로 2차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4. 2019년에 찾아온 최상의 임용고사 조건 학생 시절엔 ‘배운다’고 하는 말이 그렇게 달갑거나 좋은 말은 아니었다. 학생의 본분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권한도 없이 배워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그런 식의 배움은 늘 성적이란 매우 객관적으로 보이는 지표로 게시되어 주눅 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 시절에 공부했던 것들은 배움의 측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던 장량이나 스티브잡스나 맹상군의 일화를 통해서 배움이라는 건 단순히 책을 읽고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넘어서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스승을 통해 겸손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넓고도 넓은 인식의 깊이를 배울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삶의 국면에서 배..
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7년 만의 임용을 결심할 수 있도록 이끈 세 번째 배움론의 주인공은 바로 맹상군孟嘗君이다. 우리에겐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과연 맹상군은 어떤 배움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게 나에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 맹상군은 식객을 무려 3000명이나 두었었다. 많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어떤 구성이냐가 중요하다. 관계학을 통한 배움론 맹상군은 전국시대 말기에 활약한 인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형제가 무려 40명이나 되었으며 특출난 재능도 없었기에 아버지의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를 찾아온 식객들을 대접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찾아온 식객이 볼품없더라도, 내세울 게 없더라도 인간으..
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2018년에 7년 만에 다시 한문공부를 시작하고 임용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던 데엔 배움에 대한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단재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참으로 여러 강의들을 따라 다녔고 그곳에서 배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배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두 번째로 영향을 준 사람은 흔히 하는 말로 ‘모르면 간첩’이라 불려질 법한 사람이다. 바로 아이폰과 아이팟을 만들어 애플을 세계 정상급 회사로 만든 불세출의 인물인 스티브 잡스다. ▲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시간낭비라는 관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리라. 이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도 않..
1. 장량이 한나라 삼걸이 된 이유와 배움의 조건 도올 선생이 쓴 『교육입국론』이란 책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파랑을 격파하며 나아간다(讀萬卷書, 破萬里浪).”란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구도의 길을 찾아 장도를 떠난 신라의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단 여덟 글자로 포착해낸 명구다. ▲ 도올 선생님의 교육자들에 대한 조언이 담긴 책. 배우러 떠나니 신나기도 해라 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파랑을 격파하며 천축天竺으로 떠나는 스님들의 발걸음은 가벼웠을 것이고 감정은 두렵기보다 설렜을 것이다. ‘알고자 하는 마음’은 그토록 새로운 세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구법승들에 비할 바 아니지만 2018년에..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지나보니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과거의 순간들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 영화팀을 맡다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영화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다직업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닌, 정해지는 것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몰라서 만든 영화 『다름에의 강요』영화팀 처음으로 언론인이 되어보다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광진IWILL과 영화팀, 영화로 만나다2017년 영화교사로 한 단계 비약하다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컴프레서 가지러 왔수다컴프레서에서 영화로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오랜만에 설렘에 몸서리치던 밤을..
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오게 되어 있다. 그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거다. 그래서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말로 ‘항상 깨어 있어라’라는 말이 있다. 심판의 날이 언제 이르러 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기도하며 그 순간을 맞이하라는 얘기다. 과연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나는 잡았을까? ▲ 광진IWill 미경쌤이 보내준 슬레이트. 기회가 불현듯 찾아오면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이하 다락多樂)에서 갑작스럽게 공모사업을 신청한다며 ‘20명 정도의 학생을 데리고 30주 가량으로 진행되는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의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처음으로 외부학생들과..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 그날 밤에 여러 생각을 하며 결정을 해야 했다. 우선 토요일마다 시간을 빼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면 되기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고민은 최근엔 해본 적이 없다. ▲ 2012년에 처음으로 영화팀 교사가 되어 전주영화제를 찾아갔다. 그게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오랜만에 설렘에 몸서리치던 밤을 맞이하다 어느새 단재학교에서 5년이 넘도록 생활하면서 아이들과는 매우 친해져서, 불편하고 어색하여 힘들다는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그 친함에 사르르 녹아들어, 어색함이 주는 ..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2017년 2월에 단재학교 이전이 계획되어 있었다. 14년 8월에 강동구 둔촌동에서 송파구 송파동으로 이전했으니, 2년 반만에 다시 이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저번에 이전할 땐 학교 수리에 관련된 모든 일(방문을 유리문으로 다는 것, 이층 난간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 대문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승빈맘이,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은 근호맘이 도맡아서 해줘서 편하게 이전할 수 있었다. 역시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교다 보니, 이런 식으로 백지장을 맞들 듯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런데 영화 교사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학교 이전 이야기를 하는 게 왠지 생뚱맞아 보일 것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에 영화 교사 이야기의 ..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 우린 늘 그래왔듯이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리얼버라이티인 『남한강 도보여행』도 찍고, 일상을 희화화시킨 『현세의 꿈』이란 영화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현세의 꿈' 민석이가 합심하여 뚝딱 만들어낸 현세의 자전적 이야기. 광진IWILL과 영화팀, 영화로 만나다 그러던 2015년 6월 25일에 퇴근하려던 그때 낯선 두 분이 학교를 방문했다. 중년이었으면 ‘자식에 대한 일로 상담하러 오셨는가 보다’라고 생각할 만한데, 그분들은 청년이었기에 어리둥절했다. 이런 경우 보통 승태쌤의 손님들인 경우가 많기에 승태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분들이 바로 전찬혁, 김미경 간사다. ▲ 찬혁쌤과 미경쌤의 방문으로 우리의 콜라보는 ..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 ‘한문 전공자가 영화 교사가 됐다’는 말은 어찌 보면 ‘삶이야말로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니며 한문을 공부하던 때엔 ‘내가 한문을 전공하며 한문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으며, 대학에 들어와 한문을 전공하던 때엔 ‘영화를 매개로 아이들과 함께 만나야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우연과 휩쓸림 속에 나아가다보니 이렇게 흘러온 것일 뿐, 거기엔 ‘빅 픽쳐’도 ‘거시적 안목’도 자리할 여지가 없다. ▲ 2015년에 일주일 동안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라이딩을 하며 다큐를 찍었다. 몰라서 만든 영화 『다름에의 강요』 얼떨결에 단재학교에서 영화팀 교사로 일하게 됐고, 그렇게 영화의 영자도 모르..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이미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지식의 가치도 나날이 달라지며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 교사 또한 예전에 공부했던 방식 그대로 정해진 지식만을 가르친다거나, 자신이 걸어온 길만을 최고의 길로 소개하며 그 길로 가라고 몰아넣거나 해선 안 된다 ▲ [덕혜옹주]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다. 영화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다 이럴 때 교사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 그것들을 모두 지우고 상황 자체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다시 재구성하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요구된다. 그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모두 지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절대적이지 않다면 현장에..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단재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지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처음에 근무할 때만 해도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교사로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과 함께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 2015년에 광진과 협업을 하며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서 영화촬영 체험을 하고 나서. 지나보니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과거의 순간들 어떤 일을 시작할 땐 꼭 그와 같은 기대와 걱정이 한 묶음으로 들게 마련인 것 같다. ‘기대’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임박해오는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고, ‘걱정’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닥쳐오는 삶을 버거워할 경우엔 ‘삶이 한 순간도 편할 수가 없구나’라는 말로 저주하게 될 ..
목차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미완의 숙제, 그리고 새로운 숙제 동섭쌤의 강의가 던진 숙제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2016년은 지적폐활량을 키우는 해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동파되다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백양리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린 사연 깔끔한 숙소, 하지만 비싼 음식 가격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스키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력에 따른 복장이 있을 뿐 6. 도전엔..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이제부턴 출발하며 썼던 ‘뜨거운 물이 졸졸 흐를 수 있도록 틀어놓고 나왔다. 이 작은 행동이 큰 사건을 빚어냈으니’가 무슨 사건인지 밝히도록 하겠다. 날이 어제 오후부터 대폭 풀렸기에 포근한 기운을 느끼며 집으로 간다. ‘과연 온수는 나올까?’하는 기대를 하며 빠른 속도로 걸어서 집에 간 것이다. ▲ 2박 3일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각자의 공간으로 간다. 겨울엔 자나 깨나 수도의 물조심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났고 앞엔 수증기가 자욱했다. 순간 평소의 집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화들짝 놀랐고,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판단을 하려 했다. 그랬더니 해동이 되면서 온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온수가 나오며 바깥과의 온도차이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쉽다. 어제는 스키를 타느라 힘들어서 재밌게 놀지 못했으니, 오늘만큼은 마지막 저녁을 불살라도 된다. 준영이는 야간 스키를 타고 싶다고 말했기에, 승태쌤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야간 스키를 타던지, 노래방을 가던지 하는 것으로 말이다. ▲ 노래를 열창 중인 현세와 지훈이.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들이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을 것이다. 둘째 날 저녁의 아쉬움 그러자 아이들은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준영이와 기태는 야간 스키를 타는 것으로, 그 외 나머지는 노래방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심 민석이도 야간 스키를 탈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훈이가 스키를 탈 생각이 없자 마음을 접은 듯했다. 스키팀은 12시까지 타고 돌아왔고, 노래팀은..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현세의 “저는 앞으로 살면서 몸 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어요”라는 발언은 어찌 보면 ‘못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 시절엔 몸치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다. ‘운동엔 잼병’이라 나 자신을 규정해 놓으니, 무얼 하든 빠지기 쉬웠고 그에 따라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 저녁은 제육덮밥이었다. 보드와 씨름을 한 바탕 하고 먹는 것이라, 완전 꿀맛이더라. 부족하기 때문에 안 하면, 영영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틀지어 놓으니,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주하게 되더라. 어찌 보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한계를 넘어서면 더 높은 시좌를 얻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걸 모두 거부했..
14. 현세의 도전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민석이에겐 책임감과 함께 인내심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오전 회의시간에 보인 반응은 오히려 ‘이기적이더구만’이라 오해할 만한 구석도 있었다. ▲ 오전 회의 시간의 반응은 어찌 보면 그 자리에 멈추지 말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대한 반응으로 민석이를 보다 2016학년도 단재학교의 일정을 공유하며 매달 두 번씩 봉사활동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민석이가 대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너무 자주 한다는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 민석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처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처럼 민석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으면 그..
13. 민석이의 도전 보드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라질라치면 몸이 먼저 긴장하여 알아서 넘어질 준비를 한다. 아무 준비가 없이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질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후 넘어지는 게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엣지는 뒤돌아 있는 상태이기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절로 겁이 난다. 그땐 오히려 넘어질 것을 대비하여 몸이 한껏 긴장되다보니,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때론 과감히 몸을 움직여 기술을 쓸 수 있어야 ‘아 이런 식으로 하니깐 훨씬 쉽다’고 깨달을 수 있을 텐데, 미리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럴 기회가 없다. 나는 지금 용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다. 나의 씨름과 별개로 초보코스에서는 두 명의 사내가 각자의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분명히 둘은 함께 스키를 ..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본다. 먼저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그것에 따라 아이들은 하나씩 연습을 하며 내려가는 것이다. 강사는 아주 느린 속도로 양팔을 벌려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다가, 서서히 팔을 90도 가량 돌리며 보드의 방향을 전환하며 내려온다. ▲ 보드를 배우러 앉아 있는 사람들. 배우려는 마음이 예쁘다. 바보는 빠름을 추구하고, 실력자는 완급조절을 추구한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초급코스라 해도 경사가 꽤 되었기에 천천히 내려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는 꼭 슬로우비디오를 찍듯 아주 느린 속도로 자연스럽게 턴을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주 느린 속도’라는 거였다. 어떻게 저 경사에서 저런 속도를 낼 수..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2시간이 넘도록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점심은 떡만두라면이다. 물론 어제 저녁이었던 카레와, 아침이었던 볶음밥이 남아 있으니 배부르지 않는 사람은 그걸 먹어도 된다. 밥을 먹는 동안 눈은 거의 그쳤다. 스키장에서 눈을 본다는 건 또 다른 흥취를 불러 일으켰다. 참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들이다. ▲ 떡만두라면을 먹는 아이들. 두 번째 하면 어찌 되었든 첫 번째보다는 익숙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러 가면 된다. 어제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익히고 나니, 본격적으로 어떻게 타야 하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기태와 함께 보드 타는 동영상을 찾아봤다. 거기엔 이미 많은 영상들이 있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좀 보고 올 것을’하는 후회도 들..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어차피 ‘실패’이기에 보통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더욱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라고 결론 내리기 십상이다. ▲ 2월 3일에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잠시 쉬는 모습.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유를 누려봐야 누릴 줄 안다 실패의 경험보다 계속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더 나은 조건에서 자신의 꿈을 찾도록 하자는 논의가 바로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돼지엄마’가 극성을 부리고, ‘엄마=학습 매니저’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부모의 욕망을 대리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오전엔 2016학년도 학사일정, 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교사 없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스키를 타러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한껏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8시에 일어나기로 했기에 7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기태가 덥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찬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닿아 설잠을 자야 했다. 아침밥은 볶음밥과 미역국이다. 아이들이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초이쌤은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를 해줬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 하는 현세. 2016년 학사일정, 예술과목에서의 선택 올해 변화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보드를 슈즈에 연결하니 몸은 더욱 더 굳어져 간다. 두 발이 족쇄에 묶여 자유라도 박탈당한 마냥 힘겹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 보면 어렵게 생겼는데, 두 개의 끈만 꽉 조이면 된다. 생각보다 쉽고 편하게 되어 있다. 보드에서 일어서기 부츠를 보드에 연결할 땐 두 끈을 바짝 조이면 된다. 앵글버클과 토우버클을 당기면 꽉 조여지고, 그 안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풀리는 형식이다. 물론 이건 빌린 부츠이기에 간혹 고장 난 것들도 있어 쉽게 풀어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번 보드에 연결했다 풀었다를 반복해보니,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알겠더라. 역시 모든 건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제 보드도 연결이 되었겠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보드 타기에 도전해야 한다. 스키를 타는 아이들은 초급코스로 갔고 보드를 타는 아이들(기태, 현세, 나)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해야 했기에 연습코스로 왔다. 아주 완만한 언덕을 보드를 들고 올라간다. 보드슈즈를 보드에 묶고 푸는 방법도, 보드에서 일어서는 방법도 하나도 모르는 생초보 둘을 이끌고 기태가 앞장서서 간다. ▲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스키장의 모습. 저긴 급경사여서 그런지 탈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 육체는 타자이기에 지배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몸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연물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물을 대할 때 지성이 비로소 발동되는 것이죠”라는 우치다쌤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까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5년 전엔 모두 스키를 타는 분위기였기에 당연히 스키를 탔다. 그리고 스키를 타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보드는 좀 더 실력이 쌓여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스키는 두 발이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컨트롤하기 쉽지만, 보드는 두 발을 동시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넘어지면 일어서기도 힘들고 이동도 힘들다는 것이다. 겨우 스키장에 두 번 와봤기 때문에 보드를 탄다는 건 언감생심이라 생각했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꼴’이라고만 생각해서 이때도 스키를 타려 했다. 두 번째 스키장 방문에 보드를 타게 된 사연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여러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으면 갈등하게 마련이다. 한 사람에게 듣는 거야 ‘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여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겨울방학 동안에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받으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개학을 했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이 날엔 처음으로 보드를 타기에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등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 숙소에서 잠시 쉬며 티비를 보는 아이들.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 올라와 스키 탈 준비를 했다. 스키복을 가져온 아이들이 있기에 스키복을 입고 모이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생소하다 보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민석이는 스키복을 챙겨서 입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빌릴 ..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9시 30분에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민이는 같이 가자고 카톡을 보내왔지만, 정훈이는 이번엔 혼자 가고 싶은지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 ▲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의 모습. 이런 모습 처음이야.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9시 15분쯤 왕십리역에 도착했지만 모이는 장소가 ‘1번 출구 지하’로 명시되어 있기에 중앙선 환승통로로 가지 못하고 1번 출구 앞에서 서성 거려야 했다. 혹시나 빨리 와서 개찰구를 빠져나가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민이는 “왜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이렇게 기다려야 해요?”라며 불멘소리를 하지만, 서로 동선이 엉켜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늦지 않고 제 시간에 ..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올해엔 특별하게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단재학교도 제도권 학교와 같이 3월에 개학했지만, 한 달 정도 워밍업을 하자는 의미로 2013년부터는 2월에 개학하고 있다. ▲ 이번 여행의 모든 계획은 승태쌤이 짰고, 초이쌤이 식단을 짰다.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런데 올핸 2월도 아니고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는 것이니, ‘그러다 아예 방학 자체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고 의아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개학이 앞당겨지게 된 데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설날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설이 2월 둘째 주에 있기에 2월에 개학하여 조금 학교생활이 적응될 만하면, 다시 쉬게 되어 어중간한 느낌이 있기 때문..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한 때는 공교육 교사를 꿈꾸다가 그게 좌절되자, 출판사 편집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다. 그러다 운 좋게 대안학교인 단재학교에 교사로 오게 되면서 다시 교육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학교에 들어와서 있으니 여러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중용』 14장’라는 인용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도 달라지고 고정된다. 지금은 교사이기에 교육에 대해, 배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016년 1월 25일은 단재학교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2016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던 날이다. 한 달여의 아쉬운 겨울방학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 올겨울은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고, 남부지방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그 기간동안 난 뭘 했지?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방학이 시작 될 때만 해도,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은 많았지만 막상 시작되면 별 것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렸을 때 방학계획표를 짤 때의 모습도 딱 이랬다. 계획표를 짠다고 거의 하루를 다 보내곤 했었는데, 야심차게 24시간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배치했다. 그 중 단연 ‘공부’에 제일 많은 시간을 할당했고 자는 시간은 11시, 일어나는 시간은 6시로 정할 정도로 ‘..
1. 강의 내용 개풍관의 1층은 합기도장이고, 2층은 자택이다. 일주일에 6번 합기도 지도를 하며 3시부터는 소년부 아이들이 와서 수련을 한다. 합기도만 주구장창 배우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무술도 함께 배우며, 때론 여러 무예가를 초청하여 강습회를 열곤 한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엔 정기적으로 서당을 열어 문하생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개풍관에선 화요일마다 심포지엄이 열린다 교수로 일하던 시절에 강의를 할 때면 여러 청강생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요청으로 2011년에 기초공사를 시작하여 1년 만에 개풍관이 완공됐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화요일 저녁엔 테라코야寺子屋(한국의 서당)를 열게 된 것이다. 테라코야의 기원은 에도시대부터인데, 개풍관도 그런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보면..
1. 배움이 기동하는 장소의 특징 고베여학원대학에 지금은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내가 30년 전에 처음 학교에 왔을 땐 건물이 오래 됐으니 부수고 새로 만들자, 여대이니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 개풍관에 찾아가 듣는 우치다쌤의 이야기. 그곳은 언제나 뜨겁다. 교육에선 미세한 감각들을 깨우는 게 중요하다 그땐 나의 연구실이 도서관 가장 자리 부근에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으며, 각 단과대학의 강의실에 들어가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가 저절로 공명되었기에 강의하기에 좋았다. 강의실은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만들어져 작은 소리로 속삭여도 뒤에까지 잘 전달됐다. 이처럼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에서 ..
목차 1.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야매하자트위스트 교육학을 들으며 트위스트 추길 바라다트위스트를 추려다 트위스터에 휩쓸리다트위스터에 휩쓸린 그대, 실망마라훌훌 털어 버리고 야매가 되자 2. 웃으며 모름에 투신하는 야매 정신반란, 유쾌하고도 찬란한 이름이여유쾌하지 않으면 반란이 아니다 3. 야매와 설국열차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유쾌한 야매가 되는 길로 함께 가자 4. 어머! 아마추어 사회학, 이건 꼭! 들어야만 해~빠르지 않게, 욕심내지 않게아마추어 사회학을 들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4개월 만에 다시 에듀니티로 향하는 발걸음 5. 발작 박동섭의 강의 스타일과 그 이유박동섭의 자기소개엔 특별한 게 있다?‘발작적으로 제목이 떠올랐다’의 의미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소통이 중시되..
16. ‘나와 같기를’ 바랄 때 생기는 일 이전 후기에서 살펴본 조종사의 생각은 ‘묵자墨子(BC 480~390)의 ‘겸애설兼愛說’을 뺨칠 정도로 동물까지도 두루두루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법도 하다. ▲ 과학의 눈으로 새가 나는 것을 보면 덜 힘들게 날 수 있는데도, 더 힘들게 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분명함이란, 과학이란 이름의 폭력 하지만 과학이란 잣대, 효율이란 잣대, 분명함이란 잣대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막상 그 잣대에 들어가야만 하는 존재에겐 폭력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미 4대강 공사로 그 폭력성을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4대강 공사는 보를 설치하여 저수량을 늘림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게 그 목적이었다. 어찌 보면 조종사가 여태껏 잘 날라 다니고 있..
15. 사회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 이전 후기에서 사람들이 ‘사회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해가 생기고 그걸 다시 해석하려다 보니 많은 왜곡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여, 학자들은 ‘사회의 언어’를 말과 뜻이 1:1로 완벽하게 대응되어 오해의 소지가 없는 ‘과학의 언어’로 바꾸려 한다는 말을 했었다. ▲ 위 그림은 토끼인가, 오리인가? 이런 두루뭉실함을 싫어하는 학자들은 '과학의 언어'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사람들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것, 미지의 것, 미묘한 것, 어중간한 것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 알고 있는 것, 분명한 것, 논지가 세워진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삶이란 게 불확실하고 미묘하며 어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매번 점..
14.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고 읽게 하는 것 또한 소통과 관련이 되어 있고 모두 다 내 의사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과연 글은 왜 쓰는 걸까? ▲ 11월 19일에 있었던 광화문 집회에 가는 길. 나에게도 웅성거림이 있고, 사회에도 웅성거림이 있다. 그걸 담아내는 것뿐이다. 글이란 내 안의 들끓음을 묘사하는 것 글이란 단순히 내 생각을 100% 전달하기 위해 쓰는 거라 할 순 없다. 책이든 글이든 반완성품이어서 글을 쓰는 사람만이 한 가지 해석만 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그걸 읽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과 이해도에 맞춰 재해석하게 된다. 그러니 100% 전달하려는 자만심은 버리고, 강의 내용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언어로 탈바꿈하며 재해석되었는지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13. 글과 소통 I'm back, 드디어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마무리 지어야 함에도 한참이나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강의는 10월 18일에 있었으니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쓰게 되는 것이고, 마지막 후기는 10월 29일에 썼으니 20일 만에 그 흐름을 이어보려는 것이다. ▲ 6편의 후기를 써나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후기를 쓰지 못한 이유 갑자기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멈추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떨어지게 되면서 그 여파로 도저히 글이 써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올핸 예년보다 더 많은 글을 썼고 그것으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인지도가 있지는 않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가능성..
12. 진리眞理와 무리無理, 그리고 일리一理 조삼모사식 커뮤니케이션을 알게 됐다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란 말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진리를 말하는 사람과 무리를 말하는 사람의 특징 성경은 ‘진리의 말이다’라는 생각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그러니 사람이 생기기 이전에,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이전에 진리의 말이 있고, 그게 세상을 창조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발신자’와 ‘말’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수신자’와 ‘의미심장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예수는 여러 설교에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막 4:9, 눅 8:8 등등)”는 말을 할 수 있었던..
8. 심리학, 그 너머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 더 ‘나의 생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밀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 작년 여름방학 연수로 교사 신뢰 서클이란 것을 했었다. 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침잠하게 만들더라. 나를 캐어 들어가면 내가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내 생각’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을 심리학은 ‘내 생각을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표면화된 생각은 잘 알지만, 그 속엔 어마어마한 무의식의 생각들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선 기본적으로 “지금 너의 마음이 어떠니?”라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시작..
7. 1%의 이해, 거기서 소통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린 불통의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의 생각을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하곤 했던 것이다. ▲ [라디오스타]이 최곤은 불통이 무언지를 보여주지만 서서히 맘을 열며 우치다쌤이 말한 소통을 몸소 보여주게 된다. 소통의 교과서, 닥터 진 하지만 우치다쌤은 그런 상식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균열을 내버린다. ‘원래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1%라도 이해하게 됐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서서히 나가면 된다’고 말함으로 우리가 여태껏 당연시 해왔던 생각은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었음을,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였음을 밝힌 것이다. 1%의 이해의 가..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첫 시작도 발작적이었을까? 아니면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전혀 예측도 하지 못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꺼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위스트 교육학에 비하면 워밍업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이미지는 이것이다. 소통이 중시되는 세상에, 오히려 소통이 안 되다 동섭쌤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관을 연상하며 들어간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이상적이라 여기죠.”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맞다!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책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내용은 ‘소통’에 대한 것이고,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선 경청해야 한다’며 『경청』이란 책도 엄청나게 팔..
5. 발작 박동섭의 강의 스타일과 그 이유 차장님의 강의 소개가 끝나자 동섭쌤은 드디어 정면을 응시하고 섰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떨리는 순간이자, 모든 가능성이 어리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 누구나 알 것이다.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는 이 순간, 가장 떨리며 모든 가능성이 어리는 순간이라는 것을. 박동섭의 자기소개엔 특별한 게 있다? 4월에 진행되었던 트위스트 교육학 당시에는 ‘박동섭은 누구인가?’라는 내용으로 강의의 문을 활짝 열었다. 대부분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 나이, 직업, 학력 따위의 간단한 정보만을 알려준다. 그 정보들이 나란 사람에 대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정보들은 매우 지엽적이며 단편적이어서, 나에 대해 알려주는 건 거의 ..
4. 어머! 아마추어 사회학, 이건 꼭! 들어야만 해~ 야매가 되기 위한 신나고도 가벼운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그 첫 걸음은 사회학이지만, 결코 ‘사회학자의 사회학’이거나, ‘교육학자의 사회학’과 같이 진지하며 하나의 진리만을 주장하는 ‘전문가 사회학’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학’, ‘역사적인 아이를 그려내는 사회학’과 같이 삶의 층층면면과 복잡성을 깊이 살아내는 ‘아마추어 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 고정된 사회학이 아닌, 삶을 그려내는 사회학을 담아내는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빠르지 않게, 욕심내지 않게 사실 ‘아마추어의 사회학’이 개설되어 강의가 시작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삶은 예측불허하기에 살 만한 이유가 있고, 앎은 경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무기력하기에 배울 만한 이유..
3. 야매와 설국열차 그렇게 야매의 반란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리 ‘야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고 절실한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자칫 한 눈 파는 순간, ‘당연의 세계’에 쉽게 포섭당하고 만다. ▲ 야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영화 설국열차. 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 그만큼 ‘당연의 세계’는 어느 곳에든,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리하고 있어, 방심하는 찰나 도적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예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무수한 386세대(강철 김영환, 김문수)나, 반독재운동에 헌신하다 그 딸이 대통령에 출마하자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의 예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동섭쌤은 비고츠키 강의 당시에 “어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
2. 웃으며 모름에 투신하는 야매 정신 카페 헤세이티에서 ‘야매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신년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황경민 시인이 “올 한 해 ‘야매’의 향이 널리 진동할 수 있도록 야매하자!”고 외침으로 ‘야매’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말에 공명하듯 동섭쌤이 ‘아마추어의, 아마추어를 위한, 아마추어에 의한 사회학’이란 화끈하고도 섹시한 강의를 개설하여 ‘야매’의 반란은 본격화되었다. ▲ 야매의, 야매를 위한, 야매에 의한 사회학 이제 시작합니다. 반란, 유쾌하고도 찬란한 이름이여 반란反亂이라는 단어를 보고 거북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짓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여기서 말..
완벽한 교사가 아닌 자기 식대로의 교사이길 Q 한국에선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수업함으로, 인기를 얻는 교사들이 있다. 물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교육 전체엔 악영향을 끼치며 개별 교사의 특별성만을 부각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그렇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A 대학 교수였을 때 ‘베스트 교수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미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개별교사만이 부각되는 상황은 당연히 안 좋다고 본다. 교사는 다른 교사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가진 사악함이나 우둔함도 교사들이 모여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걸 반면교사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던가. 완벽하지 않은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도..
목차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맹목적인 질주는 회한을 낳고 그렇기에 맹목적인 질주가 아닌 성찰적인 걸음으로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 추면서 다섯 번의 강의를 트위스트 추듯 즐기길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기 전, 강의를 듣기 전의 공통점 소풍 가듯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이유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는 타자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강의를 들으러 가다 에듀니티에서 강의를 듣다 4. ①강: 트위스트 교육학에 참여한 교사들의 특징 교육 경력이 많은 교사들 멀리서 온 교사들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박동섭과 이타미 주조, 그리고 디오게네스 비인정한 사람이 되어 누비라 ‘하..
55. 닫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이란 씨앗 키우기 솔직히 후기를 마무리 짓는 지금 그런 세 가지 도전은 만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어지는 5번의 강의를 듣고 그 강의들을 한 편으로 압축하는 형태의 후기가 아닌, 한 강의 당 6~10편 이상의 후기로 써나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으니 말이다. 강의는 매주 꼬박꼬박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지난 주 강의 후기는 모두 마쳐야만 한다. 하지만 학교 업무도 있고, 글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으니,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듯 좌불안석해야만 했고, 강의를 들을 때조차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냐?’라는 부담에 집중이 방해되기도 했다. ▲ 매 강의를 들으러 갈 때 피크닉을 간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가려 했지..
53. ⑤강: 증여의 교육론 그렇다면 증여의 마인드를 교육에 대입시킨다는 어떤 모습이 될까? 지금부턴 증여의 시각으로 본 교육론에 대해 알아보며 길고 길었던 5강의 마지막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가르치고 싶은 게 있기에 가르친다 첫째, 최초에 물건을 전해주는 사람처럼 교사는 ‘나는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는 생각으로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르침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또는 그런 가르침을 원해서 교사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답례에 대한 생각은 없이 물건을 부족과 부족 간의 경계지점에 놓고 오듯,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학생이 없음에도 가르칠 뿐이다. 왜냐 하면 ‘잣대 혹은 도량형으로 계측할 수 있는 가치만 배우겠다’와 같이 등가교환의 가치는 아무리 많이 쌓여도 ..
50. ⑤강: 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 교육이든 삶이든 결국 우리가 여태껏 받아들인 것들이 하나의 강요된 선택에 불과하다면, 이젠 그런 생각이 너무 당연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어떻게 다른 생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동섭쌤은 재디자인할 수 있는 소스를 아낌없이 던져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바로 ‘교환의 논리를 버리고 증여의 논리로 무장하라’는 것이다. ▲ 교환은 동일화 논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교환은 관계를 멈추게 하고, 상황을 종료시킨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교환의 논리를 벗어던져라 교환은 48번째 후기에서도 밝혔다시피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려할 때, 필요에 의한 관계를 유지하려할 때, 단기적인 성취를 얻으려 할 때엔 유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삶이든 공부든 관계든..
49. ⑤강: 소피의 선택과 신자유주의에서의 선택 “연극수업에 빠지고 수학공부를 할래요”라는 고2학생의 선언은 단순히 ‘더 공부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거기엔 ‘여기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그런 생각에 갇히면 갇힐수록 공부와는 인연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 동섭쌤의 트위스트 교육학 마지막 강의는 증여론을 다방면으로 펼치며 진행되고 있다. 거짓 선택과 강요된 선택 그런데도 그 학생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런 식의 공부만을 원하고 별다른 방법도 없기에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세상을 비판하며 재디자인하겠다는 사람을 ‘정신승리’하는 것쯤으로 비하했던 것이다. 이미 그 학생은 세상이 디자인한 길로 가려고 맘먹은 이상, 그렇게 만들어진 디자인 자체를 부정하고 ..
48. ⑤강: 배우고 싶다면 ‘여기의 가치관’을 박차라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 이 학생에게 연극수업을 빠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한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되면 공부를 할 수 없다 이 학생은 공부를 ‘투입-산출’의 등가교환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공부한 후에 얻게 될 이득이 명확히 보일 때만 공부를 하려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로 평가절하하며 아예 하려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 자체가 투자 대비 산출의 경제학적 개념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고, 그에 반비례하여 산출은 많으면 많을수록 ..
47. ⑤강: ‘여기의 가치관’과 배움 저번 후기에선 김영민 선생이 말한 ‘긴장을 친구 삼아 속으로 참고 묵힐 수 있는 성숙을 가꾸라’는 뜻을 생각해보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일화를 들려주며 ‘차이가 주는 긴장’을 어떻게 참고 묵힐 수 있는지 살펴봤다. 물론 ‘차이가 주는 긴장’에 머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갈등이 해소되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그 긴장의 순간 속에 머물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느껴보는 것뿐이니 말이다. 그 학생은 몇 년간 하지 않던 공부를 갑자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연극수업과 같이 수능과는 상관없는 수업엔 들어가지 않고 수학문제를 풀겠다고 말을 하게 되었다. ‘고등 2학년까진 단재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한다’는 나의 입장과는 달랐기에, 그..
46. ⑤강: 연극수업에 빠지고 수학공부 할래요 트위스트 교육학 다섯 번째 강의의 제목은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이며 주요내용은 ‘교육은 증여다’라는 거다. 동섭쌤이 싫어하는 사자성어와 그 속 뜻 이번 강의의 자료는 동섭쌤이 열심히 썼지만 ‘게재불가’된 논문을 함께 읽으며 진행되었다. ‘게재불가’는 동섭쌤이 가장 싫어하는 사자성어지만, 은근히 그 말 속엔 자부심도 느껴지는 묘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함께 보는 이 논문이 게재불가된 이유는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인용을 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이유를 듣고 모두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논문이 게재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모욕적이기도 했지..
45. ⑤강: 차이가 주는 긴장 속에서 트위스트를 추자 트위스트 교육학에 ‘교육’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해서, 그걸 단순히 학교가 독점한 교육에 대한 얘기로 한정지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오해할 경우 학교와 관련 있는 사람(학생, 교사, 학부모)만 이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오해 때문인지 동섭쌤은 “교육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뿐이며, 그런 이름을 지어야만 사람들이 올 것 같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일동웃음) 원래 이 강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준 걸 테다. 그러니 이 강의는 ‘교육학’이란 매우 정형화된 이름으로 부르기보다 ‘트위스트 인생학’ 또는 ‘트위스트 삶학’이라 부르는 게 더 실질에 가깝다고 할 수..
44. ⑤강: 조랑말이 되어 뚜벅뚜벅 가다 그래도 운 좋게 5강의 강의 중 4강까지는 어찌 어찌 정리할 수 있었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초반엔 열정만으로 가능했으나, 중반부턴 동섭쌤의 응원과 준규쌤의 지지, 쓰다가 도무지 막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을 땐 황경민 시인의 아포리즘이 역동적인 힘을 주어 쓸 수 있었다. 초반만 해도 나의 힘으로 충분히 써나갈 수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은 금세 바닥이 났고, 갈피를 못 잡아 허둥지둥될 때 이끌어주고 당겨주고 안아주는 사람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 황경민 시인의 아포리즘. 생각이 막힐 때, 글이 막힐 때 샘솟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금까지의 후기는 우리 모두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천리마는 환상’..
43. ⑤강: 박동섭은 모피어스다 처음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만 해도 넘치는 열정, 그리고 무언가 해보겠다는 결의로 신났었다. 그땐 의지가 굳셌고 기운이 왕성하여 어떤 강의내용일지라도 씹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포와 함께 전장을 달려 어떤 것에도 잡히지 않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적토마처럼 바람을 가르며 맘껏 강의시간을 누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3강도 채 끝나기도 전에, 가쁜 숨을 내쉬며 급속히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기진맥진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강의 내용을 천리마의 날렵함처럼 종횡무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저 조랑말의 아둔함에 불과하여 하나하나 써나가기도 버거웠다. ▲ 4월 18일 첫 강의가 있던 날의 모습. ..
42. ④강: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학교는 매우 학교적이다. 그 중에서 단연 교사와 학생이 나누는 대화야말로 가장 학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대화와 일상 대화의 차이점 어느 때부터 수업을 할 땐 질문을 하는 게 좋은 수업의 표본이 되었다. 강의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질문을 하여 동기를 유발하고, 뇌를 활성화시켜 상호 소통을 하며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 말만 듣고 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질문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메한H. Mehan은 수업 중 던져지는 질문을 분석하며 「I-R-E」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래의 구조도를 보자. 일상회화 교실회화 질문자: 지금 몇 시입니까..
41. ④강: 온실 같은 학교 만들기 비니어드 섬에 사는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을 몇 명이나 만나봤냐는 인류학자의 질문에, “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단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요.”라고 강하게 대답했다. 이건 사회의 디자인에 따라 사람이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 에듀니티에서 시작된 강의는 벌써 4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비교육적이며, 성장을 방해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이처럼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디자인에 따라 학생에게서 가시화되는 능력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학교의 디자인은 어떤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고, 학교의 평가시스템에 따라 성적이 높게 나오는 학생을 ‘능력 있는 학생’으로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
40. ④강: 장애, 능력에 딴지 걸다 ‘사회의 디자인이 장애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2011년에 동섭쌤이 들려준 비니어드 섬Martha's Vineyard 얘기라 할 수 있다. ▲ 비니어드 섬의 할머니 인터뷰는 장애에 대한 생각을 기본적으로 붕괴시킨다. 질문엔 사회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그 섬엔 건청인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 세대를 거치며 한 집 걸러 한 명씩은 건청인들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수화를 제2의 국어로 배우게 됐고, 그 사회에선 건청인이 낯선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인식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문화인류학자가 들어가 함께 살며 취재를 하게 된다. 그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에게 “그러면 그동안 살면서 할머니가 만났던 청각장애인들은 전부 몇..
39. ④강: 사회 디자인과 장애 우린 여태껏 능력은 개체 내부에 완비되어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식의 평가를 하든지 능력은 드러날 것이기에, ‘학교 시험 성적 ↑ = 개인의 능력 ↑’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학교 성적이 높으면 사회적 지위도 당연히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번 후기의 ‘디자인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수업 디자인에 따라 가시화되는 능력이 바뀐다’는 얘기는 위의 공식이 허상임을 폭로한다. ▲ 허상을 밝히며, 진상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의 디자인이 만든 욕망 디자인을 바꾼다는 건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바꾼다는 뜻이다. 지금 우린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으려면 기지국이 각 지역별로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그 전에 인공위성을 통해 ..
36. ④강: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웬만하면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다.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당연함과 익숙함에 물들고 말았다. ▲ 생각하지 않는 동물에게 붙인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의 아이러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머니의 된장국’만은 아니고 생각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사 같은 비장함이 감돌지만, 사실 이 말은 김승희 시인이 쓴 시에서 따온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세계가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 (중략) 그러므로, ..
35. ④강: 왜 사람은 생각해야 하나 예상치 못한 상황,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내몰렸을 때에야 겨우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웃긴 점은 비로소 생각하게 될 때,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떤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습관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는지 자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제야 메타인지Meta Cognition가 작동하며 자신의 상황을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객체화하여 볼 수 있게 된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앞에 서서 트위스트 교육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과 호접몽 바로 이런 상황과 똑같은 이야기가 『장자莊子』에 나온다. 『장자』라는 책을 알진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호접몽胡蝶夢(나비가 된 꿈)’이 그 이야기다. 옛적에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34. ④강: 사람은 언제 생각을 하게 되나 흔히 사람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정의하고, 뭇 동물들보다 ‘영장靈長’이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말한다. 즉 동물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통해 자연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모든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식의 정의를 받아들이면 인간은 참 대단한 것만 같다. 그런데 정말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일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난 언제 생각이란 걸 해봤지?’라고 되물어보길 바란다. 그제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사람은 엄밀히 따지면 ‘생각하는 동물’이라기보다 ‘관성에 따라 살되, 어쩌다 한 번씩 생각하는 동물’..
33. ④강: 학교가 학교다울 때 생기는 문제점 저번 후기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명론’은 이런 식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렇다면 정명론과 같은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학교가 학교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이게 뭔가? 학교라는 시스템의 태생적 문제점 첫째, 학교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데엔 아이들을 적게 나으며 애지중지 키우는 상황, 사교육이 팽창하며 공교육은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 외부적인 변화 외에 학교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교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교실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20~30명의 학생들을 앉혀 놓고, 하나..
32. ④강: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와 공자의 정명론 트위스트 교육학 4강의 제목은 ‘학교를 학교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이다. 이 제목은 얼핏 들으면, ‘학교’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가서 묘한 느낌을 준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누구 할 것 없이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게 됐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주장은 이미 너무 닳고도 닳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그 주장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지금의 학교 교육은 무언가 잘못됐다’라고 느끼고 있으며, 그에 따라 ‘비정상적인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저번 주엔 비가 왔지만, 오늘은 맑고 활기차다. 기분 좋다.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한다’와 정명론 이런 주장의 밑바닥에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31. ④강: 친숙해짐 속에 낯섦 발견하기 바로 이렇게 모든 관심을 끊고 동일성에 기반하여 세상과 사람을 고정된 실체로 보려는 것을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불인해질 때, 친숙해진다 ‘인仁’이라 하면 단연 공자孔子(BC 551~479)가 떠오를 것이다.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라는 책에선 ‘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몇 구절을 살펴보며, 인이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1.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낯빛을 하는 사람치고 인한 사람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學而」 3). 2.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 -「里人」 3). 3..
30. ④강: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는 반환점을 돌아 2강만을 남겨두고 있다. 1강 7번째 후기에서 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동섭레스트를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내려오기 위해서다. 애써 올라가서 높은 시좌를 확보했고 현실을 한 걸음 빗겨 서서 관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린 거기에만 머무를 수 없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할 것을 뭐 하러 애써서 올라가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정상에 오르는 동안 느꼈을 수많은 감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의 성취감이 나를 휘저어 놓는다. ..
29. ③강: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되자 ‘사후적 지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면,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제목은 어찌 보면 ‘책임감 강한 사람이 조직에 있어야 한다’, ‘사명감이 높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뽑혀야 한다’처럼 너무도 판에 박혀 비판조차 할 수 없는 말을 비틀어, 여태껏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도와주니 말이다.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를 통해 교직사회의 획일화를 비판했다? 올 초에 동섭쌤이 경인교대에서 강의를 할 때 위의 제목을 처음으로 말했다. 이 제목을 들었을 때는 ‘칭송받는 교사만 있는 교육계는 크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보다’라고 지레짐작했다. 어느 단체든 칭송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
28. ③강: 괜찮아, 사후적 지성이야 트위스트 교육학 3강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필요한가?’인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참이나 돌아왔다. ‘기술이 곧 처방이다’라는 이야기로 지금 상황을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익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로 만난 삶론, 관계론, 배움론’이라는 이야기로 관점을 넓히면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그래서 살아온 방식대로 그대로 살려 할 것이 아니라, 사후적 지성으로 무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치들을 어루만지고 여태껏 살아보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봐야 한다. ▲ 일을 ..
27. ③강: 스티브 잡스처럼 배워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1955~2011)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잡스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학교에 머물며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만 듣게 된다. 이 때 캘리그래피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 당시 컴퓨터는 IBM이 석권하던 시기였는데, 잡스는 애플컴퓨터를 출시하며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게 된다. ▲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의 배움론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건 다름 아닌, 애플컴퓨터는 트루타입 글꼴을 적용하여, 개성 있는 문서를 만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잡스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배운 캘리그래피는 그렇게 컴퓨터와 접목되며 애플제품만의 독창성을 지니게 되었다..
26. ③강: 맹상군처럼 사귀라 잡스처럼 배워라 ‘앎이란 저주, 모름이란 축복’이라는 얘기를 통해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삶론을 이야기 했었다. 우리는 눈앞에 바로 보이는 이득만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삶 또한 너무도 빈약해져 버렸다.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엔 온 맘과 힘을 다 쓰지만, 그렇지 않은 일엔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도구를 선별할 때의 관점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다른 가치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도구의 미래적 가치, 잠재적 가치를 보고 그걸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우린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타고 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으면 우린 브리콜라들이 지녔던 감각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고, 그에 따라 넓은..
25. ③강: 브리콜라처럼 살라 지금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이익)에 헌신하라’는 것이다. ▲ 지금의 가치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반자본주의적인 모름을 쫓아,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러니 더 이상 먼 훗날의 지고지순한 이상을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시간에 / 창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 아무도 모른다. / 나팔꽃 고운 꽃술에 / 꿀벌 한 마리 몰래 / 입 맞추고 간 사실은 -김재수, 「몰래 혼자만」’라는 시처럼 아이가 조금이라도 허투..
23. ③강: 섬세의 정신으로 의식의 센서를 켜둬라 어쩌면 우린 너무도 당연하여, 더 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을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세상이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걸 문제 삼아서 뭐하게?’라는 볼멘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보통 ‘문제를 문제 삼는 그 사람이 문제다(내부자를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명장면을 [백만 달러의 사랑]에선 볼 수 없다. 절대로. 부조리에 적응하면 일상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섭쌤은 『백만 달러의 사랑』(이하 백만)이란 영화를 인용하며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영화는 본 적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순 없으나, 남자와 여자가 박물관에 조각상을 훔치러..
22. ③강: 학교 평가가 교육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 시스템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다면 학교 평가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는 기사는 매일 쏟아져 나오고, 그로인해 많고 많은 대학을 정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교의 질을 평가하여 하위 등급을 받은 학교부터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 먼저 직격탄이 되었다. 그 해결책으론 대학교를 정리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학교 평가의 역설 여기까지 들으면, 매우 맞는 말이며, 더 이상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학교를 어떤 기준에 의해 골라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걸 일본에선 ‘질 보증’이란 말로 표현한다고 한다. 학교의 질..
21. ③강: 메르스보다 무서운 메르스 관련 공문 남은 그렇지 않지만 자신만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공명정대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번 후기에서 살펴봤듯이, 사람은 태생적으로 ‘객관적으로 인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 밖에 비는 오지만, 그래도 강의실은 맑음. 관점을 지우는 게 아닌, 일그러진 상을 조금이라도 펴나가는 것 그래서 동섭쌤은 “세상에 흔히 유포되는 말 중에 ‘비워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근심과 걱정을 비우라는 말임과 동시에,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관점을 지우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관점이 있어야 상이 맺힌다’는 말처럼 완벽하게 비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니, 설령 비우는 ..
20. ③강: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세 번째 강의의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이다. 이 제목에 대해서는 올해 초 경인교대 강의 때, 에피소드를 들으며 인상이 남았기에 잘 기억하고 있다. ▲ 경인교대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지 웃펐다. ‘칭송 받지 않는 교사’가 ‘칭송 받는 교사’로 바뀌다 어느 학교에서 동섭쌤에게 강의 요청이 왔단다. 그래서 이 때 발작적으로 떠오른 제목인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을 알려줬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니, 감동도 재미도 없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밥이 벌처럼 날아가고, 튼튼한 갓끈도 썩은 새끼처럼 끊어질 정도(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연암의 표현)’로 한바탕 웃어젖힐 수..
19. ③강: 외로움에 사무칠 때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도 반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오늘은 어찌 보면 딱 반환점을 찍는 날이라 할 수 있다. 반환점이란 말은 단순히 일직선으로 달려 어느 한 지점을 찍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아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만해도 반환점을 찍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반환점을 찍고 돌아서는 순간 나의 생각, 삶의 양식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처음 지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전의 나와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갈 땐 몰랐지만, 돌아올 땐 그 전의 나와는 달라져 있다 반환점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저주에 걸린 하쿠를 구하기 위해 제니바의 ..
18. ②강: 배움의 두 번째 조건 그렇다면 장량은 도대체 왜 떠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건 장량이 ‘배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비나스Emmanuel Levinas(1906~1995)는 욕망을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것에 대해서 개방상태가 되는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욕망이란 개념과 너무도 다르기에, 레비나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배우는 자는 욕망하는 자다 레비나스는 욕구와 욕망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욕구는 본래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태로, 원상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욕구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욕망은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을 것을 아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결..
17. ②강: 고민이 시간낭비로 여겨지는 시대 동섭쌤의 강의를 통해 우린 여태껏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배움’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하고 있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고, 그만큼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어색하다’는 느낌에만 집중할 경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맛들이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다 보면, 비로소 배움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동섭쌤은 배움의 본질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잣대나 도량형에 기초한 목표가 얼마나 빈약하고 협소하고 얄팍하고 그리고 깊이가 없는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배워간다는 건 ‘내가 배우는 시점에 갖고 있었던 배움의 목표의 삭제, 해체, 새로운 ..
16. ②강: 장량의 일화를 통해 본 배움의 첫 번째 조건 장량張良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앞에서부터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라는 말을 했으니, 뭔가 그럴 듯한, 그래서 읽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넘실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 배운다는 건, 지적 도량형을 키워가는 일이다. 장량의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셨나요?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뭔가 확실해지며 듣는 순간 ‘아하!’하며 깨우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끝까지 들었지만 ‘나는 누구? 그리고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고작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아까운 시간 낭비했나?’라는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런 불쾌감과 헛헛함이 느껴졌..
15. ②강: 장량과 신발, 그리고 배움 숨 가쁘게 2강의 다섯 번째 후기까지 달려왔다. 이번 후기에선 2강의 제목인 ‘신발 떨어뜨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며, 이 얘기를 통해 어떨 때 사람은 배우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보통은 PPT 자료를 보며 진행되는데, 이날은 인쇄물을 보면서 진행되었다.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다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 줄까? 그건 바로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되기 위해서 4년간 사범대, 교대에서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여,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국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과 만나 가르칠 수 있고 아..
14. ②강: 강사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을 바꾼다는 것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강의의 제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청중의 입장에서 풀어낸 생각일 뿐이다. 동섭쌤은 2강 제목을 바꾼 이유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진행했으니 말이다. ▲ 연애하는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찬사. 아니 결혼한 사람에게도 그렇다. 배움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의제목을 바꾸다 그건 이름하야 ‘오해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연애는 상대방을 오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뭔가 좋은 사람 같다’는 감이 들 때 사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달달한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너를 알고 싶어”라는 거다. 그 말은..
13. ②강: 청중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 강의의 커리큘럼은 어찌 보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강사가 미리 공지한 강의 제목과 계획표를 보고 강의를 들을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강의에서 강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은 강사의 준비가 소홀했다거나, 강의 진행에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부득이하지 않고선 강의 제목을 바꾸거나, 계획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니 말이다. ▲ 트위스트 교육학 2강 제목이 바뀌었다. 과연 무슨 일일까? 두 번째 강의의 제목이 바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정한 대로만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학창 시절에 수업을 ..
12. ②강: 어른이 된다는 것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와서인지 에듀니티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강의실에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세상에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트위스트 교육학의 창시자이자, 이동연구소의 소장인 동섭쌤이었다. 오늘 오전에 내발산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특강이 있어서 3시간 강의를 하고 바로 온 것이라 하더라. ▲ 정신없이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며 바빴던 하루의 끝에 '트위스트 교육학' 2강이 시작됐다. 동섭쌤의 강의 스타일, 방심하는 순간 치고 들어가기 7시엔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5호선으로 환승해서 ..
11. ②강: 배움이란 고통의 순간을 지나 기쁨의 순간으로 가는 것 ‘하품 수련의 역설’이란 강의를 통해 드디어 동섭레스트(에베레스트는 산악인들만 오를 수 있지만, 동섭레스트는 ‘모르는 게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의 제1캠프에 이르렀다. 우린 갓 배낭을 메고 출발했을 때에 비하면, 드넓은 앎의 능선에 어느 정도 이르렀고 그에 따라 더 높은 시좌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예전엔 ‘뭔 풀 뜯어 먹는 소리야’라고 생각되던 말들이 들리게 되었다. ▲ 힘들지만, 동섭레스트 정상을 향한 우리의 힘찬 발걸음은 오늘도 거침없이 시작되었다. 배운다는 건 고통의 순간을 지나 기쁨의 순간으로 나아가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그 한 순간으로 18..
10. ①강: 자립과 무지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다 하품수련의 역설과 배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운다는 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건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 배우는 것도, 수단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엎어야 하듯이, 기존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영화 [세얼간이]의 총장이 말하는 인재상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립한 인간상이다. 자립은 홀로 섦이 아니라, 함께 섦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섭쌤은 고삐를 당기듯, 바로 “자립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당연히 그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독립’,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내가 선택할..
8. ①강: 인성점수가 10점 상승했습니다? 길고 길었던 1강 후기의 본격담에 드디어 이르렀다. 등산할 때 가장 힘든 구간은 뭐니 뭐니 해도 정상이 보이는 구간이다. 눈에 보이니 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고, 그에 따라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른다. ▲ 동섭레스트 등반에 오신 여러분 제1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좀 더 높은 시좌를 획득하기 위해 우린 동섭레스트를 오른다 그 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 가면 정상에 도착하나요?”라고 물으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조금만 가면 바로 나와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10분을 걷고, 20분을 걷지만 정상은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것처럼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기대와 실망의 앙상블 속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간다. 바로 이런 마음의 ..
7. ①강: 일상에서 ‘ㄹ’ 빼게 하는 강의 그렇다면 동섭쌤 강의가 다른 강의와 방식만 다르고,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일까? ▲ 그는 이동연구소장이다. 이동하라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강의 내용은 김승희의 시다 동섭쌤 강의의 주요 내용은 일상을 이상하게 보도록 만들며, 당연함을 불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섭쌤의 강의는 김승희의 시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상략) 이란 낱말을 고요히 들여다보네 ㄹ은 언제나 꿇어앉아 있는 내 두 무릎의 형상을 닮았네 일상은 어쩌면 우리더러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를 섬기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네 무릎을 꿇고 상이 용사처럼 두 무릎을 꿇고 ㄹ로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으라고 그러면 만사 다 오케이라고 이..
6. ①강: 박동섭 강의의 특징 강의가 계속 되면서 어느덧 비는 그쳤다. 하지만 바람은 장난 아니게 불며 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듯 갑작스레 추위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하지만, 에듀니티에 모인 사람들은 배움의 열기를 가득 채우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오늘 강의의 제목은 ‘하품 수련의 역설’이지만 강의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났음에도 ‘하품’이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 어느덧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그러다 보니 체감온도가 엄청 내려갔다. 강의 제목은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동섭쌤이 제목을 헛갈렸거나, 다른 할 얘기가 많아서 뒤로 미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년 제주 강연 때 우치다쌤은 자아를 낡은..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드디어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가 시작될 때 나는 강의실 뒤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동섭쌤의 목소리가 강의실 뒤편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우치다쌤은 고베여학원대학의 건물을 소개하며 “건물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목소리가 울려서 작은 목소리로 얘길 해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고 목소리에 자신 없는 사람이 말해도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리게 되어 있다.”고 평가했었다. 건물 자체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강의를 하기 좋은 구조라는 얘기다. 설마 에듀니티의 강의실이 그 건물처럼 울림이 좋은 곳이어서 동섭쌤의 목소리가 울리는 건 아닐 것이다. 여긴 오피스텔을 개조하여 강의실로 꾸민 곳으로 울림까지 신경 쓰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건 ..
4. ①강: 트위스트 교육학에 참여한 교사들의 특징 태선씨가 강의실 앞에 나와 이 강의를 기획한 취지를 설명하고 자기소개를 하며 강의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전체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자고 제안한다. 올해 초 교컴 수련회 때도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그 때 엄청 떨며 어버버댔던 경험이 있다. 이번엔 그 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한다는 건 이래저래 부담이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4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동섭쌤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있는 제자 아닌 제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 이런 사람들이 모여 강의를 듣는다. 교육 경력이 많은 교사들 앞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름과 근무하고 있는 학교, 그리고 왜 ..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 계획이 알려지고 한 달 보름 만에 드디어 첫 강의가 있는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설렌다. 동섭쌤의 강의를 듣는 것도 기대가 되고, 그곳에서 어떤 분들을 보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 강의는 타자와의 만남이다. 이 강의에서 난 과연 만날 수 있고 어우러질 수 있을까? 강의는 타자다 나는 ‘강의란 타자를 만나는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타자의 도래는 당연히 저주임과 동시에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타자를 만나면 내가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되어, 사람들 앞에 맨몸으로 서있는 것 같은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껴야하기에 저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에 축복이라고도 할 수 ..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보면 걱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불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2박 3일의 여행을 갈 때, 여학생들은 캐리어에 짐을 하나 가득 싣고도 가방까지 챙겨온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 걸 거다. 그런데 한 달간 지리산 종주를 떠나보니, 짐은 어찌 되었든 나를 억누르는 불안의 증표라는 것을 알겠더라.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우겨넣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은 여행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는 건 ‘불안과 대면하는 일’임과 동시에, ‘걱정을 인정하고 짐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은 나의 마음의 불안을 알게 하고, 강..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숨 가쁘게 달려갈 때가 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목표한 곳에 이르게 되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될 때, 맹목적으로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몇 년을 ‘열심히만 살면 무엇이라도 이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지점에 이르게 된 순간엔 환희보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회의감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열심히 살았고 무언가 이루어왔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공허함이나 씁쓸함이 나를 휩쓰는 까닭이다. 어찌 보면 산다는 건 앞을 향해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옆을 바라보며 여유도, 뒤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한다. 여유와 성찰은 달리 말하면 ‘..
목차 1. 비고츠키 강의를 듣기 전, ‘레드 썬!’ ‘헉’에서 ‘그까이꺼’로 신나게 달리는 후기를 바라며 동섭쌤과의 인연, 그리고 그 후 ‘박동섭MKⅡ’와 ‘좀 더 건빵다워진 건빵’의 재회! ‘모르는 게 약’이 되는 동섭쌤의 강의 2. 박동섭, 그를 조심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발작적으로 떠오른 ‘박동섭, 그를 조심’이란 제목 메르스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는? 3. 정답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정답을 원하세요? 유쾌! 상쾌! 통쾌! 결론은 박동섭, 그를 조심! 4. 혁신학교와 도그마 ‘학교를 혁신하자’라는 말이 지닌 폭력성 옳은 것조차도 절대권력이 되면 절대 부패한다 5. 거침없이 박동섭을 관통하라 맑시스트와 맑시안의 차이 맑시안들의 유쾌한 반란 동섭안이 되어 박동섭을 관통하라 움직이는 연구소, 동섭쌤을 축..
5. 거침없이 박동섭을 관통하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치다쌤이 글에서 밝힌 ‘맑시스트Marxist’와 ‘맑시안marxian’을 구분한 글을 인용했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의 차이 맑시스트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자신의 사상적 입장으로 해서 그 개념, 술어를 분석의 기본적인 도구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반면에 맑시안은 마르크스의 지견을 이해하고 그 뜻에 경의를 품지만 그 술어와 개념을 분석을 위한 주요한 도구로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은 어떻게 다른가?」, 우치다 타츠루, 박동섭 역 ‘맑시스트’란 맑스의 사상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여 그걸 그대로 추구하려는 사람을 말하며, ‘맑시안’은 맑스의 사상과 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사상..
4. 혁신학교와 도그마 글이란 쓰면 쓸수록 처음의 생각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글로 표현되기 전엔 머릿속에 사념으로 남아 있다. 그게 실재한 것인지 망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활자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 간섭효과가 생기며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처음엔 무겁지 않게 쓰려 노력했고 그게 첫 번째 글에선 나름 성공했다. 하지만 두 번째 후기는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지리한 글이 되었다. 맘처럼 안 되는 게 인생만 있는 건 아니다. 글 또한 내 맘과는 자꾸 다르게 써진다. 세 편의 후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 강의가 지향하는 바, 또는 동섭쌤의 특징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들어가보도록 하자. ▲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얘길 해줬다. "일이 먼저 있고 일을 하는..
3. 정답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우리는 학교 교육을 받으며 정답이 있다고 배우며 살아왔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것’을 감내하며 버텨내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삶이란 게 알지 못하는 미지의 순간을 버티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보니, 갑갑증이 일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답을 쥐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답을 얘기하는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다. ▲ 비고츠키하면 생각나는 내용. 이걸 보고 "그 얘기는 누구도 다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게 비고츠키의 전부가 아닌데~~"라고 했다. 정답을 원하세요? ‘자기계발서’란 정체불명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힐링이란 이름의 강연에 사람이 꽉꽉 찬다. 그곳에 가면 답을 직접적으로 들어 갑갑한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