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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0. 군자의 아홉 가지 생각 16-1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는 아홉 가지 생각이 있다. 볼 때에는 밝음[明]을 생각하며, 들을 때에는 귀밝음[聰]을 생각하며, 얼굴빛 가짐에는 온화함[溫]을 생각하며, 행동거지에는 공손함[恭]을 생각하며, 말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옴[忠]을 생각하며, 일에는 공경 집중함[敬]을 생각하며, 의심에는 물어 풀 것[問]을 생각하며, 분노에는 더 큰 어려움이 결과됨[難]을 생각하며, 득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한다.” 16-10. 孔子曰: “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소소한 주석은 다 번역에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구사(九思)’는 『상서(尙書)』 「홍범(洪範)」에 나와있는 ‘오사(五事)’와 밀접한..
9. 사람의 네 가지 등급 16-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자가 최상의 인간이며, 배워서 아는 자가 그 다음의 인간이며, 곤요롭게 배워서 아는 자가 또 그 다음의 인간이다. 곤요로운데도 배우지 아니 하는 자는 인간으로서 최하의 인간이 된다.” 16-9.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나는 ‘생지(生知)’를 거부한다. 살아가는데 환상만을 심어줄 뿐 전혀 불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직 ‘곤지(困知)’의 인간일 뿐이다. 고주에 ‘곤(困)’을 ‘위유소불통야(謂有所不通也)’라고 했으니 ‘영 이해되지 않는 것, 머리가 돌 아가지 않음이 있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나는 평생 ‘곤(困)’하게만 살아왔다. 그래서 내 호를..
8. 군자와 소인의 차이 16-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외경이 있다. 천명(天命)을 경외하고, 대인(大人)을 경외하고, 성인의 말씀을 경외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못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인(大人)을 깔보며 성인의 말씀을 모독한다.” 16-8.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9-5, 11-22에 나오는 ‘외(畏)’외의 용법과 여기의 ‘외(畏)’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양자를 일치시키려는 부질없는 주석은 주목할 가치가 없다. 여기 ‘외(畏)’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심오한 의미를 지니는 ‘두려움’이다. 슈바이쳐 (Albert Schweitzer, 1875~1965)가 자기의 철학을 ‘레버런스 포 라이프(Re..
7.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 16-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警戒)가 있다. 어릴적 에는 혈기(血氣)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경계함이 색(色)에 있고, 커서는 혈기가 한창 강건하니 경계함이 투(鬪)에 있고,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미하니 경계함이 득(得)에 있다.” 16-7.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매우 좋은 말이기는 하나 과연 이런 말이 공자말일까? ‘공자왈’을 빌려 만들어진 후대의 격언들일 것이다. 과거 한국사람들은 이 장의 말씀을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듣고 자라났다. 왜냐? 그 이유는 단순하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正己)」편에 바로 이 글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6. 말을 제때에 하지 못하는 허물에 대해 16-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어른)를 모시는 데 세 가지 허물 있다. 어른의 말씀이 미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먼저 말하는 것을 덜렁댄다 일컫고, 어른의 말씀이 거기에 미쳤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숨긴다 일컫고, 어른의 안색을 살피지도 않고 마구 지껄이는 것을 막무가내 장님이라 일컫는다.” 16-6. 孔子曰: “侍於君子有三愆: 言未及之而言謂之躁, 言及之而不言謂之隱, 未見顔色而言謂之瞽.” 아마도 한ㆍ중ㆍ일 동양 삼국 중에서도 그래도 이러한 방식의 예의가 밑바닥에 가장 많이 깔려있는 나라가 한국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이러한 에티켓을 격하시키는 것만을 ‘현대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순자(荀子)』 「권학」 편에도 이 비슷한 말이..
5. 도움 되는 즐거움과 손해 되는 즐거움 세 가지 16-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를 보태주는 즐거움이 세 가지가 있고, 나를 깎아내리는 즐거움이 세 가지가 있다. 예악(禮樂)을 절도에 맞추어 따르는 것을 즐거워하고, 타인의 선(善)을 말해주는 것을 즐거워하고, 현명한 친구가 많은 것을 즐거워하는 것은 나를 보태주는 것이다. 교만과 방자를 즐거워하고, 안일하고 게으른 것을 즐거워하고, 모여 향락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은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16-5. 孔子曰: “益者三樂, 損者三樂. 樂節禮樂, 樂道人之善, 樂多賢友, 益矣. 樂驕樂, 樂佚遊, 樂宴樂, 損矣.” 보통 ‘익(益)’과 ‘손(損)’을 ‘유익함’과 ‘손해봄’으로 번역하나, 그 실제 뜻은, ‘손익계산서’와 같은 용법에서 알 수 있듯이 손..
4. 세 종류의 좋은 벗과 나쁜 벗 16-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를 보태주는 친구가 세 종류가 있고, 나를 깎아내리는 친구가 세 종류가 있다. 강직한 자를 벗하고, 성실한 자를 벗하고, 박식한 자를 벗하면 나에게 보탬이 된다. 어려운 것을 피하기만 하는 얌체를 벗하고, 유(柔)하고 좋은 말만 골라하는 호인을 벗하고, 편의에 따라 발림말만 하는 아첨꾼을 벗하면 나를 깎아내린다.” 16-4.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번역본에 따라 ‘우직(友直)’하면 ‘친구가 직하면’이라는 식으로 ‘우(友)’를 주어로 놓고 있으나, 역시 ‘우(友)’는 ‘벗한다,‘ ‘친구삼다’라는 동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직한 자를 벗하고[友直].’ 고주를 ..
3. 삼환의 자손들이 약해지고 있다 16-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작록(爵祿)이 공실(公室)을 떠난 지가 다섯 세대나 되었다. 정치권력이 대부의 손아귀로 들어간 것이 네 세대나 되었다. 보라! 저 삼환(三桓)의 자손들이 쇠미(衰微)해지고 있지 아니 한가!” 16-3. 孔子曰: “祿之去公室, 五世矣; 政逮於大夫, 四世矣; 故夫三桓之子孫, 微矣.” 제2장과 제3장은 동일한 주제에 관한 동질적 파편이나, 앞장보다는 진솔하고 더 구체적이다. 앞 장에서 ‘예악과 정벌이 대부로부터 나오면 다섯 세대면 붕괴된다’고 했으므로, 여기 네 세대나 되었기에 이미 붕괴를 앞두고 쇠미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파편을 비교해서 말한다면 제3장이 제2장에 선행했을 것이다. 제3장의 메시..
2.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은 천자만이 할 수 있다 16-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이 천자(天子)로부터 나오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예약과 정벌이 제후로부터 나온다. 제후로부터 나오면 대저 열 세대에 붕괴되지 않는 정권이 드물고, 대부로부터 나오면 다섯 세대에 붕괴되지 않는 정권이 드물고, 배신(陪臣)이 나라의 운명을 쥐면 세 세대에 붕괴되지 않는 정권이 드물다. 천하에 도(道)가 있으면 정치권력이 대부(大夫)에게 있지 아니 하고,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서인(庶人)이 의론(議論)치 아니 한다.” 16-2. 孔子曰: “天下有道, 則禮樂征伐自天子出; 天下無道, 則禮樂征伐自諸侯出. 自諸侯出, 蓋十世希不失矣; 自大夫出, 五世希不失矣; 陪臣執國命, 三世希不失矣...
1. 국가를 가진 이는 백성이 적은 것과 재물이 부족한 것을 근심하지 않는다 16-1. 계씨(季氏)가 전유) 땅을 정벌하려 하였다. 염유(有)와 계로(季路)가 공자를 뵈옵고 말씀드렸다: “계씨가 전유에서 장차 일을 벌이려고 합니다.” 16-1. 季氏將伐顓臾. 冉有ㆍ季路見於孔子曰: “季氏將有事於顓臾.”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구(求: 염유)야! 이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냐? 저 전유는 옛적에 선왕(先王: 무왕ㆍ주공)께서 동산(東山)의 제주(祭主)로 삼으셨고, 또한 우리 노나라 방역(邦域) 속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는 우리 사직(社稷)의 신하이다. 어찌 일개 대부인 계씨가 사직의 신하를 사욕 때문에 정벌할 수 있겠는가?” 孔子曰: “求! 無乃爾是過與? 夫顓臾, 昔者先王以爲東蒙主, 且在邦域之中矣, 是社稷..
계씨 제십육(季氏 第十六) 편해(篇解) 「계씨」는 그냥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여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논어』의 편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첫 장에 아주 기다랗고 자세한 사제문답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단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설화문학으로서 「선진(先進)」편 마지막 제25장 같은 성격의 것이지만, 11-25는 공문 내의 이념적 성격을 다룬 매우 추상적인 주제를 다룬 문답임에 반하여 16-1은 매우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관한 것으로서 꼭 역사소설의 한 꼭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이 첫 장의 문학은 공자시대에 있었던 사실(史實)의 편린들을 기초로 하여 후 대의 제자들이 소설적으로 각색하여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우선 「계씨」편의 ..
41. 봉사인 악사와 함께 말하는 공자의 방법 15-41. 공문(孔門)에 강사로 나오는 장님 악사 면(冕)이 뜨락에 나타났다. 그가 계단에 이르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계단입니다.” 15-41. 師冕見, 及階, 子曰: “階也.” 그가 앉을 방석자리에 이르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리입니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공자께서는 악사 면에게 일일이 고하여 말하였다: “아무개 학생이 여기 앉아있고, 아무개 학생은 저기 앉아있습니다.” 及席, 子曰: “席也.” 皆坐, 子告之曰: “某在斯, 某在斯.” 악사 면이 퇴출하자, 자장(子張)이 여쭈어 말하였다: “악사와 더불어 말씀하시는 도(道)입니까?” 師冕出. 子張問曰: “與師言之道與?”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원래 악사 선생님을 도와드리는 ..
40. 말의 본질 15-4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말이란 그 뜻이 통달되는 것을 첫째로 삼을 뿐이다.” 15-40. 子曰: “辭達而已矣.” 소라이(荻生徂徠)는 여기서 ‘사(辭)’가 보통 말이 아니라 외교사절의 말이며, 외교사절의 말이 수식적 번쇄함에 가리여 자국의 입장을 상대방의 군주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라고 주석하고 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주석을 취하지 아니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금언이며, 인간의 언어에 대한 포괄적 규정이다. 내가 『논어』 속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그리고 마음속에서 새기고 또 새기어보는 명구이다. 나는 평생 철학을 공부해왔으나 평생 품는 불만이 철학책들이 도무지 여기서 말하는 ‘달(辭)’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근원적으로 의사소통이 ..
39. 같은 이상을 품어야만 같이 도모할 수 있다 15-3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도(道)가 같지 않으면, 서로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 15-39. 子曰: “道不同, 不相爲謀.” 젊은 공자의 이상은 모든 사람과 같이 도(道)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자의 일생은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간 삶의 과정이었다. 나는 이 공자의 말씀에 깊게 동감하고 공감한다. 도(道)를 달리하는 사람들, 길을 달리하는 사람들, 가치관의 공통분모가 근원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사람들과 무리하게 도를 같이 도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끼리끼리의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보편적 가치를 실현키 위한 방법론으로서 매우 유용한 지혜를 말하고 있는 것이..
38.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가르치다 15-3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직 가르침만 있을 뿐, 류(類)적 차별은 있을 수 없다.” 15-38. 子曰: “有敎無類.” 보통 ‘교육에는 류가 없다’라고 해석하지만, ‘유(有)’와 ‘무(無)’를 대비적으로 콘트라스트 시키는 번역이 더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결국 뜻은 마찬가지. 공자의 인간평등관(egalitarianism)을 나타내는 대표적 메시지. 인간은 교육 앞에 다 평등하다. 교육에 대한 기회균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간의 계발가능성에 대하여 차별적 규정을 거부하는 명제이다. 문화의 향유라는 측면에서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교육을 받기만 하면 위대해질 수 있다. 천민과 왕후장상을 가리지 아니 한다. 공자의..
37. 프로페셔널한 직업윤리에 대해 15-3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임금을 섬기는 데 있어서는 그 일(事)을 공경히 하는 것을 첫째로 삼고, 그 밥을 먹는 것은 뒤로 한다.” 15-37. 子曰: “事君, 敬其事而後其食.” 현재 공무원들에게 이러한 정신이 있을지 …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 사회의 일반적 노동윤리가 임금(賃金)보다는 일을 어떻게 잘하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목수가 일을 해도 시간계산에 앞서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데 혼신의 정력을 쏟았다. 칼 맑스의 ‘노동시간수량화’에 의한 잉여가치 착취계산은 한 시대의 그릇된 사회윤리를 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논리였으나, 이제 그러한 논리는 또다시 극복되어야 할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장에서는 ‘임금[君]’을 말했으나, 현대사회에서도 훌륭한..
36. 군자의 원칙주의 15-3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정도를 따르고 작은 신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15-36. 子曰: “君子貞而不諒.” ‘양(諒)’의 용례는 14-18에 있었다. 여기 ‘정(貞)’은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원ㆍ형ㆍ이ㆍ정’의 ‘정(貞)’과 관련있을 것이나, 『논어』를 통틀어서 단 한 번 여기에만 나오는 글자이다. 황간의 소에는 ‘군자는 정도를 곧게 지키기 때문에 사람들의 양해를 얻기 어렵다’는 식의 육조인(六朝人)의 주석이 소개되어 있다[君子道無不正, 不能使人信之也].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35. 스승에게도 인은 양보하지 않는다 15-3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仁)에 당(當)하여서는 선생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15-35. 子曰: “當仁不讓於師.” 공자의 비권위주의! 정의로운 일에 관해서 스승이라고 봐줄 것 없다. 인(仁)에 관해서는 스승도 나의 경쟁자일 뿐!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34. 인도 물과 불만큼이나 절실하고 중요하다 15-3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성이 인(仁)을 필요로 함은 물과 불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이다. 물ㆍ불을 밟고 죽는 자는 내가 보았으나 인(仁)을 밟고 죽는 자는 내가 본 적이 없다.” 15-34. 子曰: “民之於仁也, 甚於水火. 水火, 吾見蹈而死者矣, 未見蹈仁而死者也.” 주희의 신주를 소개한다. 백성의 물ㆍ불과의 관계는, 사람들이 그것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고로, 하루라도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백성의 인(仁)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지 물ㆍ불은 외물(外物)이고, 인은 내 속에 있는 것이다. 물ㆍ불이 없으면 단지 사람의 몸을 해치는데 불과하지만, 인이 없으면 그 마음(본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
33. 군자와 소인, 각각의 장점 15-3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의 인격은 작은 일로써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큰 일에 있어서는 크게 배울 점이 있다. 소인의 인격은 큰 일에 있어서는 배울 점이 없으나 작은 일에 있어서는 그래도 배울 만한 것이 있다.” 15-33. 子曰: “君子不可小知, 而可大受也; 小人不可大受, 而可小知也.” 이 장의 해석은 군자ㆍ소인을 대상화해서 백성들과의 관계로 보느냐, 혹 은 군자ㆍ소인을 각각 따라오는 문장의 주체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엇갈린다. 전자는 고주의 입장이고, 후자는 신주의 입장이다. 나는 고주의 입장이 문법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뭇사람은 군자로부터 거대한 영감을 얻어야 하고, 소인으로부터는 작은 일에 관한 작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인용..
32. 백성들이 선해지고 공경하게 되는 방법 15-3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식으로써 이치를 파악하더라도 인(仁)이 그것을 지켜내지 못하면, 비록 지위를 얻더라도 반드시 잃는다. 지식으로써 이치를 파악하고 인(仁)이 그것을 지켜내더라도, 장엄한 인격으로써 임하지 아니 하면 백성들은 공경하지 아니 한다. 지식으로써 이치를 파악하고, 인(仁)이 그것을 지켜내고, 장엄한 인격으로써 임하더라도, 백성을 예(禮)로써 동원치 아니 하면, 아직 온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15-32. 子曰: “知及之, 仁不能守之; 雖得之, 必失之. 知及之, 仁能守之. 不莊以涖之, 則民不敬. 知及之, 仁能守之, 莊以涖之. 動之不以禮, 未善也.” 이것은 개인의 도덕의식을 말한 것이 아니라, 사회윤리(social ethics), ..
31. 밭 갊에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다 15-3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도(道)를 도모하나 밥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밭을 삶에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도다. 배움을 사랑함에 녹(祿)이 그 가운데 있도다. 군자는 도(道)를 걱정할지언정 가난함을 걱정하지는 아니 한다.” 15-31.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不憂貧.” 참으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금언이다. 문장의 구성을 잘 뜯어보면 천재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首]에 ‘모도불모식(謀道不謀食)’을 놓고, 꼬리[尾]에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을 놓아 도(道)를 공통의 주제로 하면서 ‘식(食)과 ‘빈(貧)’이라는 개념을 변주(變奏)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야(耕也), 뇌재기중의(餒在其中矣)’..
30. 생각의 늪에 빠지지 마라 15-3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 일찍이 종일토록 밥을 먹지도 아니하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도 아니하고, 생각에만 골몰하여도 보았으나 별 유익함이 없었다. 역시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15-30.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 無益, 不如學也.” 『논어』 중에서도 내 인생에 너무도 큰 영향을 준 금언이다. 나 역시 초월자에 대한 기도에도 매달려 보았고, 입산수도도 해보았고, 절해고도에서 면벽하고 좌선도 해보았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독서를 통하여 공부하는 용맹정진을 따라갈 정진(精進)이 없었다. 일찍이 공자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2-15)라고 말했지만, 여기서는 매우 확실하게 공허한 사유만 지속하는 것의 무의미성을 너무도 적확하게 지..
29. 허물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다 15-2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허물이다!” 15-29.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더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으리오? 앞 장의 ‘넓힘[弘]’과 이 장의 ‘고침[改]’은 다 같이 과정론적 콘텍스트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8. 사람이 도를 크게 할 수 있다 15-2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도(道)를 넓힐 수 있는 것이요, 도(道)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15-28.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너무도 유명한 말이지만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인간은 도덕적 존재이 다. 그러나 도덕이란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든 것이다. 도덕이란 어디까지나 ‘가도지도(可道之道)’에 속하는 것이며, ‘불가도(不可道)’의 세계에서는 도덕을 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은 항상 인간 사이에 존(存)한다. 우리가 인을 보통 인이라 하지 않고 인간(人間)이라고 말하는 것이 시간(時間), 공간(空間)과 함께 항상 간(間, relationship)을 전제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人)은 시간(時間)ㆍ공간(空間)ㆍ인간(人間)..
27. 평판에 휘둘리지 말고 직접 보고 판단하라 15-2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대중이 다 한 사람을 증오한다 해도 반드시 그 사람을 신중히 살필 것이며, 대중이 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반드시 그 사람을 신중히 살필 것이다.” 15-27. 子曰: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신주는 관련된 장으로서 4-3을 인용한다. 내용상으로는 13-24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대중의 판단에 의해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대중의 휩쓸리는 판단 때문에 독재자가 생기고, 몰매 맞는 추방자(아웃사이더)가 생기지만, 다 옳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호(好)ㆍ오(惡)는 항상 동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노자적 생각이 여기에도 깔려있다. 하나의 인간존재가 어떠한 경우에도 대중에 의해 전적인 호(好)나 전적 인 오..
26. 말만 번지르르함과 작은 것도 참지 못하는 것의 폐해 15-2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교언(巧言)은 덕을 어지럽힌다. 작은 것을 참아 내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친다.” 15-26. 子曰: “巧言亂德, 小不忍則亂大謀.” ‘교언(巧言)’은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사소한 것을 참지 못 해 ‘대모(大謀, 큰 계책, 큰 지략)’를 그르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큰일을 꾀하는 사람은 작은 일의 함정을 항상 조심하고 살아야 한다. 항우(項羽)같은 역사(力士)라도 모기 한 마리에 물려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5. 시대가 흐르며 좋은 풍속이 사라진 걸 개탄하다 15-2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관(史官)들이 의심나는 역사는 빈자리로 남겨둘지언정 함부로 쓰지를 않고, 거친 말을 소유한 자는 그것을 무리하게 다루지 않고 반드시 말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타게 하여 길들이는 신중함을 내 생애에서 내 눈으로 목도하여 왔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신중함이 다 사라져버렸구나!” 15-25. 子曰: “吾猶及史之闕文也, 有馬者借人乘之. 今亡矣夫!” 나의 번역은 정확하게 고주(古注)에 쓰여진 대로 따라서 한 것이다. 이런 장의 뜻도 모두 애매하게 처리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주에는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시대의 대세가 변해가는 모습을 한탄하는 공자의 말이라 했다[蓋雖細故, 而時變之大者, 可知也]. ‘사(史)’는 지금은..
24. 공자가 칭찬하는 경우 15-2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누굴 훼방하고 누굴 칭찬하리오? 만약 내가 누굴 칭찬하는 바가 있다면 도리어 그것은 그를 시험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백성은 하ㆍ은ㆍ주 삼대(三代)를 통하여 직도(直道)로써 행(行)하여 온 바탕이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보여도 선ㆍ악의 판단이 정확한 사람들이다.” 15-24. 子曰: “吾之於人也, 誰毁誰譽? 如有所譽者, 其有所試矣. 斯民也, 三代之所以直道而行也.” 이 장의 해석도 보통 모두 애매하게 얼버무리고 만다. 나의 번역은 나의 해석이다. 우선 많은 주석가들이 ‘기유소시의(其有所試矣)’를 내가 남을 칭찬하는 것은 ‘이미 정확하게 시험해보고 난 결과로서 칭찬하는 것이다’하는 식으로 푼다. 이런 식의 해석..
23.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15-23. 자공(子貢)이 여쭈어 말하였다: “일언(一言)으로 종신(終身)토록 행(行) 할 만한 것이 과연 있겠나이까?” 15-23.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서(恕), 그 한마디일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은 12-2에 기출. 이 장에 관해서는 4-15에서 증자의 충서 운운하는 곳에서 이미 충분히 말하였다. 4-15의 증자의 말은 본 편의 제2장과 제23장 본 장이 합성된 것이다. 이 「위령공」의 파편이 더 오리지날한 것이다. 앞의 ‘호(乎)’는 단순한 질문, 뒤의 ‘호(乎)’는 강한 단..
22.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15-2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한 사람의 말만을 가지고서 그 사람을 기용하지는 아니하며, 한 사람의 사람됨만을 가지고서 그 사람의 말을 폐(廢) 하지는 아니 한다.” 15-22. 子曰: “君子不以言擧人, 不以人廢言.” 명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말만을 가지고서 그 사람과 운명을 같이 할 수는 없다. 한 사람에 대한 막연한 평가 때문에 그 사람의 진실될 수도 있는 말을 버리지는 아니 한다. 결국 인간관계라는 것도 프로세스(Process)이며 고착된 평가로써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의 사상에는 끊임없는 ‘관계의 다이내미즘‘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터득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이다. 인용 목차 전문 ..
21. 군자가 일반인과 다른 점 15-2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긍지를 지니되 다투지 아니 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하되 편당 짓지 않는다.” 15-21. 子曰: “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 ‘긍(矜)’을 고주에는 ‘긍장야(矜莊也)’라고 했는데 장엄하고, 근엄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의 ‘긍지(矜持)’가 ‘프라이드’라는 뜻도 있지만 고주의 뜻을 내포한다. 2-14, 13-23과 비슷한 취지의 말이다. 긍지를 지녔다고 해서 사람들과 다투게 되면 그것은 근원적으로 존재의 겸손을 결여한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0. 남에게서 구하는 사람과 자신에게서 구하는 사람 15-2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15-20. 子曰: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유교는 자력(自力)구원만을 말하고, 타력(他力)구원을 말하지 않는다. 나의 구원은 나의 책임일 뿐.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19. 죽을 때에 이르러선 일컬어짐이 있어야 한다 15-1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이 세상의 삶을 끝낼 때까지 그 이름이 한 번도 값있게 불려지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15-19. 子曰: “君子疾沒世而名不稱焉.” 외면적으로만 보면 앞의 18장의 내용과 반대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명불칭(名不稱)’을 “이름이 휘날리지 못한 것을’이라고 번역하면 그렇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남이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값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일로써 내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 다면 나는 군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이름 없이, 아무 탈 없이, 노라리로 산 사람들, 아무리 위대한 은자라 할지라도 나는 그런 인간들을 존경할 수 없다. 사마천은 수양산..
18. 군자가 근심거리로 여기는 것 15-1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자기의 무능함만을 병으로 여긴다.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을 병으로 여기지 아니 한다.” 15-18. 子曰: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14-32와 같은 취지.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17. 군자의 모습 15-1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의(義)로써 바탕을 삼으며 예(禮)로써 행동하며, 겸손[孫]으로써 표현하며, 신험[信]함으로써 완성한다. 이것이 군자로다!” 15-17. 子曰: “君子義以爲質, 禮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君子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의로움이란 어떤 경우에도 개인적 사태가 될 수 없다. 내가 이 사회에서 존재한다고 하는 정의감이 나의 존재의 가장 밑바닥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의(義)가 질(質)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禮)는 나의 행동을 규정한다. 예는 나의 행동패턴이다. ‘출(出)’은 표현이다.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모든 상징적 표현이 출(出)이다. 출은 겸손할수록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험한다.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16. 함께 모여 시답잖은 얘기를 한 이에게 15-1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하루 종일 무리지어 같이 있으면서, 하는 말들이 의로움에 미치지 못하고, 작은 지혜나 행하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무리들의 앞날에는 환난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5-16. 子曰: “羣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공자 말씀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노닥거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맨 남 얘기 아니면 신변잡사. 잔꾀를 내어 기발한 짓이나 하려 하고 … 싹이 노오란 인종들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15. ‘어찌할까’라는 말조차 없는 사람 15-1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하고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자는 나도 어찌할 바가 없을 뿐이로다.” 15-15. 子曰: “不曰 ‘如之何如之何者,’吾末如之何也已矣.” 주희의 신주는 다음과 같다. ‘여지하여지하(如之何如之何)’라고 한 것은 깊게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서 처신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지 아니 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은 성인이라 할지라도 또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如之何如之何者, 熟思而審處之辭也. 不如是而妄行, 雖聖人, 亦無如之何矣. ‘여지하(如之何)’의 용법은 2-20, 9-13, 11-13, 12-9 등에도 있었다. 그러니까 신주의 입장에 따라 해석하면 ‘여지하’의 의미내용은 긍정적인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
14. 원망을 멀리하는 방법 15-1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스스로 자기를 책망하기를 후하게 하고, 남을 책망하기를 박하게 하면 원망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15-14. 子曰: “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 살면서 힘써야 할 절실한 말씀이다. 독자들은 제발 그 반대가 되는 삶을 살지 않기를, 지도자들이 남 책망은 후하게 하면서 나 책망은 박하게 하기 때문에 이 땅의 정치가 어그러져 온 것이다. ‘네 덕 내 탓’이 구호로만 그쳐서는 아니 된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13. 장문중은 지위를 훔친 자다 15-1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노나라의 명재상이라 하는 장문중(臧文仲)은 분명 그 지위를 도적질한 자일 것이다. 유하혜(柳下惠)의 어짊을 알고서도 그를 발탁하여 더불어 조정에 서질 않았다.” 15-13. 子曰: “臧文仲其竊位者與. 知柳下惠之賢, 而不與立也.” 장문중(臧文仲)은 장손진(臧孫辰, ?~BC 617), 공자보다 2세기를 앞선 노나라의 명재상으로 알려졌다. 「공야장(公冶長)」 17에도 그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토로한 바 있다. 세속적 평가를 그대로 용인하지 않는 공자의 고집을 보여준다. 유하혜(柳下惠)는 뒤의 「미자(微子)」편에 두 번 출현한다(18-2, 18-8). 유하(柳下)가 성처럼 쓰이고 있는데 유하는 그가 사는 집이나 식읍의 이름에서 유래했을 것이..
12. 여자 밝히듯 덕을 좋아하길 15-1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 절망스럽구나! 덕을 좋아하기를 아리따운 여인을 좋아하듯 하는 사람을 아직도 보지 못하다니!” 15-12. 子曰: “已矣乎!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자한」 17에 기출한 내용이지만 ‘이의호(已矣乎)’를 앞에 놓은 이 파편이 더 오리지날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의호(已矣乎)’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끝났다’, ‘끝장이구나’ ‘희망 없구나’ ‘틀렸다’하는 말인데 깊은 절망의 탄식이다. 5-26에 같은 용례가 있다. 깊은 절망의 탄식을 이토록 아름답고 여유있게 표현한다는 것은 그 콘트라스트가 놀랍다. 여인을 사랑하듯이, 색(色, 섹스)을 좋아하듯이 절대적으로 덕을 사랑하는 인간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 탄식은 공자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11. 먼 근심과 가까운 근심 15-1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먼 근심이 없어도 반드시 가까운 근심은 있다.” 15-11. 子曰: “人無遠慮, 必有近憂.” 고주는 이 구문을 ‘if-then-’의 구문처럼 해석하여, ‘사람이 멀리 내다 보는 사려가 부족하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겨나게 마련이다’라는 식으로 푼다. 그러니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멀리 내다보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가까운 근심도 없어진다는 것이다[人生當思漸慮遠, 防於未然, 則憂患之事, 不得近之. 황소]. 그러나 이런 식의 해석은 재미가 없다. 나의 번역을 잘 씹어보시기를. ‘무(無)’와 ‘유(有)’, ‘원(遠)’과 ‘근(近)’의 대비는 문장의 묘미를 준다. 실존철학(Existentialism)은 조르게(Sorge)를 말하지만, 여..
10. 안연이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묻다 15-10. 안연(顔淵)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爲邦]을 여쭈었다. 15-10. 顔淵問爲邦.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하(夏)나라의 역법(曆法)을 행하고, 은(殷)나라의 수레를 타며, 주나라의 관(冠)을 쓰며, 음악은 소무(韶舞)로 할 것이다. 정성(鄭聲)을 추방하고 영인(佞人)을 멀리하라. 정성은 음(淫)하고, 영인은 위태로우니라.” 子曰: “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 樂則韶舞. 放鄭聲, 遠佞人. 鄭聲淫, 佞人殆.” 정월(正月)을 1년의 시작으로 삼는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음력이 곧 하력(夏曆)이다. 은나라의 수레는 질박하고, 주나라의 관은 잘 갖추어졌다고 한다. 소 음악에 관해서는 3-25와 7-13에 기출. 악(樂)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무(舞, 춤..
9. 장인이 도구를 날카롭게 다듬듯 인간관계를 다듬어라 15-9. 자공(子貢)이 인을 실천하는 방법에 관하여 공자께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공인(工人)이 그 일을 잘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 공구(工具)를 예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나라에 살게 되면 반드시 그 대부 중에 슬기로운 자를 섬기고, 그 선비 중에 인(仁)한 자를 벗 삼아야 한다.” 15-9. 子貢問爲仁. 子曰: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 ‘문인(問仁)’이 아니고, ‘문위인(問爲仁)’이라는 것을 주의할 것. ‘거시방야(居是邦也)’는 1-10의 ‘지어시방야(至於是邦也)’와 같은 용법. 1-10에도 자공이 등장한다는 것은 재미있다. ‘시방(是邦)’은 특정한 나라가 아니라, ‘아무 나라나 ..
8. 살신성인(殺身成仁) 15-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구차히 삶을 구하여 인(仁)을 해침이 없고, 그 몸을 죽이어[殺身] 인을 이룸[成仁]은 있다.” 15-8. 子曰: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 ‘지사(志士)’는 의로운 사람. ‘살신성인(殺身成仁)’에 관하여 어찌 구구한 해 설이 필요할까보냐마는, 도덕적 신념이 종교적 신념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기독교가 오늘까지 인류사에서 전도주의를 팽창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서 순교정신(martyrdom)을 들 수 있으나, 토인비가 지적하듯이 무리한 상황이 많았다. 로마 집정관들의 기록을 뒤져보면 집정관들은 가급적인 한 살려주려고 노력하는데, 초대교인들은 가급적인 한 죽여달라고 애걸한다는..
7. 사람을 잃는 경우와 헛소리로 치부되는 경우 15-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더불어 말할 만한 상대인데도 더불어 말하지 아니 하면 그 사람을 잃어버리고, 더불어 말할 만한 상대가 아닌데도 더불어 말하면 그 말을 잃어버린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도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아니 한다.” 15-7.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천하의 명언이다! 원문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직역하였다. ‘실인(失人)’, ‘실언(失言)’과 같은 표현은 대단히 정묘(精妙)한 표현이다. 대화의 거부와 대화의 소통에 관하여 이토록 단순한 몇 마디 말로써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수사법이 아닐 수 없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6. 올곧은 사어(史魚)와 권도를 행한 거백옥(蘧伯玉) 15-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직(直)하도다! 사어(史魚)여! 나라에 도가 있어도 화살처럼 곧고 나라에 도가 없어도 화살처럼 곧구나. 15-6. 子曰: “直哉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군자(君子)로다! 거백옥(蘧伯玉)이여!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물러나 모든 것을 수렴하여 가슴속에 품어둘 뿐이로다.” 君子哉蘧伯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 사어(史魚), 거백옥(蘧伯玉)은 모두 위나라의 중신(重臣). 거백옥은 공자가 위나라에서 신세진 인물로서 공자가 존경하는 선배. 기출. 그러나 사어(史魚)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그의 사적에 관해서는 한초(漢初)의 서물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실려있는 ..
5. 행하여짐의 조건 15-5. 어린 제자 자장(子張)이 도(道)가 세상에 행(行)하여지는 것에 관하여 여쭈었다. 15-5. 子張問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말[言]이 충신(忠信)하고 그 행동이 독경 (篤敬)하면 비록 만맥(蠻貊)의 오랑캐나라라 할지라도 도가 행하여질 수 있거니와, 말이 충신하지 못하고 그 행동이 독경하지 못하면 자기가 사는 작은 동네에 서도 도는 행하여지지 않는다. 일어서면 그 충신독경한 생각이 항상 몸 앞에 어른거리는 듯하고, 수레에 올라타면 그 충신독경한 생각이 앞의 가로목 형(衡)에 기대어 서있는 것 같이 보이는 그러한 마음자세 후에나 도는 행하여질 수 있는 것이다.” 子曰: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 立, 則見其參於前也; 在輿..
4. 순임금의 하지 않는 다스림 15-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함이 없이[無爲] 스스로 다스려지게 만든 자는 오직 순(舜)임금이실진저! 과연 무엇을 하셨겠는가? 몸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면(南面)하셨을 뿐이로다.” 15-4.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논어」를 읽으면서 내가 계속 강조해왔지만, 유가사상을 도가사상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오직 외래종교인 불교에 대한 반감으로 생겨난 배불론(排佛論)의 틀 속에서 성립한 도통을 강조하는 송유 도학 이후의 사태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도학적 사유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조선왕조의 세뇌를 거친 우리 나라 한학풍토 속에서는 아직도 도가와 유가의 통합적 사유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간백문헌의 출토는 유ㆍ..
3. 덕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15-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유(由, 자로의 이름)야! 덕(德)을 아는 자가 너무도 드물구나!” 15-3. 子曰: “由! 知德者鮮矣.” 제주(諸注)가 모두 제1장에서 성난 자로가 여기서도 대상이 되어 있다고 말하나, 그것은 매우 유치한 주석이다. 그런 구체적 상황의 맥락을 떠나서 자로라는 하나의 순결한 인격체에 의지하는 공자의 절망적 고백으로 보아야 한다. 덕을 아는 자는 만나기 어렵다는 고백은,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적 인격체, 공자가 허무(虛無) 앞에 단독자로 서있는 절망의 심연을 표현하고 있다. 그 고독을 표현할 수 있고 또 그 표현을 공감의 나락에서 수용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로밖에는 없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 공자는 하나로 모든 이치를 꿰뚫었다 15-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賜: 자공의 이름)야! 너는 내가 많은 것을 배워서, 잡다하게 기억하는 자라고 생각하느뇨?” 15-2. 子曰: “賜也, 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자공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그러하오이다. 아니오니이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지 아니 하다. 나는 하나로써 세상의 이치를 꿰뚫은 자이니라.” 對曰: “然, 非與?” 曰: “非也, 予一以貫之.” 참으로 아름다운 사제문답이다. 이 장이 「이인(里仁)」편 15의 증자의 말에 비하여 훨씬 오리지날한 성격의 파편이라는 것은 그곳에서(4-15) 설진(說盡)하였다. 주희의 신주나 유보남이 모두 이 대화가 진(陳)ㆍ채(蔡)의 액난의 시기에 같이 이루어진 것으로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1. 곤궁할 때 드러나는 군자와 소인의 차이 15-1. 위나라 영공(衛靈公)이 공자에게 진법(陣法)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조두(俎豆)에 관한 일들은 제가 일찍이 공부 좀 했습니다만, 군대에 관한 일은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위나라를 떠나시었다. 15-1. 衛靈公問陳於孔子. 孔子對曰: “俎豆之事, 則嘗聞之矣; 軍旅之事, 未之學也.” 明日遂行. 진 (陳)나라에 있을 때에 식량이 끊겼다. 같이 따라간 사람들이 병이 들고 초췌하여 일어서지조차 못하였다. 자로가 핏대가 나서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도덕적으로 살아온 군자도 이토록 곤궁할 때가 있나이까?”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오히려 곤궁함을 지킨다..
위령공 제십오(衛靈公 第十五) 편해(篇解) 「위령공」 편은 일관된 내용을 지니지 않은 잡찬(雜纂)의 체제이기 때문에 그 성격과 편찬목적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해도, 『논어』전편을 통해서도 그 양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그러면서도 역사적 공자의 육성을 전하는 아름다운 장으로 정평이 높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인용하는 금언이나 격언이 이 편 속에 집중적으로 편집되어 있다. 나는 이 「위령공」 편을 심히 사랑한다. 상론의 「이 인편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우선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사제문답)나 공자의 행동을 기술한 장이 겨우 일곱 장 뿐이며 나머지 34장은 모두가 ‘자왈(子曰)’ 로기온으로서 짧은 교훈, 격언이다. 대화와 행동을 기술한 일곱 장은 1ㆍ2ㆍ5ㆍ9ㆍ10ㆍ23ㆍ41장인데 ..
47. 궐당 어린 아이의 학문 14-47. 궐당(闕黨) 동네에서 온 꼬마 한명이 공자집 문간방에서 손님과 주인을 오가며 명(命)을 받드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손님이 왔다가 공자에게 여쭈어 말하였다: “배움이 매일매일 향상되는 좋은 아이이겠군요?” 14-47. 闕黨童子將命. 或問之曰: “益者與?”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 글쎄 고놈이 어른과 맞먹는 자리에 앉기도 하고, 선생들과 나란히 걸어다니곤 하는 것을 내가 보았지요. 향상되기를 구하는 놈이 아니라 속성(速成)되기만을 바라는 싹수없는 꼬마라니까요!’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並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앞장과 같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성인은 남을 칭찬하기만 할 것 같은데, 공자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 집에 둔 문간 소사..
46. 친구 원양의 정강이를 치다 14-46. 공자의 소꿉친구 원양(原)이 건방지게 한 다리를 척 걸치고 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께서 지팡이를 짚으며 당도하여 말씀하시었다: “자네는 어려서도 공손하지도 않았고, 커서도 좋게 기억될 만한 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다 늙어서는 빨리 죽지도 않으니, 자네야말로 도둑일세.” 그러시고는 지팡이로 그 친구 정강이를 툭 치셨다. 14-46.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논어』에서 참으로 특이한 장면이고, 특이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 묘사가 좀 듣기 거북하다 해도, 사실 매우 리얼한 정황을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양(原壤)이 어려서부터 허물 없는 공자의 ‘불알친구’일 것이라는 사실에는 모든 주들이 ..
45. 공자가 말한 수신과 평천하 14-45. 자로(子路)가 군자(君子)를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기를 닦되 경(敬)으로써 하라.” 14-45. 子路問君子. 子曰: “脩己以敬.” 자로가 여쭈었다: “그것뿐이오니이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기를 닦되 타인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써 하라.” 曰: “如斯而已乎?” 曰: “脩己以安人.” 자로가 여쭈었다: “그것뿐이오니이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기를 닦되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써 하라. 자기 몸을 닦음으로써 백성을 편하게 만드는 것에 관해서는 요ㆍ순도 이를 오히려 어렵게 여겼나니라!” 曰: “如斯而已乎?” 曰: “脩己以安百姓. 脩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13-21 등에서 우리는 『중용(中庸)』사상의 원류를 더듬을..
44. 임금이 예(禮)를 좋아하면 백성을 다스리기가 쉽다 14-4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윗사람이 예(禮)를 좋아하면, 예에 의하여 교화된 백성은 부리기가 쉽다.” 14-44. 子曰: “上好禮, 則民易使也.” 유가의 리더십의 원칙은 솔선수범, 초월적 타자에 대한 신앙을 명령하는 리더십이 아니다. 사현도(謝顯道)가 말하기를, “예가 통달하면(보편적 규범이 되면) 모두의 분수가 정해지므로, 다스리기가 쉬워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예달이분정(禮達而分定)’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질 못하다. 윗사람부터 분수를 어기는 짓만 하고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니깐, 백성들은 윗사람의 말을 듣질 않는다. 신뢰가 상실되어 있는 것이다. 현대민주정치에도 항상 들어맞는 말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
43. 3년상 동안 임금이 국정을 놓을 수 있었던 이유 14-43. 자장(子張)이 여쭈었다: “서에 이르기를, ‘은나라의 고종(高宗)은 양암(諒陰)에 살면서 삼 년 동안 말하지 않았다’라고 했는데,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니이까?” 14-43. 子張曰: “『書』云: ‘高宗諒陰, 三年不言.’ 何謂也?”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찌 고종만 그러했겠는가? 옛 사람들은 다 그러했느니라. 임금이 승하하면, 대를 잇는 임금은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백관(百官)이 모두 자신의 직책을 책임지고 총재의 명을 받들기를 삼 년 동안 하였나니라.” 子曰: “何必高宗, 古之人皆然. 君薨, 百官總己以聽於冢宰三年.” 여기 자장이 묻는 말은 현존하는 『서경』에 없다. 아마도 분서갱유 때 사라지고 복원이 되지 않은..
42. 마음이 있구나 경쇠를 침이여! 14-42. 공자께서 위나라에서 편경(編磬)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고 계셨다. 마침 어깨에 삼태기를 메고, 공자께서 편경을 연주하고 있는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 자가 말하였다: “천하에 마음을 둔 소리로다! 너의 편경 연주는!” 14-42. 子擊磬於衛. 有荷蕢而過孔氏之門者, 曰: “有心哉! 擊磬乎!” 조금 있다가 그 자가 다시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소리가 너무 여유 없이 깐깐키만 하도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탄한다면 그것은 자신 내면에서 그쳐야 할 일일 뿐, 『시경』 가사에도 이런 말이 있다: ‘깊으면 여울목 디딤돌을 밟고 건너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건너라’ 시의에 따라 방법은 여러 가지!”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과감하게 말하..
41.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 공자 14-41. 자로(子路)가 석문(石門) 부근에서 유숙하였는데, 그 석문의 문지기가 물었다: “어디서 오셨소?” 자로가 대답하였다: “공씨(孔氏)와 같이 있다가 오는 길이요.” 14-41. 子路宿於石門.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문지기가 말하였다: “불가능한 줄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그 분 말 이구려!” 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석문(石門)은 지명인데 정현주의 일문(佚文)에 의하면 노나라 성[城外]의 한 작은 문이라고 한다. 노나라 수도 곡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한다. ‘신문(晨門)’은 문지기. 보통 신주는 신문이 은자이며 공자를 야유한 것[譏孔子]으로 본다. 이것은 하론(下論)에 대한 판에 박힌 편견에서 유래하는 생각 없는 ..
40. 작자는 일곱사람이다 14-4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작자(作者)는 칠인(七人)이다.” 14-40. 子曰: “作者七人矣.” 번역이 필요 없다. 앞서 말했듯이(7-1), ‘작자’라는 말은 중국고대사상사에서 유니크한 개념이며, ‘문명의 최초의 전기를 이룩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사태이다. 그러므로 ‘작자’는 고정될 수밖에 없다. ‘불’을 두 번 발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칠인(七人)’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칠인’이 누구인가에 관해서는 송유인 장횡거는 ‘복희ㆍ신농ㆍ황제ㆍ요.순ㆍ우ㆍ탕’이라고 말한다(『장자전서(張子全書)』 권 제12). 그런대로 대체적인 중국인의 관념을 나타낸 말일 것이나 칠인의 비정(比定)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작자가 7인’이라는 말은 공자..
39. 피해야 하는 상황 14-3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가장 뛰어난 현자(賢者)는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을 피해버린다. 그 다음으로 현명한 사람은 나라를 피하고, 그 다음으로 현명 한 사람은 색(色)을 피하고, 그 다음으로 현명한 사람은 말(言)을 피한다.” 14-39. 子曰: “賢者辟世, 其次辟地, 其次辟色, 其次辟言.” 별로 중요한 말이 아니다. 정이천 말대로 우열(優劣)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당한 상황이 다를 뿐이다[所遇不同耳]. 여기 벽은 ‘피(辟)’로 읽는다. ‘피(避)’라는 글자와 통자(通学)이기 때문이다. 색(色)은 여색의 뜻이 일차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야 다음의 말(言)과 대비되어 그 포괄적인 뜻이 드러난다. 보통은 군주의 안색을 살피고 떠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좀 졸한 해석이다..
38. 도가 실행되거나 없어지거나 하는 건 천명을 따른다 14-38. 공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공백료(公伯寮)가 당시 계씨의 가로였던 자로(子路)를 모함하여 계손(季孫)씨에게 참소하였다. 이에 노나라의 훌륭한 중신인 자복경백(子服景伯)이 공자께 아뢰었다: “우리 계손 부자(夫子)께서 공백료의 모함으로 인하여 진실로 자로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 능력이 미력하나마 공백료 같은 녀석 정도는 그 시신을 시장거리나 조정 앞 거리에 널어 놓을 수 있겠나이다.” 14-38. 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子服景伯以告, 曰: “夫子固有惑志於公伯寮, 吾力猶能肆諸市朝.”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계씨가 정신차려서 도(道)가 장차 이 땅에 행(行)하여지는 것도 천명이요, 계씨가 멍청하여 도(道)가 장차 이 땅에서..
37. 나를 알아주는 건 하늘뿐이구나 14-3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14-37. 子曰: “莫我知也夫!” 이에 자공(子貢)이 여쭈었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알아주는 이가 없는 것입니까?”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노라. 나는 사람을 탓하지 아니 하노라. 나는 비천한 데서 배워, 지고의 경지까지 이르렀노라. 이 나를 아는 이는 저 하느님이실 것이로다.”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 「공자세가(孔子世家)」는 이 탄식을 ‘획린(獲麟)’의 불길한 사건 직후로 배열하고 있으나(애공 14년), 나는 아무래도 자로가 죽은 이후의 공허감과 자신의 머지않은 죽음을 예견하는 달관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본다..
36.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포용하겠다는 사람에게 14-36. 혹자가 공자께 여쭈었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 것은 어떠하겠나이까?” 14-36. 或曰: “以德報怨, 何如?”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덕을 무엇으로 갚을꼬? 원한에는 직으로 갚는 것이 정당하고, 덕에는 덕으로 갚는 것이 정당하나니라.”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善待)하라.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큐복음서」제14장: 마 5:44, 46, 눅 6:27~28). 이것은 「큐복음서」 자료로서 「마태」와 「누가」에 들어있는 공통자료이다. 예수의 오리지날한 육성에 가까운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공자의..
35. 천리마는 힘이 아닌 덕으로 칭송받는다 14-3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리마는 그 힘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요, 그 덕을 칭송하는 것이다.” 14-35. 子曰: “驥不稱其力, 稱其德也.” 천리마의 인간이 어떻게 천리를 뛸 수 있는가를 잘 생각해보라. 세상은 힘으로만 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반드시 내면적 덕성이 뒷받침 되어야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세계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34. 고집불통을 증오한 공자 14-34. 미생무(微生畝)라는 은자가 지나가는 공자를 평하여 말하였다: “구(丘)는 어찌 저리 거드름을 피우며 여기저기 다니는고? 말재주나 굴리는 놈이 아닌가?” 14-34. 微生畝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감히 말하건대 나는 말재주를 굴리는 사람이 아니외다. 나는 고집불통의 완고함을 증오하는 사람이외다.”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 미생무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주희가 말하기를, “미생무가 공자의 이름 을 부르면서 하는 말이 매우 거만하니, 아마도 연치(年齒)와 덕(德)이 있으면서 은둔하는 자인 듯하다.’ 나는 ‘서서(栖栖)’를 거만하게 걷는 모습으로 푼다. 의태어이다. 공자의 대답은 매우 리얼하다. 공자의 일생을 나..
33. 짐작하지 말거나 억측하지 말고 객관적 사태 속에 진실을 보라 14-3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남이 나를 속일까 미리 짐작하지 아니 하고, 남이 나를 불신할까 미리 억측하지 아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태를 먼 저 파악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14-33.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抑亦先覺者, 是賢乎!”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힘든 장에 속하지만 대체로 내가 번역해놓은 것이 신주ㆍ고주를 통틀어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미리 남을 억측하고 불신하지는 않지만, 항상 객관적인 진실된 정황을 먼저 파악하고 대인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지혜로운 방식에 속하는 일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32. 남에게 인정받기보단 실력을 먼저 키워라 14-3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이 모자라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14-32.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이 주제는 여기 외로 도, 1-16, 4-14, 15-18에 나온다. 이렇게 같은 주제가 4번씩이나 이야기가 되어도 조금씩 그 말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 이렇게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처럼 반복되는 것은 얼마나 공자가 이러한 메시지에 대하여 간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하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신주는 말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가 『논어』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위대한 메시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자의 가르침, 즉 유학..
31. 자공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다 14-31. 자공(貢)은 사람을 비교해서 평하는 것을 즐겨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賜, 자공의 이름) 그놈은 참 잘나기도 잘났구나! 나는 그렇게 사람을 평하고 앉아있을 틈이 없노라.“ 14-31. 子貢方人. 子曰: “賜也賢乎哉? 夫我則不暇.” 나의 해설은 번역에 다 반영되어 있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30. 인자와 지혜로운 자와 용맹한 자의 특징 14-3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의 도(道)에 세 가지가 있으나 나는 능한 것이 없구나. 인자(仁者)는 근심하지 아니 하고, 지자(知者)는 미혹하지 아니 하고, 용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아니 한다.” 14-30.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자공이 이에 말하였다: “우리 부자께서 스스로 낮추어 말씀하신 것이다.” 子貢曰: “夫子自道也.” 비슷한 내용이 9-28에 나온다. 여기 ‘자도(自道)’의 ‘도(道)’는 “말한다‘의 뜻이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의 두 번째 ‘도’와 용법이 같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9. 군자의 말과 행실 14-2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그 말이 그 행동보다 과대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14-29.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고주에 의거하였다. 신주에 의하면, ‘군자는 그 말을 함부로 다 해버리지 아니 하고, 그 행동은 여유롭게 남겨둔다’라는 뜻이 된다. 고주가 원의에 가까울 것이다. 4-22의 내용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황소는 다음과 같다: ‘君子之人, 顧言愼行. 若空出言, 而不能行遍, 是言過其行也. 君子恥之, 小人則否.’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8. 지위에 맞는 생각을 하라 14-28. 증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생각이 머물러야 할 자리에 머물러 그 분수를 넘어가지 않는다.” 14-28. 曾子曰: “君子思不出其位.” 고주는 27장과 28장을 한 장으로 간주한다. 그리하면 28장의 증자 말은 27장의 공자 말에 대한 주석처럼 보인다. 나는 신주를 따랐다. 그런데 이 장의 말은 『주역(周易)』 간괘(艮卦, ䷳) 대상전(大象傳)의 말로서 나온다. 그러나 고주는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반드시 간 대상과의 관련성 속에서만 이것을 해석해야만 할 필연성은 없을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7. 그 지위에 있어야 정치를 도모할 수 있다 14-2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정확한 벼슬자리에 있지 않으면 정사를 도모하지 않는다.” 14-27. 子曰: “不在其位, 不謀其政.” 8-14에 기출.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6. 심부름꾼을 통해 본 거백옥이란 사람에 대해 14-26. 위나라의 대부 거백옥(蓮伯玉)이 사람을 보내어 공자께 문안 드렸다. 공자께서는 그에게 방석을 주며 앉으라 하시고 물으시었다: “요즈음 부자(夫子)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나?” 14-26. 蘧伯玉使人於孔子. 孔子與之坐而問焉, 曰: “夫子何爲?” 이에 사자(使者)가 대답하여 말씀드리었다: “저희 부자께서는 허물을 적게 하려고 노력하시지만 아직도 능치 못하십니다.” 對曰: “夫子欲寡其過而未能也.” 사자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 정말 훌륭한 사자이로구나! 훌륭한 사자이로구나!” 使者出. 子曰: “使乎! 使乎!” 거백옥(蓮伯玉)은 위나라의 대부, 실명은 거원(蘧瑗). 현자(賢者)로서 존경 받는 공자 당대의 인물이었다. 공자가 존경하는 인물..
25. 위기지학(爲己之學) & 위인지학(爲人之學) 14-2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기를 위하여 배웠고, 지금의 배우는 자들은 남을 위하여 배운다.” 14-25.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유학에 있어서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란 개념은 너무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므로 고전에 입문하는 학도들은 이 말을 잘 기억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기(爲己), 위인(爲人)이라는 말이 젊은 학도들에게는 이기적 학문, 이타적ㆍ사회봉사적 학문의 뜻으로 역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으나, 본시 그런 뜻이 아니고 위기(爲己)는 자기 내면에 온축하여 쌓아나가면서 자기의 덕성을 확충해나간다는 말이고, 위인(爲人)은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오직 출세만을 위하여, 겉..
24. 군자는 날로 성장하고 소인은 날로 위축된다 14-2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지는 상달(上達)하고, 소인은 하달(下達)한다.” 14-24.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군자는 본질적이고 고매한 세계에 통달하고 소인은 말엽적이고 저속한 세계에 통달한다는 의미일 것이나, 너무 이원적으로 격리되어 있어 공자의 말일 수가 없다. 이 말보다는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이라는 말이 공자의 세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본 장의 말은 군자와 소인의 대체적 경향성만을 지적한 말일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3. 임금을 섬길 땐 속이지 말고 간쟁해야 한다 14-23. 자로(子路)가 임금 섬기는 것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진심을 다하고 속이지 말라. 그리고 잘못하면 맞대놓고 간(諫)하라.” 14-23.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예기』 「단궁」 상 앞머리에 이런 말이 있다: ‘부모를 섬기는 데는 숨기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범하는 일은 없고, 임금을 섬기는 데는 범하는 일은 있어도 숨기는 일은 없다[事親, 有隱而無犯; 事君, 有犯而無隱)].’ ‘범(犯)’이란 정면으로, 공격적으로 간쟁(諫爭)하는 것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22. 제나라의 임금이 시해 당한 사건에 토벌하자고 요청한 공자 14-22. 제나라의 가로 진성자(陳成子)가 제나라의 임금 간공(簡公)을 시해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목욕재계하시고 조정에 나아가 애공(哀公)에게 아뢰었다: “진항(陳恒: 진성자의 실명)이 그의 군주를 시해하였사오니, 그를 토벌하시옵소서.” 14-22. 陳成子弑簡公. 孔子沐浴而朝, 告於哀公曰: “陳恆弑其君, 請討之.” 애공이 말하였다: “저 삼환(三桓)의 실권자들에게 고(告)하라.”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도 대부들과 같이 노니는 중신(重臣)인 셈이라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임금께서는 저 삼환에게 고하라고 말씀하시는구나.” 公曰: “告夫三子!” 孔子曰: “以吾從大夫之後, 不敢不告也. 君曰 告夫三子者.” 공자는 삼환에게 차례로..
21. 자신이 한 말에 부끄러워할 수 있는 사람 14-2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말을 부끄럼 없이 확실하게 하는 사람은, 그 말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4-21.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이 장은 언뜻 해석이 어렵다. 누구든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게 문장이 구성되어 있다. 신주는 ‘기언지부작(其言之不怍)’을 ‘대언불참(大言不慙)’으로 해석했다. 그러면 뜻이 이렇게 된다: ‘큰소리 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 말을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나는 신주보다는 고주가 더 본래의 뜻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고주는 ‘부작(不怍)’의 뜻을 신주처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본다. ‘부끄럼이 있다’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은 내면에 덕성..
20. 위령공이 무도(無道)함에도 나라를 잃지 않은 이유 14-20. 공자께서 위나라 영공(公)의 무도함을 말씀하시자, 계자가 여쭈었다: “그토록 무도한데도 어찌하여 그 자리를 잃지 아니 하였습니까?” 14-20. 子言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이에 공 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중숙어(仲叔園)는 외국의 사신으로 온 빈객을 잘 다스리고, 축타(祝鮀)는 종묘를 잘 다스리고, 왕손가(王孫賈)는 군대를 잘 다스린다. 이와 같이 유능한 신하들이 잘 버티고 있는데 어찌 그 자리를 잃겠는가?” 孔子曰: “仲叔圉治賓客, 祝鮀治宗廟, 王孫賈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강자(康子)’는 바로 계강자이다. 그러니까 이 대화는 귀로 후의 대화이다. 그러나 위령공은 귀로 전에 죽었다. 귀로 9년 전, BC ..
19. 천한 신분의 신하의 능력을 인정해준 공숙문자 14-19. 공숙문자(公叔文子)의 가신인 대부 선(僎)이 공숙문자의 추천으로 그와 함께 국가 조정의 최고직에 올랐다.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공숙문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시었다: “시호를 문(文)이라 할 만하다.” 14-19. 公叔文子之臣大夫僎, 與文子同升諸公. 子聞之曰: “可以爲文矣.” ‘공숙문자(公叔文子)’는 본 편 14장에 나왔던 인물. 위나라의 가로(家老). 공평(公平)하고 관용(寬容)한 측면이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의 신하도 영지(領地)를 갖는다. 그러한 자기 신하 중에 대부(大夫)인 ‘선(僎)’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 인물을 위나라 정부의 집정(執政)의 직에 오르도록 천거한 것이다. ‘동승저공(同升諸公)’의 ‘..
18. 관중이 환공을 도왔기에 문명을 지킬 수 있었다 14-18. 자공(子貢)이 여쭈었다: “관중(管仲)은 인자(仁者)가 아닐 것이외다. 환공(桓公)이 자기의 주군 규(糾)를 죽였는데도, 같이 죽기는커녕, 환공 밑에서 재상 노릇을 하다니요.” 14-18. 子貢曰: “管仲非仁者與? 桓公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패자가 되게 하여, 천하를 크게 한 번 바로잡으니, 중원의 백성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은혜를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상투 없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덮어 매는 좌임(左衽)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찌 필부(匹夫)ㆍ필부(匹婦)들이 조그마한 신의를 위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코자 작은 도랑가에서 스스로 목매달..
17. 관중의 제후들을 규합하였기에 인(仁)의 공로가 있다 14-17. 자로가 여쭈었다: “제나라의 임금이 된 환공(桓公)이 라이벌 공자 규(公子 糾)를 죽이자, 그를 모시던 소홀(召忽)은 같이 순직하였는데, 관중(管仲)은 살아 남았으니, 관중이야말로 인하지 못하다 말해야 할 것 아닙니까?” 14-17.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 未仁乎?”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환공은 제후들을 아홉 번이나 규합시키면서도 병거(兵車)를 쓰지 않았으니 이는 관중의 역량이다. 누가 과연 관중의 인(仁)함에 미치겠는가? 누가 과연 관중의 인(仁)함에 미치겠는가!”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 규(糾)와 소백(小白)은 모두 제나라의 못난 군주 양공(襄公)의 ..
16. 진문공과 제환공에 대한 공자의 평가 14-1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은 권도(權道)에는 강했으나 정도(正道)에는 약했고, 제환공(齊桓公: 소백小白)은 정도(正道)에는 강했으나 권도(權道)에는 약했다.” 14-16. 子曰: “晉文公譎而不正, 齊桓公正而不譎.” 공자보다 약 150년 전 이전의 정치판세를 평하는 공자의 말이다.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제1인자는 제환공! 관포지교(管鮑之交)를 배경으로 제나라의 패자가 되는 이야기는 중국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 모르는 사람들은 이미 고인이 된 고우영 선생의 만화 십팔사략』 제2권 춘추시대(春秋時代)를 펼쳐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환공이 관중(管仲)이 보필하는 형 규(糾)를 물리치고 등극한 것은 B..
15. 임금을 협박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세워달라고 말한 장무중 14-1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노나라의 대부 장무중(臧武仲)은 망명길에도 방읍(防邑)을 거점으로 삼아, 자신이 떠난 후에도 노나라에 자기의 후계자를 세워줄 것을 요구하였으니, 비록 임금을 협박하지 않았다고 말하나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14-15. 子曰: “臧武仲以防求爲後於魯, 雖曰不要君, 吾不信也.” 장무중은 노나라의 대부로서 노나라 가로들, 맹손씨와 계손씨의 알력 다툼에 희생되어 인국(隣國)의 주(邾)나라로 망명했다. 원래 계씨는 장무중을 좋아했었는데 맹씨의 음모에 의하여 계씨가 그를 공격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망명을 가게 되면 그 땅은 다시 국가로 환수되고 후사가 끊기게 된다. 사당의 유지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상당..
14. 공숙문자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엇갈린 공자의 평가 14-14. 공자께서 위나라 대부 공숙문자(公叔文子)의 인품에 관해 위나라사람 공 명가(公明賈)에게 물어 말씀하시었다: “참말입니까? 공숙문자, 그 분은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웃지도 않으시고, 물건을 취하지도 않으신다는데 그게 참말입니까?” 14-14. 子問公叔文子於公明賈曰: “信乎夫子不言, 不笑, 不取乎?” 이에 공명가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선생님께 말씀드린 사람이 좀 뻥이 썼군요. 그 분께서는 마땅한 때를 만난 후에나 말씀하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를 않습니다. 또한 마땅히 즐거운 후에나 웃으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웃음을 싫어하지를 않습니다. 또한 의(義)에 합당한 물건인 연후에나 취하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취함을 싫어하지는..
13. 완성된 인간이란? 14-13. 자로(子路)가 완성된 인간[成人]에 관하여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만약 장무중(臧武仲)의 지혜와 맹공작(孟公綽)의 무욕과 변장자(卞莊子)의 용기와 염구(冉求)의 재예(藝)를 갖추고 그 위에 예악으로써 문채(文采)를 발하게 한다면 또한 완성된 인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4-13. 子路問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다시 말씀하시었다: “요즈음의 감각으로 완성된 인간이라 한다면 어찌 굳이 꼭 그래야 할 것까지야 있겠는가? 리(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던질 수도 있으며, 곤궁한 세월을 오래 견디면서도 평소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자는 또한 완성된 인..
12. 맹공작을 평가하다 14-12.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맹공작(孟公綽)은 조(趙)나라나 위(魏)나라와 같은 강대국의 가로(家老)가 되면 뛰어난 품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등(滕) 나라나 설(薛)나라와 같은 빈소국의 대부가 되어서는 아니 될 사람이다.” 14-12. 子曰: “孟公綽爲趙ㆍ魏老則優, 不可以爲滕ㆍ薛大夫.” 맹공작(孟公綽)은 『좌전』 양공(襄公) 25년조에 잠깐 그 이름이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다【제나라 최저(崔杼)가 군사를 거느리어 노나라의 북쪽 변경을 쳤다. 맹효백의 군사가 제를 쳐들어 갔던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맹공작은 최저가 곧 철군하게 될 것이라면서 섣불리 자극하지 말 것을 노나라 군주에게 충고한다】. 사마천의 「열전」 앞에서 공자가 존모한..
11. 가난과 원망 & 부유함과 교만 14-1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가난하면서 원망이 없기는 어렵고, 부자이면서 교만이 없기는 쉽다.” 14-11. 子曰: “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 1-15와 비교해보면, 보다 절실하고 구체적이다. 가난한 상태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다. 소라이(荻生徂徠)는 여기 가난하면서 원망이 없다는 말은 전 장의 ‘백씨(伯氏)’의 상황을 두고 한 말이며 앞장과 연계해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10. 자산과 자서와 관중에 대한 평가 14-10. 혹자가 자산(子産)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14-10. 或問子産. 子曰: “惠人也.” 또 자서(西)를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는 씁쓸한 듯 말씀하시었다: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 ” 問子西. 曰: “彼哉! 彼哉!” 또 관중(管仲)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물이다. 관중은 백씨(伯氏)가 잘못을 저질러 그의 영지 병읍(騈邑) 삼백 호를 빼앗아 버렸는데도, 백씨는 거친 밥을 먹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그를 원망하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問管仲. 曰: “人也. 奪伯氏騈邑三百, 飯疏食, 沒齒無怨言.” 매우 적절한 공자의 정치평론이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공자의 숨결이 느껴지는 장이다. ..
9. 정나라의 사명장을 완성시킨 네 사람의 현인 14-9.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정(鄭)나라에서는 국민들에게 반포하는 포고문을 만들 때에 신중을 기하였다. 비침(裨諶)이 초창(草創)하였고, 세숙(世叔)이 토론하였고, 행인(行人) 자우(子羽)가 수식(脩飾)하였고, 동리(東里) 자산(子産)이 윤색(潤色)하였다.” 14-9. 子曰: “爲命: 裨諶草創之, 世叔討論之, 行人子羽脩飾之, 東里子産潤色之.” ‘명(命)’을 외교문서라고 번역하는데 『상서(尙書)』의 용례로 보아 ‘포고문’ 같은 성격이 강하다. 특정의 신하에게 명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포고인 것이다. 이러한 ‘명’을 만들 때, 정나라의 현명한 대부들이 4명이나 달려들어 4단계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인 동사 들..
8. 진정한 사랑과 진정한 충성에 대해 14-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누구를 사랑할진대 그를 위하여 수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구를 충심으로 대할진대 그에게 진실한 가르침을 베풀지 않을 수 있겠는가?” 14-8.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성격이 다른 어군이 시작된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7. 군자와 소인에게 있어서 인(仁)의 관계 14-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이면서 인(仁)하지 못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소인으로서 인(仁)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14-7. 子曰: “君子而不仁者有矣夫, 未有小人而仁者也.” 앞서부터 말했지만 군자와 소인은 동일한 차원의 인간에 대한 가치평가어이다. 구문의 마지막에 오는 ‘의부(矣夫)’는 강한 단정이다. 같은 용례가 9-21에도 있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6. 군자로구나 남궁괄이여 14-6. 남궁괄(南宮适)이 공자께 여쭈어 말하였다: “예(羿)는 활을 잘 쏘았고, 오(奡)는 힘이 장사라서 육지에서도 배를 끌고 다녔지만, 모두 제 명에 죽지를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우(禹)와 직(稷)은 몸소 농사를 지었는데도 천하를 소유하시었습니다.” 공자께서 묵묵부답하시었다. 14-6. 南宮适問於孔子曰: “羿善射, 奡盪舟, 俱不得其死然; 禹ㆍ稷躬稼, 而有天下.” 夫子不答, 남궁괄이 밖으로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로다! 이 사람이여. 덕을 숭상하는구나! 이 사람이여!” 南宮适出. 子曰: “君子哉若人! 尙德哉若人!” 남궁괄은 누구인가? 고주 속의 공안국은 이 사람이 노나라의 가로(家 老), 공자와 같이 주나라에 유학한 맹씨집안의 남궁경숙(南宮敬叔)이라고 말한다...
5. 덕이 있는 사람과 인자의 특징 14-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덕이 있는 자는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하거니와, 훌륭한 말을 하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仁)한 자는 반드시 용기가 있거니와, 용기가 있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인(仁)한 것은 아니다.” 14-5. 子曰: “有德者必有言, 有言者不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 노자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의 사상과 상통한다고 나는 말하겠다.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4. 나라에 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말과 행동 14-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라에 도(道)가 있을 때는 말을 높게 하고 행동도 높게 해야 한다. 그러나 나라에 도(道)가 없을 때는 행동은 높게 해야 하지만 말은 낮게 해야 한다.” 14-4.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공자의 메시지에는 보신(保身)의 사상이 있다. 이러한 보신의 사상은 오늘날의 정의의 감각에서 보면 좀 치사하게 들린다. 그러나 공자의 메시지를 오늘의 감각으로 왜곡하거나 변호할 필요가 없다. ‘언론의 자유’가 법제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정의감보다는 ‘허무한 개죽음’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신주의 해석이 명료하다. ‘위(危)’를 고준(高峻), ‘손(孫)’은 비순(卑順). 인용 목차 전문 / 본문 공자 ..
3. 안주하려는 선비는 선비가 아니다 14-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비랍시고 익숙한 생활환경에 안주하기만을 바라는 자는 선비라 할 수 없다.” 14-3.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거(居)’라는 글자에는 12-20에서 설명했듯이, 반드시 사생활(private life)과 일상성(daily life)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책상다리 하고 앉아(공자시대에는 의자생활이 아니었다) 엉덩이를 붙인 사적 공간에서의 안락함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20세기의 우주론을 구축한 대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진ㆍ선ㆍ미라는 문명의 3대 가치에서 선은 미로 환원될 수 있으며 그 대신 모험(Adventure)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회거(懷居)’란 삶의 안락함만을 그리워하고 모험을 거부하는 것이다. ‘..
2. 이기려 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면 원망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다 14-2. 원헌이 또 여쭈었다: “남을 이기기를 좋아하고, 자기 공을 자랑하며, 사소한 일에 한을 품으며, 끊임없이 탐욕하는 짓을 행하지 아니 하면 인(仁)하다 말 할 수 있겠나이까?” 14-2. “克, 伐, 怨, 欲不行焉, 可以爲仁矣?”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실천하기 어렵다고는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인(仁)한지는 알지 못하겠노라.”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원문에 질문자가 없다. 원헌의 질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모든 주석가들이 원헌의 질문으로 보기 때문에, ‘숨은 주어를 살려낸다’는 원칙 하에 번역에 반영하였다. 적극적으로 인(仁)을 긍정하는 데는 공자는 매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한다. 인용 ..
1. 나라에 도가 있든 없든 녹봉만 생각하는 것이 부끄럽다 14-1. 헌(憲: 원헌, 원사原思의 이름)이 치욕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 봉급을 받으면 정당하다. 그러나 나라에 도가 없는데 봉급을 받는 것은 치욕이다.” 14-1. 憲問恥. 子曰: “邦有道, 穀; 邦無道, 穀, 恥也.” 원사(원헌)에 관해서는 6-3B에서 해설하였다. 36세 연하. 공자가 노나라 에서 사구 벼슬을 하였을 때 그 밑에서 집사 노릇을 하였는데 아주 양심적이고 물욕이 없고 얌전한 사람이다. 여기 수치ㆍ치욕을 물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성격을 반영한다. 신주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도 봉급만 처먹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도 봉급만 처먹고, 어떤 상황에서도 봉급만 처먹고 나라재정을 축내는 놈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