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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45. 유교의 차등적 가치관 7a-4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진 군자가 금수초목과 같은 생 명을 대할 때 애련(哀憐)의 마음을 품지만 결코 인(仁)한 마음으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어진 군자가 같은 인간인 백성을 대할 때는 인한 마음을 품지만 어버이를 공경하는 것과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 군자의 마음가짐에는 친소원근(親疏遠近)의 차등이 있는 것이니, 친친(親親)이 우선하고 다음에 인민(仁民, 백성을 어질게 대함)이며, 또 인민한 연후에 애물(愛物)하는 것이다.” 孟子曰: “君子之於物也, 愛之而弗仁; 於民也, 仁之而弗親.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정자(程子)가 ‘통괄하여 말하면 친친(親親)ㆍ인민(仁民)ㆍ애물(愛物)의 세 단계가 다 인(仁)이지만 그것을 나누어 말하면 그래도 차등의 순서가 있는 것이다..
44. 세 가지 유형의 폐단 7a-4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만두어서는 아니 될 상황에서 그만두는 사람은 그만두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는 없다. 후(厚)하게 해야 할 상황에서 박(薄)하게 하는 사람은 박(薄)하지 않게 해야 할 일이라고는 없다. 또한 나아가는 것이 재빠른 사람은 물러나는 것도 재빠르다. 孟子曰: “於不可已而已者, 無所不已; 於所厚者薄, 無所不薄也. 其進銳者, 其退速.” 문장은 매우 평이하지만 그 전체적 맥락이 잘 드러나 있질 않기 때문에 의미는 매우 애매하다. 여기 열거된 세 가지 케이스 중에서 앞의 두 케이스는 쉽게 이해가 되지만 제3의 케이스가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조기나 주희나 다같이 부정적인 상황으로 파악하였다. 조기는 물러나는 것이 재빠..
43.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 7a-43. 맹자의 고제인 공도자(公都子)【6a-5 참고】가 여쭈었다: “등문공의 동생인 등갱(滕更)【조기 주에 의하면 둥군지제(滕君之弟)로서 맹자의 문하에 와서 배우고 있는 자라고 하였다】이 지금 선생님 문하에 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상 당히 예우를 해주실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선생님께서는 그가 묻는 말에 잘 대답도 해주시지 않는 것은 웬 까닭이오니이까?” 7a-43. 公都子曰: “滕更之在門也, 若在所禮. 而不答,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라는 것이 있다. 자기의 고귀한 신분을 끼고 묻거나【여기 ‘끼다’고 번역한 것은 ‘협(挾)’인데, 5b-3에 기출하였다. 선생과 학생 사이에 끼워넣는다, 즉 불손..
42. 소신 없이 7a-4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하(天下)에 도(道)가 있으면 도로 하여금 내 몸을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상에 나가 도를 실현하여라! 천하에 도가 없으면 내 몸으로 하여금 도를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둔하여 내 몸 하나라도 지키는 것이 좋다. 천하에 도가 있건 없건, 도와 내 몸은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인데, 도로 하여금 타인을 따르게 하여 부귀권세를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孟子曰: “天下有道, 以道殉身; 天下無道, 以身殉道. 未聞以道殉乎人者也.” 주희는 ‘순(殉)’을 ‘순장(殉葬)’의 ‘순(殉)’과 같다 하고, ‘죽음으로써 무엇을 따른다는 것을 일컬은 말[이사수물지명(以死隨物之名)]’이라 하였다. 그러나 조기는 ‘순(殉)’을 단순히 ..
41. 당기되 쏘진 않는다 7a-41. 공손추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성인의 도라는 것은 진실로 고매하기 그지없고, 아름답기 그지없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타고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듯하여 도저히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통사 람들로 하여금 올라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조금 낮 게 조정하여 사람들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노력할 수 있게 하여 주실 수는 없겠나이까?”【여기 쓰인 ‘자자(孶孶)’는 7a-25에 기출】. 公孫丑曰: “道則高矣, 美矣, 宜若登天然, 似不可及也. 何不使彼爲可幾及而日孶孶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위대한 도목수는 졸렬한 목수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승묵(繩墨)을 쓰는 방법을 바꾸거나 폐하거나 하는 짓을 하지는 ..
40. 군자가 가르치는 5가지 방법 7a-4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사람을 교육하는 방법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가 있다. 7a-40. 孟子曰: “君子之所以敎者五: 그 첫째가 때에 맞추어 비가 내려 만물이 화육(化育)하듯이 교육하는 시중(時中)의 방법이다. 有如時雨化之者, 그 두 번째가 한 인간의 품덕(品德)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有成德者, 그 세 번째가 한 인간의 타고난 재능이나 재질을 발현케 해주는 방법이다. 有達財者, 그 네 번째가 질문에 대답해주는 방법이다. 有答問者, 그 다섯 번째가 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내려 스스로 터득케 하는 사숙예(私淑艾)【4b-22의 ‘사숙(私淑)’과 동일】의 방법이다. 有私淑艾者. 이 다섯 가지가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此五者, 君子之所以敎也.” 주희..
39. 3년상에 대한 맹자의 확고한 신념 7a-39. 제선왕(齊宣王)이 3년상은 너무 길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고 하였다. 7a-39. 齊宣王欲短喪. 이에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가 여쭈었다: “1년상을 한다 해도 아주 안 하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公孫丑曰: “爲朞之喪, 猶愈於已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네의 견해는 마치 누가 자네 형의 팔뚝 을 비틀면서 흉악한 폭력을 가하고 있는데, 자네가 좀 천천히 비트시구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네. 효제(孝悌)의 도의를 설파하며 단연코 즉각 중지시키는 것밖에는 딴 길이 없네. 3년상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일세.” 孟子曰: “是猶或紾其兄之臂, 子謂之姑徐徐云爾, 亦敎之孝弟而已矣.” 그즈음, 제나라의 선왕의 첩의 ..
38. 생겨 먹은 대로 7a-3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의 이목구비(耳目口鼻)나 두견요둔(頭肩腰臀)과 같은 신체용모(身體容貌)라고 하는 것은 천부의 것으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범인들은 이 신체용모에 깃들어 있는 천리(天理)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성인만이 신체용모에 깃들어 있는 본래의 능력을 온전하게 발현케 할 수 있는 것이다.” 7a-38. 孟子曰: “形色, 天性也; 惟聖人, 然後可以踐形.” 이것 또한 맹자의 몸철학의 성구(聖句)이다. ‘형색(形色)’이란 인간이 생겨먹은 대로의 모습이다. 어떠한 형색이라도 그것은 ‘천성(天性)’이며 하늘의 이치가 구비되어 있다. ‘천형(踐形)’의 ‘형(形)’은 형색의 줄임말이며, ‘천(踐)’은 ‘실천한다’ ‘구현한다’는 뜻이다. 주희의 주대로..
37. 임금이 현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방법 7a-3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가 선비를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단지 봉록만을 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돼지를 기르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사랑하기만 하고 근원적인 경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개나 말과 같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7a-37. 孟子曰: “食而弗愛, 豕交之也; 愛而不敬, 獸畜之也. 한 인간을 공경한다고 하는 것은, 폐백이라는 물질적 표시로써 받들기 이전에 이미 마음의 교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공경한다고 하면서 예물의 형식에 머물러 있고 실제로 그 선비가 구체적인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면, 군자를 헛되이 머물러 있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恭敬者, 幣之未將者也. ..
36. 사는 장소의 중요성 7a-36. 맹자께서 제나라의 작은 도시인 범읍(范邑)에서 수도인 대도시 임치(臨淄)로 갔을 때, 멀리서 제나라 왕자의 늠름한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말했다: “사람이 거하는 환경과 지위가 진실로 그 기상(氣像)을 저토록 바꾸어놓는구나! 진실로 그 영양상태가 체형을 저토록 변화시키는구나! 삶의 환경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이로구나! 인간이 누구든지 다 사람의 자식이 아닌 자가 누가 있겠느냐마는 아~ 저 왕자는 정말 기품이 다르구나!” 7a-36. 孟子自范之齊, 望見齊王之子. 喟然歎曰: “居移氣, 養移體, 大哉居乎! 夫非盡人之子與?” 맹자께서 또 말씀하시었다: “왕자의 궁실이나 거마(車馬), 그리고 의복은 그 비슷한 수준을 향유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저 왕자가 저토..
35. 고수가 사람을 죽였다면? 7a-35. 맹자의 제자인 도응(桃應)【조기 주에 의하여 그가 맹자의 제자라는 것만 안다. 이 대화는 말년의 것이다】이 여쭈었다. “순이 천자가 되었고, 고요(皐陶)【3a-4에 기출, 순임금을 모신 명신하로서 덕망이 높고 특히 법리(法理)에 밝았다. 법을 만들고 형(刑)을 제정하고, 또 옥(獄)을 만들었다】가 재판관이 된 상황에서, 순임금의 아버지인 고수(瞽瞍)【4a-28, 5a-2, 5a-4, 6a-6에 기출】가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겠습니까?” 7a-35. 桃應問曰: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瞍殺人, 則如之何?”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물론 법에 따라 고수를 체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체포하는 것까지만 내가 말할 수 있다.” 孟子曰: “執之而已..
34. 오릉 중자의 문제점 7a-3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진중자(陳仲子)【여기서 말하는 ‘증자(仲子)’는 제나라의 현인 ‘진중자(陳仲子)’인데, 그에 관한 담론은 3b-10에 충분히 전개되어 있다. 나의 역주와 해설이 이미 자세하므로 반드시 3b-10을 먼저 읽고 이 장을 읽으면 이해가 정확하게 될 것이다】는 너무도 염결(廉潔)한 인물이라서 불의(不義)라면 제나라를 통째로 준다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세인들은 모두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내 안목으로 평가하자면 그의 그러한 태도는 한 소쿠리의 밥과 한 사발의 국【‘단사두갱(簞食豆羹)’ 6a-10 참고】,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것을 거절하는 수준의 소의소렴(小義小廉)에 지나지 않는다. 7a-34. 孟子曰: “仲子, 不義與之齊國而弗受, 人皆信之, ..
33. 선비의 역할 7a-33. 제나라의 왕자, 점(墊)【조기 주에 의거하여 제나라의 왕자라는 것만 안다. 점(墊)은 명(名)이다】이 물어 말하였다: “사(士)【특정한 신분성이나 직책의 규정성이 없는 통칭으로 보아야 한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니이까?”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志)를 고상하게 지녀야 합니다.” 王子墊問曰: “士何事?” 孟子曰: “尙志.” 왕자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지(志)가 고상하게 되오리이까?” 曰: “何謂尙志?”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것뿐이다. 한 사람 의 죄없는 사람이라도 죽이게 되면 인(仁)이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의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것은 의(義)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반문해보세요. 내가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사..
32. 선비의 이유 7a-32. 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자기 선생을 골탕먹이려는 듯이 살짝 꼬아 질문하였다: “시(詩)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사가 있습죠: ‘일 나가는 청년들아! 저 군자들조차도 거저 밥을 먹지는 않는단다!’【이 노래는 위풍(魏風) 「벌단(伐檀)」에 나온다. 세 스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번 마지막 구절을 장식하고 있다. 이 노래는 황하를 건너가 사냥을 해오는 동네청년들을 격려하는, 어느 강가 동네사람들의 민요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저 무위도식하는 듯이 보이는 지배계급의 선비들도 결코 공짜밥을 먹지는 않으니, 부지런히 수렴하여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라는 뜻으로 쓰인 노래가사이다. 이 민요는 영상적인 수법을 동원한 매우 아름다운 노래이다. 그리고 공손추가 인용한 의미맥락은 매우 정확하다】...
31. 이윤이 태갑을 추방하다 7a-31. 공손추가 말했다: “이윤(伊尹)【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 그리고 태갑(太甲)을 모신 명신. 2a-2, 2b-2, 5a-6, 5a-7에 기출】이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있지요: ‘나는 우리의 군주가 하는 행동이 의리에 따르지 아니 하는 것을 차마 그대로 편하게 볼 수가 없다.’【이것은 『서경』 「태갑(太甲)」 상에 있다】 그리고는 이윤이 군주 태갑(太甲)을 동(桐) 땅으로 추방시키니, 인민들은 이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러한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 태갑이 잘못을 뉘우치고 현명하게 되니 이윤은 다시 그를 수도로 환궁시켜 복위시켰습니다. 그러자 인민들은 이윤의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이윤은 현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군주의 신하 되는 사람입니다. 신하..
30. 요순과 탕무와 오패의 차이 7a-3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요와 순의 위대한 왕도정치는 그들의 내면적 본성을 따라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탕왕과 무왕(武王)의 혁명정치는 그들의 체험과 몸의 노력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춘추시대 오패(五霸)의 패도정치는 자기 밖에 있는 모범들을 빌려 이권을 획책한 것이다. 孟子曰: “堯舜, 性之也; 湯ㆍ武, 身之也; 五霸, 假之也. 그런데 이들이 빌린 것을 오랫동안 빌린 채로 두고 본 자리로 돌려주지 않으니, 그들은 그 허세에 만족하고 그것이 자기들이 실제로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조차도 망각하고 마는 것이다.” 久假而不歸, 惡知其非有也.” 나의 해석은 주희를 따랐다. 이 장의 경우는 주희의 해석이 옳다. 조기는 오랫동안 빌리고 돌려주지 않으니..
29. 우물 파기와 성실함 7a-2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비유컨대 우물을 파는 것과도 같다. 우물을 판다는 것은 반드시 끝까지 지하수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물 파기를 구인(九軔)【조기는 1인(軔)은 8척(尺)이라고 했다. 혹자는 7척이라고 한다. 9인이면 상당한 깊이를 나타낸다】이나 했어도 지하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중단해버리는 것은 우물 파기를 처음부터 포기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결국 우물을 안 판 것이 나 마찬가지다.” 7a-29. 孟子曰: “有爲者辟若掘井, 掘井九軔而不及泉, 猶爲棄井也.” 주석가들이 마지막 구절, ‘유위기정야(猶爲棄井也)’를 명료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이 뜻은 반드시 『논어(論語)』 9-18과 같이 상고해야 한다. 나의 『논어한글역주』..
28. 지조를 지킨 유하혜 7a-2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유하혜는 삼공(三公)【‘삼공(三公)’이란 본시 천자를 보좌하는 최고의 고문으로서 주대에는 태사(太師)ㆍ태부(太傅)ㆍ태보(太保)를 의미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영광스러운 작위라는 일반명사로 쓰인 것이다】이라는 높은 지위 때문에 그 절개를 바꾸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7a-28. 孟子曰: “柳下惠不以三公易其介.” 이 짧은 말로써는 유하혜가 삼공의 자리에 앉은 것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지만, 하여튼 그가 삼공의 높은 지위에 앉았다고 보고 해석해도 별 무리는 없다. 유하혜는 이미 2a-9, 5b-1에 언급되었는데 군주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비천한 관직이든 높은 관직이든지를 불문하고 나아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
27. 음식과 마음 7a-2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굶주린 사람은 무엇을 먹어도 다 맛이 있고, 목마른 사람은 무엇을 마셔도 다 꿀맛이다. 그러나 이것은 음식의 정미(正味)를 얻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굶주림과 목마름의 상태가 미각의 본성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라! 어찌 구복(口腹, 입과 내장)만이 기갈(飢渴)의 해에 시달리겠는가? 사람이 굶고 목마르다 보면 그 해가 반드시 그 마음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로 어떤 사람이 기갈(飢渴)의 해를 가지고 마음의 해를 일으키지 않는 그러한 마음의 단련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처지가 타인의 부귀(富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근심을 삼는 일은 없을 것이다.” 7a-27. 孟子曰: “飢者甘食, 渴者甘飮,..
26. 양주와 묵적과 자막의 권도(權道) 7a-2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양자(楊子)【성이 양(楊)이고 명이 주(朱), 자수는 자거(子居), 양주는 실존인물로서 맹자시대에도 살아있었던 인물이다. 대개 생몰연대를 BC 395~335 정도로 추정한다. 맹자보다 한 세대 위로 본다】는 극단적 위아(爲我)의 개인주의를 주장하여, 내 몸에서 털 한 오라기를 뽑기만 해도 크게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7a-26. 孟子曰: “楊子取爲我, 拔一毛而利天下, 不爲也. 묵자(墨子)【묵적(墨翟). 3a-5, 3b-9에 기출. 치엔 무(錢穆)는 묵자의 생몰연대를 BC 480~390으로 추정했다. 노(魯)나라 사람, 혹은 송(宋)나라 사람이라는 설도 있으나 보통 노나라..
25. 순임금과 도척의 나눠짐 7a-2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새벽 닭이 울면 일어나서 자자(孶孶)하게【아주 근면하게 노력하는 모습】 선(善)을 실천하는 자는 순(舜)의 무리이다. 孟子曰: “雞鳴而起, 孶孶爲善者, 舜之徒也. 그런데 새벽 닭이 울면 일어나서 자자하게 이를 추구하는 자는 도척(盜蹠)【춘추시대의 대도(大盜)로서 유명한데, 노나라의 현인 유하혜(柳下惠[2a-9])의 동생이라고 한다. 『장자(莊子)』의 「도척(盜跖)」편에 보면 그는 9천 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橫行)하면서 제후를 침폭(侵暴)하고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마음대로 들어가고, 우마를 빼앗고 부녀를 납치하고, 이득을 탐하느라 가까운 사람을 잊고 부모형제를 돌보지 않으며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고 쓰여져 있다】의 무리..
24. 착실하게 한걸음씩 7a-2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공자께서 노나라의 동산(東山)【주희는 노성(魯城)의 동쪽의 고산이라 말했고, 염약거는 노나라 동쪽의 몽산(蒙山)이라 했다. 현재 산동성 몽음현(蒙陰縣) 서남, 비현(費縣)의 북쪽】에 오르시니 당신이 생장한 터전 노나라가 너무도 작게 보였다. 그런데 다시 태산에 오르시니 천하가 작게 보였다【沃案: 학문적 단계의 향상, 사물의 인식의 차원의 고양을 의미하는 매우 상징적 표현이다. 많은 것을 함축하는 비유이다】. 그러므로 바다를 흠껏 맛본 사람은 시냇가에서만 논 사람들 앞에서 물에 관하여 말하기가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직접 배운 사람은 학문의 경지를 시골 생들 앞에서 형언하기가 어렵다. 7a-24. 孟子曰: “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 ..
23. 물과 불을 쉽사리 나눠주듯 7a-2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농부들의 생명줄인 전지(田地)에 관한 원칙을 잘 세워 다스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조세를 경감시켜 주면 백성은 못살래야 못살 수가 없다. 우리가 식량을 자연으로부터 취하는 것을 때에 맞추어 조절하고, 우리가 생산된 물품을 소비하는 것도 예(禮)의 기준에 맞추어 절약할 줄 알면 우리 문명의 재화도 남아돌아 가지 않을 수 없다. 7a-23. 孟子曰: “易其田疇, 薄其稅斂, 民可使富也. 食之以時, 用之以禮, 財不可勝用也. 인간이란 물과 불이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다【沃案: 여기 ‘생활(生活)’이라는 단어의 최초 용례가 있다. ‘살아 활동한다’는 뜻이다. 『맹자』에서 여기 한 번 나온다】. 따라서 어쩌다가 물과 불이 떨어졌을 때, 해는 지고 ..
22. 헐벗음과 굶주림이 없는 정치 7a-2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이(伯夷)【4a-13에 기출】가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폭정을 피하여 북해의 해변가에서 조용히 은거하였다. 왕도를 구현하는 문왕(文王)이 드디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도 분연히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왜 서백(西伯)에게 가지 않으리오?【‘합(盍)’은 ‘하불(何不)’ 부정사를 포함한다. ‘래(來)’는 특별한 뜻이 없는 조사(助辭). 4a-13에 기출】. 나는 서백이 노인을 선양(善養)하는 사람이라 들었다' 孟子曰: “伯夷辟紂, 居北海之濱, 聞文王作興, 曰: ‘盍歸乎來! 吾聞西伯善養老者.’ 강태공 또한 주(紂)의 폭정을 피해 동해(東海)의 해변에서 조용히 은거하였다. 왕도를 구현하는 문왕이 드디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
21. 군자는 내면은 절로 드러난다 7a-2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영토를 넓히고 백성의 인구를 늘리는 일은【‘광토중민(廣土衆民)’을 ‘넓은 땅과 많은 백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광(廣)’과 ‘중(衆)’은 타동사이다】 이 세상의 지배자인 군자(君子)【沃案: 본 장에서 쓰이고 있는 ‘군자(君子)’라는 용어가 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전후맥락으로 보아 ‘군자’는 분명 제후급의 왕이다. 그러나 앞서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의 ‘군자’는 정치적 맥락을 초월한 ‘대인(大人)’이다. 본 장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오버랩되어 나타나고 있다. 말년의 맹자의 의식세계에 있어서는 ‘왕천하(王天下)’를 꿈꾸는 제후들이야말로 자기와 같은 진정한 ‘대인’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20.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7a-2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 삼락(三樂)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되어 왕도를 구현하는 일조차도 이 속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7a-20. 孟子曰: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엄마ㆍ아버지가 다같이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형과 동생이 모두 별 사고 없이 지내고 있으면 그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하늘을 우러러 보아 부끄러움이 없고 인세를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으니 그러한 공명정대한 삶의 모습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그들을 교육(敎育)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군자에게 이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되어..
19. 인품의 네 등급 7a-1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내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네 가지 틀이 있다. 그 첫째가 군주를 섬긴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다. 이 자들은 군주를 섬기면서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쓰는 아첨꾼들이다. 7a-19. 孟子曰: “有事君人者, 事是君則爲容悅者也. 그 두 번째가 국가사직을 평온하게 만든다는 일념만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이다. 이 자들은 물론 국가사직이 편안하기만 하면 만족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有安社稷臣者, 以安社稷爲悅者也. 그 세 번째가 천하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뻑시는 좀 큰 스케일의 천민(天民)이 있다. 이들은 천하를 움직이고자 하는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에만 출사하여 행동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기회..
18. 어려움 속에서 통달한다 7a-1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덕행이 뛰어나거나, 지혜가 출중하거나, 수완이 있거나, 지모가 탁월하거나 하는 사람은 거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항상 삶의 진질(疢疾)【환난이나 고난, 재난】 속에 놓여 있어 단련되어왔기 때문인 것이다. 7a-18. 孟子曰: “人之有德慧術知者, 恒存乎疢疾. 그리고 유독 군주로부터 소외당하는 고신(孤臣, 외로운 신하)이나 가정에서 떳떳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얼자(孽子, 적자 소생이 아닌 서자)는 항상 그 마음가짐이 위험을 전제로 해야하고 환난이 닥칠 것을 사려 깊게 예견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리에 통달케 되어 오히려 뛰어난 인물이 많다” 獨孤臣孽子, 其操心也危, 其慮患也深, 故達.” 여기 거론된 케이스는 모두 부정..
17. 하고 싶지 않은 것과 원하지 않는 것 7a-1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하고 싶지 아니 하는 것을 하지 말며, 내가 원치 아니 하는 것을 원하지 말라. 성인의 길이란 이와 같이 하는 것일 뿐이로다.” 7a-17. 孟子曰: “無爲其所不爲, 無欲其所不欲, 如此而已矣.”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구절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로마서」 7장에는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독백이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 하며, 내가 원하지 아니 하는 바로 그것을 행하는도다. I do not do what I want, but I do the very thing I hate. 그리고 또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아니 하는 것을 행..
16. 순이 성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7a-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순이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었을 때에는【‘심산지중(深山之中’은 순이 역산(歷山)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전설과 관련있다】, 집에는 나무와 돌밖에 별다른 것이 없었고, 밖에 나가면 사슴과 돼지들과 같이 놀았을 뿐이니, 진실로 심산(深山)의 야인(野人)과 다를 바가 아무 것도 없었다【‘기회(幾希)’의 용법은 4b-19에 기출】. 7a-16. 孟子曰: “舜之居深山之中, 與木石居, 與鹿豕遊, 其所以異於深山之野人者幾希.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좋은 말씀을 듣거나, 단 한 번이라도 선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면 그 선함으로 쏠리는 마음의 자세가 마치 대하 제방이 터져서 물이 패연(沛然)하게 쏟아져 나오는 듯하여 아무도 그를 저지할 수가 ..
15. 양능(良能)과 양지(良知) 7a-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배우지 아니 하고도 능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능(良能)이다. 사람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지(良知)이다. 7a-15. 孟子曰: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해제지동(孩提之童)【‘해(孩)’는 강보에 싸인 아이가 사람들이 웃기면 웃을 줄 안다는 뜻이다. 대개 2ㆍ3세 정도라고 조기와 주희가 주를 달았다. ‘제(提)’는 가슴에 안아준다는 뜻과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 간다는 두 뜻이 있다】이라도 그 부모를 사랑할 줄을 모르는 자는 없으며,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자기 형(兄)을 공경할 줄 모르는 자는 없다.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者;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가까운 ..
14. 인한 말과 소문ㆍ선한 정치와 가르침 7a-1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언(仁言)【여기 ‘인언(仁言)’은 인정(仁政)에서 발하는 모든 언어, 즉 정교법도(政敎法度)의 언어를 가리킨다】은 인성(仁聲)【여기 ‘인성(仁聲)’은 인한 음악이다. 조기는 ‘악성아송(樂聲雅頌)’이라고 훈을 달았다. 주희는 인성(仁聲)을 ‘인문(仁聞)’이라고 해석하여 인한 정치의 성과가 민중에 퍼져 칭송을 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불분명한 도학적 해석이 아닐 수 없다】이 민중을 깊게 파고드는 것과도 같은 그런 효과가 부족하다. 7a-14. 孟子曰: “仁言, 不如仁聲之入人深也. 善政, 不如善敎之得民也. 선정은 선교가 민심을 사로잡는 그런 효과가 부족하다. 선정(善政)은 백성들이 외경심을 품지만, 선교(善敎)는 백성들이 격 ..
13. 지나가면 교화되고 머물면 신묘함이 깃든다 7a-1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패자의 눈부신 공업(功業)을 누리고 있는 백성은 환희에 차있는 것처럼 보인다【여기 쓰인 ‘환우(驩虞)’는 ‘환오(歡娛)’와 같다】. 그러나 왕자(王者)의 은은하고 진실한 공업을 누리고 있는 백 성은 호호(皞皞)【‘호호(皞皞)’는 ‘호호(浩浩)’와 같고, 광대자득(廣大自得)한 모습이다】하여 여유롭게 만족감을 느끼며 산다. 7a-13. 孟子曰: “霸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皞皞如也. 부득이하여 죽이더라도 원망하지 아니 하며,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어도 누구의 덕분이라는 것을 구차스럽게 따지지 않는다. 인민들은 매일매일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누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沃案: 『노자』 17장의..
12. 백성을 죽여도 원망하지 않는 이유 7a-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근원적 원칙을 지키는 일도로써 백성을 부리면, 백성들은 수고스러울지언정 원망을 하지 아니 한다. 백성을 살리려는 근원적 원칙을 지키는 생도(生道)로써 백성을 죽여도, 그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자기를 죽이는 자를 결코 원망하지 아니 한다.” 7a-12. 孟子曰: “以佚道使民, 雖勞不怨; 以生道殺民, 雖死不怨殺者.” ‘일도(佚道)’와 ‘생도(生道)’, 즉 정치의 근원적 원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주석가들이 조기나 주희를 막론하고 ‘이생도살민(以生道殺民)’을 모두 객화시키고 간접화시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백성을 살리기 위해 범죄자를 죽여도 사람들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너무도 진부..
11. 부유함을 별스럽지 않게 보다 7a-1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떤 사람에게 진(晋)나라 육경(六卿) 중의 최강자인 한(韓)ㆍ위(魏) 양가 대신의 재부(財富)를 퍼부어준다 해도 그 사람이 자신을 텅 비어 있는 듯 무관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여기 쓰인 표현이 ‘감연(欿然)’이다. ‘감(欿)’은 ‘감(坎)’이다. 단옥재는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에서 이 맹자의 표현을 ‘시영약허야(視盈若虛也)’라고 해설하였다】, 그는 분명 중인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은 위인이다.” 7a-11. 孟子曰: “附之以韓ㆍ魏之家, 如其自視欿然, 則過人遠矣.” 부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은 쉽다. 그러나 실상 누구의 가슴속에든지 부귀에 대한 열망은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극심한 부귀 위에 더 극심한 부귀를 보태..
10. 평범한 사람과 호걸한 선비 7a-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문왕(文王)【沃案: 여기 유독 ‘문왕(文王)’을 거론한 것은 중국역사상의 위대한 통치자들 중에서도 문왕은 장수하였으며,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하였으며 또 백성들을 흥기시키는 온건한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과 같은 성왕(聖王)의 감화가 있어야만 비로소 감분흥기(感奮興起)하는 것은 범용한 민중이다. 그러나 대저 호걸지사(豪傑之士)라 하는 것은 문왕이 없어도 스스로 흥기하는 걸출한 인물이다.” 孟子曰: “待文王而後興者, 凡民也. 若夫豪傑之士, 雖無文王, 猶興.” 인간에게 사부(師父)나 선배(先輩)나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만 지적 성장이나 도덕적 성취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환경이 어떠하든지간..
9. 미천하여도 영달하여도 모두 좋다 7a-9. 맹자께서 송구천(宋句踐)【성이 송(宋)이고 명이 구천(句踐)이다. 당시에 이름있었던 유세가의 한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 외에는 전국문헌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조기는 ‘도덕(道德)을 가지고서 유세하기를 좋아했고 그 도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好以道德遊, 欲行其道者]’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가계열의 유세객인 듯한데, 맹자는 도가의 논리를 유가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에게 충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선생은 참 각국의 군주를 찾아다니며 유세하시기를 좋아하시는군요. 내가 그대에게 유세의 핵심에 관해 말해주겠소. 사람이 날 인정해주어도 효효(囂囂)【‘효효(囂囂, xiāo-xiāo)’는 시끄럽게 떠든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조기..
8. 임금이 어진 선비를 만나보는 방법 7a-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옛 현왕(賢王)【여기 ‘현왕(賢王)’이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중국고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만큼 여기 맹자는 ‘고지현왕(古之賢王)’과 ‘고지현사(古之賢士)’를 대비시켜 가면서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맹자』에서는 ‘현자(賢者)’가 가장 많이 쓰였다. 그밖으로는 ‘현군(賢君)’[3a-3, 3a-4], ‘현인(賢人)’[2a-1, 5b-7] 등이 있으나, ‘현왕-현사’의 표현은 여기밖에는 없다. 현사(賢士) 못지않은 현명한 왕(王)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왕’이라는 것을 쓴 것을 보면 맹자 생애의 말년의 표현일 것이다. 당대의 모든 제후가 칭왕했기 때문이다】은 호선(好善)하였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세는 잊어버리고 안중..
7.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7a-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수치심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진실로 중대한 것이다. 기변(機變)【조기는 전쟁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는 교묘한 기계류로 보았으나, ‘기변(機變)’은 우리말의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보면 족하다. 부정적 의미에서 어려운 상황을 약삭빠른 말솜씨로 피해가는 것을 의미한다】의 교묘한 달인들은 그들의 삶 속에 도무지 수치심이 발현될 기회가 없다. 자신의 덕(德)이 타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타인보다 훌륭하게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보냐?” 7a-7. 孟子曰: “恥之於人大矣. 爲機變之巧者, 無所用恥焉. 不恥不若人, 何若人有?” 수치의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다. 수치가 외면적인 사회정의감..
6. 부끄럼이 없다는 것을 부끄러움 7a-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은 수치심이 없을 수는 없다. 수치심이 없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면 그 사람은 삶에서 치욕을 느끼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7a-6. 孟子曰: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 맹자는 인ㆍ의ㆍ예ㆍ지 사단(四端)을 말하지만, 인간의 감정 중에서 의(義)와 관련된 ‘수치(羞恥)’를 특별히 중시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정의로움과 관련된 수치의 감각은 가장 그의 도덕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바로메타가 된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일차적으로 ‘수치감’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해대기 때문에 행정ㆍ사법 입법의 일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뻔뻔스..
5. 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7a-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항상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행하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알지 못하며, 무엇을 반복적으로 잘 습득하면서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살피지 못한다. 종신토록 그러한 방식에 말미암아 행동하면서도 그 도리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대중(一般大衆)의 삶이다.” 7a-5. 孟子曰: “行之而不著焉, 習矣而不察焉, 終身由之而不知其道者, 衆也.” 전체적인 의미는 비교적 명료한 로기온자료이지만, 이 메시지가 과연 어떠한 맥락에서 말하여진 것인가에 관해서는 명료한 논의가 없다. 우선 긍정적인 맥락인지 부정적인 맥락인지를 말하기 어렵다. 오늘 실존주의(Existentialism)의 맥락에서 보면 물론 대중의 비자각적 일상..
4. 만물의 이치가 다 구비되다 7a-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만물(萬物)이 나[我]에게 다 구비되어 있느니라. 내 몸을 돌이켜보아 우주의 성실함을 자각할 수만 있다면 인생의 즐거움이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살아가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서(恕)를 열심히 실천하면 인(仁)을 구하는 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7a-4. 孟子曰: “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 이 장 역시 매우 유명한 장이며 조선의 유자들도 심심하면 잘 인용하는 말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내 알 바 없다. 우선 ‘만물개비어아(萬物皆備於我)’를 너무 도덕주의적(moralistic)으로 해석하거나 관념주의적(subjectivistic)으로 해석하는 오..
3.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려나? 7a-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구하면 얻어지고 방치하면 사라진 다.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구함은 진정한 얻음에 유익(有益)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구함 그 자체가 나 속에 있는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7a-3. 孟子曰: “求則得之, 舍則失之, 是求有益於得也, 求在我者也.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구하는 것이 일정한 방법이 있고, 또 얻는 것도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운명적인 요소가 많을 때, 이러한 구함은 진정한 얻음에는 무익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구함 그 자체가 나 밖에 있는 것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求之有道, 得之有命, 是求無益於得也, 求在外者也.” 여기 대조되는 것은 ‘재아자(求在我)’와 ‘재외자(在外者)’이다. 이것을 천작(天爵)과 인작(人..
2. 정명(正命)과 비정명(非正命) 7a-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명(命)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그 바른 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명을 아는 자는 곧 무너질 바위나 담 밑에 서있지 아니한다【沃案: 곧 무너질 썩은 정권의 말기에 장관 한 자리를 탐내는 놈들, 주구 노릇하는 검찰, 정신 못 차리고 만세 부르는 언론, 그 얼마나 명을 모르는 자들이냐?】. 7a-2. 孟子曰: “莫非命也, 順受其正. 是故知命者, 不立乎巖牆之下. 정당한 도덕적인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다가 죽는 사람은 죽더라도 정명(正命)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비도덕적인 삶의 길을 걸어 질곡(桎梏)【‘질(桎)’은 발고랑, ‘곡(梏)’은 손고랑, 모두 죄인의 형구】에 빠져 죽는 사람은 죽더라..
진심장구(盡心章句) 상(上) 1. 마음을 다하는 사람은 하늘을 알리 7a-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자기 본래의 성(性)을 알 수 있다. 자기 본래의 성을 알게 되면 하느님을 알 수 있다. 7a-1. 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 그 마음의 훌륭한 측면들을 잘 보존하고, 자기 본래의 성을 잘 기르게 되면 그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길이다. 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사람이 태어나서 일찍 죽을 수도 있고 오래 살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러한 문제로 내 마음을 흐트려서는 아니 된다. 오직 내 몸을 끊임없이 닦음으로써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곧 천명(天命)을 내 삶 속에서 확립하는 것이다.” 殀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 심(心)ㆍ성(性)ㆍ천(天)과 같은..
16. 거절로 전하는 가르침 6b-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교육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명료하게 거절하는 것도 또한 그를 반성케 하는 교육의 한 방법이다.” 6b-16. 孟子曰: “敎亦多術矣, 予不屑之敎誨也者, 是亦敎誨之而已矣.” 『논어(論語)』(17-20)에 보면 공자가 유비(孺悲)라는 인물을 매우 철저하게 거절하는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장의 맹자의 말과 오버랩시켜 읽으면 그 장면의 의미가 매우 명료해진다. 그리고 7a-43에도 한 예가 나온다. 이상으로 「고자」편 주해를 마친다. 나의 생애에 있어서 「고자」 역주는 무서운 고난의 역정이었다는 것을 고백치 아니 할 수 없다. 넘어도 넘어도 또 산, 내가 어렸을 때 불국사에서 새벽 토함산 일출을 보기 위하..
15. 고난이 축복이 되는 이유 6b-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순은 견묘(畎畝)【논두렁 밭두렁으로 번역함. 5a-1, 5a-7, 5b-6에 기출】의 한가운데서 분연히 일어나 천자의 지위에까지 올랐고, 부열(傅說)【은(殷)나라의 현왕(賢王), 무정(武丁)에게 발탁된 현신(賢臣), 그 발탁되는 극적인 과정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기(史記)』 「은본기」에 실려있다】은 판축(版築)【옛날에 토성을 만들 때 양쪽으로 기둥과 판대기를 박고 그 사이에 흙을 메워서 단단하게 다져 쌓아올린 것을 말함】의 토목공사현장의 인부로서 곧바로 재상으로 등용되어 위대한 정치를 행하였다【토목공사현장의 지명이 부험(傅險)이었다. 그 지명에서 이름을 따서 부열이라 하였다】. 6b-15. 孟子曰: “舜發於畎畝之中, 傅說擧於版築..
14. 벼슬살이의 원칙 6b-14. 진자(陳子)【조기가 여기 진자(陳子)는 제자 진진(陳臻)을 일컫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진진은 2b-3, 2b-10에 나왔다. 진진은 제나라에서 맹자를 섬겼고 제나라에서 떠난 후의 여로를 같이 했고, 또 은퇴 후에도 맹자 곁에 있었다. 매우 충실한 제자였다. 진진은 맹자의 재정을 관리했다. 여기 질문내용도 군자의 벼슬살이에 관한 것으로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 장의 내용은 맹자의 생애 전반에 걸친 사관(仕官)의 원칙을 총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므로 맹자 은퇴 후의 회고담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진을 자칭한 것은 이미 진진에게 자신의 제자그룹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제자그룹에 의하여 기록된 파편이 여기 수록된 것이다】가 맹자께 여쭈었다: “예로부터 군자는..
13. 선을 좋아하는 사람 6b-13. 노나라가 악정자(樂正子)【‘악정(樂正)’이 성, 명이 극(克). 맹자 제자 중 치세 방면으로 유능한 인물, 노나라 사람, 1b-16, 4a-24, 4a-25, 7b-25에 나온다】에게 국정을 맡기려 하였다【沃案: 노평공(魯平公, BC 316~297 재위) 하에서 수상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魯欲使樂正子爲政.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뻐서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沃案: 4a-24에서 악정자를 준엄하게 야단치는 모습과 대비하여 보면 맹자가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따사로운 인품의 소유자인지를 알 수 있다】 孟子曰: “吾聞之, 喜而不寐.” 공손추가 선생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좀 불가사의하게 여겨 여쭈 었다: “악정자가 과단성이 있는 인..
12. 신의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6b-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큰 덕성을 갖춘 군자는 작은 신념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는 매사의 일면에만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기 때문이다.” 6b-12. 孟子曰: “君子不亮, 惡乎執?” 이 장은 너무 짧기 때문에 많은 추론이 가능하다. 주희의 해석은 조기의 해석을 따른 것인데 정반대가 된다. 나는 ‘량(亮)’을 약간 부정적인 뜻으로 해석했는데, 조기나 주희는 모두 일반적인 ‘성실함[信]’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뜻은 이렇게 된다. ‘군자가 성실함의 미덕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지조를 지킬 수 있겠는가?’ 혹은 ‘과연 어디에 근거하여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등등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논어(論語)』에 보면 ‘량(亮)’은 모두 ‘량(諒)’으로 되..
11. 우왕의 치수는 달랐다 6b-11.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저 단(丹)【백규의 이름이 단(丹)이다】이 치수사업을 행한 방식이 우임금의 방식보다도 뛰어납니다.”【沃案: 『한비자(韓非子)』의 「유로」 편에 이런 말이 있다: ‘백규는 제방을 쌓고 그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구멍이 나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백규로 인하여 수해가 없어졌다[白圭之行堤也, 塞其亢, 是以白圭無水難].’ 이런 표현으로 보면 백규는 제방을 쌓아 막는 식의 치수를 한 것 같다. 그러나 ‘막는 식의 치수’는 한계가 있다. 연천ㆍ포천 지역의 치수가 그러한 어리석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업자들과 공무원들의 농간으로 주민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방공사가 지금도 강행되고 있다】 白圭曰: “丹之治水也愈於禹.” 맹자께서 말씀..
10. 1/20의 세법을 쓰겠다는 백규 6b-10.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저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소득의 20분의 1만을 취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白圭曰: “吾欲二十而取一, 何如?”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생께서 추구하시는 방법은 북방민족인 맥(貉)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입니다【이 맥(貉)은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문제가 되는 예맥(濊貊)을 가리키는 것인데, 우리민족의 한 근간을 이루는 민족으로서 그 존 재성이 역사적 맹자에 의하여 확실하게 지적되고 있다. 맥은 지금 흑룡강성 부여지역으로부터 길림성, 강원도 전역에 걸치는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으며 퉁구스족이 근간을 이루고, 몽골족ㆍ만주족ㆍ터키족과도 혼혈을 이룬 우랄 알타이어계의 민족이었다. 지배계급이 피지..
9. 훌륭한 신하이자 백성의 적 6b-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늘날 군주를 잘 섬긴다 하는 자들은 모두 이와 같이 말한다: ‘나는 나의 군주를 위하여 토지를 개간하여 조세를 잘 거두어들여 국고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다.【沃案: 여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말은 ‘위군(爲君)’이라는 말이다. ‘위민(爲民)’이 아닌 군(君) 개인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뜻이다】 아~ 진실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양신(良臣)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옛 성왕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모두 백성을 등쳐먹는 적들이다. 孟子曰: “今之事君者曰: ‘我能爲君辟土地, 充府庫.’ 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 군주가 바른 정도의 도덕을 지향하지 아니 하고, 인(仁)의 실현에 근본적으로 뜻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불선(不善)한 군주를 부강하게..
8.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걸 비판하다 6b-8. 노나라에서 신자(愼子)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제(齊)나라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魯欲使愼子爲將軍. 이에 맹자께서 신자에게 말씀하시었다: “백성들을 가르치지도 아니 하고 전쟁터에 내보내어 싸우게 한다는 것은 백성들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짓이기에 앙민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앙민(殃民)이라는 것은 요순시대라면 도저히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대가 일전(一戰)을 잘 싸워 제나라에게 승리를 거두고, 그 전리품으로 노ㆍ제 간의 분쟁지역인 남양(南陽)【태산의 서남쪽의 너른 뜰이라는 의미에서 ‘남양’이라고 불리는데, 문수(汶水)의 북쪽이다. 문양(汶陽)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하남성의 남양(南陽)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하남성의 남양은 초나라의 땅이었다..
7. 오패와 지금의 대부는 죄인이다 6b-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춘추시대의 오패(五霸)【오패(五霸)를 세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맹자의 감각을 중심으로 말하면 제환공(齊桓公)ㆍ진문공(晋文公)ㆍ진목공(秦穆公)ㆍ송양공(宋襄公)ㆍ초장왕(楚莊王)의 설이 제일 적합하다. 『백호통』 「호(號)」편, 조기 주의 설】라는 것은 고대의 삼왕(三王)【하우(夏禹)ㆍ상탕(商湯ㆍ주문왕무왕(周文王武王). 4b-20에 기출】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제후는 또 춘추시대의 오패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대부는 또 오늘날의 제후들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6b-7. 孟子曰: “五霸者, 三王之罪人也; 今之諸侯, 五霸之罪人也; 今之大夫, 今之諸侯之罪人也. 천자가 제후의 영지를 시찰하러 다니는 것을 순수..
6. 맹자를 비판한 순우곤 6b-6. 순우곤(淳于髡)이 맹자에게 말하였다: “한 지식인이 명예와 업적을 중시한다는 것은 인민을 구제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며, 명예와 업적을 경시한다는 것은 자기 한 몸이라도 세속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함이올시다. 부자(夫子)는 제나라의 삼경(三卿)【삼경(三卿)에 관해서는 두 설이 있다. 하나는 상경(上卿), 아경(亞卿), 하경(下卿). 하나는 상(相), 장(將), 객경(客卿), 당시 관제는 나라마다 다르고 명료하지 않다. 맹자는 후자의 객경(客卿)이었을 것이다】의 한 사람으로서, 그 명예와 업적이 위로는 군주를 보좌하는 데 미쳐야 하고, 아래로는 인민을 구제하는 데 미쳐야만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명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제나라를 버리고 ..
5. 같은 상황에 따른 행동 6b-5. 맹자께서 고향인 추나라에 계실 때에, 가까운 나라인 임(任) 나라의 군주의 막내동생인 계임(季任)【조기 주에 의하면 ‘계임(季任)’은 ‘임나라 군주의 막내동생[계임(任君季弟)’이라고 한다. 임나라는 설(薛)과 동성(同姓)의 나라이며 풍성(風姓)이다. 『좌전』 희공 21년에 보인다. 지금의 산동성 제녕시(濟寧市). 6b-1에 기출. 혹자는 임나라의 임(任)이 성이 되어야 하므로 자(字)가 그 뒤로 붙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계임(季任)’은 ‘임계(任季)’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는 명명법일 수 있다】이 국군이 타국에 출타중이어서 국정을 대리(代理)하고 있었다. 이때 계임이 맹자에게 정중한 폐백의 예물을 보내어 교제(交際)의 뜻을 비..
4. 불리하기에 전쟁을 그쳐야 한다? 6b-4. 전국시대의 유명한 평화주의적 사상가였던 송경(宋牼) 이 초(楚)나라로 유세를 하러 가고 있는 도중에 맹자와 석구(石丘)에서 만났다【석구(石丘)는 송(宋)나라의 지명이라고 한다. 『일통지(一統志)』에 의하면 하남성의 옛 위휘부(衛輝府)라고 하나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6b-4. 宋牼將之楚, 孟子遇於石丘.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생(先生)【우리가 현대어에서 쓰고 있는 이 ‘선생’이라는 말은 『맹자』에서 유래된 것이다. ‘선생’은 대체로 노인교학자(老人敎學者)나 장자유덕자(長子有德者)의 칭(稱)으로 쓰였다. 조기는 같은 직하 학사(學士)로서 연장자(年長者)에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썼다고 주를 달아놓았다. 맹자는 평소 송경을 존경했기에 ‘선생’이라는 칭호..
3. 원망해야 할 때 6b-3. 공손추가 맹자께 여쭈어 말하였다: “고자(高子)【‘고자(高子)’라는 이름은 여기 외로도 2b-12, 7b-21, 7b-22에 나온다. 조기는 고자(高子)가 제나라 사람으로 맹자의 문하생이라고 했는데 이 장을 제외한 타 3장에서는 그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그러나 본 장의 고자는 ‘고노인[高叟]’으로 표현되었으며, 맹자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경』학의 대가인 듯한 느낌을 준다. 육덕명(陸德明)의 『경전석문(經典釋文)』 서록(序錄)에 의하면 시의 전수과정이 자하(子夏)가 고행자에게 전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기 고자가 바로 이 고행자일 것이라고 하나 맹자의 나이와도 워낙 많은 차이가 난다. 하여튼 이장의 고자를 고행자(高行子) 계열의 어떤 ..
2.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 6b-2. 조교(曹交)【조기 주에 의하면 조교(曹交)는 조(曹)나라 군주의 동생이라고 한다. 나라이름으로 성을 삼은 것이고, 그 명(名)이 교(交)이다. 그런데 『좌전』 애공 8년에 보면 조나라는 송(宋)나라 군주에 의하여 멸망된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따라서 맹자시대에는 조나라는 멸망된 지 오래였다. 혹자는 조나라가 속국으로 존속되었다고 한다. 조교가 조나라 군주의 동생이 아닌 사람일 수도 있으나 전체 문맥으로 보아 지체가 높은 사람임에는 분명하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가 맹자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요ㆍ순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까?”【‘인개가이위요순(人皆可以爲堯舜)’이라는 ..
17. 사람은 누구나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 6a-1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높은 지위를 원하는 것은 인간이 라면 누구든지 바라는 공통된 심리이다. 그러나 실상 사람마다 모두 고귀함을 자기 내부에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을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귀어기자(貴於己者)’를 주희는 ‘천작(天爵)’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 ‘불사(弗思)’의 ‘사(思)’는 15장의 ‘심지관즉사(心之官則思)’의 ‘사(思)’와 동일하다. 능동적인 도덕주체의 통각이다】. 보통 사람들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양귀(良貴), 즉 인간의 본래적 고귀함이 아니다【‘양귀(良貴)’를 회암은 ‘본연지선(本然之善)’이라고 했다】. 6a-17. 孟子曰: “欲貴者, 人之同心也. 人人有貴於己者, 弗思耳. 人之所貴者, 非良貴也. 조맹(趙孟)【조기는..
고자장구(告子章句) 하(下) 1. 쇠보다 깃털이 더 무겁다고? 6b-1. 어떤 임나라 사람【염약거에 의하면, 임(任)은 나라이름이다. 태호(太皞) 즉 복희씨의 후예이며 풍성(風姓)이라고 한다. 한(漢)나라 때 임성현(任城縣)이 되었다가, 후한 때 임성국(任城國)이 되었다. 염약거 시대에는 제녕주(濟寧州) 동쪽의 임성(任城) 폐현(廢縣)이었다. 현재 산동성 제녕시(濟寧市). 맹자의 고향인 추(鄒) 나라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이 맹자의 제자인 옥로자(屋廬子)【옥로(屋廬)가 복성이고, 자(子)구는 경칭. 그 명은 련(連)이다. 풍문에 의하면 저술까지 남긴 인물이라고 한다】에게 질문을 하였다: “예(禮)와 식(食), 이 두 가지 인간의 행위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6b-1. 任人有問屋廬..
20. 기본부터 탄탄하게 6a-2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예(羿)【활의 명인. 4b-24에 기출】가 사람 들에게 활쏘기를 가르칠 때는 반드시 활시위를 당기는 법의 수련에 집중케 한다. 따라서 활을 배우려는 자는 또한 반드시 활시위를 당기는 법, 그 원칙에 집중하고 과녁에 맞냐 안 맞냐에 신경을 써서는 아니 된다. 6a-20. 孟子曰: “羿之敎人射, 必志於彀; 學者亦必志於彀. 대목수는 사람들에게 목수일을 가르칠 때에는 반드시 콤파스와 곡척을 다루는 원칙에 집중케 한다. 따라서 목수일을 배우려는 사람은 또한 반드시 콤파스와 곡의 원칙을 배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大匠誨人, 必以規矩; 學者亦必以規矩.” 이것 또한 16장의 전작과 인작의 논의와 유사하다. 원칙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4a-1과도 유사하다. ..
19. 인(仁)과 곡식 6a-1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곡(五穀)【3a-4에 기출, 주희는 오곡을 도(稻)ㆍ서(黍)ㆍ직(稷)ㆍ맥(麥)ㆍ숙(菽)이라고 했다】은 곡식 중에서는 그 종자가 뛰어나게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열매를 맺지 아니 한다면 제패(荑稗)【제(荑)는 비름, 패(稗)는 피이다. 비름이나 피는 잡초이지만 결실을 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 구황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만도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仁)이라는 것도 역시 그것이 열매를 맺는 데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孟子曰: “五穀者, 種之美者也; 苟爲不熟, 不如荑稗. 夫仁亦在乎熟之而已矣.” 인(仁)은 인간의 내면적 덕성을 가리키지만 일상용어에서 그것은 ‘씨앗‘의 뜻이 있다. 행인(杏仁, 살구씨), 도인(桃仁, 복..
18. 물과 불, 인과 불인의 관계 6a-1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仁)이 항상 불인(不仁)을 이긴다고 하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자연의 법칙과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인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은, 한 사발의 물을 가지고서 한 수레의 장작더미에서 치솟는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불을 도저히 끌 수가 없으면 아~ 물로써는 도저히 불을 끌 수가 없구나라고 개탄한다. 이것은 또한 불인함이 심한 사람과 다를바가 없다【여기 ‘여(與)’를 ‘동(同)’으로 간주하면 상기의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여(與)’를 주희는 ‘조(助)’로 해석했다. 그러면 ‘이것은 또한 불인을 돕는 것이 너무도 심한 것이다’라고 풀이된다. 주희의 해석도 가(可)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기..
16. 천작(天爵)과 인작(人爵) 6a-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 세상에서 존숭되는 작위라는 것이 하늘이 주는 천작(天爵)이라는 게 있는가 하면, 임금이 주는 인작(人爵)이라는 게 있다. 인의충신(仁義忠信) 덕성을 갖추고 선(善)을 즐거워하는 것이 물릴 줄을 모른다면 이것은 천작이라 할 수 있다. 세칭 공(公)ㆍ경(卿)ㆍ대부(大夫) 같은 세속적 신분은 모두 인작이다. 6a-16. 孟子曰: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 옛 사람들은 그 천작(天爵)을 닦는 데만 전념하였고, 그리하다 보면 자연히 인작(人爵)이 뒤따라 왔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천작을 닦는다는 것이 인작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인작을 획득하게 되면 대부분 ..
15. 대체(大體)와 소체(小體) 6a-15. 공도자(公都子)【2b-5, 3b-9, 4b-30, 6a-5, 6a-6 등에 기출】가 인간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 맹자에게 여쭈었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어떤 사람은 대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소인이 되는 것이오니이까? 뭔 이유에서일까요?” 6a-15. 公都子問曰: “鈞是人也, 或爲大人, 或爲小人,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대체(大體)를 따르는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고, 그 소체(小體)를 따르는 사람은 소인(小人)이 되느니라.” 孟子曰: “從其大體爲大人, 從其小體爲小人.” 공도자가 또 여쭈었다: “결국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어떤 사람은 대체(大體)를 따르고, 왜 어떤 사람은 소체(小體)를 따르게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가 뭘까요..
14. 작은 것을 길러 큰 것을 잃다 6a-1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자기 몸을 대하는 데 있어서, 어느 부분이 되었든지간에 아끼지 아니 하는 곳이 없다【沃案: 동방언어에 있어서 ‘사랑한다[愛]’는 ‘아낀다’는 뜻이 그 원초적 의미이다】. 아끼지 아니 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잘 기르지 아니 하는 곳이 없다. 한 척, 한 촌의 피부라도 아끼지 아니 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한 척, 한 촌의 피부라도 잘 기르지 아니 하는 바가 없다. 우리가 한 인간이 선한가, 불선한가를 고찰하려고 한다면, 그 인간이 자신에게 있어서 무엇을 기르기를 선택하는가 하는 것을 고찰하는 것 외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沃案: 대부분의 주석이 ‘고기선불선(考其善不善)’을 기름의 방식의 좋음과 나쁨으로 해석하는데 나는 보다 ..
13. 나무와 마음의 기름 6a-1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두 손 안에 들어오거나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오동나무나 가래나무의 묘목이 있어서, 사람이 만약 그것을 키우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마당에 심어 어떻게 기를지에 관한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6a-13. 孟子曰: “拱把之桐梓, 人苟欲生之, 皆知所以養之者. 그러나 자기몸에 관해서는 그것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를 잘 모른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자기 몸을 사랑하는 것이 오동나무나 가래나무를 기르는 것만 못해서일까보냐? 단지 사람의 생각이 못 미치는 것이 참으로 심각하구나!” 至於身, 而不知所以養之者, 豈愛身不若桐梓哉? 弗思甚也.” 앞 장에서 말한 바, 사태의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부지류(不知類)의 테마가 또 다른 비유를 통하여 전개되고 있다...
12. 손가락만 못한 마음 6a-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의 무명지(無名指)【넷째 손가락으로서, 가장 용도가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무명(無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약지(藥指)라고도 하고 반지를 끼는 손가락이기도 하다. 안중근도 단지동맹(斷指同盟)할 때 이 손가락을 끊었다】가 구부러져서 펴지질 않는다【‘신(信)’은 ‘신(伸)’과 같다】. 무명지가 구부러진 것이 별로 아픈 것도 아니고 생활에 큰 불편도 없지마는, 누군가 그 손가락을 잘 펴주는 용한 의원이 있다고 하면 진나라나 초나라로 가는 먼 길도 마다 않고 달려간다. 그 이유는 단지 내 손가락이 남의 손가락 같이 안 생겼기 때문인 것이다. 6a-12. 孟子曰: “今有無名之指, 屈而不信, 非疾痛害事..
11. 잃고서 찾는 것과 찾지 않는 것 6a-1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仁)이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란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려두고 그곳으로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으며,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다시 구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개가 없어지는 일이 있으면 부지런히 쏘아다니며 그것을 되찾아오려고 열심이나, 자신의 마음이 사라진 것은 되찾아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학문(學問)【우리가 쓰는 ‘학문’이라는 말의 한 유래】의 길이란 별 것이 아니다. 그 놓아버린 마음을 되찾아오는 것일 뿐이다.” 6a-11. 孟子曰: “仁, 人心也; 義, 人路也. 舍其路而弗由,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雞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而不知求. 學問之道無他, 求其..
10. 더 중요한 의지에 대해 6a-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물고기는 맛있기에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웅장(熊掌)【곰의 손바닥 요리. 곰의 발바닥은 웅번(熊蹯)이라고 한다. 물고기든 웅장이든 모두 미식가들의 최상의 기호품이었다. 맹자 당대에 이미 중국요리가 엄청난 고도의 발전을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맛있기에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나는 물고기를 희생하고 웅장을 취할 것임이 분명하다.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 즉 산다는 것,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義)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나는 산다는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의(義)를 취(取)해야 할 것이다. 孟子曰: ..
9. 전심치지(專心致志) 6a-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선왕의 지혜롭지 못함을 탓할 건덕지도 없다. 천하에 아주 잘 자라나는 식물이 있다 할지라도, 하루만 햇빛을 쬐어주고 열흘 동안 계속해서 어둡고 차가운 그늘에 있게 하면 잘 자라날 길이 없다. 내가 그를 만나는 기회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내가 물러나가기만 하면 곧 어둡고 차가운 그림자들이 그를 에워싸 버린다. 난들 어떻게 그의 양심의 싹을 틔우게 할 수 있단 말인가? 6a-9. 孟子曰: “無或乎王之不智也. 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 吾見亦罕矣, 吾退而寒之者至矣, 吾如有萌焉何哉? 지금 바둑을 한 예로 든다 해도, 그것의 술수라 해봤자 결국 작은 놀이의 술수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만, 마음을 집중하고 뜻을 거기에 다 바..
8. 나무와 마음의 공통점 6a-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나라 우산(牛山)【염약거의 고증에 의하면 우산은 제나라의 수도 임치현(臨淄縣) 남쪽 10여리, 약 6.5km에 위치한 산이다. 일명 남교산(南郊山). 천제연(天齊淵)이 있다. 제(齊)나라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에는 본시 우람찬 수목들이 아름답게 들어차 있었는데 그 산이 임치와 같은 대도시【‘대국(大國)’은 큰 도시를 가리키는 말이다】의 근교에 위치한 까닭에 많은 도시 사람들이 땔감이나 건축자재를 구하기 위하여 도끼나 자귀【‘부근(斧斤)’은 모두 도끼류로서 나무를 베는 데 쓰는데 대ㆍ소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1a-4에 기출】를 들이대어 벌채를 일삼으니, 어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6a-8. 孟子曰: ..
7.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 6a-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풍작으로 풍요롭게 되는 해에는 청 소년들이 나태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고【‘뢰(賴)’를 조기는 ‘선(善, 착하다)’이라 하였고 주희는 ‘자(藉, 의뢰한다)’라 하였는데, 나는 완원(阮元)이 ‘란(嬾)’ ‘해(懈)’로 풀이한 설을 취했다. 차주환은 조기에 의거하여 ‘얌전하고’라고 번역했다】, 흉작으로 흉흉하게 되는 해에는 청소년들이 난폭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래적 자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적 분위기에 함닉(陷溺)된 그들의 마음이 그러한 다른 성향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6a-7. 孟子曰: “富歲, 子弟多賴; 凶歲, 子弟多暴, 非天之降才爾殊也, 其所以陷溺其心者然也. 지금 모맥(麰麥)【주희는 모..
6. 본성은 선하다 6a-6. 공도자가 맹자에게 말하였다: “고자는 ‘성(性) 그 자체에는 선(善)도 없고 불선(不善)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다른 학파의 사람은 이와 같이 주장합니다: ‘성(性)은 선하게 될 수도 있고, 불선하게 될 수도 있다【沃案: ‘선을 행할 수도 있고 불선을 행할 수도 있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왕(文王)ㆍ무왕(武王)과 같은 성군이 일어나면 인민은 선(善)을 좋아하고, 유왕(幽王)ㆍ려왕(厲王)과 같은 폭군(暴君)이 일어나 설치게 되면 인민 또한 포학(暴虐)을 좋아하게 된다.’ 6a-6. 公都子曰: “告子曰: ‘性無善無不善也.’或曰: ‘性可以爲善, 可以爲不善; 是故文ㆍ武興, 則民好善; 幽ㆍ厲興, 則民好暴.’ 그런데 또다른 학파의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합니..
5. ‘인내의외(仁內義外)’ 토론 6a-5. 맹계자(孟季子)【조기의 주에는 단지 ‘계자(季子)’로 호칭되므로 ‘맹(孟)’ 연자(衍字)일 수가 있다. 주희는 2b-2에 나오는 맹중자(孟仲子)의 동생이라는 견해를 제출했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 주희의 견해를 따르면 맹계자는 맹자가 제나라에서 한 집에 거느리 고 있었던 친척 동생들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러나 맹계자의 생각이 고자의 학설을 신봉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계자는 맹자학단과는 관계없는 인물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나는 주희의 생각을 받아들여도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맹자학단 내에도 고자를 신봉하는 인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맹자의 위대함일 수 있다. 손석(孫奭)은 계자를 6b-5에 나오는 임나라의 처수(處守), ..
4. 인은 내재하고 의는 외재한다 6a-4.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식욕(食欲)과 색욕(色欲)의 자연스러운 성향이 성(性)이올시다. 그리고 인(仁)은 사람 안에 그 뿌리가 있는 것이며 사람 밖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의(義)는 사람 밖에 그 뿌리가 있는 것이며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6a-4. 告子曰: “食色, 性也. 仁, 內也, 非外也; 義, 外也, 非內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무엇에 근거하여 인(仁)은 내재적이고 의(義)는 외재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오니이까?” 孟子曰: “何以謂仁內義外也?”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일례를 들자면, 장자(長子)를 공경하는 것을 의(義)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때 저 사람이 나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내가 그를 장자로 대접하..
3. 본성에 대한 고자와 맹자의 논의 6a-3.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성(性)이라고 하오이다.” 6a-3. 告子曰: “生之謂性.”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성(性)이라 말씀하시는 것은 흰 것을 희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뜻이오니이까?” 孟子曰: “生之謂性也, 猶白之謂白與?”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소이다.” 曰: “然.”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면, 흰 깃털의 흼과 흰 눈의 흼은 같은 것입니까? 그리고 또 흰 눈의 흼과 흰 옥돌의 흼은 같은 것입니까?” “白羽之白也, 猶白雪之白; 白雪之白, 猶白玉之白與?”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소이다.” 曰: “然.”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면 개의 성(性)과 소의 성(性)은 같은 것이며, 또한..
2. 본성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6a-2.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성(性)이란 여울목에 잠시 고여있는 물과도 같습니다. 동쪽으로 물길을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물길을 트면 서쪽으로 흐릅니다. 인성(人性)이 본시 선(善)이다 불선(不善)이다 하는 우리의 관념으로써 분별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하는 나의 주장은 물이 그 자체로 동쪽이다 서쪽이다 하는 방향성이 결정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에 비유될 수 있겠소.” 6a-2. 告子曰: “性猶湍水也, 决諸東方則東流, 决諸西方則西流. 人性之無分於善不善也, 猶水之無分於東西也.” 맹자께서 이를 반박하여 말씀하시었다: “선생의 말씀은 매우 명료하오. 물은 진실로 선생의 말씀대로 동ㆍ서를 가리지 않는다 할 것이 요. 그러나 과연 상ㆍ하의 분별조차 없다고 할..
고자장구(告子章句) 상(上) 1. 버드나무와 버드나무 그릇 6a-1. 고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태어난 그대로의 성은 비 유컨대 기류(杞柳)와도 같고, 인간이 살아가면서 달성하는 도덕적 의(義)는 비유컨대 배권(桮棬)과도 같습니다【沃案: ‘기류(杞柳)’는 갯버들이고 ‘배권(桮棬)’은 술을 마시는 잔이라고도 하고 무엇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주석가들의 이견이 없다. 그런데 여기 ‘기류(杞柳)’가 비유의 소재로 등장한 이유는 버드나무 가지가 잘 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버드나무 가지로 엮어서 만드는 소쿠리류의 물건밖에는 딴 것을 만들 길이 없다. 다시 말해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는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기류[갯버들]로써 배권[술잔]을 만든다는 비유 자체가..
9. 두 경우의 경(卿) 5b-9. 제선왕이 경(卿)이라는 존재에 관하여 질문을 했다.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왕께서는 어떠한 경에 관하여 물으시는 것이오니이까?” 5b-9. 齊宣王問卿. 孟子曰: “王何卿之問也?” 왕이 말하였다: “아니, 어떠한 경이라니요. 경에도 다른 종류가 있단 말입니까?” 王曰: “卿不同乎?” 맹자께서 대답하시었다: “암, 다르고말고요. 크게 대별하면 경(卿)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임금님과 같은 성을 가진 귀척지경(貴戚之卿)이고, 또 하나는 임금님과 다른 성을 가진 이성지경(異姓之卿)입니다. 이 둘 중 어느 쪽을 물으시는 것입니까?” 曰: “不同. 有貴戚之卿, 有異姓之卿.” 제선왕은 말하였다: “그럼 귀척지경(貴戚之卿)에 관하여 묻겠소.” 王曰: “請問貴戚之卿.” 맹자..
8. 옛 사람을 벗하다 5b-8. 맹자께서 그의 수제자 만장에게 간곡히 다짐하며 말씀하시 었다: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도 있듯이 결국 같은 수준에서 놀 수밖에 없다. 일향(一鄕)의 뛰어난 인재는 같은 일향의 뛰어난 인재와 벗할 수밖에 없으며, 일국(一國)의 뛰어난 인재는 그 나라의 뛰어난 인재와 벗할 수밖에 없으며, 천하(天下)의 뛰어난 인재는 천하의 뛰어난 인재와 벗할 수밖에 없다. 5b-8. 孟子謂萬章曰: “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 그런데 천하의 뛰어난 인재와 벗해도 만족감이 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그래도 길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옛 성현들을 추론하면서 벗삼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쓴 시를 읊..
7. 임금이 현인을 만나는 방법 5b-7. 만장이 말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선생님께서(혹은 선생님과 같은 자유로운 선비가) 제후를 알현하러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萬章曰: “敢問不見諸侯, 何義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공직 없이 성안의 동리에서 살고 있는 선 비를 시정지신(市井之臣)【성안의 길이 대개 정자(井字) 모양으로 사각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 말하고, 성밖의 초야에서 살고 있는 선비를 초망지신(草莽之臣)【‘망(莽)’도 풀 초(草)와 같은 뜻】이라 말하는데, 이들이 모두 서인(庶人, 평민)이다. 서인이라면 예물을 싸들고 가서 군신관계를 맺지 않은 이상, 공연히 제후를 알현하러 가지는 않는 것이 예에 합당한 것이다【‘전질(傳質)’의 ‘전(傅)’..
6. 명분이 없인 받지 않는다 5b-6. 만장이 말하였다: “일정한 관직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士)【5b-2에는 제후 다음에 경(卿)이 있고, 그 다음에 대부(大夫)가 있고, 대부 다음에 상사(上士)ㆍ중사(中士)ㆍ하사(下士)가 있었다. 이 사(士)는 모두 일정한 관위가 있는 선비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士)는 일정한 관위가 없으면서 떠도는 자들이다. 전국시대에는 공부는 했으나 취직이 안 되어 떠도는 지식인이 많았다】가 제후에게 직접 의탁하여 생활하는 법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뭔 이유에서입니까?” 萬章曰: “士之不託諸侯,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급(級)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제후가 나라를 잃고 타국의 제후에게 가서 몸을 의탁한다면 그것은 대등한..
5. 돈이 필요해 벼슬하는 경우 5b-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사나이가 군주를 섬긴다는 것 은 경세제민의 대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지 녹을 받아 궁핍을 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단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벼슬을 할 때도 있다. 아내를 취한다는 것은 대를 이을 자손을 얻어 선조의 제사를 끊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단지 살림의 잡용(雜用)을 위하여 아내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노모를 보살핀다든가 하는 집안의 살림을 위하여 아내를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5b-5. 孟子曰: “仕非爲貧也, 而有時乎爲貧; 娶妻非爲養也, 而有時乎爲養. 단지 빈곤을 면하기 위한 생활상의 이유로 벼슬을 할 때에는 높 은 지위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만족해야하며, 후록(厚祿)을 사양하 고 오..
4. 맹자의 교제론(交際論) 5b-4. 만장이 여쭈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사람과 교제(交際)【우리가 현재 쓰는 ‘교제’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는데 주희는 교제를 예의를 갖추어 폐백(幣帛)으로써 서로 교접(交接)하는 것이라 하여 교제의 의미를 예물의 수수관계에 한정시켰으나, 본시 ‘교제’의 의미는 예물 수수관계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차주환은 이 구절을 부덕한 군주의 폐백을 받고 사귀는 문제로서 규정했으나 그것은 대화의 의미를 너무 처음부터 좁게 규정한 것이다】할 때에 어떠한 마음자세로 해야 할까요?” 5b-4. 萬章問曰: “敢問交際何心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과 교제하는 데 있어서는 공손한 것이 제일이다.” 孟子曰: “恭也.” 만장은 말한다: “타자로부터 나에게 예물이 오는 것을 무조..
3. 친구를 사귀는 방법 5b-3. 만장이 여쭈어 말하였다: “감히 친구를 사귀는 원칙에 관하여 한 말씀 듣고자 하나이다.” 5b-3. 萬章問曰: “敢問友.”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참으로 좋은 질문이로다. 친구 사귀는 데도 중요한 원칙이 있으니, 친구 사귐의 사이에는 장유(長幼)의 나이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되고, 귀천의 신분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되고, 연줄이 나 패거리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된다【沃案: 천하의 명언이라 할 것이다. 세 번째의 ‘불협형제(不挾兄弟)’를 주희는 해설치 않았고, 조기는 사귀는 사람의 형제 중에 부귀한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사귀어서는 아니 된다는 식으로 해석했으나, 그 주제는 이미 앞에서 말한 ‘귀(貴)’에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제’를 ‘등이(等夷)’로 보아 같은 한 ..
2. 주나라의 토지 지급과 봉급제도 5b-2. 북궁기(北宮錡)【북궁(北宮)이 복성(複姓)이고 기(錡)가 명이다. 위나라 사람이라고 조기 주에 기술되어 있다. 맹자가 대화 중에 자기를 ‘가(軻)’라고 본명으로 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궁기는 맹자의 제자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가 물어 말하였다: “주(周) 나라 왕실에서는 작위(爵位)와 봉록의 차등을 매긴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었습니까?” 5b-2. 北宮錡問曰: “周室班爵祿也, 如之何?”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자세한 실제 정황은 이미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후세의 제후들이 토지를 겸병하고 신분을 참월하는 짓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제도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그 주나라 제도가 쓰여져 있는 전적들을 다 불살라 인멸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나..
만장장구(萬章章句) 하(下) 1. 공자, 시중하여 집대성(集大成)하다 5b-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이(伯夷)【2a-2에 기출, 백이의 행동패턴에 관해서는 2a-9에 비슷한 논조가 이미 기술되어 있다. 백이는 상나라 말기의 고죽국(孤竹國)의 장자(長子)로서 왕위를 사양하고 나라로 갔는데 주무왕(周武王)이 상왕조를 토벌하려고 하자 적극 말리었다. 공자도 그를 ‘고지현인(古之賢人)’(『논어(論語)』 7-14)이라 하였고, ‘지난 잘못을 기억하지 않기에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사는 일이 거의 없었다’(5-22)고 했다. 그리고 또 ‘자신의 생각을 비굴하게 낮추지도 않았고 그 몸을 욕되게 하지도 않았다’(18-8)고 평했다】는 눈으로 오색(惡色)【나는 ‘惡’이라는 글자를 대체적으로 ‘오’로 읽는다. 이것은 ..
9. 백리해, 자기를 팔아서 벼슬자리를 구했나? 5a-9. 만장이 물어 말하였다: “혹자가 말하기를, 백리해(百里奚)【백리(百里)가 씨(氏)이고, 해(奚)가 명이다. 우(虞)나라의 현인】가 자신을 양가죽 5장 값에 진 나라에서 희생 가축을 기르고 있는 목장주에게 팔아 그곳에서 소를 기르면서 춘추5패 중의 한 사람인 진목공(秦穆公)에게 접근하는 길을 텄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5a-9. 萬章問曰: “或曰: ‘百里奚自鬻於秦養牲者, 五羊之皮, 食牛, 以要秦穆公.’信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호 사자가 지어낸 말일 뿐이다. 백리해는 원래 우(虞)나라【주(周)나라와 동성(同姓)의 나라였으며 춘추시대에 진(晋)에게 멸망하였다. 『좌전』 희공 5년의 일이다. 우(..
8. 그가 어울리는 사람을 보라 5a-8. 만장이 물어 말하였다: “혹자가 말하기를, 공자께서 위(衛)나라에 계실 때는 위나라 군주의 총애를 받던 환관이며 시의(侍醫)였던 옹저(癰疽)【옹저는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는 ‘옹거(雍渠)’로 되어 있는데 위나라 영공이 데리고 다니는 환관의 이름이다. 조기는 ‘옹저(癰疽)’는 종기를 치료하는 외과의사라고 했다. 그러면 위령공의 시의가 된다. 나는 이 두 설을 종합하였다. 『한비자(韓非子)』 「난사(難四)」에는 ‘옹조(雍鉏)’로 되어있고, 『설원」 「지공(至公)」 8편에는 ‘옹저(雍雎)’로 되어있는데 동일인을 가리킨다고 보 아야 할 것이다. ‘옹저(癰疽)’는 우리가 지금 보통 ‘종기’라고 부르는 것의 총칭인데, 옛날에는 종기 부위에 따라 경락을 따..
7. 이윤은 출세지향형 인물인가? 5a-7. 만장이 여쭈었다 “요즈음 사람들이 보통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이윤은 요리사 자격으로 탕왕에게 빌붙어 크게 벼슬 해먹었다.’ 이게 정말일까요?” 5a-7. 萬章問曰: “人有言 ‘伊尹以割烹要湯’有諸?”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윤은 요리사가 아니었고 유신(有莘)이라는 나라【‘유신(有莘)’의 ‘유(有)’는 명사 앞에 그냥 붙는 허사이며 존재를 나타낸다. 5a-3의 ‘유비(有庳)’도 마찬가지다. 옛 신국(莘國)은 변주(汴州) 진류현(陳留縣) 동 5리에 있는 옛 신성(莘城)이다. 현재는 하남성(河南省) 진류현(陳留縣) 동북에 있다】의 들판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요ㆍ순의 도를 즐길 줄 아는 초연한 선비였다. 의에 합당치 아니 하고, 도에 벗어나..
6. 선양(禪讓)과 승계(承繼) 5a-6. 만장이 여쭈었다: “사람들이 보통 이렇게 말하지요: ‘우임금대에 이르러서는 덕이 쇠하여 천자의 위를 현자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기 아들에게 전하였다. 그래서 선양의 미덕이 끊겼다. 이 말대로 정말 그러할까요?” 萬章問曰: “人有言: ‘至於禹而德衰, 不傳於賢而傳於子.’有諸?”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니다! 그러할 리 없다. 하늘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하늘이 현자에게 주려고 하면 현자에게 주는 것이고, 아들에게 주려고 하면 아들에게 주는 것이다. 문제는 당사자가 하늘 의 뜻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인가 하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 순임금께서 우(禹)를 하늘에 추천하여 정사를 돌보게 한 것이 17년이나 되었다. 17년이 지나 순임금이 붕어하시고 3년의 상이 끝난 후에..
5. 선양의 조건 5a-5. 만장이 물었다: “요가 천하를 순에게 주었다는데 그게 정말 있을 법한 얘기입니까?” 5a-5. 萬章曰: “堯以天下與舜, 有諸?”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 사람아! 그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얘 기지! 천자라고 해서 어떻게 천하를 하나의 물건처럼 한 사람에게 건네줄 수 있겠는가?” 孟子曰: “否. 天子不能以天下與人.” 물었다: “그렇지만 순(舜)은 분명 천하를 수중에 넣었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것은 누가 준 것입니까?” “然則舜有天下也, 孰與之?”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하늘이 준 것이다.” 曰: “天與之.” 물었다: “하늘이 준 것이라니요, 그렇다면 하늘이 타이르듯 말하면 서 명령한 것입니까?” “天與之者, 諄諄然命之乎?” 말씀하시었다: “그럴 리가 없지! 하늘님은 본시..
4. 문맥으로 파악하라 5a-4. 함구몽(咸丘蒙)【沃案: 조기는 함구몽이 맹자의 제자라고만 간단히 말했다. 함구(咸丘)는 본래 노나라의 지명인데 이것으로 성씨를 삼은 것으로 보면 그는 본시 노 나라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나라에서 활약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으며, 특히 역사에 밝은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함구몽은 만장의 제자이거나 만장과 한 동아리의 친구이거나 할 것이다. 함구몽은 오직 이 장에만 나오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맹자학단의 사람이다】이 맹자께 여쭈어 말하였다: “전해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덕으로 충만한 위대한 인물은 아무리 임금이라도 그를 신하로 대할 수 없고,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를 아들로 대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순(舜)이 대권을 장악하고 남면(南面)하여 서자, 요(..
3. 불인한 아우 상에게 벼슬을 준 순임금 5a-3. 만장이 여쭈어 말하였다: “순의 이복동생 상(象)은 매일 순을 죽일 궁리하는 것만을 일삼는 작자였는데, 순이 천자가 되자 상을 죽이지도 않고 추방하는 것만으로 만족한 것은 뭔 까닭이옵나이까?” 5a-3. 萬章問曰: “象日以殺舜爲事, 立爲天子, 則放之,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추방한 것이 아니라 상(象)을 제후로 봉(封)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봉한 것을 가지고도 추방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孟子曰: “封之也, 或曰放焉.” 만장이 말하였다: “순은 천자가 된후 상벌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공(共工)【‘공공(共工)’이란 요임금 당시의 관명(官名)인데, 사람이름은 잘 모른다. 이 공공의 관직에 있던 자가 환도(驩兜)와 더불어 도당을 만들어 악..
2. 군자를 속이는 방법 5a-2. 만장이 물어 말하였다: “시(詩)【제풍(齊風) 「남산(南山)」: 문강(文姜)을 그리워하는 양공(襄公)을 읊은 노래라고 하나, 타국에 시집간 연인을 포기 못하는 남자의 심정을 읊은 일반가사로 보는 것이 더 정당하다】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아내를 취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되나? 반드시 먼저 부모님께 고해야지.’【이 제품의 노래는 당연히 순(舜)의 시대에는 없었던 노래이다. 그러나 만장은 이 노래 속의 풍속이 순의 시대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인용한 것이다.】 이 가삿말이 진실이라면 순처럼 행동하면 안 되겠지요. 순과 같은 훌륭한 인물이 부모님께 아뢰지도 않고 혼인한 것은 웬일입니까?” 5a-2. 萬章問曰: “詩云: ‘娶妻如之何? 必告父母.’信斯言也, 宜莫如舜. 舜之不告而娶..
만장장구(萬章章句) 상(上) 1. 아버지를 원망하고 사모한 순임금 5a-1. 맹자의 수제자 만장【3b-5에 기출, 만장은 맹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지긋한 역사에 정통했다. 맹자가 만장과 역사ㆍ설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곧 만장이 그 방면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이 맹자에게 물었다. “옛날에 순(舜)이 역산(歷山)에서 농사짓고 있을 때 밭에 나가면 만인을 연민하시는 저 푸른 가을 하늘님을 향해 호읍(號泣)하시었습니다【예로부터 말없이 우는 것을 곡(哭), 읍(泣)이라 하고, 말을 하면서 울부짖는 것을 호()號라고 했다. 호읍(號泣)이란 울면서 호소하는 것이다. ‘우(于)’를 ‘부른다[呼]’로 새기어, 호흡하여 하늘님을 부른다고 해석하는 설도 있는데 그것도 좋은 해석이..
33. 술이 떡이 되어 돌아오는 남편의 사연 4b-33. 제나라 사람으로 처를 한 명, 첩을 한 명 거느리고 특별하 게 벼슬하지도 못한 채 집에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인물이 있었다【여기 ‘처실(處室)’의 ‘실(室)’은 집을 의미하는데, ‘처한다’는 동사에는 우리가 보통 ‘처사(處事)’라고 말할 때와 같이 벼슬하지 않고 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주희는 앞에 ‘맹자왈(孟子曰)’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문장의 맛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졸렬한 문헌비평이다. 앞에는 객관적 서술이고 저 끝에 ‘유군자관지 이후부터가 맹자의 평 ‘ 어로 보면 될 것이다. ‘유군자관지(由君子觀之)’앞에 ‘맹자왈’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 또한 불필요하다. 이 장은 특별한 문학적 서술이며, 그 글이 매우 명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