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서사한시 (587)
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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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사사 거사의 이야기를 지은 이유 荷杖負帒步蹣跚 지팡이 메고 자루 지고 걸음걸이는 비틀비틀 乞食西至載寧郡 밥 빌며 서쪽 재령군에 이르러 有人相逢延津村 어떤 사람과 연진촌에서 서로 만나 自語平生雙淚抆 스스로 평생을 말하면서 두 줄기 눈물 닦는다네. 我聞此言仍太息 내가 이 말을 듣고 이에 크게 탄식하며 榮辱悲喜奈命何 영애로움과 욕됨, 슬픔과 기쁨이 어찌 운명이 이러한가? 欲將金沙居士歌 장차 금사 거사의 노래 지어 寄與世上公卿家 세상의 고관대작에게 부친다. 『海石遺稿』 卷之二 인용 전문 해설 後琵琶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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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시 사찰에 귀의하다 一夕哭別馬公家 하루 저녁에 마씨 집을 곡하며 이별하니 馬公已歿主家殘 마씨가 이미 죽어 집안이 쇠잔해져서이죠. 踽踽此生當安適 처량한 이 삶은 마땅히 어딜 가리오? 身邊一筇惟一簞 몸 주변에 한 지방이와 오직 한 쪽박만 있었죠. 五日一食誰憐飢 닷새에 한 번 먹으니 누가 주림을 가련히 여기겠어요? 短褐百結那禁寒 짧고 거칠며 백번 꿰맨 옷으로 어찌 추위 막으리오? 鼓腹糊口行匍匐 배를 두드리며 입에 풀칠하며 포폭한 채 다녀 來投海西長淵地 황해도 장연 땅에 투숙했죠. 海西歲弊多盜賊 황해도는 해마다 많은 도둑들로 피폐해져 村舍不許他人寄 시골집에 다른 사람 기숙을 허락지 않아요. 耆臘海淸二老長 기랍과 해청 두 노인이 聞在金沙山上寺 금사사 절에 있다는 걸 듣고 手掛摩尼燃雙臂 손으로 마니보주(寶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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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릉을 거쳐 개성에 정착하다 島中兵來殺元帥 가도 속으로 청나라 병사들이 와 모문룡을 죽이자 此身轉屬寧遠伯 이 몸은 전전하며 영원백에 속하였죠. 丙丁之年胡騎至 병자와 정축 년간(1636~37)에 오랑캐가 말타고 이르러 瀋陽已陷遼東亂 심양은 이미 함락되었고 요동도 혼란스러워졌죠. 屋中佳人無消息 집 속 아리따운 아내는 소식조차 없고 囊裡千金盡傾散 주머니 속 천금은 죄다 기울어져 흩어졌죠. 山海關北人烟絶 산해관 북쪽 사람들의 자취 끊겨 白骨如麻血爲水 흰 뼈 삼이 얽혔고 피는 물을 이뤘죠. 脚胝足繭越千里 다리엔 굳은 살이 발엔 굳은 살 생겼지만 천리를 건너 驀山潛水經萬死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여러 죽을 고비 지났어요. 竄身遂至江陵府 몸을 숨겨 드디어 강릉부에 이르러 寄食漁家爲漁子 어부집에서 기식하며 어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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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문룡이 인정하는 악공이 되어 是時崇禎初一年 이때는 숭정 막 1년인데 椵島聞有毛都督 가도엔 모도독이 있다고 알려졌어요. 都督聞之使人召 도독은 그걸 듣고 사람으로 하여금 불러들여 酒筵大開鎭海樓 술잔치를 진해루에서 크게 열었어요. 畫舳錦帆迷海門 그림 배와 비단 돛을 단 배가 바다 어귀에서 헤매며 十二白堞臨碧流 12 성가퀴는 푸른 흐름에 임해 있었죠. 旂纛五面屯如雲 다섯 면의 큰 기가 구름처럼 진 치니 戰士一一皆豼貅 전사들이 하나하나 모두 날쌔더이다. 桂樹中堂白玉階 계수나무 중당에 백옥 계단과 綺戶畫欄開重重 비단 창호와 그림 난간을 겹겹이 열면 九級羅幕啣金龜 9급의 비단 장막에 금 거북이 머금었고 七寶綵筵承火龍 칠보의 수놓은 대자리에 화룡 이어져요. 博山金爐沉香火 금빛 박산로(博山爐)엔 향불이 잠겨 面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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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악공이 되어 전국을 떠돌다 長髮湖南學琵琶 머리를 기르고 호남에서 거문고를 배워 來屬梨園爲伶官 장악원에 위촉되어 국공(國工)이 되었죠. 梨園春日花如海 장악원의 봄날에 바다처럼 꽃펴 一日六日多行樂 6일내내 행락이 많지만 妙曲絶響隨指變 묘한 곡조의 뛰어난 울림이 손가락 따라 변해 院中國工無顔色 장악원 속 국공들도 무색해졌죠. 雲遊四方無蹤跡 구름처럼 사방을 종적 없이 유람하며 手持樂器出關西 손엔 거문고 들고 관서로 나가 一彈浿城烟花發 한 번은 평양성 흐드러지게 핀 꽃 속에서 타고 再奏巫峽雲月低 다시 한 번은 무협 구름 속 달 밑에서 刺史命酒浮碧宴 사또는 술을 부벽루 잔치에 명하고 太守賜座仙樓筵 군수는 강선루(降仙樓) 잔치에 자리를 하사했죠. 宣州鐵州一千里 선천과 철산의 일천리 길 中間閱歷幾山川 중간에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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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실부모하고 중이 된 사연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延津村中老居士 연진촌 속 늙은 거사가 持絃乞米行且息 거문고 들고 쌀을 구걸하러 가다가 또 쉬는 것을. 頂掛破簑蹇一足 머리에 깨진 도롱이 쓰고 한 발은 절뚝이며 厖眉垂睫雙瞳碧 두꺼운 눈썹으로 눈길 떨구는데 두 눈동자 푸르네. 自言嶺南良家子 스스로 말하네. “영남 양반집 자식으로 家在玄風白沙里 집은 현풍 백사리에 있죠. 父母早死無弟兄 부모는 일찍 죽고 형제도 없어 九歲爲僧瑜珈寺 9살에 유가사에서 스님이 되었고 十六遠隨徽上人 16살엔 멀리 휘스님을 따라서 數月坐禪石室中 수개월을 석실 속에서 좌선했죠. 巨壑絶峽無烟火 어마어마한 골짜기와 깎아지른 골짜기에 밥불 때는 이도 없으니 山魅木魈嘯寒空 산의 도깨비와 나무의 정령이 차가운 허공에서 울어대었죠. 不寐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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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예인의 활발한 활동과 퇴색해진 과정을 그리다 「추월가」 역시 「달문가」와 마찬가지로 야담이 서사시로 전환된 경우다. 추월은 18세기 중엽 기생 신분에서 여항의 예인으로 성장한 존재였다. 가객 이세춘(李世春), 금객(琴客) 김철석(金哲石) 그리고 같은 기생 계섬(柱蟾)ㆍ매월(梅月) 등과 함께 그룹을 지어 연예활동을 벌였던바, 이네들의 패트런(patron) 격으로 심용(沈鏞) 같은 인물도 있었다. 이들의 활동은 당세에 이름을 날려 야담으로 오르내렸다. 그리하여 「풍류(風流)」(원제 遊浿營風流盛事) 「회상(回想)」(원제 秋娘臨老說故事) 「송실솔(宋蟋蟀)」 같은 주목할 만한 한문단편이 이루어졌다. 「회상(回想)」은 추월이 늘그막에 이르러 자신이 이세춘 등과 함께 연예활동을 벌이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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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노래꾼 추월 추월가(秋月歌) 홍신유(洪愼猷) 湖西古百濟 遺俗好謳歌 충남은 옛날의 백제지역으로 남은 풍속은 노래 부르길 좋아해. 有女名秋月 公州出妓家 어떤 계집애 이름은 추월인데 공주의 기생집에서 태어났네. 十六善於歌 聲名聞京華 16살에 노래에 뛰어나니 명성이 서울에 소문 났다네. 選入貴主宅 紅拂間綺羅 공주의 부마(駙馬) 집에 뽑혀 들어가니 비단 옷 입은 홍불 같았지. 時有郢人歌 白雪恥里巴 이때에 언영((鄢郢)의 노래가 있어 「양춘백설(陽春白雪)」이란 노래로 「하리파인(下里巴人)」이란 노래를 부끄러워했네. 歌從郢人習 一年洗淫哇 노래는 언영의 습속을 따르니 일 년에 음란함이 씻겨졌고 寤寐喉舌間 唱今三年多 오매불망 목구멍과 혀 사이로 이제 노래 부른 지 3년째로 많다네. 林壑貞陵洞 溪石練戎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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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익살로 이름 난 달문의 이야기 달문가(達文歌) 홍신유(洪愼猷) 1. 입 큰 달문, 풍류 있는 달문 昔吳殷文圭 口大入其拳 有翁見之歎 此狀乃神仙 神仙若不成 大名天下聞 余觀達文事 翁言驗果然 引手拳五指 如佛兜羅綿 問口大如鉢 拳入恢恢焉 文是何爲者 自言安平孫 翩翩貴公子 子孫爲庶人 年壯不娶婦 頭上又不冠 放浪而不羈 一累身不關 善作八風舞 魚龍更曼廷 外屈頭至足 臍腹兀朝天 四體若無骨 閃倏回且旋 俄膺瞥而改 植立忽爾顚 側目無正視 喎口無完言 鰲棚左右部 長安惡少年 延之坐上頭 敬之若鬼神 ⇒해석보기 2. 정직함으로 세상에 알려지다 無家身可投 寄宿就所親 主人一日夕 亡錢若干緡 文知主人疑 慚謝以錢還 其日同舍客 又償主人錢 謂値主人無 取去不告云 自此文知名 一世爭稱賢 西京直不疑 千秋生朝鮮 信義是素蓄 向人不欺謾 人勸作牙儈 取剩以資身 湖南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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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풍부한 일화로 입체적으로 그려낸 달문 달문은 일명 광문이다. 영조 때 서울의 시정에서 활동하여 일세에 명성을 얻었던 인물이다. 당시에 그에 관한 일화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전하여 그는 이미 옛날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되었다 한다. 곧 야담적 인물이 된 것이다. 연암의 「광문자전」은 야담에서 전 형식의 한문단편으로 정착된 경우인데 「달문가」는 서사시로 씌어진 것이다. 야담이 서사시 형식과 결합된 흔치 않은 사례다. 이 시는 달문이 나름으로 세상에 유명해져서 그 때문에 역모사건에 연루되는 화를 입고 마침내 종적을 감춘 데 착안하여, “지인(至人)은 무명(無名)을 귀히 여기었다[至人貴無名]”라는 말로 주제를 삼고 있다. 연암이 「광문자전」에 “명성을 훔쳐 거짓을 가지고 서로 다툴 것인가?”라고 ‘어떻게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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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명성이 난 만큼 몸을 보전키 어려웠던 달문 一日飜逸去 蹤跡若浮雲 하루는 날 듯 떠나 종적이 뜬 구름 같았네. 靑山深萬疊 碧海橫漫漫 푸른 산은 만겹이나 깊고 푸른 바다는 끝없이 가로 지르니 消息竟茫然 誰知沒與存 소식은 마침내 아득하여 누가 생사를 알리오? 恢詭更譎怪 名旣一國喧 기괴한 말에 다시 괴이한 입담까지 이름이 이미 한 나라에 시끄럽네. 飄颻遊廣漠 跡又類仙眞 나부끼듯 광막한 곳 유람하니 자취가 또한 신선과 도사와 유사하네. 此子名雖賤 猶復罹妖氤 이 사람의 이름이 비록 천하지만 오히려 다시 요사한 기운에 걸려드네. 何況有淸名 猜怒受百端 하물며 맑은 명성이 있으니 시기와 노여움으로 온갖 실마리를 받네. 此子能藏名 泯然遠沈淪 이 사람은 이름을 감출 수 있고 사라지듯 아득히 영락했구나. 如何好名士 從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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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학이 넘치는 달문 卽席無語別 出宿漢江邊 즉석에서 말도 없이 떠나 한강 가에서 나가 자고서 朝踰主屹關 夕濟洛東舡 아침에 주흘산의 관문 넘고 저녁에 낙동 나루 건넜네. 繁華擅東南 萊州在海濱 번화함으로 동남에 이름 난 곳인 동래는 바닷가에 있네. 是時通信使 將赴日本蠻 이때 통신사 장차 일본의 만으로 가려는데 從人五六百 欝欝連釜山 수행인원이 5~600명이라 빼꼭히 부산에 연이었네. 忽然文躍入 如舊接殷懃 갑자기 달문이 달려 들어오니 예전처럼 은근히 맞아주네. 邑人要識面 所到聚成群 읍사람들이 얼굴 보길 요구하며 이르는 곳마다 모여 무리를 이루네. 競引還家去 酒肉溢杯盤 다투며 끌어 집에 돌아가니 술과 고기가 술잔과 쟁반에 넘쳐나네. 調謔雜俚語 半年成留連 농담에 속담을 섞어 반년동안 객지에 머무네. 支離生厭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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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직함으로 세상에 알려지다 無家身可投 寄宿就所親 몸을 투숙할 만한 집이 없어 친한 곳에 나가 기숙하네. 主人一日夕 亡錢若干緡 주인이 하루 저녁은 돈 약간 꿰미를 잃어버렸는데 文知主人疑 慚謝以錢還 달문은 주인의 의심하는 줄 알고 참회하듯 사죄하며 돈으로 돌려줬네. 其日同舍客 又償主人錢 그 날에 함께 사는 나그네가 또한 주인의 돈을 갚으며 謂値主人無 取去不告云 말했네. “다만 주인이 없기에 가져가 떠나 알리질 못했어라.” 自此文知名 一世爭稱賢 이로부터 달문의 이름이 알려져 한 세상이 다투며 어짊을 칭송했네. 西京直不疑 千秋生朝鮮 서한(西漢)의 직불의가 천 년후 조선에서 태어난건지 信義是素蓄 向人不欺謾 신의가 본래 모아져 사람을 향해 속임이 없었네. 人勸作牙儈 取剩以資身 사람들이 거간꾼 일을 해서 이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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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 큰 달문, 풍류 있는 달문 昔吳殷文圭 口大入其拳 옛적 오나라 은문규는 입이 커서 주먹이 들어간다 했지. 有翁見之歎 此狀乃神仙 어떤 노인이 그를 보고 탄식하며 말했네. “이 형상은 곧 신선이니 神仙若不成 大名天下聞 신선이 만약 되지 못한다면 큰 이름이 천하에 들리리라.” 余觀達文事 翁言驗果然 내가 달문의 일을 보니 노인의 말이 과연 그러함을 증험되리라. 引手拳五指 如佛兜羅綿 손을 끌어 다섯 손가락 쥐면 부처의 도라면 같고 問口大如鉢 拳入恢恢焉 입을 열면 크기가 사발 같아 주먹이 들어가도 입속은 넓디 넓다네. 文是何爲者 自言安平孫 달문은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안평의 자손이라 말하네. 翩翩貴公子 子孫爲庶人 의기양양하던 귀공자의 자손이 평민이 되었네. 年壯不娶婦 頭上又不冠 장성하여 장가 들지 않고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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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시인과 화가 사이에 교유가 맺어지던 현상을 그리다 이 시는 지어진 경위가 복잡한 편이다. 정대부란 시인(정범조)이 먼저 김홍도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도를 내포한 시를 지었는데 다시 거기에 붙여 쓴 것이 이 시다. 전편이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는바, 제1부에서는 정대부가 하필 김홍도의 그림을 요청하는 뜻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다음 제2부에서 화가로서의 김홍도 경력과 수준을 서술하고, 끝의 제3부에서 비로소 정대부가 김홍도의 그림을 갖기 원하는 까닭을 해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완전한 서사시로 볼 수는 없다. 주인공 김홍도의 예술가적 형상을 서술한 부분이 일정하게 서사성을 띠고 있는바, 그 형상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김홍도는 최북과 동시대에 화..
정대부가 김홍도에게 그려달라 애걸한 시에 붙여 쓰며 제정대부걸화김홍도(題丁大夫乞畫金弘道) 신광하(申光河)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丁大夫乞畫歌 정대부가 그림을 애걸한 노래를. 我今一讀空咨嗟 내가 지금 한 번 읽어보고 공연히 탄식하네. 墮馬半年臥客館 말에서 떨어져 반년이라 객사에 누웠지만 手不釋卷長吟哦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길게 읊조리네. 世上萬事不入心 세상의 온갖일 마음에 들지 않는데 雖有工畫且奈何 비록 화공이 있더라도 또한 어이 할 거나? 吾聞畫工金弘道 내가 들어보니 화공 김홍도는 不啻今人古莫過 지금 사람뿐 아니라 옛 사람도 넘어서질 못한다지. 往年奉命東出關 지난날 왕명 받들고 동쪽으로 관문을 나가 揚鞭走馬隨輕羅 채찍 휘두르며 말 달릴 때 가벼운 비단도 따랐다지. 九郡細縈萬峰矗 아홉 고을에 가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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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최북을 그리다 화가 최북의 예술가적 형상을 표출한 것이다. 최북은 기인형의 개성적 인간이었다. 그의 괴벽한 성격, 유별난 행동을 전하는 전기류 기록은 더러 있는데, 「최북가」는 시 형식으로 그의 주검 옆에서 애도하며 그의 인생을 평정하는 만가(輓歌)적인 성격을 갖는 점에서 특이하다. 최북은 직업적 화가였다. 작중에서 “최북의 한미한 처지 참으로 애달픈 일이었다[北也卑微眞可哀]”라고 개탄하였듯, 직업화가는 천대받던 것이 당시의 사회 관행이었다. 그런데 『풍요속선』에 그의 시 3수가 뽑혀 있을 정도로 그는 문학적 교양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전공인 회화에서는 ‘절세(絶世)’로 평가받는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을 직업화가로 의식하여 ‘화사 호생관(毫生館)’으로 자칭했다. 붓으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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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살며 예술혼을 펼쳤던 최북을 그리며 최북가(崔北歌) 신광하(申光河) 君不見崔北雪中死 그대 보지 못했나? 최북이 눈 속에 죽은 것을. 貂裘白馬誰家子 담비 가죽에 흰 말 탄이 뉘집 자식인가? 汝曹飛揚不憐死 너희 무리가 멋대로 날뛰느라 죽음을 슬퍼할 줄 모르는 구나. 北也卑微眞可哀 최복의 신분이 낮고 미천함은 참으로 슬퍼할 만하나, 北也爲人甚精悍 최복의 사람됨은 매우 정밀하고도 사나우네. 自稱畵師毫生館 스스로 ‘화사 호생관’이라 칭하고 軀幹短小眇一目 몸은 짤다막하고 한 눈이 애꾸지만 酒過三酌無忌憚 술이 세 잔을 넘어거면 거리끼는 게 없었네. 北窮肅愼經黑朔 북쪽으로 숙신에 닿아 흑삭을 거쳤고 東入日本過赤岸 동으론 일본에 들어가 내부를 지났네. 貴家屛障山水圖 존귀한 집안의 병풍 산수도 그림 安堅李澄一掃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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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붓장인의 고달픈 현실을 묘사하다 이 시 역시 먼 길을 떠나는 필공 김원탁(金元鐸)이란 이에게 지어준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인물의 경력 및 성격에 비상한 흥미를 가져, 바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 서사시 형식을 택하였다. 붓이란 당시에는 필기도구로 유일한 것이었다. 그런 요긴한 물건을 제작하는 필공 또한 수공업자로 존재 의미를 지녔음이 물론이다. 필공이란 대개 고객의 요청으로, 혹은 스스로 고객을 찾아 돌아다니는 형태였다. 여기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필공 김생은 시인의 집에서 백일 정도 작업을 했던바, 다시 다른 고객의 주문에 응해서 지금 멀리 종성 땅으로 찾아가는 판이다. 시는 김생을 불러 처음 일을 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원탁이라[姓金名元鐸]”라고 자기소개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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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의 군영으로 달려가는 김생을 전송하며 김생의 노래를 지어 그에게 주다 송김생부수주행영작김생가증지(送金生赴愁州行營作金生歌贈之) 신광수(申光河) 龍城筆工漢陽客 용성(남원)의 붓 만드는 서울의 나그네가 自言姓金名元鐸 스스로 말하네. “성은 김이고 이름은 원탁이오.” 入門索酒麤豪甚 문에 들어와 술을 찾는데 거칠고 호쾌하기 심해서 我始不信心不樂 나는 처음엔 미더워 않았고 내심 즐겁지가 않았는데 置之一月得其人 한 달에 곁에 두고서야 그 사람을 알았으니 直性如矢物不隔 곧은 성품이 화살 같아 사물 중 가로막을 게 없다네. 自甘貧賤不辭勞 스스로 빈천을 달갑게 여기고 수고로움을 사양치 않아 百日製筆凡幾束 100일에 붓 만들며 대체 몇 개 묵었던가? 用心精細秋毫內 마음 씀이 가을 터럭만큼이나 정밀하고 세밀하여 不求容美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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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이 된 양반인 권국진을 보내며 송권국진가(送權國珍歌) 신광수(申光洙) 1. 사대부 상인인 권국진 歲暮北風天雨雪 山橋野店行人絶 長安子弟身重裘 洪爐密室苦稱熱 出入㺚馬高於屋 銀鞍照市電光掣 此時權生破衣裳 一馬一奴鞭百折 告我將見南諸侯 贖奴持錢償逋物 權生舊日卿相孫 少年落落稱俊逸 嗚呼時命不謀身 二十遂爲落魄人 五年流離南海上 賣魚販塩勤養親 驅馬西關蹋黃塵 掛席東萊窺赤日 江湖估客有時逢 半是爾汝相促膝 秖今年紀三十餘 男兒生理轉蕭瑟 父母不飽妻子啼 生乎雖賢亦奚爲 窮塗惘然東南行 出門寒日照征衣 鳥嶺蟾江路不盡 虎豹强盜晝敢窺 權生咫尺視四海 馬上冥冥鴻鵠飛 黃金得失那可論 不知者笑知者悲 權生歲暮欲何之 ⇒해석보기 2. 高陽狂客歲將闌 走馬南行行路難 兩地一身貧父母 靑雲紫閣舊衣冠 湖中共鴈明年至 嶺外聞鷄數郡寒 到處人情非昔日 經過且莫滯征鞍 ⇒해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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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권진국의 일화를 통해 양반계급 분화현상 이 시는 송별시 형식으로, 원래 5수로 되어 있으나 그중에 제1수만 서사적 내용을 담은 것이기에 따로 뽑아냈다. 작품을 지은 때가 영조 25년(1748) 동지(冬至)일로 밝혀져 있는데 바로 작중의 현재다. 권국진權國)이 어떤 인물인지 달리 알려진 사실은 없지만 파란의 경력을 지닌 특이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송별하는 시에서 당자의 행적과 함께 인간상을 서사적 필치로 그렸을 것이다. 사대부의 신분을 타고났던 사람이 마침내 행상으로 나서게 되고, 그리하여 장사치들과 너나들이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 사실은 흥미롭다. 그리고 노비들의 속전을 받으러 가는 일은 야담의 화제로 흔히 등장하지만 서사시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 시는 양반계급의 분화현상을 흥미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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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대부 상인인 권국진 歲暮北風天雨雪 세밑 북풍 불고 하늘엔 눈 내려 山橋野店行人絶 산 다리 주점엔 행인 끊겼네. 長安子弟身重裘 서울의 자제들은 두꺼운 가죽옷 입고 洪爐密室苦稱熱 화로 있는 밀실에서 괴로이 ‘덥다’고 말하네. 出入㺚馬高於屋 달마로 출입하는데 집보다 높고 銀鞍照市電光掣 은색 안장이 저자를 비추니 빛들이 억눌리네. 此時權生破衣裳 이때에 권생이 해진 옷으로 一馬一奴鞭百折 한 말과 한 머슴으로, 구불길 채찍질하여 가네. 告我將見南諸侯 나에게 말하네. “장차 남쪽 제후를 보고 贖奴持錢償逋物 머슴 풀어주고 돈 가지고 포물 변상하려네.” 權生舊日卿相孫 권생은 옛날에 경상의 손자로 少年落落稱俊逸 어렸을 땐 뜻이 커서 준걸하다 일컬어졌네. 嗚呼時命不謀身 아! 당시의 운명이 자신을 도모하질 못해 二十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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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가 병자호란에 휩쓸리다 후비파행(後琵琶行) 성완(成琬) 산문. 거문고 연주가 김명곤의 기구한 삶을 담게 된 이유 金溟鯤者, 嶺南玄風人也. 九歲薙髮, 法名竗園. 十六随師徽遠, 學禪於毗瑟山瑜伽寺石窟, 不寐者數月, 忽發狂疾. 遂變緇, 學琵琶於湖南老樂工, 未周年爲國工. 而雲遊四方, 食於手者, 數三年矣. 二十轉至關西宣鐵之間, 忽遇毛都督麾下士樊後遲. 樊生卽知音者, 一聞奇其才, 遂偕入椵島, 紹介於文龍. 毛帥大供具於鎭海樓, 命其寵姬花兒及養子李堅, 各試其技藝. 於是, 花兒抱琴, 李堅理瑟, 而聚樂皆張, 然後命溟鯤奏琵琶. 毛帥一聽, 大奇之. 遂使坐上座, 叱退諸樂曰: “此天下之妙手也. 汝等眞奴才, 不可齒於此人” 花兒李堅大赧而退. 毛帥極愛鯤之才, 每於良辰, 聽之不厭, 或西望故國, 泣下數行. 遂賞鯤以廣寧美娃後紫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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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병자호란의 전란에 휩쓸린 연주가의 삶을 담다 「후비파행」은 백거이의 「비파행」의 후속편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다. 「비파행」은 젊은 시절 장안에서 비파로 날리다가 늙어 강호에 영락해 있는 여자를 시인이 만나 비파연주와 함께 그녀의 인생역정을 듣고 감회가 깊어 읊은 내용이다. 총 616자, 88구에 이르는 장편시로 인구에 회자해온 명작이다. 「후비파행」은 「비파행」과 비교해볼 때 공간도 다르고 시대배경도 다르고 남녀의 다름이 있지만 다 같이 비파 고수의 이야기다. 영락한 신세에 초점이 맞춰진 점에서 더욱이 동질성이 있다. 그런데 「후비파행」의 주인공 김명곤이란 악사의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파란만장이어서 「비파행」의 주인공 여자에 견주어 훨씬 복잡다단하고 가련하기도 하다. 어려서 중이 되었다가 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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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주가 있음에도 말년이 안타깝네 開城地卽長干里 개성의 땅은 곧 상가와 마을이 혼재된 마을이라 大道靑樓歌管聲 큰 길 푸른 누각엔 피리소리 나네. 試借琵琶理舊曲 시험삼아 가야금 빌려 옛 곡조 타니 舊曲換作新音生 옛 곡조가 바뀌어 새 소리 나네. 當壚美人色沮喪 탁문군의 색이 꺾였고 得之於心應手鳴 마음에 얻어 손을 따라 울리네. 幸有北里富薰天 다행히 북리의 하늘 찌를 듯한 부자들이 邀余堂上側耳聽 나를 맞아 당상에서 귀를 기울여 듣네. 解衣衣我奏餘聲 옷을 벗어 나를 입히고 남은 소리 연주시키니 紫霞洞裏千花明 자하동 속에 온갖 꽃이 분명해지네. 飢火年來失曲譜 굶주림의 불로 연래에 곡조를 잃어버렸고 千里遂作長洲行 천리에 마침내 천리길 떠났지. 長淵地無一錐立 장연의 땅엔 하나의 송곳 세울 곳 없지만 幸賴金沙僧濟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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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문룡에게 대우를 받을 때부터 개성에 오기까지 毛公賞以遼東女 모 도독이 요동의 딸을 상으로 주고 運籌堂外連門住 운주당 바깥에서 문을 연이어 살도록 했네. 相邀淸夜曲屢成 맑은 밤을 서로 맞아 곡조가 자주 이루어지니 鼓吹自此退兩部 두드리고 부름이 이로부터 양부를 물리쳤네. 瑟下長聞李堅歎 슬 아래에서 길게 들은 이견은 탄식하고 琴前更覺花兒妬 금 앞에서 더욱 깨달은 화아는 시기하네. 耿仲明與孔有德 경중명과 공유덕은 嘖舌皆以竒才數 모두 기이한 재주를 지녔다고 떠들썩하네. 其餘將校竸相饋 나머지 장교들이 다투어 서로 먹이니 大酒肥肉棄渠汚 좋은 술과 살찐 고기가 더런 도랑에 버려질 정도라네. 崇禎年末丙丁年 숭정 연말과 병자(1636) 정축년(1637)에 虜騎十萬龍灣渡 말탄 오랑캐가 10만이 용만을 건너 回軍島中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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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명곤의 신명한 거문고 소리를 비유로 표현하다 客遊關西知音誰 관서에 나그네처럼 유람하는데 지음 누군가? 椵島華人樊後遲 가도의 중국인 번후지라네. 都督毛公請一見 도독 모문룡공이 한 번 보길 청하여 鎭海樓前敞華宴 진해루 앞에 화려한 잔치 열었네. 歷階而進按曲來 계단을 지나 곡조를 연주하니 况復春波張池面 더군다나 다시 봄물결이 연못 겉면에 일렁이고 香撥星星四五聲 향발의 드문드문한 4~5 가락이 自是風流萬古情 이로부터 만고의 정인 풍류라네. 毛公聞之動顔色 모공이 그걸 듣고 안색이 바뀌며 暢叙胸間不平志 가슴 속 불평한 뜻이 풀렸고 絃將手語弄和音 현이 손재주를 가지고 화음을 희롱하니 梨花萬樹催花事 뭇 나무의 배꽃이 꽃놀이 재촉하네. 雄如壯士出戰挑 웅장하기가 장수가 출전하길 북돋는 것 같아 洞庭樓船破楊么 동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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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자가 거문고 연주가가 되다 白沙汀畔玄風客 백사리 물가 현풍의 나그네 九齡學禪山毗瑟 9살에 비슬산에서 불경 배워 鷺池初泛大願船 백로지(白鷺池)에서 막 대원선을 띄워 祗園靜聽松風絃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솔바람 소리 고요하게 들었네. 瑜伽古寺夢中別 유가사 옛 절 꿈 속에서 헤어져 狂來大笑山頭月 미칠 지경이라 산 정상의 달에 크게 웃었네. 長髮晚學三絃聲 머리를 기르고 거문고 소리 느지막히 배워 鬱輪袍音随指發 울륜포 소리가 손가락 따라 나네. 인용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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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거문고 연주가 김명곤의 기구한 삶을 담게 된 이유 金溟鯤者, 嶺南玄風人也. 九歲薙髮, 法名竗園. 十六随師徽遠, 學禪於毗瑟山瑜伽寺石窟, 不寐者數月, 忽發狂疾. 遂變緇, 學琵琶於湖南老樂工, 未周年爲國工. 而雲遊四方, 食於手者, 數三年矣. 二十轉至關西宣鐵之間, 忽遇毛都督麾下士樊後遲. 樊生卽知音者, 一聞奇其才, 遂偕入椵島, 紹介於文龍. 毛帥大供具於鎭海樓, 命其寵姬花兒及養子李堅, 各試其技藝. 於是, 花兒抱琴, 李堅理瑟, 而聚樂皆張, 然後命溟鯤奏琵琶. 毛帥一聽, 大奇之. 遂使坐上座, 叱退諸樂曰: “此天下之妙手也. 汝等眞奴才, 不可齒於此人” 花兒李堅大赧而退. 毛帥極愛鯤之才, 每於良辰, 聽之不厭, 或西望故國, 泣下數行. 遂賞鯤以廣寧美娃後紫雲, 近住於運籌堂外. 其愛將耿仲明孔有德, 小會曲宴, 鯤輒在座. 後毛都督爲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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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란으로 사라진 늘그막 협객을 만나다 이 시는 16세기 말 서울의 임협(任俠)을 그린 내용으로, 당시의 시정세태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시는 협객 중의 한 사람이었던 나수양(羅守讓)에게 지어준 형식이다. 시의 현재는 임진왜란 직후의 어느날, 시를 쓴 장소는 전라도 임실이다. 그런데 서사의 화폭이 펼쳐진 시공은 임진왜란 직전의 서울 성중이다. 작품은 서두에서부터 무사안일로 사치 향락에 젖은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특히 협객들의 소식과 활동상을 들려준다. 이른바 삼정오라(三鄭五羅)의 명성이라든지, 시정에서 호기를 다투고 우쭐거리며 노는 정경이라든지 모두 진기하고 재미난 사실로 엮인다. 그러나 작품은 한낱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흥미로운 세태를 펼쳐 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협객들의 활동상을 서술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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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협객인 나수양을 만나고서 한양협소행 주증라수양(漢陽俠少行 走贈羅守讓) 조찬한(趙纘韓) 羅公五兄弟皆平時俠客, 나공의 5 형제가 모두 평상시의 협객인데 而守讓氏獨落湖南, 見我於任實. 수양씨만 홀로 호남에 낙척(落拓)하여 나를 임실에서 보았다. 燈下把筆走贈. 등불 아래에서 붓을 잡고 달리듯 써서 주다. 漢陽昇平二百祀 서울 태평성대 200년이라 都人士女殷且美 도읍의 남녀는 풍요롭고도 훤칠하네. 家家鍾鼎食如螘 집집마다 부유해 밥이 고봉밥이네. 明粧耀日喧歌吹 밝게 치장하여 환하고 시끄러운 노랫소리 불러오네. 三門之外稱俠窟 대궐문 밖에 협객의 소굴을 헤아리니 三鄭五羅唯其最 정씨 세 명과 나씨 다섯 명이 최고라네. 吐氣如虹聲若雷 날숨은 무지개 같고 소리는 우레 같으며 大袴緩帶相徘徊 큰 바지에 느슨한 띠로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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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배되어 떠난 당신을 그리며 다산초당으로 왔어라 남당사(南塘詞) 정약용(丁若鏞) 산문. 다산의 소실을 안타깝게 여겨 시를 짓다 茶山小室, 遭逐, 順付楊根朴生行, 歸南塘本家. 朴生到湖南之長城府, 與富金陰議奪志, 覺之大發哭. 遂與朴決絶, 直走金陵. 不之南塘本家, 之茶山舊住, 日盤桓池臺花木, 以寓愁思怨慕, 金陵惡少, 不敢窺茶山一步地. 聞甚悲惻, 遂作南塘詞十六絶, 詞皆道得女心出, 無一羨語. 覽者詳之. ⇒해석보기 1. 무슨 죄를 지었기에 다산으로 다시 왔는가? 南塘江上是儂家 底事歸依舊住茶 欲識郞君行坐處 池邊猶有手裁花 南塘兒女解舟歌 夜上江樓弄素波 縱道商人輕遠別 商人猶見往來多 思歸公子我心悲 每夜心香上格之 那知擧室歡迎日 反作兒家薄命時 幼女聰明乃父如 喚爺嚌問盍歸歟 漢家猶贖蘇通國 何罪兒今又謫居 ⇒해석보기 2. 두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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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현으로 찾아온 강진 제자에게 써준 글 끝으로 다산의 친필로 전하는 산문 한편을 인용해둔다. 강진 다산초당의 제자 윤종삼(尹鐘參, 자 기숙旗叔, 1798~1878)과 윤종진(尹鐘軫, 자 금계琴季, 1803~79) 형제가 경기도 마현으로 선생을 찾아가 뵈었을 때 직접 써서 준 글이다. 다산초당의 제생(諸生, 제자를 이르는 말)이 열상(洌上, 한강가란 뜻으로 다산의 고향을 일컬음)으로 나를 찾아와서 인사말을 나눈 다음에 나는 물었다. “금년에 동암(東菴)은 이엉을 새로 했는가?” “이었습니다.” “홍도(紅桃)는 아울러 이울지 않았는가?” “생생하고 곱습디다.” “우물 축대의 돌들은 무너진 것이 없는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못 속의 잉어 두마리는 더 자랐는가?” “두자나 됩니다.” “백련사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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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820년 강진 문인의 작품 작품상에서 서정주체의 현재와 과거로 교차하는 상념은 기복이 일어난다. 자신은 처지가 임(정약용)과 너무도 달라서 “갈까마귀 봉황과 어울려 짝이 될 수 있으랴! / 미천한 몸 복이 넘쳐 재앙이 될 줄 알았지요[寒鴉配鳳元非偶, 菲薄心知過福災]”(제7수)라고 체념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이 대목에도 인간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그리하여 자신과 임과의 사이를 “한번 깨진 거울은 다시 둥글게 될 가망 없다지만[破菱縱絶重圓望]” (제8수)이라고 이미 파경(破鏡)이 왔음을 인정하는데 그럼에도 끝내 승복할 수 없는 점이 있다. “부자간의 천륜마저 어찌 끊는단 말인가[忍斷君家父子親]?” 그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작품은 제11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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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남당사」의 작자는 그 여자의 인생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져서 16수를 지었다고 밝혔다. “이 노래는 한결같이 여심을 파악해서 표출한 것이요, 하나도 부풀린 말은 없다[詞皆道得女心出, 無一羨語].” 그야말로 ‘연정(緣情)의 작(作)’이라 하겠는데 시인은 작중 인물을 정확히 대변했음을 특히 강조했다. 16수 모두 진술방식이 예외없이 ‘비극적 주인공’의 독백으로 되어 있다. 시인은 작중인물 속으로 잠적한 모양이다. 문예학에서 서정시는 대개 시인의 자설(自說)이기에 1인칭 화법을 쓰는 것으로 규정한다. 「남당사」의 경우 서정시의 일반적 진술방법과는 다른 형식이다. 그렇다고 서사시라 규정할 수 있을까. 자못 풍부한 서사성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시인과 작중인물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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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여곡절 끝에 다산초당에 돌아온 여자 다른 한편은 필자가 우전(雨田) 신호열(辛鎬烈) 선생께 들은 에피소드다. 전라도 장성읍 월평리에 김좌랑(金左郞) 집이 있었다. 울산 김씨 하서(河西) 선생의 후예로 전라도에서 손꼽히는 명족이다. 다산의 소실이 있었는데 무슨 사정으로 월평 김좌랑 집에 맡겨지게 되었다 한다(그 경위는 모호하다), 김좌랑 집의 남자가 그녀를 탐내어 범하려 하자 그녀는 “내 비록 천한 몸이지만 조관을 지낸 분의 첩실이다. 어찌 감히 이럴 수 있느냐?”하고 준절히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우전 선생님은 향리가 장성과 인근인 함평군 나산면 송암(松巖)마을이었기에 직접 전문(傳聞)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에피소드에는 특히 불평등한 제도의 모순 때문에 성적 모독을 당하는 여성의 인격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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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필자는 이 자료를 접하기 전에 진작 다산의 여자에 관해 이야기 두편을 들었다. 하나는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선생으로부터 전해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당초 강진의 귤동(橋洞) 윤재찬(尹在瓚) 옹에게서 나온 것이다. 귤동은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 산자락의 바다에 면해 있는 윤씨 마을이다. 다산초당은 원래 귤동의 윤단(尹慱, 귤림처사橘林處士)이란 분의 산장이었다. 다산은 윤씨의 특별한 배려로 유배의 처소를 강진읍내에서 이곳으로 옮겼던 것이다. 다산이 이곳 초당에서 거주했던 기간은 1808~18년 귀양살이가 풀려 경기도 마현(馬峴) 본가로 돌아갈 때까지다. 강진읍에서 썰물 때면 갯벌이 되는 바다 옆길을 따라가다가 귤동에서 버스를 내린다. 동백ㆍ차나무 동청수 등 남방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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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굴자료 「남당사」에 대하여 - 다산초당으로 돌아온 여자를 위한 노래 1. 인간 정약용의 진솔함이 담긴 자료 지금 소개하는 「남당사」는 절구 16수로 엮인 한시 작품이다. 한문학의 분류 개념으로 말하면 노래 형식의 소악부(小樂府) 계열 내지 죽지사(竹枝詞) 류에 속하는 것이라 하겠다. 전편에 걸쳐 한 여성화자가 자신의 고독하고 애절한 사연을 서정적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테마 자체는 서사성이 풍부한데 서정화해서 특이한 감명을 주는 것이다. 이 신자료는 특히 서사와 서정의 결합양상에서, 그리고 여성성의 문제에서 주목할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작중의 주인공은 ‘다산 소실(小室)’로 밝혀져 있다. 다름 아닌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강진 유배지에서 만난 여자다. 이 자료는 정약용이라는 한 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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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이별 가슴 아파 崦嵫日色爲君悲 서산의 햇빛은 그대를 위한 슬픔인지 恨不相逢未老時 늙지도 않았는데 서로 만나지 못함이 한스럽네. 縱乏膠舔烏兎術 가령 오토를 붙잡고 핥을 재주 없다해도 忍將餘景做生離 차마 남은 여생 생이별하리오? 孤館無人抱影眠 외로운 집에 사람 없어 그림자 안고 자고 燈前月下舊因緣 달빛 아래 등불 앞에 옛 인연 있어라. 書樓粧閣依俙夢 서재나 누각 장각의 어렴풋한 꿈으로 留作啼痕半枕邊 베개 반절에 눈물 흔적 남았죠. 南塘春水自生煙 남당의 봄물엔 절로 이내 생기니 渚柳汀花覆客船 못가 버들개지와 물가 꽃이 나룻배 덮을 지경이죠. 直到天涯通一路 곧장 하늘가에 이르러 한 길로 통하니 載兒行便達牛川 아이 태우고 다니면 곧장 쇠내에 도달하리. 南塘歌曲止於斯 남당의 노래 여기에서 끝나니 歌曲聲聲絶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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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무친 그리움에 망부석이라도 되길 殘粧堕髻畏人窺 지워진 화장과 떨어진 비녀 남이 엿볼까 두려워 宜笑宜顰只自知 마땅히 웃고 마땅히 찡그리며 다만 스스로 알죠. 莫是郞心猶綣戀 낭군은 오히려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半床時有夢來時 반절 평상에 걸쳐 누워 꿈 속에 있을 때 오지 않으려나요? 水阻山遮雁亦疎 물이 막고 산이 가려 기러기 또한 드문데 經年不得廣州書 해가 지나도록 광주의 편지 받지 못하네. 將兒此日千般苦 아이 데리고 이 날에 여러 가지로 괴로우니 思得阿郞未放初 낭군이 해배되기 전으로 갈 수 있었으면. 幷刀三尺決心胸 잘 드는 가위 삼척으로 가슴을 잘라내면 胸裡分明見主公 가슴 속엔 분명히 낭군 보이리. 縱有龍眠摹畵筆 가령 용면이 화필을 본뜬다면 精誠自是奪天工 정성이 스스로 하느님의 기교로움을 빼앗으리. 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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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의 질곡이 닥쳐올 줄이야 刖足丁家斷臂金 정씨 집안에 발목 잘리고 김씨에게 팔 잘려 敎人强暴怨何深 사람으로 하여금 강포하게 하니 원한이 어찌나 깊은고? 那知再遇化兒戱 어찌 다시 조화옹의 장난 만날 줄 알았을꼬? 楊朴歸來表此心 양근 박씨로 돌아와 이 마음을 표시하네. 機梭刀尺不關心 베틀 칼날 마음에 관계치 않고 無事挑燈夜已深 일 없이 등불 돋우니 밤 이미 깊었네. 直到五更鷄唱罷 다만 오경에 이르러 닭 울음 그치니 和衣投壁自呻吟 옷 입고 벽에 기댄 채 스스로 신음하네. 絶代文章間世才 절세의 문장과 보기 드문 재주는 千金一接尙難哉 천금으로도 한 번 접하기 오히려 어렵구나. 寒鴉配鳳元非偶 찬 까마귀가 봉황에 짝함에 원래 짝이 아니니 菲薄心知過福災 변변찮은 마음으로도 복이 넘쳐 재앙될 줄 알았죠. 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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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슨 죄를 지었기에 다산으로 다시 왔는가? 南塘江上是儂家 남당의 강가는 우리 집인데 底事歸依舊住茶 무슨 일로 옛 거주지 다산으로 돌아왔나? 欲識郞君行坐處 낭군이 다니고 앉던 곳 알고 싶어서고 池邊猶有手裁花 연못가엔 아직도 손수 가꾼 꽃 있네요. 南塘兒女解舟歌 남당의 아녀자는 뱃노래 이해하니 夜上江樓弄素波 밤에 강루에 올라 흰 물을 희롱하네. 縱道商人輕遠別 가령 상인은 멀리 떠나는 걸 가벼히 여긴다 말들 하지만 商人猶見往來多 상인은 오히려 많이들 오고 가고 하네요. 思歸公子我心悲 돌아가길 생각하는 공자로 내 마음 슬퍼 每夜心香上格之 매일 밤 마음의 향불이 올라 이르죠. 那知擧室歡迎日 어찌 알았겠어요? 온 집이 기뻐할 날이 反作兒家薄命時 도리어 아이 집이 박명한 때를 짓게 될 줄을. 幼女聰明乃父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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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다산의 소실을 안타깝게 여겨 시를 짓다 茶山小室, 遭逐, 順付楊根朴生行, 歸南塘本家. 朴生到湖南之長城府, 與富金陰議奪志, 覺之大發哭. 遂與朴決絶, 直走金陵. 不之南塘本家, 之茶山舊住, 日盤桓池臺花木, 以寓愁思怨慕, 金陵惡少, 不敢窺茶山一步地. 聞甚悲惻, 遂作南塘詞十六絶, 詞皆道得女心出, 無一羨語. 覽者詳之. 해설 茶山小室, 遭逐, 다산의 소실이 쫓겨남을 당해 順付楊根朴生行, 歸南塘本家. 양근의 박생이 돌아오는 인편에 부쳐 남당의 본가로 돌아왔다. 朴生到湖南之長城府, 與富金陰議奪志, 박생이 호남의 장성부에 도착해 부잣집 김씨와 음모를 꾸며 정절을 빼앗으려했는데 覺之大發哭. 소실은 그걸 알고 대성통곡했다. 遂與朴決絶, 直走金陵. 마침내 박생과는 관계를 끊고 곧장 금릉(강진)으로 달려갔다. 不之南塘本家..
모심기 노래 5장 앙가오장(秧歌五章) 이학규(李學逵)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今日晴復陰 雨脚來輕颸 新秧𦦔𦦔稞 駄向前陂時 娟娟新嫁娘 姊妹相携持 揷秧亦有法 男前而女隨 男歌徒亂耳 女歌多新詞 新詞四五闋 次第請聞之 稍揚若風絮 轉細如煙絲 若是乎怨思 怨思將爲誰 →해석보기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儂家雒東里 三男美須髭 儂生三男後 父母之所慈 千錢買長髢 百錢裝匳資 一棹便斷送 送嫁江南兒 兼是暮春日 回頭何限思 愔愔白茅屋 歷歷靑楓枝 江南異江北 事在鹺魚鮞 三月送郞行 九月迎郞期 江潮日兩回 燕子春深知 潮回復燕去 敎人長別離 鮮鮮皷子花 蔓絶花亦萎 阿姑自老大 言語太差池 出門試長望 涕泗霑兩腮 隔江父母家 烟波正無涯 哀哀乎父母 生儂太不奇 當日不生儂 今日無儂悲 →해석보기 3. 친정집에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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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모심기 노래로 서민의 애환을 담다 이 시는 민요의 일종인 ‘모심기 노래’를 취재하여 창작한 것이다. 시인이 김해지방에서 유배 생활을 할 당시 그 지방에 유행하여 들었던 노래로 추정된다. 고정옥(高晶玉)은 “민요의 중심은 노동요이고 노동요의 핵심은 역사적 지역적으로 보편적인 ‘모심기 노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다음, “‘모심기 노래’의 멜로디는 ‘보리타작 노래’가 그 노동의 리듬을 좇아 급템포인 것과 반대로 대단히 유장하다”라고 특징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심기 노래’는 소위 ‘정구지’(또는 정자ㆍ정지ㆍ둥지)라는 장르를 형성하는 것인데 작업과정에 따라 ‘모찌기 노래’ ‘모심기 노래’로 대별할 수 있으며, 작업의 시종, 점심시간의 노래 등에 의해서 노래 종류를 달리 한다”라고 해설하였다.(『..
6. 그댈 향한 그리움에 눌려 죽는대도 그대가 좋은 걸 請將馬州秤 秤汝憐儂意 청컨대 마산의 저울 가져와서 당신이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아보자. 請將海倉斛 量儂之恩義 청컨대 해창의 섬을 가지고 나의 사랑을 재어보소. 不然並打團 十襲褁衣帔 그렇지 않는다면 모두 하나로 뭉쳐 열 겹으로 싸서 縈之復結之 裝作一擔蕢 얽어매고 다시 묶어 행장으로 한 괴나리봇짐으로 만들어 擔在兩肩頭 千步百顚躓 두 어깨에 메고서 천 걸음에 백 번 넘어져 寧被擔磕死 此心無汝媿 차라리 멘 것에 눌려 죽는대도 이 마음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리. 『洛下生集』 冊十九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
5. 주흘산 아무리 높다 해도 낭군님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오르리 曾聞主紇嶺 上峯天西陬 일찍이 주흘산에 대해 들었네. ‘최정상봉은 서쪽 모퉁이에 닿아 雲亦一半休 風亦一半休 구름이 쉬어 넘고 바람도 쉬어 넘으며 豪鷹海靑鳥 仰視應復愁 보라매와 해동청도 우러르다가 응당 시름겨워하지.’ 儂是弱脚女 步履只甌寠 나는 약한 여인네라 다만 적은 구역만 걸었지만 聞知所歡在 峻嶺卽平疇 남편 있는 곳 알기만 한다면 험준한 고개도 곧 평지이니 千步不一喙 飛越上上頭 천 걸음에 한 번 숨 쉬지도 않고 날 듯 정상에 오르리.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5. 주..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纖纖雙鑞環 摩挲五指於 섬섬옥수 쌍가락지 다섯 손가락에 갈고 닦아. 在遠人是月 至近云是渠 멀리 있으면 사람들이 달이라 하고 지극히 가까우면 동그랗다고 하네. 家兄好口輔 言語太輕踈 우리 형님은 예쁜 입 가졌지만 말이 매우 경솔하네. 謂言儂寢所 鼾息雙吹如 내 침소에 숨소리가 둘이라니 儂實黃花子 生小愼興居 “저는 실제론 처자로 어려서부터 일상생활 삼갔어요. 昨夜南風惡 紙窓鳴噓噓 어제 밤엔 마파람이 거세더니 종이창이 밤새도록 울고 떨었던 것뿐이랍니다.” 인용 목차 전문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4.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5. 주흘산 아무리 높..
3.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今日不易暮 努力請揷秧 오늘은 날도 쉬 저물지 않으니 힘써 모내기하길 청하네. 秔秧十万稞 稬秧千稞強 메벼는 십 만 포기를 심고 찰벼는 천 만 포기 심어보세. 秔熟不須問 稬熟須穰穰 메벼 익는 거야 물을 필요 없고 찰벼 영그는 건 풍성하리. 炊稬作糗餈 入口黏且香 찰밥 지어 인절미 만들어 입에 넣으면 찰지고 향기롭겠지. 䧺犬磔爲膗 嫰鷄生縛裝 수캐는 잡아서 고깃국 끓이고 영계 산 채로 묶어 持以去歸寧 時維七月凉 가지고 떠나 친정을 가니 때는 7월의 서늘할 적. 儂是預嫁女 総角卽家郞 나는 민며느리로 총각은 곧 낭군님이네. 儂騎曲角牸 郞衣白苧光 나는 굽은 뿔 달린 암소 타고 낭군이 입은 흰 모시 옷 빛나네. 遅遅乎七月 歸寧亦云忙 길고 긴 7월인데 친정 나들이 어찌 이리 빨리..
2.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儂家雒東里 三男美須髭 우리 집 낙동리에 있어 세 명의 오라비 아름다운 수염이 있네. 儂生三男後 父母之所慈 나는 세 명 오라비 뒤에 태어나 부모님은 자애로웠네. 千錢買長髢 百錢裝匳資 천 냥으론 긴 다리를 사주셨고 백 냥으론 경대 장만해주셨지. 一棹便斷送 送嫁江南兒 배에 태워 보내 강남사내에게 시집보냈는데 兼是暮春日 回頭何限思 겸하여 이때 늦봄의 날이었으니 고개 돌리더라도 어찌 그리움 그치리오. 愔愔白茅屋 歷歷靑楓枝 적적해라 흰 초가집, 선명해라 푸른 단풍 가지, 江南異江北 事在鹺魚鮞 강남은 강북과 달라 소금 만들고 물고기 잡는 게 일이라네. 三月送郞行 九月迎郞期 3월에 서방님 전송하면 9월에야 낭군의 돌아옴 기약한다네. 江潮日兩回 燕子春深知 강물의 조수 하루에..
1.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今日晴復陰 雨脚來輕颸 오늘 갰다가 흐려지더니 빗발이 가벼운 바람에 흩뿌리네. 新秧𦦔𦦔稞 駄向前陂時 신선한 벼의 많고 많은 모판 앞 언덕으로 실어낼 적에 娟娟新嫁娘 姊妹相携持 곱디 고운 새색시 시누이들이 손을 맞잡네. 揷秧亦有法 男前而女隨 모 심을 때 또한 법이 있으니 남정네가 앞서고 여인네 뒤따르며 男歌徒亂耳 女歌多新詞 남정네의 노래 다만 요란만 한데 여인네 노래엔 새 노래 많아 新詞四五闋 次第請聞之 새 노래 너덧 가락을 차례대로 청하여 듣네. 稍揚若風絮 轉細如煙絲 조금 뽑아올릴 땐 바람에 날리는 솜이듯 전환시켜 가늘게 뺄 땐 안개 속 버들인 듯. 若是乎怨思 怨思將爲誰 이와 같구나 원망스런 생각이여. 그 원망 장차 누구 때문인가? 인용 목차 전문 1...
봉사에게 시집 가 매질 당한 아낙의 이야기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정약용(丁若鏞) 산문. 「여강소부행(廬江少婦行)」을 따라서 이 시를 짓다 此嘉慶癸亥事也.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一日, 觀楊升奄詩集,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旣擬「廬江少婦行」而作. 於是, 取道康瞽婦事, 編綴成文, 凡百八十韻. 雖造語寫情, 不失古人本意, 而風格漸下, 何得不然. ⇒해석보기 1. 갈림길에서 잡혀가는 꽃같은 여자를 보다 入門采綠葹 出門見茳籬 娟娟芍藥花 零落在塗泥 有女顔如花(玉) 仳離泣路岐 頭上黃荂笠 腰帶木綿絲 脰間百八珠 薏苡當摩尼 微微露朱脣 隱隱藏翠眉 蟬鬢削已平 不復施膏脂 呑聲不能語 琅琅雙淚垂 二厮隨其後 咆哮執長笞 催行赴縣門 一步一悲噫 問汝何村女 女爺云是誰 年復幾何歲 云何速訟爲 ⇒해석보기 2.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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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시(茶山詩)의 현실주의에 대한 재인식「소경에게 시집간 여자(道康瞽家婦詞)」를 읽고『창작과비평』 1988년 겨울호에 발표할 때 지은 소개글로,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307~316쪽에 수록되어 있다. 임형택 1. 지방민의 이야기를 담다 다산 선생이 귀양살이로 강진땅에 당도한 때는 1801년 추운 겨울이다. 복풍이 나를 날리는 눈처럼 몰아쳐서남으로 강진읍내 매반가(賣飯家)에 닿았도다. 北風吹我如飛雪 南抵康津賣飯家 - 「客中書懷」 그는 국왕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자기의 개혁적인 이념을 현실정치에 적용해보려 했다. 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정국이 뒤바뀌자 그는 두 차례나 투옥되었다. 그리고 간신히 형륙(刑戮)을 면하여 시골 주막 노파에게 의탁하는 신세로 ..
11.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 聽者如堵墻 喞喞復咄咄 듣는 사람들이 담장 같으니 재잘재잘 다시 속닥속닥. 哀哉彼姝子 夫豈瞽之匹 ‘슬프구나! 저 어여쁜 아이 어찌하여 봉사의 배필 되었나?’ 骨肉忍相詐 錢糧是何物 ‘골육지간인데도 차마 서로 속이다니 돈과 곡식 이게 무슨 소용인가?’ 利欲令智昏 恩愛乃能割 ‘이익과 욕심이 지혜를 어둡게 하니 은혜와 애정 이에 잘라버릴 수 있네.’ 嗟嗟汝家翁 厥罪合日撻 ‘아! 너희 집 할배의 그 죄는 날마다 매질 당해도 합당하리.’ 腐魚尙可啗 瞽夫誰能暱 ‘섞은 물고기는 오히려 먹을 만하나 봉사 남편 누가 친하게 여기리?’ 豈若靑山中 閒自守甁鉢 ‘어찌 너는 푸른 산 속에서 한가롭게 스스로 수절하며 바리떼 잡으려 하는가?’ 女子皆褊心 立志詎能奪 ‘여자들은 모두 치우친 마음이니 뜻..
10. 두 번이나 절로 도망쳤지만 잡히다 阿母起搥胸 抱衣之瞽家 제가 일어나 가슴 치며 옷을 안고 봉사의 집으로 갔죠. 阿阿今作僧 瞽瞽將奈何 ‘아이가 이제 비구니 되었다니 봉사여 봉사여 어이할 거나? 兒實無罪愆 逼迫兼箠撾 아이는 실로 잘못 없는데 핍박하고 매질하여 그리하네. 鬅鬙一掬髮 是兒如雲髮 헝클어짐 한 줌의 머리, 이것은 아이의 구름처럼 풍성하던 머리였네. 瞽瞽將奈何 何不直我殺 봉사여 봉사여 어이할 거나? 어찌하여 곧장 나를 죽이지 않는가?’ 瞽起走縣門 訴牒恣搆捏 봉사 일어나 현의 문으로 달려가 소장 방자하게 날조하여 구성했죠. 判詞嚴如雷 緘辭(臂)發健卒 사또의 말 엄하기가 우레 같아 공문서로 건장한 졸병 보냈죠. 黑夜打山門 麻衣被曳捽 어둔 밤에 사찰의 문을 치고 스님옷 입은 이 끌어다 잡아댔죠. 前..
9. 비구니 찾아와 딸의 근황을 알려주다 瞽去僅數日 有一女僧來 봉사 간 지 겨우 며칠에 한 비구니가 와서 云有一少婦 獨行到僧房 말했죠. ‘한 어린 아낙이 혼자 와서 승방에 도착했죠. 長跪禮房長 揮涕敷肝腸 길이 무릎 꿇고 방장에게 예를 갖추고 눈물 흔들며 속내 펴냈어요. 我本貧家女 不幸早迎郞(婦) 저는 본래 가난한 집 딸로 불행히 일찍이 낭군을 맞았지만 郞死姑亦殞 又無爺與孃 낭군은 죽고 시어머니도 또한 돌아가셨고 또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으니 一身靡所賴 惟有託空門 한 몸 의지할 곳 없어 오직 공문에 의탁하려 합니다. 自拔鞘中刀 剪剪已成髡 스스로 칼집에서 칼 빼내 자르고 잘라 이미 민머리 만드니 倉卒莫能救 遂與爲弟昆 창졸지간에 구제할 수 없어 마침내 형제지간이 되었답니다. 法名是妙靜 燃臂受戒言 법명은 묘정이..
8. 도망간 딸과 분개한 봉사 阿兒去數日 瞽來話紛紛 딸이 돌아간 며칠에 봉사가 와서 말하는데 떠들썩했죠. 朝起見空衾 新婦尋不得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 비어 신부 찾아도 안 보입니다. 諒與母有謀 非走又非匿 어머니와 이야기해 도모함이 있었을 것이니 도주한 것도 아니고 또 숨은 것도 아니며 弱脚不遠步 焉能有羽翼 연약한 다리로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니 어찌 날개가 있었으리오? 分明適他人 我筮原不忒 분명 다른 사람에게 간 것이니 나의 점괘는 원래 어긋남이 없지요. 吾今去申官 豈得任胸臆 나는 지금 가서 관아에 알릴 테니 어찌 속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오?’ 嘻嘻此何言 夢寐所未測 내가 말했죠. ‘하하! 이게 무슨 말이오? 꿈에서라도 헤아리지 못한 것이오. 爾自薄恩情 日夜有驅逼 그대가 홀로 은정에 박하여 낮밤으로 구..
7. 어머니의 만류에 맘을 접다 阿母失聲哭 作計何不良 저는 실성하고 곡하며 말했죠. ‘계책을 내었는데 어찌 불량한가? 油油此鬢髮 何忍着剃刀 유들유들 부드런 너의 귀밑머리와 머리를 어찌 차마 칼로 자르겠으며 娥娥此紅顔 何忍加緇袍 아리따운 붉은 얼굴에 어찌 차마 스님옷을 입히리오? 歲月方如花 胡爲空門逃 세월이 지금 꽃다운 좋은 시절인데 어찌 사찰로 도망치려는 게냐? 汝家本寒微 未聞門閥高 우리 집 본래 한미해 가문이 높다는 건 듣지 못했으니 便可適他人 此讎寧再遭 곧 다른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이 원수를 어찌 다시 만나리오? 人生如石火 是非如浮雲 인생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으니, 시비 따지는 건 뜬구름 같은 거란다.’ 阿兒急塞耳 謂言不忍聞 딸은 급히 귀를 막으며 말하네. ‘말을 차마 듣지 못하겠으니 天只..
6. 시댁에서 도망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 送兒之夫家 心懷久悽弱 아이를 시댁으로 보내니 마음이 오래도록 서글프고 위약했죠. 未至二三月 兒還自西郭 2~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는 서쪽 성곽으로부터 돌아오니 衣帶忽已緩 肌(肥)膚盡瘦削 옷과 띠는 문득 이미 늘어지고 피부는 모두 수척졌죠. 問汝何所悲 而自受銷鑠 물었죠 ‘너는 무슨 슬픈 일이 있어 스스로 삭고 야위었느냐? 苦梨嚼亦甛 豈全少歡樂 쓴 배도 씹으면 또한 달아지니 어찌 온전한 즐거움이 적겠느냐?‘ 阿兒含淚答 兒誠命道惡 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죠. ‘저는 진실로 운명의 도리가 사나워요. 擧眼魂已飛 何以念依託 눈을 들어 남편 보면 혼이 이미 날아가니 어찌 의탁할 생각하겠어요? 縱欲回心意 常如怯彈雀 가령 마음 돌리려는 뜻 있었대도 항상 소중한 것을 버리..
5. 희극이 비극으로, 경사가 애사로 顔貌黑如炭 險惡不可當 신랑의 얼굴색 검기가 숯 같고 험악하여 감당할 수 없을 지경. 藤葛交頤脣 窩窞滿鼻傍(方) 등나무나 칡 같은 주름이 턱과 입술에 교차하고 움푹 패인 곳이 코 곁에 가득하였죠. 還(遙)看是瞽人 白膜蒙兩眶 다시 보니 이 사람은 봉사라 흰자가 두 눈자위를 덮었고 年可五六十 皓鬚如飛霜 나이는 5~60살에 흰 수염이 서리 날리 듯하니 里人瞠相顧 親賓還上堂 마을 사람들이 놀라 서로 돌아보고 친척들은 도리어 마루에 오르며 諸姨走且匿(慝) 阿母涕滂滂 모든 이모들은 도망가 숨어버리고 저는 눈물만 펑펑 흘렸어라. 嗟嗟我兒子 何罪復何殃 ‘아! 내 새끼. 어떤 죄를 지었고 다시 어떤 재앙을 만났더냐?’ 翁來說義理 已誤勿劻勷 할배가 와서 의리를 말합디다. ‘이미 그르쳤으..
4. 납채하는 날과 신랑을 만나기 전의 결혼식 날 納采在今夕 洒掃迎使人 납채하는 그날 밤에 물뿌려 쓸며 함진아비 맞았는데 雜綵四五疋 禮幣三十緡 각종 비단이 4~5필이고 폐단이 30꿰미였죠. 朝成松花襦 暮成茜紅裙 아침에 송홧 저고리 만들고 저녁엔 붉은색 치마 만들었으며 東市買枕簟 西市買𨥁釧 동쪽 저자에선 베개를 사고 서쪽 저자에선 비녀 사며 紺褥芙蓉繡 翠被黿鴦紋 감색 요엔 부용 수놓고 비취색 요엔 원앙의 무늬 입혔죠. 雜佩三五行 蝶翅連魚鱗 여러 장식이 부착된 패물이 3~5줄이니 나비와 새에 물고기 비늘 연이어라. 良(吉)辰亦已屆 洗浴冶新粧 좋은 때에 또한 이미 이르러 세수하고 목욕하고 새 화장을 하고 其日天氣晴 帳幕風微颺 날씨도 개어 장막의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니 四鄰皆來觀 遙遙眄新郞 사방의 이웃이 모두..
3. 중매쟁이의 요설에 속아 결혼을 승낙한 아비 答瞽年已高 七七四十九 답하네. “봉사의 나이 이미 많아 49살인데 前已再成醮 兒乃第三婦 전에 이미 두 번 결혼해 아이는 제 세 번째 부인이라오. 前婦産二女 後婦擧一男 첫 부인에게 두 명의 딸을 낳고 두 번째 부인에게 한 아들을 얻었는데 男年已成童 少女今卄三 아들 나이 이미 다 자랐고 작은 딸은 지금 23살이라오. 寧當棄溝壑 豈今瞽委禽 차라리 마땅히 죽어 시체가 도랑과 골짜기에 버려질지라도 어찌 이제 봉사에게 시집가겠으리오? 兒不遇父母 翁性唯(猶)醟酖 아이는 부모 만나지 못한 것인데 할배는 성품은 오직 술주정뱅이라오. 文雉受狗噬(口) 恨恨那能堪 수꿩이 개에게 물림 당한 것이니 한스러워한들 어찌 견디리오? 媒人喫錢多 巧詐飾言談(飾) 중매쟁이 돈을 많이 먹고서 ..
2. 완악한 봉사 남편에게 벗어나려 비구니가 되었다 체포되다 女俛不能答 阿母替致詞 여자는 고개 숙인 채 답할 수 없었기에 어미가 교대하며 말을 하네. 本是道康人 生少在城中 “본래 도강(강진) 사람으로 나서 어렸을 적엔 강진읍 안에 살았죠. 兒年一十八 八字良奇窮 아이의 나이 18살인데 팔자가 진실로 기이하고 곤궁하여 嫁作瞽家人 瞽者復頑凶 봉사에게 시집 갔는데 봉사는 다시 완악하고 흉악하니 兒哀削其髮 乃爲瞽所縱 아이는 슬퍼하며 머리를 깎았으니 봉사에게 놓여나기 위해서였어라. 締搆申縣官 官捕疾於風 엮어서 현의 관아에 알리니 관리가 체포하는 게 바람보다 빨랐죠.” 問汝顔如玉 韶華正丰茸 물었다. “네 얼굴 옥처럼 곱아 아름답고 화려해 정히 전성기인데 城中四千戶 俊逸多佳郞 성 안 4천의 가구에 준수하여 멋진 낭군도..
1. 갈림길에서 잡혀가는 꽃같은 여자를 보다 入門采綠葹 出門見茳籬 문에 들어가 도꼬마리 캐고 문에서 나와 궁궁이를 보네. 娟娟芍藥花 零落在塗泥 곱디 고운 작약꽃이 져서 진흙에 있네. 有女顔如花(玉) 仳離泣路岐 꽃같은 얼굴의 여자가 떠나며 갈림길에서 우네. 頭上黃荂笠 腰帶木綿絲 머리 위엔 노란 꽃봉오리 모자 쓰고 허리엔 목면실의 띠 둘렀네. 脰間百八珠 薏苡當摩尼 목 사이엔 백팔개의 구슬 걸었으니 율무로 씌운 구슬이라네. 微微露朱脣 隱隱藏翠眉 미미하게 붉은 입술 드러내고 은은하게 비취빛 눈썹 감추니 蟬鬢削已平 不復施膏脂 귀밑털은 깎아 이미 평평하니 다시 연지기름 쓸 일 없겠구나. 呑聲不能語 琅琅雙淚垂 울음소리 삼켜 말할 수 없어 낭랑하게 두 눈물만 흐르네. 二厮隨其後 咆哮執長笞 두 머슴이 뒤를 따르는데 포효..
산문. 「여강소부행(廬江少婦行)」을 따라서 이 시를 짓다 此嘉慶癸亥事也.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一日, 觀楊升奄詩集,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旣擬「廬江少婦行」而作. 於是, 取道康瞽婦事, 編綴成文, 凡百八十韻. 雖造語寫情, 不失古人本意, 而風格漸下, 何得不然. 해석 此嘉慶癸亥事也. 이것은 가경 계해(1803)년의 일이다. 余在金陵謫中, 目覩玆事, 내가 금릉(강진의 별호)에서 유배되었던 중에 눈으로 이 일을 목격했는데 悵然忽有述, 顧未能焉. 슬퍼져 문득 기술할 생각이 있었는데 다만 할 수 없었다. 一日, 觀楊升奄詩集, 하루는 양승암의 시집에 有「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詩, 「한단재인 가위시양졸부(邯鄲才人嫁爲廝養卒婦)」 시가 있는 걸 보았으니 旣擬「廬江少婦行」而作. 이미 「여강소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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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분 맺은 님은 오질 않고 진장만이 수청 들라 하네 전불관행(田不關行) 성해응(成海應) 1. 전불관의 기구한 삶 滿浦有官妓 姓田名不關 其父爲鎭將 潛與婢屬奸 兒生母隨沒 孤身經百艱 十六屬官籍 顔貌美且閑 間爲具某悅 得以加䯻鬟 仍復贖其賤 誓娘相載還 坐待消息來 一別隔河山 ⇒해석보기 2. 새로 부임한 진의 장수가 수청들라고 하다 暫依上土鎭 爲庇親誼敦 新鎭聞姓曺 漁色事窮殫 聞娘好姿首 促來謁新官 賤人旣被督 不得事遮攔 被驅似羊豕 喘定方仰看 鎭將據中堂 輒已發懽顔 催呼上重茵 摟抱仍求懽 爾若擇佳婿 孰若儂可欲 儂方作鎭將 銀帛在把握 使汝堆滿屋 焜燿聳隣族 且當隨我歸 彩轎具彫餙 長安花柳遍 吾家臨紫陌 淳熬爲汝食 綺紈爲汝服 鎭日取懽娛 汝生良亦足 ⇒해석보기 3. 수청을 거부하고서 겪은 고초 不關訴衷曲 誠懇堪惻惻 女身旣賤流 分當厨湯役 今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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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춘향전과 전불관행 이 시는 미천한 신분을 타고난 여자가 자기 주체를 순결하게 지키기 위해 자결하는 사연이다. 「춘향전(春香傳)」과는 이야기의 전말이 유사하면서 흥미롭게 대비되는 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인물 설정을 보면, 춘향은 전불관에, 구모씨는 이도령에, 변사또는 신임 진장에 대응되는바, 삼각관계를 이룬 구도가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사건의 경과 또한 사랑과 이별, 그다음에 끼어든 힘있는 자의 횡포로 갈등을 유발하는 동일 유형이다. 그뿐 아니라 세부에 들어가서도 대조되는 부분이 더러 나온다. 예컨대 진장이 불관을 회유하는 장면이나 불관이 집장 사령에게 매맞는 장면, 이모가 불관을 타이르고 불관이 유언 비슷한 말을 하는 정경 등은 내용이 그대로는 아니지만 「춘향전(春香傳)」의 어느 대목을 금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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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기제도의 문제점과 임용제도의 문제점 官柳繫秋千 官妓紛紅綠 관아의 버들개지에 그네 매다니 관기들이 분분하여 붉고 푸른 치마들 있네. 不關亦與召 強與諸伴逐 불관은 또한 불러 억지로 여러 벗들과 따르게 하는데 吾意已捐生 此戱不可復 ‘나의 뜻은 이미 생을 버리려 하니 이 놀이 다시 않으리.’ 樓上更催喚 相與賭雙陸 누각 위로 다시 재촉하여 불러 서로 쌍륙 내기하네. 一局纔已了 鎭將睡仍熟 한 판 겨우 이미 끝났는데 진의 장수 곯아 떨어졌네. 潛從洗劒亭 投身千丈瀑 몰레 세검정을 따라 몸을 천 길이 폭포에 던졌네. 可憐荏弱質 觸碎湍石角 가련쿠나! 연약한 몸이 여울 돌 모서리에 부서졌구나. 遂將練布斂 不負生時託 드디어 장차 연포로 염하니 살았을 적 부탁 져버리지 않았네. 寃魂結不散 日暮聞號哭 원통한 혼이 맺혀 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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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기로 매어 있는 운명이란 我體雖糜爛 我心不變易 “저의 몸이 비록 짓눌리더라도 나의 마음은 쉽게 변하질 않사옵니다.” 叫頓豈祈憐 嘿嘿受痛毒 부르짖고 조아리며 어찌 가련함을 빌리오? 묵묵히 고통을 포독스레 감내하네. 鎭將尙戀戀 威怒仍復息 진의 장수는 오히려 애틋하여 위엄의 노기를 이에 다시 꺼뜨리고 卸下遂輿返 姨母事治藥 풀어주고 도리어 수레로 돌아가게 하니 이모가 약을 바르며 女伴來相慰 痛恨徒抑塞 여자 친구들이 와서 서로 위로하니 통한이 다만 억눌리고 막히기만 하네. 姨母垂涕謂 汝生在妓屬 이모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네. “너의 삶은 기생에 속해 있단다. 官令儘可畏 焉得避褻瀆 관아의 명령이 모두 두려울 만하니 어찌 모욕을 피할 수 있을까? 終始若違拒 不過斃梃朴 끝내 어기고 거역한다면 몽둥이에 죽여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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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청을 거부하고서 겪은 고초 不關訴衷曲 誠懇堪惻惻 불관은 속마음 곡절하게 호소하는데 진실로 간곡하여 측은하기만 하다. 女身旣賤流 分當厨湯役 “제 몸 이미 천한 신분으로 분수는 부엌에서 달이는 일에 합당한데 今方蒙記錄 亦已感恩澤 지금 기록됨을 입어 또한 이미 은택에 감사하옵니다. 况復接貴體 伏事度日夕 더군다나 다시 귀한 몸 접하여 일을 쉬며 낮밤으로 지내면 賤軀溢榮耀 何啻鳥遷木 천한 몸이 영애로운 빛으로 넘쳐나리니 어찌 신분이 바뀌는 것 뿐이겠습니까? 小人旣經人 理當待彼約 소인은 이미 사람을 경험해 이치는 응당 저 약조를 기다립니다. 羣妓集如雲 豊肌皆膩澤 뭇 기생이 구름처럼 모여 탐스러운 피부가 모두 기름진 은택을 입었습니다. 競待官家顧 粉脂兼櫛沐 다투어 진의 장수의 온정을 기다려 화장하고 머리 빗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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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 부임한 진의 장수가 수청들라고 하다 暫依上土鎭 爲庇親誼敦 잠시 상토진에 의탁했는데 의탁함에 친히 우의로우며 돈독했네. 新鎭聞姓曺 漁色事窮殫 새로 진에서 들려오길 성이 조인 진의 장수가 호색한에 곤궁한 이 쓰러뜨리길 일삼는다네. 聞娘好姿首 促來謁新官 낭자의 아름다운 자태가 으뜸이란 걸 듣고서 재촉하여 와서 새로운 진의 장수 받들이라 하네. 賤人旣被督 不得事遮攔 천한 몸 이미 독촉을 받았지만 구부하길 일삼을 수 없었네. 被驅似羊豕 喘定方仰看 양과 돼지처럼 끌려가 헐떡임 정돈하며 곧장 올려다 보니 鎭將據中堂 輒已發懽顔 진의 장수는 중당을 점거하고서 갑자기 이미 기쁜 기색을 발하네. 催呼上重茵 摟抱仍求懽 겹자리에 오르라 재촉하여 부르고 부둥켜 안고 기뻐하길 구하네. 爾若擇佳婿 孰若儂可欲 “니가 만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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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불관의 기구한 삶 滿浦有官妓 姓田名不關 만포의 어떤 기생, 성은 전(田)이고 이름은 불관(不關)인데, 其父爲鎭將 潛與婢屬奸 아비는 진의 장수가 되어 몰래 여자 머슴과 간음하였다네. 兒生母隨沒 孤身經百艱 아이 낳고 어미는 따라 죽고 홀몸으로 온갖 고생 겪었다지. 十六屬官籍 顔貌美且閑 16살에 관적에 기록되었는데 용모는 아리땁고도 바른 모습이었다지. 間爲具某悅 得以加䯻鬟 얼마 안 있어 구(具)모의 사랑을 받아 상투를 틀었다네. 仍復贖其賤 誓娘相載還 연이어 다시 천기(賤妓)임을 면죄해주며 낭자에게 ‘서로 가마 태우러 돌아올게’라고 맹세했네. 坐待消息來 一別隔河山 앉아 소식이 오길 기다리는데 한 번 이별에 강과 산이 막힌 듯했네. 인용 전문 해설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구출한 아내의 이야기 옥천정녀행(沃川貞女行) 김두열(金斗烈) 1.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 남편을 옥바라지하는 아내 沃川有佳人 無愧古貞烈 少小在閭巷 紡績聊生活 良人異梁鴻 焉知孟光德 暴風日以吹 涇渭混淸濁 妾有寸心誓 但知古女則 不嫌新人妬 願我郞好合 破屋僅容膝 短籬當深峽 常恐乕豹警 戒郞愼出入 夜黑心先怕 扶持膝相接 ⇒해석보기 2. 아내의 간곡한 마음이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살리다 獰風吹燈滅 疾雷破窓閤 乕以良人去 蒼皇起扶執 所過多荊棘 肌肉流血赤 誓使郞或脫 妾身無可惜 行人爲之救 乕亦感而釋 庶幾百年約 從此期安樂 惟彼耽耽者 夜夜窺毁壁 一聲忽驚起 不聞良人息 夜半出門啼 顚倒追乕跡 一之旣云厄 再此又何酷 天寒足不襪 况復兒在腹 山路苦險阻 彳亍無餘力 向風囓余指 臨泉濯余髮 囓指質神祗 濯髮祝星月 郞死亦何辜 願以妾..
해설. 아내의 성실한 마음이 남편을 살린 이야기 이 시는 제목 그대로 곧고 굳센 한 여자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옥천 땅의 한 평민 여성이 남편을 호랑이에게 물려간 위기로부터 두 번이나 구해낸 이야기다. 한번은 물어가는 호랑이를 끝끝내 붙들고 쫓아가서 드디어 호랑이가 남편을 놓고 달아났으며, 다음은 또 물려가 이미 종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여자의 극진한 정성이 통하여 기적이 일어났다. 앞서 남편은 아내의 고상한 품성을 알아보지 못한 나머지 박대(薄待)하였는데 이제 아내의 지성에 깊이 느끼게 된다. 시인은 역사상 허다한 정렬(貞烈)의 여성 가운데 이 옥천 정녀야말로 마음이 굳셀 뿐아니라 강인한 실천력으로 어려움을 관철한 사실을 높이 사고 있다. 조인공이 강고하게 자기 몸을 던져서 지킨 것은 여성 자신의 굴..
5. 당신의 일 묻혀선 안 되기에 기록으로 남기네 僕本慷慨者 一聞感嘆發 나는 본래 강개하는 사람이라 한 번 듣고 감탄함을 내쏟았네. 褒賞何關爾 若節爾無怍 포상이 어찌 당신에게 관계되겠는가? 당신의 절개는 당신이 부끄럼이 없을지니. 吾東禮義俗 賴爾應更作 우리 동방의 예의로운 풍속은 당신에 힘입어 응당 다시 진작되리. 何恨古貞烈 異事惟爾獨 어찌 옛 정녀들을 한스러워하리오? 기이한 일 오직 당신만이 홀로 한 것을. 嗟彼杞梁妻 崩城竟何益 아 저 기량의 아내은 성을 무너뜨림에 무슨 유익이 있었나? 又聞天山石 望夫空悲切 또한 듣기로 천산의 바위 남편 바라며 공연히 슬픔이 절실했었지. 豈如沃州女 本末無欠缺 아마 옥천의 아낙 같아야 시종 흠결이 없으리라. 一哭行人來 二哭山石落 한 번 곡함에 행인이 오고 두 번 곡함에 ..
4. 엄청난 일임에도 조정에 전해지지 못한 이유 語罷爲一泣 感歎中自怛 말을 마치고 한 번 울적이니 감탄 속에 절로 서글프네. 里人相謂曰 烈哉不可滅 마을사람들이 모두 “열녀로다! 없앨 수 없네.”라고 말들하더니 齊聲入官家 爲向太守說 소리 함께 하고 관아로 들어가 사또 향해 말했네. 太守嗟嘆久 牒報都觀察 사또 감탄한지 오래되어 공문으로 도읍 관찰사에 보고했네. 觀察亦嘖嘖 將以朝廷達 관찰사 또한 칭찬이 자자하며 장차 조정에 도달하도록 했네. 天門九重深 閽者亦嗔喝 하늘문 구중궁궐은 깊어 문지기가 또한 성내며 꾸짖으니 遂令下土人 貞行任泯沒 마침내 하층민에게 하여금 정녀의 행실 멋대로 없애지도록 했다네. 인용 전문 해설
3. 남편의 뉘우침 良人稍定魂 爲我叙顚末 남편은 점점 넋이 안정되더니 나를 위해 전말을 풀어줬어요. 靡爾斷斷誠 吾豈乕口脫 “당신의 한결같은 정성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범의 입을 벗어났겠으리오? 爾哭山可裂 爾心天可質 당신의 곡소리가 산을 무너뜨릴 만했고 당신의 진심이 하늘을 질정할 만했소. 虎狼亦相感 捨我不忍食 범과 이리도 또한 상응하니 나를 버리고 차마 먹지 못하고 惡性終未已 閃閃且注目 악한 본성 끝내 그만두질 못해 반짝반짝이고도 또한 주목하니 一塊俎上肉 急勢在頃刻 한 덩이의 도마 위 고기로 급한 형세는 경각에 있었어요. 蒼崖忽崩拆 忽然壓乕殺 벼랑이 홀연히 무너져 갑자기 범을 압사시켜 죽였고 虎殺吾則活 得此冥冥隲 범이 죽자 나는 살았으니 이것은 신령함이 정한 것이니 冥冥豈我隲 賴爾聲上徹 신령함이 어찌 내..
2. 아내의 간곡한 마음이 범에게 물려간 남편을 살리다 獰風吹燈滅 疾雷破窓閤 모진 바람이 불어 등불 꺼지고 우레가 창문과 쪽문 부수더니 乕以良人去 蒼皇起扶執 호랑이가 남편 데리고 떠나는데 황급히 일어나 붙잡었어요. 所過多荊棘 肌肉流血赤 지나는 곳에 가시들이 많아 피부와 살에 붉은 피가 흘렀죠. 誓使郞或脫 妾身無可惜 낭군에게 혹 벗어나게 하겠다 맹세하고 첩의 몸으로도 아끼지 않았어요. 行人爲之救 乕亦感而釋 행인 그를 위해 구해주려 하자 범 또한 느껴졌는지 놓아줬죠. 庶幾百年約 從此期安樂 백년의 약조 바라 이로부터 안락을 기대했는데 惟彼耽耽者 夜夜窺毁壁 오직 저 범은 탐탐하며 밤마다 헐어진 벽을 엿보더니 一聲忽驚起 不聞良人息 한 소리에 갑자기 놀라 일어나니 남편의 숨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夜半出門啼 顚倒追乕..
1.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 남편을 옥바라지하는 아내 沃川有佳人 無愧古貞烈 옥천에 아리따운 사람 있으니 옛 정녀와 열녀에 부끄럽지 않네. 少小在閭巷 紡績聊生活 어릴 적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길쌈하며 생활을 의지하네. 良人異梁鴻 焉知孟光德 남편이 양홍과 다른데 어찌 맹광같이 깎듯이 받드는 덕을 알리오? 暴風日以吹 涇渭混淸濁 폭풍 날마다 불어오니 탁한 물인 경수와 맑은 물인 위수가 맑은 물과 흐린 물에 뒤섞이네. 妾有寸心誓 但知古女則 첩은 일편단심으로 맹세하네. 다만 옛 여인의 법도 알아 不嫌新人妬 願我郞好合 새 사람을 미워하여 시기하지 말고 우리 낭군과 잘 맞길 원하네. 破屋僅容膝 短籬當深峽 해진 집은 겨우 무릎만 용납할 정도이고 짧은 울타리는 골짜기 깊은 곳이라 마땅하죠. 常恐乕豹警 戒郞愼出入 항상 호랑..
조선ㆍ일본ㆍ후금ㆍ명나라의 강직한 여성들 이야기 여사행(女史行) 이규상(李奎象) 1. 두 왜장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倭寇晉州城陷時 論介其名官妓奇 佳人似花復如月 翠鬟紅粧何葳蕤 亭亭表立矗江石 嫣然一笑若招誰 江前倭陣月暈匝 白刄炮火血雨垂 倭中蕩子倐飛步 兩倭爭掠一娥眉 娥眉兩手挈兩敵 百丈江波身共隳 乃知一死素所決 一死猶辧殺兩夷 男兒作計此不易 何況官妓一弱姿 淸江如玉石不轉 女兒俠士非女兒 ⇒해석보기 2. 마음을 바친 청나라 낭군 위해 목숨 바친 일본의 게이샤(けいしゃ: 傾斜) 倭中女俠又卓然 近日東槎消息傳 蘆花町裏養女俠 爲女唐船幾流連 唐船百貨爲女幤 月姥紅繩情纏綿 郞言倭妾不可捨 妾言中原郞返船 黃金用盡黑貂弊 妾在郞心若旌懸 東風花事斷送後 浪跡遊蜂何處牽 生人死別爲郞計 投海妾身爲郞捐 唐商痛哭立玉塔 上刻女名綠雲仙 郞返古國禍轉福 女棄..
해설. 전환기에 여성존재를 부각시키다 이 시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전반기 사이에 동북아 지역의 민족국가에서 출현한 기절(氣節)의 여성상을 그려 보인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서막을 열어 청황제 체제의 대륙 지배로 종막을 지은 거대한 드라마는 하나의 역사 전환이었다. 시인은 이 과정에서 여성의 존재를 민족마다 하나씩 발견한다. 조선의 논개, 일본의 녹운선, 여진의 요면의 처, 한족의 진양옥이다. 이들은 취한 행동이나 드러난 성격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녹운선과 요면의 처는 한 남자를 위해 자결한 경우인데 논개와 진양옥은 조국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거나 용감하게 싸웠다. 신분상으로 보면 논개와 녹운선은 기생이었으며 다른 둘은 귀족에 속한 것이다. 시인은 이들 모두를 여협(女俠)이란 범주로 파악하고 있다...
5. 남자들 부끄럽게 만들 여성들의 이야기 俠女節婦又女將 협녀이자 절부이며 또한 여장군이니 女將忠臣倍芳芬 여장군이자 충신이니 향기로움 배가 되네. 陰運漸漸壓老陽 음의 기운이 움직여 점점 노쇠한 양의 기운 압도하니 陰中亦有正氣張 음의 기운 속에 또한 바른 기운 펴지겠구나. 鋪張當以白玉管 펴지는 기운은 마땅히 백옥의 피리로 하고 表揭有如星日光 겉에 걸린 것이 별빛과 해빛 같네. 三邦相隔九州外 세 나라는 서로 떨어져 있고 중원의 바깥이지만 一天同賦知能良 한 하늘이 같이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을 부여받았네. 良能良知最炳靈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은 가장 빼어난 영특함이니 可惜盡鍾紅粉粧 애석하게도 모두 여인들에게 모였던 것이구나. 我今特書大書 나는 이제 특별히 큰 글씨로 쓰니 又使讀人間有髯娘 또한 독자에게 ..
4. 명청전쟁에 산화한 여장부 진양옥 同時關外女將軍 같은 때에 관문 밖에 여장군은 姓秦其名良玉云 성이 진이고 이름은 양옥이라 한다네. 梨花一槍白玉手 이화의 한 창 백옥같은 손으로 쥐고 揮出乾坤流賊氛 하늘과 땅에 흘러다니는 요사한 기운을 휘저으며 나갔네. 西來九王掩面走 서쪽으로 오던 구왕도 얼굴 가리고 달아나니 不獨長城三桂勳 장성의 오삼계의 공뿐만 아니라네. 終然馬革裹玉碎 마침내 말가죽으로 옥 가루 싸듯 전쟁터에서 산화하니 祖洪頭巾愧羅裾 청에 항복한 조대수와 홍승주는 이 여인에게 부끄러우리. 인용 전문 해설
3. 명군과의 전투에서 목숨 잃은 후금의 장수를 따라 순장된 아내 金邦節婦節尤貞 후금 나라에 절부는 절개가 더욱 곧으니 金將要兔其夫名 후금 장수인 요면은 남편의 이름이네. 兔父汗兄貴永介 요면의 아버지인 칸의 형인 귀영개이고 要兔英雄冠萬兵 요면은 영웅이라 뭇 병사들에서 뛰어났네. 松山厮殺少年將 송산보 싸움에서 명나라 군인이 소년 장수 요면을 죽이니 劍頭英雄草塵輕 칼머리의 영웅은 풀과 티끌처럼 가벼이 죽었구나. 嚴粧百寶斷髪婦 엄숙한 화장을 하고 뭇 보화를 한 채 머리카락 자른 아낙은 哭訣諸兒殉墓塋 모든 아이에 통곡하며 이별하고 남편의 무덤에 순장되네. 渾江寰宇義烈震 혼강의 천하에 의열이 진동하니 質官日記事蹟明 지관의 일기에 일의 종적이 분명하구나. 인용 전문 해설
2. 마음을 바친 청나라 낭군 위해 목숨 바친 일본의 게이샤(けいしゃ, 傾斜) 倭中女俠又卓然 일본 사람 중 여자 협객 또한 탁월하다고 하니 近日東槎消息傳 최근에 동쪽 사신이 소식 전하니 蘆花町裏養女俠 아시바나(蘆花) 거리[町] 속 여자 협객이 길러졌으니 爲女唐船幾流連 이 여자 위해 당나라 상선(商船)이 얼마나 유락(遊樂)에 빠졌던가? 唐船百貨爲女幤 당나라 상선(商船)의 온갖 재화는 여자의 돈이 되고 月姥紅繩情纏綿 월하노인의 붉은 색 노끈에 정이 사로잡히네. 郞言倭妾不可捨 당나라 낭군이 “일본인 첩 버릴 수 없어.”라고 말하고 妾言中原郞返船 일본인 기녀는 “중국의 낭군님은 배를 돌려 가셔요.”라고 말하네. 黃金用盡黑貂弊 황금 모두 소진되자 흑색 담비가죽 해지나 妾在郞心若旌懸 첩은 낭군의 마음에 매달린 깃발..
1. 두 왜장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倭寇晉州城陷時 왜구가 진주성 함락할 때에 論介其名官妓奇 논개란 이름의 관기가 기이하도다. 佳人似花復如月 아름다운 사람이라 꽃 같기도 다시 달 같기도 해 翠鬟紅粧何葳蕤 비취빛 쪽진 머리에 붉은 화장으로 어찌나 생글생글하던지 亭亭表立矗江石 우뚝하게 서있는 남가의 촉석루에서 嫣然一笑若招誰 생긋 한 번 웃으며 누군가 부르는 듯하네. 江前倭陣月暈匝 남강 앞엔 왜구의 진은 달무리 휘돌아 白刄炮火血雨垂 흰 칼날과 포화에 피가 비처럼 드리워졌네. 倭中蕩子倐飛步 왜구 중 방탕한 놈이 갑자기 날 듯 걸어와 兩倭爭掠一娥眉 두 왜구가 다투며 한 미인을 납치하려네. 娥眉兩手挈兩敵 미인은 두 손으로 두 왜구를 끌더니 百丈江波身共隳 100길이의 남강 물결에 몸을 함께 빠뜨렸다네. 乃知一死素所..
사랑했지만 첩이 되어 쫓겨나야만 했던 괴로움을 놓아버리며 오뇌곡(懊惱曲) 신국빈(申國賓) 산문. 첩으로 맞이한 단랑을 지키지 못한 박순칙을 대신하여 짓다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魏ㆍ晉樂府中一曲也.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有姿色, 嘗採桑陌上, 朴君順則見而悅之.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不能堪耐, 移置幾處而不得. 則歸之大堤其母家, 絶不往來. 其母欲奪志, 丹娘一夜逃去, 入石骨山剃頭爲尼. 時余避痘在牛嶺之僧舍, 聞而悲之, 倣古作此詞, 以舒順則之懷云耳. ⇒해석보기 1.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통하다 懊惱何懊惱 落日欲沒峴 山西夕陽下 捲簾斷膓處 小橋煙柳大堤 憶昔十五二八時 掃眉如蛾領如蠐 十七採桑官道傍 郞騎白馬踏花嘶 隔桑含羞儂不語 郞心一點通靈犀 大堤春水碧如天 笑指交飛倚睡雙鳧鷖 ⇒해석보기 2. 질투에 시달려 친정으로 돌..
해설. 부처님께 발원한 말속에 담긴 남성주의의 왜곡된 시선 이 시는 남녀 간의 애정 갈등이 빚어낸 고뇌를 서술한 내용이다. 작중 주인공 단랑을 반순칙이 우연히 발견해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그런데 단랑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다 남자는 이미 결혼한 몸이기에 첩으로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실 부인은 첩실 단랑을 몹시 구박한다. 단랑은 처첩간의 격차에 신분상의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단랑은 질곡과 고난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결국 절간으로 들어가 중이 되어버린다. 시는 단랑의 1인칭 서술로 전개되고 있다. 단랑이 이미 중이 된 몸으로 부처님 앞에서 발원하는 장면이 작중의 현재다. 따라서 서사적 내용은 과거를 회상한 형식이다. 즉 여자가 자신의 비련의 이야기를 독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
7. 발원② 우리 가족 행복하고 부처님 은혜 잊지 않길 願使倚閭人 문에 기다리는 어머니의 白髮復黑牙生齯 센 머리 다시 검어지고 이가 다시나며 主父主母亦康寧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강령하여 偕老同裯享嘏褆 함께 늙고 한 이불 덮으며 복받음 누리시길 원하옵니다. 弟子肉身化爲石骨山下灰 그리하면 제자의 육신 변하여 석골산 아래 재가 되더라도 魂魄有知含笑眂 혼백은 앎이 있어 웃음을 머금고 보겠나이다. 魄歸地下頌佛功 백이 지하로 돌아가도 부처의 공을 칭송하고 魂飛天上爲雌霓 혼이 천상을 날아가도 무지개 되겠나이다. 千年碧井詞一曲 천년 후에 벽정사 한 곡조를 阿滿子相和相提攜 아만자로 서로 화답하며 서로 끌고 끌며 不羡當時衛叔卿 당시 위숙경이 騎上靑山雪色麑 청산에서 흰색 구름 타고 놀던 것 부러워 않겠사옵니다. 佛靈佛力如可..
6. 발원① 낭군의 아내가 되어 행복한 가정 이루길 不願往生兜率天 “도솔천에서 왕생하길 원치 않고 不願化樹爲菩提 나무가 변하여 보리수 되길 원치 않사옵니다. 但願生生世世千劫又萬刦 다만 대대로 천겁 또 만겁에도 郞爲丈夫妾爲妻 낭군은 남편이 되고 저는 아내가 되어 在天爲元央 하늘에 있어선 원앙새가 되고 在地爲比目 땅에 있어선 비목어가 되어 火澤不相睽 불이나 연못이나 서로 등지지 않고 親愛諸姬若姊妹 서로 여러 여자들과 자매들을 사랑하여 不妬不忌無勃谿 질투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아 다투지 않길 원합니다. 伏願大慈大悲諸佛諸菩薩 대자대비의 모든 부처와 모든 보살게 엎드려 비오니 俯鑑弟子言有稽 제자의 말을 굽어 살펴 헤아려주소서. 弟子生前侍佛前 제자 생전에 부처님을 모시고 敬持此心如璋復如珪 이 마음 옥 같이 홀 같이 ..
5. 비구니가 되고서도 못 버린 미련을 마침내 버리다 夜氣凄凄 밤기운 서늘한데 魂飛千疊萬疊到故園 혼은 천 겹 만겹의 날아 고향에 이르네. 背燈孤臥鶴髮白鷄皮黧 등불 등지고 외롭게 누운 어머니 머리 세고 피부는 거무티티하구나. 不見馬山村 마산촌이 보이지 않는데 豈知馬山蹊 어찌 마산길을 알리오? 忽然五更上房二十八鍾聲 문득 새벽 3~5시에 상방에서 28번 종소리는 依俙是曉風茅屋第一鷄 새벽바람에 초가집의 첫 번째 닭울음소리와 비슷하구나. 揄長袂拭淚眼 긴 소매 끌고 눈물자국 닦으니 我何用重悽悽 내가 어째서 거듭 슬퍼하고 슬퍼하는 것인가? 不㤪主母不㤪郞 본부인 원망 말고, 낭군님 원망 말자. 只恨此身三生寃業爲人㜎 다만 이 몸 삼생의 원망스런 업으로 남의 첩이 된 게 한스럽구나. 沐蘭湯爇檀爐 난초 목욕물로 머리감고 박..
4. 비구니가 되어 속세의 욕망을 끊어내다 是心安處極樂世 이 마음이 편안한 곳이 극락세계 歷歷西天歸路霧盖雲㡙 역력한 서축(西竺)으로 돌아갈 길엔 안개가 덮여 있고 구름이 가득하네. 懶倚禪牕縫衲衣 나태하게 선방의 창가에 기대 스님옷을 꿰매니 纖纖指春筍柔荑 가녀린 손가락 봄의 죽순인 듯 부드럽고도 희네. 芒鞵錫杖從此去 짚신과 석장으로 이로부터 떠나니 白雲處處千峰又萬溪 흰 구름이 곳곳의 온갖 봉우리와 또한 뭇 계곡에서 피어나네. 水舂雲母碓 물은 운모 방아를 찧고 雲滿福田畦 구름은 복전의 밭이랑에 가득하네. 雲無跡水無心 구름은 자취가 없고 물은 마음이 없으니 去誰留來誰擠 떠난들 누가 머물게 할 것이며 온들 누가 밀어낼 것인가? 回頭笑十年苦海淪落地 머리 돌려 10년의 괴로움의 바다에 빠뜨린 땅을 한껏 웃어주네. ..
3. 석골산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다 呑聲出門何處是石骨山 소리 삼키고 문을 나서니 어느 곳인 석골산인가? 三步長吁五步攀躋 세 걸음에 긴 한숨, 다섯 걸음에 더위잡고 오르니 道是石骨山高強與愁齊 길이 석골산 높고도 험함이 근심과 나란할 지경이네. 上殿禮佛下參禪 사찰에 올라 예불하고 내려와 참선하며 暗倩剃頭金鷿鵜 예쁨을 감추고 머리를 벽제 바른 쇠로 자르니 解下烏蠻十八鬟 머리카락 떨어지니 변방 민족 18살 계집종 같아 也不關 옥으로 만든 머리빗과 금으로 만든 넓직한 비녀 玉梳頭金股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구나. 一莖髮一行淚 한 줄기 머리카락에 한 줄기 눈방울 淚隨髮落箇箇便成泥 눈물이 머리카락따라 떨어져 하나하나 문득 젖어가는 구나. 不忍照面氷盆看 차마 얼음 동이에 얼굴 비춰보지 못하고 居然小闍梨鉛水凝睇 슬며시 ..
2. 질투에 시달려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님은 오지 않고 竹林中寒砧 暮舂夜不眠 대숲 속 스산한 다듬이소리 저물녁 방아찧는 소리에 밤에도 자지 못하고 仰看三五小星參與氐 우러러 새벽에 작은 별인 삼성(參星)과 저성(氐星)을 바라보네. 最是洞房一聲骨冷魂盡飛 큰방의 한 소리에 뼈 사무쳐 혼이 모두 달아나니 夜夜河東獅猊 밤마다 본처의 질투 가득한 소리. 風飄蓬水浮萍 바람에 나부끼는 쑥이고 물에 뜬 부평초 같아 海東頭天端地倪 바다 동쪽 머리의 하늘 끝과 땅 끝. 孫郞阮仲容宅 손낭원이나 중용댁으로 三年鎖影深深如犴狴 3년동안 깊이 깊이 그림자 감춰졌으니 감옥 같았네. 眼中泉源月中歸 눈 속 맑은 샘물로 달밤 중에 돌아오니 雪髩阿母抱項呑聲啼 눈 같은 머리발의 어미는 목을 안고서 흐느낌을 삼키네. 靑松短籬白竹半扉 푸른 소나무..
1.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통하다 懊惱何懊惱 落日欲沒峴 괴로우니 어째서 괴로운가? 지는 해는 고개에 빠지려 하니 山西夕陽下 捲簾斷膓處 산 서쪽에 석양빛 내려 발을 거두니 애간장 끊어지는 곳. 小橋煙柳大堤 조그만 다리에 버들개지 있는 큰 둑에서 憶昔十五二八時 생각해보면 15~6살 掃眉如蛾領如蠐 눈썹 쓸어낸 것이 초등달 같고 목은 굼벵이처럼 볼록하니 十七採桑官道傍 17살에 너른 길 곁에서 뽕 따다 郞騎白馬踏花嘶 낭군 백마 따로 꽃을 밟고 울어대네. 隔桑含羞儂不語 뽕밭을 사이로 부끄럼 머금고 나는 말하지 못했지만 郞心一點通靈犀 낭군 마음의 한 점이 막힘없이 통했네. 大堤春水碧如天 큰 둑의 봄물 푸르기가 하늘 같으니 笑指交飛倚睡雙鳧鷖 웃으며 교대하여 날며 기대어 자는 쌍쌍의 오리를 가리킨다네. 인용 전문 해설
산문. 첩으로 맞이한 단랑을 지키지 못한 박순칙을 대신하여 짓다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魏ㆍ晉樂府中一曲也.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有姿色, 嘗採桑陌上, 朴君順則見而悅之.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不能堪耐, 移置幾處而不得. 則歸之大堤其母家, 絶不往來. 其母欲奪志, 丹娘一夜逃去, 入石骨山剃頭爲尼. 時余避痘在牛嶺之僧舍, 聞而悲之, 倣古作此詞, 以舒順則之懷云耳. 해석 懊惱, 卽懊儂之聲轉者, 오뇌란 곧 오농의 소리가 전환된 것으로 魏ㆍ晉樂府中一曲也. 위진 악부 중 한 곡조이다. 近有大堤村女名丹娘者, 근래에 대제촌에 이름이 단랑인 사람이 있었으니 有姿色, 嘗採桑陌上, 아리따워 일찍이 뽕밭에서 뽕 따다가 朴君順則見而悅之. 박순칙이 보고 그녀를 좋아했다. 遂買畜焉, 俄而爲室中所迫, 마침내 값을 주고 사서 맞이했지만 갑..
몇 년이 흘러서야 남편을 따라 죽은 이유 윤가부(尹家婦) 정범조(丁範祖) 계기. 젊은 시절에 과부가 되었지만 아들을 장가보내고서야 죽다 尹氏婦姓南. 歸尹氏未幾, 夫溺漢江死, 南氏方靑年寡而忍不死. 從伯叔居越中, 待其生男, 取養之. 當是時, 盖無幾微死色也. 旣養子長, 遂娶婦. 婦見親黨, 大會酒食歡甚, 南氏亦懽. 是夜失南氏, 擧家愕不知所往. 時患虎, 家人把火, 搜家後山麓殆遍, 南氏安可得? 哭而歸. 天明得死婦人於錦江中, 南氏也. 擧家方倉卒誰解者? 盖歸而得遺書篋笥中. 告兒及婦書也. 若曰: “汝母豈一日忘死哉. 而爲而父之夭無嗣. 幸養汝長, 娶婦賢, 吾今歸報而父. 我死必於水, 所以從而父也.” 於是, 擧家乃解. 嗚呼! 其婦人中古▣▣之流乎. 丁範祖作詩, 以美之曰: ⇒해석보기 1. 새에 비유하여 말하다 有鳥東南來 雙集嘉樹枝..
해설. 남편의 후사를 위해 인내하며 죽는 시기를 미루다 젊은 나이에 남편이 한강에서 실수로 물에 빠져 죽었다. 그 부인은 조카 양자를 들여 길러서 아이가 장가들어 신부를 맞이한 그날, 남편을 따라 역시 물에 빠져 죽는다. 이 서사의 줄거리가 특이하긴 하지만 현대적 윤리에 비춰보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것임은 물론이다. 여자는 남자가 죽으면 따라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법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딱히 규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효열을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신봉했던 전통사회에서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도덕률 때문에 남자를 따라 죽는 행위는 여성의 정절로서 미화되기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던 그런 행위는 여자를 종속물로 여기는 것으로, 타기해야 마땅한 관념에 불과하지만, 그런 관념이 윤리적 가치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