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조선 (1056)
건빵이랑 놀자
궁사(宮詞) 石洲云 毋論王孟,王趙 自是奇逸遒麗 優游閑惕 且悉宮中故實如指次 足備一代詩史 宋元人不敢逼 而自勒成一家言也 허균(許筠) 幢節玲瓏劍佩高 案邊分立兩儀曹 元朝望闕崇呼罷 殿角春雲擁彩旄 此指望闕禮也 首以事大之誠 見亦信高 節臨春享値齋晨 未許宮嬪近玉宸 當日尙衣排御服 蟒袍鞓帶一時新 玉宸堂 在景福宮通明殿北 淸韠三聲啓閤門 小輿晨出轉西垣 傳言駕幸延恩殿 想是櫻桃薦寢園 委曲婉暢 未明長信殿門開 宮女傳聲雀扇來 拂曉大家先問寢 五雲佳氣擁蓬萊 此言六首 皆言奉兩宮極孝 金泥盒子疊銀罍 舁向東朝步步催 麛卵豹胎排御膳 聖恩親自手調來 寫得十分親切 餘寒料峭透重茵 豹帳貂衾不覺春 長信夜來眠未穩 宮家親問女醫人 狀得至嘉情理到底 建春門外仗如雷 法府豐呈小宴開 花裏一班宮女出 兩宮初幸瑞蔥臺 尤好 春晩長秋屆誕辰 皇羅封進錦麒麟 上尊法席排前殿 花外韶鈞次第陳 勑賜..
일찍이 천안으로 향하며 조향천안(早向天安) 허균(許筠) 黃泥滑滑馬行遲 徒旅相攀莫怨咨 自有文章娛寂寞 肯於名位恨差池 人中懷璧元堪罪 暗裏投珠却見疑 此去不愁身更遠 梅花消息已南枝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黃泥滑滑馬行遲 황니활활마행지 노란 진흙이 미끌미끌해 말 다니기 더디더라도 徒旅相攀莫怨咨 도려상반막원자 다만 나그네들이 서로 끌어주며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게나. 自有文章娛寂寞 자유문장오적막 스스로 문장으로 적막을 즐길 수 있으니 肯於名位恨差池 긍어명위한차지 어찌[肯] 명예와 지위가 차이가 나는 것[差池]을 한하리오. 人中懷璧元堪罪 인중회벽원감죄 사람 가운데 옥을 품으면 원래 죄 짓게 될 수 있고【벽옥(璧玉)을 가지고 있다는 뜻. 『좌전(左傳)』 환공(桓公) 10년에 “필부(匹夫)에게 죄가 없다. 그 벽옥을..
숲 가 마을에 묵으며 숙임반촌사(宿林畔村舍) 허균(許筠) 茅店荒涼雪色寒 風帷低擧曉燈殘 誰知一枕蓬山夢 却有文簫駕彩鸞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茅店荒涼雪色寒 모점황량설색한 초가집은 황량하고 눈색은 찬데 風帷低擧曉燈殘 풍유저거효등잔 바람에 휘장이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새벽 등불 꺼지려 하네. 誰知一枕蓬山夢 수지일침봉산몽 누가 알랴? 한 베개에 봉래산 꿈이 却有文簫駕彩鸞 각유문소가채란 도리어 문소【문수는 북위 태화 연간에 살았던 서생이다. 집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모습은 청수하여 신선 같은 풍모가 있고 성격은 온유했다. 종릉(鐘陵) 서산에 유유관(游帷觀)이라는 도관(道觀)이 있었는데, 매년 팔월 보름이면 복을 빌러 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미인과 가수를 초청하여 장부들 사이에 세워서..
평안도 정주의 속현인 신안에 들러 신안(新安) 허균(許筠) 向夕笙歌散 燒香閉客房 향석생가산 소향폐객방 關河孤雁迥 風雨一燈涼 관하고안형 풍우일등량 雪入朱絃冷 花飄綵翰芳 설입주현랭 화표채한방 人生貴懽笑 何地是吾鄕 인생귀환소 하지시오향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向夕笙歌散 燒香閉客房 저녁이 되자 젓대소리 흩어지고 향을 피우고 나그네 방문 닫네. 關河孤雁迥 風雨一燈涼 변방 강의 외로운 기러기는 아득하고 바람과 비에 한 등불 처량도 하지. 雪入朱絃冷 花飄綵翰芳 눈이 붉은 거문고에 들어 차고 꽃이 채색 붓에 나부껴 향내나네. 人生貴懽笑 何地是吾鄕 삶엔 기쁨과 웃음이 귀중하니 어디 곳이 내 고향이려나?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설 이 시는 여행 도중 신안에 들러 지은 것으로, 나그네의 시름을 노래하고 있..
본 걸 기록하다 기견(記見) 허균(許筠) 老妻殘日哭荒村 蓬鬢如霜兩眼昏 夫欠債錢囚北戶 子從都尉向西原 家經兵火燒機軸 身竄山林失布褌 産業蕭然生意絶 官差何事又呼門 老翁相對不悲傷 共說今年太守良 賊馬盡驅衙裏養 軍糧催納海中莊 燒殘廬舍民無疪 鑿就壕溝戶半亡 聞道官軍移上院 守城誰是許睢陽 『惺所覆瓿藁』 해석 老妻殘日哭荒村 로처잔일곡황촌 늙은 아내가 해질녘에 황량한 마을에서 곡하거 蓬鬢如霜兩眼昏 봉빈여상량안혼 봉두난발은 서리 같고 두 눈은 어둡네. 夫欠債錢囚北戶 부흠채전수북호 남편은 갚을 돈 부족해 북호에 갇혀 있고 子從都尉向西原 자종도위향서원 아들은 도위를 따라 서원(청주의 옛 이름)을 향하네. 家經兵火燒機軸 가경병화소기축 집이 전쟁을 겪어 가산【기축(機軸): 조직이나 단체 따위에서 활동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 탔고..
파직 소식을 듣고서 짓다 문파관작(聞罷官作) 허균(許筠) 久讀修多敎 因無所住心 구독수다교 인무소주심 周妻猶未遣 何肉更難禁 주처유미견 하육갱난금 已分靑雲隔 寧愁白簡侵 이분청운격 녕수백간침 人生且安命 歸夢尙祗林 인생차안명 귀몽상지림 禮敎寧拘放 浮沈只任情 례교녕구방 부침지임정 君須用君法 吾自達吾生 군수용군법 오자달오생 親友來相慰 妻孥意不平 친우래상위 처노의불평 歡然若有得 李杜幸齊名 환연약유득 이두행제명 『惺所覆瓿稿』 卷之二○詩部二 時憲府以郭公再祐尙道敎, 以僕崇佛敎, 幷劾之, 爲闢異端啓罷, 故結句及之. 해석 久讀修多敎 因無所住心 수다교【수다교(修多敎): 불교(佛敎)를 가리킨다. 수다는 수다라(修多羅)의 준말로 불교의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를 오래도록 읽어 인하여 머무는 바의 마음 없네. 周妻猶未遣 何肉更難禁 ..
자식들을 곡하며곡자(哭子) 허난설헌(許蘭雪軒) 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거년상애녀 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애애광릉토 쌍분상대기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소소백양풍 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魄 玄酒奠汝丘 지전초여백 현주전여구 應知弟兄魂 夜夜相追遊 응지제형혼 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 安可冀長成 종유복중해 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 血泣悲呑聲랑음황대사 혈읍비탄성 『蘭雪軒詩集』 해석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작년에 아끼던 딸 초상했고 올핸 아끼던 아들 초상했네.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애달프고 애달파라. 광릉 땅에 두 쌍 무덤이 서로 마주하며 일어섰구나.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쓸쓸하고 쓸쓸히 흰 버들바람에 귀신불이 소나무와 가래나무 밝히네. 紙錢招汝魄 玄酒奠汝丘 지전으로 너의 넋을 부르고 물[玄酒]을 너의 무덤에 바치네. 應知弟兄魂..
남편 김성립(金誠立)이 강남에 공부하러 갔기에 부치다 기부강남독서(寄夫江南讀書) 허난설헌(許蘭雪軒) 燕掠斜檐兩兩飛 落花撩亂撲羅衣 洞房極目傷春意 草綠江南人未歸 해석 燕掠斜檐兩兩飛 연략사첨량량비 제비가 비스듬한 처마를 쌍쌍이 날며 스치고 落花撩亂撲羅衣 락화료란박라의 낙화는 어지럽게 비단옷을 치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규방엔 눈에 온통 봄을 시름하는 뜻이지만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풀 푸른 강남 사람은 돌아오질 않네요. 해설 이 시는 강남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남편 김성립(金誠立)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그런데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평생 남편과 금슬(琴瑟)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平生琴瑟不諧, 故多怨思之作]). 「정(情)」이라 제목한 곳도 있으며, 『난설헌집(蘭雪軒集)』에는 실리지 ..
쌍묵 스님에게 장난스레 주며 희증쌍묵상인(戲贈雙默上人) 이정구(李廷龜) 釋重身猶病 經秋守一窓 석중신유병 경추수일창 柴扉掩落葉 書榻照寒釭 시비엄락엽 서탑조한강 鳥語還嫌鬧 僧來却喜跫 조어환혐료 승래각희공 秪今吾已默 對爾便成雙 지금오이묵 대이변성쌍 『月沙先生集』 卷之十六 해석 釋重身猶病 經秋守一窓 무거움을 벗어버리자 몸은 오히려 병들어 가을 지나도록 한 창문만 지키네. 柴扉掩落葉 書榻照寒釭 사립문은 낙엽에 닫혀 있고 책상은 차가운 등잔 비추네. 鳥語還嫌鬧 僧來却喜跫 새가 지저귀니 도리어 시끄러움이 싫어지만 스님 오니 도리어 발자국 소리 기쁘네. 秪今吾已默 對爾便成雙 다만 이제 나는 이미 침묵하고 있어 당신 대하고 곧 쌍을 이루었네. 『月沙先生集』 卷之十六 해설 이 시는 장난삼아 쌍묵상인에게 지어 준 희작시(戲..
흥이 일어 감흥(感興) 이정구(李廷龜) 中宵悄不寐 起坐披重衾 중소초불매 기좌피중금 江月入我幃 江風吹我襟 강월입아위 강풍취아금 泠泠萬慮息 便見太古心 령령만려식 변견태고심 床上有古書 床前有素琴 상상유고서 상전유소금 我欲奏一曲 擧世無知音 아욕주일곡 거세무지음 『月沙先生集』 卷之十四 해석 中宵悄不寐 起坐披重衾 한밤 쓸쓸히 잠 오지 않아 일어나 앉아 겹 이불 걷네. 江月入我幃 江風吹我襟 강 달은 나의 휘장에 들고 강 바람은 나의 옷깃에 불어오네. 泠泠萬慮息 便見太古心 시원하게도 온갖 염려 종식되고 보니 곧 태고의 마음을 보게 되네. 床上有古書 床前有素琴 침상 위 옛 서적 있고 침상 앞엔 흰 거문고 있어 我欲奏一曲 擧世無知音 내가 한 곡조 연주하여 싶지만 온 세상에 지음 없구나. 『月沙先生集』 卷之十四 해설 이 시..
달뜬 밤에 통군정에 올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조리다 월야 등통군정구점(月夜 登統軍亭口占) 이정구(李廷龜) 樓壓層城城倚山 樓前明月浸蒼灣 江從靺鞨圍荒塞 野入遼燕作古關 北極南溟爲表裏 高天大地此中間 玆遊奇絶平生最 不恨經年滯未還 江上群峯是鶻山 山前大水卽龍灣 遊人喚酒尋遼店 獵騎呼鷹過漢關 萬竈貔貅刁斗裏 一樓風月畫圖間 元規千載留餘興 且判今宵盡醉還 『月沙先生集』 卷之十 해석 樓壓層城城倚山 루압층성성의산 누대가 층층의 성을 누르고 성은 산에 기대 樓前明月浸蒼灣 루전명월침창만 누대 앞 밝은 달이 푸른 굽이에 잠겨드네. 江從靺鞨圍荒塞 강종말갈위황새 강은 말갈로부터 황량한 변방까지 에워쌌고 野入遼燕作古關 야입료연작고관 들은 요동과 연경에 들어가 옛 관문이 되었네. 北極南溟爲表裏 북극남명위표리 북극과 남해가 표리가 되니 高天大..
노봉구를 지나며 과노봉구(過蘆峯口) 이정구(李廷龜) 最愛蘆峯口 風光似我鄕 최애로봉구 풍광사아향 牛羊阡陌淨 瓜芋圃畦香 우양천맥정 과우포휴향 綠樹莊村密 淸川遶砌長 녹수장촌밀 청천요체장 幽居如可卜 吾欲守東岡 유거여가복 오욕수동강 『月沙先生集』 卷之四 해석 最愛蘆峯口 風光似我鄕 노봉구【노봉구(蘆峯口): 십리대보(十里臺堡)에서 5리 되는 지점에 있다. 산이 끊어져 길이 되었는데, 남쪽과 북쪽은 다 높은 산봉우리여서, 길이 점점 돌이 많아진다. 이는 창려현(昌黎縣)을 빠져 나가는 산협이다[在十里臺堡五里地 山斷爲路 南北皆高峰 路漸磽确 蓋昌黎縣過峽也].】를 가장 좋아하니 풍광이 내 고향 같아서지. 牛羊阡陌淨 瓜芋圃畦香 소와 양이 밭두둑에서 깨끗하고 오이와 토란이 채마밭에서 향기롭네. 綠樹莊村密 淸川遶砌長 푸른 나무는 ..
초선대에서 초선대(招仙臺) 이수광(李晬光) 虛臺四望遙 仙侶坐相招 허대사망요 선려좌상초 我欲騎鯨背 因風戲紫霄 아욕기경배 인풍희자소 『芝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虛臺四望遙 仙侶坐相招 허공의 누대 사면으로 아득히 보이는데 신선들이 앉아 서로 부르네. 我欲騎鯨背 因風戲紫霄 나는 고래등을 타고서 바람따라 하늘【자소(紫霄): 높은 하늘로 제왕이 거처하는 곳을 뜻한다】에서 놀고프네. 『芝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초선대에서 지은 시로, 신선세계에서 노닐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이수광이 살았던 시절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잦았던 시절이다. 앞의 시에서 보았듯, 이수광은 도교(道敎)에 대해서도 개방적 자세를 지니고 있었기에 이러한 시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택영(金澤榮)의 「숭양기구전(崧陽耆舊傳)」에, ..
청산백운도에 쓴 제화시 제청산백운도(題靑山白雲圖) 이수광(李晬光) 白雲本無心 靑山亦不語 백운본무심 청산역불어 色相兩空空 風吹何處去 색상량공공 풍취하처거 『芝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白雲本無心 靑山亦不語 흰 구름 본래 무심하고 푸른 산은 또한 말이 없네. 色相兩空空 風吹何處去 색과 상은 둘다 공이니 바람 분다고 어느 곳으로 갈 것이냐? 『芝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푸른 산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구름을 그린 그림을 보고 쓴 제화시(題畵詩)이다. 흰 구름은 본디 마음이 없고【백운(白雲)의 심상은, 백운이 본래 본체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을 포함한 일절만유(一切萬有)의 본체가 공(空)한 가유(假有)임을 나타내고, 백운(白雲)이 정처 없이 유랑한다는 점에서 무위무사(無爲無事)한 가운데 소요(逍遙) 자재..
사행을 가다가도중(途中) 이수광(李晬光) 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안류영인무 림앵화객음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우청산활태 풍난초생심 景入詩中畫 泉鳴譜外琴 경입시중화 천명보외금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로장행부진 서일파요잠 『芝峯先生集』 卷之十六 해석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언덕의 버들이 사람 맞은 듯 흔들리고 숲의 꾀꼬리가 손님에 화답하듯 지저귀네.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비 개니 산엔 활기 돋고 바람 따뜻해 풀 나는 마음.景入詩中畫 泉鳴譜外琴 경치가 시 속에 든 그림이고 샘은 악보 밖에 울리는 거문고 소리네.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길 길어 가도 끝이 없으니 서쪽의 해가 아득한 봉우리에 다하네. 『芝峯先生集』 卷之十六 해설이 시는 따뜻한 봄날 중국으로 사행(使行) 가는 길에 쓴 시로, 이수광(李睟光)의 대표작 가운데 한 ..
밤에 앉아 야좌(夜坐) 이항복(李恒福) 終宵默坐筭歸程 曉月窺人入戶明 忽有孤鴻天外過 來時應自漢陽城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석 終宵默坐筭歸程 종소묵좌산귀정 밤 내내 조용히 앉아 돌아갈 일정 계산하니 曉月窺人入戶明 효월규인입호명 새벽달이 사람을 엿보려는지 문에 들어와 밝네. 忽有孤鴻天外過 홀유고홍천외과 갑자기 외로운 기러기가 하늘 밖으로 지나 來時應自漢陽城 래시응자한양성 올 때는 응당 한양성부터였겠지.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밤에 북청 유배지에 앉아 있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밤새도록 잠이 오지 않아 묵묵히 앉아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헤아려 보는데, 벌써 새벽인가? 새벽달이 사람을 엿보며 창문으로 들어와 방 안을 훤히 비추어 주고 있다. 날이 ..
청파에 당도하니 경원으로 이배되었고 또 삼수로 이배되었다. 정월 9일에 북청으로 고쳐 이배되니 연릉의 제군이 술을 가져와 산단의 길에서 전송하며 도청파 이배경원 우이삼수 정월구일 개북청 연능저군휴호 송우산단도좌(到靑坡 移配慶源 又移三水 正月九日 改北靑 延陵諸君携壺 送于山壇道左) 이항복(李恒福) 雲日蕭蕭晝晦微 北風吹裂遠征衣 遼東城郭應依舊 只恐令威去不歸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석 雲日蕭蕭晝晦微 운일소소주회미 구름과 해도 쓸쓸히 낮 그늘이 은미하니 北風吹裂遠征衣 북풍취렬원정의 북풍이 먼 길 나그네 옷을 불어 찢을 듯하네. 遼東城郭應依舊 요동성곽응의구 요동성곽은 응당 예전과 같겠지만 只恐令威去不歸 지공령위거불귀 다만 정령위가 가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네.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청파에 이르니, 경..
정원의 기러기를 읊다 영정안(咏庭鴈) 이항복(李恒福) 在郊那似在家肥 人笑冥鴻作計非 莫把去留論得失 江南水闊網羅稀 楚金無主壑舟移 病裏湖山覺後疑 試向東華看得喪 人間何事不如斯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석 在郊那似在家肥 재교나사재가비 들판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 찌는 것만 하겠는가? 人笑冥鴻作計非 인소명홍작계비 사람들은 비웃으리. 아득한 기러기가 계책을 잘못 지었다고. 莫把去留論得失 막파거류논득실 가고 머묾으로 득실을 논하지 마라. 江南水闊網羅稀 강남수활망라희 강남의 물은 드넓어 그물에 걸리기 드물지. 楚金無主壑舟移 초금무주학주이 초나라 금【초금(楚金): 초 나라에서 생산되는 질이 좋은 쇠를 가리키는데, 특히 칼을 만들기에 좋다고 한다.】은 주인이 없고 골짜기의 배도 옮겨지리니【학주이(壑舟移): 사람의 죽음을..
세 가지 생물을 읊다삼물음(三物吟) 이항복(李恒福) 치(鴟)側頭伺隙掠人飛 飽滿盤天誰識汝時同鸞鵠恣遊嬉 只是中心在腐鼠 서(鼠)廁鼠數驚社鼠疑 安身未若官倉嬉志須滿腹更無事 地塌天傾身始危 선(蟬)只向涼霄飮秋露 不同群鳥競高枝傳語螳蜋莫追捕 人間何物不眞癡 『白沙先生集』 卷之一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16년 B형 8번
삼물음(三物吟) 이항복(李恒福) 매미선(蟬) 只向涼霄飮秋露 不同群鳥競高枝傳語螳蜋莫追捕 人間何物不眞癡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석只向涼霄飮秋露지향량소음추로매미는 다만 싸늘한 하늘을 향해 가을이슬을 마시고,不同群鳥競高枝부동군조경고지여러 새들과 함께 높은 가지 다투지 않네. 傳語螳蜋莫追捕전어당랑막추포말을 전하니 사마귀야 쫓아가 매미 잡지 마렴. 人間何物不眞癡인간하물부진치어떤 생물보다 인간이 참으로 어리석지 않겠는가.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매미를 노래한 것이다. 매미는 단지 서늘한 하늘에서 가을 이슬만 마시면서 먹이를 다투지 않고, 뭇 새들과 함께 높은 가지에 자리를 잡고자 다투지도 않는다. 그러니 사마귀야 매미를 잡지 마라(매미는 선량한 관리를 의인화했다면, 사마귀는 선량한 관리를 괴롭히는 악독한 ..
삼물음(三物吟) 이항복(李恒福) 올빼미치(鴟) 側頭伺隙掠人飛 飽滿盤天誰識汝時同鸞鵠恣遊嬉 只是中心在腐鼠 해석側頭伺隙掠人飛측두사극략인비올빼미는 곁눈으로 틈을 엿보아 낚아채 날아오르고飽滿盤天誰識汝포만반천수식여배부르면 하늘을 도니 누가 너를 알랴.時同鸞鵠恣遊嬉시동란곡자유희때에 함께 난새와 고니와 방자하게 놀지만, 只是中心在腐鼠지시중심재부서다만 뱃속엔 썩은 쥐가 있다네. 해설이 시는 올빼미를 간신(奸臣)에 비유하여, 간신의 무리들을 풍자한 것이다. 올빼미는 머리를 돌려 틈을 엿보다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약탈하여 날아간다. 약탈한 것으로 배가 부르면 하늘을 빙빙 돌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니, 누가 너의 그런 약탈 행위를 알겠는가? 때로는 영조(靈鳥)인 난새나 고니와도 방자히 유희하면서 그들의 무리인 것처럼 ..
삼물음(三物吟) 이항복(李恒福) 쥐서(鼠) 廁鼠數驚社鼠疑 安身未若官倉嬉志須滿腹更無事 地塌天傾身始危 해석廁鼠數驚社鼠疑측서수경사서의측간 쥐는 자주 놀라고 사당의 쥐【사서(社鼠): 사당에 사는 쥐는 사람이 함부로 잡을 수 없으므로, 전하여 임금곁에서 알랑거리는 간신을 비유함.】라는 의심을 사니, 安身未若官倉嬉안신미약관창희몸 편한 것이 관아 창고의 즐거움만 못하네. 志須滿腹更無事지수만복갱무사배부르고 무사하길 바라나, 地塌天傾身始危지탑천경신시위땅 꺼지고 하늘 기울면 몸 비로소 위태로워지리. 해설이 시는 올빼미ㆍ쥐ㆍ매미를 읊은 시 가운데 쥐를 노래한 것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더러운 변소에 사는 쥐는 사람 때문에 자주 놀라고 깨끗한 사당에 사는 쥐는 의심이 많아서 불안하기는 똑같다. 이들에 비해 ..
승정원의 내한 박자룡에게 보내다 은대 시박내한자룡(銀臺 示朴內翰子龍) 이항복(李恒福) 深室蒸炎氣欝紆 夢爲鷗鷺浴淸湖 縱然外體從他幻 烟雨閑情却是吾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석 深室蒸炎氣欝紆 심실증염기울우 깊은 방의 찌는 폭염에 기분이 울적해져 夢爲鷗鷺浴淸湖 몽위구로욕청호 꿈에 갈매기나 해오라기 되어 맑은 호수에서 목욕하네. 縱然外體從他幻 종연외체종타환 가령 바깥 몸이야 다른 환영을 따를지라도 烟雨閑情却是吾 연우한정각시오 안개비의 한가로운 정이야말로 나라오. 『白沙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승정원에서 조카사위 내한 박자룡에게 보여 준 호탕한 시로, 이항복의 대표적인 시이다. 벼슬살이에 바빠 아름다운 자연을 유람하지도 못하고 승정원 깊은 방에 앉아 있자니, 찌는 더위에 기분이 답답하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우연히 읊으며 명예를 다투는 마음을 들여다 보다 우음(偶吟) 차천로(車天輅) 蝸角爭名戰未休 幾人談笑覓封侯 劍頭螘血流千里 甲外鯨波沒十洲 莫問是非身後定 從知勝敗掌中收 若敎畫像麒麟閣 上將奇功在伐謀 『五山先生續集』 卷之二 해석 蝸角爭名戰未休 와각쟁명전미휴 달팽이 뿔에서 명예 다투던 싸움 끝나지 않아 幾人談笑覓封侯 기인담소멱봉후 몇 사람이나 제후에 봉해짐 구했다고 담소할까? 劍頭螘血流千里 검두의혈류천리 칼 머리 개미피 천리에 흐르고 甲外鯨波沒十洲 갑외경파몰십주 갑옷 밖 고래 물결이 십주를 잠기게 하네. 莫問是非身後定 막문시비신후정 시비가 죽은 뒤에 정해진다고 묻지 마라. 從知勝敗掌中收 종지승패장중수 승패가 손바닥 속에서 거두어짐을 알게 되리니. 若敎畫像麒麟閣 약교화상기린각 만약 기린각에 초상을 그리게 한다면 上將..
강의 밤 강야(江夜) 차천로(車天輅) 夜靜魚登釣 波深月滿舟 야정어등조 파심월만주 一聲南去雁 嗁送海山秋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五山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夜靜魚登釣 波深月滿舟 밤은 고요해 물고기 낚시대에 올라오고 파도 깊어 달은 배에 가득하네. 一聲南去雁 嗁送海山秋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의 한 소리가 울어 남쪽의 가을 산에 보내네. 『五山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늦가을 밤이 찾아든 강에서 정취(情趣)를 노래하고 있다. 밤이 고요해 물고기가 낚싯대에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오고(靜中動), 물결은 일지 않아 깊은 물속까지 달이 비칠 정도이며 달빛은 배에 가득하다. 문득 하늘에서 들려오는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 한 소리가 가을의 바다와 산을 울어 보낸다(겨울 철새인 기러기의 남쪽 비행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
경주 봉황대에 올라 봉황대(鳳凰臺) 차천로(車天輅) 千仞岡頭石骨分 迥臨無地出塵氛 江通碧海生潮汐 山近靑天合霧雲 不盡鳥飛平楚外 遙看日落大荒垠 蘊眞協遇堪留眼 笑撥人寰幾聚蚊 『五山先生續集』 卷之二 해석 千仞岡頭石骨分 천인강두석골분 천 길 산등성 바위가 나누어져 迥臨無地出塵氛 형림무지출진분 아득히 임해 땅도 없는 곳에서 먼지 일어나네. 江通碧海生潮汐 강통벽해생조석 강은 푸른 바다로 통하며 조수를 일으키고 山近靑天合霧雲 산근청천합무운 산은 푸른 하늘에 가까워 안개구름에 합하네. 不盡鳥飛平楚外 부진조비평초외 새는 평야 바깥으로 날아가 다하지 않고 遙看日落大荒垠 요간일락대황은 해는 큰 황야로 지며 아득히 보이네. 蘊眞協遇堪留眼 온진협우감류안 온축된 참으로 어우러져 만남에 눈을 머무러두니 笑撥人寰幾聚蚊 소발인환기취문 웃..
제독 이여송(李如松)을 전송하며 송이제독(送李提督) 차천로(車天輅) 漢家飛將出崆峒 氣激金風颯爽中 匣裏龍鳴三尺劍 腰間蛇動六勻弓 追思人倚甘棠召 不代名高大樹馮 看取燕然一片石 海邦千古誦明公 『五山集』 卷之二 해석 漢家飛將出崆峒 한가비장출공동 한나라의 비장이라 불렸던 이릉 같은 이가 우뚝 솟은 곳에서 나와 氣激金風颯爽中 기격금풍삽상중 기운이 가을바람 상쾌한 가운데를 가격하는 듯하지. 匣裏龍鳴三尺劍 갑리룡명삼척검 칼집 속엔 용이 삼척의 검에서 울어대고 腰間蛇動六勻弓 요간사동육균궁 허리 사이엔 뱀이 육균의 활에서 움직이네. 追思人倚甘棠召 추사인의감당소 사람들은 감당【감당(甘棠): 주(周)나라 소공(召公)이 감당나무 아래에서 선정을 베푼 것을 기념하여 백성들이 감당의 시편을 지어 기린 것을 말한다. 『史記』 卷34 「..
강진 무위사로 가다가 자중의 시에 차운하다 향무위사 차자중운(向無爲寺 次子中韻) 임제(林悌) 孤村犬吠客歸時 日暮白煙生竹籬 前路更憐蕭寺近 一聲微磬渡溪遲 『林白湖集』 卷之二 해석 孤村犬吠客歸時 고촌견폐객귀시 외로운 마을에 개 짖고 나그네 돌아오는 때에 日暮白煙生竹籬 일모백연생죽리 해는 지고 밥불 흰 연기가 대나무 울타리에서 나네. 前路更憐蕭寺近 전로갱련소사근 앞길이 더욱 쓸쓸한 사찰 근방이라 사랑스러우니 一聲微磬渡溪遲 일성미경도계지 한 소리의 은미한 경쇠소리가 시내 건너 천천히 오네. 『林白湖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무위사로 가는 길에 자중의 운에 차운한 것으로, 당풍(唐風)을 보여 주는 시이다. 나그네 무위사로 돌아갈 때 외진 마을에서 개가 짖더니, 해가 지자 밥 짓는 흰 연기가 대나무로 된 울타리에서 ..
북평사로 가는 이영(李瑩)을 전송하며 송이평사(送李評事) 임제(林悌) 朔雪龍荒道 陰風渤海涯 삭설룡황도 음풍발해애 元戎掌書記 一代美男兒 원융장서기 일대미남아 匣有干星劍 囊留泣鬼詩 갑유간성검 낭류읍귀시 邊沙暗金甲 關月照紅旗 변사암금갑 관월조홍기 玉塞行應遍 雲臺畫未遲 옥새행응편 운대화미지 相看豎壯髮 不作遠遊悲 상간수장발 부작원유비 『林白湖集』 卷之一 해석 朔雪龍荒道 陰風渤海涯 오랑캐의 땅【용황(龍荒): 용(龍)은 흉노족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용성(龍城)을 가리키고, 황(荒)은 멀리 떨어진 변방이라는 뜻의 황복(荒服)을 가리키는 말로, 북쪽 오랑캐가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에 북쪽 눈 내리고 발해의 벼랑에 그늘진 바람 부네. 元戎掌書記 一代美男兒 원수[元戎]의 서기를 담당했으니 한 시대의 미쁜 남아라네...
생양관에서 장난스레 짓다 희제생양관(戲題生陽館) 임제(林悌) 羸驂載倦客 日晩發黃州 리참재권객 일만발황주 堪恨踏靑節 未登浮碧樓 감한답청절 미등부벽루 佳人金縷曲 江水木蘭舟 가인금루곡 강수목란주 寂寂生陽館 相思夜似秋 적적생양관 상사야사추 『林白湖集』 卷之一 해석 羸驂載倦客 日晩發黃州 여윈 참마가 게으른 나그네 싣고 해가 저물 때 황주에서 출발했네. 堪恨踏靑節 未登浮碧樓 한스럽게도 답청절【답청절(踏靑節): 청명절(淸明節)의 다른 이름이다. 청명절에 교외의 들판으로 나가 노니는 풍속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부른다.】인데도 부벽루에 오르지 못하니. 佳人金縷曲 江水木蘭舟 아름다운 기녀는 금루곡이오, 강엔 목란주라네. 寂寂生陽館 相思夜似秋 적적한 생양관에서 임 생각으로 가을밤인 것만 같네. 『林白湖集』 卷之一 해설 이 시..
역에 있는 누각에서 짓다 역루(驛樓) 임제(林悌) 胡虜曾窺二十州 當時躍馬取封侯 如今絶塞煙塵靜 壯士閑眠古驛樓 『林白湖集』 卷之二 해석 胡虜曾窺二十州 호로증규이십주 오랑캐가 일찍이 20주를 엿보아 當時躍馬取封侯 당시약마취봉후 당시엔 말을 달려 후에 봉해졌네. 如今絶塞煙塵靜 여금절새연진정 요즘 같으면 변방에 봉화 연기와 전장의 먼지【연진(煙塵): 봉화(烽火) 연기와 전장에 이는 먼지를 말한다.】가 고요해 壯士閑眠古驛樓 장사한면고역루 씩씩한 병사는 한가롭게 옛 역루에서 잠자네. 『林白湖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고산찰방(高山察訪)으로 있던 1579년경에 역에 있는 누각에서 지은 것으로, 호방한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변새시(邊塞詩)이다. 오랑캐가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 그 당시에 장사(壯士)는 말을 달려 후..
대동강의 노래 패강가(浿江歌) 임제(林悌) 層城碧樹壓微瀾 天襯樓臺縹緲間 古國䌓華今尙在 月明歌吹動江關 東明異說屬漁樵 麟馬朝天事寂寥 野草欲埋文武井 沙禽飛上白雲橋 壽域農桑遍海東 八條遺敎至今崇 罔爲臣僕言猶在 扶植綱常第一功 ⇒ 해석보기 燕地亡人敢揭竿 扁舟滄海去無端 天心不泯仁賢祚 一片江南作馬韓 帝子歸來魂有無 七星門外土墳孤 苔深石獸人蹤斷 簫鼓千村賽紫姑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政斷腸 無限煙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 해석보기 妾貌似花紅易減 郞心如絮去何輕 願移百尺淸流壁 遮却蘭舟不放行 離人日日折楊柳 折盡千枝人莫留 紅袖翠娥多少淚 煙波落日古今愁 錦繡山前永明寺 有時兒女點燈歸 欲將冥佑諧心事 暗剪羅衫施佛衣 不管興亡與別筵 顚狂來作酒中仙 江淸喜絶龍涎瑞 百里滄浪付釣船 『林白湖集』 卷之二 ⇒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청창연담..
대동강의 노래 패강가(浿江歌)③ 임제(林悌) 妾貌似花紅易減 郞心如絮去何輕 願移百尺淸流壁 遮却蘭舟不放行 離人日日折楊柳 折盡千枝人莫留 紅袖翠娥多少淚 煙波落日古今愁 錦繡山前永明寺 有時兒女點燈歸 欲將冥佑諧心事 暗剪羅衫施佛衣 不管興亡與別筵 顚狂來作酒中仙 江淸喜絶龍涎瑞 百里滄浪付釣船 『林白湖集』 卷之二 해석 妾貌似花紅易減 첩모사화홍이감 첩의 외모 꽃 같아 붉음 쉬이 사라고 郞心如絮去何輕 낭심여서거하경 낭군의 마음은 실 같아 떠남 어찌나 가볍던지요. 願移百尺淸流壁 원이백척청류벽 원컨대 백척의 청류벽에 옮겨가 遮却蘭舟不放行 차각난주불방행 목란배 막아 멋대로 다니지 못하게 하고파. 離人日日折楊柳 리인일일절양류 이별하는 사람 날마다 버들개지 꺾어대어 折盡千枝人莫留 절진천지인막류 천 가지 꺾였지만 사람 머물게는 못하네. 紅..
대동강의 노래 패강가(浿江歌)② 임제(林悌) 燕地亡人敢揭竿 扁舟滄海去無端 天心不泯仁賢祚 一片江南作馬韓 帝子歸來魂有無 七星門外土墳孤 苔深石獸人蹤斷 簫鼓千村賽紫姑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政斷腸 無限煙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해석 燕地亡人敢揭竿 연지망인감게간 연나라 땅의 망한 사람이 감히 깃대를 들고 扁舟滄海去無端 편주창해거무단 작은 배 푸른 바다에 떠남에 끝 없네. 天心不泯仁賢祚 천심불민인현조 하느님 내심 어질고 현명한 임금 없애지 않으려는지 一片江南作馬韓 일편강남작마한 한 조각 강남에 마한을 건국하셨네. 帝子歸來魂有無 제자귀래혼유무 제왕의 아들이 돌아오니 넋이라도 있고 없고 七星門外土墳孤 칠성문외토분고 칠성문 밖 흙무덤 외롭구나. 苔深石獸人蹤斷 태심석수인종단 이끼 깊은 석수에 사람 자취 끊어져 簫鼓千村賽紫姑 ..
대동강의 노래패강가(浿江歌)① 임제(林悌) 層城碧樹壓微瀾 天襯樓臺縹緲間 古國䌓華今尙在 月明歌吹動江關 東明異說屬漁樵 麟馬朝天事寂寥 野草欲埋文武井 沙禽飛上白雲橋 壽域農桑遍海東 八條遺敎至今崇 罔爲臣僕言猶在 扶植綱常第一功 해석層城碧樹壓微瀾 층성벽수압미란 층층 성의 푸른 나무는 적은 물결을 누르고天襯樓臺縹緲間 천친루대표묘간 하늘 가까운 누대는 가물가물 흐릿한 사이에 있네. 古國䌓華今尙在 고국䌓화금상재 고려 때 번화했던 곳 지금도 오히려 건재하여月明歌吹動江關 월명가취동강관 달 밝고 노래 부르면 강의 관문 움직이지. 東明異說屬漁樵 동명리설속어초 동명왕의 이설은 어부나 나무꾼에 속한 것이고麟馬朝天事寂寥린마조천사적요 기린마와 조천대의 일은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해. 野草欲埋文武井야초욕매문무정들판의 풀은 문무의 우물 묻으려..
강원도 간성군의 삼일포에서 삼일포(三日浦) 최립(崔岦) 晴峯六六歛螺蛾 白鳥雙雙弄鏡波 三日仙遊猶不再 十洲佳處始知多 ⇒해석보기 三入岳陽人不識 世暄巖客坐詩成 四仙豈覺留丹字 應恨當時南石行 『簡易文集』 卷之八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영노 송남수의 시에 차운하다 차송령노운(次宋靈老韻) 최립(崔岦) 容易歸田判未能 未歸那免與愁仍 官還戴笠身疑卒 食每無魚計似僧 亂世用文方釋馬 從人安字轉成蠅 英豪不快由來事 爲我誰能說海鵬 官御日化覺君能 執戟修文笑我仍 報主寸心終是仕 耽山一味獨如僧 人生豈得纏錢鶴 世路還多點玉蠅 惟有相逢同感槪 不知誰鷃又誰鵬 『簡易文集』 卷之六 해석 容易歸田判未能 용이귀전판미능 시골로 돌아가는 쉬운 일도 판가름할 수 없었으니 未歸那免與愁仍 미귀나면여수잉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연이은 근심 피하리오? 官還戴笠身疑卒 관환대립신의졸 벼슬은 도리어 도롱이 이니 몸은 졸병인 듯하고 食每無魚計似僧 식매무어계사승 먹을거리에 매번 물고기 없으니 헤아리면 스님 같네. 亂世用文方釋馬 난세용문방석마 난세에 문장을 쓴 것은 곧 말을 풀어놓은 듯하고 從人安..
관문 밖에서 산으로 가며 짓다 산행관외작(山行關外作) 이달(李達) 近水疏籬紅杏花 掩門垂柳兩三家 溪橋處處連芳草 山路無人日自斜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 近水疏籬紅杏花 근수소리홍행화 물 가까이 붉은 살구꽃 울타리에 조금 폈고 掩門垂柳兩三家 엄문수류량삼가 문 닫고 2~3채 집에 버들개지 드리워졌네. 溪橋處處連芳草 계교처처연방초 시냇가 다리 곳곳에 향긋한 풀 이어지니 山路無人日自斜 산로무인일자사 산 길엔 사람 없이 해만이 절로 저무네. 『蓀谷詩集』 卷之六 해설 이 시는 관문 밖에서 산길을 가며 지은 것으로, 이달(李達)이 함경북도 어느 지역을 유랑하면서 봄을 맞아 지은 시이다. 봄이 오자 개울물 가까이에 있는 성근 울타리에 살구꽃이 피었다. 그리고 문을 가린 버들이 두세 집인 외진 마을. 시내 다리 곳곳에는 봄이..
율곡 이이의 시에 차운하여 스님의 시축에 쓰다 차율곡운 제승축(次栗谷韻 題僧軸) 이달(李達)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歸舟白蘋風 夢落西潭雨 귀주백빈풍 몽락서담우 『蓀谷詩集』 卷之五 해석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자던 해오라기가 가을 모래에 내려오고 늙은 매미는 강 나무에서 울어대네. 歸舟白蘋風 夢落西潭雨 흰 마름내음의 바람에 배 돌리며 꿈 속에서도 서쪽 연못 비가 내리네. 『蓀谷詩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가을 어느 날, 어느 타향에서 배를 돌려 고향인 서담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시이다. 배를 돌려 출발하려는 곳에서는 해오라기가 잠을 자려고 모래로 날아 내려오고, 저녁 무렵 매미가 강가 숲속에서 울어대고 있다. 흰 마름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가을바람에 돛을 맡기고 배를 돌려 한강의 서쪽인 서..
매화 그림 쓴 제화시 화매(畫梅) 이달(李達) 擁腫古槎在 寒香知是梅 옹종고사재 한향지시매 前宵霜雪裏 尙有一枝開 전소상설리 상유일지개 『蓀谷詩集』 卷之五 해석 擁腫古槎在 寒香知是梅 부스럼 안은 오랜 뗏목이 있었는데 차가운 향기 나서 이 매화 있음 알게 됐네. 前宵霜雪裏 尙有一枝開 지난밤에 서리와 눈 속에 오히려 한 가지 개화해 있더라. 『蓀谷詩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매화 그림을 보고 노래한 제화시(題畵詩)이다. 날씨가 찬 겨울, 뜰에 나무가 서 있다. 울퉁불퉁 혹이 달린 오래된 죽은 고목 등걸이라고 생각했는데, 차가운 향기가 풍기는 것을 보니 매화임을 알겠다. 어젯밤에 눈과 서리가 몰아쳤는데도, 차가운 날씨를 이겨내고 매화 가지 하나가 피어났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밤아 앉아 있노라니 회한이 들어 야좌유회(夜坐有懷) 이달(李達) 流落關西久 今春且未還 류락관서구 금춘차미환 有愁來客枕 無夢到鄕山 유수래객침 무몽도향산 時事干戈裏 生涯道路間 시사간과리 생애도로간 殷勤一窓月 夜夜照衰顔 은근일창월 야야조쇠안 『蓀谷詩集』 卷之三 해석 流落關西久 今春且未還 관서 평안도에 흘러 다닌 지 오래로 올해 봄에도 또 돌아가지 못하네. 有愁來客枕 無夢到鄕山 나그네 베개로 오는 근심이 있고 고향산에 이르는 꿈조차 못 꾸네. 時事干戈裏 生涯道路間 이때의 일은 전쟁 속이라 생애는 길 사이에 있네. 殷勤一窓月 夜夜照衰顔 은근히 한 창의 달이 밤마다 노쇠한 얼굴에 비치네. 『蓀谷詩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밤에 앉아 있는데 회포에 젖어 지은 것으로, 고독과 향수를 읊고 있다. 관서지방으로 떠돈 지 ..
열경 김시습의 사진첩에 쓰다 제김열경사진첩(題金悅卿寫眞帖) 이달(李達) 悅卿道高下 留影在禪林 열경도고하 류영재선림 一片水中月 千秋鍾梵音 일편수중월 천추종범음 『蓀谷詩集』 卷之五 해석 悅卿道高下 留影在禪林 열경은 도가 높은데도 내려와 영정(影幀)만을 절에 남겨놨네. 一片水中月 千秋鍾梵音 한 조각 물 속의 달이고 천 년동안 종범【종범(鍾梵): 불사의 종소리와 독경 소리를 뜻한다】 소리네. 『蓀谷詩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김열경(悅卿은 김시습의 자) 사진첩에 쓴 것으로,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을 칭송하고 있는 시이다. 김열경이 높은 도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다가 영정만을 절에 남겨 놓고 사라졌다. 한 조각 물속에 비추는 맑은 달이요(고결한 인품과 고상한 지조를 상징함), 천 년 두고 울..
무제(無題) 이달(李達) 黃鳥百囀千囀 綠楊長枝短枝 彫窓繡戶深掩 怨臉愁眉獨知 處處多逢馬跡 行行且避車塵 長安陌上花柳 半是高官貴人 『蓀谷詩集』 卷之五 해석 黃鳥百囀千囀 황조백전천전 꾀꼬리 백 번 천 번 지저귀다 綠楊長枝短枝 록양장지단지 푸른 버들개지 긴 가지 짧은 가지로 날아다니네. 彫窓繡戶深掩 조창수호심엄 조각된 창과 수놓은 문은 꽉 닫고서 怨臉愁眉獨知 원검수미독지 원망스런 뺨에 근심스런 눈썹을 혼자만 안다네. 處處多逢馬跡 처처다봉마적 곳마다 말자취 많이 만나니 行行且避車塵 행행차피거진 걷고 걷다가 수레 먼지 피하지. 長安陌上花柳 장안맥상화류 서울 길가의 버들꽃에 半是高官貴人 반시고관귀인 반절은 고관대작이고 반절은 귀인들이네. 『蓀谷詩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6언시로, 어느 봄날 서울 거리에서 겪은 일상적..
하얀 모시의 노래 백저사(白苧辭) 최경창(崔慶昌) 憶在長安日 新裁白紵裙 억재장안일 신재백저군 別來那忍着 歌舞不同君 별래나인착 가무부동군 『孤竹遺稿』 해석 憶在長安日 新裁白紵裙 한양에 있을 때 추억해보니 새로 하얀 모시 치마 짰죠. 別來那忍着 歌舞不同君 이별하고 와서 어찌 차마 입을까요? 노래와 춤을 그대와 함께 못하는데. 『孤竹遺稿』 해설 이 시는 하얀 모시 노래로, 사랑을 잃은 여인의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를 상상해 보니, 그때 하얀 모시 치마를 지었다. 그 모시 치마는 임과 함께 노래하며 춤출 때 입기 위해 지은 것인데, 지금 이별한 뒤라 임과 함께 노래와 춤을 출 수 없으니, 어찌 차마 입을 수 있겠습니까?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107번에서 최경창(崔慶昌) ..
초나라 굴원을 떠올리며 노래하다 초조(楚調) 최경창(崔慶昌) 楚國傷讒日 懷沙怨屈原 초국상참일 회사원굴원 湘江流不歇 千載寄遺魂 상강류불헐 천재기유혼 『孤竹遺稿』 해석 楚國傷讒日 懷沙怨屈原 초나라에서 참소당한 날에 「회사부(懷沙賦)」로 원망했던 굴원이여 湘江流不歇 千載寄遺魂 상강의 물줄기 쉬지 않아 천년에 남겨진 원혼에 붙였구나. 『孤竹遺稿』 해설 이 시는 초나라 노래를 읊은 것으로, 영원한 충신 굴원(屈原)의 충성심을 추모하며 지은 것이다. 굴원이 초나라에서 근상(靳尙) 같은 간신들에게 참소를 받아 귀향을 가던 슬픈 그 당시, 굴원은 멱라수에 몸을 던지기 전에 「회사부(懷沙賦)」를 지었다. 저 상강의 물은 흘러 흘러 쉬지 않는데 죽으며 남긴 그 충성과 억울함은 천 년 뒤인 지금까지 이 물결에 붙여 놓았으며..
가운 최경창을 그리며 회최가운(懷崔嘉運) 백광훈(白光勳) 庭靜水空去 草深䖝亂鳴 정정수공거 초심충난명 今宵有明月 應照洛陽城 금소유명월 응조낙양성 『玉峯詩集』 上 해석 庭靜水空去 草深䖝亂鳴 정원이 고요해 물은 부질없이 가고 풀 깊어 벌레 어지럽게 울어대네. 今宵有明月 應照洛陽城 오늘밤 밝은 달 있으니 응당 한양성을 비추는 구나. 『玉峯詩集』 上 해설 이 시는 친구 최가운(崔慶昌의 자)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뜰에는 물만 흘러가고 수북이 쌓인 풀 속에는 벌레가 울어댄다. 오늘 밤에 밝은 달이 떴으니, 친구가 있는 서울에도 틀림없이 비춰 줄 것이다(여기서 달은 친구와 나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로서, 저 달을 보고 있을 친구도 마땅히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
부춘의 별채에서 부춘별서(富春別墅) 백광훈(白光勳) 夕陽湖上亭 春光在湖草 석양호상정 춘광재호초 明月山前榭 花陰看更好 명월산전사 화음간갱호 『玉峯詩集』 上 해석 夕陽湖上亭 春光在湖草 호숫가 정자에 석양 비치니 봄빛이 호숫가 풀에 있네. 明月山前榭 花陰看更好 산 앞 정자에 밝은 달 비쳐 꽃 그늘 보니 더욱 좋아라. 『玉峯詩集』 上 해설 이 시는 부춘에 있는 별장에서 지은 것으로, 봄을 맞은 별장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석양에 비친 호수 위의 정자에서 부춘을 바라보니, 봄 풍경이 온통 호수 풀밭에만 있나 했더니, 밤이 되어 밝은 달빛이 비치는 밤 산 앞의 정자에서 바라보니, 봄 풍경이 꽃그늘에도 있어 바라볼수록 더욱 좋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3쪽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통판 양응우의 청계 그림 가리개로 쓰다 제양통판응우청계장(題楊通判應遇靑溪障) 백광훈(白光勳) 簿領催年鬢 溪山入畫圖 부령최년빈 계산입화도 沙平舊岸是 月白釣船孤 사평구안시 월백조선고 『玉峯詩集』 上 해석 簿領催年鬢 溪山入畫圖 관청문서[簿領]가 귀밑머리가 재촉하다가 시냇물과 산이 그림에 들어와 있네. 沙平舊岸是 月白釣船孤 모래 평평한 옛 언덕이 이곳이니 달 밝고 낚싯배만 홀로 있네. 『玉峯詩集』 上 해설 이 시는 양통판 응우의 청계 그림 가리개를 소재로 쓴 것으로, 고향에 대한 회상을 노래하고 있다. 공문서를 처리하느라 귀밑머리가 세어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고향 생각을 잊었다. 그런데 청계(淸溪) 그림 속에 내 고향의 시내와 산이 들어와 있다. 그림 속 모래가 평평하게 깔린 언덕이 바로 옛날 ..
고죽 최경창을 기억하며 억최고죽(憶崔孤竹) 백광훈(白光勳) 相思脈脈掩空齋 千里人今碧海西 孤夢不來秋夜盡 井梧無響月凄凄 『玉峯詩集』 上 해석 相思脈脈掩空齋 상사맥맥엄공재 빈 서재를 닫고 서로에 대한 생각 계속 이어지지만 千里人今碧海西 천리인금벽해서 천 리의 사람은 지금 푸른 바다 서쪽에 있지. 孤夢不來秋夜盡 고몽불래추야진 외로운 꿈도 오지 않은 채 가을밤 다가는데 井梧無響月凄凄 정오무향월처처 우물의 오동나무는 소리도 없고 달은 서늘하고도 서늘해. 『玉峯詩集』 上 해설 이 시는 고죽 최경창(崔慶昌)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그리운 벗 최경창을 만나서 서재에 앉아 시도 짓고 술도 마시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서재를 닫아 둔 채 천 리 머나먼 황해도 벽해로 간 친구를 생각만 할 뿐이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서산에서 부질없이 짓다 서산만성(西山漫成) 정철(鄭澈) 明時自許調元手 晩歲還爲賣炭翁 進退有時知有命 是非無適定無窮 膏肓未備三年艾 飄泊難營十畝宮 惟是老來能事在 百杯傾盡百憂空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 明時自許調元手 명시자허조원수 밝은 때라서 재상감【조원(調元): 음양(陰陽)을 조화시켜서 대정(大政)을 집행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재상을 가리킨다.】이라 스스로 허용했는데 晩歲還爲賣炭翁 만세환위매탄옹 늙어서야 도리어 숯을 파는 늙은 이 되었네. 進退有時知有命 진퇴유시지유명 진퇴에 때가 있고 운명이 있음을 알겠고 是非無適定無窮 시비무적정무궁 시비에 적당함이 없어 무궁함에 정해졌지. 膏肓未備三年艾 고황미비삼년애 고황병【고황(膏肓): 치료할 수 없는 깊은 병을 말한다. 춘추 시대 진 경공(晉景公)이 병이 들어 진(秦)..
꽃을 보고서 나지막이 읊조리며 대화만음(對花漫吟) 정철(鄭澈) 花殘紅芍藥 人老鄭敦寧 화잔홍작약 인로정돈녕 對花兼對酒 宜醉不宜醒 대화겸대주 의취불의성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 花殘紅芍藥 人老鄭敦寧 붉은 작약꽃 시들고 왕의 인척인 돈녕 정존겸(鄭存謙)은 늙어가네. 對花兼對酒 宜醉不宜醒 꽃을 대하고 술까지 앞에 두었으니 마띵히 취하고 마땅히 깨진 말자구. 『松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시든 꽃을 대하고서 느낀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정철(鄭澈)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작약꽃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름답게 피어난 싱싱한 꽃이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시든 꽃이다. 꽃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해 가는 시든 꽃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파란만장했던 정..
회포를 풀어내다 서회(書懷) 정철(鄭澈) 掖垣南畔樹蒼蒼 歸夢迢迢上玉堂 杜宇一聲山竹裂 孤臣白髮此時長 『晴窓軟談』 해석 掖垣南畔樹蒼蒼 액원남반수창창 궁궐 담[掖垣]의 남쪽 언덕엔 나무 울창해 歸夢迢迢上玉堂 귀몽초초상옥당 아득하고 아득히 돌아간 꿈 속에서 홍문관[玉堂]에 오르네. 杜宇一聲山竹裂 두우일성산죽렬 소쩍새 한 소리가 산의 대나무 찢을 듯하니 孤臣白髮此時長 고신백발차시장 외로운 신하 흰 머리가 이때 자라나네. 『晴窓軟談』 해설 이 시는 자신의 회포를 노래한 것이다. 정철이 해직되어 궁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을 자며 다시 성안 옥당으로 돌아가는 꿈을 아득히 꾸고 있는데, 두견새가 대나무 찢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어 옥당에 오르던 꿈이 깨어 버렸다. 그바람에 머리가 더욱 세어 버렸다. 신흠(申欽)의 『..
산 속에서 네 가지로 읊다 산중사영(山中四詠) 이이(李珥) 樹影初濃夏日遲 晚風生自拂雲枝 幽人睡罷披襟起 徹骨淸涼只自知 風 萬里無雲一碧天 廣寒宮出翠微巓 世人只見盈還缺 不識氷輪夜夜圓 月 晝夜穿雲不暫休 始知源派兩悠悠 試看河海千層浪 出自幽泉一帶流 水 飛入靑山幾許深 洞中猿鶴是知音 何如得逐神龍去 慰却蒼生望雨心 雲 『栗谷先生全書』 卷之一 해석 樹影初濃夏日遲 수영초농하일지 나무 그림자 처음 짙어지니 여름의 해는 느리고 晚風生自拂雲枝 만풍생자불운지 느지막이 구름을 찌를 듯한 가지로부터 바람이 생기네. 幽人睡罷披襟起 유인수파피금기 은둔한 사람이 자다 깨어 옷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涼只自知 철골청량지자지 뼈에 사무친 맑고 서늘한 바람을 다만 혼자만 안다지. 바람[風] 萬里無雲一碧天 만리무운일벽천 만 리에 구름 한 점 없은 푸..
언경(彦經) 남시보의 들판 집에서 묵으며 숙남시보교사(宿南時甫郊舍) 이이(李珥) 返照依山扣野扉 坐看淸月出林霏 焚香小閣淸無語 更覺風塵此會稀 『栗谷先生全書』 卷之二 해석 返照依山扣野扉 반조의산구야비 지는 해가 산에 기댈 때 들판의 사립문 두드려 坐看淸月出林霏 좌간청월출림비 앉아 숲의 안개비에서 나온 맑은 달을 보네. 焚香小閣淸無語 분향소각청무어 향 사른 조금만 누각은 맑고도 조용해서 更覺風塵此會稀 갱각풍진차회희 다시 세상 티끌이 여기 모이기 드물겠다는 걸 깨닫네. 『栗谷先生全書』 卷之二 해설 이 시는 남시보의 성 밖 집에서 머물면서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 시는 꾸밈이 없이 자연스럽게 전원(田園)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풍경(風景)을 노래하고 있다. 율곡은 「정언묘선서(精言妙選序)」에서, “사람의 소리 ..
즉석에서 짓다 즉사(卽事) 이옥봉(李玉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粧鏡 試畵樓窗却月眉 『靑莊館全書』 卷之三十三 해석 柳外江頭五馬嘶 류외강두오마시 버들 밖 강 어귀에서 오마가 울고 半醒半醉下樓時 반성반취하루시 반쯤 깼다가 반쯤 취하니 누각 내려올 때네. 春紅欲瘦臨粧鏡 춘강욕수림장경 봄의 연지 지워지려 하니 화장 경대에 이르러 試畵樓窗却月眉 시화루창각월미 시험삼아 누각에서 창에서 달의 눈썹 그리네. 『靑莊館全書』 卷之三十三 해설 이 시에 대해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에서, “이옥봉의 「즉사(卽事)」시에 ……라 하였고, 「규정(閨情)」시에는, …… 하였는데, 모두 멋과 운치가 있다[玉峯詩 如卽事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江欲瘦臨粧鏡 試畵樓窗却月眉 閨情 有約郞何晩 庭梅欲謝時 忽聞枝上鵲..
영월 길 도중 단종이 떠올라 영월도중(寧越道中) 이옥봉(李玉峰) 五日長關三日越 哀歌唱斷魯陵雲 妾身亦是王孫女 此地鵑聲不忍聞 『惺所覆瓿稿』 卷之二十五 해석 五日長關三日越 오일장관삼일월 오일 간 길게 문 닫았다가 사흘이 넘자 哀歌唱斷魯陵雲 애가창단로능운 슬픈 노래가 노릉(魯陵)【노릉(魯陵): 단종(端宗)의 능. 장릉(莊陵).】의 구름에서 부르다가 끊겼네. 妾身亦是王孫女 첩신역시왕손녀 첩의 몸도 또한 왕손의 딸이라서 此地鵑聲不忍聞 차지견성불인문 이 땅의 소쩍새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惺所覆瓿稿』 卷之二十五 해설 이 시는 비운의 임금 단종(端宗)이 묻혀 있는 영월을 지나면서 읊은 시이다.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나의 누님 난설헌(蘭雪軒)과 같은 시기에 이옥봉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이웃집 여인의 억울한 소송을 위해 짓다 위인송원(爲人訟寃) 이옥봉(李玉峰) 洗面盆爲鏡 梳頭水作油 세면분위경 소두수작유 妾身非織女 郞豈是牽牛 첩신비직녀 낭기시견우 해석 洗面盆爲鏡 梳頭水作油 얼굴 씻는 동이로 거울을 삼고 머리 빗는 물로 기름 만드네. 妾身非織女 郞豈是牽牛 첩의 몸이 직년가 아닌데 낭군을 어찌 견우라 하는가? 해설 이 시는 이웃집 여자의 원통한 소송(訴訟)을 풀어 주기 위해 지은 시이다. 어느 날 이웃집 여자가 자기 남편이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렸으니, 이옥봉에게 소장(訴狀)을 써 달라고 왔다. 그 남자는 논매기를 마치고 마침 七夕날 장에서 한잔하고 밤늦게 귀가를 하는데, 소를 사 오던 어떤 사람이 영마루에서 소를 빼앗기고 말았는데, 그 소를 빼앗아 간 사람이 이웃집 여자의 남편과 체구가 비슷..
밤아! 율(栗) 이산해(李山海) 一腹生三子 中者兩面平 일복생삼자 중자량면평 秋來先後落 難弟又難兄 추래선후락 난제우난형 해석 一腹生三子 中者兩面平 한 배에서 세 자식 낳았는데 가운데 놈의 양 얼굴이 평평하네. 秋來先後落 難弟又難兄 가을이 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 아우라 하기 어렵고 또 형이라 하기 어렵구나. 해설 이 작품은 밤을 두고 노래한 영물시(詠物詩)로, 해학적(諧謔的)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시이다. 밤 한 송이에서 세 쪽의 밤이 나왔는데, 가운데 있는 밤은 양쪽이 납작하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것이 세 쪽의 밤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어느 쪽의 밤을 형이라 하고 동생이라 해야 할지 어렵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5번에서 이 시에 대해, “아..
문암에서 물고기 낚으며 문암조어(門巖釣魚) 황정욱(黃廷彧) 萬古通天一竅開 衆魚無數此沿洄 漁人擧釣爭相叫 碧海長鯨得掣來 『芝川集』 卷之一 해석 萬古通天一竅開 만고통천일규개 만고토록 하늘에 통하던 한 구멍이 열리니 衆魚無數此沿洄 중어무수차연회 뭇 물고기 무수히 이 물가에 돌고 도네. 漁人擧釣爭相叫 어인거조쟁상규 어부가 낚시대 들고 다투며 서로 소리 치니 碧海長鯨得掣來 벽해장경득체래 푸른 바다의 긴 고래가 끌려 오네. 『芝川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길주의 경물(景物)을 노래한 8수 가운데 하나로, 문암에서 고기 잡는 광경을 노래하고 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의해 형성된 문암(門巖)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세찬 물결을 거슬러 모여들었다. 어부들은 낚싯대를 잡고 서로 소리치며 큰 고래 같은 물고기를 잡아 끌어가고 있..
거정(居停) 주인인 옛 관리 김진(金珍)에게 주다 증거정주인구리김진(贈居停主人舊吏金珍) 황정욱(黃廷彧) 少年刀筆吏稱佳 老去還悲五色迷 迷路世間吾亦爾 白頭笻杖笑相携 『芝川集』 卷之一 해석 少年刀筆吏稱佳 소년도필리칭가 소년이었을 적에 문서 담당 관리[刀筆吏]로 훌륭하다 일컬어졌지만 老去還悲五色迷 노거환비오색미 늙어선 도리어 오색 구름도 혼미하니 슬프구나. 迷路世間吾亦爾 미로세간오역이 세간의 미로는 나 또한 같으니 白頭笻杖笑相携 백두공장소상휴 흰 머리에 지팡이 집고 웃으며 서로 끌어주네. 『芝川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거정(居停)의 주인인 옛 관리였던 김진에게 준 시로, 김진은 협주(夾註)에 의하면, “김진은 젊어서부터 유능한 관리였으나, 나이가 들자 소경이 되어 사물을 보지 못했다[珍自少爲營吏 臨老 靑盲不視..
가을날 우연히 읊다 추일우음(秋日偶吟) 성혼(成渾) 窮秋山日下西林 落葉蕭蕭行逕深 身世未應同宋玉 如何憀慄感人心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석 窮秋山日下西林 궁추산일하서림 늦가을 산의 해는 서쪽 숲으로 지고 落葉蕭蕭行逕深 락엽소소행경심 낙엽은 쓸쓸히 다니는 길을 덮었네. 身世未應同宋玉 신세미응동송옥 신세가 응당 송옥과 같지 않은데도 如何憀慄感人心 여하료률감인심 어째서 쓸쓸하고 두려워 사람 마음을 느껍게 하는지?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늦가을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고 자신 또한 늙어 가는 속절없는 세월에 대한 소회(所懷)를 노래하고 있다. 김상헌(金尙憲)이 쓴 「우계선생신도비명(牛溪先生神道碑銘)」에 성혼(成渾)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선생은 천부적인 자품이 독실하고 민첩하여 저..
시냇가에서 조금 술잔을 기울이며 계변소작(溪邊小酌) 성혼(成渾) 溪流鳴玉處 夜雨泛花來 계류명옥처 야우범화래 芳草春風意 薰然入酒杯 방초춘풍의 훈연입주배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석 溪流鳴玉處 夜雨泛花來 시냇물 흘러 옥 울리는 소리 내는 곳에서 밤비가 꽃에 떨어지네. 芳草春風意 薰然入酒杯 향긋한 풀내음과 봄바람의 뜻이 따스하게 술잔으로 들어오네.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시냇가에서 조용히 술잔을 조금 기울이는 것에 대해 노래한 시로, 시냇가에서 바라본 사물에 따라 감각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시이다.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어찌나 고운지 옥소리처럼 들리는데(청각적 이미지), 어젯밤 비가 내려 밤비에 떨어진 꽃잎이 떠내려 온다(시각적 이미지). 아름다운 풀, 봄바람의 뜻이(후각과 촉각의 이미지) ..
봄날 우연히 짓다 우제(偶題) 기대승(奇大升) 庭前小草挾風薰 殘夢初醒午酒醺 深院落花春晝永 隔簾蜂蝶晩紛紛 『高峯先生文集』 卷第一 해석 庭前小草挾風薰 정전소초협풍훈 정원 앞의 작은 풀에 따뜻한 바람이 끼어들어 殘夢初醒午酒醺 잔몽초성오주훈 남은 꿈 막 깨어 낮술에 고주망태됐네. 深院落花春晝永 심원락화춘주영 깊은 정원에 꽃 지고 봄의 낮은 기니 隔簾蜂蝶晩紛紛 격렴봉접만분분 발 너머에 벌과 나비 늦도록 어지러이 날아다니네. 『高峯先生文集』 卷第一 해설 이 시는 봄날 우연히 지은 것이다. 위의 시에 대해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서는 이황(李滉)ㆍ이이(李珥)ㆍ성혼(成渾)ㆍ정구(鄭逑)의 작품과 더불어 논하면서, “고봉 기대승은 행주 고씨로 부제학을 지냈다. 「우제」에 …… 이 여러 현인들의 시는 시어를 지은 것이 자연..
흥에 겨워 감흥(感興) 박순(朴淳) 明沙帶芳草 蒼石間澄灣 명사대방초 창석간징만 緩步惟隨意 無人覺往還 완보유수의 무인각왕환 麤糲從村飯 茅茨倚石根 추려종촌반 모자의석근 山家門閉早 豹虎傍黃昏 산가문폐조 표호방황혼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明沙帶芳草 蒼石間澄灣 밝은 모래톱엔 향긋한 풀을 둘렀고 푸른 바위는 맑은 물줄기 사이에 있네. 緩步惟隨意 無人覺往還 느리게 걸으며 오직 뜻에 따르니 사람이 없어도 오고 감을 깨닫네. 麤糲從村飯 茅茨倚石根 거친 현미는 마을 밥을 마련하고 초가집은 바위 뿌리에 안겼네. 山家門閉早 豹虎傍黃昏 산촌의 사립문은 일찍 닫혔지만 표범과 범은 해질녘 근처까지 오지.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느낌이 일어서 쓴 것으로 정(情)과 경(景)의 융합을 잘 표출하고 ..
우연히 읊조리다 우음(偶吟) 박순(朴淳) 卷箔看晴景 巡簷步落花 권박간청경 순첨보락화 蒼山臨野水 落日滿漁家 창산림야수 낙일만어가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卷箔看晴景 巡簷步落花 발을 걷고 갠 경치 보고서 처마 돌며 낙화에 거니네. 蒼山臨野水 落日滿漁家 푸른 산이 들판 물에 닿아 있어 지는 해는 어부집에 가득하네. 『思菴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관료생활을 하기 시작한 31세 전에 우연히 읊은 것으로, 비 온 뒤의 맑고 깨끗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비가 갠 뒤 주렴을 걷고서 맑은 경치를 감상하고 집의 처마를 따라 돌면서 떨어진 꽃을 밟으며 산보하고 있다. 비 온 뒤라 더 푸른 산은 강물에 임해 있고, 시간이 지나 석양이 되자 지는 해가 어부의 집을 가득 비추고 있다. 경물(景物)을 통해 작가가 의도..
우연히 우계 성혼에게 부치며 우득기우계(偶得寄牛溪) 송익필(宋翼弼) 萬物從來備一身 山家功業莫云貧 經綸久斷塵間夢 詩酒長留象外春 氣有閉開獜異馬 理無深淺舜同人 祥雲疾雨皆由我 更覺天心下覆均 『龜峯先生集』 卷之二 해석 萬物從來備一身 만물종래비일신 만물은 예로부터 한 몸에 갖춰졌으니 山家功業莫云貧 산가공업막운빈 산촌의 공업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經綸久斷塵間夢 경륜구단진간몽 경륜은 오래 끊어져 세간의 꿈이고 詩酒長留象外春 시주장류상외춘 시와 술은 오래 머물러 형상 밖의 봄이네. 氣有閉開獜異馬 기유폐개린리마 기는 닫히고 열림이 있어 사슴은 말과 다르지만 理無深淺舜同人 리무심천순동인 이치엔 깊고 얕음이 없어 순임금도 같은 사람이지. 祥雲疾雨皆由我 상운질우개유아 상서로운 구름과 매서운 비는 모두 나로부터 시작되니 更覺..
강 마을에서 묵으며 숙강촌(宿江村) 송익필(宋翼弼) 過飮村醪臥月明 宿雲飛盡曉江淸 同行催我早歸去 恐被主人知姓名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過飮村醪臥月明 과음촌료와월명 마을 막걸리 과음하고서 달 밝은 데 누우니 宿雲飛盡曉江淸 숙운비진효강청 묵은 구름 날아 다하여 새벽 강 맑구나. 同行催我早歸去 동행최아조귀거 동행이 나를 재촉해 일찍이 돌아가 떠나니 恐被主人知姓名 공피주인지성명 주인의 성명을 알게 될까 걱정되어서지.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강촌에 하룻밤 유숙(留宿)하면서 지은 시로,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싶은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강촌에 하룻밤 묵으면서 근심을 잊고자 막걸리를 실컷 마시고 밝은 달빛 아래 누우니, 밤새 묵었던 구름이 다 걷히자 새벽 강이 맑아진다. 이런 정취를 오랫동안 즐기고..
강 달을 노래하며 강월음(江月吟) 송익필(宋翼弼) 我爲江上客 爲愛江上月 江空月亦白 月白心亦白 浩然相對洞相照 淸夜漫漫天寂寂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我爲江上客 아위강상객 나는 강가의 나그네로 爲愛江上月 위애강상월 강 위의 달 아끼네. 江空月亦白 강공월역백 강은 텅비니 달은 또한 희고 月白心亦白 월백심역백 달이 희니 마음 또한 희어지네 浩然相對洞相照 호연상대동상조 확 트여 상대하며 트인 듯 서로 비추니 淸夜漫漫天寂寂 청야만만천적적 맑은 밤은 끝없고 하늘은 조용하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강 위에 뜬 달을 노래한 것으로, 달과 자신의 마음을 동일시하여 사욕(私慾)이 없는 천리(天理)가 유행(流行)하는 경지를 보여 주려 한 시이다. 세상을 피해 강호에 머무는 나는 강가를 떠도는 나그네 신세로, ..
깊은 곳에 은거하며 유거(幽居) 송익필(宋翼弼) 春草上巖扉 幽居塵事稀 춘초상암비 유거진사희 花低香襲枕 山近翠生衣 화저향습침 산근취생의 雨細池中見 風微柳上知 우세지중견 풍미류상지 天機無跡處 淡不與心違 천기무적처 담불여심위 『龜峯先生集』 卷之二 해석 春草上巖扉 幽居塵事稀 봄 풀이 바위집에 올랐고 그윽한 거처에 세상일 드물지. 花低香襲枕 山近翠生衣 꽃이 드리우니 향기가 베개에 스며들고 산이 가까우니 푸른빛이 옷에서 생기네. 雨細池中見 風微柳上知 비가 가늘어 연못 가운데서야 보이고 바람이 적어 버들가지 위에서야 알게 되네. 天機無跡處 淡不與心違 천기는 자취가 없어 담담히 마음과 어긋나지 않지. 『龜峯先生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은거(隱居)하며 지은 시로, 조용히 관조(觀照)하는 가운데 세상의 기미(幾微)를 터..
고요히 앉아서 정좌(靜坐) 송익필(宋翼弼) 不出南庭畔 遊觀唯敬天 불출남정반 유관유경천 心中無一物 默契未形前 심중무일물 묵계미형전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不出南庭畔 遊觀唯敬天 남쪽 언덕으로 나가지 않고 놀며 보는 것은 오직 하느님을 공경해서지. 心中無一物 默契未形前 내면엔 한 사물도 없어 말없이 형체도 없던 이전과 계합(契合)했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뜰에서 조용히 앉아 물아일치(物我一致)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이다. 시의 끝에 주를 달아 두었는데, “유관유경천(遊觀唯敬天)은 꿈속에서 얻은 구인데, 경천이라 말한 것은 만상이 삼연히 아직 드러나기 전에 유관하는 즐거움이 오직 하늘을 공경하는 때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한 연을 완성할 수 있었다[遊觀唯敬天 夢中所得句也 謂敬天則萬象森然於未發之前 ..
천명을 즐기며 낙천(樂天) 송익필(宋翼弼) 惟天至仁 天本無私 유천지인 천본무사 順天者安 逆天者危 순천자안 역천자위 痾癢福祿 莫非天理 아양복록 막비천리 憂是小人 樂是君子 우시소인 락시군자 君子有樂 不愧屋漏 군자유락 불괴옥루 修身以俟 不貳不夭 수신이사 불이불요 我無加損 天豈厚薄 아무가손 천기후박 存誠樂天 俯仰無怍 존성락천 부앙무작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惟天至仁 天本無私 오직 하느님은 지극히 인자하지만 하느님은 본래 무사하네. 順天者安 逆天者危 하늘에 손종하는 이는 편안하고 하늘을 거스리는 이는 위태롭지. 痾癢福祿 莫非天理 병에 걸리든 복록을 받든 하느님의 이치 아님이 없네. 憂是小人 樂是君子 근심하는 이는 소인이고 즐기는 이는 군자이니 君子有樂 不愧屋漏 군자는 즐김에 있어 은밀한 장소에서도 부끄럽지 않..
유배 도중 유가서를 읽으며 독서(讀書) 노수신(盧守愼) 仲尼畏匡人 文王囚姜里 중니외광인 문왕수강리 死生在前了 處之恬然耳 사생재전료 처지념연이 識此爲何人 千載子朱子 식차위하인 천재자주자 畢竟揭一言 分明見道理 필경게일언 분명견도리 鼻息尙如雷 氣貌還勝昔 비식상여뢰 기모환승석 人知誠所致 自言學之力 인지성소치 자언학지력 二公古大賢 豈是强制得 이공고대현 기시강제득 淺見不無疑 靜坐究其極 천견불무의 정좌구기극 『穌齋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仲尼畏匡人 文王囚姜里 중니는 광땅 사람들을 두려워했고 문왕은 강리에 갇혔네. 死生在前了 處之恬然耳 생사가 앞에 있더라도 그것에 처함에 편안했을 뿐이지. 識此爲何人 千載子朱子 이들을 아는 이 누구인가? 천년 후 주희라네. 畢竟揭一言 分明見道理 마침내 한 마디 말을 거니 분명히 도리를 드..
귀양 간 진도에서 19년 8월 16일 밤에 탄식하며 시를 쓰다 십육야 감탄성시(十六夜 感嘆成詩) 노수신(盧守愼) 八月潮聲大 三更桂影疏 팔월조성대 삼갱계영소 驚棲無定魍 失木有犇鼯 경서무정망 실목유분오 萬事秋風落 孤懷白髮梳 만사추풍락 고회백발소 瞻望匪行役 生死在須臾 첨망비행역 생사재수유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해석 八月潮聲大 三更桂影疏 8월에 조수 소리 커져 삼경에 계수나무 그림자 옅어졌네. 驚棲無定魍 失木有犇鼯 깃든 곳에서 놀라 정처 없는 도깨비와 나무 잃고 달리는 날다람쥐 萬事秋風落 孤懷白髮梳 온 일이 가을바람에 지고 외로운 회한으로 흰 머리 빗질하네. 瞻望匪行役 生死在須臾 아득히 바라보니 행역【행역(行役): 관명(官命)에 좇아서 토목사업, 또는 국경을 지키는 일.】은 아니지만 생사는 잠깐 사이라네. 『..
대보름 저녁에 상원석(上元夕) 김인후(金麟厚) 高低隨地勢 早晩自天時 고저수지세 조만자천시 人言何足恤 明月本無私 인언하족휼 명월본무사 『河西先生全集』 卷之五 해석 高低隨地勢 早晩自天時 높고 낮음은 지세를 따르고 이르고 늦음은 천시로부터니, 人言何足恤 明月本無私 사람의 말을 근심하리오? 밝은 달은 본래 사심 없는 걸. 『河西先生全集』 卷之五 해설 이 시는 정월 보름달을 노래한 것인데, 제목의 주(註)에 의하면 “오세작(五歲作)”으로 어린 시절에 지은 시이다. 달이 높고 낮은 것은 그 달을 보는 사람이 있는 장소가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높게도 보이고 낮게도 보이며, 달이 일찍 뜨건 늦게 뜨건 그것은 모두 하늘의 운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왜 높이 뜨지 않지?”, “왜 낮게 뜨지?”, “왜..
서쪽 마을 노인에게 주며 기서사옹(寄西舍翁) 조식(曺植) 萬疊靑山萬市嵐 一身全愛一天函 區區諸葛終何事 膝就孫郞僅得三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萬疊靑山萬市嵐 만첩청산만시람 일만 겹의 푸른 산과 일만 저자에 바람 불어 一身全愛一天函 일신전애일천함 한 몸으로 한 하늘을 품음을 온전히 사랑하네. 區區諸葛終何事 구구제갈종하사 보잘 것 없는 제갈량은 끝내 무슨 일 했나? 膝就孫郞僅得三 슬취손랑근득삼 무릎으로 손랑에게 나가 겨우 삼국되게 했지.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서쪽 집 늙은이에게 준 시로, 남명의 기상이 잘 드러난 시이다. 일만 겹이나 되는 높고 푸른 산에 곳곳이 이내로 가득하여, 하늘을 감싸 안은 이 지리산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보잘것없는 제갈량(諸葛亮)이 한 일은 무엇인가? 손권(孫權)에게 무..
덕산에 거처를 정해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살며덕산복거(德山卜居) 조식(曺植) 春山底處無芳草 只愛天王近帝居 白手歸來何物食 銀河十里喫猶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春山底處無芳草 춘산저처무방초 봄산 이르는 곳에 향긋한 풀도 없으랴?只愛天王近帝居 지애천왕근제거 다만 천왕봉이 제석궁에 가까움을 사랑하네. 白手歸來何物食 백수귀래하물식 빈 손으로 돌아와 어떤 식물을 먹을까?銀河十里喫猶餘은하십리끽유여은하수가 십리라서 먹고도 오히려 남겠구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61세 때 지리산 덕산으로 옮겨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살면서 지은 시이다. 봄 산 어디엔들 봄풀이 피지 않았겠는가? 방초는 어디를 가더라도 있으니, 아름다움을 찾아 이곳 덕산(德山)에 온 것이 아니다. 다만 덕산에서 바라보이는 천왕봉이 천제가 ..
우연히 읊조리며 우음(偶吟) 조식(曺植) 高山如大柱 撑却一邊天 고산여대주 탱각일변천 頃刻未嘗下 亦非不自然 경각미상하 역비부자연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高山如大柱 撑却一邊天 높은 산은 큰 기둥 같아 한 끝의 하늘을 버티고 있네. 頃刻未嘗下 亦非不自然 잠시도 일찍히 내려가지 않아 또한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구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우연히 지리산을 보고 노래한 것이다. 높은 지리산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큰 기둥과 같다(높은 산의 기상은 조식의 기상이기도 함). 지리산은 무거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지만 일찍이 잠시도 내려앉은 적이 없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조식은 지리산을 매우 사랑하여 10여 차례나 올랐으며 「유두류산록(遊頭流山錄)」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원주용..
냇가에서 목욕하며 욕천(浴川) 조식(曺植) 己酉八月初, 偶遊於紺岳山下, 咸陽文士林希茂朴承元, 聞而馳到, 侍與之, 同浴焉. 全身四十年前累 千斛淸淵洗盡休 塵土倘能生五內 直今刳腹付歸流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己酉八月初, 偶遊於紺岳山下, 기유(1549)년에 8월 초에 우연히 감악산 아래에 유람했는데 咸陽文士林希茂朴承元, 聞而馳到, 侍與之, 同浴焉. 함양의 선비인 박희무와 박승원이 듣고 달려와 모시고 그들과 함께 목욕을 했다. 全身四十年前累 전신사십년전루 온몸은 40년 전에 얽힘을 千斛淸淵洗盡休 천곡청연세진휴 천 바가지의 맑은 연못으로 씻어 다 깨끗이 하리. 塵土倘能生五內 진토당능생오내 티끌이 혹시 오장[五內]에 생긴다면 直今刳腹付歸流 직금고복부귀류 곧바로 지금 배를 쪼개어 돌아가는 물줄기에 보내리라. 『南冥..
매화 아래에 목란을 심으며 매하종목란(梅下種牧丹) 조식(曺植) 栽得花王來 廷臣梅御史 재득화왕래 정신매어사 孤鶴終何爲 不如蜂與蟻 고학종하위 불여봉여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栽得花王來 廷臣梅御史 화왕 모란을 심고 오니 조정 신하는 매화 어사라네. 孤鶴終何爲 不如蜂與蟻 외로운 학은 끝내 무엇 하나? 벌과 개미만 못하니.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매화 아래에 모란(牧丹)을 심고서 지은 시이다. 이 시는 상당히 난해하여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화왕인 모란은 왕이고, 매화는 신하이다. 신하인 매화 아래에 왕인 모란을 심은 것부터 시상(詩想)이 기이하다. 매화와 왕은 무능한 왕과 절개 있는 신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벌이나 개미는 모란꽃과 매화꽃에 모여드는 권력에 기생하는 소인배일 것이다..
칼자루에 새기며 서일병(書釼柄) 조식(曺植) 离宮抽太白 霜拍廣寒流 리궁추태백 상박광한류 牛斗恢恢地 神游刃不游 우두회회지 신유인불유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离宮抽太白 霜拍廣寒流 이궁【이궁(離宮): 임금이 출유(出遊)할 때 머물 수 있도록 궁성(宮城) 밖에 설치한 임금의 별장(別莊)을 말한다.】에서 흰 칼날 뽑으니 서리발 칼날에 광범위하게 한기 흐르네. 牛斗恢恢地 神游刃不游 견우성과 두우성 넓고도 넓은 곳에서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지.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남명(南冥)이 늘 차고 다녔다는 칼자루에 새긴 시로, 드높은 정신세계를 잘 보여 주고 있는 시이다. 이글이글 타는 불속에서 쇠를 끄집어내어 수많은 담금질을 통해 칼이 완성되니, 서릿발 같은 칼날은 달빛을 치고 흘러 견우성과 북두성..
무제(無題) 조식(曺植) 魯野麟空老 岐山鳳不來 로야린공로 기산봉불래 文章今已矣 吾道竟誰依 문장금이의 오도경수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魯野麟空老 岐山鳳不來 노나라 들판에 기린이 부질없이 늙어가고 기산엔 봉황이 오지 않네. 文章今已矣 吾道竟誰依 문장도 이제 그쳤으니 우리의 도는 마침내 누굴 의지하려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현실에 대한 남명(南冥)의 총체적 인식이 녹아 있는 시이다. 그런데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산문을 통해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1555년 단성현감에 임명된 직후에 올린 상소문에, “또 전하의 나랏일이 이미 그릇되었고,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으며, 하늘의 뜻은 이미 떠나버렸고, 민심도 이미 이반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시냇가에서부터 걸어 산을 넘어 서당에 이르러 보자계상 유산지서당(步自溪上 踰山至書堂) 이황(李滉) 花發巖崖春寂寂 鳥鳴澗樹水潺潺 偶從山後攜童冠 閒到山前問考槃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花發巖崖春寂寂 화발암애춘적적 꽃이 벼랑에서 피니 봄은 고요하고 鳥鳴澗樹水潺潺 조명간수수잔잔 새가 시냇가 나무에서 울어 물은 졸졸 흐르네. 偶從山後攜童冠 우종산후휴동관 우연히 산 뒤편을 따라 제자들을 데리고 閒到山前問考槃 한도산전문고반 한가롭게 산 앞편에 오니 「고반」을 묻네.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제자들을 데리고 계상부터 걸어서 산을 넘어 서당에 도착하여 지은 것으로, 성리학적(性理學的) 수양(修養)의 최고 경지를 보여 주는 시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꽃이 가파른 벼랑에 피고 새가 시내 숲에 울어 시냇물이 ..
울퉁불퉁한 바위 반타석(盤陀石) 이황(李滉) 黃濁滔滔便隱形 安流帖帖始分明 可憐如許奔衝裏 千古盤陀不轉傾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黃濁滔滔便隱形 황탁도도변은형 노란 탁류가 넘실댈 땐 곧 모양을 숨기다가 安流帖帖始分明 안류첩첩시분명 편안한 흐름으로 침착해질 땐[帖帖] 비로소 분명해지네. 可憐如許奔衝裏 가련여허분충리 사랑할 만하구나! 이와 같이[如許] 분주히 충돌하는 속에서 千古盤陀不轉傾 천고반타부전경 오랜 울퉁불퉁한 바위는 돌거나 기울어지지 않았으니.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반타석을 두고 노래한 것으로, 반타석은 「도산기(陶山記)」에 의하면, “반타석은 탁영담 가운데 있는데, 그 모양이 편편하지는 않으나 배를 매어 두고 술잔을 돌릴 만하다. 늘 큰비를 만나 물이 불면 소용돌이와 함께 물밑으로..
유학의 가르침을 따를 뜻으로 암서헌에서 암서헌(巖栖軒) 이황(李滉) 曾氏稱顔實若虛 屛山引發晦翁初 暮年窺得巖栖意 博約ㆍ淵氷恐自疎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曾氏稱顔實若虛 증씨칭안실약허 증자는 ‘안연이 채워졌지만 빈 듯하네’라 말했는데 屛山引發晦翁初 병산인발회옹초 병산 유자휘(劉子翬)가 회옹을 최초로 끌어 깨우쳤네. 暮年窺得巖栖意 모년규득암서의 노년에야 바위에 사는 뜻을 엿보아 터득했으니 博約ㆍ淵氷恐自疎 박약연빙공자소 박문약례(博文約禮)와 임연리빙(臨淵履氷)에 스스로 소홀할까 걱정되네.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도산잡영」 중의 하나로, “증자가 안연을 두고 ‘있어도 없는 듯하고, 찼어도 빈 듯하다.’라 일컬었는데, 병산(劉子翬의 호로, 朱子의 아버지 朱松과 친구이며, 주송이 죽은 뒤에 주자를..
창원 합포의 월영대에서 월영대(月影臺) 이황(李滉) 老樹奇巖碧海堧 孤雲遊跡總成烟 只今唯有高臺月 留得精神向我傳 『退溪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老樹奇巖碧海堧 로수기암벽해연 늙은 나무와 기이한 바위는 푸른 바다에 잇닿고 孤雲遊跡總成烟 고운유적총성연 외로운 구름과 최치원이 놀던 자취는 모두 연기 되었네. 只今唯有高臺月 지금유유고대월 다만 지금은 오직 높은 대에 달만 있어 留得精神向我傳 류득정신향아전 정신을 머물러주어 나를 향해 전해주네. 『退溪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최치원(崔致遠)이 머물렀다는 마산 월영대에 올라 지은 시이다. 월영대 주변은 오래된 나무와 기이한 바위가 푸른 바닷가에 연해 있고, 그곳에 발자취를 남긴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다. 지금 최치원의 자취는 사라..
꽃 여울 화탄(花灘) 이황(李滉) 勢利爭先得 巉巖鬭衆流 세리쟁선득 참암투중류 惡人能覆國 惡灘能覆舟 악인능복국 악탄능복주 『退溪先生文集別集』 卷之一 해석 勢利爭先得 巉巖鬭衆流 권세와 이익 먼저 얻으려 다투고 깎아지른 바위 여러 물줄기와 싸우네. 惡人能覆國 惡灘能覆舟 나쁜 사람이 나를 전복시킬 수 있고 나쁜 여울은 배를 뒤집을 수 있지. 『退溪先生文集別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맑은 바람을 따라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지나는 곳마다 명승지라 류종룡의 운에 차운하여 지은 시 가운데 한 편이다. 우뚝 솟은 바위 아래 여울은 여러 물줄기와 만나고 있듯이, 사람들은 권세와 이익을 먼저 쟁취하려고 다투고 있다. 악한 여울이 배를 전복시킬 수 있듯이 악한 사람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
또 눈 내린 달 속에서 매화를 감상한 시에 차운하며 우설월중상매운(又雪月中賞梅韻) 이황(李滉) 盆梅發淸賞 溪雪耀寒濱 분매발청상 계설요한빈 更著氷輪影 都輸臘味春 갱저빙륜영 도수납미춘 迢遙閬苑境 婥約藐姑眞 초요랑원경 작약막고진 莫遣吟詩苦 詩多亦一塵 막견음시고 시다역일진 『退溪先生文集』 卷之五續內集 해석 盆梅發淸賞 溪雪耀寒濱 화분의 매화가 맑은 감상을 발하고 시내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更著氷輪影 都輸臘味春 다시 얼음 같은 둥근 달 그림자 나타나지만 모두 섣달의 술【납미(臘味) : 섣달에 담근 술이다. 두보(杜甫)의 「정월삼일귀계상유작간원내제공(正月三日歸溪上有作簡院內諸公)」 시에 “개미 같은 거품이 뜨고 섣달의 맛이라[蟻浮仍臘味].” 하였다.】 같은 봄을 보내오네. 迢遙閬苑境 婥約藐姑眞 아득하니 낭원(閬..
서호에서 학과 벗하며 서호반학(西湖伴鶴) 이황(李滉) 湖上精廬絶俗緣 胎仙栖託爲癯仙 不須翦翮如鸚鵡 來伴吟梅去入天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湖上精廬絶俗緣 호상정려절속연 호숫가 정밀한 띳집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은 듯해 胎仙栖託爲癯仙 태선서탁위구선 학[胎仙]【태선(胎仙): 학(鶴)의 별칭임. 학은 태생(胎生)이란 전설이 있기 때문임.】이 깃들어 의탁하니 초췌한 신선인 듯. 不須翦翮如鸚鵡 불수전핵여앵무 앵무새처럼 깃촉을 자를 필욘 없으니 來伴吟梅去入天 래반음매거입천 앞으로[來] 함께 매화를 읊조리며 떠나 하늘로 들어가리. 『退溪先生文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상사 김신중의 화폭에 쓴 제화시의 한 수로, 서호에서 학을 짝함을 노래한 것이다. 서호에서 학을 기르며 매화를 사랑한 임포의 호숫가 정자는 세속과 인연이..
매화가 나에게 답하다 매화답(梅花答) 이황(李滉) 我是逋翁換骨仙 君同歸鶴上遼天 相逢一笑天應許 莫把襄陽較後前 『高峯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我是逋翁換骨仙 아시포옹환골선 나는 환골한 신선인 임포이니 君同歸鶴上遼天 군동귀학상료천 그대는 함께 학을 타고 요동 하늘에 돌아온 정령위인 듯하네. 相逢一笑天應許 상봉일소천응허 서로 만나 한 번 웃는 것 하늘이 응당 허락했으니 莫把襄陽較後前 막파양양교후전 양양의 매화와 선후를 따지지 마시라. 『高峯先生續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매화가 이황에게 대답한다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이황이 지은 매화시(梅花詩) 64제(題) 91수 가운데 한 편이다. 매화는 환골한 임포요, 이황은 요동의 학이다. 매화와 이황이 서로 만나 웃음 짓는 일을 하늘도 허락하였으니, 매화가 양양보다 늦게 피..
營자 운을 얻어서 지으며 득영자운(得營字韻) 임억령(林億齡) 孤村生夕氣 萬壑動寒聲 고촌생석기 만학동한성 櫪馬飢猶戀 秋蠅凍亦營 력마기유련 추승동역영 已熟小槽酒 如聞疏雨聲 이숙소조주 여문소우성 醉來終日臥 長悔十年營 취래종일와 장회십년영 海月有佳色 風灘非惡聲 해월유가색 풍탄비오성 沿崖已卜地 疏懶亦難營 연애이복지 소라역난영 點筆圖雲勢 彈琴學水聲 점필도운세 탄금학수성 迂生逗湖海 此外更無營 우생두호해 차외갱무영 江邊喬木在 風動老龍聲 강변교목재 풍동로룡성 莫怪長無用 明堂早晩營 막괴장무용 명당조만영 『石川先生詩集』 卷之四 해석 孤村生夕氣 萬壑動寒聲 외론 마을에 저녁 기운 생겨 온 골짜기에 찬 소리 일어나네. 櫪馬飢猶戀 秋蠅凍亦營 마굿간 말의 주림은 오히려 가련하고 가을 파리 얼어죽음은 또한 두려워라. 已熟小槽酒 如聞疏..
공섭 양응정을 부르며 초공섭(招公燮) 임억령(林億齡) 自吾觀海山 胸中與之壯 자오관해산 흉중여지장 身今脫馽羈 天馬益奔放 신금탈칩기 천마익분방 人皆弔失官 笑指雲來往 인개조실관 소지운래왕 庭樹入秋風 江湖歸意王 정수입추풍 강호귀의왕 長當從此辭 君胡不我訪 장당종차사 군호불아방 『石川先生詩集』 卷之一 해석 自吾觀海山 胸中與之壯 내가 바다와 산을 봄으로부터 가슴속이 그것과 함께 장쾌해졌네. 身今脫馽羈 天馬益奔放 몸은 이제 굴레에서 벗어나니 준마(駿馬)【한 무제가 일찍이 『주역(周易)』으로 점을 쳐서 ‘신마(神馬)가 서쪽으로부터 올 것이다.’라는 점괘를 얻었다. 그 뒤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으로 사신 갔다가 오손국(烏孫國)의 말을 얻어서 돌아오자 그 말을 천마(天馬)라고 불렀다】는 더욱 자유분방해졌네. 人皆弔失官 ..
소릉 두보의 시에 차운하며 견차두소릉운(遣次杜少陵韻) 송순(宋純) 林中違夙願 嶺外作重遊 림중위숙원 령외작중유 愁緖多生草 光陰速置郵 수서다생초 광음속치우 雲容猶亢旱 物意已逢秋 운용유항한 물의이봉추 奈此民飢迫 天心似不留 내차민기박 천심사불류 『俛仰集』 卷之三 해석 林中違夙願 嶺外作重遊 숲속에서 이른 바람을 어기고 고개 밖에서 거듭 유람했네. 愁緖多生草 光陰速置郵 근심의 실마리가 풀이 나듯 많고 세월은 역의 파발마보다 빨랐네. 雲容猶亢旱 物意已逢秋 구름의 모습은 오히려 가뭄과 겨루고 사물의 뜻은 이미 가을을 만났지. 奈此民飢迫 天心似不留 어째서 백성은 굶주림에 핍박받는 것인가? 하느님의 마음은 만류하지 않는 듯하네. 『俛仰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두보(杜甫)의 운(韻)에 차운해 읊은 것으로, 가뭄에 백성들이..
무령에서 독서하는 아이 양정에게 주며 증무영독서아동양정(贈撫寧讀書兒童養正) 송순(宋純) 聖敎分明次第俱 初門孝悌爾知無 自從科擧爲人病 天下堪傷正學蕪 『俛仰集』 卷之二 해석 聖敎分明次第俱 성교분명차제구 성스러운 가르침은 분명하고 자례가 갖춰졌으니 初門孝悌爾知無 초문효제이지무 초학자의 학문이 효제(孝悌)임을 너는 아니? 모르니? 自從科擧爲人病 자종과거위인병 과거공부에 종사함으로부터 사람의 병이 되었으니 天下堪傷正學蕪 천하감상정학무 천하가 정학의 거칠어짐을 속상해 하는 구나. 『俛仰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무영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 양정에게 준 시로, 학문의 길에 대해 읊고 있다. 성인의 가르침은 분명하게 차례가 갖추어져 있으니, 처음 공부로 들어가는 문은 바로 효제(孝悌)인데,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그런..
큰 여울 대탄(大灘) 정사룡(鄭士龍) 轟輵車千兩 喧闐鼓萬槌 굉갈거천량 훤전고만퇴 篙工心欲細 病客膽先摧 고공심욕세 병객담선최 振鷺衝巖起 跳山入座回 진로충암기 도산입좌회 片帆愁激射 欹側岸邊來 편범수격사 의측안변래 『湖陰雜稿』 卷之一 해석 轟輵車千兩 喧闐鼓萬槌 덜컹덜컹 수레 천 량이 달리는 듯 둥둥 만 개의 북을 치는 듯 篙工心欲細 病客膽先摧 뱃사공의 마음이 작아지려 하고 병든 나그네 담이 저 꺾이려 하네. 振鷺衝巖起 跳山入座回 날던 해오라기가 바위에 충돌하여 선 듯 도약하던 산이 좌중에 들어와 휘감은 듯. 片帆愁激射 欹側岸邊來 조각 돛은 파도의 격한 쏟아짐을 근심해 측면으로 기울어져 언덕 가로 돌아오네. 『湖陰雜稿』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여울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시이다. 마치 마차..
근심을 풀러 붓을 놀리며 석민종필(釋悶縱筆) 정사룡(鄭士龍) 吾生垂半百 愁病恰平分 오생수반백 수병흡평분 逃謗同羝觸 殷憂劇酒醺 도방동저촉 은우극주훈 推書長慷慨 塞竇避知聞 추서장강개 새두피지문 可保乘除理 殘年看策勳 가보승제리 잔년간책훈 ⇒해석보기 留滯頭成雪 逃空習已安 류체두성설 도공습이안 放慵忘盥櫛 看客強衣冠 방용망관즐 간객강의관 雨氣連江白 花光比屋丹 우기연강백 화광비옥단 詩騷眞閥閱 收得幾篇看 시소진벌열 수득기편간 ⇒해석보기 隨意攤書坐 孤吟對晩暉 수의탄서좌 고음대만휘 岸風帆腹飽 沙雨荻芽肥 안풍범복포 사우적아비 籬缺通江色 簾垂礙蝶飛 리결통강색 렴수애접비 誰知浴沂節 和病試春衣 수지욕기절 화병시춘의 ⇒해석보기 已阻毛空雨 仍逢捲地風 이조모공우 잉봉권지풍 殘花應打盡 飛絮定吹空 잔화응타진 비서정취공 索漠憐吟苦 瞢騰任睡..
외로운 소나무 고송(孤松) 이언적(李彦迪) 群木鬱相遮 孤松挺自誇 군목울상차 고송정자과 煙霞祕幹質 雨露長枝柯 연하비간질 우로장지가 千尺心應直 九泉根不斜 천척심응직 구천근불사 棟樑雖有待 斤斧奈相加 동량수유대 근부내상가 不似巖邊老 含姿歲暮多 불사암변로 함자세모다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群木鬱相遮 孤松挺自誇 온 나무는 빼곡이 서로 막지만 외론 소나무는 꼿꼿하게 스스로 자아하네. 煙霞祕幹質 雨露長枝柯 안개 낀 노을에 줄기와 바탕을 숨겼고 비와 이슬에 가지 자랐네. 千尺心應直 九泉根不斜 천 길이이니 내면은 응당 곧겠고 구천이니 뿌리는 기울지 않으리라. 棟樑雖有待 斤斧奈相加 동량으로 비록 대우하려 해도 도끼질 서로 가해짐은 어찌하랴? 不似巖邊老 含姿歲暮多 바위 근처에서 늙어감만 못하니 세밑에도 많이들 자태 머금기..
진사 이정지의 시에 차운하며 차이진사정지운(次李進士定之韻) 이언적(李彦迪) 五載酸辛飽世味 怡愉數月侍親庭 人間至樂無如此 此外浮雲非我榮 暮年強健保天和 畎畝風煙樂不窮 羲皇上客吾兄是 觴詠朝朝小檻中 今春不雨大無麥 又悶西疇少揷秧 自愧空疏忝侍從 凶年無術撫流亡 『晦齋先生集』 卷之三 해석 五載酸辛飽世味 오재산신포세미 5년동안 고생스레 세상맛에 배불렀다가 怡愉數月侍親庭 이유수월시친정 온화하고 부드럽게 몇 개월 간 부모님 모시네. 人間至樂無如此 인간지락무여차 인간의 지극한 즐거움이 이와 같은 게 없으니 此外浮雲非我榮 차외부운비아영 이 밖의 뜬 구름이란 내 영화가 아니라네. 暮年強健保天和 모년강건보천화 노년에도 강건해 천연의 온화함을 보전했으니 畎畝風煙樂不窮 견무풍연락불궁 밭의 풍광에 즐거움 무궁해라. 羲皇上客吾兄是 희황상객..
천명을 즐기며 낙천(樂天) 이언적(李彦迪) 乘興逍遙展眺遐 暮天雲盡碧山多 茫茫宇宙無終極 俯仰長吟浩浩歌 『晦齋先生集』 卷之二 해석 乘興逍遙展眺遐 승흥소요전조하 흥을 타고 소요하면서 참으로 멀리 바라보니 暮天雲盡碧山多 모천운진벽산다 저물녘 하늘엔 구름 다한 곳에 푸른 산이 많다네. 茫茫宇宙無終極 망망우주무종극 아득하고 아득한 우주가 끝나는 곳 없어 俯仰長吟浩浩歌 부앙장음호호가 굽어보고 우러러 보며 길게 큰 소리로 읊조리네. 『晦齋先生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천명(天命)을 즐기며 부른 노래이다. 흥에 겨워 여기저기 거닐며 멀리 바라보니, 저물어 가는 하늘 저 끝 구름이 다한 곳까지 푸른 산이 연이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우주는 끝이 없어 때로는 땅을 굽어보고 때로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터질 듯한 목소리..
정유년(1537) 겨울에 서울에 상경하며 고향 벗에게 주며 정유동 상낙증향우(丁酉冬 上洛贈鄕友) 11월에 김안로가 져서 죽었고 12월에 부르는 명을 계승해 궁궐로 달려갔다[十一月, 金安老敗死, 十二月, 承召命赴闕]【김안로(1481~1537)는 중종 때의 유명한 권신(權臣)으로,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이숙(頤叔), 호는 희락당(希樂堂)ㆍ용천(龍泉)ㆍ퇴재(退齋)이다. 1506년(중종1) 별시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청환직(淸宦職)을 역임하고, 1511년에는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1519년 기묘사화로 조광조(趙光祖) 일파가 몰락한 뒤에 발탁되어 이조 판서에 올랐고, 아들이 중종의 부마(駙馬)가 된 것을 계기로 권력을 남용하다가 1524년 탄핵을 받아 경기도 풍덕(豐德)에 유배되었다. 1531년 유배에서..
조용수의 시에 차운하며 차조용수운(次曺容叟韻) 이언적(李彦迪) 霧捲山靑晩雨餘 逍遙俯仰弄鳶魚 莫言林下孤淸興 幽鳥閑雲約共棲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霧捲山靑晩雨餘 무권산청만우여 늦은 비 내린 나머지 이슬 걷히니 산은 푸르러져 逍遙俯仰弄鳶魚 소요부앙롱연어 소요하며 굽어보고 우러르며 솔개와 물고기와 장난치네. 莫言林下孤淸興 막언림하고청흥 숲 아래서 맑은 흥이 조금이라 말하지 마라. 幽鳥閑雲約共棲 유조한운약공서 외로운 새와 한가로운 구름이 함께 살자 약조하였으니.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조용수의 운에 차운한 것이다. 늦은 비가 개인 뒤라 안개가 걷히고 산은 푸르다. 이리저리 거닐며 땅을 굽어보고 하늘을 쳐다보며 물고기가 헤엄치고 솔개가 나는 것을 즐긴다(鳶飛魚躍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