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조선 (1056)
건빵이랑 놀자
시를 배우며학시(學詩) 김시습(金時習) 客言詩可學 余對不能傳객언시가학 여대부능전但看其妙處 莫問有聲聯단간기묘처 막문유성련山靜雲收野 江澄月上天산정운수야 강징월상천此時如得旨 探我句中仙차시여득지 탐아구중선 客言詩可學 詩法似寒泉객언시가학 시법사한천觸石多嗚咽 盈潭靜不喧촉석다오열 영담정불훤屈莊多慷慨 魏晉漸拏煩굴장다강개 위진점나번勦斷尋常格 玄關未易言초단심상격 현관미이언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客言詩可學 余對不能傳객은 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하나 나는 전할 수 없다고 대답하네. 但看其妙處 莫問有聲聯다만 오묘한 곳만 보고 소리와 연구 있음을 묻진 말게.山靜雲收野 江澄月上天산은 고요해 구름이 들판에서 걷힐 때, 강이 맑아 달이 하늘에 떠오를 때此時如得旨 探我句中仙이때에 만약 뜻 얻는다면 나의 구절 속에서 신선 찾을 걸세...
사물을 보며관물(觀物) 김시습(金時習) 南枝花發北枝寒 強道春心有兩般一理齊平無物我 好將點檢自家看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석南枝花發北枝寒남지화발북지한남쪽 나뭇가지엔 꽃이 만개했지만 북쪽 나뭇가지는 싸늘하고強道春心有兩般강도춘심유량반억지로 춘심엔 두 가지 경우라 말한다네.一理齊平無物我일리제평무물아그러나 한 가지 이치 고르고 평등해 사물과 내가 따로 없으니好將點檢自家看호장점검자가간장차 점검하여 스스로 보는 게 좋을시고.『梅月堂詩集』 卷之一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민가를 한시로 담다죽지사(竹枝詞) 김시습(金時習) 一片紙帳白於雲 夜撒東窓直到昕擬夢情人眠不得 數條香線減三分 儂如百尺陰崖氷 爾似一竿陽曦騰願借一竿朝陽暉 銷我百尺陰崖凝 夜如何其夜未央 星移西嶺月侵床人間最是多情苦 展轉不寐空斷腸 『梅月堂詩集』卷之七 해석一片紙帳白於雲일편지장백어운한 조각의 종이 휘장은 구름보다 희어夜撒東窓直到昕야살동창직도흔밤에 동창에 걸치고 다만 아침에 이르리.擬夢情人眠不得의몽정인면부득정인을 꿈꾸고 싶어도 잠 오지 않아數條香線減三分수조향선감삼분몇 가지 향줄기가 3/10이나 줄어들었네. 儂如百尺陰崖氷농여백척음애빙나는 백 척 응달의 얼음 같고爾似一竿陽曦騰이사일간양희등너는 한 장대의 햇빛이 뜬 것 같네.願借一竿朝陽暉원차일간조양휘원컨대 한 장대의 아침 햇빛 빌려주어銷我百尺陰崖凝소아백척음애응나의 백 척 응달의 ..
죽장암에서죽장암(竹長菴) 김시습(金時習) 高低石徑斜 岑寂有僧家고저석경사 잠적유승가晚日照高樹 東風吹野花만일조고수 동풍취야화溪流明似練 藤蔓曲如蛇계류명사련 등만곡여사參禮名山遍 逍遙卽我家참례명산편 소요즉아가 『梅月堂詩集』 卷之十 해석高低石徑斜 岑寂有僧家높고 낮은 돌길이 비껴 있고 적막한 곳에 사찰이 있다네.晚日照高樹 東風吹野花석양은 큰 나무를 비치고 봄바람이 들꽃이 불며溪流明似練 藤蔓曲如蛇흐르는 시내의 청명함이 비단 같고, 덩굴의 굽어진 것이 뱀 같네.參禮名山遍 逍遙卽我家참례하러 명산 두루 다니니 소요하는 곳이 곧 나의 집일세. 『梅月堂詩集』 卷之十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
책상 깨끗이 하고 독서하며정궤독서(淨几讀書) 김시습(金時習) 世人奔競倚吹噓 不學無知步玉除誤國誤民爲後笑 何如淨几讀經書 古之爲仕者, 不欲躁進以立其身, 但修天爵而已. 如伊之耕莘, 呂之釣渭, 何嘗有心於求宦哉? 然湯之三聘, 文之一見, 出而便會風雲者, 以其道德夙著, 能啓沃人主, 何嘗爲人主之黜陟哉? 今則不然. 依勢吹噓, 苟登仕路, 至有筮仕而省事者矣, 則其所與人語者, 皆爲祿爲身也, 何暇啓沃於人主哉? 此余少年讀書時, 未嘗不掩卷而長嘆也. 然苟不得修道德如伊ㆍ呂, 必也讀書乎. 雖不能愼思篤行, 其與無知, 蓋有分矣.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 世人奔競倚吹噓세인분경의취허세상사람 분주히 다퉈 과장되게 말함【취허(吹嘘): 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추켜세우다 ② 과장해서 말하다 ③ 선전하다】에 의지하고不學無知步玉除불학무지보옥제배우지..
산에 살며 산 속 도인에게 주다산거 증산중도인(山居 贈山中道人) 김시습(金時習) 春山無伴獨行時 猿狖雙雙先後隨槲葉蔭溪迷小徑 松槎偃石礙通岐年年收栗忘貧歉 處處團茅任適宜點檢一生忙事少 世中韁勒不曾知 『梅月堂詩集』 卷之十三 해석春山無伴獨行時춘산무반독행시봄산에서 도반 없이 홀로 다닐 적에猿狖雙雙先後隨원유쌍쌍선후수잔나비는 쌍쌍이 앞뒤로 따르네. 槲葉蔭溪迷小徑곡엽음계미소경떡갈나무 잎사귀 음산한 계곡의 작은 길에서 헤매고松槎偃石礙通岐송사언석애통기베어진 소나무 바위에 누워 있어 통하던 갈림길 막혔네. 年年收栗忘貧歉년년수률망빈겸해마다 밤을 수확해 가난함과 불만족스러움 잊고處處團茅任適宜처처단모임적의곳곳마다 띠풀 모아 마땅함에 맡긴다네. 點檢一生忙事少점검일생망사소일생을 점검해보니 바쁜 일 적었지만世中韁勒不曾知세중강륵부증지세상 속..
연탄 가에서 달가에게 부치다연탄상 기달가(燕灘上 寄達可) 김구용(金九容) 江頭春水正溶溶 把釣閑吟柳影中欲寄相思千里字 却嫌雙鯉未能通去歲秋風一解携 幾回明月滿江樓何時一笑重相見 江草萋萋似喚愁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上 해석江頭春水正溶溶강두춘수정용용강어귀 봄물 용솟음치는데把釣閑吟柳影中파조한음류영중낚시대 잡고 한가로이 버들 그림자 속에서 읊조린다네.欲寄相思千里字욕기상사천리자그대 생각 천리의 글자에 부치려 해도却嫌雙鯉未能通각혐쌍리미능통도리어 편지【쌍리(雙鯉): 두 마리의 잉어로, 서신(書信)을 말한다. 고악부(古樂府)인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에 이르기를 “나그네가 먼 곳에서 여기 와서는, 두 마리의 잉어를 내게 주었네. 아이 불러 잉어를 끓이게 하니, 배 속에 비단에 쓴 편지 들었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兒烹..
설악산과 금강산을 지나 함경도로 가며 적다 갈역잡영(葛驛雜詠) 김창흡(金昌翕) 其一 尋常飯後出荊扉 輒有相隨粉蝶飛 穿過麻田迤麥壠 草花芒刺易罥衣 其二 疎疎洒雨滴杉松 卧拓南牕眄遠峰 谿口小雷雲四走 有誰鞭起百淵龍 其三 籬外靑麻日覺長 蓬蒿四合欲侵牀 求羊來往猶開徑 靜勝終輸杜五郞 其四 奴有奇狵氣貌鮮 飯時籬外卧超然 今世人人爭一飽 孰能如汝道心全 詠狵 其五 觜距千營掘一蟲 忘飢割與衆雛同 天倫五件知均賦 獨見慈腸著降衷 詠雞 其六 矻矻巖耕日服勤 節過芒種始休身 川平草遠閒閒在 有似功成退卧人 詠牛 其七 遐情偏自卧看雲 雲在中峰絶世氛 野處殊無泉石好 面前怡悅莫如君 看雲 其八 百里源長一派淸 紺寒堪濯道人纓 遙呑北澗藍橋去 邂逅吾廬面勢成 臨水 其九 酒甕茶甌繞榻陳 起居隨意卽天眞 風扉盡日如相語 勝接塵中不韻人 其十 野田黃雀不知昏 何自奔奔競作喧 百曲川邊忘..
좌소산인에게 주다 서유본(徐有本, 1762~1822)의 호가 좌소산인(左蘇山人)이다. 서유본은 그 아우 서유구(徐有榘)와 함께 연암을 종유(從遊)하고 문학적으로 큰 감화를 받았다 증좌소산인(贈左蘇山人) 박지원(朴趾源) 1. 모방만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 我見世人之譽人文章者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 東俗喜例套 無怪其言野 聽者都不覺 無人顔發赭 騃骨喜湧頰 涎垂噱而哆 黠皮乍撝謙 逡巡若避舍 餒髥驚目瞠 不熱汗如瀉 懦肉健慕羨 聞名若蘅若 忮肚公然怒 輒思奮拳打 ⇒해석 보기 2. 무작정 모방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 回語忮克兒 伎倆且姑舍 靜聽我所言 爾腹應坦奲 摸擬安足妒 不見羞自惹 學步還匍匐 效嚬徒醜䰩 始知畵桂樹 不如生梧檟 ..
4. 그대를 만나 막힌 속이 확 뚫렸네 而我病陰虛 四年疼跗踝 그러나 나는 음이 허해지는 병에 걸려 4년 동안 발등과 복사뼈가 아팠다가 逢君寂寞濱 靜若秋閨姹 그대를 적막한 물가에서 만나니 맘이 고요하기 가을날 규방의 소녀 같네. 解頤匡鼎來 幾夜剪燈灺 사람 입이 벌어지도록 얘기 잘하는 광정이 온 듯【해이광정(解頤匡鼎): 『한서(漢書)』 「광형전(匡衡傳)」에 “아무도 시(詩)를 말함이 없었는데, 그때 마침 광형(匡衡)이 왔다. 광형이 시를 말하자 듣는 사람이 입이 벌어졌다[無說詩, 匡鼎來; 匡說詩, 解人頤]”라 한 데서 나온 것으로, 시에 대해 설명을 너무 잘하여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몇 밤 등불심지 잘랐던가. 論文若執契 雙眸炯把斝 문장을 논함에 서로의 생각이 맞는 듯 두 눈동자..
3. 참된 실상은 지금ㆍ여기에 있다 卽事有眞趣 何必遠古抯눈앞의 일에 참된 정취가 있는데 하필 멀고도 예스러운 것만 건져내는가?漢唐非今世 風謠異諸夏한나라와 당나라는 지금 세상이 아니고 민요도 중국과 다르며 班馬若再起 決不學班馬반고와 사마천이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단코 반고와 사마천을 배우지 않으리. 新字雖難刱 我臆宜盡寫새 글자 비록 창제하긴 어렵다 해도 나의 속마음 마땅히 모두 쓰리. 奈何拘古法 劫劫類係把어찌 옛 법에 구속되어 급하고 참을성 없이 유사한 것에만 얽매이겠는가. 莫謂今時近 應高千載下지금 시기가 하잘 것 없다 말하지 말라. 응당 천 년 후엔 높아질 테니. 孫吳人皆讀 背水知者寡손무와 오기의 이야기를 사람이 모두 읽었지만 배수진 아는 사람이 적네【「초정집서」에도 나온다. 한신이 병법과 반대로 배수진..
2. 무작정 모방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나 또한 이러한 칭찬 들은 적 있었는데 처음 들었을 땐 낯이 화끈거려 살이 발라지려는 듯했지.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두 번째 들었을 땐 도리어 포복절도하고서 여러 날 허리와 넓적다리 시큰거렸지.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복고풍 작품이 유행하며 전해질수록 더욱 맛이 없어 도리어 밀랍처럼 맛없어졌네.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시세를 따르는 건 진실로 안 될 일이니 오래되면 풍 맞은 듯 바보 되지. 回語忮克兒 伎倆且姑舍탐내고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돌리니 재주에 대한 건 또한 잠시 버려두세.靜聽我所言 爾腹應坦奲조용히 나의 말하는 걸 들으면 당신들의 배는 응당 평탄해지고 관대해지리.摸擬安足妒 不見羞自惹모방하는 걸 어찌 시샘할 건가, 보지 않아도 부끄러운 마음이 ..
1. 모방만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 我見世人之譽人文章者내가 세상 사람들이 남의 문장 칭찬하는 것을 보니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문장은 반드시 전한과 후한을 본떠야 하고 시는 성당을 본떠야 한다지.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말하겠다. 비슷하다면 이미 참이 아닌데 한나라든 당나라든 어찌 또 있겠는가?東俗喜例套 無怪其言野우리나라 풍속은 상례(常例)가 된 버릇을 좋아하니 그 말의 거친 것 이상할 게 없네.聽者都不覺 無人顔發赭듣는 이들은 도무지 깨닫질 못해 안색이 붉어질 리 없지.騃骨喜湧頰 涎垂噱而哆어리석은 이의 뼈는 기뻐함이 뺨에 샘솟아 침 뱉고 웃으며 입을 벌리고黠皮乍撝謙 逡巡若避舍얍삽한 이의 피부는 갑자기 거짓 겸손한 체하고 종종걸음으로 물러서는 듯하며餒髥驚目瞠 不熱汗如瀉굶주린 이의 수염은 놀라 째려보며 덥지도 않..
떨어진 과일은 밑에 있는데 하늘에서 찾고 있네 주공탑명(麈公塔銘) 박지원(朴趾源) 釋麈公示寂六日, 茶毗于寂照菴之東臺, 距溫宿泉檜樹下不十武. 夜常有光, 蟲背之綠也, 魚鱗之白也, 柳木朽之玄也. 大比邱玄郞率衆繞場, 齋戒震悚, 誓心功德. 越四夜, 迺得師腦珠三枚, 將修浮圖, 俱書與幣, 請銘于余. 余雅不解浮圖語, 旣勤其請, 迺嘗試問之曰: “郞! 我疇昔而病, 服地黃湯, 漉汁注器, 泡沫細漲, 金粟銀星, 魚呷蜂房. 印我膚髮, 如瞳栖佛, 各各現相, 如如含性. 熱退泡止, 吸盡器空, 昔者惺惺, 誰證爾公.” 郞叩頭曰: “以我證我, 無關彼相.” 余大笑曰: “以心觀心, 心其有幾.” 乃爲係詩曰: “九月天雨霜, 萬樹皆枯落. 瞥見上頭枝, 一果隱蠧葉. 上丹下黃靑, 核露螬半蝕. 群童仰面立, 攢手爭欲摘. 擲礫遠難中, 續竿高未及. 忽被風搖落,..
부석사 운에 차운하다(절은 영천 봉황산에 있다) 차부석사운 사재영천봉황산(次浮石寺韻 寺在榮川鳳凰山) 구봉령(具鳳齡) 紛生幻說破空門 正學千秋樹本根 一聯詩句留題處 肯向妖叢更視恩 先生詩云: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曺溪水, 不借乾坤雨露恩.” 寺有化僧言“植陰簷之下! 見日則枯.”云. 先生詩, 只斥其妄誕之實, 而人或不察故云. 『栢潭集』 해석 紛生幻說破空門 분연히 생긴 황당한 말은 공문을 깨뜨리고, 正學千秋樹本根 정학의 본 뿌리를 긴 세월동안 세우려 해서네. 一聯詩句留題處 한 연의 시구가 남은 곳에서 肯向妖叢更視恩 기꺼이 요망한 나무를 향해 다시 은혜를 보였구나. 先生詩云: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曺溪水, 不借乾坤雨露恩.” 퇴계 선생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擢玉森森倚寺門 옥처..
선비화는 부처의 은혜가 담겨 있다 부석사선비화(浮石寺仙飛花) 신좌모(申佐模) 傳, 義相大師住錫于浮石寺. 一日歸西笁, 植杖于寺之門內. 語“此杖生花葉, 可知吾法身不滅.” 果托根生花葉, 寺僧樹屛于門, 以防剪伐. 後有道伯截去原根, 今有旁根叢生, 年年開花. 退溪先生有詩揭門楣, 詩曰: “攢玉亭亭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曹溪水, 不借乾坤雨露恩.” 謹次其韻. 卓錫西歸一閉門 法身无滅證靈根 年年花葉長開落 不藉沾濡報佛恩 해석 傳, 義相大師住錫于浮石寺. 전하기로는 의상대사가 부석사 머물렀는데, 一日歸西笁, 植杖于寺之門內. 하루는 서축으로 돌아갈 때 절의 문 안에 석장을 꽂았다. 語“此杖生花葉, 그러면서 대사는 말했다. “이 지팡이에서 꽃과 잎이 피면 可知吾法身不滅.” 나의 법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도성 저자 전도의 응제시 성시전도응(城市全圖應) 박제가(朴齊家) 或試其重擧一鷄 혹은 한 닭을 들어 무게를 시험하고 或壓其嘶負雙豕 혹은 두 마리 돼지 울음소리를 억누르며 或買牛柴自牽轡 혹은 스스로 고삐를 끌고 소에 실은 섶나무 팔고 或相馬齒旁揷箠 혹은 곁에 채찍 놓고 말의 이빨로 관상보네. 『貞蕤閣』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1년 1차 30번
백락천의 「청석(靑石)」을 본 떠 충추석을 읊다 충주석 효백락천(忠州石 效白樂天) 권필(權韠) 忠州美石如琉璃 충주의 아름다운 돌은 유리 같아 千人劚出萬牛移 천 사람이 조각하고 만 마리 소가 옮기네. 爲問移石向何處 물었다. “돌을 옮겨 어느 곳으로 가나?” 去作勢家神道碑 “가서 권세가의 신도비를 만들려고요.” 神道之碑誰所銘 “신도비는 누가 새기는가?” 筆力倔強文法奇 “필력이 굳세고 문법이 기이한 이가 새깁니다.” 皆言此公在世日 모두 말한다네. “이 공이 세상에 있을 때 天姿學業超等夷 천부적 자질과 학업이 무리 중에서 우뚝했죠. 事君忠且直 居家孝且慈 임금 섬김엔 충성스럽고 강직하며 집에 거함엔 효도하고 자애합니다. 門前絶賄賂 庫裏無財資 문 앞엔 뇌물을 끊어서 창고엔 재물이 없었습니다. 言能爲世法 行足爲人師 ..
그네타기 노래추천곡(鞦韆曲) 임제(林悌) 白苧衣裳茜裙帶 相携女伴競鞦韆 堤邊白馬誰家子 橫駐金鞭故不前 粉汗微生雙臉紅 數聲嬌笑落煙空 指柔易著䲶鴦索 腰細不堪楊柳風 誤落雲鬟金鳳釵 游郞拾取笑相誇 含羞暗問郞居住 綠柳珠簾第幾家 『林白湖集』卷之二 해석白苧衣裳茜裙帶 백저의상천군대 흰 모시 적삼에 진홍띠 두른 아가씨가相携女伴競鞦韆 상휴녀반경추천 동무 서로 이끌고 그네타기 시합하네.堤邊白馬誰家子 제변백마수가자 둑 근처 백마 탄 이는 누구 집 아들인고,橫駐金鞭故不前 횡주금편고불전 황금채찍 들고 선 채 일부러 나아가지 않네. 粉汗微生雙臉紅 분한미생쌍검홍 송골송골 땀【분한(粉汗): 여자들 얼굴에 분이 많아서 여인의 땀을 의미함】 조금 나니 처녀 두 뺨이 붉어져數聲嬌笑落煙空 수성교소낙연공 여러 번 예쁜 웃음소리 공중【연공(煙空): ..
석이의 노래 석이행(石耳行) 이병연(李秉淵) 萬丈之峯直上天 만 길이 봉우리 곧바로 하늘로 솟고 全壁削成松不枳 모든 벼랑 깎아져 소나무도 못 자라네. 嵐蒸霧歊石色靑 산안개 쪄 오르니 바위 색마저 시커매 人言峯半産石耳 사람들은 “봉우리의 허리춤에서 석이가 나요.”라고 말한다네. 楊州有氓趫而貪 양주고을 백성들 잽싸게 석이를 찾아다니니 白首輕身利於此 늙은이도 몸을 경시하여 이것에서 이익을 보려고 山背微縫去因緣 산등성이 실 같은 길을 따라 올라 旣臨其巔利在底 이미 봉우리에 올라보니 저 밑에 이물이 있네. 齋香祭神訴貧窮 재계하고 향을 사르며 신에게 제사하면서 가난함을 하소연 하고 四顧彷徨拚一死 사방을 둘러보고 배회하다 한 번 죽기로 작정하고선 絞麻百尺分兩端 삼을 백 척으로 꼬아 양 갈래로 나눠 纒在石角在腰裏 돌 뿌..
서울에서 한가위를 보내며 한양추석(漢陽秋夕) 신광수(申光洙) 自作漢陽客 一年家信稀 孤雲有秋色 獨向遠山歸 『石北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自作漢陽客 一年家信稀 자작한양객 일년가신희 스스로 서울의 나귀네 되어 일년인데 집의 서신(書信) 드문데 孤雲有秋色 獨向遠山歸 고운유추색 독향원산귀 외로운 구름엔 가을빛이 있어 홀로 먼 산 향해 돌아가는 구나. 『石北先生文集』 卷之三 인용 저자 / 지도 24년도 26번~27번
因李益之北歸 寄朴觀察民獻 鎖鑰惟公可 連膺北鎭雄 甘棠新樂府 細柳舊春風 絶域咨詢遠 三軍節制通 從來仗威惠 須此保民窮 賊騎窺秦障 妖星照漢宮 朝廷方旰食 老子復臨戎 住銊天山北 連營瀚海東 安邊賴儒術 衛霍莫誇雄 一路經灾疫 蕭條似亂離 猶聞增塞戍 復此値民飢 事與平時別 憂添舊鬢垂 飄飄漢使節 來往不知疲 草草河邊酒 悠悠別後期 聊因北歸客 始寄去年詩 塞外早霜落 關中芳草衰 相思月頻滿 秋鴈到來遲 『孤竹遺稿』
사람의 만사(輓詞) 만인(挽人) 서경덕(徐敬德) 物自何來亦何去 陰陽合散理機玄 물자하래역하거 음양합산리기현 有無悟了雲生滅 消息看來月望弦 유무오료운생멸 소식간래월망현 原始反終知鼓缶 釋形離魄等忘筌 원시반종지고부 석형리백등망전 堪嗟弱喪人多少 爲指還家是先天 감차약상인다소 위지환가시선천 萬物皆如寄 浮沈一氣中 만물개여기 부침일기중 雲生看有跡 氷解覓無蹤 운생간유적 빙해멱무종 晝夜明還暗 元貞始復終 주야명환암 원정시부종 苟明於此理 鼓缶送吾公 구명어차리 고부송오공 『花潭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物自何來亦何去 물은 스스로 어디로 와서 또 어디로 가나? 陰陽合散理機玄 음양은 합하거나 흩어지니 이치와 기미는 알쏭달쏭. 有無悟了雲生滅 구름이 생기거나 사라지는 걸 깨쳤는지 아닌지 消息看來月望弦 사라짐과 쉼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
매천 황현이 순국했단 소식을 듣고서 짓다 문황매천순신작(聞黃梅泉殉信作) 김택영(金澤榮) 麥秀歌終引酖巵 五更風雨泣山魑 誰知素定胸中義 已在嘐嘐十咏時 詞垣誰復是眞才 璧月無光斗柄摧 知否賞音人獨在 靑楓江畔望魂來 茅家處士鼠年哀 曾乞荊川染筆來 今日文成君不見 秋風吹死硯山苔 問路頻煩折簡中 扁舟早晩到吳淞 可憐從我淮南意 却向西山二子從 『韶濩堂詩集定本』 卷五 해석 麥秀歌終引酖巵 맥수가종인짐치 맥수의 노래【맥수가(麥秀歌): 기자(箕子)가 주(周)나라에 조회가는 길에 은(殷)나라의 옛터에 벼와 기장이 우거진 것을 보고 상심하여 지었다는 노래이다. 고국의 멸망을 통한하는 뜻으로 쓰인다. 『史記』 卷38 「宋微子世家」】 끝나고 술잔을 끌어 五更風雨泣山魑 오갱풍우읍산리 오경에 바람과 비 내려 산 도깨비를 울리네. 誰知素定胸中義 수지소..
의병장 안중근이 나라의 원수를 갚은 일을 듣고서 문의병장안보국수사(聞義兵將安報國讎事) 김택영(金澤榮) 平安壯士目雙張 快殺邦讎似殺羊 未死得聞消息好 狂歌亂舞菊花傍 海蔘港裏鶻摩空 哈爾濱頭霹火紅 多少六洲豪健客 一時匙箸落秋風 從古何甞國不亡 纖兒一例壞金湯 但令得此撑天手 却是亡時也有光 『韶濩堂詩集』 定本卷四 해석 平安壯士目雙張 평안장사목쌍장 평안 장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快殺邦讎似殺羊 쾌살방수사살양 나라의 원수를 양 죽이듯 쾌활하게 죽였네. 未死得聞消息好 미사득문소식호 죽지 않아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으니 狂歌亂舞菊花傍 광가난무국화방 국화 곁에서 미치게 노래하고 난잡하게 춤추리. 海蔘港裏鶻摩空 해삼항리골마공 블라디보스토크 항 속에 송골매 허공을 타다가 哈爾濱頭霹火紅 합이빈두벽화홍 하얼빈 어귀 우레 불꽃이 붉구나. 多..
늦봄에 시골에 살면서 촌거모춘(村居暮春) 황현(黃玹) 竹牖經旬始暢開 晴天姸日滿池臺 不知春暮已如許 飛絮紛紛去又來 桃紅李白已辭條 轉眼春光次第凋 好是西簷連夜雨 靑靑一本出芭蕉 一蝶西來一蝶東 偶然群蝶鬪成叢 世間戰伐何曾異 倚杖閒看閱始終 ⇒해석보기 荊扉斜掩碧溪風 水溢塘坡細路通 衝却幽鶯聲乍斷 叱牛人過柳陰中 隨意相尋野屧輕 門前厭聽讀書聲 十年湖海看花伴 强半人間老舌耕 麥翠輕凉立夏天 犂杷隨後婦兒前 一生不得蠶桑力 且向高田種木綿 『梅泉集』 卷四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학포에서 출발해 당산진에 이르르며 발학포 지당산진(發鶴浦 至糖山津) 황현(黃玹) 鐵線橫空吼暗雷 錦城西去快程開 船船魚藿靈山至 馬馬氈絨木浦來 鶴浦橋南野似油 古民忠愛見西疇 助耕尙寓公田意 百頃皇莊最有秋 海禁開時國已愚 空聞關稅較錙銖 漆箱磁盌知安用 擲盡東南萬斛珠 鯨魚鼓浪海風長 秋氣陰森接大荒 一直貫天烟似墨 火輪飛渡七山洋 黃塵撲面捲西風 欹笠輕遮落照紅 終日靑山三十里 行人猶在兩橋東 灣灣漁戶白沙汀 熨斗山馳勢暫停 兩岸秋光看自別 蘆花如雪稻孫靑 紫蟹蹣跚白艸乾 年深雙堠臥松間 我行不覺窮天末 刺眼靑蒼智島山 『梅泉集』 卷四 해석 鐵線橫空吼暗雷 철선횡공후암뢰 기찻길이 공중에 비껴 시끄럽기 어둔 우레인 듯. 錦城西去快程開 금성서거쾌정개 금성 서쪽으로 떠나 빠른 길이 열렸네. 船船魚藿靈山至 선선어곽령산지 배마다 물고기와 콩 싣고 영산에 이르..
목숨을 끊으며 짓다 절명시(絶命詩) 황현(黃玹) 亂離袞到白頭年 幾合捐生却末然 今日眞成無可奈 輝輝風燭照蒼天 妖氣晻蘙帝星移 九闕沈沈晝漏遲 詔勅從今無復有 琳琅一紙淚千絲 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曾無支厦半椽功 只是成仁不是忠 止竟僅能追尹穀 當時愧不躡陳東 『梅泉集』 卷五 해석 亂離袞到白頭年 란리곤도백두년 난리를 크게 겪은 노쇠한 나이에 幾合捐生却末然 기합연생각말연 몇 번이고 생명 버리려다 도리어 그러하질 못했네. 今日眞成無可奈 금일진성무가내 오늘 참으로 어찌할 수가 없으니, 輝輝風燭照蒼天 휘휘풍촉조창천 반짝반짝 바람에 촛대가 푸른 하늘에 비치는 구나. 妖氣晻蘙帝星移 요기엄예제성이 요사한 기운【요기(妖氣): 매국노들의 발호로 대한제국의 운명이 다하게 된 것을 가리킨다. 요기는 소인배 ..
홍류동에서 장난스레 쓰다 홍류동희제(紅流洞戲題) 이건창(李建昌) 紅流洞裏萬山靑 四壁周遭削玉屛 今古游人題姓字 多於八萬大藏經 大書深刻競纍纍 石泐苔塡誰復知 一字不題崔致遠 至今人誦七言詩 『明美堂集』 卷三 해석 紅流洞裏萬山靑 홍류동리만산청 홍류동 속 뭇 산 푸르고 四壁周遭削玉屛 사벽주조삭옥병 네 벽 둘레[周遭]가 옥 병처럼 깎였네. 今古游人題姓字 금고유인제성자 고금의 놀던 사람이 성과 자를 써서 多於八萬大藏經 다어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보다 많다지. 大書深刻競纍纍 대서심각경류류 다투어 거듭거듭[纍纍] 큰 글씨로 깊이 새겼지만 石泐苔塡誰復知 석륵태전수부지 돌이 깨지고 이끼가 메운다면 누가 다시 알랴? 一字不題崔致遠 일자부제최치원 한 글자도 쓰지 않았던 최치원은 至今人誦七言詩 지금인송칠언시 지금에 이르도록 사람들이 칠언..
즉흥적으로 일을 읊다 즉사(卽事) 이건창(李建昌) 一春多病掩茅茨 孤負山紅澗碧時 懶往人家猶戀客 疎看書卷未忘詩 新菘露滴侵籬葉 老杏風搖過屋枝 睡起開門成獨笑 小鬟襁負戱嬰兒 『明美堂集』 卷二 해석 一春多病掩茅茨 일춘다병엄모자 한 봄에 병 많아 초가집 닫고 孤負山紅澗碧時 고부산홍간벽시 외로이 붉은 산과 푸른 시냇물 저버렸네. 懶往人家猶戀客 라왕인가유련객 남의 집 가는 건 게으르지만 오히려 손님을 그리워하고 疎看書卷未忘詩 소간서권미망시 어설피 책을 보지만 시 짓기는 잊지 못하네. 新菘露滴侵籬葉 신숭로적침리엽 새 배추가 이슬 맞아 잎사귀는 울타리를 넘어오고 老杏風搖過屋枝 로행풍요과옥지 오랜 은행이 바람에 흔들려 가지는 집을 지나왔네. 睡起開門成獨笑 수기개문성독소 자다 일어나 문 열고 혼자 웃으니 小鬟襁負戱嬰兒 소환강부..
혜사 김이규에게 보이다 시김혜사(示金蕙史) 강위(姜瑋) 嶔崎歷落是吾徒 妙入禪機墨守儒 五十三參知識善 終須歸去叩文殊 界宋分唐是也非 尋常笑罵摠天機 欲從滄海橫流地 獨溯江西一派歸 蕙史堅持唐以下無詩之論, 故云. 『古歡堂收艸詩稿』 卷之五 해석 嶔崎歷落是吾徒 금기력락시오도 고집 세고 노쇠한 우리 무리들이 妙入禪機墨守儒 묘입선기묵수유 오묘히 선기【선기(禪機): 선종(禪宗)의 조사(祖師)들이 후학의 속물 근성을 뿌리채 뽑아 버리고 대번에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취하는 돌발적인 언행으로, 갑자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할(喝)이나 몽둥이를 들고 때리는 방(棒)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에 들거나 묵묵히 유학만을 고수하네. 五十三參知識善 오십삼참지식선 오십삼불【오십삼불: 본래 서역 사위국(舍衛國)에서 세..
늙은 회한으로 풀기 어려운 것이 있어 말을 그치질 못하며 노회유난석연자 불이우언(老懷有難釋然者 不已于言) 강위(姜瑋) 聞道苦難早 求師走八紘 문도고난조 구사주팔굉 天姿誠暗劣 見處未分明 천자성암렬 견처미분명 猶願遵詩禮 粗知畏法程 유원준시례 조지외법정 甘心居汚下 難受異端名 감심거오하 난수이단명 『古歡堂收艸詩稿』 卷之十三 해석 聞道苦難早 求師走八紘 도를 들으러 고난이 일찍부터였고 스승 구하려 팔방으로 달렸지만 天姿誠暗劣 見處未分明 천부적 자질이 진실로 어둡고 못나 견해는 분명치 않은 데 처했지. 猶願遵詩禮 粗知畏法程 오히려 『시경』과 『예기』 따르길 원했고 거칠게 법칙의 길 두렵다는 걸 알았지. 甘心居汚下 難受異端名 단 마음으로 비루하게 살겠지만 이단이란 명명은 수용키 어렵네. 『古歡堂收艸詩稿』 卷之十三 해설 ..
수춘(춘천의 고호)으로 가는 길에서 수춘도중(壽春道中) 강위(姜瑋) 襪底江光緣浸天 昭陽芳艸放筇眠 浮生不及長堤柳 過盡東風未脫綿 『古歡堂收艸詩稿』 卷之二 해석 襪底江光緣浸天 말저강광연침천 양말 밑의 강 빛이 하늘에 이어져 침범하니 昭陽芳艸放筇眠 소양방초방공면 소양강 향긋한 풀에 지팡이 내려놓고 잠자네. 浮生不及長堤柳 부생불급장제유 뜬 삶은 긴 둑의 버들개지에 미치지 못해 過盡東風未脫綿 과진동풍미탈면 봄바람이 죄다 지나도록 솜옷 벗질 못하네. 『古歡堂收艸詩稿』 卷之二 해설 이 시는 춘천 소양강의 버들 둑에서 길을 가던 도중 소회(所懷)를 읊은 것이다. 소양강 발밑 강 빛은 하늘에 잠겨 푸른데, 소양강 가에 피어 있는 방초에 지팡이를 던져두고 잠을 청한다. 부평초 같은 내 인생은 저 긴 둑에 자란 버들에도 미치..
가을 뜰에서 추정(秋庭) 김정희(金正喜) 老人看黍席 滿屋秋陽明 노인간서석 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 菊花深處鳴 계축초충거 국화심처명 해석 老人看黍席 滿屋秋陽明 노인이 기장 자리 보니 집 가득 가을 볕 밝구나. 鷄逐草蟲去 菊花深處鳴 닭은 풀벌레 쫓아 가다가 국화 깊은 곳에서 꼬기오 하네. 해설 이 시는 가을날 정원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있는 그대로 잘 묘사하고 있다. 노인이 기장으로 짠 멍석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온 집안 가득하게 가을볕이 밝게 비치고 있다. 닭은 풀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가서 국화가 피어 있는 밭 깊은 곳에서 울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56쪽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임지에 가는 탐라백을 전송하며 별탐라백지임(別乇羅伯之任) 김정희(金正喜) 城東一別小池頭 葱盖弧南博遠遊 星主千年間暇地 軍民摠管卽君侯 鐵罋西防又土門 分明籌策壯邊垣 鰅魚海上纔廻節 朱紱今移橘柚園 ⇒해석보기 極高卅七線途匀 河尾連躔度析津 木奴不過瀛洲植 緯帶淮南可比隣 聃牟於古亦耽浮 儒李城空枕海頭 要足九韓風土志 魯花遺蹟若爲求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파리 승(蠅) 김정희(金正喜) 天末蟲飛沸若雷 幾時大火聚邊回 憐渠浮世多情甚 抵死驅之抵死來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석 天末蟲飛沸若雷 천말충비비약뢰 하늘 끝에 벌레 날아 들끓기가 우레 같으니 幾時大火聚邊回 기시대화취변회 어느 때 대화【대화(大火)는 28수 가운데 하나인 심성(心星)의 별칭인데, 5월이 되면 해가 넘어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대화성이 남쪽 하늘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한다. 곧 5월이 되었다는 뜻이다. 『大戴禮記 夏小正』】가 모인 근처로 돌아갈까? 憐渠浮世多情甚 련거부세다정심 가련한 너는 뜬 세상과 많이 정이 깊어 抵死驅之抵死來 저사구지저사래 죽기를 작정하고 몰아내지만 죽기를 작정하고 오네.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설 이 시는 추사(秋史)가 유배 시절 파리를 보고 읊은 영물시(詠物詩)로, ..
소나기취우(驟雨) 김정희(金正喜) 樹樹薰風葉欲齊 正濃黑雨數峰西 小蛙一種靑於艾 跳上蕉梢效鵲啼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석樹樹薰風葉欲齊 수수훈풍엽욕제 나무마다 따뜻한 바람으로 잎사귀가 가지런하다가正濃黑雨數峰西 정농흑우수봉서 바로 몇 봉우리 서쪽에 검은 비 짙어지네. 小蛙一種靑於艾 소와일종청어애 작은 개구리 한 종류가 쑥보다 푸르러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달아나다 파초잎에 올라 까치 지저귐 흉내내네. 『阮堂先生全集』 卷十 해설한 무더기의 무더운 바람떼가 산비탈을 불어간다. 나뭇잎들이 일제히 여울목의 비늘 물결 부서지듯 허옇게 뒤집히면서, 요란한 여울물 소리를 낸다. 스물거리는 구름장들이 서로 마주쳐 어우러지면서, 날은 점점 어두컴컴하게 끄무러지더니, 이윽고 저편 하늘 한 끝에서 장쾌한 빗줄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납일 19일에 ‘兒子命準拜坡有’ 추사 내한이 매우 격렬히 칭상하니 나 또한 그 시에 화운하며 추사에게 보여줬다. 납십구 아자명준배파유시 추사내한심격상 여우화지 이시추사(臘十九 兒子命準拜坡有詩 秋史內翰甚激賞 余又和之 以示秋史) 신위(申緯) 幾人學杜得眞髓 貌襲區區釰鍥船 不必粧梳同結束 天然秀色逞㛹姸 『警修堂全藁』 冊八 해석 幾人學杜得眞髓 기인학두득진수 몇 사람이 두보를 배워 진수를 얻었는가? 貌襲區區釰鍥船 모습구구일계선 쪼잔하게 외형만 답습하여 배에 둔하게 새기네. 不必粧梳同結束 불필장소동결속 화장하고 빗질하여 동일하게 묶을 필욘 없고 天然秀色逞㛹姸 천연수색령변연 천연한 빼어난 빛이 더욱 곱고 어여쁘네. 『警修堂全藁』 冊八 해설 이 시는 신위의 시학(詩學)에 대한 단상(斷想)이 드러난 시이다. 정조(正祖)는 ..
여러 내용을 쓰다 잡서(雜書) 신위(申緯) 士本四民之一也 初非貴賤相懸者 眼無丁字有虗名 眞賈農工役於假 『警修堂全藁』 冊八 해석 士本四民之一也 사본사민지일야 선비란 본래 사농공상 중 제일이더라도 初非貴賤相懸者 초비귀천상현자 본래 귀천이 서로 현격했던 것은 아니라네. 眼無丁字有虗名 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가 있어서 眞賈農工役於假 진가농공역어가 진실로 농공상이 가짜에게 부림 당하네. 『警修堂全藁』 冊八 해설 이 시는 1820년, 자하(紫霞)의 나이 52세에 춘천부사(春川府使)에서 물러나 경기도 시흥의 자하산장(紫霞山莊)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을 노래한 것 가운데 한 수이다. 사(士)도 본래 사민(四民)인 사농공상(士農工商) 가운데 하나일 뿐 다른 존재가 아니다...
꽃을 찾아서 심화(尋花) 신위(申緯) 尋花緩步當輕車 黃四孃家花發初 覓句不須呼紙筆 溪邊恰好細沙書 乳燕鳴鳩村景閑 郭熙平遠畫春山 臥溪楊柳壓籬杏 粧點黃茅八九間 ⇒해석보기 前臺花發後臺同 佛國繁華三月中 滃以松靑蒸石翠 亂雲堆裏杜鵑紅 白雲破處又靑山 春在淪漣水一灣 浣女桃花醺臉際 醉人蝴蝶入懷間 耕罷夕陽生翠巒 迷花籉笠不知還 一村二十四黃犢 散點平原春草間 本洞農牛 恰爲二十四隻 『警修堂全藁』 冊十七 인용 목차 한시사 문학통사
과거 합격자 방이 붙는 날에 일곱 걸음에 시를 지으며 사마창방일 구호칠보시(司馬唱榜日 口呼七步詩) 조수삼(趙秀三) 腹裡詩書幾百擔 今年方得一襴衫 傍人莫問年多少 六十年前二十三 堯舜君民妄夯擔 相逢人笑老生談 成均進士今春榜 一國皆驚趙秀三 『秋齋集』 卷之六 해석 腹裡詩書幾百擔 복리시서기백담 배 속의 시와 글이 몇 백 짐인데 今年方得一襴衫 금년방득일란삼 올해 막 하나의 난삼【난삼(襴衫): 사인(士人)들이 입던 옷으로 북주(北周) 때부터 입기 시작하여 명청(明淸)대까지 유행하였다. 『송사(宋史)』 권153 「여복지(輿服志)」에 “난삼은 백세포(白細布)로 만들며 단령(團領)에다 소매가 길며, 아랫부분에 가로로 난(襴)을 잇대어 치마를 만들고 허리 부분에 주름을 넣은 적삼으로 진사(進士)와 국자생(國子生) 및 주현생(州縣..
북행백절(北行百絶) 조수삼(趙秀三) 余自束髮 喜遊四方 訖今白首而未能息 是非獨有其癖也 抑豈有所謂命數者存焉哉 歲壬午 作關北之行 行以暮春 歸以初冬 費日殆二百 道里計滿萬 則念余平生之遊之遠之久 無此若也 又况窮絶海山 跋履深險 蛟龍虎豹 魑魅鬼恠之所 皮服侏音 奸究盜賊之事 無不躬造脚踏 耳聞目擊 而亦有時食其樹而寢其草 此尤少壯人所不能也 以余衰老者而幸善返也 其在道日 以所聞見者 裁爲小詩百篇 欲命之曰北行百絶 盖用錢起江行故事 而道中無紙筆 故記之在心 旣歸有家室之事 未遑於筆硯 初春又客于新安 卒卒益無暇 及至季秋 公舘少事 始欲出稿 則茫然已若隔世事矣 遂於燕坐之時 閉目凝念 如仙家出神 而往日之經行見聞 歷歷復在吾耳目 如是者累夜彌日 凡其可喜可哀可驚可愕可笑可罵可以痛哭流涕長太息者 森然動吾心 而吾詩百篇列于紙 雖謂之身再行而詩再作 未爲不可也 此又年少聰敏之..
‘서호부전도’에 쓴 제화시 제서호부전도(題西湖浮田圖) 정약용(丁若鏞) 下田多水常苦雨 高田高燥旱更苦 西湖浮田兩無憂 歲歲金穰積高庾 縛木爲筏竹爲艌 上載叟叟尺許土 不用犂耙撥春泥 但將耬斗播早稌 水高則昂低則低 苗根常與水面齊 暴尫無聞桔槹響 祭禜不煩黿鼉隄 芙蕖菱芡錯雜起 朱華綠穗行相迷 耘婦朝乘畫船入 秧歌晚蹋紅橋躋 豈唯民殷嫌地窄 遂將人智違天厄 龍尾玉衡總多事 鉗盧白渠皆陳跡 殘氓寸土如黃金 況乃膏腴異鹹斥 銍艾未許輸豪門 租稅仍當漏王籍 我向野農披丹靑 冷齒不肯虛心聽 赭山何處著斤斧 白澱無地覓泓渟 有田則耕無則已 智力由來安絜瓶 萬人束手仰冥佑 鞭龍疈牲祈山靈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五卷○詩集 해석 下田多水常苦雨 하전다수상고우 낮은 밭엔 많은 물로 항상 비 괴롭고 高田高燥旱更苦 고전고조한갱고 높은 밭엔 높고 건조해 가뭄이 더욱 괴롭네. 西..
저물녘 광양에서 차운하며 모차광양(暮次光陽) 정약용(丁若鏞) 小聚依山坂 荒城逼海潮 소취의산판 황성핍해조 漲霾官樹暗 含雨島雲驕 창매관수암 함우도운교 烏鵲爭虛市 蠯螺疊小橋 오작쟁허시 비라첩소교 邇來漁稅重 生理日蕭條 이래어세중 생리일소조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一卷○詩集 해석 小聚依山坂 荒城逼海潮 작은 취락이 산 언덕에 의지했고 황량한 성은 바다 조수에 핍박 당하네. 漲霾官樹暗 含雨島雲驕 흙비 내린 관청의 나무는 어둡고 비 머금은 섬의 구름은 제멋대로 나네. 烏鵲爭虛市 蠯螺疊小橋 까마귀와 까치가 빈 저자에서 다투고 조개와 소라가 작은 다리에 겹겹이 있네. 邇來漁稅重 生理日蕭條 근래 물고기세 무거워 생계는 날로 서글퍼지네.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一卷○詩集 해설 이 시는 1780년 전라도 광양에 이르러 ..
강진의 농사 노래 탐진농가(耽津農歌) 정약용(丁若鏞) 臈日風薰雪正晴 籬邊札札曳犂聲 主翁擲杖嗔傭懶 今歲纔翻第二畊 稻田洩水須種麥 刈麥卽時還揷秧 不肯一日休地力 四時嬗變色靑黃 洌水之間丈二鍬 健夫齊力苦酸腰 南童隻手持短鍤 容易治畦引灌遙 穮蔉從來不用鋤 手搴稂莠亦須除 那將赤脚蜞鍼血 添繪銀臺遞奏書 秧雇家家婦女狂 不曾刈麥助盤床 輕違李約趨張召 自是錢秧勝飯秧 豪家不惜萬緡錢 疊石防潮趁月弦 舊拾蜯蠃今穫稻 由來瀉鹵是腴田 懶習眞從沃壤然 上農猶復日高眠 楡陰醉罵移時歇 徐取一牛耕旱田 陂澤漫漫不養魚 兒童愼莫種芙蕖 豈惟蓮子輸官裏 兼怕官人暇日漁 ⇒해석보기 竹管鐵箸夾成丫 一穗須經一手爬 北方打稻皆全稯 豪快眞堪向汝誇 處處沙田吉貝宜 玉川春織最稱奇 那將碌碡輕輕展 落子調勻似置棋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문학통사
黃犢新生母愛殊 橫跳豎躍入山廚 不知似許便娟質 何故他年作笨夫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七卷○詩集 해석 黃犢新生母愛殊 황독신생모애수 노란 송아지 새로 태어나니 어미의 사랑 남다르지만 橫跳豎躍入山廚 횡도수약입산주 가로 뛰고 세로로 뛰며 산 속 부엌으로 들어가네. 不知似許便娟質 부지사허변연질 모르겠네. 이와 같은[似許] 고운 자질이 何故他年作笨夫 하고타년작분부 어떤 까닭으로 다른 해에 거친 소가 되는지?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七卷○詩集 해설 이 시는 여름날 전원의 잡다한 흥취를 가지고 송나라 범성대(范成大)와 양만리(楊萬里)의 체를 본받아 지은 것으로, 시골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의 한 단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누런 송아지가 어미 배 속에서 막 태어나니, 어미 소는 핥아주며 남다른 사랑..
봄날 비 올 때 작은 누대에 모여 춘일우중소집(春日雨中小集) 이서구(李書九) 幽人集小閣 疏雨復侵尋 유인집소각 소우부침심 花欲娟娟靜 山尤漫漫陰 화욕연연정 산우만만음 草光明去蝶 林翠膩棲禽 초광명거접 림취니서금 向晩微風善 冷然有好音 향만미풍선 랭연유호음 해석 幽人集小閣 疏雨復侵尋 은둔한 이가 작은 누대에 모이니 이슬비가 다시 오려 하네[侵尋]. 花欲娟娟靜 山尤漫漫陰 꽃은 어여쁘고 고요하려 하고 산은 더욱 가득해져 어두워지네. 草光明去蝶 林翠膩棲禽 풀빛이 떠나는 나비를 밝히고 숲의 푸른 빛이 서식하는 새를 윤기나게 하네. 向晩微風善 冷然有好音 저물어가자 미풍이 좋아 서늘하게 좋은 소리가 나네. 해설 이 시는 봄날 비가 오는 중에 작은 누각에 모여서 주변의 정경을 노래한 것으로, 무심(無心)하게 경(景)을 읊고 ..
산길 가다가 산행(山行) 이서구(李書九) 數棘荒寒堆亂石 斜陽欲盡廢田頭 野棠結子珊瑚顆 何處飛來黃褐侯 『惕齋集』 卷之一 해석 數棘荒寒堆亂石 수극황한퇴난석 가시덤불 황량하고 춥고 어지럽게 바위 쌓여 斜陽欲盡廢田頭 서양욕진폐전두 석양빛이 버려진 밭 어귀에서 지려 하네. 野棠結子珊瑚顆 야당결자산호과 팥배나무의 열매가 산호처럼 맺혀 何處飛來黃褐侯 하처비래황갈후 어디 곳에서 푸른 학[黃褐侯]이 날아서 왔는가? 『惕齋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산길을 가다가 보고 느낀 것을 노래한 것으로 작자 자신의 감정 개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시각적으로 보인 그대로를 읊고 있다. 산길을 가는데 가시덤불이 황량하게 자라 있고 어지럽게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해가 지려는데, 햇살이 버려져 묵은 밭머리에 내려 앉았다. 팥배나무 열매가 산..
종이연 지연(紙鳶) 박제가(朴齊家) 埜小風微不得意 日光搖曳故相牽 削平天下槐花樹 鳥沒雲飛乃浩然 『貞蕤閣初集』 해석 埜小風微不得意 야소풍미불득의 들은 좁고 바람 적어 뜻을 얻지 못하고 日光搖曳故相牽 일광요예고상견 햇빛이 흔들리다가 짐짓 서로 끌어대네. 削平天下槐花樹 삭평천하괴화수 천하의 홰나무【괴(槐): 조정에 이 나무를 세 그루 심어 三公의 좌석 표시로 삼았다】를 잘라 평평히 하면 鳥沒雲飛乃浩然 조몰운비내호연 새는 잠기고 구름은 날아 드넓어질 텐데. 『貞蕤閣初集』 해설 이 시는 종이연을 노래한 것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적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연을 날리기에는 들이 좁고 바람도 미약하여 뜻을 얻지 못하는데(淸國의 광활함에 비해 좁은 조선의 협소함과 고루함을 비유함),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
백운대의 정상에 올라 등백운대절정(登白雲㙜絶頂) 박제가(朴齊家) 三峰初日射微頳 千仞都將一劈成 鳥獸俱含鍾聲響 雲霞常現石金精 人方履頂吾看趾 仰似懸疣俯眩睛 高處茫茫惟遠勢 縈靑繚白指端橫 地水俱纖競是涯 圓蒼所覆界如絲 浮生不翅微於粟 坐念山枯石爛時 有石超畿甸 遐哉眺幅圓 荒思民奠日 皴是水疏痕 遠樹形因淡 深崖底欲昬 飢僧時獨望 烟處飯應存 『貞蕤閣初集』 해석 三峰初日射微頳 삼봉초일사미정 삼각산 봉우리에 막 해가 비쳐 조금 붉어졌고 千仞都將一劈成 천인도장일벽성 천 길이가 모두 한 번에 쪼개진 듯하네. 鳥獸俱含鍾聲響 조수구함종성향 새와 짐승이 모두 종소리 울림을 머금고 雲霞常現石金精 운하상현석금정 구름과 노을이 항상 돌과 쇠의 정기를 드러내네. 人方履頂吾看趾 인방리정오간지 남들은 곧 정상을 밟으니 내는 발꿈치가 보이고 仰似懸疣..
월뢰잡절(月瀨襍絶) 박제가(朴齊家) 毋將一紅字 泛稱滿眼華무장일홍자 범칭만안화 華鬚有多少 細心一看過화수유다소 세심일간과 坡坨色深淺 綠草風以暈파타색심천 녹초풍이훈 獨有含櫻鳥 時來刷紅吻독유함앵조 시래쇄홍문 了了魚相聚 寥寥人屛息료료어상취 료료인병식 啞然忽發笑 顴影寫咫尺아연홀발소 관영사지척 快活昆侖奴 靑泥蹋赤踵 쾌활곤륜노 청니답적종 要鎌明賽月 午飯高於塚요겸명새월 오반고어총 해석毋將一紅字 泛稱滿眼華하나의 홍(紅)자를 가지고 두루 눈 가득한 꽃을 말하지 말라.華鬚有多少 細心一看過꽃술엔 많고 적음이 있으니 세심하게 한 번에 보며 지나야 하리. 坡坨色深淺 綠草風以暈 언덕의 빛깔 짙고 옅으며 푸른 풀은 바람에 어지럽다네.獨有含櫻鳥 時來刷紅吻홀로 앵두 머금은 새가 있어 이따금 붉은 부리 씻으러 온다네. 了了魚相聚 寥寥人屛息..
송경잡절(松京雜絶) 門千戶萬揔成灰 剩水殘山春又來 吹笛橋邊踏靑去 禮成江上打魚回 輦路依俙暗紫苔 行人盡解上荒臺 臺前倘不徘徊去 只爲松京噉炙來 淸溪曲曲石嵯嵯 知道宮中舊浣紗 素手一雙人去後 幾番嗚咽換新波 蒼蒼終古幾人看 一片嵯峨蜀莫山 遼宋金元明使者 於今次第眼光寒 獺戶鷹房蔓艸中 宋商蒙使趁烟空 可憐齊國長公主 環佩聲沈竹坂宮 晩樵靑石洞中歸 凄咽寒山艸葉吹 猶似當年宵獵罷 一聲胡笛鳳加伊 茜裠紅袖太憨憨 裝束行纏半學男 誤與商人持作婦 樓中夜夜夢江南 愛儂雙綬尺來垂 洽過田中白鷺鷥 寒食歸寧籉笠小 蕪城踈雨不禁吹 郞當征鐸滿通衢 店舍晨鷄喔喔呼 午正門東燈影亂 小兒叫賣澹婆姑『泠齋集』 卷之一 이 시도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유한한 人事와 무한한 自然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 시의 詩眼은 春이다. 『청장관전서』에는 유득공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이 있다..
고려 개성부(高麗 開城府)① 유득공(柳得恭) 荒凉二十八王陵 風雨秊秊暗漆燈 進鳳山中紅躑躅 春來猶自發層層 해석 荒凉二十八王陵 망량이십팔왕릉 황량한 28개의 왕릉에 風雨秊秊暗漆燈 풍우년년암칠등 해마다 바람 불고 비 와 옻칠 등 어둡네. 進鳳山中紅躑躅 진봉산중홍척촉 진봉산 속 붉은 철쭉만이 春來猶自發層層 춘래유자발층층 봄이 오면 여전히 스스로 겹겹이 피는 구나. 해설 이 시는 원래 「송경잡절(松京雜絶)」이었으나, 나중에 「이십일도회고시」에 편입되었다. 유득공의 시에서 영사시(詠史詩)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황량도 한 스물여덟 고려 왕릉 앞에는 해마다 비바람 속에 옻칠한 등만 깜깜하다(황량한 터만 남은 고려 왕조에 대한 표현. 暗자가 詩眼이다). 개성(開城) 동남쪽에 있는 진봉산 속의 붉은 철쭉꽃은 봄이 오..
고려 개성부(高麗 開城府) 유득공(柳得恭) 指點前朝宰相家 廢園風雨土牆斜 牧丹孔雀凋零盡 黃蜨雙雙飛菜花 해석 指點前朝宰相家 지점전조재상가 고려 재상의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廢園風雨土牆斜 폐원풍우토장사 해진 뜰에 바람과 비로 흙과 담장 기울어졌네. 牧丹孔雀凋零盡 목란공작조령진 목란과 공작이 시들고 영락해 다했고 黃蜨雙雙飛菜花 황접쌍쌍비채화 노란 나비만이 쌍쌍이 유채꽃에 나네. 해설 이 시는 우리나라의 강역(疆域)에 존멸(存滅)했던 21국의 도읍지를 회고시(懷古詩)로 노래한 것이다. 위의 시는 고려에 대해 노래한 것 가운데 한 수로, 모란(牧丹)과 공각을 통하여 사치와 자기 본분을 잃은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망국(亡國)에 대한 감회(感懷)를 읊은 것이다. 유득공(柳得恭)은 이 시 외에도 『발해고(渤海考)』,..
이십일도회고시(二十一都懷古詩) 檀君朝鮮 平壤府 大同江水浸烟蕪 王儉春城似畵圖 萬里塗山來執玉 佳兒尙憶解扶婁 箕子朝鮮 平壤府 兔山山色碧森沈 翁仲巾裾艸露侵 猶似龍秊奔卉冦 松風閒作管絃音 麂眼籬斜井字阡 一村桑柘望芊芊 誰知遼海蒼茫外 耕種殷人七十田 衛滿朝鮮 平壤府 魋結人來漢祖年 同時差擬趙龍川 箕王可恨無分別 塡補梟雄博士員 樂浪城外水悠悠 誰識萩苴漢代侯 不及當秊津吏婦 箜篌一曲艶千秋 韓 益山郡 當年抂信漢亡人 麥秀殷墟又一春 可笑蒼黃浮海日 船頭猶載善花嬪 濊 江陵府 大關嶺外大東洋 蘂國山川蔭榑桑 野老不知興廢事 田間閒拾古銅章 貊 春川府 昭陽江水接滄津 通道碑殘沒棘榛 東史未窮班掾志 堯時君命漢時臣 高句麗 平壤府 弧矢橫行十九年 麒麟寶馬去朝天 千秋覇氣凉于水 墓裏消沈白玉鞭 昔日夫餘挾彈兒 東明王子號琉璃 數聲黃鳥啼深樹 猶似禾姬罵雉姬 鷄立山前漲戰塵 ..
세모음(歲暮吟) 歲暮山中客 孤褱托桂枝 峯靑雨黑際 漁白樵紅時 痛飮田間酒 微吟馬上詩 獨行荒野外 端的我爲誰 東峰碧未已 閒日燕居情 烟屋淡詩意 雨樓沈讀聲 暗泉吹壤出 微磴冒苔橫 前路徘徊罷 難逢一友生 向夕山根黝 東峯未斂暉 樓開一客坐 牆缺數樵㱕 全樹霜鴉澹 單枝雪雀肥 含情端惻愴 回首更依依 寒山一白屋 云是隱君居 爵祿都輕日 衣冠甚偉初 冷燃殷色葉 飢讀楚聲書 孰寄長相思 池中雙鯉魚 望望烟光暮 山寒一笛拈 倦雞斜睨架 昏雀仰飛簷 屋裏黃堆卷 林間白帶鎌 却於樵子裏 詩意上眉纖 『泠齋集』 卷之二 이 시는 세모에 자신의 고독한 심정을 노래한 시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산속에서 나그네는 고결한 인격체의 상징인 계수나무에 자신의 외로운 회포를 의탁하고 있다. 산봉우리가 푸르게 변하는 봄, 더위 끝에 쏟아지는 여름비, 눈이 하얗게 내린 강에서 ..
평양 주인 오사빈(吳士賓)의 벽 위에 쓰다 제중성주인벽상(題中城主人壁上) 유득공(柳得恭) 家住蕪城下 時畊殷代田 가주무성하 시경은대전 柴門共客望 桑柘晩芊芊 시문공객망 상자만천천 『泠齋集』 卷之一 해석 家住蕪城下 時畊殷代田 집은 거친 성 아래 있어 이따금 은나라 시대의 밭을 가네. 柴門共客望 桑柘晩芊芊 사립문을 손님과 함께 바라보면 뽕나무가 저물녘에 울창해지네. 『泠齋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평양 주인 오사빈(吳士賓)의 집 벽 위에 쓴 것이다. 평양은 옛날 기자(箕子)가 와서 도읍했던 곳으로 백성에게 정전제(井田制)와 뽕나무를 심게 했던 곳이다. 오사빈의 집은 거칠어진 기자의 도읍인 옛 성터 아래 있어 때때로 이상(理想)시대인 은대(殷代)의 밭을 갈다가 사립문에서 함께 바라보면 해질녘에 뽕나무 밭이 무성하..
관어(觀魚) 池中何所種 魚子多於蓮 瘁矣鞠躳鱔 強哉縮項鯿 泛時和影狹 翻處混身偏 未便投香餌 磯頭一黯然 潭上看魚處 時時不敢跫 忽來兒一一 何去婢雙雙 偶觸如相恠 方嬉却自𢥠 濠梁差可樂 張翰謾秋江 君家碧玉沼 荷芰更亭亭 游匝西南北 身兼乙丙丁 所須沾鮒涸 何意擊鯤溟 側聽加餐飯 微軀敢惜腥 靜觀多活潑 方沼更欄邊 策策堂堂者 洋洋圉圉然 泛情知縹緲 沈態陡嬋娟 易地還何似 雲天有戾鳶 見君鱗鬣小 何日挾風雷 若女嬌無力 如人美且偲 蛟龍擬率去 魴鱮寄書來 潑剌枯荷畔 低頭更溯洄『泠齋集』 卷之二 이 시는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구경하면서 지은 시이다. 못 위에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에 물고기들이 놀랄까 발소리도 못 내고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다. 어떤 새끼들은 홀연 한 마리씩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새끼들은 한 쌍씩 무리지어 오더니 어디론가..
산을 거닐며 산행(山行) 박지원(朴趾源) 叱牛聲出白雲邊 危嶂鱗塍翠揷天 牛女何須烏鵲渡 銀河西畔月如船 『燕巖集』 卷之四 해석 叱牛聲出白雲邊 질우성출백운변 ‘이랴~’ 소리가 흰 구름 곁에서 나오고 危嶂鱗塍翠揷天 위장린승취삽천 위태로운 산봉우리 비늘 같은 밭두둑이 푸른빛으로 하늘에 꽂혔네. 牛女何須烏鵲渡 우녀하수오작도 견우와 직녀는 어째서 오작교를 필요로 하는가? 銀河西畔月如船 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쪽 언덕에 뜬 달이 배 같은 것을. 『燕巖集』 卷之四 해설 이 시는 산길을 가면서 지은 시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푸른 산길을 가는데, 고기처럼 비늘 같은 계단식 다랑이 논이 즐비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흰 구름 속에서 ‘이랴저랴’ 하는 소몰이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그 소를 모는 것은 牽牛요 직녀는 은하수 건너편에서..
말 타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다 마상구호(馬上口號) 박지원(朴趾源) 翠翎銀頂武夫如 千里遼陽逐使車 一入中州三變號 鯫生從古學蟲魚 『燕巖集』 卷之四 해석 翠翎銀頂武夫如 취령은정무부여 푸른 깃의 은정자(銀頂子) 쓰니 무사 같아 千里遼陽逐使車 천리요양축사거 천리의 요양에서 사신 수레를 쫓아갔지 一入中州三變號 일입중주삼변호 한 번 중국에 입국해선 세 번 호칭 변하니 鯫生從古學蟲魚 추생종고학충어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예로부터 쓸데없는 것을 배우는 법【추생(鯫生)은 식견이 얕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충어(蟲魚)를 배운다는 것은 유교 경전을 연구하면서 벌레나 물고기의 명칭과 같은 자질구레한 지식들을 추구하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이 시에서는 연암 자신이 사행 길에 밴댕이, 새우, 가오리 등으로 불린 것을 스스로 풍자..
길 가는 중에 여러 모습을 그리며 도중잡시(途中雜詩) 이덕무(李德懋) 行行摩詰詩裏 處處倪迂畵中 烟白禽如渡海 溪淸魚若乘空 箇箇珊瑚瑟瑟 刺叢紅顆靑宲 正翹側刷懸啼 鐵脚二三六七 落景無非畵苑 雲頭抹過臙脂 明黃老樹魚魫 細綠遙山佛髭 粉羽塘中右軍 紫花塍上諸葛 明滅寒烟夕陽 歸鵶端坐烏㹀 寸馬豆人歷歷 楓天棗地茫茫 亂樹勾勒竹勢 澹雲兜羅錦光 鴈字何天乙乙 禽言特地庚庚 偏長落日枷影 頓急淸秋織聲 『靑莊舘全書』 卷之十一 해석 行行摩詰詩裏 행행마힐시리 마힐【마힐(摩詰): 당 나라 왕유(王維)의 자(字).】의 시 속을 가고 또 가도 處處倪迂畵中 처처예우화중 곳곳이 예오【예오(倪迂): 난찬예오(嬾瓚倪迂)의 준 말로 원 나라 예찬(倪瓚)의 별칭인데, 그는 시화(詩畵)에 능하였다.】의 그림 속이네. 烟白禽如渡海 연백금여도해 안개 속 흰 새 바..
절구(絶句) 이덕무(李德懋) 紅葉埋行踪 山家隨意訪 홍엽매행종 산가수의방 書聲和織聲 落日互低仰 서성화직성 락일호저앙 石磴樵人細 遙村一火紅 석등초인세 요촌일화홍 川原堪入畵 都在遠觀中 천원감입화 도재원관중 『靑莊舘全書』 卷之十一 해석 紅葉埋行踪 山家隨意訪 붉은 잎이 다니던 자취 묻어 산집은 뜻 따라 방문하네. 書聲和織聲 落日互低仰 글 읽는 소리가 베틀 소리와 어우러지고 지는 해가 낮춰보거나 우러름에 호응하네. 石磴樵人細 遙村一火紅 돌계단에 나무꾼이 작게 보이고 아득한 마을에 한 연기 붉네. 川原堪入畵 都在遠觀中 시내와 언덕은 그림에 들어가 모두 멀리 보는 속에 있네. 『靑莊舘全書』 卷之十一 해설 이 시는 산속에 거처하는 생활의 한적함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초탈한 관점(유가적 현실관을 바탕으로 한 탈속(脫俗..
송어가 넘쳐나고 맛도 좋지만 먼저 먹을 수 없는 이유송어(松魚) 홍양호(洪良浩) 松魚無乃松江來 巨口細鱗兼四鰓 大者如箕小盈尺 一網剩得盤上堆 其味孔嘉莫先嘗 于以獻之公堂 『耳溪集』 卷二 해석松魚無乃松江來 송어무내송강래 송어는 곧 쑹화강에 오는 게 아닌가?巨口細鱗兼四鰓 거구세린겸사새 큰 입에 가는 비늘에 겸하여 네 개의 아가미라네. 大者如箕小盈尺 대자여기소영척 큰 놈은 키의 크기이고 작은 놈은 한 자 정도인데一網剩得盤上堆 일망잉득반상퇴 한 번 그물질하면 그릇 위를 채우고도 남는다네. 其味孔嘉莫先嘗 기미공가막선상 그 맛은 매우 좋다해도 먼저 먹진 마시라于以獻之公堂우이헌지공당가서 관아에 내야 하니. 『耳溪集』 卷二 해설이 시도 「북새잡요(北塞雜徭)」의 한 편으로, 북관민들의 생활방언을 활용하여 향토정서를 좀 더 선..
이우상의 만사이우상만(李虞裳挽) 이용휴(李用休) 賀年廿七死 志業僅成半하년입칠사 지업근성반再爲李姓人 又續廿七算 재위이성인 우속입칠산 五色非常鳥 偶集屋之脊오색비상조 우집옥지척衆人爭來看 驚飛忽無迹 중인쟁래간 경비홀무적 無故得千金 其家必有灾무고득천금 기가필유재矧此希世寶 焉能久假哉신차희세보 언능구가재 眇然一匹夫 死覺人數减묘연일필부 사각인수감苟非關世道 人多如雨點 구비관세도 인다여우점 島蠻亦具眼 得詩輒珍藏도만역구안 득시첩진장家家箱篋裏 各有一虞裳 가가상협리 각유일우상 雖食朝鮮粟 不作朝鮮語수식조선속 부작조선어平生愛重義 已盡松穆序 평생애중의 이진송목서 昔君詩贄我 光氣透紙背석군시지아 광기투지배未及開卷讀 已知異寶在미급개권독 이지리보재 其人膽如瓠 其人眼如月기인담여호 기인안여월其人腕有靈 其人筆有舌기인완유령 기인필유설 靈悟英慧者 ..
1. 즐거운 식후 산보 김창흡(金昌翕) 尋常飯後出荊扉 輒有相隨粉蝶飛 穿過麻田迤麥壟 草花芒刺易罥衣 해석 尋常飯後出荊扉 심상반후출형비 늘 그러하듯 밥 먹고 사립문 나서니 輒有相隨粉蝶飛 첩유상수분접비 그때마다 호랑나비 나를 따라 나선다. 穿過麻田迤麥壟 천과마전이맥롱 삼밭 뚫고 지나니 굽이진 보리밭 언덕 草花芒刺易罥衣 초화망자이견의 풀과 꽃의 가시가 쉬이 옷을 얽어매네. 『三淵集』 卷之十四 해설 이 시는 김창흡이 설악산과 금강산을 유람하고 64세 때 다시 함경도로 여행을 나섰는데, 그때 길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것이 「갈역잡영」으로, 위의 시는 그 중의 일부분이다. 늘 하는 일로 밥을 먹고 사립문을 나서면, 나비가 날아와 자신을 따라서 난다. 삼밭을 뚫고서 지나가고 꼬불꼬불 이어진 보리밭 둑을 걸어서 가다..
산촌에 사는 백성들 산민(山民) 김창협(金昌協) 下馬問人居 婦女出門看 하마문인거 부녀출문간 坐客茅屋下 爲客具飯餐 좌객모옥하 위객구반찬 丈夫亦何在 扶犁朝上山 장부역하재 부리조상산 山田苦難耕 日晩猶未還 산전고난경 일만유미환 四顧絶無隣 雞犬依層巒 사고절무린 계견의층만 中林多猛虎 采藿不盈盤 중림다맹호 채곽불영반 哀此獨何好 崎嶇山谷間 애차독하호 기구산곡간 樂哉彼平土 欲往畏縣官 락재피평토 욕왕외현관 『農巖集』 卷之一 해석 下馬問人居 婦女出門看 말에서 내려 “누구 없느냐?”라고 물으니 부인이 문에서 나와 보네. 坐客茅屋下 爲客具飯餐 초가집 아래에 손님을 앉게 하고 손님 위해 밥과 반찬 갖춰주네. 丈夫亦何在 扶犁朝上山 “남편은 또 어디에 있소?” “쟁기 메고 아침에 산에 올라 山田苦難耕 日晩猶未還 산 밭은 괴로워 밭갈..
춘일재거 만용도사목흔향영천연시류 분운위시(春日齋居 漫用陶辭木欣向榮泉涓始流 分韻爲詩) 仲春天氣佳 惠風扇淸穆 陽和浹冥凌 氷雪罷百谷 川流渙渙來 搖蕩動人目 潛魚戲暖藻 柔荑發佳木 周覽感時物 運化一何速 終朝坐茅屋 四體無所勤 藜藿不盈槃 對之常欣欣 問我亦何樂 游思在典墳 古道不可追 引領望華勛 慷慨撫我琴 浩歌誰當聞 山居何牢落 四望頗淸曠 喬松夾廣川 白雲冒增嶂 眺瞻旣多娛 春物復訢暢 野鹿行命羣 時禽語相向 誰爲同心者 懷哉不可忘 少小無遠志 頗懷軒冕榮 朅來時不偶 巖處偃柴荊 夜聽熊羆嗥 晝看麋鹿行 鳥獸非我羣 誰與託幽情 幸有兄弟樂 可以卒平生 磊磊釣臺石 濺濺釣瀨泉 上有古楓樹 託根幾何年 株幹半摧折 尙爲人所憐 攀援石上坐 俯仰念昔賢 異代感同調 臨流一喟然 春山有佳色 霞氣上蔚芊 振衣時獨往 荒谷無術阡 巖泉恣流憩 濯手弄涓涓 磊砢千丈松 披拂好風前 泠然所..
염곡칠가(鹽谷七歌) 有客有客字道長 自謂平生志慨忼 讀書萬卷何所用 遲暮雄圖落草莽 誰敎騏驥伏鹽車 太行山高不可上 嗚呼一歌兮歌欲發 白日浮雲忽陰結 有妻有妻自結髮 百事傷心但琴瑟 食荼如薺無慍色 微子吾能得今日 愧無寸報慰餘生 獨有前期指同穴 嗚呼二歌兮歌正悲 此意可憐天或知 有女有女在九原 想爾抱恨爲寃魂 上有父母下兒女 哀哉不忍聽遺言 經霜老木猶未死 縱復花開可庇根 嗚呼三歌兮歌轉惻 麥飯何由作寒食 有孫有孫寄松溪 不言臨老各東西 但願流離不廢學 袖中紫陽書獨携 子規夜啼棠梨葉 東風野水草萋萋 嗚呼四歌兮歌斷腸 怳惚汝母來我傍 我家北山前溪流 柴門獨柳立水頭 綠陰滿地風散襟 高枕終年不下樓 無端一去騎土牛 此洞之人豈我求 嗚呼五歌兮歌悵佇 君胡不歸山鳥語 數年邦厄荐饑疫 我獨何能免漂泊 窮居不死誠自幸 眼看積殍橫九陌 春陰連日不見陽 破窻夜眠聆雨滴 嗚呼六歌兮歌激昂 漆室之憂况..
개성 만월대에서 읊다 만월대가(滿月臺歌) 홍세태(洪世泰) 滿月臺前落木秋 西風殘照使人愁 山河氣盡姜邯贊 日月名懸鄭夢周 『柳下集』 卷之四 해석 滿月臺前落木秋 만월대전락목추 만월대 앞 낙엽지는 가을이라 西風殘照使人愁 서풍잔조사인수 가을바람에 낙조가 사람을 근심케 하네. 山河氣盡姜邯贊 산하기진강감찬 산과 강의 기운엔 강감찬의 기운 사라졌지만 日月名懸鄭夢周 일월명현정몽주 해와 달의 명성엔 정몽주만 걸렸네. 『柳下集』 卷之四 해설 이 시는 1705년 황해도 옹진군(甕津郡)의 둔전장(屯田長)으로 부임해 가는 길에 개성(開城)의 만월대에 올라 읊은 것이다. 낙엽이 지는 가을에 만월대에 올라보니, 가을바람에 지는 낙조가 사람을 근심하게 한다. 근심은 무엇인가?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던 강감찬 장군의 기상이 사라졌고, 고려와..
여린 대나무 눈죽(嫩竹) 홍세태(洪世泰) 嫩竹纔數尺 已含凌雲意 눈죽재수척 이함릉운의 騰身欲化龍 不肯臥平地 등신욕화룡 불긍와평지 『柳下集』 卷之二 해석 嫩竹纔數尺 已含凌雲意 여린 대나무 겨우 몇 자인데 이미 구름을 넘어설 뜻 지녔구나. 騰身欲化龍 不肯臥平地 몸을 올려 용이 되고 싶어 평지에 눕는 것 기꺼워하지 않네. 『柳下集』 卷之二 해설 이 시는 45세 지은 것으로, 어린 대나무를 통해 자신이 발신(發身)하고자 하는 희망을 표출하고 있다. 어린 대나무가 쑥쑥 자라 저 높은 구름을 넘어설 뜻을 벌써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용처럼 높이 승천하고 싶어 나지막하게 평지에 누운 것처럼 있고 싶지 않다. 홍세태 자신도 저 어린 대나무처럼 누군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면 자신의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높이 오를 것이라는..
질펀한 흥으로 만흥(漫興) 홍세태(洪世泰) 家住西峰蒼翠間 日長高枕掩柴關 鳥飛有侶還依樹 雲出無心不返山 閑向小園觀蓓蕾 獨來幽澗聽潺湲 野情懶作交遊態 隣里經年未識顔 高閣深深夏氣淸 雲流雨去日微明 閉門寂寞靑山近 隱几蕭條芳草生 夢裏不知爲化蝶 酒醒何處有啼鶯 林風夕起吹雙袂 矯首晴天緩步行 『柳下集』 卷之十一 해석 家住西峰蒼翠間 가주서봉창취간 서쪽 봉우리 푸른 빛 사이에 집 있어 日長高枕掩柴關 일장고침엄시관 해가 한창이면 높이 베고 사립문 닫아거네. 鳥飛有侶還依樹 조비유려환의수 새는 날 적에 짝이 있어 도리어 나무에 깃들고 雲出無心不返山 운출무심불반산 구름은 나올 적에 무심해 산으로 돌아가지 않네. 閑向小園觀蓓蕾 한향소원관배뢰 한가롭게 작은 뜰에 가서 꽃봉오리 보고 獨來幽澗聽潺湲 독래유간청잔원 홀로 그윽한 시냇물에 와서 졸..
남계잡흥(南溪雜興) 春半金城草未生 蕭條驛路少人行 陰雲接地天常曀 積雪渾山夜亦明 複峽難通千里夢 四時長作九秋情 唯憐一曲南溪水 萬古淸如楚水淸 孤臣淚灑峽江流 暇日難銷去國憂 臥病窮山逢二月 憶隨仙仗賀千秋 風搖玉佩花間落 雲結金爐殿外浮 朝罷委蛇歸院路 掖垣西畔鳳池頭 數村山驛掩荊扉 默算平生萬事非 受玦明時爲逐客 霑衣昨夜夢慈闈 庭邊細草迎春色 籬外寒流漾夕暉 無限亂峯天際合 不知何處望雲飛 南溪殘日下高舂 溪上群山紫翠重 目送行人臨古道 步隨芳草信孤筇 靈脩夢隔盈盈水 慈母衣傳密密縫 亦識仙區聯咫尺 未能輕躡遠遊蹤 小臣無狀忝簪纓 環顧尋常面發騂 編驛已多蒙聖澤 買牛聊欲作流氓 春來滿地文無草 窓外三更杜宇聲 魂夢不知明主意 強隨殘月度西淸 風煖雨香春暮天 前溪澹澹欲生煙 弄晴沙鳥各自媚 入眼花枝殊可憐 母病妻憂歸不得 山長水遠信難傳 扶藜獨立三分路 欲待尋思已惘然『西浦先..
속리산 화양동 위 거처에서 읊조리며 화양동암상정사음(華陽洞巖上精舍吟) 송시열(宋時烈) 溪邊石崖闢 作室於其間 계변석애벽 작실어기간 靜坐尋經訓 分寸欲躋攀 정좌심경훈 분촌욕제반 『宋子大全』 卷二 해석 溪邊石崖闢 作室於其間 시냇가 바위 트인 곳 그 사이에 거처 만들어 靜坐尋經訓 分寸欲躋攀 고요히 앉아 경서의 가르침 찾고 한 푼 한 마디라도 오르고 싶어라. 『宋子大全』 卷二 해설 이 시는 기유년(1669, 현종 10년, 선생 63세) 12월에 화양동 바위 위의 정사에서 지은 것이다. 송시열은 1666년 청주 침류정(枕流亭)에 우거(寓居)하다가 속리산 화양동(華陽洞)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5곡인 운영담 위쪽에 화양계당(華陽溪堂)을 지었으며, 김사담(金砂潭) 위쪽에 작은 서재를 세워 지내면서 위의 시를 쓴 것이다. ..
풍악산에서 유람하며 윤미촌의 시에 차운하며 유풍악 차윤미촌운(遊楓嶽 次尹美村韻) 송시열(宋時烈) 陳編聞有古人心 半世牢關字字尋 却恐埋頭無了日 遂將閒脚逐孤禽 楓山灝氣千年積 蓬海滄波萬丈深 此地只宜南嶽句 每登高處費長吟 『宋子大全』 卷四 해석 陳編聞有古人心 진편문유고인심 오래된 책에 옛 사람의 마음이 있다 들어 半世牢關字字尋 반세뢰관자자심 반 평생 문 닫아걸고 글자마다 찾았네. 却恐埋頭無了日 각공매두무료일 도리어 몰두해봤자 끝날 날 없을까【주자의 “서책에 파묻혀 끝날 날 없네.[書冊埋頭無了日]”라는 시구를 인용한 것이다.】 걱정이라 遂將閒脚逐孤禽 수장한각축고금 마침내 한가로운 발로 외로운 새를 쫓아 나왔네. 楓山灝氣千年積 풍산호기천년적 풍악산의 너른 기운은 천년 동안 쌓인 것이고 蓬海滄波萬丈深 봉해창파만장심 봉래..
을묘(1675)년 1월 24일에 탄핵되어 철령에 오르며 등철령음 을묘정월이십사일(登鐵嶺吟 乙卯正月二十四日) 송시열(宋時烈) 行登鐵嶺顚 我心還如鐵 행등철령전 아심환여철 縱乏器之誠 却耐西山血 종핍기지성 각내서산혈 回首望西方 陰雲壅不決 회수망서방 음운옹불결 願言西方人 丹霞佩明月 원언서방인 단하패명월 『宋子大全』 卷一 患難相從, 聖人亦不能忘, 況此死生在前之時, 艱關跋涉, 千里外相從者哉. 諸君各步鄙韻書在紙上, 而家弟小孫之作, 亦在其間. 他日撫覽, 亦必有感於斯時矣, 然勿以示人, 恐作陳少陽也. 乙卯春日, 纍人書. 해석 行登鐵嶺顚 我心還如鐵 가다 철령【남인들이 우암을 효종과 인선왕후(仁宣王后)의 국상(國喪) 때 잘못된 예법을 주장했다는 죄목으로 탄핵하자, 1675년 1월 숙종이 우암을 함경도 덕원(德源)으로 유배하였다..
말 타고서 읊조리며 마상음(馬上吟) 김득신(金得臣) 周遊湖外憶秦關 每欲西歸得暫閑 馬上睡餘開眼見 暮雲殘雪是何山 『柏谷先祖詩集』 冊二 해석 周遊湖外憶秦關 주유호외억진관 호수 바깥 주유했지만 서울을 생각해서 每欲西歸得暫閑 매욕서귀득잠한 매번 쉴 틈 얻으면 서쪽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네. 馬上睡餘開眼見 마상수여개안견 말 위에서 자다 깨어 눈 뜨고 보니 暮雲殘雪是何山 모운잔설시하산 저녁 구름 끼고 잔설 남았으니 여기 어디야? 『柏谷先祖詩集』 冊二 해설 이 시는 말 위에서 노래한 것으로, 정경의 묘사가 逼眞하다. 다산(茶山)은 「김백곡독서변(金柏谷讀書辨)」에서, “김백곡(金柏谷)은 그의 「독수기(讀書記)」에 자기가 읽었던 여러 책의 읽은 번수(番數)를 기록하였는데, 『사기(史記)』 「백이전(伯夷傳)」의 경우는 무려 1..
용호에서 용호(龍湖) & 용산에서 용산(龍山) 김득신(金得臣)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고목한운리 추산백우변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모강풍낭기 어자급회선 『柏谷先祖詩集』 冊一 해석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서 있고 가을산에 하얀 비 내리더니,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저물녘 강에서 풍랑 일어나자 어부가 황급히 배를 돌리네. 『柏谷先祖詩集』 冊一 해설 이 시는 용산에 있는 정자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을 그림처럼 잘 묘사한 시이다. 서늘한 구름이 떠 있는 하늘 아래 오래된 고목이 서 있다. 가을이라 단풍으로 물든 산에는 희뿌연 소나기가 지나가고 있다. 비가 내리는 중이라 저물어 가는 강물에도 풍랑이 이니, 사공은 급히 배를 돌려 집으로 돌아간다. 소식(蘇軾)이 왕유(王維)의 시(詩)를 보고 칭찬했다..
단군사당에서 임금의 만수무강을 빌며단군사(檀君祠) 정두경(鄭斗卿) 有聖生東海 于時竝放勳 유성생동해 우시병방훈 扶桑賓白日 檀木上靑雲 부상빈백일 단목상청운 天地侯初建 山河氣不分천지후초건 산하기불분戊辰千歲壽 吾欲獻吾君 무진천세수 오욕헌오군 『東溟先生集』 卷之三 해석有聖生東海 于時竝放勳 어떤 성인이 동해에서 나셔서 당시는 요임금 때【방훈(放勳): 『서경(書經)』 「요전(堯傳)」에 “옛 제요(帝堯)를 상고해 보니 방훈(放勳)이시니 공경하고 밝으며 문장(文章)이 나타나고 생각이 깊어 억지로 힘쓰지 않고 편안히 하셨네[曰若稽古帝堯 曰放勳 欽明文思安安].” 하였다. 방훈은 요의 이름이라 하기도 하고 ‘큰 공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에 동등했다네.扶桑賓白日 檀木上靑雲 부상에서 흰 해와 어울리고 박달나무에서 푸른 구름에..
봉은사에서 자다가 숙봉은사(宿奉恩寺) 정두경(鄭斗卿) 世廟崇西竺 招提號奉恩 세묘숭서축 초제호봉은 域中王亦大 天下佛爲尊 역중왕역대 천하불위존 絶壁干雲起 滄江注海奔 절벽간운기 창강주해분 禪房隨意宿 還喜脫籠樊 선방수의숙 환희탈롱번 『東溟先生集』 卷之三 해석 世廟崇西竺 招提號奉恩 세조께서 불교를 숭상해 사찰을 봉은사라 불렀네. 域中王亦大 天下佛爲尊 성 안에선 임금 또한 위대하지만 천하에선 불교가 존숭되지. 絶壁干雲起 滄江注海奔 절벽에선 뭇 구름 일어나고 푸른 한강엔 물댄 구름 바쁘지. 禪房隨意宿 還喜脫籠樊 선방에서 뜻대로 자노라니 도리어 새장[籠樊] 벗어난 듯 기뻐라. 『東溟先生集』 卷之三 해설 이 시는 강남 봉은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지은 시로, 부처를 높이고 봉은사가 속루(俗陋)에서 벗어나 그곳에서 머무름을..
능한산성에 올라 술을 마시며 등능한음주(登凌漢飮酒) 정두경(鄭斗卿) 使君風流天下無 春日邀我登山隅 五馬追風龍有種 長歌入雲鳳將雛 却胡何用漢公主 携妓遠勝秦羅敷 酒䦨更奏出塞曲 城頭月出驚棲烏 山勢崚嶒地勢孤 眼前空闊九州無 樓看赤日東臨海 城到靑天北備胡 共賀使君兼大將 何勞一卒敵千夫 鯨觬寂寞風濤穩 朱雀門開醉酒徒 使君雄略動乾坤 大將權兼節制尊 沙塞風塵春欲暗 邊城鼓角暮多喧 參差城勢隨山勢 突兀轅門對海門 安得從軍投筆去 長纓一丈繫烏孫 『東溟先生集』 卷之七 해석 使君風流天下無 사군풍류천하무 사또의 풍류는 천하에 다신 없을 지경이라 春日邀我登山隅 춘일요아등산우 봄날 나를 맞아 산 모퉁이에 올랐네. 五馬追風龍有種 오마추풍룡유종 오마는 바람 따르고 용종엔 씨 있으며【곽산 수령이 타고 있는 말이 아주 훌륭하다는 뜻이며, 또한 곽산 수령의 ..
우연히 읊다 우음(偶吟) 윤선도(尹善道) 金鎖洞中花正開 水晶巖下水如雷 幽人誰謂身無事 竹杖芒鞋日往來 『孤山遺稿』 卷之一 해석 金鎖洞中花正開 금쇄동중화정개 금쇄동【금쇄동(金鎖洞): 해남에 있으며 고산은 54세에 금쇄석궤(金鎖錫櫃)를 얻은 꿈을 꾸고 나서 얻었다고 전해지며 1640에 그 기록을 남겼다】 속에 꽃은 바로 피고 水晶巖下水如雷 수정암하수여뢰 수정암 아래 물은 우레 같네. 幽人誰謂身無事 유인수위신무사 은둔한 사람을 누가 일이 없는 신세라 말하는가? 竹杖芒鞋日往來 죽장망혜일왕래 대나무 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날마다 왕래하는 것을. 『孤山遺稿』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우연히 읊조린 것으로, 59세 때 지은 것이다. 금쇄동에 은거할 때 그 가운데 꽃이 바야흐로 피고, 수정암 아래물은 우레같이 세차게 흘러간다..
겸보 숙장【숙장(叔丈): 숙장인(叔丈人)의 준말로, 처의 숙부를 말한다.】인 영회의 시에 차운하다 차운겸보숙장영회(次韻謙甫叔丈詠懷) 윤선도(尹善道) 文字曾非史 威儀自是村 문자증비사 위의자시촌 如何於世路 乃欲着吾跟 여하어세로 내욕착오근 唐帝憂洪水 周公入夢魂 당제우홍수 주공입몽혼 不關紆紫綬 京庾享曾孫 불관우자수 경유향증손 人間軒冕斷無希 惟願江湖得早歸 인간헌면단무희 유원강호득조귀 已向孤山營小屋 何年實着芰荷衣 이향고산영소옥 하년실착기하의 『孤山遺稿』 卷之一 해석 文字曾非史 威儀自是村 글이 일찍이 사실이 아니니 위의【위의(威儀): 한관위의(漢官威儀)의 준말로, 지금은 없어진 옛날의 제도와 문물을 말한다. 신망(新莽) 말년에 유수(劉秀) 즉 광무제(光武帝)가 회양왕(淮陽王) 유현(劉玄)에 의해 사예교위(司隷校尉)에..
새로 온 제비를 읊다영신연(永新燕) 이식(李植) 萬事悠悠一笑揮 草堂春雨掩松扉生憎簾外新歸燕 似向閑人說是非 『澤堂先生集』 卷之一 해석萬事悠悠一笑揮만사유유일소휘만사 유유히 한 웃음으로 떨쳐내고草堂春雨掩松扉초당춘우엄송비초당의 봄비에 소나무 사립문 닫았네.生憎簾外新歸燕생증렴외신귀연발 밖으로 새 제비가 오는 걸 싫어하는 건似向閑人說是非사향한인설시비한가로운 사람에게 시비를 말하려는 듯해서지. 『澤堂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여강(驪江)에 살다가 칠서(七庶)의 옥사(獄事)에 휘말릴까 염려하여 서울로 들어갔다가 부친상을 당하고 부친의 삼년상을 마친 33세에 새로 돌아온 제비를 노래한 것이다. 잡다한 세상만사는 그저 한바탕 웃음거리일 뿐이라, 초당의 사립문을 닫으니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주렴 밖에 새로 돌아온 제비를 ..
충주 동루에 쓰다 제충주동루(題忠州東樓) 이식(李植) 岧嶤飛閣郡城隈 俯視中州氣壯哉 山鎭東南尊月岳 水趨西北抱琴臺 乾坤縱目靑春動 今古傷心白髮催 已覺元龍豪氣盡 明朝投劾可歸來 『澤堂先生集』 卷之四 해석 岧嶤飛閣郡城隈 초요비각군성외 우뚝 솟아 나는 듯한 누각이 군과 성의 모퉁이이라 俯視中州氣壯哉 부시중주기장재 충주【중원(中原): 충주(忠州)의 옛 이름.】 굽어보는 기상이 장엄하구나! 山鎭東南尊月岳 산진동남존월악 산이 동남쪽으로 진치고 있는데 월악산을 받치고 水趨西北抱琴臺 수추서북포금대 물이 서북으로 달려드는데 탄금대 안았네. 乾坤縱目靑春動 건곤종목청춘동 천지가 눈을 따라 푸른 봄이 일렁이고 今古傷心白髮催 금고상심백발최 고금의 애달픈 마음이 흰 머리 나게 하네. 已覺元龍豪氣盡 이각원룡호기진 원룡【원룡(元龍): 호걸..
도적 도(盜) 이식(李植) 姦宄無常產 飢荒又一時 간귀무상산 기황우일시 近村聞警急 相識有創夷 근촌문경급 상식유창이 自幸囊中淨 應無棟上窺 자행낭중정 응무동상규 穿墉何足磔 城社有狐貍 천용하족책 성사유호리 『澤堂先生集』 卷之四 해석 姦宄無常產 飢荒又一時 간사한 도둑은 일상적인 소득이 없어 주리고 황폐함도 또 한 시기라네. 近村聞警急 相識有創夷 근처 마을에서 경계의 위급함을 들어보니 서로 알던 이들이 상처가 낫다하네. 自幸囊中淨 應無棟上窺 스스로 다행이구나! 주머니 속 깨끗해서 응당 대들보 위에서 엿보는 이 없으니. 穿墉何足磔 城社有狐貍 담을 뚫는 이 어찌 형벌할 게 있을까? 도성과 사당에 여우와 이리 있는 걸. 『澤堂先生集』 卷之四 해설 이 시는 1628년 충주목사에서 파직되어 택풍당(澤風堂)으로 물러난 여름에..
집에 붙인 편지기가서(寄家書) 이안눌(李安訥) 欲作家書說苦辛 恐敎愁殺白頭親陰山積雪深千丈 却報今冬暖似春⇒ 해석보기 塞遠山長道路難 蕃人入洛歲應闌春天寄信題秋日 要遣家親作近看 『東岳先生集』 卷之一⇒ 해석보기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기가서(寄家書)② 이안눌(李安訥) 塞遠山長道路難 蕃人入洛歲應闌春天寄信題秋日 要遣家親作近看 『東岳先生集』 卷之一 해석塞遠山長道路難새원산장도로난변방의 산은 길고 길은 험난해서蕃人入洛歲應闌번인입락세응란변방사람이 한양에 들어가려면 한해가 응당 다 가야만 한다네.春天寄信題秋日춘천기신제추일봄날에 소식 쓰면서 ‘가을날’이라 쓰는 것은要遣家親作近看 요견가친작근간 부모님께서 ‘근래에 붙인 것’이라 생각하셨으면 해서지. 『東岳先生集』 卷之一 해설먼 변방이라 산은 많고 도로는 험하니, 변방 사람이 편지를 가지고 서울에 닿을 때면 연말이 다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봄날 보낸 편지에 가을 날짜 적어 보낸 것은 부모님께서 근래 보낸 편지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이안눌의 ..
기가서(寄家書)① 이안눌(李安訥) 欲作家書說苦辛 恐敎愁殺白頭親陰山積雪深千丈 却報今冬暖似春 해석欲作家書說苦辛욕작가서설고신집에 편지를 써서 괴로움 말하려 해도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살백두친흰 머리의 부모님이 매우 근심하실까 걱정되네.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그늘진 산에 눈 쌓인 깊이가 엄청나지만,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도리어 ‘올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기만 합니다’라고 쓴다. 해설이 시는 함경도 북평사라는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집에 편지를 보내면서 지은 시이다. 집에 보낼 편지를 씀에 현재의 괴로움을 말하고 싶다. 북방에서의 벼슬살이가 추위를 비롯하여 쉽지 않다. 그래서 몸이 많이 야위었다. 지난해 집에서 보낸 편지와 겨울옷을 해를 넘겨서 받았는데, 집 식구는 남편이 변방에서 고생하느라 야윈 줄도 모르고 옷..
개싸움을 당쟁에 빗대어 쓰다투구행(鬪狗行) 권필(權韠) 誰投與狗骨 群狗鬪方狠 小者必死大者傷 有盜窺窬欲乘釁 主人抱膝中夜泣 天雨墻壞百憂集 『石洲集』 卷之二 해석誰投與狗骨 수투여구골 누가 개에게 뼈를 던져群狗鬪方狠 군구투방한 뭇 개들의 싸움이 시방 사납게 했는가?小者必死大者傷 소자필사대자상 작은 개는 반드시 죽고 큰 개는 다치니有盜窺窬欲乘釁 유도규유욕승흔 어떤 도둑이 엿보고 넘으며 틈 타려 하네.主人抱膝中夜泣 주인포슬중야읍 개 주인은 무릎을 안고 한밤 중 울어대니天雨墻壞百憂集 천우장괴백우집 비에 담장이 무너져 뭇 걱정거리 모이는 구나. 『石洲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1599년에서 1600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우의적(寓意的) 방법을 사용하여 당쟁(黨爭)을 일삼는 당시 정치에 대해 신랄(辛辣)하게 풍자하고 있..
부안 기녀 계랑 이매창을 애도하며 애계랑(哀桂娘) 허균(許筠) 桂生扶安娼也, 工詩解文, 又善謳彈, 性孤介不喜淫. 余愛其才, 交莫逆, 雖淡笑狎處, 不及於亂, 故久而不衰. 今聞其死, 爲之一涕, 作二律哀之. 妙句堪摛錦 淸歌解駐雲 묘구감리금 청가해주운 偸桃來下界 竊藥去人群 투도래하계 절약거인군 燈暗芙蓉帳 香殘翡翠裙 등암부용장 향잔비취군 明年小桃發 誰過薛濤墳 명년소도발 수과설도분 凄絶班姬扇 悲涼卓女琴 처절반희선 비량탁녀금 飄花空積恨 衰蕙只傷心 표화공적한 쇠혜지상심 蓬島雲無迹 滄溟月已沈 봉도운무적 창명월이침 他年蘇小宅 殘柳不成陰 타년소소택 잔류불성음 『惺所覆瓿稿』 卷之二○詩部二 해석 桂生扶安娼也, 工詩解文, 又善謳彈, 性孤介不喜淫. 계생은 부안의 기생으로 시에 기교 있고 문장을 해석하며 또한 잘 노래하고 거문고를 ..
봄이 애달파 상춘(傷春) 이매창(李梅窓)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불시상춘병 지인억옥낭 塵豈多苦累 孤鶴未歸情 진기다고루 고학미귀정 誤被浮虛說 還爲衆口暄 오피부허설 환위중구훤 空將愁與恨 抱病掩柴門 공장수여한 포병엄시문 해석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봄을 애달파해서 병든 게 아니라 다만 옥 같은 낭군 기억나서지요. 塵豈多苦累 孤鶴未歸情 세속엔 얼마나 많은 괴로운 얽매임 있나요? 외로운 학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정이지요. 誤被浮虛說 還爲衆口暄 잘못 빈 말이 떠다녀 도로 뭇 입을 시끄럽게 했죠. 空將愁與恨 抱病掩柴門 공연히 근심과 한으로 보냈고 병 안은 채 사립문 닫아요. 해설 이 시는 봄이 와서 일어나는 근심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을 지니며 살던 매창은 37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이에 예전에 만났던..
아녀자의 원망 규중원(閨中怨) 이매창(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 滿庭蟾影更悽悽 相思欲夢還無寐 起倚梅窓聽五鷄 竹阮春深曙色遲 小庭人寂落花飛 瑤箏彈罷江南曲 萬斛愁懷一片詩 해석 瓊苑梨花杜宇啼 경원리화두우제 옥 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소쩍새 우는데 滿庭蟾影更悽悽 만정섬영갱처처 뜰에 가득한 달빛[蟾影]이 더욱 서글프고 서글프게 하네. 相思欲夢還無寐 상사욕몽환무매 그리운 마음에 꿈꾸려 해도 다시 잠 오지 않아 起倚梅窓聽五鷄 기의매창청오계 매화창에 일어나 기대 오경의 닭소리 듣네. 竹阮春深曙色遲 죽원춘심서색지 대나무 정원에 봄 깊고 날 새긴 더뎌 小庭人寂落花飛 소정인적낙화비 작은 뜰에 사람 드물고 낙화 날리네. 瑤箏彈罷江南曲 요쟁탄파강남곡 옥 쟁으로 『강남곡』【강남곡(江南曲): 악부(樂府) 상화가사(相和歌辭)의 곡 이름으..
내가 싫다 자한(自恨) 이매창(李梅窓) 春冷補寒衣 紗窓日照時 춘냉보한의 사창일조시 低頭信手處 珠淚滴針線 저두신수처 주루적침선 해석 春冷補寒衣 紗窓日照時 봄이 차서 겨울옷 꿰매니 비단창엔 햇빛 비출 때였네. 低頭信手處 珠淚滴針線 머리 숙이고 손따라 맡겼지만 구슬 같은 눈물이 바늘과 실 적시네. 해설 이 시는 자신을 원망하는 시로, 아마도 유희경(劉希慶)이 떠난 뒤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매창은 1590년 무렵 부안을 찾아온 시인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과 만나 사귀었다. 매창도 유희경을 처음 만났을 때 시인으로 이름이 높던 그를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다. 『촌은집(村隱集)』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그가 젊었을 때 부안에 놀러갔었는데, 계생이라는 이름난 기생이 있었다. 계생은 그가 서울에서 이름난..
취한 손님에게 주며증취객(贈醉客) 이매창(李梅窓)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취객집라삼 라삼수수렬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불석일라삼 단공은정절 해석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으니 비단 적삼이 손따라 찢어지네.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하나의 비단 적삼은 애석할 게 없는데 다만 은정이 끊어질까 걱정되지. 해설이 시는 취한 손님에게 준 것으로, 매창의 성품과 인생관이 드러난 시이다. 취한 손님이 명주로 된 저고리를 잡으니, 몸을 돌려 피하려다 명주저고리가 손님의 손에 찢어졌다. 비싼 명주저고리지만 아까울 것이 없다. 다만 손님께서 보내 주신 은혜의 정이 이 일 때문에 깨질 것이 두렵다. 신분이 기생이었던 매창에게 술에 취한 손님들이 덤벼들며 집적 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매창은 아무에게나 몸을 맡기..
낮잠에서 일어나 느낀 게 있어서수기유술(睡起有述) 신흠(申欽) 溪上茅茨小 長林四面回 계상모자소 장림사면회 夢醒黃鳥近 吟罷白雲來 몽성황조근 음파백운래 引瀑澆階筍 拖筇印石苔 인폭요계순 타공인석태 柴扉無剝啄 時復爲僧開 시비무박탁 시부위승개 身逸如聞道 家貧自寡營 신일여문도 가빈자과영 靑山本有色 衆鳥各新聲 청산본유색 중조각신성 跡混同麋鹿 詩成近性情 적혼동미록 시성근성정 幽居煙景別 春草向江平유거연경별 춘초향강평 『象村稿』 卷之十一 해석溪上茅茨小 長林四面回 시냇가 초가집 작고 긴 숲이 사면을 휘도네. 夢醒黃鳥近 吟罷白雲來 꿈꾸다 깨니 누런 새 가까이에서 지저귀길 끝내고 흰 구름으로 가네. 引瀑澆階筍 拖筇印石苔 폭포를 끌어서 계단의 죽순에 대고 지팡이 짚고 바위 이끼를 찍네. 柴扉無剝啄 時復爲僧開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갑인(1614)년 봄에 월사 이정구의 시에 차운하며 갑인춘 차월사(甲寅春 次月沙) 신흠(申欽) 楚客愁捐佩 孤村寄峽中 초객수연패 고촌기협중 病來雙鬢短 身外萬緣空 병래쌍빈단 신외만연공 花鳥春長在 雲山路不窮 화조춘장재 운산로불궁 餘生何所事 擬作鹿皮翁 여생하소사 의작록피옹 世故經千變 猶餘萬死身 세고경천변 유여만사신 江湖空滿地 梅柳更愁人 강호공만지 매류갱수인 旅夢魂長往 離懷歲又新 려몽혼장왕 리회세우신 多情沙老信 辛苦到漳濱 다정사로신 신고도장빈 『象村稿』 卷之十 해석 楚客愁捐佩 孤村寄峽中 초나라 나그네 근심스레 패옥 던지고 외론 마을에 골짜기 속에 기숙한다네【초객은 소인들의 참소를 받아 조정에서 쫓겨난 초 나라의 굴원(屈原)을 말하는데, 굴원의 초사(楚辭)에 “내 결옥을 강물속에 던져버리고 내 패옥을 예수가에 놓아..
지봉 이수광이 홍주에 부임하기에 전송하며 송지봉부홍주(送芝峯赴洪州) 신흠(申欽) 世間萬事竟奚有 海內百年惟我曹 九鼎何曾異瓦釜 泰山本自同秋毫 新陽藹藹韶華嫩 遠客悠悠行色勞 握手出門相別去 茫茫漢水春波高 『象村稿』 卷之十四 해석 世間萬事竟奚有 세간만사경해유 세상 만사 마침 무엇 있나? 海內百年惟我曹 해내백년유아조 국내에 백년 동안 오직 나와 우리뿐. 九鼎何曾異瓦釜 구정하증리와부 구정이라고 어찌 일찍이 가마솥과 다르겠는가? 泰山本自同秋毫 태산본자동추호 태산도 본래 스스로 가을 터럭과 같은 것이네. 新陽藹藹韶華嫩 신양애애소화눈 새 볕은 따뜻하고 봄빛【소화(韶華): 아름다운 계절의 경치, 보통 춘광(春光)을 가리키는 시어(詩語)이다.】은 예쁘고 遠客悠悠行色勞 원객유유행색로 멀리 떠난 나그네는 그윽해 행색이 애달프네. ..
용만의 객사에서 읊조리며 용만객영(龍灣客詠) 신흠(申欽) 九日遼河盧葉齊 歸朝又滯浿關西 寒沙淅淅邊聲合 短日荒荒雁翅低 故國親朋書欲絶 異鄕魂夢路還迷 愁來更上譙樓望 大漠浮雲易慘悽 『象村稿』 卷之十三 해석 九日遼河盧葉齊 구일요하로엽제 9월 9일에 요하의 갈대잎 가지런하고 歸朝又滯浿關西 귀조우체패관서 조정에 돌아갈 길 또한 패관 서쪽에 막혔네. 寒沙淅淅邊聲合 한사석석변성합 찬 모래는 서걱서걱거려 변방의 소리에 더하고 短日荒荒雁翅低 단일황황안시저 짧은 해는 어둑어둑하여 기러기의 날개 낮게 드리웠네. 故國親朋書欲絶 고국친붕서욕절 고국의 친구와 편지 끊기려 하고 異鄕魂夢路還迷 리향혼몽로환미 타국의 넋은 꿈에라도 길에서 다시 헤매네. 愁來更上譙樓望 수래갱상초루망 근심이 와서 다시 초루【초루(譙樓): 성문 위에 세운 망루...
남전일난옥생연 칠자위운 류증무산장옥랑(藍田日暖玉生煙 七字爲韻 留贈巫山張玉娘) 羅裙照水色挼藍 卯酒入面紅初酣 瑤箏閑品夢江南 評愁語燕春喃喃 胸前空帶翠宜男 無限離情三月三 誰將白玉種藍田 君子比德稱貞堅 朝暉下燭生紫煙 寶氣成虹絢九天 爲君作環繫胸前 遮莫抵鵲荊山巓 蝦鬚簾箔烘朝日 風送飛花沾寶瑟 紅潮暈頰眼生纈 半脫盤龍金屈膝 春光九十轉頭失 漫思江郞勞彩筆 香濃綉被元央暖 寶釵落枕玄雲亂 絳燭搖紅風捲幔 瓊樓西畔低銀漢 鳥啼月落夜將半 十二巫山春夢短 雛鸞怨咽參差玉 寒勒桃顋生暗粟 粧褪殘眉山斷續 銀屛向曉啼紅燭 起來同凭闌干曲 貪看春水元央浴 花落大堤春水生 佳人曉出襄陽城 紅裙鬪草踏花行 艶歌吹和雙鸞笙 驕嘶白馬擐紅纓 柳外郞君還有情 瑤階露華濕晴煙 牧丹頭重當風眠 霞裙葉葉裁紅牋 美人睡起齊香肩 彩鸞消息寄遙天 蟠桃結子三千年 이 시는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
무제(無題) 허균(許筠) 一樹垂楊接粉墻 夜深攀過入西廂 移燈侍女紅欄外 小語低聲喚玉郞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一樹垂楊接粉墻 일수수양접분장 한 그루의 수양버들이 흰 담장에 닿아 夜深攀過入西廂 야심반과입서상 야밤에 넘어 서쪽 집으로 들어가네. 移燈侍女紅欄外 이등시녀홍란외 등불 옮기던 시녀가 붉은 난간 밖에서 小語低聲喚玉郞 소어저성환옥랑 작게 말하며 속삭이듯 옥같은 낭군을 부르네.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설 이 시는 남녀 간의 밀애(密愛)를 노래한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집 담장에 한 그루 수양버들이 자라고 있어, 옥랑(玉郞)이 한밤중에 수양버들을 잡고 넘어 서쪽 곁채로 들어간다. 그때 붉은 난간 밖에서 등불을 옮기던 시녀가 작은 소리로 낮추어 잘 생긴 임을 부른다. 18세기 이전에도 남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