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 (2764)
건빵이랑 놀자
을묘왜변을 겪은 달량성의 노래 달량행(達梁行) 백광훈(白光勳) 1. 왜구로 달량성 사람들 죽어나네 達梁城頭日欲暮 達梁城外潮聲咽 平沙浩浩不見人 古道唯逢纏草骨 身經亂離心久死 慘目如今那更說 當年獠虜敢不恭 絶徼孤城勢一髮 將軍計下自作圍 士卒不戰魂已奪 達嶼峯前陣如雲 洪海原頭救來絶 天長地闊兩茫茫 解甲投衣生死決 哀汝誰非父母身 無辜同爲白刃血 烏鳶銜飛狐狸偸 家室來收頭足別 山川索莫草樹悲 境落蕭條灰燼滅 遂令兇醜入無人 列鎭相望竟瓦裂 羯鼓朝驚鎭南雲 腥塵夜暗茅山月 妻孥相失老弱顚 草伏林投信虎穴 → 해석보기 2. 시간이 흘렀음에도 비바람 불면 원혼들 곡소리 낸다 迂儒攬古泣書史 不意身親見此日 流離唯日望官軍 彼葛旄丘何誕節 聞說長安遣帥初 玉旒親推餞雙闕 天語哀痛皆耳聞 臣子何心軀命恤 錦城千羣竟無爲 朗州一戰難補失 月出山高九湖深 水渴山摧恥能雪 至..
해설. 을묘왜변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는 애국적 정서 ‘을묘왜변(乙卯倭變)’이라 일컫는 역사사건을 취재해서 쓴 것이다. 명종(明宗) 10년(1555) 5월 중국 연해에서 해적 행위를 일삼던 왜구들이 선단(船團) 60~70척을 이끌고 전라도 남서 해안으로 침입해왔다. 전라병사 원적(元積)은 군사를 거느리고 방어작전에 나섰으나 달량성 싸움에서 지휘의 과오로 대패하였다. 적군은 해남ㆍ강진ㆍ장흥 등 고을을 휩쓸며 학살ㆍ방화ㆍ약탈을 일삼았다. 그리고 마침내 영암성을 에워쌌는데 여기서 다행히 적군을 격퇴해 큰 위기는 모면했다. 시는 달량성의 패전을 중심으로 엮어가고 있다. 시인은 지금 “발길에 채이느니 풀에 얽힌 해골[古道唯逢纏草骨]”인 옛 싸움터에 서 있다. 그리하여 지난 달량성 싸움을 회상하며 무고히 희생된 수많..
2. 시간이 흘렀음에도 비바람 불면 원혼들 곡소리 낸다 迂儒攬古泣書史 우활한 선비인 내가 옛 전적을 보며 눈물지었었는데 不意身親見此日 몸소 친히 이런 날을 볼 줄 몰랐다네. 流離唯日望官軍 유리걸식하며 오직 날마다 관군을 바라나 彼葛旄丘何誕節 저 모구의 칡덩굴은 어찌하여 길게 뻗을 정도로 구원병은 오지 않던가. 聞說長安遣帥初 듣자니 장안에서 장수를 파견할 초기에, 玉旒親推餞雙闕 천자가 친히 추천하여 궁문까지 나와 전별했다지. 天語哀痛皆耳聞 천자의 말 애통한 것을 모두 귀로 들었으니 臣子何心軀命恤 신하된 자 무슨 마음으로 몸과 목숨을 아꼈단 말인가. 錦城千羣竟無爲 금성의 숫한 백성들은 결국 하릴없게 되었고 朗州一戰難補失 낭주 한 번 싸움으로는 잃은 것 보전하기 어려웠다네. 月出山高九湖深 월출산 높고 구호봉 ..
1. 왜구로 달량성 사람들 죽어나네 達梁城頭日欲暮 달량성 머리의 해가 저물려 하니 達梁城外潮聲咽 달량성 바깥의 조수 소리는 흐느끼네. 平沙浩浩不見人 모래톱 넓디넓어 사람조차 보이질 않고 古道唯逢纏草骨 옛 길에선 오직 풀과 얽힌 해골만 만났네. 身經亂離心久死 몸은 난리를 겪느라 마음이 오래전에 죽어 慘目如今那更說 지금 같은 참혹한 광경을 어찌 다시 말하겠으리오. 當年獠虜敢不恭 그 해에 왜적 감히 불공하여 쳐들어와 絶徼孤城勢一髮 변방이며 외로운 성은 터럭 한 올 형세였는데, 將軍計下自作圍 장군은 계책 부족해서 스스로 포위되고 말았으니 士卒不戰魂已奪 사졸은 싸우지 않았음에도 넋 나갔지. 達嶼峯前陣如雲 달양성 섬 봉우리 앞에 왜적이 구름 같이 진을 치니 洪海原頭救來絶 너른 바다 어귀 구원 올 길이 끊겨 버렸네...
제대로 쓰였더라면 왜란을 막았을 송 대장군을 기리며 송대장군가(宋大將軍歌) 임억령(林億齡) 1. 도강의 지세 己酉十月海珍叟 遠來道康江村寓 山如怒馬振鬣驟 水作盤龍掉尾走 梗枏橘柚不足數 生此偉人英而武 ⇒해석보기 2. 도강의 지세가 길러낸 송대장군 力拔山兮氣摩宇 目垂鈴兮須懸帚 上接擣藥月裏兔 生縛白額山中虎 腰間勁箭大如樹 匣中雄劍遙衝斗 六十里射若百步 嵯峨石貫如弊屨 項籍縱觀彼可取 韓信頗遭淮陰侮 長鯨豈容一杯魯 蟠龍或困草間螻 千尋巨海夜飛渡 萬疊窮谷聊爲負 能敎野犬吠白晝 盡使海舶山前聚 邊人皆稱米賊酋 王師䝱息安能討 ⇒해석보기 3. 송대장군의 예기치 않은 죽음 那知天借女兒手 一夜絃血垂如縷 壯骨雖與草木腐 毅魂尙含風雷怒 爲鬼雄兮食此土 揷雉羽兮木爲塑 ⇒해석보기 4. 송대장군을 기리는 사당 彼何人兮怪而笑 毀而斥之江之滸 百年蕭條一間廟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ZGkfx/btrb7yMN7f5/mLENHhP7SPnkQqcOdSS2wK/img.jpg)
고증 4. 민중영웅이 사라지다 그런데 송대장군의 문학적 구비적 형상에는 삼별초 투쟁과 관련된 사실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선명하게 부각된 것은 민중 구제의 측면이다. 「송대장군가」에서도 그렇거니와, 지역적 구전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완도는 예로부터 해운의 요충이었던바 물길과 지명까지 낱낱이 들어가며 세미선(稅米船)을 모두 나포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실감이 난다. 곧 송징에게 ‘미적추(米賊酋)’라는 별호가 붙게 된 연유인 것이다. 그리하여 반역향(叛逆鄕)이라는 역사적 특수성과 도서라는 지역적 조건 때문에 억압과 착취를 편중되게 받고 있던 섬사람들을 구제하였으니,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를 송대장군으로 길이 추모하는 까닭이다. 구한말에 편찬된 『완도군읍지』에서 장재도(長..
고증 3. 송대장군과 삼별초 1987년 10월에 나는 이런저런 궁금증을 안고서 완도로 현지답사를 갔다. 당장 놀라운 점은 송대장군이 완도 지역에서는 마을의 당신(堂神)으로 두루 받들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서해 도서에서 임경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송대장군의 화신인 왕대를 어떤 왜놈이 함부로 꺼내 깔고 앉았다가 그 자리서 즉사했다고, 일제하까지 그 영웅 형상의 위력이 발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송대장군이 누구냐 물으면 대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그 지역의 향토사가인 박창제(朴昌濟) 옹을 소개받아 물어보게 되었다. 박옹은 송대장군에 관해 구전을 듣고 또 조사해서 가진 지식이 상당히 있는데 그 내용은 모두 『완도군지』(완도군지편찬위원회, 1977)와 『내 고장 전통 가꾸기』(박창제 편, 198..
고증 2. 반체제 우두머리가 민중의 영웅으로 이 송징은 어떤 활동을 벌였기에 대장군이라는 칭호까지 들었던가? 대장군의 직함이 공적인 국가기구에 의해 수여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지방지 기록은 정작 여기에 미쳐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오직 「송대장군가」및 「송장군」의 시적 표현에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천길이나 깊은 바다 한밤중에 나는 듯 건너와 / 만첩 산중 외진 골짝에 몰래 진을 치고는[千尋巨海夜飛渡 萬疊窮谷聊爲負 ]”이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그는 무리를 거느리고 섬으로 들어와서 천험의 요새를 장악한 모양이다. 그리고 무서운 용력과 비상한 책략을 구사해서 조운선이나 기타 선박의 물화를 탈취했던 듯싶다. 그런 중에 들개나 말을 이용하는 모종의 술수도 포함되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
고증 1.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완주군읍지에 실린 내용 시인은 주인공 송대장군을 분명히 역사상의 실제로 믿어 의심치 않고 그 인물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기려는 뜻에서 이 시를 지은 것이다. 지금 그 형상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무척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여러가지 불분명하고 궁금하여 고증을 요하는 사항들이 있다. 이 작품은 시적 표현이라는 한계도 물론 없지 않으나 내용 성향이 원래 좀더 구체적이고도 선명하게 처리하기 곤란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송대장군의 실체를 해명하기 위해 문헌을 더듬고 현지답사를 나가보기도 하였다. 그 결과 알아낸 약간의 사실을 정리해서 여기에 붙여둔다. 시인 임억령은 이 「송대장군가」를 장시로 쓰기에 앞서 「송장군」이란 제목의 율시를 지었다[徵也神..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S3eTQ/btrcgPMY7r7/mpn9FUTn88KA1FHxqDkwY1/img.jpg)
해설. 민중 영웅의 형상화 이 시는 송대장군이라는 이름으로 추억되는 한 민중영웅의 형상을 부각시켜서 찬미한 노래다. 전체 구성이 복잡한 편인데 7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제1부는 서시로서 그 지역의 산천이 특히 수려함을 들어 영웅의 탄생을 예언한 다음, 제2부에서 걸출한 영웅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 대목은 작품의 가장 요긴한 부분이니 주인공을 얼마나 위대한 모습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뒤로 이어지는 제3부에서 제7부까지의 내용이 살아나느냐 맥 풀리느냐가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송대장군을 처음부터 돌출시키고 과장화의 필치를 구사하여 영용신출한 인물로 그려보였다. 제3부는 영웅의 비장한 최후 및 그 영혼이 민중에 의해 신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소개한다. 제4부에서는 고루한 유생들이 이 영웅의 의미를 제대로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mZwvm/btrcgQkN2EB/gcA56uBNuDskhkzME801bK/img.jpg)
7. 흔적조차 남지 않은 그대를 시로 담아낸 이유 壯公我髮豎 貴公吾腰俯 장한 그대여 나의 머리 쭈뼛 서고 귀한 그대여 나의 허리 구부리네.在古時未遇 於今骨已朽 옛날에 있어 때 만나지 못해 지금은 뼈가 이미 썩었겠지. 生爲海中寇 死棄海中霧살아선 해적이 되었다가 죽어선 바다의 안개에 버려졌네. 靑山本無墓 遺民誰爾後 청산엔 본디 무덤이 없으니 남겨진 백성 누가 당신의 후손이려나?問之於古老 首尾得細剖옛 노인에게 물어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자세히 알게 됐네. 太史徵人口 列傳猶不誤 역사가가 사람 입으로 증험해야 열전은 오히려 잘못되지 않으리. 莫道吾詩漏 庶幾國史補나의 시가 어설프다 말하지 마소. 거의 국사에 보탬이 될 테니.「石川先生詩集」 卷之五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9KW4/btrcebJwJQq/qFkQBaJnM8oMSN7SzBhRgK/img.png)
6. 용맹은 빼어났지만 제대로 못해 왜구의 침입을 당하다 聖朝如今帶戎虜 성스런 조정임에도 지금처럼 융로가 한 줄로 있으니 邊隅隨處羅防戍 변방 곳곳마다 방어를 위한 진 벌려 있네. 時時怯掠海島賈 이따금 섬의 장사치 겁탈하며 歲歲蕩盡司贍布 해마다 사섬포 탕진한다네. 明君包容每含垢 명군은 포용적이라 매번 때를 머금지만 邊將怯弱長縮首 변방의 장수는 나약해 길이 목을 움츠리네. 只是朝庭乏牙爪 다만 조정엔 용맹한 장수가 부족해 坐令蜂蠆喧庚午 앉은 채 벌과 전갈 같은 왜적들이 경오년에 시끄럽게 했지.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U2nIk/btrb7aZD4ec/pcZnCKtatVOKGEf5GtGClk/img.png)
5. 자로와 번쾌 같던 장군 公之勇健是天授 공의 용맹과 건강, 이것은 하늘이 준 것이니, 天之生也誰得究 하늘이 낳음을 누가 궁구할 수 있겠는가? 閔見蒼生塗炭苦 백성들 도탄에 빠진 괴로움 괴롭게 보기 때문에 故遣將軍欲一掃 장군 보내어 한 번 쓸어버리게 했네. 時無駕御英雄主 이때에 길들여 부리려는 영웅의 주인이 없어 長使奇才伏草莽 길이 기이한 재주임에도 풀섶에 엎드려 있었지. 若敎生漢遇高祖 만약 한나라 시기에 태어나 고조를 만났더라면 不曰安得四方守 “어이 용맹한 인재 얻어 지키랴.”라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功名肯與噲等伍 공력과 명예는 기꺼이 번쾌 등과 같은 대열이기에 灞上棘門俱乳臭 패상극문의 장수들 모두 구상유취였네. 又使生魯見尼父 또한 만약 노나라에서 태어나 중니를 보았다면 不曰自吾得子路 “내가 자로를 얻..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80Bz4/btrb83k9ySK/HVKstbfhnd6bXk8E7RiI81/img.jpg)
4. 송대장군을 기리는 사당 彼何人兮怪而笑 저들은 어떤 사람이기에 괴이하다 비웃으며 毀而斥之江之滸 헐어버리고 강가에 물리치는가? 百年蕭條一間廟 100년 동안 쓸쓸한 한 칸의 사당엔 歲時伏臘鳴村鼓 세시와 복일과 납일 제사에 마을의 북 울린다네. 翩翩落日野巫禱 나풀나풀 떨어진 해에 들판의 무당은 기도하니 颯颯西風寒鴉舞 스산한 서풍에 추운 까마귀 춤추네. 靈之來兮飄天雨 영이 옴이여 하늘에 비가 쏟아지고 神之床兮瀝白酒 신이 자리함이여 흰 술을 거르네. 嗟呼此豈淫祠類 아! 이것이 어찌 음사의 종류이겠는가? 甚矣諸生識之陋 심하구나! 여러 사람들 식견의 비루함이여. 翦紙招魂着自古 종이 잘라 초혼함은 예로부터 그러했는데 往往下降叢林藪 이따금 혼이 우거진 수풀에 하강했네.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5kvyE/btrb8f7dKIX/eTXvD7SKgWg1RrtNtqFOd0/img.jpg)
3. 송대장군의 예기치 않은 죽음 那知天借女兒手 어찌 알았으랴? 하늘이 여자 아이의 손을 빌려 一夜絃血垂如縷 하룻밤에 시위에 피가 실 같이 드리워질 거라는 걸. 壯骨雖與草木腐 장골이지만 비록 초목과 썩어 毅魂尙含風雷怒 굳센 혼이기에 아직도 바람과 우레를 머금고 분노하지. 爲鬼雄兮食此土 귀신되어 웅장하기에 이 땅에 받아들여져 揷雉羽兮木爲塑 꿩깃털 꽂아지고 나무로 새겨졌다네.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zXjgq/btrb3ojtCS4/jm8qpNzOkloClV8mnCb0m0/img.jpg)
2. 도강의 지세가 길러낸 송대장군 力拔山兮氣摩宇 송대장군은 힘으론 산을 뽑아버릴 만하고 기로는 우주 어루만질 만하며 目垂鈴兮須懸帚 눈은 방울을 드리운 듯하고 수염은 빗자루 달아놓은 듯하네. 上接擣藥月裏兔 위로는 약을 찧는 달 속 토끼를 대하고 生縛白額山中虎 살아선 산 속의 백액호를 포박하지. 腰間勁箭大如樹 허리 사이엔 굳센 활의 크기가 나무 같고 匣中雄劍遙衝斗 상자 속 웅장한 검은 아득한 북두칠성 찌를 듯하지. 六十里射若百步 60리에서 활 쏘나 100보에서 쏘는 듯하여 嵯峨石貫如弊屨 우뚝한 바위 뚫린 게 헌 짚신인 것 같다네. 項籍縱觀彼可取 항적은 멋대로 보며 “진시황 자리 차지하리.”라고 말했고 韓信頗遭淮陰侮 한신은 심히 회음에서의 모욕을 당했지. 長鯨豈容一杯魯 긴 고래가 어찌 한 잔의 노주(魯酒)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IxbO2/btrclH8GTIC/D5kPfSysUiyvltsrkeBIEk/img.jpg)
1. 도강의 지세 己酉十月海珍叟 기유(1549)년 시월 해진의 늙은이 遠來道康江村寓 멀리 도강에 와서 강촌에 우거한다네. 山如怒馬振鬣驟 산은 화난 말이 갈기 휘날리며 달리는 것 같고 水作盤龍掉尾走 물은 서린 용이 꼬리 흔들며 달아나는 것 같네. 梗枏橘柚不足數 도라지와 녹나무와 귤과 유자는 세지 못할 정도이니 生此偉人英而武 여기서 태어난 사람은 위대한 사람으로 영특하고도 무예 넘치지.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Kexna/btrbXioYnxK/V6L4GWWPfTEDRKyPOy2Xc0/img.png)
삭막한 세상에서 영특한 아이가 겪은 일 달성아(達成兒) 조용섭(曺龍燮) 1. 기근이 들어 군도가 일어나다 癸卯歲大飢 人心遂莫測 黃巾弄畏途 綠林遍豪客 商旅日中行 墟烟往往熄 ⇒해석보기 2. 의지할 곳 없던 달성의 아이가 만난 사람 達城有一兒 聰慧年齡弱 粗解讀書史 無力可自食 有妹在道州 薄言往依托 歲暮且歸寧 蕭條尋鄕邑 妹能念爲弟 餽贐在囊槖 行行未及家 日暮亂山谷 忽有一女媼 朅來手臂捉 屈曲問居停 殷勤慰行役 舌底露深情 眉端假德色 嶺路人艱險 白晝多攻劫 暝色今如此 何況爾弱植 院落雖相望 鷄犬不得寧 深淺我已知 那忍送汝行 吾家一弓許 寂寞罕逢迎 兼有我伴宿 明朝餞崎嶇 我亦養子人 跟隨莫躊躇 ⇒해석보기 3. 묶던 집에서 겪은 기이한 일 聽罷兒首鼠 途窮隱忍就 蔀屋氣慘憺 夕餽陳草具 一丁負薪返 囚首對其傍 須曳媼入室 戎枕各指方 主兒向壁裡 ..
해설. 20세기 혼란한 시기의 군도를 그리다 「달성아(達成兒)」는 지역배경이 대구 인근이며, 시대배경은 1903년으로 이른바 개화의 바람이 휩쓸던 지난 20세 초다. 그럼에도 청도의 누님 집에서 돌아오던 소년이 악독한 여인의 마수에 걸려 재물을 빼앗기고 죽음을 당할 뻔한 상태에서 기지를 발휘해 살아나온 내용이니 마치 『수호전(水滸傳)』에나 나옴 직한 악한 이야기의 한 토막을 보는 것도 같다. 20세기 초는 조선왕조가 대한제국으로 전환하여 신문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근대적 변화가 진행된 한편, 구체제가 해체상태로 들어가고 국망의 위기에서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흉년이 겹쳐서 인심이 흉흉하고 도둑이 성행했으니 당시 활빈당(活貧黨)을 표방한 군도(群盜)가 여러 지역에서 출몰하여 이 시기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NR1up/btrb2lSysUV/oHGlkogRlsyos5x85kNfiK/img.jpg)
5. 기막힌 사연에 분개하여 시를 짓다 此事人膾炙 我聞一嗼咄 이 일을 사람들이 회자하니 내가 듣고서 고요히 혀를 찼네. 仁天胡忍此 悔過無時日 임금의 어진 정치 속에 어찌 차마 이 지경인가? 후회가 지나침이 이 날만 한 게 없네. 苛政猛於虎 作詩告偃室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 무서우니 시를 지어 사또에게 고한다. 『韋堂遺稿』 권1 인용 전문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nFicl/btrb0p2tbDY/OZL8JEgGVAeEPXmxnWXNr0/img.png)
4. 기치를 발휘해 벗어났지만 忽聞磨刀痕 兒命將如何 갑자기 칼 가는 소리 들리니 아이의 목숨을 어이할 거나? 進退無生路 發謀詎有涯 진퇴양난이라 살 길 없지만 꾀를 냄에 어찌 한계 있을꼬? 易置交臥處 高枕鼻如雷 자리를 바꿔 누운 곳 교차시켜 베개 높이 베고 코골기를 우레처럼 했네. 彼料豈及此 毒手不徘徊 저들이 어찌 이에 이를까 헤아렸으랴? 표독한 손은 배회하지 않고 誤中渠家息 去委北邙堆 잘못 그 집안의 자식에 적중하니 북망산 무덤에 버려야 할 참이네. 兒起迨此隙 探囊鼠竄亡 아이는 이 틈을 타서 일어나 주머니 찾아 쇠앙쥐처럼 도망치네. 一步九顚倒 地黑天荒荒 한 걸음에 아홉 번 자빠지니 땅은 검고 하늘은 어둡기만 하네. 遙望孤燈照 蒼黃去卽投 아득이 외론 등불 비추는 걸 바라보고서 급작스레 곧장 투신했네. 及門..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9SGpl/btrbYs6fA4R/XXdLN8ov7bWrN8SmKiW8j0/img.jpg)
3. 묶던 집에서 겪은 기이한 일 聽罷兒首鼠 途窮隱忍就 듣길 마쳤지만 아이는 주저하다가 길이 궁벽져 있기에 참고서 나갔네. 蔀屋氣慘憺 夕餽陳草具 초가집의 기운은 참담했고 저녁 반찬이 풀그릇에 진열되었네. 一丁負薪返 囚首對其傍 한 장정이 땔나무 지고 돌아와 헝클어진 머리가 곁에서 대하였네. 須曳媼入室 戎枕各指方 잠깐 사이에 아낙이 집으로 들어와 베개 각각 방향을 지정해주니 主兒向壁裡 客兒當戶前 주인 아이는 벽을 향하고 손님 아이는 문 앞을 향했네. 彷徨繞床側 夜闌不成眠 침상 곁에서 방황하며 밤이 끝나도록 잠 못 자는데 剝啄人猛至 認是彼藁砧 문을 열라고 두드리며 사람이 힘차게 들어오니 아낙의 남편임을 인식했네. 巿怒反色室 長吁槖無金 발끈 화내며 집에서 반색하면서 돈 없음에 길게 탄식하네. 其妻欣迎謂 願君且安..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cwWyw/btrbYupp6y3/kSsj11VO97wDRo3I6xXD11/img.jpg)
2. 의지할 곳 없던 달성의 아이가 만난 사람 達城有一兒 聰慧年齡弱 달성에 어떤 한 아이는 총명하고 나이는 어려 粗解讀書史 無力可自食 책을 읽어 대강 이해하지만 스스로 먹고 살만한 힘이 없었네. 有妹在道州 薄言往依托 누이가 도주(청도군의 옛 지명)에 있어 잠깐 가서 의탁했고 歲暮且歸寧 蕭條尋鄕邑 세밑에 장차 친가로 돌아가려 쓸쓸히 고향집 찾아가려는데 妹能念爲弟 餽贐在囊槖 누이는 동생 위하는 생각을 하여 전별금을 주머니에 넣어다네. 行行未及家 日暮亂山谷 걷고 걸어 집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해가 저물어 산과 골짜기 어지러워졌네. 忽有一女媼 朅來手臂捉 갑자기 한 아낙이 왔다갔다 손으로 팔뚝을 끌더니 屈曲問居停 殷勤慰行役 곡진히 머물 곳 묻고서 은근히 여행길 위로하네. 舌底露深情 眉端假德色 혀 밑으로 깊은 정을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Q8gd9/btrbVrUcVIP/Ap41CXDdSHFigcFKIxdTn0/img.jpg)
1. 기근이 들어 군도가 일어나다 癸卯歲大飢 人心遂莫測 계묘(1903)년에 크게 기근들어 사람 마음 마침내 헤아릴 수 없어 黃巾弄畏途 綠林遍豪客 황건적이 제멋대로 길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녹림호객이 두루 깔려 商旅日中行 墟烟往往熄 상인과 나그네는 한낮에만 다니고, 마을의 밥불은 이따금 끊어졌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농민적 미감이란 무엇인가? 이 시는 산전(山田)에 담배심기를 하는 농부를 그린 것이다. 역시 전편이 세 단락으로 나뉘는데 그 구성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특색이 있다. 서두의 첫 단락에 담배 모종을 지고 혼자 심심산골로 들어가는 한 농부가 등장한다. 다음 단락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작업광경이 묘사되며, 마지막 단락에서는 그 농부가 하필 담배농사에 힘쓰게 된 사정을 그의 독백으로 듣는다. 서사의 화폭은 산골로 이동하는 농부, 그가 밭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장면으로 단순 간결하다. 그런데 작중의 현재 상황은 간밤에 비가 흡족히 내린 다음이라, 농촌은 모내기로 일손이 붐빈다. 주인공은 왜 홀로 산비탈에서 담배를 심고 있는가? 작품은 들판에서 모내기하는 농부들과 대비하는 수법으로 담배 심는 자의 삶을 부각..
담배 심는 노래 종어요(種菸謠) 황현(黃玹) 大雨一夜川流洪 폭우가 한 밤에 내려 내가 홍수처럼 흐르고 霮䨴三日因濛濛 구름 가득 흙비 사흘째 내려 어둑어둑하네. 秧務如焚村無傭 모내기 힘쓰길 불살라야 하는데 마을엔 품팔이 없는데 何人獨向山雲中 어떤 사람 홀로 산 구름 속으로 향하는가? 雉驚格格叢莾翻 꿩은 놀라 지저귀며 떨기 속으로 날아가니 蓬藟萬朶眞珠紅 쑥과 등나무의 뭇 가지들 참으로 진주처럼 붉구나. 一擔就安松根上 한 번 메고 나아가 소나무 뿌리 위에서 편안한데 猫耳戢戢靑筠籠 고양이 귀처럼 푸른 대나무 떨기는 쑥쑥 자랐네. 石崖坡坨不辨畝 벼랑 언덕엔 밭 분별이 안 되어 瓦壟千疊迷溝縫 기와 같은 언덕은 겹겹한데 도랑이 이어진 듯 흐리멍덩하네. 無袖布襦半膝褌 소매 없는 모시 저고리에 무릎 반만 가린 잠방이 입..
해설. 임경업 전설과 조기잡이의 신명나는 현장 이 시는 연평도 어장에서 조기잡이 하는 것을 묘사한 내용으로, 전후 2부로 엮여 있다. 1896년에 지은 시편을 모은 『벽성기행(碧城紀行)』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전반부에서 임경업(林慶業)에 결부된 조기 전설을 삽입해서 조기의 유래와 특징을 재미나게 서술한 다음, 후반부에서는 조기잡이 노동의 과정을 신명나게 그리고 있다. 그 시의 언어들은 마치 그물에 딸려오르는 조기가 퍼덕거리듯 싱싱하고 기운차다. 그리고 끝맺음의 어부 아낙이 출어(出漁)로부터 돌아온 낭군을 반갑게 맞는 장면은 매우 극적이다. 어민의 노동생활과 그네들 특유의 미의식이 살아 있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451쪽 인용 전문
2. 만선(滿船)의 행복 五兩高帆舸峩艑 다섯 량의 높은 돛의 크고 높은 거룻배가 張網勢若雲垂天 어망을 펼친 기세가 구름이 드리운 하늘 같다네. 有物驅魚魚不覺 미끼가 있어 물고기를 몰아오니 물고기는 모르고凄風驟急輕雷闐 스산한 바람은 빠르고 급하며 가볍게 우레가 치네.擧網百夫聲呼耶 어망 드는 뭇 어부들은 어이야 소리치니拾魚如芥積如沙 물고기 줍길 풀처럼 하고 쌓인 것이 모래 같지.舟重人歡畫皷發 배의 여러 사람 기뻐하며 화각을 불어대니皷聲漸高客還家 화각소리 점점 높아지며 어부들 집으로 돌아가네. 家中少婦春夢驚 집속의 어린 아내는 봄꿈에 놀라 깨어手挽雲髻出門迎 손으로 구름 비녀 끌어다 단장하고 문에 나가 맞이하지. 海風黧面腥逆鼻 해풍에 검은 얼굴 비린내가 코를 거슬리지만抱郞但道郞更媚 낭군 안고서 다만 “우리 낭군..
1. 달천장군을 돕던 물고기도 아직도 있네 睡鴨山南龍媒西 수압산의 남쪽, 용매도의 서쪽에 大小延平高復低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는 높고도 다시 낮다네. 海天萬里靑一色 바다와 하늘이 만리토록 푸른 하나의 색깔인데 便風直踔無燕齊 문득 바람이 곧장 불어오니 연나라와 제나라가 사라지네. 達川將軍眞勇者 달천장군은 진정한 용자이니 手持一劍睨天下 손에 하나의 검을 잡고서 천하를 내려 보았지만 謀疎事敗脫身亡 꾀는 어설프고 일은 어그러져 몸을 빼내 도망하니 猶能使船如使馬 배 부리는 것이 말 부리듯 했었네. 陽侯海若感其義 양후와 해약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特出嘉魚爲相饋 특별히 아름다운 물고기 내어 서로 공궤(供饋)하였네. 將軍一去二百年 장군이 한 번 떠난 지 200년인데 此魚至今留此地 이 물고기는 지금에 이르도록 이 땅에 ..
해설. 신도 해결할 수 없는 가렴주구 이 시는 뱃사람들이 풍어굿을 드리는 정경을 서술한 것이다. 원제의 「광성진에 묵으며 배에서 신에게 비는 말을 기록함[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은 곧 시를 짓는 상황을 축약하고 있다. 서두에 석양의 바닷가에서 굿판을 시작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인데, 이어 무당이 신의 뜻을 전하고 뱃사람이 소원을 말하는 식으로 구성한 수법은 특이하다. 신비롭고 낭만적이다. 그런데 뱃사람은 고기를 많이 잡도록 해주겠다는 신의 풍성한 보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관의 수탈을 막아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이에 신은 그것은 자기 소관사가 아니니 시인에게나 가서 호소해보라 한다. 전지전능한 신으로서도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시는 후반으로 올수록 현실성이 점차 강화되면서 풍자..
강화도 광성나루에서 묵으며 배속에서 해신에게 제사지낸 말을 기록하다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이건창(李建昌) 大船擊皷皷三四 큰 배에선 북 두들기니 북 3~4번 울리고 小船打皷聲無次 작은 배에선 북 치니 소리엔 차례가 없어라. 長竿大旗如火紅 긴 장대의 큰 깃발은 불꽃처럼 붉고 風颭照江江水沸 바람 살랑여 강을 비추니 강물이 끓어오른다. 船頭殺猪大如馬 뱃머리에서 돼지 죽이니 크기는 말 같고 船人瀝酒篷窻下 뱃사람이 거룻배의 창 아래서 술 거르네. 長年禿頭搗如蒜 나이 들어 벗겨진 머리는 두드리면 마늘인 듯하고 女巫廣袖紛低亞 여자 무당의 넓은 소매는 나부끼며 낮게 드리워졌네. 潮來舟動一丈高 조수 밀물엔 배가 한 장 높이로 움직이고 明月滿天江無濤 밝은 달 하늘에 가득 차올라 강엔 파도가 없다네. ..
산촌 화전민의 척박한 삶을 기록하다 협촌기사(峽村記事) 이건창(李建昌) 1. 알뜰살뜰 살아가는 산촌 농부 峽人豈好險 野居無田宅 靑山不拒貧 赤手來謀食 烈炬燎灌莽 勁耒鑽磽𥕂 皇天均雨露 歲課收粟麥 爲農誰不苦 此穀眞堪惜 當盂不忍飽 暗喜盎中積 邇來逢穀貴 出山利販糴 前年買一犢 今歲屋墁壁 且令兒有匙 寧可婦無幘 人生稍備物 如鷇方長翮 豈敢望富厚 庶期償筋力 ⇒해석보기 2. 모리배보다 더한 관리놈 此山無虎豹 旁郡無盜賊 白晝屋中坐 何意轟霹靂 官校直入來 未聲面先赤 皁衣肩半卸 紅縧手雙擲 撾翁與竊嫂 極口無倫脊 一辭那可鳴 生死繫拳踢 罪狀且姑舍 財物先搜斥 瓮牖無藩蔽 何由得藏匿 頃刻盡掃去 霜林風捲蘀 出門尙咆哮 餘怒猶未釋 惡鬼生搏人 隣里誰敢逼 ⇒해석보기 3. 하소연할 곳조차도 먹고 살만한 것도 없는 화전민의 삶 山日翳將墜 籬落異前夕 啼兒..
해설. 살려 화전민이 된 사람들조차 살 수가 없네 이 시는 화전민(火田民)의 삶의 현실을 다룬 것이다. 내용상 3단락으로 나뉜다. 제1부는 작중의 인물이 산골로 들어와서 안착하는 과정인바, 특히 곡식 한톨 먹기를 아까워하는 데서 농민의 생활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제2부에서는 군교들이 돌연히 출동하여 산골의 평화가 깨지는 장면이 펼쳐지며 제3부는 일장풍파가 지나간 다음의 정상이다. 주인공은 당초에 갖가지로 빼앗기고 뜯긴 나머지 무산농민이 되어 땅을 찾아 산골로 들어온 것이다. “청산은 가난한 사람 마다하지 않아요[靑山不拒貧].”에서 청산에 대한 인민적 의미가 다가온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연상케도 한다. 청산은 과연 노동의 결실을 정직하게 가져다주었다. ‘청산에 살어리’를 실증한 셈이..
3. 하소연할 곳조차도 먹고 살만한 것도 없는 화전민의 삶 山日翳將墜 籬落異前夕 산의 해가 그늘져 장차 지려는데 촌락은 어젯밤과 다르네. 啼兒色半死 蹲犬猶喘息 울던 아이의 살색이 반쯤 죽어가고 쪼그린 개는 오히려 숨 가쁘네. 何用更點檢 空坑餘弊席 어찌 다시 점검을 하리오? 빈 공간에 해진 자리만 남아 있는 걸. 氣結不能歔 叩心復何益 기가 막혀 숨 쉴 수조차 없고 가슴 두드려도 다시 무엇이 유익할꼬. 所悲力田久 氣衰髮盡白 슬픈 것은 농사에 전력한 지 오래인데 기가 쇠하고 머리카락 모두 세어 已老不重少 已失難再得 이미 늙어버려 다시 젊어질 수 없고 이미 잃어버려 다시 얻기 어렵네. 此地不可住 舍此無所適 이 땅엔 살 수 없지만 이곳 버리고 갈 곳도 없구나. 城中多富人 破產猶得職 성안엔 부자들 많아 파산해도 오..
2. 모리배보다 더한 관리놈 此山無虎豹 旁郡無盜賊 이 산엔 호랑이와 표범 없고 이웃 고을엔 도적이 없어요. 白晝屋中坐 何意轟霹靂 백주대낮에 집에 앉았는데 어떤 뜻으로 벼락이 우르르쾅쾅 치는가? 官校直入來 未聲面先赤 관교가 곧바로 들어와 오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굴만 먼저 빨개지네. 皁衣肩半卸 紅縧手雙擲 조의는 어깨의 반절쯤 풀고 붉은 끈은 두 손으로 던지네. 撾翁與竊嫂 極口無倫脊 노인을 치고 형수 훔치니 말로는 미처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네. 一辭那可鳴 生死繫拳踢 한 마디 말로 어찌 말해볼 수 있으리? 생사가 주먹 폭력에 달려 있는데. 罪狀且姑舍 財物先搜斥 죄상은 또한 고사하고 재물만 먼저 찾고 엿보니 瓮牖無藩蔽 何由得藏匿 가난한 집이라 울타리조차 없는데 어떤 곳을 말미암아 감추고 숨길 수 있으리오. ..
1. 알뜰살뜰 살아가는 산촌 농부 峽人豈好險 野居無田宅 골짜기에 사는 사람 어찌 험지 좋아하리오. 들판에 살려해도 밭과 집이 없다네. 靑山不拒貧 赤手來謀食 푸른산이 가난한 이 막질 않아 빈손으로 먹을 것 도모하러 왔다네. 烈炬燎灌莽 勁耒鑽磽𥕂 불을 놓아 우거진 숲을 태우고 굳센 보습으로 척박한 땅 일구지. 皇天均雨露 歲課收粟麥 크고 넓은 하늘은 비와 이슬 고르게 내려 해마다 부과된 조와 보리 수확하네. 爲農誰不苦 此穀眞堪惜 농사짓기 누가 괴롭지 않으랴. 이 곡식이 참으로 애석할 만하구나. 當盂不忍飽 暗喜盎中積 밥그릇 감당할 땐 차마 배불리 못 먹고 은근히 그릇 가운데 쌓이는 곡식에 기쁘다네. 邇來逢穀貴 出山利販糴 근래에 곡식 귀한 시기 만나 산을 나가 쌀 매매하여 이익이 있었지. 前年買一犢 今歲屋墁壁 작..
풍년에 배불리 먹는 농민들과 곡하는 여인 전가추석(田家秋夕) 이건창(李建昌) 1. 넉넉한 민가의 추석을 경계하는 어르신의 외침 京師富貴地 四時多佳節 鄕里貧賤人 莫如仲秋日 秋日有晴暉 秋宵有明月 風景固自佳 非爲我輩設 但見四野中 嘉穀正垂實 早禾已登場 豆菽亦採擷 中庭剝於葵 後園摘苞栗 團團土火爐 吹扇紅榾柮 煮飯作羹湯 大家劇啗啜 一飽便意氣 散漫雜言說 去年大凶年 幾乎死不活 今年大豊年 天意固不殺 恨不腹如鼓 恨不口雙裂 日食十日量 快意償饕餐 父老在上座 呼語勿亂聒 民生實艱難 物理忌盈溢 莫已今醉飽 或忘舊飢渴 吾老頗經事 過食則生疾 →해석보기 2. 흉년이 시골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南里釀白酒 北里宰黃犢 獨有西隣家 哀哀終夜哭 借問哭者誰 寡婦抱遺腹 夫君在世日 兩口守一屋 門前一席地 歲收僅糜粥 去年秋早霜 掃地無半菽 糠麩雜松皮 過冬猶不足 ..
해설. 흉년 후 찾아온 풍년과 통곡하는 여인의 이야기 이 시는 시인이 나이 26세 때인 1877년에 지은 것이다. 시인 이건창은 당시 충청도 암행어사로 나갔던바 권세에 굴하지 않고 매섭게 처리하여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때 직접 목도한 사실을 잡아서 쓴 것이 이 작품이다. 작품에 언급된바 그 전해(병자년)에 큰 흉년이 들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의하면 “무서운 흉년을 말할 때 으레 기갑(己甲)을 들었는데 이후로부턴 드디어 ‘기갑’이란 말이 없어지고 곧바로 ‘병자년’을 일컫게 되었다.”라고 한다. 이 시는 그 흉년을 겪은 이듬해 농가의 정경이다. 시는 처음부터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무서운 재난을 겪고 나서도 강인하게 살아남은 농민들이 재기하여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풍년을 구가하는 내용이다..
2. 흉년이 시골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南里釀白酒 北里宰黃犢 남쪽 마을은 흰 술 담그고 북쪽 마을은 누런 소 잡네. 獨有西隣家 哀哀終夜哭 유독 서쪽 이웃의 집에는 구슬피 밤새도록 곡을 하는구나. 借問哭者誰 寡婦抱遺腹 곡하는 사람이 누군지 물으니 과부가 유복자를 안고서 말하네. 夫君在世日 兩口守一屋 남편이 살아있을 적에 두 식구가 집을 지켰어요. 門前一席地 歲收僅糜粥 문 앞 한 뙈기 땅에서 먹을 걸 수확했지만 겨우 미음 쑬 정도였죠. 去年秋早霜 掃地無半菽 작년 가을엔 일찍 서리가 내려 땅을 쓸어도 콩 반쪽도 없어 糠麩雜松皮 過冬猶不足 겨와 밀기울을 소나무 껍질과 섞었음에도 겨울나기엔 부족했어요. 春來向富人 乞禾得滿匊 봄이 와 부잣집에 가서 쌀을 빌어 한 움큼을 얻어왔는데 一粒惜不嚥 持爲種田穀 한 톨도 아까워..
1. 넉넉한 민가의 추석을 경계하는 어르신의 외침 京師富貴地 四時多佳節 한양은 부귀한 곳이라 사시에 명절도 많지만 鄕里貧賤人 莫如仲秋日 시골 가난한 사람에겐 추석만 한 게 없지. 秋日有晴暉 秋宵有明月 가을 낮은 구름 걷혀 환하고 가을밤은 밝은 달이 있어 風景固自佳 非爲我輩設 풍경은 참 아름다우나 우리들을 위한 게 아니야. 但見四野中 嘉穀正垂實 다만 서쪽 들을 보면 잘 익은 곡식과 착실히 익은 열매들 早禾已登場 豆菽亦採擷 이른 벼 이미 타작하고 콩 또한 손으로 따며 中庭剝於葵 後園摘苞栗 마당에선 해바라기씨를 까고, 뒤뜰에선 밤 까네. 團團土火爐 吹扇紅榾柮 둥근 흙 화로에 부채질을 하니 나무토막이 타올라 煮飯作羹湯 大家劇啗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대가족이 극성스레 먹어재끼네. 一飽便意氣 散漫雜言說 한 번 밥..
익주의 연밥 따기 노래 익주채련곡(益州采蓮曲) 여규형(呂圭亨) 1. 입에 풀칠하러 연꽃을 캐러가네 東家小女西家娘 相約淸晨去采蓮 春浦西南十里塘 蓮莖蕺蕺葉田田 短帬赤脚陷泥淖 長鑱木柄連根拔 行人笑問胡爲爾 以此糊口資生活 昨年大旱焦山澤 禾黍苽菓無遺種 苦遲今夏麥登場 徴租索錢不旋踵 松皮剝盡野無草 枵腹日日庚癸呼 夙聞富豪饍氷藕 全勝秋江溧飯菰 采采歸來作鼎實 麤硬淡澁不可口 吞嚥猶覺有生意 釜中生魚亦已久 ⇒해석보기 2. 가난한 이가 캔 연밥을 부자 사람들이 먹네 我聞此語重歎息 嗷鴻澤國誰能數 民生不可有此色 咬根漫說百事做 因念古來女子職 祭祀采蘩蠺采桑 就中江南采蓮者 凌波仙襪紅粉粧 葉暗無光絲難織 十丈甘蜜殊荒唐 不過土風事遨遊 蘭舟桂棹泛中央 誰謂將此代艱食 草木橫被池魚殃 花神上訴天應泣 化爲甘澍徧四方 富貴人家哺用脯 寔命不猶至此極 采蓮之曲不勝..
해설. 낭만적인 채련곡을 고달픈 현실 고발로 풀어내다 이 시는 부녀자들이 기근을 면하기 위해 연뿌리를 캐는 광경을 목도하고 지은 것이다. 구시대에는 흉년을 만나서 보릿고개에 연명하려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풀뿌리를 캐는 정경(情景)이란 그야말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풍속도였다. 작품은 바로 그런 풍속도의 한폭이다. 익산지방은 다행히 큰 연못이 가까이 있어 연뿌리를 캐는 모습이 풍속도에 향토적 특색으로 담기게 된바 그래서 「익주채련곡(益州采蓮曲)」이란 제목을 붙은 터다. ‘채련곡(採蓮曲)’은 원래 악부체의 하나로 널리 씌어진 제목이다. 당초에는 노동가요로 창작되었겠으나 뒤에는 대체로 유흥적인 기분에 젖어 낭만적인 것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여기서는 채련곡으로 이름 붙였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백성들의 생존을 위한 고..
2. 가난한 이가 캔 연밥을 부자 사람들이 먹네 我聞此語重歎息 내가 듣고 이 말에 거듭 탄식하였지. 嗷鴻澤國誰能數 연못의 슬피 우는 기러기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民生不可有此色 백성의 삶은 이런 굶주린 기색 있어선 안 되는데 咬根漫說百事做 풀뿌리를 씹으면 온갖 일이 이루어진다네. 因念古來女子職 예로부터 여자의 직분을 생각해보면 祭祀采蘩蠺采桑 제사하기 산 흰쑥 누에치기 뽕잎 캐기라네. 就中江南采蓮者 강남으로 나가서 연잎을 캐는 사람은 凌波仙襪紅粉粧 파도를 비단버선 신고 타 연지곤지 화장했네. 葉暗無光絲難織 잎 어두워 빛이 없으니 실론 베 짜기 어렵고 十丈甘蜜殊荒唐 열 길 달고도 꿀 같다는 건 지나치게 황당한 말이지. 不過土風事遨遊 풍토에서 노닐던 일 蘭舟桂棹泛中央 난초 배에 노로 연못 중앙에서 떠다녔던..
1. 입에 풀칠하러 연꽃을 캐러가네 東家小女西家娘 동쪽 집의 소녀, 서쪽 집의 낭자 相約淸晨去采蓮 서로 약속해 동틀 때 연꽃을 캐러가네. 春浦西南十里塘 춘포 서남 10리의 연못엔 蓮莖蕺蕺葉田田 연 줄기가 쭉쭉 올라와 잎이 수면에 가득하지. 短帬赤脚陷泥淖 짧은 치마에 맨 발을 진흙에 담그고 長鑱木柄連根拔 긴 끌로 연잎 자루의 연이은 뿌리 뽑아내네. 行人笑問胡爲爾 행인이 웃으며 “무얼 하니?”라고 물으니 以此糊口資生活 대답을 하네. “이것으로 입에 풀칠해 생활을 부지하죠. 昨年大旱焦山澤 작년 크게 가물어 산과 연못이 말라 禾黍苽菓無遺種 벼와 기장과 오이의 남은 종자도 없었지요. 苦遲今夏麥登場 올 여름 보리 올라오는 것이 괴롭고도 더딘데, 徴租索錢不旋踵 세금을 징수하러 돈을 찾느라 눈 깜빡거릴 순간도 없었죠...
해설. 항구의 묘사로 그려낸 변모하는 시대의 풍속도 이 시는 어느 항구의 묘사다. 상품유통의 발전은 소비적ㆍ향락적 생활을 조장하는 한편 가치관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돈 많은 상인의 “높은 벼슬아치 부럽지 않소[不願公侯].”에서 자본주의적 가치관의 일면을 느낀다. 이 서사적 화폭 속에 사건이 발생하는데 풍랑으로 파선이 된 것이다. “젊은 아낙 물가로 나와 지는 해 바라보고 통곡하는[少婦沿江哭向暮].” 한 인생의 비운 앞에서 재빨리 어구를 사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이익 추구에 민감한 세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변모하는 시대의 풍속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423쪽 인용 원문
강북의 장사치 강북고(江北賈) 박문규(朴文逵) 江北賈多金錢 강북의 장사치 돈이 많으니 不願公侯不願仙 공후 같은 벼슬 원치 않고 신선되길 원치 않네. 江村沽酒酒如乳 강촌에서 술 사니 술은 젖 같이 다니 船頭擊鼓翩천★遷-辶+羽舞 뱃머리에서 북 두드려 나부끼듯 춤을 추네. 昨夜江頭風正急 어젯밤 강어귀에서 바람이 거세 白浪如山半空立 흰 파랑은 산 같아 반쯤 허공에 솟구쳤지. 舟沈檣折不知處 배는 가라앉고 돛은 꺾여 어느 곳인지 모르겠더니 少婦沿江哭向暮 어린 아낙 강가에서 저물어가는 곳 향해 곡을 하네. 今朝何人來叩門 오늘 아침 어떤 사람이 와서 문을 두드리니 江南賈客買漁具 강남의 상인 낚시 도구를 사러 왔네.『天游詩集』 ▲ 안견, 어촌석조도 인용 목차 해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xKKzN/btrbR37o3vF/W2cfZmBGOTGMqzkYDURCo1/img.png)
해설. 옛 시를 현대적 관점으로 새롭게 쓰다 『취록당유고』를 보면 다산이 초당에 머물던 시절을 회상한 「정석행(丁石行)」이란 제목의 장시와 함께 「밭 가는 여자[女耕田]」와 「나뭇짐 진 여자[負薪行]」 두편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두편 모두 노동하는 여성의 괴로움을 표현한 내용이어서 다산의 시정신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편은 현실에서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고 옛사람의 시제를 따서 쓴 작품이다. 여기에 나뭇짐 진 여자를 소개하는데 이는 두보의 동명의 시에 감동해서 자기 방식으로 재현한 경우이다. 두보의 원작은 삼협(三峽)을 따라 내려가다가 무산 기슭에 당도해서 그곳의 풍속을 보고 지은 것이었다. 일종의 기행시 내지 풍속시다. 그 고장 여자들이 평생 나뭇짐을 져서 살아가느라 시집도 못 가는 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6vLqB/btrbYsY7tZV/AAVgwNbiMnt3dOCkoy1Mak/img.png)
예쁘게 태어났지만 땔나무 하느라 부신행(負薪行) 윤종억(尹種億) 勞勞負薪誰家娘 애쓰며 딸나무 진 이는 누구 집 딸인가? 垢面赤脚行齟齬 때낀 얼굴에 헐벗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네. 黃犢鳴歸夕陽原 누렁송아지 석양빛 언덕에 울며 돌아오고 朝雉飛驚春艸陼 아침 꿩은 봄 언덕에서 놀아 난다네. 野花羞上霜鬢頭 들판의 꽃도 센 귀밑털 위에 있는 것 부끄러워한다는데 粗粗短帬經四序 거칠디 거친 단벌 치마로 사계절을 보내네. 肌膚麤皸疑頑蟾 피부와 살갗은 터서 거친 두꺼비인 듯하고 腰大腹垂如肥羜 허리는 크고 배는 드리워져 살찐 새끼양인 듯. 隣嫗若浼兒走藏 이웃의 할매도 더럽혀질까 하고 아이들도 달아나 버리니 向人不欲羞顔擧 사람들 향해 부끄러운 얼굴 들려 하질 않는다네. 細看骨相非本醜 세밀하게 보니 골상이 본래 못 생긴 건 아..
해설. 다산과 같지만 다르게 순차적으로 묘사하다 황상은 다산의 사실적 시풍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가장 뚜렷한 사례로서 다산의 특이한 서사시 작품인 「애절양(哀絶陽)」과 「승발송행(僧拔松行)」, 이 두편을 제목까지 그대로 따서 다시 쓴 경우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승발송행(僧拔松行)」을 소개한다. 소나무는 병선(兵船)을 제조하는 재료로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보호의 대상으로 지적한 송림(松林)이 있었다. 이를 봉산(封山)이라 하는데 수영(水營)에서 감시하게 되어 있었다. 다산초당(茶山草堂)의 소재처인 만덕산(萬德山)이 봉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었는데, 만력산 백련사(白蓮寺)의 중들은 그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침학(侵虐)을 당해야 했다. 백련사의 중들은 침학을 견디다 못한 나머지 소나무를 뽑..
소나무 때문에 고초를 당하던 스님들의 이야기 승발송행(僧拔松行) 황상(黃裳) 水軍節度務松政 수군 절도사께서 송정(松政)에 힘써서 臥送幕府嚴號令 막사에 누워 엄한 호령을 발하였네. 俊馬如龍靑障泥 준마는 용 같아 푸른 장니를 갖추고 踏盡折禽靑海倂 닿는 곳마다 모두 새 잡으며 완도를 누빈다네. 轉到禪樓坐如仙 옮겨 다니며 백련사에 이르러 앉으니 신선 같구나. 隱囊驕吸金絲煙 은낭에 교만하게 기대 금사련을 흡입하니 意氣干虹僧蒲伏 의기가 무지개 찌를 듯하니 스님들도 포복한다네. 咆哮誰耕松下田 포효하네. “누가 송산(松山) 아래 밭가는가?” 國之三政松居一 나라의 삼정 중에 송정이 제일에 위치하니 船備無如此樹賢 배를 갖추는 것으로 이 소나무보다 좋은 것 같은 게 없다네. 摘拔松根搜林數 소나무 뿌리 뽑은 것 적발하려 수풀..
해설. 15세의 소년이 지은 독장사 이야기 이 시는 ‘독장사 주먹구구[甕算]’라는 민담을 차용한 것이다. 『송남잡지(松南雜識)』의 「방언류(方言類)」를 보면 옹산(甕算)이란 표제어 밑에 “소설에 이르기를 가난한 사람이 기껏 독 한 개밖에 살 수 없었는데 마침 길에서 비를 만났다. 독 속에 들어 앉아서 셈하기를 ‘이것 하나 팔면 하나가 둘이 되고 이익이 무궁하구나’. 드디어 춤을 추다가 독을 깨뜨리는 줄도 깨닫지 못했다. 지금 허황하게 계산하는 것을 일러서 ‘옹산’이라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라고 기록했다. 『성수패설(醒睡稗鐸)』에도 이 내용이 재미나게 엮인 이야기로 수록되어 있다. ‘독장사 주먹구구’ 혹은 ‘독장사 경영’이란 속담은 재물에 대한 욕망으로 헛되이 꾸는 꿈을 가리키는 데 쓰이지만, 이..
독이 깨지는지도 모르는 노래 파옹행(破甕行) 홍석모(洪錫謨) 雙湖亭下暮烟生 쌍호정 아래 저물녁 안개 피어나고 冠岳山邊夕烽明 관악산가 밤 불빛 밝네. 借問村翁是何火 마을 노인에게 물었네. “이것은 어떤 불빛인가요? 一點耿耿山下橫 한 점이 밝게 빛나 산 아래에 비껴 있네요.” 江左素有燔甕店 노인은 말했네. “강 왼쪽엔 본래 옹점에 불빛이 있어 夜夜松火型範成 밤마다 송화로 전형적인 독의 모형을 만들었죠. 昔有一夫學此工 옛적에 한 사내가 이 기술을 배워 往來長安換靑銅 장안에 왕래하며 청동으로 바꿨고 夕陽歸來樹木陰 석양에 돌아와 나무 그늘진 곳 芳堤下擔納淸風 방죽 아래에 독을 메니 맑은 바람이 들어왔죠. 須臾日落歸鳥過 잠깐 사이에 해가 저서 돌아가는 새가 지나니 四顧漠漠只平坡 사방 돌아보면 막막하게도 다만 평평한..
해설. 죽은 남편과 자식의 세금을 걱정하는 아낙 이 시는 길에서 만난 유이민과 주고받은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서사시의 정식화된 유형이지만 독특한 내용을 극적으로 구성해서 큰 충격과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작중 주인공은 남편이 굶어 죽고 자식마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가련한 신세의 여자다. “남편의 신포 자식의 신포 장차 이를 어찌한단 말씀이오[夫布兒布將何以]”라고 하소연한바, 이 여자는 불법적으로 가해진 실로 어처구니없는 수탈 때문에 그나마 정든 고장에 붙어 있을 수도 없게 된다. 정민교의 「군정탄(軍丁歎)」이나 정약용의 「애절양(哀絶陽)」과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99쪽 인용 원문
과부의 탄식 과부탄(寡婦歎) 박윤묵(朴允默) 噫彼寡婦路傍哭 아! 저 과부 길가에서 통곡함에 呼天叫地身顚覆 하늘에 울부짖고 땅에 절규하며 몸을 가누질 못하다가 忽復呑聲聲不出 문득 다시 소리를 삼켜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滿裳龍鍾血和淚 치마 가득 실의한 채 피가 눈물과 섞였네. 臨歧住筇不忍去 갈림길에 임해 지팡이 짚고 가다가 차마 떠나지 못하고 爲問空山此何女 물었네. “빈산에 어떠한 사연을 가진 여자인가?” 作氣仰視公是誰 의기를 내고 우러러 보며 말하네. “공은 뉘시오? 煩公聽我此一語 번거롭더라도 공은 나의 이 한 마디 말 들어보시오. 十五嫁作農人婦 15살에 시집 와 농부의 아내가 되어 夫婦耦耕田數畒 부부 직접 농사지으니 밭은 몇 이랑이죠. 長夏隆冬僅糊口 긴 여름이나 냉혹한 겨울에 겨우 입에 풀칠하며 勞筋苦骨..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ubfZQ/btrbZNasdtu/W9f8kuGj6wKGuKyUp4ASi1/img.jpg)
기경기사(己庚紀事) 이학규(李學奎) 기경기사서(己庚紀事序) 己巳歲, 丁籜翁在金陵之茶山草葊, 是歲大旱, 餓莩相續, 流民塞路. 乃著「田間紀事」詩六篇, 付其胤君學箕, 學箕以示余從兄伯津. 伯津寄余書曰: “籜翁, 今之詞伯也. 詩有風人之旨. 老杜「垂老」ㆍ「無家」之後, 無此作也.” 仍以其詩付余. 余惟己巳之旱, 湖嶺惟均, 而籜翁於憂癙鬱悒之中, 猶其著述卓卓, 可以思, 可以興, 可以懲創而有爲. 使當世之莅州縣者, 各鈔一本, 用爲龜鑑, 則斯民其庶幾矣. 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 仍就所聞見, 撮其事有關於時政風敎者, 得十數條, 詩以諷詠之, 序以詳述之. 始作于己巳季冬, 斷手于庚午孟春, 命之曰己庚紀事. 以寄伯津, 令轉示于學箕, 以達于籜..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FJSUR/btrbU0IzUFv/ZtaTZjfRJvjDgPvYlmruwk/img.jpg)
해설. 가뭄을 인재의 측면으로 다루다 「기경기사」는 바로 「전간기사」를 읽고서 감명과 자극을 받아서 쓴 것이다. 「기경기사」의 시인 이학규는 정약용이 강진에 있을 당시 같은 처지로 경상도 김해 땅에 우거해 있었다. 기사 경오 양년(1809~10)에는 전라도나 경상도나 온통 흉년이 들었다. 시인은 “내가 지금 머물러 있는 곳을 둘러보건대 영남의 변두리로 천재나 민막이 저쪽과 대략 비슷하다. 그럼에도 홀로 가슴을 두드리고 길이 한숨만 쉬며 마음속에 묻어두고 침묵을 지키면서 천재ㆍ민막의 놀랍고 겁나고 징계해야 할 사실들을 죄다 가려둔 채 전하지 않게 한다면 실로 애석한 노릇이 아닌가[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8oXcO/btraNJOCjUQ/kxAYGJJXzZKEZ3rgIY2cP1/img.png)
불내고 도적질한 놈들 따로, 고초 겪는 이들 따로 북풍(北風) 北風, 哀湖南民也. 「북풍」시는 호남민을 애도한 시다. 有偸夜縱火府西邨落, 어떤 도적이 밤에 부락 서쪽 촌락에 불을 지르고 乘其擾嚷, 悉偸邨民儲蓄而去. 요란스러움을 타서 모두 촌민이 모아놓은 것을 훔쳐 달아났다. 時有湖南流匃十餘輩, 이때 호남의 유리걸식하는 10여 무리가 있어 泊舟依南湖口, 배를 정박하고 남쪽 호수 입구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府之偵偸者, 悉逮繫府獄, 부락의 도적을 정탐 나온 이가 모두 체포하여 부락의 가막소에 묶어두고서 箠楚備至, 冤苦無所謈訴焉. 회초리질이 몹시도 심하게 했지만 원통한 괴로움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北風何烈烈 熛火獵通衢 북풍이 왜 그리 맹렬하여 불똥과 불이 네거리까지 번지게 했던가? 哀哉十室邨 衆噪如鴉烏 슬프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vQleh/btrbUYc7eR5/wTEGSe0e4Mpk3QEFpJUydk/img.jpg)
호남에 가뭄 들어 금관까지 갔지만 조미(糶米) 糶米, 哀湖南民也. 「조미(糶米)」는 호남민을 애달파한 시다. 己巳之旱, 湖南尤甚. 기사(1809)년 가뭄은 호남이 매우 심했다. 有湖民數十輩, 訣妻子, 호남민 수십 명이 처자와 헤어지고 操舟檝, 沿海千餘里, 배의 노를 저어 바다 천여리를 따라 至金官津口. 금관진의 어귀에 이르렀다. 私糴米至百餘斛, 官府覺之, 사적으로 쌀을 산 것이 백여곡에 이르렀고 관아에서 그걸 깨닫고 亟搜出勒令, 廉價糶之. 재빨리 찾아내 강제명령을 내어 염가에 그걸 팔도록 했다. 耗費旣多, 蕩無餘貲, 돈을 쓴 게 이미 많지만 탕진하여 남은 재물이 없어 遂爲流匃, 不知所適從焉. 마침내 유리걸식하며 가고 따를 곳을 알지 못했다. 糶米不用斗 得錢堆市塵 쌀 판 것으론 말로도 쓰지 못하고 돈을 얻..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zTh0t/btq9AJCQh59/QM640aCbsFK1bI4SFGmkD1/img.jpg)
서리가 빌린 빚을 대신 갚느라 고초를 겪는 지인들의 울분 호랑(虎狼) 虎狼, 諫胥債徵族也. 호랑이란 시는 서리의 빚을 친척에게 징수하는 것을 풍간한 것이다. 府胥欠京邸錢債, 守宰不責於胥, 관청의 서리가 경저리의 빚을 채우지 못하면 사또는 서리에게 책임지우지 않고 而責於其親戚姻婭. 친척과 인척에게 책임 지웠다. 有爲胥之㛰家之姻家內舅, 而徵錢至十餘緡, 서리의 사돈의 사돈의 외삼촌이 된 이에게 징수한 돈이 십여 꿰미에 이르렀다. 侵漁冤濫, 其毒甚於凶秊, 착취에 대한 원한이 넘쳐나 그 해독이 흉년보다 심하니 閭里爲之語曰: “寧廢倫, 毋與胥爲㛰姻.” 마을 사람들이 이 때문에 말했다. “차라리 혼인하지 않아 인륜을 버릴지언정 서리와 혼인하진 말거라.” 娶男不入城 送女寧它方 아들 장가는 성내로 들이지 말고 딸의 시집..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q0uVz/btrb0pmYYG3/auGMkGQpAoOrTrWjsAd9mk/img.jpg)
관찰사나 읍장이나 존재이유를 망각하다 구산(龜山) 龜山, 誎邑宰也. 「구산(龜山)」 시는 읍장을 독촉한 시이다. 田苗旣焦, 無所望秋. 밭의 싹이 이미 말라 추수를 바랄 수 없었다. 察司飭授蕎麥之種, 守宰不卽奉行. 관찰사가 메밀과 보리의 종자를 나눠주라 신칙(申飭, 타이르다)했지만 읍장은 곧장 받들어 수행하지 않았다. 自府北龜山, 抵密陽之三浪津, 읍의 북쪽 구산으로부터 밀양의 삼랑진에 이르기까지 凡四十里, 爲察司往來之路, 대체로 40리로 관찰사가 왕래하는 길이 되니 左右所有田疇, 令沿途之民, 좌우에 있는 밭에 길을 따라 있는 백성들에게 悉力耕耰, 一如播種者. 밭갈고 씨를 덮길 전력으로 하게 하니 한결같이 씨 뿌리듯했는데, 察司竟亦不之問焉 관찰사는 마침내 또한 따지질 않았다. 龜山七月半 山蚻聲悠悠 구산의 7..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hDGTb/btrbOOPBipX/hA9zsWFb6iTu2QIzUTBV6K/img.jpg)
기우제로 인해 더욱 궁핍해지는 백성들 격고(擊皷) 擊皷, 閔旱也. 「격고(擊皷)」는 가뭄을 근심한 시다. 府俗遇大旱, 則於府中, 마을의 풍속에선 큰 가뭄이 들면 마을 안에 植柴爲棚, 縛草爲龍, 땔나무를 꽂아 누각을 짓고 풀을 엮어 용을 만들어 揭丈六佛㡧. 장육불의 탱화를 건다. 瞽矇僧巫, 雜奏歌舞, 판수와 스님과 무당이 섞여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니 備極嬲擾. 매우 시끄럽고 어지럽다. 其所供億, 悉責于民, 제공되는 억이란 돈을 모두 백성에게 책임지우는데 民不堪命, 反不閔旱而閔禱祀焉. 백성들이 명을 감내하질 못해 도리어 가뭄을 근심치 않고 제사를 근심한다. 士女何悄悄 擊皷晴䨓東 제사 주관자들이 얼마나 소란스럽나? 청뇌각(마을 객사의 남쪽에 있다[晴雷閣 在府內客舘南]) 동쪽에서 북 두드리네. 草龍強跂跂 繪㡧..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5JD3U/btrbQaSzxn4/72HxbJXdXFfe8QXPn7CoeK/img.jpg)
탁옹을 본받아 영남의 현실을 담다 기경기사서(己庚紀事序) 己巳歲, 丁籜翁在金陵之茶山草葊, 是歲大旱, 餓莩相續, 流民塞路. 乃著「田間紀事」詩六篇, 付其胤君學箕, 學箕以示余從兄伯津. 伯津寄余書曰: “籜翁, 今之詞伯也. 詩有風人之旨. 老杜「垂老」ㆍ「無家」之後, 無此作也.” 仍以其詩付余. 余惟己巳之旱, 湖嶺惟均, 而籜翁於憂癙鬱悒之中, 猶其著述卓卓, 可以思, 可以興, 可以懲創而有爲. 使當世之莅州縣者, 各鈔一本, 用爲龜鑑, 則斯民其庶幾矣. 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 仍就所聞見, 撮其事有關於時政風敎者, 得十數條, 詩以諷詠之, 序以詳述之. 始作于己巳季冬, 斷手于庚午孟春, 命之曰己庚紀事. 以寄伯津, 令轉示于學箕, 以達于籜翁..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kCPIc/btrbN6wBjCH/YMTit80GlK0K6DIDP725h1/img.jpg)
대가뭄이 온 강진에서 본 것을 기록하다 전간기사(田間紀事) 정약용(丁若鏞) 서문(序文)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是歲大旱. 爰自冬春, 至于立秋, 赤地千里, 野無靑草. 六月之初, 流民塞路, 傷心慘目, 如不欲生. 顧負罪竄伏, 未齒人類, 烏昧之奏無階, 銀臺之圖莫獻. 時記所見, 綴爲詩歌. 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 要其性情之正, 不失天地之和氣, 久而成編, 名之曰田間紀事. ⇒해석보기 발묘(拔苗) 拔苗閔荒也. 苗槁不移, 農夫拔而去之, 拔者必哭, 聲滿原野. 有婦人冤號極天, 願殺一子, 以祈一霈焉 稻苗之生 嫩綠濃黃 如綺如錦 翠蕤其光 愛之如嬰孩 朝夕顧視 寶之如珠玉 見焉則喜 有女蓬髮 箕踞田中 放聲號咷 呼彼蒼穹 忍而割恩 拔此稻苗 盛夏之月 悲風蕭蕭 芃芃我苗 予手拔之 薿薿我苗 予手殺之 芃芃我苗 藨之如莠 薿薿我苗 焚之如槱 㩃之束..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9jNpO/btrbYuaSxAE/bAVlHlE6xKYuFP2KIrbc80/img.jpg)
해설. 악부시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고발하다 이 작품을 쓴 연대는 순조 9년(1809)이다. 시인 정약용은 전해에 유배지의 거처를 강진 읍내에서 귤동의 다산초당으로 옮겼다. 그런데 마침 무서운 흉년이 들어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자면 근원적 전환을 모색하지 않는 한, 정상을 사실 그대로 중앙에 보고해서 적의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길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 스스로 “찬 바람에 쓰르라미ㆍ귀뚜라미와 더불어 풀숲 사이에서 슬피 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으로 규정했듯, 재야의 시인으로 자기를 선명하게 의식하고 이 시를 쓴 것이다. 「전간기사」는 형식 면에서는 『시경』 내지 4언의 악부시를 방불케 하..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sUtu3/btq8A5M8D1D/AQNXsBbGNkZMUznon8gCBK/img.jpg)
모진 가뭄에 버려진 어미에게 버려진 두 아이를 만나다 유아(有兒) 「有兒」, 閔荒也. 「유아(有兒)」는 가뭄을 근심한 것이다. 夫棄其妻, 母棄其子, 남편은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려 有七歲女子, 攜其弟彷徨街路, 어떤 일곱 살 계집애가 동생 데리고 길거리에서 방황하며 哭其失母焉 엄마 잃었음을 통곡하네. 有兒雙行 一角一羈 두 아이가 가는데 한 아인 딴 머리 계집아이 한 아인 꼭지머리 사내라네 . 角者學語 羈者髫垂 딴 머리 계집아인 이제 막 말 배울 나이이고 꼭지머리 사내아인 다박머리 늘어뜨린 채 失母而號 于彼叉岐 어미 잃고 저 갈림길에서 호곡하네. 執而問故 嗚咽言遲 잡고서 까닭을 물으니 오열하며 말 더듬다가 曰父旣流 母如羈雌 말했네. “아빠는 이미 떠나 엄마는 짝 잃은 암컷 같았죠. 瓶之旣罄 三日不炊..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Iy7fe/btrbPbKWMZm/8KaS4OHEWNu025O6JIW9Lk/img.jpg)
발묘(拔苗) 拔苗閔荒也. 「발묘(拔苗)」는 가뭄을 근심한 시다. 苗槁不移, 農夫拔而去之, 묘가 말라 이앙(移秧)하질 못해 농민이 뽑아 제거하는데 拔者必哭, 聲滿原野. 뽑는 이가 반드시 통곡하니 원성이 들판에 가득찼다. 有婦人冤號極天, 願殺一子, 어떤 아낙의 원통한 호통이 하늘에 달하니 “원컨대 한 자식 죽여 以祈一霈焉 한 번 비 쏟아지길 기원하나이다”라 말했다. 稻苗之生 嫩綠濃黃 벼의 묘 나니 연한 푸름에 짙은 누런 색이라네. 如綺如錦 翠蕤其光 비단인 듯 비취색이 발광한다네. 愛之如嬰孩 朝夕顧視 어린애처럼 아끼니 아침저녁으로 돌아보고 寶之如珠玉 見焉則喜 구슬과 옥처럼 간직해 보기만해도 좋아라. 有女蓬髮 箕踞田中 어떤 계집 헝클어진 머리로 밭에 다리 뻗고 앉아 放聲號咷 呼彼蒼穹 소리 내며 울면서 저 하늘에..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COLA/btrbR4YNcoK/wkyKNjJeKWWyZvkIEwUfG0/img.jpg)
서문(序文). 큰 가뭄에 시름 앓던 유민들을 담아내다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是歲大旱. 爰自冬春, 至于立秋, 赤地千里, 野無靑草. 六月之初, 流民塞路, 傷心慘目, 如不欲生. 顧負罪竄伏, 未齒人類, 烏昧之奏無階, 銀臺之圖莫獻. 時記所見, 綴爲詩歌. 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 要其性情之正, 不失天地之和氣, 久而成編, 名之曰田間紀事. 해석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기사(1809)년에 나는 다산초당에 있었는데 是歲大旱. 이 해에 크게 가뭄이 들었다. 爰自冬春, 至于立秋, 이에 겨울과 봄으로부터 입추에 이르기까지 赤地千里, 野無靑草. 가문 땅 천리에 들판엔 푸른 풀들이 사라졌다. 六月之初, 流民塞路, 6월 초에 유민들이 길을 가로막아 傷心慘目, 如不欲生. 상심케 하고 처참하여 더 살고 싶지 않은 듯했다. 顧負罪..
해설. 아전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라 「용산리(龍山吏)」와 「파지리(波池吏)」는 강진 경내의 사건을 다룬 반면 「해남리(海南吏)」는 이웃 고을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위와 달리 고을 이름을 제목에 붙인 것이다. 「파지리(波池吏)」에서 마을에 장정들은 씨가 마른 듯 보이지 않더라 했는데, 그렇게 된 연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첫머리서 주인공이 먼저 부각되는데 해남서 도망쳐나온 그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다. 승냥이를 만난 게 아니라면, “되놈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방금 무서운 짐승의 공격을 받았거나 아니면 야만적 군대에 유린된, 이런 두 가지 중 하나의 경우다. 다음 단락에서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밝혀지는바 다름 아닌 검독으로 인해 그리된 것이다. 바로 아전을 ‘사나..
해남의 아전 해남리(海南吏) 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 爲言避畏途 나그네가 해남으로부터 와서 “험난한 길을 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坐久喘未定 怖怯猶有餘 앉아 있은지 오래 되었는데도 헐떡이며 안정되질 못하니 겁남이 아직도 가시질 않았다. 若非値豺狼 定是遭羌胡 만약 승냥이와 이리를 만난 게 아니라면, 반드시 사나운 오랑캐를 만난 것이리라. 催租吏出村 亂打東南隅 세금을 재촉하는 아전이 마을에 나와 어지러이 동쪽 남쪽 구석구석 들쑤신다. 新官令益嚴 程限不得踰 새로운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기한을 넘기지 말라 하네. 橋司萬斛船 正月離王都 주교사의 만곡 실은 배는 정월에 한양에서 떠났다네. 滯船必黜官 鑑戒在前車 배가 늦어지면 반드시 벼슬에서 쫓겨나는데, 거울삼아 경계함으로 전례로 있었지. 嗷嗷百家哭 可以媚櫂..
해설. 조세 독촉에선 양반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는 검독(檢督)이 조세를 못 내는 농민들을 끌어가는 내용이다. 작품은 서두 부분에서 아전들이 파지방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줄줄이 묶어서 개 닭처럼 몰고 가는 정경이 서술된다. “역질로 죽은 귀신에 굶어 죽은 시체들[疫鬼雜餓莩]”에서 사정의 심각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더욱이 부역의 시달림마저 겹쳐 ‘장정이라곤 씨가 마른[無農丁]’ 지경으로 되어 있다. 포로처럼 끌려가는 과부 고아들의 행렬-서사적 화폭이다. 다음 단락에서부터 그는 그중의 한 사람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빈한한 선비[貧士]다. 명색이 양반인데 끌려가는 행렬에 끼여 있으니 아전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그는 신분에 상응한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고 무한히 욕을 당한다. 아전은 ..
파지대방의 아전 파지리(波池吏) 정약용(丁若鏞) 吏打波池坊 喧呼如點兵 아전이 파지대방(波池大坊)으로 들이닥쳐, 시끄럽게 불러재끼는 게 군사를 점호하는 것만 같아. 疫鬼雜餓莩 村墅無農丁 돌림병에 기근까지 겹쳐서, 마을에 농사지을 장정이 없자, 催聲縛孤寡 鞭背使前行 재촉하며 고아와 과부를 결박하여, 등을 후려치며 앞세우고서 驅叱如犬雞 彌亘薄縣城 몰아대며 꾸짖길 개와 닭처럼 대하여, 현의 성에 가까워지도록 길게 줄지어 있네. 中有一貧士 瘠弱最伶俜 그 중 한 가난한 선비는 야위었고 고단한 느낌으로서는 최고네. 號天訴無辜 哀怨有餘聲 하늘에 부르짖으며 무고함을 하소연하여도, 구슬피 원망함에 미처 못한 말이 있었지. 未敢敍衷臆 但見涕縱橫 감히 속사정을 풀어내질 못하고, 다만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다. 吏怒謂其頑 僇辱怵..
해설. 소를 빼앗아가는 내용을 다루다 「용산리(龍山吏)」와 「파지리(波池吏)」와 「해남리(海南吏)」의 3편은 두보의 유명한 서사시 「삼리(三吏)」를 차운(次韻)한 것이다. 「용산리(龍山吏)」는 「석호리(石壕吏)」를, 「파지리(波池吏)」는 「신안리(新安吏)」를, 「해남리(海南吏)」는 「동관리(潼關吏)」를 각기 차운하고 있다. 두보가 「삼리(三吏)」에서 배치한 운차를 그대로 따랐을 뿐 아니라, 분위기나 수법까지 서로 통함을 느낀다. 두보가 악부시의 일반 관행과 다르게 새로운 제재로 「삼리(三吏)」를 구성했던 것처럼 정약용 또한 자기의 현실에서 제재를 취하여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두보(杜甫) 정약용(丁若鏞) 석호리(石壕吏) 차운 ⇒ 용산리(龍山吏) 신안리(新安吏) 파지리(波池吏..
용산의 아전 용산리(龍山吏) 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 搜牛付官人 아전이 용산마을에 들이닥쳐, 소를 찾고서 관리에게 넘겨줬고, 驅牛遠遠去 家家倚門看 소 몰고서 멀리멀리 떠나가는데도 집집마다 문에 기대어 보고만 있네. 勉塞官長怒 誰知細民苦 힘써 사도의 화남만 충족시키면 그뿐, 누가 일개 백성의 괴로움 알리오. 六月索稻米 毒痡甚征戍 6월에 쌀 찾아 뒤지니, 괴롭기가 수자리보다도 심하네. 德音竟不至 萬命相枕死 좋은 소식은 마침내 이르질 않고, 수만 명의 목숨이 서로의 베개에서 끊어지게 생겼네. 窮生儘可哀 死者寧哿矣 궁한 삶은 다 슬퍼할 만하지만, 죽는 게 차라리 낫지. 婦寡無良人 翁老無兒孫 과부로 남편이 없는 이와, 늙어 자식이 없는 이는 泫然望牛泣 淚落沾衣裙 눈물만 줄줄 소를 보며 우니, 떨어진 눈물이 옷을..
해설. 서사의 극적인 수법이 돋보이는 작품 이 시는 금송(禁松)과 관련한 봉건적인 모순ㆍ비리를 풍자한 내용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 「공전(工典)ㆍ산림(山林)」에 덕산초부(德山樵夫)의 작으로 이 시의 전문이 인용되어 있다. 덕산초부란 정약용의 자칭인데, 시 내용이 산림정책과 직결되는 때문에 옮겨놓은 것이다. 소나무는 목재로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관에서 선박을 제조하거나 관목(棺木)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별히 보호구역을 설정했는데, 그것을 봉산(封山)이라 불렀다. 그리고 소나무의 벌채(伐採)를 엄금하는 법규를 제정하여 이를 금송(禁松)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작중의 배경인 강진 만덕산 기슭은 바로 수영(水營)의 봉산이었다. 문제는 수영의 관리가 금송의 법규를 내세워서 중들을 닦달하여 재물을 뜯어가고 또 ..
금송(禁松)을 어겼다며 소나무로 스님들을 괴롭히다니 승발송행(僧拔松行) 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 백련사 서쪽 석름봉에 有僧彳亍行拔松 스님이 어정거리며 가면서 소나무를 뽑아대네. 穉松出地纔數寸 어린 소나무 땅에서 나와 겨우 몇 마디라 嫩榦柔葉何丰茸 여린 줄기와 부드런 잎사귀 어찌나 여리고 무성한지. 嬰孩直須深愛護 여린 나무 다만 반드시 깊이 사랑하고 보호하면 老大況復成虯龍 크게 자라 더군다나 다시 이무기 용이 될 텐데 胡爲觸目皆拔去 어째서 보이는 대로 모두 뽑아 제거하여 絶其萌櫱湛其宗 싹과 움을 끊어내 소나무란 종을 없애버리려는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 마치 농부가 호미를 메고 긴 가래 들고 力除稂莠勤爲農 힘껏 가라지 제거하여 부지런히 농사 짓는 것 같고 又如鄕亭小吏治官道 또 향정의 말단 관리가 관아의 ..
자지를 잘라버려야만 했던 애통함 애절양(哀絶陽) 정약용(丁若鏞) 계기. 시작(詩作)의 이유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里正奪牛. 民拔刀自割其陽莖曰: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其妻持其莖, 詣官門, 血猶淋淋, 且哭且訴. 閽者拒之, 余聞而作此詩. 爲民牧者, 不恤民情, 但循俗例. 時有悍毒之民, 作如是變, 不幸甚矣. 可不懼哉? 『與猶堂全書』 第五集政法集第二十三卷 ⇒해석보기 1. 관아를 향해 울부짖는 어린 신부의 통곡소리 蘆田少婦哭聲長 哭向縣門號穹蒼 夫征不復尙可有 自古未聞男絶陽 ⇒해석보기 2. 자지 때문에 당한 곤욕? 舅喪已縞兒未澡 三代名簽在軍保 薄言往愬虎守閽 里正咆哮牛去皁 磨刀入房血滿席 自恨生兒遭窘厄 ⇒해석보기 3. 하늘이 낳은 백성임에도 삶은 판연히 다르다 蠶室淫刑豈有辜 閩囝..
해설. 충격적인 사실을 불평등한 제도의 문제로 풀어내다 작자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첨정(簽丁)하여 군포를 거두는 폐단이 고쳐지지 않으면 백성들은 모두 죽어갈 것이다.”라고 주장한 다음, 이 「애절양(哀絶陽)」을 인용한다. 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장은 한 여인이 읍내 관문 앞에서 통곡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다음 제2부에서 그 기막히고 안타까운 사건의 전말을 그 여인이 호소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복잡한 사연이 간결하게 정리되면서 충격을 주는 필치다. 제3부는 그런 객관적 상황에서 발생한 시인의 감회다. 문제적 사건을 천지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존엄성에 비추어 살피면서 초점을 불평등한 제도에 돌린다. 여기서 개혁해야 할 방향은 찾아지는 것이다. 작품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정..
3. 하늘이 낳은 백성임에도 삶은 판연히 다르다 蠶室淫刑豈有辜 잠실의 거세와 음부를 봉함하는 형벌이 어찌 허물이 있어서랴? 閩囝去勢良亦慽 민나라의 자식이 거세 받은 것은 진실로 또한 슬퍼해야 한다. 生生之理天所予 낳고 낳는 이치는 하늘이 부여한 것으로, 乾道成男坤道女 하늘의 도는 사내가 되고, 땅의 도는 계집이 되네. 騸馬豶豕猶云悲 거세한 말과 불알 깐 돼지 오히려 ‘슬프다’고 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 하물며 생민으로 은혜가 차례로 이어지는 것에 있어서랴? 豪家終歲奏管弦 부유한 집은 삶이 마치도록 관현악을 연주하더라도 粒米寸帛無所捐 한 톨의 쌀, 한 마디의 비단도 바치질 않는데, 均吾赤子何厚薄 같은 백성임에도 어찌 이리도 두텁고 옅은가? 客窓重誦鳲鳩篇 객창에서 거듭 「시구」 편이나 외워본다. 인용 전문 해설
2. 자지 때문에 당한 곤욕? 舅喪已縞兒未澡 시아버지 초상은 이미 끝났고 아기의 양수조차 마르지 않았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올라 있네. 薄言往愬虎守閽 서둘러 가서 하소연해보았지만 호랑이 같은 문지기가 굳게 지키고 있고, 里正咆哮牛去皁 향리와 사또는 포효하며 소를 외양간에서 끌고 가네. 磨刀入房血滿席 칼을 갈아 방에 들어가니 선혈이 방안에 낭자해. 自恨生兒遭窘厄 스스로 아이 낳아 곤액을 당했다고 자책하네. 인용 전문 해설
1. 관아를 향해 울부짖는 어린 신부의 통곡소리 蘆田少婦哭聲長 갈대밭의 어린 신부 통곡하는 소리 기니, 哭向縣門號穹蒼 통곡은 관아를 향해서 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네. 夫征不復尙可有 수자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있었지만, 自古未聞男絶陽 예로부터 사내가 자지를 잘랐다는 것은 듣지 못했네. 인용 전문 해설
계기. 시작(詩作)의 이유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里正奪牛. 民拔刀自割其陽莖曰: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其妻持其莖, 詣官門, 血猶淋淋, 且哭且訴. 閽者拒之, 余聞而作此詩. 爲民牧者, 不恤民情, 但循俗例. 時有悍毒之民, 作如是變, 不幸甚矣. 可不懼哉? 『與猶堂全書』 第五集政法集第二十三卷 해석 此嘉慶癸亥秋, 余在康津作也. 이 시는 가경 계해년(1803) 가을에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할 적에 지은 것이다. 時蘆田民, 有兒生三日入於軍保, 당시 농민이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군적에 이름이 기입되어 里正奪牛. 이정이 소를 빼앗아 갔다. 民拔刀自割其陽莖曰: 그러자 농민이 칼을 빼들고 스스로 자신의 자지를 자르며 말했다. “我以此物之故, 受此困厄.” “내가 이 물건의 연고..
정치적 보복으로 명문가의 딸에서 관비가 되다 유객행(有客行) 성해응(成海應)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有客從西來 寄宿縣門側 室中有一女 言辭似京洛 健隷忽來呼 官家有使役 答云方乳兒 乳訖去當速 仍自訴平生 語言涕自落 ⇒해석보기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我本貴家女 祖先皆顯爵 出入椉朱軒 僕從擁簇簇 卿相皆我黨 守伯皆我戚 歲時受𧶅獻 錢帛日絲絡 閨門似朝廷 嶄嶄遵禮法 自我髮未澡 足不踰閫閾 擇對定華閥 煥爛具服餙 ⇒해석보기 3. 한순간에 가문이 기울어 온갖 고초를 당하다 一朝遭傾覆 驚怖喪弱魄 父兄被誅戮 母妹蕩分析 服毒輒嘔吐 雉經被解釋 王府問我名 外方充賤籍 緹騎促登途 迷不知南北 置我西塞去 孤身寄絶域 苦飢誰我食 卧病誰我藥 呼我供厨汲 雜廁婢隷屬 調戱豈敢較 事事輒委曲 細務或齟齬 著處被嗔責 針工復督我 裁縫有程..
해설. 가문이 당한 정치적 보복과 권력의 속성 이 시는 귀족의 여자가 정치적 전락(顚落)으로 인해 관비 신분으로 떨어져 갖은 고난과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다. 시인이 서북지방으로 여행하던 길에 주인공 여자를 상봉하는 서두, 주인공 자신의 입으로 파란의 역정이 서술되는 본장, 시인의 언급으로 끝맺어지는 결말의 전형적 3부 구성으로 엮여 있다. 그런데 작품은 특이하고 주제사상이 주목되는 것이다. 첫째, 주인공 여자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하루아침에 비천한 인생이 되어 기구하고 곤욕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절박하게 그려진 점이다. 역적을 처영하는 경우 그 아들은 죽이고 그 처와 딸은 노예로 삼는다는 것은 주지하는 터이나 실상이 어떠한지 보고된 바 별로 없다. 지금 이 시에서 구체적 실태를 보는 것이다. 둘째, 이조..
4. 행한 그대로 돌아오는 인과응보와 연좌죄의 부당함 聽之尋譜系 門戶果燀爀 듣고서 족보를 찾아보니 가문은 과연 혁혁했네. 其家據權要 亦甞赤人族 그 집안은 권력과 요직에 의거하여 또한 일찍이 남의 가문을 모두 죽이기도 했었는데 倐忽受殄滅 禍殃及稚弱 갑자기 모조리 죽여지는 상황을 만나 재앙이 어리고 연약한 이에게까지 이르렀네. 愼勿毒諸人 反遭必十百 남에게 원망사는 것을 삼가 말아야 하니 도리어 반드시 열배 백배로 당하네. 我使人下涕 人使我見血 내가 남에게 눈물 흘리게 하면 남도 나에게 피 보이게 하니 憑賴豈自解 反復同一轍 힘 입었다고 해도 어찌 스스로 풀리오 도리어 다시 똑같은 것을. 權柄有何樂 乃以一門易 권세를 어찌 즐거워하리오? 이에 한 가문을 바꾸는 것을. 且歎孥戮慘 恐非先聖則 또한 처자식을 죽이는 참..
3. 한순간에 가문이 기울어 온갖 고초를 당하다 一朝遭傾覆 驚怖喪弱魄 하루 아침에 뒤집어짐을 만나니 놀라고 두려워 약한 넋이 나갔죠. 父兄被誅戮 母妹蕩分析 아버지와 오빠는 죽임을 당했고 어머니와 누이는 움직여 흩어져 服毒輒嘔吐 雉經被解釋 독을 복용했지만 대번에 토하여 목을 맸지만 풀어줌을 당했어요. 王府問我名 外方充賤籍 의금부가 제 이름 물어보선 외방의 머슴 명부를 충당하라 하였지요. 緹騎促登途 迷不知南北 집금의 경호병이 재촉하여 길에 오르니 아찔하여 남북조차 모를 지경이었죠. 置我西塞去 孤身寄絶域 나를 서쪽 변방에 두고 가자 외로운 몸은 먼 땅에 붙어야 했으니 苦飢誰我食 卧病誰我藥 괴로운 굶주림에 누가 저를 먹이겠고 병으로 누워 있는데 누가 저를 약 달여주겠어요? 呼我供厨汲 雜廁婢隷屬 나를 불러 부엌에..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我本貴家女 祖先皆顯爵 “저는 본디 귀한 집 딸로 선조들이 모두 현달한 벼슬을 하였죠. 出入椉朱軒 僕從擁簇簇 출입땐 붉은 칠을 한 수레를 탔고 머슴이 따르며 옹위함이 빽빽했고. 卿相皆我黨 守伯皆我戚 고관대작은 모두 우리 당이었고 수령과 방백은 모두 우리 친척이었으며 歲時受𧶅獻 錢帛日絲絡 명절엔 선물을 받으니 돈과 비단이 날마다 예물비단 있었고 閨門似朝廷 嶄嶄遵禮法 안방은 조정과 같아 열심히 예법을 준수했죠. 自我髮未澡 足不踰閫閾 제 머리 꾸미지 않았을 때부터 발로 문지방을 넘지 않았고 擇對定華閥 煥爛具服餙 상대 택함에 화려한 가문을 정하니 찬란한 장신구와 의복이 있었죠. 인용 전문 해설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有客從西來 寄宿縣門側 어떤 나그네가 서쪽으로부터 와 현의 문 곁에서 기숙했네. 室中有一女 言辭似京洛 집안의 한 여인의 말씨는 서울사람인 듯했네. 健隷忽來呼 官家有使役 건장한 머슴이 문득 와서 부르는데 관가에서 시킬 일 있다는 것이네. 答云方乳兒 乳訖去當速 “금방 아이 젖부터 먹이고 갈게요.”라고 답하고 젖먹이 마치자 떠나길 마땅히 신속하게 하네. 仍自訴平生 語言涕自落 연이어 스스로 평생을 하소연하는데 말함에 눈물이 절로 떨어지네. 인용 전문 해설
상인 김한태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횡포를 고발하다 대고(大賈) 이조원(李肇源)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六部諸大夫 顚倒爲之拜 清膴諸名官 奔走爲之价 所惡委淵泥 所好擁傘盖 以若才斗筲 以若文噍殺 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 所以司馬敍 歎息屠沽輩 ⇒해석보기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椽桷有微瑕 全體必盡改 備極土木巧 功費迄五載 樺楣和氣潤 檀室香霧靄 園亭俯羣蜚 池樓將圖畫 廻廊又..
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이 시는 서울 시정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한 상인의 위력과 그의 화려한 생활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서두에서 “서울의 대상인 / 그의 성명은 김한태[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라고 소개되는 주인공은 실로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낱 시정의 부자에 불과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자로 부상한 것이다. 구귀족 양반계급과 거기에 대치해서 발흥하는 상인계급 사이의 전도현상을 시는 자상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대체 무얼로 세상을 흔드는가? / 모두 재물에서 나오는 것이렸다[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라고, 자본의 위력임을 명확히 지적한다. 실로 자본주의적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예고편인 듯싶다. 그런데..
4. 멋대로 누리는 부귀공명을 삼가야 하는 이유 爾或聞之否 亢則必有悔 너는 혹 듣지 못했나?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을. 爾猶不之知 賢豪以自待 너는 오히려 알지 못하는가? 어질고 호탕한 사람은 스스로 기다린다는 것을. 老夫觀物理 爲爾成心痗 늙은이 사물의 이치를 보고 너를 위해 마음 아파한다네. 雖爾大權力 盍憚瞰鬼怪 비록 너는 큰 권력이 있지만 어찌 귀신을 엿보길 꺼려 하질 않는가? 爾雖積貨財 盍忽殄物戒 너는 비록 재물이 쌓였지만 어찌 물건 막 쓰는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것인가? 勢位人所忌 滿盈神所害 권세와 지위는 사람이 꺼리는 것이고 가득 차는 건 귀신이 해치는 것이네. 收聲與藏熱 分明法言在 ‘하늘은 소리를 거두고 땅은 열기를 감춰야 한다’라는 분명한 격언이 있는데 今見揆古聞 天道或未..
3. 김한태 집의 화려한 내부와 옷치장과 밥상 璀璨室中物 無一不目駭 찬란한 방 속 물건 하나도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 게 없네. 座排薊北產 几列日東届 방석은 연나라 생산된 것이고 작은 탁자는 일본에서 이른 것이며 鼎彜錯古董 槃敦粧奇貝 보기(寶器)엔 골동품이 섞여 있고 고반엔 기이한 장식물 단장했으며 涼簟織象牙 溫氊繡鳳彩 서늘한 대자리는 상아로 짠 것이고 따스한 모전엔 색채나는 봉황 수놓여 있네. 百金一家資 一介千金買 100금은 한 집안의 재산인데 하나의 물건을 1000금에 산 것이라네. 眩如波斯市 疇能形諸話 현란한 것이 페르시아 장터 같으니 누가 모든 말로도 형용할 수 있으려나? 裝束矜鮮楚 顧影更三再 장식품과 부속품의 새롭고 고움 자랑하려는지 그림자 2~3번 돌아보고 雕鞍與璣輪 金錯兼玉佩 새겨진 안장과 ..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마침내 뜻이 더욱 교만해지고 교만해짐이 극심해지자 참람되고 사치스러워졌네.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집이 얼마나 굉장하고 화려한지? 옷의 장식이 얼마나 가죽이며 색채나던지?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거처와 음식의 호사스러움이 한 시대의 으뜸이었고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높다란 수 백칸의 집의 고명함은 저자에서 빼어났지만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오히려 부족하다 여겨 3배로 증축하니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무얼 다시 꺼리겠는가? 사람을 꾸짖으니 문이 바다인 듯 버글버글해.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숨기려 하면 도리어 드러나는 게 없으니 보지 않고도 또한 대강을 들었다네.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목수는 그 잘하는 이를 뽑아 계획하고 경영함에 심혈을 다하게 하는데 椽桷有微瑕 全..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서울에 거상(巨商)이 있으니 이름은 김한태라네.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가문의 지체는 이미 낮고 기골 또한 왜소하나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교활하디 교활한 시정의 잡배(雜輩)들은 이익에 맞으면 콧대 교활하니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이 다투어 아부하고 사람이 아부하면 세력이 이 때문에 커지지.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빈천이야 진실로 무에 논하리오? 벗들이 모두 고관대척인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임금의 인척들이 그 살갗에 부딪치려 하고 대신들은 그 입을 우러르네.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자사들도 그의 손에서 나가니 수레에 묵은 빚 갚듯 실려 있네.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어사는 그 뺨을 따라서 조치하는 것에 방자하게 씹어대고 짖어대는 구나. 六部諸..
해설. 가난한 선비의 일상생활을 포착하다 이 시는 가난한 선비 생활의 단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느 여름날 시골 선비의 집, 이것이 서사적 배경이다. 그날 마침 풋보리로 죽을 쑤어서 무대 위에는 일가족이 죽을 먹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별히 일어난 사건은 없다. 그야말로 일상적인 삶의 정경이다. 그런데 비록 하찮은 풋보리죽이지만 그 묘사의 감각이 극히 신선하며, 그것을 먹는 모습들에서 생활의 재미와 함께 인정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다. 끝에 그 집 문밖에 거지들이 몰려드는 데서 민생의 궁핍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잣집을 가리키며 “그 집엔 개도 쌀밥을 먹는다는데[犬彘厭粱肉]”라고 하는 말에서 불평등의 사회 모순이 또한 제기되고 있다. 작중의 서술자는 바로 그 선비가 맡고 있다. 이 서술자를 시인과 그대로 동..
가난한 선비의 밥상, 거기에 모인 거지들 청맥행(靑麥行) 위백규(魏伯珪) 家人碎靑麥 作糜供朝夕 집안사람들이 푸른 보리 갈아 죽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공급하네. 蘘荷萵苣助其味 양하와 상추로 입맛 도우니 三物凝成靑碧綠 세 반찬이 썩이며 푸르디 푸르며 푸름을 이루네. 忽疑猫睛寶玉盌 문득 고양이 눈 모양의 묘정의 보배로운 옥으로 만든 주발에 磨出大食國(火) 아라비아에서 갈아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네. 復疑葡萄酒新熟 다시 포도주 처음 발효됨에 醱醅鴨頭色 익어 오리의 머리색인지 의심스럽네. 措大家中安有此 안채 속에 둔 것 중에 어찌 이런 게 있는가? 先聞香臭雙臭觸 먼저 향기로운 냄새 맡으니 두 코에 맡아지는 구나. 一匙二匙甘如蜜 한 숟가락과 두 숟가락 뜨니 달기가 꿀 같고 盡盂便欲旋手脚 사발 다 먹자 곧 손과 발에..
곤륜의 늙은 머슴을 그리다 곤륜노(昆侖奴) 신광하(申光河)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初從鼻頭結 滿面滴如珠 黃涕從而下 呑吐水漿俱 旁人唾而避 靦然無廉隅 誰堪爲汝妻 白首雄棲孤 吾貧無作使 雇役問何如 自言老於穡 識農知無逾 ⇒해석보기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鼾息動聯榻 避寢不共居 使婢或攪眠 鼓頰恣睢盱 肆言輒要去 恃老能欺吾 兩耳亦復聾 言語聽若無 望..
해설. 곤륜을 연민의 감정으로 그려내다 이 시는 양반댁에서 머슴살이하는 한 인간을 그린 것이다.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니, 제1부에서는 주인공 곤륜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했으며, 제2부에서 그가 모슴으로 들어온 경위 및 들어와서 취했던 행각을 소개한다. 제3부는 작중의 현재인데 여기서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곤륜이 늦장을 부려 농사를 망치게 된다. 시는 곤륜의 주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주인은 실세(失勢)한 양반이다. 양반의 처지에선 스스로 경작을 할 수 없고 부득이 머슴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당시(18세기 전반기) 농촌에 일손이 딸려서 품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건장한 머슴을 들이기도 용이치 않았다. 곤륜 같은 사람을 머슴으로 들인 데는 그런 특수한 사정이 ..
3. 밀물에 둑 터졌지만 곤륜노의 하는 꼬락서니 吾田當海衝 潮時備不虞 나의 밭이 바다의 요충지에 당해 밀물 때 생각지 못함을 대비해야 하는데 潮來水桶坼 隣夫相急趍 밀물 옮에 물둑이 터져 이웃 남자들 서로 급히 달려갔다네. 懣然不動色 負手行徐徐 곤륜의 머슴은 답답하게도 안색 변하지도 않은 채 뒷짐 지고 천천히 다니다가 植立長堤上 罵水以爲辜 우두커니 긴 둑 위에 서서 물을 욕하고 허물로 여기네. 老懶不用力 假言勤襦袽 늙고 게을러 힘을 쓸 수 없지만 거짓말로 ‘부지런히 옷과 헌옷 마련했어야지’라고 말하네. 自非陶侃胡 能欺子産魚 스스로 도간의 오랑캐처럼 특출난 존재 아닌데 자산의 물고기를 맡은 연못 관리인처럼 속일 수 있구나. 海亦大怪哉 胡令勞力余 바다 또한 매우 괴이하구나! 어째서 나를 힘겹게 하는가? 觀者爭..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서쪽 밭두둑이 봄이 옴을 알리니 밭의 일은 그에게 맡겼네.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젊고 쌩쌩할 때도 또한 쓸모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의 쇠하고 늙은 몸임에랴.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밭 갈 적엔 한 뙈기 마치지 않았는데도 헐떡이고 땀 흘리며 제몸 버티기도 어려워하고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자빠지니 술을 마셔서 그런 게 아니고 ‘병이 잠깐 났어라’라고 말하네.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안색은 참담하고 험악하니 학질도 오히려 달아날 만하네.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벼랑에서 아침애 밭 갈다 그치고 돌아오니 품을 빌리느라 부질없이 수입을 소비했다네.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늦게 잔다면서 오히려 저물지 않았을 때고 일찍 일어난다면서 이미 저물녘에 가..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집 이사해 바다 언덕에서 밭 갈러 한 명 곤륜의 종놈 얻었네.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삶의 성품이 극히 유아스럽고 완악하며 몸은 또한 난쟁이라네.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나이 56살인데 콩과 쌀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지.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미혹되고 어리석음이 진실로 어찌 상할 게 있을까만은 모질고 흉악함은 곧 남음이 있다네.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굶주림을 알지만 배부름을 알지 못해 또한 술 잘 마시는 이의 손에만 따르고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저녁밥 놓을 때 급하기 개 같고 곁눈질하며 봄이 애처롭기가 돼지 같네.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한겨울에 차가운 음식 대하나 먹지 않았는데 내심 먼저 허천하여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숟가락 들고 밥 먹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