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시놀이터 (2771)
건빵이랑 놀자
수자리 살러 간 남편을 둔 아내의 원망 정부원(征婦怨) 권필(權韠) 交河霜落雁南飛 九月金城未解圍 征夫不知郞已沒 夜深猶自擣寒衣 『石洲集』 卷之七 해석 交河霜落雁南飛 교하상락안남비 교하【교하(交河): 경기도 파주 지역의 옛 지명.】에 서리 내리자 기러기 남쪽으로 나는데 九月金城未解圍 구월금성미해위 9월에 서울은 포위 풀리지 않았네. 征夫不知郞已沒 정부부지랑이몰 정부는 낭군이 이미 죽었는지조차 모른 채 夜深猶自擣寒衣 야심유자도한의 야심한 밤에도 여전히 스스로 겨울옷 다듬질하네. 『石洲集』 卷之七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2년 1차 17번
백련사에서 밤에 앉아 회포를 쓰다백련사야좌서회(白蓮寺夜坐書懷) 권필(權韠) 院靜僧初定 山晴月更多원정승초정 산청월갱다疏螢依亂草 暗鳥集深柯소형의난초 암조집심가壯志餘孤釰 窮愁且短歌장지여고일 궁수차단가京華有兄弟 消息定如何 경화유형제 소식정여하 『石洲集』 卷之三 해석院靜僧初定 山晴月更多사찰 고요해지자 스님은 처음으로 정좌했고 산에 비 개자 달빛 다시 짙어졌네. 疏螢依亂草 暗鳥集深柯드문 반딧불이 어지러운 풀에 숨었고 어둔 새 깊은 가지에 모였네.壯志餘孤釰 窮愁且短歌씩씩한 뜻 외로운 칼날에 남았고 곤궁한 근심에 단가 구차하게 부르네.京華有兄弟 消息定如何서울에 형제 있는데 소식은 정히 어떠하오. 『石洲集』 卷之三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12년 1차 35번
꿈을 기록하다기몽(記夢) 권필(權韠) 夜夢靑童引我去 忽到雲霞最深處仙樂風飄自帝所 玉樓十二高入天五色靄靄煙非煙 攝身飛上身飄然金支翠蓋相後先 左右環佩羅群仙余乃長跪玉皇前 焚香敬受長生編一讀可度三千年 簷間語燕聲呢喃破牕透雨寒𩁺𩁺 招魂不復煩巫咸此身兀兀仍世間 眼前萬事頭欲斑幾時長往巢神山 『石洲集』 卷之二 ▲ 고구려 5회분 4호묘 고분벽화 가운데 학과 용을 탄 신선. 해석夜夢靑童引我去야몽청동인아거밤에 꿈속에서 푸른 동자가 나를 이끌어 가더니忽到雲霞最深處홀도운하최심처갑자기 구름 노을 가장 깊은 곳에 이르렀네.仙樂風飄自帝所선락풍표자제소신선의 풍류가 황제가 있던 곳으로부터 바람결에 불어오고玉樓十二高入天옥루십이고입천옥루 12개【현포(玄圃): 곤륜산 정상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인데 여기에는 다섯 금대(金臺)와 열두 옥루, 그리고 기이..
사물을 보며 읊조리다관물음(觀物吟) 고상안(高尙顔) 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宜因觀宦路升沈事 陟未皆歡黜未悲 『泰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牛無上齒虎無角우무상치호무각소는 윗니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天道均齊付與宜천도균제부여의하늘의 도는 고르고 가지런해 부여해줌이 마땅하다네.因觀宦路升沈事인관환로승침사그래서 벼슬길에서의 영전이나 좌천되는 일을 보면陟未皆歡黜未悲척미개환출미비영전했다고 기뻐할 것도 쫓겨났다고 슬퍼할 것도 없네. 『泰村先生文集』 卷之一 인용새옹지마한시미학산책
강가 정자에서 아침에 일어나 우연히 읊다호정조기우음(湖亭朝起偶吟) 강극성(姜克誠) 江日晩未生 蒼茫十里霧강일만미생 창망십리무但聞柔櫓聲 不見舟行處 단문유노성 불견주행처 『海東繹史』 沈德潛曰: “唐無名氏有, ‘烟昏不見人, 隱隱數聲櫓’句, 傳寫曉景, 俱非畫筆能到”『明詩別裁』 해석江日晩未生 蒼茫十里霧강의 해 늦도록 솟질 않고 아득히 십리까지 뻗힌 안개.但聞柔櫓聲 不見舟行處다만 노 젓는 소리 들리나, 배가는 곳 보이질 않네. 『海東繹史』 같이 생각해볼 글沈德潛曰: “唐無名氏有, ‘烟昏不見人, 隱隱數聲櫓’句, 심덕잠이 말했다. “당나라 무명씨가 지은 아래의 구절은 烟昏不見人 隱隱數聲櫓안개 낀 새벽에 사람 보이지 않지만 은근히 몇 번 들려오는 노 젓는 소리 傳寫曉景, 새벽경치를 전하며 묘사한 것이 俱非畫筆能到”-『明詩..
총석정에서 짓다제총석정(題叢石亭) 김정(金淨) 本六首, 而及己卯撤去其板, 故因逸其二. 絶嶠丹崖滄海陬 孤標夐邈卽蓬丘硬根直揷幽波險 削面疑經巧斧修鼇柱天高殘四片 羊碑峴占杳千秋鶴飛人去已寥廓 目斷碧雲空自愁 千古高皐叢石勝 登臨寥落九秋懷斗魁鏟彩墮滄海 月宮借斧削丹崖巨溟欲泛危巒去 頑骨長衝激浪排蓬島笙簫空淡佇 夕陽搔首寄天涯 八月十五叢石夜 碧空星漢淡悠悠飛騰桂影昇天滿 搖漾銀光溢海浮六合孤生身一粒 四仙遺躅鶴千秋白雲迢遞萬山外 獨立高丘杳遠愁 雲滅秋晴淡碧層 淸晨起望大陽昇光涵海宇初呑吐 彩射天衢忽湧騰幽窟老龍驚火焰 深林陰鬼失依憑人寰昏黑從今廓 欲向崦嵫爲繫繩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本六首, 而及己卯撤去其板, 故因逸其二.본래 6수인데 기묘사회로 시판이 없어져 2수를 일실했다 絶嶠丹崖滄海陬절교단애창해추깎아지른 붉은 벼랑 푸른 바다의 산기슭에孤標夐邈..
생명이 끊어질 즈음에 짓다임절사(臨絶辭) 김정(金淨) 投絶國兮作孤魂 遺慈母兮隔天倫遭斯世兮殞余身 乘雲氣兮歷帝閽從屈原兮高逍遙 長夜冥兮何時朝炯丹衷兮埋草萊 堂堂壯志兮中道摧嗚呼千秋萬歲兮應我哀 『冲庵先生集』 卷之四 해석投絶國兮作孤魂투절국혜작고혼절해고도의 땅에 던져져 외로운 넋 되어遺慈母兮隔天倫유자모혜격천륜어머니 남겨두었으니 천륜을 저버렸네.遭斯世兮殞余身조사세혜운여신이 세상을 만나 나의 몸 죽게 되니乘雲氣兮歷帝閽승운기혜력제혼구름 타고 상제의 궐문을 지나보리. 從屈原兮高逍遙종굴원혜고소요굴원을 좇아 고상하게 소요하나長夜冥兮何時朝장야명혜하시조긴 밤 어두워 어느 때 아침 되려나?炯丹衷兮埋草萊형단충혜매초래타오르는 붉은 충정은 풀에 파묻혔고堂堂壯志兮中道摧당당장지혜중도최당당하던 장부의 뜻은 중도에 끊겼네.嗚呼千秋萬歲兮應我哀오호천..
중양절에 상사에게 드리며중구일정상사(重九日呈上使) 김안국(金安國) 佳節頻從病裏過 關山萬里路爲家灤河郵館中秋月 林畔川原九日花藥裹唯應終歲務 酒杯非復曩時誇歡娛暫侍登高席 強揷茱萸滿帽斜 『慕齋先生集』 卷之二 해석佳節頻從病裏過가절빈종병리과아름다운 계절 자주 따르려 하나 병 속에 지내 버리고關山萬里路爲家관산만리로위가관산 만 리 길에 집 지었네.灤河郵館中秋月란하우관중추월난하【난하(灤河): 영평성(永平城) 서쪽 5리 지점에 있는 맑은 강물 이름으로, 난하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백이숙제(伯夷叔齊)의 사당이 있다고 한다. 『燕行錄選集 燕轅直指 卷2 出疆錄 灤河記』】의 우정관 중추월에林畔川原九日花림반천원구일화수풀 언덕 샘물 솟는 9일의 꽃이로세.藥裹唯應終歲務약과유응종세무약 속에 오직 응당 세월 마치도록 힘쓰고酒杯非復曩時誇주..
보현사에 기거하며 생각이 일어 어떤 사람에게 주다우보현사 서회증인(寓普賢寺 書懷贈人) 김시습(金時習) 自我來普賢 心閑境亦便자아래보현 심한경역편石鼎沸新茗 金爐生碧煙석정비신명 금로생벽연以我方外人 從遊方外禪이아방외인 종유방외선問道道愈梗 觀心心更硏문도도유경 관심심갱연了無纖塵迹 只有孤雲旋료무섬진적 지유고운선人生百年內 此樂何如焉인생백년내 차락하여언 『梅月堂詩集』 卷之九 해석自我來普賢 心閑境亦便내가 보현사에 오고부터 마음은 한가롭고 또 편해. 石鼎沸新茗 金爐生碧煙돌솥에 새 차 끓이니 화로에서 푸르스름한 연기 나나.以我方外人 從遊方外禪나는 방외인으로 방외의 선사 따라 노니니 問道道愈梗 觀心心更硏도를 물으면 도가 더욱 굳건해지고 마음을 보면 마음 다시 자세해지네.了無纖塵迹 只有孤雲旋조금의 세속 티끌도 없이 다만 외로운 ..
삼각산에서삼각산(三角山) 김시습(金時習) 束聳三峯貫大靑 登臨可摘斗牛星非徒岳岫興雲霧 能使王都萬世寧 『芝峯類說』 卷十三 해석束聳三峯貫大靑속용삼봉관대청세 봉우리를 묶어 세워 하늘을 뚫었으니, 登臨可摘斗牛星등림가적두우성오르면 북두칠성도 딸 수 있겠네. 非徒岳岫興雲霧비도악수흥운무한갓 뫼뿌리들이 구름과 안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能使王都萬世寧능사왕도만세녕능히 왕도로 하여금 만세에 편안하게 하도다. 『芝峯類說』 卷十三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지봉유설
산 속 도인에게 주다증산중도인(贈山中道人) 김시습(金時習) 到老幽情頗轉深 林泉終不負初心竹爐初撥三生火 石鼎新煎一味蔘風曳洞雲歸遠壑 雁拖寒日下遙岑共君今夜不須睡 月到小窓彈古琴 해석到老幽情頗轉深도로유정파전심늙자 그윽한 정이 매우 더 깊어졌고林泉終不負初心림천종불부초심끝내 숲과 샘에 살겠다는 초심을 지켰다네. 竹爐初撥三生火죽로초발삼생화대나무 화로에선 삼생【삼생(三生): 불교에 나오는 말로 전생ㆍ이승ㆍ저승. 뜻은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불 막 지피고. 石鼎新煎一味蔘석정신전일미삼돌솥에선 최고의 삼【연단(煉丹): 도교에서 말하는 장생불사(長生不死藥)인 단약(丹藥)을 굽는 것】을 새로 달이네. 風曳洞雲歸遠壑풍예동운귀원학바람은 동굴의 구름을 끌고서 먼 골짜기로 돌아가고雁拖寒日下遙岑안타한일하요잠기러기는 찬 해를 끌어당겨 먼 봉우리..
사람을 보내며송인(送人) 김시습(金時習) 趙吠眞榮兆 飛黥是禍胎羊頭如欲爛 柴盡爾園梅 『梅月堂詩集』 卷之十四 해석趙吠眞榮兆조폐진영조월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짓듯이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월견폐설(越犬吠雪): 월(越)엔 눈이 거의 오지 않아, 개가 눈이 오는 것을 보고 놀라 짖음을 의미한다. 어리석고 식견이 좁은 사람이 보통의 예삿일에 의심을 품거나 크게 놀람을 이르는 말. 】이 진정 영광스러운 징조이고, 飛黥是禍胎비경시화태고래가 물 위로 날아오르듯, 함부로 날뛰는 것은 화를 부르는 일이다. 羊頭如欲爛양두여욕란양 머리를 익히려 한다면,柴盡爾園梅시진이원매너의 동산의 매화나무는 땔나무로 다할 것이다(함부로 벼슬을 탐한다면 천하의 아름다운 선비들은 모두 없어질 것이다). 『梅月堂詩集』 卷之十四 인용작가 이력 ..
시를 배우며학시(學詩) 김시습(金時習) 客言詩可學 余對不能傳객언시가학 여대부능전但看其妙處 莫問有聲聯단간기묘처 막문유성련山靜雲收野 江澄月上天산정운수야 강징월상천此時如得旨 探我句中仙차시여득지 탐아구중선 客言詩可學 詩法似寒泉객언시가학 시법사한천觸石多嗚咽 盈潭靜不喧촉석다오열 영담정불훤屈莊多慷慨 魏晉漸拏煩굴장다강개 위진점나번勦斷尋常格 玄關未易言초단심상격 현관미이언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客言詩可學 余對不能傳객은 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하나 나는 전할 수 없다고 대답하네. 但看其妙處 莫問有聲聯다만 오묘한 곳만 보고 소리와 연구 있음을 묻진 말게.山靜雲收野 江澄月上天산은 고요해 구름이 들판에서 걷힐 때, 강이 맑아 달이 하늘에 떠오를 때此時如得旨 探我句中仙이때에 만약 뜻 얻는다면 나의 구절 속에서 신선 찾을 걸세...
사물을 보며관물(觀物) 김시습(金時習) 南枝花發北枝寒 強道春心有兩般一理齊平無物我 好將點檢自家看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석南枝花發北枝寒남지화발북지한남쪽 나뭇가지엔 꽃이 만개했지만 북쪽 나뭇가지는 싸늘하고強道春心有兩般강도춘심유량반억지로 춘심엔 두 가지 경우라 말한다네.一理齊平無物我일리제평무물아그러나 한 가지 이치 고르고 평등해 사물과 내가 따로 없으니好將點檢自家看호장점검자가간장차 점검하여 스스로 보는 게 좋을시고.『梅月堂詩集』 卷之一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민가를 한시로 담다죽지사(竹枝詞) 김시습(金時習) 一片紙帳白於雲 夜撒東窓直到昕擬夢情人眠不得 數條香線減三分 儂如百尺陰崖氷 爾似一竿陽曦騰願借一竿朝陽暉 銷我百尺陰崖凝 夜如何其夜未央 星移西嶺月侵床人間最是多情苦 展轉不寐空斷腸 『梅月堂詩集』卷之七 해석一片紙帳白於雲일편지장백어운한 조각의 종이 휘장은 구름보다 희어夜撒東窓直到昕야살동창직도흔밤에 동창에 걸치고 다만 아침에 이르리.擬夢情人眠不得의몽정인면부득정인을 꿈꾸고 싶어도 잠 오지 않아數條香線減三分수조향선감삼분몇 가지 향줄기가 3/10이나 줄어들었네. 儂如百尺陰崖氷농여백척음애빙나는 백 척 응달의 얼음 같고爾似一竿陽曦騰이사일간양희등너는 한 장대의 햇빛이 뜬 것 같네.願借一竿朝陽暉원차일간조양휘원컨대 한 장대의 아침 햇빛 빌려주어銷我百尺陰崖凝소아백척음애응나의 백 척 응달의 ..
죽장암에서죽장암(竹長菴) 김시습(金時習) 高低石徑斜 岑寂有僧家고저석경사 잠적유승가晚日照高樹 東風吹野花만일조고수 동풍취야화溪流明似練 藤蔓曲如蛇계류명사련 등만곡여사參禮名山遍 逍遙卽我家참례명산편 소요즉아가 『梅月堂詩集』 卷之十 해석高低石徑斜 岑寂有僧家높고 낮은 돌길이 비껴 있고 적막한 곳에 사찰이 있다네.晚日照高樹 東風吹野花석양은 큰 나무를 비치고 봄바람이 들꽃이 불며溪流明似練 藤蔓曲如蛇흐르는 시내의 청명함이 비단 같고, 덩굴의 굽어진 것이 뱀 같네.參禮名山遍 逍遙卽我家참례하러 명산 두루 다니니 소요하는 곳이 곧 나의 집일세. 『梅月堂詩集』 卷之十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
책상 깨끗이 하고 독서하며정궤독서(淨几讀書) 김시습(金時習) 世人奔競倚吹噓 不學無知步玉除誤國誤民爲後笑 何如淨几讀經書 古之爲仕者, 不欲躁進以立其身, 但修天爵而已. 如伊之耕莘, 呂之釣渭, 何嘗有心於求宦哉? 然湯之三聘, 文之一見, 出而便會風雲者, 以其道德夙著, 能啓沃人主, 何嘗爲人主之黜陟哉? 今則不然. 依勢吹噓, 苟登仕路, 至有筮仕而省事者矣, 則其所與人語者, 皆爲祿爲身也, 何暇啓沃於人主哉? 此余少年讀書時, 未嘗不掩卷而長嘆也. 然苟不得修道德如伊ㆍ呂, 必也讀書乎. 雖不能愼思篤行, 其與無知, 蓋有分矣.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 世人奔競倚吹噓세인분경의취허세상사람 분주히 다퉈 과장되게 말함【취허(吹嘘): 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추켜세우다 ② 과장해서 말하다 ③ 선전하다】에 의지하고不學無知步玉除불학무지보옥제배우지..
산에 살며 산 속 도인에게 주다산거 증산중도인(山居 贈山中道人) 김시습(金時習) 春山無伴獨行時 猿狖雙雙先後隨槲葉蔭溪迷小徑 松槎偃石礙通岐年年收栗忘貧歉 處處團茅任適宜點檢一生忙事少 世中韁勒不曾知 『梅月堂詩集』 卷之十三 해석春山無伴獨行時춘산무반독행시봄산에서 도반 없이 홀로 다닐 적에猿狖雙雙先後隨원유쌍쌍선후수잔나비는 쌍쌍이 앞뒤로 따르네. 槲葉蔭溪迷小徑곡엽음계미소경떡갈나무 잎사귀 음산한 계곡의 작은 길에서 헤매고松槎偃石礙通岐송사언석애통기베어진 소나무 바위에 누워 있어 통하던 갈림길 막혔네. 年年收栗忘貧歉년년수률망빈겸해마다 밤을 수확해 가난함과 불만족스러움 잊고處處團茅任適宜처처단모임적의곳곳마다 띠풀 모아 마땅함에 맡긴다네. 點檢一生忙事少점검일생망사소일생을 점검해보니 바쁜 일 적었지만世中韁勒不曾知세중강륵부증지세상 속..
성동에서 임금의 수레를 맞아 대제조 윤소종(尹紹宗)의 시에 차운하다 성동영가 차윤대제조(城東迎駕 次尹待制詔) 권근(權近) 東巡畿甸閱春畋 獵火燒原欲漲天 未進相如銜橜戒 遙瞻馳道向風烟 『陽村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東巡畿甸閱春畋 동순기전열춘전 동으로 경기도를 따라가 봄 사냥을 사열하니 獵火燒原欲漲天 렵화소원욕창천 사냥 불길이 언덕을 태우며 하늘까지 닿으려 하네. 未進相如銜橜戒 미진상여함궐계 사마상여의 고삐와 재갈 물린 경계【상여함궐계(相如銜橜戒): 그는 무제(武帝)에게 「유렵부(游獵賦)」라는 제목의 ‘부’를 바친 적이 있다. 이 글은 허구적인 인물인 ‘없다’라는 님과 ‘있을 리가 있나’라는 선생의 문답을 통해, 임금이 동산을 화려하게 꾸며 거기서 사냥을 즐기는 일에 탐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바..
상고시대를 시작하며 개벽한 동이의 임금인 단군 시고개벽동이주(始古開闢東夷主) 권근(權近)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문설홍황일 단군강수변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위림동국토 시재제요천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전세부지기 역년증과천 後來箕子代 同是號朝鮮후래기자대 동시호조선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옛날 신인이 박달나무 아래에 강림하자 나랏사람들이 세워 임금으로 삼고서 단군이라 불렀으니 이때는 요임금의 원년인 무진년이었다.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전설을 들어보니 까마득한 예전에 단군이 신단수 가에 강림해셔서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지위로 동쪽 나라 임하셨으니 이때가 요임금 때였다네.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태조 이성계가 수도를 옮기며 이씨이거(李氏異居) 권근(權近)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동국방다난 오왕공내성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무민수혜정 사대진충성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석호승천총 천거작읍성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언수직공 만세봉황명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우리나라는 지금 많이 다사다난하지만 우리 임금의 공이 이제 이루어졌네.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백성을 위무(慰撫)하시고 은혜로운 정치를 수행(修行)하시며 큰 나라 섬겨 충성스러움을 다하셨네.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국호(國號)를 하사한 하늘의 은총을 받들어 천도하여 읍성을 일으켰네.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컨대 말씀드리오니 직공【직공(職貢): 제후가 천자에게 물품을 바치는 것.】을 수행하셔서 만세토록 명나라 황제를 받드소서. 『陽..
개성에서 시를 짓다 왕경작고(王京作古) 권근(權近)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작동번 유지오백년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종실도 흥폐실관천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성유시 번화국이천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아래증탄식 교목대한연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가 동쪽 번방(藩邦)을 일으켜 500년을 유지했지만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해져 끝내 도를 잃었으니 흥함과 폐함은 실제 하늘에 관계되어 있구나.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한 성은 아직 있지만 번화한 나라는 이미 천도했네.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내가 와 탄식을 더하니 교목엔 차가운 연기 에워쌌네.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응제시(應製詩) 24수 가운데 첫 수로, 외교시(外交詩)의 백미(白眉)이다. 조선의 요동공벌계획을 ..
급히 가는 돛단배범급(帆急) 김구용(金九容) 帆急山如走 舟行岸自移異鄕頻問俗 佳處強題詩吳楚千年地 江湖五月時莫嫌無一物 風月也相隨暮宿淸江口 籬邊繫小船隔牕聞鶴唳 欹枕伴鷗眠霧重山仍雨 風恬浪作煙曉看茅屋處 淳朴一山川山漸周圍水漸淸 泝流船疾浪花生茂林脩竹無人處 時聽幽禽一兩聲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帆急山如走 범급산여주돛단배 급히 가니 산은 달리는 듯 舟行岸自移주행안자이배가 가니 언덕 절로 움직이네.異鄕頻問俗 이향빈문속타향이라 자주 풍속 묻고 佳處強題詩가처강제시좋은 곳이라 굳이 시 짓는다네.吳楚千年地 오초천년지오나라 초나라 천년 땅에 江湖五月時강호오월시강호는 5월의 때莫嫌無一物 막혐무일물하나의 소유물 없다고 싫어하진 마오. 風月也相隨풍월야상수바람과 달이 서로 따르리.暮宿淸江口 모숙청강구저물어 청강의 입구에 묵으니 籬..
강물 강수(江水) 김구용(金九容) 江水東流不復回 雲帆萬里向西開 菰蒲兩岸微風起 楊柳長堤細雨來 驚夢遠迷箕子國 旅愁獨上楚王臺 行行見說巫山近 一聽猿聲轉覺哀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 江水東流不復回 강수동류불부회 강물은 동쪽으로 흘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雲帆萬里向西開 운범만리향서개 구름 돛대 만 리로 서쪽 향해 펼쳐 있네. 菰蒲兩岸微風起 고포양안미풍기 부들 자라난 양쪽 언덕엔 살랑바람 불어오고, 楊柳長堤細雨來 양류장제세우래 버드나무 자란 긴 둑엔 가랑비 내린다. 驚夢遠迷箕子國 경몽원미기자국 놀란 꿈으로 아득히 기자의 나라를 헤매고, 旅愁獨上楚王臺 려수독상초왕대 나그네 수심으로 홀로 초왕대【초왕대(楚王臺): 전국시대 초회왕(楚懷王)이 꿈속에서 무산의 여신과 만나 정을 나눴던 고당(高唐)의 궁관(宮觀). 】에 ..
연탄 가에서 달가에게 부치다연탄상 기달가(燕灘上 寄達可) 김구용(金九容) 江頭春水正溶溶 把釣閑吟柳影中欲寄相思千里字 却嫌雙鯉未能通去歲秋風一解携 幾回明月滿江樓何時一笑重相見 江草萋萋似喚愁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上 해석江頭春水正溶溶강두춘수정용용강어귀 봄물 용솟음치는데把釣閑吟柳影中파조한음류영중낚시대 잡고 한가로이 버들 그림자 속에서 읊조린다네.欲寄相思千里字욕기상사천리자그대 생각 천리의 글자에 부치려 해도却嫌雙鯉未能通각혐쌍리미능통도리어 편지【쌍리(雙鯉): 두 마리의 잉어로, 서신(書信)을 말한다. 고악부(古樂府)인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에 이르기를 “나그네가 먼 곳에서 여기 와서는, 두 마리의 잉어를 내게 주었네. 아이 불러 잉어를 끓이게 하니, 배 속에 비단에 쓴 편지 들었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兒烹..
무창(武昌)무창(武昌)은 현명(縣名)으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무한시(武漢市) 무창을 말한다. 김구용(金九容) 黃鶴樓前水湧波 沿江簾幕幾千家醵錢沽酒開懷抱 大別山靑日已斜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黃鶴樓前水湧波황학루전수용파황학루 앞의 용솟음치는 파도沿江簾幕幾千家연강렴막기천가강가에 연이은 집과 주막은 몇 천 집인가?醵錢沽酒開懷抱갹전고주개회포돈을 추렴해 술을 사 회포를 풀어내니 大別山靑日已斜대별산청일이사대별산은 푸른데 해는 이미 저물었네.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인용한시사문학통사성수시화
느꺼움과 회포가 있어감회(感懷) 김구용(金九容) 十幅雲帆一信風 江山都是畫圖中誰知萬里西征客 心與滄波日夜東 死生由命奈何天 回首扶桑一惘然良馬五千何日到 桃花關外草芊芊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十幅雲帆一信風십폭운범일신풍열폭의 구름 같은 돛은 한 바람 부는 대로江山都是畫圖中강산도시화도중강산은 모두 그림 속인 것 같아. 誰知萬里西征客수지만리서정객누가 알랴, 만리의 서쪽 나그네 되어 心與滄波日夜東심여창파일야동마음은 푸른 파도와 함께 낮밤으로 동쪽으로 가게 될 걸. 死生由命奈何天사생유명내하천죽고 사는 것 운명에 따르는 것, 하늘이 어이하랴. 回首扶桑一惘然회수부상일망연고개 돌리니 부상(동쪽 길)【부상(扶桑) : 해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신목(神木) 이름이다.】은 한결같이 아득하기만 해.良馬五千何日到량..
분수령 가는 길목에서 분수령도중(分水嶺途中) 김구(金坵)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杜鵑聲裏但靑山 竟日行穿翠密間 渡一溪流知幾曲 送潺潺了又潺潺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가희 4년 경자에 공은 권직한림(權直翰林)으로 서장관을 충당하러 원 나라에 갔다. 이 시는 『북정록』의 「서경 철주 출새시」 등에 이른다. 杜鵑聲裏但靑山 두견성리단청산 소쩍새 소리 속 다만 푸른 산만 있어 竟日行穿翠密間 경일행천취밀간 하루 마치도록 빼곡하게 푸른 풀 뚫고 간다네. 渡一溪流知幾曲 도일계류지기곡 한 시내 건넜는데 몇 굽이인지 알려나? 送潺潺了又潺潺 송잔잔료우잔잔 졸졸 흐르는 시내 보내고 나니 또 졸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긴 걸 비웃으며 조원각경(嘲圓覺經) 김구(金坵)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蜂歌蝶舞百花新 摠是華藏藏裏珍 終日啾啾說圓覺 不如緘口過殘春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이 당시 온 나라가 불법을 숭상하여 윗 사람과 아랫 사람 모두가 복을 비는 장소로 분주히 달렸다.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권신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기고 영공 김구에게 발문을 부탁했지만 공은 기꺼이 허락하질 않고 이 시를 지어 비웃었다.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최항이 “나에게 입을 꿰매라 하는 건가?”라며 화를 냈고 마침내 제주판관..
지는 자두꽃 낙이화(落梨花) 김구(金坵) 飛舞翩翩去却回 倒吹還欲上枝開 無端一片黏絲網 時見蜘蛛捕蝶來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飛舞翩翩去却回 비무편편거각회 휘젓듯 날아 떨어지다가 도리어 돌아와 倒吹還欲上枝開 도취환욕상지개 거꾸로 불려 도리어 위의 나뭇가지에 피려 하네. 無端一片黏絲網 무단일편점사망 별뜻 없이 한 조각이 거미줄에 붙는다면 時見蜘蛛捕蝶來 시견지주포접래 이따금 거미가 나비인 줄 잡으러 오는 걸 보게 된다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 이 시는 배꽃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정경(情景)을 그린 영물시(詠物詩)이다. 전고(典故)나 과장됨이 없이 조용히 관조(觀照)하는 사실성 그대로이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상 36에서 이 시를 두고 “시어는 기교가 있으나 뜻이 얕다[語工而意淺].”라고..
무열 스님에게 부치며기무열사(寄無悅師) 김제안(金齊顔) 世事紛紛是與非 十年塵土汚人衣落花啼鳥春風裏 何處靑山獨掩扉 『小華詩評』 해석世事紛紛是與非세사분분시여비세상 일에 시비가 분분하여十年塵土汚人衣십년진토오인의10년 동안 먼지로 나의 옷을 더럽혔네.落花啼鳥春風裏낙화제조춘풍리봄바람 속에 꽃 지고 새 우니何處靑山獨掩扉하처청산독엄비어찌 청산에 살며 홀로 사립문을 닫으신 게요. 『小華詩評』 인용소화시평 권상61감상하기
연꽃 감상상련(賞蓮) 곽예(郭預) 賞蓮三度到三池 翠盖紅粧似舊時唯有看花玉堂老 風情不减鬢如絲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賞蓮三度到三池상연삼도도삼지연꽃을 감상하러 세 번 삼지에 이르렀는데,翠盖紅粧似舊時취개홍장사구시푸른 일산【취개(翠盖): 연꽃을 표현하는 관습적 표현 / 청전(靑錢): 연 잎】, 붉은 화장 옛 모습 같아라.唯有看花玉堂老유유간화옥당로오직 꽃을 보는 옥당【옥당(玉堂): ㉠ 홍문관(弘文館)의 부제학(副提學), 교리(校理), 부교리(副校理), 수찬, 부수찬을 통틀어 일컫는 말 ㉡ 화려(華麗)한 집 또는 궁전(宮殿)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 조선시대(朝鮮時代)에, 삼사의 하나. 궁중(宮中)의 경서(經書), 사적, 문서(文書), 따위를 관리(管理)하고 임금의 자문(諮問)에 응(應)했음】의 늙은이만이,風情不减鬢..
숙직하는 관사에서 쓰다제직려(題直廬) 곽예(郭預) 半鉤踈箔向層巓 萬壑松風動翠烟午漏正閑公事少 倚窓和睡聽鈞天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半鉤踈箔向層巓반구소박향층전성긴 발을 반쯤 걷어 산꼭대기를 바라보니萬壑松風動翠烟만학송풍동취연수많은 골짜기의 솔바람이 푸른 이내【취연(翠烟): ㉠ 푸른 연기. ㉡ 멀리 보이는 푸른 숲에 낀 안개.】를 일으키네. 午漏正閑公事少오루정한공사소정오라 참으로 한가하여 공무가 거의 없으니, 倚窓和睡聽鈞天의창화수청균천창에 기대어 화평하게 졸며 천상의 음악【균천(鈞天): ㉠ 구천(九天)의 하나로서 하늘의 한 중앙에 위치한 상제(上帝)의 궁전. ㉡ 균천광악(鈞天廣樂)의 준말로, 상제의 궁전에서 연주하는 천상의 음악을 이른다.】을 듣누나. 『東文選』 卷之二十 인용이해와 감상소화시평 권상34
청평 거사 이자현에게 주며증청평이거사(贈淸平李居士) 곽여(郭輿) 淸平山水冠東濱 邂逅相逢見故人 三十年前同擢第 一千里外各栖身 浮雲入洞曾無累 明月當溪不染塵 擊目忘言良久處 淡然相照舊精神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淸平山水冠東濱청평산수관동빈청평산의 물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이니邂逅相逢見故人 해후상봉견고인서로 해후하며 친구 만났네. 三十年前同擢第 삼십년전동탁제30년 전에 각각 함께 급제했지만一千里外各栖身 일천리외각서신1천리 바깥에 각각 살았었지. 浮雲入洞曾無累 부운입동증무루 뜬 구름 골짝에 들어 일찍이 층층 쌓이지 않아明月當溪不染塵 명월당계불염진밝은 달이 시냇물에 당도해 오염된 세속의 티끌 없어라. 擊目忘言良久處 격목망언량구처서로 보며 말도 잊은 채 오래도록 있으니淡然相照舊精神 담연상조구정신맑게도 서로 오래된 정신을 비춰..
어가(御駕)를 따라 장원정 가의 누각에 올라 느지막이 시골 노인이 소를 타고 시내 따라 돌아가는 걸 보고 어제(御製)에 화운하다수가장원정상 등루만조 유야수기우 방계이귀 응제(隨駕長源亭上 登樓晚眺 有野叟騎牛傍溪而歸 應製) 곽여(郭輿) 大平容貌恣騎牛 半濕殘霏過壠頭 知有水邊家近在 從他落日傍溪流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大平容貌恣騎牛대평용모자기우태평스런 용모로 방자하게 소를 타고半濕殘霏過壠頭 반습잔비과롱두이슬비에 반쯤 젖어 언덕머리 지나네. 知有水邊家近在지유수변가근재알겠구나. 물가 근처에 집 있음을從他落日傍溪流종타락일방계류지는 해를 좇아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고 있으니.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평생을 욕심없이, 바쁠 것 없이, 나무랑 물이랑 돌이랑 함께 늙어 온 늙은이, 아무렇게나 편할 대로 소등에 걸터앉아 끄떡..
의성객사의 북쪽 누각에서의성객사북루(義城客舍北樓) 김지대(金之岱) 聞韶公舘後園深 中有危樓百餘尺香風十里捲珠簾 明月一聲飛玉笛煙輕柳影細相連 雨霽山光濃欲滴龍荒折臂甲枝郞 仍按凭欄尤可怕 『東文選』 卷之六 해석聞韶公舘後園深문소공관후원심문소【문소(聞韶): 경상북도 의성 지역의 옛 지명.】 공관의 후원 깊은 곳 中有危樓百餘尺중유위루백여척가운데에 위태로운 듯 100여척 높이의 누각이 있다고 들었네.香風十里捲珠簾향풍십리권주렴향기로운 바람이 10리 불어와 주렴을 걷고明月一聲飛玉笛명월일성비옥적밝은 달 한 가락 소리로 울려 옥 젓대 날리네.煙輕柳影細相連연경류영세상연안개가 가볍기에 버들개지 그림자 가늘게 서로 이어지고雨霽山光濃欲滴우제산광농욕적비 그쳤기에 산빛 무르익어 물방울지려 하지. 龍荒折臂甲枝郞룡황절비갑지랑흉노의 팔 꺾었던 장..
유가사에서 짓다제유가사(題瑜伽寺) 김지대(金之岱) 寺在煙霞無事中 亂山滴翠秋光濃雲間絶磴六七里 天末遙岑千萬重茶罷松簷掛微月 講闌風榻搖殘鐘溪流應笑玉腰客 欲洗未洗紅塵蹤 『東文選』 卷之十四 해석寺在煙霞無事中 사재연하무사중 절은 짙은 안개 낀 텅빈 곳에 있고,亂山滴翠秋光濃난산적취추광농어지러운 산에 푸른빛이 떨궈져 가을빛이 짙구나.雲間絶磴六七里운간절등육칠리구름 사이로 난 끊어진 돌 비탈 예닐곱 리오,天末遙岑千萬重천말요잠천만중하늘 끝까지 닿을 듯한 아득한 봉우리는 천만 겹이로구나.茶罷松簷掛微月다파송첨괘미월차를 다 마시니 솔 처마엔 초승달 걸려 있고,講闌風榻搖殘鐘강란풍탑요잔종강 끝내니 바람 안은 책상엔 잔잔한 종소리 들려오네.溪流應笑玉腰客계류응소옥요객시내 흘러 응당 옥대 찬 나그네 비웃으리라.欲洗未洗紅塵蹤욕세미세홍진종속세..
낚시하는 늙은이어옹(漁翁) 김극기(金克己) 天翁尙不貰漁翁 故遣江湖少順風人世險巇君莫笑 自家還在急流中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天翁尙不貰漁翁 천옹상불세어옹하느님 여전히 어부에게 너그럽지 않아故遣江湖少順風고견강호소순풍일부러 강호에 순풍을 적게 보내주네.人世險巇君莫笑 인세험희군막소어부여! 인간세 험난하다고 비웃지 마소!自家還在急流中자가환재급류중그대도 도리어 급류에 휩쓸리는 것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고기 잡는 노인을 직접 대면하여 말하는 것처럼 쓴 시로, 어옹의 삶을 통해 세상의 풍파는 어느 곳이든 다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하 42에서 “범중엄(范仲淹)의 「증조자(贈釣者)」 시에 ‘강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농어회를 맛있다 하네. 그대는 보았는가 일엽편..
통달역【통달역(通達驛): 고원군 서쪽 5리(약 2㎞)에 위치했다. 통달역은 고려시대에도 존재하였는데, 당시에는 삭방도(朔方道)에 소속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통달역은 고산도(高山道)의 소속 역(驛)으로 편성됨.】에서통달역(通達驛) 김극기(金克己) 煙楊窣地拂金絲 幾被行人贈別離林外一蟬諳客恨 曳聲來上夕陽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煙楊窣地拂金絲연양솔지불금사안개 낀 버들 땅을 쓸 듯 금빛 실 흩날리니幾被行人贈別離기피행인증별리얼마나 행인들이 이별에 주었던가林外一蟬諳客恨림외일선암객한숲 밖의 한 매미 나그네의 한을 알아曳聲來上夕陽枝예성래상석양지석양의 나뭇가지로 소리 내며 올라가는 구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먼 길 오가는 나그네를 위하여 교통의 요처에 마련해 둔 역참(驛站)은, 그러므로 숱한 봉리(逢離)의 현장이기..
고원역에서고원역(高原驛) 김극기(金克己) 百歲浮生逼五旬 奇區世路少通津三年去國成何事 萬里歸家只此身 林鳥有情啼向客 野花無語笑留人 詩魔觸處來相惱 不待窮愁已苦辛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百歲浮生逼五旬 백세부생핍오순100년 뜬 삶 50세에 가까워져奇區世路少通津기구세로소통진기구한 세상사 나루터로 통하는 길 적구나三年去國成何事삼년거국성하사3년 동안 나라 떠나 어떤 일을 이루었나?萬里歸家只此身 만리귀가지차신 만 리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만 이 몸뿐林鳥有情啼向客림조유정제향객수풀의 새가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野花無語笑留人 야화무어소류인 들의 꽃이 말없이 웃는 사람 머뭇거리게 하네詩魔觸處來相惱 시마촉처래상뇌 시마는 곳마다 나에게 와서 서로 고뇌케 하니不待窮愁已苦辛부대궁수이고신기다리지 않아도 곤궁한 근심 이미 괴롭고 괴롭네...
보름달 뜬 가을밤에추만월야(秋滿月夜) 김극기(金克己) 日落頑風起樹端 飛霜貿貿葉聲乾 開軒不用迎淸月 瘦骨秋來㤼夜寒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日落頑風起樹端 일락완풍기수단 해 지니 거센 바람이 나무 끝에서 일어나고飛霜貿貿葉聲乾 비상무무엽성건 날리는 서릿발 흩날리니【무무(貿貿): ① 紛亂貌 ② 輕率冒失,考慮不周】 마른 잎에서 소리나네. 開軒不用迎淸月 개헌불용영청월 들창을 열어 맑은 달 맞이할 필요가 없는 것은,瘦骨秋來㤼夜寒수골추래겁야한파리한 몸이 가을 되어 밤에 추울까 겁나서이지.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가을밤, 보름달이 떴을 때 느낀 정회(情懷)를 노래한 시이다. 해 지니 가을이라 바람이 세차게 분다. 서리가 내리는 게 보이지 않는데 떨어진 나뭇잎소리 버석거린다. 굳이 창문을 열고 보름달 볼 필요 있을까? 여윈 ..
느낌을 서술하다서정(書情) 김극기(金克己) 晚年佐邑竟何成 唯有千篇寫客情 邊吏不知詩有味 幾回相咲絶冠纓 鳥散楊花落屋除 樓頭一榻黑甜餘 家童火急供紈扇 正是炎風用事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晚年佐邑竟何成 만년좌읍경하성 만년에 읍을 보좌하면서 마침내 무얼 이루었나?唯有千篇寫客情 유유천편사객정오직 천 편의 시가 있으니 객의 정을 서술했지. 邊吏不知詩有味 변리부지시유미변방의 아전은 시에 맛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幾回相咲絶冠纓 기회상소절관영몇 번이고 서로 웃느라 갓끈마저 끊어질 지경이네. 鳥散楊花落屋除조산양화낙옥제 새는 버들꽃 흩뜨려 집의 계단【옥제(屋除): 집 앞 계단】에 떨어뜨리고 樓頭一榻黑甜餘 루두일탑흑첨여누각 머리 하나의 걸상은 꿀잠잔 나머지라네. 家童火急供紈扇 가동화급공환선머슴아이는 별안간 흰 부단 부채를 부쳐주..
취한 때의 노래취시가(醉時歌) 김극기(金克己) 釣必連海上之六鼇 射必落日中之九烏 六鼇動兮魚龍震蕩 九烏出兮草木焦枯 男兒要自立奇節 弱羽纖鱗安足誅 紫纓雲孫始墮地 自謂壯大陳雄圖 鍊石欲補東南缺 鑿石將通西北迂 嗟哉計大未易報 半世飄零爲腐儒 不隨馮異西登隴 不逐孔明南渡瀘 論詩說賦破屋下 却把短布抱妻孥 時時壯憤掩不得 拔劒斫地空長吁 何時乘風破巨浪 坐令四海如唐虞 君不見凌煙閣上圖形容 半是書生半武夫 『東文選』 卷之六 해석釣必連海上之六鼇조필련해상지륙오 낚시하면 반드시 바다 위의 여섯 자라【육오(六鼇): 동해(東海)에 자라 여섯 마리가 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한다.】를 끌어올릴 것이고射必落日中之九烏사필낙일중지구오 쏘면 반드시 해 속의 구족오【구오(九烏): 요(堯) 시대에 해[日]가 열개나 생겨나니 초목이 타고 마르므로 활 잘 쏘는 예..
파천현에서 우연히 쓰다파천현우서(派川縣偶書) 김극기(金克己) 信馬行吟海北垠 天敎勝賞赴征軒 風蟬翳葉鳴槐縣 雨鷰依枝集柳村 飄盡斷霞花結子 割殘驚浪麥生孫 回頭却望鴻飛處 草色連空惱客魂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信馬行吟海北垠 신마행음해북은 말 따라 북해의 지경에서 다니며 읊조리고天敎勝賞赴征軒 천교승상부정헌 하늘가 명승지에 수레[征軒]를 달린다네. 風蟬翳葉鳴槐縣 풍선예엽명괴현 바람 속 매미는 잎에 가려져 홰나무 마을에서 울고雨鷰依枝集柳村 우연의지집류촌 비 맞은 제비는 가지에 앉았다가 버들개지 마을에서 모인다네. 飄盡斷霞花結子 표진단하화결자 끊어진 노을을 날려 버리니 꽃의 열매가 솟아나고割殘驚浪麥生孫 할잔경랑맥생손 놀란 파도를 베어 버리니 보리의 싹이 피어나네. 回頭却望鴻飛處 회두각망홍비처 머리를 돌려 도리어 기러기 나..
농촌의 사계절 전가 사시(田家四時) 김극기(金克己) 춘(春)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하(夏)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추(秋)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동(冬)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東文選』 卷之九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① / ② / ③ 문학통사
전가 사시(田家四時) 겨울 동(冬) 김극기(金克己)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세사장상속 종년미석로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첨수설압 형호염풍호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상효벌암부 월소승옥도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저간춘사기 서소편등고 『東文選』 卷之九 해석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농사는 길이 서로 이어져 세밑인데도 애씀을 풀지 못하네.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자 처마라서 눈이 누를까 걱정스럽고 초가집이라서 바람 불어재낄까 싫어라.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서리 내린 새벽엔 바위에서 도끼질을 하고 달 뜬 밤에 집에서 이엉 엮지.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기다리면 봄일의 일어남을 보리니, 곧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리라. 『東文選』 卷之九 해설 겨울철 전가(田家)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겨울이 농한기인데 농사일은 끝이 없어 한..
전가 사시(田家四時) 가을 추(秋) 김극기(金克己)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골골전가고 추래득잠한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안상풍엽오 공우국화만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적천연거 초가대월환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막사수습조 리률만공산 해석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힘쓰고 힘써 시골 사람들 괴로웠다가 가을이 와 잠시 한가함 얻었지.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서리 내린 단풍잎 언덕에 기러기 깃들고 비 맞은 국화꽃 핀 물굽이엔 귀뚜라미 깃드네.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동의 젓대소리가 밥 짓는 연기 뚫고 가고 땔나무 캐는 노랫소리가 달을 휘감아 돌아가지.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사양치 말고 수습하길 일찍 해야 하니, 배와 밤이 주인 없는 산에 가득한 것을. 해설 가을철 한가롭고 풍요로운 전가(田家)를 노래하고 있다. 농사일에 바쁘..
전가 사시(田家四時) 여름 하(夏) 김극기(金克己)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류교음정밀 상롱엽초희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치위포추수 잠림성견비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훈풍경맥롱 동우암태기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무헌기 계두주엄비 해석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버들 언덕에 그늘이 바로 짙어지고 뽕밭 언덕에 뽕잎이 막 드물어졌네.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꿩이 새끼를 먹이기 위해 야위어가고 누에가 고치가 되려 살쪄가네.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더운 바람이 보리밭 언덕을 놀래키고 찬 비가 이끼 낀 물가를 그늘지게 하네.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히 수레나 말 탄 이 올리 없어 시냇가 어귀엔 낮인데도 사립문 닫았구나. 해설 시골집의 한가로운 여름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초여름 들판의 버들은 짙어 가고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
전가 사시(田家四時) 봄 춘(春) 김극기(金克己)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초박유어약 양제후조상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경고창엽수 엽무궐아향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환우구비옥 함니연입량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만래모사하 고와등희황 해석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풀 통발에서 물고기 뛰어놀고 버들개지 둑에서 새 날아오르네.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밭 가는 연못엔 창포잎 수려하고 들밥 먹는 언덕엔 고사리 싹이 향내내네.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비를 부르러 비둘기 집에 날고 진흙을 머금은 제비가 들보로 들어오네.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느지막이 초가집 아래에 와서 높이 베고 잠드니 태곳적 사람과 동등하구나. 해설 이 시는 시골의 사계절을 읊은 시 가운데 봄을 노래한 것으로, 봄에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자족적(自足的)인 생활에 대..
가을인데 뻘쭘하게 핀 자두꽃을 보며이화(李花) 김극기(金克己) 淒風冷雨濕枯根 一樹狂花獨放春 無奈異香來聚窟 漢宮重見李夫人 『東文選』 卷之十九 此咏秋日李花. 해석淒風冷雨濕枯根처풍랭우습고근 서늘한 바람과 찬 비가 마른 뿌리 적셔一樹狂花獨放春 일수광화독방춘한 나무의 미친 꽃이 홀로 봄을 방사(放射)하네. 無奈異香來聚窟무내이향래취굴 어찌할 수 없이 기이한 향내가 취굴주【취굴주(聚窟洲) : 신선이 사는 십주(十洲)의 하나이며, 거기서 반혼향(返魂香)이 나는데 그 향내가 풍기는 곳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에 오니漢宮重見李夫人한궁중견이부인 한나라 궁궐의 거듭 이부인【이부인(李夫人): 한무제(漢武帝)가 사랑하는 이부인(李夫人)을 잃은 뒤에 몹시 그리워하다가 이소군(李少君)의 방술로 이부인의 혼을 불러와..
산장의 밤비 산장우야(山莊雨夜) 고조기(高兆基)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어젯밤 송당(松堂)엔 비 내려 계곡 소리 베개 서쪽에서 들렸지.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새벽에 뜰의 나무를 보니, 자던 새가 둥지 떠나지 않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산 있는 곳에 골이 있고, 골 있는 곳에 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승경(勝景)은 언제나 ‘산수(山水)’의 승(勝)으로써 일컬어지는 것이다. 산은 있되 물이 없으면 산은 적막하고, 물만 있고 산이 없으면 물은 심심하다. 이 세상 소리 가운데 산곡간을 흐르는 물소리만큼 맑고 밝고 영롱한 소리가 어디 또 있다 하리? 더구나 겨울 동안 목이 잠겼다가 봄비에 노랫목이 트..
운암진에서 쓰다서운암진(書雲巖鎭) 고조기(高兆基) 風入湖山萬竅號 宿雲歸盡塞天高 蒼鷹直上百千尺 那箇纖塵點羽毛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風入湖山萬竅號풍입호산만규호 바람이 호수와 산에 드니 온갖 구멍에서 소리 나고宿雲歸盡塞天高숙운귀진새천고 묵은 구름 다 걷히니 변방 하늘 높다랗네. 蒼鷹直上百千尺창응직상백천척 푸른 매가 곧장 높이 치솟으니那箇纖塵點羽毛나개섬진점우모어찌 미세한 티끌인들 깃털에 묻으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운암진에서 쓴 것으로, 고결한 고조기의 자화상(自畵像)을 보여주는 시이다. 산과 호수에 바람이 부니 일만 구멍에서 소리가 나고, 머물던 구름이 걷히고 나니 변방의 하늘이 높게 펼쳐져 있다. 저 푸른 하늘로 매가 곧장 치솟아 날아오르니, 거기에 어찌 작은 티끌인들 묻을 수 있겠는가? 훼절..
금양현에서 묵으며숙금양현(宿金壤縣) 고조기(高兆基) 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 조어상림효 풍경객탑면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 첨잔반규월 몽단일애천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 낙엽매귀로 한지괘숙연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행미진 추진수촌변 『東文選』 卷之九 해석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새는 새벽 서리 내린 숲에서 지저귀고 바람은 잠자는 손님의 평상에서 놀래키네.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처마의 아스라한 반달 뜬 때에 꿈은 하늘의 한 끝에서 끊겼지.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낙엽이 돌아갈 길 묻고 추운 가지에 묵은 연기 걸려 있네.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 갈 길 끝없는데 가을은 어촌 근처에서 끝나가는 구나.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금양현에서 자면서 느낀 감흥(感興)을 노래한 시이다. 새벽 서리가 내린 숲에서 새는..
먼 수자리에 편지를 부치며기원(寄遠) 고조기(高兆基) 錦字裁成寄玉關 勸君珍重好加飱封侯自是男兒事 不斬樓蘭未擬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錦字裁成寄玉關금자재성기옥관 당신을 그리워하는 편지【금자(錦字): 전진(前秦) 두도(竇滔)의 아내 소씨(蘇氏)가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남편에게 보낸 고사로, 아내의 편지, 또는 아름다운 시구를 뜻한다. 】를 써서 국경 관문【옥관(玉關) : 중국 감숙성(甘肅省) 돈황(敦煌)에 있는 옥문관(玉門關)의 준말로, 여기서는 관북(關北) 즉 함경도 지방의 요새(要塞)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에 붙였습니다.勸君珍重好加飱권군진중호가손그대에게 권합니다. ‘몸 아끼며 잘 챙겨 드셔요.封侯自是男兒事봉후자시남아사 요직에 앉게 됨은 이로부터 남자의 일이오니不斬樓蘭未擬還불참누란미의환누란【누란(樓..
낙안군의 선원에서 자면서숙낙안군선원(宿樂安郡禪院) 김돈중(金敦中) 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도산변사 향연일실개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림심유죽백 경정절진애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이문승어 수장득주배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소연이청상 황유월화래 『東文選』 卷之九 해석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연히 산기슭의 사찰에 이르니 향 연기 가득한 한 방이 열려 있네.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숲 깊어 오직 대나무와 잣나무만 있고 경치 고요해 속세 티끌 끊겼네.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된 귀로 스님 말씀 듣고 근심스런 창자에 한 잔 술 마시네. 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고요히 이미 맑고도 상쾌하지만 게다가 달 환하게 와서 비춰줌에랴. 『東文選』 卷之九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
정월 대보름 연등회등석(燈夕) 김부식(金富軾) 城闕沈嚴更漏長 燈山火樹粲交光綺羅縹緲春風細 金碧鮮明曉月凉華盖正高天北極 玉爐相對殿中央君王恭黙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城闕沈嚴更漏長 성궐침엄갱루장 대궐 안은 으슥하여 물시계소리 깊어가고燈山火樹粲交光등산화수찬교광연등 걸린 산과 나무 불빛으로 찬란하다.綺羅縹緲春風細기라표묘춘풍세 비단 장막 하늘하늘 봄바람은 살랑대고金碧鮮明曉月凉금벽선명효월량금벽단청 훤해지며 새벽달빛 시원하네.華盖正高天北極 화개정고천북극 화개는 북극처럼 높다랗게 걸려 있고玉爐相對殿中央옥로상대전중앙옥화로는 정궁 앞에 마주 보고 놓여 있네. 君王恭黙疎聲色군왕공묵소성색 천자께선 공손하셔서 음악 여자 멀리하니弟子休誇百寶粧제자휴과백보장 궁녀들아 패물치레 자랑하지 마라. 『東文選』 卷之十二 해설..
서경의 묘청 일파를 정벌하기 위한 군막에서 느꺼움이 있어정서군막유감(征西軍幕有感) 김부식(金富軾) 山西留滯思愔愔 不覺東風散老陰 倦客拂衣江岸靜 行人催渡野洲深 鶯溪里巷三更夢 鳳闕樓臺一片心 峴首風流吾敢望 閑吟時復遣幽襟 『東文選』卷之十二 해석山西留滯思愔愔 산서류체사음음 관서인 평양에서 머무니 생각은 어릿어릿하여【음음[愔愔] 평화롭고 안락한 모양, 화락한 모양, 깊숙하고 조용한 모양, 침묵을 지키는 모양】.不覺東風散老陰 불각동풍산로음 봄바람이 짙은 그늘을 흩어버리는 걸 모를 지경. 倦客拂衣江岸靜 권객불의강안정 지친 나그네는 강가 고요한 곳에서 옷을 털어대고行人催渡野洲深 행인최도야주심 행인은 들판 물가 깊은 곳에서 건너길 재촉하네. 鶯溪里巷三更夢 앵계리항삼경몽 앵계【앵계(鶯溪): 서쪽의 오공산과 남쪽의 용수산에서 ..
안화사에서 재를 치성하며안화사치재(安和寺致齋) 김부식(金富軾) 窮秋影密庭前樹 靜夜聲高石上泉 睡起凄然如有雨 憶曾蘆葦宿漁船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窮秋影密庭前樹 궁추영밀정전수 늦가을이라 정원 앞 나무 그림자 빽빽하고靜夜聲高石上泉 정야성고석상천 고요한 밤이라 바위 가 샘물 소리가 높네. 睡起凄然如有雨 수기처연여유우 잠자다 일어나니 서늘한 게 비라도 내린 듯하니憶曾蘆葦宿漁船억증로위숙어선 일찍이 갈대 있는 어선에서 묵었던 때 생각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에 안화사에서 재(齋)를 올리고 지은 순수 서정시(敍情詩)이다. 깊은 가을 뜰 앞의 달빛에 비친 나무 그림자는 빽빽하고 고요한 밤에 돌 위로 흐르는 샘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보니 늦가을이라 을씨년스러워 마치 비가 온 ..
교방의 기녀거 포곡가를 부르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문교방기창포곡가유감(聞敎坊妓唱布穀歌有感) 김부식(金富軾) 佳人猶唱舊歌詞 布穀飛來櫪樹稀還似霓裳羽衣曲 開元遺老淚霑衣 睿王喜聽此曲.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佳人猶唱舊歌詞가인유창구가사 기생이 아직도 옛 노랫가사 부르며布穀飛來櫪樹稀포곡비래력수희‘뻐꾹이 날아 상수리 나무에 오는 게 드물어요’라고 하는데還似霓裳羽衣曲환사예상우의곡 도리어 ‘「예상우의곡」【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 당(唐) 나라 현종이 꿈에 천궁(天宮)에 가서 선녀(仙女)들이 무지개치마 깃 옷(霓裳羽衣)으로 춤추며 음악하는 것을 보고 깨어난 뒤에 그것을 기억하여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만들어서 양귀비(楊貴妃)와 향락(享樂)하였더니, 그 뒤 안녹산(安祿山)의 난(亂)이 끝난 뒤에 개원(開元 현종의 처음 ..
감로사에서 혜운의 시에 차운하다감로사차혜소운(甘露寺次惠素韻) 김부식(金富軾)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객부도처 등림의사청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형추갱호 강색야유명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東文選』 卷之九 해석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세의 사람들은 이르지 못하는 곳에 오르니 생각이 맑아져서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 모양은 가을이라 더욱 선명하고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네. 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흰 물새는 외로이 날아 사라져가고, 돛배 한 척 가뿐하게 떠나가건만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부끄럽구나! 스스로 달팽이 뿔 위에서 반평생 공명 찾아 헤맸다는 게.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감로사에 올라 시승(詩僧) 혜소(惠素)가 지은 시에 차운한 시이다. 수련(首聯)은 높..
제 때에 울지 못하는 닭에게아계부(啞鷄賦) 김부식(金富軾) 歲崢嶸而向暯 苦晝短而夜長豈無燈以讀書 病不能以自強但展轉以不寐 百慮縈于寸膓想鷄塒之在邇 早晚鼓翼以一鳴擁寢衣而幽坐 見牎隙之微明遽出戶以迎望 參昴澹其西傾呼童子而令起 乃問雞之死生旣不羞於俎豆 恐見害於貍猩 何低頭而瞑目 竟緘口而無聲 國風思其君子 嘆風雨而不已 今可鳴而反嘿 豈不違其天理 與夫狗知盜而不吠 猫見鼠而不追 校不才之一揆 雖屠之而亦宜 惟聖人之敎誡 以不殺而爲仁 倘有心而知感 可悔過而自新 『東文選』 卷之一 해석歲崢嶸而向暯세쟁영이향막 세월이 흘러【쟁영(崢嶸): 세월이 흘러감을 형용한 것[形容歲月逝去].】 세밑을 향하니苦晝短而夜長고주단이야장낮은 짧고 밤은 긴 것이 괴롭네.豈無燈以讀書기무등이독서 어찌 등을 켜고 책 읽지 못하겠는가. 病不能以自強병불능이자강그러나 병들어 자강불..
난사의 누각에서 보며관란사루(觀瀾寺樓) 김부식(金富軾) 六月人間暑氣融 江樓終日足淸風山容水色無今古 俗態人情有異同舴艋獨行明鏡裏 鷺鷥雙去畫圖中堪嗟世事如銜勒 不放衰遲一禿翁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六月人間暑氣融육월인간서기융6월 인간세상에 더위에 녹아내리지만江樓終日足淸風강루종일족청풍강의 누각엔 종일토록 맑은 바람 넉넉하네. 山容水色無今古산용수색무금고 산 모습 물색은 고금이 없지만俗態人情有異同속태인정유이동속태와 인정은 다름과 같음이 있네. 舴艋獨行明鏡裏책맹독행명경리거룻배 홀로 밝은 거울 같은 강을 가고鷺鷥雙去畫圖中로사쌍거화도중백로는 쌍쌍이 그림 같은 하늘을 가네.堪嗟世事如銜勒감차세사여함륵 아! 세상 일 재갈과 굴레 같은가?不放衰遲一禿翁불방쇠지일독옹 쇠하고 둔한 한 대머리 늙은이 놔두질 않으니. 『東文選』 卷之十二 인..
입춘에 동궁전에 쓴 시동궁춘첩자(東宮春帖子) 김부식(金富軾)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서색명누각 춘풍착유초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 계인초보효 이향침문조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새벽빛이 누각의 모서리를 비추고 봄바람이 버들개지 가지에 붙어 있네.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닭 사람【계인(鷄人): 당나라 때 궁궐에 새벽이 되면, 붉은 비단 수건을 쓴 닭처럼 꾸민 사람이 소리를 질러 새벽을 알리는데, 이것을 닭사람[鷄人]이라 한다.】이 막 새벽을 알리니 이미 침문【침문(寢門): 태자가 새벽마다 황제의 침실(寢室) 문 앞에 문안하였다.】을 향해 문안하네. 해설어전춘첩(御殿春帖)은 내용상 군주와 그 가족의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며 아울러 나라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입춘(立春)이 한..
아름다운 궁전을 짓다결기궁(結綺宮) 김부식(金富軾) 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계삼척비 천재여기덕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성만리장 이세실기국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청사중 가이위관식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 수황하불사 토목갈인력 『東文選』 卷之四 해석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임금의 계단은 삼척이나 낮은데도 천 년에 그 덕을 남겼지만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나라 성은 만 리나 길지만 두 세대에 그 나라를 잃었네. 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의 청사 중에 시험 삼아 볼 만하지만, 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수나라 황제는 어찌 생각지 못하고 토목공사로 인력을 다하나? 『東文選』 卷之四 해설서경천도와 대화궁 창건계획은 묘청(妙淸)의 음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묘청은 서경의 임원역(林原驛)에 대화세(大花勢)가 있으니 대화궁을 지으면 천하를 ..
돌의 견고함을 빼앗을 수 없어라석불가탈견(石不可奪堅) 김인경(金仁鏡) 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이의초판후 물종만분연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유석중함질 무인외탈견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세감종격파 성막실생전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소수형자지 난이수자천 鐵慚融作器 銅恥鑄成錢 철참융작기 동치주성전 比若賢良士 操心固莫遷 비약현량사 조심고막천 『東文選』 卷之十一 해석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음양이 막 판이해진 후에 사물의 종류가 갖가지로 어지러워졌네.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돌은 속에 바탕을 머금어 사람이 바깥의 견고함 빼앗을 순 없네.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기세로 격파할 수 있을지라도 성품은 태어난 온전함을 잃게는 못하지.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본래 형체의 자질은 받은 것으로 하늘로부터 받은 건 옮기기 어렵네. 鐵慚融作器 銅..
대관전 보좌 뒤 가리막인 무일도(無逸圖) 위에 쓰다 서대관전보좌후 무일도장상(書大觀殿黼座後障 無逸圖上) 김인경(金仁鏡)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로중노치단 천고학련장 수레가 무거워 노둔한 말 달림이 더디고 하늘이 높아서 학의 그리움이 길구나.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구의경기탁 유대어로향 옛 옷 몇 년이나 빨았던지 어전 향로의 향기 두른 듯하네.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원화홍금수 궁류벽사륜 동산의 꽃은 붉은 비단 수놓은 듯하고 궁전의 버들은 푸른 실마리인 듯하네.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후설천반교 춘앵각승인 목구멍과 혀가 천 가지로 교묘하지만, 봄 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다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설악산과 금강산을 지나 함경도로 가며 적다 갈역잡영(葛驛雜詠) 김창흡(金昌翕) 其一 尋常飯後出荊扉 輒有相隨粉蝶飛 穿過麻田迤麥壠 草花芒刺易罥衣 其二 疎疎洒雨滴杉松 卧拓南牕眄遠峰 谿口小雷雲四走 有誰鞭起百淵龍 其三 籬外靑麻日覺長 蓬蒿四合欲侵牀 求羊來往猶開徑 靜勝終輸杜五郞 其四 奴有奇狵氣貌鮮 飯時籬外卧超然 今世人人爭一飽 孰能如汝道心全 詠狵 其五 觜距千營掘一蟲 忘飢割與衆雛同 天倫五件知均賦 獨見慈腸著降衷 詠雞 其六 矻矻巖耕日服勤 節過芒種始休身 川平草遠閒閒在 有似功成退卧人 詠牛 其七 遐情偏自卧看雲 雲在中峰絶世氛 野處殊無泉石好 面前怡悅莫如君 看雲 其八 百里源長一派淸 紺寒堪濯道人纓 遙呑北澗藍橋去 邂逅吾廬面勢成 臨水 其九 酒甕茶甌繞榻陳 起居隨意卽天眞 風扉盡日如相語 勝接塵中不韻人 其十 野田黃雀不知昏 何自奔奔競作喧 百曲川邊忘..
성스런 조정을 하례하는 말하성조사(賀聖朝詞) 선종(宣宗) 露冷風高秋夜淸 月華明披香殿裏 欲三更沸歌聲 擾擾人生都似幻 莫貪榮好將美醁 滿金觥暢歡情 『東史綱目』 第7下 해석露冷風高秋夜淸로랭풍고추야청이슬은 차갑고 바람은 높고 가을 밤 맑아서月華明披香殿裏월화명피향전리달빛 밝고도 분명해 향기로운 정전 속으로 퍼지니 欲三更沸歌聲삼경인데도 노랫소리 들끓네.擾擾人生都似幻요요인생도사환어지러운 인생은 모두 환상 같은 것莫貪榮好將美醁막탐영호장미록영화로운 호사를 탐낼 것 없으니 좋은 술 가져와滿金觥暢歡情만금굉창환정금 술잔에 가득 채워 정을 즐기세. 『東史綱目』 第7下 해설고려 전기의 만당풍(晩唐風)은 그 자체가 지닌 형식 위주에 과학풍(科學風)이 지닌 유희적(遊戱的) 성격이 결합되면서 더욱더 부화무실(浮華無實)한 방향으로 흘렀다...
자연 속에서절구(絶句) 최충(崔沖) 滿庭月色無煙燭 入座山光不速賓更有松絃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滿庭月色無煙燭만정월색무연촉뜰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고入座山光不速賓입좌산광불속빈자리에 들어온 산 빛은 초청하지 않은 손님이네.更有松絃彈譜外갱유송현탄보외다시 소나무가 거문고 되어 악보 바깥을 연주하니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다만 진중한 것일 뿐 사람에게 전할 수 없다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정계의 원로요, 학계의 태두요, 교육계의 ‘해동공자(海東孔子)’로 추앙되는 작자는, 부귀 영화에 풍류마저 아울러 갖춘, 실로 희대의 유복인이었다. 이 시는 그가 어느 달 밝고, 바람 맑은 밤, 송죽(松竹) 소리 절로 음악인 양 그윽한 가운데, 문득 읊은 한 수의 즉흥이었다고, 최자(崔滋)는 말하고..
궁궐【금중(禁中): 금령이 미치는 범위 안으로, 제왕의 기거하는 궁궐 안을 가리킴[禁令所及範圍之內, 指帝王所居宮內]】 동쪽 연못에서 새로 자란 대나무금중동지신죽(禁中東池新竹) 최승로(崔承老) 錦籜初開粉節明 低臨輦路綠陰成금탁초개분절명 저림련로록음성宸遊何必將天樂 自有金風撼玉聲 신유하필장천악 자유금풍감옥성 『小華詩評』 해석錦籜初開粉節明대껍질이 막 벌어져서 마디【분절(粉節): 띠에 흰 가루가 있는 대나무 마디[帶有白粉的竹節].】가 분명하다가低臨輦路綠陰成임금 가는 길에 낮게 임해서 녹음을 이루었네.宸遊何必將天樂임금님 거둥에 하필 천악을 거느리겠는가?自有金風撼玉聲절로 가을바람 불 땐 옥소리가 울릴 텐데. 『小華詩評』 해설이 시는 궁궐 동쪽 못가에 새로 자라는 대순을 읊은 노래이다. 궁궐 못가에 죽순껍질에 생기는 흰..
남을 대신하여 원정대에 부치다대인기원(代人寄遠) 최승로(崔承老) 一別征車隔歲來 幾勞登覩倚樓臺 雖然有此相思苦 不願無功便早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一別征車隔歲來일별정거격세래한 번 원정 가는 수레에 이별하고서 한 해 지났으니幾勞登覩倚樓臺 기로등도의루대 몇 번 애쓰며 올라서 보며 누대에 기댔던고?雖然有此相思苦 수연유차상사고 비록 이렇게 이런 상사의 괴로움이 있더라도不願無功便早迴 불원무공변조회 전공(戰功) 없이 다시 일찍 돌아오는 건 원치 않아요.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출정 나간 남편에게 바치는 여인의 심정을 대신해 지어, 멀리 있는 남편에게 보낸 시이다. 출정 나간 남편과 이별한 지 1년이 지나가니, 보고 싶어 누대에 기대어 바라보고자 다락에 오른 것이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서로..
송에 사신으로 와서 사주의 귀산사를 지나며 사송과사주귀산사(使宋過泗州龜山寺) 박인량(朴寅亮) 巉巖怪石疊成山 上有蓮坊水四環 塔影倒江翻浪底 磬聲搖月落雲間 門前客棹洪濤疾 竹下僧碁白日閑 一奉皇華堪惜別 更留詩句約重攀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 巉巖怪石疊成山 참암괴석첩성산 가파른 암석 괴이한 바위 첩첩히 산을 이루고 上有蓮坊水四環 상유연방수사환 위에는 절이 있어 물이 네 방향으로 둘렀다. 塔影倒江翻浪底 탑영도강번랑저 탑 그림자 강에 거꾸러져 물결 밑에 흔들리고 磬聲搖月落雲間 경성요월락운간 경쇠 소리 달에 흔들려 구름 사이에 떨어진다. 門前客棹洪濤疾 문전객도홍도질 문 앞에 나그네의 노에는 큰 파도가 빨리 몰아오고 竹下僧碁白日閑 죽하승기백일한 대나무 아래 스님의 바둑판에는 환한 햇살이 한가하게 가네. 一奉皇華堪惜別 일봉..
밤에 당나라 성에서 놀면서 선왕의 악관에게 주며야유당성 증선왕악관(夜遊唐城 贈先王樂官) 최치원(崔致遠) 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인사성환쇠 부생실가비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수지천상곡 래향해변취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수전간화처 풍령대월시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반염금이의 여이루쌍수 해석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사람 삶이란 융성했다가 다시 쇠퇴하니 뜬 삶이란 참으로 슬프구나. 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누가 알았겠는가? 천상의 곡조를 해변으로 향해 와서야 부르게 될 줄을. 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물의 궁전에서 꽃을 보던 곳에서, 바람 부는 감옥에서 달을 마주할 때에 불렀는데 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선왕【반염(攀髥): 황제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애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황제(黃帝)가 형산(荊山) 아래에서 솥을 주조하였..
금천사 주지에게 주며증금천사주인(贈金川寺主人) 최치원(崔致遠) 白雲溪畔刱仁祠 三十年來此住持笑指門前一條路 纔離山下有千歧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白雲溪畔刱仁祠백운계반창인사흰 구름이 있는 시냇가에 사찰【인사(仁祠): 불교 사원의 별칭이다. 범어(梵語) Śākya의 음역(音譯)인 석가(釋迦)의 뜻이 능인(能仁)인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을 창건하고三十年來此住持삼십년래차주지30년 이래 이곳의 주지스님이었지.笑指門前一條路 소지문전일조로 웃으며 가리키며 말하네. “문 앞엔 한 갈래 길이 있을 뿐이지만纔離山下有千歧재리산하유천기조금이라도 산 아래로 벗어나면 천 갈래 길이 있어서이지요”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미상(未詳)인 금천사 주지의 삶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에서는 번뇌가 없는 절대적 참됨의 세계인 ..
황산강의 임경대에서황산강임경대(黃山江臨鏡臺) 최치원(崔致遠) 烟巒簇簇水溶溶 鏡裏人家對碧峰何處孤帆飽風去 瞥然飛鳥杳無蹤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烟巒簇簇水溶溶연만족족수용용이내 낀 봉우리는 빽빽하고 물은 넘실넘실 거려鏡裏人家對碧峰경리인가대벽봉임경대 속 사람의 집들이 푸른 봉우리를 마주했네. 何處孤帆飽風去하처고범포풍거어느 곳의 외로운 돛단배 바람 안고 가는가?瞥然飛鳥杳無蹤별연비조묘무종별안간 날던 새처럼 아득해지더니 사라졌네.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황산강에 있는 임경대에서 바라본 풍경을 노래한 시이다. 멀리 안개 속에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강물은 넘실대며 흘러가고 있다. 마침 황산강 위로 돛단배 한 척이 바람을 가득 안은 채 가고 있는데,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날아가는 새처럼 시야에서 사..
길을 가던 도중에 짓다 도중작(途中作) 최치원(崔致遠) 東飄西轉路歧塵 獨策羸驂幾苦辛 不是不知歸去好 只緣歸去又家貧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飄西轉路歧塵 동표서전로기진 동쪽으로 번쩍 서쪽으로 번쩍 갈림길에서 먼지 날리며 獨策羸驂幾苦辛 독책리참기고신 홀로 야윈 참마 채찍질 했으니 얼마나 괴로웠던가? 不是不知歸去好 불시부지귀거호 고향으로 돌아감이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나 只緣歸去又家貧 지연귀거우가빈 다만 버리고 돌아가더라도 또한 집이 가난한 걸.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도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길을 가던 도중에 지은 것이다. 이국(異國)에서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향은 소중하다 하겠지만, 돌아갈 고향은 고운..
우강역의 정자에서 짓다제우강역정(題芋江驛亭) 최치원(崔致遠) 沙汀立馬待回舟 一帶烟波萬古愁直得山平兼水渴 人間離別始應休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沙汀立馬待回舟사정립마대회주모래 있는 물가에 말 세우고 돌아오는 배 기다리니一帶烟波萬古愁일대연파만고수한 줄기의 안개 낀 파도는 만고의 근심이구나. 直得山平兼水渴직득산평겸수갈다만 산이 평지가 되고 맞물려 물이 고갈될 수 있다면人間離別始應休인간이별시응휴인간의 이별이란 비로소 응당 사라질 텐데.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우강역 정자(亭子)에 올라서 지은 것으로, 이별을 소재로 하여 그 슬픔을 시로 노래한 것이다. 작가는 우강역 정자(亭子)가 있는 나루터 모래섬에 자신이 타고 왔던 말을 세..
강남의 계집아이강남녀(江南女) 최치원(崔致遠) 江南蕩風俗 養女嬌且憐강남탕풍속 양녀교차련性冶恥針線 粧成調急絃성야치침선 장성조급현所學非雅音 多被春心牽소학비아음 다피춘심견自謂芳華色 長占艶陽天자위방화색 장점염양천却笑隣舍女 終朝弄機杼각소린사녀 종조롱기저機杼終老身 羅衣不到汝기저종로신 라의부도여 해석江南蕩風俗 養女嬌且憐강남땅은 풍속이 방탕하여 딸 기를 때 예뻐하고 귀여워만 해.性冶恥針線 粧成調急絃심성은 되바라져[冶] 바느질을 부끄러워하고 화장하고 빠른 음악 연주하지만所學非雅音 多被春心牽배운 것은 우아한 음악이 아니고 대부분 춘심(春心)에 이끌려진 것이라네.自謂芳華色 長占艶陽天스스로 “이 고운 미색 청춘【염양천(艷陽天): 아름다운 청춘의 때. 염양(艷陽)은 봄날의 아름다운 풍광. 천(天)은 운명. 천(天)은 문집에 ‘..
여관의 밤비 우정야우(郵亭夜雨) 최치원(崔致遠) 旅館窮秋雨 寒窓靜夜燈 여관궁추우 한창정야등 自憐愁裏坐 眞箇定中僧 자련수리좌 진개정중승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旅館窮秋雨 寒窓靜夜燈 여관에 늦가을 비 내리고 차가운 창에는 고요한 밤의 등불이 켜져 있네. 自憐愁裏坐 眞箇定中僧 가련쿠나, 근심 속에 앉은 모습 진정 선정에 든 스님 같구나.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역(驛) 마을의 객사(客舍)에서 가을비를 보고 읊은 것으로, 세속적 이상향(理想鄕)을 추구한 시이다. 나그네는 비 내리는 깊은 가을밤에 시름에 겨워 앉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과 애상(哀傷)은 하나의 시련일 뿐이어서, 그 자체가 선승(禪僧)의 고행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고행의 끝에 이르는 경지는 세로(世路)에서 얻는 이상향일 것이..
가을밤 비 내리고 추야우중(秋夜雨中) 최치원(崔致遠) 秋風唯苦吟 擧世少知音 추풍유고음 거세소지음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秋風唯苦吟 擧世少知音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니, 온 세상에 절친이 적구나.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밖에 한밤 중 비 오니, 등 앞엔 만 리를 달리는 마음【위의 시는 당에서 썼다고 알려졌으나, 『계원필경』(당에서 지은 시만 모아놓음)에 실려 있지 않기에, 신라에서 지은 걸 알 수 있음. 그렇기에 萬里心은 ‘향수’가 아닌, ‘불우한 삶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선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은 천황을 깨치는 큰 공이 있었으므로 우리나라 학자들이 모두 종장으로 삼았다[崔致遠孤..
당나라에 바친 태평 기리는 찬가치당태평송(致唐太平頌) 진덕여왕(眞德女王) 大唐開鴻業 巍嵬皇䣭昌 대당개홍업 외외황태창 止戈戎衣定 修文繼百王 지과융의정 수문계백왕 統天崇雨施 物理體含章 통천숭우시 물리체함장 深仁諧日月 撫運邁時康 심인해일월 무운매시강 幡旗旣赫赫 鉦鼓何煌煌 번기기혁혁 정고하황황 外夷違命者 剪覆被天殃 외이위명자 전복피천앙 淳風凝幽顯 遐邇競呈祥 순풍응유현 하이경정상 四時和玉燭 七曜巡萬方 사시화옥촉 칠요순만방 維獄降帝輔 維帝任忠良 유옥강제보 유제임충량 五三含一德 昭我皇家唐오삼함일덕 소아황가당 해석大唐開鴻業 巍嵬皇䣭昌큰 당나라 위대한 업을 여시니 깎아지를 듯 높은 황제의 교화가 창성하네.止戈戎衣定 修文繼百王전투복 입고서 전쟁을 그치게 함으로 평정하였고 문을 닦아 모든 왕을 계승하셨네.統天崇雨施 物理體含..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다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 을지문덕(乙支文德)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신묘한 꾀는 천문을 꿰뚫었고 묘한 헤아림은 지리에 통달했네.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싸움에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할 줄 알면 멈추시라.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수(隋)나라 장수인 우중문(于仲文)에게 준 시로, 수(隋) 양제(煬帝)는 3차례에 걸쳐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입하였으나, 고구려의 을지문덕은 영양왕의 밀지(密旨)를 받들고 번번이 후퇴 작전을 벌여 압록강에서 평양성 30리 밖 살수(薩水)까지 유인하는 데 성공하자, 을지문덕은 적장 우중문에게 위의 시를 보내고 반격하여 대승(大勝)을 거..
촉도난(蜀道難) 촉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 이백(李白) 噫籲戱 아! 危乎高哉 위태롭구나! 높구나! 蜀道之難難於上靑天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은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구나. 蠶叢及魚鳧 잠총과 어부가 開國何茫然 촉나라를 개국한 것이 얼마나 아마득한지? 爾來四萬八千歲 이래로 4800년 동안 始與秦塞通人煙 진나라와 통하던 사람의 밥 짓던 연기 막혀 西當太白有鳥道 서쪽으로 태백산의 새의 길에 당도해서 可以橫絶峨眉巓 아미산 정상을 가로 지를 수 있네. 地崩山摧壯士死 땅 무너지고 산 꺾여 장사들 죽은 然後天梯石棧相鉤連 후에야 하늘 사다리와 돌잔도를 서로 갈고리처럼 연이었네. 上有六龍回日之高標 위엔 여섯 용이 해를 둘러싼 높다란 봉우리 있고 下有衝波逆折之回川 아래엔 찌르는 파도가 거슬러 냇물 휘돌고 있지. 黃鶴..
고문진보(古文眞寶) 전집 목차 권학문(勸學文) 진종황제 - 권학문(勸學文)인종황제 - 권학문(勸學文)사마광 - 권학가(勸學歌)유영 - 권학문(勸學文)왕안석 - 권학문(勸學文)백거이 - 권학문(勸學文)주희 - 권학문(勸學文)한유 –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오언고풍 단편(五言古風短篇) 소옹 – 청야음(淸夜吟)도잠 – 사시(四時)유종원 – 강설(江雪)가도 – 방도자불우(訪道者不遇)미상 – 잠부(蠶婦)이신 – 민농(憫農)이업 – 독이사전(讀李斯傳)이백 - 왕소군(王昭君)가도 - 검객(劍客)조식 – 칠보시(七步詩)조경종 – 경병운(競病韻)오은지 - 탐천(貪泉)백거이 – 상산로유감(商山路有感)미상 - 금곡원(金谷園)왕유 – 춘계문답(春桂問答)맹교 – 유자음(遊子吟)이백 – 자야오가(子夜吳歌)이백 – 우인회숙(友人會..
학산초담(鶴山樵談) 1 제왕의 문장은 반드시 범인(凡人)을 초월하게 마련이다. 우리 역대 임금의 작품들이 대개는 《대동시림(大東詩林)》에 보이는데 그 밖에는 전하는 것이 없다. 현재 임금은 하늘이 낸 어진 임금으로 무릇 교유(敎諭)하는 말을 손수 지었는데, 질박하고 엄숙하여 기백(氣魄)이 있었다. 그러나 시는 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그러던 차에 신묘년(1591, 선조24) 가을에 외간(外間)에 임금의 작품이라고 전하는 절구(絶句)가 있었으니 다음과 같다. 한밤에 칼 어루만지니 호기가 무지개를 토해라 / 撫劍中宵氣吐虹 웅장한 마음은 우리 동방을 안정시키고자 했더니 / 壯心曾欲奠吾東 이제껏 그 사업은 한단의 걸음 / 如今事業邯鄲步 가을 바람에 고개 돌리니 한스럽기 그지없네 / 回首西風恨不窮 시격(詩格)이..
좌소산인에게 주다 서유본(徐有本, 1762~1822)의 호가 좌소산인(左蘇山人)이다. 서유본은 그 아우 서유구(徐有榘)와 함께 연암을 종유(從遊)하고 문학적으로 큰 감화를 받았다 증좌소산인(贈左蘇山人) 박지원(朴趾源) 1. 모방만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 我見世人之譽人文章者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 東俗喜例套 無怪其言野 聽者都不覺 無人顔發赭 騃骨喜湧頰 涎垂噱而哆 黠皮乍撝謙 逡巡若避舍 餒髥驚目瞠 不熱汗如瀉 懦肉健慕羨 聞名若蘅若 忮肚公然怒 輒思奮拳打 ⇒해석 보기 2. 무작정 모방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 回語忮克兒 伎倆且姑舍 靜聽我所言 爾腹應坦奲 摸擬安足妒 不見羞自惹 學步還匍匐 效嚬徒醜䰩 始知畵桂樹 不如生梧檟 ..
4. 그대를 만나 막힌 속이 확 뚫렸네 而我病陰虛 四年疼跗踝 그러나 나는 음이 허해지는 병에 걸려 4년 동안 발등과 복사뼈가 아팠다가 逢君寂寞濱 靜若秋閨姹 그대를 적막한 물가에서 만나니 맘이 고요하기 가을날 규방의 소녀 같네. 解頤匡鼎來 幾夜剪燈灺 사람 입이 벌어지도록 얘기 잘하는 광정이 온 듯【해이광정(解頤匡鼎): 『한서(漢書)』 「광형전(匡衡傳)」에 “아무도 시(詩)를 말함이 없었는데, 그때 마침 광형(匡衡)이 왔다. 광형이 시를 말하자 듣는 사람이 입이 벌어졌다[無說詩, 匡鼎來; 匡說詩, 解人頤]”라 한 데서 나온 것으로, 시에 대해 설명을 너무 잘하여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몇 밤 등불심지 잘랐던가. 論文若執契 雙眸炯把斝 문장을 논함에 서로의 생각이 맞는 듯 두 눈동자..
3. 참된 실상은 지금ㆍ여기에 있다 卽事有眞趣 何必遠古抯눈앞의 일에 참된 정취가 있는데 하필 멀고도 예스러운 것만 건져내는가?漢唐非今世 風謠異諸夏한나라와 당나라는 지금 세상이 아니고 민요도 중국과 다르며 班馬若再起 決不學班馬반고와 사마천이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단코 반고와 사마천을 배우지 않으리. 新字雖難刱 我臆宜盡寫새 글자 비록 창제하긴 어렵다 해도 나의 속마음 마땅히 모두 쓰리. 奈何拘古法 劫劫類係把어찌 옛 법에 구속되어 급하고 참을성 없이 유사한 것에만 얽매이겠는가. 莫謂今時近 應高千載下지금 시기가 하잘 것 없다 말하지 말라. 응당 천 년 후엔 높아질 테니. 孫吳人皆讀 背水知者寡손무와 오기의 이야기를 사람이 모두 읽었지만 배수진 아는 사람이 적네【「초정집서」에도 나온다. 한신이 병법과 반대로 배수진..
2. 무작정 모방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나 또한 이러한 칭찬 들은 적 있었는데 처음 들었을 땐 낯이 화끈거려 살이 발라지려는 듯했지.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두 번째 들었을 땐 도리어 포복절도하고서 여러 날 허리와 넓적다리 시큰거렸지.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복고풍 작품이 유행하며 전해질수록 더욱 맛이 없어 도리어 밀랍처럼 맛없어졌네.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시세를 따르는 건 진실로 안 될 일이니 오래되면 풍 맞은 듯 바보 되지. 回語忮克兒 伎倆且姑舍탐내고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돌리니 재주에 대한 건 또한 잠시 버려두세.靜聽我所言 爾腹應坦奲조용히 나의 말하는 걸 들으면 당신들의 배는 응당 평탄해지고 관대해지리.摸擬安足妒 不見羞自惹모방하는 걸 어찌 시샘할 건가, 보지 않아도 부끄러운 마음이 ..
1. 모방만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 我見世人之譽人文章者내가 세상 사람들이 남의 문장 칭찬하는 것을 보니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문장은 반드시 전한과 후한을 본떠야 하고 시는 성당을 본떠야 한다지.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말하겠다. 비슷하다면 이미 참이 아닌데 한나라든 당나라든 어찌 또 있겠는가?東俗喜例套 無怪其言野우리나라 풍속은 상례(常例)가 된 버릇을 좋아하니 그 말의 거친 것 이상할 게 없네.聽者都不覺 無人顔發赭듣는 이들은 도무지 깨닫질 못해 안색이 붉어질 리 없지.騃骨喜湧頰 涎垂噱而哆어리석은 이의 뼈는 기뻐함이 뺨에 샘솟아 침 뱉고 웃으며 입을 벌리고黠皮乍撝謙 逡巡若避舍얍삽한 이의 피부는 갑자기 거짓 겸손한 체하고 종종걸음으로 물러서는 듯하며餒髥驚目瞠 不熱汗如瀉굶주린 이의 수염은 놀라 째려보며 덥지도 않..
떨어진 과일은 밑에 있는데 하늘에서 찾고 있네 주공탑명(麈公塔銘) 박지원(朴趾源) 釋麈公示寂六日, 茶毗于寂照菴之東臺, 距溫宿泉檜樹下不十武. 夜常有光, 蟲背之綠也, 魚鱗之白也, 柳木朽之玄也. 大比邱玄郞率衆繞場, 齋戒震悚, 誓心功德. 越四夜, 迺得師腦珠三枚, 將修浮圖, 俱書與幣, 請銘于余. 余雅不解浮圖語, 旣勤其請, 迺嘗試問之曰: “郞! 我疇昔而病, 服地黃湯, 漉汁注器, 泡沫細漲, 金粟銀星, 魚呷蜂房. 印我膚髮, 如瞳栖佛, 各各現相, 如如含性. 熱退泡止, 吸盡器空, 昔者惺惺, 誰證爾公.” 郞叩頭曰: “以我證我, 無關彼相.” 余大笑曰: “以心觀心, 心其有幾.” 乃爲係詩曰: “九月天雨霜, 萬樹皆枯落. 瞥見上頭枝, 一果隱蠧葉. 上丹下黃靑, 核露螬半蝕. 群童仰面立, 攢手爭欲摘. 擲礫遠難中, 續竿高未及. 忽被風搖落,..
부석사 운에 차운하다(절은 영천 봉황산에 있다) 차부석사운 사재영천봉황산(次浮石寺韻 寺在榮川鳳凰山) 구봉령(具鳳齡) 紛生幻說破空門 正學千秋樹本根 一聯詩句留題處 肯向妖叢更視恩 先生詩云: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曺溪水, 不借乾坤雨露恩.” 寺有化僧言“植陰簷之下! 見日則枯.”云. 先生詩, 只斥其妄誕之實, 而人或不察故云. 『栢潭集』 해석 紛生幻說破空門 분연히 생긴 황당한 말은 공문을 깨뜨리고, 正學千秋樹本根 정학의 본 뿌리를 긴 세월동안 세우려 해서네. 一聯詩句留題處 한 연의 시구가 남은 곳에서 肯向妖叢更視恩 기꺼이 요망한 나무를 향해 다시 은혜를 보였구나. 先生詩云: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曺溪水, 不借乾坤雨露恩.” 퇴계 선생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擢玉森森倚寺門 옥처..
선비화는 부처의 은혜가 담겨 있다 부석사선비화(浮石寺仙飛花) 신좌모(申佐模) 傳, 義相大師住錫于浮石寺. 一日歸西笁, 植杖于寺之門內. 語“此杖生花葉, 可知吾法身不滅.” 果托根生花葉, 寺僧樹屛于門, 以防剪伐. 後有道伯截去原根, 今有旁根叢生, 年年開花. 退溪先生有詩揭門楣, 詩曰: “攢玉亭亭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曹溪水, 不借乾坤雨露恩.” 謹次其韻. 卓錫西歸一閉門 法身无滅證靈根 年年花葉長開落 不藉沾濡報佛恩 해석 傳, 義相大師住錫于浮石寺. 전하기로는 의상대사가 부석사 머물렀는데, 一日歸西笁, 植杖于寺之門內. 하루는 서축으로 돌아갈 때 절의 문 안에 석장을 꽂았다. 語“此杖生花葉, 그러면서 대사는 말했다. “이 지팡이에서 꽃과 잎이 피면 可知吾法身不滅.” 나의 법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친구와 성남에서 놀며유성남(游城南) 한유(韓愈) 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환기창전서 최귀일미서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무심화리조 갱여진정제 해석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불러 깨울 땐 창은 온통 환했고 돌아가라 재촉할 땐 해는 아직 지지 않았지.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무심한 저 꽃 속의 새야, 다시 정을 다하여 울어주려무나.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동인시화소화시평패관잡기지봉유설22년 B형 8번
이조시대 서사시 목차 총설: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1.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 성간老人行餓婦行서거정兎山村舍 김시습記農夫語 조신題深院 이희보田翁歌冬雨歎송순田家怨聞隣家哭聞丐歌 윤현見乞兒嶺南歎안수疲兵行 홍성민賣魚翁行 김성일母別子 권필驅車兒 이민성宿鳳山東村 이경석老翁問答 조석윤賈客行 허격詰楊吏一環歌 2.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Ⅰ 김창협鑿氷行 홍세태鐵車牛行 임상덕綿海民 이병연石耳行 신유한祖江行 정민교軍丁歎 송규빈戊子秋哀丐者 송명흠觀叉魚 신광수採薪行潛女歌濟州乞者歌 권헌寺奴婢關北民雇人行女掃米行이광려良丁母 김규貧女歎 홍신유車牛行 정범조豆江鼠 홍양호流民怨戍卒怨이규상趙將軍歌 신광하毛女篇昆侖奴위백규靑麥行 3.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Ⅱ 이조원大賈 성해응有客行 정약용哀絶陽僧拔松行龍山吏波池吏海南吏田間紀事田間紀事 拔苗田間紀事..
후기. 오랜 세월 동안 제생과 함께 만들다 나는 사람이 사는 이야기라면 보고 듣기 좋아한다. 내가 공부하는 한문학 유산(遺産)에서도 사람이 사는 이야기만 나오면 흥미를 느끼고 챙기는 편이다. 『이조시대 서사시(李朝時代 敍事詩)』는 이런 개인적 취향과 직접 관계된 것이다. 한문학, 그 중에도 개인 서정을 읊어대는 양식으로 여겨지던 한시 속에서 서사시의 발견은 당초에 경이로움이었다. 그 첫 만남은 허균(許筠)의 「노객부원(老客婦怨)」이었다. 나는 이 작품을 유력한 근거로 들어 우리 한문학에서 서사시의 존재 가능성을 짚어본 바 있었다. 한국한문학연구회를 결성한 직후 제1회 한문학월례발표회 자리에서였으니 그때가 1975년 5월이었다. 16년 전 일이다. 처음 관심을 두었던 때로부터 강산도 변하는 세월을 넘겨서야..
백정의 딸 방주가 양반과 결혼하다 고시위장원경처심씨작(古詩爲張遠卿妻沈氏作) 김려(金鑢) 1. 기이한 새와 원통한 여자 山中有桂樹 托根崇巖路 悲風倐漂搖 柯葉自相顧 異鳥來其傍 五采含亨章 紺趾握仁義 性和體安康 失侶於雲衢 單飛淚如濡 歲寒竹實荒 啾啾岐道隅 寄聲世間人 念我恒苦啼 生女凍殺可 莫作蕩子妻 蕩子不歸周 寃氣漲空閨 ⇒해석보기 2. 아빠와 오빠의 특징 君家誠易識 幼少住湖南 湖南五十州 長谿味最甘 祖世楊水尺 慣愛浦邊柳 柳豐令人肥 柳歉令人瘦 阿父妙手工 精緻世無比 南市賣矮籠 北市鬻箕子 錐刀日中集 皆言製造美 大兄邑貿販 小兄營懸坊 中兄業胃脯 長夏烹狗醬 里社冠昏禮 往宰猪與羊 霍霍磨霜刃 何曾鈍寸鋩 手功銅卄葉 俎價肉一斤 平時忽棄之 急處招殷勤 ⇒해석보기 3. 점점 자라며 빛을 낸 방주 阿父柔且善 胖黑頗有鬚 晩暮雌黶子 呼爾小蚌珠 ..
해설. 근대적 서사시의 특징을 담은 작품 이 시는 720행에 이르는 장시다. 그런데도 ‘아래는 떨어져나감(하결下缺)’으로 표시되어 있다. 주인공 방주는 장계(長谿, 지금 전라북도 장수군에 속한 지명) 땅의 백정집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무관 장파총이 지나다가 방주를 보고 일부러 방주의 집을 방문해서 그녀의 아버지에게 자기 아들과의 혼인을 청한다. 작중 현재에 진행된 사건은 여기서 일단 정지되며 시는 장파총의 과거로 소급해 들어간다. 그리하여 장파총의 파란의 인생역정을 장황하게 서술해가는데 그러다가 중간에서 끊어진 것이다. 그런데 원제에서 ‘장원경(張遠卿)의 처 심씨를 위해 짓는다[爲張遠卿妻沈氏作]’라고 하였다. 심씨란 방주를 가리키며, 장원경은 필시 장파총의 아들이다. 그리고 서시 부분에서 전통적인 흥(興..
14. 물고기 잡는 풍경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풍조 分付善梢手 料理通溟瀆 좋은 뱃사공에게 분부하니 이치 헤아려 물길에 통한 사람이네. 黃樹爲帆柱 白檀爲尾舳 황장목으로 돛대 만들고 박달나무로 꼬리 만들며 亇尙下瀧涯 唐兜上瀧墺 작은 배 마상이로 여울 기슭 내려가고 큰 배 당도리로 여울 깊은 곳 올라가니 捩柁捷於燕 水顔竄梭逐 키 비틀기가 제비보다 민첩하여 수면에 숨은 베틀 쫓는 듯하네. 去處隨條立 羣鱗輻輳轂 가는 곳에 조리를 따라 세우고 뭇 고기 통으로 모이니 選條孕萬鍾 劣條滀百斛 엄선된 조리엔 만 종이 모이고 졸렬한 조리엔 백 곡 모이네. 前期深港口 暗占魚氣候 기약에 앞서 깊은 항구엔 은밀히 고기의 기운 점치니 頭隊上海時 泡沫細似荳 물고기 무리 바다에 오를 때 거품은 가늘기가 콩 같고 散風灑瓊霙 萬波紗紋皺..
13. 어촌에서 지나다가 다시 길을 나서다 七月賣秀鯔 八月賣鮰鰾 칠월엔 숭어 팔고 팔월엔 민어 파는데 鮰鰾利堅白 永宗品最矯 민어는 단단하고 흰색이 이끗이 있으니 영종도 상품이 최고라네. 九月鱸魚肥 邐迤走南洋 9월엔 농어 살쪄 구불구불 남쪽 바다로 가니 南洋介兩省 風俗略相當 남쪽 바다의 경상과 전라로 구획되나 풍속이 대략 서로 합당하네. 近嶺猛如虓 近湖悍如羊 경상도는 용맹하기 범 같고 호남은 사납기가 양 같네. 廉賈百之一 貪賈欝成行 염치 있는 상인은 100명 중 하나이고 탐욕스런 상인 빼곡이 줄을 이뤄 乘時射機巧 於利鬪亮芒 때를 타 기교로움을 행하니 이끗엔 밝은 칼날로 싸우고 失意錙與銖 淸晝飛劒揚 조금만 치수에도 실의하여 맑은 낮인데도 양양하게 검을 날리네. 信知南土惡 不如北土良 참으로 남쪽 풍토 사악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