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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9장 3. 옛 이상적 지도자를 따르지 않는 이유 上焉者雖善無徵, 無徵不信, 不信民弗從; 下焉者雖善不尊, 不尊不信, 不信民弗從. 하언자(上焉者)는 비록 선(善)하나 징(徵)하지 않고, 징(徵)하지 않으므로 신(信)이 없고, 신(信)이 없으므로 민(民)이 따르지 않는다. 하언자(下焉者)는 비록 선(善)하나 존(尊)하지 않고, 존(尊)하지 않으므로 신(信)이 없고, 신(信)이 없으므로 민(民)이 따르지 않는다 上焉者, 謂時王以前, 如夏ㆍ商之禮雖善, 而皆不可考. 下焉者, 謂聖人在下, 如孔子雖善於禮, 而不在尊位也. 상언자(上焉者)는 당대의 왕조 이전을 말하니 마치 하나라와 상나라의 예(禮) 가 비록 좋으나 모두 고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언자(下焉者)는 성인이 아랫 지위에 있다는 말이니 마치 공자가 비록 예..
29장 2. 문명창시자가 잘못이 적으려면 다음에 연결되는 ‘과기과(寡其過)’의 해석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過)’를 단순히 어떤 잘못이나 실수, 영어로 말한다면 미스테이크(mistake)로 생각해서, 이 말을 ‘잘못하는 빈도’를 줄인다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고전의 맥락을 모르는 데서 오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이제 그 구체적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孔子與之坐而問焉, 曰:“夫子何爲?” 對曰:“夫子欲寡其過而未能也.” 使者出. 子曰:“使乎! 使乎!” 거백옥이 공자(孔子)에게 사람을 심부름 보냈다. 공자(孔子)가 그 심부름 온 사람과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선생께서는(거백옥) 요즈음 뭐하고 지내시나’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우리 어른께서는 늘 그 허물을 줄일려고는 ..
29장 1. 문명창시자와 잘못 王天下有三重焉, 其寡過矣乎! 왕천하(王天下)하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잘하면 그 과(過)를 줄일 수 있다. 呂氏曰: “三重謂議禮ㆍ制度ㆍ考文. 惟天子得以行之, 則國不異政, 家不殊俗, 而人得寡過矣.” 여씨가 “삼중(三重)은 예악과 제도와 절문을 말한다. 오직 천자만이 얻어 행할 수 있으니 나라에 다른 정치가 없고 집엔 다른 풍속이 없다. 그리하면 천자의 감화로 인해 사람들이 허물이 적어진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에서는 ‘왕천하(王天下)’와 ‘과기과(寡其過)’의 해석에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 ‘왕천하(王天下)’라는 말을 천하에서 왕노릇한다는 의미로 간단하게 해석합니다만, 여기서 이 ‘왕’은 단순히 ‘킹(king)’을 가리키는 명사가..
28장 10. 유교는 현실주의다 子曰: “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存焉; 吾學周禮, 今用之, 吾從周.” 공자(孔子)가 말씀하시기를 나는 하(夏)나라의 예(禮)를 말할 수 있으나 기(杞)나라에는 그것의 증거가 부족(不足)하다. 나는 은례(殷禮)를 배웠고 그것이 송(宋)나라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주(周)를 배웠고 그것을 지금 사용하고 있으니 나는 주(周)를 따른다. 此又引孔子之言. 杞, 夏之後. 徵, 證也. 宋, 殷之後. 三代之禮, 孔子皆嘗學之而能言其意, 但夏禮旣不可考證, 殷禮雖存, 又非當世之法. 惟周禮乃時王之制, 今日所用. 孔子旣不得位, 則從周而已. 여기서는 또한 공자의 말이다. 기나라는 하나라의 후예이다. 징(徵)은 증명한다는 것이다. 송나라는 은나라의 후예다. 삼대(三代)의 예는 공..
28장 9. 지위나 덕만으론 문명을 창조할 수 없다 雖有其位, 苟無其德, 不敢作禮樂焉; 雖有其德, 苟無其位, 亦不敢作禮樂焉. 비록 그 위(位)가 있으나, 덕(德)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작(作)하지 못하고, 그 덕(德)이 있으나 그 위(位)가 없으면 역시 예악(禮樂)을 작(作)하지 못한다. 鄭氏曰: “言作禮樂者, 必聖人在天子之位.” 정씨가 “예악(禮樂)을 제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인으로 천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중용(中庸)의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어떠한 위(位)는 있지만 내면적으로 덕(德)을 갖고 있지 못하면 감히 예악(禮樂)을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내면적인 덕(德)은 있으나 위(位)가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28장 8. 중용은 전국초기의 문헌인가 진나라 이후의 문헌인가 今天下, 車同軌, 書同文, 行同倫. 오늘날의 천하는, 거(車)의 궤(軌)가 같고, 서(書)하는데 같은 문(文)을 사용하고, 행(行)하는데 륜(倫)이 같다 今, 子思自謂當時也. 軌, 轍迹之度. 倫, 次序之體. 三者皆同, 言天下一統也. 금(今)은 자사가 스스로 일컬은 당시를 말한다. 궤(軌)는 수레바퀴 궤적의 치수다. 륜(倫)은 차례의 례(禮)다. 세 가지가 모두 같으니 천하가 통일되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거(車)에서는 궤(軌)를 같게 하고, 서(書)하는 데는 문(文)을 같게 하고 행(行)하는 데는 륜(倫)을 같게 했다는 것인데, 언뜻 의미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글자 하나하나의 구체적 의미를 파악하고서 이 문장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
28장 7. 문명창조자만이 非天子, 不議禮, 不制度, 不考文. 천자(天子)가 아니면, 에(禮)를 의(議)하지 못하고, 도(度)를 제(制)하지 못하고, 문(文)을 고(考)하지 못한다. 此以下, 子思之言. 禮, 親疎貴賤相接之禮也. 度, 品制. 文, 書名. 여기 이하는 자사의 말이다. 예(禮)는 친하고 소원함에, 귀하고 천함에 서로 대하는 예다. 도(度)는 품제다. 문(文)은 서명이다. 부정사 非와 不 이 문장에는 의례(議禮)ㆍ제도(制度)ㆍ고문(考文)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는데, 오늘날 이 말들은 명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문(古文)을 볼 때는 오늘날의 그런 관점에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장을 잘 보면 ‘비(非)A 불(不)B’라는 구조가 보이는데, ‘이것은 A가 아니면 B하지 못한다.’는 의미..
28장 6. 유교는 복고주의가 아니다 그런데 ‘여차자 재급기신자야(如此者 灾及其身者也)’ 중에 ‘여차자(如此者)’가 앞의 구 전체를 받는다고 할 때, ‘우이호자용(愚而好自用)’, ‘천이호자전(賤而好自專)’,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 이 세 프레이즈(phrase) 전부에 걸쳐져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는 지금 ‘우(愚)하면서 제 생각을 쓰기를 좋아하는 자나, 천(賤)하면서 제 멋대로 하기를 좋아하는 자나, 지금에 태어나서 옛 도로 돌아가려고 하는 자나 전부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 이 구문은 굉장히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아까 공자(孔子)가..
28장 5. 재앙이 닥치는 세 가지 부류 이 28장은 상당히 중요하고 좋은 장입니다. 子曰: “愚而好自用, 賤而好自專, 生乎今之世, 反古之道. 如此者, 災及其身者也.” 공자가 말하기를 우(愚)하면서도 자기의 생각을 쓰기 좋아하거나, 천(賤)하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하기를 좋아하거나, 지금 세상에 태어났으면서 옛날의 도(道)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이러한 자들에게는 재앙이 그 몸에 미칠 것이다. 以上孔子之言, 子思引之. 反, 復也. 이상은 공자의 말이니 자사가 그것을 인용했다. 반(反)은 회복한다는 것이다. “자왈 우이호자용 천이호자전(子曰 愚而好自用 賤而好自專)” 이 문장은 공자(孔子)의 말로 인용(子曰)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살펴보면 ‘우(愚)’와 ‘천(賤)’이라는 기본적인 대비가 보이고 있..
28장 4. 수렵문화의 총체인 갑골문 미래를 위한 계획, 인류 문명의 탄생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찾아 헤매면서 이루어지는 이 헌팅의 과정에서, 눈이 빠지게 찾던 그 사냥감이, 바로 그 들소가, 그 무서운 들소가 눈앞에 터억 나타났을 때, 바로 그 순간 그들의 느낌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리고 그놈을 기발한 작전으로 탁 때려잡았을 때! 바로 그 순간 그들의 느낌은 어떻겠어요? 여러분! 상상이 가십니까? 자기들이 애타게 찾던 그 들소! 그 무서운 들소를 잡던 바로 그 순간의 어마어마한 느낌! 그들은 바로 그 응축된 느낌을 동굴의 벽에다 풀컬러로 재현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깜깜한 동굴 속에서 불을 켜고 만 가지 느낌으로 그 들소들을 바라보면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을 거..
28장 3. 동굴벽화를 그린 이유 이렇게 발생한 인류의 ‘수렵문화’는 약 1만 2천년, 대개 문명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1만 2천년전에 인간에게 있어서 ‘수렵문화’도 끝나고 실질적인 문명이라는 것도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1만 2천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빙하기가 끝나자 인류에게 농경(agriculture)이라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와 더불어 ‘수렵문화’는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동굴벽화에 남은 그들의 역사 그러나 빙하기가 풀리기 이전에는 전부 헌팅을 해서 살아야했던 것이죠. 그런데 문명 이전의, 선사시대 인류의 이 ‘수렵문화’는 ‘선사(先史)’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문자의 기록으로는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수렵문화는 이백만 년의 ..
28장 2. 직립과 육식, 그리고 문명 귀와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 말이 나온 김에 인체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귀가 왜 두 개인지 아십니까? 하나만 있어도 상관이 없는 건 아닐까요? 귀는 아무 이유도 없이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은 반드시 진원이 있습니다. 음파는 윗 사진과 같이 전파되는데, 그러므로 양쪽 귀의 고막에 음파가 닫는 시간이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이 시간의 차이(difference)가 바로 소리의 진원을 알게 하는 거예요. 음파가 양쪽 고막에 닫는 작은 시간차를 이용해 뇌가 그 방향을 계산하는 것이죠. 인체는 정말 들여다보면 볼수록 신기한 것 같습니다. 콧구멍은 왜 두 개이겠습니까? 안쪽으로 들어가면 결국 하나로 되는데, 왜 밖에는 두 개로 뚫려 있을까요..
28장 1. 200만년에 걸친 두개골의 진화 중용(中庸)의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이 갑골문과 관련해서 배경으로 알아두어야 할 인간과 문명에 대한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몇 마디 하겠습니다. 프랑스 남부 동굴에서 선사시대 벽화 발견 얼마 전 타임지에서 프랑스 남부의 동굴에서 선사시대의 인간이 그렸다고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혹시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의 쇼베(Chauvet)라는 사람이 발견했는데, 그 사람이 우연히 돌무더기를 하나 보았는데, 그곳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뻘건 줄이 2개 그어져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계속 들어가 보니까 그 속은 거대한 동굴이었고 그 안에 엄청난 벽화가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신문에서도 인용 보도..
27장 12. 유교의 선비주의 27장에서 우리는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이라는 중국 철학의 기본 개념(cardinal concept)을 배웠고 국유도(國有道)와 국무도(國無道)의 문제를 배웠는데 이것에 대한 나의 해석은 상당히 새로운 것입니다. 유학자의 적극적인 세계관 실은 나도 그러한 것들을 강의를 하는 순간에 깨닫게 된 거예요. 유교(儒敎)에서는 나라에 도(道)가 없으면 피해라, 숨어라, 침묵하라, 물러나라고 말하곤 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유교(儒敎)의 소극적인 사회철학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그래서 유교(儒敎)는 혁명사상이 없으며 불의가 있을 때도 항거를 안 하고, 피하고, 입 다무는 소극적인 철학이라는 가장 가혹한 비판이 가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듯이 ‘국유도..
27장 11. 사서독서법과 노트필기에 대해 역시 이 중용(中庸)이라는 책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무궁무진하게 해석이 되고 또한 그에 따라서 생각할 것이 많은, 참으로 위대한 고전인 것 같습니다. 사서(四書)는 중용(中庸)에서 거의 완벽하게 뜻이 정리되고 완결됩니다. 사서(四書)의 독서법 주자(朱子)는 ‘사서운동(四書運動)’을 전개하면서, 사서(四書)를 『대학(大學)』 ⇒ 『논어(論語)』 ⇒ 『맹자(孟子)』 ⇒ 『중용(中庸)』 의 순으로 읽어 나가는 독서법을 권유했습니다. 이 순서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요. 이 순서는 『대학(大學)』에서 먼저 학문의 방향(outline)을 세우고, 즉 읽을 방향의 대강을 세우고, 『논어(論語)』를 거치면서 그것을 심화시키고, 『맹자(孟子)』에서 조금 더 그것을 부연해서 논변..
27장 10. 나라가 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 是故居上不驕, 爲下不倍. 國有道, 其言足以興; 國無道, 其黙足以容. 詩曰: “旣明且哲, 以保其身.” 其此之謂與! 이러한 까닭에 위에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아니하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배반하지 아니한다.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그 말로써 적극 참여하고, 나라에 도(道)가 없으면 침묵을 지켜 그 몸 하나라도 지킨다. 『시경(詩經)』에, ‘이미 밝고 또 밝아 그 몸을 보존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일러 말한 것이로다! 興, 謂興起在位也. 詩, 「大雅烝民」之篇. 右第二十七章. 言人道也. 흥(興)은 흥기하여 지위에 있는 것이다. 시는 「대아증민」의 편이다. 여기까지는 27장이다. 인도(人道)를 말했다. 여기에 ‘국유도(國有道)~국무도(國無道)~’라는 구문..
27장 9.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의 조화로운 학문풍토를 위해 치지(致知)가 모든 학문에 위세(威勢) 떠는 세상의 문제점 그런데 또 지금 현대문명의 가장 큰 문제가 뭡니까? 치지(致知)라는 게, 그 자체가 물리학이 되었건 뭐가 됐건, 그 과학적 지식이란 것이 결국은 내성(內聖)·외왕지학(外王之學)에서 보면 일면에 불과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진리를 다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에 군림하고 있으니 이런 넌센스가 어디 있냔 말이야. 서양의 과학, 그것은 동양에서 말하는 치지(致知)의 일부분일 뿐인데, 그걸 좀 배웠다고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뭐나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사람들을 겁주고 있으니. 물리학이나 생물학이니 하는 모던 사이언스라고 해봐야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하나의 이..
27장 8. 중국철학의 문제점 도문학(道問學)의 개념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내가 최근에 쓴, 『젊은 유학자의 초상』의 서문 「양명근본의(陽明根本義)」를 보면, 풍우란의 세계와 나의 세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서문에서 나는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의 양단(兩端)이 중용(中庸)적으로 포섭되는 새로운 학문이 출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도문학(道問學)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근원적인 이해를 먼저 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야말로 근대 이후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죠. 지금 여기에서 줄곧 논의되고 있는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에서 도문학(道問學)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문학(問學)이..
27장 7. 존덕성과 도문학으로 분석한 중국철학 尊者, 恭敬奉持之意. 德性者, 吾所受於天之正理. 道, 由也. 溫, 猶燖溫之溫. 謂故學之矣, 復時習之也. 敦, 加厚也. 尊德性, 所以存心而極乎道體之大也. 道問學, 所以致知而盡乎道體之細也. 二者, 修德凝道之大端也. 不以一毫私意自蔽, 不以一毫私欲自累, 涵泳乎其所已知, 敦篤乎其所已能, 此皆存心之屬也. 존(尊)이라는 것은 공경하여 받든다는 뜻이요, 덕성(德性)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정리(正理)’다. ‘도(道, =導)’는 말미암는다[由]는 뜻이다. 온(溫)은 ‘심온(燖溫, 음식 같은 것이 식었을 때 다시 데우는 것)이라 할 때의 온(溫)이니, 그것은 옛 것을 다시 배운다는 말이요 그것을 때때로 다시 익힌다는 것을 말한다. 돈(敦)이라는 것은 더욱 도탑게 ..
27장 6.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 故君子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그러므로 군자는 하늘로부터 받은 덕성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묻고 배움에 말미암으며, 넓고 큰 데 이르면서도 동시에 정밀하고 미세한 것을 다하며, 높고 밝은 것을 지극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일상의 비근한 것에 말미암으며, 이미 알고 있는 바를 늘 음미하고 반추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그 덕성을 돈독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으로써 예(禮)를 높인다. 여기에 주자의 그 유명한 주가 달려 있습니다. 이 주는 아마도 송명유학, 다시 말해 신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논의의 대상중의 하나며,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다뤄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이 ..
27장 5. 지덕(至德)과 지도(至道)의 관계 待其人而後行. 그 사람을 기다린 후에야 행하여지는 것이다. 總結上兩節. 윗 문장을 총결지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 매크로한 세계와 마이크로한 세계, 거대한 천지의 세계와 인간세의 사소한 예의적인 세계의 양면이 하나로 관통해서 실현될려면 “그 사람을 기다린 후에나 행하여지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20장에도 있었죠? “문(文)과 무(武)의 정치는 반포되어 방책(方策)에 다 있으나, 그 사람이 있으면 정치가 일어나고, 그 사람이 없으면 정치가 멈춰버린다[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則其政擧 其人亡則其政息].” 결국 그 정치가 잘 되냐 안 되냐의 핵심은 그 사람이라고 했죠?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바는 항상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되어 있단 말이죠. 그..
27장 4. 핵심적인 예와 세부적인 예 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 많고도 많도다! 기준이 되는 의례가 삼백가지요, 세부적인 의례가 삼천가지도다! 優優, 充足有餘之意. 禮儀, 經禮也. 威儀, 曲禮也. 此言道之入於至小而無間也. 우우(優優)는 충족되면서도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예의(禮儀)는 큰 줄기가 되는 예법이다. 위의(威儀)는 세세한 일상의 예이다. 여기서는 도가 지극히 작아 사이가 없는 데로 들어감을 말하였다. 주자 주에 “우우(優優)라는 말은 충분하여 넉넉하다는 뜻이다[優優 充足有餘之意].”라고 했죠? 우리가 우등생이라 할 적에도 이 優 자죠. 넉넉하고 크다는 뜻인데, 역시 이것도 앞의 ‘양양호(洋洋乎)’처럼 잘 번역이 되지 않는 감탄사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주자는 여기서 ‘양양호 발육만물 준..
27장 3.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활함 大哉! 聖人之道. 위대하도다. 성인의 도여! 包下文兩節而言. 아래의 두 문장을 포괄하여 말하였다. 주자 주를 보면 26장은 천도(天道)라고 했고, 27장은 인도(人道)라고 했죠? ‘대재 성인지도(大哉 聖人之道)’ 참 멋있죠? 여기서 주자는 “아래의 두 절을 포괄하여 말한 것이다[包下文兩節而言].”라고 주를 달았는데, ‘아래의 두절’이란 뭐죠? ‘양양호(洋洋乎)! 발육만물 준극우천(發育萬物 峻極于天)’ ‘우우대재 예의삼백 위의삼천(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이 바로 그 두절입니다. 洋洋乎! 發育萬物, 峻極于天. (성인의 도는) 넓고 넓도다! 만물을 생(生)하고 기르며 우뚝 솟아 하늘에 다하였다. 峻, 高大也. 此言道之極於至大而無外也. 준(峻)은 높고 크다는 것이..
27장 2. 면도의 요령 그런데 오늘 내가 얘기 할려는 건 그게 아니고 면도에 관한 거예요. 면도에는 지금 크게 두 가지를 사용하는데, 하나는 면도칼이 있고 또 하나는 전기면도기가 있죠? 나는 평생 둘 다 사용하였는데, 전기면도기는 편하니까 쓰게 되고 또 언뜻 생각하기에 전기면도기가 면도칼보다 피부에 손상을 덜 준다고 생각해서 사용했는데, 최근 내가 여러 전문가들과 상의해보고 또 직접 조사해 본 결과 전기면도기가 휠씬 더 피부를 깎아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게 있어요. 여러분들이 면도를 하고 난 다음에 반드시 따꼼따꼼하고 건조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죠? 그때 스킨 브레이서(skin bracer)니 하는 아프터 쉐이브 로션(After Save Lotion)을 바르죠? 그런 다음 크림 같..
27장 1. 하늘과 땅, 얼굴과 오장육부 오늘은 중용(中庸)을 제 27장 한 장만 하고,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최영애 교수님의 『시경(詩經)』 강의를 하겠습니다. 중용(中庸)에서 시경(詩經)의 내용들이 계속 인용되는데, 그와 관련하여 『시경(詩經)』의 일단을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제 4림에서는 전적으로 『시경(詩經)』을 강의하기로 했고, 완독할 예정입니다. 제5림 때는 『순자(荀子)』를 강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7장에 들어가기 전에,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중용(中庸)』과 관련하여 내가 매일 느끼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여러분들께 꼭 얘기해 줄 게 참 많아요. 오늘 아침 면도를 하다가 느낀 건데, 남자들에게 있어서 평생 면도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여자들은 월경이라는 게 삶에서 주..
26장 6. 간명한 게 아름답다 詩云: “維天之命, 於穆不已!” 蓋曰天之所以爲天也. “於乎不顯, 文王之德之純!” 蓋曰文王之所以爲文也. 純亦不已.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아! 하늘의 명(命)이여, 오! 심원하여 그침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하늘이 하늘된 소이를 말한 것이요, “아!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왕(文王)의 순수함이여!”라고 하였으니, 이는 문왕(文王)의 문(文)됨을 말한 것으로서 순(純)하여 그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詩, 「周頌維天之命」篇. 於, 歎辭. 穆, 深遠也. 不顯, 猶言豈不顯也. 純, 純一不雜也. 引此以明至誠無息之意. 程子曰: “天道不已, 文王純於天, 道亦不已. 純則無二無雜, 不已則無間斷先後.” 시는 「주송 유천지명」의 편이다. 오(於)는 감탄사다. 목(穆)은 심..
26장 5. 중용적 사고방식의 크기 今夫天, 斯昭昭之多, 及其無窮也, 日月星辰繫焉, 萬物覆焉. 今夫地, 一撮土之多, 及其廣厚, 載華嶽而不重, 振河海而不洩, 萬物載焉. 今夫山, 一卷石之多, 及其廣大, 草木生之, 禽獸居之, 寶藏興焉. 今夫水, 一勺之多, 及其不測, 黿ㆍ鼉ㆍ蛟ㆍ龍ㆍ魚ㆍ鼈生焉 貨財殖焉. 저 하늘이라고 하는 것은 촛불 하나가 반짝이는 것 같은 밝음이 많을 뿐인데, 그 무궁한 데 이르러서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이 다 거기에 매달려 있고 만물을 덮고 있다. 땅이라고 하는 것은 단 한줌의 흙이 많이 모인 것일 뿐인데, 넓고 후박한 데 이르러서는 화악(華嶽)을 등어리에 싣고도 무거운 줄 모르고 하해(河海)를 가슴에 안고도 새지 않는다. 그러니 만물을 실을 만하다. 대저 산이라 하는 것은 한 뭉치의 돌로..
26장 4. 사물의 법칙 博厚配地, 高明配天, 悠久無疆. 如此者, 不見而章, 不動而變, 無爲而成. 박후는 땅에 배합(配合)하고 고명은 하늘에 배합(配合)하고 유구는 무강(無疆)이다. 이와 같은 것은 드러나지 않아도 빛나고[章], 동(動)하지 않으면서도 변하고, 함이 없는 데도 성(成)한다. 此言聖人與天地同體.見, 猶視也. 不見而章, 以配地而言也. 不動而變, 以配天而言也. 無爲而成, 以無彊而言也. 여기서는 성인이 천지와 같은 체(體)임을 말했다. 현(見)은 시(視)와 같다. 불현이장(不見而章)은 땅과 짝한다고 말한 것이다. 부동이변(不動而變)은 하늘과 짝한다고 말한 것이다. 무위이성(無爲而成)은 한계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유구(悠久)’는 보이지 않는 기능이니까 강역(疆域)이 없다! 무진(無盡)하고 무궁..
26장 3. 하늘과 땅은 유기체론적 상징 博厚, 所以載物也; 高明, 所以覆物也; 悠久, 所以成物也. 박후(博厚)라는 것은 만물을 싣는 것이요, 고명(高明)이라는 것은 만물을 덮는 것이요, 유구(悠久)라는 것은 만물을 이루어 주는 것이다. 悠久, 卽悠遠, 兼內外而言之也. 本以悠遠致高厚, 而高厚又悠久也. 此言聖人與天地同用. 유구(悠久)란 곧 유원(悠遠)함이니 안과 밖을 겸하여 말한 것이다. 본래의 유원(悠遠)으로 높고 두터움에 이르지만, 높고 두터움은 또한 아득하고 먼 것이다. 여기서는 성인이 천지와 같은 용(用)임을 말했다. ‘박후(博厚)하다’는 것은 땅이라는 공간성을 가지고 하는 말인데, 그것은 만물을 싣는 것입니다. ‘고명(高明)’이라는 것은 하늘이라는 공간성을 말하는데, 만물을 덮는 것이죠. 밑에서 ..
26장 2. 쉼 없기에 장구한다 不息則久, 久則徵, 불식(不息)하면 구(久)한다, 쉼이 없으니까 장구할 수 있다. 久, 常於中也. 徵, 驗於外也. 구(久)는 내면에서 떳떳한 것이다. 징(徵)은 외면에서 징험되는 것이다. 항상 역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염두에 두고서 중용(中庸)을 풀이해 들어가십시오. 왕부지(王夫之)의 ‘형질론’으로 볼 때, 우리의 손톱이 그 온전한 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은 뿌리에서 다시 생겨나고 끝에서 닳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손톱 하나도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예요. 뿌리에서 생겨나지 않으면, 점점 닳아서 쪼그라들어요. 새끼손톱이나 새끼발톱에 가끔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죠? ‘형(形)’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질(質)’이 끊임없이 불식(不息)해야 합니다..
26장 1. 자강불식(自强不息)과 무식(無息) 故至誠, 無息. 고로 지극한 성은 쉼이 없다. 旣無虛假, 自無間斷. 이미 헛됨이나 거짓이 없이 스스로 한 순간이라도 끊어짐이 없다. 캬아! 지극한 성(誠)은 쉼이 없다! 참 대단한 말입니다. 장지연이가 ‘자강불식론(自强不息論)’을 말하였는데, 이 ‘자강불식론(自强不息論)’은 다들 아시다시피 다아윈, 스펜서의 ‘진화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서구의 ‘진화론’을 동양에서는 무엇으로 번역하였는가 하면, 『주역(周易)』의 ‘자강불식론’으로 번역했지요【‘자강불식(自强不息)’이란 『주역(周易)』 「대상전」의 ‘건괘(乾卦)’에 나오는 말이다】.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발전·변화하면서 지금까지 왔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진화의 과정에 있는 이 세계를 지배해..
25장 2. 지식보다 감수성 誠者, 非自成己而已也, 所以成物也. 成己, 仁也; 成物, 知也. 性之德也, 合內外之道也, 故時措之宜也. 성(誠)하다고 하는 것은 그 스스로 나를 이룰 뿐만 아니라, 그 성기(成己)의 과정에서 물(物)을 또 이룬다. 자기를 이루는 것은 인(仁)이요, 남을 이루는 것은 지(知)이다. 이는 본성의 덕(德)이니 성기(成己)·성물(成物) 내외(內外)를 합한 도(道)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어떠한 상황에 때때로 맞추어도 항상 마땅하게 된다. 誠雖所以成己, 然旣有以自成, 則自然及物, 而道亦行於彼矣. 仁者體之存, 知者用之發, 是皆吾性之固有, 而無內外之殊. 旣得於己, 則見於事者以時措之, 而皆得其宜也. 성(誠)은 비록 나를 이루게 하는 것이지만 이미 자기로서 이루게 해줬다면 자연히 사물에 미치며..
25장 1. 성실함과 생이불유 誠者自成也, 而道自道也. 성(誠)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도(道)는 스스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言誠者物之所以自成, 而道者人之所當自行也. 誠, 以心言, 本也; 道, 以理言, 用也. 성(誠)은 물건이 스스로 이루는 것이고 도(道)는 사람이 마땅히 스스로 행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성(誠)은 심(心)으로 말하였으니 본(本)이고 도(道)는 리(理)로 말하였으니, 용(用)이다. 아! 얼마나 멋있어요! 얼마나 멋있습니까? 재미난 게 여기서도 펀(Pun, 언어유희)이 나타나고 있죠? 성(誠)과 성(成)이 같은 발음이고 도(道)와 도(道, 導)가 같은 발음이죠? 성(誠)이라는 것은 ‘언(言)’ 변이 빠지면 스스로 이루어 가는 것[成]입니다. 여기서 ‘자성야(自誠也)’라고 하는 것..
24장 3. 유교의 합리주의 ‘화복장지 선필선지지 불선필선지지(禍福將至 善必先知之 不善必先知之)’ 여기서 선(善)이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선(善)의 반대말은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이다! 동양에는 선(善)ㆍ악(惡)의 이원론이 없다! 악(惡)은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 선(善)에 미달한 것입니다.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며, 모든 악(惡)은 불선(不善)일뿐이예요. 선(善)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고 불선(不善)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善)과 악(惡), 즉 선(善)과 불선(不善)이라는 게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선(善)은 ‘좋을 선’자로 번역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좋은 것도 미리..
24장 2. 중풍과 당뇨는 업보 ‘국가장흥 필유정상(國家將興 必有禎祥)’ 여기서 ‘정(禎)’이라는 것은 ‘정(貞)’이고 이것은 점친다는 말입니다. 지난 여름 2림(林)때 최교수의 갑골문 강의를 들은 사람은 이 맥락을 잘 이해할 거예요. 주자에게는 갑골에 대한 정보가 확실히 없었으니까. 정확한 번역을 하지 못했을 텐데, 이 ‘정(貞)’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장망 필유요얼(國家將亡 必有妖孼)’ 이것은 분명하죠? 도올서원이 일어날려고 하면, 이곳에 좋은 학생들이 모여서 상서로운 조짐이 돌아야 제대로 될 것이고, 도올서원이 망하려고 한다면 요괴스러운 현상이 많이 일어나서 망합니다. 인간 세상사라는 것은 명백한 거예요. 이것은 ‘지성지도(至誠之道)’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미리 ..
24장 1. 미리 안다는 것 至誠之道, 可以前知. 國家將興, 必有禎祥; 國家將亡, 必有妖孼. 見乎蓍龜, 動乎四體. 禍福將至: 善, 必先知之; 不善, 必先知之. 故至誠, 如神. 지극히 성(誠)한 도(道)는 미리 알 수 있으니, 국가(國家)가 장차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있고, 국가가 장차 망하려면 반드시 요괴스런 일이 있어 시초점과 거북점에 나타나고 사체(四體)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화(禍)와 복(福)이 장차 일어나게 되어 있을 때, 좋은 것도 미리 알 수 있고 나쁜 것도 미리 알 수 있다. 고로 지극한 성(誠)이라는 것은 신(神)과 같은 것이다. 禎祥者, 福之兆. 妖孼者, 禍之萌. 蓍, 所以筮. 龜, 所以卜. 四體, 謂動作威儀之間, 如執玉高卑, 其容俯仰之類. 凡此皆理之先見者也. 然唯誠之至極, ..
23장 2.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유천하지성 위능화(唯天下至誠 爲能化)’ 여기서 ‘화(化)’라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최후적인 것입니다. 주자 주(註)를 보면, ‘개인지성 무부동이기즉유이(蓋人之性 無不同而氣則有異)’는 말이 나오는데, 송(宋)·명(明) 유학(儒學)의 패러다임들이 여기서 나오며, 이에 따라서 근세유학의 첨예한 논쟁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22장에서는 아성(我性)·인성(人性)·물성(物性)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인(人)·물(物)이 다 기본적으로 동성(同性)이라는 시각(조선유학의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과 조금 맥락은 다르다)의 기본적인 것은 여기에 다 나와 있습니다. 중용(中庸)으로 말하면 아(我)·인(人)·물(物)이 다 동성(同性)이요, 하나의 연속적인 ‘성(性)’..
23장 1. 문명과 문화의 차이 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爲能化. 그 다음은 지극히 작은 것에 곡진함이니, 이 작은 일에 지극한 것으로도 성(誠)할 수 있다. 성실하면 드러나고, 드러나면 더욱 확연해지고, 확연해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변(變)하고, 변(變)하면 화(化)할 수 있으나. 오직 천하에 지극한 성(誠)이라야 이 궁극적인 화(化)를 이룰 수 있다. 其次, 通大賢以下凡誠有未至者而言也. 致, 推致也. 曲, 一偏也. 形者, 積中而發外. 著, 則又加顯矣. 明, 則又有光輝發越之誠也. 動者, 誠能動物.變者, 物從而變. 化, 則有不知其所以然者. 蓋人之性無不同, 而氣則有異, 故惟聖人能擧其性之全體而盡之. 其次, 則必自其善端發見之偏..
22장 2. 자연을 망치지 말고 화육(化育)에 참여하라 ‘능진물지성 즉가이찬천지지화육(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찬천지지화육(贊天地之化育)’이란 것은 뭐냐? 전에는 감(感)으로만 근사하게 잡고 있었는데, 이것은 사실은 에콜로지(ecology)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 존재한다는 방식은 문명의 방식입니다. 야생 곡식만 가지고는 우리가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논을 만들고 쌀을 길러야 하죠. 쌀을 기르는 것은, ‘능진물지성(能盡物之性)’할 때 ‘천지지화육(天地之化育)’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양사상은 문명의 형태가 ‘천지지화육(天地之化育)’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런 점에서 서구문명은 실수한 거예요. 서구문명은 이런 동양문명의 기본자세를 우습..
22장 1. 나를 확장하면 천지만물에까지 이른다 22장은 아마도 모든 동양고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파라그라프(Paragraph, 단락)일 것입니다. 주자 주(註)를 보면, 22장은 천도(天道)를 말한 것이고 23장은 인도(人道)를 말한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주자는 22장을 ‘자성명(自誠明)’에 대한 것으로 보고 23장을 ‘자명성(自明誠)’에 대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즉, 22장은 ‘성(誠)’의 세계로 보고 23장은 ‘성지(誠之)’의 세계로 본 것이죠. 또한, 23장 맨 처음을 ‘기차(其次)’로 시작하고 있는데, ‘성(誠)’에 대해서 ‘성지(誠之)’는 한 레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중용(中庸)의 저자는 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태여 이렇게 나눌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중용(中庸)의 저자는..
21장 5. 보편적 패러다임인 성(誠) 언어가 나를 빌려 표현한다 ‘자명성(自明誠)’의 구조와 현상을 미셸 푸꼬의 이론, 디스코스(discourse, 담론)의 이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푸꼬의 담론이란 쉽게 말하면, 인간은 언어의 창조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인(聖人)은 언어의 창조자들이지만, 범인들은 언어의 창조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언어를 수단으로 해서 나의 사고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푸꼬는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이죠. 푸꼬의 생각은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빌려서 자기를 표현할 뿐’이라는 겁니다. 개별적인 우리의 사고가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디스코스, 담론이 선행한다는 것이죠. 언어가 우리의 존재 이전에 이미 있다는 말이예요.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 이전에 존재하..
21장 4. 유(幽)가 성(誠)으로 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 성(誠)으로부터 명(明)하여 지는 것을 성(性)이라 일컫고, 명(明)으로부터 성(誠)하여 지는 것을 교(敎)라고 일컫는다. 성(誠)은 곧 명(明)이요, 명(明)은 곧 성(誠)이다. 自, 由也. 德無不實而明無不照者, 聖人之德, 所性而有者也, 天道也. 先明乎善而後能實其善者, 賢人之學, 由敎而入者也, 人道也. 誠則無不明矣, 明則可以至於誠矣. 자(自)는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덕은 실제가 아님이 없고 명(明)은 밝지 않음이 없는 것은 성인의 덕(德)으로 본성에 따라 소유한 것이니, 천도(天道)다. 먼저 선(善)에 밝은 후에 그 선을 실증할 수 있는 것은 현인의 학문으로 가르침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니, 인도(人道)다. 성(..
21장 3. 다시 몸으로 20장에 ‘성론(誠論)’이 나오면서, “상(上)으로부터 믿음을 얻는 길이 있다. 그것은 우선 붕우(朋友)에게 신임을 얻는 것이다. 붕우에게 신임을 얻는 것은 순친(順親)해야 되고, 순친(順親)한 것은 반저신(反諸身)이다”라고 했습니다. 인륜관계에 있어서 ‘획호상 신호붕우 순호친(獲乎上 信乎朋友 順乎親)’해가지고 ‘반저신불성(反諸身不誠)’, 결국은 ‘성(誠)’으로 갔죠? 궁극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학(大學)』에서 보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둘러싼 문장구성이 앞에서 뒤로 전개되었다가 다시 뒤에서 앞으로 주욱 나가고 있습니다. 즉, ‘명덕어천하(明德於天下)’에서 ‘격물(格物)’까지 갔다가, 다시 ‘물격(物格)’에서 ‘국치이후천하평(國治而后天下平)’까지 가서 그 다..
21장 2. 무한히 뻗어나가라 중용(中庸)의 인간관 : 원대하게, 무한히 뻗어나가라 중용(中庸)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관은, 인간은 양단을 다 포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집기양단 용기중(執其兩端 用其中)! 깊으면서 동시에 넓을 수 있고, 말 잘하면서 글 잘 쓸 수 있고, 양단이 다 가능한 게 인간입니다. “그 양단을 잡을 수 있으면서 그 중(中)을 쓰는 게 중용(中庸)이다.” 인간에게 가능한 자기의 가능성을 여러분들은 잡아야 합니다. ‘집기양단(執其兩端)’해야만 용기중(用其中)이 가능해지는 것이지, ‘집기양단(執其兩端)’하지 않고 ‘용기중(用其中)’이란 있을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중용(中庸)이 가르쳐 주는 것은, 여러분들이 자신의 인생을 생각할 적에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해 나가는 과정으로서 ..
21장 1. 넓기에 깊다 지난 수요일 강의를 안 들은 사람은 중용(中庸)강의 전체를 안 들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오늘 중용(中庸)강의가 이번 3림(林)의 전체 강의 중에서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만큼 시시하게 나올 수가 없어서, 이렇게 멋을 내고 나왔습니다. 내가 한복만 입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한복이 아니드래도 나는 멋을 낼 수 있어요. 내가 오늘 비로소 몸이 제대로 잡힌 것 같습니다. 항상 골치가 띵한 상태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오늘은 괜찮아요. 내가 그 미세한 바이러스한테 이토록 당해버렸다는 것이 일생일대의 수치입니다. 아직 ‘도(道)’가 멀었다는 거겠죠. 하려면 최선을 다하자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학생들 하고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을 잠시 소개하면, 도올서원에 온 학..
20장 27. 근본을 깨달으면 果能此道矣, 雖愚必明, 雖柔必强.” 과연 이러한 도(道)에 능하게 되면,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밝아지고, 아무리 부드러운 사람이라도 반드시 강해진다. 외유내강(外柔內剛)! 근본을 깨달아야 양면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大智若愚). 어리석은 것 같지만 근본을 깨달으면 명(明)한 것이고, 아주 부드러운 것 같지만 근본을 깨달으면 강한 것입니다. 20장에 대한 주자 주(註)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겠습니다. 明者, 擇善之功. 强者, 固執之效. 呂氏曰: “君子所以學者, 爲能變化氣質而已. 德勝氣質, 則愚者可進於明, 柔者可進於强. 不能勝之, 則雖有志於學, 亦愚不能明, 柔不能立而已矣. 蓋均善而無惡者, 性也, 人所同也; 昏明强弱之稟..
20장 26. 될 때까지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그러기 위해선 박학(博學), 넓게 배워라; 그리고 심문(審問), 살피며 자세히 물어라;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고; 밝게 분변하고; 돈독하게 그것을 실천하라. 此誠之之目也. 學ㆍ問ㆍ思ㆍ辨, 所以擇善而爲知, 學而知也. 篤行, 所以固執而爲仁, 利而行也. 程子曰: “五者廢其一, 非學也.” 이것은 성지(誠之)의 조목이다. 학(學)ㆍ문(問)ㆍ사(思)ㆍ변(辨)은 택선(擇善)하는 것으로 지고(知固)가 되니, ‘학이지지(學而知之)’다. 독행(篤行)은 고집(固執)으로 인집(仁執)이 되니 ‘리이행지(利而行之)’다. 정자가 “다섯 가지(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중에 그 하나라도 없다면 학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有弗學, 學之弗能弗措也;..
20장 25. 성(誠)과 성지(誠之)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 聖人也.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 성(誠) 그 자체는 하늘의 도(道)요, 성(誠)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道)이다. ‘성(誠) 그 자체’라고 하는 것은 애쓰지 않아도 도(道)에 맞으며 생각하지 않아도 깨달아지며 유유자적하게 도(道)에 착 들어맞는 경지이니, 이것은 곧 성인(聖人)의 경지이다. ‘성(誠)하려고 하는 것’ 즉 뭇사람의 도(道)는 선(善)을 택하여 이것을 꿋꿋이 지키는 것이다. 此承上文誠身而言. 誠者, 眞實無妄之謂, 天理之本然也. 誠之者, 未能眞實無妄, 而欲其眞實無妄之謂, 人事之當然也. 聖人之德, 渾然天理, 眞實無妄, 不待思勉而從容中道, 則亦天之道也. 未至於聖, 則不能無人欲之..
20장 24. 중용의 상하편이 나뉜다 凡事豫則立, 不豫則廢. 言前定則不跲, 事前定則不困, 行前定則不疚, 道前定則不窮. 그 하나는 곧 ‘성(誠)’을 말합니다. 모든 일이라는 게 미리 준비해 두면 서고,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어그러진다. 미리 정하면 차질이 없고, 일을 미리 정하면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고, 행동을 미리 정하면 결함이 없고, 도(道)를 미리 정하면 막히는 일이 없다. 凡事, 指達道ㆍ達德ㆍ九經之屬. 豫, 素定也. 跲, 躓也. 疚, 病也. 此承上文, 言凡事皆欲先立乎誠, 如下文所推是也. 모든 일이란 달도(達道)와 달덕(達德), 그리고 구경(九經)의 종류를 가리킨다. 예(豫)는 평소에 정하는 것이다. 겁(跲)은 넘어진다는 것이다. 구(疚)는 병이다. 이 장은 윗 문장을 이어 모든 일이 모두 성(誠)..
20장 23. 구경(九經)의 일④ ‘유원인(柔遠人)’이라는 것은 이민정책으로서 중요한 것이고, 또한 관광정책으로서 중요한 것입니다. 관광이라는 것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관광산업이 잘 될려면, 우선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서 보면, 우선 김포공항에서부터 마치 목숨을 걸고서 청룡열차를 타고 있는 듯한 모험적이고 위협적인 승차대접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차들이 총알처럼 질주하기 일쑤이거든요. 또한 한국처럼 음식문화, 외식문화가 타락한 나라가 없어요. 이렇게 형편없는 외식문화의 나라에서 무슨 관광입니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요. 이게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무엇보..
20장 22. 구경(九經)의 일③ 日省月試, 旣廩稱事, 所以勸百工也; 送往迎來, 嘉善而矜不能, 所以柔遠人也; 繼絶世, 擧廢國, 治亂持危, 朝聘以時, 厚往而薄來, 所以懷諸侯也. 날마다 살피고 달마다 능력을 테스트하여 그 업적에 합당한 보수를 주는 것은 백공(百工)을 권면하는 일이요, 가는 사람을 잘 가라 하고 오는 사람을 반가이 맞이하며 잘하는 사람을 가상히 여기고 못하는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것은 먼 지방에 사는 사람을 회유하는 것이요, 끊기 대를 이어주고 쓰러진 나라를 일으켜 주며 혼란함을 바로 잡고 위태로움을 바로 세우며 조회(朝會)와 빙문(聘問)을 때에 따라 하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후하게 주지만 내 나라로 오는 것은 박하게 받으면 제후를 은혜롭게 하는 것이다. 旣, 讀曰餼. 餼稟, 稍食也. 稱..
20장 21. 구경(九經)의 일② ‘존기위 중기록 동기호오 소이권친친야(尊其位 重其祿 同其好惡 所以勸親親也)’ 여기서 ‘동기호오(同其好惡)’라는 말이 중요한 말입니다. 그 좋아함과 싫어함[好惡]을 같이 한다는 말이죠. 인생을 살다 보면 멀리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내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는 호오(好惡)가 같아야 합니다. 길을 같이 가다가 국화빵 파는 데를 지나는데, “야, 저 국화빵 사먹자!”고 했을 때, “에이, 뭐 그런 것을 사먹으려 하냐?”는 식으로 대꾸해버리면 김이 ‘팍’ 새지 않습니까? 매사에 “이거 안 된다, 저거 해라. 뭐 그런 시시한 영화를 보려고 하느냐 다른 일 하자” 등등 가까운 사람끼리 이러면 뭔가 일이 안 됩니다. ‘동기호오(同其好惡)’가 안..
20장 20. 구경(九經)의 일 齊明盛服, 非禮不動, 所以修身也; 去讒遠色, 賤貨而貴德, 所以勸賢也; 尊其位, 重其祿, 同其好惡, 所以勸親親也; 官盛任使, 所以勸大臣也; 忠信重祿, 所以勸士也; 時使薄斂, 所以勸百姓也; 목욕재계하여 깨끗이 하고 잘 차려 입어, 예(禮)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수신이요, 남을 나쁘게 말 하는 사람과 사귐을 끊고 여색를 멀리하여 재화를 하찮게 여기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현자를 권면하는 일이요. 그 위(位)를 존중해 주고 그 녹(祿)을 중시하고 그 좋아함과 싫어함을 같이 해주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을 권면하는 일이요, 관(官)을 성대히 하고 믿고 맡기는 것은 대신을 권면하는 일이요, 마음속을 믿고 그 녹(祿)을 후하게 주는 것은 사(士)를 권면하는 일이요, 때에 맞게 ..
20장 19. 히로시마의 비극 히틀러 때문에 쫓겨 간 과학자들이 미국에다 원자탄을 안겨 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경건한 마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그 원자탄을 히로시마에 터트릴 때에 그들은 또다시 울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히틀러를 피해 가지고 미국으로 자유를 찾아 온 것인데, 내가 여기서 원자탄을 개발해 가지고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가담하다니!”하면서 탄식을 토해 내었던 인류지성의 양심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최근까지만 해도 히로시마 원폭을 이슈로 삼아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 도대체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일본놈들이 그 악랄한 짓들을 했는데,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폭을 터뜨려서 그놈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결국..
20장 18. 구경(九經) 해설 修身則道立, 尊賢則不惑, 親親則諸父昆弟不怨, 敬大臣則不眩, 體群臣則士之報禮重, 子庶民則百姓勸, 來百工則財用足, 柔遠人則四方歸之, 懷諸侯則天下畏之. 수신하면 도(道)가 확립되고, 존현하면 불혹(不惑)하고, 친친하면 제부(諸父)ㆍ곤제(昆弟)들이 원망치 않고, 대신을 공경하면 혼란되지 않고, 뭇신하들을 체찰하면 그 체(禮)가 중해지고, 서민들을 자식처럼 보살피면 백성이 권면하며, 백공(百工)들이 오면 쓸 재화가 풍족해지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면 사방에서 몰려오고, 제후들을 은혜롭게 하면 천하가 두려워한다. 此言九經之效也. 道立, 謂道成於己而可爲民表, 所謂“皇建其有極,” 是也. 不惑, 謂不疑於理. 不眩, 謂不迷於事. 敬大臣, 則信任專而小臣不得以間之, 故臨事而不眩也...
20장 17. 구경론(九經論)② ‘래백공(來百工), 유원인(遊遠人), 회제후(懷諸侯)’의 의미를 알려면 그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이 ‘구경론(九經論)’ 문장을 꼼꼼히 따져 봐도 중용(中庸)은 전국(戰國) 말기나 제국(帝國) 초기에 성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국(戰國) 말기에 부국강병이라는 과제를 놓고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영토의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이라는 데는 워낙 땅덩어리가 큰데다가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영토싸움이 중요한 문제일 수 없었어요. 『맹자(孟子)』를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간·경작의 문제였죠. 거기서 곡식이 산출되어야 내 땅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내 땅이라고 선언하고 주장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
20장 15. 문명화된 인간이 문명국가를 유지한다 (子曰) “好學近乎知, 力行近乎仁, 知恥近乎勇. 공자께서 말씀하셨다.“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지(知)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仁)에 가깝고, 치(恥)를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 ‘子曰’二字, 衍文. ‘자왈(子曰)’ 이 두 글자는 연문이다. ○ 此言未及乎達德而求以入德之事. 通上文三知爲知, 三行爲仁, 則此三近者, 勇之次也. 이 말은 달덕(達德)엔 미치지 못하나 덕에 들어가는 일은 구할 수 있다. 윗 문장은 생지(生知)와 학지(學知)와 곤지(困知)의 세 가지 지(知)를지(知)로 여기고, 안행(安行)과 리행(利行)과 면행(勉行)의 세 가지 인(仁)을 인(仁)으로 여기는 것을 통한다면 여기에 세 가지 가까운 것은 용(勇)의 다음 단계인 것이다. 呂氏曰..
20장 14. 앎과 행동의 세 가지 스타일 或生而知之, 或學而知之, 或困而知之, 及其知之, 一也. 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 一也. 혹은 태어날 때부터 이것을 알고, 혹은 배워서 이것을 알고, 혹은 어렵사리 이것을 아는데, 그 아는 데 이르러서는 하나다. 혹은 쉽게 이것을 행하고, 혹은 이득을 따져서 이것을 행하고, 혹은 싫은 데도 어거지로 이것을 행하는데, 그 공을 이루는 데 있어서는 하나다. 知之者之所知, 行之者之所行, 謂達道也. 以其分而言, 則所以知者知也, 所以行者仁也. ‘지지(知之)’라는 것의 아는 것과 ‘행지(行之)’라는 것의 행하는 것은 달도(達道)를 말한다. 그것을 나누어 말하면 알도록 하는 것은 지(知)이고 행하게 하는 건 인(仁)이다. 所以至於知之ㆍ成功而一者, 勇也..
20장 13. 지인용(知仁勇) 이 도덕적 덕성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知)·인(仁)·용(勇)이라는 겁니다. 지(知)·인(仁)·용(勇)의 문제에서 주자는 지(知)·인(仁)·용(勇) 각각을 다른 어떤 것에다가 대입시키고 있는데, 중용(中庸)의 저자는 대입관계에서 이 말을 쓴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 앎, 지(知) 지(知)라고 하는 것은 지식(knowledgy)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식과 지혜에 차별성을 두지 않아도 좋겠으나, 굳이 분별을 한다면, 지혜와 지식이 서로 대적적인 관계는 아니면서도 반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식이 증가하면 지혜가 줄어들고, 지혜가 늘어나면 지식이 불필요해지게 되는 것이죠. 점점 지식에 대한 갈망이 적어진다는 겁니다...
20장 12. 이미 주어진 도(道)와 이루어나가야 할 덕(德) 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曰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 五者天下之達道也. 知ㆍ仁ㆍ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길이 다섯이 있고, 그 길을 실천하게 하는 인간의 조건은 셋이 있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과 동생, 친구 사이의 사귐이 그 다섯이고, 지(知)·인(仁)·용(勇) 이 셋은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덕(德)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하게 하는 것은 하나(곧 誠)다. 達道者, 天下古今所共由之路, 卽『書』所謂五典, 孟子所謂“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是也. 달도(達道)는 천하고금의 공유하는 길로..
20장 11. 대학과 중용의 스케일 ‘사수신 불가이불사친 사사친 불가이부지인(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어버이를 섬긴다, 가까운 사람을 섬긴다고 하는 것은 그 전제로서 인간 보편을 알아야 가능한 것입니다. ‘사지인 불가이부지천(思知人 不可以不知天)’ 이것이 바로 ‘중용(中庸)’의 스케일(Scale)이다! 단순히 협애한 사친(事親)에 그치는 가족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걸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유교는 네포티즘(Nepotism)이다, 족벌주의다, 무슨 훼밀리즘이다, 너무 편협한 도덕주의이다”라고들 하는데, 유교는 결코 편협한 도덕주의가 아닙니다. ‘지천(知天)’, 하늘까지 나아간다! 여기에 유교의 특색이 있습니다. 유교의 특색이라고 하는 것은 내 문제가 반드시 지천(知天)의 문제에 닿아 있으며..
20장 10. 올바른 수신법 故君子不可以不修身; 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思知人, 不可以不知天. 따라서 군자는 몸을 닦지 않을 수 없다. 몸을 닦으려고 하면, 가까운 사람을 섬기기 않을 수 없고, 가까운 사람을 섬기려고 하면, 뭇사람을 알지 않을 수 없고, 뭇사람을 알려고 하면, 하늘(대자연)을 알지 않을 수 없다. 爲政在人, 取人以身, 故不可以不修身. 정치를 함이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을 취함은 몸에 달려 있기 때문에 수신(修身)하지 않을 수 없다. 修身以道, 修道以仁, 故思修身, 不可以不事親. 수신(修身)하기를 도(道)로써 하고, 도(道)를 닦음을 인(仁)으로써 하기 때문에 수신(修身)을 생각함에 어버이를 섬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欲盡親親之仁, 必由尊賢之義, 故又當知人. ..
20장 9. 차별과 동등 ‘친친지쇄 존현지등(親親之殺 尊賢之等)’ 그 다음의 말 ‘친친지쇄 존현지등(親親之殺, 尊賢之等)’이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합니다. 살(殺)이라는 것은 ‘감쇄(減殺)’의 ‘쇄’입니다. 여기서 왜 ‘쇄’자를 썼느냐하면(주자도 이것을 해석하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친친이라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것이니까, 내 아들이라고 봐주는 식으로, 차등과 분별이 없이 친하게만 하기 십상인데, 오히려 친친에는 감쇄, 차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친친에는 감정의 감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와는 달리, 존현이라는 것은 나에게서 멀리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니까 차별이 많을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존현은 평등하게 하라, 현(賢)한 사람..
20장 8. 현인을 무시하는 사회 ‘의자의야 존현위대(義者宜也 尊賢爲大)’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인의(仁義)에서 인(仁)이라는 것은 인(人)이고 의(義)라는 것은 의(宜), 마땅함입니다. 동양에서 말하는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종적인 것을 말하고, 의(義)라고 하는 것은 횡적인 것을 말하는데,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훼밀리 중심의 가까운 친친(親親)의 문제입니다. 인(仁)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위계질서로 엮어지는 인간관계를 말한다고 하면, 의(義)라는 것은 사회적인 가치(social value)에 속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이것은 마땅함을 가지고서 사회적인 척도를 삼는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의(義)의 세계로 가면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것은 현자를 존중..
20장 7. 언어유희로 친근하게 만들다 仁者, 人也, 親親爲大; 義者, 宜也, 尊賢爲大. 親親之殺, 尊賢之等, 禮所生也.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니, 즉 가까운 사람들끼리 가깝게 지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의(義)는 마땅함이니, 현인을 현으로서 존중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가까운 사람을 친하게 할 때는 그 가까운 정(情)을 죽이고, 현인을 현인으로 대할 때는 차별이 없게 하는 데서 예(禮)가 생긴 것이다. 人指人身而言. 具此生理, 自然便有惻怛慈愛之意, 深體味之可見. 인(人)은 사람의 몸을 가리켜 말함이니 이 이치를 구비하여 자연히 측은해하고 슬퍼하며 사랑하는 뜻이 있어 깊이 체험해보면 볼 만한 게 있다. 宜者, 分別事理, 各有所宜也. 禮, 則節文斯二者而已. 의(宜)라는 것은 사리를 분별하는 것..
20장 6. 문제는 민감성이야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를 보면 숭산스님(참으로 마음이 맑고 깨끗한 분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스님이 화계사에 있을 때 어린애를 데려다가 키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무술에 미친 놈이었어요. 그 동자승은 맨날 무술만 생각했는데 뒷뜰에서 목검을 깎고 휘두르고 무술에만 미쳐서 살았답니다. 수행의 도를 쌓으라고 계속 권유하다 지친 숭산스님이 이놈에게 이르기를 삼각산에 가서 백일기도를 하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놈이 산에 올라가서 “나는 저 화랑의 신검(神劍)을 도사로부터 받겠다”고 매일 기도를 드리며 검술에 미친 듯이 생활한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놈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칼과 손만 딱 눈앞에 나타나더니 그게 검술의 형을 보..
20장 5. 취인이신(取人以身)과 공부론 故爲政在人, 取人以身, 修身以道, 修道以仁. 따라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니, 사람을 취할 때는 몸으로써 하며, 도(道)로써 몸을 닦고 인(仁)으로써 그 도(道)를 닦아라. 此承上文人道敏政而言也. 이 장은 윗문장의 ‘인도민정(人道敏政)’을 이어서 말하였다. 爲政在人, 『家語』作“爲政在於得人,” 語意尤備. ‘위정재인(爲政在人)’은 『공자가어(孔子家語)』엔 ‘위정재어득인(爲政在於得人)’라고 쓰여 있으니, 말의 뜻이 더욱 완비되어 있다. 人, 謂賢臣. 身, 指君身. 道者, 天下之達道. ‘취인(取人)’에서 인(人)은 어진 신하를 말한다. ‘수신(修身)’에서 신(身)은 임금의 몸을 가리킨다. 도(道)라는 천하의 공통된 도(道)다. 仁者天地生物之心, 而人得以..
20장 4. 갈대와 전주 하숙집 갈대라는 말이 나오니까 나의 하숙생활 중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내가 이리에서 전주로 거처를 옮겼는데, 참으로 공들여 하숙방을 구했습니다. 시골에서는 방을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방이 없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시끌시끌 떠들어대는 분위기인 하숙집들이 대부분이어서 마음에 맞는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도대체 대학생 방에 오디오, 텔레비젼 없는 경우가 없거든요. 나는 그런 것이 일체 없고 전혀 소리를 안 내고 삽니다. 그리고 음식 하나라도 길이 들면 그 하숙집을 떠나기가 어려운 법인데, 먹는 것부터 제대로 된 데를 구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나 이리에서 전주까지 기차로 통학을 하는 게 도무지 힘들어서 거처를 옮겨야 했는데, 전주에 내가 임상수업을 받으러 다니는 병원 뒤에 ..
20장 3. 각계의 전문적인 인간이 되자 人道敏政, 地道敏樹. 夫政也者, 蒲盧也. 사람의 도(道)란 정치에 민감하게 나타나고 땅의 도(道)란 나무에 민감하게 드러난다. 대저 정치란 것은 포로(蒲盧)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敏, 速也. 蒲盧, 沈括以爲蒲葦是也. 以人立政, 猶以地種樹, 其成速矣. 민(敏)은 빠르다는 것이다. 포로(蒲盧)는 심괄이 ‘갈대[蒲葦]’라 했으니, 맞다. 사람이 정치를 수립하는 것은 땅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아 이루어짐이 빠르다는 것이다. 而蒲葦又易生之物, 其成尤速也. 言人存政擧, 其易如此. 갈대는 또한 쉽게 자라는 생물로 성장함은 더욱 빠르다. 사람이 있으면 정치가 거행되니, 쉽기가 이와 같다는 말이다. ‘인도민정 지도민수(人道敏政 地道敏樹)’ 민(敏)이라는 것은 센시티브하게 민감하게..
20장 2. 좋은 정치와 사람 子曰: “文ㆍ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則其政擧; 其人亡則其政息.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문(文)과 무(武)의 정치는 반포되어 방책(方策)에 다 있으나, 그 사람이 있으면 정치가 일어나고, 그 사람이 없으면 정치가 멈춰버린다. 方, 版也. 策, 簡也. 息, 猶滅也. 有是君, 有是臣, 則有是政矣. 방(方)은 목판이다. 책(策)은 죽간이다. 식(息)은 멸(滅)과 같다. 올바른 임금이 있고 올바른 신하가 있으면 올바른 정치가 있게 된다. 여기서 ‘문무지정(文武之政)’이란 것은 ‘문무(文武)’를 추상명사로 보아서 문화정치나 무력으로 다스리는 정치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비슷한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여기서는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이 보여주었던 정치를 말합니다. 세상..
20장 1. 공자가어와 20장의 관계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것을 했지만, 중용(中庸)의 맛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들이 중용(中庸)을 읽으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고 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중용(中庸)의 맛은 20장부터이니까 잘 새겨들어서 공부하기 바랍니다. 내가 너무 건강이 나빠서 괴롭습니다. 내가 이렇게 지독하게 앓아본 적이 없는데, 골치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특히 혓바닥이 아파서 강의하기가 몹시 힘듭니다. 여러분 앞에서 완벽한 건강으로 강의하고 싶은데 참으로 유감입니다. 哀公問政. 애공이 정치에 관하여 물었다. 哀公, 魯君, 名蔣. 애공은 노나라 임금으로 이름은 장이다. 여기에는 공자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인데, 애공이 정치에 관하여 공자에게 물었다는 말입니다. 주자 주(註)에 애공은..
19장 4. 제사와 통치의 상관관계 踐其位, 行其禮, 奏其樂, 敬其所尊, 愛其所親, 事死如事生, 事亡如事存, 孝之至也. 그 지위를 밟아서 그 예(禮)를 행하고, 그 악(樂)을 연주한다. 선왕(先王)이 높인 바를 공경하고, 살아생전에 친했던 사람들을 아끼며, 죽은 자를 섬기되 산 사람을 섬기듯이 하고, 묻혀서 없어진 자를 섬기되 있는 것 같이 하는 것이 효의 극치이다. 踐, 猶履也. 其, 指先王也. 所尊ㆍ所親, 先王之祖考ㆍ子孫ㆍ臣庶也. 천(踐)은 리(履)와 같다. 기(其)는 선왕을 가리킨다. 존경하는 것과 친하게 여기는 것이란 선왕의 조상과 자손, 신하들이다. 始死謂之死, 旣葬則曰反而亡焉, 皆指先王也. 처음으로 죽었을 때를 사(死)라 하고 이미 장례지내고 돌아와서는 망(亡)이라 하니, 모두 선왕을 가리킨다..
19장 3. 제사에서 앉는 차례 宗廟之禮, 所以序昭穆也. 序爵, 所以辨貴賤也; 序事, 所以辨賢也. 旅酬, 下爲上, 所以逮賤也; 燕毛, 所以序齒也. 종묘의 예(禮)는 소묘(昭廟)와 목묘(穆廟)에 사람들을 차례짓는 까닭이요, 관작(官爵)에 따라 서열하는 것은 귀천을 분별하는 까닭이요, 직분의 서열을 정함은 현명한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함이요, 술잔을 아랫사람이 윗사람들 위해 권하는 것은 아랫사람에게까지 제례에 참여하게 하는 까닭이요. 잔치에 머리털을 보고 앉히는 건 나이를 구분하는 까닭이다. 宗廟之次: 左爲昭, 右爲穆, 而子孫亦以爲序. 종묘의 차례는 왼쪽이 소(昭)가 되고 오른쪽이 목(穆)이 되니 자손 또한 이것으로 차례 짓는다. 有事於太廟, 則子姓ㆍ兄弟ㆍ羣昭ㆍ群穆咸在, 而不失其倫焉. 태묘에서 제사를 지내면 ..
19장 2. 선조를 제사지내는 법 春秋修其祖廟, 陳其宗器, 設其裳衣, 薦其時食. 봄과 가을에 선조의 종묘를 수리하며 제기를 진열하고 선조의 그 의상을 펴 놓고서 제철의 음식을 올린다. 祖廟, 天子七, 諸侯五, 大夫三, 適士二, 官師一. 조묘(祖廟)란 천자는 7묘, 제후는 5묘, 대부는 3묘, 적사(適士)는 2묘, 관사(官師)는 1묘다. 宗器, 先世所藏之重器, 若周之赤刀ㆍ大訓ㆍ天球ㆍ河圖之屬也. 종기(宗器)란 선대의 소장했던 중요한 기물이다. 주나라의 적도, 대훈, 천구, 하도와 같은 것들이다. 裳衣, 先祖之遺衣服, 祭則設之以授尸也. 상의(裳衣)은 선조의 남겨준 의복으로 제사지낼 때 그것을 진설하여 시동에게 입힌다. 時食, 四時之食, 各有其物, 如“春行羔豚, 膳膏香”之類是也. 시식(時食)은 사계절의 먹는 것..
19장 1. 주례가 가시화된 서울 子曰: “武王ㆍ周公, 其達孝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무왕과 주공은 효에 통달했도다!’ 達, 通也. 承上章而言武王ㆍ周公之孝, 乃天下之人通謂之孝, 猶孟子之言達尊也. 달(達)은 통한다는 것이다. 윗장을 이어 무왕과 주공의 효를 말하여 곧 천하 사람들의 공통인 효를 말하였으니, 맹자가 「공손추」하2에서 말한 ‘달존(達尊)’과 같다. 주자 주를 보면, “달(達)은 통(通)이다. 이 글은 18장을 이어서 하는 말인데, 무왕.주공의 효가 천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일컫는 효라고 말했다. 맹자(孟子)가 말한 달존(達尊)과 같은 말이다[達 通也 承上章而言武王周公之孝 乃天下之人 通謂之孝 猶孟子之言達尊也].”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편에 보면, “천하에 달존(達尊)이 셋인데,..
18장 9.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武王末受命, 周公成文ㆍ武之德, 追王大王ㆍ王季, 上祀先公以天子之禮. 斯禮也, 達乎諸候ㆍ大夫, 及士ㆍ庶人. 父爲大夫, 子爲士, 葬以大夫, 祭以士. 父爲士, 子爲大夫, 葬以士, 祭以大夫. 期之喪, 達乎大夫. 三年之喪, 達乎天子. 父母之喪, 無貴賤一也.” 무왕(武王)은 말년에 명(命)을 받았고 주공은 무왕(武王)의 덕을 완성하였다. 저 멀리 윗 대(代)에 있는 선조분들에게 천자(天子)의 예(禮)로써 제사를 드렸으니 이러한 예(禮)는 제후(諸侯)와 대부(大夫)와 사(士), 서인(庶人)에까지 미친다. 아버지가 대부(大夫)이고 아들이 사(士)일 경우, 장(葬)은 대부(大夫)의 예(禮)로 하고, 제(祭)는 살아 있는 아들이 하니까 사(士)의 예(禮)로 한다. 아버지가 사(士)이고 아..
18장 8. 문명 창조자들의 업적 武王纘太王ㆍ王季ㆍ文王之緖, 壹戎衣而有天下, 身不失天下之顯名.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무왕(武王)은 대왕(大王), 왕계(王季), 문왕(文王)의 서(緖), 즉 그 실마리, 그 내력을 이어서[纘] 융의(戎衣)를 한 번 착 걸치니 천하를 얻었다. 그래서 그 몸은 천하(天下)의 드러난 이름을 잃지 아니했다. 此言武王之事. 纘, 繼也. 大王, 王季之父也. 『書』云: ”大王肇基王迹.“ 『詩』云: ”至于大王, 實始翦商.“ 여기서는 무왕의 일을 말했다. 찬(纘)은 잇는다는 말이다. 태왕은 왕계의 아버지다. 『서경』에 “태왕이 왕의 자취를 마련했다.”라고 했다. 『시경』엔 “문왕에 이르러 실제로 처음으로 상나라를 쳤다.”라고 되어 있다. 緖, 業也. 戎衣, 甲冑之屬..
18장 7. 작자성인(作者聖人)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그것을 최초로 만든 놈이 있다 이겁니다. 그것이 누구냐? 그게 바로 ‘컬츄럴 히어로(Cultural Hero)’입니다. 불을 발명했다, 신농씨(神農氏)가 뭘 했다, 복희씨(伏羲氏)는 또 저걸 했다 등 이런 것이 다 문명을 최초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일본 유학(儒學)에서는 소라이(荻生徂來) 등이 ‘작자위성(作者謂聖)’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있는 말인데, “문명을 최초로 만든 놈들이 바로 성인(聖人)이다”라는 것입니다. “They are makers of civilization”이라는 것이지요. 예악(禮樂)을 작(作)했다, 예악(禮樂)을 지었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 ‘작(作)’..
18장 6. 한순간의 불꽃 같은 인간문명 지난 시간에 공부한 17장은 ‘순기대효야(舜其大孝也)’라고 해서, 그 내용이 순(舜)임금을 찬양한 것이었는데, 이 18장은 ‘무우자기유문왕호(無憂者其惟文王乎)’라고 해서 문왕(文王)을 찬양한 글입니다. 그리고 19장을 보면, ‘무왕주공 기달효의호(武王周公, 其達孝矣乎)’라고 무왕(武王)과 주공(周公)을 찬양한 글임을 감안할 때, 17ㆍ18ㆍ19장이 순(舜)·문(文)·무(武)·주공(周公)에 대한 한 묶음의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동일한 성격의 프라그먼트(fragment)로 볼 수 있어요. 이것은 유교의 정통적 파라곤(Paragon), 유교를 만들어간 네 인물(character)에 대한 품평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서로 비교해서 보시..
18장 5. 심미적 감수성 아! 그러니까 또 생각이 나는데, 서원을 청소할 때 학생들이 하는 걸 보면 참 문제가 많아요. 한 사람도 제대로 하는 걸 못 봤습니다. 청소란 게 알고 보면 공간 처리 기술이라서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서원의 이 넓은 공간을 빗자루로 다 쓸자면, 먼지도 날리고 시간도 꽤 걸리기 때문에 이런 대걸레를 마련해뒀는데 이걸 쓸 줄을 몰라. 이렇게 대걸레를 잡고 구석구석을 챙겨 가면서 쫙 밀고 나가서 코일처럼 왔다 갔다 하면 금방 끝나잖아? 단, 주의할 점은 코너를 돌 때 걸레를 번쩍 들지 말고 그대로 바닥에 붙인 채로 돌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흘려버리는 쓰레기 없이 깨끗이 청소가 되거든. 이것도 시조창이랑 마찬가지예요. 음을 쭉 늘여주잖아?..
18장 4. 서도로 버무려질 삶 서도(書道)는 기본적으로 내가 콘트롤할 수 있는 부분과 그것이 불가능한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붓이 나의 몸의 연장태, 즉 나의 심성을 전달하는 주관적 도구의 세계라면, 묵(墨)은 나의 통제를 벗어난 객관의 세계입니다. 붓은 내가 콘트롤하는 공부(工夫)의 세계, 묵(墨)은 정글에서 벌어지는 탄소 입자들의 춤의 세계, 즉 자연의 세계지요. 그곳은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재수(chance)의 오묘함이 깃든 세계입니다. 그러니까 종이 예술의 가장 위대한 점이자, 서구 예술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일회성(一回性)! 개칠(改漆)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서도(書道)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거예요. 한번 잘못하면 그냥 가는 거라고. 회복이 안 돼.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
18장 3. 먹과 벼루와 종이 먹 먹은 서양의 잉크(Ink)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먹의 영어로 번역도 역시 잉크라고 합니다. 먹은 탄소(carbon)입자를 아교로 굳힌 것인데, 옛날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검댕만큼 검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굴뚝 검댕이를 털어다가 먹 만드는 재료로 쓴 것입니다. 태우는 나무 종류에 따라 검댕이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요즘엔 나무를 태워 검댕이를 받질 않고 석유에서 나오는 카본 가루를 씁니다. 석유에서 나오는 카본 가루가 까맣긴 더 까맣지만, 고풍(古風)의 맛은 없어요. 중국에서 나오는 먹중에 아직 검댕이를 원료로 한 것이 있긴 하지만, 나무가 아니라 기름을 태워 얻은 검댕으로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 경험하는 색은 빛의 색과 염료의 색 두 가지가 있는데, ..
18장 2. 서도(書道)와 심미적 감수성 지난 시간에 17장까지 했죠? 오늘은 진도를 나가기 전에 여러분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기예를 하나 가르쳐 주겠어요. 현대 생활의 근본적 문제 중의 하나가 취미다운 취미가 없다는 점인데, 사실 컴퓨터 게임을 해본들 금방 식상해지고, 디즈니랜드를 가본들 몇 번 못가 시시해집니다. 도대체 이 세상에 가슴 뿌듯하게시리 놀꺼리가 없어요. 그러니 학생들이 방황을 하고, 쓸데없이 술이나 마시러 다니는데, 우리 도올서원 학생들은 최소한 붓 잡는 법 정도는 알아야겠어요. 저번에 작시(作詩)를 가르쳐 줬죠? 시(詩)를 알았으니, 이제 서도(書道)를 배워봅시다. 칼리그라피는 모든 문자문명에 존재 ‘칼리그라피(Calligraphy)’라 하면 중국문명에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
18장 1. 도올서원의 미래 몸이 아프다는 건 정말 비극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몸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요 며칠 내가 좀 심하게 아팠는데 오늘은 갈래가 조금 잡힌 듯합니다. 사람이 역시 무리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 무리하고 살면 그게 축적돼서 반드시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거든요. 요번에 내가 아주 지독하게 고생을 했습니다. 밤낮으로 계속 잤는데도 혓바닥 밑이 꼭 암덩어리처럼 부어서는 회복이 안 되는 거예요. 계속 피곤하기만 하고. 아무튼 살아 있을 동안에는 건강해야지. 몸이 아픈 건 참 비극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학생들이 많이 안 나왔는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몸이 아파서 못 나온 학생들도 꽤 있을 거예요. 사실 이..
17장 7. 대덕자가 인정 받지 못하는 세상 詩曰: ‘嘉樂君子, 憲憲令德. 宜民宜人, 受祿于天. 保佑命之, 自天申之.’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아, 아름다운 군자여, 영덕이 드러나고 드러나는 도다. 백성들에게 마땅하고 사람들에게 마땅하다. 하늘에게서 복을 받아, 하늘로부터 녹(祿)을 받아, 보우하여 명(命)하시고 하늘로부터 또다시 그것을 거듭한다.’ 詩, 「大雅假樂」之篇. 假, 當依此作嘉. 憲, 當依詩作顯. 申, 重也. 시는 「대아가락」의 편이다. 가(假)는 마땅히 『중용』에 의거하여 ‘가(嘉)’로 바꿔야 한다. 헌(憲)은 『시경』에 마땅히 의거하여 ‘현(顯)’으로 바꿔야 한다. 신(申)은 거듭한다는 뜻이다. “시왈 가락군자 헌헌령덕(詩曰 嘉樂君子 憲憲令德)” 주자 주를 보면, 여기의 시(詩)는 ..
17장 6. 자연의 상반된 덕성 故天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 故栽者培之, 傾者覆之. 고로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로 인하여 돈독하게 하나니, 고로 심은 것은 북돋워주고, 기울어진 것은 아예 없애버린다. 才, 質也. 篤, 厚也. 栽, 植也. 氣至而滋息爲培, 氛反而遊散則覆. 재(才)는 돈독하다는 것이다. 독(篤)은 두텁다는 것이다. 재(栽)는 심는다는 것이다. 기가 지극하여 자라나는 것을 배(培)라 하고, 기가 되돌아가 흘러가 흩어지는 것을 복(覆)이라 한다. “고천지생물 필인기재이독언(故天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에서 나오는 생물(生物)은 어떤 물(物)을 새로 창조한다, 크리에이트(Create)한다는 말입니다. 생물(生物)은 ‘창조의 뜻이다’고 생각하고 뒷부분을 ..
17장 5. 악한 이들이 더 잘 사는 세상 故大德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고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위를 얻으며 반드시 그 녹(祿)을 얻으며 반드시 그 이름을 얻으며 반드시 그 수(壽)를 얻는다. 고로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을 따라서 돈독히 한다. 舜, 年百有十歲. 순임금은 110세까지 살았다. “고대덕 필득기위 필득기녹 필득기명 필득기수(故大德 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고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위(位)를 얻으며 반드시 그 녹(祿)을 얻으며. 자, 여기서 필득기수(必得其壽)까지 보면 위(位)·녹(祿)·명(名)·수(壽), 지위도 높고, 봉록도 많고, 이름도 날렸고, 오래 살았고 하는 이런 걸 딱딱 나눠서 쓰고 있죠? 이런 문장이 쓰여졌다는 것은 이 글을 쓸 ..
17장 4. 효를 통해 유지된 질서 子曰: “舜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공자가 말하기를, 순임금은 대효이실 것이다. 덕으로서는 성인이 되었고 지위로서는 천자가 되었고 부는 사해의 안을 소유하시어, 종묘가 舜을 흠향하고 자손이 舜을 보존했다. 子孫, 謂虞思ㆍ陳胡公之屬. 자손이란 우사와 진나라 호공과 같은 순임금의 자손들을 말한다. ‘자왈 순 기대효야여(子曰 舜其大孝也與).’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오는 효(孝)라는 것이 내가 전번에 얘기한 교육이라는 문제와 함께 얘기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유교의 가장 중요한 파라곤(Paragon, 표본)으로 규정되는 순임금을 보면, 이 순임금이 순임금다울 수 있도록 하는 덕성의 내용이 바로 대효(大孝)입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17장 3. 도덕주의화 되기 전의 성(聖) 현재의 교육 목표, 시민 양성 자, 그렇다면 오늘날 인류문명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이 과연 뭐냐? 현대 문명이 지향하는 모습에 걸맞는 인간상이란 도대체가 뭡니까? 선빈가요? 한마디로 말하면, ‘시민(citizen)’입니다. 현대사회, 근세국가에서는 시민이라는 이 시티즌을 기르자는 것이 교육의 목표예요. 때문에 교육의 목적이라든가 방법은 시티즌이 어떠한 덕성을 함유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하겠죠. 그러나 다시 강의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여기서 말한 바대로 효, 이 효라는 개념은 과거에 조선조가 기르려고 했던 인간의 모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성이었습니다. “순 기대효야여 덕위성인 존위천자(舜 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爲天子)” 야(也)는 아..
17장 2. 지향점과 교육 교육이란 판단의 체계 교육이라는 문제도 마찬가지로 옛날과 오늘이 다르죠.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란 게 뭔지 몰라요. 교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새끼를 훈련시키는 것이지만, 역시 인간사회의 교육은 동물의 세계와는 다릅니다. 즉, 교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판단(judgement)의 체계입니다. 사실 교육이라는 것은 순간순간 내 자식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할 적에 내가 그 상황에 맞춰 어떠한 판단을 내리느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근데 상황에 맞춘 판단이라는 것은 상당히 감성적이고 즉각적이예요. 부모가 자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에 대해 감성적 체계에 의해 매순간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지배적입니다. 이성적으로 따지고 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느릴 때가..
17장 1. 고베 대지진 애도사(哀悼辭)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여러분들이 신문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다시피 지금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일본에서 유학하는 동안 지진을 직접 겪어봐서 잘 아는데 그 지진이라는 것은 아주 끔찍한 일이죠. 우리가 서있는 땅을 믿을 수 없다는 것, 땅이 흔들린다는 것은 참. 여러분들은 실제로 경험을 한 번 해봐야 이해할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는 그 지진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일본 문화, 그리고 일본사람들의 국민성이라는 것은 지진을 빼놓구선 이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렇게 지진이 자주 일어나도 일본이 경제적으로 크게 흔들리거나 망할 지경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16장 6. 신유학의 틀로 본 귀신 子曰: “鬼神之爲德, 其盛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귀신의 덕 됨이 성대하구나!” 程子曰: “鬼神, 天地之功用, 而造化之迹也.” 정자가 “귀신은 천지의 공용(功用)이고 조화의 자취다.”라고 말했다. 張子曰: “鬼神者, 二氣之良能也.” 장자가 “귀신은 음양 두 기운의 훌륭한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愚謂以二氣言, 則鬼者陰之靈也, 神者陽之靈也. 내가 생각하기로 두 기운으로 말한다면 귀(鬼)라는 것은 음(陰)의 신령함이고 신(神)이라는 것은 양(陽)의 신령함이다. 以一氣言, 則至而伸者爲神, 反而歸者爲鬼, 其實一物而已. 爲德, 猶言性情功效. 하나의 기운으로 말하면 지극하며 펴진 것을 신(神)이라 하고 거두어 되돌아가는 것을 귀(鬼)라 하니, 실제론 하나의 사물일 뿐이다...
16장 5. 통하는 혈기론과 귀신론 혈관은 파이프가 아니라 관개수로이다 한 마디만 더 하지요. 전번에 동맥이니 정맥이니 그런 이야기를 했지요? 우리 몸은 어디나 실핏줄, 모세혈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 심(心)이라는 것은 가운데 심장만 심(心)이 아니라 모세혈관들도 다 심(心)이라고 했지요? 결국은 심(心)이라는 건 일종의 저수지로 생각하라는 것이고 혈관들은 다 관개수로입니다. 저수지가 있고 댐이 있고 그 주위의 대평원에 관개된 논들이 펼쳐져 있는 것을 인체에 비교해 봅시다. 인체는 혈(血)의 체계입니다. 이 혈이라는 것은 천지론으로 보면 땅이예요. 우리의 혈(血)을 구성하는 것은 모든 것이 다 땅으로부터 왔습니다. 혈(血)은 곧 땅이에요. 땅을 흘러가는 관개용 수로가 곧 피인 것입니다. 땅에 대..
16장 4. 귀신은 어디에도 있다 존재를 나누고 죽음을 함께 해결한다 그리고 이 죽음의 해결방식에서 인간존재라는 ‘절대적 개체’를 설정하게 되면, 자꾸만 개인적 문제해결(indivisual solution)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해결, 중동문명의 경우에 그런 것이 있는데, 만약 존재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관계된 존재’면 죽음 자체를 집단적인 해결(collected solution)을 합니다. 죽음을 같이 해결한다는 거지요. 가족 단위로 해결하거나 마을단위나 국가단위, 인류단위 등 죽음의 문제를 나 개인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집안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share)되면서 죽음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장례라는 것이 다 그런 의미예요. 죽음이 있으..
16장 3. 서양과 동양의 죽음 해소방식 시간 안에서 죽음을 해결 하는가? 시간 밖에서 위로를 찾는가? 결국 ‘귀신’이라는 것은 ‘인간의 죽음의 해결방식’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존재의 유한성인데, 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유한성을 어떻게 무한화시키느냐 하는 것이죠. 자기의 존재성을 영속시키고 싶은 욕망이 인간에게는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인간은 상당한 위로를 얻으니까요. 해탈한 사람들은 인생이란 게, 잠깐 왔다 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 가지고는 마음이 불안하단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잠깐 초개처럼 왔다가 끝나고 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이 죽음의 해결방식에는 기본적으로 시간 밖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있고 시간 안에서 해결..
16장 2. 합리적 귀신론 명당과 우리가 모시는 제사 유교에서 죽은 후에 혼백이 흩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묘자리 쓰는 진정한 이유는 혼백이 잘 흩어지는 자리를 고르는 것입니다. 명당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의 영속성을 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만약 흩어질 적에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흩어지지 못하고 갑자기 탁 흩어지게 되면, 이 혼이 어디서 괴이하게 뭉치거나 잘못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동양인들은 죽는 순간에 사람의 혼백이 탁 하고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의 형태로 혼이 있으면 그 형태로 어느 정도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죽고 난 바로 다음은 혼이 명료하게 있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흩어지는 겁니다. 그 흩어지는 기간 동안에 제사를 지내는데, 한 ..
16장 1. 정약용과 주희의 귀신론 합리적으로 해석한 귀신 중요한 것은 16장입니다. 오늘은 이것 하나만 끝내면 될 것 같은데, 이 16장이 유명한 장이예요. 정약용 선생이 정조(正祖)에게 진강(進講)을 했는데, 임금에게 중용(中庸)을 강의한 강의록이 「중용강의(中庸講義)」라고 해서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은 자꾸 이 귀신을 초월적인 어떤 상제(上帝)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중용(中庸)』에서의 귀신이라는 의미는 그런 게 아니예요. 주자 주를 보면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귀신이라는 것은 천지의 공용이고 조화의 흔적이다[程子曰: “鬼神, 天地之功用, 而造化之迹也.”]”라고 말한 것이 있지요. 그러니까 귀신이라는 것은 이미 정명도 시대에만 해도 천지라는 코스몰로지의..
15장 6.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다 전번에 14장까지 했나요? 저번 12장의 ‘연비려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란 말에서 ‘비(飛)’자하고 ‘약(躍)‘자를 합치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비약(飛躍)’이란 말이 됩니다. 여기가 그 출전이지요. 비약이란 말이 거기서 나왔다는 걸 아시고, 14장의 맨 마지막에 ‘실저정곡 반구저기신(失諸正鵠 反求諸其身)’이란 말을 존 듀이의 교육론과 관련지어 해설한 부분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서 깊이 새겨두기 바랍니다. 존 듀이는 목적이라는 게 저기 어디엔가 있는(end in view) 것이 아니다 이 말이죠?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목적(end in action)이라 할까, 프로세스라 할까, 목적(end)은 정곡 그 자체는 아니죠. 끝까지 계속적으로 내 몸의 행..
15장 5. 한시의 맛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 속에서 한 호리병 술, 서로 친구 없이 독작한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 들어 밝은 달맞이하고,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影徒隨我伴 달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니, 그림자만 하릴없이 나를 따라 짝하네. 暫伴月將影 行樂須交春 잠시 달과 그림자와 친구 되어, 즐거움을 누리는 이 일 봄에만 가득하지.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도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춤을 추지.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어서는 함께 서로 기뻐하고, 취한 뒤엔 각자 나누어 헤어지니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정에 얽매임 없이 길이 결의하여 은하수에서 만나길 서로 기약하네. 이건 오언고시(五言古詩)입니다. 고시(古詩)는 길기 때문에 한 운(韻)으로 다 깔 필..
15장 4. 이발과 감기 이제마는 보편적인 증상을 장부구조에 환원해서 보았다 이 상한론(傷寒論)은 기본적으로 증상을 중심으로 해서 만든 것입니다. 병의 증세 중심입니다. 그런데 이제마는 이것이 심프텀(symptom, 증세) 중심인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해보니까 이 심프텀을 인체의 ‘장부적인 구조’로 환원시킬 수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상한이라는 것은 체질 구조와 무관한 보편적인 인체의 증상단계를 말한 것인데, 이제마는 ‘이 증상단계는 인간의 체질구조에 따른 특유한 형태일 뿐인데, 오히려 이 사람들이 보편적인 증상단계로 잘못 본 것이다’하고 바꾼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태음·소음·궐음은 이렇게 단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6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이제마가 말하는 장부구조 상의 소음인(小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