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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我本貴家女 祖先皆顯爵 “저는 본디 귀한 집 딸로 선조들이 모두 현달한 벼슬을 하였죠. 出入椉朱軒 僕從擁簇簇 출입땐 붉은 칠을 한 수레를 탔고 머슴이 따르며 옹위함이 빽빽했고. 卿相皆我黨 守伯皆我戚 고관대작은 모두 우리 당이었고 수령과 방백은 모두 우리 친척이었으며 歲時受𧶅獻 錢帛日絲絡 명절엔 선물을 받으니 돈과 비단이 날마다 예물비단 있었고 閨門似朝廷 嶄嶄遵禮法 안방은 조정과 같아 열심히 예법을 준수했죠. 自我髮未澡 足不踰閫閾 제 머리 꾸미지 않았을 때부터 발로 문지방을 넘지 않았고 擇對定華閥 煥爛具服餙 상대 택함에 화려한 가문을 정하니 찬란한 장신구와 의복이 있었죠. 인용 전문 해설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有客從西來 寄宿縣門側 어떤 나그네가 서쪽으로부터 와 현의 문 곁에서 기숙했네. 室中有一女 言辭似京洛 집안의 한 여인의 말씨는 서울사람인 듯했네. 健隷忽來呼 官家有使役 건장한 머슴이 문득 와서 부르는데 관가에서 시킬 일 있다는 것이네. 答云方乳兒 乳訖去當速 “금방 아이 젖부터 먹이고 갈게요.”라고 답하고 젖먹이 마치자 떠나길 마땅히 신속하게 하네. 仍自訴平生 語言涕自落 연이어 스스로 평생을 하소연하는데 말함에 눈물이 절로 떨어지네. 인용 전문 해설
상인 김한태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횡포를 고발하다 대고(大賈) 이조원(李肇源)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六部諸大夫 顚倒爲之拜 清膴諸名官 奔走爲之价 所惡委淵泥 所好擁傘盖 以若才斗筲 以若文噍殺 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 所以司馬敍 歎息屠沽輩 ⇒해석보기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椽桷有微瑕 全體必盡改 備極土木巧 功費迄五載 樺楣和氣潤 檀室香霧靄 園亭俯羣蜚 池樓將圖畫 廻廊又..
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이 시는 서울 시정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한 상인의 위력과 그의 화려한 생활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서두에서 “서울의 대상인 / 그의 성명은 김한태[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라고 소개되는 주인공은 실로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낱 시정의 부자에 불과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자로 부상한 것이다. 구귀족 양반계급과 거기에 대치해서 발흥하는 상인계급 사이의 전도현상을 시는 자상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대체 무얼로 세상을 흔드는가? / 모두 재물에서 나오는 것이렸다[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라고, 자본의 위력임을 명확히 지적한다. 실로 자본주의적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예고편인 듯싶다. 그런데..
4. 멋대로 누리는 부귀공명을 삼가야 하는 이유 爾或聞之否 亢則必有悔 너는 혹 듣지 못했나?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을. 爾猶不之知 賢豪以自待 너는 오히려 알지 못하는가? 어질고 호탕한 사람은 스스로 기다린다는 것을. 老夫觀物理 爲爾成心痗 늙은이 사물의 이치를 보고 너를 위해 마음 아파한다네. 雖爾大權力 盍憚瞰鬼怪 비록 너는 큰 권력이 있지만 어찌 귀신을 엿보길 꺼려 하질 않는가? 爾雖積貨財 盍忽殄物戒 너는 비록 재물이 쌓였지만 어찌 물건 막 쓰는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것인가? 勢位人所忌 滿盈神所害 권세와 지위는 사람이 꺼리는 것이고 가득 차는 건 귀신이 해치는 것이네. 收聲與藏熱 分明法言在 ‘하늘은 소리를 거두고 땅은 열기를 감춰야 한다’라는 분명한 격언이 있는데 今見揆古聞 天道或未..
3. 김한태 집의 화려한 내부와 옷치장과 밥상 璀璨室中物 無一不目駭 찬란한 방 속 물건 하나도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 게 없네. 座排薊北產 几列日東届 방석은 연나라 생산된 것이고 작은 탁자는 일본에서 이른 것이며 鼎彜錯古董 槃敦粧奇貝 보기(寶器)엔 골동품이 섞여 있고 고반엔 기이한 장식물 단장했으며 涼簟織象牙 溫氊繡鳳彩 서늘한 대자리는 상아로 짠 것이고 따스한 모전엔 색채나는 봉황 수놓여 있네. 百金一家資 一介千金買 100금은 한 집안의 재산인데 하나의 물건을 1000금에 산 것이라네. 眩如波斯市 疇能形諸話 현란한 것이 페르시아 장터 같으니 누가 모든 말로도 형용할 수 있으려나? 裝束矜鮮楚 顧影更三再 장식품과 부속품의 새롭고 고움 자랑하려는지 그림자 2~3번 돌아보고 雕鞍與璣輪 金錯兼玉佩 새겨진 안장과 ..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遂令志益驕 驕極而僭忲 마침내 뜻이 더욱 교만해지고 교만해짐이 극심해지자 참람되고 사치스러워졌네. 宮室何宏麗 服餙何革采 집이 얼마나 굉장하고 화려한지? 옷의 장식이 얼마나 가죽이며 색채나던지? 居處與飲食 豪侈冠一代 거처와 음식의 호사스러움이 한 시대의 으뜸이었고 穹然數百間 高明出闤闠 높다란 수 백칸의 집의 고명함은 저자에서 빼어났지만 猶以爲不足 增築乃三培 오히려 부족하다 여겨 3배로 증축하니 如何更有忌 呵人門似海 무얼 다시 꺼리겠는가? 사람을 꾸짖으니 문이 바다인 듯 버글버글해. 欲隱還莫顯 不見亦聞槩 숨기려 하면 도리어 드러나는 게 없으니 보지 않고도 또한 대강을 들었다네. 工匠簡厥良 經度竭肚肺 목수는 그 잘하는 이를 뽑아 계획하고 경영함에 심혈을 다하게 하는데 椽桷有微瑕 全..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 서울에 거상(巨商)이 있으니 이름은 김한태라네. 門地既卑下 氣骨且短矮 가문의 지체는 이미 낮고 기골 또한 왜소하나 佼佼市井徒 射利頞狡獪 교활하디 교활한 시정의 잡배(雜輩)들은 이익에 맞으면 콧대 교활하니 利在人爭附 人附勢仍大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이 다투어 아부하고 사람이 아부하면 세력이 이 때문에 커지지. 貧賤固何論 朋儕揔卿宰 빈천이야 진실로 무에 논하리오? 벗들이 모두 고관대척인데 貴戚戞其膚 大臣仰其喙 임금의 인척들이 그 살갗에 부딪치려 하고 대신들은 그 입을 우러르네. 刺史出其手 輦車輸宿債 자사들도 그의 손에서 나가니 수레에 묵은 빚 갚듯 실려 있네. 御史隨其頣 所措恣噬吠 어사는 그 뺨을 따라서 조치하는 것에 방자하게 씹어대고 짖어대는 구나. 六部諸..
해설. 가난한 선비의 일상생활을 포착하다 이 시는 가난한 선비 생활의 단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느 여름날 시골 선비의 집, 이것이 서사적 배경이다. 그날 마침 풋보리로 죽을 쑤어서 무대 위에는 일가족이 죽을 먹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별히 일어난 사건은 없다. 그야말로 일상적인 삶의 정경이다. 그런데 비록 하찮은 풋보리죽이지만 그 묘사의 감각이 극히 신선하며, 그것을 먹는 모습들에서 생활의 재미와 함께 인정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다. 끝에 그 집 문밖에 거지들이 몰려드는 데서 민생의 궁핍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잣집을 가리키며 “그 집엔 개도 쌀밥을 먹는다는데[犬彘厭粱肉]”라고 하는 말에서 불평등의 사회 모순이 또한 제기되고 있다. 작중의 서술자는 바로 그 선비가 맡고 있다. 이 서술자를 시인과 그대로 동..
가난한 선비의 밥상, 거기에 모인 거지들 청맥행(靑麥行) 위백규(魏伯珪) 家人碎靑麥 作糜供朝夕 집안사람들이 푸른 보리 갈아 죽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공급하네. 蘘荷萵苣助其味 양하와 상추로 입맛 도우니 三物凝成靑碧綠 세 반찬이 썩이며 푸르디 푸르며 푸름을 이루네. 忽疑猫睛寶玉盌 문득 고양이 눈 모양의 묘정의 보배로운 옥으로 만든 주발에 磨出大食國(火) 아라비아에서 갈아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네. 復疑葡萄酒新熟 다시 포도주 처음 발효됨에 醱醅鴨頭色 익어 오리의 머리색인지 의심스럽네. 措大家中安有此 안채 속에 둔 것 중에 어찌 이런 게 있는가? 先聞香臭雙臭觸 먼저 향기로운 냄새 맡으니 두 코에 맡아지는 구나. 一匙二匙甘如蜜 한 숟가락과 두 숟가락 뜨니 달기가 꿀 같고 盡盂便欲旋手脚 사발 다 먹자 곧 손과 발에..
곤륜의 늙은 머슴을 그리다 곤륜노(昆侖奴) 신광하(申光河)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初從鼻頭結 滿面滴如珠 黃涕從而下 呑吐水漿俱 旁人唾而避 靦然無廉隅 誰堪爲汝妻 白首雄棲孤 吾貧無作使 雇役問何如 自言老於穡 識農知無逾 ⇒해석보기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鼾息動聯榻 避寢不共居 使婢或攪眠 鼓頰恣睢盱 肆言輒要去 恃老能欺吾 兩耳亦復聾 言語聽若無 望..
해설. 곤륜을 연민의 감정으로 그려내다 이 시는 양반댁에서 머슴살이하는 한 인간을 그린 것이다.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니, 제1부에서는 주인공 곤륜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했으며, 제2부에서 그가 모슴으로 들어온 경위 및 들어와서 취했던 행각을 소개한다. 제3부는 작중의 현재인데 여기서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곤륜이 늦장을 부려 농사를 망치게 된다. 시는 곤륜의 주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주인은 실세(失勢)한 양반이다. 양반의 처지에선 스스로 경작을 할 수 없고 부득이 머슴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당시(18세기 전반기) 농촌에 일손이 딸려서 품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건장한 머슴을 들이기도 용이치 않았다. 곤륜 같은 사람을 머슴으로 들인 데는 그런 특수한 사정이 ..
3. 밀물에 둑 터졌지만 곤륜노의 하는 꼬락서니 吾田當海衝 潮時備不虞 나의 밭이 바다의 요충지에 당해 밀물 때 생각지 못함을 대비해야 하는데 潮來水桶坼 隣夫相急趍 밀물 옮에 물둑이 터져 이웃 남자들 서로 급히 달려갔다네. 懣然不動色 負手行徐徐 곤륜의 머슴은 답답하게도 안색 변하지도 않은 채 뒷짐 지고 천천히 다니다가 植立長堤上 罵水以爲辜 우두커니 긴 둑 위에 서서 물을 욕하고 허물로 여기네. 老懶不用力 假言勤襦袽 늙고 게을러 힘을 쓸 수 없지만 거짓말로 ‘부지런히 옷과 헌옷 마련했어야지’라고 말하네. 自非陶侃胡 能欺子産魚 스스로 도간의 오랑캐처럼 특출난 존재 아닌데 자산의 물고기를 맡은 연못 관리인처럼 속일 수 있구나. 海亦大怪哉 胡令勞力余 바다 또한 매우 괴이하구나! 어째서 나를 힘겹게 하는가? 觀者爭..
2. 품꾼으로 들였지만 경거망동한 곤륜 머슴의 행동 西疇告春及 田事任聽渠 서쪽 밭두둑이 봄이 옴을 알리니 밭의 일은 그에게 맡겼네. 少壯亦無用 况今衰老軀 젊고 쌩쌩할 때도 또한 쓸모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의 쇠하고 늙은 몸임에랴. 耦耕未竟畝 喘味(汗)難枝梧 밭 갈 적엔 한 뙈기 마치지 않았는데도 헐떡이고 땀 흘리며 제몸 버티기도 어려워하고 顚仆不任酒 言病在須臾 자빠지니 술을 마셔서 그런 게 아니고 ‘병이 잠깐 났어라’라고 말하네. 顔色慘屭贔 瘧癘猶堪驅 안색은 참담하고 험악하니 학질도 오히려 달아날 만하네. 崖朝輟耕歸 借傭空費需 벼랑에서 아침애 밭 갈다 그치고 돌아오니 품을 빌리느라 부질없이 수입을 소비했다네. 晩臥猶未暮 早起已近晡 늦게 잔다면서 오히려 저물지 않았을 때고 일찍 일어난다면서 이미 저물녘에 가..
1. 사람들이 꺼리던 곤륜 머슴의 괴팍한 성깔 移家耕海岸 得一崑崙奴 집 이사해 바다 언덕에서 밭 갈러 한 명 곤륜의 종놈 얻었네. 生性極稚頑 有身亦侏儒 삶의 성품이 극히 유아스럽고 완악하며 몸은 또한 난쟁이라네. 得年五十六 不解叔米殊 나이 56살인데 콩과 쌀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지. 迷騃固何傷 獰凶卽有餘 미혹되고 어리석음이 진실로 어찌 상할 게 있을까만은 모질고 흉악함은 곧 남음이 있다네. 知飢不知飽 亦從酒人手 굶주림을 알지만 배부름을 알지 못해 또한 술 잘 마시는 이의 손에만 따르고 放飱急如狗 側視慘似猪 저녁밥 놓을 때 급하기 개 같고 곁눈질하며 봄이 애처롭기가 돼지 같네. 隆冬對寒食 未食心先虛 한겨울에 차가운 음식 대하나 먹지 않았는데 내심 먼저 허천하여 擧匕欲經營 麤汗已映膚 숟가락 들고 밥 먹으려..
해설. 백두산에 살던 털난 두 여자의 신이한 이야기를 발굴하다 시인 신광하는 1784년(정조 8년)에 56세의 나이로 두만강을 거슬러 백두산을 오르는데 이 여정의 견문이 『백두록 (白頭錄)』으로 엮인다. 「모녀편(毛女篇)」은 그중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소재는 백두산 가는 길에 들은 이야기다. ‘모녀(毛女)’는 소설 『임꺽정(林巨正)』에 나오는 운총과 천왕동이 남매를 연상케 하며, 조선판 ‘타잔’이라 불러도 과히 망발(妄發)은 안 될 듯싶다. 시인은 이 신이한 소재를, 낭만성을 살려내면서도 사회적ㆍ현실적인 문제로 보는 기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모녀(毛女)의 소종래(所從來)를 유민(遺民)으로 설정하여 문제의 발단을 사회적 모순에다 연결지었거니와, 철저히 고립되고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
백두산에서 짐승과 함께 살 수밖에 없던 두 털난 여자의 이야기 모녀편(毛女篇) 신광하(申光河) 聞有兩毛女 白日飛木末 들어보니 두 털난 여자가 있으니 백주대낮에 나무 끝을 날라다닌다네. 獵夫捕一女 遍體生蒼髮 사냥꾼이 한 여자를 잡았는데 온 몸에 푸른 털이 나 있었다지. 自言慶源女 昔年遘代殺 그 사냥꾼이 말했다네. “함경북도 경원의 여자로 옛날에 대살을 만나 流民三百戶 擧家同時發 삼백 가호가 유민이 되어 온 집안이 동시에 출발하니 西入鐵瓮城 誤聞樂土說 서쪽으로 철옹성에 들어갔는데 낙토가 있단 말을 잘못 들었던 것이죠. 行至大小柳 一夜三丈雪 가서 두만강 상류의 대류동과 소류동에 이르러 하룻밤 세 길이의 눈 쌓였었죠. 鷄犬與牛馬 食肉飮其血 닭과 개와 소와 말의 고기를 먹고 피를 마셨죠. 幽陰迫凍餒 枕籍委土窟 깊..
혁혁한 공로를 세웠지만 대우 받지 못하고 늙어간 장군을 기리며 조장군가(趙將軍歌) 이규상(李奎象) 1. 재주와 지략이 뛰어난 조장군 趙將軍 長身美髥生不劣 趙將軍公州之豪傑 少而學書去學兵 中歲虎榜振蹉跌 將軍雖武羲經通 才略皆從學問中 口頭寧着詖淫說 彬彬六藝飭其躬 恢恢遊刃所及處 亦有巧思工倕同 堂前立置太極戶 杖頭刻成八卦筩 袖中幾通經濟策 嘆息錦營李元戎 延之幕府縻斗祿 蟻封難展靑海驄 復有憐才洪尙書 登用將軍守衛廬 ⇒해석보기 2. 조주역이 된 사연 將軍立門杖雄劍 百僚趨闕古法如 衛廬五更玉漏靜 周易開褓大讀徐 隣曺僚郞皆嘖嘖 別號將軍趙周易 光化門樓何高明 有時來瞰奪人魄 將軍直此天雨風 周易爲城伏其隙 果然沴邪不敢干 將軍寶易如寶璧 薄宦十年滯長安 每歲臘月霜雪白 單褶絮薄內單衾 以此留溫護腰脊 ⇒해석보기 3. 선친의 기일을 챙기던 일화 是時余爲..
해설. 숭문주의 속에 멸시받는 무인의 형상 이규상의 초고본 문집에 실린 것이다. 이 초고본에는 「강남행(江南行)」ㆍ「백저녀(白苧女)」ㆍ「다고가(茶姑歌)」(원제: 희차정질다고가戱次定侄茶姑歌) 등 서사한시에 속하는 작품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는데 이 「조장군가」 1편을 뽑았다. 『한산세고(韓山世稿)』에 들어 있는 「일몽고」에서 기왕에 「여사행(女史行)」 1편을 『이조시대 서사시』 제5부에 수록했거니와, 이번 보유에서 「조장군가」 1편이 추가되었다. 「여사행(女史行)」은 17세기 동아시아의 역사전환점에서 조선 일본과 만족 한족에 걸쳐 각기 등장했던 특이한 여류의 인물을 포착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낸 작품인데, 지금 이 「조장군가」는 작자와 동시대에 생존했던 한 무인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주인공 조장군은..
7. 우리 집에 찾아와 주소 請公奪牛隣家兒 청컨대 공은 이웃집 아이의 소를 빼앗아 過我草堂無事時 하릴 없을 때에 나의 초당에 들러주오. 近來鄕人亦趨勢 근래에 시골사람들이 또한 권세를 추종한다 해도 老不奪人寧有騎 노인이 남의 소를 빼앗지 않으면 무얼 탈 수 있으리오? 老是人中達尊一 노인은 받들어주는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하고 一或猖狂敢何誰 한 번 미친 척하고 있으니 감히 어느 누가하리오? 我當謏公黃漢升 나는 마땅히 공이 황충((黃忠)처럼 하길 권면하니 歸時且慰酒滿巵 돌아가는 때에 장차 위로주를 술잔 가득 따르겠네. 『一夢稿』 草稿本 인용 전문 해설
6. 공수레공수거이니 씁쓸한 늙음 탓하지 마시라 趙將軍 趙將君 조장군이여 조장군이여 君莫歎 그대 탄식하지 마소. 古來豪傑枉一半 예로부터 호걸한 이들은 반쯤 잘못됐다는 것을. 世上重金不重人 세상에선 돈만 중시하고 사람을 중시하지 않아 壯士無金功名斷 장군은 돈도 없으니 공명이 끊어질 테죠. 何論富貴與貧賤 무에 부귀와 빈천을 논하리오? 畢竟賢愚松下塵 필경은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소나무 아래 먼지인 것을. 經營不過百年內 삶이란 100년에 불과하고 得失何殊夢一巡 득실이 어찌 한 순간의 꿈과 다르겠는가? 君不見東隣金退石 그대 보지 못했나? 동쪽 퇴석 김인겸이 慴倭文詞今陳人 왜의 문장가를 떨게 했지만 지금은 묻힌 사람인 것을. 君不見洪李兩卿相 그대 보지 못했나? 홍과 이 두명의 경상이 寂寞荒原笑石麟 거친 들판에 적막하..
5. 쓸쓸한 조장군 말년의 모습 蕭條老歸中山舍 쓸쓸하게 늙어 중산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生涯寄在葱田平 생애를 총전의 평야에 더부살이했네. 獨蒙公道在白髮 홀로 정의로운 길을 입어 흰머리 생겼고 虎面居然鷄皮成 매섭던 얼굴엔 확연히 닭살 돋았네. 壯如廉頗其將奈 씩씩하기 염파 같았지만 장차 어이할꼬? 已迫人間七旬盈 이미 사람의 삶 일흔 살에 입박한 것을. 昨日過我我戱言 어제 나를 지나쳤기에 나는 농담을 했네. 公當致仕官何存 “공은 마땅히 벼슬을 버렸는데 관직이 어디 있겠는가? 不如直領換道服 직령을 도복으로 환복하고서 直以生員行鄕村 다만 생원으로 시골에서 행세함만 같지 않소.” 公住竹筇傾耳久 공은 대나무 지팡이를 세우고 귀를 오래도록 기울이다가 便卽唯唯笑出門 곧 ‘그려 그려’라고 대답하고 웃으며 문을 나갔네. 인용..
4. 토벌 사건에 전력했지만 보답을 받지 못하다 乙丙之歲王討張 을병의 해에 임금이 장씨를 토벌하는데 將軍選在緹騎郞 장군이 제기랑(緹騎郞)으로 선발되었네. 嶺外湖甸搜漏網 영남과 호남과 기호지방의 죄인이 법망을 빠져 나간 것을 수색하여 數日電馳千里長 여러날에 번개처럼 천리의 대장정을 달렸네. 王事靡盬忘獨賢 공무에 바빠 홀로 고군분투함조차 잊고서 九來九往於一年 1년에 아홉 번을 출동했다가 아홉 번을 돌아왔지. 竣事歸騎稅我宅 일을 마치고 말타고 나의 집에서 휴식하니 眼封赤眵髀血鞍 눈은 붉은 눈꼽으로 닫혀 있고 넓적다리엔 안장 때문에 피맺혔네. 武力敦非食君祿 무사로 누가 임금의 봉록 먹지 않겠는가만은 險阻艱難胡乃偏 험난하고 고생스러움 어찌 이에 치우쳤는가? 王三錫命酬專城 임금이 세 번 명령을 내려 사또를 보답했지..
3. 선친의 기일을 챙기던 일화 是時余爲同舍生 이때에 나는 집에서 함께 살았는데 一夜見公整衣纓 하룻밤은 보니 공이 의관을 정제한 채 出就廳事達淸曉 대청에 나가 맑은 새벽에 이르도록 微微有聞綴泣聲 희미하디 희미하게 연이어지는 울음소리 들렸네. 朝來問公其故何 아침이 되어 공에게 어떤 까닭인가 물으니 答曰先公諱辰過 “선친의 기일이 지나가서요.”라고 말했네. 誰人身當逆旅困 어떤 사람의 몸으로 나그네의 곤궁함을 감당하며 內行如是起頹波 평상시의 행실을 이같이 하여 무너진 습속을 일으키겠는가? 인용 전문 해설
2. 조주역이 된 사연 將軍立門杖雄劍 장군이 웅장한 검을 짚고 문에 서니 百僚趨闕古法如 온갖 관료들이 옛 법처럼 궐문에 달려나오지. 衛廬五更玉漏靜 수위려 오경이라 궁궐은 고요한데 周易開褓大讀徐 『주역』을 보자기에서 열어 크게 읽길 천천히 하니 隣曺僚郞皆嘖嘖 곁의 무리와 관료들이 모두 떠들벅적여 別號將軍趙周易 장군을 ‘조주역’이라 별호했네. 光化門樓何高明 광화문 누각이 어찌나 높고도 밝은지 有時來瞰奪人魄 이따금 와서 보노라면 사람의 넋을 빼앗는다네. 將軍直此天雨風 장군은 다만 비바람이 오는 날에는 周易爲城伏其隙 주역으로 성을 삼아 틈을 메꾸니 果然沴邪不敢干 과연 문란하고 요사함이 감히 범하질 못하지. 將軍寶易如寶璧 장군의 보배로운 『주역』은 보배로운 옥 같네. 薄宦十年滯長安 시시한 벼슬 10년에 서울에 머..
1. 재주와 지략이 뛰어난 조장군 趙將軍 조 장군은 長身美髥生不劣 큰 키에 우람한 수염에 삶은 강직하다네. 趙將軍公州之豪傑 조장군은 공주의 호협한 걸인으로 少而學書去學兵 어렸을 때 글을 배웠지만 포기하고서 병술을 배워 中歲虎榜振蹉跌 중년에 과거를 보았지만 급제엔 차질을 빚었지. 將軍雖武羲經通 장군은 오직 무예와 『주역』에 통달했고 才略皆從學問中 재주와 지략이 모두 학문을 따라 적중했네. 口頭寧着詖淫說 말이 어찌 편벽되고 음탕한 말에 붙었겠는가? 彬彬六藝飭其躬 육예에 조화로워 그 몸을 삼갔고 恢恢遊刃所及處 널찍하게 칼로 도달 곳에서 노니 亦有巧思工倕同 또한 기교로운 생각이 공수와 같았지. 堂前立置太極戶 당 앞엔 태극호를 세우고 杖頭刻成八卦筩 지팡이 머리엔 팔괘(八卦)를 새겼으며 袖中幾通經濟策 소매 안엔 몇..
03 若夫短書俗記, 竹帛胤文, 非儒者所見, 衆多非一. 蒼頡四目, 爲黃帝史. 晉公子重耳仳脅, 爲諸侯霸. 蘇秦骨鼻, 爲六國相. 張儀仳脅, 亦相秦·魏. 項羽重瞳, 云虞舜之後, 與高祖分王天下. 陳平貧而飮食不足, 貌體佼好, 而衆人怪之, 曰: “平何食而肥?” 及韓信爲滕公所鑒, 免於鈇質, 亦以面狀有異. 面壯肥佼, 亦一相也. 인용목차
02 傳言黃帝龍顔, 顓頊戴午(干), 帝嚳騈齒, 堯眉八采, 舜目重瞳, 禹耳三漏, 湯臂再肘, 文王四乳, 武王望陽, 周公背僂, 皐陶馬口, 孔子反羽. 斯十二聖者, 皆在帝王之位, 或輔主憂世, 世所共聞, 儒所共說, 在經傳者, 較著可信. 인용목차
21 因此論聖賢迭起, 猶此類也. 聖主龍興於倉卒, 良輔超拔於際會. 世謂韓信·張良輔助漢王, 故秦滅漢興, 高祖得王. 夫高祖命當自王, 信·良之輩時當自興, 兩相遭遇, 若故相求. 是故高祖起於豐·沛, 豐·沛子弟相多富貴, 非天以子弟助高祖也, 命相小大, 適相應也. 趙簡子廢太子伯魯, 立庶子無恤, 無恤遭賢, 命亦當君趙也. 世謂伯魯不肖, 不如無恤. 伯魯命當賤, 知慮多泯亂也. 韓生仕至太傅, 世謂賴倪寬, 實謂不然, 太傅當貴, 遭與倪寬遇也. 趙武藏於袴中, 終日不啼, 非或掩其口, 閼其聲也, 命時當生, 睡臥遭出也. 故軍功之侯, 必斬兵死之頭 ; 富家之商, 必奪貧室之財. 削土免侯, 罷退令相, 罪法明白, 祿秩適極. 故厲氣所中, 必加命短之人 ; 凶歲所著, 必饑虛耗之家矣. 인용목차
20 推此以論, 人君治道功化, 可復言也. 命當貴, 時適平 ; 期當亂, 祿遭衰. 治亂成敗之時, 與人興衰吉凶適相遭遇. 인용목차
19 推此以論, 仕宦進退遷徙, 可復見也. 時適當退, 君用讒口 ; 時適當起, 賢人薦己. 故仕且得官也, 君子輔善 ; 且失位也, 小人毁奇. 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孔子稱命 ; 魯人臧倉讒孟子於平公, 孟子言天. 道未當行, 與讒相遇 ; 天未與己, 惡人用口. 故孔子稱命, 不怨公伯寮 ; 孟子言天, 不尤臧倉, 誠知時命當自然也. 인용목차
18 無祿之人, 商而無盈, 農而無播. 非其性賊貨而命妨@穀也, 命貧, 居無利之貨, 祿惡, 殖不滋之@穀也. 世謂宅有吉凶, 徙有歲月, 實事則不然. 天道難知, 假令有[之], 命凶之人, 當衰之家, 治宅遭得不吉之地, 移徙適觸歲月之忌. 一家犯忌, 口以十數, 坐而死者, 必祿衰命泊之人也. 인용목차
17 丈夫有短壽之相, 娶必得早寡之妻 ; 早寡之妻, 嫁亦遇夭折之夫也. 世曰: “男女早死者, 夫賊妻, 妻害夫.” 非相賊害, 命自然也. 使火燃, 以水沃之, 可謂水賊火. 火適自滅, 水適自覆, 兩{名}各自敗, 不爲相賊. 今男女之早夭, 非水沃火之比, 適自滅覆之類也. 賊父之子, 妨兄之弟, 與此同召. 同宅而處, 氣相加凌, 羸瘠消單, 至於死亡, 何(可)謂相賊. 或客死千里之外, 兵燒厭溺, 氣不相犯, 相賊如何? 王莽姑{姊}正君, 許嫁二夫, 二夫死, 當適趙而王薨. 氣未相加, 遙賊三家, 何其痛也! 黃[次]公取鄰巫之女, 卜(世)謂女相貴, 故次公位至丞相. 其實不然. 次公當貴, 行與女會 ; 女亦自尊, 故入次公門. 偶適然自相遭遇, 時也. 인용목차
16 鴈鵠集於會稽, 去避碣石之寒, 來遭民田之畢, 蹈履民田, 啄食草糧. 糧盡食索, 春雨適作, 避熱北去, 復之碣石. 象耕靈陵, 亦如此焉. 傳曰: “舜葬蒼梧, 象爲之耕. 禹葬會稽, 鳥爲之佃.” 失事之實, 虛妄之言也. 인용목차
15 殺人者罪至大辟. 殺者罪當重, 死者命當盡也. 故害氣下降, 囚(凶)命先中 ; 聖王德施, 厚祿先逢. 是故德令降於殿堂, 命長之囚, 出於牢中. 天非爲囚未當死, 使聖王出德令也, 聖王適下赦, 拘囚適當免死. 猶人以夜臥晝起矣. 夜月(日)光盡, 不可以作, 人力亦倦, 欲壹休息 ; 晝日光明, 人臥亦覺, 力亦復足. 非天以日作之, 以夜息之也, 作與日相應, 息與夜相得也. 인용목차
14 若夫物事相遭, 吉凶同時, 偶適相遇, 非氣感也. 인용목차
13 月毁於天, 螺消於淵. 風從虎, 雲從龍. 同類通氣, 性相感動. 인용목차
12 壞屋所壓, 崩崖所墜, 非屋精崖氣殺此人也, 屋老崖沮, 命凶之人, 遭@居適履. 인용목차
해설. 수자리 병사의 고달픔을 통해 진취적 기상을 담아내다 이 시는 두만강 변경에서 수자리 사는 병사들의 고통을, 병사 자신이 진술하는 방식으로 쓴 것이다. 두만강가에 초소(哨所)를 설치하고 경계를 하는 것은 특히 강물이 얼어붙은 기간이었다. 거기는 추운 땅이라, 음력으로 9월이면 벌써 얼고 봄이 다 가도록 얼음이 풀리질 않는다. 악천후에 초소 근무를 하는 어려움이 여러 체험한 경우를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 “사냥마 내달아서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가면[獵騎飛來如飄風]”은 건너편의 다른 족속이 우리 지역을 침범한 것이겠으며, “닷새면 교대해준다 말이나 하지 마오[莫云五日許踐更].”라고 한 대목은 5일 단위로 근무 교대를 시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때문이다. 수자리를 선 병사들은 몸이 골병들 지경이라 한다. ..
겨울내내 추위에 노출된 채 수자리 서야 하는 병졸의 원망 수졸원(戍卒怨) 홍양호(洪良浩) 邊城百事非樂土 변방 성엔 많은 일 있어 낙토 아니니 孰如江邊把守苦 무엇이 강가 파수의 괴로움만 할까? 每歲九月氷已合 매년 9월이면 얼음이 얼어 裹粮列寨江之滸 휴대식량은 성채 강가에 늘어놓으니 刈薪汲水手自炊 섶을 배고 물 길어 손으로 직접 밥불 땐다네. 糜粥那能充腸肚 죽으로 어찌 창자 채울 수 있겠는가? 晝夜瞭望不得休 밤낮으로 아득히 바라보고 보초 서느라 쉴 수조차 없네. 敢避虐雪與冷雨 감히 잔인한 눈과 싸늘한 비 피하리오? 皮衣風撲凍欲裂 가죽옷을 바람이 쳐대니 얼어버려 찢어지려 하니 足皸口箝向誰訴 발은 트고 입은 앙다물어 있는데 누굴 향해 하소연 하리오? 獵騎飛來如飄風 사냥하러 말달려 날아 오는 것이 회오리바람인 것..
농부를 유민이 되게 만드는 더러운 세상에 대해 유민원(流民怨) 홍양호(洪良浩) 1. 한겨울 호서여행 중 만난 사람들 孟冬霜雪繁 我行湖之漘 盡日來去人 太半是流民 ⇒해석보기 2. 계속 되는 기근에도 세금 독촉 끊이지 않기에 問爾何所苦 漂轉至於斯 棄捐丘墓鄕 提携欲何之 擧首向我對 蹙然爲累吁 我本內浦人 三世爲農夫 夫耕婦織布 生理一何艱 晝夜勤作息 十指無暫閒 祁寒與暑雨 靡日不苦辛 重以水旱災 所獲能幾許 稼成不入口 火急供常賦 縣吏日至門 叫呶何太恣 奔走備酒食 徵責殊未已 乳下數歲兒 又充閒丁籍 家中無所有 廐上一黃犢 將犢之東市 輸官有餘逋 機中斷幾疋 盡作京軍袍 寧留尺寸布 可以掩吾髀 無衣復無食 何以卒此歲 寒風凍裂肌 兒啼不可聽 人生誰云樂 不如棄野坰 携妻復抱子 東西與北南 所向無樂土 旬日食纔三 太守尙不知 君王豈盡聞 竊聞廊廟上 僕妾厭稻紈..
해설. 유민과의 대화를 현장감 있게 담아내다 이 시는 유민(遺民)의 테마를, 시인 자신이 직접 목도한 사실을 재료로 삼아 쓴 것이다. 시인과 한 유민의 대화를 3부로 구성한 유형화된 수법을 채택하고 있다. 주인공은 충청도 사람인데 그 일가족이 유랑하게 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전형성을 일정하게 획득한 것이다. 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조정에서는 / 아랫것들까지 쌀밥에 비단옷 싫증내고[竊聞廊廟上 僕妾厭稻紈]”라 하여 나라의 무질서를 꼬집은 다음, “귀인들 큰솥 줄줄이 벌여놓고 / 노래와 풍악 날마다 울린다데요[朱門列鍾鼎 歌吹日吰喧]”라고 집권층에 대한 불평을 토로한다. 그리하여 평등한 사회를 동경하는 민중적 정서를 “하늘이 만물을 기를 적에 / 후하고 박하고 불공평하게 하실까[昊天子萬物 厚薄一何偏]”..
3. 가슴 아픈 유민의 이야기에 밥맛도 없구나 聞語未及已 惻然使我疚 말을 듣는 것이 끝나지 않았는데 서글퍼져 나를 가슴 아프게 하니 歸來食不甘 若己有癏瘉 돌아와 먹어도 맛있지 않아 마치 내가 병든 사람인 것 같았네. 作詩配風謠 將以獻明主 시를 지은 것이 민요에 짝할 만하니 장차 현명한 임금께 드리노라. 『耳溪集』 卷三 인용 전문 해설
2. 계속 되는 기근에도 세금 독촉 끊이지 않기에 問爾何所苦 漂轉至於斯 물었네. “너희들 어떤 괴로운 것으로 표류하고 전전(輾轉)하며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棄捐丘墓鄕 提携欲何之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고향을 버려두고 끌고 이끌며 어디를 가려 하는가?” 擧首向我對 蹙然爲累吁 머리를 들고 나를 향해 대답하는데 찡그리며 긴 한숨 짓네. 我本內浦人 三世爲農夫 “우리는 본래 내포의 사람으로 삼대에 걸쳐 농부라서 夫耕婦織布 生理一何艱 남편은 밭갈고 아내는 베를 길쌈하는데 생계가 한결같이 어찌나 어려운지 晝夜勤作息 十指無暫閒 낮밤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쉬니 열 손가락 잠시도 한가할 겨를이 없어 祁寒與暑雨 靡日不苦辛 겨울의 맹추위와 여름의 무더위와 폭우로 하루도 괴롭고 힘들지 않을 때가 없었죠. 重以水旱災 所獲能幾許 거..
1. 한겨울 호서여행 중 만난 사람들 孟冬霜雪繁 我行湖之漘 한겨울 서리와 눈이 계속되는 때에 나는 호서(湖西)의 물가 가는데 盡日來去人 太半是流民 날이 다하도록 오가는 사람들 태반이 유민이었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쥐의 함경도를 피폐함을 보고 관리들은 분발하라 쥐떼가 두만강을 건너 함경도 땅으로 들어와서 농작물을 온통 해치고 인가에까지 미치는 사실을 잡아서 쓴 특이한 서사시다. 두만강 건너는 지금 중국의 길림성(吉林省)이지만 소급해 올라가면 발해의 고토(古土)였으며, 조선조로 와서는 여진족의 땅이고, 근대에는 북간도 혹은 만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화소(話素) 자체는 민담에서 온 것이다. 이른바 무환순환담(round or circular tales)이라고 일컬어지고 꼬리물기 이야기의 형식으로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어른들이 입막음으로 꺼내는 것이다. 나 자신도 어렸을 적에 종종 들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는 쥐떼가 두만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함경도가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
함경도를 피폐하게 만든 쥐떼를 보며 관리들은 분발하라 두강서(豆江鼠) 정범조(丁範祖) 豆江雖不大 自昔限虜域 두만강이 비록 넓진 않지만 예로부터 오랑캐 지역에 경계지어졌네. 如帶繞咸鏡 洶若重溟隔 마치 함경도를 띠처럼 에워싸 세찬 것이 바다처럼 가로 막았네. 胡騎何撇挒 馳驟只在北 오랑캐가 말타고 아무리 재빠르더라도 말 달리는 건 다만 북쪽에서만 이라네. 鼠者物之微 蠢蠢循咫尺 쥐는 생물 중 작은 것으로 어지러이 설쳐봐야 지척을 돌 뿐인데 胡爲千百羣 蔽江來我國 어찌 천 백의 무리가 되어 강을 덮어 싸고 우리 나라에 왔는가? 陰氣隨慘惔 倐疾不可敵 음기가 참혹하고 속이 타는 것을 따라 빠르기에 대적할 수 없었네. 合如黑雲屯 散如驚電劃 모이면 먹구름이 뭉친 듯했고 흩어지면 놀란 우레가 쪼개지는 듯했네. 頃刻遍四野 狼..
수레 끄는 소가 상품 유통이 활발해지자 수난을 당하다 거우행(車牛行) 홍신유(洪愼猷) 1. 수레꾼이 새벽에 소를 깨운 이유 牛車之村車人家 家有兩牛一兩車 車人四更起飯牛 村鷄不鳴柳藏鴉 牛困不起蹴且牽 穿鼻駕車出江涯 三南漕穀上游柴 充牣巨艦兼小艖 舟人競呼車人趨 蓬底搬下車上加 次第叱牛牛用力 轔轔彭彭向闉闍 ⇒해석보기 2. 수레 끌던 소가 웅덩이에 빠진 사연 城中之道多屈折 復經大雨成深霔 牛陷車沒不得行 前有石角列杈枒 一鞭一叱立不動 目瞠氣喘口自呀 十顚九踣力已盡 辛苦脫離又狹斜 高軒怒馬喝路來 鼻息干虹氣作霞 任重路窄(穿)牛難避 豪僕怒罵紛鞭撾 進退政似觸藩(蕃)羊 連牛帶車入窞窊 宛轉泥中形觳觫 路人見之皆咨嗟 ⇒해석보기 3. 어찌 소에게 그리 잔혹한가 인간들이여 天生萬物牛偏苦 此日此苦猶云些 五部第宅起處處 高棟巨樑闘繁華 富人達官神★土+..
해설. 물화유통이 활발하게 되며 수탈 당한 소의 이야기 이 시는 수레 끄는 소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이 수탈당하는 사회 모순을 제기한 내용이다. 시는 3부로 엮여 있다. 1부는 마포나루에서 화물을 서울 도성 안으로 운송하는 현장적 묘사다. 달구지꾼이 작업 나가는 새벽녘의 분위기를 “마을에 닭도 아직 울지 않고 버드나무엔 갈까마귀 잠자는데[村鷄不鳴柳藏鴉]”라고 표현하여 배경효과를 얻고 있으며, 나루터의 제법 번화하고 복작대는 정황을 장면 제시적으로 소개한다. 2부는 달구지꾼이 물화(物貨)를 받아 싣고 성중(城中)으로 수레를 모는데 이때부터 필치(筆致)는 더욱 곡진하고 생동하게 움직인다. 소가 험난한 고비에서 무거운 짐을 끄느라 힘겨워하는 정경이 점층적으로 펼쳐진다. 마침내 좁은 비탈길에서 귀인의 초헌(軺軒)..
3. 어찌 소에게 그리 잔혹한가 인간들이여 天生萬物牛偏苦 하늘이 낸 만물 중 소만 편벽되이 괴롭게 했으니 此日此苦猶云些 이 날의 이런 괴로움은 오히려 조금이라 말하겠네. 五部第宅起處處 오부의 저택들 곳곳에서 일어나 高棟巨樑闘繁華 높은 용마루와 큰 대들보가 번화함을 다투네. 富人達官神★土+遂前 부잣집과 현달한 관리의 선산의 묘소 앞엔 豐碑獜馬競相夸 풍성한 비석과 도깨비와 말들이 다투듯 서로 자랑하네. 畿峽百里輸木石 경기 골짜기 백리 길엔 나무와 바위 수송하러 屢涉崎嶇經谽谺 자주 굽이진 길 건너고 골짜기 지나네. 驅下峻阪何岌嶪 몰아 험준한 언덕을 내려가면 어찌나 높고도 험한지 前牛欲前後牛拏 앞의 소는 나가려 하고 뒤의 소는 꽉 힘을 주니 心摧腸裂眼流血 심장이 꺾이고 창자가 찢어지며 눈엔 피눈물이 흐르고 角短..
2. 수레 끌던 소가 웅덩이에 빠진 사연 城中之道多屈折 성 안의 길은 많이 굽어지고 꺾여 있고 復經大雨成深霔 다시 큰 비가 지났기에 깊은 웅덩이까지 생겼네. 牛陷車沒不得行 소가 웅덩이에 빠지고 수레가 웅덩이에 잠겨 갈 수 없는데 前有石角列杈枒 앞엔 돌 모서리가 나무의 곁가지 나열한 듯 튀어나와 있네. 一鞭一叱立不動 한 번 채찍질 하고 한 번 재촉해보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目瞠氣喘口自呀 눈으론 멀뚱히 보기만 하고 숨은 헐떡이며 입은 절로 벌어진다네. 十顚九踣力已盡 열번 자빠지고 아홉 번 쓰러지니 힘은 이미 다해 辛苦脫離又狹斜 곤란한 상황 겨우 벗어나니 또 좁고도 비탈진 길이네. 高軒怒馬喝路來 남의 수레의 성난 말, ‘길에서 나오라’라고 외치니 鼻息干虹氣作霞 숨은 무지개를 침범하여 숨기운에선 노을이 생기네...
1. 수레꾼이 새벽에 소를 깨운 이유 牛車之村車人家 소수레의 마을인 동쪽 집엔 家有兩牛一兩車 집마다 두 마리 소와 한 량(輛)의 수레 있네. 車人四更起飯牛 수레꾼 새벽 1~3시에 일어나 소 여물 먹일 적엔 村鷄不鳴柳藏鴉 마을의 닭은 울지 않고 버드나무엔 까마귀 숨어 있다네. 牛困不起蹴且牽 소는 곤히 자느라 일어나지 않으니 발로 차고 또한 끌어서 穿鼻駕車出江涯 코뚜레를 수레에 매고서 강가로 나가네. 三南漕穀上游柴 삼남에서 조운(漕運)한 곡식과 상류에서 흘러온 섶이 充牣巨艦兼小艖 큰 배를 채워 찼고 거룻배에도 실려 있네. 舟人競呼車人趨 뱃사람이 다투어 부르니 수레꾼 달려가 蓬底搬下車上加 선창(船倉) 밑에 옮겨 내리니 수레에 올린다네. 次第叱牛牛用力 차례로 소를 재촉하자 소는 힘을 써서 轔轔彭彭向闉闍 수레는 ..
해설. 가난하기에 삯바느질로 연명하며 살다 이 시는 바느질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담은 내용이다. 바느질은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일인데 주인공은 이 직분에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인물이다. 시인은 서두에서 그런 인물이 자신은 시집도 못 가면서 삯바느질로 신부옷을 지으며 늙어가는 사실을 문제로 던진다. 이 모순 현상은 전에도 시인들의 예민한 의식에 더러 포착된 바 있었거니와 지금 특정한 인간의 경우를 통해서 다시 제기된 것이다. 작중 주인공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오라비마저 고인이 되고[父母俱沒大兄亡]” 하나 남은 올케도 병자다. 한 여자의 몸에 가정의 생계가 온통 달려 있다. 그래서 잠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헐벗으며 부지런히 좋은 솜씨로 일하는 정황을 그 심리의 상태까지 곁들여서 여실하게 엮어나..
스무살에 가장이 되어 삯바느질 하느라 삶도 누리질 못하네 빈녀탄(貧女歎) 김규(金圭)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東家處女貧不嫁 동쪽 집의 처녀는 가난해 시집가지 못해 年年傭作新婦衣 해마다 품팔아 신부의 옷 만드는 것을. 裁紈剪綺自少事 생 비단 다듬고 비단을 자르는 것은 어려서부터의 일이라 針才神妙天下稀 바느질하는 재주는 신묘하여 천하에 드물다네. 長大美好二十時 성장하여 아름다운 스무살이라 垂髮委地顏如花 머리카락 땅에 닿을 정도로 드리우고 얼굴은 꽃 같네. 衣裳破裂補靑紫 옷과 치마 해지고 터지니 푸르고 자줏빛으로 기워입었고 一生不識紅粉華 한 평생 분홍 화장의 화려함 알지 못한다네. 朝不食夕不食 아침도 먹지 못하고 저녁도 먹지 못하니 調針亂絲殊未綴 어지러운 실 바느질로 고르게 하려 하지만 매우 꿰매지지 않네..
황구첨정(黃口簽丁)과 백골징포(白骨徵布)로 힘겨운 과부의 속내 양정모(良丁母) 이광려(李匡呂) 산문. 황구첨정(黃口簽丁)이 어느덧 일상이 되다 余幼時祖庶母金(連山人也), 嘗夜語說鄰母徵布之哭, 追述其語爲此作. 徵布於丁者也, 而黃口不已, 至於旣骨之母若妻, 則國之用布用錢, 竆嫠之出多矣. 豈曰身布乎? 今人之不以黃口爲寃者固也. ⇒해석보기 1. 나라의 살림이 황구첨정과 백골징포에서 나오다 生男作良丁 盡道不如女 孰知爲女身 身世苦復苦 嫁作閒丁妻 復爲閒丁母 閒丁母實悲 又甚閒丁婦 壯時共力作 一布應猶裕 奈何盡兒息 衆身而充簿 小者新斷臍 大者尙飮乳 生死且未知 成丁詎望哺 歲歲諸司入 布錢半乳臭 乳臭尙自可 死夭或已久 ⇒해석보기 2. 죽은 남편과 자식에게까지 백골징포(白骨徵布)하다니 客行過荒村 野哭何物嫗 問之益幽咽 聲氣僅如縷 自言良丁..
해설. 양역(良役)이 인민 아낙에게 준 고통을 담다 이 시는 양역(良役)이 인민 일반에 준 고통을 여성의 입장에서 접근한 점이 특이하다. 서두에서 산문으로 시를 짓게 된 동기 및 주제가 무엇인지 간략히 밝히고 있다. 이 시는 3부로 구성되었다. 사람들이 너나없이 딸을 천히 여기고 아들을 귀하게 아는 것은, 부계사회(父系社會)로 들어선 이래 완고한 통념이다. 그런데 제1부 첫머리서 불쑥 “아들이 딸만 못하다[生男作良丁 盡道不如女]” 여긴다는 것이다. 인류의 완고한 통념을 교란시킨 이 사태는 여성의 지위가 상승한 데 기인했던 것이 아니고 요는 여성에겐 양역을 지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지만 양역의 고통은 남성만의 고통이 아니고 그대로 여성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시가 제기한 문제점이다. 제1부에서 이처..
3. 아낙의 애통한 사연, 관리들이 먼저 해결해주었으면 語母汝甚寒 豈不還畏虎 아낙에게 말했네. “당신이 매우 추운데도 (밖에 있으니) 어찌 도리어 호랑이 두려워하지 않으시오. 勉之且入去 中心哀莫助 힘내서 또한 들어가시오.” 내심 애달프나 도울 길 없었네. 國中壯實丁 本足充額數 나라에서 장성하여 튼실한 장정이면 본래 군대의 머릿 수 채우기에 충분했으니 直爲貧弱者 無錢與掌務 다만 가난하고 연약하여 돈도 없고 맡은 업무도 없는 이를 위해서였다네. 貧弱已寃苦 况乃死無處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이 이미 원통하여 괴로운데 더군다나 죽어 묻힐 곳도 없는 자임에랴. 一婦痛至骨 尙足變霜露 한 아낙의 애통함이 뼈에 사무치면 오히려 서리와 이슬로 변하기에 충분한데 三百復六十 邑邑幾丁口 삼백 육십 가옥을 지닌 고을마다 장정의 입..
2. 죽은 남편과 자식에게까지 백골징포(白骨徵布)하다니 客行過荒村 野哭何物嫗 나그네가 황량한 마을 지나는데 들판에서 통곡하니 어떤 사연의 아낙인가? 問之益幽咽 聲氣僅如縷 연유 물었는데 더욱 목이 메어 소리의 기운이 겨우 실 같았네. 自言良丁家 往年喪兒父 스스로 말하네. “저는 양정의 아내로 작년에 애 아빠 잃었고 今歲又哭雛 不許注物故 올해는 또한 새끼 잃어 통곡했는데 물고장에 기입하는 걸 허락하질 않았죠. 官督日見急 歲盡那容訴 관아의 세금 독촉이 날로 급해지니 한 해 마치도록 어찌 하소연을 용납하리오? 母身永無依 身在還當布 아낙의 몸으로 길이 의지할 곳 없는데도 몸이 있으니 도리어 군포를 감당해야죠.” 惻惻夜中哭 風悲更欲雨 측은하고 측은한 한밤의 곡소리에 바람도 구슬피 다시 비오려 하니 天地鬼神聞 亦泣此..
1. 나라의 살림이 황구첨정과 백골징포에서 나오다 生男作良丁 盡道不如女 아들 낳으면 양정이 되니 모두 ‘딸만 못하다’고 말하지만 孰知爲女身 身世苦復苦 누가 알았겠나? 여자의 몸이 되어도 신세가 괴롭고도 또 괴로울 줄을. 嫁作閒丁妻 復爲閒丁母 시집 가서 한정의 아내가 되면 다시 아들을 낳아 한정의 어미가 된다네. 閒丁母實悲 又甚閒丁婦 한정의 어미도 실제로 슬퍼고 또한 한정의 아낙도 힘들긴 매한가지. 壯時共力作 一布應猶裕 장성한 때는 힘을 함께하여 일을 하니 한 군포 정도야 응당 오히려 넉넉하지만 奈何盡兒息 衆身而充簿 어찌하여 자식들을 싹쓸어 뭇 몸들로 군적(軍籍) 채우는가? 小者新斷臍 大者尙飮乳 작은 아이는 막 배꼽이 끊어졌고 큰 아이는 아직도 젖을 먹는데 生死且未知 成丁詎望哺 이 두 아이들의 생사 또한 ..
산문. 황구첨정(黃口簽丁)이 어느덧 일상이 되다 余幼時祖庶母金(連山人也), 嘗夜語說鄰母徵布之哭, 追述其語爲此作. 徵布於丁者也, 而黃口不已, 至於旣骨之母若妻, 則國之用布用錢, 竆嫠之出多矣. 豈曰身布乎? 今人之不以黃口爲寃者固也. 해석 余幼時祖庶母金(連山人也), 내가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의 첩(庶祖母)인 연산 사람 김씨께서 嘗夜語說鄰母徵布之哭, 일찍이 밤에 이웃 아낙이 군포 징수로 인해 곡했다는 말을 해줬었는데 追述其語爲此作. 그 말을 되새겨 기술하여 이 시를 짓는다. 徵布於丁者也, 而黃口不已, 장정에게 군포를 징수하는 것이지만 어린애에게 뿐만 아니라 至於旣骨之母若妻, 이미 죽은 어머니와 아내에게까지 이르니 則國之用布用錢, 나라에 쓰이는 군포나 쓰이는 돈 중에는 竆嫠之出多矣. 곤궁한 과부에게 나온 것이 많다...
해설. 노동하는 인간의 어두운 미래를 담다 이 시는 서강의 광흥창(廣興倉)에서 마당에 떨어진 쌀을 수집하여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여성 근로자의 한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은 4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단락에서 주인공 여자가 쌀을 쓸어 모으는 하찮은 생업으로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들리는데, 다음 두 번째 단락에서 그 작업의 과정이 묘사된다. 여기서 “몽당치마 올려매고 빗자루 하나 들고서[短裳結束擁篲立]”로 주인공의 근면한 형상이 잡히고 있다. 셋째 단락에서 비로소 이 주인공은 “나이는 마흔이 넘었는데 남편 있나 자식 있나[年過四十無夫兒]” 외로운 신세임을 언급하고, 이내 그의 일상적 삶을 그린다. 외양 역시 “때에 전 검은 머리에 쌀겨 뒤집어[烏鬟垢膩米粉並]..
쌀 창고에서 일하는 40대 여인의 근면하지만 불안한 미래 여부미행(女掃米行) 권헌(權攇) 西江老醞束兩䯻 서쪽 강가의 할매 양 갈래 머리를 땋고 一生仰身倉中食 일평생 몸으로 창고 속 곡식 우러러 본다네. 業工掃米捷供給 공업(工業)은 쌀을 쓰는 것이라 민첩하게 공급하여 不憂豐凶攻筋力 풍년과 흉년에 걱정 없이 갈빗대 힘으로 생업한다네. 長夏倉庭萬斛入 긴 여름에 창고에 만섬의 곡식 들어오니 稻米流地收不得 벼의 쌀이 땅에 흘러다녀 거둘 수 없을 지경인데 短裳結束擁篲立 짧은 치마 묶고서 빗자루 끼고서 서서 擧身投隙勤收拾 몸을 들어 틈에 넣고서 부지런히 거두어 모으네. 薄暮戴橐集市門 어스름한 저녁에 전대 이고 장터 어귀에 모여 當風揚塵成玉粒 바람 맞아 먼지 날리니 옥 같은 쌀알 이루어지네. 年過四十無夫兒 나이 사십 ..
해설. 하역노동자의 근면한 삶을 스케치하다 마포와 서강은 서울로 오는 전국 각처의 선박들이 닿는 곳이어서 자못 번창했던바 하역작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 시는 바로 서강의 한 하역 근로자를 잡아서 그려낸, 매우 희귀한 작품이다. 시는 주인공을 노동하는 인간으로서 형상화해내고 있다. 첫머리서 벌써 “서강나루 일꾼들 소보다 건장하여 / 두 어깨 울룩불룩 힘살이 솟아 있다[西江雇人健於牛 兩肩𡾋峗如土阜]”라고 시각적으로 그들의 특징을 드러낸다. 이 나루터의 인부들은 항상 물화(物貨)가 교역하는 현장에서 놀아 실리의 추구에도 민첩한 편이다. 곧바로 이런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노동의 댓가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에 “근력으로 밥벌이하는데 행여 남에게 뒤질까[筋..
한강나루의 하역노동자의 근면성실한 삶 고인행(雇人行) 권헌(權攇) 西江雇人健於牛 서쪽 강가의 고용된 사람이 소보다 건강하여 兩肩𡾋峗如土阜 두 어깨는 우뚝하고 가파르니 언덕 같네. 每從販船巧財利 매번 장삿배 따라 재물의 이익을 기교롭게 하여 巨商捐錢聽奔走 거상이 돈을 준다는 말을 들으면 분주히 하네. 淸晨比肩集江門 맑은 새벽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강가 어귀로 모여 較量轉輸立良久 옮겨 실을 양을 헤아려 우뚝히 서네. 卓午南風不欺潮 한낮에 남풍이 불고 조수가 속이지 않으니 邂逅舴艦私傳受 거룻배 만나면 사사롭게 전하고 받는다네. 終日負米得雇直 종일토록 쌀을 지고 고용된 가격을 얻으니 筋力攻食恐在後 어깨 힘으로 먹을 것 만듦에 뒤처질까 두려워하지. 長身僂行仰脅息 장신인 몸은 구부정하게 다니며 우러르며 숨을 헐떡이..
관북의 백성이 유리걸식하는 사연 관북민(關北民) 권헌(權攇) 1. 나를 보고 머슴 삼아 달란 관북민 哀哀關北民 行在京西途 顚迫不得飧 顔色一何枯 見我跪陳辭 叩頭乞爲奴 ⇒해석보기 2. 관북민이 전하는 기구한 사연 去年大雷雨 橫潦破天隅 昨年夏霣霜 今年旱亦殊 豆枯霧霏霏 大野委平蕪 五載一不食 衆庶日益瘏 向我去家時 鄕里督稅租 老婦鬻小兒 轉充布帛輸 兒啼抱我頸 轉輾不得扶 恩愛遭逼迫 安得生死俱 逶迤下嶺來 天寒一身孤 每自痛心腸 所恨頑肌膚 傳聞夏饑甚 易子還自屠 我身尙苟完 我兒能存無 我妻年已耄 流離安所糊 更憶別離日 仰面增長吁 取糠備晨飧 惻惻向中厨 是時北風寒 星月滿寒衢 臨歧吾痛哭 淚盡血霑鬚 人生異哀樂 誰知我崎嶇 骨肉各異鄕 敢有後會圖 ⇒해석보기 3. 관북민에게 전하는 희망찬 메시지? 眼枯心長痛 面垢色不敷 但聞我王仁 賑哺逮呴濡 辛..
해설. 유민의 생생한 증언을 담다 이 시는 유민(流民)을 보고 쓴 것이다. 유민을 길에서 만나는 서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채워지는 본장, 시인이 위로의 말을 붙인 결말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의 인물이 마침 함경도에서 흘러온 사람이기에 제목이 ‘관북 백성’이다. 거듭되는 흉년, 게다가 관의 무리한 수취로 유리하게 되는 사정은 비슷비슷한데 이 작품에서는 부세(賦稅)의 독촉에 못 견뎌 자기 자식을 종으로 파는 정황이 특이하다. 그리고 주인공 내외가 영영 헤어지던 날 새벽 부부간의 마지막 식사로 겨를 끓인 이야기, 갈림길에서 아주 작별하고 수염을 피눈물로 적셨다는 대목을 읽을 때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서사시가 발휘할 수 있는 감염력을 십분 살린 것이라 하겠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
3. 관북민에게 전하는 희망찬 메시지? 眼枯心長痛 面垢色不敷 눈은 말랐고 마음은 길이 애통하여 얼굴의 때로 안색이 펴지지 않는구나. 但聞我王仁 賑哺逮呴濡 다만 듣기로 우리 임금 어질어 진휼하여 먹이심이 곤궁한 이에게 미치리니 辛勤活老弱 願得見妻孥 부지런히 늙은 아내와 어린이가 살아 있다면 아내와 자식을 볼 수 있으리. 『震溟集』 卷之一 인용 전문 해설
2. 관북민이 전하는 기구한 사연 去年大雷雨 橫潦破天隅 “작년 크게 우레 치고 폭우 내리니 비끼는 폭우에 하늘 귀퉁이 부서진 듯했어요. 昨年夏霣霜 今年旱亦殊 작년 여름엔 서리 내렸고 올해는 가뭄이 또한 심해서 豆枯霧霏霏 大野委平蕪 콩은 말랐고 안개만 자욱하여 큰 들판은 버려져 황무지가 되었어요. 五載一不食 衆庶日益瘏 5년 간 한 번도 먹질 못하니 백성은 날마다 더욱 앓게 되었답니다. 向我去家時 鄕里督稅租 예전에 제가 집을 떠날 때에 마을에서 세금 독촉하니 老婦鬻小兒 轉充布帛輸 늙은 아내는 어린 자식 팔아 포백을 전환하고 충당하여 보내니 兒啼抱我頸 轉輾不得扶 아이는 나의 목을 안고 울고 엎치락뒤치락 붙들 수만은 없었죠. 恩愛遭逼迫 安得生死俱 은애도 핍박을 만난다면 어떻게 삶과 죽음을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1. 나를 보고 머슴 삼아 달란 관북민 哀哀關北民 行在京西途 애달프고 애달픈 관북의 백성이 가다가 서울의 서쪽 길에 있구나. 顚迫不得飧 顔色一何枯 전복되고 핍박 받아 저녁밥도 못 먹었으니 안색이 한결 같이 어찌도 여위었는가? 見我跪陳辭 叩頭乞爲奴 나를 보고 무릎 꿇고 진술하며 머리 조아리면서 “머슴 삼아 주십시오”라고 애걸하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시노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다 시노비란 중앙의 각사(各司)에 소속된 노비를 지칭하는데 각색 명목의 피지배층 가운데 특히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었던 모양이다. 박지원(朴趾源)은 이에 대한 논문에서 가괄(加括)ㆍ충액(充額)을 한답시고 외손의 외손, 외가의 외가로까지 연좌시키며, 장부는 당초 점검할 수 없는 형편에 “혹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혹 여자가 남자로 변하기도 하고 혹 시집 안 간 여자에게 소생을 따지고[或死者復起 或女化爲男 或未嫁而責其所生]”하는 등 “백골징포(白骨徵布)ㆍ황구첨정(黃口簽丁)보다 더욱 심한 데도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고 아픔이 뼛골에 사무쳐도 본색이 탄로날까 두려워 몰래 뇌물을 바치고 쉬쉬한다[此等有甚於白骨黃口 而猶不得發舒嗚寃 楚痛入骨 而猶恐或露暗地遺賂 而自掩鄰里..
시노비의 처참한 삶을 증언을 통해 듣다 시노비(寺奴婢) 권헌(權攇) 我過嶺南道 喧譁括奴婢 내가 영남의 길을 지날 적에 시끄럽게 머슴 포박해 가는데 丁男遭驅脅 婦女被繫累 남자들은 몰아치며 협박 당하고 여자들은 포박 당했으니 白日慘長衢 痛哭天色視 백주대낮 참혹한 사거리에서 통곡하며 하늘 올려다 보았네. 存者累隣族 死者枯骨髓 살아남은 이는 인족침징(隣族侵徵)에 연루시키고 죽은 이는 백골징포(白骨徵布)로 골수 마르게 하기 때문에 賤籍日已廣 民生日已苦 머슴의 명부는 날로 더욱 늘어가고 백성의 삶은 날로 더욱 괴로워지네. 昔行百家邑 重來惟荊杞 접때 일백 집이 있던 고을 지났는데 다시 오니 오직 가시덤불만 있어서 借問里中老 壯丁更何去 마을의 늙은이에게 “장정들 모두 어디로 갔나요?”라고 물으니 各司日推刷 奔逸駭雉兔 ..
제주에 걸식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이유와 해결책 제주걸자가(濟州乞者歌) 신광수(申光洙) 1. 탐라의 척박한 환경 때문에 거지들이 늘어가다 白頭蠻家女 焦髮蠻家兒 纍纍爲羣十數人 皆着半鞹黃狗皮 一身枯黑皮粘骨 飢不成音細如絲 口稱使道活人生 乞飯公庭日三時 赤棍牌頭嗔如雷 曳出門外鳴聲悲 我叱牌頭且莫禁 放使近前而問之 海島土薄頻歲荒 牛馬少者多流離 經冬入春半仆死 未死惟苦腹中饑 我聞此語不忍食 片肉餘飯每均施 ⇒해석보기 2. 성스런 임금의 덕화로 탐라의 헐벗음 낫게 하리 爾亦吾王之赤子 聖化無外唯一視 肅宗船轉三南粟 越海年年哺不死 至今島民泣先王 今上繼之尤恤爾 積米常發羅里倉 問瘼新歸繡衣使 都事雖客也王臣 哿以官人侮王民 眼前所見適爾輩 何限三州如爾人 况復風雨北船阻 米貴絶無如今春 近聞鬟帽凉臺不諭直 富者但用小米三升得 此邦富者能幾何 又失今農亦溝壑..
해설. 제주도에 떼를 지어 구걸하는 인간군상을 서술하다 이 시는 제주도에서 떼를 지어 구걸하는 인간군상을 만나보고 지은 것이다. 거지란 생활의 근거지로부터 이탈된 부류인데 중세기에는 만성적으로 발생했으므로 문학작품에도 종종 등장했다. 제주도는 고립된 섬인데다 워낙 척박한 땅이기 때문에 유리현상이 빈발하고 또 발생한 유민을 수용할 곳이 없었다. 제주 땅의 특수성을 이 시는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은 당초 불가능하여 육지에서 양곡이 반입된 사실, 겨울철이면 육지와의 교통이 두절되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 그리고 특히 말이 주민의 생계에 중요한 수단인데 흉년에 갓과 양태의 값이 헐값이 되고 그나마 팔리지 않는 사정 등등을 놓치지 않고 서술한 것이다. 그런데 작품은 거지들이 국왕의 인자..
2. 성스런 임금의 덕화로 탐라의 헐벗음 낫게 하리 爾亦吾王之赤子 “당신들은 또한 우리 임금의 자식들로 聖化無外唯一視 성스런 교화(敎化)는 밖이 없이 오직 한결같이 본다네. 肅宗船轉三南粟 숙종 적에 배를 삼남의 곡식에서 돌려 越海年年哺不死 바다 건너 해마다 먹여 죽지 않게 하셨기에 至今島民泣先王 지금에 이르도록 탐라의 백성들은 선왕에 감읍(感泣)한다네. 今上繼之尤恤爾 지금의 주상께선 그런 구휼을 이어 더욱 너희들을 가엾게 여겨 積米常發羅里倉 쌀을 쌓아두고 항상 탐라의 마을 창고에 보내주시고 問瘼新歸繡衣使 폐해를 물으러 새로 수놓은 옷을 입은 사또를 돌아오게 했네. 都事雖客也王臣 도사인 나는 비록 객지인(客地人)이지만 임금의 신하이니 哿以官人侮王民 관직에 있는 사람으로 임금의 백성을 모욕줄 만하겠습니까? ..
1. 탐라의 척박한 환경 때문에 거지들이 늘어가다 白頭蠻家女 焦髮蠻家兒 흰 머리의 탐라 계집들, 탄 머리카락의 탐라 아이들. 纍纍爲羣十數人 줄지은 무리 수십 명이 皆着半鞹黃狗皮 모두 반절 가죽의 누런 개털만 입었네. 一身枯黑皮粘骨 한 몸 마른 채 탔고 살은 뼈에 붙었으며 飢不成音細如絲 굶주려 소리조차 내지 못해 가느다란 소리 실 같네. 口稱使道活人生 입으로 ‘사또님 사람의 인생 살려주셔요.’라고 말하며 乞飯公庭日三時 관아의 정원에서 날마다 세 번 밥을 구걸하니 赤棍牌頭嗔如雷 붉은 몽둥이 든 사령(使令) 화내는 게 우레 같아 曳出門外鳴聲悲 관아 문 밖으로 끌어내니 우는 소리 구슬프네. 我叱牌頭且莫禁 나는 패의 우두머리 꾸짖고 또한 혼금(閽禁)하지 말라하고서 放使近前而問之 사령(使令)을 놓아주고 앞으로 가까..
자맥질의 현장을 그리며 사회적 비판의식을 담다 잠녀가(潛女歌) 신광수(申光洙) 1. 생계 걱정 없다던 해녀의 소문을 믿지 않다 耽羅女兒能善泅 十歲已學前溪游 土俗婚姻重潛女 父母誇無衣食憂 我是北人聞不信 奉使今來南海遊 ⇒해석보기 2. 해녀들의 자맥질을 스케치 하다 城東二月風日暄 家家兒女出水頭 一鍬一笭一匏子 赤身小袴何曾羞 直下不疑深靑水 紛紛風葉空中投 北人駭然南人笑 擊水相戲橫乘流 忽學鳧雛沒無處 但見匏子輕輕水上浮 斯須湧出碧波中 急引匏繩以腹留 一時長嘯吐氣息 其聲悲動水宮幽 ⇒해석보기 3. 논평①: 자맥질의 위험함 人生爲業何須此 爾獨貪利絶輕死 豈不聞陸可農蠶山可採 世間極險無如水 能者深入近百尺 往往又遭飢蛟食 ⇒해석보기 4. 논평②: 전복에 담긴 애환을 모르는 서울 고관들 自從均役罷日供 官吏雖云與錢覓 八道進奉走京師 一日幾駄生..
해설. 노동현장에서 해녀의 모습을 그리다 시인 신광수는 1764년(영조 40년) 정월에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로서 제주도에 갔었다. 그때 45일 동안을 섬에 머물면서 견문(見聞)한 인간들의 모습과 풍물들을 두루 시폭(詩幅)에 담아 『탐라록(耽羅錄)』이란 시집을 엮었다. 지금 이 「잠녀가(潛女歌)」와 「제주걸자가(濟州乞者歌)」는 『탐라록(耽羅錄)』에 수록된 것이다. 이 시는 제주도 잠녀의 삶을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서술한 것이다. 전체를 5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제1부는 시인이 전에 잠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있을까 의심했다가 직접 제주 땅을 밟게 된 것으로 서두를 꺼낸다. 제2부는 잠녀들이 바다로 나가 작업하는 광경이다. 잠녀들의 즐겁고 활기찬 노동현장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시인은 ..
5. 나라도 자맥질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하리라 潛女潛女 해녀여 해녀여! 爾雖樂吾自哀 너는 비록 즐겁겠지만 나는 절로 애달프오. 奈何戲人性命累吾口腹 어찌 남의 생명을 장난치며 나의 먹고 살 걱정만을 하리오? 嗟吾書生 아! 나 서생이라 海州靑魚亦難喫 해주의 청어도 또한 맛보기 어려우니 但得朝夕一䪥足 다만 아침저녁으로 한 접시의 해초라도 얻을 수 있다면 족하다네. 『石北先生文集』 卷之七 인용 전문 해설
4. 논평②: 전복에 담긴 애환을 모르는 서울 고관들 自從均役罷日供 균역법 시행된 이후로 날마다 공급하는 것 멈춰 官吏雖云與錢覓 관리들이 비록 ‘돈을 주고 사죠’라 말하지만 八道進奉走京師 팔도의 진상품이 서울로 달려가니 一日幾駄生乾鰒 하루에서 몇 번이나 산 전복이나 마른 전복 실었던가? 金玉達官庖 綺羅公子席 금관자 옥관자나 고관의 부엌이나 비단옷 입은 공자의 자리에 놓이니 豈知辛苦所從來 어찌 전복이 오르기까지의 괴로움을 알리오? 纔經一嚼案已推 겨우 한 번 씹자마자 밥상을 이미 밀어버리네. 인용 전문 해설
3. 논평①: 자맥질의 위험함 人生爲業何須此 인생에서 업 삼을 게 어찌 반드시 이것 뿐이랴? 爾獨貪利絶輕死 너는 홀로 이익을 탐하느라 매우 죽음을 가벼히 여기는 구나. 豈不聞 어찌 듣지 못했는가? 陸可農蠶山可採 뭍에선 농사 짓고 누에 치며 산에선 채취할 수 있는데 世間極險無如水 세상 사이에서 매우 험하기로 물 같은 것 없다는 걸. 能者深入近百尺 자맥질 잘 하는 사람은 깊이 거의 100자나 들어가 往往又遭飢蛟食 이따금 또한 굶주린 교룡에게 먹힘 당하네. 인용 전문 해설
2. 해녀들의 자맥질을 스케치 하다 城東二月風日暄 탐라성의 동쪽은 2월인데도 바람과 날이 따스하니 家家兒女出水頭 집집마다 계집애들 물머리로 나오네. 一鍬一笭一匏子 하나의 가래와 하나의 어롱(魚籠)과 하나의 박을 가지고 赤身小袴何曾羞 맨몸에 소과를 입었지만 무에 일찍이 부끄러우리? 直下不疑深靑水 곧장 내려가 의심치 않고 푸른 물에 깊이 들어가니 紛紛風葉空中投 어지러이 바람 맞은 잎사귀가 공중에 던져지듯하네. 北人駭然南人笑 뭍 사람은 놀라는데 탐라사람들은 웃고 擊水相戲橫乘流 물을 치며 서로 장난 치며 제멋대로 파도 타지. 忽學鳧雛沒無處 오리새끼를 배운 듯 홀연히 간 곳 없이, 但見 다만 보이 거라곤 匏子輕輕水上浮 박만 가볍디 가볍게 물 위에 떠 있다가 斯須湧出碧波中 어느 새엔가 푸른 파도 속에서 용솟음쳐 나..
1. 생계 걱정 없다던 해녀의 소문을 믿지 않다 耽羅女兒能善泅 탐라의 여자는 잘 헤엄칠 수 있으니 十歲已學前溪游 10살에 이미 배워 앞 시내에서 헤엄 친다네. 土俗婚姻重潛女 토속엔 혼인함에 해녀를 중하게 여기기에 父母誇無衣食憂 부모는 ‘우리 딸과 혼인하면 옷 입고 먹는 것에 근심이 없어요’라고 자랑한다지. 我是北人聞不信 나는 북쪽의 뭍 사람이라 듣고서도 믿지 않았고 奉使今來南海遊 사명을 받들고 이제 제주 바다에 와서 벼슬살이하게 되었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밑바닥 인생에 대한 애정을 간결한 구성에 담다 가난한 집에서 종노릇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가난한 상전은 영락한 양반에 속할 것이다. 가세(家勢)가 노비들을 거느릴 형편이 못 되는 데다 자신이 노동을 감당하지도 못한다. 하나 있는 계집종이 집안일은 물론 산에 가서 나무까지 해와야 하는 것이다. 가난한 댁에서 종노릇하는 소녀의 고달픔은 특별한 바 있다. 주인공 소녀는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낫을 부러뜨리고 또 다리를 다친다. 이 두 가지 사고에서, 몸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린 편에 보다 비중을 두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부러진 한 자루 낫만 걱정하고 있다. 왜 그럴까? 소녀가 집에 돌아와서 마님과 샌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장면에서 사정을 납득하게 된다. “샌님의 꾸중은 들을 만해..
해설. 고기잡이의 생동감과 사회적 안목, 생명존중 사상이 담기다 이 시의 창작연대는 임술, 즉 1742년(영조 18년)으로 밝혀져 있다. 작자는 당시 38세로 자기 고향과 가까운 추곡(楸谷)이란 곳에 우거해 있었는데, 그 근방 강가에서 물고리를 잡는 정경을 목도(目睹)하고 시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에서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고기 잡는 일이 신선하고 동적인 긴장감을 주면서 그려지는데 동시에 사회적 안목이 들어간 것이다. 어부나 고기잡이는 전통적으로 문학예술의 친숙한 소재인데 대부분 유한적ㆍ정태적인 것이다. 어부가(漁夫歌) 계열의 노래가 그렇고 한가로이 낚시를 담그고 앉아 있는 그림이 그러하다. 여기 작중에서 고기잡이는 괴로운 공납이요, 먹고살기 위한 노동이다. 미적 지향..
어부들이여 그대 사정은 알겠으나 치어는 잡지 마시라 관차어(觀叉魚) 송명흠(宋明欽) 寒冬十月江湖合 추운 겨울 10월이라 강과 호수가 얼어붙었는데 叉魚之子相逢揖 물고기 찔러 잡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읍하네. 老翁激石把長鋤 늙은이는 긴 호미 잡고서 바위 쳐대고 少者椎冰理輕楫 젊은이는 가벼운 노 휘둘러 얼음 깨대는데 漁父無所爲 어부는 하는 일 없이 兀然擁叉船頭立 꼿꼿하게 작살 잡고 뱃머리에 서 있네. 齊呼魚出游 다 같이 ‘고기 나와 논다.’고 부르짖으니 漁父半攲靑篛笠 어부는 반쯤 푸른 대껍질 삿갓을 기울여 쓴 채 叉不輕發發不虛 작살을 가벼이 던지지 않아 던질 때마다 헛됨이 없으니 爾曹知在湖邊習 너희들 물가에 살아서 익숙한 걸 안다네. 大魚如尺小如刀 큰 물고기는 한 자나 되고 작은 물고기는 칼 정도의 크기라 蒲..
무자년(1768) 가을 풍년이 들었음에도 유민이 있는 이유 무자추애개자(戊子秋哀丐者) 송규빈(宋奎斌) 1. 한기가 서서히 느껴지는 가을의 황금벌판 秋容焂廖廓 溪閣漸生凉 萬實垂成日 黃雲四野張 ⇒해석보기 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嗟爾何處人 扶挈到此方 云是東峽民 無食離家鄕 四月下霜雹 五月遍螟蝗 才經催剝餘 又逢蟲損傷 始從瀧上黍 迤及水中秧 根穗皆蝕盡 處處莽空場 半歲費辛苦 逢秋却成荒 十口皆呼饑 焉望有蓋藏 東家鬻牛馬 西隣伐棗桑 糴期忽已迫 身布又遑遑 官差猛如虎 臨門肆槍攘 環顧一室中 四壁惟頹墻 深恐連縷洩 盡賣弊衣裳 哀哀幼稚哭 索飯呼爺孃 安土豈非願 故鄕拒可忘 甁無一粒粟 將何繼秕慷 一日不再食 立地見危亡 難於坐待死 百計費商量 率眷作流丐 天壤何茫茫 痛哭辭故里 血淚西白楊 傳聞他郡邑 往往登豊穰 我土..
해설. 유민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 역시 유민(遺民)을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엮은 형식이다. 전근대사회에서는 흉년이 거의 주기적으로 찾아든데다 제반 수탈의 무절제는 구조적 현상이었다. 따라서 유민은 관행처럼 발생했거니와 그렇다고 무심히 넘길 일이 결코 아니었다. 유민의 시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데 한편 한편 뼈아픈 사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느껴야 할 것이다. 「무자추애개자(戊子秋哀丐者)」이라는 제목에 먼저 시간적 구체성을 박았는데 내용에서도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중의 유민은 자기의 고향을 몹시 그리워한다. 그럴수록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절박하게 생각되며, 또 그러도록 방치하고 조장했던 그 고을 수령에 대한 책임이 크게 돌아가는 것이다. 시인은 이 유민..
3. 흉년에 아무 일도 못하는 관아를 혁파하는 방법 老我聞此言 不覺涕盈匡 늙은 내가 이 말을 듣고서 눈물이 광주리 채우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네. 天心爲至公 好生本無疆 하늘의 마음은 지극히 공정해 살리길 좋아함에 본래 끝이 없지만 古今有災沴 流行本無常 예나 지금이나 재앙과 해침이 있어 움직이니 본래 항상적이지 않다네. 儉歲何代無 救荒賴發倉 흉년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는가? 황폐함 구제하려 창고를 열음에 힘입었지. 立視不拯溺 焉用彼黃堂 서서 보고서 빠진 이 건져내지 않을 것이면 어디에 저 관아를 쓸 것인가? 黃堂皆如此 黎民安所望 관아가 모두 이처럼 무관심하다면 백성이 어디에 바랄 것인가? 牧御非小可 何不揀否臧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사소한 게 아니니 어찌 선하고 나쁜 이를 가리지 않겠는가? 若究災與祥 必先理陰..
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嗟爾何處人 扶挈到此方 아! 당신들은 어느 곳 사람들이기에 붙들고 이끌며 이 지방에 이르렀소? 云是東峽民 無食離家鄕 말하네. “동쪽 골짜기 백성으로 먹을 게 없어 집과 고향 떠났지요. 四月下霜雹 五月遍螟蝗 4월인데도 서리와 우박이 내렸고 5월에 벼멸구 들끓어 才經催剝餘 又逢蟲損傷 겨우 꺾이고 벗겨짐 경험한 나머지에 또한 벌레로 인한 손상 만났지요. 始從瀧上黍 迤及水中秧 처음엔 여울 가 기장으로부터 이어져 논 속 벼에까지 미치니 根穗皆蝕盡 處處莽空場 뿌리와 이삭 모두 먹어 치웠고 곳곳마다 황량히 텅빈 벌판이 되었죠. 半歲費辛苦 逢秋却成荒 반해 동안 고생을 했는데 가을이 되었음에도 도리어 거친 벌판을 이루었어요. 十口皆呼饑 焉望有蓋藏 열 식구 모두 굶주..
1. 한기가 서서히 느껴지는 가을의 황금벌판 秋容焂廖廓 溪閣漸生凉 가을 분위기가 갑자기 스산하여 시내 누각엔 점점 추위 느껴지네. 萬實垂成日 黃雲四野張 온갖 열매 맺힐 때 누렇게 익은 벼가 사방 벌판에 펼쳐져 있네. 인용 본문 해설
해설. 어설픈 기대보다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담다 시의 작자 정민교(鄭敏僑)는 1725년(영조 1년)에 평안도 감사 밑에서 해세를 감독하는 일을 맡아보았다. 그때 연해 고을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굶주리는 정경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웠다. 이 시는 당시 목도한 사실을 잡아서 쓴 것이다. 중세사회에서 민(民) 일반은 국가에 대해 역(役)을 의무로 지고 있었다. 역도 갖가지 명목이 있었지만 군역(軍役)이 그중에 대종(大宗)을 이루었다. 조선왕조는 16세에서 60세까지의 남성을 정(丁)으로 파악하여, 여기 해당하는 남자는 모두 군정(軍丁)이 되었다. 제목이 그렇듯 이 시는 군정의 문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작중에서처럼 갓 태어난 아기가 군정으로 뽑히는 사례도 허다했다. 황구첨정(黃口..
점고 받으러 갔다가 유복자마저 죽은 아낙의 울부짖음 군정탄(軍丁歎) 정민교(鄭敏僑) 朔風蕭瑟塞日落 북풍의 싸늘한 바람 불고 변방에 해 지니 孤村有女呼天哭 외로운 마을에 아낙이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네. 牛山歸客不堪聽 우산에서 돌아오던 나그네는 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駐馬欲問心悽惻 말을 머물러두고 물으려 하니 마음은 서글프고 측은하네. 自言其夫前年死 아낙 스스로 말하네. “남편은 지난해에 죽었는데 夫死幸有兒遺腹 남편은 죽었지만 다행히 유복자(遺腹子)인 아이 있었죠. 生男毛髮尙未燥 아들을 낳아 머리칼 아직도 마르지 않았는데 里任報官充軍額 이임이 관아에 보고하여 군액을 충당했죠. 襁褓兒付壯丁案 보자기 싸인 아이가 장정의 군적(軍籍)에 편입되어 旋復踵門身布督 선회했다가 다시 문에 와서 신포 독촉하더군요. 昨日..
번화하던 조강이 한순간에 쇠퇴해진 이유 조강행(祖江行) 신유한(申維翰) 1. 장삿배들이 연일 들락거릴 정도로 번성한 항구 扁舟泊祖江 暮宿江村廬 洪濤若噴雪 澎湃騰空虛 江村老翁髩皚皚 自言生在此港居 祖江一名三歧河 是爲三江合朝滄海波 南通湖海西樂浪 舳艫相屬如飛梭 魚塩果布米作山 此港一日千帆過 長年黃帽何郡郞 賈客靑絲金叵羅 皆言漢水苦難越 笑問當壚沽酒娥 羅敷初緫䯻 莫愁工畫蛾 纖纖柳枝腰 艶唱春眠歌 江流日日變春酒 醉擲金錢喚少婦 月落潮生船上語 韶華澹蕩江頭柳 年年此港盛繁華 北客羞誇浿江口 ⇒해석보기 2. 번성하던 항구의 모습은 어디로? 自從八路頻水旱 世事人情看漸換 布帆如雲櫓軋軋 誰復回頭望江岸 東隣北里盡蕭索 錦袖花釵風渙散 春田學種稼 秋竈供樵爨 夫寒未授衣 女飢不得粲 祗今烟戶似晨星 但看挂壁漁簑腥 漁簑釣艇暮虛歸 江中風急雨冥冥 眼前盛衰那..
해설. 조강의 번영과 쇠퇴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다 조강(祖江)은 한강 초입에 위치한 포구로 수운(水運)의 요충지였다. 이 시는 조강의 옛날과 오늘의 변모를 서술하고 있다. 시인이 조강에 정박(碇泊)하여 하룻밤 묵게 된 것이 이 시를 쓴 계기였다. 시인은 한 노인을 만나서 조강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조강의 과거의 번영, 오늘의 쇠퇴가 풍물 세태의 구체적 묘사를 통해서 재미나게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노인의 늙어 시든 얼굴에 조강의 허전한 정경이 조응(照應)을 이룬다. 또한 시인의 마음까지 침울해져서 민생을 피폐하게 만든 현실 전반으로 의식이 확장되는 것이다. 시인은 이제 벼슬살이에 환멸(還滅)을 느껴 낙향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를 끝맺는다. 이 시에서 조강이 예전에 번영하던 형편은 충분히..
3. 백성의 삶 피폐해져 가는데도 난 아무 것도 하질 않네 使君聞此意茫然 사또인 나는 이것을 듣고선 의기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해져 沈吟落筆當秋天 속으로 읊조리다가 붓을 떨어뜨리니 가을날에 해당했네. 爾不識 그대 알지 못하는가? 三南一百古名州 삼남 일백의 예로부터 이름난 고을들에서 官娃掉頭拋金鈿 관기들이 고개 저으며 그만 두겠다고 금비녀 던지던 것을. 坐思民生凋弊盡 앉아 백성 삶의 시들고 피폐해짐 생각하니 吾獨胡爲不種伽倻數畒田 나만 홀로 무엇 때문에 가야의 몇 이랑 밭에 심지 않고 있는가?『靑泉集』 卷之二 인용 전문 해설
2. 번성하던 항구의 모습은 어디로? 自從八路頻水旱 팔도에 자주 홍수와 가뭄이 들면서부터 世事人情看漸換 세상의 일과 사람의 정이 점점 바뀌는 걸 보았죠. 布帆如雲櫓軋軋 펼친 돛 구름 같았고 노 삐걱댔지만 誰復回頭望江岸 누가 다시 머리 돌려 강 언덕의 번화한 모습 바라보리오? 東隣北里盡蕭索 동쪽 이웃과 북쪽 마을은 모두 스산해져 錦袖花釵風渙散 금색 비단 옷소매와 꽃비녀는 바람에 흩어져버렸죠. 春田學種稼 秋竈供樵爨 봄 밭에서 씨뿌려 심기 익히고 가을 부뚜막엔 나무해 불 때길 공급해보지만 夫寒未授衣 女飢不得粲 사내는 추운데도 입을 옷 없고 아내는 주렸지만 먹을 수 없었죠. 祗今烟戶似晨星 다만 이제 밥불 때는 집은 새벽 별처럼 적어 但看挂壁漁簑腥 다만 벽에 걸려 있는 걸 보니 어부 도롱이의 비린내 뿐이죠. 漁簑..
1. 장삿배들이 연일 들락거릴 정도로 번성한 항구 扁舟泊祖江 暮宿江村廬 조각배 조강에 대고 저물자 강촌 여관에 묵네. 洪濤若噴雪 澎湃騰空虛 파도는 눈을 내뿜는 것 같이 확 퍼지며 공중에 치닫네. 江村老翁髩皚皚 강촌 할배 귀밑머리 희끗희끗 自言生在此港居 스스로 말하네. “태어나 이 마을에서 살아 祖江一名三歧河 조강은 일명 세 갈래의 물줄기인 삼기하인데 是爲三江合朝滄海波 이것이 세 강이 조수에 합하여 푸른 바다의 파도가 되죠. 南通湖海西樂浪 남쪽으로 충청의 바다, 서쪽으론 낙랑과 통해 舳艫相屬如飛梭 배의 선두와 선미가 서로 잇닿아 나는 북 같고 魚塩果布米作山 물고기, 소금, 과일, 베, 쌀이 산을 이루어 此港一日千帆過 이 마을 하루에 천 대의 배가 지나죠. 長年黃帽何郡郞 누런 모자 쓴 사공은 어느 군의 낭군..
해설. 천길 낭떠러지에서 이익을 위해 석이 따는 인민의 삶 이 시는 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석이버섯을 채취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서울 근교에 있는 도봉산 만장봉(萬丈峯)은 지금 보아도 깎아세운 듯 하늘 위로 우뚝하다. 시는 이러한 만장봉의 형상을 첫머리서 클로즈업시킨 다음, 거기에 자생하는 석이버섯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리하여 석이버섯의 이익을 탐내는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어 석이를 채취하는 위태로운 작업을 자세히 묘사하는데 그 아슬아슬한 가운데서 이익에 골몰하는 태도, 그러면서도 불안해 걱정하는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와 같이 특이한 제재를 취했지만 생활적ㆍ사회적 내용을 담지 했으며, 표현 구성이 힘차고 긴박감을 준다. 시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석이를 따는 것을 사회적 모순의 일부로 인식한다. ..
석이의 노래 석이행(石耳行) 이병연(李秉淵) 萬丈之峯直上天 만 길이 봉우리 곧바로 하늘로 솟고 全壁削成松不枳 모든 벼랑 깎아져 소나무도 못 자라네. 嵐蒸霧歊石色靑 산안개 쪄 오르니 바위 색마저 시커매 人言峯半産石耳 사람들은 “봉우리의 허리춤에서 석이가 나요.”라고 말한다네. 楊州有氓趫而貪 양주고을 백성들 잽싸게 석이를 찾아다니니 白首輕身利於此 늙은이도 몸을 경시하여 이것에서 이익을 보려고 山背微縫去因緣 산등성이 실 같은 길을 따라 올라 旣臨其巔利在底 이미 봉우리에 올라보니 저 밑에 이물이 있네. 齋香祭神訴貧窮 재계하고 향을 사르며 신에게 제사하면서 가난함을 하소연 하고 四顧彷徨拚一死 사방을 둘러보고 배회하다 한 번 죽기로 작정하고선 絞麻百尺分兩端 삼을 백 척으로 꼬아 양 갈래로 나눠 纒在石角在腰裏 돌 뿌..
무안의 백성 면해민(綿海民) 임상덕(林象德) 1. 사람 낯빛이 아닌 굶주린 남자와 여자를 보다 客行自蘆嶺 禾稼滿原陸 道有翳桑人 男行女隨哭 草涉泥露霑 黃黑無人色 借問此何人 今向何州適 ⇒해석보기 2. 가뭄에 죽은 아내, 남은 어린 자식과 자신은 군적에 편입되다 自言綿海住 終身事南陌 皇天旱吾州 田畒年年赤 麥臞婦飢卒 山棄風雨暴 死者良已安 生者難終育 子簽於蘭防 身屬京騎籍 ⇒해석보기 3. 밭이 있음에도 농사도 짓지 못하고 유리걸식해야만 하네 老媼背貼兒 失乳鳴呃呃 指言去歲生 生已隷司僕 鱗鱗印帖降 札札誰鳴織 東隣有富屋 百指垂纖白 無身我何患 有身吏鞭扑 人生愛膚體 等死猶有擇 代代良家子 不忍化盜賊 極知流離死 且復辭楚毒 籬前小田在 我行不種麥 懸知賦役出 官許里人鬻 雖種非我有 未種猶戀惜 咄此亦天運 非我獨罹厄 故鄕餘幾人 他鄕渾故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