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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산촌의 집을 방문하다방산가(訪山家) 이용휴(李用休) 松林穿盡路三丫 立馬坡邊訪李家 田父擧鋤東北指 鵲巢村裏露榴花 『靑莊館全書』 卷三十五 해석松林穿盡路三丫 송림천진로삼아 소나무 숲길 지나니 세 갈래 갈림길立馬坡邊訪李家 립마파변방이가 언덕에 말 세우고 이가네 집 찾아가네.田父擧鋤東北指 전부거서동북지 밭일하던 할아버지 호미 들고 동북쪽을 가리키니, 鵲巢村裏露榴花작소촌리로류화까치 둥지 있는 마을, 석류꽃 보이는 집. 『靑莊館全書』 卷三十五 해설이 시는 벗이 있는 시골집을 방문하면서 지은 시이다. 말을 타고 소나무 숲을 지나니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언덕 가에 말을 세우고 언덕에 올라 친구집을 찾아본다. 그래도 알 수 없어 주변에 있는 농부에게 물었더니, 농부는 호미를 들어 친구의 집이 있는 ..
문주에 부임하는 탁경 김조윤을 전송하며송김탁경지임문주(送金擢卿之任文州) 이용휴(李用休) 搏兔與搏象 獅子用全力 박토여박상 사자용전력 無論官大小 惟當盡其職무론관대소 유당진기직 勿以官視官 官事卽家事물이관시관 관사즉가사此義久不講 所以無善治차의구불강 소이무선치 監司書上考 御史奏異政감사서상고 어사주리정不如窮村民 相對頌治行불여궁촌민 상대송치행 失手誤觸刺 不覺發通聲실수오촉자 불각발통성須念訟庭下 露體受黃荊수념송정하 로체수황형 四窮君居二 其苦心自知사궁군거이 기고심자지窮民各有苦 所宜軆認之궁민각유고 소의체인지 取財旣傷廉 取名亦好勝취재기상렴 취명역호승但爲所當爲 自有神明聽단위소당위 자유신명청 蜜蜂喧蕎花 茭雞出䆉稏밀봉훤교화 교계출파아謂御且徐驅 恐傷田畔稼위어차서구 공상전반가 『𢾡𢿜集』 해석搏兔與搏象 獅子用全力 토끼 잡을 때와 코끼리..
광주 분원에서 20여일 머물며 무료한 중에 두보의 기주가체(夔州歌體)를 본 떠 우리말을 섞어 장난삼아 절구를 짓다 주분원이십여일 무료중효두자미기주가체 잡용리어 희성절구(住分院二十餘日 無聊中效杜子美夔州歌體 雜用俚語 戱成絶句) 이하곤(李夏坤) 宣川土色白如雪 御器燔成此第一 監司奏罷蠲民役 進上年年多退物 御供器皿三十種 本院人情四百駄 精粗色樣不須論 直是無錢便罪過 『頭陀草』 冊三 해석 宣川土色白如雪 선천토색백여설 선천의 흙 색깔은 희어 눈 같네. 御器燔成此第一 어기번성차제일 임금의 그릇이 구워 만들어지는데 여기 것이 제일이야. 監司奏罷蠲民役 감사주파견민역 감사가 주청(奏請)하길 마치면 백성들의 부역이 줄어들려나. 進上年年多退物 진상년년다퇴물 진상품이 해마다 퇴짜 맞는 그릇이 많은데. 御供器皿三十種 어공기명삼십종 임금..
내가 남쪽으로 온 지 수년째, 그때에 재상에게 배척으로 연이어 글을 써서 면직을 요청하느라 여러 읍에 순행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벼슬을 그만둬, 부질없이 7언절구를 지어, 두루 한 길 산천과 풍속을 서술하여 유람을 대신한다. 여래남경년 이이시재지척 연장걸면 부득순행열읍금장체귀 만부칠절 역서일로산천풍속 이체유람(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巡行列邑今將遞歸 漫賦七絶 歷叙一路山川風俗 以替遊覽) 이의현(李宜顯) 良州勝觀亦云多 雙碧登來梵宇過別是黃江遊可樂 女郞猶唱鄭誧歌 『陶谷集』 卷之一 해석良州勝觀亦云多량주승관역운다양주에 명승지 또한 많다고 하니, 雙碧登來梵宇過쌍벽등래범우과쌍벽루【쌍벽루(雙碧樓): 양산시 북부동에 있는 누각으로, 옛날에 누각 아래에 시내가 흐르고 맞은편에 넓고 푸른 대나무 밭이 있어 서로 ..
이숙장의 만사이숙장만(李叔章挽) 홍세태(洪世泰) 種穀不須嘉 嘉者多不實종곡불수가 가자다불실作人不須才 才者輒夭折작인불수재 재자첩요절 久病喜相見 幽窻雪中語구병희상견 유창설중어今朝哭君來 昨日留客處금조곡군래 작일류객처 我作短歌行 送君從此去아작단가행 송군종차거懷璧卽爲罪 造物寧置汝 회벽즉위죄 조물녕치여 『柳下集』 卷之七 해석種穀不須嘉 嘉者多不實곡식을 심는데 꼭 좋은 씨일 필욘 없다. 좋은 씨여도 많이 열매 맺질 못하니.作人不須才 才者輒夭折사람을 지어낼 때 꼭 재주 있는 사람일 필욘 없다. 재주 있는 사람은 번번이 요절하니. 久病喜相見 幽窻雪中語오랜 병에도 서로 보니 좋고 그윽한 창에서 눈 내린 중에 말 나눴지. 今朝哭君來 昨日留客處오늘 아침 그대 곡하고 온 곳 어제 나그네 머물던 곳이지. 我作短歌行 送君從此去내가 짧..
시금치파릉(菠薐)민가에선 시근채라고 말한다[俗名時根菜] 김창업(金昌業) 菠薐傳數名 其始出波羅 파릉전수명 기시출파라 我國有俗稱 恐是赤根訛 아국유속칭 공시적근와 『老稼齋集』 卷之二 해석菠薐傳數名 其始出波羅 시금치는 여러 이름이 전해지는데 처음에 페르시아에서 나왔네. 我國有俗稱 恐是赤根訛 우리나라에선 속칭이 있는데 아마도 적근의 와전인 듯. 『老稼齋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특이하게도 시금치를 소재로 읊은 시로, 시금치에 대한 기록은 이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파릉은 김창업이 시근채(時根菜)라고 주를 달아놓았다. 시금치는 페르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파사채, 파사초, 파채라고도 했으며, 조선에서는 뿌리가 붉어 적근채(赤根菜)라고도 했다.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선조조(宣祖朝) 이하..
천지자연이 나를 통해 글이 된다 이언인 일난(俚諺引 一難) 이옥(李鈺) 이언은 내 의지로 지은 게 아니다 或問曰: “子之俚諺, 何爲而作也? 子何不爲國風爲樂府爲詞曲, 而必爲是俚諺也歟?” 余對曰: “是非我也, 有主而使之者. 吾安得爲國風樂府詞曲, 而不爲我俚諺也哉? 觀乎國風之爲國風, 樂府之爲樂府, 詞曲之不爲國風樂府, 而爲詞曲也, 則我之爲俚諺也, 亦可知矣.” 글이란 천지자연이 쓰도록 하는 것이다 曰: “然則, 彼國風與樂府與詞曲, 與子之所謂俚諺者, 皆非作之者之所作歟?” 曰: “作之者, 安敢作也? 所以爲作之者之所作者, 作之矣. 是誰也? 天地萬物, 是已也. 天地萬物, 有天地萬物之性, 有天地萬物之象, 有天地萬物之色, 有天地萬物之聲.總而察之, 天地萬物, 一天地萬物也; 分而言之, 天地萬物, 各天地萬物也. 風林落花, 雨樣紛堆..
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만의 시에 차운하며야등연광정 차조정이운(夜登練光亭 次趙定而韻) 김창흡(金昌翕) 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악유서객 관하우박유 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수신유청월 복야재고루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검무어룡정 배행성한류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계명상고기 류흥목란주 『三淵集』 卷之八 해석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산 그윽한 곳에 깃들어 사는 나그네, 관하에서 또한 정처 없이 떠도네.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몸을 따르는 것은 맑은 달이요, 밤을 선택한 곳은 높은 누각 때문이다.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칼춤에 물고기 고요하고, 잔 돌자 은하수 흐른다.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닭울음에 서로 돌아보고 일어나 목란 배에 흥 머물러 뒀지. 『三淵集』 卷之八 해설이 시는 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이의 시에 차운한 것으로, 역대 연광정에서 ..
속리산을 찾아가며 방속리산(訪俗離山) 김창흡(金昌翕) 江南遊子不知還 古寺秋風杖屨閒 笑別鷄龍餘興在 馬前猶有俗離山 『三淵集拾遺』 卷之一 해석 江南遊子不知還 강남유자부지환 강남에서 놀던 이 돌아올 줄 모르고 古寺秋風杖屨閒 고사추풍장구한 옛 사찰의 가을바람에 행장은 한가해. 笑別鷄龍餘興在 소별계룡여흥재 웃으며 계룡을 떠나니 흥은 남아 있었는데 馬前猶有俗離山 마전유유속리산 말 앞에는 오히려 속리산이 있구나. 『三淵集拾遺』 卷之一 해설 이 시는 길을 나서기 좋아하던 김창흡이 갓 20살이 넘은 젊은 시절에 계룡산을 떠나 속리산을 찾아가며 지은 시이다. 한강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나그네는 돌아올 줄을 모른다. 오래된 고즈넉한 절에 가을이 찾아와 바람이 일자, 집으로 돌아갈 생각 없이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거닌다. 산이..
정동명의 만사 정동명만(鄭東溟挽) 남용익(南龍翼) 東方幸有鄭東溟 萬丈光輝燭帝庭 一夜靑臺天象變 文星落並老人星 工部之詩太史文 一人兼二古無聞 雷霆霹靂來驚耳 谿谷先生昔所云 敬行一出萬人空 獨繼千秋樂府風 欲問遺音無覓處 淮南鷄犬白雲中 沈冥酒裏亦從容 至愼其惟阮嗣宗 今日一杯雖欲進 只應澆土未澆胸 『壼谷集』 卷之七 해석 東方幸有鄭東溟 동방행유정동명 우리나라에 다행히 정동명이 있어 萬丈光輝燭帝庭 만장광휘촉제정 만 길의 빛줄기가 황제의 뜰을 비추네. 一夜靑臺天象變 일야청대천상변 한 밤의 청대【청대(靑臺): 황천(黃泉)이나 중천(重泉)과 같은 말이다.】에서 하늘의 상이 변하니 文星落並老人星 문성락병로인성 문성에 아울러 노인성까지 졌네【문장에 뛰어난 노성한 분이 죽었다는 뜻이다. 문성은 규성(奎星)으로, 문운(文運)을 주관하는 별..
정두경의 웅장하기만 한 시를 비판하다 김창흡(金昌翕) 洪萬選來自其大人北評事餞席, 歷誦滿朝公卿詩章幾數十篇, 先生極稱其強記. 聽至東溟‘胡地群山北極來, 結爲長白勢崔巍.’ 先生哂之曰: “每作此雄大語.” 『三淵集拾遺』 / 『靜觀齋先生續集』 해석 洪萬選來自其大人北評事餞席, 홍만선이 아버지 홍주국(洪柱國)의 북평사 전별연(餞別宴)에서 돌아와 歷誦滿朝公卿詩章幾數十篇, 온 조정의 공경(公卿)들의 몇 수십 편의 시를 일일이 외우자 先生極稱其強記. 선생께서 기억력이 좋다고 매우 칭찬하셨다. 聽至東溟‘胡地群山北極來, 結爲長白勢崔巍.’ 동명 정도경이 지은 아래의 시구(「북평사 홍주국 전송하면서 겸하여 절도사 춘장 영공께 보내며[送北評事 洪柱國 兼寄節度使春長令公]」를 듣고선, 胡地群山北極來 오랑캐 땅의 모든 산이 북극에서 내려와..
성산에서 구용의 옛 집을 지나며성산과구용고택(城山過具容故宅) 권필(權韠) 城山南畔是君家 小巷依依一逕斜 浮世十年人事變 春來空發滿山花 春陰漠漠向黃昏 空巷無人雀自喧獨有山陽舊儔侶 不聞隣笛也消魂 『石洲集』 卷之七 해석城山南畔是君家 성산남반시군가 성남의 남쪽 언덕, 이곳이 그대 집이지. 小巷依依一逕斜 소항의의일경사 작은 마을 어렴풋하게 하나의 길이 갈라지네. 浮世十年人事變 부세십년인사변 뜬 삶 10년에 사람의 일은 변했지만,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봄이 와 부질없이 산의 꽃만 만발했네. 春陰漠漠向黃昏춘음막막향황혼봄 그늘 어둑어둑 석양을 향하니,空巷無人雀自喧공항무인작자훤빈 거리엔 사람 없어 까치만 절로 우짖네.獨有山陽舊儔侶독유산양구주려홀로 산양의 옛 벗【산양구주려(山陽舊儔侶): 권필 자신을 가리킨다. 진(晉)의 상..
양주 산중에 김화 현감 구용의 관에서 곡하고 저물녘에 유숙하며 하늘이 밝자 산에서 나오다가곡구김화상구우양주지산중 인일모유숙 천명출산(哭具金化喪柩于楊州之山中 因日暮留宿 天明出山) 권필(權韠) 幽明相接杳無因 一夢殷勤未是眞 掩淚出山尋去路 曉鶯啼送獨歸人 『石洲集』 卷之七 해석幽明相接杳無因 유명상접묘무인 유명이 서로 접하나 아득하여 닿질 않고, 一夢殷勤未是眞 일몽은근미시진 하나의 꿈 은근하더라도 이것은 참이 아니지.掩淚出山尋去路 엄루출산심거로 눈물 닦고 산을 나서서 돌아갈 길 찾으니, 曉鶯啼送獨歸人 효앵제송독귀인 새벽 꾀꼬리 울며 홀로 돌아가는 나를 전송하는 구나【효앵제송독귀인(曉鶯啼送獨歸人):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나무 베는 소리 쩡쩡 울리거늘, 새 우는 소리 꾀꼴꾀꼴 들리도다.……꾀꼴꾀꼴 ..
창랑정에서창랑정(滄浪亭) 권필(權韠) 屋下淸江屋上山 道人生計水雲間應知靜坐翻經處 潭底神龍夜叩關 蒲團岑寂篆煙殘 獨抱山經靜裏看江閣夜深松月白 渚禽飛上竹闌干 『石洲集』 卷之七 해석屋下淸江屋上山옥하청강옥상산집 아래엔 맑은 강, 집 위엔 산이라道人生計水雲間도인생계수운간도인의 살 계책은 물과 구름 사이에 있구나.應知靜坐翻經處응지정좌번경처응당 알겠네. 정좌하고 책 해석하는 곳이潭底神龍夜叩關담저신룡야고관못 아래 신룡이 밤에 문 두드리는 곳이란 걸【어떤 승려가 산사에서 불경을 강설하고 있는데 늘 한 노인이 와서 듣기에 그 성씨(姓氏)를 물으니 “나는 바로 산 아래 연못 속의 용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가뭄이 드는 때라 한가하여 와서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승려가 “공은 가뭄을 구제할 수 있겠소?” 하니, 노인..
길 가던 중간에서 도중(途中) 권필(權韠)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일입투고점 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계명문전로 황엽향인비 『石洲集』 卷之六 해석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해 져 외딴 주막에 투숙하니,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질 않네.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닭 울자 앞길 물으니, 누런 잎사귀만 나를 향해 날아오네. 『石洲集』 卷之六 해설 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노래한 것으로, 당풍(唐風)에 정통한 시인답게 나그네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늦은 가을, 길을 가던 나그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해가 질 무렵 깊은 산속에 홀로 자리 잡은 객점에 투숙하니, 산이 깊어서 그런지 사립문도 닫지 않은 채 열려 있다(문을 열어둘 수 있는 안정됨을 부러워하는 시인의 불안한 심리를 표출한 것임). 닭이 울..
꿈속의 넋몽혼(夢魂)&운강에게 주며증운강(贈雲江) 이옥봉(李玉峰)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逕已成沙 『寤齋集』 卷三 해석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근래 안부 묻건대 어쩌오?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달이 비단창에 이르니 첩의 한스러움 많다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만약 꿈속의 넋이 다닌 자취가 있게 한다면,門前石逕已成沙문전석경이성사문 앞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을 것을. 『寤齋集』 卷三 해설이 시는 운강(雲江) 조원에게 주는 시로, 남편이 자신을 찾지 않자 그리움으로 지은 시이다. 허균(許筠)은 『학산초담鶴山雄談』에서, “우리나라 아낙네로서 시(詩)를 잘하는 사람이 드문 까닭은, 이른바 ‘술 빚고 밥 짓기만 일삼아야지, 그 밖에 시문(詩文)을 힘써서는 안 된다.’ 해서인가? 그러나 ..
안방 여인의 정규정(閨情) 이옥봉(李玉峰)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유약래하만 정매욕사시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홀문지상작 허화경중미 『惺所覆瓿藁』 해석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약속하고서 오심은 어찌 더디시나요? 뜰의 매화 시들려 하는 때에,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문득 가지 위의 까치소리 듣기만 해도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리지요. 『惺所覆瓿藁』 해설이 시는 안방에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오시겠다고 약속을 하신 서방님께서 왜 안 오실까? 뜰의 매화가 필 때쯤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하였는데, 벌써 매화꽃이 시들려고 한다. 서방님을 기다리던 어느 날, 매화가지 위에서 문득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 소리를 듣고는, 안 오실 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거울을 펼쳐 놓고 화장을 하고 있다【여기..
연밥 따는 노래채련곡(採蓮曲) 허난설헌(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係蘭舟 逢郞隔水投蓮子 剛被人知半日羞 『惺所覆瓿藁』 해석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가을 맑고 긴 호수는 푸른 옷처럼 흐르고,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란주 연꽃 깊은 곳에 목란 같은 배를 매어놓고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낭군 만나러 물 건너편으로 연꽃 던지니,剛被人知半日羞강피인지반일수멀리 사람에게 알려져 하루 종일 부끄러웠네. 『惺所覆瓿藁』 해설이 시는 연밥을 따며 부른 노래로, 애정의 표현이 파격적(破格的)이면서도대담함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가을날 호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푸른 옥이 흐르는 듯하다. 호수 중에서 연꽃이 많이 핀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고 남자 친구를 만나려고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진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발각되..
말없이 헤어지며무어별(無語別) 임제(林悌) 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십오월계녀 수인무어별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귀래엄중문 읍향리화월 『林白湖集』 卷之一 해석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15세의 아름다운 처녀,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선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돌아와 겹문 닫아걸고 배꽃 같은 달 향해 눈물 짓네. 『林白湖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임제의 대표작으로, 왕사정(王士禎)이 『지북우담(池北偶談)』에 수록하여 중국에까지 알려진 시이다. 열다섯 살 된 아리따운 아가씨가 길을 가다 마음에 두었던 사내를 만났지만, 남들 눈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혹시라도 남이 알까 봐 겹문을 닫아걸고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가리려 한다.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아쉬움과 미련(未練)을 하소연할 곳은 달밖에..
대추 따기 노래박조요(撲棗謠) 이달(李達)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隣家小兒來撲棗 린가소아래박조 이웃집 아이 대추 따러 오니老翁出門驅小兒 로옹출문구소아 늙은이 문을 나서 꼬마를 쫓네.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로옹도꼬마 돌아서 노인 향해 말하니, 不及明年棗熟時 불급명년조숙시 “내년 대추 익을 땐 살아 있지도 않을 거면서.” 『蓀谷詩集』 卷之六 해설이 시는 대추를 서리하는 노래로, 정감이 넘치는 시골의 풍경 속에다 생동감이 넘치는 시이다. 가을이 되어 대추가 익자, 대추가 먹고 싶어진 이웃집 아이가 대추 서리를 하려고 왔는데, 늙은이가 그 사실을 알고 막대기를 들고 아이를 쫓아간다. 쫓겨서 가던 아이가 대추를 따 먹을 수 없어 화가 났는지, 뒤를 돌아보며 늙..
양양의 노래양양곡(襄陽曲) 이달(李達) 平湖日落大堤西 花下遊人醉欲迷更出敎坊南畔路 家家門巷白銅鞮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平湖日落大堤西평호일락대제서평평한 호수의 서쪽 큰 둑에서 해지고,花下遊人醉欲迷화하유인취욕미꽃 아래서 놀던 사람 거나하게 취해 해롱거리네.更出敎坊南畔路갱출교방남반로곧 교방의 남쪽 언덕길로 나가니,家家門巷白銅鞮가가문항백동제집집마다 거리마다 신나는 백동제의 노랫소리【백동제(白銅鞮): 가곡(歌曲)의 이름, 중국 양양 지방을 소재로 한 이별[送別]의 노래.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 “저녁 해는 현산 서쪽으로 뉘엿뉘엿, 거꾸로 두건 쓰고 꽃그늘 아래 비틀비틀. 양양의 어린애들 다 함께 손뼉치며, 길을 막고 다투어 백동제를 부르누나. 구경꾼이 무얼 보고 웃느냐고 물으면 곤드레만드레 취한 산옹..
봉은사 승려의 시축에 쓰다봉은사승축(奉恩寺僧軸) 최경창(崔慶昌) 三月廣陵花滿山 晴江歸路白雲間舟中背指奉恩寺 蜀魄數聲僧掩關 不脫袈裟下殿階 一聲秋磬發雲崖遊人去後門還掩 寂寂長廊到夕齋 三日江潭滯遠舟 二陵風雨獨歸愁今來相憶不相見 惆悵微鍾下石樓 寒鴉古木夕陽間 一逕寥寥掩水關欲向梅花重寄信 輕舟已過廣陵山 『孤竹遺稿』 해석三月廣陵花滿山삼월광능화만산3월의 광릉엔 꽃이 산에 한 가득. 晴江歸路白雲間청강귀로백운간갠 강에 돌아오는 길은 흰 구름 사이에 있네.舟中背指奉恩寺주중배지봉은사배속에서 등지고 봉은사를 가리키네蜀魄數聲僧掩關촉백수성승엄관소쩍새【촉자규(蜀子規): 자규는 접동새, 소쩍새이다. 중국 사람들은 그 새가 원래 촉(蜀)나라의 임금이었는데, 신하에게 쫓겨나서 산 속으로 들어가 자규로 화하였다 한다. 그래서 촉백(蜀魄)이니, 촉..
영월루에서영월루(映月樓) 최경창(崔慶昌) 璧月娟娟照翠樓 桂香凝露曙河流無端夢雨歸何處 惆悵仙郞不復遊 仙桂花陰滿玉樓 水晶簾冷露華流銀橋一斷無消息 只是當年夢裡遊 日日春風吹綺樓 樓前楊柳曉鸎流如今又是經過處 獨坐旗亭戀舊遊 玉檻秋來露氣淸 水晶簾冷桂花明鸞驂一去銀橋斷 惆悵仙郞白髮生 『孤竹遺稿』 해석璧月娟娟照翠樓벽월연연조취루옥빛 달은 곱디 고와 비취 누각을 비추고桂香凝露曙河流계향응로서하류계수나무 향기가 이슬에 엉긴 채 새벽 물 흐르네. 無端夢雨歸何處무단몽우귀하처운우의 꿈 끝없지만 어느 곳으로 돌아갈까?惆悵仙郞不復遊추창선랑불부유서글프게도 낭군은 다시 놀지를 않으니. 仙桂花陰滿玉樓선계화음만옥루계수나무 가지[仙桂]의 꽃이 그늘져 옥루에 가득하고水晶簾冷露華流수정렴랭로화류수정 주렴 서늘해 이슬 빛나며 흐르네.銀橋一斷無消息은교일단무소식..
쌍계사 설운 스님의 시축에 쓰다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 정철(鄭澈) 未到雙溪寺 先逢七寶僧미도쌍계사 선봉칠보승僧乎從我否 春入白雲層 승호종아부 춘입백운층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未到雙溪寺 先逢七寶僧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먼저 칠보암에서 스님을 만났지僧乎從我否 春入白雲層“스님! 나를 따라오지 않겠소. 봄은 층층의 흰 구름에 들어갔다오.” 『松江續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쌍계사(雙溪寺) 설운 스님의 시축에 쓴 것이다. 쌍계사에 이르기도 전에 칠보암 스님 설운을 만났다. 스님이 시를 써달라고 하니, 정철이 스님에게 말한다. “스님, 저나 따라오시지요. 저 층층의 흰 구름 속에 봄이 왔는데, 시를 써달라니요.” 마지막 구절에 스님의 이름인 자를 사용하여 영달을 상징하는 청운(靑雲)이 아니라 은자를 상징하는 백운..
서하당 이성원(李成遠)에 대해서하당잡영(棲霞堂雜詠) 정철(鄭澈) 월호(月戶)野鶴招常至 山精喚不應야학초상지 산정환불응停杯一問月 豈獨古人曾정배일문월 기독고인증 연지(蓮池)山中畏逢雨 淨友也能喧산중외봉우 정우야능훤漏泄仙家景 淸香滿洞門루설선가경 청향만동문 가산(假山)巧削神應助 深藏海幾重교삭신응조 심장해기중侯門歌吹地 爭似此山翁후문가취지 쟁사차산옹 석정(石井)天雲何處看 活水方澄井천운하처간 활수방징정終日自無風 一塵寧到鏡 종일자무풍 일진녕도경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 월호(月戶) 野鶴招常至 山精喚不應들판의 학은 부르면 항상 오지만 산의 정기는 불러도 응하질 않네. 停杯一問月 豈獨古人曾술잔 멈춰두고 한 번 달에게 물으니 어찌 유독 고인만이 일찍이 했던가? 연지(蓮池) 山中畏逢雨 淨友也能喧산속에서 비 만날까 두려운데 깨끗한..
들판 목동의 피리소리평교목적(平郊牧笛) 정철(鄭澈) 飯牛煙草中 弄笛斜陽裏반우연초중 롱적사양리野調不成腔 淸音自應指 야조불성강 청음자응지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飯牛煙草中 弄笛斜陽裏안개 낀 풀 속에서 소 여물 먹이고 석양 속에서 피리 부네.野調不成腔 淸音自應指들판의 가락 노래를 이루진 않지만 맑은 소리에 절로 손가락이 들썩들썩. 『松江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식영정에서 읊은 여러 시 중에서 들판 목동의 피리소리를 노래한 것이다. 목동이 안개가 낀 풀밭에서 소를 먹이면서 지는 햇살 아래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가락이 촌스럽기는 하지만 그 노래를 듣자니, 절로 흥에 겨워 손가락이 움찔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신흠(申欽)은 『청창연담(晴窓軟談)』에서, “의주 통군정은 세 나라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경치가 장관이니..
가을날에 짓다추일작(秋日作) 정철(鄭澈)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산우야명죽 초충추근상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류년나가주 백발불금장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산비가 밤새 대나무 울리고 가을 풀벌레 소리는 침상 근처에서 나네.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지나는 세월 어찌 멈추랴? 백발이 자라나는 걸 멈추게도 못하는데. 『松江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가을날 지은 것이다. 산에 내리는 밤비가 대숲을 울리니, 가을날 풀벌레 소리가 침상 가까이에서 들린다. 벌써 가을이라, 이번 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 수 있겠는가? 백발이 자라 머리가 성성하구나. 홍만종(洪萬宗)의 『시평보유(詩評補遺)』에 의하면, 정철이 이 시를 지어 중국 종이에 써서 성혼(成渾)에게 보이면서 작자를 알 수 없다고..
사암 박순을 애도하며만사암박상공순(挽思庵朴相公淳) 성혼(成渾) 世外雲山深復深 溪邊草屋已難尋拜鵑窩上三更月 應照先生一片心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석世外雲山深復深세외운산심부심세상 바깥의 구름 낀 산은 깊고도 또 깊어,溪邊草屋已難尋계변초옥이난심시냇가 초가집 이미 찾기 어렵네.拜鵑窩上三更月배견와상삼경월배견와【배견와(拜鵑窩): 이이가 탄핵을 받자 벼슬을 그만두고 포천 북쪽 창옥병(蒼玉屛)에 배견와(拜鵑窩)라 이름한 초당을 짓고 은거했는데, 배견와(拜鵑窩)는 두견새에게 절을 하는 움집이라는 뜻】 위의 한 밤 중 달은應照先生一片心응조선생일편심응당 선생의 일편단심을 비추는 것이려니. 『牛溪先生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사암(思庵) 박순(朴淳)을 위해 쓴 만사(輓詞)이다. 박순(朴淳)은 우의정과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
수안군수로 가는 허균을 전송하며송인부수안군(送人赴遂安郡) 황정욱(黃廷彧) 詩才突兀行間出 宦路蹉跎分外奇摠是人生各有命 悠悠餘外且安之 仙人化鶴樓中去 病客金蠅里上居岐路傷心未相別 恨無餘力引君車 『芝川集』 卷之一 해석詩才突兀行間出시재돌올행간출시재 우뚝하여 무리 중에 뛰어난데宦路蹉跎分外奇환로차타분외기벼슬길 미끄러지니, 삶이 분수 이상으로 기구하기만 하네.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모든 사람의 삶이 각각 운명이 있으니悠悠餘外且安之유유여외차안지유유하게 남은 생을 또한 편안히 하시게. 仙人化鶴樓中去선인화학루중거신선인 그대는 화학루【화학루(化鶴樓): 수안에 있는 누각의 이름.】 속으로 떠나가고病客金蠅里上居병객금승리상거병든 나그네인 나는 금승리【금승(金蠅): 현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이다.】 속에 산다네. 岐路傷心未相別..
우상으로 벼슬이 갈려서체우상(遞右相) 노수신(盧守愼) 土虎春全暮 吳牛喘未穌토호춘전모 오우천미소初辭右議政 便就判中樞초사우의정 변취판중추睿澤深如海 慈恩潤似酥예택심여해 자은윤사소避賢仍樂聖 能住幾年盧 피현잉락성 능주기년로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석土虎春全暮 吳牛喘未穌무인년(1578) 봄은 저무는데 오나라 소는 헐떡임【오우천미소(吳牛喘未穌): 중국남방에서 생장한 물소가 더위를 무서워하여 달을 보고도 덥다고 느낀 나머지 헐떡인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임. 】 멈추질 않네.初辭右議政 便就判中樞처음에 우의정을 사직하고 곧 판중추로 나아갔지.睿澤深如海 慈恩潤似酥임금은 은혜 깊기가 바다 같고, 자애로운 은혜 윤택하기가 술과 같아,避賢仍樂聖 能住幾年盧탁주를 피하고 청주【피현잉락성(避賢仍樂聖): 청주는 성인(聖人)을, 탁주는 ..
대사간 김난상(金鸞祥)을 애도하며만김대간(挽金大諫) 노수신(盧守愼) 珍島通南海 丹陽近始安진도통남해 단양근시안風霜廿載外 雨露兩朝間풍상입재외 우로양조간白首驚時晩 靑雲保歲寒백수경시만 청운보세한平生壯夫淚 一灑在桐山 평생장부루 일쇄재동산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석珍島通南海 丹陽近始安진주는 남해와 통하고 단양은 시안에 가깝다. 風霜廿載外 雨露兩朝間풍상으로 20년을 시달렸으나 은혜를 두 왕조에서 누렸구나. 白首驚時晩 靑雲保歲寒흰머리 느지막한 때가 놀라운데 청운에도 세한의 지조 지켰네.平生壯夫淚 一灑在桐山평생 함께 한 장부의 눈물, 한 번 교동의 산에 뿌리노라. 『穌齋先生文集』 卷之六 해설이 시는 대간 김난상을 애도하며 지은 시이다. 을사사화(乙巳士禍)에 연루되어 노수신은 진도에, 김난상은 남해에 유배되었다가 노수신..
뜰의 연못야지(野池) 이황(李滉) 露草夭夭繞水涯 小塘淸活淨無沙 雲飛鳥過元相管 只怕時時鷰蹴波 『退溪先生文集外集』 卷之一 해석露草夭夭繞水涯 로초요요요수애 이슬 맞은 풀 여리여리 못가를 둘러 있고小塘淸活淨無沙 소당청활정무사 작은 연못에 맑고도 살아 있는 물은 맑고 모래조차 없구나.雲飛鳥過元相管 운비조과원상관 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은 원래부터 서로 관계되지만,只怕時時鷰蹴波 지파시시연축파 다만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걱정되네. 『退溪先生文集外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퇴계언행록(退溪言行錄)』에, “선생께서 젊었을 때 우연히 연곡(燕谷, 溫溪에 가까운 마을 이름)에 놀러 간 일이 있었다. 연곡에는 조그마한 못이 있는데, 물이 매우 맑았다. 선생께서 시를 지었다.”라고 제작 유래를 밝히고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
회포를 기록하다기회(記懷) 정사룡(鄭士龍) 四落階蓂魄又盈 悄無車馬閉柴荊 詩書舊業抛難起 場圃新功策未成 雨氣壓霞山忽瞑 川華受月夜猶明 思量不復勞心事 身世端宜付釣耕 『湖陰雜稿』 卷之五 해석四落階蓂魄又盈 사락계명백우영 네 번 계단의 명협초【명협초(蓂莢草): 15일까지 하루에 잎이 하나씩 피다가 16일부터 그믐까지 잎이 하나씩 진다는 전설상의 풀이름.】 졌고 달【혼백(魂魄): 시야에 보이는 달이 혼(魂)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백(魄)이다.】은 또한 차올랐지만,悄無車馬閉柴荊 초무거마폐시형 쓸쓸히 수레와 말도 없이 사립문 닫아거네.詩書舊業抛難起 시서구업포난기 시 쓰고 글 쓰는 옛날의 업은 포기하고 다신 하기 어려우나, 場圃新功策未成 장포신공책미성 채마밭의 새로운 일은 계획이 완성되지 않았네. 雨氣壓霞山忽瞑 우기압하..
스님 도심에게 주다증석도심(贈釋道心) 김정(金淨) 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낙일비로정 동명묘원천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 벽암고화숙 연몌하창연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비로봉 정상에 해지니, 동쪽 바다는 먼 하늘이 아득하네.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푸른 바위에서 불 지펴 자고, 함께 푸른 이내에 하산했지.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설이 시는 김정(金淨)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도심이라는 스님에게 준 시로, 1516년 가을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지은 것이다. 저녁이 되어 비로봉에도 해가 지니, 동해가 어둠 속에 아득히 펼쳐져 있다. 도심 스님과 바위틈에서 불을 피워 자다가 아침이 되어 나란히 푸른 안개를 뚫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윤휴(尹鑴)의 『풍악록(楓岳錄)』에 의하면, “이 시야말로 고금의 시인..
복령사에서복령사(福靈寺)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來 終古神人迷大隈 至今福地似天台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埃 『容齋先生集』 卷之七 해석伽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隈종고신인미대외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대외(大隈):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차산(具茨山)으로 가는데, 방명(方明)이 수레를 몰고, 창우(昌㝢)가 수레 우측에 타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이 앞에서 말을 인도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가 뒤에서 수레를 호위하여 가서 襄城의 들판에 이르자, 이 일곱 성인이 모두 길을 잃어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우연히 말을 먹이는 동자를 만..
택지 이행에게 화답하다재화택지(在和擇之) 박은(朴誾) 深秋木落葉侵關 戶牖全輸一面山縱有盃尊誰共對 已愁風雨欲催寒天應於我賦窮相 菊亦與人無好顔撥棄憂懷眞達士 莫敎病眼謾長潸 『挹翠軒遺稿』 卷三 해석深秋木落葉侵關심추목락엽침관깊은 가을 낙엽이 문을 침범해오고, 戶牖全輸一面山호유전수일면산창엔 오롯이 한 면의 산이 실려 오네.縱有盃尊誰共對종유배존수공대비록 잔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마실 것이며已愁風雨欲催寒이수풍우욕최한이미 바람과 비가 추위 재촉할까봐 걱정되네. 天應於我賦窮相천응어아부궁상하늘은 응당 나에게 궁상맞은 삶 부여했고菊亦與人無好顔국역여인무호안국화는 또한 사람에게 좋은 얼굴 없어라. 撥棄憂懷眞達士발기우회진달사근심스런 회포 없애야 참된 달사이니,莫敎病眼謾長潸 막교병안만장산 병든 눈으로 하여 부질없이 긴 눈물짓지 마시라..
빗속에 택지를 그리워하며우중유회택지(雨中有懷擇之) 박은(朴誾) 寒雨不宜菊 小尊知近人한우불의국 소존지근인閉門紅葉落 得句白頭新폐문홍엽락 득구백두신歡憶情親友 愁添寂寞晨환억정친우 수첨적막신何當靑眼對 一笑見陽春하당청안대 일소견양춘 『挹翠軒遺稿』 卷三 해석寒雨不宜菊 小尊知近人차가운 비는 국화에 어울리지 않으나 작은 술잔은 사람을 가까이 할 줄을 아네.閉門紅葉落 得句白頭新문을 닫으니 붉은 낙엽 떨어지고 글귀 얻으니 백발 새로이 난다.歡憶情親友 愁添寂寞晨기쁘게 정든 친구 생각하나 근심은 적막한 새벽에 더하다네.何當靑眼對 一笑見陽春어찌 마땅히 푸른 눈으로 마주하며 한 번 웃으며 봄볕을 볼까나【일소견양춘(一笑見陽春): 이백(李白)의 양보음(梁甫吟)에 “길게 양보음을 부르나니, 어느 때나 양춘을 볼거나.[長嘯梁甫吟 何時見陽..
읍취헌의 시를 읽고 장호남의 옛 시에 차운하다 독취헌시 용장호남구시운(讀翠軒詩 用張湖南舊詩韻) 이행(李荇) 挹翠高軒久無主 屋樑明月想容姿 自從湖海風流盡 何處人間更有詩 『容齋先生集』 卷之八 해석 挹翠高軒久無主 읍취고헌구무주 읍취헌 높은 누각 오래도록 주인이 없었고, 屋樑明月想容姿 옥량명월상용자 누각 대들보의 밝은 달 용모와 자태 그리게 하네. 自從湖海風流盡 자종호해풍류진 이때로부터 강산의 풍류는 다하였으니, 何處人間更有詩 하처인간갱유시 인간 세상 어느 곳인들 다시 시가 있을꼬? 『容齋先生集』 卷之八 해설 이 시는 읍취헌의 시를 읽고 장호남의 옛 시에 차운하여 지은 것으로, 죽은 박은(朴誾)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박은(朴誾)이 거처했던 읍취헌은 오래 주인이 없는 채 비어 있다. 지붕 위에 뜬 밝은 달을 ..
중열의 시에 차운하다차중열운(次仲說韻) 이행(李荇) 佳節昏昏尙掩關 不堪孤坐背南山閑愁剛被詩情惱 病眼微分日影寒 止酒更當嚴舊律 對花難復作春顔 百年生死誰知己 回首西風淚獨潸 『容齋先生集』 卷之三 해석佳節昏昏尙掩關 가절혼혼상엄관 좋은 계절은 저물어가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不堪孤坐背南山불감고좌배남산어찌 고독히 앉아 남산을 등지고 있나?閑愁剛被詩情惱 한수강피시정뇌 한가한 근심에 억지로 시정(詩情)으로 하여 고뇌케 하니, 病眼微分日影寒 병안미분일영한 병든 눈에 세미하게 나눠진 햇빛 시리네.止酒更當嚴舊律 지주경당엄구률 술을 금지했지만 마땅히 옛 금주(禁酒)의 규율 고치나,對花難復作春顔 대화난부작춘안 꽃을 대하며 다시 봄의 얼굴 짓기 어렵구나. 百年生死誰知己 백년생사수지기 백년의 생사에 누가 지기(知己)인가?回首西風淚獨潸..
정한림이 이별하면서 준 시에 화답하다수정한림류별운(酬鄭翰林留別韻) 박상(朴祥) 江城積雨捲層霄 秋氣冷冷老火消黃膩野秔迷眼發 綠疎溪柳對樽高風隨舞袖如相約 山入歌筵不待招慚恨至今持斗米 故園蕪絶負逍遙 『訥齋先生集』 卷第四 해석江城積雨捲層霄강성적우권층소강가의 성에 내리던 장맛비 구름 속에서 개니秋氣冷冷老火消추기랭랭로화소가을 기운 서늘하여 늦더위 사라졌네. 黃膩野秔迷眼發황니야갱미안발누렇고 기름진 들의 메벼 눈을 어지러이 피어나고, 綠疎溪柳對樽高록소계류대준고푸르고 성근 시내의 버드나무 잔을 대하며 높구나. 風隨舞袖如相約풍수무수여상약바람은 서로 약속한 듯 춤추는 소매를 따르고,山入歌筵不待招산입가연부대초산 그림자 초대하지 않았지만 잔치자리에 들어오네. 慚恨至今持斗米참한지금지두미지금에 이르도록 오두미를 지니고 있음이 부끄럽고 ..
산행하며 곧바로 짓다산행즉사(山行卽事) 김시습(金時習) 兒打蜻蜓翁掇籬 小溪春水浴鸕鶿靑山斷處歸程遠 橫擔烏藤一个枝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석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아이 잠자리 잡고, 노인 울타리 보수하고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작은 시내 봄물엔 가마우지 멱 감네.靑山斷處歸程遠 청산단처귀정원 봄산 끊어진 곳에 돌아가는 길 멀기만 해서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등나무 한 가지 어깨에 비껴 메었구나. 『梅月堂詩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산길을 가다 지은 것으로, 김시습(金時習)의 산수벽(山水癖)과 은자(隱者)로서 한가로운 정서를 잘 보여 주는 시이다. 산길을 가다 보니 아이는 잠자리 잡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늙은이는 오래되어 허물어진 울타리를 고치는데, 앞개울의 작은 시내에 봄물이 녹은 곳에는 가마우지가 고기를 ..
복룡현으로 가는 길에서복룡도중(伏龍途中) 김종직(金宗直) 笋輿咿軋渡晴川 遙見前驅過坂田邑犬吠人籬有竇 野巫迎鬼紙爲錢斷雲寒日工呑吐 小巚平岡遠接連南去錦城三十里 却愁赬盡擔夫肩 『佔畢齋集』 卷之二十一 해석笋輿咿軋渡晴川순여이알도청천남녀(籃輿) 삐걱대며 비 개인 내를 건너는데,遙見前驅過坂田요견전구과판전아득히 전구(前驅, 행렬 따위를 선도하는 것)가 언덕밭을 지나는 게 보이네.邑犬吠人籬有竇읍견폐인리유두마을 개는 사람보고 짓고 울타리엔 구멍나 있고,野巫迎鬼紙爲錢야무영귀지위전촌 무당은 영신(迎神)하느라 종이를 돈으로 만들었구나.斷雲寒日工呑吐단운한일공탄토끊어진 구름이 추위를 교묘히 삼켰다 뱉었다 하고小巚平岡遠接連소巚평강원접련작은 봉우리와 평평한 언덕이 멀리 서로 접했구나.南去錦城三十里남거금성삼십리남쪽으로 금성까지 30리 거리..
홍겸선이 제천정에서 지중추원사 송처관의 시에 차운한 시에 화답하다화홍겸선제천정차송중추처관운(和洪兼善濟川亭次宋中樞處寬韻) 김종직(金宗直) 吹花擘柳半江風 檣影搖搖背暮鴻一片鄕心空倚柱 白雲飛度酒船中 『佔畢齋集』 卷之一 해석吹花擘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강바람이 꽃에 불고 버들개지 쪼개었고,檣影搖搖背暮鴻장영요요배모홍돛대 그림자는 흔들흔들 저물녘 기러기를 등져 있네.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한 조각 고향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에 기대니,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흰 구름은 술 싣고 가는 배를 지나 날아가네. 『佔畢齋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제천정에서 중추부사 송처관의 운(韻)에 차운(次韻)한 홍겸선의 시에 화답한 것이다. 강바람이 거세어 꽃이 날리고 버들을 가르고 있는데, 저 멀리 흔들거리는 돛대를 가진 호화유람선이 떠 있다..
불국사에서 김세번과 이야기하며불국사여세번화(佛國寺與世蕃話) 김종직(金宗直) 爲訪招提境 松間紫翠重위방초제경 송간자취중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청산반변우 낙일상방종語與居僧軟 杯隨古意濃어여거승연 배수고의농頹然一榻上 相對鬢髼鬆퇴연일탑상 상대빈봉송 『佔畢齋集』 卷之三 해석爲訪招提境 松間紫翠重사찰【초제(招提): 관부에서 사액한 절】에 경내에 방문했더니 소나무 사이로 붉고 푸른 기운 겹쳤네.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푸른 산 반절엔 비 내리고, 해질녘 상방엔 종 울린다.語與居僧軟 杯隨古意濃스님과 나누는 말은 부드럽고 옛 정취 따르는 잔은 진하니,頹然一榻上 相對鬢髼鬆털썩 한 자리에 주저앉아 서로 대하니 머리는 봉두난발. 『佔畢齋集』 卷之三 인용작가의 이력 및 작품한시미학산책
성주의 풍루에 임하며성주임풍루(星州臨風樓) 강혼(姜渾) 雨餘江漲沒蒿來 倚柱觀瀾亦壯哉疊浪全籠靑草堤 連峯半入白雲堆欲携短棹乘漁艇 思把脩竿上釣臺蕭灑十年江海志 今朝發興酒三杯 試吟佳句發天慳 正値樓中吏牒閒紫燕交飛風拂柳 靑蛙亂叫雨昏山一生毀譽身多病 半載驅馳鬢欲斑黃閣故人書斷絶 客行寥落滯鄕關 雲梯高倚泬寥天 乘月登樓非盛年有興長吟山水窟 無心一醉綺羅筵終朝庭院絲絲雨 薄暮村墟淡淡煙未辦晴川芳草句 謾留題詠愧唐賢 龍公起懶詑奇功 連日窮陰塞大空平地剩添三尺浪 長江誰借半帆風樓臺掩映鶯花裏 簾幕霏微煙霧中四牡諮詢桑梓邑 懷鄕王粲自難同 『木溪先生逸稿』 卷之一 해석雨餘江漲沒蒿來우여강창몰호래비온 나머지 강은 불고 잠긴 짚이 떠올라倚柱觀瀾亦壯哉의주관란역장재기둥에 기대 난관에서 보고 있으니 또한 장엄하구나. 疊浪全籠靑草堤첩랑전롱청초제첩첩의 물결이 온전히 푸른 ..
여름날에 눈에 닿는 대로 쓰다하일즉사(夏日卽事) 서거정(徐居正) 小晴簾幕日暉暉 短帽輕衫暑氣微 解籜有心因雨長 落花無力受風飛 久拚翰墨藏名姓 已厭簪纓惹是非 寶鴨香殘初睡覺 客曾來少燕頻歸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석小晴簾幕日暉暉 소청렴막일휘휘 조금 날씨가 개니 발에 햇살이 반짝반짝,短帽輕衫暑氣微 단모경삼서기미 짧은 모자와 홑적삼에, 더운 기운이 가시네.解籜有心因雨長 해탁유심인우장 해진 대쪽은 마음이 있어 비 때문에 자라고,落花無力受風飛 낙화무력수풍비 떨어진 꽃은 힘이 없어 바람 맞아 날리네.久拚翰墨藏名姓 구변한묵장명성 오래도록 중이와 붓을 놓고 명성을 숨겼으니, 已厭簪纓惹是非 이염잠영야시비 이미 시비를 야기 시키는 벼슬살이 싫어서지. 寶鴨香殘初睡覺 보압향잔초수각 보물 오리 향로엔 향불 사그라들고 잠에서 막..
봄의 한 때춘일(春日) 서거정(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 小池新水碧於苔 春愁春興誰深淺 燕子不來花未開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석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금색은 수양버들로 들어가고 옥빛은 매화를 사양하네【황금이 버들로 든다는 것은 곧 버들 싹이 노랗게 터져 나온 것을 이른 말이고, 옥이 매화를 떠났다는 것은 곧 하얀 매화가 다 졌음을 의미한다.】,小池新水碧於苔 소지신수벽어태 작은 연못의 새 물빛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봄의 근심, 봄의 흥, 누가 깊고 옅으랴마는,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제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네.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설이 시는 봄 경치를 읊은 시로, 역대 선집(選集)에 거의 모두 선재(選載)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겸익(錢謙益)이 편찬한 『열..
홀로 앉아독좌(獨坐) 서거정(徐居正) 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독좌무래객 공정우기혼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어요하엽동 작답수초번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금윤현유향 노한화상존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니도방출입 종일가관문 『四佳詩集』 補遺一 해석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홀로 앉아 있으니 오는 손님 없고 빈 뜰엔 비 기운에 어두침침.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물고기가 흔들었는지 연잎 움직이고, 까마귀 밟았는지 나무 가지 흔들려.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거문고 젖었지만 줄은 오히려 울리고 화로 차가운데 불꽃 여전히 있네.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종일토록 문 닫고 있네. 『四佳詩集』 補遺一 해설이 시는 가을에 가랑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홀로 마루에 앉아서 지은 것이다. 가을날 찾아오는 손님이 없기에 혼자 마루에 앉아 있자니, 사람..
능지처참형을 당하며 수형시(受刑詩) / 절명시(絶命詩)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격고최인명 회간일욕사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해석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북 두드리는 소리, 사람 목숨 재촉하고 고개 돌리니 해는 지려 하네.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엔 한 주막도 없다니, 오늘밤 뉘 집에서 머물꼬?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해설 이 시는 세조(世祖)의 회유(懷柔)에 응하지 않아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이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기를 재촉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하직(下直)이나 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태양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산(西山)으로 지려고 하고 ..
나는 누구도 본뜨지 않은 조선의 시를 쓰리라노인일쾌사육수효향산체 기오(老人一快事六首效香山體 其五) 정약용(丁若鏞) 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노인일쾌사 종필사광사 競病不必拘 推敲不必遲 경병불필구 추고불필지 興到卽運意 意到卽寫之 흥도즉운의 의도즉사지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 아시조선인 감작조선시 卿當用卿法 迂哉議者誰 경당용경법 우재의자수 區區格與律 遠人何得知구구격여률 원인하득지凌凌李攀龍 嘲我爲東夷능능이반룡 조아위동이袁尤槌雪樓 海內無異辭원우퇴설루 해내무이사背有挾彈子 奚暇枯蟬窺배유협탄자 해가고선규我慕山石句 恐受女郞嗤아모산석구 공수녀랑치焉能飾悽黯 辛苦斷腸爲언능식처암 신고단장위梨橘各殊味 嗜好唯其宜 리귤각수미 기호유기의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六卷 해석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붓 가는 대로 미..
봄날 성남에서 곧바로 짓다 춘일성남즉사(春日城南卽事) 권근(權近) 春風忽已近淸明 細雨霏霏晩未晴 屋角杏花開欲遍 數枝含露向人傾 『陽村先生文集』 卷之五 해석 春風忽已近淸明 춘풍홀이근청명 봄바람은 문득 이미 청명에 가까우니, 細雨霏霏晩未晴 세우비비만미청 가랑비 부슬부슬 늦었는데도 개질 않네. 屋角杏花開欲遍 옥각행화개욕편 집 모서리 살구꽃 활짝 피려 하니, 數枝含露向人傾 수지함로향인경 몇 가지 이슬 머금고 나를 향해 기울었구나. 『陽村先生文集』 卷之五 해설 봄날 성남에서 느낌이 있어 지은 시로, 만년(晩年)의 호사(豪奢)와 여유(餘裕)를 느끼게 한다. 제목 밑의 주(註)에 “정삼봉(鄭三峯)의 비(批)에 말이 조화를 빼앗았다 하였다[鄭三峯批云: ‘語奪造化’].”라는 말이 실려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새 눈신설(新雪) & 외우며 전하는 곳에서 얻었지만 편제는 잃어버렸다득어전송 실기편제(得於傳誦 失其篇題) 이숭인(李崇仁)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창망세모천 신설편산천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조실산중목 승심석상천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기오제야외 동류와계변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하처인가재 원림생백연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아득한 세모의 하늘, 새눈이 산천을 뒤덮으니,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새는 산 속에서 나무를 잃었고 스님은 돌 속의 샘을 찾아 헤매네.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주린 까마귀는 들 밖에서 울고 언 버드나무는 시냇가에서 누워있구나.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어느 곳에 인가가 있는지 먼 수풀에서 밥불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네.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설이 시는 세모에 내린 첫눈을 노래한 것으로, 어..
성남에서 임금을 호위하며호종성남(扈從城南) 이숭인(李崇仁) 郊甸秋成早 君王玉趾臨교전추성조 군왕옥지림觀魚前事陋 講武睿謨深관어전사루 강무예모심鼓角滄江動 旌旗白日陰 고각창강동 정기백일음 詞臣多侍從 會見獻虞箴사신다시종 회견헌우잠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郊甸秋成早 君王玉趾臨교외의 가을걷이 이른데, 군왕은 옥 같은 발걸음으로 임하셨네. 觀魚前事陋 講武睿謨深물고기 구경하던 옛 일【관어(觀魚): 『춘추(春秋)』에, 노(魯) 은공(隱公)이 당(棠)에 가서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려 하니 신하인 장희백(臧僖伯)이 말렸으나 듣지 않고 구경을 갔음. 이후로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거나 고기가 노니는 것을 감상하는 것을 ‘관어(觀魚)’라 함.】은 비루한 일이지만, 군사훈련【강무(講武): 주로 농한기를 이용하여 군사..
제목을 잃다실제(失題) 이숭인(李崇仁) 雪壓村村樹 枝枝總作花설압촌촌수 지지총작화山童爭報道 嘉景酒堪賖산동쟁보도 가경주감사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적엽명촌경 청천수석근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林靜鳥聲盡 潭空天影閑림정조성진 담공천영한因思陶靖節 籬下見南山인사도정절 리하견남산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雪壓村村樹 枝枝總作花눈이 마을마다 나무를 짓눌렀지만 가지마다 모두 꽃이 피니,山童爭報道 嘉景酒堪賖산 아이 다투어 알린다네. “좋은 경치라 술을 살 만합니다.”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붉은 잎사귀가 시골길 밝히고 맑은 샘 바위 뿌리를 씻기누나.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땅은 궁벽져 수레와 말 없고【지벽거마소(地僻車馬少):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 20수 중 다섯 번째 시에 “내 집이 사람 사는 동네에 있..
절집에 쓰다제승사(題僧舍) 이숭인(李崇仁) 山北山南細路分 松花含雨落繽粉道人汲井歸茅舍 一帶靑烟染白雲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석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산은 여기저기에 있고 오솔길 나눠지는데松花含雨落繽粉송화함우락빈분송홧가루 비에 젖어 하늘하늘 진다.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스님 우물에서 물 길어 절로 돌아가고 一帶靑烟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한 줄기 푸른 안개 흰 구름을 물들이네. 『陶隱先生詩集』 卷之三 해설이 시는 옛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지은 제화시(題畵詩)로, 자연의 경물을 묘사하면서 자연 속에 사는 스님의 깨끗함을 읊고 있다. 승사(僧舍) 앞뒤로 어디든지 통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어 세속과 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송홧가루가 비에 젖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스님이 살고 있는 곳이 깨끗한 정경..
봄이어라춘(春) 정몽주(鄭夢周)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봄비 가늘어 방울지지도 않는데 야밤에 은밀히 소리 들렸지.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눈은 다 녹아 남쪽 계곡 불어나 풀과 새싹이 쑥쑥 나겠구나.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포은 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비 내리는 봄밤의 감흥을 노래한 것이다.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에서처럼 이 시는 봄밤의 흥취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춘효(春曉)」의 시점이 어젯밤에 일어났던 상황을 기술하고 있는 데 반해, 포은의 「춘(春)」은 깊은 밤이 시점이지만 지나간 낮부터 내일을 시작으로 앞으로 맞을 봄까지 시간을 ..
전주 망경대에 올라등전주망경대(登全州望景臺) 정몽주(鄭夢周) 千仞岡頭石徑橫 登臨使我不勝情靑山隱約扶餘國 黃葉繽粉百濟城九月高風愁客子 百年豪氣誤書生天涯日沒浮雲合 惆帳無由望玉京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千仞岡頭石徑橫천인강두석경횡천 길 산등성 돌계단 비껴 있고 登臨使我不勝情등림사아불승정높은 곳에 이르니 나에게 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누나. 靑山隱約扶餘國청산은약부여국푸른 산에 부여국이 어슴푸레, 黃葉繽粉百濟城황엽빈분백제성노란 잎사귀가 백제성에 어지러이.九月高風愁客子구월고풍수객자9월의 싸늘한 바람은 나그네 시름겹게 하고, 百年豪氣誤書生백년호기오서생백년 호기는 서생을 그르쳤지. 天涯日沒浮雲合천애일몰부운합하늘가에 해가 지고 뜬 구름이 모여드니, 惆帳無由望玉京추장무유망옥경슬프구나. 한양 바라보질 못하게 하니, 『東文選』 卷之..
정주 중양절에 한 재상이 명하여 짓다정주중구 한상명부(定州重九 韓相命賦) 정몽주(鄭夢周) 定州重九登高處 依舊黃花照眼明浦敍南連宣德鎭 峯巒北倚女眞城百年戰國興亡事 萬里征夫慷慨情酒罷元戎扶上馬 淺山斜日照紅旌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定州重九登高處정주중구등고처정주의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오르니,依舊黃花照眼明의구황화조안명노란 국화는 예스러워 눈을 밝게 비추네.浦敍南連宣德鎭포서남연선덕진개펄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어져 있고峯巒北倚女眞城봉만북의녀진성봉우리는 북쪽으로 여진성에 기대었구나. 百年戰國興亡事백년전국흥망사백년 전쟁의 흥망사 속에萬里征夫慷慨情만리정부강개정만 리로 원정을 떠난 사내의 강개스런 정.酒罷元戎扶上馬만리정부강개정술자리 끝나 장군의 부축으로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 천산사일조홍정 산은 낮아 비낀 해는 붉은 정기..
회맹한 뒤에 교서를 반포하시고 물품과 잔치를 두 공신에게 하사한 것에 대한 전문회맹후반교석물사연양공신사전(會盟後頒敎錫物賜宴兩功臣謝箋) 장유(張維) 주상의 도움으로 공을 이루다託鱗翼以成事, 猥霑記功之恩. 申帶礪之盟書, 更承錫宴之寵, 禮數優異, 慙懼彌深. 伏念臣等, 品在下中, 能乏尺寸. 忘身殉國, 雖素得於秉執之常. 藏器待時, 本不急於功名之際.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주상께서 맘 써주시네屬丁彝倫之墜地 繼有兇孼之滔天. 蓋事出非常 大策悉稟於 慈殿 而師慙無戰 捷書僅報於行宮. 默祐賴, 宗社之靈, 成算奉廟堂之授. 設令奔走有效, 皆是職分當爲, 豈料懋賞之典, 偏加罔功之身? 宣德音於絲綸, 像形容以繪素. 父子弟姪, 擧蒙被於疏榮, 天地神祗, 實鑑臨於昭告, 旣頒便蕃之賚, 因賜燕衎之懽. 모든 영화로움은 신하의 노고이기보다 임..
산 속 눈 내린 밤에산중설야(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應嗔宿客開門早 要看庵前雪壓松 『益齋亂稿』 卷第三 해석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홑이불에 한기 들고 등불은 흐릿흐릿.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사미승은 한밤중인지 종 울릴질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묵던 손님은 일찍 문 연다고 화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 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의 눈이 소나무 누르고 있으니 보시게. 『益齋亂稿』 卷第三 해설이 시는 이제현(李齊賢) 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된 시로, 눈 내리는 밤 깊은 산속 절의 절경(絶景)과 소박한 흥취(興趣)를 독백(獨白)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이불처럼 얇은 이불을 덮고 있어 찬 기운이 도는데 불당에 켜 놓은 등불도 침침하다. 어린 중..
산 속 저물녘 우물 속 달을 읊으며산석영정중월(山夕詠井中月) 이규보(李奎報) 漣漪碧井碧嵓隈 新月娟娟正印來련의벽정벽암외 신월연연정인래汲去甁中猶半影 恐將金鏡半分廻급거병중유반영 공장금경반분회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漣漪碧井碧嵓隈잔잔한 푸른 우물의 푸른 모퉁이에新月娟娟正印來새로 뜬 달이 곱디곱게 바로 찍혀 있네.汲去甁中猶半影물 길러 가니 병 가운데 오히려 반쪽 달그림자가 있어恐將金鏡半分廻달【금경(金鏡): 달의 이칭】 반쪽만 가지고 돌아갈까 걱정되네.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산 속 스님이 달빛 탐내어 한 병 속에 함께 길어왔네.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절에 도착하면 곧바로 깨달을 걸. 병을 기울이면 달 또한 사라진다는 걸. 『東國李相國後..
벗의 운에 차운하다차우인운(次友人韻) 임춘(林椿) 十載崎嶇面撲埃 長遭造物小兒猜問津路遠槎難到 燒藥功遲鼎不開科第未消羅隱恨 離騷空寄屈平哀襄陽自是無知己 明主何曾棄不才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十載崎嶇面撲埃십재기구면박애10년 동안이나 기구하게도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살았는데長遭造物小兒猜장조조물소아시오랫동안 조물주 어린아이가 시기했기 때문이라오.問津路遠槎難到문진로원사난도나루를 물으나 길은 멀어 뗏목으로는 다다르기 어렵기만 하고燒藥功遲鼎不開소약공지정불개선단 만드는 것은 더디기만 한데 솥은 열리지 않네. 科第未消羅隱恨과제미소라은한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나은【나은(羅隱): 당말(唐末) 시인. 여러번 과거에 응했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다.】의 한을 아직 풀지 못하였고離騷空寄屈平哀이소공기굴평애이소【이소(離騷): 초사(楚辭)의 ..
소상강의 밤비 소상야우(瀟湘夜雨) 이인로(李仁老) 一帶滄波兩岸秋 한 줄기 푸른 물결, 양 옆 언덕엔 가을 風吹細雨灑歸舟 바람이 가랑비 불어 돌아가는 배를 씻기네. 夜來泊近江邊竹 밤에 와서 근처 강변 대나무숲에 정박하니, 葉葉寒聲摠是愁 잎사귀마다 스산한 소리, 모두 이것이 근심이로다. 『東文選』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전문 우리 한시를 읽다
개성사 8척 방에서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 정지상(鄭知常) 百步九折登巑岏 家在半空唯數閒靈泉澄淸寒水落 古壁暗淡蒼苔斑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紅塵萬事不可到 幽人獨得長年閑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백보 아홉 길 꺾어 산등성이에 오르니家在半空唯數閒가재반공유수한집이 반절 허공에 몇 칸 집이 있네.靈泉澄淸寒水落령천징청한수락영천이 맑고도 맑아 차가운 물 떨어지고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옛 벽 어두워 푸른 벽에 이끼가 껴있네.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돌머리와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달이 떠 있고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하늘 끝 구름 가엔 천 점 산이 솟았네.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붉은 속세의 때 온갖 일에 이르질 않으니,幽人獨得長年閑유인독득장년한은둔한 사람 홀로 긴 세월의 한가로움을 얻었구나..
그대를 보내며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정전일엽락 상하백충비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홀홀불가지 유유하소지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편심산진처 고몽월명시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남포춘파록 군휴부후기 『東文選』 卷之九 해석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뜰 앞에 한 잎사귀 떨어지니 평상 아래 온갖 벌레들이 구슬피 우네【落而知歲之將暮 覩甁中之氷而天下之寒 『淮南子』 / 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趙斗淳】.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가벼이 가서 멈추게 할 수 없는데 유유하게 어디로 가시나요?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나의 마음 산 가는 곳까지 따라가 외로운 달 밝은 밤에 꿈을 꾸네.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그대 훗날의 기약 져버리지 마시오.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이별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정지상(鄭知常..
그대를 보내며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비 그친 긴 둑에 풀빛 짙은데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그대 보낸 남포엔 슬픈 노래 흐르네.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대동강의 물은 언제나 마를꼬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 걸.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고려시대 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개경에 가서 유학하기 이전 평양에 살 때 지은 작품이며, 송별시로 당시부터 널리 읽혀 왔다. 첫 구는 이별하는 장소의 경물 묘사로, 비 온 뒤에 한결 더 푸른 풀빛이 이별의 서정과 조화를 이루면서 詩想(시상)을 이끈다. 비가 개인 강둑이라는 공간과 풀빛이 짙어져 가는 화려한 봄을 그려 내..
조선시대 한시 작가 비평 김만중(金萬重) 本朝詩體, 不啻四五變. 송풍(宋風)이 휩쓴 조선 초기 國初承勝國之緖, 純學東坡, 강서시파가 유행하다 以迄於宣靖, 惟容齋稱大成焉. 中間參以豫章, 則翠軒之才, 實三百年之一人. 又變而專攻黃ㆍ陳, 則湖ㆍ蘇ㆍ芝, 鼎足雄峙. 당풍이 맹위를 떨치다 又變而反正於唐, 則崔ㆍ白ㆍ李, 其粹然者也. 夫學眉山而失之, 往往冗陳, 不滿人意, 江西之弊, 尤拗拙可厭. 『西浦漫筆』 해석 本朝詩體, 不啻四五變. 조선의 시체는 4~5번 변했을 뿐만이 아니다. 송풍(宋風)이 휩쓴 조선 초기 國初承勝國之緖, 純學東坡, 조선이 문을 열었을 땐 고려의 실마리를 이어 순전히 송풍(宋風)의 소동파만을 배웠고 강서시파가 유행하다 以迄於宣靖, 惟容齋稱大成焉. 성종, 중종대에 이르러 오직 용재(容齋) 이행(李荇)만..
유우석의 금릉회고시,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다 元微之ㆍ夢得ㆍ韋楚客同㑹樂天舍, 論南朝興廢, 各賦「金陵懷古」詩. 劉滿引一盃, 飲已即成曰: “王濬樓船下益州, 金陵王氣黯然收. 千尋鐵鏁沈江底, 一片䧏幡出石頭. 人世㡬囘傷往事, 山形依舊枕江流. 而今四海爲家日, 故壘蕭蕭蘆荻秋.” 白公覽詩曰: “四人探驪龍, 子先獲珠, 所餘鱗爪, 何用耶?” 於是罷唱. 『唐詩紀事』 권39 해석元微之ㆍ夢得ㆍ韋楚客同㑹樂天舍, 미지 원진과 몽득 유우석과 위초객이 함께 백낙천의 집에 모여 論南朝興廢, 各賦「金陵懷古」詩. 남조의 흥망성쇠를 논하며, 각각 「금릉회고」 시를 짓기로 했다. 劉滿引一盃, 飲已即成曰: 유우석이 한 잔 가득 채우고 마시며 이윽고 완성하며 말했다. “王濬樓船下益州, 金陵王氣黯然收. 千尋鐵鏁沈江底, 一片䧏幡出石頭. 人世㡬囘傷往事,..
금릉회고(金陵懷古) 유우석(劉禹錫) 王濬樓船下益州 金陵王氣黯然收千尋鐵鎖沉江底 一片降幡出石頭人世幾回傷往事 山形依舊枕寒流而今四海爲家日 故壘蕭蕭蘆荻秋 해석王濬樓船下益州왕준루선하익주왕준의 누선【왕준: 진나라의 의주자사로 晉이 吳를 칠 때에 龍驤將軍으로 ‘누선’이란 군함을 만들어 수군을 이끌고 내려감. ‘누선’은 배를 서로 연결하면 크기가 120步이고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 위에 성을 만들고 말을 달릴 수도 있었음. 】이 익주에 내려오자,金陵王氣黯然收금릉왕기암연수금릉【금릉: 江蘇省 南京市인데 삼국시대엔 오나라의 수도였음.】 임금의 기운이 까맣게 거두워졌네.千尋鐵鎖沉江底천심철쇄침강저팔천 자의 쇠사슬【千尋鐵鎖: 오나라가 진나라 군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강을 막을 용도로 만든 긴 쇠사슬인데, 왕준은 화력을 ..
금릉회고(金陵懷古) 유우석(劉禹錫) 潮滿冶城渚 日斜征虜亭조만야성저 일사정로정蔡洲新草綠 幕府舊煙靑채주신초록 막부구연청興廢由人事 山川空地形흥폐유인사 산천공지형後庭花一曲 幽怨不堪聽후정화일곡 유원불감청 해석潮滿冶城渚 日斜征虜亭조수가 야성【冶城: 東吳 때 창이나 칼 같은 무기를 만들던 곳.】의 물가에 가득 찼고 비낀 해 정로정【征虜亭: 육조 시대 때 장군 사안이 건립한 정자.】에 있네蔡洲新草綠 幕府舊煙靑채주도【蔡洲: 장강 한 가운데 있는 섬.】엔 새 풀이 푸르고 막부【幕府: 장강 연안에 산으로 적군을 막는 역할을 함.】엔 오랜 아지랑이 파랗네.興廢由人事 山川空地形흥망은 인사에 달려 있으니, 산천과 지형은 부질없지.後庭花一曲 幽怨不堪聽「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 한 곡조, 깊은 원망에 차마 듣질 못하겠네. 인용소화시..
시가 사람을 감동시키다 白沙李公之竄北靑, 行過鐵嶺作鐵嶺宿雲詞, 有詞得 “孤臣寃淚作行雨, 往灑九重宮闕”之語. 一日光海主遊宴後庭, 宮娥有唱是詞者. 主曰: “大是新聲, 何處得來?” 對曰: “都下傳唱云, 是李某所作.” 主使之復歌, 悽然泣下, 詩之能感人如此. 然若光海者, 亦豈不可與爲善哉? 『西浦漫筆』 해석 白沙李公之竄北靑, 백사 이항복이 북청으로 귀양 가다가 行過鐵嶺作鐵嶺宿雲詞, 철령을 지나며 철령에 머문 구름을 노래로 지었다. 有詞得 “孤臣寃淚作行雨, 往灑九重宮闕”之語. 노래 한편이 생각났으니 다음과 같다. 孤臣寃淚作行雨 외로운 신하의 원한 가득한 눈물로 비 내리게 하여 往灑九重宮闕 가며 구중궁궐에 뿌리리다. 一日光海主遊宴後庭, 하루는 광해군이 뒤뜰에서 잔치를 벌였는데 宮娥有唱是詞者. 궁녀가 갑자기 위의 노래를..
봄 느즈막에 산사에서 짓다춘만제산사(春晩題山寺) 진화(陳澕) 雨餘庭院簇莓苔 人靜雙扉晝不開碧砌落花深一寸 東風吹去又吹來 『梅湖遺稿』 해석雨餘庭院簇莓苔우여정원족매태비 온 나머지 정원엔 이끼 돋아나고 人靜雙扉晝不開인정쌍비주불개사람 드무니 양 사립문이 낮인데도 열려 있지 않네. 碧砌落花深一寸벽체락화심일촌푸른 섬돌에 떨어진 꽃이 한 치의 높이로 東風吹去又吹來동풍취거우취래봄바람이 불어갔다가 또한 불어오네. 『梅湖遺稿』 해설늦봄 산사(山寺)의 뜰에 바람에 날리는 떨어진 꽃잎의 한적한 모습을 노래한 시이다.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에 “문정 김태현이 말하기를 보궐 진화(陳澕)가 일찍이 나에게 시는 마땅히 청(淸)을 위주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데, …… 「제산사」와 같은 시는 정말 그렇다(金文貞台鉉曰 陳補闕澕嘗謂余..
포진(鋪陳)과 영묘(影描)의 한시 표현법 시칙(詩則) 신경준(申景濬) 한시 표현법인 포진(鋪陳)과 영묘(影描) 鋪陳者, 直敍其實也; 影描者, 繪象其影也. 同一山岳, 而韓退之之『南山』詩, 是爲鋪陳; 李太白之『蜀道難』, 是爲影描. 同一樂律, 而白樂天之『琵琶行』, 是爲鋪陳; 賈浪仙之『擊甌歌』, 是爲影描. 詩之作法雖多, 而無出於此二者矣. 所謂軆者此二者之制度也. 意者主張乎此二者也; 聲者寓於此二者也. 포진(鋪陳)과 영묘(影描)의 내용 唐人喜述光景, 故其詩多影描; 宋人喜立議論, 故其詩多鋪陳. 大抵述光景. 出於國風之餘, 而頗小眞厚之味; 立議論, 出於兩雅之餘, 而全露勘斷之跡. 俱未始不出於三百篇之餘, 而其視三百篇, 亦遠矣. 세상 사람들의 편파적인 한시를 짓기 世之人皆以爲唐人以詩爲詩, 宋人以文爲詩, 唐固勝於宋, 宋固遜於唐...
시란 본뜨는 게 아닌 천기를 그대로 뿜어내는 것이다 원굉도(袁宏道) 故吾謂今之詩文不傳矣,. 其萬一傳者 或今閭閻婦人孺子所唱「劈破玉」ㆍ「打草竿」之類. 猶是無聞無識眞人所作, 故多眞聲, 不效顰於漢魏, 不學步於盛唐, 任性而發, 尚能通於人之喜怒哀樂, 嗜好情欲, 是可喜也. (중략) 大概情至之語自能感人, 是謂其詩可傳也. 而或者猶以太露病之, 曾不知情隨境變, 字逐情生, 但恐不達, 何露之有? 且「離騷」一經, 忿懟之極, 黨人偷樂, 衆女謠啄, 不揆中情, 信讒齎怒, 皆明示唾罵, 安在所謂怨而不傷者乎? 窮愁之時, 痛哭流涕, 顛倒反覆, 不暇擇音, 怨矣, 寧有不傷者? 「序小修詩」 해석故吾謂今之詩文不傳矣,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시문은 전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其萬一傳者, 或今閭閻婦人孺子所唱「劈破玉」ㆍ「打草竿」之類. 만일 전해진..
공안파(公安派), 복고론에 반기를 들다 원굉도(袁宏道) 大抵物眞則貴, 貴則我面不能同君面, 而況古人之面貌乎? 唐自有詩也, 不必選體也; 初ㆍ盛ㆍ中ㆍ晚自有詩也, 不必初盛也; 李ㆍ杜ㆍ王ㆍ岑ㆍ錢ㆍ劉, 下迨元ㆍ白ㆍ盧ㆍ鄭, 各自有詩也. 不必李ㆍ杜也. 趙宋亦然. 陳ㆍ歐ㆍ蘇ㆍ黃諸人, 有一字襲唐者乎? 又有一字相襲者乎? 至其不能爲唐, 殆是氣運使然, 猶唐之不能爲『選』, 『選』之不能爲漢魏耳. 今之君子, 乃欲概天下而唐之, 又且以不唐病宋. 夫槪以不唐病宋矣, 何不以不『選』病唐, 不漢魏病『選』, 不『三百篇』病漢, 不結繩鳥跡病『三百篇』耶? 果爾, 反不如一張白紙, 詩燈一派, 掃土而盡矣. 夫詩之氣, 一代減一代, 故古也厚, 今也薄. 詩之奇之妙之工之無所不極, 一代盛一代, 故古有不盡之情, 今無不寫之景, 然則古何必高, 今何必卑哉? 「與丘長孺」 해..
명나라의 복고론이 일본을 휩쓸다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故欲學唐人詩, 便當以唐詩語, 分類抄出, 欲學選詩, 便當以選詩語, 分類抄出, 各別貯篋中, 不得混雜, 欲作一語, 取諸其篋中, 無則已, 不得更向他處搜究. 如此日久. 自然相似. 如其宋元及明袁中郎ㆍ徐文長ㆍ鐘伯敬諸家, 愼莫學其一語片言, 此學詩第一要法. 但唐詩苦少, 當補以明李于鱗ㆍ王元美等七才子詩, 此自唐詩正脈. 荻生徂徠, 『近世儒家文集集成』 해석故欲學唐人詩, 便當以唐詩語, 分類抄出, 그렇기 때문에 당나라 사람의 시를 배우고자 하면 곧바로 당나라 시어를 분류하여 뽑아내고, 欲學『選』詩, 便當以『選』詩語, 分類抄出, 『문선』의 시를 배우고자 하면 곧바로 『문선』의 시어를 분류하여 뽑아둔다. 各別貯篋中, 不得混雜. 각각 나누어 상자 속에 넣어두고 섞이지 않도록 해야 ..
전후칠자의 기세를 배워라 정두경(鄭斗卿) 先秦西漢文, 不可不讀. 而詩又以正爲宗, 當以三百篇爲宗主, 而古詩樂府無出漢魏. 曹劉鮑謝諸名家曁陶靖節韋右司, 沖澹深粹, 出於自然, 可以尋常讀. 律詩拘於定體, 固不若古體之高遠. 然對偶音律, 亦文辭之精者, 當以盛唐諸子爲法. 趙宋諸詩, 雖多大家, 非詩正宗, 不必學也. 初學之士, 熟習浸淫, 則體格漸墮. 人雖生晩, 學古則高, 不必匍匐於下乘. 『東溟詩說』 해석 先秦西漢文, 不可不讀. 선진(先秦)과 전한(前漢)의 문장은 읽지 않을 수 없다. 而詩又以正爲宗, 當以三百篇爲宗主, 시 또한 바름으로 으뜸을 삼으니 마땅히 『시경』으로 종주를 삼아야 한다. 而古詩ㆍ樂府無出漢ㆍ魏. 그리고 고시와 악부는 한나라와 위나라의 작품보다 나은 게 없다. 曹ㆍ劉ㆍ鮑ㆍ謝諸名家曁陶靖節ㆍ韋右司, 조식(曺植)..
시의 복고를 외치다(前後七子 復古論) 夢陽獨譏其萎弱, 倡言‘文必秦漢, 詩必盛唐,’ 非是者弗道. 『明史』「李夢陽傳」 攀龍遂為之魁, 其持論謂: “文自西京, 詩自天寶而下, 俱無足觀.” 『明史』 「李攀龍傳」 해석夢陽獨譏其萎弱, 이몽양 홀로 전대 시들의 위약함을 기롱하며, 倡言‘文必秦漢, 詩必盛唐,’ 공공연하게 “문장은 반드시 진한의 고문이어야 하고 시는 반드시 성당 때여야 한다.”로 말했으니, 非是者弗道. 『明史』「李夢陽傳」이것이 아니면 말하질 않았다. 攀龍遂爲之魁, 其持論謂: 이반룡은 드디어 後七子【前七子: 李夢陽ㆍ何景明ㆍ徐禎卿ㆍ邊貢ㆍ康海ㆍ王九思ㆍ王廷相 / 後七子: 李攀龍ㆍ王世貞ㆍ謝榛ㆍ宗臣ㆍ梁有譽ㆍ徐中行ㆍ吳國倫】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니, 그의 지론은 ‘文自西京, 詩自天寶而下, 俱無足觀.’ 『明史』「李攀龍傳」“문..
시의 육의(六義)와 기능에 대해모시서(毛詩序) 모장(毛萇) 풍(風)은 바람이고 가르침이다「關雎」, 后妃之德也, 風之始也, 所以風天下而正夫婦也. 故用之鄕人焉, 用之邦國焉. 風, 風也, 敎也, 風以動之, 敎以化之. 마음과 정이 발설되면 시가 되고 소리가 된다詩者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 情動於中而形於言, 言之不足故歎之. 嗟歎之不足故永歌之, 永歌之不足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 情發於聲, 聲成文, 謂之音. 治世之音, 安以樂, 其政和; 亂世之音, 怨以怒, 其政乖; 亡國之音, 哀以思, 其民困. 故正得失, 動天地, 感鬼神, 莫近於詩. 先王以是經夫婦, 成孝敬, 厚人倫, 美敎化, 移風俗. 육의(六義) 중에 풍(風)에 대해故詩有六義焉, 一曰風, 二曰賦, 三曰比, 四曰興, 五曰雅, 六曰頌. 上以風化下, 下以風刺上, 主文而..
1. 시가 당시나 송시 한쪽으로만 치우쳐선 안 된다 文章小技也. 於道無當焉, 而贊文者目以貫道之器, 何也? 蓋雖有至道, 不能獨宣, 假諸文而傳. 然則不可謂不相須也. 詩卽由文而句爾. 詩形而上者也, 文形而下者也, 形而上者屬乎天, 形而下者屬乎地也. 詩主乎詞, 文主乎理. 詩非無理也者而理則已愨, 文非無詞也者而詞則已史. 要在詞與理俱中爾. 風者, 詞而理者也; 雅頌者, 理而詞者也. 六朝以後, 詞而詞者也; 趙ㆍ宋以降, 理而理者也. 世之言唐者斥宋, 治宋者亦不必尊唐, 茲皆偏已. 唐之衰也, 豈無俚譜; 宋之盛也, 豈無雅音. 此正鉤金輿薪之類也. 해석 시는 소기(小技)지만 도를 전하는 기구다 文章小技也. 문장은 작은 기술이다. 於道無當焉, 而贊文者目以貫道之器, 何也? 도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문장을 찬미하는 사람들이 ‘도를 꿰는 기구[..
시와 서예를 배우는 것에 대해 논하다시학론(詩學論) 박제가(朴齊家) 박제가가 생각하는 시의 등급吾邦之詩, 學宋ㆍ金ㆍ元ㆍ明者爲上, 學唐者次之, 學杜者㝡下. 所學彌高, 其才彌下者何也? 두보나 당풍(唐風)이 아닌 최근의 시를 배워야 하는 이유學杜者知有杜而已, 其他則不觀而先侮之, 故術益拙也. 學唐之弊, 同然而小勝焉者, 以其杜之外, 猶有王ㆍ孟ㆍ韋ㆍ柳數十家之姓字存乎胸中, 故不期勝而自勝也. 若夫學宋ㆍ金ㆍ元ㆍ明者, 其識又進乎此矣. 又况博極羣書, 發之以性情之眞者哉? 由是觀之, 文章之道, 在於開其心智, 廣其耳目, 不繫於所學之時代也. 박제가가 생각하는 서예의 등급其於書也亦然. 學晉人者㝡下, 學唐ㆍ宋以後帖者稍佳, 直習今之中國之書者㝡勝. 豈晉人ㆍ唐ㆍ宋之書, 不及今之中國者耶? 지금의 서예를 배워야 하는 이유代遠則摸刻失傳. 生乎外..
부(賦)ㆍ비(比)ㆍ흥(興)으로 시를 짓는 법 시칙(詩則) 신경준(申景濬) 윗 구절에만 비유가 있다면 비(比)와 위 아래 구절에 비유가 있다면 흥(興) 賦知之易, 而惟比興相雜難知. 夫比興俱是引物爲辭者, 然而上有彼如斯矣等語. 而下以此如斯矣等語對應之, 則其義雖是似比而卽爲興, 上雖有彼如斯矣等語, 而下無對應之語, 則其體雖是似興而卽爲比. 흥체(興體)엔 무한한 뜻이 담겨 있는데 점차 적어진 게 아쉽다 古人作詩, 必以三緯爲之先, 後世述者, 非不言三緯, 而亦未嘗重焉, 故後世之詩, 賦比則多, 而興則甚鮮. 夫興者是無味說, 而便蓄無限意思, 自興軆之不多, 而漸不見邃古之風韻也. 范氏以爲三百篇, 多以比興重復置之章首, 唐律多以比興就作景聯云而言景物處. 『旅菴遺稿』 卷之八 해석 윗 구절에만 비유가 있다면 比와 위 아래 구절에 비유가 있..
당풍에 힘쓰라, 두 번 힘쓰라 시설(詩說) 이수광(李睟光) 시는 작은 기술이지만, 노력이 필요하다 詩固小技. 而文之至精者莫過於詩. 故非性相近則雖力強而爲之, 亦終不能似也. 況性不近力不強而所尙卑者乎. 썩어도 당풍(唐風) 夫詩自魏晉以降, 陵夷至徐庾而靡麗極矣. 及始唐, 稍稍復振, 以至盛唐諸人出, 而詩道大成, 蔑以加焉. 逮晩唐則又變而雜體竝興, 詞氣萎弱, 間或剽竊陳言, 令人易厭. 然比之於宋, 體格亦自別矣. 당풍(唐風)을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들의 모습 後之人, 驟見其小疵, 而槩以唐爲可薄, 又徒知晩唐之爲唐, 而不知始盛之爲唐. 甚者守井管之見, 肆雌黃之口, 全昧聲律利病. 而妄議工拙是非. 至謂‘唐不可學’, 或謂‘唐不必學,’ 靡靡焉惟宋之趨, 纔屬文則曰: ‘足矣,’ 不復求進. 苟以悅時人之目而止. 信乎言詩之難也. 고니를 조각하듯..
가을밤추야(秋夜) & 산사에서 밤에 읊조리며산사야음(山寺夜吟) 정철(鄭澈) 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소소락목성 착인위소우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호승출문간 월괘계남수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우수수 낙엽소리를 착각하여 가랑비 소리라 여겼지.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스님 불러 문에 나가 보게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렸던데요.”라고 하네. 『松江續集』 卷之一 해설이 시는 산사에서 밤에 읊조리며 지은 것으로, 산사(山寺)에서 속세를 떠나 수도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은일적(隱逸的)인 시로 유명하다. 산속 가을, 낙엽 지는 소리가 요란하여 비가 내리는 것으로 착각했다. 옆에 자는 스님을 불러 문을 열고 나가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보게 했더니, 스님이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훤히..
호서 수영의 읍취헌 시가 사람들 입에 대개 102년 간 회자되었다. 내가 그곳을 지나는데 바다와 산은 아름다워 옛날 같았지만 못난 실력으로 그것을 펴놓기에 부족한데 어떻게 할 거나? 억지로 근체 5수를 지어 훌륭한 읍취헌의 작품에 졸렬한 나의 작품을 이으니 부끄럽기 그지 없다. 호서수영읍취헌지시 회자인구개백이년 이여과지 해산가처 의연여구 이내재졸부족이포장지하 강제근체오수 속초지작 능무괴호(湖西水營挹翠軒之詩 膾炙人口蓋百二年. 而余過之, 海山佳處, 依然如舊, 而奈才拙不足以鋪張之何? 強題近體五首, 續貂之作, 能無愧乎?) 이춘영(李春英) 樓臺層構鬱穹崇 高揭朱欄對碧峯 千尺獨臨三面水 八窓不斷四時風 城形圓似吐雲月 山勢蜿如飮海龍 飛閣捲簾明鏡裏 眞仙都在水晶宮 百尺樓西水接天 四山松檜鬱蒼然 簾旌撲地海風起 闌影轉階湖月圓 近岸..
천자에 조회하며朝天 / 台座의 운에 차운하며次台韻通錄 追陪强韻重詩塵 爲與便宜立幟新 膏沃本慚培養地 拂湔徒辱奬知人 鯨鯢緩戮愁東海 虎豹寬訶訴北辰 須試平生誦三百 激昂猶得見精神 冉冉雪霜交節序 悠悠車馬度江關 前頭亦有難窮野 屈指何當且了山 都削等威同旅泊 獨嚴詞律阻人攀 敢羞碌碌因成事 千里唯堪附驥還 西風刮地不生塵 九月遼寒太斬新 見水弱氷艱度馬 依山疏店少居人 向來息偃沾君祿 寧爲羈危怨我辰 白雪陽春宜未竝 台章眞奪化工神 丈夫不去東擊賊 장부 동쪽의 왜적 격파하러 가질 않고, 千里胡爲西入關 천리의 오랑캐는 어찌하여 서쪽 관문으로 들어오는가? 假使踰兵一帶水 만약 구원병이 일의대수를 건넌다 해도, 安能措國四維山 어찌 우리나라 사방의 산들을 잡아둘 수 있을까? 終南淸渭如常見 종남산과 위수를 항상 볼 수 있다면, 武德開元得再攀 태평성대 다시..
밤에 후대에 앉아 후대야좌(後臺夜坐) 정사룡(鄭士龍) 仲冬良夜仍南至 江月盈規看更完 銀闕湧空收薄翳 金波流彩閃驚湍 斗邊瞻望眞傷遠 天末飄零亦足嘆 坐到三更窮不寐 訓狐三叫髮衝冠 煙沙浩浩望無邊 千刃臺臨不測淵 山木俱鳴風乍起 江聲忽慮月孤懸 平生牢落知誰藉 投老迍邅祗自憐 擬着宮袍放身去 騎鯨人遠問高天 『湖陰雜稿』 卷之三 해석 仲冬良夜仍南至 중동량야잉남지 동짓날 좋은 밤에 남쪽에 이르니, 江月盈規看更完 강월영규간갱완 강달은 둥글게 떠서 다시 완전해짐을 보았네. 銀闕湧空收薄翳 은궐용공수박예 은빛 궁궐【은궐(銀闕): 백옥(白玉)으로 만든 궁궐의 문. 신선(神仙)이 살고 있다는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영주(瀛州)에 있다 한다. 『梁元帝』 「楊州梁安寺碑序」】은 구멍에서 솟아나와 가린 것을 거두어 엷게 하고, 金波流彩閃驚湍 ..
탄금대에서탄금대(彈琴臺) 박상(朴祥) 湛湛長江上有楓 仙臺孤截白雲叢彈琴人去鶴前月 携笛客來松下風萬事一廻悲逝水 浮生三嘆撫飛蓬誰能畫出湖州牧 散步狂唫夕照中 『訥齋先生集』 卷第五 해석湛湛長江上有楓담담장강상유풍맑디맑은 긴 강가에 단풍이 있고仙臺孤截白雲叢선대고절백운총신선의 누대는 홀로 흰 구름더미를 끊고 솟아 있네.彈琴人去鶴前月탄금인거학전월비파 타던 사람, 날던 학 앞의 달로 가고 携笛客來松下風휴적객래송하풍젓대 지닌 손님, 소나무 아래 바람을 맞으며 오네.萬事一廻悲逝水만사일회비서수만사 한 번 도니 가는 물에 슬퍼하고,浮生三嘆撫飛蓬부생삼탄무비봉뜬 삶 세 번 탄식하며 엉클어진 머리카락 쓰다듬는다.誰能畫出湖州牧수능화출호주목누가 호주(충주)의 목사를 묘사해낼 수 있으랴?散步狂唫夕照中산보광금석조중미친 듯 읊조리며 석양 중에 제..
밤에 보은사에 숙박하며 주지 우사에게 줬다. 절의 옛 이름은 신륵사이며 혹은 벽사라 한다. 예종 때 개창되어 극히 웅장하고 화려했는데 지금 판액을 하사했다.야박보은사하 증주지우사 사구명신늑혹운벽사 예종조개창극굉려사금액(夜泊報恩寺下 贈住持牛師 寺舊名神勒或云甓寺 睿宗朝改創極宏麗賜今額) 김종직(金宗直) 報恩寺下日曛黃 繫纜尋僧踏月光棟宇已成新法界 江湖猶攪舊詩腸上方鐘動驪龍舞 萬竅風生鐵鳳翔珍重旻公亦人事 時將菜把問舟航 해석報恩寺下日曛黃보은사하일훈황보은사 밑에서 해는 저물고, 繫纜尋僧踏月光계람심승답월광배를 매고 스님 찾아 달빛을 거니네. 棟宇已成新法界동우이성신법계동우는 이미 완성되어 새로운 법계이고江湖猶攪舊詩腸강호유교구시장강호는 오히려 예전의 시 창자 흔드는 구나.上方鐘動驪龍舞상방종동여룡무상방의 종이 울리니, 여룡이 춤..
다경루에서 권일재를 모시고 옛 사람의 운으로 함께 짓다다경루배권일재용고인운동부(多景樓陪權一齋用古人韻同賦) 이제현(李齊賢) 楊子津南古潤州 幾番觀樂幾番愁佞臣謀國魚貪餌 黠吏憂民鳥養羞風鐸夜喧潮入浦 煙蓑暝立雨侵樓中流擊楫非吾事 閑望天涯范蠡舟 『益齋亂稿』 卷第一 해석楊子津南古潤州양자진남고윤주양자강 나루의 남쪽의 옛 윤주幾番觀樂幾番愁기번관락기번수몇 번의 즐거움을 보았고 몇 번의 근심을 보았나?佞臣謀國魚貪餌녕신모국어탐이아첨하는 신하가 나라 농단하길 고기가 먹이 탐하는 듯하고黠吏憂民鳥養羞힐리우민조양수약은 아전이 백성 괴롭히길 새가 먹이 먹듯 한다네.風鐸夜喧潮入浦 풍탁야훤조입포 풍경이 요란한 밤, 조수는 포구에 들고,煙蓑暝立雨侵樓연사명립우침루안개 속 도롱이 입고 선 밤, 비는 누각에 들이차네.中流擊楫非吾事중류격즙비오사중류에..
여름날 눈에 닿는 대로 짓다하일즉사(夏日卽事) 이규보(李奎報) 簾幕深深樹影廻 幽人睡熟鼾成雷日斜庭院無人到 唯有風扉自闔開 輕衫小簟臥風櫺 夢斷啼鶯三兩聲密葉翳花春後在 薄雲漏日雨中明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 해석簾幕深深樹影廻 렴막심심수영회 발을 치니 아득해져 나무 그림자 비끼고幽人睡熟鼾成雷유인수숙한성뢰은둔한 이 꿀잠에 코고는 소리 번개 같네日斜庭院無人到일사정원무인도해 비낀 정원에 이르는 사람이 없이唯有風扉自闔開유유풍비자합개오직 바람만이 있어 사립문 절로 닫혔다 열렸다 輕衫小簟臥風櫺경삼소점와풍령가벼운 적삼에 작은 대자리 펴고 바람 난간에 누웠는데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꿈이 꾀꼬리 2~3번 우는 소리에 깨버렸네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우거진 잎사귀에 가려진 꽃은 봄 갔어도 남아 있고,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엷은 ..
장원정【장원정(長源亭): 고려 문종(文宗) 10년(1056)에 창건한 이궁(離宮). 현 개풍군(開豊郡) 광덕면(光德面) 유정동(柳井洞) 영좌산(領座山) 남록(南麓)에 유지(遺址)가 있음. 고려 역대의 왕이 자주 그곳에 유행(遊幸)함.】에서장원정(長遠亭) 정지상(鄭知常) 岧嶢雙闕枕江濱 淸夜都無一點塵風送客帆雲片片 露凝宮瓦玉鱗鱗綠楊閉戶八九屋 明月捲簾三兩人縹緲蓬萊在何處 夢闌黃鳥囀靑春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岧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높디높은 쌍의 대궐은 강물을 베고 있고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맑은 밤이라 도무지 한 점 티끌도 없네.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바람이 손님배의 돛대에 불고 구름은 뭉게뭉게露凝宮瓦玉鱗鱗로응궁와옥린린이슬이 응고된 궁전의 기와는 옥색으로 반짝반짝.綠楊閉戶八九屋록양폐호팔구옥푸른 버들에 문을 ..
석주의 약하디 약한 마음이 담긴 전별시 其餞詔使詩曰: “別語在心徒脈脈, 離盃到手故遲遲. 死前只是相思日, 送後那堪獨去時” 亦非不工矣. 而頗似關西營妓與蕩子惜別語, 紵衣縞帶之贈, 安有此等氣象? 古人謂, “詩可以觀人窮達.” 信矣. 『西浦漫筆』 해석其餞詔使詩曰: “別語在心徒脈脈, 離盃到手故遲遲. 死前只是相思日, 送後那堪獨去時” 석주의 사신을 전별하는 「고 천사(천준)에게 증별하다. 원접사를 대신하여 짓다[別顧天使(天峻), 代遠接使作]」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別語在心徒脈脈이별의 말은 맘에 둔 채 한갓 그저 바라만 보며,離盃到手故遲遲이별의 술잔 손에 이르자 일부러 머뭇머뭇. 死前只是相思日죽기 전엔 다만 그대를 그리워할 날 뿐이리니,送後那堪獨去時보낸 후에 어찌 홀로 떠나는 걸 감당하려나. 亦非不工矣. 또한 기교 있지..
시를 논하다논시(論詩) 이규보(李奎報) 作詩尤所難 語意得雙美작시우소난 어의득쌍미含蓄意苟深 咀嚼味愈粹함축의구심 저작미유수意立語不圓 澁莫行其意의립어불원 삽막행기의就中所可後 彫刻華艶耳취중소가후 조각화염이華艶豈必排 頗亦費精思화염기필배 파역비정사攬華遺其實 所以失詩眞람화유기실 소이실시진邇來作者輩 不思風雅義이래작자배 불사풍아의外飾假丹靑 求中一時耆외식가단청 구중일시기意本得於天 難可率爾致의본득어천 난가솔이치自揣得之難 因之事綺靡자췌득지난 인지사기미以此眩諸人 欲掩意所匱이차현제인 욕엄의소궤此俗寢已成 斯文垂墮地차속침이성 사문수타지李杜不復生 誰與辨眞僞이두불부생 수여변진위我欲築頹基 無人助一簣아욕축퇴기 무인조일궤誦詩三百篇 何處補諷刺송시삼백편 하처보풍자自行亦云可 孤唱人必戱자행역운가 고창인필희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해석作詩尤所難 語..
퇴계 선생의 자득한 뜻이 담긴 한시 余嘗喜退溪先生詩: “性癖常耽靜, 形骸實怕寒. 松風關院聽, 梅雪擁爐看. 世味衰年別, 人情末路難. 悟來成一笑, 爲是夢槐安.” 非但句律精工, 其居閒自得之趣, 可以想見. 今於窮陋中, 偶一諷誦, 益覺有味, 不揆蕪拙, 謹次其韻, 時九月十二日也. 해석 余嘗喜退溪先生詩: 나는 일찍이 퇴계 선생의 시를 좋아했었다. “性癖常耽靜, 形骸實怕寒. 松風關院聽, 梅雪擁爐看. 世味衰年別, 人情末路難. 悟來成一笑, 爲是夢槐安.” 「친구의 시를 차운하다次友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性癖常貪靜 形羸實怕寒 천성은 항상 고요함을 탐하나 형체는 삐쩍 말라 실제론 추위를 두려워하네. 松風關院聽 梅雪擁爐看 솔바람 빗장 건채 듣고 눈 속 매화는 화로 낀 채 보다보니, 世味衰年別 人生末路難 세상의 맛은 늘그막에..
어무적의 「신력탄(新曆歎)」과 이규보의 「위심(違心)」이 알려준 세상의 실상 魚無迹字潛夫, 『新曆歎』曰: “我願三萬六千日, 判作人間兩朝夕. 春花一吐一年紅, 秋月一照一年白. 堯舜至今顔尙韶, 周孔至今頭尙黑. 朝聞吁咈土階上, 暮見絃誦杏壇側.” 余甞聞白露國, 比屋皆聖賢, 掘地則金銀, 多晴少雨, 有豊無凶, 未甞不翹首相望, 以爲樂土. 及讀潛夫詩, 始疑白露國, 亦寓言, 若華胥ㆍ槐安之類也. 李奎報『違心』詩曰: “人間萬事苦參差, 動輒違心莫適宜. 少歲家貧妻尙侮, 殘年祿厚妓將隨. 雨陰多是出遊日, 天霽皆吾閒坐時. 腹飽輟飡逢美肉, 喉瘡忌飮遇深巵. 儲珍賤售市高價, 宿疾方痊隣有醫. 瑣小由來猶類此, 揚州駕鶴况堪期.” 世事乖張大盖如斯. 宋人詩云: “九十日春晴景少, 三千年事亂時多.” 令人恨恨不能自已. 『靑莊館全書』 해석魚無迹字潛夫. 『..
달을 바라보며 망월(望月) 송익필(宋翼弼) 未圓常恨就圓遲 圓後如何易就虧 三十夜中圓一夜 百年心事總如斯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보름달이 아닐 땐 항상 둥글어짐이 더딤을 한스러워하고,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이취휴 보름달이 된 뒤엔 어째서 쉬이 기울어지려는가? 三十夜中圓一夜 삼십야중원일야 30일 밤중에 보름달은 하룻밤이니, 百年心事總如斯 백년심사총여사 인생 백년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다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설 늘 둥근달로 있지 못함이 한이 되어, 언제나 둥글어지려고 애쓰는 것이 조각달의 소원이다. 그러나 조각달이 둥근 보름달 되고자 아무리 조바심한들 일석(一夕)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 좁쌀만큼 입쌀만큼 커가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얻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어..
양근에서 밤에 누워 즉석에서 시를 지어 동료에게 보이다양근야좌 즉사시동사(楊根夜坐 卽事示同事) 정사룡(鄭士龍) 擁山爲郭似盤中 暝色初沈洞壑空 峯頂星搖爭缺月 樹顚禽動竄深叢晴灘遠聽翻疑雨 病葉微零自起風 此夜共分吟榻料 明朝珂馬軟塵紅 『湖陰雜稿』 卷之四 해석擁山爲郭似盤中 옹산위곽사반중 산을 둘러 성곽이 되니, 소반의 한 가운데 같고,暝色初沈洞壑空 명색초침동학공 석양빛 처음으로 잠기니 골자기는 비었네. 峯頂星搖爭缺月 봉정성요쟁결월 묏 봉우리의 반짝이는 별이 이지러진 달과 다투고樹顚禽動竄深叢수전금동찬심총나무 끝의 새가 움직여 깊은 숲으로 숨누나.晴灘遠聽翻疑雨 청탄원청번의우 비 오나 의심될 정도로 맑은 여울소리 멀리서 들리고, 病葉微零自起風 병엽미령자기풍 스스로 일어난 바람에 병든 잎사귀 살살 떨어지네.此夜共分吟榻料 차..
고기잡이배 그림에 쓴 시어주도(漁舟圖) 고경명(高敬命) 蘆洲風颭雪漫空 沽酒歸來繫短篷橫笛數聲江月白 宿禽飛起渚烟中 『霽峯續集』 해석蘆洲風颭雪漫空로주풍점설만공갈대 모래톱에 바람 불고 눈 허공에 가득한데沽酒歸來繫短篷고주귀래계단봉술을 사서 돌아와 조각배 맸네.橫笛數聲江月白횡적수성강월백몇 가락 젓대소리, 강 위에 달이 환해지자,宿禽飛起渚烟中숙금비기저연중자던 새가 물안개 속에 날아오르네. 『霽峯續集』 해설이 시는 고깃배를 그린 그림을 보고 읊은 제화시(題畵詩)이다. 물가에 있는 갈대밭에 바람이 부는데 저 멀리 먼 곳에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갈대밭 옆에는 작은 배가 매여 있는데, 조금 전 술을 사 온 배이다. 훤히 뜬 강물 위로 피리소리가 들려온다(실제 그림에는 피리가 없겠지만 興을 돋우기 위해 상상해서 넣은 것..
금강산이여 조선이여 금강산(金剛山) 권근(權近) 雪立亭亭千萬峰 海雲開出玉芙蓉 神光蕩漾滄溟近 淑氣踠蜒造化鍾 突兀岡巒臨鳥道 淸幽洞壑秘仙蹤 東遊便欲凌高頂 俯視鴻濛一盪胸 『東文選』 卷之十七 해석 雪立亭亭千萬峰 설립정정천만봉 눈 속에 우뚝 솟은 천 만 봉우리. 海雲開出玉芙蓉 해운개출옥부용 바다 구름 개자 나타난 옥 같이 푸르네. 神光蕩漾滄溟近 신광탕양창명근 신비한 빛 넘실넘실 푸른 바다에 가깝고 淑氣踠蜒造化鍾 숙기원연조화종 맑은 기운 구불구불 조화가 모였네. 突兀岡巒臨鳥道 돌올강만림조도 우뚝 솟은 산등성은 험한 길에 닿았고 淸幽洞壑秘仙蹤 청유동학비선종 맑고 그윽한 골짜기엔 신선의 자취가 담겨 있지. 東遊便欲凌高頂 동유변욕능고정 동쪽으로 노닐며 다시 높은 봉우리에 올라 俯視鴻濛一盪胸 부시홍몽일탕흉 천지의 원기를 굽..